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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색영웅 대륙정벌기 - 5부10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5 00:43 406회 0건
[이글은 비윤리적인 내용과 묘사를 담고 있습니다.현실에서 이런 행위는 범죄행위입니다.현실과 환상을 구분해주시기 바랍니다.내용에는 SM,강간,고문등이 있을수 있습니다.]


저번편에서 치명적인 실수를......아테나의 스파크소드는 1부에서 아크가 아테나를 포로로 잡은다음 돌려주는건데 이번에 아테나의 과거회상에서 스파크소드를 아테나가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연출해버렸습니다.중요스토리중 하나를 까먹고 있었던 작가를 용서......ㅠㅠ


달리 어쩔수 없는 부분이라 눈물을 머금고 전회 내용에서 스파크소드관련을 삭제했습니다.


글쓰는데 할애할 시간이 줄어들어서 연재간격이 늘어날거라고 예고까지 해놓고도 최근 머릿속에서 생각이 떠오르면 일단 메모부터 하고 나서야 일이 손에 잡히는 신종 노이로제 증상때문에 쓰기 시작하면 속도가 빨라 뜻밖에 연참을 유지하고 있습니다.빨리 치유가 되어야 할텐데요.......--;;(월드컵 시작하면 증상이 확실히 치유될듯하네요)

내용이 길어져서 잘라서 올리는 건데 5시쯤에 11편 올라갈겁니다.


10.도로시의 결심



밤의 어두움과 함께 찾아온 적막속에서 볼빛을 외부로 발산시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광도를 낮춘 마법조명 아래에서 양옆으로 늘어진 양갈래 수염을 멋있게 기른 중년남성이 길길이 분을 참지 못해 막사안을 왔다갔다 하며 연신 투덜대고 있었다.


"제기랄!승기를 잡는 방법도 모르는 바보들!"


180만의 대병력을 자랑하는 대유리아동맹군의 총지휘를 맡게 된 병법가 카이텔은 방금전의 작전회의를 떠올릴때마다 열이 받아 견딜수가 없었다.사람들앞에서는 언제나 예의바른 신사의 모습을 보이는 그의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애송이가 유리아군의 통솔을 맡았으니 지금이야말로 승리를 거둘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유리아군은 아크의 아버지때부터의 공신인 오호장군중 한명인 역전의 노장 구스타프가 저번에 입은 부상을 이유로 후방으로 물러나고 파격적으로 군부에서 아크의 심복으로 자타가 공인하고 성실한 장수이긴 하지만 뚜렷하게 대단한 전공을 세운적은 없는 하인리히를 그 후임으로 내세웠다.


이것을 안 카이텔은 이제야말로 유리아와 결전을 벌일 시기가 왔다고 주장했다.


자신도 비교적 젊은 나이에 동맹군의 지휘권을 맡았으면서도 여태 화려한 모습을 보인적이 없고 단지 아크의 우직한 심복이라는 평을 받는 하인리히를 카이텔은 얕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발렌타인을 비롯한 경험많은 장수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발렌타인등이 제시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번째,현재 유리아군은 황제가 친정하고 있고 제국원수라 해도 황제의 보조자일뿐이다.이런 상태에서 제국원수가 바뀌었다고 유리아군이 약화되었다는 보장은 없다.
두번째,하인리히의 재능을 얕볼만한 근거는 없다.
세번째,현재 동맹군의 상태는 공격에 들어가기 적절하지 못하다.



구스타프다음의 유리아군부서열은 구스타프와 같은 반열로 역시 오호장군인 게스트란(플로린전선의 2방면군사령관),오스타프(해군총사령관),지그프리트(3군사령관자리는 반납했지만 작위가 공작에다 소드마스터),그리고 1방면군 사령관으로 여태 구스타프를 보좌해온 로폴트가 있었다.


오스타프나 지그프리트는 군의 총지휘를 맡을만한 역량이 부족하고 게스트란의 경우 플로린 전선을 맡고 있어 고려하기 힘들더라도 바로 옆에서 구스타프를 보좌해온 로폴트를 놔두고 굳이 정실인사의 논란을 불러일으킬수 있는 하인리히를 제국원수로 임명한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현재 로키안전선은 유리아황제가 직접 지휘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었다.거기다 전쟁을 진행하면서 군사적능력을 장군들에게 인정받은 아크는 직접 전쟁을 주도하고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는 제국원수가 오히려 아크의 뜻을 잘 반영할수 있는 인물이 알맞을수도 있다는 것이 발렌타인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발렌타인은 카이텔처럼 하인리히를 얕보지도 않았다.


세심한 성격의 발렌타인은 유리아의 모든 장수들에 대한 분석을 소흘히 하지 않았고 비록 화려한 명성을 날리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맡겨진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강직하면서도 모나지않고 겸손한 성품탓에 주변의 인망도 좋은 하인리히를 카이텔처럼 단순히 과소평가하지는 않은 것이다.


거기다 발렌타인은 유리아가 제국원수를 갑자기 교체한 것을 의심하고 있었다.m분은 저번전투에서 입은 부상으로 노장인 구스타프가 후방에서 휴양한다는 것이었지만 구스타프는 나이는 먹었어도 익스퍼트상급을 이룬 건강한 육체를 가진데다 유리아에는 죽은 사람도 부활시킬수 있다는 성녀 캐서린이 있는데 무엇때문에 구스타프를 물러나게 하고 하인리히를 임명한단 말인가?


자신의 전과를 자랑하고 싶던 카이텔은 이것이 구스타프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익스퍼트 상급정도면 구스타프보다 더 늙어서도 전장에서 활약한 사람도 많았다.발렌타인은 이것이 유리아가 동맹군을 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약점을 보이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발렌타인이 공격에 반대한 것은 여러나라가 뒤섞인 동맹의 사정을 반영하지 않고 멋대로 카이텔이 바꾼 부대배치와 재편성이었다.


<병사들은 물러날 곳을 염두에 두지 않고 극한으로 몰아넣어야 용맹해집니다>라고 주장하며 카이텔이 바꾼 부대배치와 편성은 패전할 경우 겉잡을수 없이 무너지게 되어 있었다.거기다 파렌하잇처럼 각국의 사정을 세심하게 살피지 않고 제멋대로 편성한 부대들은 아직 재편성의 여파를 병사들이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었다.발렌타인이 보기에 동맹군이 유기적인 조직체의 생명력을 되찾으려면 최소한 한달정도는 더 걸려야 했다.


벌써 9월이지만 올해는 이상기온으로 11월이 지나야 겨울이 시작될 것이라는 보고에 따라 시간이 있는 만큼 정 결전을 하려면 10월달에 하자는 것이 발렌타인의 주장이었다.



"쳇,고지식한 영감들,재능있는 후진들을 밀어줄 생각을 안하니 맨날 유리아에 터지고 있잖아?"


카이텔은 문득 세상을 뜬지 오래인 아버지 조르사키의 얼굴이 뇌리를 스쳤다.


카이텔은 그의 능력을 두려워한 메디아상층부의 견제로 출세하지 못하고 있다고 소문이 퍼졌지만 진실은 조금 달랐다.그의 아버지 조르사키는 죽기전에 그와 친분이 있던 고위층들에게 경고했다.



"카이텔은 이론은 화려하게 보이지만 한순간의 실수로도 엄청난 결과를 불러오는 전장의 변화무쌍함을 가볍게 보고 체스판처럼 고정적인 것으로만 여기고 있소.그 아이는 군대를 맡을 재목이 안 되니 절대 군부에 등용하지 마시오."


조르사키의 능력을 경계했지만 동시에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던 메디아지도층이 그의 충고를 기억하고 동시에 안하무인인 성격탓에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던 카이텔은 한번도 메디아군부에서 중용되지 못하고 메디아국립아카데미에서 주로 전쟁사분석과 병법이론서를 집필하며 30대를 보냈지만 세월이 흘러 그때의 인사들이 세상을 뜨고 그동안 이론서적의 집필로 쌓은 명성으로 인해 파격적인 발탁을 받게 된 것이었다.



"우하하!아버지,어떻습니까?아버지는 고작해야 메디아의 장수에 불과했지만 당신이 질투하던 아들은 이제 대륙의 운명을 결정짓는 전쟁의 승부를 판가름짓게 되었습니다.저승에서나마 자식의 영광을 기뻐하시고 자신의 속좁음도 부끄러워하십시오."


카이텔은 지금도 아버지 조르사키의 평가가 병법이론토론에서 언제나 자신에게 지던 아버지의 질투심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그때문에 자신이 젊은 날을 불우하게 보냈다고 생각해서 아버지를 미워했다.그런 아버지보다 더 큰 무대에서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게 되었다는 것은 카이텔로서는 기쁘기 한량없는 일이었다.


"제기랄,이제 공격을 시작하기만 하면 되는데......"


카이텔은 어서 본격적인 전투를 벌여 대공을 세우고 싶은데 자신을 방해하는 다른 장수들이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한참동안 의자에 앉은 채 생각에 잠겨 있던 카이텔은 갑자기 자신의 무릎을 탁 치며 소리를 질렀다.


"그래!바로 아카데미의 괴짜 올리버영감의 연구!"


갑자기 막사를 나서서 메디아본국의 아카데미로 마법통신으로 연락을 취한 카이텔은 아카데미 근무당시 자신과 친했던 괴짜 연금술사 올리버의 얼굴이 수정구에 비치자 반색을 했다.


"이봐,올리버!오랜만일세!"


<무슨 일이신가?귀하신 몸이 된 분이 나같은 미천한 자를 찾다니,별일 아니라면 이만 끊겠네.>


카이텔은 올리버의 차가운 반응에 머쓱해졌다.갑자기 발탁된 후 그는 아카데미내에서 이제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듯 으시댔기 때문에 친했던 사람들의 반감을 샀던 것이다.그러나 카이텔은 지금 올리버의 발명품이 급히 필요해졌기 때문에 마음이 다급했다.



"여보게 전에는 내가 좀 들떠서 실수가 많았네,이렇게 급히 연락하게 된 것은 자네의 약품이 전쟁에서 크게 소용될것 같아서야."


올리버는 카이텔의 제안에 마음이 동했다.연금술사로서 그의 연구가 실제로 쓰일수 있다는 것은 호기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



<그럼 마법전송진으로 곧바로 보내겠네>


"알았어,고맙네!"


올리버의 승낙을 받았지만 카이텔은 마음이 급해졌다.그의 이론대로라면 전장에서 충분히 병법만으로도 상대방을 쓰러뜨릴수 있지만 일단 전투에 돌입하는게 우선이니 이런 변칙수단이라도 써야 했다.


"그런데 누굴 이용하지?평범한 어쌔신 집단으로는 성공하기 힘든데다 최소한 익스퍼트급.....그렇지!"



카이텔은 총지휘권을 손에 넣은 후 자신에게 반발심을 가진 다른 장수들을 제압하기 위해 그들의 약점이나 뒷사정등을 많이 조사했다.그중 이용할수 있는 한사람을 떠올린 후 미소를 지었다.










(그래,난 평범하고 보잘것 없는 놈이다.그래서 폼이나 잡는 네년이 싫었어!네년에게서 자유로와지고 싶었다구!)
(아니에요,여보,저는......)



"헉!"


아트란드의 여왕이자 동맹군에 새로이 편입된 소드마스터 실비아는 다시 떠올리기 싫은 기억으로 악몽을 꾸고 한밤중에 일어나야만 했다.


"후우......"


머리맡에 놓인 물병을 찾아 목을 축인 실비아는 다시는 기억하기도 싫은 사람을 머릿속에서 떠올리면서 다시 현실에 대한 절망을 느끼면서 몸을 축 늘어뜨렸다.아마 자신의 목숨이 끊어질때까지 이 악몽은 자신을 괴롭힐 것이었다.


"저,전하!괜찮으신가요?"


자신의 제자이자 수련기사로 언제나 자신에게 달라붙어 있는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익스퍼트 중급을 이룬 천재레벨의 여기사 도로시가 초조한 목소리로 장막밖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실비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나는 괜찮다.잠시 들어오렴."


장막안에 들어온 도로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실비아가 말했다.


"녀석,야간 경비는 경비병으로 충분해.이렇게 매번 밤을 세우면 네가 탈이 나겠다."
"아,아니요.저는 괜찮습니다."


실비아의 말에 당황하는 도로시의 모습을 귀엽다는 듯이 쳐다보던 실비아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너한테 검을 가르친게 잘한 일인줄 모르겠구나.가능하면 너를 양녀로 삼고 싶었는데.....아니,차라리 나같은 재수없는 여자의 양녀가 되는 것보다는...."
"아니에요!저는 죽을때까지 여왕님의 은혜의 만분의 일도 갚을 수 없어요!그리고 그일은 여왕님이 나쁘신게 아니잖아요!"


자신을 자학하는 실비아를 와락 껴안으면서 도로시는 눈물을 흘렸다.




12년전 아테나와 헤어져 왕궁으로 돌아오던중 실비아는 아테나와 머리빛깔이 같은 은발인 소녀 도로시를 발견했다.그녀의 부모는 귀족의 수탈로 농지를 잃어 버리고 유랑하다 산적들에게 부모를 잃고 유리걸식하던 중으로 피부는 거칠어진데다 며칠째 굶주려 피골이 상접한 상태였다.아테나를 떠올린 실비아는 도로시를 가엾게 여기고 거두어서는 왕궁으로 데려왔다.건강을 회복한 도로시는 붙임성있는 성격으로 아테나를 그리워하던 실비아를 위로해주었고 실비아는 도로시를 양녀로 삼으려고 했다.그러나 그녀의 남편 르카베르공작이 완강히 반대했다.아직 자신과의 자식도 없는데 양녀를 둘수는 없다는 것이었다.1년간의 가출이라는 터무니없는 짓을 벌인 다음이었기 때문에 실비아는 고집을 피울수 없었고 대신 도로시를 자신의 제자로 삼았다.도로시는 재능도 있었지만 실비아를 따르려는 마음이 강해 금새 실력이 쑥쑥 성장하기 시작했다.


원래 실비아는 여왕이란 자리를 매우 부담스럽고 힘들어했다.그 부담감과 개인적인 사건때문에 여왕의 가출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을 벌이기까지 했던 것이다.


하지만 가출기간동안 백성들의 힘든 삶을 직접 눈으로 체험하고 특히 국정의 문란으로 부모를 잃은 제자 도로시에게 미안함을 느낀 실비아는 차츰 문란한 귀족들의 수취체계를 개혁하고 귀족들의 잘못을 고쳐나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 대한 반발은 엄청났다.애초에 실비아는 정치적 능력이 뛰어나지 못했고 마음만 앞선 실비아의 개혁시도는 국민들에게는 지지를 받았지만 권세를 쥔 귀족들의 반발로 제대로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그러던 중 실비아는 3년전부터 의문의 중병에 시달리기 시작했다.발병당시 39세였던 그녀의 몸은 고급기사답게 그녀보다 젊은 여인들에게도 떨어지지 않을만큼 건강했는데 뜻밖에 원인모를 병에 시달리기 시작한 실비아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그런데 6개월전 실비아의 병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던 도로시가 마침내 무서운 진실을 밝혀냈다.


바로 여왕의 남편인 르카베르공작이 귀족들과 결탁해서 실비아의 주치의를 매수해 그녀를 천천히 중독시켜가면서 병으로 위장했던 것이었다.


왕실 근위대에게 체포된 르카베르공작은 모든 것을 포기한 태도였다.그런 남편을 실비아는 1대1로 면담했다.18세에 왕위를 이어받으면서 몇십년간 살을 섞어온 남편이 어째서 자신을 암살하려고 한 것인지 믿을수가 없었다.


"나는 당신이 부담스러웠어."
"여,여보!"
"쿠쿡,내가 모르는 줄 알아?당신이 6년전에 익스퍼트 최상급을 벌써 이루었다는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실비아는 남편의 말에 놀라 어쩔 줄 몰랐다.현재 익스퍼트 상급으로 대외에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실비아는 이미 오래전에 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실비아가 익스퍼트최상급을 이룬 시점에서 보면 대륙10대검사에 맞먹는 수준이었던 셈이다.(당시는 아크가 소드마스터에 진입하기 전)


"쿠쿡,잠자리에서는 뭉기적대는데다가 아직도 소드유저정도에 불과한 내가 당신눈에는 얼마나 한심하게 보였을까?그렇게 대단하신 분께서 정의실현을 위해서 국가개혁에까지 손을 대서 백성들한테 칭송까지 받고....당신이 잘난체할수록 나는 내가 한심해보였어!그래서 자유를 얻고 싶었던 거야!실패했더라도 차라리 속시원해!나는 그런 놈이니까 어서 죽이라고!"


마치 폭포수가 쏟아지는 기세로 말을 늘어놓고는 제발로 밀실을 나가버리는 남편의 기세에 실비아는 얼이 빠져 화도 내지 못했다.그러고 나서 한참후 바닥에 무릎을 꿇으면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니에요,그런게 아니었단 말이에요......."


확실히 실비아는 검에 있어서 남편보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남편을 깔보지는 않았다.별다른 연애없이 선왕의 명령에 따라 결혼한 남편이었지만 처음에는 그렇게 불만은 없었다.


그러나 르카베르는 너무 소심한 남자였다.


실비아는 검술은 강해도 남자에게 순종적으로 대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또한 그것을 당연하다고 여겼다.그녀는 르카베르가 적극적으로 나오면 받아들일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르카베르는 심지어 잠자리에서조차 위축된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던 중 성의 즐거움을 알아가던 실비아가 나약한 남편의 행위에 점점 불만이 쌓여가던 욕구를 참지 못하고 자위행위를 즐기다가 남편에게 들키는 일이 발생했다.자신과 행위를 나눌때는 절대 그런 즐거운 표정을 짓지 않던 아내의 모습을 보고 굳어버린 남편에게 실비아는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다가 무능한 남편때문에 더욱더 가중되는 국정의 부담을 이기지 못해 가출을 했던 것이었다.결국 르카베르는 실비아가 돌아온 이후에도 다시는 질내사정도 하지않을만큼 형식적인 관계만을 가졌고 실비아역시 그 부담감으로 성적인 즐거움을 제대로 얻지 못하는 석녀로 변해갔다.


실비아는 틀어져버린 남편과의 관계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자책하면서 르카베르를 원망조차 하지 못했고 르카베르역시 여태까지의 소심한 태도와는 달리 그후는 재판정에서도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는 굳은 태도를 유지하다가 담담한 자세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실비아는 자신을 일로 마음아파하는 도로시를 꼭 끌어안으면서 침상에서 일어나서 의복을 다시 차려 입고 도로시에게 차를 부탁했다.도로시는 실비아가 기운을 차리는 듯한 모습에 반가워하면서 막사를 나선뒤 차를 내왔다.


"고맙구나."


도로시가 가져온 차로 목을 축이면서 여전히 풀이 죽어 있는 실비아를 위해 도로시는 실비아의 말문을 트이게 할만한 화제를 꺼냈다.


"저,유리아의 최강의 소드마스터라는 아테나 이야기좀 해주실래요?"


실비아는 아테나와 함께 지내던 가출기간의 이야기를 할때면 언제나 즐거워했다.언제나 여왕이라는 중압감에 짓눌려 자신을 가리고 살아야 했던 실비아에게 그때의 시간은 아무 가식없이 순수하게 자신만을 위할수 있던 시간이었다.실비아는 유리아의 황후가 된 아테나에게 혹시 안좋은 일이 있을까봐 아테나에 대해서 한마디도 남에게는 말을 한 적이 없었으나 또하나의 소중한 존재인 도로시에게만큼은 그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었다.


"결국 여자중에서는 최강의 소드마스터라는 아테나의 기본은 여왕님이 잡아주신거나 다름없잖아요?역시 여왕님은 대단하세요,르카베르만 아니었어도 아테나보다 먼저 소드마스...."


도로시는 자신의 입을 막으면서 자신의 주책스러움을 저주했다.어쩌자고 애써 화제를 돌렸다가 다시 르카베르이야기를 꺼냈단 말인가,실비아는 얼굴에 침울한 기색이 드리웠다가 미안해하는 도로시를 바라보면서 애써 얼굴을 펴려고 노력했다.


"도로시,이제 그만 자야겠구나.너도 이제 야간경비는 다른 사람한테 맡기고 자두렴."
"예,그,그럼......"


도로시를 내보내고도 마법조명을 꺼버리고도 잠시 우두커니 앉아서 천장을 쳐다보고 있던 실비아는 벽에 걸린 아트란드왕실의 보검 스나슈로스를 뽑아들고 그 검날을 잠시 응시했다.



"더 이상 나자신에게 껍데기를 씌우고 싶지 않아서 그 마물을 잡기까지 했는데......"


실비아가 데스브링거를 잡은 것은 소드마스터의 벽을 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서로의 바램을 잘 알지 못했기에 증오를 가득 안은채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인 르카베르의 마지막을 본 이후 실비아는 350년전 한 흑마법사에게서 압수한 후 아트란드 왕궁지하에 봉인되어 있던 데스브링거를 빼들었다.


사람을 마성으로 몰아넣는다는 데스브링거의 마력으로 실비아는 여태 세상의 도덕과 위치에 연연하면서 자신의 솔직한 욕구를 억제해가며 살았던 후회스러운 삶자체를 바꾸고 싶었다.



<너에게 힘을 주마,마음껏 파괴를.....>
<힘?그런거 필요없다!나는 내가 바라는 나를 솔직히 드러내는 자가 되고 싶을 뿐!>


그러나 실비아는 데스브링거를 잡는 순간 마음속으로 침투해들어오는 마성은 그녀의 솔직한 바램이 아닌 데스브링거가 바라는 인간을 만들어내려는 것을 깨달았다.또 자신의 의지가 아닌 것에 휘둘리기 싫었던 실비아는 격렬하게 저항했고 데스브링거의 유혹을 물리치며 검날을 꺾어 버렸고 자신도 모르는 새 소드마스터가 되어 있었다.


실비아는 여왕에서 폐위되는 것을 각오했다.마물인 데스브링거를 접촉한 것은 중대한 결격사유였다.그런데 그녀의 각오와는 전혀 다른 엉뚱한 쪽으로 사태가 흘러갔다.일단 실비아의 개혁시도를 강력히 반대하던 부패한 귀족들은 실비아에게 약점이 생긴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지만 실비아의 육촌오빠면서도 반대파의 영수면서 왕위계승권 1순위자였던 코트레가가 실비아의 폐위에 반대했다.이왕 대륙의 운명이 걸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소드마스터라는 강력한 힘이 생긴만큼 실비아는 이전쟁에 참여해서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또한 실비아의 개혁에 그래도 기대를 걸고 있던 지지세력역시 실비아의 폐위를 반대했다.


결정적인 것은 신성교국의 개입이었다.신성교국교황 바온3세는 어떻게든 유리아를 견제하려 애쓰고 있었고 유리아의 적대국에서 소드마스터가 등장하자 결국 실비아가 마물의 유혹을 이겨냈다는 이유로 갖은 논리를 내세워 결국 그녀를 용서해주었다.과거 몇백년전 데스브링거의 유혹을 이겨내고 소드마스터가 되엇던 쿠크벤코는 마물과 접촉했다는 죄목으로 작위를 박탈당하고 신성교국의 감옥에서 20년간의 유형을 감수하고서야 용서받았다.


결국 실비아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또한번 전장으로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나와야 했다.그전에는 몸이 병들었다는(실제론 중독) 이유로 전쟁에 나오지 않았으나 사실 실비아로선 건강했어도 아테나와 싸울지도 모를 전장에 나오고 싶지 않았다.


"아테나.....만나본지 10년도 넘었구나.차라리 네가 이제 내 한심한 삶을 끝내주렴,사람들은 데스브링거의 유혹을 이겨낸 강한 의지니 뭐니 하지만 자신의 솔직한 바램조차 한번도 제대로 드러내본적이 없는 겁장이에 불과한데 어떻게 이런위치까지 왔는지......"


실비아는 이불을 머리위까지 뒤집어쓴채 흐느끼기 시작했다.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로 침상이 흥건히 젖어들어가고 있었다.





- 따악,콰직



다른사람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특별히 사일런스주문처리가 되어 있는 훈련장에서 마치 평생 원수라도 되는 듯 목검을 휘둘러대는 도로시의 기세에 수련용으로 세워둔 허수아비가 마침내 박살이 났다.


"르카베르,이 가장 지독한 지옥에 떨어져야 할 나쁜놈!"



도로시에게 있어 실비아는 사부나 군주이전에 자신을 불행의 구렁텅이에서 구원해준 여신이었고 어머니같은 존재였다.그런 실비아를 배반하고 아직까지 괴로워하게 만든 르카베르가 증오스러워 도로시는 견딜수 없었다.


"하하,아트란드왕국의 촉망받는 젊은 여검사는 이런 야밤에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게요?"


도로시는 자신의 허락도 없이 훈련장안으로 들어서는 바로 최근에 동맹군의 총지휘권을 맡은 남자 카이텔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찌푸려졌다.갑자기 제대로 된 행동도 없이 높은 위치에 오르고 멋대로 군의 편성과 배치에 손을 댄 카이텔은 도로시로서는 영 밥맛없는 존재였다.


"불쾌하게 보이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그럼 수련은 마쳤으니 이만....."


형식적인 예를 취하고 돌아서는 도로시의 등뒤로 카이텔이 제멋대로 지껄여대기 시작했다.


"이런 아트란드 여왕전하의 위태로움을 그 측근과 상의하고 싶었는데 이거 말을 하기 싫어하시는 듯 하니 어쩔수 없군."


순간 도로시는 갑자기 몸이 굳으면서 다시 고개를 돌리지 않을수 없었다.자신을 교활한 눈길로 응시하고 있는 카이텔의 눈빛도 도로시에겐 관심밖이었다.





"뭐,뭐라고요?그럼 자세히 알려주셔야 할것 아닙니까!"
"동맹국의 내부사정에 함부로 개입할수는 없는 일입니다.다만 올해안으로 여왕께서 귀국하시지 못하면 여왕께서 왕위를 지키시기는 힘들겁니다."


카이텔이 털어놓은 이야기는 도로시에게 청천벽력같은 것이었다.현재 아트란드내부에서 실비아에 대한 모반이 계획되고 있으며 빨리 전쟁이 마무리되어 실비아가 귀국하지 못하면 반란은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라는 카이텔의 말에 도로시는 초조해졌다.유리아군은 강력했고 도로시야 군사적지식은 부족했으나 카이텔이 억지로 부대편성을 멋대로 바꾸는 바람에 다른 장군들이 걱정이 많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어쩌지?"


도로시는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금기인 흑마법과 연관된 물건인 데스브링거를 접촉한 실비아의 위치는 불안했다.신성교국에서는 유리아와의 전쟁에서 실비아가 빠질 경우 다시 그문제를 들고 일어날지 몰랐고 왕국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반란을 오히려 더 성공하기 쉽게 만들어줄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전쟁이 빠른 시간내에 마무리지어진다면 뜻밖에 아트란드군은 쉽게 회군할수도 있겠지요."
"어떻게?"
"가령 유리아황제 아크가 전사한다면 어떻겠습니까?"


도로시는 이인간이 무슨 헛소리를 하나 싶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카이텔을 들여다보지 않을수 없었다.유리아황제인 아크는 본인부터가 현재 대륙의 검사들중에서 열손가락안에 꼽히는 소드마스터 - 어디까지나 이시대의 소드마스터의 과다출현때문이지 원래대로라면 소드마스터정도면 충분히 대륙최강자급이겠지만 - 에다가 그의 주변을 에워싼 부인들은 그보다 각자의 분야에서는 한수더뜨는 최강자들이었다.여태 힛타이트개전시기부터 따지면 3년가까이 진행된 전쟁도중 올해초의 사고에 가까운 사건이외에는 위험에 처해본적조차 없다.오죽하면 <정복>이 아니라 <전멸>을 시킬 생각이었다면 아크황제는 부인들만 데리고도 세계를 전멸시켰을거라는 농담까지 있을까?그런데 그런 그가 갑자기 이렇게 타이밍좋게 죽어준다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허황되게 들리겠지만 제게는 아크황제를 죽일 비책이 있습니다.다만 목숨을 걸어줄 익스퍼트중급정도의 기사한명만 있다면 되지요."
"네?"


카이텔이 손가락을 튀기자 갑자기 병사들이 죄수한명을 끌고 왔다.군중에는 이런저런 명목으로 죄인들이 발생하게 마련이었고 이자는 상관에 대한 항명으로 사형이 예정되어 있던 자였다.그의 입을 벌린 카이텔이 입속에 웬약물을 집어넣고는 그의 몸위에 커다랗고 솥을 덮어 씌우고는 그위에 장작을 쌓게 하고 불을 질렀다.종속의 암혹속에서 불길의 공포를 느낀 죄수의 비명소리가 처절하게 울려퍼졌다.


"죽고 싶어지면 내가 말한대로 어금니에 물려둔 알약을 씹어라."


죄수에게 냉정하게 말을 마친 카이텔은 뒤로 멀찍 물러났다.


- 푸학


갑자기 폭발음이 울려퍼지면서 쇠솥이 흔들리고 안에 있던 죄수의 신체는 갈갈이 찢겨져 있었다.


"자,잔인한....."


"지금은 이정도지만 원래 저 약물은 소드마스터의 마나를 폭주시키는 오래된 암살용약물을 다시 만들어내려다 실수로 만든 약품으로 강력한 마나를 지닌 인간이라면 위력이 더 강해집니다.만약 익스퍼트 중급정도라면 거의 폭렬주문정도의 위력이 나올거라는게 제작자의 말입니다.뭣보다 새로 만들어진 약물이기 때문에 적에게 검사를 받아도 들킬리가 없습니다."


"서,설마....."


"조국과 여왕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있으신지요?"


도로시의 망설임을 길지 않았다.실비아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따위는 절대로 아깝지 않다는게 그녀의 결심이었다.잠시후 상세한 계획을 설명받은 도로시는 약물을 받은 다음 자신의 막사로 돌아가려고 했다.그런 도로시를 카이텔이 불러세웠다.


"아,그리고 아크황제를 헤치울때 반드시 성녀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성녀를 함께 없애야 한다구요?"
"그렇습니다.성녀는 설사 아크황제를 죽음에 몰아넣어도 시체만 어느정도 멀쩡하면 부활시킬수 있을 정도니 그녀가 살아 있으면 이것의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죽음을 결심한 도로시는 성녀라고 해서 망설이지는 않았다.성녀를 헤치면 지옥에 갈지도 모르지만 실비아를 지킬수 있다면 그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할수 있다고 도로시는 자신을 다잡았다.


잠시후 도로시가 사라지고 난후 카이텔은 마구 웃어대기 시작했다.


"크하하하,정말 멍청한 것들은 이용해먹기 쉽군,네년이 아크황제를 죽일수 있다고는 믿지 않아.내가 진짜 바라는 건 바로 성녀에게 조금이라도 암살시도를 하려 했다는 것을 다른 자들에게 인식시키려는 것이다.물론 성공한다면 그걸로 더 좋지.반드시 최선을 다해 내 영광의 밑거름이 되어다오."






다음날 아크는 당일에 조우한 동맹군소부대의 포로중 아트란드의 여기사 도로시가 자신과 캐서린을 만나 할말이 있다며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는 심문관의 보고를 받았다.


"무시하시는게 좋습니다.아트란드정도의 소국의 어린 여기사가 대단한 정보를 알고 있을리도 없고 어떤 위험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근위대장 헨더슨이 강력한 어조로 만류했다.보통 포로가 된 적이 고위급지휘관과의 만남을 청할 경우는 두가지 경우가 대부분이다.뭔가 거래할 것이 있는 경우,그렇지 않으면 이를 틈탄 암살이었다.제국황제와의 만남을 요청했다면 그것은 암살쪽 확률이 더 높다고 할수 있었다.


"글쎄,무기도 없는 어린 여기사가 나를 어쩔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거기다 반드시 캐서린과 함께 나와야 말을 하겠다는 것도 재미있군."


아크는 흥미로운 얼굴로 캐서린과 함께 도로시를 만나는 것을 허락한다고 전했다.헨더슨이 그렇다면 근위기사들을 데리고 만나라고 했지만 아크는 자신의 여인들 몇명만을 데리고 만나겠다고 했다.




ps.사람하나 직접 죽여본 카이텔이 저렇게 잔인한게 야설다운 지나친 과장으로 느껴지시겠지만 2차대전의 유태인학살책임자중 한명인 친위대장관 힘러는 정작 시체를 보면 심장이 벌렁거리고 식사도중에 잔인한 이야기를 하면 구토를 할정도였지만 정작 사람죽이라는 명령에는 잘만 싸인하고 직접 자세히 유태인학살계획을 지도까지 했다고 합니다.어쩌면 상상에 불과한 야설보다 현실이 더 잔인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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