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비윤리적인 내용과 묘사를 담고 있습니다.현실에서 이런 행위는 범죄행위입니다.현실과 환상을 구분해주시기 바랍니다.내용에는 SM,강간,고문등이 있을수 있습니다.]
전에도 파렌하잇은 이순신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한 적이 있었는데......이번에는 우직하고 성실한 책임감있는 모습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절망하는 모습과 나약한 모습을 보여줍니다.이건 대하소설이 아니니 모쪼록 실망하지 마시길.......(글쟁이 후회,파렌하잇 너무 띄웠어......아크가 폼이 안 나.......--;;)
22.파렌하잇의 절규
<나도 그런 여자들만 가질 수 있었다면 대륙통일 열번을 할수 있겠다>라는 반박에 <평생동안 여자들만 뒤쫓아 다녀도 그런 여자들로만 얻을 수 있는 인간도 없다>라는 이야기로 반박이 되곤 한다.사실 유리아의 대륙통일은 아크황제의 여인들이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간과할수 없는 것은 당시 아크황제는 적수들이 스스로 안에서 자충수를 두어 자멸하는 바람에 결정적인 승부였던 호플레카전투이후로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손쉽게 통일국가의 기반을 다져갔다는 점이다.아크황제는 여자운뿐 아니라 그런쪽에서도 강운의 소유자였다고 할만했다.
- <호색황제비평>의 한구절,아크황제를 진정한 의미의 대제로 인정하지 않았고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에서 쓰여진 서적으로 아크의 아들이었던 호트네스가 쓴 역사서적을 기반으로 쓰여짐,아크의 대륙통일은 선황제인 얀이 이룬 기반과 운덕분으로 이루어졌다는 주장이 중심이 됨
"이럴수는 없어!"
감시를 피해 강물에 뛰어들어 머메이드의 능력으로 잠수해서 탈출한 파렌하잇의 딸 티아나의 가슴속은 분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여태 그녀의 아버지 파렌하잇이 얼마나 눈물겹게 노력해왔는지는 여태 파렌하잇을 연금술의 능력을 이용해서 보좌해온 그녀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이 따위 나라라면 플로린,반드시 멸망하게 해주겠어!"
그녀가 갖고 있는 희망은 어렸을 때의 단순한 기억에 의존하고 있었다.그것은 그녀가 다섯살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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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누구세요?"
티아나의 쌍둥이 오빠인 해먼은 갑자기 나타난 푸른머리의 미남자를 보고 웬지 저절로 위축되는 자신을 느꼈다.동생 티아나도 덩달아 겁이 나 오빠의 등뒤로 돌아가 숨었지만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하하!파렌하잇 그놈 첫 아이들을 머맨과 머메이드로 낳다니 꽤 독특하군.자,이제 좀 편해졌느냐?"
해먼과 티아나남매는 갑자기 자신들을 두근두근하게 만들던 기운이 어느새 사라져버렸음을 느꼈다.하지만 뭔가 이상했다.저 남자가 뭐길래 아버지보다 별로 나이도 많아 보이지 않는데 그래도 플로린의 기사인 아버지를 이놈저놈 해댄단 말인가?
"아,아쿠아라돈님......"
두 남매는 갓태어난 동생을 안고 있던 어머니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이 남자에게 무릎을 꿇자 더 놀라 어쩔 줄 몰랐다.나중에서야 이 남자가 블루드래곤일족의 장로인 아쿠아라돈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당시에는 블루 드래곤일족의 장로라는 것보다 처음에 자신들이 느낀 미지의 공포의 기운때문에 그를 멀찌감치서 힐끔힐끔 훔쳐다보았다.그것이 인어들에게 기본적인 본능인 블루드래곤의 기운을 느끼는 능력이고 아쿠아라돈이 그들남매가 머맨인지 알아보려고 일부러 기운을 감추지 않고 들어낸 것이었다는 설명은 나중에 들었지만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 파렌하잇역시 아쿠아라돈을 만나자 허둥지둥 예절을 차렸지만 그래도 파렌하잇은 좀더 침착한 편이었다.부모와 아쿠아라돈이 나누는 이야기를 남매들이 문밖에서 훔쳐듣고 있는 것을 아쿠아라돈과 파렌하잇은 눈치챘지만 애들을 보내려던 파렌하잇은 아쿠아라돈이 손짓으로 관두자 그만두고 아쿠아라돈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희를 나오신 것입니까?"
"유희였다면 내 기운을 감추었겠지.일단 하나는 자네를 칭찬하고 싶어서다."
"네?"
아쿠아라돈의 말에 어쩔줄 몰라하는 파렌하잇에게 아쿠아라돈이 미소를 지으면서 설명해주었다.
"네가 하넬리아와 결혼하고의 세월동안 과연 네가 언제나 머메이드를 돕겠다는 약속을 잘 지키는지 보고 있었다.사실 약속자체를 지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바다에 사는 인간들에게 있어서 블루드래곤과의 악속을 어기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잘 알고 있을 일이고 그런 너희들이 약속을 지키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지.그러나 그런 경우의 약속을 지키는 인간은 세가지 부류가 있다.약속을 할때의 간절한 심정을 잊지 않고 약속을 지킬 때 즐거운 마음을 잊지 않는자,약속은 지키지만 단순한 의무감에서 하는자,그리고 약속자체를 후회하고 약속을 어길때의 댓가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쩔 수 없는 심정으로 하는 자가 있지.너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진심으로 그 약속을 지키면서 마치 바다의 머메이드들을 내 아내 대하듯 성실한 마음으로 대했다.아,그러면서도 첩은 하나도 안 들인 걸 보면 어지간히 하넬리아한테 쥐어사는 모양이지?"
아쿠아라돈의 농담에 파렌하잇부부의 얼굴이 새빨개졌을때 계속 즐거운 표정이던 아쿠아라돈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자네 여전히 동료들한테는 대접을 제대로 못 받고 살더군."
파렌하잇의 표정이 아쿠아라돈의 말에 삽시간에 굳어져갔다.당시의 파렌하잇은 고지식한 성격탓에 능력만큼 대접을 받지 못하고 푸대접받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저는 제 할일만을 다할뿐입니다."
"물론 그렇겠지,하지만 하넬리아는 내가 양보한 존재라는 것도 알아두게."
원래 머메이드가 인간과 결합하는 일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그들의 지배자인 블루드래곤은 인어들을 통제하는 방식이 제각각이고 별다른 통제를 하지 않고 그들을 바라보는 것을 즐기긴 하더라도 자신이 시녀로 쓰기로 한 머메이드를 인간에게 아쿠아라돈이 양보한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그,그것은....."
"아,오해는 말게,엄연히 하넬리아가 인간에게 시집을 갔으니 당연히 인간들의 율법과 규칙을 따라야겠지.그러나 그 율법이 인간들 자신의 기준으로 부당하게 적용될 경우는 나의 권속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하겠네."
아쿠아라돈은 9천년가까운 생애동안 인간들의 별의별 삶을 유희로 경험해본 고룡이다.그런 아쿠아라돈이 보기에 파렌하잇같은 고지식한 인간은 모난돌이 정맞는다고 도저히 끝을 좋게 맺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는 그 어떤 경우에도 목숨을 걸고 하넬리아를 지킬 것입니다."
"그 장담이 꼭 지켜지길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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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에게 있어서 약속과 맹세란 절대로 어길수 없는 일이다.아무리 십수년전의 일이었다고 해도 망각의 동물인 드래곤이 자신의 말을 잊을 리가 없다.아버지와 어머니는 비탄에 잠겨 그때의 말을 생각하지 못한듯했지만 분을 못이겨 탈출한 뒤 티아나는 어렸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내고는 강을 따라 바다에 접어 들어 아쿠아라돈의 영역으로 방향을 잡았다.어쩌면 이일을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여긴 아쿠아라돈이 플로린을 공격할지도 몰랐지만 이제 티아나는 그런 문제까지 세심하게 걱정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한번 아쿠아라돈에게서 벗어난 머메이드였기에 하넬리아는 친정으로 되돌아가 본 경험은 없었지만 이따금 바다에서 저쪽에 자신의 고향이 있다고 티아나에게 이야기해준 적이 있었고 그정도로도 머메이드인 티아나는 그곳을 향하는 정도는 문제가 없었다.
- 크웨엑
"씨,씨 서펜트!"
일명 해룡이라고도 불리는 이 바다몬스터는 거대한 바닷뱀으로 그 거대한 몸으로 배들을 휘감아 으깨어버리는 것이 특기이지만 고약한 습성으로 인어들을 즐겨 잡아먹기도 한다.
고정된 영역에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 크라켄보다 인어들에겐 더 골치아픈 몬스터라 인어들에게는 천적역활의 몬스터인데 이런 망망대해에서 이런 몬스터를 만났으니 죽은거나 다름없었다.본래 머메이드들은 이런 대형 몬스터에 대한 살기를 느끼는 능력이 본능적으로 발달해있는데 한참 분노에 불타 있던 티아나는 미처 감지가 늦어져 버린 것이었다.
"안돼!여기서 죽을수는 없어!"
티아나는 서둘러 잠수했으나 주로 육지에서 생활해 수영실력이 평균적인 머메이드만도 못한 티아나정도가 어떻게 해볼 상대가 아니었다.씨서팬트의 워터브레스(블루드래곤의 아쿠아브레스처럼 물을 뿜는 것은 같으나 위력은 비할데없이 약하고 블루드래곤은 직접 몸에서 물이 만들어지나 씨서팬트는 머금었던 물을 내뿜는 것임)에 맞아 멀리 나가 떨어진 티아나는 죽음을 예감했으나 잠시 후 아깝다는 듯이 티아나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던 씨서팬트가 머리를 한두번 휘젓고 돌아서자 영문을 몰라 잠시 당황했다가 곧 공포에 질려 표정이 새파래졌다.
"마,맙소사!"
머메이드들은 본능적으로 블루드래곤의 영역을 느낄 수 있다.티아나는 자신이 씨서펜트의 워터브레스에 맞아 나가 떨어지면서 블루드래곤의 영역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흔비백산해서 서둘러 빠져나가려고 했다.그러나 어느새 이 영역의 블루드래곤에게 속한 머맨들이 나타나 티아나의 앞을 가로막았다.
"너는 어떤 분께 속한 자인가?이곳은 바르노스님의 영역이다."
"저,저는 위대한 존재께 속하지 않았는데요."
"뭐라고?세이렌인가?"
머메이드들은 아주 일부이지만 블루드래곤에게 종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자들이 있다.이들은 다른 인어들처럼 드래곤의 보호를 받지도 않고 사회생활도 하지 않는다.드래곤의 보호가 없으므로 사망률이 높은 편이지만 이들은 자유를 좋아하며 인간이나 머맨들을 노래로 유혹해 아이를 낳고 남자아이면 아버지에게,여자아이면 자신같은 세이렌으로 만든다.(이따금 머맨의 경우는 자신의 부족으로 데리고 가는 경우도 있다)노래로 인간들의 배를 유혹에 빠뜨려 침몰시키기도 하는 고약한 취미들이 많지만 이따금 지상의 인간과 사랑을 나누었다는 머메이드들의 대부분은 바로 이 세이렌들에게서 나온다.
그러나 이런 세이렌이건 다른 드래곤에게 속한 머메이드이건 블루드래곤은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자에 대해서는 가혹하다.설사 그 드래곤보다 윗서열의 드래곤이라고 해도 자신의 영역안에 침입한 머맨이나 머메이드에 대해서는 우선권을 가지는 것이다.
"세,세이렌은 아니구요,전 다만 실수로 들어왔을 뿐이에요.이제 곧 나갈께요."
"너는 블루드래곤의 영역의 율법을 모르는가?당장 바르노스님께 가자."
"아,안돼요!난 아쿠아라돈님께 가야 돼요!"
티아나는 비명을 질렀지만 바르노스 휘하의 머맨들은 인정사정이 없었다.사실 티아나가 아쿠아라돈에게 종속된 존재라고 해도 일단 바르노스의 영역에 허락도 없이 들어간 이상 모든 것은 바르노스가 판단할 일이었던 것이다.
"그래?하지만 나는 그 파렌하잇이란 인간이 어떻게 되건 별 관심이 없다.중요한 건 네가 내 영역을 멋대로 들어 왔다는 거지."
4천837세로 곧 고룡이 되는 것을 눈앞에 두고 있던(드래곤기준으로)웜급 드래곤 바르노스는 예전에 보았던 아쿠아라돈과 비슷한 푸른빛의 머리칼을 가진 남자인간의 모습으로 플리모프한 상태였다.티아나가 특이하게 여긴 것은 그를 시중드는 머메이드들이 모두 유방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보통 머맨과 머메이드들은 인간과 도덕의식이 다르고 인간처럼 의복의 개념은 그리 강하지 않다.그러나 보통 머맨도 국부는 가리고 있기 마련이고 머메이드들도 자신의 상체의 유두정도는 간단한 악세서리같은 것으로라도 가리고 있기 마련인데 이들은 좀 특이한 편이었다.냉정한 블루들에게는 좀 드문 일이지만 다른 종족을 성노로 부리는 드래곤도 이따금 있다고 들었으므로 그런 드래곤이라고 생각하자 티아나는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모든 상황을 설명들은 바르노스의 냉혹한 말에 티아나는 바닥에 머리를 박을 듯이 조아리면서 애원했다.
"제발!부탁입니다!위대한 존재시여!정 제게 벌을 내리셔야 한다면 부디 아쿠아라돈님께 이번 일에 대해서 알려주시기라도 해주십시오.부탁입니다!"
"내가 왜 머메이드 따위를 위해서 그런 수고를 해야 하지?"
차가운 바르노스의 대답에 티아나는 바닥에 널부러져 통곡을 했다.이제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져 버리고 만것이었다.
"으흠,좋아.내가 한가지 인심을 쓰지."
"네?"
티아나는 바르노스의 말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간절한 마음으로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그가 제의한 것은........
플로린의 수도 로이텐에서는 황제인 슈란 2세가 참석한 가운데 반역모의죄로 체포된 네르카네스,하노프,파렌하잇에 대한 공개재판이 준비되고 있었다.기세등등해서 사람들을 지휘하고 있는 섭정리스를 바라보면서 마하크는 속으로 그를 비웃고 있었다.
"미친 놈,제 정신이라면 공개재판 따위는 하지 않을텐데."
이미 주력지상군이 항복하고 서남부에서 반란을 일으킨 하노프의 아들 네르센은 다만 수도에 잡힌 아버지의 안전을 생각해서 항복을 미루고 있을 뿐 이미 유리아에 항복할 마음을 굳힌 상태였고 북부에서 벌어진 폭동은 그 지역에서 파렌하잇을 존경하던 몇몇장수들이 고의적으로 폭동을 방관하는 바람에 거의 무정부상태에 가깝게 번져가고 있었다.이 모든 일의 원흉인 리스공작은 이미 나라를 말아먹은 원흉으로 귀족과 백성들을 가리지 않고 원성이 자자했다.리스는 공개재판으로 파렌하잇을 모욕하겠다고 벼르고 있었지만 이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었다.오히려 사람들이 폭동만 일으키지 않아도 다행이었다.
"어차피 이 나라는 말아 먹었고 빨리 내 한몸이나 건질 궁리를 해야겠군."
제 한몸 살 궁리만 하고 있는 마하크의 생각이 어떻든지 간에 로이텐시 광장에 마련된 재판정의 상석에 어린 슈란황제가 착석하고 모든 사람들이 예를 표한뒤 리스가 기세등등해서 재판을 진행하기 시작했다.결국 그들의 변호인을 나서는 자가 아무도 없어서 파렌하잇등은 스스로 자신을 변호해야 했다.
"네르카네스!그대는 하노프를 재상에,파렌하잇을 원수로 올리려는 반역모의를 하려던 것을 인정하는가?"
"제자리에 제대로 된 사람을 모시려던 것이 어떻게 반역모의란 말인가!당신은 자신의 마음속에 이미 황제폐하의 충성은 온데간데없고 자신보다 뛰어난 자에 대한 질투심만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모르겠소?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섭정을 맡고 있으니 이 나라가 이모양 이꼴이 된 것 아닌가!"
자신이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플로린이 완벽하게 붕괴해버렸다는 것을 안 네르카네스는 이미 절망감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원래 네르카네스가 리스의 심복이 되었던 것은 황제권의 강화로 대귀족들의 부패를 척결하고 플로린을 개혁하겠다는 그의 목표에 공감햇기 때문이었다.확실히 리스는 개인의 재물에 대한 사리사욕도 없었고 황제를 위해서라면 자기자신도 희생할만한 분명한 목표의식이 있었다.
그러나 처음에 황제권강화를 위해서 파렌하잇을 견제하려던 리스의 태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아무리 견제를 해도 그 견제를 빠져나오고 명망까지 높아져가는데 대한 파렌하잇에 대한 질투로 변질되어 가기 시작했다.그것은 파렌하잇을 견제하기 위해 자신이 한 일은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파렌하잇은 그 안 좋은 결과를 모두 좋게 바꾸어 놓을 수록 더욱더 심해져갔다.
결국 그가 미치광이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 네르카네스는 플로린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리스를 실각시키려고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일단 리스의 철저한 대귀족 숙청에 의해서 리스와 맞설만한 세력이 있는 귀족이 없었다.그렇다고 조무라기 귀족들은 몸사리기에 바빠 리스의 심복이었던 네르카네스의 제안에 선뜻 응하질 않았다.할수없이 세력을 모으기 위해서 네르카네스는 그나마 명망이 있던 하노프와 파렌하잇의 이름을 빌려 세력을 모으려고 했지만 마하크의 밀고로 결국 그 모의가 리스의 귀에 들어갔고 이렇게 전면적인 파국을 맞게 된 것이었다.
"저놈이!저,저....은혜도 모르는 놈!저놈은 재판도 필요없다!당장 목을 베어버렷!"
보통 재판후 곧바로 형집행이란것은 귀족에게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그러나 이미 심복부하라고 믿고 있던 네르카네스에게 배반당했다고 여긴 리스는 이미 반미치광이에 가까웠다.결국 도끼를 들고 재판정위로 올라온 사형집행인이 네르카네스의 머리를 땅에 박고는 도끼를 휘두르자 재판정이 삽시간에 네르카네스의 목에서 튄 은 피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저,저....."
"저거 미쳤구만....."
"이걸 어째......"
몰려들었던 시민들은 그 어이없는 광경에 놀라 어쩔 줄 모르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심약한 어린 황제는 그 광경을 보고 까무라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노프,파렌하잇!네놈들의 죄상은 ......"
"아무말 말고 죽여라.리스공작."
여태 조용히 있던 파렌하잇이 내뱉은 말에 리스는 순간 아무 말도 못하고 갑자기 얼어 붙었다.설마 얌전했던 파렌하잇이 죽기전이라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올 줄은 몰랐다.
"뭐,뭐라고?"
"내가 보는 눈이 없어서 너따위를 조국의 병폐를 해결해줄 인물로 믿은게 한스러울 뿐이다.구구하게 나자신을 지키는 변명을 늘어놔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나는 나 자신에게 떳떳하게 살아왔으니 거짓된 혐의로 죽는다고 해서 신앞에서 부끄러울 것은 없다."
자신의 할말을 끝내고 매서운 눈초리로 자신을 노려보는 파렌하잇에게 길길이 날뛰면서 저주를 퍼붓던 리스가 다시 명령했다.
"이,이놈!네놈의 죄상을 모두 증명해주마,그리고 네놈의 죄상이 증명되는 대로 네놈의 가족까지........"
"잠깐,재판에는 변호인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갑자기 중후한 목소리와 함께 난데없이 푸른 머리카락의 미남자 두명이 역시 푸른 머리칼의 소녀한명을 데리고 나타나자 주변의 사람들은 놀라 어쩔 줄 몰랐다.
"허헉!"
갑자기 처음부터 그자리에 있었다는 듯 나타난 남자들의 등장에 재판을 참관하고 있던 플로린 최고의 대마법사 루앙(7써클)은 경악했다.그는 호플레카전투에 참가했다가 운좋게 목숨을 건진뒤 플로린에 돌아와 있었는데 그남자들이 순간이동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알아볼수 있었다.그런데 그의 순간이동은 7써클인 자신이 어떻게 사용했는지 감지할수도 없을만큼 대단한 것이었다.사실 이론상으로 순간이동이라는 것을 알아보았을 뿐 그들이 마법을 사용했다는 것조차 감지하기 힘들었다.
"서,설마! 저들은........."
잠깐 그들의 정체를 추론해본 루랑은 잠시 떠오른 끔직한 추론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는 서둘러 섭정을 말리려고 했으나 소용없었다.
"넌 뭐n!파렌하잇의 부하냐?여봐라!저놈들을 즉각 포박하라!"
여태 모든 희망을 잃고 무기력한 상태였던 파렌하잇은 자신의 딸 티아나를 발견하고 눈이 번쩍 뜨였다가 옆에 서 있는 남자들을 보고 더 깜짝 놀랐다.
"안돼!그만둬!"
그러나 티아나의 왼쪽에 서있던 조금 더 키가 큰 남자의 모습이 갑자기 번쩍 빛나더니 그 다음 순간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블루 드래곤의 거체가 나타나 재판정의 상공을 뒤덮었다.이 광경에 삽시간에 주변에 몰려 있던 사람들은 놀라 공포에 질려 흩어지려고 했으나 미처 몸을 움직일수가 없었다.이미 드래곤의 드래곤피어가 주변을 완벽하게 제압하고 있었던 것이다.
ㅡ 나는 블루 드래곤일족의 장로 아쿠아라돈,과거 내 권속이었던 자의 남편을 변호하기 위해 나섰노라.인간의 지도자여,그대의 논리를 말하라.만약 그대의 논리가 그대의 종족의 율법에 비추어 정당하고 증거가 사실이라면 나는 너희들의 권리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그것이 부당한 것이고 나의 권속이었던 자를 모욕하려는 의도라면 나는 그죄를 플로린에 물을 것이다.
드래곤의 통보에 사람들은 절망에 잠기기 시작했다.이번일이 파렌하잇에게 억울한 일이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고 애초에 그 혐의를 믿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오로지 리스만이 부들부들 떨면서 절규하듯 소리를 질렀다.
"드래곤이여!왜 인간들의 일에 개입하는 것이요!"
ㅡ 인간들의 일이라지만 나의 권속이었던 존재가 관련된 일이다.물론 너희 인간들에게 속하기로 한 존재에게 너희 인간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려는 것을 막을 생각은 없다.그러니 네가 정당하다면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리스는 분통이 터져 미칠것만 같았다.파렌하잇이란 존재는 자신을 방해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같았다.선악의 판단이나 기타 모든 것보다 파렌하잇에 대한 증오심이 그의 온몸을 지배했다.
"으아아악!죽어랏!"
갑자기 재판정 상단에서 뛰어내려 아까의 사형집행인의 도끼를 집어든 리스가 무서운 기세로 파렌하잇에게 덤벼들었다.그러나 리스보단 아쿠아라돈이 빨랐다.
<멈춰라>
아쿠아라돈의 용언에 삽시간에 리스는 몸이 굳어 움직일수가 없었다.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 파렌하잇을 증오의 눈초리로 쳐다볼 뿐이었다.
ㅡ 인간의 황제여,이제 그대가 이 일에 대해 판결하라
이미 슈란은 드래곤의 공포에 놀라 오줌까지 지린 상태였다.부들부들 탁자밑에 머리를 쳐박은 슈란이 연신 비명을 질렀다.
"죄송합니다!잘못했어요!전부다요!그러니까 물러가주세요!"
이 모습에 오히려 아쿠아라돈이 잠시 당황했다.아쿠아라돈은 이 재판에 참석하기 전에 슈란의 외증조부였던 하루미안에게 슈란은 이일에 개입하지 않은만큼 해치지 말아줄것을 부탁받은 상태였다.잠시 슈란을 측은한 눈초리로 바라보던 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 인간이여,묻겠다.애초에 너의 인생의 목적이 무었이었더냐?
"당신이 알아서 뭐하나!"
한스러운 눈초리로 감히 드래곤에게 무례하게 구는 리스를 탓하지 않고 아쿠아라돈의 말이 이어졌다.
- 네가 바란 것은 무었이었고 너의 바램을 부숴놓은 것은 누구였더냐?스스로 돌아보게 해주마
잠시후 아쿠아라돈의 정신마법에 의해서 여태까지의 사건전개가 한꺼번에 리스의 머리로 들어오기 시작했다.최초 젊었을 때 그가 꿈꾸었던 국가개혁의 원대한 목표,그리고 도중에 당한 친구의 배반,그리고 대귀족들에게 당한 수모,다시 운좋게 그의 손에 쥐어진 권력,그리고 처음에는 황제의 권력강화라는 목적하에 시도했던 파렌하잇의 견제였지만 결국엔 추악한 질투심으로 변질되어 버린 파렌하잇에 대한 공작등이 여과없이 그의 머리속에 비추어졌다.
"아니야!이건 마법에 의한 환상이야!"
- 아니다,드래곤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만 이것은 모두 내마음을 보여준것뿐이다.
인간은 아무리 객관적이라도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느낄수 없다.결국엔 자신의 행동과 의식에 대해선 의도적인 자기정당화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그러나 아쿠아라돈의 정신마법은 리스가 자신의 행동을 제 3자의 입장처럼 순수하게 강제적으로 돌아보게 만든것이었고 이미 정신분열증에 가까운 상태였던 리스의 머릿속은 그것으로 완전히 폭발해버리고 말았다.잠깐 몸을 크게 경련한 리스의 몸은 아쿠아라돈이 구속을 풀자 마치 춤추듯이 흐느적 거리기 시작했다.
"히,히히히.......내가,내가..........."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면서 광태를 보이고 있는 리스의 모습에 사람들이 잠시 드래곤의 공포조차 잊고 혀를 끌끌 찼다.한때 제국제일의 권력자로선 너무나 갑작스럽고 비참한 몰락이었다.그러나 동정의 눈초리는 단 하나도 없었다.
잠시 후 섬광과 함께 아쿠아라돈의 모습이 사라지자 드래곤피어의 공포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조금씩 웅성거리기 시작했다.바로 그때였다.
"뭣들 하느냐!어서 대죄인인 리스공작을 포박해서 즉각 끌어내라!"
소리를 지른 사람은 마하크였다.겁에 질려서 탁자밑에 머리를 숨기고 있다가 간신히 고개를 들던 슈란이 아직도 공포가 가시지 않은 눈초리로 마하크를 쳐다보았다.
"폐하,리스공작이 이번일에 파렌하잇경과 하노프경을 끌어들인것은 모함이었음이 지금의 행위로 밝혀졌습니다.만약 그를 처벌하지 않으면 어떻게 블루드래곤의 노여움을 풀수 있겠습니까?"
아까의 공포가 떠오른 슈란은 더이상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가 않았다.거기다 리스는 숙부라도 슈란에게 정겨운 존재라기 보단 두렵고 정떨어지는 존재였다.슈란이 마하크의 기세에 고개를 끄덕이자 마하크는 자신이 재상이라도 된 양 재판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그리고 파렌하잇과 하노프에게 다가가 그들의 구속을 직접 풀어주면서 살갑게 굴었다.
"저 제정신이 아닌 자 때문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소이까?이제 아무 걱정하지 마시오.파렌하잇경,대단하시구료.블루드래곤과의 인연이 있으면서도 이렇게 감추고 계셨다니."
파렌하잇은 마하크의 태도에 기가 막혔다.
마하크는 마치 블루드래곤과의 인연을 연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했지만 인간들사이에도 연줄을 만들지 않았던 그가 드래곤과의 인연을 개인적인 일에 사용하려고 했을리가 없다.파렌하잇은 이번일이 하도 기가 막혀 삶의 희망을 잃어 버렸기 때문에 미처 십수년전의 아쿠아라돈과의 맹세에 대해서 미처 떠올리지 못했다.
거기다 마하크같은 기회주의자는 그가 가장 경멸하는 존재였다.마하크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는 딸 티아나에게 다가갔다.그러나 티아나의 옆에 서있던 푸른머리칼의 남자가 그를 가로 막았다.
"위대한 존재십니까?"
"그렇다,이 아이는 이제 나의 것이니 내가 손댈수 없다."
순간 파렌하잇은 바르노스의 말에 얼어 붙어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이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손발에 힘도 제대로 들어가질 않아 비틀거리는 파렌하잇에게 바르노스가 경위를 설명해주었다.티아나는 아쿠아라돈에게 이번 일을 알리러 가는 것을 허락해주는 조건으로 자신의 노예가 될 것을 요구한 바르노스의 제안을 승락한 것이었다.사실
"자,그럼 나는 이만 가보겠다."
"어딜 가겠다는 거냐.......이 퍼렁 도마뱀 자식아!"
순간 파렌하잇을 제외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일거에 얼어 붙었다.아까의 아쿠아라돈의 공포를 잊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은 또 하나의 드래곤에게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무례를 범한 파렌하잇에게 놀라 어쩔 줄 몰랐다.
"호오?"
바르노스는 파렌하잇의 행동이 화가 나기보단 신기했는지 호기심어린 눈초리로 파렌하잇을 바라보았다.그러나 파렌하잇은 도저히 그런 바르노스의 태도를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상태가 아니었다.여태 그 모든 억울함을 참아가며 노력했던 모든 것들은 얼간이들 때문에 무너져 버리고 이제는 자신의 딸을 드래곤에게 바치고 목숨을 건진 꼴이 되었다는 것에 분노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이다.파렌하잇은 앞뒤 안가리고 바르노스에게 덤벼들려고 했으나 그전에 사람들이 덮쳐서 파렌하잇을 짓눌렀다.이들은 파렌하잇의 딸이 노예가 되는가 안 되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아까의 드래곤의 공포가 우선이었다.
"이 새끼들아!이거 놔!덤비란 말이닷!이 퍼런 도롱뇽새끼야!"
사람들에게 짓눌린 상태에서도 쉴새 없이 자신에게 욕을 퍼 붓는 파렌하잇을 바라보던 바르노스는 파렌하잇에게 조소를 던지고는 티아나와 함께 사라졌다.그가 남기고 간 말 한마디만이 파렌하잇의 가슴을 더욱더 아프게 했다.
- 으하하하,그리폰을 단검 하나로 잡으면 혹시 내딸을 풀어줄지도 모르지.그럼 잘 있거라 파렌하잇.
그리핀은 사자의 몸에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를 가진 몬스터로 하늘의 강력한 몬스터중 하나다.이런 그리핀을 단검하나로 잡겠다는 말은 유란대륙에선 힘든일에 대한 비유로 쓰인다.끝까지 자신을 조롱하고 블루 드래곤이 사라지고 나서 사람들이 자신을 풀어주자 몸을 일으킨 파렌하잇이 절규했다.
"신이여!내가 도대체 무슨 죄를 저질럿기에 이리 모질게도 대한단 말입니까!제발 대답해 주시오!내가 그렇게 밉다면 차라리 나에게 벼락을 쳐 주시오!내 운명을 이렇게 조롱하더니 이제는 딸아이까지 뺏기게 하는 거요!"
한참동안 절규하던 파렌하잇이 마침내 분을 참지 못하고 졸도하자 사람들이 그를 서둘러 업고 신관에게 데려갔다.드래곤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자 그제서야 파렌하잇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든 그들은 파렌하잇앞에서 차마 얼굴을 들지 못했다.
상공에서 투명마법을 건채 그 과정을 모두 살펴보고 있던 아쿠아라돈은 기가 차서 드래곤답지 않게 허허거렸다.그의 옆에는 이번일을 확인하기 위해서 상공에서 역시 투명마법을 걸고 진행과정을 보고 있던 그린드래곤장로 하루미안이 있었다.
사실 하루미안은 절대봉인이 풀리고 나서도 플로린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그는 파렌하잇의 상황을 보고 답답했지만 이미 그전의 행위때문에 다시 돌아온 다음 드래곤로드에게 단단히 경고를 받은 다음이라 어떻게 끼어들수가 없었다.그러던 중 아쿠아라돈이 이번일에 파렌하잇의 아내일에 대한 과거의 맹세를 이유로 끼어들기로 하자 반가워하면서도 슈란을 헤치지는 말아 줄것을 부탁했다.
- 저 리스란 놈이 저렇게 변할 줄이야......
하루미안은 헥토르로 플로린을 도우려 할때 헥토르와 슈란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리스에게 처음에는 불쾌감을 느꼈으나 그것이 장래 헥토르가 슈란을 이용하는 외척세력으로 자리잡을 것을 걱정한 순수한 황제에 대한 걱정이라는 것을 알고 이정도면 조금 결점이 있어도 리스를 밀어주어도 좋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리스가 2년도 안되는 사이에 저렇게 단순히 파렌하잇에 대한 질투로 점철된 미치광이로 변해버릴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 했다.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헥토르로 플리모프할때 리스를 처리해버리는 방향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 인간이란 한번 방향이 어긋나면 애초에 자신이 목적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소.리스는 그런 경우중에도 좀 더 고약한 경우였겠지
- 그런데 저 바르노스라는 놈,원하면 수천명의 머메이드도 거느릴수 있는 녀석이 뭐하러 구태여 저런 아이까지 탐을 낼 필요가 있단 말이오?
아쿠아라돈은 하루미안의 물음에 쓴 웃음을 지었다.
바르노스는 이따금 각 일족에게서 나오는 소위 변태중의 한명이다.원래 블루일족은 직접 유희를 하는 것보다 자신이 지배하는 머맨과 머메이드의 삶을 관찰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을 더 선호하는 느긋하고 관조적인 성격이다.단 일처리가 맹하다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사고방식은 극도로 합리적이고 냉정하다.
그런데 바르노스는 그중에서도 별종인 것이 원래 머맨과 머메이드의 일부를 시녀나 하인으로 뽑아쓰기는 하지만 그외의 존재들에게는 삶의 자유를 허락하는 편인 다른 블루드래곤과 달리 그는 지배하고 있는 머메이드들중을 많은 숫자를 성노로 뽑아 조련시키기로 유명했다.헤츨링을 만드는데 성행위가 필요없는 드래곤들에게 성은 일종의 오락같은 의미였는데 머메이드중 자그마치 2천이상을 성노로 옆에 두고 있는 바르노스는 별종중의 별종이었던 것이다.거기다 그 많은 머메이드들을 허구헌날 만족시켜주느냐?그것도 아니었다.뭣보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문제였으니까,완전히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마음에 들면 잡아다 옆에 두고 조금 조교해보다가 싫증나면 내팽개쳐두는 것이었다.
- 바르노스에게 내가 보물을 줄 테니 파렌하잇의 딸을 놔주지 않겠느냐고 말하면 어떻겠소?
- 소용없소.이미 내가 제안해봤소
- 호오?
보물이라면 사죽을 못 쓰는 드래곤이 자기 보물을 털어가며 인간의 딸인 머메이드하나를 구하겠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하지만 하루미안은 자신의 외증손자의 나라에 충성을 바친데다가 플리모프상태에서 동료로 일했던 파렌하잇에게 호감이 있었고 아쿠아라돈도 파렌하잇을 상당히 좋게 본 드래곤이었기에 그럴수 있었던 것이다.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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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 그런 아이가 있어 봤자 아니냐?어차피 저 아이보다 육체가 뛰어난 수천의 머메이드가 곁에 있을 텐데."
영역에 침범한 자에 대해선 절대적으로 그 영역의 주인에게 우선권이 있는 것이 블루일족의 불문율이다.바르노스에게 이번일을 통보받고 달려온 아쿠아라돈은 파렌하잇과의 인연을 생각해 티아나를 구해주려고 했지만 바르노스의 거부에는 별 도리가 없었다.
"아니요,저는 아크란 인간때문에 느낀 점이 큽니다."
"뭐?"
원래부터 바르노스는 성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다.그런데 드래곤들에게조차 유명한 존재였던 아크가 과연 얼마나 호색한 존재였던지 궁금해진 바르노스는 몰래 아크에게 찾아가 관찰을 시작했었다.문제는 그런 관찰행위가 루시에게 들켜 그 자리에서 바르노스는 끌려가 온몸이 푸딩처럼 흐물거릴때까지 두들겨맞은 다음 관음증 변태 드래곤이라며 - 몇번이나 강조하지만 루시가 과연 다른 드래곤을 변태라고 할수 있는지는 넘어가야 얘기가 된다 - 드래곤의 힘을 봉인당하고 남자성노로 팔려갈뻔했지만 연락을 받고 달려온 아쿠아라돈이 달려와서 중재한 끝에 많은 보물을 바치고 용서받을 수 있었다.(참고로 머메이드 몇명으로 보물대신을 하면 안 되겠냐고 하다 루시의 후라이팬에 쌍따귀연타를 맞았다.)
"너 그때 남자 색노로 못 팔려간게 후회되냐?"
"그런게 아닙니다!"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보는 아쿠아라돈에게 한번 반박을 해준 바르노스가 궤변을 늘어놓았다.
"아크 그인간이 색을 최대한으로 즐기는 방법중의 하나는 바로 굴러들어온 여자는 절대 안 놓친다는 거였습니다.여태 그냥 데리고 있던 머메이드중에서 습관적으로 잡아서 성노를 삼았던게 제가 성에서 즐거움을 못 얻은 원인이었던 겁니다!즉!인연을 중시해야 한다는거죠!그러니까 저 티아나란 애는 제발로 굴러 들어왔으니까 못 놔줍니다."
순간 바르나스에게 맞춰 인간으로 플리모프하고 있던 아쿠아라돈은 기가 막혀 쓰러질 뻔 했다.어이가 없다는듯이 아쿠아라돈이 물었다.
"저......차,차라리 인연이 재미있을 것 같으면 그냥 유희를 해보는게 낫지 않을까?"
"유희로 하면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곧 비밀 베타 계획이 완성되면 지상에 나가서 몇년 더 엮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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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아크라는 놈 때문이었단 말이요?
하루미안은 과연 비밀 베타 계획이라는 게 뭘지 조금 상상해 보려다가 포기했다.아주 희한한 방법으로 자신이 파렌하잇에게 피해를 끼쳤을 줄 아크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ps.
크라켄은 영역에서 잘 움직이지 않는다든가 머메이드와 씨서펜트의 관계는 제 임의 설정입니다.^^
세이렌은 원래는 상반신은 여자, 하반신은 새의 모습을 하고 있고 노래로 뱃사람을 유혹하는 그리스신화의 바다괴물이름이지만 여기서는 위와 같이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저번편에서는 천마신군님이 봄,여름,가을은 옛날에는 전쟁을 쉬는 계절이고 겨울이야말로 전쟁을 하는 계절이라고 오류를 지적해주셨는데요,그런데 제가 소설쓰기전에 본 내용에서는 중세유럽에서는 한겨울에는 전쟁을 쉬었다고 합니다.사실 계절문제는 진지하게 고민은 안해봤습니다.(그렇게 부지런한 인간이 아닙니다.^^)
그런데 봄,여름,가을엔 전쟁을 쉰다는 건 혹시 일본의 전국시대를 말씀하시는건 아닌가요?유럽이 아니더라도 중국에서도 전쟁을 굳이 겨울철로 제한했다는 모습은 찾기 힘들던데요?일본의 전국시대의 전쟁에서 농번기에는 병사들을 돌려보내 농사를 짓게 하던 전통을 오다노부나가가 깨뜨린 것이 전국시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원인이었다는 건 본 기억이 있습니다만 일본같은 동네싸움이 아닌 이상 세번의 계절을 몽땅 쉬고 겨울에만 전쟁을 한다는 게 오히려 비현실적이 될 것 같네요.(대륙전체에서 싸우는데 겨울에만 싸우고 나머지 계절에는 병사들을 돌려보내 농사짓게 하면 왔다갔다만 하다가 전쟁도 못해봅니다.^^)
일단 호색...에서는 군대에 농사짓던 사람들을 소집해서 전쟁을 하는 게 아니라 군은 이미 평상시에 소집해서 유지가 되고 있고 성인 남성이 몽땅 전쟁에 투입되고 있는 게 아닙니다.여기서 대륙의 인구가 2억이 넘는데 동맹의 경우 3백만이상으로 군을 확충했다는 것만으로 국가가 휘청거릴 정도입니다.동방에서는 노예들,유리아에서는 제대군인들이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유리아의 경우 경험있는 제대군인들로 군을 더 확충할수 있는데도 동맹에 비해서 적은 병력을 유지하는 까닭도 후방의 최소한의 안정을 위해서입니다.
이런 것도 하나의 재미니까 이상하게 느껴지면 알려주세요.답변할 말이 없어지면 <설정상>이라는 무적스킬로 답해드릴수밖에 없겠습니다만......^^;;
앞으로도 많이 댓글남겨주세요.^^
전에도 파렌하잇은 이순신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한 적이 있었는데......이번에는 우직하고 성실한 책임감있는 모습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절망하는 모습과 나약한 모습을 보여줍니다.이건 대하소설이 아니니 모쪼록 실망하지 마시길.......(글쟁이 후회,파렌하잇 너무 띄웠어......아크가 폼이 안 나.......--;;)
22.파렌하잇의 절규
<나도 그런 여자들만 가질 수 있었다면 대륙통일 열번을 할수 있겠다>라는 반박에 <평생동안 여자들만 뒤쫓아 다녀도 그런 여자들로만 얻을 수 있는 인간도 없다>라는 이야기로 반박이 되곤 한다.사실 유리아의 대륙통일은 아크황제의 여인들이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간과할수 없는 것은 당시 아크황제는 적수들이 스스로 안에서 자충수를 두어 자멸하는 바람에 결정적인 승부였던 호플레카전투이후로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손쉽게 통일국가의 기반을 다져갔다는 점이다.아크황제는 여자운뿐 아니라 그런쪽에서도 강운의 소유자였다고 할만했다.
- <호색황제비평>의 한구절,아크황제를 진정한 의미의 대제로 인정하지 않았고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에서 쓰여진 서적으로 아크의 아들이었던 호트네스가 쓴 역사서적을 기반으로 쓰여짐,아크의 대륙통일은 선황제인 얀이 이룬 기반과 운덕분으로 이루어졌다는 주장이 중심이 됨
"이럴수는 없어!"
감시를 피해 강물에 뛰어들어 머메이드의 능력으로 잠수해서 탈출한 파렌하잇의 딸 티아나의 가슴속은 분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여태 그녀의 아버지 파렌하잇이 얼마나 눈물겹게 노력해왔는지는 여태 파렌하잇을 연금술의 능력을 이용해서 보좌해온 그녀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이 따위 나라라면 플로린,반드시 멸망하게 해주겠어!"
그녀가 갖고 있는 희망은 어렸을 때의 단순한 기억에 의존하고 있었다.그것은 그녀가 다섯살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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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누구세요?"
티아나의 쌍둥이 오빠인 해먼은 갑자기 나타난 푸른머리의 미남자를 보고 웬지 저절로 위축되는 자신을 느꼈다.동생 티아나도 덩달아 겁이 나 오빠의 등뒤로 돌아가 숨었지만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하하!파렌하잇 그놈 첫 아이들을 머맨과 머메이드로 낳다니 꽤 독특하군.자,이제 좀 편해졌느냐?"
해먼과 티아나남매는 갑자기 자신들을 두근두근하게 만들던 기운이 어느새 사라져버렸음을 느꼈다.하지만 뭔가 이상했다.저 남자가 뭐길래 아버지보다 별로 나이도 많아 보이지 않는데 그래도 플로린의 기사인 아버지를 이놈저놈 해댄단 말인가?
"아,아쿠아라돈님......"
두 남매는 갓태어난 동생을 안고 있던 어머니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이 남자에게 무릎을 꿇자 더 놀라 어쩔 줄 몰랐다.나중에서야 이 남자가 블루드래곤일족의 장로인 아쿠아라돈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당시에는 블루 드래곤일족의 장로라는 것보다 처음에 자신들이 느낀 미지의 공포의 기운때문에 그를 멀찌감치서 힐끔힐끔 훔쳐다보았다.그것이 인어들에게 기본적인 본능인 블루드래곤의 기운을 느끼는 능력이고 아쿠아라돈이 그들남매가 머맨인지 알아보려고 일부러 기운을 감추지 않고 들어낸 것이었다는 설명은 나중에 들었지만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 파렌하잇역시 아쿠아라돈을 만나자 허둥지둥 예절을 차렸지만 그래도 파렌하잇은 좀더 침착한 편이었다.부모와 아쿠아라돈이 나누는 이야기를 남매들이 문밖에서 훔쳐듣고 있는 것을 아쿠아라돈과 파렌하잇은 눈치챘지만 애들을 보내려던 파렌하잇은 아쿠아라돈이 손짓으로 관두자 그만두고 아쿠아라돈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희를 나오신 것입니까?"
"유희였다면 내 기운을 감추었겠지.일단 하나는 자네를 칭찬하고 싶어서다."
"네?"
아쿠아라돈의 말에 어쩔줄 몰라하는 파렌하잇에게 아쿠아라돈이 미소를 지으면서 설명해주었다.
"네가 하넬리아와 결혼하고의 세월동안 과연 네가 언제나 머메이드를 돕겠다는 약속을 잘 지키는지 보고 있었다.사실 약속자체를 지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바다에 사는 인간들에게 있어서 블루드래곤과의 악속을 어기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잘 알고 있을 일이고 그런 너희들이 약속을 지키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지.그러나 그런 경우의 약속을 지키는 인간은 세가지 부류가 있다.약속을 할때의 간절한 심정을 잊지 않고 약속을 지킬 때 즐거운 마음을 잊지 않는자,약속은 지키지만 단순한 의무감에서 하는자,그리고 약속자체를 후회하고 약속을 어길때의 댓가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쩔 수 없는 심정으로 하는 자가 있지.너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진심으로 그 약속을 지키면서 마치 바다의 머메이드들을 내 아내 대하듯 성실한 마음으로 대했다.아,그러면서도 첩은 하나도 안 들인 걸 보면 어지간히 하넬리아한테 쥐어사는 모양이지?"
아쿠아라돈의 농담에 파렌하잇부부의 얼굴이 새빨개졌을때 계속 즐거운 표정이던 아쿠아라돈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자네 여전히 동료들한테는 대접을 제대로 못 받고 살더군."
파렌하잇의 표정이 아쿠아라돈의 말에 삽시간에 굳어져갔다.당시의 파렌하잇은 고지식한 성격탓에 능력만큼 대접을 받지 못하고 푸대접받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저는 제 할일만을 다할뿐입니다."
"물론 그렇겠지,하지만 하넬리아는 내가 양보한 존재라는 것도 알아두게."
원래 머메이드가 인간과 결합하는 일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그들의 지배자인 블루드래곤은 인어들을 통제하는 방식이 제각각이고 별다른 통제를 하지 않고 그들을 바라보는 것을 즐기긴 하더라도 자신이 시녀로 쓰기로 한 머메이드를 인간에게 아쿠아라돈이 양보한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그,그것은....."
"아,오해는 말게,엄연히 하넬리아가 인간에게 시집을 갔으니 당연히 인간들의 율법과 규칙을 따라야겠지.그러나 그 율법이 인간들 자신의 기준으로 부당하게 적용될 경우는 나의 권속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하겠네."
아쿠아라돈은 9천년가까운 생애동안 인간들의 별의별 삶을 유희로 경험해본 고룡이다.그런 아쿠아라돈이 보기에 파렌하잇같은 고지식한 인간은 모난돌이 정맞는다고 도저히 끝을 좋게 맺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는 그 어떤 경우에도 목숨을 걸고 하넬리아를 지킬 것입니다."
"그 장담이 꼭 지켜지길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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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에게 있어서 약속과 맹세란 절대로 어길수 없는 일이다.아무리 십수년전의 일이었다고 해도 망각의 동물인 드래곤이 자신의 말을 잊을 리가 없다.아버지와 어머니는 비탄에 잠겨 그때의 말을 생각하지 못한듯했지만 분을 못이겨 탈출한 뒤 티아나는 어렸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내고는 강을 따라 바다에 접어 들어 아쿠아라돈의 영역으로 방향을 잡았다.어쩌면 이일을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여긴 아쿠아라돈이 플로린을 공격할지도 몰랐지만 이제 티아나는 그런 문제까지 세심하게 걱정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한번 아쿠아라돈에게서 벗어난 머메이드였기에 하넬리아는 친정으로 되돌아가 본 경험은 없었지만 이따금 바다에서 저쪽에 자신의 고향이 있다고 티아나에게 이야기해준 적이 있었고 그정도로도 머메이드인 티아나는 그곳을 향하는 정도는 문제가 없었다.
- 크웨엑
"씨,씨 서펜트!"
일명 해룡이라고도 불리는 이 바다몬스터는 거대한 바닷뱀으로 그 거대한 몸으로 배들을 휘감아 으깨어버리는 것이 특기이지만 고약한 습성으로 인어들을 즐겨 잡아먹기도 한다.
고정된 영역에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 크라켄보다 인어들에겐 더 골치아픈 몬스터라 인어들에게는 천적역활의 몬스터인데 이런 망망대해에서 이런 몬스터를 만났으니 죽은거나 다름없었다.본래 머메이드들은 이런 대형 몬스터에 대한 살기를 느끼는 능력이 본능적으로 발달해있는데 한참 분노에 불타 있던 티아나는 미처 감지가 늦어져 버린 것이었다.
"안돼!여기서 죽을수는 없어!"
티아나는 서둘러 잠수했으나 주로 육지에서 생활해 수영실력이 평균적인 머메이드만도 못한 티아나정도가 어떻게 해볼 상대가 아니었다.씨서팬트의 워터브레스(블루드래곤의 아쿠아브레스처럼 물을 뿜는 것은 같으나 위력은 비할데없이 약하고 블루드래곤은 직접 몸에서 물이 만들어지나 씨서팬트는 머금었던 물을 내뿜는 것임)에 맞아 멀리 나가 떨어진 티아나는 죽음을 예감했으나 잠시 후 아깝다는 듯이 티아나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던 씨서팬트가 머리를 한두번 휘젓고 돌아서자 영문을 몰라 잠시 당황했다가 곧 공포에 질려 표정이 새파래졌다.
"마,맙소사!"
머메이드들은 본능적으로 블루드래곤의 영역을 느낄 수 있다.티아나는 자신이 씨서펜트의 워터브레스에 맞아 나가 떨어지면서 블루드래곤의 영역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흔비백산해서 서둘러 빠져나가려고 했다.그러나 어느새 이 영역의 블루드래곤에게 속한 머맨들이 나타나 티아나의 앞을 가로막았다.
"너는 어떤 분께 속한 자인가?이곳은 바르노스님의 영역이다."
"저,저는 위대한 존재께 속하지 않았는데요."
"뭐라고?세이렌인가?"
머메이드들은 아주 일부이지만 블루드래곤에게 종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자들이 있다.이들은 다른 인어들처럼 드래곤의 보호를 받지도 않고 사회생활도 하지 않는다.드래곤의 보호가 없으므로 사망률이 높은 편이지만 이들은 자유를 좋아하며 인간이나 머맨들을 노래로 유혹해 아이를 낳고 남자아이면 아버지에게,여자아이면 자신같은 세이렌으로 만든다.(이따금 머맨의 경우는 자신의 부족으로 데리고 가는 경우도 있다)노래로 인간들의 배를 유혹에 빠뜨려 침몰시키기도 하는 고약한 취미들이 많지만 이따금 지상의 인간과 사랑을 나누었다는 머메이드들의 대부분은 바로 이 세이렌들에게서 나온다.
그러나 이런 세이렌이건 다른 드래곤에게 속한 머메이드이건 블루드래곤은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자에 대해서는 가혹하다.설사 그 드래곤보다 윗서열의 드래곤이라고 해도 자신의 영역안에 침입한 머맨이나 머메이드에 대해서는 우선권을 가지는 것이다.
"세,세이렌은 아니구요,전 다만 실수로 들어왔을 뿐이에요.이제 곧 나갈께요."
"너는 블루드래곤의 영역의 율법을 모르는가?당장 바르노스님께 가자."
"아,안돼요!난 아쿠아라돈님께 가야 돼요!"
티아나는 비명을 질렀지만 바르노스 휘하의 머맨들은 인정사정이 없었다.사실 티아나가 아쿠아라돈에게 종속된 존재라고 해도 일단 바르노스의 영역에 허락도 없이 들어간 이상 모든 것은 바르노스가 판단할 일이었던 것이다.
"그래?하지만 나는 그 파렌하잇이란 인간이 어떻게 되건 별 관심이 없다.중요한 건 네가 내 영역을 멋대로 들어 왔다는 거지."
4천837세로 곧 고룡이 되는 것을 눈앞에 두고 있던(드래곤기준으로)웜급 드래곤 바르노스는 예전에 보았던 아쿠아라돈과 비슷한 푸른빛의 머리칼을 가진 남자인간의 모습으로 플리모프한 상태였다.티아나가 특이하게 여긴 것은 그를 시중드는 머메이드들이 모두 유방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보통 머맨과 머메이드들은 인간과 도덕의식이 다르고 인간처럼 의복의 개념은 그리 강하지 않다.그러나 보통 머맨도 국부는 가리고 있기 마련이고 머메이드들도 자신의 상체의 유두정도는 간단한 악세서리같은 것으로라도 가리고 있기 마련인데 이들은 좀 특이한 편이었다.냉정한 블루들에게는 좀 드문 일이지만 다른 종족을 성노로 부리는 드래곤도 이따금 있다고 들었으므로 그런 드래곤이라고 생각하자 티아나는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모든 상황을 설명들은 바르노스의 냉혹한 말에 티아나는 바닥에 머리를 박을 듯이 조아리면서 애원했다.
"제발!부탁입니다!위대한 존재시여!정 제게 벌을 내리셔야 한다면 부디 아쿠아라돈님께 이번 일에 대해서 알려주시기라도 해주십시오.부탁입니다!"
"내가 왜 머메이드 따위를 위해서 그런 수고를 해야 하지?"
차가운 바르노스의 대답에 티아나는 바닥에 널부러져 통곡을 했다.이제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져 버리고 만것이었다.
"으흠,좋아.내가 한가지 인심을 쓰지."
"네?"
티아나는 바르노스의 말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간절한 마음으로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그가 제의한 것은........
플로린의 수도 로이텐에서는 황제인 슈란 2세가 참석한 가운데 반역모의죄로 체포된 네르카네스,하노프,파렌하잇에 대한 공개재판이 준비되고 있었다.기세등등해서 사람들을 지휘하고 있는 섭정리스를 바라보면서 마하크는 속으로 그를 비웃고 있었다.
"미친 놈,제 정신이라면 공개재판 따위는 하지 않을텐데."
이미 주력지상군이 항복하고 서남부에서 반란을 일으킨 하노프의 아들 네르센은 다만 수도에 잡힌 아버지의 안전을 생각해서 항복을 미루고 있을 뿐 이미 유리아에 항복할 마음을 굳힌 상태였고 북부에서 벌어진 폭동은 그 지역에서 파렌하잇을 존경하던 몇몇장수들이 고의적으로 폭동을 방관하는 바람에 거의 무정부상태에 가깝게 번져가고 있었다.이 모든 일의 원흉인 리스공작은 이미 나라를 말아먹은 원흉으로 귀족과 백성들을 가리지 않고 원성이 자자했다.리스는 공개재판으로 파렌하잇을 모욕하겠다고 벼르고 있었지만 이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었다.오히려 사람들이 폭동만 일으키지 않아도 다행이었다.
"어차피 이 나라는 말아 먹었고 빨리 내 한몸이나 건질 궁리를 해야겠군."
제 한몸 살 궁리만 하고 있는 마하크의 생각이 어떻든지 간에 로이텐시 광장에 마련된 재판정의 상석에 어린 슈란황제가 착석하고 모든 사람들이 예를 표한뒤 리스가 기세등등해서 재판을 진행하기 시작했다.결국 그들의 변호인을 나서는 자가 아무도 없어서 파렌하잇등은 스스로 자신을 변호해야 했다.
"네르카네스!그대는 하노프를 재상에,파렌하잇을 원수로 올리려는 반역모의를 하려던 것을 인정하는가?"
"제자리에 제대로 된 사람을 모시려던 것이 어떻게 반역모의란 말인가!당신은 자신의 마음속에 이미 황제폐하의 충성은 온데간데없고 자신보다 뛰어난 자에 대한 질투심만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모르겠소?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섭정을 맡고 있으니 이 나라가 이모양 이꼴이 된 것 아닌가!"
자신이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플로린이 완벽하게 붕괴해버렸다는 것을 안 네르카네스는 이미 절망감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원래 네르카네스가 리스의 심복이 되었던 것은 황제권의 강화로 대귀족들의 부패를 척결하고 플로린을 개혁하겠다는 그의 목표에 공감햇기 때문이었다.확실히 리스는 개인의 재물에 대한 사리사욕도 없었고 황제를 위해서라면 자기자신도 희생할만한 분명한 목표의식이 있었다.
그러나 처음에 황제권강화를 위해서 파렌하잇을 견제하려던 리스의 태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아무리 견제를 해도 그 견제를 빠져나오고 명망까지 높아져가는데 대한 파렌하잇에 대한 질투로 변질되어 가기 시작했다.그것은 파렌하잇을 견제하기 위해 자신이 한 일은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파렌하잇은 그 안 좋은 결과를 모두 좋게 바꾸어 놓을 수록 더욱더 심해져갔다.
결국 그가 미치광이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 네르카네스는 플로린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리스를 실각시키려고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일단 리스의 철저한 대귀족 숙청에 의해서 리스와 맞설만한 세력이 있는 귀족이 없었다.그렇다고 조무라기 귀족들은 몸사리기에 바빠 리스의 심복이었던 네르카네스의 제안에 선뜻 응하질 않았다.할수없이 세력을 모으기 위해서 네르카네스는 그나마 명망이 있던 하노프와 파렌하잇의 이름을 빌려 세력을 모으려고 했지만 마하크의 밀고로 결국 그 모의가 리스의 귀에 들어갔고 이렇게 전면적인 파국을 맞게 된 것이었다.
"저놈이!저,저....은혜도 모르는 놈!저놈은 재판도 필요없다!당장 목을 베어버렷!"
보통 재판후 곧바로 형집행이란것은 귀족에게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그러나 이미 심복부하라고 믿고 있던 네르카네스에게 배반당했다고 여긴 리스는 이미 반미치광이에 가까웠다.결국 도끼를 들고 재판정위로 올라온 사형집행인이 네르카네스의 머리를 땅에 박고는 도끼를 휘두르자 재판정이 삽시간에 네르카네스의 목에서 튄 은 피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저,저....."
"저거 미쳤구만....."
"이걸 어째......"
몰려들었던 시민들은 그 어이없는 광경에 놀라 어쩔 줄 모르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심약한 어린 황제는 그 광경을 보고 까무라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노프,파렌하잇!네놈들의 죄상은 ......"
"아무말 말고 죽여라.리스공작."
여태 조용히 있던 파렌하잇이 내뱉은 말에 리스는 순간 아무 말도 못하고 갑자기 얼어 붙었다.설마 얌전했던 파렌하잇이 죽기전이라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올 줄은 몰랐다.
"뭐,뭐라고?"
"내가 보는 눈이 없어서 너따위를 조국의 병폐를 해결해줄 인물로 믿은게 한스러울 뿐이다.구구하게 나자신을 지키는 변명을 늘어놔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나는 나 자신에게 떳떳하게 살아왔으니 거짓된 혐의로 죽는다고 해서 신앞에서 부끄러울 것은 없다."
자신의 할말을 끝내고 매서운 눈초리로 자신을 노려보는 파렌하잇에게 길길이 날뛰면서 저주를 퍼붓던 리스가 다시 명령했다.
"이,이놈!네놈의 죄상을 모두 증명해주마,그리고 네놈의 죄상이 증명되는 대로 네놈의 가족까지........"
"잠깐,재판에는 변호인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갑자기 중후한 목소리와 함께 난데없이 푸른 머리카락의 미남자 두명이 역시 푸른 머리칼의 소녀한명을 데리고 나타나자 주변의 사람들은 놀라 어쩔 줄 몰랐다.
"허헉!"
갑자기 처음부터 그자리에 있었다는 듯 나타난 남자들의 등장에 재판을 참관하고 있던 플로린 최고의 대마법사 루앙(7써클)은 경악했다.그는 호플레카전투에 참가했다가 운좋게 목숨을 건진뒤 플로린에 돌아와 있었는데 그남자들이 순간이동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알아볼수 있었다.그런데 그의 순간이동은 7써클인 자신이 어떻게 사용했는지 감지할수도 없을만큼 대단한 것이었다.사실 이론상으로 순간이동이라는 것을 알아보았을 뿐 그들이 마법을 사용했다는 것조차 감지하기 힘들었다.
"서,설마! 저들은........."
잠깐 그들의 정체를 추론해본 루랑은 잠시 떠오른 끔직한 추론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는 서둘러 섭정을 말리려고 했으나 소용없었다.
"넌 뭐n!파렌하잇의 부하냐?여봐라!저놈들을 즉각 포박하라!"
여태 모든 희망을 잃고 무기력한 상태였던 파렌하잇은 자신의 딸 티아나를 발견하고 눈이 번쩍 뜨였다가 옆에 서 있는 남자들을 보고 더 깜짝 놀랐다.
"안돼!그만둬!"
그러나 티아나의 왼쪽에 서있던 조금 더 키가 큰 남자의 모습이 갑자기 번쩍 빛나더니 그 다음 순간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블루 드래곤의 거체가 나타나 재판정의 상공을 뒤덮었다.이 광경에 삽시간에 주변에 몰려 있던 사람들은 놀라 공포에 질려 흩어지려고 했으나 미처 몸을 움직일수가 없었다.이미 드래곤의 드래곤피어가 주변을 완벽하게 제압하고 있었던 것이다.
ㅡ 나는 블루 드래곤일족의 장로 아쿠아라돈,과거 내 권속이었던 자의 남편을 변호하기 위해 나섰노라.인간의 지도자여,그대의 논리를 말하라.만약 그대의 논리가 그대의 종족의 율법에 비추어 정당하고 증거가 사실이라면 나는 너희들의 권리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그것이 부당한 것이고 나의 권속이었던 자를 모욕하려는 의도라면 나는 그죄를 플로린에 물을 것이다.
드래곤의 통보에 사람들은 절망에 잠기기 시작했다.이번일이 파렌하잇에게 억울한 일이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고 애초에 그 혐의를 믿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오로지 리스만이 부들부들 떨면서 절규하듯 소리를 질렀다.
"드래곤이여!왜 인간들의 일에 개입하는 것이요!"
ㅡ 인간들의 일이라지만 나의 권속이었던 존재가 관련된 일이다.물론 너희 인간들에게 속하기로 한 존재에게 너희 인간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려는 것을 막을 생각은 없다.그러니 네가 정당하다면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리스는 분통이 터져 미칠것만 같았다.파렌하잇이란 존재는 자신을 방해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같았다.선악의 판단이나 기타 모든 것보다 파렌하잇에 대한 증오심이 그의 온몸을 지배했다.
"으아아악!죽어랏!"
갑자기 재판정 상단에서 뛰어내려 아까의 사형집행인의 도끼를 집어든 리스가 무서운 기세로 파렌하잇에게 덤벼들었다.그러나 리스보단 아쿠아라돈이 빨랐다.
<멈춰라>
아쿠아라돈의 용언에 삽시간에 리스는 몸이 굳어 움직일수가 없었다.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 파렌하잇을 증오의 눈초리로 쳐다볼 뿐이었다.
ㅡ 인간의 황제여,이제 그대가 이 일에 대해 판결하라
이미 슈란은 드래곤의 공포에 놀라 오줌까지 지린 상태였다.부들부들 탁자밑에 머리를 쳐박은 슈란이 연신 비명을 질렀다.
"죄송합니다!잘못했어요!전부다요!그러니까 물러가주세요!"
이 모습에 오히려 아쿠아라돈이 잠시 당황했다.아쿠아라돈은 이 재판에 참석하기 전에 슈란의 외증조부였던 하루미안에게 슈란은 이일에 개입하지 않은만큼 해치지 말아줄것을 부탁받은 상태였다.잠시 슈란을 측은한 눈초리로 바라보던 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 인간이여,묻겠다.애초에 너의 인생의 목적이 무었이었더냐?
"당신이 알아서 뭐하나!"
한스러운 눈초리로 감히 드래곤에게 무례하게 구는 리스를 탓하지 않고 아쿠아라돈의 말이 이어졌다.
- 네가 바란 것은 무었이었고 너의 바램을 부숴놓은 것은 누구였더냐?스스로 돌아보게 해주마
잠시후 아쿠아라돈의 정신마법에 의해서 여태까지의 사건전개가 한꺼번에 리스의 머리로 들어오기 시작했다.최초 젊었을 때 그가 꿈꾸었던 국가개혁의 원대한 목표,그리고 도중에 당한 친구의 배반,그리고 대귀족들에게 당한 수모,다시 운좋게 그의 손에 쥐어진 권력,그리고 처음에는 황제의 권력강화라는 목적하에 시도했던 파렌하잇의 견제였지만 결국엔 추악한 질투심으로 변질되어 버린 파렌하잇에 대한 공작등이 여과없이 그의 머리속에 비추어졌다.
"아니야!이건 마법에 의한 환상이야!"
- 아니다,드래곤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만 이것은 모두 내마음을 보여준것뿐이다.
인간은 아무리 객관적이라도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느낄수 없다.결국엔 자신의 행동과 의식에 대해선 의도적인 자기정당화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그러나 아쿠아라돈의 정신마법은 리스가 자신의 행동을 제 3자의 입장처럼 순수하게 강제적으로 돌아보게 만든것이었고 이미 정신분열증에 가까운 상태였던 리스의 머릿속은 그것으로 완전히 폭발해버리고 말았다.잠깐 몸을 크게 경련한 리스의 몸은 아쿠아라돈이 구속을 풀자 마치 춤추듯이 흐느적 거리기 시작했다.
"히,히히히.......내가,내가..........."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면서 광태를 보이고 있는 리스의 모습에 사람들이 잠시 드래곤의 공포조차 잊고 혀를 끌끌 찼다.한때 제국제일의 권력자로선 너무나 갑작스럽고 비참한 몰락이었다.그러나 동정의 눈초리는 단 하나도 없었다.
잠시 후 섬광과 함께 아쿠아라돈의 모습이 사라지자 드래곤피어의 공포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조금씩 웅성거리기 시작했다.바로 그때였다.
"뭣들 하느냐!어서 대죄인인 리스공작을 포박해서 즉각 끌어내라!"
소리를 지른 사람은 마하크였다.겁에 질려서 탁자밑에 머리를 숨기고 있다가 간신히 고개를 들던 슈란이 아직도 공포가 가시지 않은 눈초리로 마하크를 쳐다보았다.
"폐하,리스공작이 이번일에 파렌하잇경과 하노프경을 끌어들인것은 모함이었음이 지금의 행위로 밝혀졌습니다.만약 그를 처벌하지 않으면 어떻게 블루드래곤의 노여움을 풀수 있겠습니까?"
아까의 공포가 떠오른 슈란은 더이상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가 않았다.거기다 리스는 숙부라도 슈란에게 정겨운 존재라기 보단 두렵고 정떨어지는 존재였다.슈란이 마하크의 기세에 고개를 끄덕이자 마하크는 자신이 재상이라도 된 양 재판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그리고 파렌하잇과 하노프에게 다가가 그들의 구속을 직접 풀어주면서 살갑게 굴었다.
"저 제정신이 아닌 자 때문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소이까?이제 아무 걱정하지 마시오.파렌하잇경,대단하시구료.블루드래곤과의 인연이 있으면서도 이렇게 감추고 계셨다니."
파렌하잇은 마하크의 태도에 기가 막혔다.
마하크는 마치 블루드래곤과의 인연을 연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했지만 인간들사이에도 연줄을 만들지 않았던 그가 드래곤과의 인연을 개인적인 일에 사용하려고 했을리가 없다.파렌하잇은 이번일이 하도 기가 막혀 삶의 희망을 잃어 버렸기 때문에 미처 십수년전의 아쿠아라돈과의 맹세에 대해서 미처 떠올리지 못했다.
거기다 마하크같은 기회주의자는 그가 가장 경멸하는 존재였다.마하크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는 딸 티아나에게 다가갔다.그러나 티아나의 옆에 서있던 푸른머리칼의 남자가 그를 가로 막았다.
"위대한 존재십니까?"
"그렇다,이 아이는 이제 나의 것이니 내가 손댈수 없다."
순간 파렌하잇은 바르노스의 말에 얼어 붙어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이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손발에 힘도 제대로 들어가질 않아 비틀거리는 파렌하잇에게 바르노스가 경위를 설명해주었다.티아나는 아쿠아라돈에게 이번 일을 알리러 가는 것을 허락해주는 조건으로 자신의 노예가 될 것을 요구한 바르노스의 제안을 승락한 것이었다.사실
"자,그럼 나는 이만 가보겠다."
"어딜 가겠다는 거냐.......이 퍼렁 도마뱀 자식아!"
순간 파렌하잇을 제외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일거에 얼어 붙었다.아까의 아쿠아라돈의 공포를 잊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은 또 하나의 드래곤에게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무례를 범한 파렌하잇에게 놀라 어쩔 줄 몰랐다.
"호오?"
바르노스는 파렌하잇의 행동이 화가 나기보단 신기했는지 호기심어린 눈초리로 파렌하잇을 바라보았다.그러나 파렌하잇은 도저히 그런 바르노스의 태도를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상태가 아니었다.여태 그 모든 억울함을 참아가며 노력했던 모든 것들은 얼간이들 때문에 무너져 버리고 이제는 자신의 딸을 드래곤에게 바치고 목숨을 건진 꼴이 되었다는 것에 분노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이다.파렌하잇은 앞뒤 안가리고 바르노스에게 덤벼들려고 했으나 그전에 사람들이 덮쳐서 파렌하잇을 짓눌렀다.이들은 파렌하잇의 딸이 노예가 되는가 안 되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아까의 드래곤의 공포가 우선이었다.
"이 새끼들아!이거 놔!덤비란 말이닷!이 퍼런 도롱뇽새끼야!"
사람들에게 짓눌린 상태에서도 쉴새 없이 자신에게 욕을 퍼 붓는 파렌하잇을 바라보던 바르노스는 파렌하잇에게 조소를 던지고는 티아나와 함께 사라졌다.그가 남기고 간 말 한마디만이 파렌하잇의 가슴을 더욱더 아프게 했다.
- 으하하하,그리폰을 단검 하나로 잡으면 혹시 내딸을 풀어줄지도 모르지.그럼 잘 있거라 파렌하잇.
그리핀은 사자의 몸에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를 가진 몬스터로 하늘의 강력한 몬스터중 하나다.이런 그리핀을 단검하나로 잡겠다는 말은 유란대륙에선 힘든일에 대한 비유로 쓰인다.끝까지 자신을 조롱하고 블루 드래곤이 사라지고 나서 사람들이 자신을 풀어주자 몸을 일으킨 파렌하잇이 절규했다.
"신이여!내가 도대체 무슨 죄를 저질럿기에 이리 모질게도 대한단 말입니까!제발 대답해 주시오!내가 그렇게 밉다면 차라리 나에게 벼락을 쳐 주시오!내 운명을 이렇게 조롱하더니 이제는 딸아이까지 뺏기게 하는 거요!"
한참동안 절규하던 파렌하잇이 마침내 분을 참지 못하고 졸도하자 사람들이 그를 서둘러 업고 신관에게 데려갔다.드래곤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자 그제서야 파렌하잇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든 그들은 파렌하잇앞에서 차마 얼굴을 들지 못했다.
상공에서 투명마법을 건채 그 과정을 모두 살펴보고 있던 아쿠아라돈은 기가 차서 드래곤답지 않게 허허거렸다.그의 옆에는 이번일을 확인하기 위해서 상공에서 역시 투명마법을 걸고 진행과정을 보고 있던 그린드래곤장로 하루미안이 있었다.
사실 하루미안은 절대봉인이 풀리고 나서도 플로린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그는 파렌하잇의 상황을 보고 답답했지만 이미 그전의 행위때문에 다시 돌아온 다음 드래곤로드에게 단단히 경고를 받은 다음이라 어떻게 끼어들수가 없었다.그러던 중 아쿠아라돈이 이번일에 파렌하잇의 아내일에 대한 과거의 맹세를 이유로 끼어들기로 하자 반가워하면서도 슈란을 헤치지는 말아 줄것을 부탁했다.
- 저 리스란 놈이 저렇게 변할 줄이야......
하루미안은 헥토르로 플로린을 도우려 할때 헥토르와 슈란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리스에게 처음에는 불쾌감을 느꼈으나 그것이 장래 헥토르가 슈란을 이용하는 외척세력으로 자리잡을 것을 걱정한 순수한 황제에 대한 걱정이라는 것을 알고 이정도면 조금 결점이 있어도 리스를 밀어주어도 좋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리스가 2년도 안되는 사이에 저렇게 단순히 파렌하잇에 대한 질투로 점철된 미치광이로 변해버릴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 했다.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헥토르로 플리모프할때 리스를 처리해버리는 방향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 인간이란 한번 방향이 어긋나면 애초에 자신이 목적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소.리스는 그런 경우중에도 좀 더 고약한 경우였겠지
- 그런데 저 바르노스라는 놈,원하면 수천명의 머메이드도 거느릴수 있는 녀석이 뭐하러 구태여 저런 아이까지 탐을 낼 필요가 있단 말이오?
아쿠아라돈은 하루미안의 물음에 쓴 웃음을 지었다.
바르노스는 이따금 각 일족에게서 나오는 소위 변태중의 한명이다.원래 블루일족은 직접 유희를 하는 것보다 자신이 지배하는 머맨과 머메이드의 삶을 관찰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을 더 선호하는 느긋하고 관조적인 성격이다.단 일처리가 맹하다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사고방식은 극도로 합리적이고 냉정하다.
그런데 바르노스는 그중에서도 별종인 것이 원래 머맨과 머메이드의 일부를 시녀나 하인으로 뽑아쓰기는 하지만 그외의 존재들에게는 삶의 자유를 허락하는 편인 다른 블루드래곤과 달리 그는 지배하고 있는 머메이드들중을 많은 숫자를 성노로 뽑아 조련시키기로 유명했다.헤츨링을 만드는데 성행위가 필요없는 드래곤들에게 성은 일종의 오락같은 의미였는데 머메이드중 자그마치 2천이상을 성노로 옆에 두고 있는 바르노스는 별종중의 별종이었던 것이다.거기다 그 많은 머메이드들을 허구헌날 만족시켜주느냐?그것도 아니었다.뭣보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문제였으니까,완전히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마음에 들면 잡아다 옆에 두고 조금 조교해보다가 싫증나면 내팽개쳐두는 것이었다.
- 바르노스에게 내가 보물을 줄 테니 파렌하잇의 딸을 놔주지 않겠느냐고 말하면 어떻겠소?
- 소용없소.이미 내가 제안해봤소
- 호오?
보물이라면 사죽을 못 쓰는 드래곤이 자기 보물을 털어가며 인간의 딸인 머메이드하나를 구하겠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하지만 하루미안은 자신의 외증손자의 나라에 충성을 바친데다가 플리모프상태에서 동료로 일했던 파렌하잇에게 호감이 있었고 아쿠아라돈도 파렌하잇을 상당히 좋게 본 드래곤이었기에 그럴수 있었던 것이다.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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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 그런 아이가 있어 봤자 아니냐?어차피 저 아이보다 육체가 뛰어난 수천의 머메이드가 곁에 있을 텐데."
영역에 침범한 자에 대해선 절대적으로 그 영역의 주인에게 우선권이 있는 것이 블루일족의 불문율이다.바르노스에게 이번일을 통보받고 달려온 아쿠아라돈은 파렌하잇과의 인연을 생각해 티아나를 구해주려고 했지만 바르노스의 거부에는 별 도리가 없었다.
"아니요,저는 아크란 인간때문에 느낀 점이 큽니다."
"뭐?"
원래부터 바르노스는 성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다.그런데 드래곤들에게조차 유명한 존재였던 아크가 과연 얼마나 호색한 존재였던지 궁금해진 바르노스는 몰래 아크에게 찾아가 관찰을 시작했었다.문제는 그런 관찰행위가 루시에게 들켜 그 자리에서 바르노스는 끌려가 온몸이 푸딩처럼 흐물거릴때까지 두들겨맞은 다음 관음증 변태 드래곤이라며 - 몇번이나 강조하지만 루시가 과연 다른 드래곤을 변태라고 할수 있는지는 넘어가야 얘기가 된다 - 드래곤의 힘을 봉인당하고 남자성노로 팔려갈뻔했지만 연락을 받고 달려온 아쿠아라돈이 달려와서 중재한 끝에 많은 보물을 바치고 용서받을 수 있었다.(참고로 머메이드 몇명으로 보물대신을 하면 안 되겠냐고 하다 루시의 후라이팬에 쌍따귀연타를 맞았다.)
"너 그때 남자 색노로 못 팔려간게 후회되냐?"
"그런게 아닙니다!"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보는 아쿠아라돈에게 한번 반박을 해준 바르노스가 궤변을 늘어놓았다.
"아크 그인간이 색을 최대한으로 즐기는 방법중의 하나는 바로 굴러들어온 여자는 절대 안 놓친다는 거였습니다.여태 그냥 데리고 있던 머메이드중에서 습관적으로 잡아서 성노를 삼았던게 제가 성에서 즐거움을 못 얻은 원인이었던 겁니다!즉!인연을 중시해야 한다는거죠!그러니까 저 티아나란 애는 제발로 굴러 들어왔으니까 못 놔줍니다."
순간 바르나스에게 맞춰 인간으로 플리모프하고 있던 아쿠아라돈은 기가 막혀 쓰러질 뻔 했다.어이가 없다는듯이 아쿠아라돈이 물었다.
"저......차,차라리 인연이 재미있을 것 같으면 그냥 유희를 해보는게 낫지 않을까?"
"유희로 하면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곧 비밀 베타 계획이 완성되면 지상에 나가서 몇년 더 엮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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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아크라는 놈 때문이었단 말이요?
하루미안은 과연 비밀 베타 계획이라는 게 뭘지 조금 상상해 보려다가 포기했다.아주 희한한 방법으로 자신이 파렌하잇에게 피해를 끼쳤을 줄 아크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ps.
크라켄은 영역에서 잘 움직이지 않는다든가 머메이드와 씨서펜트의 관계는 제 임의 설정입니다.^^
세이렌은 원래는 상반신은 여자, 하반신은 새의 모습을 하고 있고 노래로 뱃사람을 유혹하는 그리스신화의 바다괴물이름이지만 여기서는 위와 같이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저번편에서는 천마신군님이 봄,여름,가을은 옛날에는 전쟁을 쉬는 계절이고 겨울이야말로 전쟁을 하는 계절이라고 오류를 지적해주셨는데요,그런데 제가 소설쓰기전에 본 내용에서는 중세유럽에서는 한겨울에는 전쟁을 쉬었다고 합니다.사실 계절문제는 진지하게 고민은 안해봤습니다.(그렇게 부지런한 인간이 아닙니다.^^)
그런데 봄,여름,가을엔 전쟁을 쉰다는 건 혹시 일본의 전국시대를 말씀하시는건 아닌가요?유럽이 아니더라도 중국에서도 전쟁을 굳이 겨울철로 제한했다는 모습은 찾기 힘들던데요?일본의 전국시대의 전쟁에서 농번기에는 병사들을 돌려보내 농사를 짓게 하던 전통을 오다노부나가가 깨뜨린 것이 전국시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원인이었다는 건 본 기억이 있습니다만 일본같은 동네싸움이 아닌 이상 세번의 계절을 몽땅 쉬고 겨울에만 전쟁을 한다는 게 오히려 비현실적이 될 것 같네요.(대륙전체에서 싸우는데 겨울에만 싸우고 나머지 계절에는 병사들을 돌려보내 농사짓게 하면 왔다갔다만 하다가 전쟁도 못해봅니다.^^)
일단 호색...에서는 군대에 농사짓던 사람들을 소집해서 전쟁을 하는 게 아니라 군은 이미 평상시에 소집해서 유지가 되고 있고 성인 남성이 몽땅 전쟁에 투입되고 있는 게 아닙니다.여기서 대륙의 인구가 2억이 넘는데 동맹의 경우 3백만이상으로 군을 확충했다는 것만으로 국가가 휘청거릴 정도입니다.동방에서는 노예들,유리아에서는 제대군인들이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유리아의 경우 경험있는 제대군인들로 군을 더 확충할수 있는데도 동맹에 비해서 적은 병력을 유지하는 까닭도 후방의 최소한의 안정을 위해서입니다.
이런 것도 하나의 재미니까 이상하게 느껴지면 알려주세요.답변할 말이 없어지면 <설정상>이라는 무적스킬로 답해드릴수밖에 없겠습니다만......^^;;
앞으로도 많이 댓글남겨주세요.^^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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