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환생, 그리고 미궁.
“으, 머리야.”
바닥에 누워있던 한 소년이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갈색의 바가지형태의 머리는 산발이고, 동그란 눈을 가진 볼살이 가득한 얼굴엔 얼룩으로 가득했다.
175쯤 보이는 키와 왜소한 체격으로 팔과 다리엔 검붉은 딱지들로 가득했다.
“여기가 어디지? 버스는? 사람들은?”
지끈 거려오는 머리를 부여잡고,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욱씬.
“큭.”
온 몸에서 느껴진 통증.
소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으으, 더럽게 아프네…….”
계속된 통증.
소년은 중얼거리며, 몸 상태를 확인했다.
‘팔, 다리, 어깨, 허리, 목. 뼈에는 이상이 없겠지? 하긴 버스에서 떨어져 나갔는데, 이정도로도 다행이지. 하아…… 우현이 다 죽었네. 이게 뭐냐. 전역날에…….’
느껴진 좌절감.
한편으론 너무 어이가 없었다.
전역 날 사고라니!
‘말년에 혹한기보다 더하잖아?’
문든 떠오른 생각에 쓴웃음이 터져 나왔다.
말년엔 혹한기. 전역 날엔 사고.
어지간하게 운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단순히 근육이 놀랐던 건가? 하고 생각을 넘긴 우현이다.
그러기엔 핏자국이 너무도 선명했다.
하지만, 버스에서 튕겨져 나와서 생긴 상처라 치부했다.
멀쩡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곧 거동에 이상이 없자, 갈증이 몰려왔다.
느껴진 갈증에 주변을 둘러봤지만, 마실만한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숲으로 보이는 장소뿐.
우현은 피로 범벅이 된 몸을 이끌고 숲으로 들어갔다.
정확하게는 언덕으로 보이는 작은 숲.
분명, 계곡이 있을 것이다.
우현은 예전에 책이나 텔레비전에서 본 생존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
‘이끼를 찾아보자!’
이끼의 방향으로 물이 있다는 말을 떠올랐다.
그렇다고, 확실한 기억도 아니다. 흐릿흐릿하지만 이끼로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말을 얼핏 들었던 우현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이끼로 방향을 찾는다. 라는 내용이지만, 관심없이 본 우현이기에 물을 찾는다고 생각이 든 모양이다.
‘심심삼아 본 것이 도움이 될 줄이야…….’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심했다.
전역하는 날 숲에서 해매는 모습에 심심삼아 본 다큐멘터리가 도움을 주고 있으리라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심하고 어이가 없었다.
‘일단은 갈증을 해결하자.’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은 살고 보자.
살아야 집에도 가고, 뭐든 할 수 있다.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옮겨 숲으로 들어섰다.
‘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꽤 커다란 고목의 밑에서 난 이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끼를 먹어도 갈증이 해소된다고 들었지만, 아직까지는 이끼를 먹고 싶지 않았다.
‘저걸 사람이 어떻게 먹어?’
우현은 결국 계곡을 찾기로 결정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끼는 아니다.
계곡이 없다면, 달라질 생각이지만…….
이끼를 발견한 우현은 그 방향으로 몸을 옮겼다.
조만간 나타난 계곡.
기세등등한 표정의 우현이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돼.’
중얼거린 우현은 계곡을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물을 보니, 갈증이 더욱 심해진 것이다.
너무도 깨끗한 물.
바닥까지 비추는 투명한 물과 그 위에 비춰진 아름다운 경치.
마치, 동화에서 나올 법한 모습이었다.
‘한국에 이런 곳도 있던가?’
순간, 고개를 갸웃거린 우현이다.
하지만 공룡도 나온다는 전설이 있는 강원도다.
우현은 별 다른 생각 없이 계곡으로 다가갔다.
느껴진 갈증에 버티기 힘든 모양이다.
계곡에 다가간 우현은 피로 범벅이 된 손으로 물을 퍼올렸다.
피 때문에 약간은 붉어진 물.
하지만, 허겁지겁 물을 마신 우현의 눈엔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후아! 살겠다.”
한참동안 물을 마신 우현은 그때서야 살겠다는 표정으로 방긋 웃었다.
살아있는 것이 실감이 들었다.
물도 불어오는 바람도 너무도 시원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119에 전화라도 할까 했지만, 막 전역한 우현에겐 핸드폰이 있을 리가 없었다.
‘버스! 버스를 찾아보자!’
분명, 나처럼 생존자가 있을 것이다.
‘아니면 핸드폰이라도 있던가.’
생각을 정리한 우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살랑 살랑.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
“어라?”
그때 든 이질감.
머리에서 느껴지는 감촉. 있어선 안 될 아이가 있는 느낌?
우현의 손이 머리를 향해 뻗어졌다.
‘머리카락?’
손에서 느껴진 감촉은 분명, 머리카락이다.
그것도 군인이던 자신의 머리가 아닌 길고 부드러운 감촉을 가진 머리카락.
우현은 놀라며 계곡에 고인 물을 비춰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물을 마실 땐, 미처 확인하지 못한 모습이 수면에 비춰졌다.
“누, 누구야!?”
확인과 동시에 경악이 터져 나왔다.
물에 비친 모습은 23년간 봐온 자신의 모습이 결코 아니었다.
갈색의 흩날리는 바가지형태의 머리.
둥그런 얼굴과 가득 차오른 볼.
동그랗게 떠진 큰 눈.
아무리 봐도 전혀 다른 얼굴의 형태.
충격으로 몸이 굳어버린 우현이다.
‘저, 정리해 보자. 그러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정리가 되지 않았다.
우현은 불현 듯, 군대에서 읽었던 판타지 소설이 떠올랐다.
‘서, 설마?’
말이 되질 않았다.
소설은 말 그대로 상상속의 세상.
하지만, 볼을 아무리 꼬집어 봐도 꿈이 아니다.
놀란 표정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윽.”
다시 느껴진 통증.
이번엔 몸이 아닌 머리에서 느껴졌다.
머리 깊은 곳에서 느껴진 두통에 우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 아빠! 사, 살려줘요!
도망쳐!!
사, 살고 싶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기억들.
그것은 결코 우현의 기억이 아니었다.
하지만, 떠오른 기억들은 너무도 생생하게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두려움에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도 했다.
18년 동안 살아온 소년의 기억.
그것은 결코 우현이 감당할 정도의 기억이 아니다.
“크윽.”
우현의 신형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몰려든 기억과 함께 버티기 힘든 충격에 정신을 잃은 것이다.
“…… 사, 살고 싶어.”
우현의 입에서 나온 외침.
그 말을 끝으로 의식은 사라졌다.
“으…….”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정신을 차린 우현이다.
우현은 일어나자,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느낌과 함께 수많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들.
18년을 살아온 소년 ‘이든’의 몸에 담겨있던 기억의 조각들이다.
우현은 좀처럼 계곡을 떠나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움직이지를 못했다.
엄청난 충격.
‘나, 나는 누구지?’
정체성의 혼란이 들기도 했다.
18년간 잠재된 이든의 기억과 23년을 살아온 우현의 기억들.
‘난 분명, 버스사고를…….’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
버스 사고도 몬스터의 습격도.
우현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전역 하루 전, 느낀 고민의 연장.
분명, 환경이 달라진 것뿐이다.
하지만 그 차이는 차원을 달리했다.
‘난 누구지? 우현? 이든? 대체…….’
눈동자가 떨려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정해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 차분해진 머리.
극도의 충격과 혼란으로 일시적으로 각성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성적인 판단이 들자, 우현의 눈빛이 결심을 한 듯, 굳어졌다.
‘난…… 우현이야.’
몸은 이든일지라도, 기억은 우현이다.
그래 나는 우현이다.
“난 우현이라고!”
크게 소리친 우현이 씩씩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이든의 겉모습과 생각을 지녔다 하지만, 생각의 중심은 우현의 방식.
결국, 자신을 우현이라 생각한 것이다.
‘새로운 생명? 환생? 이게 무슨…….’
하지만 혼란은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았다.
‘일단은 벗어나자. 이곳은 위험해.’
제법 정신을 차린 이든은 이성적인 판단과 함께 자리에서 벗어났다.
이것은 이곳의 주민인 이든의 기억과 함께 떠오른 본능적인 행동.
우현은 느끼지 못했지만, 이것은 이든의 기억에서 느껴진 익숙함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21세기를 살았던 우현에겐 놀람과 충격으로 가득한 세상이지만, 이곳의 주민이던 이든에겐 익숙한 세상.
생각을 정리한 우현이 서둘러 움직였다.
어두워지기 전에 쉴 곳을 정해야 했다.
본능적으로 산속은 좋지 않다고 느껴진 것이다.
잠재된 이든의 기억이 위험해! 라며, 경고를 주는 것 같았다.
온 몸에서 느껴지는 한기와 떨림은 결코 우현이 느껴보지 못한 생존의 본능이었다.
“움직이자. 적어도 날이 지기 전에 숲은 벗어나야지.”
우현은 누군가에게 말하듯, 말을 이어나갔다.
분명, 아무도 없지만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숲을 벗어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숲이라 불리기 애매한 크기의 공원 같은 규모였고, 정리가 잘 된 도로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현의 머릿속에서 ‘이쪽이야.’ 라고 설명을 해주는 것 같았다.
한번도 와본 기억은 없지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곳을 잘 알고 있었다.
“이 길을 따라가면, 도시가 있는 건가?”
틀린 답은 아닌 모양이다.
저 멀리 보이는 건축물들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은 아닐 것이다.
우현의 발걸음은 저절로 빨라졌다.
아직도 욱신거려오는 몸에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지만, 참을 수 있을 정도였다.
‘선임한테 맞은 게, 훨씬 아팠어!’
아직은 남아있는 군인정신.
우현은 서둘러 숲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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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강화사 1화.
이제부터 시작합니다.
투비컨티 누드. @_@
“으, 머리야.”
바닥에 누워있던 한 소년이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갈색의 바가지형태의 머리는 산발이고, 동그란 눈을 가진 볼살이 가득한 얼굴엔 얼룩으로 가득했다.
175쯤 보이는 키와 왜소한 체격으로 팔과 다리엔 검붉은 딱지들로 가득했다.
“여기가 어디지? 버스는? 사람들은?”
지끈 거려오는 머리를 부여잡고,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욱씬.
“큭.”
온 몸에서 느껴진 통증.
소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으으, 더럽게 아프네…….”
계속된 통증.
소년은 중얼거리며, 몸 상태를 확인했다.
‘팔, 다리, 어깨, 허리, 목. 뼈에는 이상이 없겠지? 하긴 버스에서 떨어져 나갔는데, 이정도로도 다행이지. 하아…… 우현이 다 죽었네. 이게 뭐냐. 전역날에…….’
느껴진 좌절감.
한편으론 너무 어이가 없었다.
전역 날 사고라니!
‘말년에 혹한기보다 더하잖아?’
문든 떠오른 생각에 쓴웃음이 터져 나왔다.
말년엔 혹한기. 전역 날엔 사고.
어지간하게 운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단순히 근육이 놀랐던 건가? 하고 생각을 넘긴 우현이다.
그러기엔 핏자국이 너무도 선명했다.
하지만, 버스에서 튕겨져 나와서 생긴 상처라 치부했다.
멀쩡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곧 거동에 이상이 없자, 갈증이 몰려왔다.
느껴진 갈증에 주변을 둘러봤지만, 마실만한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숲으로 보이는 장소뿐.
우현은 피로 범벅이 된 몸을 이끌고 숲으로 들어갔다.
정확하게는 언덕으로 보이는 작은 숲.
분명, 계곡이 있을 것이다.
우현은 예전에 책이나 텔레비전에서 본 생존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
‘이끼를 찾아보자!’
이끼의 방향으로 물이 있다는 말을 떠올랐다.
그렇다고, 확실한 기억도 아니다. 흐릿흐릿하지만 이끼로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말을 얼핏 들었던 우현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이끼로 방향을 찾는다. 라는 내용이지만, 관심없이 본 우현이기에 물을 찾는다고 생각이 든 모양이다.
‘심심삼아 본 것이 도움이 될 줄이야…….’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심했다.
전역하는 날 숲에서 해매는 모습에 심심삼아 본 다큐멘터리가 도움을 주고 있으리라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심하고 어이가 없었다.
‘일단은 갈증을 해결하자.’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은 살고 보자.
살아야 집에도 가고, 뭐든 할 수 있다.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옮겨 숲으로 들어섰다.
‘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꽤 커다란 고목의 밑에서 난 이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끼를 먹어도 갈증이 해소된다고 들었지만, 아직까지는 이끼를 먹고 싶지 않았다.
‘저걸 사람이 어떻게 먹어?’
우현은 결국 계곡을 찾기로 결정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끼는 아니다.
계곡이 없다면, 달라질 생각이지만…….
이끼를 발견한 우현은 그 방향으로 몸을 옮겼다.
조만간 나타난 계곡.
기세등등한 표정의 우현이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돼.’
중얼거린 우현은 계곡을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물을 보니, 갈증이 더욱 심해진 것이다.
너무도 깨끗한 물.
바닥까지 비추는 투명한 물과 그 위에 비춰진 아름다운 경치.
마치, 동화에서 나올 법한 모습이었다.
‘한국에 이런 곳도 있던가?’
순간, 고개를 갸웃거린 우현이다.
하지만 공룡도 나온다는 전설이 있는 강원도다.
우현은 별 다른 생각 없이 계곡으로 다가갔다.
느껴진 갈증에 버티기 힘든 모양이다.
계곡에 다가간 우현은 피로 범벅이 된 손으로 물을 퍼올렸다.
피 때문에 약간은 붉어진 물.
하지만, 허겁지겁 물을 마신 우현의 눈엔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후아! 살겠다.”
한참동안 물을 마신 우현은 그때서야 살겠다는 표정으로 방긋 웃었다.
살아있는 것이 실감이 들었다.
물도 불어오는 바람도 너무도 시원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119에 전화라도 할까 했지만, 막 전역한 우현에겐 핸드폰이 있을 리가 없었다.
‘버스! 버스를 찾아보자!’
분명, 나처럼 생존자가 있을 것이다.
‘아니면 핸드폰이라도 있던가.’
생각을 정리한 우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살랑 살랑.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
“어라?”
그때 든 이질감.
머리에서 느껴지는 감촉. 있어선 안 될 아이가 있는 느낌?
우현의 손이 머리를 향해 뻗어졌다.
‘머리카락?’
손에서 느껴진 감촉은 분명, 머리카락이다.
그것도 군인이던 자신의 머리가 아닌 길고 부드러운 감촉을 가진 머리카락.
우현은 놀라며 계곡에 고인 물을 비춰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물을 마실 땐, 미처 확인하지 못한 모습이 수면에 비춰졌다.
“누, 누구야!?”
확인과 동시에 경악이 터져 나왔다.
물에 비친 모습은 23년간 봐온 자신의 모습이 결코 아니었다.
갈색의 흩날리는 바가지형태의 머리.
둥그런 얼굴과 가득 차오른 볼.
동그랗게 떠진 큰 눈.
아무리 봐도 전혀 다른 얼굴의 형태.
충격으로 몸이 굳어버린 우현이다.
‘저, 정리해 보자. 그러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정리가 되지 않았다.
우현은 불현 듯, 군대에서 읽었던 판타지 소설이 떠올랐다.
‘서, 설마?’
말이 되질 않았다.
소설은 말 그대로 상상속의 세상.
하지만, 볼을 아무리 꼬집어 봐도 꿈이 아니다.
놀란 표정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윽.”
다시 느껴진 통증.
이번엔 몸이 아닌 머리에서 느껴졌다.
머리 깊은 곳에서 느껴진 두통에 우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 아빠! 사, 살려줘요!
도망쳐!!
사, 살고 싶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기억들.
그것은 결코 우현의 기억이 아니었다.
하지만, 떠오른 기억들은 너무도 생생하게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두려움에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도 했다.
18년 동안 살아온 소년의 기억.
그것은 결코 우현이 감당할 정도의 기억이 아니다.
“크윽.”
우현의 신형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몰려든 기억과 함께 버티기 힘든 충격에 정신을 잃은 것이다.
“…… 사, 살고 싶어.”
우현의 입에서 나온 외침.
그 말을 끝으로 의식은 사라졌다.
“으…….”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정신을 차린 우현이다.
우현은 일어나자,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느낌과 함께 수많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들.
18년을 살아온 소년 ‘이든’의 몸에 담겨있던 기억의 조각들이다.
우현은 좀처럼 계곡을 떠나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움직이지를 못했다.
엄청난 충격.
‘나, 나는 누구지?’
정체성의 혼란이 들기도 했다.
18년간 잠재된 이든의 기억과 23년을 살아온 우현의 기억들.
‘난 분명, 버스사고를…….’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
버스 사고도 몬스터의 습격도.
우현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전역 하루 전, 느낀 고민의 연장.
분명, 환경이 달라진 것뿐이다.
하지만 그 차이는 차원을 달리했다.
‘난 누구지? 우현? 이든? 대체…….’
눈동자가 떨려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정해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 차분해진 머리.
극도의 충격과 혼란으로 일시적으로 각성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성적인 판단이 들자, 우현의 눈빛이 결심을 한 듯, 굳어졌다.
‘난…… 우현이야.’
몸은 이든일지라도, 기억은 우현이다.
그래 나는 우현이다.
“난 우현이라고!”
크게 소리친 우현이 씩씩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이든의 겉모습과 생각을 지녔다 하지만, 생각의 중심은 우현의 방식.
결국, 자신을 우현이라 생각한 것이다.
‘새로운 생명? 환생? 이게 무슨…….’
하지만 혼란은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았다.
‘일단은 벗어나자. 이곳은 위험해.’
제법 정신을 차린 이든은 이성적인 판단과 함께 자리에서 벗어났다.
이것은 이곳의 주민인 이든의 기억과 함께 떠오른 본능적인 행동.
우현은 느끼지 못했지만, 이것은 이든의 기억에서 느껴진 익숙함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21세기를 살았던 우현에겐 놀람과 충격으로 가득한 세상이지만, 이곳의 주민이던 이든에겐 익숙한 세상.
생각을 정리한 우현이 서둘러 움직였다.
어두워지기 전에 쉴 곳을 정해야 했다.
본능적으로 산속은 좋지 않다고 느껴진 것이다.
잠재된 이든의 기억이 위험해! 라며, 경고를 주는 것 같았다.
온 몸에서 느껴지는 한기와 떨림은 결코 우현이 느껴보지 못한 생존의 본능이었다.
“움직이자. 적어도 날이 지기 전에 숲은 벗어나야지.”
우현은 누군가에게 말하듯, 말을 이어나갔다.
분명, 아무도 없지만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숲을 벗어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숲이라 불리기 애매한 크기의 공원 같은 규모였고, 정리가 잘 된 도로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현의 머릿속에서 ‘이쪽이야.’ 라고 설명을 해주는 것 같았다.
한번도 와본 기억은 없지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곳을 잘 알고 있었다.
“이 길을 따라가면, 도시가 있는 건가?”
틀린 답은 아닌 모양이다.
저 멀리 보이는 건축물들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은 아닐 것이다.
우현의 발걸음은 저절로 빨라졌다.
아직도 욱신거려오는 몸에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지만, 참을 수 있을 정도였다.
‘선임한테 맞은 게, 훨씬 아팠어!’
아직은 남아있는 군인정신.
우현은 서둘러 숲을 벗어났다.
@@@@@
미궁의 강화사 1화.
이제부터 시작합니다.
투비컨티 누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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