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왜 계속 쳐다보는 거지?’
한참 오리 구이를 뜯어서 먹으며 포도주를 마시던 도중, 이전에 눈이 마주쳤던 용병의 시선을 느꼈다. 로엔은 고개를 돌려 용병과 시선을 마주한다.
#시비를 거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좀 더 고개를 돌려 용병과 함께 있는 다른 동료들을 바라본다.
남자 용병 셋에 여자 용병 둘.
장비로 보건데 남자 용병 셋은 소드맨이 틀림없었고, 여자 용병 하나도 소드맨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나무로 길쭉한 봉을 들고 있다. 클래스를 쉽게 짐작하기 어려웠다.
소드맨 넷과 클래스를 알 수 없는 한 명으로 구성된 용병 파티다. 어째서 자신을 계속 쳐다보는 것인지는 모르나, 시비를 거는 눈빛은 아니기에 신경을 끊고 고개를 돌린다.
꿀꺽.
탁.
마지막 포도주 한 방울까지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 목욕을 하며 피로를 푼 뒤, 노곤한 상태로 잠을 자려한다.
자리에서 일어난 로엔의 눈에 자신을 계속 바라보고 있던 용병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용병은 험악하게 생긴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게 친절한 말투로 인사를 건네 온다. 로엔은 조금 당황해서 얼떨떨해하며 고개를 주억였다. 생긴 것과 어울리지 않는 태도에 당황한 것이다.
“혹시 아처 클래스이십니까?”
“소드맨과 아처 클래스를 겸하고 있습니다만…….”
로엔은 허리춤에 달려 있는 검을 보이며 말끝을 흐렸다. 용병은 로엔의 대답에 친절하게 웃는다. 손뼉을 짝, 하고 치고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저희 파티에 아처 클래스가 한 명 필요한데, 의향이 있으십니까?”
소드맨 네 명이라면 확실하게 아처가 한 명이 필요하기는 하다. 전방에서 소드맨이 싸우고 후방에서 아처가 공격을 한다면 몬스터를 쉽게 처리 할 수 있다. 로엔은 대답을 하지 않고 잠시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소드맨 네 명에 알 수 없는 클래스 한 명. 여자의 몸으로 나무 봉으로 싸운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사제가 용병질을 할리도 없다.’
사제는 철저하게 신전에 속해있다. 신성력이 많든 적든, 그런 것은 상관없이 신전에서 교육을 받고, 훈련을 받아 정식으로 신관이 된다.
사제라는 위치는 신관이 되기 전의 훈련 신관이라는 개념이다. 더 쉽게 표현하면 신성력을 지닌 신도라고 할 수 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용병질을 하는 것보다는 신전에 소속이 되는 것이 훨씬 호의호식(好衣好食: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무봉을 지닌 여자 용병은 신관이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혹시나 특별한 사정에 의해 용병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지만, 이 마을보다 훨씬 더 큰 대도시에서나 희귀하게 볼 수 있기에 아닐 것이라 생각이 든다.
‘…혹시 마법사인가?’
가장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클래스는 마법사뿐이다. 마법사라는 클래스는 희귀하기는 하지만, 신관에 비하면 흔하다고 할 수 있는 클래스다.
“…어떤 몬스터를 잡는 파티입니까?”
아직 동료로 들어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니, 알 수 없는 클래스의 여자 용병에 대한 것을 물을 수는 없다. 그것을 대신해서 다른 것을 묻는다. 어떤 몬스터를 잡냐에 따라 동료로 들어가는 것을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하는 것이다.
혹시나 나쁜 마음을 먹고 다가오는 것은 아닐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것은 용병 길드를 통해 알아볼 수 있는 것이기에 큰 문제는 없다.
문제가 많은 용병들은 용병 길드에서 특별하게 취급하고 있기에 쉽게 알 수 있다.
“주로 오크를 비롯해서 그 이하의 몬스터 전부 다 잡고 있습니다. 그 이상을 잡기에는 이 파티로는 무리입니다.”
“그렇기는 합니다.”
마법사 클래스라 생각이 드는 여자 용병이 있기는 하지만, 소드맨 네 명과 함께 오크 이상의 몬스터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로엔이 순순히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용병은 기분 나쁜 기색이 전혀 없다.
외모와는 다르게 정말로 성격이 좋거나, 완전히 본심을 숨기고 있는, 두 가지의 경우 중 하나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려나…….’
같은 용병들끼리는 서로를 잘 믿지 않는다. 특히나 안면이 없으면 더욱 믿지 않는다. 하지만 로엔의 감에는 용병들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전쟁터에서만 3년을 버텨왔다. 3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하루에도 몇 차례에 걸쳐서 전투가 일어나고, 죽음의 위기가 시시때때로 다가온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5년 동안의 용병 경험까지 쌓이니, 감이 날로 뛰어나지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다른 마을로 옮겨온 탓에 용병 파티를 구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기도 해서, 마음이 끌리는 것은 사실이다.
“…파티에 들어가겠습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아처 클래스가 정말로 필요한데, 최근에 통 보이지 않아서 구하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막 드리뮤 마을로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엔에게 다가와 파티 신청을 했다.
정말로 아처 클래스가 파티에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로엔은 파티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운이 좋은 편이라 할 수 있겠군.’
앞서 언급했듯이 다른 마을로 옮겨온 지 얼마 되지 않기에 파티나 동료를 구하는 것은 어렵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런 우연찮은 상황에 맞닥뜨리니, 운이 좋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럼 이쪽으로 오셔서 저희 파티원들과 인사라도 나누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용병은 끝까지 친절하게 물어왔다. 로엔은 고개를 주억이고는 자리를 옮겼다. 로엔이 사라지고 난 뒤, 소녀가 와서 탁자를 치운다.
“저는 소드맨 클래스 C 급 용병 파라곤이라 합니다. 그리고…….”
처음 말을 걸어왔던 용병, 파라곤이 자신을 먼저 소개한다. 그리고 로엔을 가리키며 말끝을 흐렸다. 로엔에 대해서 제대로 소개받은 적이 없다.
검과 활을 동시에 다루는 것은 알지만, 이름과 등급은 알지 못한다. 로엔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입을 연다.
“저는 소드맨, 아쳐 듀얼 클래스 C 급 용병 로엔이라고 합니다.”
“듀얼 클래스?”
“호오. 신기하군.”
로엔의 소개에 남자 용병 둘이 놀란 눈으로 중얼거렸다. 용병계에서 검과 활을 동시에 사용하는 듀얼 클래스는 보기 드물다.
마법사나 정령사와 같은 클래스에 비하면 흔해빠졌다고 할 수 있지만, 이 둘이 희귀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역시나 보기 드문 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듀얼 클래스의 로엔이 C 등급이라고 하니, 검도 활도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다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흠흠. 저는 C 급 소드맨 오마르라 합니다.”
“C 급 소드맨 레오다.”
오마라라는 용병은 헛기침을 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외모는 파라곤에 순해 보이기는 하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파라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파라곤의 얼굴에서는 친절함이라는 것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지만, 언제 돌변할지는 모르기 때문이었다.
레오라는 용병은 진중한 얼굴에 과묵한 인상이었다. 말도 딱딱 필요한 말만하는 것이, 그의 성격을 쉽게 알게 했다. 얼굴, 인상과 같이 과묵한 성격인 듯 하다.
“…저는 소드맨 비오르라 해요.”
여자 용병, 비오르가 힘없이 말했다. 로엔의 눈에 이채가 스쳐 지나갔다. 비오르는 이들, 파라곤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있다.
아주 확신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곳에 계속 있다는 것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는 말이다.
굳이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쓸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같은 파티가 된 용병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오직 본인이 개입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관련된 일이거나,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용병들 사이에서 간섭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급 마법사 에린이라고 해요.”
“마법사…….”
“하하. 놀랍지 않습니까? C 급 용병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파티에 마법사가 있다는 것이!”
긴 봉을 가지고 있는 여자 용병, 에린의 소개에 로엔이 신음성을 흘리듯 중얼거렸다. 조금 예상을 해보기는 했지만, 정말로 마법사라고 하자 놀라움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파라곤은 자신의 파티에 마법사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자랑했다. C 급 용병 파티에 마법사가 끼어 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정말로 마법사가 있을 줄이야…….’
예상을 해본다는 것과 확신으로 다가오는 것의 차이는 크다. 로엔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하급 마법사라고 하지만, 존재 자체로만으로도 파티에 큰 힘이 된다.
마법사에도 등급이 있다.
최하급, 하급, 중하급, 중급, 중상급, 상급, 최상급.
이렇게 일곱 등급으로 나뉘는데, 이 또한 각 등급 사이에서도 몇 개의 마법을 알고 있냐에 따라 조금의 차이가 있다.
전투에 도움이 되는 마법사는 하급부터이다. 최하급 마법사는 전투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견습 마법사라고 할 수 있다.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불을 일으키는 마법이 전부이다. 기껏 해봐야 노숙을 할 때에나 쓸모 있는 마법이었다. 그래서 최하급 마법사는 마법사로서 취급조차 되지 않는 편이다.
하급부터는 입장이 조금 달라진다. 마나를 속성으로 변환하지 못한 채 밖으로 내보내는 마나 볼(Mana Ball)이나, 마나 미사일(Mana Missile)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최하급 때와는 다르게 공격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물건을 강화하는 강화부여마법(Enchant)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강화부여마법이란 예를 들어서 검을 단단하게 만들거나 날카롭게 만드는 등, 강화마법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강화부여마법을 통해 파티원들의 무기를 강화시키고, 마나 볼이나 마나 미사일로 원거리에서 지원을 한다면 많은 도움이 되고는 한다.
중하급부터는 마법에 속성을 담을 수 있게 된다. 사람의 개인차이, 성격이나 성향에 따라 두 가지 속성이 정해지는데, 상극의 속성으로 되는 경우는 없다.
예를 들자면 불과 물, 빛과 어둠, 이런 식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속성이 정해진다면, 강화부여마법을 통해서도 파티원들의 무기에 속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된다.
화(火) 속성의 강화부여마법을 건다면, 검에 베이는 곳에 화상을 입는다던지 하는 등 속성이 부여가 된다.
중급부터는 파이어볼(Fire Ball)과 같은 범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범위 마법이란, 일정한 범위 안을 공격하는 마법을 말한다.
파이어볼의 경우에는 약 가로세로 3미터 정도의 범위가 폭발에 휘말린다. 그 안에 있는 인간과 몬스터들은 불타올라 죽게 된다.
항마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마법에 대한 피해가 줄어든다. 항마력이란 마법에 반발하는 힘을 말하는데, 운동 한 번 하지 않아본 인간이라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다.
이처럼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나 항마력은 가지고 있지만, 각기 그 정도가 다르다. 어떤 이는 1의 항마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다른 이는 10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처음에 가지고 태어나는 항마력이 1이라고 해도, 마나를 깨닫고, 몸속에 모으기 시작하면, 그 양이 늘어난다.
중상급부터는 범위 마법을 넘어선 광역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광역이라는 단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넓은 범위를 공격하는 마법인데, 윈드 커터(Wind Cutter)와 같은 초급 광역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윈드 커터(Wind Cutter)란 바람의 칼날이라 한다. 최대 20미터밖에 있는 곳까지 날릴 수 있고, 마나 컨트롤 능력에 따라 크기와 범위, 개수를 조절할 수 있다.
사실 윈드 커터의 경우에는 광역 마법이라고 하기에는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류를 그렇게 나눈 이유는 절삭과 관통하기 때문이다.
칼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막아내지 못하면 잘라내어 계속해서 앞으로 날아간다. 뒤에 있는 상대, 그 뒤에 있는 상대까지 계속해서 잘라낸다.
그러기에 애매모호함에도 불구하고 광역 마법이라 분류를 나눠놨다.
상급부터는 세 가지 속성을 다룰 수 있게 되는데, 윈드 커터와 같은 초급 광역 마법이 아니라, 익스플로젼(Explosion)과 같은 중급 광역 마법을 사용 할 수 있게 된다.
익스플로젼이란 화염계 광역 폭발 마법을 말한다. 가로세로 최대 10미터 정도의 공간을 폭발시키며, 그 안에 있는 생명체들은 모두 폭발에 휘말려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또한 두 가지의 마법을 혼합하여 사용하는, 혼합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두 가지 속성을 합칠 수도 있기에,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최상급은 네 가지 속성을 다룰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블리자드와 같은, 초 광역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최상급 마법사의 존재는 한 나라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블리자드라는 마법은 빙결계 초 광역 마법인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지만, 가로세로 약 몇 백 미터에 이르는 공간을 얼려버린다고 전해진다.
지금까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는, 마법사들이 모여 만든 마탑(Tower of Magic)에서 세상에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만약 그 말이 정말이라면 최상급 마법사의 존재는 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정도라 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 에린은 하급 마법사이다. 전투 시에 강화부여마법과 마나 볼, 마나 미사일 같은 공격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용병이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정말로 놀랍습니다.”
로엔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정말로 놀랍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C 급 용병 파티에 하급 마법사가 끼어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고 했다.
“소드맨 네 명에 마법사 한 명, 그리고 아처까지 한 명이 되었으니, 저희 파티는 이제 웬만한 몬스터는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군요. 하하.”
파라곤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로엔은 그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여건만 된다면 B급 이상만이 잡을 수 있다는 트롤(Troll)도 사냥 할 수 있을 정도다.
오크(Orc)나 코볼트(Kobold), 놀(Gnoll)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쩌면 이 파티로 계속 사냥과 의뢰를 반복한다면, 앞서 세운 계획은 절반 이하 정도의 시간으로 줄어들지도 모른다.
한참 오리 구이를 뜯어서 먹으며 포도주를 마시던 도중, 이전에 눈이 마주쳤던 용병의 시선을 느꼈다. 로엔은 고개를 돌려 용병과 시선을 마주한다.
#시비를 거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좀 더 고개를 돌려 용병과 함께 있는 다른 동료들을 바라본다.
남자 용병 셋에 여자 용병 둘.
장비로 보건데 남자 용병 셋은 소드맨이 틀림없었고, 여자 용병 하나도 소드맨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나무로 길쭉한 봉을 들고 있다. 클래스를 쉽게 짐작하기 어려웠다.
소드맨 넷과 클래스를 알 수 없는 한 명으로 구성된 용병 파티다. 어째서 자신을 계속 쳐다보는 것인지는 모르나, 시비를 거는 눈빛은 아니기에 신경을 끊고 고개를 돌린다.
꿀꺽.
탁.
마지막 포도주 한 방울까지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 목욕을 하며 피로를 푼 뒤, 노곤한 상태로 잠을 자려한다.
자리에서 일어난 로엔의 눈에 자신을 계속 바라보고 있던 용병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용병은 험악하게 생긴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게 친절한 말투로 인사를 건네 온다. 로엔은 조금 당황해서 얼떨떨해하며 고개를 주억였다. 생긴 것과 어울리지 않는 태도에 당황한 것이다.
“혹시 아처 클래스이십니까?”
“소드맨과 아처 클래스를 겸하고 있습니다만…….”
로엔은 허리춤에 달려 있는 검을 보이며 말끝을 흐렸다. 용병은 로엔의 대답에 친절하게 웃는다. 손뼉을 짝, 하고 치고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저희 파티에 아처 클래스가 한 명 필요한데, 의향이 있으십니까?”
소드맨 네 명이라면 확실하게 아처가 한 명이 필요하기는 하다. 전방에서 소드맨이 싸우고 후방에서 아처가 공격을 한다면 몬스터를 쉽게 처리 할 수 있다. 로엔은 대답을 하지 않고 잠시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소드맨 네 명에 알 수 없는 클래스 한 명. 여자의 몸으로 나무 봉으로 싸운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사제가 용병질을 할리도 없다.’
사제는 철저하게 신전에 속해있다. 신성력이 많든 적든, 그런 것은 상관없이 신전에서 교육을 받고, 훈련을 받아 정식으로 신관이 된다.
사제라는 위치는 신관이 되기 전의 훈련 신관이라는 개념이다. 더 쉽게 표현하면 신성력을 지닌 신도라고 할 수 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용병질을 하는 것보다는 신전에 소속이 되는 것이 훨씬 호의호식(好衣好食: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무봉을 지닌 여자 용병은 신관이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혹시나 특별한 사정에 의해 용병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지만, 이 마을보다 훨씬 더 큰 대도시에서나 희귀하게 볼 수 있기에 아닐 것이라 생각이 든다.
‘…혹시 마법사인가?’
가장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클래스는 마법사뿐이다. 마법사라는 클래스는 희귀하기는 하지만, 신관에 비하면 흔하다고 할 수 있는 클래스다.
“…어떤 몬스터를 잡는 파티입니까?”
아직 동료로 들어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니, 알 수 없는 클래스의 여자 용병에 대한 것을 물을 수는 없다. 그것을 대신해서 다른 것을 묻는다. 어떤 몬스터를 잡냐에 따라 동료로 들어가는 것을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하는 것이다.
혹시나 나쁜 마음을 먹고 다가오는 것은 아닐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것은 용병 길드를 통해 알아볼 수 있는 것이기에 큰 문제는 없다.
문제가 많은 용병들은 용병 길드에서 특별하게 취급하고 있기에 쉽게 알 수 있다.
“주로 오크를 비롯해서 그 이하의 몬스터 전부 다 잡고 있습니다. 그 이상을 잡기에는 이 파티로는 무리입니다.”
“그렇기는 합니다.”
마법사 클래스라 생각이 드는 여자 용병이 있기는 하지만, 소드맨 네 명과 함께 오크 이상의 몬스터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로엔이 순순히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용병은 기분 나쁜 기색이 전혀 없다.
외모와는 다르게 정말로 성격이 좋거나, 완전히 본심을 숨기고 있는, 두 가지의 경우 중 하나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려나…….’
같은 용병들끼리는 서로를 잘 믿지 않는다. 특히나 안면이 없으면 더욱 믿지 않는다. 하지만 로엔의 감에는 용병들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전쟁터에서만 3년을 버텨왔다. 3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하루에도 몇 차례에 걸쳐서 전투가 일어나고, 죽음의 위기가 시시때때로 다가온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5년 동안의 용병 경험까지 쌓이니, 감이 날로 뛰어나지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다른 마을로 옮겨온 탓에 용병 파티를 구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기도 해서, 마음이 끌리는 것은 사실이다.
“…파티에 들어가겠습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아처 클래스가 정말로 필요한데, 최근에 통 보이지 않아서 구하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막 드리뮤 마을로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엔에게 다가와 파티 신청을 했다.
정말로 아처 클래스가 파티에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로엔은 파티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운이 좋은 편이라 할 수 있겠군.’
앞서 언급했듯이 다른 마을로 옮겨온 지 얼마 되지 않기에 파티나 동료를 구하는 것은 어렵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런 우연찮은 상황에 맞닥뜨리니, 운이 좋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럼 이쪽으로 오셔서 저희 파티원들과 인사라도 나누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용병은 끝까지 친절하게 물어왔다. 로엔은 고개를 주억이고는 자리를 옮겼다. 로엔이 사라지고 난 뒤, 소녀가 와서 탁자를 치운다.
“저는 소드맨 클래스 C 급 용병 파라곤이라 합니다. 그리고…….”
처음 말을 걸어왔던 용병, 파라곤이 자신을 먼저 소개한다. 그리고 로엔을 가리키며 말끝을 흐렸다. 로엔에 대해서 제대로 소개받은 적이 없다.
검과 활을 동시에 다루는 것은 알지만, 이름과 등급은 알지 못한다. 로엔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입을 연다.
“저는 소드맨, 아쳐 듀얼 클래스 C 급 용병 로엔이라고 합니다.”
“듀얼 클래스?”
“호오. 신기하군.”
로엔의 소개에 남자 용병 둘이 놀란 눈으로 중얼거렸다. 용병계에서 검과 활을 동시에 사용하는 듀얼 클래스는 보기 드물다.
마법사나 정령사와 같은 클래스에 비하면 흔해빠졌다고 할 수 있지만, 이 둘이 희귀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역시나 보기 드문 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듀얼 클래스의 로엔이 C 등급이라고 하니, 검도 활도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다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흠흠. 저는 C 급 소드맨 오마르라 합니다.”
“C 급 소드맨 레오다.”
오마라라는 용병은 헛기침을 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외모는 파라곤에 순해 보이기는 하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파라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파라곤의 얼굴에서는 친절함이라는 것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지만, 언제 돌변할지는 모르기 때문이었다.
레오라는 용병은 진중한 얼굴에 과묵한 인상이었다. 말도 딱딱 필요한 말만하는 것이, 그의 성격을 쉽게 알게 했다. 얼굴, 인상과 같이 과묵한 성격인 듯 하다.
“…저는 소드맨 비오르라 해요.”
여자 용병, 비오르가 힘없이 말했다. 로엔의 눈에 이채가 스쳐 지나갔다. 비오르는 이들, 파라곤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있다.
아주 확신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곳에 계속 있다는 것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는 말이다.
굳이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쓸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같은 파티가 된 용병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오직 본인이 개입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관련된 일이거나,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용병들 사이에서 간섭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급 마법사 에린이라고 해요.”
“마법사…….”
“하하. 놀랍지 않습니까? C 급 용병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파티에 마법사가 있다는 것이!”
긴 봉을 가지고 있는 여자 용병, 에린의 소개에 로엔이 신음성을 흘리듯 중얼거렸다. 조금 예상을 해보기는 했지만, 정말로 마법사라고 하자 놀라움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파라곤은 자신의 파티에 마법사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자랑했다. C 급 용병 파티에 마법사가 끼어 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정말로 마법사가 있을 줄이야…….’
예상을 해본다는 것과 확신으로 다가오는 것의 차이는 크다. 로엔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하급 마법사라고 하지만, 존재 자체로만으로도 파티에 큰 힘이 된다.
마법사에도 등급이 있다.
최하급, 하급, 중하급, 중급, 중상급, 상급, 최상급.
이렇게 일곱 등급으로 나뉘는데, 이 또한 각 등급 사이에서도 몇 개의 마법을 알고 있냐에 따라 조금의 차이가 있다.
전투에 도움이 되는 마법사는 하급부터이다. 최하급 마법사는 전투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견습 마법사라고 할 수 있다.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불을 일으키는 마법이 전부이다. 기껏 해봐야 노숙을 할 때에나 쓸모 있는 마법이었다. 그래서 최하급 마법사는 마법사로서 취급조차 되지 않는 편이다.
하급부터는 입장이 조금 달라진다. 마나를 속성으로 변환하지 못한 채 밖으로 내보내는 마나 볼(Mana Ball)이나, 마나 미사일(Mana Missile)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최하급 때와는 다르게 공격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물건을 강화하는 강화부여마법(Enchant)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강화부여마법이란 예를 들어서 검을 단단하게 만들거나 날카롭게 만드는 등, 강화마법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강화부여마법을 통해 파티원들의 무기를 강화시키고, 마나 볼이나 마나 미사일로 원거리에서 지원을 한다면 많은 도움이 되고는 한다.
중하급부터는 마법에 속성을 담을 수 있게 된다. 사람의 개인차이, 성격이나 성향에 따라 두 가지 속성이 정해지는데, 상극의 속성으로 되는 경우는 없다.
예를 들자면 불과 물, 빛과 어둠, 이런 식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속성이 정해진다면, 강화부여마법을 통해서도 파티원들의 무기에 속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된다.
화(火) 속성의 강화부여마법을 건다면, 검에 베이는 곳에 화상을 입는다던지 하는 등 속성이 부여가 된다.
중급부터는 파이어볼(Fire Ball)과 같은 범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범위 마법이란, 일정한 범위 안을 공격하는 마법을 말한다.
파이어볼의 경우에는 약 가로세로 3미터 정도의 범위가 폭발에 휘말린다. 그 안에 있는 인간과 몬스터들은 불타올라 죽게 된다.
항마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마법에 대한 피해가 줄어든다. 항마력이란 마법에 반발하는 힘을 말하는데, 운동 한 번 하지 않아본 인간이라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다.
이처럼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나 항마력은 가지고 있지만, 각기 그 정도가 다르다. 어떤 이는 1의 항마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다른 이는 10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처음에 가지고 태어나는 항마력이 1이라고 해도, 마나를 깨닫고, 몸속에 모으기 시작하면, 그 양이 늘어난다.
중상급부터는 범위 마법을 넘어선 광역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광역이라는 단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넓은 범위를 공격하는 마법인데, 윈드 커터(Wind Cutter)와 같은 초급 광역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윈드 커터(Wind Cutter)란 바람의 칼날이라 한다. 최대 20미터밖에 있는 곳까지 날릴 수 있고, 마나 컨트롤 능력에 따라 크기와 범위, 개수를 조절할 수 있다.
사실 윈드 커터의 경우에는 광역 마법이라고 하기에는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류를 그렇게 나눈 이유는 절삭과 관통하기 때문이다.
칼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막아내지 못하면 잘라내어 계속해서 앞으로 날아간다. 뒤에 있는 상대, 그 뒤에 있는 상대까지 계속해서 잘라낸다.
그러기에 애매모호함에도 불구하고 광역 마법이라 분류를 나눠놨다.
상급부터는 세 가지 속성을 다룰 수 있게 되는데, 윈드 커터와 같은 초급 광역 마법이 아니라, 익스플로젼(Explosion)과 같은 중급 광역 마법을 사용 할 수 있게 된다.
익스플로젼이란 화염계 광역 폭발 마법을 말한다. 가로세로 최대 10미터 정도의 공간을 폭발시키며, 그 안에 있는 생명체들은 모두 폭발에 휘말려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또한 두 가지의 마법을 혼합하여 사용하는, 혼합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두 가지 속성을 합칠 수도 있기에,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최상급은 네 가지 속성을 다룰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블리자드와 같은, 초 광역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최상급 마법사의 존재는 한 나라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블리자드라는 마법은 빙결계 초 광역 마법인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지만, 가로세로 약 몇 백 미터에 이르는 공간을 얼려버린다고 전해진다.
지금까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는, 마법사들이 모여 만든 마탑(Tower of Magic)에서 세상에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만약 그 말이 정말이라면 최상급 마법사의 존재는 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정도라 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 에린은 하급 마법사이다. 전투 시에 강화부여마법과 마나 볼, 마나 미사일 같은 공격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용병이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정말로 놀랍습니다.”
로엔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정말로 놀랍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C 급 용병 파티에 하급 마법사가 끼어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고 했다.
“소드맨 네 명에 마법사 한 명, 그리고 아처까지 한 명이 되었으니, 저희 파티는 이제 웬만한 몬스터는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군요. 하하.”
파라곤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로엔은 그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여건만 된다면 B급 이상만이 잡을 수 있다는 트롤(Troll)도 사냥 할 수 있을 정도다.
오크(Orc)나 코볼트(Kobold), 놀(Gnoll)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쩌면 이 파티로 계속 사냥과 의뢰를 반복한다면, 앞서 세운 계획은 절반 이하 정도의 시간으로 줄어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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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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