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 올립니다...!
샤워를 끝내고 깨끗하게 씻고 나온 소녀는 문 앞에 놓아져 있는 옷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곳 그것이 자신을 구해준 사내가 직원에게 말해서 돈을 받고 사가지고 온 것 이라는 걸 알았다.
얼떨떨한 심정이었지만 그 옷을 집어 들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 자신이 입고 있는 허름한 옷가지를 벗고 그 옷으로 갈아입은 뒤에야 샤워실을 나섰다.
조심스럽게 여관의 복도를 지나 소란스러운 테이블 들로 향했다.
구석진 창가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는 사내를 발결하곤 소녀는 그곳으로 걸음을 옮겨 다가갔다.
조심히 몸을 앉히는 걸 본 사내는 곧바로 직원을 불러 오리구이와 샐러드, 그리고 호밀 빵 이인분과 스프 두 접시를 주문했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듯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이정도면 충분 하겠지?”
“네?”
“모지라면 더 시킬 테니까 말해.”
“아... 네.”
당황하며 고개를 끄덕인 소녀였지만 그 후에 다시금 침묵이 흘러갔다.
물병 하나와 잔 두 개를 가져와 놓아두고 물러가는 것 말고는 별 말 없이 조용히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소녀는 용기를 내어 작게 입을 열었다.
“저기...”
“음?”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떨리는 심정을 진정시키며 작은 목소리로 말을 했지만 주변의 시끄러운 소움에 잘 들렸는지는 모르겠다.
그때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던 사내가 작은 웃음을 짓는 것을 소녀는 보았다.
“고마워 할 것 없어. 넌 그 상황에 용기를 내어 나에게 도움을 청했고 난 거기에 응답을 해준 것뿐이니까.”
말투는 차가웠지만 목소리는 따스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소녀는 다시 용기를 내어 재차 입을 열었다.
“전... 안나라고 해요. 절 구해주셨는데... 이름이 어떻게 되시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론이다.”
“론...”
흔한 이름이다.
하지만 안나는 작게 론이라는 이름을 중얼거리며 잊어버리지 않게 되새겼다.
그 사이 음식들이 하나 둘 나오고 배가 고팠는지 처음엔 눈치를 보면서 먹던 안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론이 물병을 들어 컵에 따라서 안나에게 건네주었다.
“뺏어먹지 않을 테니까 천천히 먹어.”
“......”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안나가 뺨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이 귀여웠던지 론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호밀 빵 한 조각을 집어 스프에 찍어 먹었다.
그렇게 음식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배가 어느 정도 찼을 즘 론이 안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무엇 때문에 팔려가게 된 거지?”
자신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지는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빚 때문이예요.”
“빚?”
“아버지는 노름을 좋아하세요. 그 때문에 가정은 풍비박산이 나버렸고 전 빚을 갚기 위해 헐값에 팔리게 되었어요.”
이 말만 들어도 대충 어떤 상황에서 팔려가게 된 것인지 알만했던 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이대로 간다고 해도 갈 곳은 없겠군.”
“네......”
이제 16살의 어린 소녀가 자유의 몸으로 풀려났다고 해도 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험한 세상에 위험한 꼴 안 당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어쩌면 다시 뒷골목의 세계로 빠져들게 될지도 모른다.
안색이 어두워진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안나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은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 덕분이었다.
“날 믿을 수 있겠나?”
“네?”
“내가 너에게 허튼짓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냐는 말이야.”
론의 말뜻을 알아들은 안나의 안색이 대번에 밝아졌다.
“네! 믿을 수 있어요.”
“빠른 대답이로군.”
조금 어이가 없었던 것인지 작게 중얼거린 론의 말에 안나가 활짝 미소를 지은 채 다시 입을 열었다.
“오빠는 나쁜 사람이라 생각지 않아요. 이렇게 절 구해주셨고... 왠지...... 가슴이 따뜻한 분 같아 보여요.”
“웃기지도 않는 소릴 하는구만.”
쓴웃음을 지은 론이 물 컵에 가득 따라 냉수를 한 잔 들이켰다.
정말로 웃기지도 않는 말이다.
가슴이 따뜻한 분 같다니, 그동안 자신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알게 된다면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두려워하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그리고 무슨 목적으로 접근을 했는지도.
안나는 자신을 구해준 것이 우연이라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론은 일주일 전부터 안나를 지켜보았고 도망치다가 잡히는 모습을 바라보다 행동에 옮겼을 뿐이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당해놓고도 쉽게 믿음이 생길 수가 있는 건가?”
“오빠... 뿐이었거든요. 지금 까지 수없이 도움을 청했지만... 그걸 잡아준 사람은 오빠뿐이었어요. 사실 도움을 주는 것도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오빠는 그런 절 지나치지 않았고 이렇게 구해주셨잖아요. 마음이 따뜻한 분이 아니라면 그럴 수 없을 거라 생각해요.”
“만약 내가 딴마음을 품고 널 구했다면 어떻게 할 거지?”
“그럴리 없어요.”
“그럴리 없다?”
“아까 말 한 것처럼 오빠는 가슴이 따뜻한 분인 거 같아요. 그런 분이 나쁜 의도로 절 구해주었다고 생각지 않아요. 만난 것 또한 우연이었잖아요. 그런 생각을 할 사이도 없을 만큼.”
“어이없는 말만 계속하는구나.”
“어이없어도 좋아요. 사실이니까.”
활짝 웃음 지으며 말하는 안나의 모습에 론 또한 작은 미소를 지었다.
식사를 끝내고 2층으로 올라간 둘은 1인용 침대가 양쪽 벽에 붙어 있고 그 사이로 작은 테이블과 꽃병이 놓아져 있는 방 안으로 들어섰다.
“몸으로도, 심적으로도 힘들었을 테니까 푹 쉬도록 해.”
잠자리에 드는 론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안나도 신발과 겉옷을 벗고 침대에 들어섰다.
조용한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눈을 깜빡이며 천장을 바라보던 안나가 고개를 돌려 론이 누워 있는 침대 쪽을 바라보았다.
잠이 든 것일까.
조용한 숨 소라와 가만히 누워 있는 모습을 바라보다 다시 시선을 돌려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뭐하는 분이실까......’
손을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이렇게 도움을 준 론에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론에 대해 아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한 가지 안나가 알 수 있는 건 정말로 가슴이 따뜻한 사람 같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오늘밤을 쉽게 잠들 수 없을 것만 같다.
“으음......”
햇빛에 천천히 떨리던 눈꺼풀이 위로 올라가며 눈이 떠졌을 때 안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손으로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깨어나 정신이 조금 몽롱했지만 여긴 자신이 지내던 그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순간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제의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 표정을 보니 잘 잔 모양이군?”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고 있는 론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네... 푹 잔거 같아요.”
아무래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든 것 같았다.
“씻고 테이블로 오도록 해. 먼저 내려가 있을 테니까.”
그 말만 남기고 걸음을 옮겨 문으로 향하는 론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기다리게 하면 안 되니까, 빨리 준비해야지.......’
안나가 씻을 동안 계단을 따라 1층으로 내려온 론은 아침을 먹고 있는 여행객들의 모습을 힐끔 바라보곤 지나쳐 어제 창가로 이동해 몸을 앉혔다.
“일행이 내려오면 주문하지.”
다가온 종업원에게 말한 론이 물러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19살에서 21살 정도 되겠군.’
마리를 땋은 귀엽게 생긴 여자였다.
잠시 지켜보니 손님들에게 대하는 모습도 나쁘지 않고 인사성도 밝아 보인다.
‘이미 지나간 일이야... 나답지 않게 무슨 감성에 젖는단 말이냐...’
저 여자를 통해 에닐리의 모습을 자신도 모르게 떠올렸던 행동에 쓴웃음을 지었다.
이건 전혀 자신답지 못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했던 수많은 여인을 끝내버리고 세상을 떠나게 만든 놈, 이제 와서 감성에 젖는다니 웃기지도 않다.
‘정말로... 웃기지도 않아......’
샤워를 끝내고 깨끗하게 씻고 나온 소녀는 문 앞에 놓아져 있는 옷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곳 그것이 자신을 구해준 사내가 직원에게 말해서 돈을 받고 사가지고 온 것 이라는 걸 알았다.
얼떨떨한 심정이었지만 그 옷을 집어 들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 자신이 입고 있는 허름한 옷가지를 벗고 그 옷으로 갈아입은 뒤에야 샤워실을 나섰다.
조심스럽게 여관의 복도를 지나 소란스러운 테이블 들로 향했다.
구석진 창가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는 사내를 발결하곤 소녀는 그곳으로 걸음을 옮겨 다가갔다.
조심히 몸을 앉히는 걸 본 사내는 곧바로 직원을 불러 오리구이와 샐러드, 그리고 호밀 빵 이인분과 스프 두 접시를 주문했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듯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이정도면 충분 하겠지?”
“네?”
“모지라면 더 시킬 테니까 말해.”
“아... 네.”
당황하며 고개를 끄덕인 소녀였지만 그 후에 다시금 침묵이 흘러갔다.
물병 하나와 잔 두 개를 가져와 놓아두고 물러가는 것 말고는 별 말 없이 조용히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소녀는 용기를 내어 작게 입을 열었다.
“저기...”
“음?”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떨리는 심정을 진정시키며 작은 목소리로 말을 했지만 주변의 시끄러운 소움에 잘 들렸는지는 모르겠다.
그때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던 사내가 작은 웃음을 짓는 것을 소녀는 보았다.
“고마워 할 것 없어. 넌 그 상황에 용기를 내어 나에게 도움을 청했고 난 거기에 응답을 해준 것뿐이니까.”
말투는 차가웠지만 목소리는 따스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소녀는 다시 용기를 내어 재차 입을 열었다.
“전... 안나라고 해요. 절 구해주셨는데... 이름이 어떻게 되시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론이다.”
“론...”
흔한 이름이다.
하지만 안나는 작게 론이라는 이름을 중얼거리며 잊어버리지 않게 되새겼다.
그 사이 음식들이 하나 둘 나오고 배가 고팠는지 처음엔 눈치를 보면서 먹던 안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론이 물병을 들어 컵에 따라서 안나에게 건네주었다.
“뺏어먹지 않을 테니까 천천히 먹어.”
“......”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안나가 뺨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이 귀여웠던지 론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호밀 빵 한 조각을 집어 스프에 찍어 먹었다.
그렇게 음식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배가 어느 정도 찼을 즘 론이 안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무엇 때문에 팔려가게 된 거지?”
자신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지는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빚 때문이예요.”
“빚?”
“아버지는 노름을 좋아하세요. 그 때문에 가정은 풍비박산이 나버렸고 전 빚을 갚기 위해 헐값에 팔리게 되었어요.”
이 말만 들어도 대충 어떤 상황에서 팔려가게 된 것인지 알만했던 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이대로 간다고 해도 갈 곳은 없겠군.”
“네......”
이제 16살의 어린 소녀가 자유의 몸으로 풀려났다고 해도 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험한 세상에 위험한 꼴 안 당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어쩌면 다시 뒷골목의 세계로 빠져들게 될지도 모른다.
안색이 어두워진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안나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은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 덕분이었다.
“날 믿을 수 있겠나?”
“네?”
“내가 너에게 허튼짓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냐는 말이야.”
론의 말뜻을 알아들은 안나의 안색이 대번에 밝아졌다.
“네! 믿을 수 있어요.”
“빠른 대답이로군.”
조금 어이가 없었던 것인지 작게 중얼거린 론의 말에 안나가 활짝 미소를 지은 채 다시 입을 열었다.
“오빠는 나쁜 사람이라 생각지 않아요. 이렇게 절 구해주셨고... 왠지...... 가슴이 따뜻한 분 같아 보여요.”
“웃기지도 않는 소릴 하는구만.”
쓴웃음을 지은 론이 물 컵에 가득 따라 냉수를 한 잔 들이켰다.
정말로 웃기지도 않는 말이다.
가슴이 따뜻한 분 같다니, 그동안 자신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알게 된다면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두려워하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그리고 무슨 목적으로 접근을 했는지도.
안나는 자신을 구해준 것이 우연이라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론은 일주일 전부터 안나를 지켜보았고 도망치다가 잡히는 모습을 바라보다 행동에 옮겼을 뿐이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당해놓고도 쉽게 믿음이 생길 수가 있는 건가?”
“오빠... 뿐이었거든요. 지금 까지 수없이 도움을 청했지만... 그걸 잡아준 사람은 오빠뿐이었어요. 사실 도움을 주는 것도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오빠는 그런 절 지나치지 않았고 이렇게 구해주셨잖아요. 마음이 따뜻한 분이 아니라면 그럴 수 없을 거라 생각해요.”
“만약 내가 딴마음을 품고 널 구했다면 어떻게 할 거지?”
“그럴리 없어요.”
“그럴리 없다?”
“아까 말 한 것처럼 오빠는 가슴이 따뜻한 분인 거 같아요. 그런 분이 나쁜 의도로 절 구해주었다고 생각지 않아요. 만난 것 또한 우연이었잖아요. 그런 생각을 할 사이도 없을 만큼.”
“어이없는 말만 계속하는구나.”
“어이없어도 좋아요. 사실이니까.”
활짝 웃음 지으며 말하는 안나의 모습에 론 또한 작은 미소를 지었다.
식사를 끝내고 2층으로 올라간 둘은 1인용 침대가 양쪽 벽에 붙어 있고 그 사이로 작은 테이블과 꽃병이 놓아져 있는 방 안으로 들어섰다.
“몸으로도, 심적으로도 힘들었을 테니까 푹 쉬도록 해.”
잠자리에 드는 론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안나도 신발과 겉옷을 벗고 침대에 들어섰다.
조용한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눈을 깜빡이며 천장을 바라보던 안나가 고개를 돌려 론이 누워 있는 침대 쪽을 바라보았다.
잠이 든 것일까.
조용한 숨 소라와 가만히 누워 있는 모습을 바라보다 다시 시선을 돌려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뭐하는 분이실까......’
손을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이렇게 도움을 준 론에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론에 대해 아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한 가지 안나가 알 수 있는 건 정말로 가슴이 따뜻한 사람 같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오늘밤을 쉽게 잠들 수 없을 것만 같다.
“으음......”
햇빛에 천천히 떨리던 눈꺼풀이 위로 올라가며 눈이 떠졌을 때 안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손으로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깨어나 정신이 조금 몽롱했지만 여긴 자신이 지내던 그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순간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제의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 표정을 보니 잘 잔 모양이군?”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고 있는 론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네... 푹 잔거 같아요.”
아무래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든 것 같았다.
“씻고 테이블로 오도록 해. 먼저 내려가 있을 테니까.”
그 말만 남기고 걸음을 옮겨 문으로 향하는 론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기다리게 하면 안 되니까, 빨리 준비해야지.......’
안나가 씻을 동안 계단을 따라 1층으로 내려온 론은 아침을 먹고 있는 여행객들의 모습을 힐끔 바라보곤 지나쳐 어제 창가로 이동해 몸을 앉혔다.
“일행이 내려오면 주문하지.”
다가온 종업원에게 말한 론이 물러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19살에서 21살 정도 되겠군.’
마리를 땋은 귀엽게 생긴 여자였다.
잠시 지켜보니 손님들에게 대하는 모습도 나쁘지 않고 인사성도 밝아 보인다.
‘이미 지나간 일이야... 나답지 않게 무슨 감성에 젖는단 말이냐...’
저 여자를 통해 에닐리의 모습을 자신도 모르게 떠올렸던 행동에 쓴웃음을 지었다.
이건 전혀 자신답지 못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했던 수많은 여인을 끝내버리고 세상을 떠나게 만든 놈, 이제 와서 감성에 젖는다니 웃기지도 않다.
‘정말로... 웃기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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