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로엔은 눈을 어지럽히는 밝은 햇살에 신음을 흘리며 몸을 뒤척였다. 밀려오는 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옷조차 입지 않고 바로 잠에 들었다.
그것을 떠올리자 몸을 천천히 일으킨다. 아침이라고 성이 나 있는 녀석이 껄떡거린다. 옷을 주섬주섬 주워서 입은 뒤, 던져놨던 부츠를 신는다.
마지막으로 검을 허리에 차고, 활과 화살 통을 등에 맨다. 준비를 마치자 방을 빠져나가 식당으로 내려간다.
“크하하! 그래서 이 몸이 도끼를 휘두르자 고블린 다섯 마리의 몸이 반으로 딱! 하고 갈라졌다 이 말이야!”
식당에는 아침부터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는 용병이 있었다. 로엔은 피식, 하고 한 번 웃고는 자리에 걸터앉는다.
용병의 주위에는 평범한 농부들과 몇몇 용병들이 모여 있다. 한 번에 고블린 다섯 마리의 몸을 갈랐다는 용병의 말이 허황되고 과장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말재주 하나 만큼은 정말로 그렇게 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로엔 용병님, 일어나셨습니까. 식사는 평소대로 드릴까요? 헤헤.”
“그렇게 해주시오.”
자리에 걸터앉자 도란이 다가와 묻는다. 로엔은 대답을 하고는 주위를 쑥 훑는다. 아침이라 그런지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다.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인식한 뒤,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고블린을 퇴치하는 의뢰를 해왔다. 이 마을에서는 고블린만이 득실거린다.
단순히 하루를 벌고, 하루를 먹고 살기에는 좋다. 그 이상을 하는 것이 어려울 뿐.
‘지금의 나는 그저 C 급의 용병일 뿐이다.’
C 급이라고 해봤자 C급 용병보다 조금 뛰어난 정도에 불과하다. 고블린을 퇴치하는 것은 지금까지 쭉 해왔던 것이라 상관없지만, 그 이상으로 가려면 다른 마을로 가야 한다.
지금 이 마을에는 높은 급의 용병이 없다. 고블린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실력을 높게 평가는 용병들은 모두 떠난 것이다.
‘나도 이 마을을 떠나야 하는 것인가.’
앞서 한 차례 떠올린 적이 있었지만, 싸우는 것이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용병질을 그만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한 달 전에 겪은 죽음의 위기 이후다.
알 수 없는 기억들, 그리고 찾아오는 혼란스러움. 시간이 잠시 지난 후에는 자연스럽게 융합이 되고, 어색함과 이상함을 느끼지 않았지만, 좋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전의 로엔은 앞서 말했듯이 모아놓은 재산도 없고, 계획성도 없는 개털의 멍청한 삶을 살아온 그이다. 아마 한 달 전의 일만 아니었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아갔을 것이고, 싸우고, 죽이고, 방탕하게 탕진하는 것의 연속일 것이다.
지금의 로엔은 그것을 알고, 자신의 현 상황을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이 마을을 떠나야하는 것인가? 라고 생각하는 것은 가장 우선적으로 떠올린, 뭘 해 먹고 살아야할까? 라는 질문에 이어진 것이다.
이 마을은 고블린을 잡는 것 외에는 아무런 것도 없다. 당장 모아놓은 재산이라고는 한 달 동안 모은 10골드가 전부다.
‘10골드의 가치는 약 1000만 원 정도다.’
10골드를 한국의 한화(韓貨)로 바꾸는 대략 1000만 원 정도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많은 돈도 아니다.
C급 용병이 한 달에 다섯 번 정도 의뢰를 나간다고 하면 버는 돈이다.
‘그나마 마정석이 없다면 은화 몇 개가 고작이지만…….’
어제의 의뢰에서는 마정석이 나오지 않았다. 고작 은화 아홉 개를 번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정석(魔精石).
세상의 모든 것에는 마나라는 것이 깃들어 있다. 그 말은 몬스터에게도 마나라는 것이 있다는 말이 된다.
의뢰를 나가 몬스터를 퇴치하다보면, 강한 몬스터가 나타난다. 태어날 때부터 마나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 후천적으로 마나를 많이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몬스터들의 체내에서는 마나가 응축이 되어 하나의 돌처럼 결정을 이루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마정석이라는 것이다.
마정석은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물을 생산하는데 쓰이기도 하고,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비료로 쓰이기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마나를 뽑아내는데 쓰이기도 하는 등, 하나의 다용도적인 자원이라 할 수 있다.
다용도로 쓰이는 자원인 만큼 가격이 비싸다. 최하급 마정석만 해도 최소 10골드다.
C급 용병이 의뢰를 나가서 10골드라는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벌이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한 달에 버는 돈이 10골드라는 가정 하에 손익을 계산해보면 대충 남는 것은 5골드.’
장비가 망가지면 새로운 것을 마련해야하고, 화살은 꾸준히 구입을 해야 한다. 다칠 때를 대비하여 포션이나 붕대 같은 것을 구입하면 손익은 대략 5골드에 불과하다.
‘한 달에 벌어서 모을 수 있는 돈을 5골드라 치고, 우선은 목표를 세우자.’
한 달에 모을 수 있는 돈 5골드. 그 전에 목표를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목표를 세우는 것이 우선인 이유는, 그것에 따라 계획이 바뀌기기 때문이다.
‘용병질은 아무리 길게 해봐야 10년 정도가 한계다.’
예전에도 생각했지만 용병질은 아무리 길게 해봐야 10년 정도가 한계다. 로엔의 나이가 현재 28살이다.
10년이 지나면 38살. 용병질을 계속한다는 전제하에 생각하면 육체적 노쇠함은 빠르게 다가올 것이다.
어쩌면 5년 내에 용병질을 그만두는 일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당장이고 그만 둘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이 일 외에는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그나마 가족이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부양해야할 가족이 있었다면 더욱 힘들고 곤란한 처지가 된다. 동료도 없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용병들에게는 그런 개념이 남다르다.
돈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떠난다. 용병들에게 있어서 동료란 그런 개념 관계다.
‘결혼이나 그런 것은 나중에 생각을 할 문제. 목표, 그걸 정해야 하는데…… 10년 동안 돈을 번다면 무엇을 세울 수 있지?’
10년을 개월로 바꾸면 120개월이다. 한 달에 5골드를 번다고 가정하면 약 600골드를 모을 수 있다. 600골드는 한화로 치면 6억 정도다.
‘6억. 현대 한국에서는 무언가라도 할 수 있는 돈이지만, 이곳에서는 다르다.’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현대 한국에서는 3억이라고 한다면 작은 가게라도 하나 차릴 수 있지만, 이 세계에서는 그것조차 불가능하다.
최소 일천 골드. 이 정도의 금액은 있어야 작은 여관이라도 차릴 수 있다.
막 형성되기 시작하는 마을에서는 땅값이 밑바닥까지 내려가 있지만, 어느 정도 번창하고 있는 마을은 땅값이 제법 올라가 있다. 하지만 일천 골드는 어느 정도 번창하고 있는 마을에 작은 여관을 세운다는 기준 하에 생각한 금액이다.
작은 여관에 쓰일 자재와 건축을 할 인력, 이런 것을 포함한 다른 것이 많은 돈이 든다. 땅값이 제법 올라가 있다고 하더라도, 도시나 수도가 아닌 이상 그렇게 많은 차이는 나지 않는다.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된다면… 10년이 아니라, 그 이상도 용병질을 할 수 있지만…….’
B급 용병들은 나이가 중년에 접어들어도 어느 정도의 젊음을 유지한다. 그 유지의 비결이 바로 마나다.
마나가 몸에 깃들고, 모으며 신체가 노화하는 것을 막는다. 그러기에 B급 용병에 들어서면 40대, 아니 50대에 이르러서도 용병질을 할 수 있다.
로엔은 40대, 50대까지 용병질을 할 생각은 없어도,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도 하다.
마나를 다룰 수 있는 것은 선택받은 자들뿐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마나를 느끼고, 스스로 몸으로 끌어들인다.
‘재능이란 더럽군.’
씁쓸하거나 억울하지는 않다. 그저 없다는 것이 더럽다고 느낄 뿐이다. 마나도 재능에 불과하다.
로엔, 자신은 그저 마나라는 재능이 없을 뿐이다. 없는 재능을 이제 와서 달라고 할 수도 없다.
아니, 달라고 하더라도 줄 리가 없다. 있는 것으로 앞으로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하냐는 거다.
‘일천 골드. 작은 여관을 세워서 배 두드리며 살려면 있어야할 최소한의 금액.’
앞에서 생각했듯이 10년, 12개월 동안 5골드씩 번다면 600골드 정도를 모을 수 있다. 그렇다면 400골드가 비게 되는 셈이다.
80개월. 400골드를 더 벌기 위해서는 80개월을 더 돈을 벌어야 한다. 그렇다면 200개월, 16년에서 17년 정도 사이를 용병질을 하며 돈을 벌어야 한다.
중간에 마정석을 운이 좋게 많이 취득하거나, 높은 등급을 얻는다면 적어도 13년.
‘무리다.’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용병질을 해야 한다 생각하니 바로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그 세월 동안 부평초처럼 떠돌아다니며 용병질, 칼밥을 먹고 살기는 싫다.
계획을 수정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후우… 힘들군.’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고 있다. 아파오는 머리에 고개를 흔든다.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며 우선은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몬스터 사냥을 나서기로 한다.
“식사 나왔습니다.”
도란이 다가와 말한다. 탁, 하고 탁자 위에 식사가 올려진다. 로엔은 포크로 음식을 찍고, 입속에 넣어 씹는다.
‘의뢰가 없으니 몬스터 사냥은 혼자 가야하는 건가.’
투크를 비롯한 고블린 퇴치를 함께 나간 용병들은 일순간적인 동료에 불과하다. 호흡이 잘 맞은 탓에 자주 함께 나간 것일 뿐이지, 오랜 시간 동안 계속 해야 할 이유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
각자의 길을 걸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알아서 흩어진다. 고블린 퇴치를 함께 나갔던 용병들과의 관계가 딱 그 정도이다.
혼자서 몬스터 사냥을 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고블린이 무리를 짓고 다닌다고 해도, 트랩(Trap:함정)을 설치하여 유인하며 사냥하면 충분하다.
오물오물.
입이 천천히 느리지만,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생각도 멈춰지지 않는다. 식당 내에서 어떤 소리가 나오던, 로엔의 귓가에 스며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마을로 가야하나?’
로엔의 머릿속에 문득 든 생각이다.
로엔은 눈을 어지럽히는 밝은 햇살에 신음을 흘리며 몸을 뒤척였다. 밀려오는 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옷조차 입지 않고 바로 잠에 들었다.
그것을 떠올리자 몸을 천천히 일으킨다. 아침이라고 성이 나 있는 녀석이 껄떡거린다. 옷을 주섬주섬 주워서 입은 뒤, 던져놨던 부츠를 신는다.
마지막으로 검을 허리에 차고, 활과 화살 통을 등에 맨다. 준비를 마치자 방을 빠져나가 식당으로 내려간다.
“크하하! 그래서 이 몸이 도끼를 휘두르자 고블린 다섯 마리의 몸이 반으로 딱! 하고 갈라졌다 이 말이야!”
식당에는 아침부터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는 용병이 있었다. 로엔은 피식, 하고 한 번 웃고는 자리에 걸터앉는다.
용병의 주위에는 평범한 농부들과 몇몇 용병들이 모여 있다. 한 번에 고블린 다섯 마리의 몸을 갈랐다는 용병의 말이 허황되고 과장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말재주 하나 만큼은 정말로 그렇게 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로엔 용병님, 일어나셨습니까. 식사는 평소대로 드릴까요? 헤헤.”
“그렇게 해주시오.”
자리에 걸터앉자 도란이 다가와 묻는다. 로엔은 대답을 하고는 주위를 쑥 훑는다. 아침이라 그런지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다.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인식한 뒤,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고블린을 퇴치하는 의뢰를 해왔다. 이 마을에서는 고블린만이 득실거린다.
단순히 하루를 벌고, 하루를 먹고 살기에는 좋다. 그 이상을 하는 것이 어려울 뿐.
‘지금의 나는 그저 C 급의 용병일 뿐이다.’
C 급이라고 해봤자 C급 용병보다 조금 뛰어난 정도에 불과하다. 고블린을 퇴치하는 것은 지금까지 쭉 해왔던 것이라 상관없지만, 그 이상으로 가려면 다른 마을로 가야 한다.
지금 이 마을에는 높은 급의 용병이 없다. 고블린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실력을 높게 평가는 용병들은 모두 떠난 것이다.
‘나도 이 마을을 떠나야 하는 것인가.’
앞서 한 차례 떠올린 적이 있었지만, 싸우는 것이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용병질을 그만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한 달 전에 겪은 죽음의 위기 이후다.
알 수 없는 기억들, 그리고 찾아오는 혼란스러움. 시간이 잠시 지난 후에는 자연스럽게 융합이 되고, 어색함과 이상함을 느끼지 않았지만, 좋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전의 로엔은 앞서 말했듯이 모아놓은 재산도 없고, 계획성도 없는 개털의 멍청한 삶을 살아온 그이다. 아마 한 달 전의 일만 아니었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아갔을 것이고, 싸우고, 죽이고, 방탕하게 탕진하는 것의 연속일 것이다.
지금의 로엔은 그것을 알고, 자신의 현 상황을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이 마을을 떠나야하는 것인가? 라고 생각하는 것은 가장 우선적으로 떠올린, 뭘 해 먹고 살아야할까? 라는 질문에 이어진 것이다.
이 마을은 고블린을 잡는 것 외에는 아무런 것도 없다. 당장 모아놓은 재산이라고는 한 달 동안 모은 10골드가 전부다.
‘10골드의 가치는 약 1000만 원 정도다.’
10골드를 한국의 한화(韓貨)로 바꾸는 대략 1000만 원 정도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많은 돈도 아니다.
C급 용병이 한 달에 다섯 번 정도 의뢰를 나간다고 하면 버는 돈이다.
‘그나마 마정석이 없다면 은화 몇 개가 고작이지만…….’
어제의 의뢰에서는 마정석이 나오지 않았다. 고작 은화 아홉 개를 번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정석(魔精石).
세상의 모든 것에는 마나라는 것이 깃들어 있다. 그 말은 몬스터에게도 마나라는 것이 있다는 말이 된다.
의뢰를 나가 몬스터를 퇴치하다보면, 강한 몬스터가 나타난다. 태어날 때부터 마나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 후천적으로 마나를 많이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몬스터들의 체내에서는 마나가 응축이 되어 하나의 돌처럼 결정을 이루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마정석이라는 것이다.
마정석은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물을 생산하는데 쓰이기도 하고,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비료로 쓰이기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마나를 뽑아내는데 쓰이기도 하는 등, 하나의 다용도적인 자원이라 할 수 있다.
다용도로 쓰이는 자원인 만큼 가격이 비싸다. 최하급 마정석만 해도 최소 10골드다.
C급 용병이 의뢰를 나가서 10골드라는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벌이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한 달에 버는 돈이 10골드라는 가정 하에 손익을 계산해보면 대충 남는 것은 5골드.’
장비가 망가지면 새로운 것을 마련해야하고, 화살은 꾸준히 구입을 해야 한다. 다칠 때를 대비하여 포션이나 붕대 같은 것을 구입하면 손익은 대략 5골드에 불과하다.
‘한 달에 벌어서 모을 수 있는 돈을 5골드라 치고, 우선은 목표를 세우자.’
한 달에 모을 수 있는 돈 5골드. 그 전에 목표를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목표를 세우는 것이 우선인 이유는, 그것에 따라 계획이 바뀌기기 때문이다.
‘용병질은 아무리 길게 해봐야 10년 정도가 한계다.’
예전에도 생각했지만 용병질은 아무리 길게 해봐야 10년 정도가 한계다. 로엔의 나이가 현재 28살이다.
10년이 지나면 38살. 용병질을 계속한다는 전제하에 생각하면 육체적 노쇠함은 빠르게 다가올 것이다.
어쩌면 5년 내에 용병질을 그만두는 일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당장이고 그만 둘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이 일 외에는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그나마 가족이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부양해야할 가족이 있었다면 더욱 힘들고 곤란한 처지가 된다. 동료도 없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용병들에게는 그런 개념이 남다르다.
돈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떠난다. 용병들에게 있어서 동료란 그런 개념 관계다.
‘결혼이나 그런 것은 나중에 생각을 할 문제. 목표, 그걸 정해야 하는데…… 10년 동안 돈을 번다면 무엇을 세울 수 있지?’
10년을 개월로 바꾸면 120개월이다. 한 달에 5골드를 번다고 가정하면 약 600골드를 모을 수 있다. 600골드는 한화로 치면 6억 정도다.
‘6억. 현대 한국에서는 무언가라도 할 수 있는 돈이지만, 이곳에서는 다르다.’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현대 한국에서는 3억이라고 한다면 작은 가게라도 하나 차릴 수 있지만, 이 세계에서는 그것조차 불가능하다.
최소 일천 골드. 이 정도의 금액은 있어야 작은 여관이라도 차릴 수 있다.
막 형성되기 시작하는 마을에서는 땅값이 밑바닥까지 내려가 있지만, 어느 정도 번창하고 있는 마을은 땅값이 제법 올라가 있다. 하지만 일천 골드는 어느 정도 번창하고 있는 마을에 작은 여관을 세운다는 기준 하에 생각한 금액이다.
작은 여관에 쓰일 자재와 건축을 할 인력, 이런 것을 포함한 다른 것이 많은 돈이 든다. 땅값이 제법 올라가 있다고 하더라도, 도시나 수도가 아닌 이상 그렇게 많은 차이는 나지 않는다.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된다면… 10년이 아니라, 그 이상도 용병질을 할 수 있지만…….’
B급 용병들은 나이가 중년에 접어들어도 어느 정도의 젊음을 유지한다. 그 유지의 비결이 바로 마나다.
마나가 몸에 깃들고, 모으며 신체가 노화하는 것을 막는다. 그러기에 B급 용병에 들어서면 40대, 아니 50대에 이르러서도 용병질을 할 수 있다.
로엔은 40대, 50대까지 용병질을 할 생각은 없어도,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도 하다.
마나를 다룰 수 있는 것은 선택받은 자들뿐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마나를 느끼고, 스스로 몸으로 끌어들인다.
‘재능이란 더럽군.’
씁쓸하거나 억울하지는 않다. 그저 없다는 것이 더럽다고 느낄 뿐이다. 마나도 재능에 불과하다.
로엔, 자신은 그저 마나라는 재능이 없을 뿐이다. 없는 재능을 이제 와서 달라고 할 수도 없다.
아니, 달라고 하더라도 줄 리가 없다. 있는 것으로 앞으로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하냐는 거다.
‘일천 골드. 작은 여관을 세워서 배 두드리며 살려면 있어야할 최소한의 금액.’
앞에서 생각했듯이 10년, 12개월 동안 5골드씩 번다면 600골드 정도를 모을 수 있다. 그렇다면 400골드가 비게 되는 셈이다.
80개월. 400골드를 더 벌기 위해서는 80개월을 더 돈을 벌어야 한다. 그렇다면 200개월, 16년에서 17년 정도 사이를 용병질을 하며 돈을 벌어야 한다.
중간에 마정석을 운이 좋게 많이 취득하거나, 높은 등급을 얻는다면 적어도 13년.
‘무리다.’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용병질을 해야 한다 생각하니 바로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그 세월 동안 부평초처럼 떠돌아다니며 용병질, 칼밥을 먹고 살기는 싫다.
계획을 수정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후우… 힘들군.’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고 있다. 아파오는 머리에 고개를 흔든다.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며 우선은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몬스터 사냥을 나서기로 한다.
“식사 나왔습니다.”
도란이 다가와 말한다. 탁, 하고 탁자 위에 식사가 올려진다. 로엔은 포크로 음식을 찍고, 입속에 넣어 씹는다.
‘의뢰가 없으니 몬스터 사냥은 혼자 가야하는 건가.’
투크를 비롯한 고블린 퇴치를 함께 나간 용병들은 일순간적인 동료에 불과하다. 호흡이 잘 맞은 탓에 자주 함께 나간 것일 뿐이지, 오랜 시간 동안 계속 해야 할 이유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
각자의 길을 걸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알아서 흩어진다. 고블린 퇴치를 함께 나갔던 용병들과의 관계가 딱 그 정도이다.
혼자서 몬스터 사냥을 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고블린이 무리를 짓고 다닌다고 해도, 트랩(Trap:함정)을 설치하여 유인하며 사냥하면 충분하다.
오물오물.
입이 천천히 느리지만,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생각도 멈춰지지 않는다. 식당 내에서 어떤 소리가 나오던, 로엔의 귓가에 스며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마을로 가야하나?’
로엔의 머릿속에 문득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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