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의뢰
파라곤의 파티에 로엔이 들어가게 되고, 자리에 합석을 하여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환영식을 열어주는 것인지 안주거리와 술을 시켜서 시끌벅적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여자 용병들의 안색이 좋지 않았기에 괜스레 신경이 쓰였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개인적인 일에 끼어들지는 못해도 물어볼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묻지 않는 이유는 이제 막 파티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물어보기로 생각한 로엔은 얼굴에서 미소를 떠나보내지 않으며 계속해서 입을 닫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다음 날이 되었다.
아침이 되어 잠에서 깨어난 로엔은 옷과 부츠, 무기를 착용하고 식당으로 내려간다. 내려오는 도중, 파라곤들을 만났다.
잠을 썩 잘 자지는 못했는지, 목을 좌우로 꺾고 있다. 로엔은 종업원 소녀에게 식사를 주문했다. 파라곤들도 주문을 하고는 식사를 했다.
“오늘은 오크를 잡으려 합니다.”
식사를 마친 뒤 모여 이야기를 시작한다. 파라곤은 이미 의뢰를 받은 상태였는지, 간략하고 빠르게 말을 꺼냈다.
“마을 옆에 있는 숲에 오크 부락이 들어선지 오래 되었다는 것은 알아두셔야 합니다.”
이 부분은 이제 막 드리뮤 마을에 온 로엔을 배려하며 하는 말이 틀림없었다. 로엔이 고개를 주억이자, 파라곤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목표는 오크 정찰병. 숫자는 대략 10개체에서 20개체 사이라 추측됩니다. 이전이었다면 조금 무리가 아닐까 생각이 드는 숫자이지만, 이번에 로엔님께서 합류를 하셨기에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이 듭니다.”
오크 정찰병은 부락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정찰한다.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다른 몬스터나, 인간들을 사냥하고는 한다.
정찰병을 이루는 숫자는 파라곤이 말한 것처럼 10개체에서 20개체 사이 정도이고, 모두 다 오크 전사로 구성되어 있다.
아무리 하급 마법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네 명의 소드맨으로서는 사냥할 수 없는 숫자다. 하지만 로엔의 합류로 인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은 것이다.
‘불가능하지는 않겠군.’
로엔만 해도 혼자서 오크 넷 정도는 쉽게 상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드맨과 아처 클래스를 겸하는 듀얼 클래스이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순수하게 소드맨 클래스로만 상대를 하자면 둘 정도가 한계다. 그 이상일 경우에는 무조건 죽임을 당한다.
화살로 오크 두 개체를 먼저 사냥하고, 그 사이에 가까이 다가온 나머지 두 개체를 검으로 상대한다. 듀얼 클래스의 장점이기도 하다.
다만 혼자서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할 수 없기에 좀처럼 시도하지 않는 방법이기도 했다.
소드맨 네 명이 오크 두 개체씩 상대한다고 친다면, 최대 여덟 개체 정도를 상대할 수 있다. 거기에다가 에린이 강화부여마법과 공격마법으로 지원을 한다면 최대 열세 개체에서 열다섯 개체 정도다.
로엔이 활로 몇 마리를 잡고, 가까이 접근했을 때에 검으로 상대하면 스무 개체 전부다 사냥할 수 있다. 몇 번을 생각해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럼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오크 사냥 전에 따로 정비를 할 만한 것은 없었다. 로엔의 경우에는 상단행 호위를 하기 전에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라곤들은 미리 준비를 해놔서이다.
파라곤들과 로엔은 마을 입구를 벗어났다. 들어가는 것에는 검문이 필요하지만, 나가는 것에는 검문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
경비병들은 순순히 입구를 열어줬고, 오크 부락이 존재하는 숲으로 향한다. 약 1시간 정도를 걷자, 멀리서 거대한 숲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조심해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 몬스터가 나타날지 모르니, 경계를 늦추지 마셔야 합니다.”
파라곤은 거대한 숲이 보이기 시작하자 말했다. 마을 주변에는 좀처럼 몬스터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인간들이 자신들처럼 무리를 짓고 산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근처 자체를 어슬렁거리지 않는 것이다.
간혹 나타나고는 하는데, 그것도 몬스터들을 자극했기에 그러는 것이다. 그런 경우를 빼고는 특별하지 않는 이상 자취조차 찾기 어려운 정도다.
로엔은 그의 말을 듣고는 눈을 날카롭게 떴다. 주위를 빠르지만 확실하게 훑으며 몬스터가 있는지 확인한다.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조심해야겠지.’
보이지 않는다고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바람을 타고 냄새가 흘러들어가고, 그것을 맡으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바람은 동쪽으로 불어가고 있군.’
동쪽이라면 마을 쪽이기에 냄새를 맡고 나타나는 확률은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경계는 늦추지 않는다. 로엔뿐만이 아니라, 파라곤들도 마찬가지였다.
“정지.”
한참을 이동하던 도중, 파라곤이 한손을 들며 말한다. 크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듣기에는 무리가 없는 크기다.
모두가 듣고 멈춰 선다. 파라곤이 입을 꾹 다문 채 아래를 가리킨다. 로엔이 그곳을 바라보자, 발자국들 여러 개가 보인다.
‘오크 정찰병들의 발자국.’
바로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발자국은 생긴 지 얼마 안 되었던 듯 어지럽게 나 있었다. 크기와 형태를 봐서는 오크가 확실하다.
오크의 키는 대략 2미터 정도로, 웬만한 성인 남자보다 머리 한 개에서 반 개 정도는 크다. 녹색피부에 머리는 돼지와 비슷하다.
특징으로는 몬스터 중에서는 가장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는 것과 번식력이 무척이나 뛰어나다는 점이다.
번식력에 의해 일 년에 몇 차례에 거쳐서 토벌을 할 정도이니, 굳이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 할 수 있었다.
여타 몬스터들에 비해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고는 해도, 오크 전사들은 창이나 도끼와 같은 무기를 들고 있다는 것이 전부다.
사용할 수 있는 도구의 한계가 명확하고, 두뇌가 뛰어나지는 않다. 힘은 성인 남자의 네 배 정도나 되기에, 힘으로 상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 중 하나다.
용병들과 같이 근력을 키우면 격차는 반 이하로 줄어들면, 역시나 오크의 힘이 더욱 세다는 것은 마찬가지다. 나머지는 실력이나 지형, 환경의 이점을 살려야 한다.
“오크 부락까지는 제법 거리가 남았지만, 주위에 오크 정찰병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은 확인 되었습니다. 은폐엄폐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한 뒤, 사냥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파라곤의 말은 무척이나 낮고 작았다. 주위에 오크 정찰병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빠르게 움직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말이 끝나자 은폐엄폐가 가능한 곳으로 이동한다. 조금이라도 늦어서는 안 된다. 오크 정찰병들의 위치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발자국들이 방향을 짐작할 수 없게 어지러웠기 때문이다. 만약 바로 근처라면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파티는 전멸하고 만다.
‘이 파티를 이룬지는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군.’
오크 사냥을 나선지 오래 됐다면 이런 꼴로 돌아갈 리가 없다. 지금 파라곤은 리더로서의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보통 오크 사냥을 할 경우에는 처음부터 은폐엄폐가 가능한 위치로 이동을 해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오크는 사냥할 때에 냄새로 사냥감의 존재를 확인한 뒤, 바로 눈으로 직접 본 뒤에서야 달려든다.
오크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온 것은 아니기에, 무슨 생각을 가지고 그런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로엔의 경험상 그랬고, 지금까지 내려오는 수많은 정보들이 그랬다.
그로 인해 알 수 있는 사실이 바로 파라곤이 오크 사냥에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스스슥.
파라곤들과 로엔은 수풀을 찾고는 몸을 숨겼다. 최대한 숨소리조차 나지 않게 숨을 죽인 상태다.
‘사냥에 대해서는 앞으로 나아질 테니 상관없지만, 포지셔닝(positioning)도 제대로 잡혀있지 않아.’
포지셔닝(positioning).
시시각각으로 변화해 가는 게임 도중에 각 플레이어가 팀플레이를 위해 좋은 위치를 잡는 것을 말한다.
완벽한 포지셔닝이란건 없지만, 오크를 잡을 때에 가장 적절한 포지셔닝은 전방에 소드맨, 중간에 마법사, 후방에 아처가 있는 것이다.
중간이라고는 하지만, 아처에 가깝게 위치해 있다. 마법사를 지키기 위해 소드맨 한 명이 있는 것이 좋지만, 이 파티에서는 숫자가 부족하기에 로엔이 지켜야한다.
파라곤은 주로 오크를 비롯한 하위 몬스터를 잡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제대로 된 포지셔닝조차 취하고 있지 않다. 한데 뭉쳐서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포지셔닝을 내가 직접 이끌어야 할 판이군.’
로엔은 살짝 기가 차는 것을 느꼈지만, 파티 멤버를 생각하면 충분히 감안할 수 있었다. 마법사의 존재는 귀하기 때문이다.
마법사 하나로 인해 절망스러운 상황을 반대로 이끌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감안할 조건이 되는 셈이다.
“에린, 인챈트를 걸어라.”
파라곤이 에린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에린은 고개를 주억이고는 입을 작게 달싹이기 시작했다. 로엔은 고개를 돌려 강화부여마법을 거는 것을 지켜봤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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