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부스럭.
“으~하아암~ 누구세요?”
이른 아침, 갑작스런 노크에 잠에서 깬 이든은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방문을 열었다.
아직 잠이 덜 깬 듯, 연신 하품의 연속이다.
“반갑습니다. 보로스 파티에서 보내서 왔습니다. 이든님 맞으신가요?”
“네? 네에. 제가 이든입니다. 반갑습니다.”
방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 남자는 헛기침과 함께 시선을 돌렸다.
“…… 제가 좋지않은 시간에 온 모양이군요.”
이든은 남자의 시선을 따라 침대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선 하얀 허벅지를 내놓고 잠에 빠져든 제시카의 모습이 보였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즐거운 시간을 방해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괜찮다면 잠시 기다려 주시겠어요?“
“다름이 아니라, 조금 뒤에 준비를 하셔서 탐험가 길드 뒤편 훈련소로 가셔서 테스트를 받으시면 되요. 이 말을 전하러 온 것뿐에요. 하하하…….”
“아……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뵙지요.”
“그럼 저는 이만…….”
인사와 함께 사라진 남자의 뒷 모습을 확인한 이든은 야릿한 표정을 지으며, 침대를 바라보았다.
“한번 정도는 괜찮으려나…….”
이든의 입가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너무도 유혹적인 나체에 그냥 무시하기란 너무 힘든 일이다.
새하얀 허벅지와 엉덩이부터 가슴까지 이어진 굴곡. 이든은 물건이 들썩이는 느낌에 천천히 이불을 걷어냈다.
그렇게 나타난 제시카의 나신은 햇살을 반사시키며, 눈부시가 반짝였다.
“…… 으음? 벌써 아침이에요?”
이불이 걷히고, 아침의 찬 기운이 느껴진 제시카는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은 멍한 얼굴과 부스스한 머리.
귀엽고 앙증맞게 하품하는 모습에 이든이 달려들었다. 그럼에도 당황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든에게 안겨 그의 애무를 받아들였다.
“아이잉~ 아으응~ 천천히…….”
두 사람의 몸은 너무도 쉽게 뜨거워졌다. 간밤의 여운이 남았던 모양이다.
* * *
대충 옷과 장비를 챙긴 이든은 모험가 길드 뒤편에 위치한 훈련소로 향했다.
적당한 골드를 지불하면, 언제든 사용 가능한 훈련장소로 원한다면, 개인 교사에게 기초적인 검술이나 기타 여러 가지 전술을 배울 수도 있다. 이용비는 3개월에 50골드.
처음 이든도 검술을 배워볼 심산으로 등록을 하려다, 이용비를 보고 눈물을 머금고 돌아섰다.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한다. 50골드라는 돈은 현재 이든에겐 어마어마한 거금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아무리 신체를 강화시킨다 해도, 반드시 한계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체계적인 수련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 더 확실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실력이 오른다는 말은 곧 마석의 수입으로 이어진다. 미래를 위한 적당한 투자는 필요한 셈이다.
아직 모든 것이 부족한 이든이다. 어떤 의미로는 실력향상이 강화보다 중요한 일이기도 했다.
“잠시만요. 탐험가 증표를 제시해주시겠어요?”
“네? 보로스 파티의 테스트를 위해서 왔는데…….”
“아~ 들어가셔서 좌측으로 가세요.”
훈련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탐험가의 증표가 필요하다. 등록된 사용자인지 아닌지를 판별하기 위한 작업.
하지만, 보로스 파티의 테스트를 받기 위해 왔다는 말에 너무도 쉽게 출입이 허가되었다.
제법 명성있는 파티인 모양이다. 훈련소를 들어갈 때, 돈을 내야하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했던 이든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훈련소로 들어갔다.
‘좌측…….’
내부로 들어온 이든이 고개를 돌려, 좌측을 바라보았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아마 테스트를 받기 위해서 온 사람들일 것이다. 이든은 덤덤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다가섰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그 순간 다가온 붉은 머리의 여자. 155정도의 작은 키에 적당히 부풀어 오른 가슴.
둥근 볼살과 홍조로 가득한 얼굴은 귀여운 매력을 가득 담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심드렁하고 무표정의 얼굴은 그런 매력을 깍아내 버렸다.
리샤라는 이름의 여자. 물론, 이든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대충 안내인정도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이든이요.”
“네. 이제 곧 테스트를 시작하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사무적으로 딱딱한 말투. 그나마 있던 매력도 사라질 것만 같았다.
고개를 끄덕임으로 긍정을 표시한 이든이다. 다른 용건은 없는 모양이다.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 아무리 봐도 이든의 스타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금발도 아니다. 관심이 갈 리가 없었다.
“별로네…….“
순간, 이든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러자, 리샤의 고개가 이든에게 향했다. 엄청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지만, 들린 모양이다.
뜨끔.
당황한 이든이지만, 리샤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도 없이 자리로 돌아갔다.
무덤덤한 태도? 무신경한 태도? 어느쪽이든 관심이 없다는 눈빛이다.
어차피 이든도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 만약 리샤가 금발을 가진 여자였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뭐 상관은 없겠지.’
이든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딱히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하기에 멀뚱멀뚱 서있기도 뻘줌했다.
천천히 몸을 풀면서, 테스트가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만간 한명의 사내가 눈에 띄었다.
간단한 가죽갑옷과 장검을 들고 있으며, 이든보다 큰 키에 건장한 체격. 짧은 헤어와 짙은 눈썹은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는 그런 사내다. 보로스 파티의 리더, 보로스 허크라는 사람이다.
“이제부터 테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테스트는 저희 파티원들과 대련을 통해, 실력을 종합한 후, 결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원하시는 장비를 착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강인한 인상과는 다르게 제법 차분한 말투에 허크였다. 이든은 허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한쪽에 마련된 목검과 나무방패를 집어들었다.
붕붕붕.
확실히 글라디우스와 가죽방패보다 훨씬 가벼웠다. 이정도면 꽤나 빠른 공격도 가능하겠지? 라고 생각한 이든이 슬쩍 고개를 들어보았다.
보로스 파티원들이 보였다. 허크를 포함해 4명. 그중에서 붉은 머리의 여자가 이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리샤였다. 다른 파티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례대로 다른 사람을 지목했다. 아마 대련상대를 정하는 모양이다.
‘파티원이야?’
이든의 얼굴엔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안내인으로 알았더니 정식 파티원이란다.
그보다 직접 자기를 지목했다. 아무래도 아까의 일을 마음속에 담아둔 모양이다.
‘…… 대련을 핑계로 죽이진 않겠지?’
식은땀과 멋쩍은 미소가 흘러나왔다. 대련에서 죽었다는 사람은 듣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 이든이다.
“그럼 한명씩 나와서 대련을 해주시면 됩니다.”
이어진 허크의 말에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먼저 시작하자니, 부담이 느껴진 것이다.
그 순간, 리샤가 천천히 걸어나온다. 무표정인 얼굴엔 감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중앙에서 멈춘 리샤는 손을 뻗어 이든을 가리킨다.
“에?”
놀란 이든이 허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어께를 으쓱이며, 나오라는 제스쳐를 보인다.
나도 모르겠으니, 알아서 해라. 라는 태도?
“하아…… 하필 첫 번째야.”
이든은 한숨과 함께, 리샤의 앞으로 걸어나왔다. 천천히 구경하다가 마지막쯤에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세상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어차피 파티에 들어가려면, 해야하는 대련이다.
‘이기자.’
대련이라도 이기면 분명히 가 되는 있으리라. 목검과 나무방패를 쥔 손엔 힘으로 가득했다.
“그럼 시작하시면 됩니다.”
허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리샤의 양 손이 붉게 물들었다. 화염계열 마법이 발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마법사?”
의아한 얼굴과 함께 이든이 빠르게 리샤에게 달려갔다. 거리는 5M, 강화된 다리로 다가서면, 충분히 마법이 발동되기 전에 공격이 닿으리라…….
근접전에서 마법사가 검사를 이기기란 매우 어려운 일. 이든의 얼굴이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타핫!”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이든이 목검을 휘둘렀다. 그럼에도 리샤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 매직 미사일.”
작게 중얼거린 리샤의 앞으로 투명한 구체들이 일렁이며, 둥그런 막을 형성했다.
마법사라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마법으로 나오는 개수는 마법사의 실력을 의미했다.
리샤의 주변으로 나온 구체는 총 3개, 3써클임을 의미했다.
터텅.
순식간에 두 개의 구체가 이든을 향해 날아갔다. 도약중임에도 이든은 침착하게 방패를 들어올렸다.
강화된 뇌로 상황판단이 빠르게 이어진 것이다. 방패에 막힌 매직 미사일은 사라지고, 리샤의 곁으로 접근한 이든이다.
강화된 다리에서 나온 폭발력인 도약력에 의한 결과. 리샤는 몸을 틀어, 재빨리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입을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마법 주문을 외우기 위한 행동. 어떤 마법인지는 모르지만, 매직 미사일보다는 강력한 것만은 확실했다.
마법 주문은 길수록 강하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법사에게 주문을 외울 시간을 준다는 건, 멍청한 짓이다.
리샤는 격하게 움직이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주문을 외웠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실력을 가진 마법사로 볼 수 있었다.
“이제 그만해도 됩니다.”
이든이 목검을 찌르려는 순간, 허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더 이상 볼 것이 없다는 뜻이다.
마법 주문을 외우는 중에 캔슬하는 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잘못된 경우엔 모여든 마력으로 치명상을 입기도 했다.
그럼에도 리샤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행동을 멈추고 허크를 노려보았다. 동시에 리샤의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지만, 무표정은 변함이 없다.
그리곤 몸을 획 돌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버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스타일은 아냐.’
그렇다고 리샤가 못생긴 것은 아니다. 붉게 홍조띈 두 뺨과 윤기가 흐르는 붉은 머리. 파마라도 한 듯이 웨이브에 흩날리는 긴 머리는 충분한 매력을 어필했다.
아니, 매력적인 여자임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든은 탐탁치않아 했다.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아까의 일로 자신을 지목한 리샤의 행동에 마음이 들지 않았다.
물론, 이든이 잘못한 일이지만…….
가늘게 뜨여진 눈으로 리샤를 한번 훑은 이든이 자리로 돌아갔다. 다른 사람도 테스트를 봐야 한다.
이든이 자리로 돌아가고 시작된 테스트는 너무도 쉽게 끝나버렸다.
이번에도 마법사가 나와, 매직 미사일만을 사용하며, 상대를 압박해 나갔다.
결국, 나무 방패가 부셔지자, 허크는 대련을 중단 시켰다.
방어할 수단도 없다는 건,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 후에 사람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다들 제법 실력이 있었지만, 의욕만 앞선 나머지 실수가 계속해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뻔하다. 이든의 얼굴엔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허크는 파티원들을 한곳에 모아,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다.
리샤의 미간이 엄청나게 구겨졌다. 허크와 다른 파티원의 의견에 심기가 비틀린 모양이다.
그럼에도 별다른 말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새로운 파티원은 정해진 것 같았다.
대부분 테스트를 통한 모집은 즉석에서 통보하는 것이 순례였다. 그렇기에 허크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희는 이든님을 제외한 다른 분은 받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허크의 말과 함께 사람들은 훈련소를 벗어났다. 아쉬운 마음도 가득했지만, 나온 결과엔 어쩔 수 없다.
어차피 다른 파티도 많다. 아니면 파티원을 직접 구하는 방법도 있다.
미련은 남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돌아가고, 훈련소에 남은 이든이 멀뚱멀뚱 허크를 바라보았다.
부스럭.
“으~하아암~ 누구세요?”
이른 아침, 갑작스런 노크에 잠에서 깬 이든은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방문을 열었다.
아직 잠이 덜 깬 듯, 연신 하품의 연속이다.
“반갑습니다. 보로스 파티에서 보내서 왔습니다. 이든님 맞으신가요?”
“네? 네에. 제가 이든입니다. 반갑습니다.”
방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 남자는 헛기침과 함께 시선을 돌렸다.
“…… 제가 좋지않은 시간에 온 모양이군요.”
이든은 남자의 시선을 따라 침대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선 하얀 허벅지를 내놓고 잠에 빠져든 제시카의 모습이 보였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즐거운 시간을 방해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괜찮다면 잠시 기다려 주시겠어요?“
“다름이 아니라, 조금 뒤에 준비를 하셔서 탐험가 길드 뒤편 훈련소로 가셔서 테스트를 받으시면 되요. 이 말을 전하러 온 것뿐에요. 하하하…….”
“아……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뵙지요.”
“그럼 저는 이만…….”
인사와 함께 사라진 남자의 뒷 모습을 확인한 이든은 야릿한 표정을 지으며, 침대를 바라보았다.
“한번 정도는 괜찮으려나…….”
이든의 입가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너무도 유혹적인 나체에 그냥 무시하기란 너무 힘든 일이다.
새하얀 허벅지와 엉덩이부터 가슴까지 이어진 굴곡. 이든은 물건이 들썩이는 느낌에 천천히 이불을 걷어냈다.
그렇게 나타난 제시카의 나신은 햇살을 반사시키며, 눈부시가 반짝였다.
“…… 으음? 벌써 아침이에요?”
이불이 걷히고, 아침의 찬 기운이 느껴진 제시카는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은 멍한 얼굴과 부스스한 머리.
귀엽고 앙증맞게 하품하는 모습에 이든이 달려들었다. 그럼에도 당황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든에게 안겨 그의 애무를 받아들였다.
“아이잉~ 아으응~ 천천히…….”
두 사람의 몸은 너무도 쉽게 뜨거워졌다. 간밤의 여운이 남았던 모양이다.
* * *
대충 옷과 장비를 챙긴 이든은 모험가 길드 뒤편에 위치한 훈련소로 향했다.
적당한 골드를 지불하면, 언제든 사용 가능한 훈련장소로 원한다면, 개인 교사에게 기초적인 검술이나 기타 여러 가지 전술을 배울 수도 있다. 이용비는 3개월에 50골드.
처음 이든도 검술을 배워볼 심산으로 등록을 하려다, 이용비를 보고 눈물을 머금고 돌아섰다.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한다. 50골드라는 돈은 현재 이든에겐 어마어마한 거금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아무리 신체를 강화시킨다 해도, 반드시 한계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체계적인 수련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 더 확실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실력이 오른다는 말은 곧 마석의 수입으로 이어진다. 미래를 위한 적당한 투자는 필요한 셈이다.
아직 모든 것이 부족한 이든이다. 어떤 의미로는 실력향상이 강화보다 중요한 일이기도 했다.
“잠시만요. 탐험가 증표를 제시해주시겠어요?”
“네? 보로스 파티의 테스트를 위해서 왔는데…….”
“아~ 들어가셔서 좌측으로 가세요.”
훈련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탐험가의 증표가 필요하다. 등록된 사용자인지 아닌지를 판별하기 위한 작업.
하지만, 보로스 파티의 테스트를 받기 위해 왔다는 말에 너무도 쉽게 출입이 허가되었다.
제법 명성있는 파티인 모양이다. 훈련소를 들어갈 때, 돈을 내야하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했던 이든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훈련소로 들어갔다.
‘좌측…….’
내부로 들어온 이든이 고개를 돌려, 좌측을 바라보았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아마 테스트를 받기 위해서 온 사람들일 것이다. 이든은 덤덤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다가섰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그 순간 다가온 붉은 머리의 여자. 155정도의 작은 키에 적당히 부풀어 오른 가슴.
둥근 볼살과 홍조로 가득한 얼굴은 귀여운 매력을 가득 담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심드렁하고 무표정의 얼굴은 그런 매력을 깍아내 버렸다.
리샤라는 이름의 여자. 물론, 이든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대충 안내인정도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이든이요.”
“네. 이제 곧 테스트를 시작하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사무적으로 딱딱한 말투. 그나마 있던 매력도 사라질 것만 같았다.
고개를 끄덕임으로 긍정을 표시한 이든이다. 다른 용건은 없는 모양이다.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 아무리 봐도 이든의 스타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금발도 아니다. 관심이 갈 리가 없었다.
“별로네…….“
순간, 이든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러자, 리샤의 고개가 이든에게 향했다. 엄청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지만, 들린 모양이다.
뜨끔.
당황한 이든이지만, 리샤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도 없이 자리로 돌아갔다.
무덤덤한 태도? 무신경한 태도? 어느쪽이든 관심이 없다는 눈빛이다.
어차피 이든도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 만약 리샤가 금발을 가진 여자였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뭐 상관은 없겠지.’
이든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딱히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하기에 멀뚱멀뚱 서있기도 뻘줌했다.
천천히 몸을 풀면서, 테스트가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만간 한명의 사내가 눈에 띄었다.
간단한 가죽갑옷과 장검을 들고 있으며, 이든보다 큰 키에 건장한 체격. 짧은 헤어와 짙은 눈썹은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는 그런 사내다. 보로스 파티의 리더, 보로스 허크라는 사람이다.
“이제부터 테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테스트는 저희 파티원들과 대련을 통해, 실력을 종합한 후, 결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원하시는 장비를 착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강인한 인상과는 다르게 제법 차분한 말투에 허크였다. 이든은 허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한쪽에 마련된 목검과 나무방패를 집어들었다.
붕붕붕.
확실히 글라디우스와 가죽방패보다 훨씬 가벼웠다. 이정도면 꽤나 빠른 공격도 가능하겠지? 라고 생각한 이든이 슬쩍 고개를 들어보았다.
보로스 파티원들이 보였다. 허크를 포함해 4명. 그중에서 붉은 머리의 여자가 이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리샤였다. 다른 파티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례대로 다른 사람을 지목했다. 아마 대련상대를 정하는 모양이다.
‘파티원이야?’
이든의 얼굴엔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안내인으로 알았더니 정식 파티원이란다.
그보다 직접 자기를 지목했다. 아무래도 아까의 일을 마음속에 담아둔 모양이다.
‘…… 대련을 핑계로 죽이진 않겠지?’
식은땀과 멋쩍은 미소가 흘러나왔다. 대련에서 죽었다는 사람은 듣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 이든이다.
“그럼 한명씩 나와서 대련을 해주시면 됩니다.”
이어진 허크의 말에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먼저 시작하자니, 부담이 느껴진 것이다.
그 순간, 리샤가 천천히 걸어나온다. 무표정인 얼굴엔 감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중앙에서 멈춘 리샤는 손을 뻗어 이든을 가리킨다.
“에?”
놀란 이든이 허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어께를 으쓱이며, 나오라는 제스쳐를 보인다.
나도 모르겠으니, 알아서 해라. 라는 태도?
“하아…… 하필 첫 번째야.”
이든은 한숨과 함께, 리샤의 앞으로 걸어나왔다. 천천히 구경하다가 마지막쯤에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세상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어차피 파티에 들어가려면, 해야하는 대련이다.
‘이기자.’
대련이라도 이기면 분명히 가 되는 있으리라. 목검과 나무방패를 쥔 손엔 힘으로 가득했다.
“그럼 시작하시면 됩니다.”
허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리샤의 양 손이 붉게 물들었다. 화염계열 마법이 발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마법사?”
의아한 얼굴과 함께 이든이 빠르게 리샤에게 달려갔다. 거리는 5M, 강화된 다리로 다가서면, 충분히 마법이 발동되기 전에 공격이 닿으리라…….
근접전에서 마법사가 검사를 이기기란 매우 어려운 일. 이든의 얼굴이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타핫!”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이든이 목검을 휘둘렀다. 그럼에도 리샤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 매직 미사일.”
작게 중얼거린 리샤의 앞으로 투명한 구체들이 일렁이며, 둥그런 막을 형성했다.
마법사라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마법으로 나오는 개수는 마법사의 실력을 의미했다.
리샤의 주변으로 나온 구체는 총 3개, 3써클임을 의미했다.
터텅.
순식간에 두 개의 구체가 이든을 향해 날아갔다. 도약중임에도 이든은 침착하게 방패를 들어올렸다.
강화된 뇌로 상황판단이 빠르게 이어진 것이다. 방패에 막힌 매직 미사일은 사라지고, 리샤의 곁으로 접근한 이든이다.
강화된 다리에서 나온 폭발력인 도약력에 의한 결과. 리샤는 몸을 틀어, 재빨리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입을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마법 주문을 외우기 위한 행동. 어떤 마법인지는 모르지만, 매직 미사일보다는 강력한 것만은 확실했다.
마법 주문은 길수록 강하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법사에게 주문을 외울 시간을 준다는 건, 멍청한 짓이다.
리샤는 격하게 움직이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주문을 외웠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실력을 가진 마법사로 볼 수 있었다.
“이제 그만해도 됩니다.”
이든이 목검을 찌르려는 순간, 허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더 이상 볼 것이 없다는 뜻이다.
마법 주문을 외우는 중에 캔슬하는 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잘못된 경우엔 모여든 마력으로 치명상을 입기도 했다.
그럼에도 리샤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행동을 멈추고 허크를 노려보았다. 동시에 리샤의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지만, 무표정은 변함이 없다.
그리곤 몸을 획 돌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버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스타일은 아냐.’
그렇다고 리샤가 못생긴 것은 아니다. 붉게 홍조띈 두 뺨과 윤기가 흐르는 붉은 머리. 파마라도 한 듯이 웨이브에 흩날리는 긴 머리는 충분한 매력을 어필했다.
아니, 매력적인 여자임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든은 탐탁치않아 했다.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아까의 일로 자신을 지목한 리샤의 행동에 마음이 들지 않았다.
물론, 이든이 잘못한 일이지만…….
가늘게 뜨여진 눈으로 리샤를 한번 훑은 이든이 자리로 돌아갔다. 다른 사람도 테스트를 봐야 한다.
이든이 자리로 돌아가고 시작된 테스트는 너무도 쉽게 끝나버렸다.
이번에도 마법사가 나와, 매직 미사일만을 사용하며, 상대를 압박해 나갔다.
결국, 나무 방패가 부셔지자, 허크는 대련을 중단 시켰다.
방어할 수단도 없다는 건,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 후에 사람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다들 제법 실력이 있었지만, 의욕만 앞선 나머지 실수가 계속해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뻔하다. 이든의 얼굴엔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허크는 파티원들을 한곳에 모아,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다.
리샤의 미간이 엄청나게 구겨졌다. 허크와 다른 파티원의 의견에 심기가 비틀린 모양이다.
그럼에도 별다른 말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새로운 파티원은 정해진 것 같았다.
대부분 테스트를 통한 모집은 즉석에서 통보하는 것이 순례였다. 그렇기에 허크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희는 이든님을 제외한 다른 분은 받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허크의 말과 함께 사람들은 훈련소를 벗어났다. 아쉬운 마음도 가득했지만, 나온 결과엔 어쩔 수 없다.
어차피 다른 파티도 많다. 아니면 파티원을 직접 구하는 방법도 있다.
미련은 남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돌아가고, 훈련소에 남은 이든이 멀뚱멀뚱 허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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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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