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워어어어어어!”
“으윽!”
“커억!”
벗어나려는 순간이었다. 트롤과 오크의 몸이 한데 섞여서 둘을 덮쳤다.
비오르의 팔뚝에 창이 틀어박혔다. 방패는 겨우 놓치지 않았지만, 파라곤의 몸은 힘없이 땅으로 내팽개쳐졌다.
“으, 으악! 으아아아아악!”
파라곤은 녀석들에 의해 짓밟혔다. 잘근잘근 짓밟혀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핑!
로엔의 화살이 비오르의 목에 닿으려던 창의 날을 맞췄다. 그대로 튕겨져 나가, 흉부에 틀어박혔다.
“흐읍!”
비오르는 방패로 재차 이어지는 공격을 막았다.
‘제길! 마지막 한 발이다!’
로엔은 마지막으로 시위를 걸기 시작했다. 오크 녀석들의 숫자는 줄어들었고, 이제 남은 것은 겨우 다섯 개체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트롤의 상태도 멀쩡하지는 않았다. 제아무리 강력한 녀석이라고 하더라도 혼자서 여럿을 상대하는 것은 어려운 모양이었다.
“취익! 전사들이여! 취익! 위대한 나뭇잎 부족의! 취익! 명예를 위하여! 취이이익!”
다섯 개체 밖에 남지 않은 오크들이지만, 그 위세만큼은 여전했다.
푸욱, 푹!
오크들의 창이 트롤의 전신을 찔렀다. 하나같이 급소에 틀어박혔다.
‘죽은 건가!’
로엔은 눈을 크게 뜨며 바라봤다. 창이 틀어박힌 급소는 치명적이다. 트롤의 목숨을 충분히 꺼트릴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제 남아 있는 다섯 개체만 죽인다면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다섯 개체나 되지만, 지금까지에 비하면 훨씬 나은 상황이라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오크를……!’
급소를 찔린 트롤의 몸은 정지된 것처럼 멈춰있었다. 그에 이어 로엔의 화살이 오크를 노리려던 순간이었다.
“쿠워어어어어!”
퍼버버벅!
거친 함성 소리와 함께 오크들의 몸이 몽둥이에 맞아 사방으로 떨어져 나갔다.
‘살아 있어?!’
놀랍게도 트롤은 살아있었다. 무서울 정도로 뛰어난 회복력이었다. 로엔은 놀라며 활시위를 돌렸다.
오크들은 즉사했거나, 전투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만큼 강력한 공격이었다.
끼기기긱!
활시위를 강하게 당기기 시작했다.
단 한 발의 화살.
그것으로 트롤을 확실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모든 것은 끝이나 다름없다. 아직까지 죽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겨우 이런 곳에서는!
“쿠어어어어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트롤 또한 정상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주르륵.
땀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혀로 훔쳐내자 짭짤한 맛이 느껴졌다.
“인챈트를……!”
“아, 알겠어요!”
에린 또한 상황의 심각함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가쁜 숨을 힘겹게 참아내며 화살에 인챈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입술이 달싹였고, 옅은 빛이 어렸다. 로엔은 화살에 인챈트가 걸린 것을 확인하고, 침착하게 트롤을 바라봤다.
녀석은 비오르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자신들이 될 것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미끼로 이용해야 했다.
‘미안한 말은 아니지.’
용병들 사이에서는 미안한 말도 아니다. 생존을 해서 살아남아야 돈을 벌수 있고, 다른 것들을 할 수 있다.
캉!
쩌저적!
“꺄악!”
트롤의 몽둥이가 휘둘러졌고, 방패와 부딪혔다. 단 한 번의 공격이 금이 가며 깨져나갔다. 비오르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오며, 멀리 날아갔다.
핑!
로엔이 노린 순간이 바로 지금이었다. 활시위를 놓았고, 화살이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맞아라!’
질끈.
마음속으로 빌며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회심의 일격이나 다름없는 최후의 한 발이다.
여섯 번째 의뢰
“로, 로엔님……?”
툭.
에린이 어깨를 조심스럽게 건드리며 불렀다. 로엔은 눈을 천천히 뜨기 시작했다.
‘어떻게 됐지……?’
눈을 완전히 뜨고, 최후의 한 발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했다. 확인과 동시에 눈을 부릅떴다.
트롤은 비오르를 향해 몽둥이를 내려치려는 자세 그대로 멈춰있었다. 화살은 관자놀이에 꽂혔다.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하, 하하……!”
헛웃음이 흘러나왔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트롤의 재생력은 사지가 잘려나간다고 하더라도 재생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
그런 재생력으로도 재생하지 못하는 곳이 단 한 가지 있었다.
바로 뇌이다.
재생력이라는 것도 뇌를 통해서 명령이 내려와 반응을 함으로써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화살이 관자놀이를 뚫었다. 그리고 뇌를 꿰뚫으며, 명령을 내릴 수 없게 되었다.
명령을 내리지 못하게 되었으니 재생력을 발휘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트롤의 몸은 멈춰져 있던 상태로 무너져 내렸다. 비오르는 빠르게 굴러서 그것을 피했다.
“…이겼군…….”
머릿속에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이겼고, 살아남았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짜악!
로엔은 양손바닥을 펼쳐서 자신의 뺨을 조금 세게 때렸다. 옆에 있던 에린이 깜짝 놀라며 바라봤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오크 정찰병들과 트롤이 싸워서 서로를 죽이려 했으니, 다음 정찰병들이 곧바로 올지도 모른다.
“정신 차리고 빠르게 수습하고 이 자리를 떠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예! 알겠어요!”
로엔의 말에 에린이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빠르게 상황을 인식하자, 급박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비오르! 괜찮아?!”
“괘, 괜찮아…….”
에린은 비오르에게 다가가 물었다. 힘겹게 대답을 하자, 부축을 하며 몸을 이끌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오크의 힘줄과 가죽까지 모두 챙겨야하지만, 그럴 시간은 없었다. 중요한 것들만 빠르게 취하고 이 자리를 벗어나야했다.
오크 버서커에게서 마정석을 취하고, 레오와 파라곤, 오마르에게서 장비와 귀중품들을 벗겨내서 챙겼다.
“잠시 만요!”
전부 끝이 나고, 몸을 돌리려는 순간 에린이 로엔을 불러 세웠다.
“무슨 일입니까?”
“이것을……!”
에린은 파라곤의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내며 건넸다.
종속의 반지(Ring of Subordination). 에린과 비오르를 구속하고 있던 아티팩트였다.
로엔은 그것을 받고는 그녀를 바라봤다. 자신에게 이것을 건네는 이유를 묻는 의미가 담긴 시선이었다.
“종속의 반지는 저, 그리고 비오르를 계약마법으로 구속하고 있어요. 구속내용은 반지를 끼고 있는 ‘주인’의 말을 절대로 거부하지 못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마찬가지로 ‘주인’에게 상해를 입히지 못하기도 해요. 주인에 대한 절대복종. 그것이 바로 종속의 반지에요.”
“종속의… 반지…….”
로엔은 자신의 손안에 쥐어진 반지를 내려다 봤다.
주인에 대한 절대복종. 무척이나 탐이 나는 조건이 달려있는 아티팩트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반지를 자신이 손에 넣은 이상, 에린과 비오르는 자신의 종속 아래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아한 것은 어째서 자신에게 이것을 순순히 건넸냐는 것이다.
“어째서 저에게 건넨 것입니까?”
“…저희는 그 반지를 착용할 수 없어요. 그리고 삼 일 내에 주인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죽게 되요.”
로엔의 질문에 에린이 답했다. 대답을 듣자, 어째서 반지를 자신에게 순순히 건넨 것이지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노예로 산다고는 하지만, 죽는 것보다는 싫은 것이었다.
“…좋아. 반지를 껴주겠어.”
로엔은 자신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넣었다. 이로서 노예 용병이 둘 생긴 것이다.
“예. 주인님.”
“아, 알겠습니다. 주인님.”
에린과 비오르가 차례대로 말했다. 몸이 성하지 않아서 바로 전력이 되지 않을 것 같으나, 회복만 된다면 충분히 사냥을 나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내가 생각했던 것이 이거였지.’
오크 사냥을 나섰었던 첫 날밤, 잠에 빠져들기 전에 떠오르려고 했던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다.
종속의 반지처럼 노예 용병을 사서 몬스터 사냥을 나선다.
일일이 동료를 구하러 다닐 필요도 없고, 언제든지 바로 의뢰를 나설 수 있다. 더구나 자신의 말에 절대로 복종하기에 배신을 할 염려도 없다.
그야말로 자신에게 걸맞은 최고의 동료라고 할 수 있었다.
“…주인님?”
“아, 우선 자리를 벗어나기로 하자.”
로엔은 반지를 끼자 바로 말을 낮췄다. 에린과 비오르, 둘 다 기분 나쁜 기색은 없었다. 말이 끝나자 바로 이곳을 벗어났다.
마을까지 돌아갈 체력은 없었다. 돌아가는 중간에 은신처를 만들어 선잠을 취하기로 했다.
‘파라곤들이 전멸하기는 했지만, 마정석이나 다른 것들을 생각하면 엄청난 이익이다.’
선잠에 들기 전에 로엔은 그들에게서 취한 것들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마정석만 무려 두 개였다.
트롤에게서는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적어도 금화 150개 이상을 벌어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중에서 이것저것 다른 것들을 빼면 남는 것은 120개라고 치면…….’
손익을 최소한으로 치면 금화 120개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로엔은 어느새 잠에 빠져들었다.
“으윽!”
“커억!”
벗어나려는 순간이었다. 트롤과 오크의 몸이 한데 섞여서 둘을 덮쳤다.
비오르의 팔뚝에 창이 틀어박혔다. 방패는 겨우 놓치지 않았지만, 파라곤의 몸은 힘없이 땅으로 내팽개쳐졌다.
“으, 으악! 으아아아아악!”
파라곤은 녀석들에 의해 짓밟혔다. 잘근잘근 짓밟혀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핑!
로엔의 화살이 비오르의 목에 닿으려던 창의 날을 맞췄다. 그대로 튕겨져 나가, 흉부에 틀어박혔다.
“흐읍!”
비오르는 방패로 재차 이어지는 공격을 막았다.
‘제길! 마지막 한 발이다!’
로엔은 마지막으로 시위를 걸기 시작했다. 오크 녀석들의 숫자는 줄어들었고, 이제 남은 것은 겨우 다섯 개체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트롤의 상태도 멀쩡하지는 않았다. 제아무리 강력한 녀석이라고 하더라도 혼자서 여럿을 상대하는 것은 어려운 모양이었다.
“취익! 전사들이여! 취익! 위대한 나뭇잎 부족의! 취익! 명예를 위하여! 취이이익!”
다섯 개체 밖에 남지 않은 오크들이지만, 그 위세만큼은 여전했다.
푸욱, 푹!
오크들의 창이 트롤의 전신을 찔렀다. 하나같이 급소에 틀어박혔다.
‘죽은 건가!’
로엔은 눈을 크게 뜨며 바라봤다. 창이 틀어박힌 급소는 치명적이다. 트롤의 목숨을 충분히 꺼트릴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제 남아 있는 다섯 개체만 죽인다면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다섯 개체나 되지만, 지금까지에 비하면 훨씬 나은 상황이라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오크를……!’
급소를 찔린 트롤의 몸은 정지된 것처럼 멈춰있었다. 그에 이어 로엔의 화살이 오크를 노리려던 순간이었다.
“쿠워어어어어!”
퍼버버벅!
거친 함성 소리와 함께 오크들의 몸이 몽둥이에 맞아 사방으로 떨어져 나갔다.
‘살아 있어?!’
놀랍게도 트롤은 살아있었다. 무서울 정도로 뛰어난 회복력이었다. 로엔은 놀라며 활시위를 돌렸다.
오크들은 즉사했거나, 전투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만큼 강력한 공격이었다.
끼기기긱!
활시위를 강하게 당기기 시작했다.
단 한 발의 화살.
그것으로 트롤을 확실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모든 것은 끝이나 다름없다. 아직까지 죽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겨우 이런 곳에서는!
“쿠어어어어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트롤 또한 정상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주르륵.
땀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혀로 훔쳐내자 짭짤한 맛이 느껴졌다.
“인챈트를……!”
“아, 알겠어요!”
에린 또한 상황의 심각함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가쁜 숨을 힘겹게 참아내며 화살에 인챈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입술이 달싹였고, 옅은 빛이 어렸다. 로엔은 화살에 인챈트가 걸린 것을 확인하고, 침착하게 트롤을 바라봤다.
녀석은 비오르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자신들이 될 것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미끼로 이용해야 했다.
‘미안한 말은 아니지.’
용병들 사이에서는 미안한 말도 아니다. 생존을 해서 살아남아야 돈을 벌수 있고, 다른 것들을 할 수 있다.
캉!
쩌저적!
“꺄악!”
트롤의 몽둥이가 휘둘러졌고, 방패와 부딪혔다. 단 한 번의 공격이 금이 가며 깨져나갔다. 비오르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오며, 멀리 날아갔다.
핑!
로엔이 노린 순간이 바로 지금이었다. 활시위를 놓았고, 화살이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맞아라!’
질끈.
마음속으로 빌며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회심의 일격이나 다름없는 최후의 한 발이다.
여섯 번째 의뢰
“로, 로엔님……?”
툭.
에린이 어깨를 조심스럽게 건드리며 불렀다. 로엔은 눈을 천천히 뜨기 시작했다.
‘어떻게 됐지……?’
눈을 완전히 뜨고, 최후의 한 발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했다. 확인과 동시에 눈을 부릅떴다.
트롤은 비오르를 향해 몽둥이를 내려치려는 자세 그대로 멈춰있었다. 화살은 관자놀이에 꽂혔다.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하, 하하……!”
헛웃음이 흘러나왔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트롤의 재생력은 사지가 잘려나간다고 하더라도 재생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
그런 재생력으로도 재생하지 못하는 곳이 단 한 가지 있었다.
바로 뇌이다.
재생력이라는 것도 뇌를 통해서 명령이 내려와 반응을 함으로써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화살이 관자놀이를 뚫었다. 그리고 뇌를 꿰뚫으며, 명령을 내릴 수 없게 되었다.
명령을 내리지 못하게 되었으니 재생력을 발휘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트롤의 몸은 멈춰져 있던 상태로 무너져 내렸다. 비오르는 빠르게 굴러서 그것을 피했다.
“…이겼군…….”
머릿속에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이겼고, 살아남았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짜악!
로엔은 양손바닥을 펼쳐서 자신의 뺨을 조금 세게 때렸다. 옆에 있던 에린이 깜짝 놀라며 바라봤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오크 정찰병들과 트롤이 싸워서 서로를 죽이려 했으니, 다음 정찰병들이 곧바로 올지도 모른다.
“정신 차리고 빠르게 수습하고 이 자리를 떠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예! 알겠어요!”
로엔의 말에 에린이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빠르게 상황을 인식하자, 급박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비오르! 괜찮아?!”
“괘, 괜찮아…….”
에린은 비오르에게 다가가 물었다. 힘겹게 대답을 하자, 부축을 하며 몸을 이끌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오크의 힘줄과 가죽까지 모두 챙겨야하지만, 그럴 시간은 없었다. 중요한 것들만 빠르게 취하고 이 자리를 벗어나야했다.
오크 버서커에게서 마정석을 취하고, 레오와 파라곤, 오마르에게서 장비와 귀중품들을 벗겨내서 챙겼다.
“잠시 만요!”
전부 끝이 나고, 몸을 돌리려는 순간 에린이 로엔을 불러 세웠다.
“무슨 일입니까?”
“이것을……!”
에린은 파라곤의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내며 건넸다.
종속의 반지(Ring of Subordination). 에린과 비오르를 구속하고 있던 아티팩트였다.
로엔은 그것을 받고는 그녀를 바라봤다. 자신에게 이것을 건네는 이유를 묻는 의미가 담긴 시선이었다.
“종속의 반지는 저, 그리고 비오르를 계약마법으로 구속하고 있어요. 구속내용은 반지를 끼고 있는 ‘주인’의 말을 절대로 거부하지 못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마찬가지로 ‘주인’에게 상해를 입히지 못하기도 해요. 주인에 대한 절대복종. 그것이 바로 종속의 반지에요.”
“종속의… 반지…….”
로엔은 자신의 손안에 쥐어진 반지를 내려다 봤다.
주인에 대한 절대복종. 무척이나 탐이 나는 조건이 달려있는 아티팩트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반지를 자신이 손에 넣은 이상, 에린과 비오르는 자신의 종속 아래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아한 것은 어째서 자신에게 이것을 순순히 건넸냐는 것이다.
“어째서 저에게 건넨 것입니까?”
“…저희는 그 반지를 착용할 수 없어요. 그리고 삼 일 내에 주인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죽게 되요.”
로엔의 질문에 에린이 답했다. 대답을 듣자, 어째서 반지를 자신에게 순순히 건넨 것이지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노예로 산다고는 하지만, 죽는 것보다는 싫은 것이었다.
“…좋아. 반지를 껴주겠어.”
로엔은 자신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넣었다. 이로서 노예 용병이 둘 생긴 것이다.
“예. 주인님.”
“아, 알겠습니다. 주인님.”
에린과 비오르가 차례대로 말했다. 몸이 성하지 않아서 바로 전력이 되지 않을 것 같으나, 회복만 된다면 충분히 사냥을 나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내가 생각했던 것이 이거였지.’
오크 사냥을 나섰었던 첫 날밤, 잠에 빠져들기 전에 떠오르려고 했던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다.
종속의 반지처럼 노예 용병을 사서 몬스터 사냥을 나선다.
일일이 동료를 구하러 다닐 필요도 없고, 언제든지 바로 의뢰를 나설 수 있다. 더구나 자신의 말에 절대로 복종하기에 배신을 할 염려도 없다.
그야말로 자신에게 걸맞은 최고의 동료라고 할 수 있었다.
“…주인님?”
“아, 우선 자리를 벗어나기로 하자.”
로엔은 반지를 끼자 바로 말을 낮췄다. 에린과 비오르, 둘 다 기분 나쁜 기색은 없었다. 말이 끝나자 바로 이곳을 벗어났다.
마을까지 돌아갈 체력은 없었다. 돌아가는 중간에 은신처를 만들어 선잠을 취하기로 했다.
‘파라곤들이 전멸하기는 했지만, 마정석이나 다른 것들을 생각하면 엄청난 이익이다.’
선잠에 들기 전에 로엔은 그들에게서 취한 것들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마정석만 무려 두 개였다.
트롤에게서는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적어도 금화 150개 이상을 벌어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중에서 이것저것 다른 것들을 빼면 남는 것은 120개라고 치면…….’
손익을 최소한으로 치면 금화 120개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로엔은 어느새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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