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에 인챈트를!”
로엔은 에린에게 외치고는 활을 등에 매달았다. 그리고는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검 자루를 쥐고 빠르게 뽑아냈다.
챙!
검이 검 집에서 뽑혀지며, 맑은 쇳소리를 울렸다. 로엔은 빠르게 다가오는 오크 두 개체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후방 지원으로는 몇 개체의 오크고 쉽게 잡을 수 있지만, 접근전에서는 두 개체라면 호각으로 전투를 벌이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인챈트가 걸린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인챈트를 걸었습니다!”
에린이 외친다. 로엔은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검에는 은은한 빛이 흐리고 있었고, 왠지 모르게 무엇이든지 베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흐읍!”
팟!
로엔은 숨을 짧고 굵게 뱉어내며 검을 휘둘렀다. 지금까지 검을 수백번, 수천번, 아니 그 이상을 휘둘러봤지만, 지금처럼 경쾌한 적은 없었다.
“취익! 취, 취익?!”
오크는 철심들이 박혀 있는 몽둥이를 휘둘렀다. 로엔의 검을 막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몽둥이는 깔끔하게 잘려 나갔고, 몸이 그대로 갈라졌다.
스르륵, 툭.
몸이 가로로 잘려나가며 땅으로 떨어져 나갔다. 핏줄기가 튀지도않을 정도로 날카롭고 깔끔한 동작이었다.
로엔은 그것에 신경을 팔지 않고, 땅바닥으로 몸을 굴렸다. 한 개체의 오크가 도끼를 휘둘러서 피하기 위함이었다.
“취익! 인간!”
자신의 동료들이 학살당하고 있어서인가? 오크의 눈에는 붉은 기운이 잔뜩 담아져 있었다. 분노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로엔은 그것이 좋은 징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정석은 체내에 마나가 있을 경우에 응축이 되어 돌처럼 결정화 된다. 몬스터들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사용한다. 그 효과는 각기 다르지만, 종족에 따라 비슷한 면이 있다.
오크의 경우에는 광전사, 버서커(Berserk)이다. 마정석과 분노가 상응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버서커가 되는 것이다.
“크와아아아앙!”
찌릿찌릿!
오크의 눈에서 붉은 기운이 폭사되며 함성을 지르자, 전기가 통하는 듯 몸이 울렸다. 로엔은 입술을 꾹 깨물며 검 자루를 양손으로 바꿔 쥐었다.
배틀 크라이(Battle Cry).
버서커가 되면 사용하는 전장의 함성이라는 기술이다. 적의 몸을 위축되게 만들어 사기를 꺾는 효과가 있다.
그것을 증거로 로엔의 몸은 한풀 위축되었다. 하지만 상대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C 의 등급은 괜히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도 듀얼 클래스로.
챙!
로엔의 검과 오크의 도끼가 부딪혔다. 본래대로라면 도끼날이 조금은 잘렸을 것이지만, 위축되었기에 호각을 이뤘다.
불꽃이 튀기고, 왼발에 힘을 주어 중심을 잡으며 오른발을 차올렸다. 발등은 오크의 뺨을 찼다.
취익! 하며 숨소리를 거칠게 내던 녀석을 향해, 그대로 왼발을 떼며 허공에서 몸을 빠르게 회전시켰다.
오른발을 거두어들였고, 동시에 왼발의 뒤꿈치로 관자놀이를 가격했다. 붉게 물들은 눈이 흐릿하게 물들었다.
제대로 가격되며 정신이 순간 흐릿하게 변한 것이다. 로엔은 바닥에 착지하고는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서걱!
오크의 목이 날아가며 녹색 핏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로엔의 얼굴과 옷에 튀겼다.
‘다른 곳은 어떻게 됐지?!’
빠르게 눈을 돌려 파라곤들을 바라봤다. 버서커의 등장으로 후방지원이 중간에 끊겼다. 상황이 반전되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 것이다.
“후우… 다행이군.”
파라곤들을 바라본 로엔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버서커를 베어냄과 동시에 파라곤들의 전투 상황도 끝났다.
“수고하셨습니다. 너희들도 수고가 많았다.”
파라곤이 검에 묻은 녹색 피를 털어내며 말했다. 로엔은 고개를 주억이며, 그들을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수고했습니다. 하하.”
“생각보다 훨씬 더 좋군.”
오마르에 이어 레오가 말했다. 에린과 비오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오크 정찰병들은 도합 합쳐서 스물둘 개체였다.
의뢰를 완수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시체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오크는 고블린과 다르게 증거를 수집한다.
바로 목에 차고 있는 목걸이다. 오크는 조잡한 목걸이를 차고 있는데, 부족 내에서 용사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목걸이에는 이빨이나 뼈가 장식물로 달려 있다. 적을 죽이고 목걸이로 만든 것이다. 그것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강하다.
“버서커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로엔님께서 잘 상대해주셔서 다행입니다.”
“인챈트가 있었기에 그나마 쉽게 상대했습니다.”
로엔은 말하며 검으로 오크의 배를 갈랐다. 마정석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배를 갈라서 내부를 헤집어 찾아야 한다.
체내에서 결정화를 이루기에 그런 것이다. 배를 가르고, 헤집으며 손이 녹색 피로 물들었지만, 마정석이 비싼 값을 하기에 상관은 없었다.
“이 녀석은 부족 내에서 제법 강한 놈인 모양입니다.”
파라곤은 로엔이 오크의 배를 가르는 것을 보다가 말했다. 버서커 화 되었던 녀석의 목걸이에는 이빨과 뼈만해도 스무 개가 넘었다.
“인챈트가 아니었다면 혼자서 상대하는 것이 힘들었을 지도 모를 뻔 했습니다.”
C 급이라면 오크 두 개체 이상을 상대로 비등하게 싸울 수 있고, 다루는 무기와 타입에 따라 더 많은 녀석들과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버서커가 얼마나 강하다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사실, 인챈트가 없었더라면 정말로 어려운 싸움이 되었을 것이다. 실력의 이야기를 떠나서, 배틀 크라이는 몸을 위축시킨다.
몸이 위축이 되면 정신과 생각 또한 함께 위축이 된다. 실력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호각이 되었을 것이다. 로엔은 말하며 뱃속에서 마정석을 꺼내들었다.
“호오…, 이 정도면 하급 중에서 상급? 그 정도 할 것 같습니다.”
파라곤은 마정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급 마정석은 오크에게서 가끔 나오기는 하지만, 하급 중에서도 상급은 극히 드물다.
‘버서커가 강한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나?’
인챈트가 걸려 있지 않았더라면 정말로 힘들었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운이 좋아서 쉽게 이긴 것일 수도 있었다.
배틀 크라이가 몸과 정신, 생각을 위축 시켰지만, 인챈트가 걸려 있기에 그것들이 한층 줄어든 것이기 때문이다.
“…잘하면 금화 100개 이상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파라곤은 마정석을 유심이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오마르와 레오가 어느새 다가와 눈을 반짝이며 함께 구경하고 있었다.
“어쨌든 빠르게 수습을 하고… 야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날은 어느새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밤이 되면 마을에는 들어갈 수 없다. 어느 정도 규모가 큰 마을은 밤이 되면 문이 열리지 않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의뢰
파라곤들은 빠르게 시체를 수습했다. 여기에서 수습이란 시체를 치우거나 태우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가죽을 벗기고, 힘줄과 뼈를 분해하여 가져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오크의 시체도 큰돈이 된다.
가죽은 옷이나 갑옷 등 수많은 용도로 사용되고, 힘줄은 활의 시위에 주로 이용된다. 뼈는 화살촉과 같은 무기로 사용된다.
수습이 끝난 뒤 야영을 할 수 있을만한 장소로 이동했다.
근처에는 오크 부락이 있기에 또 다른 오크 정찰병들이 올 수 있다. 그러기에 안전한 장소를 확보하고, 그곳에서 야영을 준비해야 한다.
“…이 곳이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몬스터들이 오가는 흔적이 없는 곳에 다다르자, 파라곤이 지형을 빠르게 살피고는 말했다. 로엔 또한 함께 살피고는 야영을 준비해도 될 것이라 판단했다.
야영을 준비하는 것은 에린과 비오르가 전담했다. 로엔이 도우려고 했지만, 파라곤이 괜찮다고 하며 자신들의 사이로 이끌었다.
‘도대체 무슨 관계에 있는 거지?’
처음에는 몰랐지만, 지금까지 쭉 살펴보니 명령을 받고, 듣는 주종관계에 가까웠다. 아니, 주종관계라고 할 수도 없었다. 완전히 노예에 가까워 보였다.
“혹시 저들이 신경 쓰이십니까?”
파라곤이 로엔의 표정을 발견하고는 물었다. 입가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예. 주종관계 이하로 보입니다만, 어떤 관계 입니까?”
로엔은 직접적으로 물었다. 본래대로라면 좀 더 나중에 물으려 했으나, 의문이 너무나 깊어진 탓이었다.
“하하하! 혹시 이거 보이십니까?”
파라곤은 유쾌하게 웃으며 손을 로엔을 향해 들어 올렸다. 지금까지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기에 몰랐으나, 이제 와서 보니 손가락에 반지 두 개가 껴져 있었다.
“그것은……?”
반지와 에린, 비오르, 저 둘의 관계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로엔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 표정을 본 파라곤은 피식, 하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건 ‘종속의 반지(Ring of Subordination)’라는 겁니다.”
“아티팩트!”
로엔은 파라곤의 말을 들음과 동시에 외쳤다.
종속의 반지(Ring of Subordination).
적어도 중급 정도의 마도사가 되어야 만들 수 있는 아티팩트다. 능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바뀌는 값어치 높은 물건이다.
“이름을 들으니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아시겠습니까?”
“예. 어떤 건지 알겠습니다.”
로엔은 고개를 주억이며 대답했다.
로엔은 에린에게 외치고는 활을 등에 매달았다. 그리고는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검 자루를 쥐고 빠르게 뽑아냈다.
챙!
검이 검 집에서 뽑혀지며, 맑은 쇳소리를 울렸다. 로엔은 빠르게 다가오는 오크 두 개체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후방 지원으로는 몇 개체의 오크고 쉽게 잡을 수 있지만, 접근전에서는 두 개체라면 호각으로 전투를 벌이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인챈트가 걸린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인챈트를 걸었습니다!”
에린이 외친다. 로엔은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검에는 은은한 빛이 흐리고 있었고, 왠지 모르게 무엇이든지 베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흐읍!”
팟!
로엔은 숨을 짧고 굵게 뱉어내며 검을 휘둘렀다. 지금까지 검을 수백번, 수천번, 아니 그 이상을 휘둘러봤지만, 지금처럼 경쾌한 적은 없었다.
“취익! 취, 취익?!”
오크는 철심들이 박혀 있는 몽둥이를 휘둘렀다. 로엔의 검을 막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몽둥이는 깔끔하게 잘려 나갔고, 몸이 그대로 갈라졌다.
스르륵, 툭.
몸이 가로로 잘려나가며 땅으로 떨어져 나갔다. 핏줄기가 튀지도않을 정도로 날카롭고 깔끔한 동작이었다.
로엔은 그것에 신경을 팔지 않고, 땅바닥으로 몸을 굴렸다. 한 개체의 오크가 도끼를 휘둘러서 피하기 위함이었다.
“취익! 인간!”
자신의 동료들이 학살당하고 있어서인가? 오크의 눈에는 붉은 기운이 잔뜩 담아져 있었다. 분노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로엔은 그것이 좋은 징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정석은 체내에 마나가 있을 경우에 응축이 되어 돌처럼 결정화 된다. 몬스터들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사용한다. 그 효과는 각기 다르지만, 종족에 따라 비슷한 면이 있다.
오크의 경우에는 광전사, 버서커(Berserk)이다. 마정석과 분노가 상응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버서커가 되는 것이다.
“크와아아아앙!”
찌릿찌릿!
오크의 눈에서 붉은 기운이 폭사되며 함성을 지르자, 전기가 통하는 듯 몸이 울렸다. 로엔은 입술을 꾹 깨물며 검 자루를 양손으로 바꿔 쥐었다.
배틀 크라이(Battle Cry).
버서커가 되면 사용하는 전장의 함성이라는 기술이다. 적의 몸을 위축되게 만들어 사기를 꺾는 효과가 있다.
그것을 증거로 로엔의 몸은 한풀 위축되었다. 하지만 상대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C 의 등급은 괜히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도 듀얼 클래스로.
챙!
로엔의 검과 오크의 도끼가 부딪혔다. 본래대로라면 도끼날이 조금은 잘렸을 것이지만, 위축되었기에 호각을 이뤘다.
불꽃이 튀기고, 왼발에 힘을 주어 중심을 잡으며 오른발을 차올렸다. 발등은 오크의 뺨을 찼다.
취익! 하며 숨소리를 거칠게 내던 녀석을 향해, 그대로 왼발을 떼며 허공에서 몸을 빠르게 회전시켰다.
오른발을 거두어들였고, 동시에 왼발의 뒤꿈치로 관자놀이를 가격했다. 붉게 물들은 눈이 흐릿하게 물들었다.
제대로 가격되며 정신이 순간 흐릿하게 변한 것이다. 로엔은 바닥에 착지하고는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서걱!
오크의 목이 날아가며 녹색 핏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로엔의 얼굴과 옷에 튀겼다.
‘다른 곳은 어떻게 됐지?!’
빠르게 눈을 돌려 파라곤들을 바라봤다. 버서커의 등장으로 후방지원이 중간에 끊겼다. 상황이 반전되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 것이다.
“후우… 다행이군.”
파라곤들을 바라본 로엔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버서커를 베어냄과 동시에 파라곤들의 전투 상황도 끝났다.
“수고하셨습니다. 너희들도 수고가 많았다.”
파라곤이 검에 묻은 녹색 피를 털어내며 말했다. 로엔은 고개를 주억이며, 그들을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수고했습니다. 하하.”
“생각보다 훨씬 더 좋군.”
오마르에 이어 레오가 말했다. 에린과 비오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오크 정찰병들은 도합 합쳐서 스물둘 개체였다.
의뢰를 완수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시체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오크는 고블린과 다르게 증거를 수집한다.
바로 목에 차고 있는 목걸이다. 오크는 조잡한 목걸이를 차고 있는데, 부족 내에서 용사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목걸이에는 이빨이나 뼈가 장식물로 달려 있다. 적을 죽이고 목걸이로 만든 것이다. 그것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강하다.
“버서커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로엔님께서 잘 상대해주셔서 다행입니다.”
“인챈트가 있었기에 그나마 쉽게 상대했습니다.”
로엔은 말하며 검으로 오크의 배를 갈랐다. 마정석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배를 갈라서 내부를 헤집어 찾아야 한다.
체내에서 결정화를 이루기에 그런 것이다. 배를 가르고, 헤집으며 손이 녹색 피로 물들었지만, 마정석이 비싼 값을 하기에 상관은 없었다.
“이 녀석은 부족 내에서 제법 강한 놈인 모양입니다.”
파라곤은 로엔이 오크의 배를 가르는 것을 보다가 말했다. 버서커 화 되었던 녀석의 목걸이에는 이빨과 뼈만해도 스무 개가 넘었다.
“인챈트가 아니었다면 혼자서 상대하는 것이 힘들었을 지도 모를 뻔 했습니다.”
C 급이라면 오크 두 개체 이상을 상대로 비등하게 싸울 수 있고, 다루는 무기와 타입에 따라 더 많은 녀석들과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버서커가 얼마나 강하다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사실, 인챈트가 없었더라면 정말로 어려운 싸움이 되었을 것이다. 실력의 이야기를 떠나서, 배틀 크라이는 몸을 위축시킨다.
몸이 위축이 되면 정신과 생각 또한 함께 위축이 된다. 실력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호각이 되었을 것이다. 로엔은 말하며 뱃속에서 마정석을 꺼내들었다.
“호오…, 이 정도면 하급 중에서 상급? 그 정도 할 것 같습니다.”
파라곤은 마정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급 마정석은 오크에게서 가끔 나오기는 하지만, 하급 중에서도 상급은 극히 드물다.
‘버서커가 강한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나?’
인챈트가 걸려 있지 않았더라면 정말로 힘들었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운이 좋아서 쉽게 이긴 것일 수도 있었다.
배틀 크라이가 몸과 정신, 생각을 위축 시켰지만, 인챈트가 걸려 있기에 그것들이 한층 줄어든 것이기 때문이다.
“…잘하면 금화 100개 이상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파라곤은 마정석을 유심이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오마르와 레오가 어느새 다가와 눈을 반짝이며 함께 구경하고 있었다.
“어쨌든 빠르게 수습을 하고… 야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날은 어느새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밤이 되면 마을에는 들어갈 수 없다. 어느 정도 규모가 큰 마을은 밤이 되면 문이 열리지 않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의뢰
파라곤들은 빠르게 시체를 수습했다. 여기에서 수습이란 시체를 치우거나 태우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가죽을 벗기고, 힘줄과 뼈를 분해하여 가져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오크의 시체도 큰돈이 된다.
가죽은 옷이나 갑옷 등 수많은 용도로 사용되고, 힘줄은 활의 시위에 주로 이용된다. 뼈는 화살촉과 같은 무기로 사용된다.
수습이 끝난 뒤 야영을 할 수 있을만한 장소로 이동했다.
근처에는 오크 부락이 있기에 또 다른 오크 정찰병들이 올 수 있다. 그러기에 안전한 장소를 확보하고, 그곳에서 야영을 준비해야 한다.
“…이 곳이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몬스터들이 오가는 흔적이 없는 곳에 다다르자, 파라곤이 지형을 빠르게 살피고는 말했다. 로엔 또한 함께 살피고는 야영을 준비해도 될 것이라 판단했다.
야영을 준비하는 것은 에린과 비오르가 전담했다. 로엔이 도우려고 했지만, 파라곤이 괜찮다고 하며 자신들의 사이로 이끌었다.
‘도대체 무슨 관계에 있는 거지?’
처음에는 몰랐지만, 지금까지 쭉 살펴보니 명령을 받고, 듣는 주종관계에 가까웠다. 아니, 주종관계라고 할 수도 없었다. 완전히 노예에 가까워 보였다.
“혹시 저들이 신경 쓰이십니까?”
파라곤이 로엔의 표정을 발견하고는 물었다. 입가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예. 주종관계 이하로 보입니다만, 어떤 관계 입니까?”
로엔은 직접적으로 물었다. 본래대로라면 좀 더 나중에 물으려 했으나, 의문이 너무나 깊어진 탓이었다.
“하하하! 혹시 이거 보이십니까?”
파라곤은 유쾌하게 웃으며 손을 로엔을 향해 들어 올렸다. 지금까지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기에 몰랐으나, 이제 와서 보니 손가락에 반지 두 개가 껴져 있었다.
“그것은……?”
반지와 에린, 비오르, 저 둘의 관계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로엔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 표정을 본 파라곤은 피식, 하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건 ‘종속의 반지(Ring of Subordination)’라는 겁니다.”
“아티팩트!”
로엔은 파라곤의 말을 들음과 동시에 외쳤다.
종속의 반지(Ring of Subordination).
적어도 중급 정도의 마도사가 되어야 만들 수 있는 아티팩트다. 능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바뀌는 값어치 높은 물건이다.
“이름을 들으니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아시겠습니까?”
“예. 어떤 건지 알겠습니다.”
로엔은 고개를 주억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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