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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0:32 510회 0건
Destination - 제 3화 Hiding



4월 28일 수요일.

꿈은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 한번의 경험은 성국에게 있어 중요한 무언가를 바꾸어놓았다. 겨우 일주일 정도 지났지만, 성국은 그날의 일을 잊지 못한다. 문제를 해결해보려 노력하려고 했지만, 애초에 해결책이란 것이 딱히 보이지 않는 문제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녀"는 다시 찾아온다. 성국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반드시 다시 나타날거라고....

"오빠!!"
"응?"

문득 주영의 새된 못소리에 성국은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앞에 있는 그녀를 보았다. 자신의 앞에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상큼한 소녀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다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해요?"
"아~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니긴요. 지금 표정 무지 심각했다구요. 정말로 무슨 생각했어요?"

날카로운 눈초리로 성국을 추궁하는 그녀. 하지만 그 날카로운 표정이 귀엽다고 말하면 실례가 될까? 성국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놓인 카푸치노 커피를 들고 한모금 들이켰다.

"칫. 정말 치시하다구요. 요즘들어서 얼마나 불안한지 알아요? 그... 한번도 안해주고..."

대답을 회피한다는 것을 느낀 주영이 조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주영과의 관계는 계속 지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일주일동안, 아니 "그날"이후로 그녀와 관계를 가진적은 없다. 솔직히 말해서 무서웠다. 혹시나 주영과 섹스를 한다고 마음먹었을때 "그녀"가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가 밀려왔기 때문에 주영과의 잠자리는 피했다. 물론 주영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정답이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아이다 사쿠라>를 닮은 저 상큼한 외모의 소녀(20살 성인 여성이지만..)를 놓아주긴 너무 아깝다.

"미안. 조금 문제가 생겨서 말야..."
"흠... 혹시.. 그 언니?"

주영은 그녀를 칭할때 항상 "그 언니"이라 말했다. 그냥 "언니"가 아니고 "그 언니"다.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그 언니"라는 호칭을 굳이 사용했다.

"휴... 모르겠다."
"아우.. 진짜. 그냥 헤어져 버려요. 솔직히 내가 오빠랑 이러고 있으면 안되는 거지만, 이것도 전부 그 언니 잘못이라구요."
"하.. 그러게... 정말 헤어져버릴..??!!"

창밖을 보며 무심코 중얼거리던 성국의 눈이 커졌다. 유리창에 "한 여성"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재빨리 고개를 돌려 유리창에 비친 곳을 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흔한 스타벅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직원의 모습뿐이었다. 1층에서 올라와 2층의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는 여자였다.

"솔직히 오빠한테 듣는것 뿐이지만, 여자가 보기에도 그 언니는 진짜 너무하다구요. 그건 뭐라고 하지? 도착증? 편집증? 집착? 아무튼..."

성국은 잠시 유리창의 모습과 카운터를 번갈아 보고 나서야 다시 안도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런식이었다. 그동안 헤어질 생각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그때마다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직접적으로 보인것은 아니다. 그저 "생각한 것"만으로도 그녀의 모습은 "유리창이나 거울"에 비처보였다. 저것의 의미는 분명하다. 이별을 결심하면, 그녀가 나타날 것이다. 그것은 곧 그의 "죽음"을 의미한다.

"젠장..."

성국은 어금니를 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잠깐만.."
"아.. 그럼 저도.. 헤헤."

성국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주영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통은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지만, 성국은 주영과 나란히 화장실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의식하지 않았다. 애초에 화장실이 그에게 있어서 필요한 순간은 아니다. 다만 뭔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신의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닌듯한 느낌. 오늘, 지금 이 순간은 특히 그 불쾌감이 심했다. 남자화장실의 세면대 위에 있는 거울을 한참동안 보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며칠사이 굉장히 피곤해 보였다. 성국은 고개를 떨구었다.

"하... 정말 진심으로 헤어지자고 해볼까..."
<그랬다간 진심으로 죽을걸?>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대답이 들려온다. 그것도 여성의 목소리. 익숙한 목소리. 성국은 고개를 들었다. 남자화장실의 거울속에... 그녀의 모습이 있었다.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대신 그녀의 얼굴이 그를 마주보고 있었다. 그녀가 미소지었다. 순간 성국은 그녀가 누군가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누구일까? 자신감에 차있으면서도 요염한 미소. 사..쿠야...유아?

"다..당신은?!!"
<오랜만이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건?>
"도..도데체 뭡니까? 뭐냐구요 이건!! 당신은..도데체..."

성국은 도데체 무엇부터 말해야할지 알수 없었다. "그것"에 관해 물어야 할까? "그녀"에 관해 물어야 할까? 정체모를 것이 너무도 많다. 문득 예전에 어딘가에서 들은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평화"라는 단어는 "변화하지 않는 일상의 반복", "인정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의 조합"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흔히들 "평화"의 반댓말을 "전쟁"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평화"의 반대되는 말은 "혼돈"이다.
성국에게 이것은 그야말로 "혼돈"이었다. "변화하는 특별한 일상", "인정할 수 없는 이상한 이야기의 조합" 그야말로 그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이었다.

<그리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다는건 알고 있겠지?>

그리고 그녀의 짧은 말 또한 "혼돈"이었다.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성국은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녀가 "보였다!" 그것은 그의 "죽음"을 의미한다.

"뭐..뭐죠? 당신이.. 당신이 왜 보이는 겁니까! 거기다가 말까지한다니!!"

성국은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별이라는 생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유리창에 희미하게 비치던 그녀다. 하지만 "그날"이후로 그녀를 이렇게 직접본적은 없다. 거기다 이야기를 해본적도 없다. 위험하다. 머릿속에서 비상신호가 울리고 있었다.

<"그것"이 꿈인지 현실인지는 관계없이 내 모습이 보이고, 이야기를 하는 지금, 너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는 듯 하네. 참고로 얘기하지만, 지금 너는 되살아 날 수 없어. 이 능력도 만능은 아니라서 말야. 흔히 "쿨타임"이라고 하지? 그거 있잖아? 게임할때 스킬쓰고나서 다시 그 스킬을 쓰기까지 걸리는 시간말야. 그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되. 쿨타임은 정확히 14일. 아직 12일이라서 쓸수가 없지.>
"그...그런?! 도데체 무슨 일입니까? 왜 또 보인거죠? 난 아무것도 안했다구요! "그날"이후로 주영인 커녕 딴여자랑 잔적도 없는데!!"

성국은 억울했다. 진심으로 지난 12일간 여자를 건드린 적이 없다. 오로지 현재 애인인 현경과 관계했을뿐, 다른 여자와는 키스도 하지 않았다. 무서웠기 때문이다. 돼지에게 회떠먹히던 그 끔찍한 광경을 절대 잊을 수 없다.

<흠~? 그럼 방금전까지 너와 커피를 마시고 있떤건 여자가 아니라 남자인건가?>
"그..그런? 단지 커피를 마시고 있었을 뿐인데! 아, 아니.. 잠깐.."

성국은 정신을 차렸다. 뭔가 있다. 어쨋든 "그녀"가 보였다는 것은 그가 죽을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유가 어찌되었든간에 "그"가 죽을 이유는 갖추어진 상황이다. 단지 "커피를 마셧을 뿐인 상황"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지 그 사실만으로 그의 죽음이 결정되어 진다. 성국은 재빨리 움직였다. 어쨋든 피해야 한다. "죽음"으로 부터 도망가야 했다.

"아! 오빠?"

우연일까? 막 남자화장실을 나가는 순간, 주영도 여자화장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시간상 너무 빠르다. 순간적이지만 성국은 주영의 얼굴색이 조금더 밝아진 것을 놓치지 않았다. 아니, 도톰하고 귀여운 앵둣빛 입술이 좀전보다 더 예쁘게 반짝거린다. 물론 지금 그것까지 신경쓸 겨를은 없다. 성국은 그녀를 무시하고 빠르게 걸어갔다.

"미안 나 먼저 갈게."
"네? 어어? 오빠! 왜그래요?"

당황한 듯한 주영을 무시한채 성국은 걸어갔다. 있는 힘껏 걸어갔기 때문에 주영과의 거리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하지만 성국은 채 몇걸음 걷기도 전에 멈춰섰다.

"오빠?"

주영은 성국의 눈이 크게 떠진것을 놓치지 않았다. 못볼것을 보았다는 표정. 믿을 수 없다느 표정. 공포. 몇가지 감정이 그의 얼굴에 뒤섞여 있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자, 1층에서 올라오고 있는 두여성의 뒷모습이 보였다. 성국은 다시 몸을 돌려 화장실쪽으로 갔다. 주영도 그의 뒤를 따랐다. 급히 서두르는 그의 모습이 이상하다. 하지만 주영은 그의 모습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오빠. 잠깐만요!"

성국이 갑자기 남자화장실 앞에서 멈추어 섰다. 주영은 자신의 목소리에 그가 멈춘것이라 생각했다.

"혹시 그 여자가 그 언니에요?"

주영은 거의 확실시되는 질문을 그에게 던졌다. 사실 주영은 현경을 본적이 없다. 언제나 성국에게서 이야기만 들었을뿐, 그녀를 보지는 못했다. 오히려 잘된 일일수 있다고 주영은 생각했다. 만약 맞다면 오늘은 기회일 것이다.
하지만 성국의 생각은 달랐다. 1초도 안되는 찰나의 순간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것은 주영이 아니었다. 현경도 아니다. 그녀와 관련되어 있지만, 진정으로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남자화장실 거울에서 "그녀"가 나타났다.
성국은 정말 아주 잠깐 망설인 후 주영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겨 여자화장실로 들어가버렸다.

"어엇? 오빠 여긴 안되요!"

성국은 주영과 함께 들어가며 여자화장실의 거울을 확인했다. "그와 주영"의 모습이 비친다.

"여..역시!! 그런거야!"
"에? 오빠?"

남자화장실에서는 자신의 모습대신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여자화장실에서 보인것은 "그와 주영"이다. 성국은 다시 칸막이로 주영을 밀어 넣고, 자신도 들어가며 문을 닫았다.

"오빠. 여긴 들어오면 안되요! 여자화장실이라구요!"
"쉿. 나도 알아. 근데 지금은 조용히 해."
"뭘 조용히 해요? 아까 그 여자가 그 언니죠? 대답해봐요."
"아. 조용히 하라니까? 니 말이 맞으니까 제발 조용히 좀 해."

성국은 조마조마했다. 앞으로 상황이 어찌될지 모른다. 남자화장실에서 "그녀"가 보였으니 그쪽으로 갔다면 100%사망한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했...
쾅!!
뭐..뭐야!!
뭔가 세게 부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남자의 비명 비슷한 소리가 들려왔다. 놀라는 음성이다. 성국은 침을 꿀꺽 삼켰다. 머릿속으로 저것이 무슨 소리인지, 그리고 어떤 상황인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헐? 설마 그언니 남자화장실에.. ? 읍!"

또다시 주영이 말하기 시작한다. 성국은 그대로 주영의 입술에 입을 맞추어버렸다. 상큼한 앵둣빛의 도통한 입술이 잠시동안 우물거리고, 그녀의 조그만 주먹이 성국을 탁탁 때렸지만, 이내 잦아들었다. 성국은 주영의 조그만 몸을 끌어안고 입술을 맞댄채 가만히 있었다. 주영은 금새 조용해 졌다. 촉촉하고 보드라운 귀여운 입술을 감촉에 두근거릴만도 하지만, 성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곧 그가 기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또각또각또각또각...
겹치는 구둣발소리.

"이상하네. 분명히 봤는데...."
"니가 잘못본거라니까?"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렸다. 두번째 목소리는 분명 현경의 목소리다. 그런데 첫번째 목소리는 누굴까? 성국은 주영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절대 소리내면 안된다.

"아니라니까요? 언니! 정말로 봤어요. 그.. 쓰레기!"

짜악!!!
순간 성국은 "쓰레기"라는 단어에 울컥했지만, 이내 다시 몸을 굳혔다. 뺨을 때리는 날카로운 소리와 작은 비명소리가 들렸다.

"쓰레기라니. 말조심해. 내 남자친구야."
"그...그치만 저번에도 그 쓰.. 남자 여자랑 같이 있었다구요! 다정하게.. 편의점에서 일하는 여자애랑 같이 있는걸 봤다구요! 방금도!"

순간 성국은 식은땀을 흘렸다. 뭘까 저 여자? 자신이 주영과 함께 있는걸 봤다고? 도데체 언제 본 것일까? 아니 조금전에 본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면 또 언제 본것인가? 현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그때야. 그래도 성국씨가 바람같은걸 피울리가 없어. 난 성국씨를 믿어."
"혹시.. 그 ㅆ...남자가 바람피우면요?"
"바람? 흠...글쎄? 만약 그렇게 되면... 다...죽겠지? 나도... 그여자도.. 성국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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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관계로 글을 자주 올리지 못해 죄송합니다..(__)
그나저나 왜케 소라넷은 막히는 건가요...ㄷㄷ
며칠후 다시 뵙죠..(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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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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