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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0:25 433회 0건
환타지 야설이 점점 줄어가는거 같아서 가슴이 아프네여. 이 야설은 전생에 초절정의 고수이던 진무령이 환타지 세계에 환생하여 신비롭고 색나는 모험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시간 나는대로 써 볼게요. 댓글은 힘이 됩니다.

-1-

전 무림이 마교의 손에 떨어지고 천하에 마지막 남은 희망은 무당의 장문 태극선협이었다. 태극선협은 단신으로 사악한 마교주에게 도전하여 자신의 모든 생명을 소진한 최후의 오의를 날린 후 미련 없이 산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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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하얀 머리에 하얀 피부, 그리고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열 댓살이나 되었을까? 앳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큰 안경을 쓰고 책상 위에 올려진 서류와 눈 앞의 사내를 번갈아 보며 고민을 거듭 중이다.

“진무령. 명국 하남성 출신. 향년 42세. 맞지?

소녀의 질문에 진무령이라 불린 사내는 심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척 보기에도 자신보다 한참은 어려 보이는데 다짜고짜 반말이라니. 거기다 죽기 전 사내는 모두에게 존경받는, 무당의 장문인이라는 지고한 신분이었다.

“맞긴 맞소만.. 조금 예의를 차려 주었으면 하오. 난 그대보다 연장자라오.”

“으으 니놈의 상황을 생각해서 최대한으로 예의를 차려 주는 거야. 내 나이는 참고로 2775살이고.. 원래대로라면 이런 면접도 없었어. 대체 넌 사신을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사신?’

진무령은 그 말을 듣고 비로소 자신이 죽었음을 떠올렸다. 아 맞다. 난 죽었었지.. 그렇다면 생전의 나이고 신분이고 아무 상관이 없는게 맞다. 명계에는 명계의 법칙이 있는 법이다. 그건 그렇고 저 어려보이는 소녀가 2775살이라니.. 확실히 사후세계는 대단하다.

“이런, 결례를 범했소. 아무래도 죽음을 경험하는 것은 처음이다 보니.. 난 확실히 죽은 거요?”

“쓸데없는 질문은 그만.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해 줬으면 하는데.. 난 아주 바쁜 몸이야. 오늘 심의해야 할 영혼이 13만 명이나 있다고!”

“헉..”

소녀의 말에 진무령은 기가 질렸다.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짜증내며 내뿜는 투기도 생전의 자신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지만, 그보다 13만이라는 숫자에 질린 까닭이다. 역시 명계의 숫자는 단위부터 다르군. 하루에 13만명을 면접하려면.. 그게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살인 횟수 7회. 모두 다 정당방위, 정당행위로군. 70점 차감. 구명 횟수 35회, 단위 숫자로는 550만.. 젠장 뭐 이리 많이 구했어? 맞아?”

“의에 벗어난 행동은 맹세코 하지 않았소. 평생에 걸쳐 무를 단련하고 내가 얻은 힘을 올바로 쓰려 노력하였기 때문이오.”

“아 쓸데 없는 사족은 빼고. 맞아 틀려 그것만 말해.”

“...7번. 정말 부득이한 경우였소. 내가 저지른 횟수가 맞소이다.. 그리고 구명 횟수나 구명 수치는 잘 모르겠소만? 무슨 기준이 있는지..”

“설명해주기 귀찮다. 그냥 그러려니 해.”

진무령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소녀 사신을 화나게 하면 무슨 일이 있을 지 모른다. 명계에서의 자신은 철저한 을의 입장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와 같은 것이다. 저 여자도 사신이라면 공정한 판결을 내리겠지.

“으.. 너무 많아. 계산할 것이 너무 많다고! 하아.. 젠장 왜 하필 나한테 이런 녀석이 배당된거야!”

사신은 신경질적으로 서류를 뒤척이며 짜증을 부렸다. 진무령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움찔해서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후우 빌빌거리며 남의 눈치를 살피다니.. 태극선협 진무령도 이제 갈때까지 갔군’

절로 한숨이 나온다. 바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진무령은 전 무림의 대표로 막중한 사명을 지고 마교의 교주와 생사지결을 벌이던 영웅이었는데 이제는 조그만 소녀 사신의 눈치나 살피는 가련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역시 그런 부담스러운 일은 맡는 게 아니었는데. 죽고 나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흠.. 그리고 죽을 때까지 여자 손도 못 잡아 봤네. 인기 없었나봐. 총각 점수 100점 추가.”
그 말을 듣자 진무령은 울컥 했다.

“난 무당의 도사였기 때문에 동정을 지켰을 따름이오. 나 좋다는 아가씨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호호 동정 주제에 말이 많아. 참 불쌍하기도 하지. 내가 함 대줄까?”

소녀는 입술을 핥으며 매혹적으로 미소 짓는다. 진우량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버럭 소리쳤다.

“갈! 쓸데없이 놀리지 말고 어서 심판이나 내려 주시오!”

“흥 누가 동정 아니랄까봐 성격도 꽉 막혔어. 참 저러니 동정이지. 그리고 한번만 더 큰소리 내면 재미 없을 줄알아.”

‘제길..’

사신의 협박에 진무령은 속으로 피눈물을 머금었다. 사실 동정으로 죽었다는 사실은 그에게 있어 가장 괴롭고 열불 나는 사실이었다. 평생 하늘에 대고 부끄러울 짓을 한 적이 없다고 자부해왔건만, 남자로 태어나 남자구실 한번 못해봤다는 것은 도저히 자랑스러워 할 짓이 못되는 것이다.

“무전취식 2회. 점수 50점 차감. 참 거지같은 놈일세. 저러니 인기가 없지.”

‘큭..’

“후세에 길이 남을 무학적 업적 250점 추가. 흥흥 여자에게 인기가 없으니 골방에 틀어박혀 무공만 팠구만?”

‘크으윽!!’

“수음 횟수.. 큭큭 크하하하 9150회! 와 이 미친 놈봐라. 성욕은 종마 같은데 풀 데가 없으니 딸딸이만 고추가 닳도록 쳐 댔고만. 내 판관 생활 200년 동안 너처럼 못난 놈은 처음이다. 처음! 어휴 한심해라. 감점 90점! 총각딱지로 얻은 점수 다 깎아 먹었네 호홋”

“!!!!”

순간 진무령의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저 여자가 뭘 안단 말인가! 터질 것 같은 성욕을 혼자 달래던 그 울분과 좌절의 시간들을!

그 후에도 사신은 그의 생전의 일을 평가하며 꼭 그가 총각이라는 점과 수음을 만 번 가까이 했다는 점을 결부시켜 신랄하게 그의 속을 긁어대었다. 속에서 어찌할 바 모르고 부글부글 끌어 오르던 그의 울화통은 결국 뜨거운 땀과 같은 형태로 사나이의 눈가로부터 흘러내렸다.

“종합하면 점수는.. 어 그런데 너 우냐?”

“큭 우 울긴 누가 운다고 그러시오..”

사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진무령에게 다가왔다. 진무령이 깜짝 놀라 황급히 한 발짝 물러서는데, 사신이 이미 그 희고 가는 손가락으로 진무령의 눈가를 ?고 지나간 후였다.

“꺄하하! 정말 우내. 너 사내자식 맞냐? 마흔살도 넘은 녀석이! 좀 놀렸다고 눈물까지 흘려? 왜케 귀엽냐?”

“아 아니오! 아니라고 하지 않았소!”

진우량은 고개를 흔들어 완강히 부인했지만 이미 속으로는 반쯤 자포 자기한 형편이었다. 제발 빨리 좀 끝나라. 빨리 판결을 받아서 천당이든 지옥이든 어디로든 떨어졌으면..

“후후 어쨌든 종합 점수는 3200점! 전생에 세계를 구한 남자 등급을 달성 하셨습니다. 풉 비록 동정이긴 했지만, 올바른 삶을 살아왔구나. 수고 많았어.”

“....”

드디어 끝인가. 빨리 판결을 내려 줬으면 좋겠다.

“전생에 세계를 구했으니 보상을 받아야지. 다음 생은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야.”

“다음 생?”

진무령은 깜짝 놀랐다. 다음 생이라니? 천당이나 지옥으로 가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

“뭐 너는 윤회의 업에서 벗어나기에는 아직 한참 멀었어. 구체적인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앞으로도 한참동안 환생을 계속해야 할 거야.”

사신은 검지 손가락을 들어 허공을 가르켰다. 그러자 놀랍게도 빈 공간에 저절로 화면이 나타났다.

“넌 꽤 마음에 들었으니까 특별히 어디서 태어날지 선택권을 줄게 한번 골라봐.”

화면 속에는 무슨 파란 빛 붉은 빛이 날아다니고, 거대한 강철 덩어리가 우주를 누비는 환상적인 광경이 보였다. 중간 중간 색목인 사내가 빛나는 검을 들고 수련하는 모습도 스쳐간다.
진무령이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자 사신은 설명을 시작했다.

“FORCE가 지배하는 세계야. 넌 공화국 귀족 출신의 제다 마스터로 살아가게 될 거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장수를 누리다 죽는 것이 예정된 삶이다. 물론,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니까 니 선택에 따라서 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으음..”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여자들의 외모가 참으로 기묘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도마뱀을 닮은 여자도 있고, 촉수를 달고 다니는 여자도 있고.. 뭔지 모르겠지만 썩 마음에 내키지는 않는다.

진무령이 탐탁치 않은 기색을 보이자 사신은 화면을 전환했다. 이번에는 큰 강을 중심으로 수많은 건물과 도로가 자리잡은 한 거대한 도시의 모습이었다.

“자본이 지배하는 세계야. 너는 대한민국의 서울이라는 도시의 강남 지방에서 태어나게 될 거야. 아버지는 자본의 힘이 강한 기업체의 수장이고, 어머니는 명성있는 가희 출신이지. 좋은 대학을 나와서 BMW라는 운송수단을 끌고 다니며 화려한 삶을 살게 될 거야. 그쪽 세계 말로는 엄친아라고 하는데.. 어때?”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너무 복잡하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가 없어 보였고.. 특히 여자들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눈이 확 돌아갈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들이 정말 많았지만, 문제는 그 다수가 판박이처럼 똑같이 생겼다는 것이다. 대체 무슨 방법을 쓴 것일까? 거기다 화면에 비치는 여자들이 너무 기가 센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모름지기 여성이란 남자에게 순종해야 하는 법이거늘.. 또 그렇게 맞먹으면서 왜 비용은 하나같이 남자가 지불한단 말인가?

진무령이 여전히 탐탁치 않은 기색을 보이자 사신은 살짝 표정을 찌푸렸다.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화면을 전환했다.
그 곳은 아름다운 초원과 커다란 성. 불을 뿜는 큰 도마뱀과 허공에 천재지변을 일으키는 요술이 존재하는 신비로운 곳이었다. 그 곳의 여인들은 죄다 색목인이었는데, 특히 귀가 길고 뾰쪽한 아가씨들은 하나같이 마치 선녀를 보는 듯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종족의 여성들도 모두 비할 대 없는 미인들이다. 대체 저긴 어디지?

“이번에는...”

쾅 우당탕

사신 소녀가 설명을 시작하려는 순간 굉음과 함께 공간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깜짝 놀라 그들이 일그러진 공간으로부터 풀쩍 물러서자, 공간이 원상 복귀되며 키가 3미터는 될 법한 험상 은 사내가 왕방울 같은 눈을 부라리며 소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대체 뭐하는 거야!!!!!!!”

“힉.”

왕방울 눈 사내의 고성에 소녀의 얼굴이 백지장 처럼 새하얗게 변했다.

“지금 대기자가 십삽만 오천 칠백 이십 구명인데, 니년이 하루 만에 다 처리할 수 있어? 무슨 영혼 하나 처리하는데 시간이 이렇게 많이 들어!!!”

“아 그 그게.. 이 아이가 ‘전생에 세계를 구한’ 클라스 라서요. 가능한 공정한 심사를 하려다 보니..”

사신이 땀을 뻘뻘 흘리며 변명한다. 진무령이 보아하니 이 왕방울 눈은 사신 소녀의 상관인 듯 보였다.

“그것도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대충 좋은 인생 골라서 빨리 보내 버려! 그딴 식으로 하다간 월급을 모조리 압류할테다!”

“아 안 돼! 그것만은 제발!!”

소녀는 비명을 지르더니 진무령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다급한 어조로 그에게 외친다.

“자 정했지? 지금 보내 줄게.. 안녕. 다음 생에 보자!”

“아..”

진무령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의 뒤에 웬 동그란 문이 저절로 생겼다. 다음 순간 문은 진무령을 저절로 빨아들여 어디론가 데려가 버렸다.

‘어어어어!’

진무령은 비명을 질러 댔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진무령의 의식은 나오지 않는 비명과 함께 자꾸만 아래로 아래로 저물어 갔다. 그리고 남겨진 사신 소녀와 상관은..

“이 미친년 보소!”

왕방울 사내가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 소녀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캑 캑 왜 그러세요?”

“네가 정녕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모른단 말이더냐?!”

사신 소녀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상관의 독촉에 재빨리 일을 처리햇는데, 뭐가 잘못된 걸까?
소녀가 아무 말이 없자 왕방울 눈 사신은 소녀를 허공에서 마구 흔들어대었다. 검은 옷 사이로 소녀의 매혹적인 하얀 다리가 드러났지만 왕방울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이 미친년아!! 망혼단은!”

“헉. 망혼단..”

순간 소녀의 표정에 핏기가 사라졌다. 진무령을 환생시키는데만 급급해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빠뜨린 것이다!

“아아아악!! 죄 죄송해요!!”

망혼단은 생전의 기억을 지우는 환단이었다. 모든 영혼은 환생 전에 반드시 그걸 복용해야만 한다. 아기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태어나면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 지겠는가?

“닥쳐! 앞으로 200년간 네년의 월급은 모두 압류다! 더해서 72시간 징벌방 행!”

“아 안돼!!!”

사신 소녀의 처절한 비명이 명계 전역에 울려 퍼졌다.

등장인물(편마다 업데이트)
진무령 - 전생에 무림을 구한 협사. 사신의 실수로 기억을 가진 채 이계에 환생하게 된다.
베르니아 - 진무령의 심사를 맡은 사신. 진무령을 기억제거 없이 환생시키는 엄청난 실수를 한다.
광철범무 - 베르니아의 상관. 실수를 저지른 베르니아에게 큰 벌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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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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