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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0:23 368회 0건
#03



만약 당신이 죽었다 다시 살아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겠는가.

아니, 딱히 무엇을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지 않은가.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그런 착각에 빠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뭐, 특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특별히 능력이 생긴것도 아니고 밖에 나가서 "제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어요, 여러분!" 하고 외친다 해도 믿어줄 사람조차 없을 것이다.

"미친놈 취급 받기 딱 좋겠군."

침대에 누워 신이 남긴 메시지를 끊임없이 바라본다.

-18살 생일을 축하한다. 죄는 크고 벌은 부족하다.-

"죄는 크고 벌은 부족하다, 라..."

마치 신이 짜놓은 체스판의 병정이 된 것만 같은 기분도 들지만 뭐 어떠하리. 진즉 그랬을 것이고 변한 것은 없는데.

"그래도 이왕 다시 만들어줄거면 원빈이나 장동건같은 외모면 좀 좋아?"

뭐 못났다는 것은 아니다. 이 정도면 솔직히 땡큐긴 한데, 그래도 이왕. 이왕이면 말이다.

센스가 부족하군.

벌써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지도 3시간 가량 지났다.

돌아와서 처음 한 시간동안은 여러가지로 시험해보았다. 혹시 무슨 능력같은 걸 줬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말이다.

한 시간동안 여러 뻘짓을 해대고 제 풀에 지쳐 쓰러진 후에야, 그 싸가지로 봤을 때 줬을리 없지!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동안 집을 뒤져서 얻은 결과물은 심히 내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거실 TV서랍 안에서 발견한 여러 서류들.

"전학이라..."

그가 무슨 의도로 이런 짓을 했는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혔다. 만약 내 기분을 상하게 할 참이었다면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대답해주고 싶다.

손에 들린 서류를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집어던지고 얼굴을 감싸쥐었다.

"하문고등학교... 젠장!"

머리가 아프다. 좀 자고 싶다. 그보다 부모는 없는건가?



어제 여러 생각을 하느라 잠을 뒤척였다.

피곤한 몸을 움직여 익숙한 교복을 입고 옷매무새를 고쳐 정리한 뒤 집을 나섰다.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고 부족한 것은 전혀 없었다.

집을 나서니, 아직 여름이라는 것을 말해주기라도 하듯 매미가 신나게 울어댔다.

그보다 신도 너무하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말이야... 너무 무책임한거 아닌가?

준비가 되어있으면 뭐한단 말인가.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자신의 이름조차 모른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새로 살고 있는 집은 그 전에 살던 집과 별로 멀지 않은 동네에 자리한 주택이라 학교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집을 나서기 전 수십번은 "나 정말 학교 가요?" 라고 신에게 마음속으로 진심을 다해 전언을 넣어보았으나 묵묵부답.

죽기 전 트라우마 때문인지 학교는 나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암만 죽었다 깨어난 녀석이라도 안되는건 안되는건가 보다.

학교로 가는 길에 가로수길이 나온다면 그건 거의 학교에 접근했다고 봐도 된다. 그리고 난 지금 가로수길에 서 있다.

여름의 매미의 울음소리는 언뜻 듣기에 좋아보이지만, 무더위 속에서의 그 소리는 살인 충동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렇게 이 한여름에 고개를 푹 숙이고 걷는 것도 좋은 예는 아니지...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자니, 우리 학교 교복의 여학생이 "저 미친년이에요~" 포스를 한껏 풍기며 가방끈을 잡은 채 서있었다.

더위를 너무 먹는 바람에 정신이 나간건가? 라고 생각하기엔 비율이 너무 좋다.

이게 무슨 개소리냐고 말할 사람들이 더러 있겠지만 상당히 설득력 있는 소리라는 것을 후에 역설하도록 하겠다.

당장 저 긴 머리를 위로 쳐올리며 "보는 사람도 답답하니까 제발 고개좀 들고 다녀줘!"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난 그 정도의 또라이가 아닐 뿐더러 말을 거는 것조차 귀찮다.

신호가 바뀌고 나와 여학생은 일정거리를 유지한 채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걸었다.



학교에 도착하고 익숙하디 익숙한 교무실에 고개를 내밀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실내의 인테리어는 딱딱한 사무실을 연상케 한다.

"이놈의 학교는 여전히 변함이 없군."

라고 생각하다 문득 죽다 살아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몇몇 선생들이 나를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한 교사가 나를 쳐다본다. 반가운 얼굴이다.

"음... 그래. 니가 전학생이구나?"

아직 2년차 교사인 그녀는 뭐든지 서툴렀다.

학생과 상담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 몰랐고 자신의 실수가 어떠한 결과를 이끌어낼지 신중히 생각할줄도 몰랐다.

우유부단했고 겁조차 많았다.

"예! 전학생입니다."

그래서 학교를 그만둘 용기조차... 없었나?

"음... 그래. 이름이... 조금..."

무슨 소리야.

"예?"

"아, 아니야! 교무실에서 조금만 기다려줄래?"

띨빵한 건 여전하구나. 그보다 저 담임이 내 담임인 건 신의 장난질인가? 에이... 설마.



그래... 신의 장난... 맞는거 같다.

"하하하... 얘, 얘들아, 반갑다. 최태완이라고 해. 하하하..."

처음 교실에 들어섰을 때 대충 예상은 했다. 같은 담임. 그렇다면 같은 교실이겠지, 라고 말이다.

그런데...

"최태완?"

놀란 눈을 한 아이들 사이로 누군가가 의문을 내뱉는다.

그래요~ 제가 최태완이에요. 어째서 신이 제 전생의 이름을 그대로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최태완 맞아요~

"하하... 왜?"

"아, 아니야!" 라고 말하며 그 아이가 급히 내 눈을 피한다.

"자 어서 이 상황을 정리해 주세요." 라는 눈빛을 담임에게 보내보지만 어쩔 줄 몰라할 뿐이다.

기대한 내가 바보지.

"전 어디 앉으면 되나요?"

가식적인 웃음을 눈가에 띄우며 담임에게 질문한다.

"어, 그래. 저기 빈자리 있지? 저기 앉으렴."

담임이 당황한 기색을 숨긴 채, 뒷쪽에 홀로 자리한 책상을 가리켰다.

"...저기요?"

"응. 문제...있니?"

쓴웃음이 난다.

내가 살아생전 앉았던 내 자리. 여전히 덩그러니 가장 더러운 곳, 가장 구석진 곳에 박혀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한결같구만.

"아니요. 문제는요. 좋은데요?"

"그, 그래. 그럼 수업 준비하고 태완이는 오늘 하루만 짝이랑 책같이 보렴."

담임이 어색한 웃음을 던지며 교실을 나갔다.

익숙했던 내 자리. 천천히 다가간다.

그리 긴 시간이 지난 것이 아닌 탓인가? 책상과 의자에는 먼지 하나 쌓여있지 않았다. 하지만 책상 위에 생긴 깊은 상처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내가 누구인지를 나타내는... 이 장소에서의 나의 위치를 여실히 보여주는... 내 상처.

솔직히 아무렇지도 않다고 히면 거짓말이겠지. 그래도 뭐, 별수 없잖아? 그리고 난 그들이 아는 그때의 내가 아니잖아.

멍하니 책상을 내려다보는 사이,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내게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급히 자리에 앉았다.

나라는 존재로 인해 교실의 분위기는 여느 비오는 날 마냥 가라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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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조절 실패의 좋은 예... 입니다. f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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