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한 남자의 죽음)
2부 First Mission - REBIRTH 8.
대단하긴 한데......
혁은 난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뭘 연주하란 건지.....
혁의 몸속에는 9스승에게서 물려받은 어마어마한 내공(內功)이 잠재되어 있으나 실제로 그것을 활용할 줄은 몰랐다.
천지생광곡(天地生狂曲)은 내공 운용의 극에 도달해야 연주가 가능한 법술(法術)인데, 내공의 기초도 모르는 혁에게는 너무나도 난감한 일인 것이다.
혁은 본디 광개토대제와 연개소문 장군에게 일종의 외문무공을 전수받아서 근골은 강철보다도 튼튼하였다. 안 튼튼해지고 배기겠는가? 매일 부러지고 팔이 뜯겨 나가기도 했는데....
본디 내공은 주1)노화순청(火純靑), 주2)오기조원, 주3)금강불괴(剛壞) 주4)등봉조극(登峰造極), 주5)삼화취정(三花聚頂) 주6)우화등선(羽化登仙)의 순서를 거치는 것이 기본이나, 배달족의 내공운용이나 심법은 독특한 면이 있다.
내공의 1단계인 살인도(殺人道)!
이 단계에서는 오로지 상대방을 격상(擊傷)시키는 데 목표를 두는 단계이다. 이때 격상된 상대방은 사망하거나 치명상을 입게 된다. 상대방에 대한 증오(憎)와 원념(怨念)이 강하면 강할수록 살인도의 단계는 쉽게 달성된다. 중국 무술상의 노화순청의 경지와 비슷한 경지.
내공의 2단계인 활인도(活人道)!
이 단계는 상대방을 다치지 않게 하고 자연스럽게 굴복시키는 단계이다. 상대방을 마음으로 굴복시켜서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는 단계이다.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맹획을 사로잡을 때 썼던 계략인 칠종칠금(七縱七擒)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비단, 무공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다 활용이 되는 경지이다. 한 분야에서 도(道)의 경지에 오른 분들은 다 이 경지에 도달했다고 보면 된다. 금강불괴와 비슷한 단계이다.
내공의 3단계인 자연도(自然道)!
이 단계에서는 너와 나의 구분이 없는 단계이다. 도가에서 말하는 물아일체(物我一體), 불가에서 말하는 자타불이(自他二)의 단계가 된다. 이 단계에서는 상대방이 싸울 기세를 잃고 하나가 되어 화합하는 경지이다. 우화등선의 단계에 해당된다.
내공의 4단계이자 최후의 단계인 우주도(宇宙道)!
이 단계는 아직 미지의 단계이다. 오직 배달족의 치우천황만이 이룩했다는 전설이 있으나 확인이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이 단계에 도달하면 창조주(創造主)의 능력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배달족의 무학은 깨달음의 무학이다. 단순히 내공이 몇 갑자(甲子)냐 하는게 아니라 각 단계에서는 깨달음이 있어야 다음 단계로 발전하는 독특한 형태의 무학(武學)체계인 것이다.
혁의 무공 경지는 2단계 활인도(活人道)의 초입 단계에 와 있었다.
그러나 치우비의 무학은 자연도의 무학!
혁이 난감해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혁은 홀로 그동안 배웠던 지식들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스승님의 가르침 속에는 자연도가 들어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치우비는 고민하는 혁에게 아무런 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어차피 자연도 단계서부터는 누가 가르쳐 준다고 해서 깨달을 수 있는게 아니었다. 그저 하루에 한번 훌쩍 혁에게 나타나 음공(音功)의 기초만 던지듯이 전수해 지고는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그나마 음공의 기초도 1각(15분)이상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
치우비는 바람(風)! 글자 그대로 바람같은 사람이었다. 혁은 10번째 스승이라는 사람이 야속했으나 점차 그 시간도 아까워서 결사적으로 매달렸다.
혁이 백두산에 오른지도 10개월이 지나고 있었다.
오늘도 안돌아가는 대갈통을 쥐어뜯고 있었다. 더 이상 고민하다가는 돌아버릴 것 같아서 혁은 산책을 나섰다.
티없이 맑은 천지 호숫가에는 파도도 일지 않게 잔잔했다.
그동안 배웠던 무공들 중에서 간단하게 진(眞)국선도(國仙道)와 본국검법의 간단한 몇가지를 시전해 보았다. 그리고 그 무술의 기초적인 내공의 운용을 운기(運氣)해 보았다.
몸속에 잠재된 엄청난 내공이 마구마구 들끓는 것을 느꼈다. 간단히 일주천 시키고 겨우 진정시켰다.
"휴우.... 나도 학창시절엔 꽤 머리 좋다는 소릴 들었던 사람인데..... 난 진짜 돌대가리였구나..."
스승님은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오직 나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치우비의 무공은 배우면 배울수록 좌절감만 들게 만든다.
혁은 무협소설에서 흔히 말하는 천재가 아니었다. 나이도 10대도 아닌 평범한 대한민국의 30대 중반의 이혼당한 볼품없는 가장이었다.
다만 이때까지 그를 끌어왔던 것은 가족에 대한 강렬한 책임감과 지기 싫어하는 치열한 경쟁의식 뿐이었다.
혁은 처음으로 유명계에 와서 외롭다고 느꼈다. 이제껏 그에게는 스승들이 있었다. 친구도 생겼다. 전우도 생겼다. 하지만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백두산 천지 호숫가에는 아무도 없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가는 것이다.
혁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세상을 이겨 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별로 잘 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별 어려움 없이 살아왔다. 무사히 대학을 졸업하고 별로 사랑하진 않지만 별 문제 없어 보이는 아가씨와 맞선을 봐서 결혼을 하고 딸도 낳았다. 그 뒤로는 탄탄대로 사업도 잘되었다.
그리고 갑작스러게 찾아온 배신...그리고 이혼......혁이 좌절하고 있을 때 혁에게 찾아온 또 하나의 사랑이 있었다.
경숙!!
사랑에 배신당하고 마음 아파하던 그에게 다시 사랑을 가르쳐준 사랑스러운 여인.
다시 한번 삶의 희망을 던져준 여인!
그러나 자신은 그녀를 배신하고 자살하려 하였다. 그리고 여기 엉뚱하게도 유명계에 덜어져서 이렇게 골을 싸매고 고민하고 있었다.
내공이 부족하지는 않다. 초식도 완벽하다. 하지만 깨달음이 부족하다. 깨달음...깨달음....
아! 나에게는 진정 육신을 얻어 부활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는 말인가....
고민하고 있던 혁의 눈에 이상하게 생긴 생물이 보였다.
"어? 저게 뭐지?"
여우의 몸에 날개가 달린 생물. 폐폐(稷稷)였다.
"아...귀엽게 생겼네.... 이리온....."
폐폐는 혁에게 아무 꺼리낌없이 다가와 살며시 주둥이를 부볐다.
"...와핫핫... 간지럽잖아...이녀석 하는짓도 귀엽네...흠.....내가 너에게 이름을 지어주마! 음....뭐가 좋을까....음...음....그렇지! 땡칠이! 어떠냐?"
도리도리. 폐폐는 혁을 빤히 쳐다보고는 거부의 몸짓을 보였다.
"어라! 이녀석 말을 알아듣나 보네! 싫단 말이지? 그럼.....신디? 싫어? 쥬디? 그것도 싫어? 에이!.....그럼 뭐냐.......에잉 모르겠다."
혁은 폐폐와 놀다가 벌렁 드러누웠다.
이때 문득 예전 서경덕에게 들었던 도가(道家)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
".........혁아! 도(道)는 어디에 있겠느냐? "
"네? 도(道)라니요? 음....곤란한 질문이시네.....도라......음.......그거 뭔가 멋있고 대단한 거 같으니까 하늘에 있지 않을까요?"
"음.... 그럴수도 있겠지. 그런데 아니야."
"그럼....대지에 있나요?"
"뭐 그럴수도 있겠지만 아니다."
"음....아! 맞다! 인간이 도(道)니까 도는 인간이 아닐까요? 뭐 천지인...하늘 땅 아니면 사람이겠지요."
"푸하하 단순한 놈. 아니다."
"에이....그럼 뭐에요. 하늘땅사람에게 없으면 세상에는 없는거 잖아요."
"도(道)란 바로 네놈 뱃속의 똥속에 들었지!!! 하하하!!!"
"스승님! 그런게 어디 있어요!! 도(道)가 뱃속에 들었다니....농담도 심하셔라...."
"어리석은놈! 천지만물이 도(道)인데 도를 어디가서 찾는단 말이냐!!! 네가 도이고 도가 곧 너인 것을!!"
"우와....어려워요...."
.........
"후훗.. 그때는 참 재미있었는데...."
문득 귓가로 바람이 불어왔다. 혁은 아무 생각없이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듣다보니 바람이 부는 소리도 일정한 박자가 있었다.
"어라.....바람이 부는 소리도 재미있네...."
혁은 문득 땅에다 귀를 대어보았다. 어라 땅도 울림이 있잖아.
가만있자. 울림이라. 그것도 소리잖아....
소리!
소리!
소리!
소리!!!!!!!!!!!!!!!!!!!!
천지 만물이 소리가 있다던 치우비의 말이 생각났다.
순간 혁은 자신도 모르게 한쪽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럴수가 그동안 고민했던게 이렇게 간단하게 풀리다니.....
혁은 자신의 내면의 심장 소리와 바람의 소리, 천지의 물결의 소리, 땅의 울림소리와 맞추어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순간! 이럴수가! 혁의 주위에 서서히 동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도한 혁의 발밑에서 이름모를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혁은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자연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한참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빠져 자신을 연주하고 있을 때였다.
혁의 안면에 서서히 핏줄이 서면서 안색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혁의 발밑에서 피어있던 꽃들이 시들어가기 시작했다. 혁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생물들이 두려운 기색으로 서서히 물러나가고 있었다.
천지의 호숫물이 일렁이다 소용돌이치려 하고 있었다!!!
"갈(葛)!!!"
벼락같은 호통소리와 함께 혁은 정신을 차렸다.
혁의 눈앞에는 언제 나타났는지 치우비가 치렁치렁한 흑발을 늘어뜨린 채 혁을 노려보고 있었다.
"네놈은 이 유명계를 다 파괴해버릴 작정이냐!!!"
"스승님...."
문득 혁이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보니.... 혁의 주위 반경 10장(丈)이 초토화되어 있었다.
헉 이게 내가 한 일이야?
"....끄응....아무래도 네 녀석이 깨닫기는 한 모양인데... 아직 부족해.....부족한 깨달음으로 함부로 천지생광곡을 연주했다가는 네 몸이 부서지고 말거다."
"스승님...그럼 제가 천지생광곡을 터득했단 말씀이십니까?!!!"
후후후... 치우비는 대답대신 혁에게 눈부신 미소를 던져주었다.
"안되겠다. 혁아! 이제 떠나거라. 더 이상 네놈을 여기에다 방치하면 유명계가 파괴되겠구나."
"스승님! 안됩니다! 저는 천지생광곡을 터득해야 합니다."
"네이놈!!!"
순간 천지(天池)의 하늘에 꽈앙하고 벼락이 내려꽃혔다.
"깨달음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찾아올 줄 알았더냐!! 인연(因緣)이 있어야 찾아오는 법이다!! 잔소리말고 떠나거라!!!"
너무나 엄청난 치우비의 기세에 혁은 순간 얼어붙어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스승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못난 제자는 이만 떠나겠습니다. 스승님 절 받으십시오."
혁은 치우비앞에 엎드려서 아홉 번 절을 하기 시작했다.
"혁아... 떠나는 너에게 내 줄 것은 없다만 선물 두 가지를 줄 터이니 가지고 떠나거라."
"........???"
"조화곡(造花曲)이란 것이다. 네 불완전한 천지생광곡을 보완해줄 수 있는 악(樂)이니 잘 쓰거라. 이건 네 부족한 실력으로도 쓸수 있을 거다. 그리고 천지금(天地琴 : 일종의 소형 휴대용 거문고)을 줄것이니 가지고 가거라."
"....스승님.... 못난 제자가 이 은혜를 어떻게 다 갚을지...."
"榮? 그리고 마지막 스승이신 내 형님 치우천황은 천애곡(天愛谷)에 계시니 그리로 찾아가거라. 천애곡은 이곳 천지를 통해 들어가면 된다. "
혁은 목이 메어서 감히 치우비를 쳐다볼 수가 없었다.
치우비는 쓸쓸한 듯 미소를 띄며 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혁아...조심하거라....천애곡은 무서운 곳이다. 그리고 기억하거라....가장 소중한 것은 가장 하찮은 것에 있다는 것을...."
치우비는 혁에게 쓸쓸한 미소를 띄우며 하늘로 서서히 승천(昇天)하였다.
"후후후...대단한 녀석이로군.... 나도 인세(人世)에 환생해서야 겨우 완성한 천지생광곡을 10달만에 5성(成)을 터득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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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주1 : 노화순청(火純靑) - 화로의 불이 다시 파란색으로 변한다는 경지로 지극함이 다해 이미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지를 말함. 반박귀진과 비슷한 뜻. 이 정도의 내공을 갖게 되면 한서가 불침하며 진기가 끊어지지 않음.
작가주2 : 오기조원 - 선가의 용어. 운기조식을 할 때 머리 위에 5개의 고리가 생기는 경지. 이 경지를 넘어서면 주위 사물, 대자연으로부터 저절로 진기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작가주3 : 금강불괴(剛壞) - 도검불침의 금강지체와 수화불침의 불괴지체를 합쳐서 가르키는 말. 만독이 불침하고 그야말로 금강석과 같은 신체를 갖게 되며 호신강기로 저절로 완벽하게 방어되는 경지.
작가주4 : 등봉조극(登峰造極) - 삼화취정이나 오기조원의 경지를 넘는 경지. 무림인들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고도 한다. 이 경지에 이르게 되면 겉으로는 전혀 무공을 익히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게 된다. 다른말로 육식귀원, 반박귀진이라고도 한다. 화경이라고 부른다.
작가주5 : 삼화취정(三花聚頂) - 선가의 용어. 운기조식을 할 때 머리 위에 3개의 꽃봉오리가 피어난다는 경지. 이 단계에서는 이미 차원과 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고 한다. 도가에서 말하는 신선(神仙)과 같은 경지. 현경이라고 부르는 경지.
작가주6 : 우화등선(羽化登仙) - 신선의 경지에 접어든다. 흔히 생사경이라고 부릅니다. 묵향에서 나오는 생사경이 아마 우화등선을 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닌가 싶네요.
2부 First Mission - REBIRTH 8.
대단하긴 한데......
혁은 난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뭘 연주하란 건지.....
혁의 몸속에는 9스승에게서 물려받은 어마어마한 내공(內功)이 잠재되어 있으나 실제로 그것을 활용할 줄은 몰랐다.
천지생광곡(天地生狂曲)은 내공 운용의 극에 도달해야 연주가 가능한 법술(法術)인데, 내공의 기초도 모르는 혁에게는 너무나도 난감한 일인 것이다.
혁은 본디 광개토대제와 연개소문 장군에게 일종의 외문무공을 전수받아서 근골은 강철보다도 튼튼하였다. 안 튼튼해지고 배기겠는가? 매일 부러지고 팔이 뜯겨 나가기도 했는데....
본디 내공은 주1)노화순청(火純靑), 주2)오기조원, 주3)금강불괴(剛壞) 주4)등봉조극(登峰造極), 주5)삼화취정(三花聚頂) 주6)우화등선(羽化登仙)의 순서를 거치는 것이 기본이나, 배달족의 내공운용이나 심법은 독특한 면이 있다.
내공의 1단계인 살인도(殺人道)!
이 단계에서는 오로지 상대방을 격상(擊傷)시키는 데 목표를 두는 단계이다. 이때 격상된 상대방은 사망하거나 치명상을 입게 된다. 상대방에 대한 증오(憎)와 원념(怨念)이 강하면 강할수록 살인도의 단계는 쉽게 달성된다. 중국 무술상의 노화순청의 경지와 비슷한 경지.
내공의 2단계인 활인도(活人道)!
이 단계는 상대방을 다치지 않게 하고 자연스럽게 굴복시키는 단계이다. 상대방을 마음으로 굴복시켜서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는 단계이다.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맹획을 사로잡을 때 썼던 계략인 칠종칠금(七縱七擒)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비단, 무공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다 활용이 되는 경지이다. 한 분야에서 도(道)의 경지에 오른 분들은 다 이 경지에 도달했다고 보면 된다. 금강불괴와 비슷한 단계이다.
내공의 3단계인 자연도(自然道)!
이 단계에서는 너와 나의 구분이 없는 단계이다. 도가에서 말하는 물아일체(物我一體), 불가에서 말하는 자타불이(自他二)의 단계가 된다. 이 단계에서는 상대방이 싸울 기세를 잃고 하나가 되어 화합하는 경지이다. 우화등선의 단계에 해당된다.
내공의 4단계이자 최후의 단계인 우주도(宇宙道)!
이 단계는 아직 미지의 단계이다. 오직 배달족의 치우천황만이 이룩했다는 전설이 있으나 확인이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이 단계에 도달하면 창조주(創造主)의 능력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배달족의 무학은 깨달음의 무학이다. 단순히 내공이 몇 갑자(甲子)냐 하는게 아니라 각 단계에서는 깨달음이 있어야 다음 단계로 발전하는 독특한 형태의 무학(武學)체계인 것이다.
혁의 무공 경지는 2단계 활인도(活人道)의 초입 단계에 와 있었다.
그러나 치우비의 무학은 자연도의 무학!
혁이 난감해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혁은 홀로 그동안 배웠던 지식들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스승님의 가르침 속에는 자연도가 들어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치우비는 고민하는 혁에게 아무런 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어차피 자연도 단계서부터는 누가 가르쳐 준다고 해서 깨달을 수 있는게 아니었다. 그저 하루에 한번 훌쩍 혁에게 나타나 음공(音功)의 기초만 던지듯이 전수해 지고는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그나마 음공의 기초도 1각(15분)이상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
치우비는 바람(風)! 글자 그대로 바람같은 사람이었다. 혁은 10번째 스승이라는 사람이 야속했으나 점차 그 시간도 아까워서 결사적으로 매달렸다.
혁이 백두산에 오른지도 10개월이 지나고 있었다.
오늘도 안돌아가는 대갈통을 쥐어뜯고 있었다. 더 이상 고민하다가는 돌아버릴 것 같아서 혁은 산책을 나섰다.
티없이 맑은 천지 호숫가에는 파도도 일지 않게 잔잔했다.
그동안 배웠던 무공들 중에서 간단하게 진(眞)국선도(國仙道)와 본국검법의 간단한 몇가지를 시전해 보았다. 그리고 그 무술의 기초적인 내공의 운용을 운기(運氣)해 보았다.
몸속에 잠재된 엄청난 내공이 마구마구 들끓는 것을 느꼈다. 간단히 일주천 시키고 겨우 진정시켰다.
"휴우.... 나도 학창시절엔 꽤 머리 좋다는 소릴 들었던 사람인데..... 난 진짜 돌대가리였구나..."
스승님은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오직 나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치우비의 무공은 배우면 배울수록 좌절감만 들게 만든다.
혁은 무협소설에서 흔히 말하는 천재가 아니었다. 나이도 10대도 아닌 평범한 대한민국의 30대 중반의 이혼당한 볼품없는 가장이었다.
다만 이때까지 그를 끌어왔던 것은 가족에 대한 강렬한 책임감과 지기 싫어하는 치열한 경쟁의식 뿐이었다.
혁은 처음으로 유명계에 와서 외롭다고 느꼈다. 이제껏 그에게는 스승들이 있었다. 친구도 생겼다. 전우도 생겼다. 하지만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백두산 천지 호숫가에는 아무도 없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가는 것이다.
혁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세상을 이겨 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별로 잘 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별 어려움 없이 살아왔다. 무사히 대학을 졸업하고 별로 사랑하진 않지만 별 문제 없어 보이는 아가씨와 맞선을 봐서 결혼을 하고 딸도 낳았다. 그 뒤로는 탄탄대로 사업도 잘되었다.
그리고 갑작스러게 찾아온 배신...그리고 이혼......혁이 좌절하고 있을 때 혁에게 찾아온 또 하나의 사랑이 있었다.
경숙!!
사랑에 배신당하고 마음 아파하던 그에게 다시 사랑을 가르쳐준 사랑스러운 여인.
다시 한번 삶의 희망을 던져준 여인!
그러나 자신은 그녀를 배신하고 자살하려 하였다. 그리고 여기 엉뚱하게도 유명계에 덜어져서 이렇게 골을 싸매고 고민하고 있었다.
내공이 부족하지는 않다. 초식도 완벽하다. 하지만 깨달음이 부족하다. 깨달음...깨달음....
아! 나에게는 진정 육신을 얻어 부활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는 말인가....
고민하고 있던 혁의 눈에 이상하게 생긴 생물이 보였다.
"어? 저게 뭐지?"
여우의 몸에 날개가 달린 생물. 폐폐(稷稷)였다.
"아...귀엽게 생겼네.... 이리온....."
폐폐는 혁에게 아무 꺼리낌없이 다가와 살며시 주둥이를 부볐다.
"...와핫핫... 간지럽잖아...이녀석 하는짓도 귀엽네...흠.....내가 너에게 이름을 지어주마! 음....뭐가 좋을까....음...음....그렇지! 땡칠이! 어떠냐?"
도리도리. 폐폐는 혁을 빤히 쳐다보고는 거부의 몸짓을 보였다.
"어라! 이녀석 말을 알아듣나 보네! 싫단 말이지? 그럼.....신디? 싫어? 쥬디? 그것도 싫어? 에이!.....그럼 뭐냐.......에잉 모르겠다."
혁은 폐폐와 놀다가 벌렁 드러누웠다.
이때 문득 예전 서경덕에게 들었던 도가(道家)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
".........혁아! 도(道)는 어디에 있겠느냐? "
"네? 도(道)라니요? 음....곤란한 질문이시네.....도라......음.......그거 뭔가 멋있고 대단한 거 같으니까 하늘에 있지 않을까요?"
"음.... 그럴수도 있겠지. 그런데 아니야."
"그럼....대지에 있나요?"
"뭐 그럴수도 있겠지만 아니다."
"음....아! 맞다! 인간이 도(道)니까 도는 인간이 아닐까요? 뭐 천지인...하늘 땅 아니면 사람이겠지요."
"푸하하 단순한 놈. 아니다."
"에이....그럼 뭐에요. 하늘땅사람에게 없으면 세상에는 없는거 잖아요."
"도(道)란 바로 네놈 뱃속의 똥속에 들었지!!! 하하하!!!"
"스승님! 그런게 어디 있어요!! 도(道)가 뱃속에 들었다니....농담도 심하셔라...."
"어리석은놈! 천지만물이 도(道)인데 도를 어디가서 찾는단 말이냐!!! 네가 도이고 도가 곧 너인 것을!!"
"우와....어려워요...."
.........
"후훗.. 그때는 참 재미있었는데...."
문득 귓가로 바람이 불어왔다. 혁은 아무 생각없이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듣다보니 바람이 부는 소리도 일정한 박자가 있었다.
"어라.....바람이 부는 소리도 재미있네...."
혁은 문득 땅에다 귀를 대어보았다. 어라 땅도 울림이 있잖아.
가만있자. 울림이라. 그것도 소리잖아....
소리!
소리!
소리!
소리!!!!!!!!!!!!!!!!!!!!
천지 만물이 소리가 있다던 치우비의 말이 생각났다.
순간 혁은 자신도 모르게 한쪽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럴수가 그동안 고민했던게 이렇게 간단하게 풀리다니.....
혁은 자신의 내면의 심장 소리와 바람의 소리, 천지의 물결의 소리, 땅의 울림소리와 맞추어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순간! 이럴수가! 혁의 주위에 서서히 동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도한 혁의 발밑에서 이름모를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혁은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자연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한참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빠져 자신을 연주하고 있을 때였다.
혁의 안면에 서서히 핏줄이 서면서 안색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혁의 발밑에서 피어있던 꽃들이 시들어가기 시작했다. 혁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생물들이 두려운 기색으로 서서히 물러나가고 있었다.
천지의 호숫물이 일렁이다 소용돌이치려 하고 있었다!!!
"갈(葛)!!!"
벼락같은 호통소리와 함께 혁은 정신을 차렸다.
혁의 눈앞에는 언제 나타났는지 치우비가 치렁치렁한 흑발을 늘어뜨린 채 혁을 노려보고 있었다.
"네놈은 이 유명계를 다 파괴해버릴 작정이냐!!!"
"스승님...."
문득 혁이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보니.... 혁의 주위 반경 10장(丈)이 초토화되어 있었다.
헉 이게 내가 한 일이야?
"....끄응....아무래도 네 녀석이 깨닫기는 한 모양인데... 아직 부족해.....부족한 깨달음으로 함부로 천지생광곡을 연주했다가는 네 몸이 부서지고 말거다."
"스승님...그럼 제가 천지생광곡을 터득했단 말씀이십니까?!!!"
후후후... 치우비는 대답대신 혁에게 눈부신 미소를 던져주었다.
"안되겠다. 혁아! 이제 떠나거라. 더 이상 네놈을 여기에다 방치하면 유명계가 파괴되겠구나."
"스승님! 안됩니다! 저는 천지생광곡을 터득해야 합니다."
"네이놈!!!"
순간 천지(天池)의 하늘에 꽈앙하고 벼락이 내려꽃혔다.
"깨달음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찾아올 줄 알았더냐!! 인연(因緣)이 있어야 찾아오는 법이다!! 잔소리말고 떠나거라!!!"
너무나 엄청난 치우비의 기세에 혁은 순간 얼어붙어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스승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못난 제자는 이만 떠나겠습니다. 스승님 절 받으십시오."
혁은 치우비앞에 엎드려서 아홉 번 절을 하기 시작했다.
"혁아... 떠나는 너에게 내 줄 것은 없다만 선물 두 가지를 줄 터이니 가지고 떠나거라."
"........???"
"조화곡(造花曲)이란 것이다. 네 불완전한 천지생광곡을 보완해줄 수 있는 악(樂)이니 잘 쓰거라. 이건 네 부족한 실력으로도 쓸수 있을 거다. 그리고 천지금(天地琴 : 일종의 소형 휴대용 거문고)을 줄것이니 가지고 가거라."
"....스승님.... 못난 제자가 이 은혜를 어떻게 다 갚을지...."
"榮? 그리고 마지막 스승이신 내 형님 치우천황은 천애곡(天愛谷)에 계시니 그리로 찾아가거라. 천애곡은 이곳 천지를 통해 들어가면 된다. "
혁은 목이 메어서 감히 치우비를 쳐다볼 수가 없었다.
치우비는 쓸쓸한 듯 미소를 띄며 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혁아...조심하거라....천애곡은 무서운 곳이다. 그리고 기억하거라....가장 소중한 것은 가장 하찮은 것에 있다는 것을...."
치우비는 혁에게 쓸쓸한 미소를 띄우며 하늘로 서서히 승천(昇天)하였다.
"후후후...대단한 녀석이로군.... 나도 인세(人世)에 환생해서야 겨우 완성한 천지생광곡을 10달만에 5성(成)을 터득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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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주1 : 노화순청(火純靑) - 화로의 불이 다시 파란색으로 변한다는 경지로 지극함이 다해 이미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지를 말함. 반박귀진과 비슷한 뜻. 이 정도의 내공을 갖게 되면 한서가 불침하며 진기가 끊어지지 않음.
작가주2 : 오기조원 - 선가의 용어. 운기조식을 할 때 머리 위에 5개의 고리가 생기는 경지. 이 경지를 넘어서면 주위 사물, 대자연으로부터 저절로 진기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작가주3 : 금강불괴(剛壞) - 도검불침의 금강지체와 수화불침의 불괴지체를 합쳐서 가르키는 말. 만독이 불침하고 그야말로 금강석과 같은 신체를 갖게 되며 호신강기로 저절로 완벽하게 방어되는 경지.
작가주4 : 등봉조극(登峰造極) - 삼화취정이나 오기조원의 경지를 넘는 경지. 무림인들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고도 한다. 이 경지에 이르게 되면 겉으로는 전혀 무공을 익히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게 된다. 다른말로 육식귀원, 반박귀진이라고도 한다. 화경이라고 부른다.
작가주5 : 삼화취정(三花聚頂) - 선가의 용어. 운기조식을 할 때 머리 위에 3개의 꽃봉오리가 피어난다는 경지. 이 단계에서는 이미 차원과 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고 한다. 도가에서 말하는 신선(神仙)과 같은 경지. 현경이라고 부르는 경지.
작가주6 : 우화등선(羽化登仙) - 신선의 경지에 접어든다. 흔히 생사경이라고 부릅니다. 묵향에서 나오는 생사경이 아마 우화등선을 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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