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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15 700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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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이 그 동안의 일을 회상하며 풀어 놓았다.

내가 고아원을 나가고 난 뒤 경찰에서 사람이 왔다.
물론 원장이 내게 칼을 맞았으니 당연하겠지.
지금 생각해도 무슨 생각이었는지 알 수 없다.
얼굴에 칼질을 수도 없이 했었으니.
원장이 그 지경이 되니 후임이 결정되어야 함에도 시간만 보내다 고아원이 문을 닫아버렸다.
때문에 모든 원생을 이곳저곳으로 팔려가듯이 흩어졌고 최강은 혜미 누나를 데리고 무조건 남쪽으로 향했다고 한다.
덕분에 부산까지 올 수 있었고 딱히 할 일이 없어 앵벌이를 시작했다.
항상 맞고 돈은 모두 뺐겼지만 그래도 굶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라 여기며 하루하루를 살았다.
하지만 혜미 누나의 미모를 탐하던 놈이 누나를 강제로 성추행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몇몇 조직원이 집단강간도 서슴없이 했다.
조심을 한다고 했지만 여자의 미모는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고 더구나 막사는 인생들이 특별히 미모를 따지는 것도 아니니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그 대목에서 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의 첫 여인이 그런 수모를 당하고 있었다니.
그것도 모르고 그저 혼자서 산속에 쳐박혀 무술을 익힌답시고 있었으니.
최강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18살의 혜미 누나는 이미 몸이 망가진 상태였고 재수가 없을려니 병까지 얻어 버렸다.
최강은 당시 나와 같은 15살이었지만 성인을 상대하기엔 힘이 부족했다.
고아원에서야 모든 애들을 자신의 주먹 아래로 두고 있었지만 사회의 양아치들은 그런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고 항상 매질를 가해 그도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이래저래 그나마 행복한 3개월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밤마다 그놈들의 처소로 끌려들어가는 혜미 누나를 보며 탈출을 결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둘다 몸이 약한데다 혜미 누나의 병은 더욱 깊어져 결국 얼마되지 않아 다시 잡혔고 집단 구타를 당하는 동안 최강은 거의 병신이 되어 있었다.
혜미 누나는 그들의 매질 대신 난폭한 성교로 정신착란을 일으키며 기절을 했다.
최강은 그렇게 맞는 와중에도 혜미 누나의 모습을 찾았고 기어이는 기절하는 모습에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았다.
자신이 조금만 더 컸더라면...
자신이 조금만 더 힘이 있었더라면...
아니 이런 생활 자체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하지만 후회는 언제나 늦는 법이다.
그렇게 자학을 하며 정신을 놓으려 할 때 구원자가 나타났다.
부두파의 2인자가 그 자리를 지나다 현장을 목격하고 최강을 구한 것이다.
최강은 마지막 정신을 놓기 전에 지금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온몸의 힘을 짜내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그에게 다가가 혜미 누나를 도와달라는 말을 하고 자신도 기절을 했다.
의식이 멀어지는 상태에도 혜미 누나에게 시선을 돌리고 있었고 그것을 차마 외면하지 못한 사내는 둘을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갔다.
당시 부두파엔 두명의 실력자가 있었는데 한명은 당연히 보스고 다른 한명이 그 사내다.
김무웅.
부두파의 2인자이며 독신이고 자신의 부하를 자신의 몸같이 아끼는 성품이라 따르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간혹 보스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였지만 그는 항상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보스의 그림자로 살기를 원했다.
그는 데리고 온 남매(?)를 보고 피식 웃었다.
데리고 왔으니 책임은 져야 할텐데 손에 피를 묻히는 자신이 싫어 아직 결혼도 안하고 혼자 사는 마당에 애을 둘이나 데리고 왔으니...
최강은 그나마 체력이 있어 2일만에 일어났다.
김무웅을 보고 바로 절을 하며 5년만 자신을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고 갚을 거라는 말과 함께.
김무웅은 이 당돌한 사내아이가 귀엽게 느껴져 이왕 책임지기로 한 것 아예 자신의 호적에 입적 시켰고 둘을 친남매로 만들었다.
혜미는 정신을 차렸지만 그때의 기억이 남았는지 가끔 정신 착란을 일으켰고 그런 그녀를 보다 못한 김무웅은 그녀을 정신병원에 입원 시켰다.
그 후로 최강은 김무웅에게 싸우는 법을 배웠고 정식으로 부두파의 일원이 되면서 김무웅의 모든 것을 이어 받기 시작했다.
꼬박 5년을 그렇게 지냈고 그 사이 혜미의 상태는 겨우 사람을 알아볼 정도 밖에 치유가 되지 않았다.
매주 마다 찾아 갔지만 그녀의 상태는 항상 최강에게 죄스러움으로 다가왔다.
그나마 행복하다고 생각했지만 또다시 세상은 그에게 시련을 주었다.
조직내의 불화에 휩싸여 김무웅이 배신자의 누명을 쓰고 조직에서 쫓겨나자 이제 이곳을 잃으면 설 곳이 없다 생각하고 평소 김무웅을 따르던 사람을 규합하여 대항 했다.
김무웅은 그런 일에 무관하다는 듯이 지내려했지만 최강이 갑자기 납치되어 처형되기 직전에 나타나 그를 구하고 대신 목숨을 잃었다.
최강은 도망을 치면서도 꼭 복수할 것을 다짐했고 아예 철저한 준비를 하고 부두파에 대항했다.
결국 그는 부두파 보스를 몰아내고 그 밑의 간악한 놈들을 모두 처단한 뒤 부두파의 보스로 등극했고 점점 조직을 키워 경남까지 석권한 것이다.

최강의 얘기를 다 듣고 있자나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그저 자신은 혼자 편하게 지낸 듯 느껴졌고 그들의 아픔은 고스란히 가슴에 남았다.
“그래 누나는 지금 어디 있어?”
“00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한 번 가보시겠습니까?”
“그래. 내가 가봐야지.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데.”
“그래도 그런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누나가 슬퍼할 것입니다.”
“참 조직일은 몰라도 둘이 대화할땐 편하게 하자.”
“아닙니다. 그냥 이대로... 그리고 부탁이 있습니다.”
“뭔데.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뭐든지 말해.”
“누나를... 누나를 맡아 주세요.”
난 알고 있다.
내가 혜미 누나와 첫 관계를 가질 때 주위를 지킨 것이 최강이었던 것을.
자신도 사랑하지만 날 더 의지하는 누나 때문에 내게 누나를 양보한 것을.
“알았다. 걱정하지마. 니가 알다시피 누나는 내 여자야. 걱정마라.”
가만히 최강의 손을 쥐었다.
그간 얼마의 고생을 했을까?
몸이 고생한 거야 별스러울 것 없지만 마음 고생을 얼마나 했을까?
게다가 자신이 사랑하면서도 이렇게 내게 다시 양보를 한다.
누나를 곁에서 계속 지켜왔으면서도 이렇게 내가 나타나자 뒤로 물러서는 것이다.
부산에서의 일은 최강과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에게 맞겼다.
조직의 관리는 서울의 체계를 따라야 하므로 한동안 최강도 바쁠 것이다.
일단 그 시간동안 혜미 누나를 돌보기로 했다.
이럴 때 내가 침술을 배웠다는게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정신착란으로 아직도 고생을 한다면 현대 의학은 별 의미가 없다.
오묘한 침술과 지극한 정성만이 그 사람의 정신을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난 마공을 이용해서 그녀의 정신을 조작할 수도 있다.
안 좋은 기억은 영원히 봉인해 버려 다시는 기억할 수 없도록 말이다.
병원을 찾아가며 내내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드디어 만나는 구나.
영원히 잊고 살줄 알았건만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구나.
면회를 신청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왜 이렇게 더디기만 한지.
30분이 지나서야 면회가 가능하다고 통보해 왔고 난 간호사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갔다.
내 모습이 많이 변해 알아볼까 걱정을 했지만 누나를 본 순간 날 알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초점 없는 눈동자에 생기가 돌았고 날 보자마자 내게 덥석 안겨왔다.
“누나. 그래 나야.”
“천. 정말 너구나...흑흑... 보고 싶었어...”
“그래. 지금 여기 있잖아.”
“왜 떠났어... 흑흑... 같이 가자고 하지... 흑흑...”
“미안해. 그땐 내가 너무 어려서 생각이 짧았나봐.”
“이제 어디 안갈거지? 이제 날 버리면 안돼... 흑흑...”
“그래. 항상 누나 옆에 있을께. 걱정하지마.”
한참을 그렇게 안긴 상태에서 눈물을 흘리던 누나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되는지 날 빤히 보더니 얼굴을 붉혔다.
그리곤 슬며시 내 품에서 빠져나가려고 몸을 돌렸다.
왜 그런지 짐작한 나는 다시 세게 누나를 안았다.
“왜? 내 품이 싫어? 누나 내게 안기는거 좋아했잖아.”
“그게... 나 있지...”
“말하지마. 난 아무것도 몰라. 누나. 난 누나만 있으면 돼.”
“하지만... 하지만... 나...”
“누나.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얘기 해 줄까?”
혜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난 고아원에서 나온 얘기부터 산에서 있었던 얘기, 그리고 현재까지 지내온 얘기를 전부 했다.
물론 부인들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그것도 해야 할 것 같다.
“누나. 난 그렇게 살면서도 누나를 잊어본 적은 없어. 항상 누나는 내 가슴에 있었거든.”
“그렇지만... 그렇지만 말야...”
“누나 내겐 5명의 부인이 있어. 누나를 두고 그만큼 많은 여자를 부인으로 거두었어. 정말 미안해. 난 누나만 있으면 되는데 어쩌다보니...”
난 정말 미안해서 고개를 푹 숙이며 말을 했다.
하지만 거기엔 누나의 얼굴이 날 빤히 보고 있었고 난 살며시 키스를 했다.
입을 떼자 누나가 말을 했다.
“그랬구나. 그래 너 정도면 여자가 따를거야. 하지만 난 네 여자가 될 수 없어. 왜냐하면... 나... 나 있지...”
“누나 무슨 얘긴지 몰라도 내가 알아서 좋을게 아니라면 말하지마. 그리고 난 누나가 내 부인이 되었으면 해.”
누나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리곤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난 가만히 등을 토닥여 주며 그녀의 울음이 멈출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녀는 한참을 울더니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고 난 담당의사를 찾았다.
그간 어떤 치료를 했는지와 어떤 약을 사용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의사는 간호사의 보고를 받았는지 놀라는 표정이었다.
벌써 8년간을 멍하게 보내오던 사람이 날 보자마자 정신을 차리고 일반인처럼 대화를 했으니 당연하겠지.
약간의 섭혼술을 이용하여 그녀의 의식을 잠시간 차리게 만들었을 뿐 궁극적이 치료는 되지 못하기에 의사와 상의를 하려는 것이다.
그는 너무 강한 충격으로 세상에서 도피를 하려하기 때문에 치료 기술도 약도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며 어떻게 그녀와 대화를 할 수 있었는지를 물어왔다.
난 적당히 둘러대고 그녀를 퇴원시켜도 되겠냐고 물었다.
물론 그들도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를 데리고 있을 이유가 없다.
일주일 후에 데리러 온다고 말을 하고 병원을 빠져나왔다.
병원을 나서면서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당장 데리고 가고 싶지만 아직도 어수선한 분위기라 그녀의 정신 상태가 더 힘들어 질까봐 시간을 벌기 위해서 이다.
일단 부두파만 정리가 끝이 나면 바로 서울로 향할 것이고 난 그녀의 치료에 전력을 다하기로 마음 먹었다.
부두파의 전력은 주로 항구에 배치하여 다시는 일본놈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것에 치중하였고 나머지 조직들은 자신의 구역을 좀 더 확장하도록 유도했다.
이미 많은 조직이 내게 없어졌으니 적어도 두배 이상의 구역을 가지 조직이 많을 것이다.
나의 이름을 빌려줘 아주 작은 조직까지 흡수하도록하고 딴 마음을 먹을 것 같은 조직은 아예 씨를 말려버렸다.
일주일의 시간은 그렇게 빨리 지나갔다.
최강에게 인사를 하며 부산이 안정되면 바로 서울로 올라올 것을 부탁했다.
그의 자질이면 내가 전수하는 몇가지의 무술만으로도 충분이 조직내에서 상위 직위를 가질테고 혜미 누나를 데리고 가기 때문에 편안한 사람도 필요했다.
퇴원을 마치고 차에서 기다리는 누나를 향해 손 흔드는 그를 보니 내 마음도 아팠다.
자신의 정인을 이제 다시 정인으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난 서울로 돌아오는 차에서 혜미의 정신을 점검해 보았다.
일단 뇌를 다친 흔적은 없으니 마음에 응어리만 풀면 치료도 가능할 듯 했다.
아니면 정말 마공으로 그녀의 정신을 조작하여 나와의 좋은 추억만 기억하게 하는 수밖에 없고.

서울에 도착하자 나의 부인들이 모두 마중을 나왔고 간부들도 나를 환영했다.
그 얄미운 제갈승도 한켠에 서서 내게 인사를 했다.
“주군.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전국을 통일하신 것 경하드립니다.”
“하하. 니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니 왜 이렇게 화가 날까?”
“하하. 무슨 섭섭한 말씀을. 어서 들어가시지요.”
정말 말로는 못 당하겠고 저놈의 얼굴이 두꺼우니 내가 질 수 밖에.
그간의 보고를 받고 부인들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전여옥도 대구를 정리하고 서울에서 같이 지내고 있어 집이 큰데도 불구하고 좁아보였다.
여자가 4명이라 방이 4개에다가 내 방까지 하면 총 5개가 있다.
거기다 서재에 운동실 등 아파트면 상상도 못할 만큼의 방이 있었다.
덕분에 혜미가 있어도 방이 모자랄 일은 없다.
방을 새로 꾸미기 전까지 혜미는 내방에서 지내기로 하고 어짜피 치료를 하려면 그게 가장 현명하기에 다들 아무런 말이 없었다.
혜미에 대한 얘기는 이미 간부급들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소문이 나 있었고 덕분에 그녀들도 아무런 투정 없이 혜미를 따스하게 받아주었다.
그래도 다들 눈빛이 오늘은 그냥 보낼 수 없다는 듯이 뜨겁게 타오르는데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에휴 내 팔자야.
좀 쉬고 싶었지만 그녀들의 눈빛을 외면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나도 윙크로 답을 했다.
일단 피곤해 보이는 혜미를 먼저 침대에 누이고 수혈을 짚어 잠을 재웠다.
나도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그날 밤 거의 뜬눈으로 그녀들과 밤을 지샜다.
네명의 여자가 발정기를 맞은 짐승처럼 달려드는 상상을 해보라.
혹자는 천국이라 하겠지만 그건 무한의 정력이 있어야 천국이 것이다.
아무튼 진한 회포를 그렇게 풀리며 날은 밝아왔다.
누구의 방인지 모르겠지만 전부 나체로 잠이 들었으니 아침은 볼만할 것이다.
전국의 모든 조직을 통합한 이상 더 이상 삼태성을 그냥 둘 수는 없다.
그들도 내가 손을 쓰는걸 알면서도 가만히 있었던 이유는 한번의 전투를 생각했기 때문일테고 그에 대한 준비는 이미 완벽하리만치 이루어졌다.
부족한 전투인원은 미리 내가 전수한 무술을 배운 조직원으로 메워졌고 작전상의 결함도 제갈승이 몇 번의 검토 끝에 확정지었기에 실행에 옮기며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된다.
총 삼차에 이르는 전투를 계획하고 처음의 전투는 태수에게 일임했다.
아마도 이수철이 나서지 않는 이상 삼태성에서 그를 건드릴 만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최대 장점은 비록 칼은 써도 총은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들이 미친척하고 총기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건 바로 정부의 공권력이 투입되는 일이기에 주저할 것이다.
일단 시기는 내가 전국통일을 시작했던 내 생일을 기점으로 했다.
한해를 보내면서 결국 이루어 냈기에 조직원은 내 생일을 무슨 국경일처럼 생각했고 그날에 일을 시작하면 잘 될 것이라 믿고 있기에 그렇게 정한 것이다.
요즘 태수는 전투인원의 훈련을 전담하고 있고 난 혜미의 치료에 정신을 쏟고 있다.
근데 군사란 놈의 행방이 묘연하다.
광현이 따라 갔지만 도무지 연락이 없는 것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일단 거사를 시작할 때까진 돌아온다는 편지를 남긴 것으로 보면 딴짓을 하러 다니진 않을테고 광현을 데리고 갔으니 불상사도 없을 것이다.
한달의 시간이 있으니 난 느긋하게 혜미의 치료에만 매달렸다.
그녀의 정신은 지금 두개의 생각이 서로 충돌하고 있었다.
나와 지내던 고아원에서의 단란하던 생각과 고아원을 떠나 집단 강간을 당하던 생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극과 극을 달리는 감정이라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어 손 놓고 있다가 결국 마공을 쓰기로 했다.
부작용은 없지만 단지 그녀는 내 말만 듣는 인형 비슷하게 되는 것이 문제다.
최안심백술은 최면을 걸어 그 사람의 정신을 파고 들어가 안좋은 기억은 모두 지워버리고 단지 나의 말에 무조건 호응을 하게 만드는 법술이다.
한번 시전하면 죽을 때까지 이어지고 그전에 내가 죽으면 같이 죽는 단점이 있다.
나야 튼튼하니 내가 살아있는 시간이 아마도 혜미보단 길 것 같기에 그점은 문제없지만 내 말만 들어야 할 그녀가 측은하게 생각되었다.
그래도 일상생활엔 지장이 없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시술을 위해서는 3갑자의 내공이 필요하다.
방에 들어가서 그녀의 웃옷을 벗기고 등을 돌리게 했다.
명문혈에 기를 불어넣으며 옥당혈을 건드렸다.
이제 그녀의 기억에 내가 심는 기억이 옮겨질 것이다.
어릴적 기억은 내가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니 문제없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그 이후의 일은 지워버렸으니 내가 하는 말만을 믿을 것이다.
의식을 바꾼다는 것은 역천의 행동이지만 지금의 내겐 이 방법 뿐이다.
계속해서 힘들어하며 지내야 하는 그녀를 그대로 두고 볼 순 없는 노릇이니까.
그 상태로 한시간 정도를 보내고야 시술은 끝이 났다.
앞으로 힘든 일은 없을 것이다.
단지 내 말에 좋게 반응하는 그러니까 내겐 화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 뿐이다.
일주일 정도는 거의 내게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못하더니 밤마다 다른 여자의 방을 찾는 날 이상히 보더니 결국엔 조민과 정사를 벌이는 현장에 들어왔다.
“천. 왜 밤마다 날 놔두고 여자랑 이러고 있어?”
“누나. 그게...”
“네게도 했었잖아. 내게도 해줘.”
아뿔싸.
기억을 조작하면서 내 첫 여인이란 생각을 너무 간절히 하는 바람에 그게 그녀에게 넘어간 모양이다.
“누나. 그럼 내일...”
“내일은 꼭이야.”
역시 내 말에 부정을 못한다.
보통의 여자라면 이렇게까지 왔으면 부끄러움이든 수치심이든 기어이 하고자 할텐데.
조민은 막 절정에 오르던 중이라 혜미를 약간 원망하는 듯 했다.
결국 그 몫은 내게 떨어졌다.
다시금 조민의 몸을 애무하여 흥분을 유발 시키고 더욱 거친 피스톤 운동으로 달래주어야 했다.
아마도 혜미도 여러명이랑 하자고 하면 당연히 응할 것이고 당분간 여자를 탐하는 일이 질리진 않을 것 같다.
5명이나 있으니 이래저래 짝을 지어도 몇 번을 할 수 있냔 말이지.
부러우면 능력을 키우기 바란다.

어느덧 내 생일이 다가 왔다.
조직의 축제 분위기도 있었지만 혜미는 내 생일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덕분에 작년보다 더 풍성한 생일상을 받을 수 있었고 전국의 보스들이 전부 몰려와 하객만 해도 엄청난 인원이었다.
막 생일잔치를 시작하자 그때까지 보이지 않던 제갈승이 나타났다.
“주군. 생신 축하드립니다.”
“넌 어째 때를 잘 맞추는거 같다. 안보였음 짜르려고 했는데.”
“하하.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 좀 섭섭하군요. 열심히 일하고 온 부하에게 너무 하십니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어디에 쳐 박혀 있었는지 모르니 그럴 수밖에.”
“그건 나중에 광현에게 물어보시고 제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데?”
“제가 주군이 전국통일을 나설 때 한 말 기억하십니까?”
“설마 공권력 얘기는 아니겠지?”
그때 이놈이 한 말은 그것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달이라는 시간에 공권력을 얻었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바로 그겁니다. 제가 공권력을 가질 수 있게 한다고 했죠? 그 힘을 거의 얻어 왔습니다.”
“뭐야? 그래 그게 어떤건데.”
“이제 두달이면 대통령 선거를 합니다. 후보를 저희가 밀어주는 것이죠. 그리고 다른 나라처럼 우리의 힘을 인정해 달라고 했습니다. 조건은 관과 무림의 불가침.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도 전해오던 것이죠. 어떻습니까?”
“글세. 서로의 일을 보완하면서 족쇄를 채우지 않는다면 찬성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반대하고 싶군.”
“제가 그 때문에 광현을 좀 나쁘게 사용했습니다. 우리의 힘으로 당신들을 암살하는 것은 식은죽 먹기 보다 쉽다는 것을 보였죠. 게다가 언제든 한국을 떠나면 중국이나 일본의 조직이 나설거란 말을 건냈고요. 실제로 삼태성을 예로들자 바로 승낙을 하더군요.”
역시 이놈의 사람 죽이기는 차원이 다르다.
온갖 협박을 일삼다가 다시 살살 달래고 결정적인 협박으로 항복을 받아낸다.
아마도 이번에 물망에 오른 사람도 그런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전체적으로 밀어준다면 대통령이 되는건 쉬울 것이다.
전국 100만의 건달들이 모두 나서면 그것만도 힘이 될텐데 이들이 적어도 5명을 끌어들이면 전체표의 30%는 이미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자의 지명도가 높다면 적어도 30%이상의 표밭을 가지고 있을테고 당선은 당연한 것이다.
일단 만남을 주선하라 하고 나의 생일 파티를 즐겼다.
원래 노는 날엔 확실히 놀아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딴소리들을 안하니까.
난 나의 부인들도 모두 나오게 해서 일일이 인사를 시키며 파티의 흥을 돋구었다.
다만 혜미만 내게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 따라다녔다.

파티가 끝난 저녁 태수를 조용히 불렀다.
“넌 이길로 곧장 김기수의 본거지를 친다. 아마도 저들은 특별한 방비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이렇고 놀고 있다는건 저들의 정보로도 알 수 있을테니. 일차는 김기수의 제거에 있다. 넌 그의 조직원을 족치는 척하며 무조건 김기수는 죽여라. 이미 포섭을 거부한 자는 살려두면 반드시 해가 되는 법이다.”
태수는 술기운에도 내가 하는 말에 긴장을 했는지 눈에 빛이 돌았다.
“네 형님. 그럼 새벽에 바로 출발 하겠습니다.”
“미안하다. 놀 때 확실히 풀어줘야하는데. 너와 네 부하들에게 미안하다.”
“아닙니다. 대신 삼태성이 사라지면 정말 거하게 한잔 사셔야 합니다.”
“그건 당연하지. 그럼 수고해.”
태수는 조용히 물러갔다.
지금 거의 술기운에 헤롱거리는 인물들은 비전투원이나 일차 전투에 선발되지 않은 사람들이다.
게다가 지방의 보스가 올라왔다고 해도 평소보다 많은 조직원을 풀었기에 보스가 있으나 없으나 쉽게 넘 볼 수 없을 것이다.
일단 김기수의 생각만 넘으면 삼태성은 별거 아닐 것이다.

눈을 떠 냉수를 한잔 하곤 거실로 나갔다.
여자들은 돌아가면서 아침을 준비했는데 오늘은 혜선의 차례인가 보다.
“주인님. 잘 주무셨어요?”
“응. 너도 잘 잤어?”
“네. 여기 꿀물. 속은 괜찮으세요?”
“당연하지. 내 속이야 니가 더 잘 알잖아.”
“하긴. 그럼 씻고 아침 드실 준비하세요.”
“근데 다들 아직 안일어 난거야?”
“네 어제 다들 너무 마셨나봐요. 제가 좀 흥분해서 많이 마셨더니 덩달아 마시더라구요.”
“허참. 너랑 걔들이랑 같냐. 니가 좀 말리지 그랬어.”
“말렸어요. 그래도 안듣는걸 어떻해요.”
“알았어. 신문 있어?”
“네. 잠시만요.”
난 혜선이 가져다주는 신문을 집어들었다.
신문 일면엔 어제 태수가 일으킨 사건이 대서특필 되어 있었다.
‘삼태성 김기수 사망. 부하들도 수십명의 사상자 발생. 암흑가의 결투 이대로 좋은가.’
태수 녀석이 심하게 설치긴 했나보다.
아무리 그래도 그 여우같은 김기수를 단번에 잡아서 죽인걸 보니.
내가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나도 제갈승의 말을 들은 것 뿐이다.
일단 우리가 미는 후보의 지명도를 높이려면 큰 사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로 걸린 것이 김기수다.
물론 위험도가 높고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가장 확실한 효과를 줄 수 있으니 결정한 것이다.
아마도 지금 신문을 보고 있을 제갈승과 그 후보놈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이제 이것을 잠재울 명분은 그 후보에게 있을테니 이쯤에서 한번 만날 필요가 있겠지?
아침을 먹고 거실에서 쉬고 있는 내게 제갈승의 전화가 걸려왔다.
“주군. 신문 보셨습니까? 태수님이 아주 잘 처리를 했더군요. 그것도 김기수의 근거지는 완전히 박살이 났고 김기수 조차 현장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되었으니까요.”
“그만해라. 사람 죽인게 뭐가 좋다고 그러냐.”
“일단 큰일은 위해선 감수해야 합니다. 모든 죄는 제가 쓰겠습니다. 그리고 차민철 의원이 한번 만나자고 합니다.”
“그 양반이?”
“신문을 봤는지 아침부터 제게 전화가 왔더라구요. 일단 뜸을 들인 후에 보는게 좋을 것 같아 일주일 후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 사이 2차 전투를 준비해야 겠죠.”
“알았다. 그런건 니가 알아서 잘 하고 분제가 있으면 연락해라.”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제갈승의 전화를 받으니 2차 전투가 뭐였는지 떠올랐다.
그 순간 웃음이 나는건 작전의 묘미 때문이었을까 아님 당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 올랐기 때문일까?
아마도 제갈승은 나의 힘을 빌어 자신의 능력을 모두 펼치고 싶을 것이다.
내겐 그만한 능력이 있었고 제갈승도 능력이 된다.
어찌보면 환상의 궁합이라고 할 수 있겠지.
2차 작전은 차민철후보를 만난 후에나 진행될 것이다.
그의 의견이 없으면 벌이나 마나한 일이기에.
그를 만날 날이 은근히 기다려진다.
지금 삼태성은 거의 쑥대밭이다.
군사의 역할을 하던 김기수가 죽었으니 조직의 운영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물론 이수철도 관리를 하지만 금전적인 문제나 인맥관리는 별로 신경쓰지 않던 편이라 김기수가 없는 지금 그들의 명령계통은 이수철의 친위대 말고는 혼선을 빚고 있다.
난 남은 일주일을 더욱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데 썼다.
조직원의 일부가 잡혀 들어가는 한이 있어도 김기수의 남동파는 세상에서 지워버리기로 했다.
이미 수장이 없으니 정리를 하는 것은 쉬울 것이다.
거기다 이수철의 단순 과격함을 생각하면 아마도 우리가 다 휘저은 뒤에나 떼거지로 몰려올 것이다.
태수에게 지시를 내려 살살 약을 올리듯이 그들의 구역을 하나씩 정리하라고 했다.
일주일 안에 최대한 몰아내서 김기수의 잔당을 이수철의 구역에 몰리도록 말이다.
2차 작전을 위해서는 그편이 우리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제 서울의 통합을 위한 진정한 발걸음을 시작할 때이다.
일주일간 20여명의 부하들이 잡혀들어갔지만 대신 남동파의 본거지는 우리 수중으로 들어왔고 그들을 모두 이수철의 성종파로 몰아버렸다.
철저히 우리쪽으로 들어오는 길목을 막아버렸고 특히 경찰에 정보를 흘려 싸움이 있는 곳을 알렸으며 그 와중에 우리의 하부 조직원이 검거되어도 그쪽은 반드시 중간 간부급이 검거 되었다.
계략이란게 없으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그저 힘으로 하려면 안되는 것도 많다.
김기수나 제갈승 같은 인간들을 상대하려면 그들의 머리위에서 놀고 있어야지 그들은 믿고 넘겨주면 스스로 도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아주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간은 살아남겠지만 삼국지의 여포 같은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차민철 후보와의 약속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정도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태수 등이 그간의 수련을 소홀히 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것이다.
멀리서 보이는 차민철은 어찌보면 옆집 아저씨처럼 생겼지만 또 어찌보면 학자풍의 스타일로 보였다.
제갈승이 우리를 서로 소개했고 이야기를 주도해서 이끌었다.
“반갑습니다. 차민철입니다.”
“제갈천입니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 말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은 인사를 하고 제갈승은 그간의 일을 설명했다.
그리고 차민철의 당선을 위한 마지막 포석을 알려주었고 차민철은 만족해 했다.
“이런 만남은 정말 처음이군요. 제갈천 보스 같은 사람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많은 발전을 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하나 제 말은 명심하십시오. 관과 무림 아니 암흑가의 상호 불가침. 만약 이것이 깨어진다면 전 모든 것을 뒤엎고 사라질 것입니다.”
살기를 실은 말에 움찔 했지만 확실히 각인 되었을 것이다.



옆에서 갈구는 사람때문에 잠도 못자고...
일은 죽어라고 늘어가는군요
감리라는 작자들이 없는 곳에서 공사를 하고 싶당
다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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