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일째·밤)■
밤. 시몬은 껄렁껄렁 미도리의 집에 돌아왔다.
「···미도리? 미도리∼. 없어?」
방이라고 하는 방은 다 찾아 봐도, 미도리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 있어요? 시몬씨」
미도리의 모친, 유우코가 시몬에게 물었다. 회사에서 돌아온 바로 직후인지, 회색 정장차림이었다. 검은 스타킹이 타이트스커트 밖으로 뻗어 나와 있다.
그녀는 지금도 최면술에 걸려 있는 상태라 시몬이 이런 밤 늦게까지 자신의 집에 있는 것에 대해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고 있었다.
「···미도리씨, 돌아오지 않았어요?」
「아니. 가방이 있는 걸로 봐선, 한 번은 들렀던 것 같은데···」
유우코도 고개를 갸웃했다.
「···아아, 그러고 보니···」
확실히 거실에는 가방이 있었다.
「그런데, 유우코씨」
「왜요?」
「이 손가락 끝을 봐 주시겠습니까?」
「에···?」
시몬이 쑥 내민 손가락에 유우코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내가 손가락을 튕기면, 당신의 의식은 사라집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대로 서 있을 수가 있습니다··· 다만 내 목소리만이 들리는···그런 상태가 됩니다···」
「에···아···」
유우코는 시몬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벌써 눈이 공허해지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딱. 하고 시몬이 손가락을 튕기자, 유우코의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지며 그 자리에 밀랍인형처럼 멈춰섰다.
「···잠깐 실례」
시몬은 유우코의 정장 상의를 벗게 하고는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고, 그녀의 하얀 피부가 바깥 공기에 드러나게 했다. 풍만한 가슴의 브래지어를 밀어 올리자 그것이 시몬의 눈앞에 쑥 튕겨 나왔다.
시몬은 순간 그것을 잡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가까스로 참았다.
「······마약이야. 이건···」
시몬은 그 욕구를 숨기려는 듯이, 그녀의 피부를 천천히 어루만졌다. 그것은 애무라기 보다는, 의사의 촉진에 가까웠다.
시몬은 하얗게 빛나는 그녀의 피부 위에,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희미한 상흔을 어루만졌다.
「···유우코씨, 여기는 아프지 않아요?」
「···예」
「좋아.」
시몬은 그 다음에는, 그녀의 등을 어루만졌다.
거기에는 새끼손가락 한마디 정도 크기의 반창고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시몬은 그것을 벗겨내, 색을 확인해 냈다.
「···음성인가. 더 이상 문제는 없겠군」
시몬은 그녀에게 옷을 원래대로 되돌리라고 지시하고 나서, 거실 소파에 들어앉았다.
「이걸로 드디어 이 집에도 완전히 용무가 없어진건가···」
시몬이 멍하니 중얼거리는데, 문득 시야에 미도리의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어라···?」
가방 옆에 있는 주머니에, 흰 봉투가 들어 있었다.
「저런 게 있었던가?···」
시몬은 그 봉투를 꺼내, 안에 들어있는 편지지를 펼쳤다..
그 날 심야. 미도리가 다니는 학교 교정.
드문드문 서 있는 가로등들에서 변명처럼 허약한 빛이 발해지고 있었지만, 낮 동안 수업이니 뭐니 해서 소란스러웠던 그 교정은, 지금은 어슴푸레한 어둠에 휩싸여 있을 뿐이었다. 물론 사람은커녕, 고양이 한마리 없었다.
그런 교정에, 벽돌담을 타넘어 침입하는 남자가 한사람.
「진짜, 어째서 이런 시간에 이런 데로 부르는 거야.」
투덜투덜 불평을 토하면서, 시몬은 교정의 가운데로 걸어갔다.
「학교인가···」
몇번인가 왔던 적은 있었지만, 이런 시간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학교건물 위에 걸어져 있는 시계는, 이미 1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왔군요.」
시몬이 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뒤돌아 보자, 교정의 한쪽 구석에, 어느새인가 미도리가 서 있었다.
「그거야, 여성에게서의 호출에 제대로 응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시몬은 미도리를 응시하면서 대답했다.
「···미도리···아니, 루피아라고 말해야 되는 건가. 오늘은 잘 차려입었네.」
거기에 서 있는 것은, 짙은 녹색의 발키리의 마법의상에 몸을 싸고, 지팡이를 쥔 미도리--루피아였다. 교정을 어슴푸레하게 비추는 가로등이 마법의 축복을 받은 액세서리들과 그녀의 옷에 반짝이는 실로 자수 된 장식을 빛나게 해 늠름한 루피아의 모습을 어둠 속에서 떠오르게 했다. 깊게 파인 슬릿에서는, 스타킹에 싸인 흰 다리가 뻗어 나와 있다..
시몬의 농담에 루피아는 희미한 웃음을 띠고 대답했다.
「···밖에서는 메이드복을 입을 수 없으니까요.」
「아니, 그 옷도 어떻게 생각해 보면. 이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걸로 보일 것 같은데.」
「···이것은 예복입니다」
「결혼식이라도 있었어?」
「···아니요 지금부터 장례식이 있을지도 몰라서, 만약을 위해서, 입니다」
「·······그건 좀 뒤숭숭한데.」
시몬은 오랜만에 보는 루피아의 마법의상을, 웃음을 띠고 응시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20미터정도. 루피아의 바람의 마법이라면 시몬을 공격 가능한 간격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아직 해야 할 말이 있는 건지. 시몬에 천천히 다가오면서, 말을 걸어왔다.
「···모레, 로즈 사령이 집에 옵니다.」
「헤에, 가정방문이라고 하는 건가?」
「···당신을 죽이러 옵니다.」
「그것 참 수고스러운 일이네.」
긴장감 없는 대답을 하는 시몬에게, 루피아는 서늘한 시선을 보냈다.
「···당신에게 이길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까?」
루피아의 질문에, 시몬은 턱을 어루만지면서 되물었다.
「너의 모친이 인질이 되어 있는 것은, 로즈도 알고 있어?」
「···물론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이미 바이러스는 해결한 거야?」
「···예. 당신이 하는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던 내가 바보 같았습니다···」
시몬이 말하는 「세균」에 의한 발작을 억제하고 있던 것은 DNA가 아니라, 아마도 그의 단백질이나 전해질 가운데 무언가 였을 것이다. 시몬의 체액에 공통된 성분을 추출한 캡슐을 모친(母親), 유우코에 먹였는데, 시몬의 체액을 먹이지 않아도 발작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을, 루피아는 시몬에게 고했다.
시몬은 무심하게, 하늘을 올려보았다. 맑은 건너편 밤하늘에는, 완전한 원에 가까운 달이 떠올라있고, 그 달을 수행하듯이 창백한 별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과연, 나와 키스 했던 것도, 나에게 펠라치오를 했던 것도, 타액과 정액을 모으는 게 목적이었던 거군.」
「···그 대로입니다. 혈액은 당신이 스스로 내 주었으니까.」
「그런가, 나는 틀림없이 네가 나에게 반해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쩐지 안타깝네···」
「···자만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았다면, 누가 당신 따위와 스스로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그녀는 조금 눈을 내리 깔고,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시몬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는 관심없는 듯,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목을 스트레칭 하듯이 태평하게 빙글빙글 돌렸다.
「그 정도의 트릭으로는, 너나 로즈에게는 통하지 않는 건가. 역시 최초에 공략하는 건 카네리아로 해두었어야 하는 건데 ···. 이거 참, 힘들군, 힘들어···」
시몬은 루피아에게 얼굴을 다시 향했다. 말하는 내용에 비해 시몬에게서 초조함은 보이지 않았다.
더욱 발걸음을 전진하는 루피아. 남은 거리는 불과 수미터.
「···그리고, 당신이 사용하고 있는 세뇌약···. 그것도, 우리는 항체 개발을 끝낸 상태입니다. 나는 이미 그 항체를 마시고 있으므로, 세뇌약은 효과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당신은 나에게는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지만···」
시몬은 조금 감탄한 것처럼 「호오」하는 소리를 냈다.
「···어떻습니까. 아직 당신에게 다른 카드가 남아 있습니까?」
「없어.」
시몬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루피아는 모양 좋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렇게 말할 수록 오히려 불신감이 쌓입니다만···」
「아냐, 진짜로 맨손이야, 무대책, 제로 앤서(zero answer)라고」
시몬은 포기의 제스처를 했다.
···원래대로라면··· 이 녀석은 뭔가를 숨기고 있을텐데···.
루피아는, 지팡이를 고쳐 잡고, 다시 물었다.
「시몬···두가지,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엥, 뭘?」
「···엄마의 배에, 큰 상처가 있었습니다. ···이제 거의 나아 있습니다만···」
「···에헤, 그런 게 있었나.」
「···당신이, 했습니까?」
「·········글쎄」
대답을 회피하는 시몬을 루피아는 한동안 노려봤지만,
「··········마지막 질문입니다. ···그 백의를 입은 작은 아이···달리아는, 지금, 뭐하고 있습니까?」
「·········글쎄, 뭐하고 있을까?」
시몬은 하품을 하면서, 루피아의 물음에 답했다.
시몬의 그 말을 듣고 루피아는 눈을 감았다.
「···당신은···결국, 아무것도 이야기해 주지 않는군요···」
「······별로 특별 할 이야기도 없기 때문에···」
「·······그렇군요··· 나에게 이야기할 이유는, 없겠죠···」
「···아니, 별로 너라서 이야기하지 않는 다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그의 변명을 막으려는 것 같이, 루피아는 눈을 떴다.
그 눈으로부터는 차가운 빛이 발해지고 있었다.
그것은, 평상시의 루피아가 가지는 서늘함과는 전혀 이질적인, 딱딱하고 메마른 냉기를 품고 있었다.
「비록 아무리 제멋대로라도, 당신에게는 당신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이야기해 주지 않는 다면, 내가 그것을 참작해 줄 의리는 없습니다」
「···뭐 그렇겠지.」
시몬은 루피아의 얼어붙은 시선을 스스럼없이 받아 넘겼다.
「지금까지, 당신이 나와 엄마에게 해 온 짓을, 나는 용서하지 않겠어요.」
「······당연하지.」
루피아는 지팡이를 겨누었다. 마법의 빛이 지팡이에서 스며 나와, 근처가 몽롱한 빛으로 채워져 갔다.
「···이런, 이런 주택가에서 승부할 생각이야? 너도 네 정체가 사람들에게 들키면 곤란할 텐데.」
「···염려 말아요. 이 학교 부지에는 결계가 쳐 있으니까, 소리도 밖에 새나가지 않고,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아휴, 준비성도 좋아라···」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시몬. 위기적 상황에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남의 일처럼보이는 그 행동이, 루피아의 지팡이로부터 스며 나오는 그녀 오라를 더욱 차갑게 만들었다.
루피아의 딱딱한 목소리가 교정에 울렸다.
「···그럼에도···마지막 찬스를 주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나에게 이길 수가 있다면···당신을, 놓아주겠습니다.」
「지면?」
「···당신을 잡아, 로즈 사령에게 인도합니다」
「너, 이야기를 듣지 않았던 거냐? 빈손인 내가 너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부웅!
굉음과 함께 루피아와 시몬 사이에 모래 먼지가 날려, 두사람의 시야가 제로가 되었다. 시몬의 뒤로 빽빽이 자라 있는 나무들이 격렬하고 그 잎사귀를 떨어뜨려, 아직 푸른 빛이 사라지지 않은 잎사귀들이 주변에 마구 날렸다.
자욱하게 흩날리는 모래 먼지 속에서, 경봉(警奉)을 쥔 시몬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서 위치에서 거꾸로 된 V자 모양으로 교정의 흙이 파헤쳐져 시몬은 마치 강의 모래톱에 남겨진 듯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
루피아의 바람의 마법이 시몬에게 휘몰아치자 시몬은 특수경봉으로 장벽을 쳤음에도, 자칫하면 튕겨 날아갈 뻔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두운 밤의 교정. 사위에 흩날리는 흙먼지는 아직도 가라앉을 낌새가 없었고, 시야는 제로에 가까웠다.
「···위험하잖아. 약간만 대응이 늦었으면 죽을뻔 했다고.」
「···죽일 생각으로 공격했습니다. ···진지해지지 않으면 죽어요.」
흙먼지를 울리는 시몬의 목소리에, 어디에서인지 모르게 조용한 루피아의 목소리가 되돌아 왔다.
「···정말이지,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해봤자···」
「바람의 정령이여, 악을 관통하라! 윈드·스피어!」
「큭!」
압축 공기가 음속의 창이 되어, 시몬의 눈앞으로 덮쳐 왔다. 시몬은 팔을 휘둘러 경봉으로 발하는 장벽을 이용해 튕겨 보냈다.
‘이 정도로 당할 것 같냐.’
시몬이 가볍게 혀를 차자, 그것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루피아의 영창이 계속되었다,
「···바람의 정령왕이여, 악을 멸하라! 윈드·블라스트!」
주문과 함께, 압축 공기의 칼날 수십 가닥이, 비명을 지르며 흙먼지를 찢고, 다발로 모여서 시몬에게 몰아쳤다. 시몬의 경봉은 플라스마광을 발해 공간을 일그러트리며 가까스로 그것을 튕겨 보냈지만, 한발, 또 한발 바람의 덩어리가 장벽에 충격을 줄 때마다, 경봉을 지탱하는 시몬의 팔과 어깨는 부서질 것처럼 비명을 울렸다.
「···젠장···루피아, 너··· 어, 어라?」
마지막 카마이타치(*역주:바람의 칼날)가 허공으로 사라졌을 무렵 흙먼지가 걷혔다. 그러나 조금 전까지 시몬의 눈앞에 있던 루피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곤란해. 아무리 방호 장벽으로 튕겨보낼 수 있다고는 해도, 공격 방향을 모르면···.’
하고 초조해 하는 시몬에게,
「···어디를 보고 있습니까.」
「거기냐!」
시몬이 그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한 순간, 시몬의 등에 강렬한 충격이 가해졌다. 방호 장벽은 한 방향 밖에 효력이 없다. 그의 몸은 튕겨 날아가 고무공처럼 교정 구석에 있는 체육 창고의 외벽에 부딪혔다.
「···내 힘은 바람. 소리를 다른 방향에서 들리게 하는 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바닥에 쓰러진 시몬은, 희미해진 신음소리 소리를 냈다. 아직 살아는 있는 것 같다.
「···아직 이제부터 입니다. ···나와··· 엄마가 받은 굴욕···그 몸 깊숙이 새기세요···」
루피아는 일어서려고 하는 시몬을 향해 조용히 다가갔다···.
그리고 10분이 지났다.
루피아의 마법 수십발을 얻어맞고 하늘로 날려갔다가 지면에 떨어지며 몸 전체가 카마이타치의 꼬리로 잘게 배어진 시몬은, 교정 한쪽 구석에 자라 있는 플라타너스의 뿌리에 쓰러져 있었다. 시몬은 완전히 저항다운 저항은 하지도 못하고, 단지 루피아의 마법 공격에 계속 유린 되었다. 이제 호흡도 다 죽어가고 있었다.
반대로 루피아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었다. 원래 하얀 얼굴은, 달과 가로등의 희미하고 서늘한 빛을 받아서 인지, 한층 더 그 하얀색이 두드러져 있었다. 그 티끌하나 없는 하얀 얼굴에는 무표정했고, 눈동자는 서늘한 빛을 띠고 있었다.
···자신을, 친구를, 선생님을 능욕 하고, 거기다 엄마까지 능욕 한 남자. 그 남자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조롱받다가, 지금 여기에 쓰러져 있다.
루피아는 시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몇 발짝 안되는 거리까지 가까워지자, 간신히 그의 가냘픈 호흡음이, ‘후우 후우’하고 들려왔다.
「···시몬···들립니까.」
그러나, 시몬은 반응하지 않았다.
루피아는 지팡이를 시몬에게 들이 밀었다.
「···내가 지금 여기서 공격하면, 당신은 죽습니다. 우리를 욕보인 벌을··· 그리고 우리 인류를 괴롭힌 벌을,···당신의 생명으로 속죄하는 겁니다···. 알겠습니까?」
루피아는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1분,···2분···.
그러나 그 대답은 없었다.
「···시몬. 그래도, 괜찮습니까. ···그렇게 되도, 좋습니까?」
어쩌면, 무의식적인 말. 그 말이, 루피아 안의 무엇인가를 튀어나오게 했다.
「당신은··· 살아남지 않으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녀는 한 걸음 시몬에게 다가갔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무리 보기 흉해도, 아무리 괴로워도···살아남지 않으면 안 되지 않습니까?」
어조가 뜨거워지며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것처럼 잇달아 말이 흘러나왔다.
「···그 아이는 먼 세계로 가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하지만···그 아이는 그런 곳에서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당신이 기다리고 있다고···믿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돌아 오려고···노력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만약, 돌아 왔을 때에···당신이 없으면···그녀는 어떻게 해야 되는 겁니까!」
「당신이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두 사람이 따로 따로 헤어지게 되더라도, 힘껏 노력해서 살아남자』고···」
교정에 울리는 루피아의 목소리. 하지만 시몬은 지면에 엎드린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루피아는 후우웁 숨을 들이마시고, 단번에 폭발시켰다.
「이, 무기력하고, 근성 없는 녀석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나 시몬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일어나지도 않았다.
루피아는 그런 시몬을 한동안 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포기한 것처럼 한숨을 쉬었다.
「당신은···비겁하고 비열하고 체력도 없고, 게다가 음란한, 어쩔 수 없는 남자지만···, 고집만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내가 보는 눈이, 없었던 거군요.」
그녀는 자신을 설득하듯이 중얼거렸다.
「······그럼, 마지막입니···」
「잠깐 기다려!」
갑자기 발해진 커다란 소리에, 천천히 지팡이를 겨누고 있던 루피아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우선은 양손. 팡, 하고 지면을 때리며 손가락이 흙을 잡았다.
그리고 팔. 중력에 거슬려, 체구를 지면에서 끌어 올렸다. 마치, 팔굽혀펴기 아흔 아홉번을 한 사람이 마지막 1회를 실시하는 것 같은 완만한 움직임.
부스스한 앞머리 사이에서 보이는 이마에는, 조금 전 지면에 내던져 진 충격 때문인지 다홍색 피가 흘러나와 그것이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이빨을 갈듯이 이를 악물고, 겨우 무릎에 힘을 집중해 시몬은, 천천히 일어섰다.
그는 잠시 석상처럼 서서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지만, 이윽고 루피아에게 등을 돌리고 몸 안에 납이라도 들어 있는 것 같은 둔한 움직임으로 겨우겨우 걷기 시작했다. 교정 구석에 자리한 세면장에 간신히 도착하자, 수도꼭지를 돌려, 물 뿌리기용 호스로 얼굴에 달라 붙은 피를 씻어 냈다.
그리고, 부르부르 젖은 개처럼 머리카락을 털어 물을 튕겨 낸 뒤, 목을 가볍게 돌려, 유연체조를 가볍게, 그리고 괴로운 듯이 행한 뒤, 한마디.
「···아- 산뜻해졌다」
그런 시몬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던 루피아는, 살며시,
「···머리는 차가워졌습니까?」
「덕분에」
그녀의 빈정거림에 시몬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고 땅 위에 떨어져 있는 경봉의 전지를 다시 채워 넣고 다시 잡았다. 부웅 가벼운 소리를 내며, 경봉을 중심으로 공간이 일그러졌다. 장벽이 쳐진 것이다.
루피아는 그런 그의 행동을 가만히 관찰하고 있다가,
「······아직, 싸울 생각입니까?」
「당연하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쿨럭’, 하고 시몬은 재채기를 한번 하고는,
「이긴다」
라고 짧게 단언했다.
「···조금 전 했던 말과 다릅니다만」
「그런 옛날 일은 잊어버렸어.」
시몬은 콧물을 훌쩍 들이마시고 감히 그렇게 말했다.
잠깐동안, 두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루피아는 기가 막힌 것처럼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유감입니다. 겨우 포기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미안하게 됐네, 귀찮게 해서 . 하지만 이것도 발키리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단념해.」
「···에에, 일이니까 어쩔 수 없죠.」
「기뻐 보이는 데」
「·········기쁘긴 해요. 나도 무저항의 생물을 베는 건 지겨워졌으니까」
그녀는, 다시 지팡이를 겨누고
「···끝까지, 힘껏 저항해 주세요.」
「···이긴다, 라고 말했을 텐데」
거기에 응하는 것처럼 시몬도 경봉을 겨누었다.
연옥. 나이프. 반동 장벽. 마지막엔 경봉에 숨겨져 있던 하전자총(荷電子銃). 오랜 세월의 아랫쪽 생활과 현장의 지혜에서 만들어진 고식적인 수단과 전술은, 처음에는 압도적인 전력차이를 어떻게 커버할 수 있었지만, 원래 힘의 차이는 아무리 해도 좁히기 어려웠고, 점차 쫓기게 되었다.
이윽고 싸우기 시작한 지 수십분. 아마 시몬이 지금까지 백병전에서 발키리와 대치한 최장 시간.
교사의 외벽에 등을 기댄 시몬은, 얼굴에는 루피아의 공격으로 발해진 예리한 칼날에 베인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옷도 너덜너덜하게 되어, 잔디 위에 주저앉아 있었다. 경봉도 전지가 끊어졌는지, 그 힘을 잃고 있다.
「···역시 이제 한계입니까?」
상처 하나 없는 하얀 얼굴로 마주보며 루피아가 시몬에 말을 걸었다. 조금 전과 다른 것은, 루피아도 약간 땀을 흘렸고, 마법옷에는 다소 상처가 생겨 있다는 것. 그리고, 눈동자의 빛이, 차가움이 아닌 무언가를 포함하고 있는 점이다.
「···아직 할 수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시몬은 허리가 땅에 들러붙은 것처럼 그 자리에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제 체력의 한계일 것이다. 말에 비해서 안색은 나빴다.
「··그러면, 일어서는게 어떻겠습니까?」
「···용건이 있는 녀석이 오는 것이 예의라고 하는 거야.」
그 시몬의 소리를 받아 루피아는 그에게 조금씩 다가왔다.
시몬의 상황도, 조금 전과 닮아 있다.
하지만, 다른 것이 있다. 그의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나고 있다는 것이다.
루피아는 시몬에 엄숙하게 고했다.
「···시몬. 당신에게는 두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나에게 잡혀서 발키리 본부에 인도되는 것. 이 경우, 당신은 위험한 짐승과 동일하게 취급되므로, 살해당한 후에 해부나 표본같은 멋진 말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친절은 고맙지만 그건 좀.」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장소에서 나에게 맞아 살해당하는 것입니다. 어느 쪽을 원합니까?」
시몬은 조금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 뒤,
「···뭐 잡혀 줄까. 마지막에는 조금이라도 맛있는 밥을 먹여 줄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말한 시몬은 가지고 있던 경봉을 지면에 떼구르 굴렸다.
「자아, 얼른 잡아 가.」
시몬은 일어서, 훌쩍 양팔을 루피아에 내밀었다.
「···그 오른쪽 주머니, 나이프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왼쪽 바지 봉투에 연옥 두 개. 그것도 꺼내 주세요」
「······잘도 봤네···」
시몬은 말했던 대로 나이프와 연옥도 땅에 던졌다..
「그럼, 얌전히···」
루피아가 더욱 가까워져, 그의 손목에 옷에서 꺼낸 수갑을 채우려고 한 그 순간.
「···우···」
신음 소리를 내면서, 시몬의 몸이 갑자기와 휘청거리며 그녀에게 부딪쳤다. 루피아가 그의 신체를 받으려고 한 순간, 그의 손이 소리 없이 루피아의 얼굴로 움직여···.
탁.
시몬의 손목이 루피아의 손에 잡혔다.
시몬의 손에는, 젖은 하얀 천이 쥐어져 있었다.
「···역시,···최후는 거기에 의지하는 군요.···」
「·······」
「···시몬···알고 있겠죠.. 당신의 세뇌약을 무효로 하는 약을 내가 마시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럼 어째서, 그 약을 사용하려고 합니까?」
「···어쩌면, 신진대사가 진행되서 약의 효과가 끊어져 있을지도 몰라.」
「······」
「·········어쩌면, 다른 약을 잘못 마시고 있을지도 몰라.」
「······」
「·················어쩌면, 약의 유통기한이 지나 있을지도 몰라.」
「······확률은?」
작은 목소리로 묻는 루피아에게, 시몬은 강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런 거 알거 같냐! 지금까지 계속 도박의 연속이었어. 이제 와서 도박을 피해봤자 뭐가 되겠어!」
시몬은 강하게 루피아를 노려봤다. 눈동자에서는 강한 빛이 발해져 그녀를 쏘아봤다.
루피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몬은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침묵이, 약간의 시간동안, 두 사람 사이에 흐른 후, 루피아가 입을 열었다.
「···시몬」
「왜?」
「··········································그 아이를, 기다리고 있어 주세요.」
「······?」
루피아는 그의 손을 스스로 자신에게 끌어 당겨, 그 천을 자신의 얼굴에 댔다.
후우···.
크게 두번의 심호흡.
몹시 놀라 있는 시몬에게, 루피아는 미소 지은 후···.
그녀의 눈동자에서 빛이 없어지고···, 루피아는 시몬에 안기듯이 쓰러졌다.
「어, 어이, 이봐, 너, 뭐야, 아, 아?」
갑자기 그녀를 품에 안는 모습이 된 시몬은 당황했다.
시몬은 그녀의 몸을 자신에게서 빼냈다. 그러나 그녀의 몸에는 힘이 빠져 있어서 시몬은 바로 넘어져 버릴 것 같은 루피아를 당황해서 지지했다.
그녀의 눈은 감겨져 시몬이 몸을 흔들자 그녀의 목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긴 속눈썹이 떨렸다. 단지. 뭔가 행복한 꿈을 꾸고 있듯이 입가에는 가벼운 미소가 지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이, 루피아?」
그러나, 시몬의 물음에 루피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이, 일어나, 루피아」
시몬이 찰싹찰싹 그녀의 뺨을 때리자, 천천히 그녀는 눈꺼풀을 열었다.
그러나 그 눈동자에는 의지의 빛이 사라져 있어서 마치 무기질의 유리구슬처럼, 단지 시몬의 얼굴을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스스로 서 있어라.」
시몬이 시키는 대로, 그녀는 시몬의 신체에서 완만하게 자신의 몸을 일으켜, 비틀비틀 섰다.
시몬은 그녀의 뺨에 손을 대고 , 손가락을 그녀의 눈동자에 찔러 안구에 닿기 직전에 멈췄다.
그러나, 그녀의 텅 빈 눈동자는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고,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그대로였다.
「···루피아, 내 목소리가 들려」
「···네, 들립니다.」
「···오른손을 올려 봐.」
「···네」
루피아는 오른손을 들었다.
「·······스커트를 걷어 올려.」
「···네」
루피아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시몬이 시키는 대로 짙은 녹색의 마법옷을 걷어 올렸다. 하이니 삭스에 싸인 하얀 허벅지와 팬티가 어둠 속에서 떠올랐다.
「··········원래대로 해.」
「···네」
···틀림없다. 그녀는 세뇌약의 지배하에 있었다.
「···뭐야 이건···」
시몬은 무심코 머리를 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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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아 에필로그도 다음화로 끝입니다.
꽤나 늦었군요.
밤. 시몬은 껄렁껄렁 미도리의 집에 돌아왔다.
「···미도리? 미도리∼. 없어?」
방이라고 하는 방은 다 찾아 봐도, 미도리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 있어요? 시몬씨」
미도리의 모친, 유우코가 시몬에게 물었다. 회사에서 돌아온 바로 직후인지, 회색 정장차림이었다. 검은 스타킹이 타이트스커트 밖으로 뻗어 나와 있다.
그녀는 지금도 최면술에 걸려 있는 상태라 시몬이 이런 밤 늦게까지 자신의 집에 있는 것에 대해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고 있었다.
「···미도리씨, 돌아오지 않았어요?」
「아니. 가방이 있는 걸로 봐선, 한 번은 들렀던 것 같은데···」
유우코도 고개를 갸웃했다.
「···아아, 그러고 보니···」
확실히 거실에는 가방이 있었다.
「그런데, 유우코씨」
「왜요?」
「이 손가락 끝을 봐 주시겠습니까?」
「에···?」
시몬이 쑥 내민 손가락에 유우코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내가 손가락을 튕기면, 당신의 의식은 사라집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대로 서 있을 수가 있습니다··· 다만 내 목소리만이 들리는···그런 상태가 됩니다···」
「에···아···」
유우코는 시몬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벌써 눈이 공허해지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딱. 하고 시몬이 손가락을 튕기자, 유우코의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지며 그 자리에 밀랍인형처럼 멈춰섰다.
「···잠깐 실례」
시몬은 유우코의 정장 상의를 벗게 하고는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고, 그녀의 하얀 피부가 바깥 공기에 드러나게 했다. 풍만한 가슴의 브래지어를 밀어 올리자 그것이 시몬의 눈앞에 쑥 튕겨 나왔다.
시몬은 순간 그것을 잡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가까스로 참았다.
「······마약이야. 이건···」
시몬은 그 욕구를 숨기려는 듯이, 그녀의 피부를 천천히 어루만졌다. 그것은 애무라기 보다는, 의사의 촉진에 가까웠다.
시몬은 하얗게 빛나는 그녀의 피부 위에,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희미한 상흔을 어루만졌다.
「···유우코씨, 여기는 아프지 않아요?」
「···예」
「좋아.」
시몬은 그 다음에는, 그녀의 등을 어루만졌다.
거기에는 새끼손가락 한마디 정도 크기의 반창고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시몬은 그것을 벗겨내, 색을 확인해 냈다.
「···음성인가. 더 이상 문제는 없겠군」
시몬은 그녀에게 옷을 원래대로 되돌리라고 지시하고 나서, 거실 소파에 들어앉았다.
「이걸로 드디어 이 집에도 완전히 용무가 없어진건가···」
시몬이 멍하니 중얼거리는데, 문득 시야에 미도리의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어라···?」
가방 옆에 있는 주머니에, 흰 봉투가 들어 있었다.
「저런 게 있었던가?···」
시몬은 그 봉투를 꺼내, 안에 들어있는 편지지를 펼쳤다..
그 날 심야. 미도리가 다니는 학교 교정.
드문드문 서 있는 가로등들에서 변명처럼 허약한 빛이 발해지고 있었지만, 낮 동안 수업이니 뭐니 해서 소란스러웠던 그 교정은, 지금은 어슴푸레한 어둠에 휩싸여 있을 뿐이었다. 물론 사람은커녕, 고양이 한마리 없었다.
그런 교정에, 벽돌담을 타넘어 침입하는 남자가 한사람.
「진짜, 어째서 이런 시간에 이런 데로 부르는 거야.」
투덜투덜 불평을 토하면서, 시몬은 교정의 가운데로 걸어갔다.
「학교인가···」
몇번인가 왔던 적은 있었지만, 이런 시간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학교건물 위에 걸어져 있는 시계는, 이미 1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왔군요.」
시몬이 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뒤돌아 보자, 교정의 한쪽 구석에, 어느새인가 미도리가 서 있었다.
「그거야, 여성에게서의 호출에 제대로 응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시몬은 미도리를 응시하면서 대답했다.
「···미도리···아니, 루피아라고 말해야 되는 건가. 오늘은 잘 차려입었네.」
거기에 서 있는 것은, 짙은 녹색의 발키리의 마법의상에 몸을 싸고, 지팡이를 쥔 미도리--루피아였다. 교정을 어슴푸레하게 비추는 가로등이 마법의 축복을 받은 액세서리들과 그녀의 옷에 반짝이는 실로 자수 된 장식을 빛나게 해 늠름한 루피아의 모습을 어둠 속에서 떠오르게 했다. 깊게 파인 슬릿에서는, 스타킹에 싸인 흰 다리가 뻗어 나와 있다..
시몬의 농담에 루피아는 희미한 웃음을 띠고 대답했다.
「···밖에서는 메이드복을 입을 수 없으니까요.」
「아니, 그 옷도 어떻게 생각해 보면. 이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걸로 보일 것 같은데.」
「···이것은 예복입니다」
「결혼식이라도 있었어?」
「···아니요 지금부터 장례식이 있을지도 몰라서, 만약을 위해서, 입니다」
「·······그건 좀 뒤숭숭한데.」
시몬은 오랜만에 보는 루피아의 마법의상을, 웃음을 띠고 응시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20미터정도. 루피아의 바람의 마법이라면 시몬을 공격 가능한 간격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아직 해야 할 말이 있는 건지. 시몬에 천천히 다가오면서, 말을 걸어왔다.
「···모레, 로즈 사령이 집에 옵니다.」
「헤에, 가정방문이라고 하는 건가?」
「···당신을 죽이러 옵니다.」
「그것 참 수고스러운 일이네.」
긴장감 없는 대답을 하는 시몬에게, 루피아는 서늘한 시선을 보냈다.
「···당신에게 이길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까?」
루피아의 질문에, 시몬은 턱을 어루만지면서 되물었다.
「너의 모친이 인질이 되어 있는 것은, 로즈도 알고 있어?」
「···물론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이미 바이러스는 해결한 거야?」
「···예. 당신이 하는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던 내가 바보 같았습니다···」
시몬이 말하는 「세균」에 의한 발작을 억제하고 있던 것은 DNA가 아니라, 아마도 그의 단백질이나 전해질 가운데 무언가 였을 것이다. 시몬의 체액에 공통된 성분을 추출한 캡슐을 모친(母親), 유우코에 먹였는데, 시몬의 체액을 먹이지 않아도 발작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을, 루피아는 시몬에게 고했다.
시몬은 무심하게, 하늘을 올려보았다. 맑은 건너편 밤하늘에는, 완전한 원에 가까운 달이 떠올라있고, 그 달을 수행하듯이 창백한 별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과연, 나와 키스 했던 것도, 나에게 펠라치오를 했던 것도, 타액과 정액을 모으는 게 목적이었던 거군.」
「···그 대로입니다. 혈액은 당신이 스스로 내 주었으니까.」
「그런가, 나는 틀림없이 네가 나에게 반해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쩐지 안타깝네···」
「···자만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았다면, 누가 당신 따위와 스스로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그녀는 조금 눈을 내리 깔고,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시몬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는 관심없는 듯,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목을 스트레칭 하듯이 태평하게 빙글빙글 돌렸다.
「그 정도의 트릭으로는, 너나 로즈에게는 통하지 않는 건가. 역시 최초에 공략하는 건 카네리아로 해두었어야 하는 건데 ···. 이거 참, 힘들군, 힘들어···」
시몬은 루피아에게 얼굴을 다시 향했다. 말하는 내용에 비해 시몬에게서 초조함은 보이지 않았다.
더욱 발걸음을 전진하는 루피아. 남은 거리는 불과 수미터.
「···그리고, 당신이 사용하고 있는 세뇌약···. 그것도, 우리는 항체 개발을 끝낸 상태입니다. 나는 이미 그 항체를 마시고 있으므로, 세뇌약은 효과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당신은 나에게는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지만···」
시몬은 조금 감탄한 것처럼 「호오」하는 소리를 냈다.
「···어떻습니까. 아직 당신에게 다른 카드가 남아 있습니까?」
「없어.」
시몬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루피아는 모양 좋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렇게 말할 수록 오히려 불신감이 쌓입니다만···」
「아냐, 진짜로 맨손이야, 무대책, 제로 앤서(zero answer)라고」
시몬은 포기의 제스처를 했다.
···원래대로라면··· 이 녀석은 뭔가를 숨기고 있을텐데···.
루피아는, 지팡이를 고쳐 잡고, 다시 물었다.
「시몬···두가지,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엥, 뭘?」
「···엄마의 배에, 큰 상처가 있었습니다. ···이제 거의 나아 있습니다만···」
「···에헤, 그런 게 있었나.」
「···당신이, 했습니까?」
「·········글쎄」
대답을 회피하는 시몬을 루피아는 한동안 노려봤지만,
「··········마지막 질문입니다. ···그 백의를 입은 작은 아이···달리아는, 지금, 뭐하고 있습니까?」
「·········글쎄, 뭐하고 있을까?」
시몬은 하품을 하면서, 루피아의 물음에 답했다.
시몬의 그 말을 듣고 루피아는 눈을 감았다.
「···당신은···결국, 아무것도 이야기해 주지 않는군요···」
「······별로 특별 할 이야기도 없기 때문에···」
「·······그렇군요··· 나에게 이야기할 이유는, 없겠죠···」
「···아니, 별로 너라서 이야기하지 않는 다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그의 변명을 막으려는 것 같이, 루피아는 눈을 떴다.
그 눈으로부터는 차가운 빛이 발해지고 있었다.
그것은, 평상시의 루피아가 가지는 서늘함과는 전혀 이질적인, 딱딱하고 메마른 냉기를 품고 있었다.
「비록 아무리 제멋대로라도, 당신에게는 당신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이야기해 주지 않는 다면, 내가 그것을 참작해 줄 의리는 없습니다」
「···뭐 그렇겠지.」
시몬은 루피아의 얼어붙은 시선을 스스럼없이 받아 넘겼다.
「지금까지, 당신이 나와 엄마에게 해 온 짓을, 나는 용서하지 않겠어요.」
「······당연하지.」
루피아는 지팡이를 겨누었다. 마법의 빛이 지팡이에서 스며 나와, 근처가 몽롱한 빛으로 채워져 갔다.
「···이런, 이런 주택가에서 승부할 생각이야? 너도 네 정체가 사람들에게 들키면 곤란할 텐데.」
「···염려 말아요. 이 학교 부지에는 결계가 쳐 있으니까, 소리도 밖에 새나가지 않고,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아휴, 준비성도 좋아라···」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시몬. 위기적 상황에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남의 일처럼보이는 그 행동이, 루피아의 지팡이로부터 스며 나오는 그녀 오라를 더욱 차갑게 만들었다.
루피아의 딱딱한 목소리가 교정에 울렸다.
「···그럼에도···마지막 찬스를 주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나에게 이길 수가 있다면···당신을, 놓아주겠습니다.」
「지면?」
「···당신을 잡아, 로즈 사령에게 인도합니다」
「너, 이야기를 듣지 않았던 거냐? 빈손인 내가 너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부웅!
굉음과 함께 루피아와 시몬 사이에 모래 먼지가 날려, 두사람의 시야가 제로가 되었다. 시몬의 뒤로 빽빽이 자라 있는 나무들이 격렬하고 그 잎사귀를 떨어뜨려, 아직 푸른 빛이 사라지지 않은 잎사귀들이 주변에 마구 날렸다.
자욱하게 흩날리는 모래 먼지 속에서, 경봉(警奉)을 쥔 시몬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서 위치에서 거꾸로 된 V자 모양으로 교정의 흙이 파헤쳐져 시몬은 마치 강의 모래톱에 남겨진 듯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
루피아의 바람의 마법이 시몬에게 휘몰아치자 시몬은 특수경봉으로 장벽을 쳤음에도, 자칫하면 튕겨 날아갈 뻔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두운 밤의 교정. 사위에 흩날리는 흙먼지는 아직도 가라앉을 낌새가 없었고, 시야는 제로에 가까웠다.
「···위험하잖아. 약간만 대응이 늦었으면 죽을뻔 했다고.」
「···죽일 생각으로 공격했습니다. ···진지해지지 않으면 죽어요.」
흙먼지를 울리는 시몬의 목소리에, 어디에서인지 모르게 조용한 루피아의 목소리가 되돌아 왔다.
「···정말이지,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해봤자···」
「바람의 정령이여, 악을 관통하라! 윈드·스피어!」
「큭!」
압축 공기가 음속의 창이 되어, 시몬의 눈앞으로 덮쳐 왔다. 시몬은 팔을 휘둘러 경봉으로 발하는 장벽을 이용해 튕겨 보냈다.
‘이 정도로 당할 것 같냐.’
시몬이 가볍게 혀를 차자, 그것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루피아의 영창이 계속되었다,
「···바람의 정령왕이여, 악을 멸하라! 윈드·블라스트!」
주문과 함께, 압축 공기의 칼날 수십 가닥이, 비명을 지르며 흙먼지를 찢고, 다발로 모여서 시몬에게 몰아쳤다. 시몬의 경봉은 플라스마광을 발해 공간을 일그러트리며 가까스로 그것을 튕겨 보냈지만, 한발, 또 한발 바람의 덩어리가 장벽에 충격을 줄 때마다, 경봉을 지탱하는 시몬의 팔과 어깨는 부서질 것처럼 비명을 울렸다.
「···젠장···루피아, 너··· 어, 어라?」
마지막 카마이타치(*역주:바람의 칼날)가 허공으로 사라졌을 무렵 흙먼지가 걷혔다. 그러나 조금 전까지 시몬의 눈앞에 있던 루피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곤란해. 아무리 방호 장벽으로 튕겨보낼 수 있다고는 해도, 공격 방향을 모르면···.’
하고 초조해 하는 시몬에게,
「···어디를 보고 있습니까.」
「거기냐!」
시몬이 그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한 순간, 시몬의 등에 강렬한 충격이 가해졌다. 방호 장벽은 한 방향 밖에 효력이 없다. 그의 몸은 튕겨 날아가 고무공처럼 교정 구석에 있는 체육 창고의 외벽에 부딪혔다.
「···내 힘은 바람. 소리를 다른 방향에서 들리게 하는 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바닥에 쓰러진 시몬은, 희미해진 신음소리 소리를 냈다. 아직 살아는 있는 것 같다.
「···아직 이제부터 입니다. ···나와··· 엄마가 받은 굴욕···그 몸 깊숙이 새기세요···」
루피아는 일어서려고 하는 시몬을 향해 조용히 다가갔다···.
그리고 10분이 지났다.
루피아의 마법 수십발을 얻어맞고 하늘로 날려갔다가 지면에 떨어지며 몸 전체가 카마이타치의 꼬리로 잘게 배어진 시몬은, 교정 한쪽 구석에 자라 있는 플라타너스의 뿌리에 쓰러져 있었다. 시몬은 완전히 저항다운 저항은 하지도 못하고, 단지 루피아의 마법 공격에 계속 유린 되었다. 이제 호흡도 다 죽어가고 있었다.
반대로 루피아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었다. 원래 하얀 얼굴은, 달과 가로등의 희미하고 서늘한 빛을 받아서 인지, 한층 더 그 하얀색이 두드러져 있었다. 그 티끌하나 없는 하얀 얼굴에는 무표정했고, 눈동자는 서늘한 빛을 띠고 있었다.
···자신을, 친구를, 선생님을 능욕 하고, 거기다 엄마까지 능욕 한 남자. 그 남자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조롱받다가, 지금 여기에 쓰러져 있다.
루피아는 시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몇 발짝 안되는 거리까지 가까워지자, 간신히 그의 가냘픈 호흡음이, ‘후우 후우’하고 들려왔다.
「···시몬···들립니까.」
그러나, 시몬은 반응하지 않았다.
루피아는 지팡이를 시몬에게 들이 밀었다.
「···내가 지금 여기서 공격하면, 당신은 죽습니다. 우리를 욕보인 벌을··· 그리고 우리 인류를 괴롭힌 벌을,···당신의 생명으로 속죄하는 겁니다···. 알겠습니까?」
루피아는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1분,···2분···.
그러나 그 대답은 없었다.
「···시몬. 그래도, 괜찮습니까. ···그렇게 되도, 좋습니까?」
어쩌면, 무의식적인 말. 그 말이, 루피아 안의 무엇인가를 튀어나오게 했다.
「당신은··· 살아남지 않으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녀는 한 걸음 시몬에게 다가갔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무리 보기 흉해도, 아무리 괴로워도···살아남지 않으면 안 되지 않습니까?」
어조가 뜨거워지며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것처럼 잇달아 말이 흘러나왔다.
「···그 아이는 먼 세계로 가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하지만···그 아이는 그런 곳에서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당신이 기다리고 있다고···믿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돌아 오려고···노력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만약, 돌아 왔을 때에···당신이 없으면···그녀는 어떻게 해야 되는 겁니까!」
「당신이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두 사람이 따로 따로 헤어지게 되더라도, 힘껏 노력해서 살아남자』고···」
교정에 울리는 루피아의 목소리. 하지만 시몬은 지면에 엎드린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루피아는 후우웁 숨을 들이마시고, 단번에 폭발시켰다.
「이, 무기력하고, 근성 없는 녀석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나 시몬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일어나지도 않았다.
루피아는 그런 시몬을 한동안 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포기한 것처럼 한숨을 쉬었다.
「당신은···비겁하고 비열하고 체력도 없고, 게다가 음란한, 어쩔 수 없는 남자지만···, 고집만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내가 보는 눈이, 없었던 거군요.」
그녀는 자신을 설득하듯이 중얼거렸다.
「······그럼, 마지막입니···」
「잠깐 기다려!」
갑자기 발해진 커다란 소리에, 천천히 지팡이를 겨누고 있던 루피아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우선은 양손. 팡, 하고 지면을 때리며 손가락이 흙을 잡았다.
그리고 팔. 중력에 거슬려, 체구를 지면에서 끌어 올렸다. 마치, 팔굽혀펴기 아흔 아홉번을 한 사람이 마지막 1회를 실시하는 것 같은 완만한 움직임.
부스스한 앞머리 사이에서 보이는 이마에는, 조금 전 지면에 내던져 진 충격 때문인지 다홍색 피가 흘러나와 그것이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이빨을 갈듯이 이를 악물고, 겨우 무릎에 힘을 집중해 시몬은, 천천히 일어섰다.
그는 잠시 석상처럼 서서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지만, 이윽고 루피아에게 등을 돌리고 몸 안에 납이라도 들어 있는 것 같은 둔한 움직임으로 겨우겨우 걷기 시작했다. 교정 구석에 자리한 세면장에 간신히 도착하자, 수도꼭지를 돌려, 물 뿌리기용 호스로 얼굴에 달라 붙은 피를 씻어 냈다.
그리고, 부르부르 젖은 개처럼 머리카락을 털어 물을 튕겨 낸 뒤, 목을 가볍게 돌려, 유연체조를 가볍게, 그리고 괴로운 듯이 행한 뒤, 한마디.
「···아- 산뜻해졌다」
그런 시몬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던 루피아는, 살며시,
「···머리는 차가워졌습니까?」
「덕분에」
그녀의 빈정거림에 시몬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고 땅 위에 떨어져 있는 경봉의 전지를 다시 채워 넣고 다시 잡았다. 부웅 가벼운 소리를 내며, 경봉을 중심으로 공간이 일그러졌다. 장벽이 쳐진 것이다.
루피아는 그런 그의 행동을 가만히 관찰하고 있다가,
「······아직, 싸울 생각입니까?」
「당연하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쿨럭’, 하고 시몬은 재채기를 한번 하고는,
「이긴다」
라고 짧게 단언했다.
「···조금 전 했던 말과 다릅니다만」
「그런 옛날 일은 잊어버렸어.」
시몬은 콧물을 훌쩍 들이마시고 감히 그렇게 말했다.
잠깐동안, 두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루피아는 기가 막힌 것처럼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유감입니다. 겨우 포기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미안하게 됐네, 귀찮게 해서 . 하지만 이것도 발키리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단념해.」
「···에에, 일이니까 어쩔 수 없죠.」
「기뻐 보이는 데」
「·········기쁘긴 해요. 나도 무저항의 생물을 베는 건 지겨워졌으니까」
그녀는, 다시 지팡이를 겨누고
「···끝까지, 힘껏 저항해 주세요.」
「···이긴다, 라고 말했을 텐데」
거기에 응하는 것처럼 시몬도 경봉을 겨누었다.
연옥. 나이프. 반동 장벽. 마지막엔 경봉에 숨겨져 있던 하전자총(荷電子銃). 오랜 세월의 아랫쪽 생활과 현장의 지혜에서 만들어진 고식적인 수단과 전술은, 처음에는 압도적인 전력차이를 어떻게 커버할 수 있었지만, 원래 힘의 차이는 아무리 해도 좁히기 어려웠고, 점차 쫓기게 되었다.
이윽고 싸우기 시작한 지 수십분. 아마 시몬이 지금까지 백병전에서 발키리와 대치한 최장 시간.
교사의 외벽에 등을 기댄 시몬은, 얼굴에는 루피아의 공격으로 발해진 예리한 칼날에 베인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옷도 너덜너덜하게 되어, 잔디 위에 주저앉아 있었다. 경봉도 전지가 끊어졌는지, 그 힘을 잃고 있다.
「···역시 이제 한계입니까?」
상처 하나 없는 하얀 얼굴로 마주보며 루피아가 시몬에 말을 걸었다. 조금 전과 다른 것은, 루피아도 약간 땀을 흘렸고, 마법옷에는 다소 상처가 생겨 있다는 것. 그리고, 눈동자의 빛이, 차가움이 아닌 무언가를 포함하고 있는 점이다.
「···아직 할 수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시몬은 허리가 땅에 들러붙은 것처럼 그 자리에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제 체력의 한계일 것이다. 말에 비해서 안색은 나빴다.
「··그러면, 일어서는게 어떻겠습니까?」
「···용건이 있는 녀석이 오는 것이 예의라고 하는 거야.」
그 시몬의 소리를 받아 루피아는 그에게 조금씩 다가왔다.
시몬의 상황도, 조금 전과 닮아 있다.
하지만, 다른 것이 있다. 그의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나고 있다는 것이다.
루피아는 시몬에 엄숙하게 고했다.
「···시몬. 당신에게는 두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나에게 잡혀서 발키리 본부에 인도되는 것. 이 경우, 당신은 위험한 짐승과 동일하게 취급되므로, 살해당한 후에 해부나 표본같은 멋진 말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친절은 고맙지만 그건 좀.」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장소에서 나에게 맞아 살해당하는 것입니다. 어느 쪽을 원합니까?」
시몬은 조금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 뒤,
「···뭐 잡혀 줄까. 마지막에는 조금이라도 맛있는 밥을 먹여 줄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말한 시몬은 가지고 있던 경봉을 지면에 떼구르 굴렸다.
「자아, 얼른 잡아 가.」
시몬은 일어서, 훌쩍 양팔을 루피아에 내밀었다.
「···그 오른쪽 주머니, 나이프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왼쪽 바지 봉투에 연옥 두 개. 그것도 꺼내 주세요」
「······잘도 봤네···」
시몬은 말했던 대로 나이프와 연옥도 땅에 던졌다..
「그럼, 얌전히···」
루피아가 더욱 가까워져, 그의 손목에 옷에서 꺼낸 수갑을 채우려고 한 그 순간.
「···우···」
신음 소리를 내면서, 시몬의 몸이 갑자기와 휘청거리며 그녀에게 부딪쳤다. 루피아가 그의 신체를 받으려고 한 순간, 그의 손이 소리 없이 루피아의 얼굴로 움직여···.
탁.
시몬의 손목이 루피아의 손에 잡혔다.
시몬의 손에는, 젖은 하얀 천이 쥐어져 있었다.
「···역시,···최후는 거기에 의지하는 군요.···」
「·······」
「···시몬···알고 있겠죠.. 당신의 세뇌약을 무효로 하는 약을 내가 마시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럼 어째서, 그 약을 사용하려고 합니까?」
「···어쩌면, 신진대사가 진행되서 약의 효과가 끊어져 있을지도 몰라.」
「······」
「·········어쩌면, 다른 약을 잘못 마시고 있을지도 몰라.」
「······」
「·················어쩌면, 약의 유통기한이 지나 있을지도 몰라.」
「······확률은?」
작은 목소리로 묻는 루피아에게, 시몬은 강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런 거 알거 같냐! 지금까지 계속 도박의 연속이었어. 이제 와서 도박을 피해봤자 뭐가 되겠어!」
시몬은 강하게 루피아를 노려봤다. 눈동자에서는 강한 빛이 발해져 그녀를 쏘아봤다.
루피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몬은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침묵이, 약간의 시간동안, 두 사람 사이에 흐른 후, 루피아가 입을 열었다.
「···시몬」
「왜?」
「··········································그 아이를, 기다리고 있어 주세요.」
「······?」
루피아는 그의 손을 스스로 자신에게 끌어 당겨, 그 천을 자신의 얼굴에 댔다.
후우···.
크게 두번의 심호흡.
몹시 놀라 있는 시몬에게, 루피아는 미소 지은 후···.
그녀의 눈동자에서 빛이 없어지고···, 루피아는 시몬에 안기듯이 쓰러졌다.
「어, 어이, 이봐, 너, 뭐야, 아, 아?」
갑자기 그녀를 품에 안는 모습이 된 시몬은 당황했다.
시몬은 그녀의 몸을 자신에게서 빼냈다. 그러나 그녀의 몸에는 힘이 빠져 있어서 시몬은 바로 넘어져 버릴 것 같은 루피아를 당황해서 지지했다.
그녀의 눈은 감겨져 시몬이 몸을 흔들자 그녀의 목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긴 속눈썹이 떨렸다. 단지. 뭔가 행복한 꿈을 꾸고 있듯이 입가에는 가벼운 미소가 지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이, 루피아?」
그러나, 시몬의 물음에 루피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이, 일어나, 루피아」
시몬이 찰싹찰싹 그녀의 뺨을 때리자, 천천히 그녀는 눈꺼풀을 열었다.
그러나 그 눈동자에는 의지의 빛이 사라져 있어서 마치 무기질의 유리구슬처럼, 단지 시몬의 얼굴을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스스로 서 있어라.」
시몬이 시키는 대로, 그녀는 시몬의 신체에서 완만하게 자신의 몸을 일으켜, 비틀비틀 섰다.
시몬은 그녀의 뺨에 손을 대고 , 손가락을 그녀의 눈동자에 찔러 안구에 닿기 직전에 멈췄다.
그러나, 그녀의 텅 빈 눈동자는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고,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그대로였다.
「···루피아, 내 목소리가 들려」
「···네, 들립니다.」
「···오른손을 올려 봐.」
「···네」
루피아는 오른손을 들었다.
「·······스커트를 걷어 올려.」
「···네」
루피아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시몬이 시키는 대로 짙은 녹색의 마법옷을 걷어 올렸다. 하이니 삭스에 싸인 하얀 허벅지와 팬티가 어둠 속에서 떠올랐다.
「··········원래대로 해.」
「···네」
···틀림없다. 그녀는 세뇌약의 지배하에 있었다.
「···뭐야 이건···」
시몬은 무심코 머리를 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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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아 에필로그도 다음화로 끝입니다.
꽤나 늦었군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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