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로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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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도 도쿄. 오가는 차들과 사람들의 소란이 사라질리 없는 이 거리에도, 제대로 된 크기의 공원과 녹지 몇 곳은 갖추어져 있어서 사람들의 휴식 장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녹지 중 하나에, 오랜 눈과 바람을 견디며 이어 내려 온 석조 교회가 있다는 것은, 그다지 많은 사람이 아는 것은 아니었다.
교회의 입구로 들어가면, 가지런하게 늘어 놓여 있는 목제 의자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정면에는 큰 십자가가 내걸어져 있고, 그 옆에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미소를 띤 성모 마리아상이 배치되어 있었다.
낮임에도, 교회 안은 어슴푸레하고 서늘했다. 단지 스테인드 글라스 넘어로 비치는 햇빛과 벽면에 늘어 서 있는 촛불만이 이 교회의 내부를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꾸밈 없는, 하지만 평온하고 엄숙한 그런 공간에 스테인드 글라스에 물든 빛을 받으면서, 검은 정장 차림의 젊은 여자 한명이 십자가 아래에서 눈을 감고 무릎을 꿇은 채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열심이시네요」
갑작스런 목소리에 젊은 여성은 일어서서,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수녀복으로 몸을 감싼, 중년 여성이 등 뒤에서 말을 건넸던 것이다.
「실례했어요. 저는 여기서 가까운 수도원에서 수녀를 하고 있습니다만, 좀처럼 여기에 기도하러 오시는 분이 없어서. 무심코, 신기해서」
성격이 좋아 보이는 수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계속했다.
「아니요 저도 오래간만입니다. 언제나 도쿄에 왔을 때는 여기에 오고 있어서. ···여기는 정말 좋은 곳입니다」
매끄러운 일본어였지만, 블론드의 머리카락과 푸른 눈은 전형적인 백인의 것이었다. 다만, 그 얼굴의 생김새는「전형」을 훨씬 웃돌고 있었다.
「어머, 외국 분이군요. 잘 오셨어요 일본에. 관광인가요?」
그 아무렇지도 않은 수녀의 질문에,
「아니요 inquisition···심문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장 차림의 여성은 조금 사이를 두고, 희미하게 미소지으면서 대답했다.
「······심문?」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말에 수녀가 당황하고 있을 때, 그녀의 뒤에서 소녀가 소리도 없이 나타났다. 십대 후반쯤 되었을까. 블론드 헤어에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정장의 여성과는 대조적으로, 은빛 머리카락에 검은 인형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실비아님, 시간입니다. 준비를」
「알았어요, 필로메아」
짧고 간단한, 영어로 대화를 주고 받은 후.
「그러면 시스터. 실례하겠습니다」
「···아니요 이쪽이야말로 방해를 해서···」
젊은 여성은 수녀를 향해 십자가를 그리며
「이 신이 없는 땅에서, 신에게 몸을 바칠 수 있었던 당신에게, 주의 은혜가 있기를」
하고 중얼거리고, 가볍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여자 아이도 수녀에게 깊게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여성을 쫓아 교회를 나갔다.
「···대체 뭐하는 분들이지···」
남겨진 수녀는 혼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2)■
한편, 같은 수도 도쿄 안에서도 또 다른 한쪽 외곽
수많은 비즈니스 거리중 한 곳에 우뚝 서 있는, 외관상으론 특별한 개성 없는, 그러나 그 실제로는, 최고도의 시큐러티로 물리적·전자적으로 방호되고 있는 인텔리젼스 빌딩 최상부의 문에는, 『사단법인 특수 재해 대책 기구』이라고 하는 간판이 걸려 있다.
공식적으로는, 지진·대화재 등의 대규모 재해에 대한 정보수집·기획 입안을 담당한다고 대외적으로 설명되고 있는 그 조직 안에서도 「『그 외 특수한 안건에 대한 대책』을 담당한다」라고 하는 어카운터빌리티(Accountability) 한켠에 눈에 띄지 않게 설명이 되어 있는 『특수 대책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방첩 조치가 베풀어진 이중의 우유빛 유리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곳의 한 방 안에는,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끌어 올리면서 부하에게서 받은 리포트를 대충 대충 훑어보고 있다. 그 앞에는 직립 부동의 젊은 여성이 선 채로, 상사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연락 할테니, 직무로 돌아가 게.」
「···실례하겠습니다.」
묘령의 정장 여성은, 가볍게 인사를 하고, 문을 열어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
「아, 잠깐, 시미즈군」
이름을 불린 그녀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때로부터 한참 지났는데, 몸 상태는 문제 없는가?」
「···아니요 건강 그 자체입니다만, 『장관』. 뭔가 신경 쓰이는 거라도」
「아니, 뭐, 아무리 발키리라고 해도, 그토록 험난한 싸움의 뒤니까. 잠깐 쉬어도 괜찮은 게 아닐까? 원래, 이제 교사를 계속할 필요도 없지 않나. 꽤 선생일과의 겸임도 힘들 텐데.」
시미즈군, 이라고 불린 그녀는 뒤를 돌아, 자신의 허리 높이 정도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응시했다.
한결 같이 쓸모없는 사람으로 유명한 남자는, 단순히 선의로 말하는 것일까.
「아니오. 저는 그 아이들을 좋아해서, 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그만두라고 말하신다면, 이쪽을 그만두겠습니다」
단호한 어조의 그녀.
「그, 그것은 곤란하데. 자네 정도의 인재를 잃는 것은···. 뭐 자네가 괜찮다고 한다면 아무 말도 할 생각은 없네. 로즈『총사령』」
시미즈 유카--로즈는 한번 더 깊게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갔다.
이른바 네메시스에 대항하기 위해서 세계 각지에 발키리 부대가 결성되는 한편, 표면적으로 그것을 공표할 수 없는 정부는, 이렇게 사람들의 눈을 피하듯이 조직을 은밀하게 결성해, 소질이 있는 인물을 훈련해, 네메시스에 대항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바로 요 전날까지다.
네메시스는 과감한 발키리의 활약에 의해 패배해 일부의 패잔 부대도 우주로 사라졌다.
요즘 이 대책과의 일은 거의 잔무 처리뿐이었다. 곧 이것도 불필요해지면 다른 부서 어디엔가 흡수되게 될 것이다.
남자가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면서 차를 마시며, 서류를 대충 훑어보고 있는데, 문이 노크 되었다.
「들어오게」
「실례합니다.」
문이 열리자, 검은 정장을 입은 여성이 들어 왔다. 로즈도 키가 컸지만, 그녀는 더욱 컸다. 아마 외모도 그녀와 비슷한 수준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가늘게 긴 눈썹, 커다란 눈동자, 붉은 입술. 날카로운 인상을 느끼게 하는 실루엣의 정장. 전체적으로 불안한 분위기가 그녀의 주위에는 감돌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 블론드의 요염한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의 색이 시선을 끈다. 그리고 피부의 색은, 동양인과는 한 차원 다른 하얀색이다.
「···아, 자네는···실비아 사령관···이었던가」
남자는 옛날 국제회의에서 만난 적이 있는 그녀의 이름을 떠올렸다.
「『통괄』사령관입니다, 장관」
「응, 그랬지.」
그녀의 미묘한 대답을 알아차린 기미도 없어, 장관으로 불린 남자는 변함없이 태평스럽게 차를 마셨다.
「 어째서 이런 변방에? 일본을 싫어하는 자네가, 구미 통괄 사령관의 일을 버려두고 관광이라도 올리는 없을 텐데.」
「물론, 출장입니다. 일이 목적이 아니라면 제 맘대로 올 생각은 없습니다.」
듣기 좋은, 완벽한 억양으로 발음되는 일본어였다.
「그건 훌륭한 마음일세. 시미즈 군도 그렇고, 실비아 군도 그렇고, 최근의 젊은이들은 모두 성실하군.」
「···시미즈 전문직은 안녕하십니까?」
전문직, 이라고 하는 것은 로즈의 공식상의 직무였다. 발키리의 존재를 공공연하게 드러낼 수 없는 이상, 「사령관」이라고 하는 관직명은 붙일 수가 없었다.
「내가 놀랄 정도로 건강 그 자체지. 도저히 그 사선에서 겨우 빠져나왔다고는 생각할 수 없지. 아, 그렇지 , 그녀는 『수석』전문직으로 승격했네, 요전에」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녀의 음성은, 미묘하게 굳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출장이라니, 이렇게 갑자기. 연락이고 뭐고 없이.」
「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다만, 미리 연락할 수는 없는 용건이었기 때문에」
굳어지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간신히 느슨해졌다.
그녀는 수중의 얇은 가방에서 서류를 한 장 꺼내,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영어로 딱딱하게 타이핑 된 문장에는, 미국의 발키리를 통괄하는 조직의 공인이 찍혀 있었다.
「『특명 감찰』?」
「네」
「···이건 좋지 않은데. 하지만, 우리는 유용하는 예산도 그다지 없는데···」
「···아니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좀 더 중대한··· 기강에 관련되는 것입니다」
남자가 다시 의자에 깊게 몸을 파묻자 , 끼긱하고 의자가 울었다.
「···뭐, 그런 것이라면, 내가 운운할 이야기도 없군. 아무쪼록 좋을 대로 감찰이든 검문이든 해 주게. 하지만, 두드려도 먼지는커녕 티 하나 나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네.」
「···깊은 배려, 감사합니다.」
실비아는, 로즈와 같이 깊게 고개를 숙이면서 미소 지었다.
복도를 걷는 로즈에게 목소로가 들려왔다.
「오래간만이군요. 로즈」
높게 퍼지는 소프라노의 목소리. 그녀가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키가 큰 여성이 서 있었다. 검은 정장에 어깨까지 자란 블론드 헤어. 무릎 위까지 밖에 닿지 않는 타이트스커트에서는, 스타킹에 싸인 희고 모양 좋은 다리가 뻗어 나와 있다.
「···실비아 사령」
「어머나, 기억해 주셔서. 영광이에요, 총사령님」
정중한 말씨 안에는 미묘한 가시가 있었다.
「오래간만이군요. 1년만···인가요」
실비아는 로즈와 걸음을 맞추었다.
로즈와 실비아는 1년 전까지, 발키리의 미국 총사령부에서 함께 일하고 있었다. 당시는 실비아는 북미 사령관이었고, 로즈는 그녀의 직속 부관이었다.
「 승진 축하해요. 훌륭한 활약이었다고 하더군요.」
「······감사합니다」
「설마 나의 부관이었던 당신이, 어느새인가 나를 앞질러 총사령이 될 줄은···. 그 무렵엔 상상도 못했어요.」
네메시스를 격퇴한 공로로서 로즈는 2 계급 승진을 명령받아 단번에 세계의 발키리 사령부를 통괄하는 총사령관에게 임명되었다. 즉, 원래는 상관이었던 실비아를 앞질러, 그녀의 상사가 된 것이다.
「오늘은, 어떤 용건입니까?」
「어머나, 그런 공손한 말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당신 쪽이 지금은 계급이 위니까」
그렇다고 하면 오히려 실비아가 공손한 말을 사용하는 것이 맞겠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기분은 티끌만큼도 없는 것 같다.
실비아는 일부러 인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다가, 로즈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래요, 여기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니까, 다른 장소로 가죠. 그것이 미래가 있는 총사령님을 위해서이기도 하니까.」
로즈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빌딩 구석에 있는 회의실. 완전 방음의 이 방은 상당한 일이 아니면 사용되지 않는다.
「자.」
실비아가 권하는 대로 로즈는 방에 들어갔다. 방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한걸음, 그리고 두걸음. 걸은 찰나
「······!」
로즈는 방 한 구석을 향해 몸을 굳혔다 거기에는 형태 없는 어둠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필로메아, 이 사람은 손님이야. ···지금은, 말야.」
실비아가 웃듯이 말하고 방에 불을 켰다.
로즈가 향한 그 방향에는, 한사람의 소녀가 서 있었다.
실비아와는 대조적으로 은색 머리카락에 붉은 리본. 질 좋은 옷감으로 만들어진 침착한 디자인의 검은 원피스로 몸을 싸고 있다. 나이나 체구는 카네리아나 루피아와 큰 차이 없지만, 그 복장 때문인지, 약간 어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는 그런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카네리아나 루피아에게 보이는 풍부한 표정이, 그녀에게는 결핍 되어 있었다. 그것이 그녀의 존재를 이상하게 현실감 없게 하고 있었다.
특수한 형상의 나이프를 당장이라도 던질 듯한 자세를 하고 있던 그녀는, 실비아의 목소리를 듣고 그 자세를 풀고, 무표정인 채로 나이프를 자신의 긴 스커트안에 숨겨져 있는 칼집에 되돌려 넣었다.
「···상당한 인사군요. 요즘 미국 사령부에서는 인사 방법이 바뀌었습니까?」
「약간의 조크에요. 그렇다고 해도 로즈. 조금 감이 무디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옛날이라면 이 방에 들어 온 순간 눈치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조언, 감사합니다.」
실비아를 지그시 노려보며 로즈는 자리에 앉았다.
「모처럼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차라도 마시죠···쌓인 이야기도 있고, 어때요?」
실비아가 웃으면서 자리에 앉자, 필로메아라고 불린 소녀는, 실비아의 곁에 시녀처럼 자리해 두 사람에게 홍차를 따라주었다.
로즈는 그런 필로메아를 힐끗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질문했다.
「전과는 다른 아이네요. 그 아이는 어떻게?」
필로메아가 따라준 홍차를 마시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실비아가 대답했다.
「아아, 망가져서 이 아이로 바꿨어요.」
컵을 든 로즈의 손이 일순 멈췄다. 실비아는 그 상태를 보면서 아주 기쁜듯이,
「꽤 쓸모가 있는 아이니까, 전의 아이보다는 오래갈 것 같네요. 체술, 마력, 충성심··· 무엇이든 매우 훌륭해요. ···불필요한 주저가 없는 만큼 , 사념에 유혹받기 십상이었던 예전 당신보다 강할지도 몰라요.」
실비아는 필로메아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 시선은, 장인이 자신이 만들어낸 최고급 공예품을 응시하는 것 같은 황홀감으로 흘러넘치고 있엇다.
「·········변함 없이, 『인형 만들기』를 하고 있는 겁니까?」
로즈는 무표정을 가장하면서도, 실비아의 말에서 솟아오르는 본능적인 혐오감에 부지불식간에 말을 딱딱하게 했다.
그런 로즈를 놀리는 것처럼, 실비아는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상당히 심한 말투네요. 신과 신을 믿는 모든 선량한 사람들을 위해서 전부를 바치는···그 숭고한 사명에 그녀들은 눈을 떴을 뿐.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여학생을 속여 전장에 내보내고 있는 교사와 비교하면, 훨씬 정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실비아는 침묵을 지킨 채 홍차에 입을 대는 로즈를 보면서 킥킥 웃었다.
「···변함 없네요, 로즈, 당신은. 화나면 바로 입 다무는 버릇, 고쳐지지 않았네요.」
「···지금부터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간략하게 부탁하면 안 됩니까?」
불필요한 대화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듯한 로즈에게, 실비아는 한 장의 종이를 건네줬다. 조금 전 장관에게 보여 준 것과 같은 종이였다. 로즈는 대충 눈으로 훑어 보더니 의아스러운 표정을 띄웠다.
「···감찰?」
「그래요, 당신에게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거든.」
「···무슨말입니까.」
「내통이에요, 네메시스와의」
실비아는 모델 같은 긴 다리를 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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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로즈 의 시작
시간부족으로 중간에 잘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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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도 도쿄. 오가는 차들과 사람들의 소란이 사라질리 없는 이 거리에도, 제대로 된 크기의 공원과 녹지 몇 곳은 갖추어져 있어서 사람들의 휴식 장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녹지 중 하나에, 오랜 눈과 바람을 견디며 이어 내려 온 석조 교회가 있다는 것은, 그다지 많은 사람이 아는 것은 아니었다.
교회의 입구로 들어가면, 가지런하게 늘어 놓여 있는 목제 의자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정면에는 큰 십자가가 내걸어져 있고, 그 옆에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미소를 띤 성모 마리아상이 배치되어 있었다.
낮임에도, 교회 안은 어슴푸레하고 서늘했다. 단지 스테인드 글라스 넘어로 비치는 햇빛과 벽면에 늘어 서 있는 촛불만이 이 교회의 내부를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꾸밈 없는, 하지만 평온하고 엄숙한 그런 공간에 스테인드 글라스에 물든 빛을 받으면서, 검은 정장 차림의 젊은 여자 한명이 십자가 아래에서 눈을 감고 무릎을 꿇은 채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열심이시네요」
갑작스런 목소리에 젊은 여성은 일어서서,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수녀복으로 몸을 감싼, 중년 여성이 등 뒤에서 말을 건넸던 것이다.
「실례했어요. 저는 여기서 가까운 수도원에서 수녀를 하고 있습니다만, 좀처럼 여기에 기도하러 오시는 분이 없어서. 무심코, 신기해서」
성격이 좋아 보이는 수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계속했다.
「아니요 저도 오래간만입니다. 언제나 도쿄에 왔을 때는 여기에 오고 있어서. ···여기는 정말 좋은 곳입니다」
매끄러운 일본어였지만, 블론드의 머리카락과 푸른 눈은 전형적인 백인의 것이었다. 다만, 그 얼굴의 생김새는「전형」을 훨씬 웃돌고 있었다.
「어머, 외국 분이군요. 잘 오셨어요 일본에. 관광인가요?」
그 아무렇지도 않은 수녀의 질문에,
「아니요 inquisition···심문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장 차림의 여성은 조금 사이를 두고, 희미하게 미소지으면서 대답했다.
「······심문?」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말에 수녀가 당황하고 있을 때, 그녀의 뒤에서 소녀가 소리도 없이 나타났다. 십대 후반쯤 되었을까. 블론드 헤어에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정장의 여성과는 대조적으로, 은빛 머리카락에 검은 인형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실비아님, 시간입니다. 준비를」
「알았어요, 필로메아」
짧고 간단한, 영어로 대화를 주고 받은 후.
「그러면 시스터. 실례하겠습니다」
「···아니요 이쪽이야말로 방해를 해서···」
젊은 여성은 수녀를 향해 십자가를 그리며
「이 신이 없는 땅에서, 신에게 몸을 바칠 수 있었던 당신에게, 주의 은혜가 있기를」
하고 중얼거리고, 가볍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여자 아이도 수녀에게 깊게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여성을 쫓아 교회를 나갔다.
「···대체 뭐하는 분들이지···」
남겨진 수녀는 혼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2)■
한편, 같은 수도 도쿄 안에서도 또 다른 한쪽 외곽
수많은 비즈니스 거리중 한 곳에 우뚝 서 있는, 외관상으론 특별한 개성 없는, 그러나 그 실제로는, 최고도의 시큐러티로 물리적·전자적으로 방호되고 있는 인텔리젼스 빌딩 최상부의 문에는, 『사단법인 특수 재해 대책 기구』이라고 하는 간판이 걸려 있다.
공식적으로는, 지진·대화재 등의 대규모 재해에 대한 정보수집·기획 입안을 담당한다고 대외적으로 설명되고 있는 그 조직 안에서도 「『그 외 특수한 안건에 대한 대책』을 담당한다」라고 하는 어카운터빌리티(Accountability) 한켠에 눈에 띄지 않게 설명이 되어 있는 『특수 대책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방첩 조치가 베풀어진 이중의 우유빛 유리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곳의 한 방 안에는, 중년의 남자가 안경을 끌어 올리면서 부하에게서 받은 리포트를 대충 대충 훑어보고 있다. 그 앞에는 직립 부동의 젊은 여성이 선 채로, 상사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연락 할테니, 직무로 돌아가 게.」
「···실례하겠습니다.」
묘령의 정장 여성은, 가볍게 인사를 하고, 문을 열어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
「아, 잠깐, 시미즈군」
이름을 불린 그녀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때로부터 한참 지났는데, 몸 상태는 문제 없는가?」
「···아니요 건강 그 자체입니다만, 『장관』. 뭔가 신경 쓰이는 거라도」
「아니, 뭐, 아무리 발키리라고 해도, 그토록 험난한 싸움의 뒤니까. 잠깐 쉬어도 괜찮은 게 아닐까? 원래, 이제 교사를 계속할 필요도 없지 않나. 꽤 선생일과의 겸임도 힘들 텐데.」
시미즈군, 이라고 불린 그녀는 뒤를 돌아, 자신의 허리 높이 정도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응시했다.
한결 같이 쓸모없는 사람으로 유명한 남자는, 단순히 선의로 말하는 것일까.
「아니오. 저는 그 아이들을 좋아해서, 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그만두라고 말하신다면, 이쪽을 그만두겠습니다」
단호한 어조의 그녀.
「그, 그것은 곤란하데. 자네 정도의 인재를 잃는 것은···. 뭐 자네가 괜찮다고 한다면 아무 말도 할 생각은 없네. 로즈『총사령』」
시미즈 유카--로즈는 한번 더 깊게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갔다.
이른바 네메시스에 대항하기 위해서 세계 각지에 발키리 부대가 결성되는 한편, 표면적으로 그것을 공표할 수 없는 정부는, 이렇게 사람들의 눈을 피하듯이 조직을 은밀하게 결성해, 소질이 있는 인물을 훈련해, 네메시스에 대항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바로 요 전날까지다.
네메시스는 과감한 발키리의 활약에 의해 패배해 일부의 패잔 부대도 우주로 사라졌다.
요즘 이 대책과의 일은 거의 잔무 처리뿐이었다. 곧 이것도 불필요해지면 다른 부서 어디엔가 흡수되게 될 것이다.
남자가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면서 차를 마시며, 서류를 대충 훑어보고 있는데, 문이 노크 되었다.
「들어오게」
「실례합니다.」
문이 열리자, 검은 정장을 입은 여성이 들어 왔다. 로즈도 키가 컸지만, 그녀는 더욱 컸다. 아마 외모도 그녀와 비슷한 수준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가늘게 긴 눈썹, 커다란 눈동자, 붉은 입술. 날카로운 인상을 느끼게 하는 실루엣의 정장. 전체적으로 불안한 분위기가 그녀의 주위에는 감돌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 블론드의 요염한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의 색이 시선을 끈다. 그리고 피부의 색은, 동양인과는 한 차원 다른 하얀색이다.
「···아, 자네는···실비아 사령관···이었던가」
남자는 옛날 국제회의에서 만난 적이 있는 그녀의 이름을 떠올렸다.
「『통괄』사령관입니다, 장관」
「응, 그랬지.」
그녀의 미묘한 대답을 알아차린 기미도 없어, 장관으로 불린 남자는 변함없이 태평스럽게 차를 마셨다.
「 어째서 이런 변방에? 일본을 싫어하는 자네가, 구미 통괄 사령관의 일을 버려두고 관광이라도 올리는 없을 텐데.」
「물론, 출장입니다. 일이 목적이 아니라면 제 맘대로 올 생각은 없습니다.」
듣기 좋은, 완벽한 억양으로 발음되는 일본어였다.
「그건 훌륭한 마음일세. 시미즈 군도 그렇고, 실비아 군도 그렇고, 최근의 젊은이들은 모두 성실하군.」
「···시미즈 전문직은 안녕하십니까?」
전문직, 이라고 하는 것은 로즈의 공식상의 직무였다. 발키리의 존재를 공공연하게 드러낼 수 없는 이상, 「사령관」이라고 하는 관직명은 붙일 수가 없었다.
「내가 놀랄 정도로 건강 그 자체지. 도저히 그 사선에서 겨우 빠져나왔다고는 생각할 수 없지. 아, 그렇지 , 그녀는 『수석』전문직으로 승격했네, 요전에」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녀의 음성은, 미묘하게 굳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출장이라니, 이렇게 갑자기. 연락이고 뭐고 없이.」
「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다만, 미리 연락할 수는 없는 용건이었기 때문에」
굳어지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간신히 느슨해졌다.
그녀는 수중의 얇은 가방에서 서류를 한 장 꺼내,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영어로 딱딱하게 타이핑 된 문장에는, 미국의 발키리를 통괄하는 조직의 공인이 찍혀 있었다.
「『특명 감찰』?」
「네」
「···이건 좋지 않은데. 하지만, 우리는 유용하는 예산도 그다지 없는데···」
「···아니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좀 더 중대한··· 기강에 관련되는 것입니다」
남자가 다시 의자에 깊게 몸을 파묻자 , 끼긱하고 의자가 울었다.
「···뭐, 그런 것이라면, 내가 운운할 이야기도 없군. 아무쪼록 좋을 대로 감찰이든 검문이든 해 주게. 하지만, 두드려도 먼지는커녕 티 하나 나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네.」
「···깊은 배려, 감사합니다.」
실비아는, 로즈와 같이 깊게 고개를 숙이면서 미소 지었다.
복도를 걷는 로즈에게 목소로가 들려왔다.
「오래간만이군요. 로즈」
높게 퍼지는 소프라노의 목소리. 그녀가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키가 큰 여성이 서 있었다. 검은 정장에 어깨까지 자란 블론드 헤어. 무릎 위까지 밖에 닿지 않는 타이트스커트에서는, 스타킹에 싸인 희고 모양 좋은 다리가 뻗어 나와 있다.
「···실비아 사령」
「어머나, 기억해 주셔서. 영광이에요, 총사령님」
정중한 말씨 안에는 미묘한 가시가 있었다.
「오래간만이군요. 1년만···인가요」
실비아는 로즈와 걸음을 맞추었다.
로즈와 실비아는 1년 전까지, 발키리의 미국 총사령부에서 함께 일하고 있었다. 당시는 실비아는 북미 사령관이었고, 로즈는 그녀의 직속 부관이었다.
「 승진 축하해요. 훌륭한 활약이었다고 하더군요.」
「······감사합니다」
「설마 나의 부관이었던 당신이, 어느새인가 나를 앞질러 총사령이 될 줄은···. 그 무렵엔 상상도 못했어요.」
네메시스를 격퇴한 공로로서 로즈는 2 계급 승진을 명령받아 단번에 세계의 발키리 사령부를 통괄하는 총사령관에게 임명되었다. 즉, 원래는 상관이었던 실비아를 앞질러, 그녀의 상사가 된 것이다.
「오늘은, 어떤 용건입니까?」
「어머나, 그런 공손한 말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당신 쪽이 지금은 계급이 위니까」
그렇다고 하면 오히려 실비아가 공손한 말을 사용하는 것이 맞겠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기분은 티끌만큼도 없는 것 같다.
실비아는 일부러 인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다가, 로즈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래요, 여기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니까, 다른 장소로 가죠. 그것이 미래가 있는 총사령님을 위해서이기도 하니까.」
로즈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빌딩 구석에 있는 회의실. 완전 방음의 이 방은 상당한 일이 아니면 사용되지 않는다.
「자.」
실비아가 권하는 대로 로즈는 방에 들어갔다. 방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한걸음, 그리고 두걸음. 걸은 찰나
「······!」
로즈는 방 한 구석을 향해 몸을 굳혔다 거기에는 형태 없는 어둠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필로메아, 이 사람은 손님이야. ···지금은, 말야.」
실비아가 웃듯이 말하고 방에 불을 켰다.
로즈가 향한 그 방향에는, 한사람의 소녀가 서 있었다.
실비아와는 대조적으로 은색 머리카락에 붉은 리본. 질 좋은 옷감으로 만들어진 침착한 디자인의 검은 원피스로 몸을 싸고 있다. 나이나 체구는 카네리아나 루피아와 큰 차이 없지만, 그 복장 때문인지, 약간 어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는 그런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카네리아나 루피아에게 보이는 풍부한 표정이, 그녀에게는 결핍 되어 있었다. 그것이 그녀의 존재를 이상하게 현실감 없게 하고 있었다.
특수한 형상의 나이프를 당장이라도 던질 듯한 자세를 하고 있던 그녀는, 실비아의 목소리를 듣고 그 자세를 풀고, 무표정인 채로 나이프를 자신의 긴 스커트안에 숨겨져 있는 칼집에 되돌려 넣었다.
「···상당한 인사군요. 요즘 미국 사령부에서는 인사 방법이 바뀌었습니까?」
「약간의 조크에요. 그렇다고 해도 로즈. 조금 감이 무디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옛날이라면 이 방에 들어 온 순간 눈치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조언, 감사합니다.」
실비아를 지그시 노려보며 로즈는 자리에 앉았다.
「모처럼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차라도 마시죠···쌓인 이야기도 있고, 어때요?」
실비아가 웃으면서 자리에 앉자, 필로메아라고 불린 소녀는, 실비아의 곁에 시녀처럼 자리해 두 사람에게 홍차를 따라주었다.
로즈는 그런 필로메아를 힐끗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질문했다.
「전과는 다른 아이네요. 그 아이는 어떻게?」
필로메아가 따라준 홍차를 마시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실비아가 대답했다.
「아아, 망가져서 이 아이로 바꿨어요.」
컵을 든 로즈의 손이 일순 멈췄다. 실비아는 그 상태를 보면서 아주 기쁜듯이,
「꽤 쓸모가 있는 아이니까, 전의 아이보다는 오래갈 것 같네요. 체술, 마력, 충성심··· 무엇이든 매우 훌륭해요. ···불필요한 주저가 없는 만큼 , 사념에 유혹받기 십상이었던 예전 당신보다 강할지도 몰라요.」
실비아는 필로메아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 시선은, 장인이 자신이 만들어낸 최고급 공예품을 응시하는 것 같은 황홀감으로 흘러넘치고 있엇다.
「·········변함 없이, 『인형 만들기』를 하고 있는 겁니까?」
로즈는 무표정을 가장하면서도, 실비아의 말에서 솟아오르는 본능적인 혐오감에 부지불식간에 말을 딱딱하게 했다.
그런 로즈를 놀리는 것처럼, 실비아는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상당히 심한 말투네요. 신과 신을 믿는 모든 선량한 사람들을 위해서 전부를 바치는···그 숭고한 사명에 그녀들은 눈을 떴을 뿐.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여학생을 속여 전장에 내보내고 있는 교사와 비교하면, 훨씬 정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실비아는 침묵을 지킨 채 홍차에 입을 대는 로즈를 보면서 킥킥 웃었다.
「···변함 없네요, 로즈, 당신은. 화나면 바로 입 다무는 버릇, 고쳐지지 않았네요.」
「···지금부터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간략하게 부탁하면 안 됩니까?」
불필요한 대화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듯한 로즈에게, 실비아는 한 장의 종이를 건네줬다. 조금 전 장관에게 보여 준 것과 같은 종이였다. 로즈는 대충 눈으로 훑어 보더니 의아스러운 표정을 띄웠다.
「···감찰?」
「그래요, 당신에게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거든.」
「···무슨말입니까.」
「내통이에요, 네메시스와의」
실비아는 모델 같은 긴 다리를 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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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로즈 의 시작
시간부족으로 중간에 잘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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