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하기 위해선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고들 한다. 그만큼 요즘 세상은 일할 것도... 일할 곳도 부족하다. 인구가 늘어나고 다양한 직업이 만들어졌지만 정작 나의 일자리는 쉽게 찾기 힘들다. 왜 이런 세상에 태어났는지... 왜 이런 고통과 싸워야 하는지 내 의지와 상관없는 세상의 흐름에 반기를 들고 싶다.
“태수야, 오늘은 뭐하고 보내지?”
한적한 공원 한편, 나의 친구 상훈이는 벤치에 앉아 막연한 시간만을 보내고 있다. 상훈이도 나와 함께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다. 일명 취준생. 언제쯤 이 무루한 시간의 끝에 도착할 수 있을까.
“글쎄다... 이런 무루함이 반복되면 될수록 나의 인내심에 한계가 온다.”
“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공부나 해.”
“망할...”
창공의 하늘은 참 맑다. 내 현재와 미래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한숨을 푹 쉬며 벤치 등받이에 기대어 나의 무능함과 현실을 비관하던 그때...
“펄럭~ 펄럭~”
“응? 이... 이건 뭐야?”
“전단지가 어디서 날아온 거지?”
내 얼굴에 정확히 착지한 전단지 한 장을 확인하고 나의 인생은 바뀌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나에게 엄청난 변화가 함께 진행되었다.
“환경미화원... 급구.”
“환경미화원? 이거... 이렇게도 모집하나? 정식으로 시험보고 체력 테스트 하는 것 아니었나?”
“사람이 없나보지.”
“사람이 없다고? 일할 사람이 없다는 말인가?”
“설마...”
“환경미화원이라...”
“풋... 너 설마 그걸 하려는 것은 아니지?”
“그래도 공무원이잖아.”
“공무원, 공무원... 참, 말이 쉽지... 우리처럼 취업도 못하는 주제에... 공무원이라... 나 잠시 웃어도 되냐?”
“안 돼.”
“푸하하하!”
“안 된다고 했잖아.”
“그냥, 그냥 막 웃겨. 킥킥킥...”
“씨댕...”
“꿈 깨, 그냥 취업이나 준비해서 돈 벌고 장가나 갈 생각... 야!”
“내가 연락할게! 나 먼저 간다!”
“태수야, 이태수!!”
“후다닥...!”
“저... 저런 미친 새끼...”
전단지 안에 쓰여 있는 장소로 불이나케 달린다. 어쩌면 이게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었으니까 말이다. 내가 있던 공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그곳에서 날아온 한 장의 전단지를 들고 도착했다. 내 눈앞에 쓰여져 있는 간판...
“소원자원.”
“자... 자원? 그냥 고물상 같은데...”
이상했다. 고물상에서 환경미화원을 모집하고 있다니. 처음부터 뭔가 제대로 맞아 떨어지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뭘까... 이 불안함과 배신감은...
“누구요?”
“아, 여기... 여기서 환경미화원을 모집한다고 하는 전단지를 봤는데...”
“응?”
“그... 그렇죠? 뭔가 잘 못된 거죠? 고물상에서 환경미화원이라니... 구청도 아니고.”
“......”
“죄송합니다. 잘 못 온 것 같네요.”
돌아서는 나를 향해 고물상 주인으로 보이는 한 할아버지가 묻는다.
“기본급 100만 원, 돈 되는 거 많이 주어오면 수당주고... 한 달 150만 원 보장.”
“네?!”
“결정해. 일할 건지 말 건지.”
“......”
너무 갑작스러웠다. 환경미화원을 뽑는다는 전단지를 보고 달려온 고물상에서 들은 나의 급여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던 그때 할아버지는 다시 말한다.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아. 복잡하게 고민하지 마.”
“꿀꺽...”
“할래? 말래?”
“하... 하겠습니다.”
“음... 힘은 좀 쓸 줄 알고?”
“어떤 힘을...?”
“자, 이거 들어 봐. 저기 보이는 곳까지 들고 가 봐.”
“툭!”
할어버지는 내 앞에 책을 쌓아 묶어 놓은 더미를 내려 놓았다. 일종에 체력 테스트 같은 것이었나 보다. 내 나이 올해 27살, 또래의 친구들보다 운동신경이 발달 되어 있어 조기축구도 할 만큼 체력은 자신이 있었다.
“끙...”
“오, 힘은 좋구만. 합격.”
“......”
그렇게 시작한 나의 첫 직장. 그곳은 바로 소원자원, 아니... 고물상이었다. 하루 반나절 대화도 없이 고물상 안의 물건을 정리만 하던 나에게 할아버지가 요구르트를 하나 들고 오시며 말을 거신다.
“먹으면서 해.”
“감... 감사합니다.”
“쪽쪽쪽...”
“시원해? 일도 열심히 잘하는 구만.”
“......”
“뭐하던 친구야? 취업 준비했어?”
“네...”
“대학 졸업하고 갈 곳이 없지? 하긴, 요즘은 일하는 게 어디 쉬워.”
“할... 할아버지.”
“뭐라고? 할아버지?!”
“네? 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서...”
“사장님이라고 해야지! 내가 널 고용했잖아.”
“아, 네... 사장님. 질문이 있는데요.”
“......”
자신에게 사장님이라고 불러달라는 할아버지에게 질문을 하려하자 탐탁치 않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노려보며 대답한다.
“질문이 길면 하지 말고 짧으면 해.”
“그... 그게... 환... 환경미화원을 뽑는다고 해서 왔는데...”
“응. 그랬지.”
“그런데 고물상에서 환경미화원을 왜 뽑나요?”
“환경미화원이 뭔데?”
“네?”
“바닥에 쓰레기 있으면 치우고 마을 깨끗하게 하는 사람이 환경미화원 아니야?”
“그렇죠...”
“그럼 된 거지. 뭐가 불만이야?”
“아니, 제 말은 구청에서 관리하고 운영하는...”
“얌마, 나도 세금내고 다 해. 그럼 된 거잖아.”
“......”
“뭐야? 일하기 싫어?”
“아...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요.”
“우리도 환경미화원이야. 물론 나라에서 월급 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 똑같은 거야.”
“......”
“반나절 말도 없이 열심히 일을 하길래 목이라도 축이라는 차원에서 잠시 말 걸어 줬더니 정신이 너무 해이해 진거 같아.”
“아닙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저기 보이는 곳 있지. 저기... 저기.”
“어디요?”
“저기 책들 잔득 쌓여 있잖아. 시력이 몇 이야?”
“아, 네. 보입니다.”
“그곳 다 정리해. 그리고 퇴근.”
“네? 저 많은 걸요?”
“일 해.”
사장이 나에게 일을 시킨 곳은 재활용 폐지가 잔득 쌓여 있는 곳이었다. 그건 사람이 손으로 정리할 일이 아니었다. 기계가 와서 정리를 해야 할 만큼 광대한 양이 쌓여 있었고 이걸 다 정리하려면 며칠은 손을 대야 할 정도 같았다. 한숨이 나왔지만 의도치 않은 첫 직장이란 사명감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정리를 시작한다.
“책은 책끼리, 폐지는 폐지끼리 잘 정리해 놔. 나는 잠깐 요 앞에 있는 은행에 다녀올게.”
“아, 네. 다녀오세요.”
“대충하려고 하지 말고 제대로 해. 알았어?”
“네...”
내 눈 앞에서 사장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고 입에서 자동적으로 투덜거림이 시작되었다. 그러면서도 열심히 정리를 하던 중 재미있는 노트를 한 권 발견하였다. 투박한 표지에 찐한 금장으로 제목이 쓰여 있는 얇은 책이었다.
“진짜 금인가? 뭐라고 쓰여 있는 거야? 다... 다이어리?”
아마도 누군가의 일기장이었던 것 같다. 그리 두껍지 않았고 전체 페이지가 10장정도 되는 책이었다. 하얗게 묻어 있는 먼지를 털어내고 다이어리의 첫 장을 펼쳐 본다.
“누군가 나를 괴롭히는데... 그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다. 버스에 치어 죽었으면 좋겠다.”
섬뜩한 첫 문구에 이 일기장을 버린 사람이 누군가를 증오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얼마나 괴롭혔으면 일기장에 이런 내용을 적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 글이 작성된 맨 마지막 줄에 날짜도 적혀 있었다.
“2015년 5월 9일.”
“얼마 안 된 내용이네. 이 사람... 그렇다고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글을 적다니... 못 된 사람이네.”
혼잣말을 흥얼거리던 중 내 발에 닿은 신문을 발견하였다. 그 신문이 발행된 날자는 바로 2015년 5월 9일자 신문이었다. 그 신문 1면을 장식한 사건은...
“버스에 치어 죽은 남자, 비운의 교통사고.”
“응? 이게... 뭐지?”
다이어리에 쓰여진 날짜와 같은 날, 신문 1면에는 버스에 치어 죽은 사람의 기사가 보도되어 있었다. 그저 우연의 일치라 생각하고 다이어리의 다음 장을 펼쳐본다.
“죽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남긴 빌딩이 남아 있다. 그 빌딩이 무너졌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죽은 남자의 집안이 몰락할 수 있으니...”
나에게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우연하게 맞아 떨어지는 다이어리의 내용과 신문 기사의 내용. 나는 다음 장에 쓰여진 글의 날짜를 확인해 본다.
“2015년 5월 13일.”
“......”
서둘러 바닥에 수북이 쌓여 있는 신문들을 뒤지기 시작한다. 2015년 5월 13일자 신문을 찾기 위해서다. 그리고 발견한 해당 날짜의 신문 1면.
“건물이 무너져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 부실 공사 조사 착수.”
“이... 이럴 수가...”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낀다. 다이어리에 적힌 글이 실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이어리의 다음 장을 넘겨본다. 또 한 줄의 일기가 적혀 있다. 나는 그 다이어리가 신기했고 마치 우연치고는 너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부분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설마... 그냥 우연의 일치겠지.”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 내용은...
“나는 이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 이제... 나도 그만 이 세상에서 떠나고 싶을 뿐... 그래도 죽을 거라면 높은 하늘을 날다 죽고 싶다.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며...”
다이어리의 원래 주인이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남겼음을 발견하고 그 내용에 대해 풀이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높은 하늘을 날다 죽고 싶다’라는 표현을 썼다면... 이건 항공사고가 분명했고 신문 기사에 의존하지 않고 최근 있었던 사건사고를 떠올려본다. 글이 적혀 있는 날짜는 2015년 12월 1일... 그렇다면...
“설... 설마... 그 사고가...”
나는 서둘러 12월 1일자 신문을 찾기 시작한다. 내 기억이 맞다면 몇 달 전, 항공기 추락사고가 있었다. 설마... 설마... 그 사고와 연관이 되어 있었던 것일까.
“찾... 찾았다!”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는 헤드라인 뉴스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제주도로 향하던 우리나라 항공기 추락! 탑승자 전원 사망!”
“......”
모든 것이 딱 맞아 떨어져갔다. 마치 계획이라도 되어 있던 듯... 계획이 아니라면 예견이라도 했던 일들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맞아 떨어진다. 12월 1일 이후의 작성된 다이어리를 없었다. 원 주인이 죽었을 확률이 높다.
“정말 이 일기장은 모든 사고를 예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글들은 주인의 소원처럼 보이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믿을 수 없었고 믿겨지지 않았다. 그저 누군가 장난을 쳐 놓은 것일 거라 믿고 싶었다. 의미없이 고개를 들어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의 간판을 올려다본다.
“소원자원...”
호기심 또는 장난으로 작성한 글이 실제 일어난다면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신기한 다이어리라면 어떠한 댓가를 치루더라도 한 번쯤 작성해 보고 싶은 판타지 같은 일이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바로 이곳 폐지더미 위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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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해주세요^^
“태수야, 오늘은 뭐하고 보내지?”
한적한 공원 한편, 나의 친구 상훈이는 벤치에 앉아 막연한 시간만을 보내고 있다. 상훈이도 나와 함께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다. 일명 취준생. 언제쯤 이 무루한 시간의 끝에 도착할 수 있을까.
“글쎄다... 이런 무루함이 반복되면 될수록 나의 인내심에 한계가 온다.”
“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공부나 해.”
“망할...”
창공의 하늘은 참 맑다. 내 현재와 미래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한숨을 푹 쉬며 벤치 등받이에 기대어 나의 무능함과 현실을 비관하던 그때...
“펄럭~ 펄럭~”
“응? 이... 이건 뭐야?”
“전단지가 어디서 날아온 거지?”
내 얼굴에 정확히 착지한 전단지 한 장을 확인하고 나의 인생은 바뀌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나에게 엄청난 변화가 함께 진행되었다.
“환경미화원... 급구.”
“환경미화원? 이거... 이렇게도 모집하나? 정식으로 시험보고 체력 테스트 하는 것 아니었나?”
“사람이 없나보지.”
“사람이 없다고? 일할 사람이 없다는 말인가?”
“설마...”
“환경미화원이라...”
“풋... 너 설마 그걸 하려는 것은 아니지?”
“그래도 공무원이잖아.”
“공무원, 공무원... 참, 말이 쉽지... 우리처럼 취업도 못하는 주제에... 공무원이라... 나 잠시 웃어도 되냐?”
“안 돼.”
“푸하하하!”
“안 된다고 했잖아.”
“그냥, 그냥 막 웃겨. 킥킥킥...”
“씨댕...”
“꿈 깨, 그냥 취업이나 준비해서 돈 벌고 장가나 갈 생각... 야!”
“내가 연락할게! 나 먼저 간다!”
“태수야, 이태수!!”
“후다닥...!”
“저... 저런 미친 새끼...”
전단지 안에 쓰여 있는 장소로 불이나케 달린다. 어쩌면 이게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었으니까 말이다. 내가 있던 공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그곳에서 날아온 한 장의 전단지를 들고 도착했다. 내 눈앞에 쓰여져 있는 간판...
“소원자원.”
“자... 자원? 그냥 고물상 같은데...”
이상했다. 고물상에서 환경미화원을 모집하고 있다니. 처음부터 뭔가 제대로 맞아 떨어지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뭘까... 이 불안함과 배신감은...
“누구요?”
“아, 여기... 여기서 환경미화원을 모집한다고 하는 전단지를 봤는데...”
“응?”
“그... 그렇죠? 뭔가 잘 못된 거죠? 고물상에서 환경미화원이라니... 구청도 아니고.”
“......”
“죄송합니다. 잘 못 온 것 같네요.”
돌아서는 나를 향해 고물상 주인으로 보이는 한 할아버지가 묻는다.
“기본급 100만 원, 돈 되는 거 많이 주어오면 수당주고... 한 달 150만 원 보장.”
“네?!”
“결정해. 일할 건지 말 건지.”
“......”
너무 갑작스러웠다. 환경미화원을 뽑는다는 전단지를 보고 달려온 고물상에서 들은 나의 급여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던 그때 할아버지는 다시 말한다.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아. 복잡하게 고민하지 마.”
“꿀꺽...”
“할래? 말래?”
“하... 하겠습니다.”
“음... 힘은 좀 쓸 줄 알고?”
“어떤 힘을...?”
“자, 이거 들어 봐. 저기 보이는 곳까지 들고 가 봐.”
“툭!”
할어버지는 내 앞에 책을 쌓아 묶어 놓은 더미를 내려 놓았다. 일종에 체력 테스트 같은 것이었나 보다. 내 나이 올해 27살, 또래의 친구들보다 운동신경이 발달 되어 있어 조기축구도 할 만큼 체력은 자신이 있었다.
“끙...”
“오, 힘은 좋구만. 합격.”
“......”
그렇게 시작한 나의 첫 직장. 그곳은 바로 소원자원, 아니... 고물상이었다. 하루 반나절 대화도 없이 고물상 안의 물건을 정리만 하던 나에게 할아버지가 요구르트를 하나 들고 오시며 말을 거신다.
“먹으면서 해.”
“감... 감사합니다.”
“쪽쪽쪽...”
“시원해? 일도 열심히 잘하는 구만.”
“......”
“뭐하던 친구야? 취업 준비했어?”
“네...”
“대학 졸업하고 갈 곳이 없지? 하긴, 요즘은 일하는 게 어디 쉬워.”
“할... 할아버지.”
“뭐라고? 할아버지?!”
“네? 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서...”
“사장님이라고 해야지! 내가 널 고용했잖아.”
“아, 네... 사장님. 질문이 있는데요.”
“......”
자신에게 사장님이라고 불러달라는 할아버지에게 질문을 하려하자 탐탁치 않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노려보며 대답한다.
“질문이 길면 하지 말고 짧으면 해.”
“그... 그게... 환... 환경미화원을 뽑는다고 해서 왔는데...”
“응. 그랬지.”
“그런데 고물상에서 환경미화원을 왜 뽑나요?”
“환경미화원이 뭔데?”
“네?”
“바닥에 쓰레기 있으면 치우고 마을 깨끗하게 하는 사람이 환경미화원 아니야?”
“그렇죠...”
“그럼 된 거지. 뭐가 불만이야?”
“아니, 제 말은 구청에서 관리하고 운영하는...”
“얌마, 나도 세금내고 다 해. 그럼 된 거잖아.”
“......”
“뭐야? 일하기 싫어?”
“아...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요.”
“우리도 환경미화원이야. 물론 나라에서 월급 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 똑같은 거야.”
“......”
“반나절 말도 없이 열심히 일을 하길래 목이라도 축이라는 차원에서 잠시 말 걸어 줬더니 정신이 너무 해이해 진거 같아.”
“아닙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저기 보이는 곳 있지. 저기... 저기.”
“어디요?”
“저기 책들 잔득 쌓여 있잖아. 시력이 몇 이야?”
“아, 네. 보입니다.”
“그곳 다 정리해. 그리고 퇴근.”
“네? 저 많은 걸요?”
“일 해.”
사장이 나에게 일을 시킨 곳은 재활용 폐지가 잔득 쌓여 있는 곳이었다. 그건 사람이 손으로 정리할 일이 아니었다. 기계가 와서 정리를 해야 할 만큼 광대한 양이 쌓여 있었고 이걸 다 정리하려면 며칠은 손을 대야 할 정도 같았다. 한숨이 나왔지만 의도치 않은 첫 직장이란 사명감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정리를 시작한다.
“책은 책끼리, 폐지는 폐지끼리 잘 정리해 놔. 나는 잠깐 요 앞에 있는 은행에 다녀올게.”
“아, 네. 다녀오세요.”
“대충하려고 하지 말고 제대로 해. 알았어?”
“네...”
내 눈 앞에서 사장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고 입에서 자동적으로 투덜거림이 시작되었다. 그러면서도 열심히 정리를 하던 중 재미있는 노트를 한 권 발견하였다. 투박한 표지에 찐한 금장으로 제목이 쓰여 있는 얇은 책이었다.
“진짜 금인가? 뭐라고 쓰여 있는 거야? 다... 다이어리?”
아마도 누군가의 일기장이었던 것 같다. 그리 두껍지 않았고 전체 페이지가 10장정도 되는 책이었다. 하얗게 묻어 있는 먼지를 털어내고 다이어리의 첫 장을 펼쳐 본다.
“누군가 나를 괴롭히는데... 그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다. 버스에 치어 죽었으면 좋겠다.”
섬뜩한 첫 문구에 이 일기장을 버린 사람이 누군가를 증오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얼마나 괴롭혔으면 일기장에 이런 내용을 적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 글이 작성된 맨 마지막 줄에 날짜도 적혀 있었다.
“2015년 5월 9일.”
“얼마 안 된 내용이네. 이 사람... 그렇다고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글을 적다니... 못 된 사람이네.”
혼잣말을 흥얼거리던 중 내 발에 닿은 신문을 발견하였다. 그 신문이 발행된 날자는 바로 2015년 5월 9일자 신문이었다. 그 신문 1면을 장식한 사건은...
“버스에 치어 죽은 남자, 비운의 교통사고.”
“응? 이게... 뭐지?”
다이어리에 쓰여진 날짜와 같은 날, 신문 1면에는 버스에 치어 죽은 사람의 기사가 보도되어 있었다. 그저 우연의 일치라 생각하고 다이어리의 다음 장을 펼쳐본다.
“죽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남긴 빌딩이 남아 있다. 그 빌딩이 무너졌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죽은 남자의 집안이 몰락할 수 있으니...”
나에게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우연하게 맞아 떨어지는 다이어리의 내용과 신문 기사의 내용. 나는 다음 장에 쓰여진 글의 날짜를 확인해 본다.
“2015년 5월 13일.”
“......”
서둘러 바닥에 수북이 쌓여 있는 신문들을 뒤지기 시작한다. 2015년 5월 13일자 신문을 찾기 위해서다. 그리고 발견한 해당 날짜의 신문 1면.
“건물이 무너져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 부실 공사 조사 착수.”
“이... 이럴 수가...”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낀다. 다이어리에 적힌 글이 실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이어리의 다음 장을 넘겨본다. 또 한 줄의 일기가 적혀 있다. 나는 그 다이어리가 신기했고 마치 우연치고는 너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부분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설마... 그냥 우연의 일치겠지.”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 내용은...
“나는 이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 이제... 나도 그만 이 세상에서 떠나고 싶을 뿐... 그래도 죽을 거라면 높은 하늘을 날다 죽고 싶다.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며...”
다이어리의 원래 주인이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남겼음을 발견하고 그 내용에 대해 풀이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높은 하늘을 날다 죽고 싶다’라는 표현을 썼다면... 이건 항공사고가 분명했고 신문 기사에 의존하지 않고 최근 있었던 사건사고를 떠올려본다. 글이 적혀 있는 날짜는 2015년 12월 1일... 그렇다면...
“설... 설마... 그 사고가...”
나는 서둘러 12월 1일자 신문을 찾기 시작한다. 내 기억이 맞다면 몇 달 전, 항공기 추락사고가 있었다. 설마... 설마... 그 사고와 연관이 되어 있었던 것일까.
“찾... 찾았다!”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는 헤드라인 뉴스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제주도로 향하던 우리나라 항공기 추락! 탑승자 전원 사망!”
“......”
모든 것이 딱 맞아 떨어져갔다. 마치 계획이라도 되어 있던 듯... 계획이 아니라면 예견이라도 했던 일들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맞아 떨어진다. 12월 1일 이후의 작성된 다이어리를 없었다. 원 주인이 죽었을 확률이 높다.
“정말 이 일기장은 모든 사고를 예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글들은 주인의 소원처럼 보이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믿을 수 없었고 믿겨지지 않았다. 그저 누군가 장난을 쳐 놓은 것일 거라 믿고 싶었다. 의미없이 고개를 들어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의 간판을 올려다본다.
“소원자원...”
호기심 또는 장난으로 작성한 글이 실제 일어난다면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신기한 다이어리라면 어떠한 댓가를 치루더라도 한 번쯤 작성해 보고 싶은 판타지 같은 일이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바로 이곳 폐지더미 위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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