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비윤리적인 내용과 묘사를 담고 있습니다.현실에서 이런 행위는 범죄행위입니다.현실과 환상을 구분해주시기 바랍니다.내용에는 SM,강간,고문등이 있을수 있습니다.]
드디어 모니터를 19인치 lcd로 바f습니다.crt모니터보다 좋은 건 솔직히 눈이 편한 것보다 부피를 덜 차지해서 책상이 넓어 보여서 좋군요.^^;;
간격이 너무 넓어 읽기 힘들다는 지적이 들어와 조금 줄이려고 해봤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어쩌다 두줄을 띄우고 택스트에서 게시판으로 복사해 붙여넣기를 하면 글간격이 다시 좁아지는 일이 있어 충분히 간격을 벌리는 버릇이 붙어서 그런것 같습니다.
이번편과 다음편은 시간적으로 아크가 몬스터사냥을 하는 시점에서 조금 전의 이야기입니다.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또 앴찌씬 전무입니다.죄송.......ㅠㅠ
47.쥬하텐의 망상
이야기는 아크가 플로린중부의 몬스터토벌작전을 시작하기 한달반전,그러니까 카푸안에서 아들의 복수를 마친 시라니안이 로키안과 대처한 북부전선으로 귀환한 시점으로 잠시 거슬러 올라간다.
유리아는 투에니강을 경계로 해서 로키안과 대치하고 있었다.엄정한 군기를 갖춘 유리아군이지만 이미 전년도의 호플레카전투에서 동맹군이 상실한 고급전력의 차는 몇년정도로 메꿀수 있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더해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강중 하나인 투에니강건너편에 있는 로키안군이 감히 이곳으로 쳐들어오진 못 할것이라는 생각때문에 군기는 상당히 이완되어 있었다.유리아군은 언제든지 도하할수 있는 준비만을 갖추라는 명령만 내려져 있을 뿐 공격태세를 갖추고 있지 않았지만 허수아비인 로키안군따위는 강만 건너가면 언제든 짓밟아버릴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고 사실 강변경계보다는 이미 석권한 로키안영토의 절반의 관리에 주력하고 있었다.비교적 로키안의 지방영주들은 유리아의 군사적승리를 인정하고 호플레카전투이후 강을 건너 로키안으로 도망간 자들을 빼고 저항없이 항복했지만 플로린보다는 어느정도의 역량이 있는 귀족들이 많은 편이라 빈틈을 보이는 것은 위험했기 때문이다.
유리아군의 보급부대의 하급장교 거스만은 강변을 최전선에서 대치하고 있는 병사들의 식량을 나르면서 내심 한숨을 쉬고 있었다.
"휴우.....저번 전투에서 나도 최전선이었다면 큰 공로를 세웠을지도 모르는데.이런 보급부대라서 아직까지 하급장교라니......"
유리아의 완승으로 끝난 저번 호플레카전투는 유리아장병들에게 정말 공을 세울 푸짐한 기회가 널려 있었다.그의 동기중에는 운좋게 적의 백작급기사한명을 사로잡아 남작의 작위를 하사받은 자까지 있었다.하지만 보급부대의 장교였던 거스만은 이런 횡재(?)를 할 기회가 전혀 없었고 그는 자신만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고 툴툴거리며 부하들만 들볶고 있었다.손에 쥔 술명을 다시 들이키는 거스만의 모습을 보고 부관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충고했다.
"저,대장님.곧 도착하는데 술냄새를 풍기시면......."
"젠장!너까지 지랄이냐?어차피 아무일도 없는데 좀 마시면 어디가 어때!나도 좀 재수만 있었으면 큰 공을 세울수도 있었는데 이놈의 보급부대따위에만 근무하는 바람에......."
신경질을 내면서 연신 술을 들이키는 거스만의 모습을 보면서 부관은 부아가 터져 속으로 투덜거렸다.
"제기랄!재수때문이냐?그놈의 술버릇때문이지?"
아크의 아버지 얀은 최전선에서 공을 세우는 군인들에 비해 군인의 공을 포상하는 방법에 업무평점을 매기는 방법을 최초로 도입해서 설사 보급부대나 후방의 방어부대라도 자신의 업무에 충실할 경우 어느정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었고 그 산출기준은 매년 자신의 전선의 위험도,업무의 난이도등을 고려해서 검증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사 눈에 안띄는 업무라도 자신의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좋은 결과를 낼수도 있었다.
그러나 거스만의 경우 워낙 술을 좋아하는데다가 사람이 기분파라서 툭하면 일을 내팽개치고 해서 군기가 엄정한 유리아군에서 여러차례 제재를 받은 경력 탓에 매번 불이익을 받았던 것이다.
지금도 아무리 안전지대라지만 대장이 갑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고 말위에서 술에 취해 비틀대고 있으니 나머지 병사들의 상태도 완전 개판이었다.만약 감사에 걸리면 즉결처분을 당해도 할말이 없을 정도의 상태였지만 이미 전승분위기에 취한 유리아다 보니 예전과는 다르게 웬만하면 군기이완도 눈감아주고 있었던 것이다.이번에 거스만이 이끄는 수송부대는 강변의 유리아군 진지를 차례로 돌면서 채소류를 분배하는 것이 임무였다.유리아군은 얀대제가 병사들의 보급품개선에서 식단의 균형을 육류와 채소,곡식류를 최소한의 보급한도를 정해두었기 때문에 식단에 반드시 일정량의 채소가 들어가야 했다.얼마전 식량보급의 행정착오로 각 부대에 채소가 미달되었으므로 거스만의 부대는 미달분의 채소를 추가보급하란 명령을 받고 이렇게 차례로 진지를 돌고 있는 것이었다.
총 11개의 진지중 6개를 돈 보급부대행렬은 7번째 진지가 얼마 안남은 길에서 갈림길을 만났다.직진하는 길은 프라바넨이란 꽤 긴 숲사이로 난 오솔길에 가까웠고 우회하는 길은 탁 트인 대로였지만 시간이 세배정도 더 걸렸다.
"오솔길이라지만 수레는 지나갈수 있지 않나?빠른 길로 간다."
"대장님,날이 어두워져가니 큰 길로 가는게 어떨까요?"
숲은 매복할 장소가 많기 때문에 어두워진 상태에서 행군하는 경우는 적지에서는 철저한 정찰이 없는 이상 피하는 것이 원칙이다.물론 이곳은 유리아군 점령지고 강변의 로키안군이 강을 넘어서 기습하는 행위따위는 여태 없었지만 보급부대처럼 방어력이 약한 부대가 이런 늦은 시간에 숲속을 통과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 부관은 거스만에게 충고했다.애초에 시간을 넘겨서 촉박한 것도 아니고 돌아간다고 해도 예정된 보급시간을 어길 염려도 없어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젠장!오늘따라 왜 이렇게 말이 많아?빨리 보급을 마치고 돌아가서 쉬고 싶단 말이다!유리아군을 감히 공격할 배짱이 있는 놈들이 있다면 내 신발을 튀겨서 먹어주마!잔말말고 빨리 가!"
거스만의 신경질에 어쩔수 없이 보급부대는 지름길로 향했다.숲속에 난 오솔길이라지만 비교적 평탄한 길이라 속도는 빨랐고 병사들은 조금만 있으면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좋아했다.그때 길한가운데 여러그루의 나무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본 선두의 병사들이 정지신호를 보냈다.
"오늘따라 왜 이 지랄이야?이봐!빨리 치워버려라!"
짜증이 난 거스만의 호통소리에 병사들이 달라붙어 나무를 치우기 시작했다.그때 작업을 바라보던 부관은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 나무들은 자연적으로 쓰러진 것이 아니라 뭔가 톱같은 도구들에 의해 쓰러졌다.의도적으로 길을 막을 심산이었다면.......아차!"
"전원 제자리로 가라!비상사태다!경계를 늦추지 마!"
"이봐,왜 그러는 거야?빨리 지나가야 할 것 아니냐!"
- 휘이익!
부관처럼 생각도 해보지 않고 짜증부터 내는 거스만의 목을 어디선가 매서운 기세로 날아온 화살이 관통했다.술에 취해 갑옷과 투구도 제대로 걸치지 않았던 거스만은 목이 뚫려 그대로 즉사하고 뒤이어 숲속여기저기에서 화살들이 마구 날아오기 시작했다.
"으악!"
"허어억!"
나사풀린 대장밑에서 군기가 잔뜩 풀려 있던 병사들은 추풍낙엽처럼 마구 쓰러졌다.부관은 악을 쓰면서 어떻게든 그런 병사들을 진정시켜 방어태세를 갖추려고 했다.
"방패를 들어라!수레를 엄폐물로 삼으란 말이다.모두들 .........."
콰아앙 -
어떻게든 병사들을 진정시키려던 부관은 갑자기 커다란 폭발의 충격과 함께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갑자기 강력한 주문의 공격을 받은 유리아군은 그대로 전멸해버렸다.
"전하!큰 전공을 세우신것을 감축드립니다."
"전하야말로 로키안의 희망이시옵니다!"
주변의 기사들의 아첨속에서 플로린의 황자 쥬하텐은 흐믓한 표정으로 애써 겸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이제 로키안의 성세를 회복해야할 사명을 띈 내가 이정도로 만족하면 되겠소?대단치 않은 일이니 너무 추켜세우지 마시오."
쥬하텐은 마법검 어스브링거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면서 겸손을 가장한 너스레를 떨었다.마치 자신이 대영웅이라도 된것처럼 우쭐대는 쥬하텐에게 다른 기사한명이 충고했다.
"이제 서둘러 탈출해야 합니다.이런 대형 마법을 썼으니 주변의 유리아군에 정보가 들어갈 위험이 높습니다."
앞서 쥬하텐에게 아첨하는 다른 기사들과 달리 테일러는 이번의 쥬하텐의 작전이 비효율적이었다고 생각했다.이번의 기습은 숲속에서 고립된 수송부대,그것도 제대로 전투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부대에 대한 기습에다 초반에 지휘관을 쓰러뜨려 혼란에 빠진 부대를 통상적인 공격바업으로도 얼마든지 제압가능했다.그런데 쥬하텐은 어스브링거의 위력을 자랑하듯 최고수준의 위력인 7써클마법을 사용해버렷다.이런 대형마법의 마나유동은 좀 거리가 있다고 해도 주변의 마법사가 있었다면 느낄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비밀스럽게 기습작전을 해야 하는 부대로서는 사용할 시점을 잘 잡아야 했다.한번정도는 더 다른 곳을 공격할수도 있었는데 겨우 채소수레몇개와 2개중대규모정도의 병력을 해치운것으로 이제 만족하고 이제 귀환해야 했다.
"하하핫!너무 소심하군.어스브링거의 선택을 받은 내가 아무려면 유리아군따위에게 무슨일이라도 당할 것 같은가?걱정하지 말도록,내게는 신의 가호가 함께 하니까."
어스브링거는 게르마니아제국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보물이긴 하지만 신기는 아니다.테일러는 내심 쥬하텐의 저런 오만함이 못 마땅했으나 할 수 없었다.
이후 로키안군은 도하점으로 되돌아가서 성공적으로 강을 반쯤 건넜을 때쯤이었다.로키안군이 떠나간 강변에 그제서야 나타난 유리아군이 분통을 터뜨렸지만 배가 준비되지 않아서 따라갈수도 없어 발을 동동거리고 있을 때 마법통신으로 7써클 이상의 마법을 사용하는 적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고 시라니안이 서둘러 달려왔다.마법을 곧바로 사용하기 위해서 순간이동마법으로 오지 못하고 비행마법으로 날아온 시라니안은 강을 절반쯤 건넌 로키안군에게 주문을 날렸다.
"제기랄.....각오해라,헬파이...."
"관두십시오."
시라니안을 막은 것은 지그프리트였다.타이밍을 놓쳐버린 시라니안이 울화를 터뜨렸다.
"제기랄!왜 이러는 거야?"
지그프리트는 시라니안의 고성에 아랑곳않고 병사들이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시라니안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대답했다.
"폐하의 비밀지령을 잊으셨습니까?"
그제서야 시라니안은 지그프리트의 말을 알아들었다.얼마전 고위간부들에게 아크가 전달한 비밀지령은 로키안이 한번 우쭐하게 해줄만한 일을 만들어주라는 것이었다.이것을 위해서 유리아군은 한번쯤 강을 건너가 진척하고 물러나주는 것을 고려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멋대로 여기까지 들어왔던 놈들을 그냥 돌려보내준다는 건......."
"어차피 이번 전과는 놈들에게 독이 될 겁니다.그리고 이번에 족쳐야 될건 저놈들이 아니고 저희 부하들인듯합니다."
보급부대의 병사들중 부관을 비롯해서 일부는 폭렬마법의 여파에 휘말려 정신만 잃었다가 운좋게 살아남아 사정을 보고했다.지휘하는 자가 술에 취해있었고 그것이 묵인되었다는 말을 듣고 그렇잖아도 최근의 유리아군의 군기이완을 못마땅해하던 지그프리트는 제국원수자리를 역전의 노장 구스타프가 아크의 심복이었던 하인리히에게 인계할 준비를 하면서 미묘하게 흐트러지는 군 분위기를 이번에 한번 바로잡을 생각이었다.자신들을 일부러 유리아군이 후퇴하도록 방치했다는 것도 모른채 강을 건넌 쥬하텐과 로키안군은 승리의 함성을 질러댔다.
"으하하하.......정말 통쾌합니다."
"비록 저따위 야만인들이 잠시 기세를 탓다지만 신의 축복은 로키안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 아니겠습니까?"
소규모의 병력을 이끌고 적진에 침투하여 놀라운 대전과(?)를 이루고 돌아온 쥬하텐을 축하하는 파티에 모인 귀족들은 모두 즐거워하고 있었다.이제 멸망은 피할수 없다는 분위기까지 몰렸던 로키안 귀족들은 잔뜩 부풀려진 전과를 자축하면서 쥬하텐에게 아부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쳇!"
억지로 평소에 잘 입지 않는 드레스를 걸치고 무도회에 참석한 레이라는 역겨워 미칠 지경이었다.저번에 인질이 되면서 가뜩이나 쥬하텐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던 레이라는 쥬하텐과 발렌타인을 비교하면서 은근히 발렌타인을 무능하다고 씹어대는 귀족의 목소리에 울화가 치밀어 미칠 지경이었다.애초에 나오고 싶지도 않았지만 가뜩이나 고급귀족들의 수가 줄어들은 로키안에서 파티에 빠질 핑계를 대기도 곤란해서 어쩔수 없이 파티에 참석한 레이라는 아버지 발렌타인과 오빠 매덕스가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동안 춤신청을 예의상 몇곡 받아주고는 사람들의 말이 들리지 않는 구석으로 가버렸다.
"겨우 마법검 하나가지고 우쭐대는 바보자식을 아버지와 비교해?겨우 채소수레 몇대 부수고 왔다고?"
현재 로키안에서 대외에 선전하고 있는 쥬하텐의 전과는 겨우 400명의 대대병력을 이끌고 강을 건넌 쥬하텐이 2개사단규모의 유리아군이 수송하던 10만명의 병력이 한달은 먹을수 있는 곡식을 불태우고 1만이 넘는 적병을 쓰러뜨리고 돌아왔다고 했지만 발렌타인의 부하였던 테일러에게 자세한 사정을 들은 발렌타인과 그 측근들은 코웃음을 쳤다.사실은 불태운것은 채소수레몇대에 불과했고 적병도 겨우 2개중대병력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레이라로서는 아버지를 무능하다면서 쥬하텐과 비교하는 사람들의 말이 귀에 거슬렸다.잔뜩 신경질이 나서 핑계를 대고 귀가하려는 레이라의 앞에 쥬하텐이 나타났다.
"오오,레이라.정말 아름답군.그대는 역시 검보다 이렇게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소."
쥬하텐의 칭찬인지 비꼼인지 모를 말에 레이라는 어이가 없었다.레이라는 대륙에서 여검사중에서는 50명안에 든다는 익스퍼트 상급으로 쥬하텐보다도 더 뛰어난 검사였다.그런데 레이라에게 검을 버리고 여자로서 살아가라는 뉘앙스의 말을 쥬하텐따위가 하니 어이가 없어 레이라는 제대로 대답할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애써 성질을 죽인 레이라는 일단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했다.
"감사합니다.그럼 저는......"
"내가 한곡 신청해도 좋겠소?"
핑계를 대서 무도회를 빠져나가려고 한 레이라였지만 파티의 주인공인데다 황자인 쥬하텐의 청을 무시할수는 없었다.바뀐 음악과 함께 쥬하텐과 함께 무도회장 가운데로 다시 돌아간 레이라는 그의 상대를 해주었다.
자신의 몸에 닿은 쥬하텐의 손의 느낌에 레이라는 소름이 끼치는 것 같았다.겨우 한곡을 마치고 자리를 피하려는 레이라를 쥬하텐이 따라잡았다.
"저번의 청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소만....."
"몸이 안 좋아서 오늘은 이만 돌아가고 싶습니다.전하께서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잠시면 되오."
레이라는 쥬하텐의 얼굴을 보기 싫었지만 황자인 쥬하텐을 무시할수도 없었다.어쩔수 없이 발코니로 쥬하텐을 따라나간 레이라에게 쥬하텐이 뻔뻔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레이라와 나의 결합은 제국의 운명을 밝게 해줄것이라고 자신하오.발렌타인경이 나를 돕는다면 제국의 앞날은 탄탄대로일 것이오."
레이라는 쥬하텐의 자화자찬도 혐오스러웠지만 노골적으로 결합의 이유를 정치적인데에서 찾으려는 남자의 모습이 질색이었다.욕이 나오는 것을 애써 참으면서 레이라는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결혼에 대한 문제는 아버님이 답변하실 것입니다.저는 함부로 뭐라 말할수 없군요."
"레이라,그러지 말고 아버님을 설득해주시오.비록 발렌타인경이 몇차례 실수를 했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소."
쥬하텐은 순간 그말에 레이라의 눈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어스브링거를 얻기 전부터 이미 자기 잘난맛에 취해서 살던 쥬하텐은 한번 자기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하면 남의 배려는 전혀 하지 못했다.
"실....수......라........구.........요........?"
"그렇소,과거.....우욱!"
순간 쥬하텐은 아랫배에 전광석화처럼 꽂힌 레이라의 주먹에 인상을 찌푸리고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다.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만큼 충격을 받은 쥬하텐의 멱살을 움켜잡아도 무도회장의 음악소리와 발코니를 가린 커튼 때문에 사람들은 미처 이 광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 자식아........주둥이......조심해.......아버지에게 그따위 말을 할 자는 최소한 로키안에는 아무도 없어!"
작은 목소리였지만 멱살을 움켜잡은채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쏘아보면서 말하는 레이라의 기세에 쥬하텐은 얼어붙었다.어스브링거를 들고 오지 않은 것이 너무 후회스러웠다.
"레,레이라......무,무엄......"
"뭔일을 해도 제대로 뒷받침조차해준적도 없는것들이 입만 나불거려?아버지가 없었으면 로키안같은 건 예전에 망했어!"
대역무도하기짝이 없는 말이었지만 최근 울화가 쌓인데다 괴로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아온 레이라는 자신이 무슨 말을 제대로 하는지도 몰랐다.
40년전 검신 공고나를 함정에 몰아넣는 계책을 세워 황제인 로푸스의 신임을 결정적으로 얻어내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던 발렌타인은 참 운이 없는 사람이었다.겨우 검신 공고나를 계책으로 죽이고(실제로는 죽지 않았지만) 플로린과 메디아를 병합할 장대한 계책을 세웠지만 그에겐 국내의 대귀족세력의 견제라는 벽이 있었다.전쟁계획을 세우더라도 그는 무능한 대귀족들이라는 내부의 적을 언제나 감안해야 했고 영지를 미끼로 대귀족들을 플로린의 전쟁에 내세워 상잔시키면서 귀족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황제권을 강화해서 썩은 내정을 개혁하는 것을 병행한 복잡한 계획을 세웠지만 그의 계획을 일거에 허무하게 만들어버린 것이 서쪽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아크의 아버지 얀이 이끄는 유리아제국이었다.
사실 발렌타인은 플로린공격계획을 진행하던 중 유리아의 위협을 절감했다.당시 로키안엔 신하의 예는 취하지 않았지만 공물을 바치면서 비교적 전대의 칼대왕에 비해서 유화책을 펼치면서 플로린에게만 적대정책을 쓰던 유리아를 로푸스는 쓸만한 자로 여겼지만 발렌타인은 만만하게 보고 있던 유리아의 군사력이 그동안 엄청나게 축적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경악했다.그는 로푸스5세에게 플로린에 대한 공격계획에 유리아라는 위험요소를 감안해야 한다고 했으나 로푸스는 코웃음을 쳤다.여태 야만족 취급을 해오던 탈루스족의 나라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발렌타인의 의도를 무시하고 플로린/메디아 연합군과 로키안이 개전하여 양측이 서로 지칠대로 지쳤을때쯤 얀은 유리아가 로키안,플로린에 뒤지지 않는 제국임을 선언하고 동진해왔다.로키안으로선 깜짝 놀랄 일이었지만 얀의 기세는 무서웠다.유리아군은 삽시간에 서방에 있던 로키안,플로린의 동맹국들을 집어삼켰고 정예한 병사들과 대마법사시라니안을 영입하면서 육성한 충실한 마법전력으로 동방국가들의 군대를 차례로 연파했다.발렌타인은 이런 와중에서도 자군과 적군의 장단점을 잘분석하고 몇번인가 얀을 위기에 몰아 넣은 적도 있었지만 모두 허사였다.유리아를 대등한 상대로 인정하기를 거부한 무능한 동방국가들의 귀족들은 터무니없는 우월주의르 자국의 군사수준이 유리아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닥다리 전술만을 쓰니 유리아군의 적수가 될리가 없었던 것이다.
발렌타인은 어쩔수 없이 로푸스에게 차선의 방법을 건의했다.원래 플로린에 하려고 했던 것처럼 어리석은 대귀족들을 앞장세워 유리아와 싸우게 해 전쟁에 지더라도 귀족들의 세력은 최대한 약화시켜 두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로푸스는 그것을 거부했다.깔보고 있던 유리아에 뒤통수를 찔렸다는 분노때문에 로푸스는 완전히 이성을 잃어 황실의 직할군과 플로린/메디아와 새로 동맹을 맺은 군대까지 총동원해서 유리아와 굴림에서 결전을 벌인 끝에 병력차가 세배가까이 나는 압도적인 우위였지만 숫적으론 불리해도 질적으로 앞서는 마법전력과 전술이 개방적이고 정예군이었던 유리아군에게 연합군 70만이 거의 전멸당하는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1부9편참조)
그후로도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는 유리아군을 막아내기 위해서 발렌타인은 역시 야만족취급을 하던 힛타이트를 이용해 유리아의 후방을 이용하는 계책을 세웠다.당시 자신들을 야만족취급하던 동방국가들보단 유리아와 더 친했던 힛타이트에 자신들 다음의 표적은 힛타이트가 될것이란 논리와 공물의 유혹으로 그들을 설득해낸 발렌타인은 플로린재상 하노프와 힘을 합쳐 대륙의 거의 모든 국가를 대유리아동맹으로 묶어내는데도 성공했다.
자신들한테 병력까지 제공했던 힛타이트가 갑자기 뒤에서 찔러오고 대륙전체가 힘을 합친데다가 플로린은 우세한 해군력으로 바다쪽에서 게릴라전을 펼치자 결국 더 이상의 세력확장을 포기한 유리아는 유리아가 로키안/플로린과 대등한 제국이라는 것을 전 대륙이 인정하고 여태 불법으로 잡혀갔던 탈루스족출신 노예들을 동방국가들이 전부 반환하고 점령지를 일부 반환하는 조건으로 휴전을 맺었다.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유리아는 대륙의 3분의 1가까이를 차지한 대륙최강의 제국으로 발돋움했고 발렌타인은 다시 원한을 곱씹으면서 재기를 준비해야 했다.
유리아가 강국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주로 대귀족의 힘을 소모하게 만들어 전쟁에서 패하더라도 내정을 개혁할 힘을 남겨두자고 한 발렌타인의 의견을 무시한 댓가로 황실의 직할병력이 많이 소모되었기 때문에 남은 대귀족들은 황실을 견제할 세력을 유지할수 있었던 탓에 로키안은 여전히 국력을 결집시키지 못하는 상태였다.거기다 애초에 집안이 한미한 귀족집안이라 믿을 것이라곤 황제의 신임밖에 없었던 발렌타인은 대귀족들의 견제로 전쟁중에 세운 공로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제대로 힘을 가질 수 없었던 발렌타인은 이후 주적인 유리아가 계승권문제로 혼란을 겪을때도 자신들의 내부문제때문에 기회를 놓쳐야 했지만 다행히 아크가 참여한 대륙평화회담에서 숙원이던 부패하고 무능력한 대귀족의 숙청의 기회를 잡아 국가개혁의 기회를 잡는다.(3부 18,19편 참조)
비록 아크에게 수모를 당하기는 했지만 마린을 공주로서 유리아에 시집보내게 된 것을 발렌타인은 내심 기뻐했다.겨우 국가개혁의 기초를 잡은만큼 로키안은 이제 내정을 충실히 해서 유리아처럼 기초가 단단한 나라를 세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얀의 뒤를 이어 황제자리에 오른 아크는 그다지 선제공격의 기색은 보이지 않았고 발렌타인은 십년동안 국력을 키워 로키안을 부강하게 만든다는 계획은 뛰어난 행정능력을 가진 동료 크레아스와 시라니안에 견줄만한 대마법사 텔레마코스의 도움으로 충실히 진행되어 나갔다.우직한 성격이지만 그의 친우였던 스파르타쿠스는 그런 발렌타인에게 심적으로 의지할수 있는 존재가 되어 주었고 발렌타인은 이제야 제대로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수 있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발렌타인의 원대한 계획은 로푸스5세의 변덕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유리아에 대한 공격을 시도한 계획은 결국 유리아에 개전의 빌미를 주고 말았고 이미 아크의 아버지 얀의 시대에 충실하게 준비해둔 국력만으로도 유리아는 삽시간에 대유리아동맹을 압도한 것이었다.
발렌타인은 무리한 계획을 만류했지만 군주의 고집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상태에서 유리아에 대한 공작을 시도했지만 애써 준비한 대책이 아크의 괴물같은 여자들때문에 차례로 물거품이 되어버린채 결정적인 패배를 당하고 만 것이었다.
아버지를 어렸을때부터 가장 존경한 레이라는 모든 과정을 보지는 못했지만 친한 스파르타쿠스나 텔레마코스에게 들은 것만으로도 아버지의 불운을 잘 알고 있었다.발렌타인의 불운은 사실 잘못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입장때문에 최상의 선택을 하지 못하고 언제나 끌려다녀야 했던 것이었고 결국 이렇게 막바지까지 몰리고 만것이었다.
레이라는 자신을 몰아붙이는 아버지에게 화가 나있었지만 저번의 소동으로 감금이 끝나고 아버지를 옆에서 다시 볼수 있게 되면서 아버지가 지쳐있다는 것을 알았다.특히 언제나 든든한 친구였던 스파르타쿠스의 죽음이 치명적이었다.
비록 지략은 뛰어나지 못했지만 무용이전에 충실한 태도로 어렸을때부터 발렌타인의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스파르타쿠스의 죽음은 발렌타인을 완전히 절망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었고 카푸안에서 아크를 죽이려고 했던 것은 단지 그런 불안한 심리상황에서 나온 몸부림이나 다름없었던 것이었다.
레이라는 특히 쥬하텐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못하면서 완전히 의욕을 상실해버린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가엾어서 견딜수가 없었다.국가를 파멸로 이끌어가는 뻔한 도식으로 나라가 가고 있는데도 후궁페이의 품속에 파묻혀 완전히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린 군주에게 발렌타인조차 희망을 잃었던 것이었다.한평생 제대로 능력을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절망의 나락에 빠져버린 아버지가 안타깝던 레이라는 아버지를 결정적으로 실망하게 한 쥬하텐이 뻔뻔하게 지껄여대는 소리에 완전히 이성을 잃어 버렸다.목을 졸라버릴듯이 자신을 벽에 몰아붙이는 레이라의 기세에 쥬하텐은 자칭 운명의 선택을 받은 남자라는 자화자찬도 모르고 공포에 질려 벌벌 떨었다.어쨋든 레이라는 쥬하텐보다 강한 검사였던 것이다.
"그,그러니까........"
혀가 떨려서 제대로 변명도 못하는 쥬하텐의 모습을 한심하다는듯이 쳐다보던 레이라는 그대로 멱살을 놓고 발코니를 나가 버렸다.레이라가 나가고 나서도 한동안 얼어버린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발코니에 우두커니 서있던 쥬하텐은 그 모습을 발견한 하인의 도움으로 그런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자기방으로 몰래 돌아갔다.어스브링거를 발견한 쥬하텐은 그것을 보자마자 다시 힘이 솟아났는지 몸을 제대로 움직여보다가 잠시 후 울화를 터뜨렸다.어스브링거를 뽑아든 쥬하텐은 침상이 레이라라도 되는양 미친듯이 검을 휘둘러 박살을 내고서도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식식거렸다.
"망할년........감히 대륙을 통일할 운명을 가진 나에게 이따위 짓을 하다니......내년따위는 이제 필요없다.발렌타인늙은이도 마찬가지야.너는 오늘을 평생 후회하게 될거다.흐흐흐......."
망상속에서 음침한 웃음을 흘리는 쥬하텐의 모습을 보면 신이 맛이 간 이상 그런 운명을 주지는 않을 듯 싶다.하긴 아크같은 인간도 대륙을 통일하게 생겼으니 혹시 또 모르지만...........
ps.전에 아크가 무도회같은 걸 참석하는 것도 보여주면 좋겠다고 해주신 독자분이 계셨는데요.사실 제가 무도회씬을 제대로 묘사안하는 건 제가 무도회의 절차같은 거에 대해 잘 모릅니다.따로 참고할만한 것도 잘 모르겠고.......야한 장면이야 참고할 게 엄청 많습니다만.....^^;; 혹시 무도회같은 거 잘 묘사된 작품 있으면 추천해주세요.^^;;(특히 절차같은거)
드디어 모니터를 19인치 lcd로 바f습니다.crt모니터보다 좋은 건 솔직히 눈이 편한 것보다 부피를 덜 차지해서 책상이 넓어 보여서 좋군요.^^;;
간격이 너무 넓어 읽기 힘들다는 지적이 들어와 조금 줄이려고 해봤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어쩌다 두줄을 띄우고 택스트에서 게시판으로 복사해 붙여넣기를 하면 글간격이 다시 좁아지는 일이 있어 충분히 간격을 벌리는 버릇이 붙어서 그런것 같습니다.
이번편과 다음편은 시간적으로 아크가 몬스터사냥을 하는 시점에서 조금 전의 이야기입니다.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또 앴찌씬 전무입니다.죄송.......ㅠㅠ
47.쥬하텐의 망상
이야기는 아크가 플로린중부의 몬스터토벌작전을 시작하기 한달반전,그러니까 카푸안에서 아들의 복수를 마친 시라니안이 로키안과 대처한 북부전선으로 귀환한 시점으로 잠시 거슬러 올라간다.
유리아는 투에니강을 경계로 해서 로키안과 대치하고 있었다.엄정한 군기를 갖춘 유리아군이지만 이미 전년도의 호플레카전투에서 동맹군이 상실한 고급전력의 차는 몇년정도로 메꿀수 있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더해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강중 하나인 투에니강건너편에 있는 로키안군이 감히 이곳으로 쳐들어오진 못 할것이라는 생각때문에 군기는 상당히 이완되어 있었다.유리아군은 언제든지 도하할수 있는 준비만을 갖추라는 명령만 내려져 있을 뿐 공격태세를 갖추고 있지 않았지만 허수아비인 로키안군따위는 강만 건너가면 언제든 짓밟아버릴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고 사실 강변경계보다는 이미 석권한 로키안영토의 절반의 관리에 주력하고 있었다.비교적 로키안의 지방영주들은 유리아의 군사적승리를 인정하고 호플레카전투이후 강을 건너 로키안으로 도망간 자들을 빼고 저항없이 항복했지만 플로린보다는 어느정도의 역량이 있는 귀족들이 많은 편이라 빈틈을 보이는 것은 위험했기 때문이다.
유리아군의 보급부대의 하급장교 거스만은 강변을 최전선에서 대치하고 있는 병사들의 식량을 나르면서 내심 한숨을 쉬고 있었다.
"휴우.....저번 전투에서 나도 최전선이었다면 큰 공로를 세웠을지도 모르는데.이런 보급부대라서 아직까지 하급장교라니......"
유리아의 완승으로 끝난 저번 호플레카전투는 유리아장병들에게 정말 공을 세울 푸짐한 기회가 널려 있었다.그의 동기중에는 운좋게 적의 백작급기사한명을 사로잡아 남작의 작위를 하사받은 자까지 있었다.하지만 보급부대의 장교였던 거스만은 이런 횡재(?)를 할 기회가 전혀 없었고 그는 자신만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고 툴툴거리며 부하들만 들볶고 있었다.손에 쥔 술명을 다시 들이키는 거스만의 모습을 보고 부관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충고했다.
"저,대장님.곧 도착하는데 술냄새를 풍기시면......."
"젠장!너까지 지랄이냐?어차피 아무일도 없는데 좀 마시면 어디가 어때!나도 좀 재수만 있었으면 큰 공을 세울수도 있었는데 이놈의 보급부대따위에만 근무하는 바람에......."
신경질을 내면서 연신 술을 들이키는 거스만의 모습을 보면서 부관은 부아가 터져 속으로 투덜거렸다.
"제기랄!재수때문이냐?그놈의 술버릇때문이지?"
아크의 아버지 얀은 최전선에서 공을 세우는 군인들에 비해 군인의 공을 포상하는 방법에 업무평점을 매기는 방법을 최초로 도입해서 설사 보급부대나 후방의 방어부대라도 자신의 업무에 충실할 경우 어느정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었고 그 산출기준은 매년 자신의 전선의 위험도,업무의 난이도등을 고려해서 검증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사 눈에 안띄는 업무라도 자신의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좋은 결과를 낼수도 있었다.
그러나 거스만의 경우 워낙 술을 좋아하는데다가 사람이 기분파라서 툭하면 일을 내팽개치고 해서 군기가 엄정한 유리아군에서 여러차례 제재를 받은 경력 탓에 매번 불이익을 받았던 것이다.
지금도 아무리 안전지대라지만 대장이 갑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고 말위에서 술에 취해 비틀대고 있으니 나머지 병사들의 상태도 완전 개판이었다.만약 감사에 걸리면 즉결처분을 당해도 할말이 없을 정도의 상태였지만 이미 전승분위기에 취한 유리아다 보니 예전과는 다르게 웬만하면 군기이완도 눈감아주고 있었던 것이다.이번에 거스만이 이끄는 수송부대는 강변의 유리아군 진지를 차례로 돌면서 채소류를 분배하는 것이 임무였다.유리아군은 얀대제가 병사들의 보급품개선에서 식단의 균형을 육류와 채소,곡식류를 최소한의 보급한도를 정해두었기 때문에 식단에 반드시 일정량의 채소가 들어가야 했다.얼마전 식량보급의 행정착오로 각 부대에 채소가 미달되었으므로 거스만의 부대는 미달분의 채소를 추가보급하란 명령을 받고 이렇게 차례로 진지를 돌고 있는 것이었다.
총 11개의 진지중 6개를 돈 보급부대행렬은 7번째 진지가 얼마 안남은 길에서 갈림길을 만났다.직진하는 길은 프라바넨이란 꽤 긴 숲사이로 난 오솔길에 가까웠고 우회하는 길은 탁 트인 대로였지만 시간이 세배정도 더 걸렸다.
"오솔길이라지만 수레는 지나갈수 있지 않나?빠른 길로 간다."
"대장님,날이 어두워져가니 큰 길로 가는게 어떨까요?"
숲은 매복할 장소가 많기 때문에 어두워진 상태에서 행군하는 경우는 적지에서는 철저한 정찰이 없는 이상 피하는 것이 원칙이다.물론 이곳은 유리아군 점령지고 강변의 로키안군이 강을 넘어서 기습하는 행위따위는 여태 없었지만 보급부대처럼 방어력이 약한 부대가 이런 늦은 시간에 숲속을 통과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 부관은 거스만에게 충고했다.애초에 시간을 넘겨서 촉박한 것도 아니고 돌아간다고 해도 예정된 보급시간을 어길 염려도 없어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젠장!오늘따라 왜 이렇게 말이 많아?빨리 보급을 마치고 돌아가서 쉬고 싶단 말이다!유리아군을 감히 공격할 배짱이 있는 놈들이 있다면 내 신발을 튀겨서 먹어주마!잔말말고 빨리 가!"
거스만의 신경질에 어쩔수 없이 보급부대는 지름길로 향했다.숲속에 난 오솔길이라지만 비교적 평탄한 길이라 속도는 빨랐고 병사들은 조금만 있으면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좋아했다.그때 길한가운데 여러그루의 나무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본 선두의 병사들이 정지신호를 보냈다.
"오늘따라 왜 이 지랄이야?이봐!빨리 치워버려라!"
짜증이 난 거스만의 호통소리에 병사들이 달라붙어 나무를 치우기 시작했다.그때 작업을 바라보던 부관은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 나무들은 자연적으로 쓰러진 것이 아니라 뭔가 톱같은 도구들에 의해 쓰러졌다.의도적으로 길을 막을 심산이었다면.......아차!"
"전원 제자리로 가라!비상사태다!경계를 늦추지 마!"
"이봐,왜 그러는 거야?빨리 지나가야 할 것 아니냐!"
- 휘이익!
부관처럼 생각도 해보지 않고 짜증부터 내는 거스만의 목을 어디선가 매서운 기세로 날아온 화살이 관통했다.술에 취해 갑옷과 투구도 제대로 걸치지 않았던 거스만은 목이 뚫려 그대로 즉사하고 뒤이어 숲속여기저기에서 화살들이 마구 날아오기 시작했다.
"으악!"
"허어억!"
나사풀린 대장밑에서 군기가 잔뜩 풀려 있던 병사들은 추풍낙엽처럼 마구 쓰러졌다.부관은 악을 쓰면서 어떻게든 그런 병사들을 진정시켜 방어태세를 갖추려고 했다.
"방패를 들어라!수레를 엄폐물로 삼으란 말이다.모두들 .........."
콰아앙 -
어떻게든 병사들을 진정시키려던 부관은 갑자기 커다란 폭발의 충격과 함께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갑자기 강력한 주문의 공격을 받은 유리아군은 그대로 전멸해버렸다.
"전하!큰 전공을 세우신것을 감축드립니다."
"전하야말로 로키안의 희망이시옵니다!"
주변의 기사들의 아첨속에서 플로린의 황자 쥬하텐은 흐믓한 표정으로 애써 겸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이제 로키안의 성세를 회복해야할 사명을 띈 내가 이정도로 만족하면 되겠소?대단치 않은 일이니 너무 추켜세우지 마시오."
쥬하텐은 마법검 어스브링거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면서 겸손을 가장한 너스레를 떨었다.마치 자신이 대영웅이라도 된것처럼 우쭐대는 쥬하텐에게 다른 기사한명이 충고했다.
"이제 서둘러 탈출해야 합니다.이런 대형 마법을 썼으니 주변의 유리아군에 정보가 들어갈 위험이 높습니다."
앞서 쥬하텐에게 아첨하는 다른 기사들과 달리 테일러는 이번의 쥬하텐의 작전이 비효율적이었다고 생각했다.이번의 기습은 숲속에서 고립된 수송부대,그것도 제대로 전투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부대에 대한 기습에다 초반에 지휘관을 쓰러뜨려 혼란에 빠진 부대를 통상적인 공격바업으로도 얼마든지 제압가능했다.그런데 쥬하텐은 어스브링거의 위력을 자랑하듯 최고수준의 위력인 7써클마법을 사용해버렷다.이런 대형마법의 마나유동은 좀 거리가 있다고 해도 주변의 마법사가 있었다면 느낄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비밀스럽게 기습작전을 해야 하는 부대로서는 사용할 시점을 잘 잡아야 했다.한번정도는 더 다른 곳을 공격할수도 있었는데 겨우 채소수레몇개와 2개중대규모정도의 병력을 해치운것으로 이제 만족하고 이제 귀환해야 했다.
"하하핫!너무 소심하군.어스브링거의 선택을 받은 내가 아무려면 유리아군따위에게 무슨일이라도 당할 것 같은가?걱정하지 말도록,내게는 신의 가호가 함께 하니까."
어스브링거는 게르마니아제국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보물이긴 하지만 신기는 아니다.테일러는 내심 쥬하텐의 저런 오만함이 못 마땅했으나 할 수 없었다.
이후 로키안군은 도하점으로 되돌아가서 성공적으로 강을 반쯤 건넜을 때쯤이었다.로키안군이 떠나간 강변에 그제서야 나타난 유리아군이 분통을 터뜨렸지만 배가 준비되지 않아서 따라갈수도 없어 발을 동동거리고 있을 때 마법통신으로 7써클 이상의 마법을 사용하는 적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고 시라니안이 서둘러 달려왔다.마법을 곧바로 사용하기 위해서 순간이동마법으로 오지 못하고 비행마법으로 날아온 시라니안은 강을 절반쯤 건넌 로키안군에게 주문을 날렸다.
"제기랄.....각오해라,헬파이...."
"관두십시오."
시라니안을 막은 것은 지그프리트였다.타이밍을 놓쳐버린 시라니안이 울화를 터뜨렸다.
"제기랄!왜 이러는 거야?"
지그프리트는 시라니안의 고성에 아랑곳않고 병사들이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시라니안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대답했다.
"폐하의 비밀지령을 잊으셨습니까?"
그제서야 시라니안은 지그프리트의 말을 알아들었다.얼마전 고위간부들에게 아크가 전달한 비밀지령은 로키안이 한번 우쭐하게 해줄만한 일을 만들어주라는 것이었다.이것을 위해서 유리아군은 한번쯤 강을 건너가 진척하고 물러나주는 것을 고려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멋대로 여기까지 들어왔던 놈들을 그냥 돌려보내준다는 건......."
"어차피 이번 전과는 놈들에게 독이 될 겁니다.그리고 이번에 족쳐야 될건 저놈들이 아니고 저희 부하들인듯합니다."
보급부대의 병사들중 부관을 비롯해서 일부는 폭렬마법의 여파에 휘말려 정신만 잃었다가 운좋게 살아남아 사정을 보고했다.지휘하는 자가 술에 취해있었고 그것이 묵인되었다는 말을 듣고 그렇잖아도 최근의 유리아군의 군기이완을 못마땅해하던 지그프리트는 제국원수자리를 역전의 노장 구스타프가 아크의 심복이었던 하인리히에게 인계할 준비를 하면서 미묘하게 흐트러지는 군 분위기를 이번에 한번 바로잡을 생각이었다.자신들을 일부러 유리아군이 후퇴하도록 방치했다는 것도 모른채 강을 건넌 쥬하텐과 로키안군은 승리의 함성을 질러댔다.
"으하하하.......정말 통쾌합니다."
"비록 저따위 야만인들이 잠시 기세를 탓다지만 신의 축복은 로키안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 아니겠습니까?"
소규모의 병력을 이끌고 적진에 침투하여 놀라운 대전과(?)를 이루고 돌아온 쥬하텐을 축하하는 파티에 모인 귀족들은 모두 즐거워하고 있었다.이제 멸망은 피할수 없다는 분위기까지 몰렸던 로키안 귀족들은 잔뜩 부풀려진 전과를 자축하면서 쥬하텐에게 아부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쳇!"
억지로 평소에 잘 입지 않는 드레스를 걸치고 무도회에 참석한 레이라는 역겨워 미칠 지경이었다.저번에 인질이 되면서 가뜩이나 쥬하텐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던 레이라는 쥬하텐과 발렌타인을 비교하면서 은근히 발렌타인을 무능하다고 씹어대는 귀족의 목소리에 울화가 치밀어 미칠 지경이었다.애초에 나오고 싶지도 않았지만 가뜩이나 고급귀족들의 수가 줄어들은 로키안에서 파티에 빠질 핑계를 대기도 곤란해서 어쩔수 없이 파티에 참석한 레이라는 아버지 발렌타인과 오빠 매덕스가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동안 춤신청을 예의상 몇곡 받아주고는 사람들의 말이 들리지 않는 구석으로 가버렸다.
"겨우 마법검 하나가지고 우쭐대는 바보자식을 아버지와 비교해?겨우 채소수레 몇대 부수고 왔다고?"
현재 로키안에서 대외에 선전하고 있는 쥬하텐의 전과는 겨우 400명의 대대병력을 이끌고 강을 건넌 쥬하텐이 2개사단규모의 유리아군이 수송하던 10만명의 병력이 한달은 먹을수 있는 곡식을 불태우고 1만이 넘는 적병을 쓰러뜨리고 돌아왔다고 했지만 발렌타인의 부하였던 테일러에게 자세한 사정을 들은 발렌타인과 그 측근들은 코웃음을 쳤다.사실은 불태운것은 채소수레몇대에 불과했고 적병도 겨우 2개중대병력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레이라로서는 아버지를 무능하다면서 쥬하텐과 비교하는 사람들의 말이 귀에 거슬렸다.잔뜩 신경질이 나서 핑계를 대고 귀가하려는 레이라의 앞에 쥬하텐이 나타났다.
"오오,레이라.정말 아름답군.그대는 역시 검보다 이렇게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소."
쥬하텐의 칭찬인지 비꼼인지 모를 말에 레이라는 어이가 없었다.레이라는 대륙에서 여검사중에서는 50명안에 든다는 익스퍼트 상급으로 쥬하텐보다도 더 뛰어난 검사였다.그런데 레이라에게 검을 버리고 여자로서 살아가라는 뉘앙스의 말을 쥬하텐따위가 하니 어이가 없어 레이라는 제대로 대답할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애써 성질을 죽인 레이라는 일단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했다.
"감사합니다.그럼 저는......"
"내가 한곡 신청해도 좋겠소?"
핑계를 대서 무도회를 빠져나가려고 한 레이라였지만 파티의 주인공인데다 황자인 쥬하텐의 청을 무시할수는 없었다.바뀐 음악과 함께 쥬하텐과 함께 무도회장 가운데로 다시 돌아간 레이라는 그의 상대를 해주었다.
자신의 몸에 닿은 쥬하텐의 손의 느낌에 레이라는 소름이 끼치는 것 같았다.겨우 한곡을 마치고 자리를 피하려는 레이라를 쥬하텐이 따라잡았다.
"저번의 청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소만....."
"몸이 안 좋아서 오늘은 이만 돌아가고 싶습니다.전하께서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잠시면 되오."
레이라는 쥬하텐의 얼굴을 보기 싫었지만 황자인 쥬하텐을 무시할수도 없었다.어쩔수 없이 발코니로 쥬하텐을 따라나간 레이라에게 쥬하텐이 뻔뻔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레이라와 나의 결합은 제국의 운명을 밝게 해줄것이라고 자신하오.발렌타인경이 나를 돕는다면 제국의 앞날은 탄탄대로일 것이오."
레이라는 쥬하텐의 자화자찬도 혐오스러웠지만 노골적으로 결합의 이유를 정치적인데에서 찾으려는 남자의 모습이 질색이었다.욕이 나오는 것을 애써 참으면서 레이라는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결혼에 대한 문제는 아버님이 답변하실 것입니다.저는 함부로 뭐라 말할수 없군요."
"레이라,그러지 말고 아버님을 설득해주시오.비록 발렌타인경이 몇차례 실수를 했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소."
쥬하텐은 순간 그말에 레이라의 눈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어스브링거를 얻기 전부터 이미 자기 잘난맛에 취해서 살던 쥬하텐은 한번 자기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하면 남의 배려는 전혀 하지 못했다.
"실....수......라........구.........요........?"
"그렇소,과거.....우욱!"
순간 쥬하텐은 아랫배에 전광석화처럼 꽂힌 레이라의 주먹에 인상을 찌푸리고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다.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만큼 충격을 받은 쥬하텐의 멱살을 움켜잡아도 무도회장의 음악소리와 발코니를 가린 커튼 때문에 사람들은 미처 이 광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 자식아........주둥이......조심해.......아버지에게 그따위 말을 할 자는 최소한 로키안에는 아무도 없어!"
작은 목소리였지만 멱살을 움켜잡은채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쏘아보면서 말하는 레이라의 기세에 쥬하텐은 얼어붙었다.어스브링거를 들고 오지 않은 것이 너무 후회스러웠다.
"레,레이라......무,무엄......"
"뭔일을 해도 제대로 뒷받침조차해준적도 없는것들이 입만 나불거려?아버지가 없었으면 로키안같은 건 예전에 망했어!"
대역무도하기짝이 없는 말이었지만 최근 울화가 쌓인데다 괴로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아온 레이라는 자신이 무슨 말을 제대로 하는지도 몰랐다.
40년전 검신 공고나를 함정에 몰아넣는 계책을 세워 황제인 로푸스의 신임을 결정적으로 얻어내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던 발렌타인은 참 운이 없는 사람이었다.겨우 검신 공고나를 계책으로 죽이고(실제로는 죽지 않았지만) 플로린과 메디아를 병합할 장대한 계책을 세웠지만 그에겐 국내의 대귀족세력의 견제라는 벽이 있었다.전쟁계획을 세우더라도 그는 무능한 대귀족들이라는 내부의 적을 언제나 감안해야 했고 영지를 미끼로 대귀족들을 플로린의 전쟁에 내세워 상잔시키면서 귀족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황제권을 강화해서 썩은 내정을 개혁하는 것을 병행한 복잡한 계획을 세웠지만 그의 계획을 일거에 허무하게 만들어버린 것이 서쪽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아크의 아버지 얀이 이끄는 유리아제국이었다.
사실 발렌타인은 플로린공격계획을 진행하던 중 유리아의 위협을 절감했다.당시 로키안엔 신하의 예는 취하지 않았지만 공물을 바치면서 비교적 전대의 칼대왕에 비해서 유화책을 펼치면서 플로린에게만 적대정책을 쓰던 유리아를 로푸스는 쓸만한 자로 여겼지만 발렌타인은 만만하게 보고 있던 유리아의 군사력이 그동안 엄청나게 축적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경악했다.그는 로푸스5세에게 플로린에 대한 공격계획에 유리아라는 위험요소를 감안해야 한다고 했으나 로푸스는 코웃음을 쳤다.여태 야만족 취급을 해오던 탈루스족의 나라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발렌타인의 의도를 무시하고 플로린/메디아 연합군과 로키안이 개전하여 양측이 서로 지칠대로 지쳤을때쯤 얀은 유리아가 로키안,플로린에 뒤지지 않는 제국임을 선언하고 동진해왔다.로키안으로선 깜짝 놀랄 일이었지만 얀의 기세는 무서웠다.유리아군은 삽시간에 서방에 있던 로키안,플로린의 동맹국들을 집어삼켰고 정예한 병사들과 대마법사시라니안을 영입하면서 육성한 충실한 마법전력으로 동방국가들의 군대를 차례로 연파했다.발렌타인은 이런 와중에서도 자군과 적군의 장단점을 잘분석하고 몇번인가 얀을 위기에 몰아 넣은 적도 있었지만 모두 허사였다.유리아를 대등한 상대로 인정하기를 거부한 무능한 동방국가들의 귀족들은 터무니없는 우월주의르 자국의 군사수준이 유리아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닥다리 전술만을 쓰니 유리아군의 적수가 될리가 없었던 것이다.
발렌타인은 어쩔수 없이 로푸스에게 차선의 방법을 건의했다.원래 플로린에 하려고 했던 것처럼 어리석은 대귀족들을 앞장세워 유리아와 싸우게 해 전쟁에 지더라도 귀족들의 세력은 최대한 약화시켜 두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로푸스는 그것을 거부했다.깔보고 있던 유리아에 뒤통수를 찔렸다는 분노때문에 로푸스는 완전히 이성을 잃어 황실의 직할군과 플로린/메디아와 새로 동맹을 맺은 군대까지 총동원해서 유리아와 굴림에서 결전을 벌인 끝에 병력차가 세배가까이 나는 압도적인 우위였지만 숫적으론 불리해도 질적으로 앞서는 마법전력과 전술이 개방적이고 정예군이었던 유리아군에게 연합군 70만이 거의 전멸당하는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1부9편참조)
그후로도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는 유리아군을 막아내기 위해서 발렌타인은 역시 야만족취급을 하던 힛타이트를 이용해 유리아의 후방을 이용하는 계책을 세웠다.당시 자신들을 야만족취급하던 동방국가들보단 유리아와 더 친했던 힛타이트에 자신들 다음의 표적은 힛타이트가 될것이란 논리와 공물의 유혹으로 그들을 설득해낸 발렌타인은 플로린재상 하노프와 힘을 합쳐 대륙의 거의 모든 국가를 대유리아동맹으로 묶어내는데도 성공했다.
자신들한테 병력까지 제공했던 힛타이트가 갑자기 뒤에서 찔러오고 대륙전체가 힘을 합친데다가 플로린은 우세한 해군력으로 바다쪽에서 게릴라전을 펼치자 결국 더 이상의 세력확장을 포기한 유리아는 유리아가 로키안/플로린과 대등한 제국이라는 것을 전 대륙이 인정하고 여태 불법으로 잡혀갔던 탈루스족출신 노예들을 동방국가들이 전부 반환하고 점령지를 일부 반환하는 조건으로 휴전을 맺었다.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유리아는 대륙의 3분의 1가까이를 차지한 대륙최강의 제국으로 발돋움했고 발렌타인은 다시 원한을 곱씹으면서 재기를 준비해야 했다.
유리아가 강국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주로 대귀족의 힘을 소모하게 만들어 전쟁에서 패하더라도 내정을 개혁할 힘을 남겨두자고 한 발렌타인의 의견을 무시한 댓가로 황실의 직할병력이 많이 소모되었기 때문에 남은 대귀족들은 황실을 견제할 세력을 유지할수 있었던 탓에 로키안은 여전히 국력을 결집시키지 못하는 상태였다.거기다 애초에 집안이 한미한 귀족집안이라 믿을 것이라곤 황제의 신임밖에 없었던 발렌타인은 대귀족들의 견제로 전쟁중에 세운 공로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제대로 힘을 가질 수 없었던 발렌타인은 이후 주적인 유리아가 계승권문제로 혼란을 겪을때도 자신들의 내부문제때문에 기회를 놓쳐야 했지만 다행히 아크가 참여한 대륙평화회담에서 숙원이던 부패하고 무능력한 대귀족의 숙청의 기회를 잡아 국가개혁의 기회를 잡는다.(3부 18,19편 참조)
비록 아크에게 수모를 당하기는 했지만 마린을 공주로서 유리아에 시집보내게 된 것을 발렌타인은 내심 기뻐했다.겨우 국가개혁의 기초를 잡은만큼 로키안은 이제 내정을 충실히 해서 유리아처럼 기초가 단단한 나라를 세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얀의 뒤를 이어 황제자리에 오른 아크는 그다지 선제공격의 기색은 보이지 않았고 발렌타인은 십년동안 국력을 키워 로키안을 부강하게 만든다는 계획은 뛰어난 행정능력을 가진 동료 크레아스와 시라니안에 견줄만한 대마법사 텔레마코스의 도움으로 충실히 진행되어 나갔다.우직한 성격이지만 그의 친우였던 스파르타쿠스는 그런 발렌타인에게 심적으로 의지할수 있는 존재가 되어 주었고 발렌타인은 이제야 제대로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수 있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발렌타인의 원대한 계획은 로푸스5세의 변덕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유리아에 대한 공격을 시도한 계획은 결국 유리아에 개전의 빌미를 주고 말았고 이미 아크의 아버지 얀의 시대에 충실하게 준비해둔 국력만으로도 유리아는 삽시간에 대유리아동맹을 압도한 것이었다.
발렌타인은 무리한 계획을 만류했지만 군주의 고집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상태에서 유리아에 대한 공작을 시도했지만 애써 준비한 대책이 아크의 괴물같은 여자들때문에 차례로 물거품이 되어버린채 결정적인 패배를 당하고 만 것이었다.
아버지를 어렸을때부터 가장 존경한 레이라는 모든 과정을 보지는 못했지만 친한 스파르타쿠스나 텔레마코스에게 들은 것만으로도 아버지의 불운을 잘 알고 있었다.발렌타인의 불운은 사실 잘못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입장때문에 최상의 선택을 하지 못하고 언제나 끌려다녀야 했던 것이었고 결국 이렇게 막바지까지 몰리고 만것이었다.
레이라는 자신을 몰아붙이는 아버지에게 화가 나있었지만 저번의 소동으로 감금이 끝나고 아버지를 옆에서 다시 볼수 있게 되면서 아버지가 지쳐있다는 것을 알았다.특히 언제나 든든한 친구였던 스파르타쿠스의 죽음이 치명적이었다.
비록 지략은 뛰어나지 못했지만 무용이전에 충실한 태도로 어렸을때부터 발렌타인의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스파르타쿠스의 죽음은 발렌타인을 완전히 절망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었고 카푸안에서 아크를 죽이려고 했던 것은 단지 그런 불안한 심리상황에서 나온 몸부림이나 다름없었던 것이었다.
레이라는 특히 쥬하텐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못하면서 완전히 의욕을 상실해버린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가엾어서 견딜수가 없었다.국가를 파멸로 이끌어가는 뻔한 도식으로 나라가 가고 있는데도 후궁페이의 품속에 파묻혀 완전히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린 군주에게 발렌타인조차 희망을 잃었던 것이었다.한평생 제대로 능력을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절망의 나락에 빠져버린 아버지가 안타깝던 레이라는 아버지를 결정적으로 실망하게 한 쥬하텐이 뻔뻔하게 지껄여대는 소리에 완전히 이성을 잃어 버렸다.목을 졸라버릴듯이 자신을 벽에 몰아붙이는 레이라의 기세에 쥬하텐은 자칭 운명의 선택을 받은 남자라는 자화자찬도 모르고 공포에 질려 벌벌 떨었다.어쨋든 레이라는 쥬하텐보다 강한 검사였던 것이다.
"그,그러니까........"
혀가 떨려서 제대로 변명도 못하는 쥬하텐의 모습을 한심하다는듯이 쳐다보던 레이라는 그대로 멱살을 놓고 발코니를 나가 버렸다.레이라가 나가고 나서도 한동안 얼어버린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발코니에 우두커니 서있던 쥬하텐은 그 모습을 발견한 하인의 도움으로 그런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자기방으로 몰래 돌아갔다.어스브링거를 발견한 쥬하텐은 그것을 보자마자 다시 힘이 솟아났는지 몸을 제대로 움직여보다가 잠시 후 울화를 터뜨렸다.어스브링거를 뽑아든 쥬하텐은 침상이 레이라라도 되는양 미친듯이 검을 휘둘러 박살을 내고서도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식식거렸다.
"망할년........감히 대륙을 통일할 운명을 가진 나에게 이따위 짓을 하다니......내년따위는 이제 필요없다.발렌타인늙은이도 마찬가지야.너는 오늘을 평생 후회하게 될거다.흐흐흐......."
망상속에서 음침한 웃음을 흘리는 쥬하텐의 모습을 보면 신이 맛이 간 이상 그런 운명을 주지는 않을 듯 싶다.하긴 아크같은 인간도 대륙을 통일하게 생겼으니 혹시 또 모르지만...........
ps.전에 아크가 무도회같은 걸 참석하는 것도 보여주면 좋겠다고 해주신 독자분이 계셨는데요.사실 제가 무도회씬을 제대로 묘사안하는 건 제가 무도회의 절차같은 거에 대해 잘 모릅니다.따로 참고할만한 것도 잘 모르겠고.......야한 장면이야 참고할 게 엄청 많습니다만.....^^;; 혹시 무도회같은 거 잘 묘사된 작품 있으면 추천해주세요.^^;;(특히 절차같은거)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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