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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색영웅 대륙정벌기 - 5부48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5 00:10 580회 0건
[이글은 비윤리적인 내용과 묘사를 담고 있습니다.현실에서 이런 행위는 범죄행위입니다.현실과 환상을 구분해주시기 바랍니다.내용에는 SM,강간,고문등이 있을수 있습니다.]


죄송.......ㅠㅠ,절단마공에 또 앳찌씬 없습니다.직업설정쓴다고 글쓰는 시간 낭비하다가 연참을 유지하고 싶어서 한편으로 올리려던 글을 나눠서 먼저 올립니다.별로 재미도 없는 텔레마코스가 찾아오기까지의 과정설명만으로도 세편을 잡아먹게 되어버렸네요......ㅠㅠ


48.함정

한편 쥬하텐을 혼내주고 무도회장으로 돌아간 레이라는 억지로 사람들의 상대를 해주고 있는 아버지 발렌타인에게 다가가 몸이 불편하다며 돌아가겠다고 했다.발렌타인은 딸이 억지 병치레를 하는 것이 이상해 역시 핑계를 대고 무도회를 빠져나왔고 아들 매덕스가 그런 발렌타인과 레이라를 뒤늦게 따라 나와 마차에 오르자 마부가 마차를 출발시켰다.


"무슨 일이냐?"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버지를 본 레이라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왔다.언제나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했던 아버지가 너무나 나약한 표정으로 자신을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소드마스터라 죽을때까지 젊음을 유지할수 있는 아버지인데도 풍기는 기운만으로도 힘없고 지친 늙은이의 냄새가 났다.


"아버지!흑,흑......"
"레이라?"


자신을 끌어안으며 눈물을 터뜨리는 딸의 모습에 발렌타인은 영문을 알수가 없었다.도대체 아까까지도 기분은 좀 나빠보여도 멀쩡했던 레이라가 왜 이런단 말인가?아니 그 이전에 강인한 여기사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던 레이라가 이런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제 다 그만둬요........로키안이니 뭐니 다 포기해버려요!아버지는 할만큼 했어요!능력을 제대로 써볼 기회도 주지 않았으면서 여태 아버지가 한 일들은 생각하지도 않고 저런 놈이나 떠받들면서 망상에 빠져있는 놈들은 다 죽어버리라고 해요!"


대역무도에 가까운 레이라의 말에 놀라는 것보다 발렌타인은 쥬하텐이 필시 뭔가 망발을 했다는 것을 짐작하고 화가 나거나 고민해보려는 것보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그렇잖아도 제국재상이며 오랜 동료인 크레아스공작에게 무도회장에서 나누면서 발렌타인은 또 한번의 패배감을 맛보아야 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유리아는 이제 자연장벽이 남아 있는 나머지국가들을 무리하게 정복하려는 것보다 전쟁을 이쯤에서 끝내려고 하려는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하오.이제 우리는 멸망의 위기를 피할수 있을것 같소.모든것이 쥬하텐황자가 이번에 용감한 작전행동으로 유리아에 본때를 보인것때문 아닌가싶소."


"바보!그게 아냐,적이 눈앞에 있으면 아무리 혼란스러운 집안이라도 단결하지만 평안해지면 자기들싸움을 시작한다는 옛날 격언도 모르나?이건 우리가 내전을 시작하게 만드려는 미끼다!"


발렌타인은 직감적으로 이것이 유리아의 또하나의 음모라는 것을 알았다.


현재의 동맹군의 열세는 도저히 만회하기 힘든 것이었다.제대로 키워내는데 수십년의 세월이 걸리는 기사와 마법사전력을 그렇게 엄청나게 소모해버렸으니 전력으로 방어한다고 해도 열세를 만회할수있을지는 의문시였다.거기다 자연장벽인 투에니강을 비롯한 거대한 강들이 앞으로의 유리아군진격을 막아준다는 기대는 허상이나 다름없었다.


여태 전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제대로 활용되지는 않았지만 대륙중부의 교통요지인 쿠안분지를 통해서 메디아는 육로로도 직접 공격이 시작가능했고 뭣보다 플로린을 점령한이후 재해권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인 유리아는 원하는 위치에서 상륙작전을 펼쳐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뭣보다 현재의 유리아의 전력우위는 뻔한 정공법으로 공격해온다고 해도 과연 동맹군이 막을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유리한 상태인데 하다못해 신하의 예의정도도 다짐받지 못한 상태에서 대륙통일의 호기를 날려버리고 전쟁을 휴전하겠다고?발렌타인이라도 절대로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그리고 유리아의 황제 아크는 호색한이긴 하지만 좋은 기회를 헛되이 날려버릴만큼 만만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 여태의 경험으로 증명되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런 계책보다 현명한 사람이라는 재상 크레아스가 저런 말을 한다는 것에 발렌타인은 절망했다.


과거의 크레아스라면 쥬하텐의 헛된 모습따위에 망상을 품지는 않았을텐데 현실감각을 잃어버리고 헛된 썩은 줄이라도 잡아보려는 그의 의기소침해진 모습에 발렌타인은 완전히 절망해버리고 그에게 반박조차 하지 못했다.


"결국......이렇게 끝이 나고 마는 건가?"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는 것을 볼에 느껴지는 촉촉한 감각에서 겨우 알아차린 발렌타인은 자신이 요새 눈물이 늘었다는 것을 느꼈다.과거 첫사랑을 지키지못한 것을 자책하면서 로키안을 개혁해 대륙을 통일하고 말겠다는 결심을 했을때이후로는 레이라의 어머니를 산후후유증으로 잃어버렸을때조차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이렇게 자주 나온다는 것에 발렌타인은 자신도 많이 약해졌다고 느꼈다.자신의 품에 안겨 통곡하고 있는 딸의 등을 토닥여주면서 발렌타인은 마차가 저택에 돌아갈때까지 계속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이게 말이 됩니까!"


평소 침착한 태도를 잃지 않던 텔레마코스답지 않게 발렌타인과 단둘이 되자 그는 완전히 이성을 잃고 날뛰었다.방금전에 발렌타인에게 황제가 보낸 어이없는 명령때문이었다.


<현재 플로린에서는 솔로라는 자가 잔여세력을 모아 저항군을 편성중이라고 하오.플로린의 부흥은 현재의 암울한 상황에 빛이 될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 짐은 그들을 적극지원하기로 결정했소.그것을 위해 발렌타인경이 직접 플로린에 침투해 솔로를 지원하시오.시급한 일이니 경은 짐을 찾아올것 없이 즉각 출발하시오.모든 준비는 다 되어 있으니 출발만 하면 되오>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터무니없는 일이었다.솔로는 아크에게서 그라비아를 데리고 나온지 겨우 이주일남짓 지났고 그와 함께 암살을 모의했다가 아크에게 용서받은 동료 몇명과 그들을 따르는 인원 겨우 수백명이 산속에 숨어서 플로린 부흥운동을 준비하고 있다지만 사실 산적규모만도 못한 수준이었다.뭣보다 플로린에는 저항을 시도할만한 역량을 가진자들이 별로 남지 않은데다 백성들의 지지도 없어 이 저항군이 제대로 세력을 키울 확률도 거의 없었다.


솔로의 동료중 용케 장거리 통신마법이 가능한 수정구를 가진자가 있어서 로키안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겨우 이정도 수준의 세력의 지원에 로키안의 마지막 소드마스터인데다가 제국의 다섯손가락내에 드는 실력자중의 하나인 발렌타인이 지원을 가라고?거기다 공작인 발렌타인에게 내린 명령이 아니라 마치 하급의 장교에게 내린 지시사항같은 문서의 내용은 어이가 없었다.


"스파르타쿠스가 없으니까 자네가 그친구 몫까지 하려나?자네 목소리는 이렇게 안 컸잖아?"
"농담하실 때가 아닙니다!"


발렌타인은 의자등받이에 지긋이 등을 기대면서 오히려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이제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심정이었다.


"너무 빠르군.레이라에게 당한게 그저께인데 벌써 이렇게라니.....이제 폐하도 쥬하텐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거군.후후후...."


레이라가 쥬하텐에게 한 짓을 들은 발렌타인은 필시 쥬하텐이 보복을 할거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이렇게 금방,거기다 치졸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이렇게 한가하게 계시지 말고 폐하를 직접 다시 만나셔야 합니다.그리고......"
"소용없네.이미 페이라는 여자가 쥬하텐한테 좋은 말만 해댄다니 폐하가 마음을 돌리실 확률은 없어."


이번에 쥬하텐의 공이 크게 부풀려진 것은 후궁 페이의 입놀림이 절대적이었다는 후문이었다.페이는 쥬하텐이 나이도 어린 자기에게 어머니의 예의를 깍듯이 지키는 예의바른 사람이라고 최근에 로푸스황제에게 자주 말했고 이미 정신이 혼미해진 것처럼 판단력이 둔해진 로푸스는 이제 아끼는 정도가 아니라 하루라도 보이지 않으면 삶의 낙을 잃을 정도로 소중한 존재인 페이가 좋게 생각하는 쥬하텐에게 차츰 예전의 안 좋은 평가를 거두게 되었다.


"그 요녀같으니......"
"그렇게 말할수는 없지.그녀가 특별하게 잘못했다고 할만것도 없지 않나?"


발렌타인에게 있어서 페이는 기묘한 존재였다.뭔가 특출나게 황제를 리드하지는 않는데 그녀의 행실은 꼭 제국의 방향을 안좋은 쪽으로 이끌어간다.그렇다고 대외적으로 페이를 악녀로 몰아붙이기도 곤란한 것이 이번의 쥬하텐문제도 특별하게 쥬하텐에게 뇌물을 받는다던가 한 것도 아니고 실제로 최근에 그녀와 만난 쥬하텐이 아버지가 총애하는 후궁에게 잘 보이려고 예의를 갖춘것을 거의 그대로 말한것이 공개적으로 로푸스의 귀에 들어간것이고 그렇다고 쥬하텐의 형인 레플러스를 깍아내린 것도 아니라 페이가 특별하게 쥬하텐의 편을 들려고 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레플러스는 부랴부랴 불리함을 만회하려고 페이에게 많은 선물을 바쳤으나 페이는 뜻밖에 그선물이 너무 과하다고 일부만 예의상이라며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레플러스에게 모두 돌려주었다.이러니 페이가 특별히 뇌물을 바라고 쥬하텐을 편들었다고 보기에도 곤란했다.


"그럼 어쩌실 겁니까?적지에 이렇게 침투하신다는 건 자살행위입니다!"


이번엔 저번처럼 텔레마코스와 함께 하는 것도 아니다.산적무리수준정도밖에 안되는 자칭 저항군이란 것들과 어울려다니다가는 아무리 소드마스터인 발렌타인이라도 압도적인 유리아군에 묻혀 함께 죽기 십상이었다.거기에 플로린에는 유리아의 최강전력이라는 일명 <후궁군단>이 있었다.


"자네에게 부탁이 있네."
"마,말씀하십시오."


텔레마코스는 발렌타인이 뭔가 계책을 말하려고 하는 줄 알았지만 발렌타인에게서 나온 말은 뜻밖의 것이었다.


"내아들딸들과 스파르타쿠스의 아들 하인츠를 부탁하네."
"각하!"


텔레마코스는 펄쩍 뛰었다.이것은 마지막 유언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나도 계책을 숱하게 많이 사용했고 검신 공고나를 비롯해서 내함정에 빠져 죽은 사람도 수두룩하네.나도 함정에 빠져 죽어가는게 신이 정해준 운명일지도 모르지."
"아닙니다!도련님은......다르십니다!"


갑자기 텔레마코스가 부른 도련님이란 호칭에 발렌타인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텔레마코스는 어렸을때 발렌타인의 집안의 하인의 아들이었다.원래 정식으로 고용된 하인은 노예와는 다르지만 보통 한번 고용된 하인들은 대대로 그 집안에 매여 살다보니 귀족들은 대부분 똑같이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날 발렌타인의 형에게 마법을 가르치러 온 한 마법사가 재능이 조금 있긴 하지만 노력이 전혀 없는 그에게 실망해있다가 우연히 텔레마코스의 마법재능을 보고 그에게 조금 기초를 가르쳐주고 마법입문서적을 선물로 주었다.당시 텔레마코스는 뛰어난 머리로 독학으로 하인답지 않게 글을 모두 깨우친 상태였다.마법사는 생각같아서는 자신이 직접 마법을 가르쳐주고 싶었지만 발렌타인의 형이 텔레마코스에게 질투를 할까봐 나름대로 텔레마코스가 마법이 무엇인가 개념정도라도 파악하고 있게 해주려는 호의에서 한 일이었다.


마법이란 선천적으로 타고난 감각도 필요하지만 검사에 뒤지지 않는 엄청난 노력이 있어야 하고 말은 마법입문서적이라지만 사실 책만 보고 마법에 입문하는 사람은 없었다.마법사는 텔레마코스가 마법에 대해 개념이라도 어느정도 깨우치면 발렌타인의 형에 대한 계약 - 조건은 1써클에 도달하게 되는 것,보통 귀족자제들이 교양으로 마법을 배우는 경우 흔히 쓰이는 조건이었다 - 이 끝나는대로 제자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텔레마코스는 단 2년만에 혼자 독학으로 1써클에 도달했고 그때까지 발렌타인의 형은 재능이 있는데도 - 여기서 재능이란 어디까지나 마법에 입문할 소질이 있다는 정도지,능력이 뛰어난 수준이라는 것은 아니다 - 노력이 없어 아직 1써클에도 달하지 못했다.


이것을 질투한 발렌타인의 형은 텔레마코스가 집안의 보물을 훔쳤다는 누명을 씌우고 텔레마코스를 때려죽이려고 했다.사실 이것은 귀족이라도 이정도 일로 노예가 아닌 평민을 죽이는 것은 불법이지만 동방귀족들에게 당시 이런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때 나선것이 발렌타인이었다.발렌타인은 어려서 자신보다 나이가 한살 어린 텔레마코스가 머리가 좋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 글을 가르쳐주기도 했으며 이번일이 형의 질투로 일어났다는 것을 눈치챘다.비록 서자였지만 뛰어난 재능으로 아버지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발렌타인이 나서자 사건은 잘 무마되었으며 텔레마코스는 무사히 마법사의 제자로 들어갈수 있었다.


이후 마법사가 되어 저택을 떠난 텔레마코스는 첫사랑을 다른 귀족에게 잃어버리고 독한 마음을 품고 세력을 모으던 발렌타인의 든든한 동지가 되어 주었고 궁정마법사가 되어 공작의 작위를 받은 것은 발렌타인보다 먼저였는데도(발렌타인의 경우 소드마스터라는 것을 비밀로 했기 때문에 공작의 작위를 받은 것은 한참 뒤였다.) 언제나 발렌타인을 깍듯이 윗사람 대접했다.자부심이 강하고 괴팍한 인종이라는 마법사들로는 드문 일이었지만 발렌타인은 텔레마코스에게 은인중의 은인이었던 것이다.갑자기 옛날 호칭이 나오자 미소를 짓는 발렌타인에게 텔레마코스가 비통한 표정으로 절규했다.


"차라리.....이제 마음을 바꾸십시오.여태 숱한 오물을 뒤집어쓰면서 노력해오신 도련님을 죽을 자리로 내몰다니........더이상 충성을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부패한 대귀족들을 정리해서 나라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 황제의 신임을 얻으려고 노력했던 발렌타인은 과거 다른 귀족들에게 매우 가혹하게 대했었고 그의 능력과 국가에 대한 개혁의지를 알고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를 시기하고 질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황제가 최근 발렌타인에게 소흘하게 대하자 이제 노골적으로 발렌타인에게 적대감을 표시하는 자들도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하나남은 소드마스터를 유리아에 대한 압도적 전력열세상황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지로 보내다니,그런 어이없는 생각을 한 쥬하텐도 문제지만 그런것을 용인해버린 황제나 다른 로키안의 귀족들도 이미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내 한계가 여기까지라니 할수 없지.제발 내 마지막 모습을 추하게 만들지나 말아주게나.다만 내 목숨은 어쩔수 없다해도 자식들과 가엾게 되어 버린 하인츠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걱정일세.아마 자네는 마법사들의 지지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쉽게 건드리지 못할것 아닌가?약속해주게."


내심 싫어하는 자들이 많은 발렌타인과 달리 텔레마코스는 로키안마법사들의 중심인 대마법사다.마법사길드의 길드마스터도 텔레마코스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것이다.


스파르타쿠스는 검에 매달려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라 늘그막에 얻은 처가 남긴 열세살의 어린아들 하인츠가 유일한 혈육이고 그나마 생모조차 사년전에 병으로 사망하고 현재 젊은 나이에 미망인이 된데다 친정도 화재로 전멸해버린 홀홀단신의 스파르타쿠스의 조카 세인티아가 보호자로 있지만 과연 공작의 작위를 제대로 지켜나갈지가 걱정이었다.물론 그 공작의 작위자체 유리아가 쳐들어온다면 남아 있을지도 의문이었지만.


자신을 지키다가 죽은 친구의 자식의 장래가 걱정이었던 발렌타인은 어떻게든 텔레마코스에게 자신의 자식들과 하인츠의 보호를 확답받으려고 했다.


"알겠습니다......"


발렌타인이 마음을 꺽지 않으면 차라리 발렌타인과 함께 가려던 텔레마코스는 발렌타인의 간절한 표정에 결국 마음을 바꾸었다.그제서야 발렌타인은 모든 걱정이 날아갔다는 듯 편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리고.....나중에 유리아가 대륙을 통일하면 아크라는 놈한테 내딸을 꼭 책임지라고 하게나."
"네?"


말에 담긴 불충한 뜻은 관두고라도 텔레마코스는 발렌타인의 말에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다.아크라면 질색을 하지 않았나?


"그 망할 놈때문에 수설수로 내 딸이 시집도 가기 힘들게 되지 않았나?그러니까 책임을 당연히 져야지.염문을 뿌리고 다녔으면 책임도 져야 할 것아냐?"


발렌타인은 저번소동이후 딸에 대한 의심을 거두었지만 사람들은 달랐다.필시 레이라가 아크에게 처녀를 잃었을 것이라고 쑤근덕대는 자들이 많았다.



그렇게 많이 노력도 하지 않은 것같은데 여복하나로 모든걸 해쳐버리는 것 같은 자,거기다 쾌락을 절제하지도 않고 마음껏 즐기면서도 하고 싶은건 다 해내는 자,평생동안 피나는 노력을 해왔는데도 자신은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는데 매사에 운이 따르는 아크에게 발렌타인은 평소에 이름만 나와도 짜증을 냈지만 저런 농담의 소재로 삼는 걸 보니 이제 담담히 죽음을 준비하면서 그런 감정도 희석된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스파르타쿠스는 딸이 없어서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았도 좋겠어.아마 스파르타쿠스도 딸이 있었으면 그놈한테 잡아먹혔을걸?허허허....."


평소답지 않은 실없는 농담을 하는 발렌타인의 모습에 텔레마코스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결국 마치 쫓겨가듯 그날로 출발하는 발렌타인을 배웅하면서 텔레마코스는 속으로 또 한번 울분을 삭여야 했다.



"망할 놈들.......감히 저분을 이렇게 보내다니......."


명색이 비밀침투인 만큼 발렌타인을 순간이동 주문으로 목표근처로 보내주는 방법도 가능하건만 주변정보가 확실하지 않다는 핑계로 발렌타인은 비밀루트로 침투를 시도해야 했다.끝까지 발렌타인을 우롱하고 모욕하려는 쥬하텐의 수작에 텔레마코스는 이를 북북 갈았다.


"어,어떻게......."
"말도 안돼요!"


뒤늦게 발렌타인이 사지로 보내진 것을 안 매덕스와 레이라는 비통해 어쩔 줄 몰랐으나 수도를 떠나 영지로 돌아가있는 것이 안전할 거라는 텔레마코스의 재촉에 결국 수도를 떠나 발렌타인의 영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텔레마코스는 두사람을 데려다주면서 자신도 잠시 자기 영지에서 쉬고 오겠다는 핑계로 함께 떠났다.


"이럴수가......."
"미안하다.아무 도움도 못 되는 멍청한 오라비를 용서해라."


매덕스는 아버지가 사지로 가게 된 것이 자신의 잘못이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평범한 능력밖에는 없어 아버지 발렌타인에게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그는 이런 상황에서 역량을 발휘하지도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워 마차에 함께 탄 누이에게 제대로 얼굴을 들지도 못 했다.


"오빠잘못이 아니에요.제가 성질을 부려서........"


레이라는 설마 쥬하텐이 이렇게 빨리 미친 짓을 할줄은 꿈에도 몰랐다.비탄에 잠긴 두 남매를 제대로 위로할말을 찾지 못한 텔레마코스는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멈춰라!나는 마법사 그레고리다!"


갑자기 마차밖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고개를 내민 텔레마코스는 잠시 행렬을 멈추고 비행마법으로 따라온 마법사 그레고리를 마차안으로 받아들였다.


"아니,자네가 웬일인가?"
"거참 아무리 형세가 안 좋다고 해도 나와도 인사정도는 하고 가야 할 것 아닌가?섭섭하네."


그레고리의 말에 텔레마코스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그레고리는 과거 같은 사부를 모셨던 사람으로 일찍 자신의 경지를 이루어 사부의 곁에서 떠난 텔레마코스보다는 늦었지만 로키안에서 텔레마코스다음으로 뛰어난 7써클 마법사였다.


"자,급해서 이별선물을 해줄것은 없고 술이나 한잔씩 하세."


그레고리는 비교적 침착한 성격이었지만 술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언제나 품안에 술병을 품고 사는 사람이었다.그레고리의 성황에 텔레마코스와 매덕스,레이라는 모두 한잔씩 술을 들이켜야 했다.애주가인 그레고리가 갖고 다니는 술답게 술의 맛은 향도 아주 좋은데다 기분좋게 취할수 있었다.취기가 오르자 매덕스는 속에 쌓인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로키안사람들은 이제 다 미쳤습니다.어떻게 이런 미친 짓에 아무도 제동을 거는 사람이 없단 말입니까!"


특히 분통이 터지는 것은 발렌타인의 오랜 동료였던 재상 크레아스 공작이 전혀 발렌타인을 도와주지도 않았고 이런 미친 짓을 묵인했다는 것이었다.


"너무 실망말게.언제까지나 이런 미친 짓이 계속 되리라고 생각하나?폐하가 이성을 찾으면 각하도 귀환하실수 있을걸세."
"흥,마음을 바꿔봤자에요.한마음으로 뭉쳐도 살아남을수 있을까말까할텐데 어디서 운좋게 마법검한자루얻은 애송이한테 온 나라가 휘돌리고 있으니......."



"으악!공격이다!"
"침착해라!마차를 지켜!"


갑자기 마차밖에서 울려퍼지는 비명소리에 마차안의 사람들은 놀라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대열을 공격해오는 정체불명의 무리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사방에서는 화살이 빗발치듯이 날아들어 병사몇명이 쓰러지는 모습이 마차안의 사람들의 눈에도 들어왔다.


"건방진 놈들이......"


텔레마코스는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감히 공작가의 행열을 공격하는 놈들이라니?어이가 없어진 텔레마코스가 대뜸 마법한방을 날려주려 최근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 버리려고 하는 순간 그레고리가 그런 텔레마코스를 말렸다.


"저런 불한당놈들쯤이야 공작가의 병력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나?자네까지 나설 것 없네."


아무리 이런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고 해도 제국최강의 검사였던 발렌타인의 부하들이다.비록 초라하게 영지로 쫓겨가는 거나 다름없는 신세라고 해도 기사들중엔 마나를 다룰 아는 유저급이상의 기사도 여럿되고 병사들도 정예병이었다.화살 공격이후 일제히 돌격해 들어오는 조잡스러운 레드아머를 걸친 정체불명의 무리들이 금새 발렌타인의 병사들에게 쓰러질것이라고 믿어 의심치않던 텔레마코스들은 잠시 벌어지는 믿을수 없는 광경에 눈을 의심해야 했다.뜻밖에도 정체불명의 무리들의 손에 발렌타인의 병사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었던 것이다.거기다 지휘관급들조차 최소한 익스퍼트에는 도달한듯 보이는 적들의 복면을 뒤집어쓴 강자들에게 차례로 쓰러져갔다.


"이럴수가!안되겠습니다!저희들도......"


서둘러 마차밖으로 뛰어나가려고 하던 매덕스는 갑자기 정신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꼈다.어떻게든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도대체 힘이 들어가주질 않았다.이미 텔레마코스와 레이라는 의식을 잃어버린채 마차안에 널부러져 있는데 그레고리만이 표정을 바꾸어 음침한 태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매덕스는 그대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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