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비교적 짧게 끝났다. 그도 그럴 것이, 레어가 습격(차마 그걸 습격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지만)당한 지 이제 겨우 4일째에 불과한데 꺼낼 얘기가 많을래야 많을 수가 없었다.
중요한 건 다 말했다. 공작들조차도 몰랐던 전대미문의 드래곤 사육 사건, 세르네린과 네르세린을 노예로 삼은 것에 대한 대가, 그리고 황태자 놈이 저지른 짓까지.
"어차피 화낼 일은 아니지 않나? 정략혼인으로 멀리 보내버리는 것이나 나한테 보내는 것이나 뭐 그리 다르다고... 그리고 사실 황녀 2명이면 싼 거지."
분명히 말해서 그렇다. 적어도 나는 이번 유희, 그러니까 최소한 세르네린과 네르세린이 죽을 때까지는 여기서 살 테고, 그 말인즉슨 그녀들의 할애비라는 공작의 눈 밖으로 나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 정도면 꽤나 매력적인 조건 아닌가?
물론 "노예"라는 말이 걸린다면 납득할 수 있겠다. 하지만 드래곤의 노예라면 차라리 타국의 인질에 가까운 왕비보다 낫지 않나?
"하지만, 하지만 노예이지 않습니까!"
"내가 그 아이들을 팔아먹기라도 하나?"
대번에 공작의 말문이 막혔다. 사실 노예라는 건 물건이다. 사람이 아니다. 주인이 팔아먹으려는 생각만 가지면 얼마든지 팔아치울 수 있는 상품이다. 가족이 노예가 되면 가장 비참한 이유가 그것이지 않나. 뿔뿔이 흩어서 팔아먹으면 다시 만날 기회조차 없어진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나는 훌륭하다 못해 최고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절대 버리지 않을 테니까.
"그 아이들을 학대하나? 아니면 다른 남자한테 안겨주기라도 하나?"
자매의 할애비라는 공작은 완전히 침몰했다. 노예라는 입장이긴 해도 그 정도면 아내나 다름 없지 않느냔 말이다. 아니, 애초에 이 정도면 굳이 "노예"라고 할 것까지도 없었겠다. 차라리 자매들을 아내 삼아서 인간 식으로 눌러 살아도 별 문제는 없었을 것을.
뭐, 어차피 이미 지나간 일이다. 게다가 내게는 아내보다는 노예를 두는 편이 어울리기도 하고. 아내의 사랑 따위 보다는 노예의 복종을 받아내는 것이 훨씬 기분 좋은 일이잖은가.
"생각을 바꿔 보라. 그 아이들은 비록 노예라 칭하나 노예로서 다루지는 않으니."
여전히 침묵이다. 딱히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뿐이지, 곁의 2명은 아까부터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같은 공작이라고 내게 무례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기가 불안했던 모양이다.
"무례가 지나치네. 사죄하게."
"존귀한 분이시여, 감히 말씀드리건대, 제국을 바쳐도 부족할 판국에 황녀 2명을 품으심으로써 화를 거두겠다 하시니 그 자비가 과연 지극하나이다."
인간의 언어라는 거, 이렇게 들으면 참 어렵다. 저 극존칭이 대체 무슨 뜻인지 생각하느라 대답을 못했다.
잠깐 생각하는 시간이 민망해서 자매들의 할애비라는 공작을 계속 노려보고 있었는데, 그는 옆의 동료 인간들이 자신을 타박하자 화가 난 모양이다. 글쎄, 인간의 사고방식이라는 게 어떤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자기 손녀가 드래곤의 화를 가라앉히느라 바쳐진 제물 취급을 당한 것에 분개한 것이 아닐까?
"자네들이, 이... 이...!!!"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 똑똑똑
저 가벼운 리듬을 타는 노크 소리는 절대 남자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더 놀라버렸다. 수련을 쌓은 남자도 아니고, 여자가 접근했는데 인간을 넘어선 지각 능력을 가진 존재들(나까지 포함하여 4명)이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니. 어지간히도 주의가 쏠려있던 모양이다.
"누구~?"
이번에도 휴린이 물었다. 이건 거의... 반사적이군. 노크 소리가 들리면 누군지 물어봐야 한다고 가르치기라도 한 건가?
"저에요. 들어가도 돼요?"
네르세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척을 보아하니 옆에 1명이 더 있는 모양이다.
"들어와요~!"
아, 제발, 휴린. 라이아는 왜 이딴 교육을 시켜서는 골치아프게 하는 거야? 나는 휴린의 긴 은발이 흐트러지도록 거칠게 쓰다듬었다. 휴린의 입에서 볼 멘 소리가 나오며 표정이 샐쭉하게 변했다.
- 딸칵
문이 열리고 2명이 들어왔다. 하나는 네르세린, 그리고 그 옆에는... 세르네린? 세르네린이 네르세린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보아하니 여기로 온 것은 쉬기 위함인 듯한데... 대체 왜?
세르네린의 걸음걸이는 매우 힘겨워 보였다. 보폭도 평소보다 좁고, 그나마 매 걸음마다 다리가 떨려 휘청거렸다. 얼마나 힘든지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저런 몸상태로 황태자 따위의 장례에 갔던 거냐?
"언니야, 아파? 응? 아파?"
휴린이 정말 걱정하는 투로 물었다.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을 텐데, 표정만은 마치 자신이 아픈 듯이 고통스러워 보였다. 아, 그랬다. 이 작은 아이는 적어도 "아프다"라는 게 어떤 것인지 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불쌍하게도.
나는 흐트러진 휴린의 머리칼을 다시 잘 정돈해주며 물었다.
"세르네린. 무슨 일이지?"
네르세린이 제 언니를 침대에 눕히더니 이마의 땀을 훔쳤다. 그리고는 예의 당돌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나를 쏘아봤다.
"보면 몰라요? 아프다잖아요, 어젯밤부터 계속!"
어젯밤부터? 아, 잠깐. 제대로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로 아프다 이건가? 그렇다는 것은... 음... 역시 그거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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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다 말했다. 공작들조차도 몰랐던 전대미문의 드래곤 사육 사건, 세르네린과 네르세린을 노예로 삼은 것에 대한 대가, 그리고 황태자 놈이 저지른 짓까지.
"어차피 화낼 일은 아니지 않나? 정략혼인으로 멀리 보내버리는 것이나 나한테 보내는 것이나 뭐 그리 다르다고... 그리고 사실 황녀 2명이면 싼 거지."
분명히 말해서 그렇다. 적어도 나는 이번 유희, 그러니까 최소한 세르네린과 네르세린이 죽을 때까지는 여기서 살 테고, 그 말인즉슨 그녀들의 할애비라는 공작의 눈 밖으로 나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 정도면 꽤나 매력적인 조건 아닌가?
물론 "노예"라는 말이 걸린다면 납득할 수 있겠다. 하지만 드래곤의 노예라면 차라리 타국의 인질에 가까운 왕비보다 낫지 않나?
"하지만, 하지만 노예이지 않습니까!"
"내가 그 아이들을 팔아먹기라도 하나?"
대번에 공작의 말문이 막혔다. 사실 노예라는 건 물건이다. 사람이 아니다. 주인이 팔아먹으려는 생각만 가지면 얼마든지 팔아치울 수 있는 상품이다. 가족이 노예가 되면 가장 비참한 이유가 그것이지 않나. 뿔뿔이 흩어서 팔아먹으면 다시 만날 기회조차 없어진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나는 훌륭하다 못해 최고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절대 버리지 않을 테니까.
"그 아이들을 학대하나? 아니면 다른 남자한테 안겨주기라도 하나?"
자매의 할애비라는 공작은 완전히 침몰했다. 노예라는 입장이긴 해도 그 정도면 아내나 다름 없지 않느냔 말이다. 아니, 애초에 이 정도면 굳이 "노예"라고 할 것까지도 없었겠다. 차라리 자매들을 아내 삼아서 인간 식으로 눌러 살아도 별 문제는 없었을 것을.
뭐, 어차피 이미 지나간 일이다. 게다가 내게는 아내보다는 노예를 두는 편이 어울리기도 하고. 아내의 사랑 따위 보다는 노예의 복종을 받아내는 것이 훨씬 기분 좋은 일이잖은가.
"생각을 바꿔 보라. 그 아이들은 비록 노예라 칭하나 노예로서 다루지는 않으니."
여전히 침묵이다. 딱히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뿐이지, 곁의 2명은 아까부터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같은 공작이라고 내게 무례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기가 불안했던 모양이다.
"무례가 지나치네. 사죄하게."
"존귀한 분이시여, 감히 말씀드리건대, 제국을 바쳐도 부족할 판국에 황녀 2명을 품으심으로써 화를 거두겠다 하시니 그 자비가 과연 지극하나이다."
인간의 언어라는 거, 이렇게 들으면 참 어렵다. 저 극존칭이 대체 무슨 뜻인지 생각하느라 대답을 못했다.
잠깐 생각하는 시간이 민망해서 자매들의 할애비라는 공작을 계속 노려보고 있었는데, 그는 옆의 동료 인간들이 자신을 타박하자 화가 난 모양이다. 글쎄, 인간의 사고방식이라는 게 어떤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자기 손녀가 드래곤의 화를 가라앉히느라 바쳐진 제물 취급을 당한 것에 분개한 것이 아닐까?
"자네들이, 이... 이...!!!"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 똑똑똑
저 가벼운 리듬을 타는 노크 소리는 절대 남자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더 놀라버렸다. 수련을 쌓은 남자도 아니고, 여자가 접근했는데 인간을 넘어선 지각 능력을 가진 존재들(나까지 포함하여 4명)이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니. 어지간히도 주의가 쏠려있던 모양이다.
"누구~?"
이번에도 휴린이 물었다. 이건 거의... 반사적이군. 노크 소리가 들리면 누군지 물어봐야 한다고 가르치기라도 한 건가?
"저에요. 들어가도 돼요?"
네르세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척을 보아하니 옆에 1명이 더 있는 모양이다.
"들어와요~!"
아, 제발, 휴린. 라이아는 왜 이딴 교육을 시켜서는 골치아프게 하는 거야? 나는 휴린의 긴 은발이 흐트러지도록 거칠게 쓰다듬었다. 휴린의 입에서 볼 멘 소리가 나오며 표정이 샐쭉하게 변했다.
- 딸칵
문이 열리고 2명이 들어왔다. 하나는 네르세린, 그리고 그 옆에는... 세르네린? 세르네린이 네르세린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보아하니 여기로 온 것은 쉬기 위함인 듯한데... 대체 왜?
세르네린의 걸음걸이는 매우 힘겨워 보였다. 보폭도 평소보다 좁고, 그나마 매 걸음마다 다리가 떨려 휘청거렸다. 얼마나 힘든지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저런 몸상태로 황태자 따위의 장례에 갔던 거냐?
"언니야, 아파? 응? 아파?"
휴린이 정말 걱정하는 투로 물었다.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을 텐데, 표정만은 마치 자신이 아픈 듯이 고통스러워 보였다. 아, 그랬다. 이 작은 아이는 적어도 "아프다"라는 게 어떤 것인지 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불쌍하게도.
나는 흐트러진 휴린의 머리칼을 다시 잘 정돈해주며 물었다.
"세르네린. 무슨 일이지?"
네르세린이 제 언니를 침대에 눕히더니 이마의 땀을 훔쳤다. 그리고는 예의 당돌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나를 쏘아봤다.
"보면 몰라요? 아프다잖아요, 어젯밤부터 계속!"
어젯밤부터? 아, 잠깐. 제대로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로 아프다 이건가? 그렇다는 것은... 음... 역시 그거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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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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