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전대
유랑 종족 네메시스의 지구 침략 시도를 가로막는 마법소녀전사들.
궁지에 몰린 네메시스의 부대장 시몬에게 최후의 비책으로 내려진 것은….
[세뇌,마법소녀,전대,연쇄저속,예속화,동물화,유아화 etc.]
십팔세 미만은 나가주세요
세뇌전대 한국어판의 모든 권리는 원작자 칸탄무(邯鄲夢)씨와 저에게 있으며 세뇌전대의 번역본은 어떠한 방법으로건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없습니다.
세뇌전대 日本 오피셜 페이지=http://clocker8.hp.infoseek.co.jp/
第一話 藥
「···그만해··· 이쪽으로··· 오지마···」
애원 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바닥에 털썩 허리를 붙이고 뒷걸음질 쳤지만, 얼마 안가 벽에 등이 닿았다.
‘쿡쿡쿡’ 그만둬달라고 그만둬준다면 경찰이 필요할 리가 없다.
나는 그녀의 두 다리를 와랑 움켜잡았다. 불쌍하게도, 그녀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스모크색 바이저를 통해서 매끈한 허벅지 사이에 보이는 하얀 천은, 요염하게 떠올라 보였다.
「유감이지만···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아···」
미션은 오랜만에 성공하고 있었다. 이번 임무는 우리의 자금 조달을 위해 강도 비슷한 일을 하는 바보같은 것이었다. 내 부하인 전투원 16호와 22호는 지금 쯤 금고를 부수고 값나가는 물건들을 챙기고 있을 것이다. 「악의 조직」이라고 해도 돈이 없으면 전투수행이 불가능 하다. 토요일 다섯 시에 하는 소년향 영웅활극과는 달리 현실은 어려운 것이다.
이 아가씨는 우연히 침입한 집에 있었을 뿐 별로 원한 따위가 있는 건 아니다···. 뭐 이런 건 부록인 셈이다. 가끔 이런 여흥도 없다면, 그 냉혹 무비한 상사의 비난을 참고 견뎌야 하는 중간 관리직 따위는 할 수 없다.
그녀는 이제 포기한 것인지, 푹 고개를 떨구고 눈을 감고 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의 조직 네메시스의 악명은 세계를 진동시키고 있으니까. 눈에 띈 것은 결코 살려 보내지 않는다. 뉴스에서 시끄럽게 떠들어 대고 있는 것이다.
나는 검은 장갑을 낀 채로 그녀의 민감한 부분을 만지려고 했다. 그 순간.
「기다리세요!」
나는 그 소리를 듣자 마자 바로 뒤를 돌아 봤다.
「악의 조직 네메시스! 발키리 전대, 화염의 카네리아가 온 이상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는 없을 걸!」
「···그리고 바람의 루피아. 우리 앞에서 나쁜 행동은 자제해 줄 수 없습니까?」
거기에는 두 명의 소녀가 있었다. 한사람은 숏 컷, 또 다른 한사람은 긴 머리카락을 묶고 있다.
전대(戰隊) 발키리···, 우리의 조직에 대항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다. 정의를 위해서 약한 시민들을 지키고 있다.
‘화염의 카네리아‘라고 자칭 한 아가씨는 하얀 장갑을 낀 가는 손가락으로 이쪽을 가리키고 있다. 다홍색 미니스커트에서부터 하얀 하이니 삭스에 싸인 긴 다리가 뻗어 있다. 오른손으론 장식과 보석 따위가 붙어 있는 검을 들고 분노에 불타는 눈동자로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 오기 넘치는, 확실한 정의의 소녀, 라는 건가.
*역주: 하이니 삭스는 무릎 근처까지 오는 긴 양말을 말합니다.
바람의 루피아는, 그녀보다 조금 아래쪽에 서 있다. 모스 그린을 기조로 한 옷을 입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은, 복잡한 주문 같은 것이 새겨진 지팡이였다. 깊은 슬릿이 들어간 원피스와 긴 로브에도 복잡한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그녀의 공격력을 증폭하기 위한 것이었다. 카네리아보다는 침착한 말투지만, 멸시하는 듯한 눈을 보면 비슷한 부류다.
두 사람 다, 아직 어리다고 할 수밖에 없는 계집애들이었다. 내 앞에서 떨고 있는 여자 아이와 별다른 게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이 계집아이들에게, 몇 명이나 되는 동포가 쓰러졌다. ---정의의 이름아래.
「젠장···. 설마 이런 곳까지 오다니···」
「여성을 위협해 정조를 빼앗으려 하다니, 악의 인의(仁義)에도 어긋나는 놈! 하늘을 대신해 벌을 내리겠다!」
「···그 악에 인의라는 건 없습니다만」
카네리아는 검을, 루피아는 지팡이를 겨누었다.
이런 걸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나는 정말로 실력이 낮은 편이다. 말하자면 일반 전투원정도랄까. 한편 그녀들은 주역급. 말하자면 장기의 차(車와) 졸(卒) 정도의 차이가 있다··· 상대가 될 리가 없다.
어쨌든 도망치자. 나는 결단만은 빨랐다.
품에 숨겨 가지고 있던 연막탄을 던졌다. 바닥에 부딪치자마자 연기가 분출했다. 나는 그 틈을 타 도망치려고 했지만···,
「그렇게는 안 되지! 파이어·스트림!」
카네리아가 검을 들어 아래로 휘두르자 공간에서 불길이 튀어 나와, 일직선으로 나를 향해 왔다
「크윽!」
나는 허리에 달고 있던 특수경봉을 들어 스위치를 눌렀다. ‘지잉‘ 하는 소리와 함께 방어 장벽이 생겨났다.
불길은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쳐 소멸했다.
그러나, 나는 장벽을 지탱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부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빈 틈 입니다. ---윈드·브릿드」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왼쪽에서 격렬한 공기의 압력이 나의 몸을 공격했다. 바람같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공기의 탄환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나는 그것에 맞고 그대로 벽으로 밀려났다.
「으읏···!」
일순간 정신이 몽롱해졌다. 방안에 자욱한 연기가 더욱 짙어졌다. 다행히, 내가 밀려난 벽에는 창문이 있었다. ‘여기가 몇 층이었지’ 하는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나는 전력으로 창문을 부수고···밖으로 뛰쳐나갔다.
---거기에서 어디를 어떻게 더듬어 아지트로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가벼운 응급 처치 후, 곧바로 상사에게 불려 갔다.
「···그래서, 너 혼자 염치없이 돌아온 거냐. 사명도 완수하지 못하고, 부하도 버려두고··!」
서릿발 같이 차가운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온다. 나는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말없이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갑자기 채찍이 내리쳐졌다.
「크윽!」
「듣고 있는 거야? 시몬」
「드, 듣고 있습니다. 사파이어님. 하지만 그 정체 모를 마법에 당할 수가 없었고·· ·상대도 둘이라···」
말이 다 끝내기도 전에 두번째의 채찍이 날아왔다. 연달아서 한 발만 맞아도··· 나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마루에 푹 엎드렸다.
「···흥. 쓸모없는 남자···」
사파이어는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
사파이어. 그녀는 네메시스의 장군이다. 원래 군인을 대이어 배출하는 가문 출신으로, 그녀의 친족중에는 네메시스의 간부가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그녀는 젊은 나이에 두각을 나타내, 사상 최연소로 네메시스 제 2 부대의 사령으로 취임했다. 아름다운 얼굴 생김새에 트윈 테일, 진한 파랑색의 타이트한 미니스커트, 검은 스타킹, 하얀 부츠, 라고 하는 복장은 지극히 자극적이었지만, 손에 들고 있는 특제 채찍 맛을 알게 되면, 그런 괘씸한 생각은 절대 실행할 수 없다. 그 기질은 가혹하고 격렬하며, 극히 자존심이 강하다.
···이 지구라고 하는 혹성에, 우리 네메시스가 주목한 것은 3년 정도 전이다. 우리는 원래 우주를 방황하는 유랑 종족이다. 모성이 황폐해져 살 수 없게 되고 나서부터 우리는 우주로 계속 진출해, 적당히 살만한 혹성을 찾아서는, 거기서 에너지를 보충 하는 것을 반복했다. 적당히 살만한 별, 이라고 하는 것은 대체로 이미 지적 생명체가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아, 우리는 항상 그들과 싸웠고 그리고 승리해서 다 빼앗았다.
그런데 이 지구는 그렇게 쉽지 않았다. 처음은 거의 맘대로였지만, 정확히 1년 정도 전부터 정의의 사자를 자칭하는 마법 소녀 전사들이 나타나 우리에게 반격을 시작했다. 방심하고 있는 틈에 정예인 제1, 제3 부대는 전멸. 남은 제2 부대인 우리의 능력에 우리 종족의 생존이 걸려 있다.
사파이어는 자신의 아버지의 생명을 그 화염의 카네리아에게 잃어서 특히 그녀에게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정체 모를 마법 앞에 계속 패배를 거듭해 온 우리 부대에는 이제 온전히 움직일 수 있는 병사는 거의 남지 않았다.
「사파이어, 그 정도로 해 두세요.」
침착한 성인 여성의 목소리가 사파이어의 채찍을 제지했다.
「···베릴님. 하지만···」
「그는 지금은 얼마 안 되는 우리의 충실한 부하입니다. 극히 믿음직스럽지 못한 것은 압니다만, 여기서 죽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사파이어가 마지못해 채찍을 거두었다. 베릴이라고 불린 여성은 의자에서 일어나 조용조용히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베릴, 그녀는 우리 네메시스의 총수다. 전투 종족인 네메시스에 있어서는, 즉 황제와 동일하다. 그녀도 26세. 젊지만, 그 실력은 모든 장군들을 능가했다.
총수는 나의 턱을 들어 올려 내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했다.
「···시몬. 이번은 특별히 용서 합니다. ··· 하지만, 다음은 없어요」
나는, 사파이어의 채찍을 맞았을 때보다 떨렸다.
총수의 말에는 번복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채찍의 상처를 치료 받기 위해 다시 의무실로 가는 처지가 되었다.
의무실에는, 백의를 입은 여자 아이가 있었다. 몸집이 작은데도 보통 어른 여자 크기의 백의를 입고 있기 때문에, 백의에 파묻힌 것처럼 보였다. 긴 머리카락을 핀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화장기는 없지만, 어린 편이라 그런 건 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쁜 얼굴이다. 좀 무뚝뚝하긴 하지만.
「···또 왔냐. 너 그런 걸 좋아하는 거 아냐?」
게다가, 연상인 나에게 반말을 하고 있다.
「좋아서 상처를 입는 게 아냐···」
그녀는 달리아. 의사, 라고 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술자다. 네메시스의 무기·병기 개발에서부터 우주선의 관리· 동료의 유전자 배양까지, 모든 일을 관리하고 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같은 부분이 있어서 대인 관계는 별로 좋지 않지만, 나와는 이야기할 기회가 자주 있었다.
나는 오늘의 전말을 대충 달리아에 들려주었다. 이 조직에서 푸념을 할 수 있는 상대는 그녀 밖에 없었다.
「변함없구나, 너는」
「변함없다고? 다음에 실패하면, 이제 그 변함 없이도 마지막이야」
나는 자조하듯 중얼거렸다.
「···뭣하면, 새로 개발한 무기를 줄까?」
「필요 없어. 네가 만든 무기는 지금까지 도움된 적이 없잖아.」
그랬다, 달리아가 만드는 무기는 쓸만한 것이 없었다. 성능은 좋아도 컨트롤이 안 되거나, 심하면 이동이 불가능하기도 하고···, 이른바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장 차이라는 말이 딱이다.
「그렇게 말해봤자, 너 혼자서 뭘 할 수 있는데?」
확실히, 이번 실패로 부하를 잃어서, 나는 혼자서 그 악마 같은 정의의 소녀들과 대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달리아」
「뭐야?」
「적어도 편하게 죽을 수 있는 약이라도 주지 않을래?」
「···너는 너무 마음이 약해」
달리아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원래부터 나는 이런 난폭한 육탄전은 어울리지 않았어. 원래 머리로 어떻게든 하는 타입이라···」
「···후우. 한심한 남자라니까」
달리아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더니 찬장에서 갈색약병을 하나를 가져왔다. 안에는 액체가 들어 있다.
「무슨 짓을 해도 전투로 결말을 낼 수 없다면. ···이런 얇실한 방법도 있어.」
「뭐야 그건?」
「세뇌약이야」
「세뇌···?」
「악의 조직이라면 당연히 있을만한 거잖아?」
나는 그 수상한 약병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말하면 믿을 수가 없잖아. 원래 그런 것이 있었다면, 우리들의 고생은 뭐였냐?」
「바로 요 전날 완성했거든」
그녀의 말에 따르면 이 세뇌약은, 천에 묻혀서 냄새를 맡게 하는 것으로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이것을 맡은 인간은, 상대가 말하는 암시를 믿기 쉬워진다. 그렇지만 그 효력은 그렇게 길게 계속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암시를 거는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조작도 할 수 있고, 몇 번씩 반복하면 그 만큼 깊은 암시에 걸 수가 있어··· 요점은 쓰기 나름이라는 거지」
「그렇게 말해봤자···」
달리아는 무서운 웃음을 지었다.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면. 시험해 볼까?」
무섭다.
정말로 무섭다.
하필이면 그 사파이어를 실험체로 사용하려하다니.
둘이서 사파이어의 개인실 앞에 와서도 나는 계속 반대했다.
「그만두는 편이 좋아. 만약 실패하면 그냥 끝나지 않는다고.」
「뭐, 보고 있어. 그냥 끝나지 않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야. 너뿐만이 아냐.」
그 말에 대한 대답을 생각해 볼 사이도 없이, 달리아는 똑똑 노크를 했다.
「누구냐?」하고 안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달리아입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장식품의 수선이 끝나서 보고 드리러 왔습니다.」
과연 사파이어 앞에서는 말투도 정중하다.
들어오라는 말이 떨어지자, 나와 달리아는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나서, 슬쩍 열쇠를 잠궜다.
「뭐야, 너도 온 거냐?」
사파이어의 차가운 시선을 받자 나는 움츠러들었다.
「그는 짐을 들고 와주었습니다.」
달리아는 얄밉도록 태연하게 대답했다.
「흥, 뭐 상관없지」
과연 사파이어도, 달리아의 괴짜성에는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지 너무 깊게 추궁하지 않았다.
「우선 이 네크리스입니다만, 길이 조정을 해야 되기 때문에, 뒤로 돌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달리아가 네크리스를 꺼냈다. ‘수선이 끝난 장식품‘ 이라고 하는 녀석일 것이다.
사파이어는 특별히 의심하는 일 없이 뒤로 돌았다.
달리아는 네크리스를 들고 그녀의 등 쪽으로 다가갔다···. 달리아와 사파이어는 머리 하나만큼 키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달리아가 발돋움을 해서 네크리스를 사파이어에게 걸었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어디서 꺼냈는지, 하얀 천을 사파이어의 입가에 꽉 눌렀다.
「···읍!」
사파이어가 발버둥을 쳤다. 너무나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달리아를 떨어 뜨리기 위해 열심히 팔을 휘둘렀다. 사파이어의 격렬한 움직임에 달리아의 다리가 공중에 떠 흔들릴 듯 했다.
「시몬!」
이제 여기까지 온 이상 한 배를 탈 수 밖에 없다. 나는 사파이어의 앞으로 돌아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조금씩 사파이어의 저항이 약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자 그녀가 갑자기 나에게 몸을 맡기듯이 무릎부터 무너졌다. 나는 놀라 함께 넘어져 그녀에게 밀려 쓰러진 모습이 되었다. 그녀의 육체의 온기가 얇은 천을 통해서 나에게 전해져 왔다.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워 몸이 경직되어 움직일 수가 없다.
「···사파이어, 명령이야, 일어서.」
달리아의 목소리에, 내 위에 겹쳐져 있던 사파이어가 천천히 일어섰다.
나도 어떻게 일어서자. 눈앞에 사파이어가 서 있었다. 푸른 군복, 푸른 타이트스커트, 조금 전 나에게 채찍을 내리치던 때와 똑같은 그녀가 있다. ···그 눈동자가 멍하게 안개가 껴 있는 것을 제외하면.
「···효과가 있는 거야?」
「아니면 너는 지금 쯤 잘 다져진 횟감이 돼 있겠지.」
‘누구 탓인데‘ 하고 외치고 싶어지는 기분을 억제하고 나는 사파이어를 계속 응시했다. 푸른 상의 안에 둘러싸인 가슴은, 약간 큰 편인 듯 했다. 타이트한 스커트 밖으로 뻗어 나온 다리는 스타킹의 광택으로 윤기 있어 보인다. 언제나 냉소 아니면 비웃음, 그리고 분노 밖에 떠오르지 않던 눈동자에는 지금 그런 의지의 빛이 없어져 있다. 팔꿈치까지 닿는 검은 장갑이 끼워져 있는 하얀 팔도 축 쳐져있다.
달리아가 그녀의 얼굴에 팔을 뻗어, 턱을 잡고 자신에게 고개를 향하게 했다.
「사파이어. 내 목소리가 들려?」
「···네」
「그래, 착한아이네. 사파이어. 너는 누구지?」
평상시와는 전혀 다른 상냥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사파이어에 말을 건넸다.
「···나는, 네메시스 제2 부대 장군, 사파이어···」
「아니, 틀려. 너는, 우리의 애완동물이야」
달리아는 부드럽게 사파이어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
「너는 귀여운··· 귀여운 강아지야」
「 나는···강아지···」
「그래, 그리고 우리는, 너의 주인님」
「주인···님···」
「그래, 자 말해보실까. 「 나는 달리아님과 시몬님의 애완동물입니다. 달리아님과 시몬님의 명령에 충실히 따르겠습니다. 」라고. 어서···」
사파이어는 무엇인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이 멍한 상태로, 잠시 동안 생각에 빠져 있었찌만 이윽고 앵무새처럼 그녀의 말을 따라했다.
「···나는···달리아님과···시몬님의···애완동물입니다. 달리아님과 시몬님의 명령에···충실히···따르겠습니다···」
나는 ‘꿀꺽’ 침을 삼켜 버렸다. 그 사파이어가 그런 말을 하다니. 무심코 자지가 단단해지고 있다.
「사파이어! 개라면 개답게, 엎드려야지!」
달리아가 짝하고 손뼉을 쳤다. 사파이어가 퍼득 몸을 떨고는 당황해서 넙죽 엎드렸다.
「그래. 잘 하는 구나, 사파이어···」
달리아는 칭찬하듯 사파이어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사파이어는 기분이 좋은지 목을 흔들어 응석을 부렸다. 그것은 마치 강아지가 주인에게 응석부리는 모습 그 자체였다. 그대로 힘껏 주저앉아 버리는 바람에, 두꺼운 새틴으로 만들어진 스커트가 젖혀져, 스타킹에 싸인 그녀의 팬티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그런데도 그녀는 나에게 치태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뭐든지 말하는 걸 듣도록 할 수 있는거야?」
「뭐, 처음에는 그녀가 싫어하는 건 시킬 수 없어. 기분 좋게 유도하는 것이 요령이야.」
「···그렇지만, 그렇게 프라이드가 높아서 사람을 업신여기는 여잔데. 그런 여자가 이렇게 간단하게 개가 돼?」
자신의 뺨을 핥으려고 하는 사파이어를 품에 안으면서 달리아는 ‘후후‘ 웃으면서 답했다.
「 나는 벌써 몇 번이나 그녀를 실험체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야. 내 암시의 효과가 나타나기 쉬워져 있어. 게다가 아마 그녀의 본성은 원래 이럴 지도 몰라. 실제론 다른 사람에게 모든 걸 맡기고 싶어 하고 있어. 평상시의 태도는 그 반작용일거야. ···사파이어, 시몬에게도 인사해.」
「크응」
사파이어는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서 나에게 달려들었다.
「멍, 멍, 멍」
내 얼굴을 핥는 사파이어.
「그만해 그만해라 사파이어」
「쿠웅?」
사파이어는 핥는 것을 그만두고 나의 얼굴을 응시했다. 숨이 닿을 듯한 거리에, 사파이어의 얼굴이 있었다. 언제나 분노와 냉소만을 나에게 띄웠던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지금은 어떤 혐오감도 띄지 않고, 사랑하는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애완동물의 눈으로, 가만히 나를 응시해 온다.
나는 손으로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손가락에 닿았다. 사파이어는 기분이 좋은지 뺨을 나의 손에 문질렀다. 손가락으로 귀를 어루만지자 그녀는 ‘흐응‘ 하고 달콤한 목소리를 냈다. 손가락을 그대로 그녀의 얼굴을 스쳐 입술로 가져갔다. 그녀의 입술이 나의 손가락을 빨아들였다. 주인을 부드럽게 깨무는 강아지 같았다.
나는 격렬하게 그녀를 탐하고 싶은 감정에 휩싸였다.
「사파이어, 이리 와」
내가 입을 뻐끔거리는 동안에, 사파이어는 나에게서 멀어져 달리아 아래로 가 버렸다. 달리아는 그리고 두 세 개의 암시를 더 주고, 사파이어에게 침대에서 자라고 명령했다.
「효과는 대개 15분···. 잠에서 깨면 그녀는 모든 걸 잊고 있어.」
우리들은 사파이어의 방에서 나왔다.
우리들은 의무실로 다시 돌아왔다.
「어때, 이것으로 납득했어?」
달리아는 예의 무뚝뚝한 말투로 돌아와 있었다.
「···. 솔직히, 이 정도의 효력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하지만, 그 약 꼭 냄새를 맡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그건 좀 껄끄러운데···」
「사실 조금 번거롭기는 하지만. 하지 못하면, 네가 죽을 뿐이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그 개가 된 사파이어의 모습은, 나의 마음속에 있는 무언가를 눈 뜨게 하는 것 같았다.
이제 뭐라고 해도, 달리아가 주지 않는다고 해도, 그 약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고맙게 쓸께. 약···」
사파이어에게 핥아진 뺨을 손등으로 닦으면서, 나는 오래간만에 뻔뻔스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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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원 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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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쿡쿡’ 그만둬달라고 그만둬준다면 경찰이 필요할 리가 없다.
나는 그녀의 두 다리를 와랑 움켜잡았다. 불쌍하게도, 그녀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스모크색 바이저를 통해서 매끈한 허벅지 사이에 보이는 하얀 천은, 요염하게 떠올라 보였다.
「유감이지만···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아···」
미션은 오랜만에 성공하고 있었다. 이번 임무는 우리의 자금 조달을 위해 강도 비슷한 일을 하는 바보같은 것이었다. 내 부하인 전투원 16호와 22호는 지금 쯤 금고를 부수고 값나가는 물건들을 챙기고 있을 것이다. 「악의 조직」이라고 해도 돈이 없으면 전투수행이 불가능 하다. 토요일 다섯 시에 하는 소년향 영웅활극과는 달리 현실은 어려운 것이다.
이 아가씨는 우연히 침입한 집에 있었을 뿐 별로 원한 따위가 있는 건 아니다···. 뭐 이런 건 부록인 셈이다. 가끔 이런 여흥도 없다면, 그 냉혹 무비한 상사의 비난을 참고 견뎌야 하는 중간 관리직 따위는 할 수 없다.
그녀는 이제 포기한 것인지, 푹 고개를 떨구고 눈을 감고 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의 조직 네메시스의 악명은 세계를 진동시키고 있으니까. 눈에 띈 것은 결코 살려 보내지 않는다. 뉴스에서 시끄럽게 떠들어 대고 있는 것이다.
나는 검은 장갑을 낀 채로 그녀의 민감한 부분을 만지려고 했다. 그 순간.
「기다리세요!」
나는 그 소리를 듣자 마자 바로 뒤를 돌아 봤다.
「악의 조직 네메시스! 발키리 전대, 화염의 카네리아가 온 이상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는 없을 걸!」
「···그리고 바람의 루피아. 우리 앞에서 나쁜 행동은 자제해 줄 수 없습니까?」
거기에는 두 명의 소녀가 있었다. 한사람은 숏 컷, 또 다른 한사람은 긴 머리카락을 묶고 있다.
전대(戰隊) 발키리···, 우리의 조직에 대항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다. 정의를 위해서 약한 시민들을 지키고 있다.
‘화염의 카네리아‘라고 자칭 한 아가씨는 하얀 장갑을 낀 가는 손가락으로 이쪽을 가리키고 있다. 다홍색 미니스커트에서부터 하얀 하이니 삭스에 싸인 긴 다리가 뻗어 있다. 오른손으론 장식과 보석 따위가 붙어 있는 검을 들고 분노에 불타는 눈동자로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 오기 넘치는, 확실한 정의의 소녀, 라는 건가.
*역주: 하이니 삭스는 무릎 근처까지 오는 긴 양말을 말합니다.
바람의 루피아는, 그녀보다 조금 아래쪽에 서 있다. 모스 그린을 기조로 한 옷을 입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은, 복잡한 주문 같은 것이 새겨진 지팡이였다. 깊은 슬릿이 들어간 원피스와 긴 로브에도 복잡한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그녀의 공격력을 증폭하기 위한 것이었다. 카네리아보다는 침착한 말투지만, 멸시하는 듯한 눈을 보면 비슷한 부류다.
두 사람 다, 아직 어리다고 할 수밖에 없는 계집애들이었다. 내 앞에서 떨고 있는 여자 아이와 별다른 게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이 계집아이들에게, 몇 명이나 되는 동포가 쓰러졌다. ---정의의 이름아래.
「젠장···. 설마 이런 곳까지 오다니···」
「여성을 위협해 정조를 빼앗으려 하다니, 악의 인의(仁義)에도 어긋나는 놈! 하늘을 대신해 벌을 내리겠다!」
「···그 악에 인의라는 건 없습니다만」
카네리아는 검을, 루피아는 지팡이를 겨누었다.
이런 걸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나는 정말로 실력이 낮은 편이다. 말하자면 일반 전투원정도랄까. 한편 그녀들은 주역급. 말하자면 장기의 차(車와) 졸(卒) 정도의 차이가 있다··· 상대가 될 리가 없다.
어쨌든 도망치자. 나는 결단만은 빨랐다.
품에 숨겨 가지고 있던 연막탄을 던졌다. 바닥에 부딪치자마자 연기가 분출했다. 나는 그 틈을 타 도망치려고 했지만···,
「그렇게는 안 되지! 파이어·스트림!」
카네리아가 검을 들어 아래로 휘두르자 공간에서 불길이 튀어 나와, 일직선으로 나를 향해 왔다
「크윽!」
나는 허리에 달고 있던 특수경봉을 들어 스위치를 눌렀다. ‘지잉‘ 하는 소리와 함께 방어 장벽이 생겨났다.
불길은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쳐 소멸했다.
그러나, 나는 장벽을 지탱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부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빈 틈 입니다. ---윈드·브릿드」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왼쪽에서 격렬한 공기의 압력이 나의 몸을 공격했다. 바람같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공기의 탄환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나는 그것에 맞고 그대로 벽으로 밀려났다.
「으읏···!」
일순간 정신이 몽롱해졌다. 방안에 자욱한 연기가 더욱 짙어졌다. 다행히, 내가 밀려난 벽에는 창문이 있었다. ‘여기가 몇 층이었지’ 하는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나는 전력으로 창문을 부수고···밖으로 뛰쳐나갔다.
---거기에서 어디를 어떻게 더듬어 아지트로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가벼운 응급 처치 후, 곧바로 상사에게 불려 갔다.
「···그래서, 너 혼자 염치없이 돌아온 거냐. 사명도 완수하지 못하고, 부하도 버려두고··!」
서릿발 같이 차가운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온다. 나는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말없이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갑자기 채찍이 내리쳐졌다.
「크윽!」
「듣고 있는 거야? 시몬」
「드, 듣고 있습니다. 사파이어님. 하지만 그 정체 모를 마법에 당할 수가 없었고·· ·상대도 둘이라···」
말이 다 끝내기도 전에 두번째의 채찍이 날아왔다. 연달아서 한 발만 맞아도··· 나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마루에 푹 엎드렸다.
「···흥. 쓸모없는 남자···」
사파이어는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
사파이어. 그녀는 네메시스의 장군이다. 원래 군인을 대이어 배출하는 가문 출신으로, 그녀의 친족중에는 네메시스의 간부가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그녀는 젊은 나이에 두각을 나타내, 사상 최연소로 네메시스 제 2 부대의 사령으로 취임했다. 아름다운 얼굴 생김새에 트윈 테일, 진한 파랑색의 타이트한 미니스커트, 검은 스타킹, 하얀 부츠, 라고 하는 복장은 지극히 자극적이었지만, 손에 들고 있는 특제 채찍 맛을 알게 되면, 그런 괘씸한 생각은 절대 실행할 수 없다. 그 기질은 가혹하고 격렬하며, 극히 자존심이 강하다.
···이 지구라고 하는 혹성에, 우리 네메시스가 주목한 것은 3년 정도 전이다. 우리는 원래 우주를 방황하는 유랑 종족이다. 모성이 황폐해져 살 수 없게 되고 나서부터 우리는 우주로 계속 진출해, 적당히 살만한 혹성을 찾아서는, 거기서 에너지를 보충 하는 것을 반복했다. 적당히 살만한 별, 이라고 하는 것은 대체로 이미 지적 생명체가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아, 우리는 항상 그들과 싸웠고 그리고 승리해서 다 빼앗았다.
그런데 이 지구는 그렇게 쉽지 않았다. 처음은 거의 맘대로였지만, 정확히 1년 정도 전부터 정의의 사자를 자칭하는 마법 소녀 전사들이 나타나 우리에게 반격을 시작했다. 방심하고 있는 틈에 정예인 제1, 제3 부대는 전멸. 남은 제2 부대인 우리의 능력에 우리 종족의 생존이 걸려 있다.
사파이어는 자신의 아버지의 생명을 그 화염의 카네리아에게 잃어서 특히 그녀에게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정체 모를 마법 앞에 계속 패배를 거듭해 온 우리 부대에는 이제 온전히 움직일 수 있는 병사는 거의 남지 않았다.
「사파이어, 그 정도로 해 두세요.」
침착한 성인 여성의 목소리가 사파이어의 채찍을 제지했다.
「···베릴님. 하지만···」
「그는 지금은 얼마 안 되는 우리의 충실한 부하입니다. 극히 믿음직스럽지 못한 것은 압니다만, 여기서 죽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사파이어가 마지못해 채찍을 거두었다. 베릴이라고 불린 여성은 의자에서 일어나 조용조용히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베릴, 그녀는 우리 네메시스의 총수다. 전투 종족인 네메시스에 있어서는, 즉 황제와 동일하다. 그녀도 26세. 젊지만, 그 실력은 모든 장군들을 능가했다.
총수는 나의 턱을 들어 올려 내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했다.
「···시몬. 이번은 특별히 용서 합니다. ··· 하지만, 다음은 없어요」
나는, 사파이어의 채찍을 맞았을 때보다 떨렸다.
총수의 말에는 번복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채찍의 상처를 치료 받기 위해 다시 의무실로 가는 처지가 되었다.
의무실에는, 백의를 입은 여자 아이가 있었다. 몸집이 작은데도 보통 어른 여자 크기의 백의를 입고 있기 때문에, 백의에 파묻힌 것처럼 보였다. 긴 머리카락을 핀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화장기는 없지만, 어린 편이라 그런 건 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쁜 얼굴이다. 좀 무뚝뚝하긴 하지만.
「···또 왔냐. 너 그런 걸 좋아하는 거 아냐?」
게다가, 연상인 나에게 반말을 하고 있다.
「좋아서 상처를 입는 게 아냐···」
그녀는 달리아. 의사, 라고 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술자다. 네메시스의 무기·병기 개발에서부터 우주선의 관리· 동료의 유전자 배양까지, 모든 일을 관리하고 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같은 부분이 있어서 대인 관계는 별로 좋지 않지만, 나와는 이야기할 기회가 자주 있었다.
나는 오늘의 전말을 대충 달리아에 들려주었다. 이 조직에서 푸념을 할 수 있는 상대는 그녀 밖에 없었다.
「변함없구나, 너는」
「변함없다고? 다음에 실패하면, 이제 그 변함 없이도 마지막이야」
나는 자조하듯 중얼거렸다.
「···뭣하면, 새로 개발한 무기를 줄까?」
「필요 없어. 네가 만든 무기는 지금까지 도움된 적이 없잖아.」
그랬다, 달리아가 만드는 무기는 쓸만한 것이 없었다. 성능은 좋아도 컨트롤이 안 되거나, 심하면 이동이 불가능하기도 하고···, 이른바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장 차이라는 말이 딱이다.
「그렇게 말해봤자, 너 혼자서 뭘 할 수 있는데?」
확실히, 이번 실패로 부하를 잃어서, 나는 혼자서 그 악마 같은 정의의 소녀들과 대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달리아」
「뭐야?」
「적어도 편하게 죽을 수 있는 약이라도 주지 않을래?」
「···너는 너무 마음이 약해」
달리아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원래부터 나는 이런 난폭한 육탄전은 어울리지 않았어. 원래 머리로 어떻게든 하는 타입이라···」
「···후우. 한심한 남자라니까」
달리아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더니 찬장에서 갈색약병을 하나를 가져왔다. 안에는 액체가 들어 있다.
「무슨 짓을 해도 전투로 결말을 낼 수 없다면. ···이런 얇실한 방법도 있어.」
「뭐야 그건?」
「세뇌약이야」
「세뇌···?」
「악의 조직이라면 당연히 있을만한 거잖아?」
나는 그 수상한 약병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말하면 믿을 수가 없잖아. 원래 그런 것이 있었다면, 우리들의 고생은 뭐였냐?」
「바로 요 전날 완성했거든」
그녀의 말에 따르면 이 세뇌약은, 천에 묻혀서 냄새를 맡게 하는 것으로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이것을 맡은 인간은, 상대가 말하는 암시를 믿기 쉬워진다. 그렇지만 그 효력은 그렇게 길게 계속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암시를 거는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조작도 할 수 있고, 몇 번씩 반복하면 그 만큼 깊은 암시에 걸 수가 있어··· 요점은 쓰기 나름이라는 거지」
「그렇게 말해봤자···」
달리아는 무서운 웃음을 지었다.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면. 시험해 볼까?」
무섭다.
정말로 무섭다.
하필이면 그 사파이어를 실험체로 사용하려하다니.
둘이서 사파이어의 개인실 앞에 와서도 나는 계속 반대했다.
「그만두는 편이 좋아. 만약 실패하면 그냥 끝나지 않는다고.」
「뭐, 보고 있어. 그냥 끝나지 않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야. 너뿐만이 아냐.」
그 말에 대한 대답을 생각해 볼 사이도 없이, 달리아는 똑똑 노크를 했다.
「누구냐?」하고 안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달리아입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장식품의 수선이 끝나서 보고 드리러 왔습니다.」
과연 사파이어 앞에서는 말투도 정중하다.
들어오라는 말이 떨어지자, 나와 달리아는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나서, 슬쩍 열쇠를 잠궜다.
「뭐야, 너도 온 거냐?」
사파이어의 차가운 시선을 받자 나는 움츠러들었다.
「그는 짐을 들고 와주었습니다.」
달리아는 얄밉도록 태연하게 대답했다.
「흥, 뭐 상관없지」
과연 사파이어도, 달리아의 괴짜성에는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지 너무 깊게 추궁하지 않았다.
「우선 이 네크리스입니다만, 길이 조정을 해야 되기 때문에, 뒤로 돌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달리아가 네크리스를 꺼냈다. ‘수선이 끝난 장식품‘ 이라고 하는 녀석일 것이다.
사파이어는 특별히 의심하는 일 없이 뒤로 돌았다.
달리아는 네크리스를 들고 그녀의 등 쪽으로 다가갔다···. 달리아와 사파이어는 머리 하나만큼 키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달리아가 발돋움을 해서 네크리스를 사파이어에게 걸었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어디서 꺼냈는지, 하얀 천을 사파이어의 입가에 꽉 눌렀다.
「···읍!」
사파이어가 발버둥을 쳤다. 너무나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달리아를 떨어 뜨리기 위해 열심히 팔을 휘둘렀다. 사파이어의 격렬한 움직임에 달리아의 다리가 공중에 떠 흔들릴 듯 했다.
「시몬!」
이제 여기까지 온 이상 한 배를 탈 수 밖에 없다. 나는 사파이어의 앞으로 돌아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조금씩 사파이어의 저항이 약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자 그녀가 갑자기 나에게 몸을 맡기듯이 무릎부터 무너졌다. 나는 놀라 함께 넘어져 그녀에게 밀려 쓰러진 모습이 되었다. 그녀의 육체의 온기가 얇은 천을 통해서 나에게 전해져 왔다.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워 몸이 경직되어 움직일 수가 없다.
「···사파이어, 명령이야, 일어서.」
달리아의 목소리에, 내 위에 겹쳐져 있던 사파이어가 천천히 일어섰다.
나도 어떻게 일어서자. 눈앞에 사파이어가 서 있었다. 푸른 군복, 푸른 타이트스커트, 조금 전 나에게 채찍을 내리치던 때와 똑같은 그녀가 있다. ···그 눈동자가 멍하게 안개가 껴 있는 것을 제외하면.
「···효과가 있는 거야?」
「아니면 너는 지금 쯤 잘 다져진 횟감이 돼 있겠지.」
‘누구 탓인데‘ 하고 외치고 싶어지는 기분을 억제하고 나는 사파이어를 계속 응시했다. 푸른 상의 안에 둘러싸인 가슴은, 약간 큰 편인 듯 했다. 타이트한 스커트 밖으로 뻗어 나온 다리는 스타킹의 광택으로 윤기 있어 보인다. 언제나 냉소 아니면 비웃음, 그리고 분노 밖에 떠오르지 않던 눈동자에는 지금 그런 의지의 빛이 없어져 있다. 팔꿈치까지 닿는 검은 장갑이 끼워져 있는 하얀 팔도 축 쳐져있다.
달리아가 그녀의 얼굴에 팔을 뻗어, 턱을 잡고 자신에게 고개를 향하게 했다.
「사파이어. 내 목소리가 들려?」
「···네」
「그래, 착한아이네. 사파이어. 너는 누구지?」
평상시와는 전혀 다른 상냥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사파이어에 말을 건넸다.
「···나는, 네메시스 제2 부대 장군, 사파이어···」
「아니, 틀려. 너는, 우리의 애완동물이야」
달리아는 부드럽게 사파이어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
「너는 귀여운··· 귀여운 강아지야」
「 나는···강아지···」
「그래, 그리고 우리는, 너의 주인님」
「주인···님···」
「그래, 자 말해보실까. 「 나는 달리아님과 시몬님의 애완동물입니다. 달리아님과 시몬님의 명령에 충실히 따르겠습니다. 」라고. 어서···」
사파이어는 무엇인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이 멍한 상태로, 잠시 동안 생각에 빠져 있었찌만 이윽고 앵무새처럼 그녀의 말을 따라했다.
「···나는···달리아님과···시몬님의···애완동물입니다. 달리아님과 시몬님의 명령에···충실히···따르겠습니다···」
나는 ‘꿀꺽’ 침을 삼켜 버렸다. 그 사파이어가 그런 말을 하다니. 무심코 자지가 단단해지고 있다.
「사파이어! 개라면 개답게, 엎드려야지!」
달리아가 짝하고 손뼉을 쳤다. 사파이어가 퍼득 몸을 떨고는 당황해서 넙죽 엎드렸다.
「그래. 잘 하는 구나, 사파이어···」
달리아는 칭찬하듯 사파이어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사파이어는 기분이 좋은지 목을 흔들어 응석을 부렸다. 그것은 마치 강아지가 주인에게 응석부리는 모습 그 자체였다. 그대로 힘껏 주저앉아 버리는 바람에, 두꺼운 새틴으로 만들어진 스커트가 젖혀져, 스타킹에 싸인 그녀의 팬티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그런데도 그녀는 나에게 치태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뭐든지 말하는 걸 듣도록 할 수 있는거야?」
「뭐, 처음에는 그녀가 싫어하는 건 시킬 수 없어. 기분 좋게 유도하는 것이 요령이야.」
「···그렇지만, 그렇게 프라이드가 높아서 사람을 업신여기는 여잔데. 그런 여자가 이렇게 간단하게 개가 돼?」
자신의 뺨을 핥으려고 하는 사파이어를 품에 안으면서 달리아는 ‘후후‘ 웃으면서 답했다.
「 나는 벌써 몇 번이나 그녀를 실험체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야. 내 암시의 효과가 나타나기 쉬워져 있어. 게다가 아마 그녀의 본성은 원래 이럴 지도 몰라. 실제론 다른 사람에게 모든 걸 맡기고 싶어 하고 있어. 평상시의 태도는 그 반작용일거야. ···사파이어, 시몬에게도 인사해.」
「크응」
사파이어는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서 나에게 달려들었다.
「멍, 멍, 멍」
내 얼굴을 핥는 사파이어.
「그만해 그만해라 사파이어」
「쿠웅?」
사파이어는 핥는 것을 그만두고 나의 얼굴을 응시했다. 숨이 닿을 듯한 거리에, 사파이어의 얼굴이 있었다. 언제나 분노와 냉소만을 나에게 띄웠던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지금은 어떤 혐오감도 띄지 않고, 사랑하는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애완동물의 눈으로, 가만히 나를 응시해 온다.
나는 손으로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손가락에 닿았다. 사파이어는 기분이 좋은지 뺨을 나의 손에 문질렀다. 손가락으로 귀를 어루만지자 그녀는 ‘흐응‘ 하고 달콤한 목소리를 냈다. 손가락을 그대로 그녀의 얼굴을 스쳐 입술로 가져갔다. 그녀의 입술이 나의 손가락을 빨아들였다. 주인을 부드럽게 깨무는 강아지 같았다.
나는 격렬하게 그녀를 탐하고 싶은 감정에 휩싸였다.
「사파이어, 이리 와」
내가 입을 뻐끔거리는 동안에, 사파이어는 나에게서 멀어져 달리아 아래로 가 버렸다. 달리아는 그리고 두 세 개의 암시를 더 주고, 사파이어에게 침대에서 자라고 명령했다.
「효과는 대개 15분···. 잠에서 깨면 그녀는 모든 걸 잊고 있어.」
우리들은 사파이어의 방에서 나왔다.
우리들은 의무실로 다시 돌아왔다.
「어때, 이것으로 납득했어?」
달리아는 예의 무뚝뚝한 말투로 돌아와 있었다.
「···. 솔직히, 이 정도의 효력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하지만, 그 약 꼭 냄새를 맡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그건 좀 껄끄러운데···」
「사실 조금 번거롭기는 하지만. 하지 못하면, 네가 죽을 뿐이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그 개가 된 사파이어의 모습은, 나의 마음속에 있는 무언가를 눈 뜨게 하는 것 같았다.
이제 뭐라고 해도, 달리아가 주지 않는다고 해도, 그 약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고맙게 쓸께. 약···」
사파이어에게 핥아진 뺨을 손등으로 닦으면서, 나는 오래간만에 뻔뻔스럽게 웃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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