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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난 스물다섯 그를 오빠라고 부른다 - 25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02:14 664회 0건

“늦었는데 언제 씻고 해? 그냥 빨리하고 자자. 내일 출근도 해야 하고.”


날 기다리고 있던 남편의 얼굴을 바로 볼 수 없었다. 벌써 10시가 가까운 시간, 일부러 늦으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집 앞 그의 차안에서 너무 오래 머물렀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서두르기만 하는 남편은 여자인 내 마음을 너무도 모르고 있었다. ‘오늘따라 섹시해 보이는데’ 같은 에로틱한 한 마디의 말만으로도 여자는 행복한 마음으로 잠자리를 기다린다는 걸 왜 남편이라고 불리는 남자들은 모르는 걸까? 무심한 남편은 어느새 먼저 이불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마지못해 주섬주섬 옷가지를 벗고 남편을 따라 누워보지만 못내 그의 차안에서 채 말끔히 닦아내지 못한 사랑의 흔적들이 마음에 계속 걸렸다. 민망한 마음에 꽃잎 밖으로 흘러나온 정액을 닦아주는 그의 손길을 뿌리쳤던 것이 후회스럽기만 했다.


그가 애무하던 젖가슴을 이제 남편이 어루만지고 있었다. 묘한 흥분이 느껴질 거란 그의 망측한 말이 또 맞았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지 신기하게도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그의 말들은 대개는 맞거나 혹 아니라고 해도 그리 터무니없지는 않았다. 그래서 난 오히려 그가 말하는 내가 느낄 감정이라는 것들이 때론 두렵고 겁이 나기도 한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그의 말대로 차안에서 나눈 그와의 흥분이 채 식지 않은 내 몸을 이번엔 남편이 안아주고 있었고, 그의 뜨거운 정액이 그대로 남아 있는 질 안에 남편의 성기를 받아들이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하지만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이미 내 몸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흥분을 넘어섰고, 그런 날 보며 남편은 그의 정액 위에 자신의 정액을 뿜어내고 있었다.


“살아있는 정자수도 많고 활동성도 좋네요. 저번 달하곤 아주 틀린데요.”


아침 일찍 ‘성교후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우리네 여자들 사이에선 민망한 그 단어대신 ‘숙제검사’라는 말을 쓰긴 하지만, 말 그대로 의사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지난 밤 얼마나 잘 했는지 알아보는 이름만 거창할 뿐 아주 간단한 검사였다. 보통의 산부인과 검사가 다 그렇듯이 우리를 ‘굴욕의자’에 눕혀 놓고 점액을 채취해 남편의 ‘정돌이’가 얼마나 살아 있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활발히 움직이는지를 현미경으로 살펴보는 것뿐이었다.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그 검사를 위해 아무리 여자 선생님 앞이라고는 하지만 다리를 벌려 지난 밤 잠자리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질척한 질 안을 내보인다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나마 지난달보다 아주 좋아졌다는 말에 병원을 나서는 내 발걸음은 조금은 가벼워졌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어떤 기대를 갖게 됐다는 뜻은 아니었다. 검사결과는 단지 의사 선생님이 면봉을 댄 자궁 입구의 바로 그 자리에 살아있는 17개의 정자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었고, 지난달 5개중 2개만 살아있을 때보다는 아주 좋다는 의미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차마 말하기 쑥스러운 지난밤 일을 끄집어내며 그의 정액과 남편의 정액이 함께 뒤엉켜있는 질속을 상상하고 있는 그에게는 지난달과는 다른 그 결과가 왠지 모를 승리감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오히려 무덤덤한 나와는 달리 살짝 들뜬 목소리의 그를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굳이 그의 기쁨을 깨고 싶은 마음도 내겐 없었다. 검사결과만으론 그는 이미 승리자였고, 지난밤 그에 이어 날 가졌던 남편과 이제는 한 침대에서 승자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는 오만한 여유를 가질 만큼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우리 사진 올리려고 새로 블로그 만들어놨어. 이제 거기서 다시 시작하자.”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해, 내가 그의 유일한 여자였던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둘만의 행복한 추억과 뜨거운 사랑을 우리의 홈피에 차곡차곡 담아갔었다. 첫 만남의 수줍은 모습부터 그의 사랑을 받는 부끄러운 모습까지, 난 한 장 한 장 우리의 추억을 넘겨 볼 때마다 얼마나 행복해했었는지 모른다. 잔잔히 밀려오는 진한 사랑의 기억들, 하지만 내가 진정 행복해했던 건 우리의 벌거벗은 추억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매순간 우리의 소중한 사랑을 남기려 했던 그의 어여쁜 마음 때문이었다는 걸 그는 알까? 그에게 이별을 이야기하던 그날, 내가 삭제했던 건 단지 몇 장의 사진이 아니라 애써 잊으려했던 그의 소중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날이후 우리의 추억은 모두 사라졌었다.


다시 추억을 쌓아가자는 그의 말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차마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에 내가 먼저 그 말을 꺼낼 수는 없었지만, 가슴속에는 항상 그가 다시 예전처럼 우리의 사랑을 소중히 간직해 주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설레임을 안고 찾아간 우리의 새 블로그, 물론 예전과 똑같길 기대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찻잔을 마주한 애잔한 추억으로 시작된 예전의 홈피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를 떠났던 죄를 용서받기 위해 벌거벗겨진 채 애처롭게 애원하는 모습부터 다시 목줄을 매고 그에게 길들여지는 수치스러운 모습까지, 그가 내게 기억시키고 싶은 모든 고통의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갑자기 부들부들 몸이 떨려왔다. 어쩌면 나는 다시는 그를 떠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도록 지금 길들여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네? 정말요? 정말 임신이에요? 정말 임신이 맞아요?”


믿기지 않아 몇 번을 되물어야 했다. 오늘은 그저 매달 있는 정기검사 일이었고 요번 달 ‘숙제’ 날짜를 받기위해 혼자 병원을 들렸을 뿐, 임신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 어떤 임신 징후도 난 느끼지 못했고 생리라기엔 양이 좀 적긴 했지만 핏기도 계속 비쳤었기에 간혹 겪는 생리불순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이런 뜻밖의 결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두 번의 자연유산으로 뱃속의 아이와 채 10 주를 함께 있어보지 못했던 나는, 축하한다는 의사 선생님 말에 기쁨보다는 또 아이를 잃지는 않을까하는 불안한 마음이 앞서고 있었다. 게다가 저번 ‘숙제’를 하고 나서도 계속 그와 잠자리를 가졌었고,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질 거라고는 하지만 핏기마저 비추고 있었기에 그 불안한 마음은 집으로 와서도 계속 되고 있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마음이 가라앉을 거라 생각했다. 비록 내 남편은 아니지만 언제나 나를 아껴주고 든든한 내 편이 되어주는 그였기에, 당연히 진심어린 축하와 함께 불안한 내 마음을 자상하게 위로해 줄 거란 생각에서 그에게 먼저 내 임신 소식을 알렸다.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 닮는 걸까 아니면 닮았기에 서로 사랑하는 걸까? 그의 첫 반응은 너무나도 나와 똑같았기에 난 처음으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채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불안한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임신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는 우리, 하지만 그는 자신과 가장 먼저 임신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내게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남편보다 먼저 ‘숙제’를 했고 ‘숙제검사’ 결과 역시 그 전과는 확연히 달랐었기에, 그는 첫 5주째 아이의 초음파사진을 내보이는 내가 이제는 그의 아내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동안 못 보더라도 어쩔 수 없지 뭐. 그런데 네가 심심해서 어떻게 하니?”


임신 사실을 알고부터 거의 한 달 동안 난 그를 만나지 못했다. 또다시 아이를 잃는 아픔을 겪지 않으려 안정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충실히 따랐고, 고맙게도 그는 그런 나를 이해해줬다. 대신 그가 바랐던 건 매일매일 블로그에 들려 그가 직접보지 못하는 내 일상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올려달라는 것과 그가 일을 하는 중간 중간 나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항상 메신저를 켜놓으라는 것, 단 두 가지뿐이었다. 그는 매일 같이 6월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내 일상의 모습을 보며 기뻐했고, 난 그의 건강한 욕정을 받아주진 못하지만 그가 기뻐할 다른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했다. 어느새 나는 내 일상 속에 스며든 그와 함께 호흡하며 조금씩 그의 아내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가 내린 결정은 언제나 ‘나를 위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비록 내게 묻지는 않았지만 ‘나를 위해’ 내린 결정이기에, 내가 따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오히려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는 항상 말하곤 했다. 그의 말이 물론 틀린 건 아니었다. 잠깐씩 나누는 메신저 대화에 만족해야 했던 난 항상 아쉬움과 그리움을 이야기했고, 그럴 때마다 날 달래야했던 그는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나를 위해’ 오랜 대화를 나누어 줄 자신의 친구를 또다시 블로그와 메신저에 불러 들였다. 우리의 모든 걸 알기에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 하지만 아직 스물여섯 젊은 그들의 호기는 결국 보다 자극적인 성적 유희를 쫓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난 그를 말리고 싶었다. 게다가 그의 결혼식 날 있었던 돌이킬 수 없는 실수, 난 그 둘의 우정을 위해 침묵해야 했고 이미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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