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들어서자 나는 집을 뒤지기 시작했다. 달력이며 시계, 전등, 거울 뒤를 살폈다.
안방의 벽지까지 다 뜯어냈지만 카메라는 찾을 수 없었다. 싱크대 그릇 사이도 다 살폈다.
저녁에 암캐 정애가 왔다. 나는 소파에 앉아 본 체도 하지 않았다.
암캐 정애는 평소처럼 건넌방에 들어가 발가벗고 기어 나왔다.
암캐 정애는 싱크대로 가지 않고 네발로 기어서 내 앞으로 왔다.
내 앞에 꿇어 앉아 앞발로 내 바지를 벗겼다. 나는 나도 모르게 정애의 뺨을 후려쳤다.
악! 하며 자빠졌던 암캐 정애가 뺨을 비비며 일어나 내 팬티를 내렸다.
그리고는 내 성기를 자기 주둥이에 넣고 쪽쪽 빨기 시작했다.
화가 나서인지 흥분이 되질 않았다. 발기도 되질 않았다. 그러나 거부하진 않았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발사를 했다. 암캐 정애가 정액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삼켰다.
“왜 이래. 나하고 무슨 원수가 졌어?”
나는 입맛을 다시고 있는 암캐 정애의 턱을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주인님. 저를 탓하지 마세요. 이년은 명령을 수행했을 뿐입니다.”
나는 암캐 정애의 턱을 놓아 주었다. 뺨을 마구 갈기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그래. 너도 불쌍한 년이지. 나한테 이 짓거리 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일까.”
“고통 아닙니다. 주인님의 즐거움과 기쁨은 저에게 행복입니다.”
“가식적인 말은 하지 마라. 연극은 끝났어.”
“마눌님의 과거 때문에 주인님이 변태균 이사의 함정에 빠진 겁니다.”
암캐 정애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내의 과거라니.
“무슨 소리야? 자세히 말 해 봐. 내 아내가 변 이사 애비라도 죽였나?”
암캐 함정애는 변태균 이사에게 들었다면서 내 아내 이보라의 과거를 까발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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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는 유복한 가정의 외동딸로 자랐다. 대학교 일 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이 파산하고 빚쟁이에
몰렸다. 결국 보라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와 둘이 남게 되었다. 보라는 생계를 유지하고 학
업을 계속하고 싶어서 룸살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룸살롱에서 변태균 이사의 동생인 태영을
알게 되었다.
태영은 어여쁘고 총명한 보라에게 선심을 베풀었다. 보라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태영은 보라를 자기
의 신붓감으로 점찍고 생활비며 학비를 넉넉히 지원해 주었다. 태영이 마흔이 넘었지만 미혼이었다.
태영은 보라를 형님에게 인사도 시켰다.
이보라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더니 약간의 돈을 내놓고 태영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나머지
는 차츰 갚을 것이며 은인으로 생각하겠다는 말도 했다. 보라를 마누라 감으로 점찍었던 태영은 배
신감을 느꼈다. 빌려준 돈이 아니었던 것이다. 보라는 빌린 돈이었다. 태영에게 받은 돈을 다 장부에
적어 놓을 정도로. 태영은 보라를 놓아주지 않았다. 무섭게 집착했고 집요하게 추적했다.
보라는 태영을 피해 직장을 여러 번 옮기다가, 피팅 모델로 돌아서면서 조금식과 결혼을 해 버렸다.
이보라가 유부녀가 되었어도 태영은 포기할 수 없었다. 태영은 줄기차게 보라를 추적하다가 금식이
형님 회사에 취직한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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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망덕한 마눌님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빠이빠이 하며 가버렸으니. 변 이사님 입장에선 용서할 수 없는 년이 된 거죠.”
보라는 장모님과 둘이 살았다. 암캐 정애의 말이 맞는 것 같기는 했다.
그래도 그렇지. 그게 죽을죄인가? 용서 할 수 없는 년? 용서 받을 수 없는 놈들이었다.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딨어? 돈은 갚으면 되지. 자기 짝사랑을 안 받아준다고 보복하려 드는 놈들이 인간이야? 낭랑 이십대의 꽃봉오리가 사십대의 늙은이와 엮이고 싶었겠어? ”
나는 아내 보라 편을 들었다. 싫으면 떠나는 거지. 돈으로 사람을 사겠다는 건가?
“부창부수네요. 마눌님 입장에선 그렇겠죠. 하지만 이사님 동생 입장에선 어떻겠어요. 그 동안 쏟은 돈이 얼마고 정성과 시간은 어디서 보상 받아요? 나이도 40대 후반으로 치닫는데. 마눌님만 바라보며 공을 얼마나 들였는데. 남의 인생 조진 거 같지 않나여?”
“결혼을 약속했었나? 관계도 했나? 애기는?”
“자세한 건 몰라요. 들은 풍월이죠. 남녀가 붙어 다니면 연애질이야 했겠죠. 손만 잡고 다녔겠어요?”
“들은 이야기라면서. 안 했을 수도 있지. 오빠 같고 아저씨 같았겠지.”
“안 했을 수도 있죠. 저는 모른다는 얘기죠.”
암캐 정애는 말꼬리를 흐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일이 더럽게 꼬였다. 헤어 나올 수 없는 함정에 빠졌다. 결딴을 내려야 했다.
나, 조금식 대리가 죽던가. 마누라, 이보라를 죽이던가.
아니면 악마, 변태균 이사를 죽여야 해결이 될 판이었다.
근데 나는 자꾸 암캐, 함정애 과장을 죽이고 싶다. 괴롭히고 또 괴롭혀서 수치스럽게.
나는 암캐 정애를 일으켜 내 무릎에 앉혔다. 베란다에서 케리가 물끄러미 보고 있다.
나는 궁금한 것이 있었다. 암캐 정애의 젖통을 주무르며 물었다.
“여자가 저택에 끌려 들어가면 다 암캐가 되나? 사람을 어떻게 개조 시키는데?”
시키지도 않았는데 암캐 정애가 내 성기를 주무르고 있었다.
나는 암캐 정애의 손목을 잡고 지 사타구니로 손을 옮겨 주었다.
암캐 정애는 자기 구멍을 자기 손가락으로 쑤시며 이야기를 했다. 경험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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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지하실에 감옥이 있다. 대낮에도 불을 켜지 않으면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방. 삼 면은 벽이고
한 면은 창살이다. 암캐는 거실에서 눈이 가려진 채 끌려 들어간다.
감옥에 들어가면 발가벗겨져서 밑 빠진 의자에 앉혀진다. 사지는 결박당하고 입에는 재갈이 물려진
다. 의자에 묶인 손목과 발목은 움직일수록 조여진다는 경고를 받는다. 실제로 조여진다. 눈가리개가
풀린다. 홀랑 벗은 남자가 가면을 쓰고 있다. 남자는 주사기로 결박된 암캐의 허벅지에 약을 투입
한다. 주사를 맞으면 온몸에 기운이 다 빠져 나가는 듯 허탈해진다. 남자는 불을 끄고 가버린다. 불
이 꺼지면 눈을 가리지 않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주사 맞은 암캐는 공황상태에 빠진다. 무섭
고 두렵고 우울하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남자가 가버리면 주변에서 쇠파이프 구르는 소리. 칼 가는 소리. 채찍질하는 소리와 여자의 신음 소
리가 교대로 반복해서 암캐의 귀에 들려온다. 그 소리에 암캐는 긴장과 공황 사이를 헤맨다. 그러다
가 소리가 끊기고 5분 쯤 흐르면 불이 켜지고 가면 쓴 남자가 와서 재갈 틈새로 암캐에게 우유를
한 통 먹인다. 남자가 불을 끄고 가버리면 쇠파이프소리, 칼 가는 소리, 채찍질 소리가 반복된다.
그리고 소름끼치는 소리가 멈추면 잠시 후에 가면 쓴 남자가 나타나고 우유를 한 통 먹게 된다. 그
안에서 우유 외에 음식은 전혀 주지 않는다. 시간이 가는지 오는지 모른다. 암캐는 차츰 소음이 멈
추면 반응한다. 불이 켜지고 사람을 보게되고 우유를 먹게 되는 것이다.
우유 먹는 일이 세 번 지나면 주사를 맞게 된다. 기운을 빼고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약. 두 번째 주
사를 맞고 나면 가면 쓴 남자가 스위치를 누른다. 불이 켜진 상태에선 가면 쓴 남자의 행동을 다 볼
수가 있다. 남자가 스위치를 작동시키면 암캐 보지와 항문을 사람 혀 같은 것이 천천히 핥아준다.
밑 빠진 의자 아래를 내려다 볼 수는 없다. 천천히 움직이는 그 것은 암캐를 전율케 한다.
가면 쓴 남자는 불을 끄고 가버리고 암캐의 귀에는 남자 여자 섹스하는 소리가 속삭이듯 들려온다.
아래는 보지와 항문이 자극받고 귀에는 섹스하는 소리가 줄기차게 이어지며 암캐의 머릿속에도 온
통 그 생각으로 꽉 찬다. 소리가 멈추면 불이 켜지고 남자가 와서 우유를 먹여준다. 불이 꺼지면 남
자가 가고 음탕한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차츰 암캐는 포기와 체념 상태로 빠진다.
세 번째 주사를 맞고 나면 항문과 보지를 자극하던 기계는 멈춘다. 남자가 불을 끄고 가도 아무 소
리가 들리지 않는다. 어디선가 음식 냄새가 우유밖에 못 먹은 암캐의 코를 간질인다. 암캐는 음식이
먹고 싶고 소리가 듣고 싶고 남자가 보고 싶어진다. 고요한 정적 속에서 무엇인가를 간절하게 원하
게 된다. 갈증과 욕망에 몸부림을 친다. 세 번째 주사를 맞고 세 번의 우유를 마시고 나면 가면 쓴
남자가 와서 암캐를 테스트 한다. 테스트를 통과하면 눈을 가리고 재갈과 사지를 풀어준다.
가면 쓴 남자에게 끌려서 거실로 올라온다. 가면 쓴 남자가 정해 주는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으면
잠시 후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눈가리개 벗으라는 명령이다. 암캐가 눈가리개를 벗어보면
저만치 소파에 변 이사가 앉아있다. 반가운 마음보다 두렵고 무섭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부끄럽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변 이사의 손가락 명령에 복종한다. 엎드리고 목줄차고 기어 다닌다. 차츰 두려움과 무서움이 존경
심과 복종심으로 변해간다. 수치와 굴욕에 흥분하고 봉사를 하면서 쾌감을 느끼게 된다. 암캐 정애
는 주사를 셋방 맞았으니 사흘 걸렸다고 했다. 이미 서약서를 쓰고 들어간 감옥이라 사흘 걸렸지만,
보통 여자들은 일주일 정도 수감되어 있어야 암캐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암캐 정애의
지론이었다. 암캐들은 한 달에 하루씩 지하 감옥에 가서 정신 단련을 받는다. 차츰 익숙해지면
빈 주사기만 봐도 공포에 질리고 몸이 마비된다. 가면 쓴 사육사는 누군지 영원히 알지 못한다.
암캐 정애는 변 이사가 괴롭힐수록 쾌감을 느꼈고 고통에 흥분을 했다. 변 이사 앞에서는 항상 젖어
있었고 갈증과 욕구에 몸이 녹았다했다. 그 이후 암캐 정애는 변 이사뿐 아니라 남자만 보면 두렵
고 무서웠다 했다. 그래서 남들에게 자기를 감추기 위해, 본성을 들키지 않기 위해 거만하고 이기적
이며 표독스럽게 자신을 포장해야 했다고 변론을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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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야.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함정에서 빠져 나오고 싶어.”
“어려울 겁니다. 이사님과 동생분이 치밀하게 판 함정이에요. 몸부림칠수록 올가미는 조여들죠.”
“너도 한패냐? 너도 이용당하고 있어. 그걸 왜 몰라?”
“저는 미션 수행 중입니다.”
“미치겠네.”
“남의 것은 맛있게 먹고 자기 것은 아깝다는 얘기죠? 역시 인간은 개보다 못해요.”
“뭐야?”
“나중에 고맙다고 절 할 거예요. 사람 사는 거 별거 아니에여.”
“이런 18. 가. 당장 가. 앞으로 내가 부르지 않으면 화요일도 금요일도 오지 마.”
나는 소리를 꽥꽥 지르며 암캐 정애를 겨드랑이 잡고 번쩍 들어 엉덩이를 걷어찼다.
“고정하세여. 주인님. 좋은 것이 좋은 거에여.”
“내가 왜 너의 주인이야. 너는 미끼고 나는 낚시에 걸린 고기지.”
나는 암캐 정애를 반짝 들어 건넌방 앞으로 옮겨 놓았다. 방문을 열고 등을 밀어 넣었다.
“짐 싸들고 가. 에스엠 도구도 가져가.”
나는 문을 닫으며 소리쳤다. 암캐 정애는 양장을 챙겨 입고 건넌방에서 나와 거실로 걸어왔다.
“조 대리님 과장으로서 말씀 드립니다.”
소파에 앉은 내 앞에 와서 암캐 정애는 예의 표독스런 말투로 나를 윽박질렀다.
나는 움찔했다. 어떻게 대해야하나? 암캐 정애는 차갑게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인생 즐기는 겁니다. 나쁜 짓 하자는 것이 아니고 섹따르게 즐기자는 겁니다.”
나는 정애를 올려다보았다. 그 서슬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애가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더니 내 무릎을 손으로 짚고 속삭이듯 말했다.
“지금도 우리 얘기가 녹음되고 있을지도 몰라여. 이사님 동생이 이 아파트에 살거든요. 동 호수는 모르지만, 가까이 산다고 들었어요. 카메라도 동생이 설치했고 편집도 동생분이 했다고 들었어요. 잘 생각해서 결정하세여. 어쩌겠어여? 엎질러진 물인데. 아주 달라는 것도 아니고 한 번 맡겨 보시는 것도 크게 손해는 아닐 것 같아여. 그럼 안녕히 계세여.”
함정애 과장은 일어나 나에게 고개만 까딱하고 현관문을 향해 나갔다.
나는 침대에 누웠다. 머리가 복잡했다. 생각이 많았다. 누구와 의논을 해야 하나?
아내 보라에게 이야기하면 절망을 할 것이다. 아내 보라가 알면 혀 깨물고 죽을지도 모른다.
남편 잘못으로 수렁에 빠진다면 더 쉽게 개조 될지도 모른다. 진짜 체념이고 포기가 될 것이다.
내 아내는 내가 지켜야 한다. 내 목숨을 걸고 내가 지켜야 한다. 방법이 없다.
변 이사 몰래 짐 싸들고 외국으로 줄행랑을 쳐버리는 방법도 생각했다.
아주 안 올 곳이라면 정리할 것도 많았고 포기해야 할 것도 많았고 미련도 많을 것이다.
나 하나 죽으면 끝날까? 변 이사를 죽이면 끝날까? 변 이사 동생도 죽여야 하나?
암캐 정애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도 죽여야 하나? 불쌍한 여자. 나이도 먹고 똑똑한 여자가
왜 시궁창에 빠져서 거기가 시궁창인 줄도 모를 까?
정애는 행복해 보였다. 암캐로, 과장으로, 집에 가서는 엄마로 팔색조처럼 화려하게 살고 있었다.
한 번 맡겨 봐? 이왕에 엎어진 거 내 아내 보라를 암캐 만들어 달라고 줘봐?
혹시 그게 내 아내 보라를 더 행복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켜야한다는
생각을 밀치고 들어왔다. 지하 감옥에서 밑 빠진 의자에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사지가 묶여 허벅지에 주사를 맞는 보라의 모습이 자꾸 머릴 어지럽힌다.
우울하고 기분 더럽고 환장할 밤이 자꾸만 깊어가고 있었다.
변 이사가 동생과 함께 내 아파트로 찾아왔다.
변 이사의 동생은 키가 팔 척이 넘고 덩치가 산 만 하고 포악하게 생겼다.
그들은 내 아내 이보라를, 아니 자기들의 먹잇감 이뽀라를 내 놓으라고 나를 윽박질렀다.
나는 겁에 질려 꽁지를 빼다가 찬스를 잡았다. 내 멱살을 잡고 흔들던
이사의 동생이 베란다까지 따라 나왔다. 나는 변 이사 동생의 허리를 팔로 감았다.
번개처럼 손가락을 깍지 끼고 창문 밖으로 논개처럼 몸을 던졌다.
두 몸이 하나 되어 허공을 날았다. 10층 아래 까마득한 바닥이 아귀처럼 입을 벌리고
둘을 한꺼번에 삼키려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깍지를 풀었다.
쿵하고 떨어졌다. 깨어보니 꿈이었다. 아침이었다. 내 몸이 침대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혼자.
아내를 지켜야 하는데. 당당한 남편이 되어야하는데. 객지 땅에선 의논할 상대도 없다.
나는 기숙사 식구들을 떠 올렸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머리를 맞대고 꾀를 짜내면 묘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소문만 크게 나고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없지는 않았다.
그래서 일단, 철이만 불러냈다. 사람이 있는 곳은 누가 들을까봐 소주를 사들고
호젓한 공원구석으로 자리를 잡았다. 철이가 나보다 더 분노하고 있었다.
철이를 통해 나는 많은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함께 화라도 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철이는 경찰에 알리자고 했다. 언론에 터트리자고도 했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변 이사가 두렵다. 내가 함정에 빠져있다. 내 아내 이보라의 명예가 걸려 있다.
변 이사 일당을 세상에 공개해 내 아내 이름에 똥 칠 할 수는 없었다.
철이는 자기 친구들 동원해서 변 이사의 저택을 습격해서 모든 근거를 없애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내 놓았다. 많은 사람이 알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대책 없이 술병만 비워갔다. 방법도 못 찾고 시간만 죽였다.
철이가 무릎을 탁치며 의견을 말했다.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변 이사를 납치하자. 지하 감옥에 가두어 놓고 변 이사를 수캐로 만들어 버리는 거야.”
달리 묘안이 없다. 이에는 이, 힘에는 힘으로 붙을 수밖에.
결국, 철이와 나는 변 이사가 귀가하는 것을 보고 저택에 침입해 변 이사를 지하 감옥에 가두고
모든 사건을 제자리로 돌리는 것에 합의 했다. 철이가 고마웠다. 짖지 못하는 개들도 고마웠다.
실수가 있었다. 나는 철이에게 저택의 구조를 잘 아는 것처럼 큰소리쳤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저택 거실에서 술 마신 기억밖에 없었다.
수영장을 한 바퀴 돌아온 기억밖에 없었다. 암캐 정애에게 들은 지하 감옥은 입구도 모른다.
암캐 정애를 아니, 함정애 과장에게 조용히 면담을 신청했다. 회의실에서 업무 얘기를 잠시 하다가
저택 이야기로 옮겨갔다. 저택의 구조에 대해 물었다. 정애는 의심 없이 답변해 주었다.
변 이사는 항상 암캐를 데리고 잔디밭에서 골프도 치고 야외 풀에서 수영도 한다.
밤에는 주로 거실과 2층 서재에 있으며 암캐 한 마리를 대동한다.
밤 11시가 되면 2층 세 번째 방에서 취침한다. 암캐를 데리고 잘 때도 있고 혼자 잘 때도 있다.
변 이사에게 암캐가 도대체 몇 마리냐고 내가 물었다. 정애는 모른다고 답했다.
자기 빼고도 최소한 세 마리는 그 집에 기거한다고 추측으로 답했다.
지하 감옥은 항상 눈을 가리고 들어가기 때문에 입구를 모른다고 했다.
지하실의 구조도 모른다고 했다. 밑 빠진 의자와 창살만 기억난다고 했다.
나는 암캐 정애에게 들은 이야기를 내가 본 것처럼 철이에게 설명했다.
철이는 포승줄과 곤봉 두 개, 손전등 두 개를 준비 하겠다고 했다.
이틀 후를 D - 데이로 잡았다. 밤 11시 이후에 들어가기로 했다.
현장을 답사한 철이가 저택에서 배출되는 배수구를 찾아 놓았단다.
냄새는 나지만 배수구를 거슬러 들어가면 방범장치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철이가 말했다.
고마운 친구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데 저 친구는 나에게 도 무엇을 원할까?
은근히 걱정이 되기는 했다. 하지만 우선 발등에 불부터 끄고 볼 일이었다.
D - 데이. 우리는 배수구를 통해 침투를 시도했다. 잔디밭을 거쳐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에 들어가 손전등을 켰다. 거실이었다. 내가 술 먹으며 본 거실 그대로였다.
주방 쪽을 비춰 보았다. 암캐 정애만 없을 뿐 그대로였다. 우리는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다.
집안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철이와 나의 숨소리만 들렸다.
하나, 둘, 셋. 세 번째 방 앞에서 우리는 멈췄다. 숨소리도 멈췄다.
열쇠 수리공을 했다던 철이가 방문 손잡이를 돌렸다. 다행히 잠기지 않았다.
문을 밀고 소리 없이 들어갔다. 문을 닫고 손전등으로 방안을 휘둘러보았다.
침실이 아니었다. 침대도 없고 이불도 없었다. 쇠창살이 보였다.
방안은 깨끗했지만 텅 비어 있었다. 우리는 순간 몸을 돌렸다.
방문이 밖에서 철컥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방안에 이상한, 역겨운 냄새가 우리의
코를 쑤셨다. 우리는 오래지않아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와 철이가 발가벗겨진 채 밑 빠진 의자에 결박되어 있었다.
천장엔 흐릿한 전등불이 비추고 쇠창살이 보였다. 입에는 재갈이 채워져 소리도
지를 수가 없었다. 몸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순간, 지하 감옥이라는 낱말이 떠올랐다.
가면 쓴 남자가 가지 만 한 좆 몽둥이를 덜렁거리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남자의 손에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 철이는 나와 마주 앉혀져 있었다. 무릎을 맞대고.
철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렸다. 나도 고개를 돌렸다.
가면 쓴 남자가 주사기에 약을 잔뜩 넣고 다가왔다. 천천히.
마음은 마구 달아났지만, 몸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주사 바늘이 닿지도 않았는데 허벅지가 근질거린다. 피가 머리로 솟구쳐 오르고
온 몸에 기운이 스르르 빠져 나갔다. 절망이었다. 점점 깊어지는 함정이었다.
"보라는 안된다. 내가 운명을 짊어지고 가리라." 이를 악물었다. <끄으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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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작을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글이지만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 했습니다.
댓글 주시고 추천 주신님들 복 받으시와요. 착한 마음에 꼭 복이 갈 것입니다.
세상엔 공짜가 없으니까요. ㅎ ~
작가에게 용기를. 그리고 더 나은 작품 창작을 위하여 격려와 질책을 아끼지 마시기 바랍니다.
비판과 의견은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비난은 사양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끝까지 함께하신 분들께 다시 한 번 인사를 드리며 글을 맺을 까 합니다.
무더운 여름을 슬기롭게 보내시고 건강 잘 챙기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착한 지희 드림.The End
안방의 벽지까지 다 뜯어냈지만 카메라는 찾을 수 없었다. 싱크대 그릇 사이도 다 살폈다.
저녁에 암캐 정애가 왔다. 나는 소파에 앉아 본 체도 하지 않았다.
암캐 정애는 평소처럼 건넌방에 들어가 발가벗고 기어 나왔다.
암캐 정애는 싱크대로 가지 않고 네발로 기어서 내 앞으로 왔다.
내 앞에 꿇어 앉아 앞발로 내 바지를 벗겼다. 나는 나도 모르게 정애의 뺨을 후려쳤다.
악! 하며 자빠졌던 암캐 정애가 뺨을 비비며 일어나 내 팬티를 내렸다.
그리고는 내 성기를 자기 주둥이에 넣고 쪽쪽 빨기 시작했다.
화가 나서인지 흥분이 되질 않았다. 발기도 되질 않았다. 그러나 거부하진 않았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발사를 했다. 암캐 정애가 정액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삼켰다.
“왜 이래. 나하고 무슨 원수가 졌어?”
나는 입맛을 다시고 있는 암캐 정애의 턱을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주인님. 저를 탓하지 마세요. 이년은 명령을 수행했을 뿐입니다.”
나는 암캐 정애의 턱을 놓아 주었다. 뺨을 마구 갈기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그래. 너도 불쌍한 년이지. 나한테 이 짓거리 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일까.”
“고통 아닙니다. 주인님의 즐거움과 기쁨은 저에게 행복입니다.”
“가식적인 말은 하지 마라. 연극은 끝났어.”
“마눌님의 과거 때문에 주인님이 변태균 이사의 함정에 빠진 겁니다.”
암캐 정애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내의 과거라니.
“무슨 소리야? 자세히 말 해 봐. 내 아내가 변 이사 애비라도 죽였나?”
암캐 함정애는 변태균 이사에게 들었다면서 내 아내 이보라의 과거를 까발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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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는 유복한 가정의 외동딸로 자랐다. 대학교 일 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이 파산하고 빚쟁이에
몰렸다. 결국 보라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와 둘이 남게 되었다. 보라는 생계를 유지하고 학
업을 계속하고 싶어서 룸살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룸살롱에서 변태균 이사의 동생인 태영을
알게 되었다.
태영은 어여쁘고 총명한 보라에게 선심을 베풀었다. 보라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태영은 보라를 자기
의 신붓감으로 점찍고 생활비며 학비를 넉넉히 지원해 주었다. 태영이 마흔이 넘었지만 미혼이었다.
태영은 보라를 형님에게 인사도 시켰다.
이보라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더니 약간의 돈을 내놓고 태영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나머지
는 차츰 갚을 것이며 은인으로 생각하겠다는 말도 했다. 보라를 마누라 감으로 점찍었던 태영은 배
신감을 느꼈다. 빌려준 돈이 아니었던 것이다. 보라는 빌린 돈이었다. 태영에게 받은 돈을 다 장부에
적어 놓을 정도로. 태영은 보라를 놓아주지 않았다. 무섭게 집착했고 집요하게 추적했다.
보라는 태영을 피해 직장을 여러 번 옮기다가, 피팅 모델로 돌아서면서 조금식과 결혼을 해 버렸다.
이보라가 유부녀가 되었어도 태영은 포기할 수 없었다. 태영은 줄기차게 보라를 추적하다가 금식이
형님 회사에 취직한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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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망덕한 마눌님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빠이빠이 하며 가버렸으니. 변 이사님 입장에선 용서할 수 없는 년이 된 거죠.”
보라는 장모님과 둘이 살았다. 암캐 정애의 말이 맞는 것 같기는 했다.
그래도 그렇지. 그게 죽을죄인가? 용서 할 수 없는 년? 용서 받을 수 없는 놈들이었다.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딨어? 돈은 갚으면 되지. 자기 짝사랑을 안 받아준다고 보복하려 드는 놈들이 인간이야? 낭랑 이십대의 꽃봉오리가 사십대의 늙은이와 엮이고 싶었겠어? ”
나는 아내 보라 편을 들었다. 싫으면 떠나는 거지. 돈으로 사람을 사겠다는 건가?
“부창부수네요. 마눌님 입장에선 그렇겠죠. 하지만 이사님 동생 입장에선 어떻겠어요. 그 동안 쏟은 돈이 얼마고 정성과 시간은 어디서 보상 받아요? 나이도 40대 후반으로 치닫는데. 마눌님만 바라보며 공을 얼마나 들였는데. 남의 인생 조진 거 같지 않나여?”
“결혼을 약속했었나? 관계도 했나? 애기는?”
“자세한 건 몰라요. 들은 풍월이죠. 남녀가 붙어 다니면 연애질이야 했겠죠. 손만 잡고 다녔겠어요?”
“들은 이야기라면서. 안 했을 수도 있지. 오빠 같고 아저씨 같았겠지.”
“안 했을 수도 있죠. 저는 모른다는 얘기죠.”
암캐 정애는 말꼬리를 흐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일이 더럽게 꼬였다. 헤어 나올 수 없는 함정에 빠졌다. 결딴을 내려야 했다.
나, 조금식 대리가 죽던가. 마누라, 이보라를 죽이던가.
아니면 악마, 변태균 이사를 죽여야 해결이 될 판이었다.
근데 나는 자꾸 암캐, 함정애 과장을 죽이고 싶다. 괴롭히고 또 괴롭혀서 수치스럽게.
나는 암캐 정애를 일으켜 내 무릎에 앉혔다. 베란다에서 케리가 물끄러미 보고 있다.
나는 궁금한 것이 있었다. 암캐 정애의 젖통을 주무르며 물었다.
“여자가 저택에 끌려 들어가면 다 암캐가 되나? 사람을 어떻게 개조 시키는데?”
시키지도 않았는데 암캐 정애가 내 성기를 주무르고 있었다.
나는 암캐 정애의 손목을 잡고 지 사타구니로 손을 옮겨 주었다.
암캐 정애는 자기 구멍을 자기 손가락으로 쑤시며 이야기를 했다. 경험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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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지하실에 감옥이 있다. 대낮에도 불을 켜지 않으면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방. 삼 면은 벽이고
한 면은 창살이다. 암캐는 거실에서 눈이 가려진 채 끌려 들어간다.
감옥에 들어가면 발가벗겨져서 밑 빠진 의자에 앉혀진다. 사지는 결박당하고 입에는 재갈이 물려진
다. 의자에 묶인 손목과 발목은 움직일수록 조여진다는 경고를 받는다. 실제로 조여진다. 눈가리개가
풀린다. 홀랑 벗은 남자가 가면을 쓰고 있다. 남자는 주사기로 결박된 암캐의 허벅지에 약을 투입
한다. 주사를 맞으면 온몸에 기운이 다 빠져 나가는 듯 허탈해진다. 남자는 불을 끄고 가버린다. 불
이 꺼지면 눈을 가리지 않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주사 맞은 암캐는 공황상태에 빠진다. 무섭
고 두렵고 우울하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남자가 가버리면 주변에서 쇠파이프 구르는 소리. 칼 가는 소리. 채찍질하는 소리와 여자의 신음 소
리가 교대로 반복해서 암캐의 귀에 들려온다. 그 소리에 암캐는 긴장과 공황 사이를 헤맨다. 그러다
가 소리가 끊기고 5분 쯤 흐르면 불이 켜지고 가면 쓴 남자가 와서 재갈 틈새로 암캐에게 우유를
한 통 먹인다. 남자가 불을 끄고 가버리면 쇠파이프소리, 칼 가는 소리, 채찍질 소리가 반복된다.
그리고 소름끼치는 소리가 멈추면 잠시 후에 가면 쓴 남자가 나타나고 우유를 한 통 먹게 된다. 그
안에서 우유 외에 음식은 전혀 주지 않는다. 시간이 가는지 오는지 모른다. 암캐는 차츰 소음이 멈
추면 반응한다. 불이 켜지고 사람을 보게되고 우유를 먹게 되는 것이다.
우유 먹는 일이 세 번 지나면 주사를 맞게 된다. 기운을 빼고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약. 두 번째 주
사를 맞고 나면 가면 쓴 남자가 스위치를 누른다. 불이 켜진 상태에선 가면 쓴 남자의 행동을 다 볼
수가 있다. 남자가 스위치를 작동시키면 암캐 보지와 항문을 사람 혀 같은 것이 천천히 핥아준다.
밑 빠진 의자 아래를 내려다 볼 수는 없다. 천천히 움직이는 그 것은 암캐를 전율케 한다.
가면 쓴 남자는 불을 끄고 가버리고 암캐의 귀에는 남자 여자 섹스하는 소리가 속삭이듯 들려온다.
아래는 보지와 항문이 자극받고 귀에는 섹스하는 소리가 줄기차게 이어지며 암캐의 머릿속에도 온
통 그 생각으로 꽉 찬다. 소리가 멈추면 불이 켜지고 남자가 와서 우유를 먹여준다. 불이 꺼지면 남
자가 가고 음탕한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차츰 암캐는 포기와 체념 상태로 빠진다.
세 번째 주사를 맞고 나면 항문과 보지를 자극하던 기계는 멈춘다. 남자가 불을 끄고 가도 아무 소
리가 들리지 않는다. 어디선가 음식 냄새가 우유밖에 못 먹은 암캐의 코를 간질인다. 암캐는 음식이
먹고 싶고 소리가 듣고 싶고 남자가 보고 싶어진다. 고요한 정적 속에서 무엇인가를 간절하게 원하
게 된다. 갈증과 욕망에 몸부림을 친다. 세 번째 주사를 맞고 세 번의 우유를 마시고 나면 가면 쓴
남자가 와서 암캐를 테스트 한다. 테스트를 통과하면 눈을 가리고 재갈과 사지를 풀어준다.
가면 쓴 남자에게 끌려서 거실로 올라온다. 가면 쓴 남자가 정해 주는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으면
잠시 후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눈가리개 벗으라는 명령이다. 암캐가 눈가리개를 벗어보면
저만치 소파에 변 이사가 앉아있다. 반가운 마음보다 두렵고 무섭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부끄럽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변 이사의 손가락 명령에 복종한다. 엎드리고 목줄차고 기어 다닌다. 차츰 두려움과 무서움이 존경
심과 복종심으로 변해간다. 수치와 굴욕에 흥분하고 봉사를 하면서 쾌감을 느끼게 된다. 암캐 정애
는 주사를 셋방 맞았으니 사흘 걸렸다고 했다. 이미 서약서를 쓰고 들어간 감옥이라 사흘 걸렸지만,
보통 여자들은 일주일 정도 수감되어 있어야 암캐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암캐 정애의
지론이었다. 암캐들은 한 달에 하루씩 지하 감옥에 가서 정신 단련을 받는다. 차츰 익숙해지면
빈 주사기만 봐도 공포에 질리고 몸이 마비된다. 가면 쓴 사육사는 누군지 영원히 알지 못한다.
암캐 정애는 변 이사가 괴롭힐수록 쾌감을 느꼈고 고통에 흥분을 했다. 변 이사 앞에서는 항상 젖어
있었고 갈증과 욕구에 몸이 녹았다했다. 그 이후 암캐 정애는 변 이사뿐 아니라 남자만 보면 두렵
고 무서웠다 했다. 그래서 남들에게 자기를 감추기 위해, 본성을 들키지 않기 위해 거만하고 이기적
이며 표독스럽게 자신을 포장해야 했다고 변론을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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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야.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함정에서 빠져 나오고 싶어.”
“어려울 겁니다. 이사님과 동생분이 치밀하게 판 함정이에요. 몸부림칠수록 올가미는 조여들죠.”
“너도 한패냐? 너도 이용당하고 있어. 그걸 왜 몰라?”
“저는 미션 수행 중입니다.”
“미치겠네.”
“남의 것은 맛있게 먹고 자기 것은 아깝다는 얘기죠? 역시 인간은 개보다 못해요.”
“뭐야?”
“나중에 고맙다고 절 할 거예요. 사람 사는 거 별거 아니에여.”
“이런 18. 가. 당장 가. 앞으로 내가 부르지 않으면 화요일도 금요일도 오지 마.”
나는 소리를 꽥꽥 지르며 암캐 정애를 겨드랑이 잡고 번쩍 들어 엉덩이를 걷어찼다.
“고정하세여. 주인님. 좋은 것이 좋은 거에여.”
“내가 왜 너의 주인이야. 너는 미끼고 나는 낚시에 걸린 고기지.”
나는 암캐 정애를 반짝 들어 건넌방 앞으로 옮겨 놓았다. 방문을 열고 등을 밀어 넣었다.
“짐 싸들고 가. 에스엠 도구도 가져가.”
나는 문을 닫으며 소리쳤다. 암캐 정애는 양장을 챙겨 입고 건넌방에서 나와 거실로 걸어왔다.
“조 대리님 과장으로서 말씀 드립니다.”
소파에 앉은 내 앞에 와서 암캐 정애는 예의 표독스런 말투로 나를 윽박질렀다.
나는 움찔했다. 어떻게 대해야하나? 암캐 정애는 차갑게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인생 즐기는 겁니다. 나쁜 짓 하자는 것이 아니고 섹따르게 즐기자는 겁니다.”
나는 정애를 올려다보았다. 그 서슬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애가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더니 내 무릎을 손으로 짚고 속삭이듯 말했다.
“지금도 우리 얘기가 녹음되고 있을지도 몰라여. 이사님 동생이 이 아파트에 살거든요. 동 호수는 모르지만, 가까이 산다고 들었어요. 카메라도 동생이 설치했고 편집도 동생분이 했다고 들었어요. 잘 생각해서 결정하세여. 어쩌겠어여? 엎질러진 물인데. 아주 달라는 것도 아니고 한 번 맡겨 보시는 것도 크게 손해는 아닐 것 같아여. 그럼 안녕히 계세여.”
함정애 과장은 일어나 나에게 고개만 까딱하고 현관문을 향해 나갔다.
나는 침대에 누웠다. 머리가 복잡했다. 생각이 많았다. 누구와 의논을 해야 하나?
아내 보라에게 이야기하면 절망을 할 것이다. 아내 보라가 알면 혀 깨물고 죽을지도 모른다.
남편 잘못으로 수렁에 빠진다면 더 쉽게 개조 될지도 모른다. 진짜 체념이고 포기가 될 것이다.
내 아내는 내가 지켜야 한다. 내 목숨을 걸고 내가 지켜야 한다. 방법이 없다.
변 이사 몰래 짐 싸들고 외국으로 줄행랑을 쳐버리는 방법도 생각했다.
아주 안 올 곳이라면 정리할 것도 많았고 포기해야 할 것도 많았고 미련도 많을 것이다.
나 하나 죽으면 끝날까? 변 이사를 죽이면 끝날까? 변 이사 동생도 죽여야 하나?
암캐 정애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도 죽여야 하나? 불쌍한 여자. 나이도 먹고 똑똑한 여자가
왜 시궁창에 빠져서 거기가 시궁창인 줄도 모를 까?
정애는 행복해 보였다. 암캐로, 과장으로, 집에 가서는 엄마로 팔색조처럼 화려하게 살고 있었다.
한 번 맡겨 봐? 이왕에 엎어진 거 내 아내 보라를 암캐 만들어 달라고 줘봐?
혹시 그게 내 아내 보라를 더 행복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켜야한다는
생각을 밀치고 들어왔다. 지하 감옥에서 밑 빠진 의자에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사지가 묶여 허벅지에 주사를 맞는 보라의 모습이 자꾸 머릴 어지럽힌다.
우울하고 기분 더럽고 환장할 밤이 자꾸만 깊어가고 있었다.
변 이사가 동생과 함께 내 아파트로 찾아왔다.
변 이사의 동생은 키가 팔 척이 넘고 덩치가 산 만 하고 포악하게 생겼다.
그들은 내 아내 이보라를, 아니 자기들의 먹잇감 이뽀라를 내 놓으라고 나를 윽박질렀다.
나는 겁에 질려 꽁지를 빼다가 찬스를 잡았다. 내 멱살을 잡고 흔들던
이사의 동생이 베란다까지 따라 나왔다. 나는 변 이사 동생의 허리를 팔로 감았다.
번개처럼 손가락을 깍지 끼고 창문 밖으로 논개처럼 몸을 던졌다.
두 몸이 하나 되어 허공을 날았다. 10층 아래 까마득한 바닥이 아귀처럼 입을 벌리고
둘을 한꺼번에 삼키려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깍지를 풀었다.
쿵하고 떨어졌다. 깨어보니 꿈이었다. 아침이었다. 내 몸이 침대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혼자.
아내를 지켜야 하는데. 당당한 남편이 되어야하는데. 객지 땅에선 의논할 상대도 없다.
나는 기숙사 식구들을 떠 올렸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머리를 맞대고 꾀를 짜내면 묘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소문만 크게 나고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없지는 않았다.
그래서 일단, 철이만 불러냈다. 사람이 있는 곳은 누가 들을까봐 소주를 사들고
호젓한 공원구석으로 자리를 잡았다. 철이가 나보다 더 분노하고 있었다.
철이를 통해 나는 많은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함께 화라도 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철이는 경찰에 알리자고 했다. 언론에 터트리자고도 했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변 이사가 두렵다. 내가 함정에 빠져있다. 내 아내 이보라의 명예가 걸려 있다.
변 이사 일당을 세상에 공개해 내 아내 이름에 똥 칠 할 수는 없었다.
철이는 자기 친구들 동원해서 변 이사의 저택을 습격해서 모든 근거를 없애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내 놓았다. 많은 사람이 알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대책 없이 술병만 비워갔다. 방법도 못 찾고 시간만 죽였다.
철이가 무릎을 탁치며 의견을 말했다.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변 이사를 납치하자. 지하 감옥에 가두어 놓고 변 이사를 수캐로 만들어 버리는 거야.”
달리 묘안이 없다. 이에는 이, 힘에는 힘으로 붙을 수밖에.
결국, 철이와 나는 변 이사가 귀가하는 것을 보고 저택에 침입해 변 이사를 지하 감옥에 가두고
모든 사건을 제자리로 돌리는 것에 합의 했다. 철이가 고마웠다. 짖지 못하는 개들도 고마웠다.
실수가 있었다. 나는 철이에게 저택의 구조를 잘 아는 것처럼 큰소리쳤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저택 거실에서 술 마신 기억밖에 없었다.
수영장을 한 바퀴 돌아온 기억밖에 없었다. 암캐 정애에게 들은 지하 감옥은 입구도 모른다.
암캐 정애를 아니, 함정애 과장에게 조용히 면담을 신청했다. 회의실에서 업무 얘기를 잠시 하다가
저택 이야기로 옮겨갔다. 저택의 구조에 대해 물었다. 정애는 의심 없이 답변해 주었다.
변 이사는 항상 암캐를 데리고 잔디밭에서 골프도 치고 야외 풀에서 수영도 한다.
밤에는 주로 거실과 2층 서재에 있으며 암캐 한 마리를 대동한다.
밤 11시가 되면 2층 세 번째 방에서 취침한다. 암캐를 데리고 잘 때도 있고 혼자 잘 때도 있다.
변 이사에게 암캐가 도대체 몇 마리냐고 내가 물었다. 정애는 모른다고 답했다.
자기 빼고도 최소한 세 마리는 그 집에 기거한다고 추측으로 답했다.
지하 감옥은 항상 눈을 가리고 들어가기 때문에 입구를 모른다고 했다.
지하실의 구조도 모른다고 했다. 밑 빠진 의자와 창살만 기억난다고 했다.
나는 암캐 정애에게 들은 이야기를 내가 본 것처럼 철이에게 설명했다.
철이는 포승줄과 곤봉 두 개, 손전등 두 개를 준비 하겠다고 했다.
이틀 후를 D - 데이로 잡았다. 밤 11시 이후에 들어가기로 했다.
현장을 답사한 철이가 저택에서 배출되는 배수구를 찾아 놓았단다.
냄새는 나지만 배수구를 거슬러 들어가면 방범장치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철이가 말했다.
고마운 친구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데 저 친구는 나에게 도 무엇을 원할까?
은근히 걱정이 되기는 했다. 하지만 우선 발등에 불부터 끄고 볼 일이었다.
D - 데이. 우리는 배수구를 통해 침투를 시도했다. 잔디밭을 거쳐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에 들어가 손전등을 켰다. 거실이었다. 내가 술 먹으며 본 거실 그대로였다.
주방 쪽을 비춰 보았다. 암캐 정애만 없을 뿐 그대로였다. 우리는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다.
집안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철이와 나의 숨소리만 들렸다.
하나, 둘, 셋. 세 번째 방 앞에서 우리는 멈췄다. 숨소리도 멈췄다.
열쇠 수리공을 했다던 철이가 방문 손잡이를 돌렸다. 다행히 잠기지 않았다.
문을 밀고 소리 없이 들어갔다. 문을 닫고 손전등으로 방안을 휘둘러보았다.
침실이 아니었다. 침대도 없고 이불도 없었다. 쇠창살이 보였다.
방안은 깨끗했지만 텅 비어 있었다. 우리는 순간 몸을 돌렸다.
방문이 밖에서 철컥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방안에 이상한, 역겨운 냄새가 우리의
코를 쑤셨다. 우리는 오래지않아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와 철이가 발가벗겨진 채 밑 빠진 의자에 결박되어 있었다.
천장엔 흐릿한 전등불이 비추고 쇠창살이 보였다. 입에는 재갈이 채워져 소리도
지를 수가 없었다. 몸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순간, 지하 감옥이라는 낱말이 떠올랐다.
가면 쓴 남자가 가지 만 한 좆 몽둥이를 덜렁거리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남자의 손에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 철이는 나와 마주 앉혀져 있었다. 무릎을 맞대고.
철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렸다. 나도 고개를 돌렸다.
가면 쓴 남자가 주사기에 약을 잔뜩 넣고 다가왔다. 천천히.
마음은 마구 달아났지만, 몸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주사 바늘이 닿지도 않았는데 허벅지가 근질거린다. 피가 머리로 솟구쳐 오르고
온 몸에 기운이 스르르 빠져 나갔다. 절망이었다. 점점 깊어지는 함정이었다.
"보라는 안된다. 내가 운명을 짊어지고 가리라." 이를 악물었다. <끄으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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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작을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글이지만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 했습니다.
댓글 주시고 추천 주신님들 복 받으시와요. 착한 마음에 꼭 복이 갈 것입니다.
세상엔 공짜가 없으니까요. ㅎ ~
작가에게 용기를. 그리고 더 나은 작품 창작을 위하여 격려와 질책을 아끼지 마시기 바랍니다.
비판과 의견은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비난은 사양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끝까지 함께하신 분들께 다시 한 번 인사를 드리며 글을 맺을 까 합니다.
무더운 여름을 슬기롭게 보내시고 건강 잘 챙기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착한 지희 드림.The End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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