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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1:55 834회 0건
체인지 24시 03화 - 대역

Written by 黑月蝶



"저기, 레이린."
"응? 왜?"
"에... 저기, 나 지금 생각난게 하나 있는데 말이지."
"....?"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거리는 카론의 모습에 절로 의문이 피어올랐다.
대체 뭔 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거야? 설마, 얘 뭔가 나한테 잘못한 거라도 있나? 으음, 일단 섹스야 뭐... 쌍방통행이고. 어차피 그런걸로 미안해 할 녀석도 아니지만. 몸이 바뀐 거야 뭐 이미 끝난 얘긴데... 대체 뭐지?

딱 봐도 뭔가 수상한 카론의 표정에 잔뜩 머리를 굴려봤지만 해답은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나는 카론의 입을 주시했고, 카론은 이내 어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늘... 목요일이거든."
".....??"

뭐, 어제가 수요일이니 오늘은 목요일이지. 근데 뭐?
너무 당연한 카론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카론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머리에 자연산 벼락이 내리치는 것 같은 충격을 불러왔다.

"너, 아카데미 안 가?"
".....아아아앗!!!!"

마, 망했다! 오늘 수업 있는데에에!!! 으악, 자꾸 일이 생겨서 잊어먹었어!
가만. 지금이 몇시지? 오늘은 오후 수업만 있으니 잘하면 안 늦었을 수도...

나는 일말의 기대를 품고 시계를 찾아 시선을 돌렸지만, 채 시계에 닿기도 전에 들려오는 카론의 목소리는 내 기대를 가뿐히 무시하다 못해 사뿐히 즈려밟아 주었다.

"지금 두시야."
".....망할."

아나, 오늘 한시 수업인데... 크흑, 망했다!
으으, 교장 그 성질 더러운 인간한테 또 한소리 듣게 생겼네... 에휴. 뭐 그래도 일단 남은 수업이라도 하면 당장 가... 야 하는... 데...

....갈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이런 몸을 하고 가긴 어딜 가?! 으악, 내가 미쳐!

새삼스레 떠오른 현실에 나는 절망했다. 카론의 몸을 하고 아카데미를 갈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지각도 곤란한 판에 결근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 그냥 미친척하고 가지 말까? 흑, 아카데미 학생일 때도 안 했던 고민을 선생이 되어서 하게 되다니...
이게 다 카론 너 때문이야!!

나는 자연스레 이 모든 일의 원흉, 카론을 노려보았다.

"...너 때문이야."
"어, 어?"
"네가 그런 연구만 안 했으면. 네가 섹스하자고 붙잡지만 않았으면...!"
"자, 잠깐만! 진정해! 레이린 너 눈이 뒤집혔어!"
"닥치고 맞아아아!!!"
"사, 살, 꺄아악!"

나는 잠시 스트레스 해소의 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못 돌려놓는다?"
"응. 연구하는 시간이 원래 돌아오는 시간보다 더 오래 걸릴걸."
"....하아."

결국 필사적인 매타작 끝에 돌아오는 건 시간 소모 뿐이었다.
좀 밟으면 뭐라도 뱉어낼 줄 알았는데... 쳇. 우우, 진짜 이걸 어쩌면 좋지? 진짜 내가 가긴 가야하는데... 아!
맞아, 그러면 되겠구나!

나는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반색하며 카론을 돌아보았다.
그 급격한 시선에 무릎을 꿇고 얌전한 아가씨 포즈(?) 로 앉아있던 카론은 순간 움찔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쓸 때가 아니었다.

"카론. 너 아티펙트 하나 만드는 데 얼마나 걸려?"
"어? 그거야 효과나 지속에 따라 다른데."
"한 몇시간만 가는걸로, 일루전(Illusion, 환상) 아티펙트는? 아니, 아예 폴리모프 익스티리어(Polymorph exterior, 외관 변화) 는?"
"으음, 일루전은 한 10분이면 충분하고, 폴리모프 익스티리어는 좀 오래걸리는데."

쯧, 폴리모프가 더 확실한데... 별수없지. 그럼 일루전이라도!
후후, 일루전으로 외관만 바꿔서 내가 가면 충분하겠지? 그럼 그야말로 만사형통, 무사히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어!

나는 그나마 남은 수업은 할수 있겠다는 안도감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카론 이녀석은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뭐... 만들어주는 건 어려운게 아니다만... 레이린, 너 그걸 써서 아카데미에 가려는 거지?"
"응? 당연하지. 뭐 문제라도 있어?"

나의 이 완벽한 작전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냐! 모습만 바꿀 수 있다면 완벽하잖아! 검술은 다 꿰고 있으니까!
나는 자신만만했지만, 이어진 카론의 말에 쩍 굳어버렸다.

"아니 그게, 일루전을 하고 교수를 사칭할 정도로 아카데미의 보안이 만만해?"
"......"

아.... 맞다. 그, 그랬지. 제국의 자랑인 아카데미가 그렇게 만만할 리가 없지... 어허허. 정문에 설치된 보안 결계가 한 20개쯤 되던가?
생각해보면 일루전을 꿰뚫어볼 마법 교수나 기사들도 많고... 젠장, 왜 난 햄보칼 수가 엄서! 으아아악!!!

나는 정말 답이 없는 상황에 애꿏은 머리만 쥐어뜯었다.
아우, 이거 머리가 짧으니 잡을 것도 없네! 망할! 내 몸 내놔아아... 흑흑.
아, 혹시 이건 안되려나?

"저기 카론. 마리오네트(Marionette, 육체 조종) 마법은 못 써?"
"......저기, 레이린? 그거 흑마법이거든?"

카론은 굉장히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우씨, 이 상황에 흑마법이면 어떻고 백마법이면 또 어때! 난 당장 오늘 아카데미 수업을 하러 가야한단 말이야!!!

나는 카론에게 눈을 글썽거리며 쳐다보았지만, 카론은 그 에메랄드빛 눈에 황당함만을 짙게 매달았다.

"남자가 그깟 얼굴 해봤자 하나도 안 귀엽거든."
"....끄응."

으으, 역시 남자는 싫엇!
내 몸... 흑흑.

"아무튼, 마리오네트는 곤란해. 쉽게 쓸수있는 마법도 아니고... 자연스럽지도 않단 말이야. 그걸 제국의 기사한테 썼다가 들키기라도 하는 날엔 결석이 문제가 아닐걸? 진짜로 이게 날아간다구."

카론은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그어버리는 제스쳐를 취했다.
우우, 그럼 나보고 어쩌란 말야! 결근은 진짜로 안된다구! 만약, 만약 결근을 했다간...

"교장 그 나쁜 영감이 베른 영감탱이한테 이를 거란 말야. 베른 영감탱이가 화내면 얼마나 무서운데."
".....고작 그런 이유였냐?"
"고작이라니!"

황당하다는 듯한 카론의 표정에 순간 발끈했다.
그게 고작이라니! 베른 영감탱이가 얼마나 무서운지 카론 네가 몰라서 그래!
내가 조금만 잘못했다 싶으면 날 붙잡고 엉덩이를 때린단 말야! 그 늙지도 않는 영감은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끄떡도 안 한다구! 게다가 그 손은 또 얼마나 아픈데! 땟찌땟찌 거리는데 아주 무지무지 아파! 한번 맞으면 한동안 엉덩이가 빨갛게 부풀어오른다구! 네가 그 느낌을 알아?!

한동안 우르르 카론에게 베른 영감탱이에 관한 일화를 쏟아내자, 카론의 표정은 상당히 기괴하게 변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알았어. 내가 사과할게."
"흥. 네가 그 고통을 몰라서 그래! 얼마나 아픈데."
"....무슨 애도 아니고."
"뭐!?"
"아, 아냐! 미안하다고!"

떨떠름해 보이는 표정이 살짝 맘에 안 들지만... 뭐, 시간도 없으니 넘어가 주지.
나는 아주 조그맣게 들릴랄 말락하는 카론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했다.

그나저나, 대체 이 곤란한 상황을 어찌한단 말이냐... 에효. 아, 정말 눈 딱 감고 아픈 척이라도 해봐? 아님 급히 임무라도 하나...
베른 영감탱이의 땟찌(?) 를 막기 위해 수 개월짜리 장기 임무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나였다.
그리고 그런 내 고민을 파악하기라도 했는지, 카론은 살짝 웃으며 내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응?"
"레이린. 나한테 아주 좋은 방법이 있는데 말야..."
"좋은 방법?"
"응. 아~주 좋은 방법!"

카론은 두 팔을 활짝 벌리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아, 저 미소 엄청나게 불안한데... 분명히 내 얼굴인데, 카론의 음흉만 미소가 겹쳐보여!!
으으, 왠지 별로 안 듣고 싶은데?

카론이 저런 미소를 지을때마다 쳤던 사고와, 그로 인해 내가 겪었던 고난의 시간이 순간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솔직히 어지간하면 안 듣고싶은게 솔직한 내 심정이었지만....

"...선택지가 없잖아."

에휴- 내가 미쳐.
베른 영감탱이한테 맞기는 진짜 싫단 말이야. 또 창피하기도 하고...

결국 나는 카론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방법이 뭔데?"
"후후, 궁금해? 궁금하지? 가르펴줄까, 말까~"
"......"

이게, 맞을라구.
나는 불끈 움켜쥐는 주먹의 부름을 상냥하게 받아들였다.

퍽!

"커억!"
"한대 더?"
"내가 레이린 대신 가면 되잖아!"

왜 때리냐는 듯한 카론의 시선에 주먹을 들어올리자, 카론은 재빠르게 대답했다. 마치 대단한 의견 아니냐는 듯 어깨까지 쭉 피고서.
하지만 그 대답은 날 황당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설마 내가 그 생각을 안 했을까봐? 뭐, 내 몸을 지닌 카론 네가 가면 아카데미에 들어갈 순 있겠지. 근데 네가 뭘 가르쳐아할 줄은 알고?"

그렇다. 이게 문제였다.
그냥 카론이 가면 괜찮지 않나, 정도의 생각은 나도 했지만 아무래도 카론에게 맡기기에는 문제가 컸다. 비록 몸은 레이린 카 프라미안- 나의 것이지만, 그 머릿속에 든 지식은 내 것이 아니니까.
사실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는 선생에게 필요한 건 몸이 아니라 지식이니까. 사실 내가 어떻게든 갈수만 있으면 좋겠지만... 안 된다니.

검술도, 전술도 전략도 심지어 교과서와 진도조차 모르는 카론이 가봤자 할수 있는 일은 조용히 앉아있는 일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생각해보면 얘 학생이나 교수들 이름도 모를 텐데?

내가 도대체 너 무슨 생각이냐- 란 시선으로 카론을 바라보자, 카론은 쯧쯧거리며 오히려 손가락을 흔들었다.

"쯧쯧. 설마 내가 레이린 너처럼 생각이 짧을까봐?"
"....한대 더를 바랬구나. 그렇다면야...."
"자, 잠깐! 일단 들어보고!"

흥, 같잖은 소리면 한대가 아니라 열대는 더 때릴 줄 알아!
내 사나운 눈초리에 카론은 살짝 땀방울을 매달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일단 내가 가되 수업은 레이린이 하면 되잖아!"
"에에?"

아니 뭐, 그렇게만 된다면야 최상이지만... 그게 가능해?
의문스러워하는 내게 카론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세밀하게 세공된 한 쌍의 귀걸이를 내밀었다.
어라, 이거...?

"저번에 그 내기할때 쓰던 거야. 효능은 알지? 이걸 이용하면 충분할 거 같지 않아?"
"오호라!"

우와,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확실히 그 방법이면 가능하겠어!
이야, 역시 대마법사! 믿을만한데?

내 머릿속에서 카론의 평가가 순식간에 수정되는 순간이었다.


....라고 생각한게 불과 삼십분 전인데.
카론 이 망할 자식이 지금 뭐하는 거야! 어휴, 카론을 믿은 내가 바보지. 끄응...

아카데미에 들어가 수업을 시작하면서 내가 말하는 걸 그대로 읊는 카론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나 싶었지만, 그건 전적으로 내 착각이었다.
오늘의 수업은 다행히도 "기사의 마음가짐" 이라는, 솔직히 내 입장에서도 더럽게 따분한 수업인 터라 교과서만 읽어주면 되는 그런 수업이었다. 사실 전문지식이 필요한 수업이면 아예 갈 생각도 안 했겠지만.
그래서 카론한테 그대로 읽으라고 하고 잠깐 화장실 좀 갔다왔더니...

....왜 얼굴이 빨개지면서 읽는 소리가 느려지는 건데?!
아카데미생들 수군거리는 거 안 보이냐! 1학년짜리 어린애들 앞에서 대체 무슨 헛짓거리를 하는 거야?!

[카로오오온!!! 당장 손 안 떼!?]
"히익!?"

내 외침에 카론은 수업하다 말고 깜짝 놀랬다. 당연히 그 앞에 앉아있던 학생들은 더 놀랬고, 나는 더더 놀랬다.

[야! 앞에, 앞에! 일단 앞에 보고 말해!]

얘가 수업하다 말고 깜짝 놀라면 어떻게 해? 애들이 더 놀래잖아! 어휴, 하여간 그렇게 눈치가 없나. 하여간 간은 작아가지고.

잠시 후 카론은 앞에 앉은 한 학생에게 끝까지 읽으라고 시킨 뒤 최대한 자연스럽게 귀걸이를 매만졌다.
당연히 졸지에 수십페이지를 읽게 생긴 학생은 울상이었지만. 미안하다, 그래도 난 카론이랑 얘기좀 해야해서... 근데 네가 누구더라? 흠흠.

[수업하고 있는데 말을 걸면 어떻게 대답해? 나도 한번에 두가지 말은 못한다구.]
[네, 네가 이상한 짓을 하니까 그렇잖아! 수업중에 그게 무슨 짓이얏!!]
[내가 뭘? 멀쩡히 읽고 있었는데.]
[멀쩡히는 무슨!!]

카론 얘가 날 바보로 아나! 아무리 귀걸이가 보여주는 화면에 안 잡힌다고 해도, 네 얼굴과 손 위치만 딱 봐도 다 알수 있단 말이야!
이게 진짜 날 색녀교사로 만드려고 작정을 했나...!

당장이라도 속에서 터져나올 듯한 것을 애써, 정말 애써 억누르며 한글자 한글자 끊어서 말했다.

[카론. 다시 말할게. 정말로 찔.리.는.게. 없어?]
[물론이지! 난 결백, 하읏!]
[......]
[......]

순간, 나와 카론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약 10초 후.

[이, 이건 그냥 음향효과...]
[카로오오온!!! 야 이 빌어먹을 자식아!!! 너 당장 거기서 손 안 떼?!]

이, 이 미친 변태가 어디 수업중에 자위질이야!!
학생들 볼까 무섭다! 기사단에서 발정녀 소리듣는 것도 짜증나고 억울해 죽겠는데 이젠 발정교사 소리까지 들어야 하냐! 어흑, 뒤, 뒷목이...

엄청난 분노가 솟구침과 함께 갑자기 뒷목이 찡 하니 땡기는 게 느껴졌다.
어윽, 내가 카론 이자식 때문에 진짜 못살아... 카론 몸이라 그런가 약하기도 더럽게 약하네. 아 진짜 미치겠다...
근데 넌 또 뭐하는 짓거리야?!

묘하게 가는 카론의 뒷목을 살짝 주물거리다 다시 화면을 보고 나는 완전히 기겁했다.
저, 저게 진짜로 미쳤나!!

[야 카론!! 너, 너 진짜 뭐하는 거야! 당장 다시 안 입어?!]
[히히. 뭐 어때? 교탁에 가려서 보이지도 않는데.]
[보이고 안보이고 문제냐! 당장 안 입어!?]

학생들 눈엔 안 보여도 누가 문 열고 들어오면 다 보인단 말이다!!!
아으으, 진짜 미치겠네!

카론은 정말 황당하게도 별안간 치마를 바닥에 훌렁 떨어트려 버렸다. 거기에 아예 팬티는 없고! 망할, 분명히 입은거 검사하고 보냈는데 어느틈에 벗었지?
쉽게 말해서 카론은 지금 하반신 알몸 상태! 세상에, 학생들 수십명 앞에서 상의랑 신발만 걸치고 앉아있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내가 반쯤 얼이 빠진 걸 아는지 모르는지, 카론은 황당하게도 오히려 다리를 슬쩍 벌리더니 아주 대놓고 보지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으응~ 아흣, 손톱이 질 주름을 긁으니까... 아흑! 아응, 손가락에 미끄러운 느낌이 기분좋아...]
[......]

....저, 저게 진짜 미쳤나? 지금 아카데미에서 대체 뭐하는 짓거리야?!

[카, 로오오온!!!! 너 당장 그 빌어먹을 손모가지 안 떼?! 확 꺾어버린다!]
[으흣... 이거 네 손인데? 쿡쿡.]
[아, 그렇지. 그럼 이 손을 꺾... 아니 그럼 내가 아픈데. 아우 씨! 암튼 당장 그 손 못 떼?!]
[응. 못떼.]
[...이이익....!]

아, 뒷골. 이러다 혈압으로 쓰러지게 생겼네... 커흑.
카론 이 빌어먹을 자식이 진짜! 아우, 저걸 확 죽여버릴 수도 없고. 하다못해 저 망할 자식이 애인만 아니었어도, 아니 저게 내 몸뚱아리만 아니었어도 진짜 사지를 분질러 버리는 건데...
자, 잠깐. 근데 지금 이자식이 또 뭘 하는거야!?

[야야야야! 그건 넣는거 아니야! 하지 마!!]
[뭐 어때? 비슷하게 생겼구만. 어디이...]
[아아악!! 하지마! 찢어져! 찢어진다니까!!]

아니 왜 지팡이는 보지에 밀어넣고 지랄이야?! 그전에 대체 어떤 미친 선생이 교실에 지팡이를 두고간 거야?!
아아악! 그렇게 크고 더러운 거 보지에 집어넣지 마앗!!!

[으읏... 크, 크긴 크네. 그래도... 하으읏... 드, 들어간다아...]
[야 이 미친 자식아!!!!]

손가락 있잖아! 손가락! 왜 그딴걸 밀어넣는 건데!! 네 몸 아니라고 막 다루기냐!
그리고 또 이 망할 자지는 또 왜 빨딱 일어서는 거야아아!!!

내 몸을 막 다루는 카론의 행동에 황당함과 분노가 치솟고 있었지만, 슬프게도 카론의 몸은 좀 심하게 정직했다. 엷은 로브 아래로 눈에 띄게 커다란 자지가 불끈! 하고 서있던 것이다. 아니 선생이, 그것도 기사가! 기사도 수업하는 교실 한복판에서 자위를 하는데 어떻게 그걸 보고 흥분.... 하겠구나. 젠장.
아우, 아무래도 안되겠다. 내가 직접 가서 저 빌어먹을 자식 멱살을 쥐어잡던가 해야지. 얼른 뛰어가면 그렇게 늦지는 않을....

귀에 연결되어있던 소리 전달 아티펙트를 빼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나는 귓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그만 우뚝 굳어버렷다.
아티펙트 너머에선 익숙한 노인의 목소리와 함께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실례하겠네. 두고나온 물건이 있어서 말야...]

아, 안돼! 지금 문 열면 안돼!! 지금 문 열면 내, 아니 카론의 꼬라지가 다 보인단 말야!!

순간 내 머릿속에는 일련의 상황이 스쳐지나갔다.
지팡이를 찾으러 문을 연 노선생은 자신의 지팡이를 보지에 꽂은 채 자위 삼매경인 레이린(카론)을 발견하고, 호통을 친다. 당연히 그 소란에 주변 사람들도 궁금해할 테고, 결국 그 모습이 완전히 들켜버린다.
결국 아카데미 전체에 레이린은 수업시간에 성욕을 참지 못해 커다란 지팡이로 자위를 하던 걸레에 색녀로 소문이 나고, 그 소문은 학생들의 입을 통해 수도 전체에 퍼진다.
그 소문은 결국 황성에까지 들어가고, 열린 청문회에서 블랙로즈 기사단원들은 나를 발정난 장미로 소개하고 결국 나는 기사 모독죄로 극형을 받아 형장의 이슬로...

아주 짦은 순간이지만, 너무 말이 되어서 온몸에 소름이 다 끼쳤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페이 그 빌어먹을 아줌마는 날 무조건 파멸시키려 들 거야! 제, 제발 문 열지 말아요!!

[벌컥! 끼이이...]

아악! 아, 안돼애애애애!!!

내 애달픈 절규와는 상관없이 결국 문은 열려버렸고, 나는 차마 그 슬픈 파멸의 전조를 보지 못하고 눈을 돌렸다.

이제 곧 노교수의 경악성이 튀어나오겠지? 그럼 이제 다 끝이야...
아버지, 죄송합니다. 가문의 대를 잇겠다는 약속 못 지키게 됐어요... 프라미안 가문은 이걸로 끝입니다. 흑흑... 아직 죽기 싫은데!!! 카론, 이 빌어먹을 자식 같으니라고! 내가 죽어도 넌 꼭 끌고간다!
아, 지금 그냥 심장을 터트려 버리면 둘다 죽지 않을까?

내가 진지하게 카론과의 동반자살을 생각하는데, 내 귀를 의심케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허, 프라미안 경의 수업이었구만. 이거 방해해서 미안하네. 혹시 여기서 지팡이 하나 보지 못했는가?]
[아, 이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여기 옆에 있던데요.]
[오, 내 지팡이가 맞구만. 고맙네. 그럼 수업 열심히 하게나.]
[끼익- 탁.]

.....어?
자, 잠깐만. 저걸로 끝? 그냥 끝??
어, 어떻게?! 저 노선생이 그렇게 순순한 양반이 아닐 텐데?! 얼마나 꼬장꼬장한 사람인데! 자기 지팡이로 자위하는걸 보고 그냥 넘어갔단 말야?!

나는 반쯤 어이를 잃고 멍하니 있다가 카론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대체 이게 뭐 어떻게 된 일이야!?

[카, 카론! 너 지금 어떻게 한 거야!?]
[어? 뭐가?]
[저 선생 어떻게 보낸 거냐고! 너 지금 지팡이로 자위하고 있었잖아!!!]
[응? 아하~ 후후, 레이린 너 겁먹었구나? 쿡쿡. 그거야 당연히 간단한 일루전 마법으로 속였지. 어때, 깜쪽같았지? 이게 바로 대마법사의 마법실력이라구!]

처음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던 카론은 이내 피식거리며 쿡쿡 웃었다. 오히려 자랑질까지.
이, 이 빌어먹을 자식이...! 겁먹는게 당연하잖아! 내 목숨이 간당간당한 순간이었는데! 아무튼 이걸 진짜...!

[너 때문에 모가지 날아가는 줄 알았단 말야!]
[하아? 아무렴 자위 좀 했다고 잘릴까. 어... 아카데미 선생은 잘릴지도 모르겠다.]
[아카데미가 문제가 아냐! 그런 소문이 퍼지면 난 진짜로 사형이라고! 사형! 황실 명예 훼손이 얼마나 중죄인지 몰라서 그래!?]
[에에? 왠 황실?]

너무 오바하지 말라는 듯한 카론의 반응에 순간 한숨이 나왔다.
아니... 이자식은 내가 누구인지 알고는 있는 건가? 어떻게 애인이란 녀석이 이렇게 날 모르는 거야... 나에 대해서 나보다 잘 안다더니만... 하아. 내가 진짜 어쩌다 카론한테 끌려서 이꼴이 됬나... 흑흑.

[카론... 너 내가 누군지는 기억 해?]
[그거야 당연히 레이린 카 프라미안이지.]
[그럼 내 직위는?]
[블랙로즈 기사단장.]
[자, 그럼 블랙로즈 기사단은 누구 휘하에 있을까요?]
[그거야 황제 직속... 아차.]
[그걸 일일이 다 풀어서 말해줘야 알아먹냐 이 멍청앗!!!!]

대체 마법사가 똑똑하다는 건 어떤 망할 자식이 만든 헛소문이야?! 어떻게 내가 황실기사라는 걸 까먹을 수가 있어! 그것도 중간에 눈치도 못 채고 말야!
내가, 진짜, 미친다...

점점 올라오는 두통에 다시금 뒷목을 부여잡았다. 다행히(?) 지팡이는 빠졌지만, 카론은 아직도 보지를 훤히 드러낸 채 앉아서 자위를 하고 있었으니까.
또 이번엔 지시봉이냐? 어휴... 진짜 내가 가봐야겠네.
너, 거기 딱 기다려. 좀 이따 보자!

나는 조용히 아티펙트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자, 이제 조금만 있으면... 됐다!

딩~ 동~ 댕~ 동~

아카데미 전체에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을 들으며 벽에 기대었던 등을 떼었다.
그리고 문앞에서 잠시 기다리자 아니나 다를까, 금새 문이 열리며 카론이 나왔다.

"엇?! 여, 여긴 어떻게!"
"어떻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이 자식이, 내가 왜 여기까지 왔겠냐! 다 카론 네가 이상한 짓을 해서 그런거 아냐!!!
아우, 이걸 그냥 확!

살짝 볼이 발그레한 모습의 카론을 보자 주먹이 마구 근질거렸다. 그리고 나는 참지 않으려 했다.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하지만 그 순간 들려오는 수많은 목소리가 있었으니...

"저사람 누구야? 레이린 선생님한테 대체 무슨 배짱으로..."
"약점이라도 잡힌 거 아냐? 저 난폭한 레이린 선생님이 저렇게 쩔쩔매다니!"
"전에 실수로 팔이라도 부러트렸나?"
"......"

나, 난폭? 약점? 팔을 부러뜨려어어? 대체 내 이미지는 어떻게 생겨먹은 거야!? 난 나름대로 자상하게 대했다고 생각했는데?!
아,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이상한 소문이 늘기 전에 빨리 이 자리를 피해야 해!

나는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카론의 손을 붙잡았다.

"아하하하, 카... 아니 레이린. 우리 잠깐만 저쪽으로 갈까?"
"어, 어? 자, 잠깐 설명이라도..."
"그냥 따라와!"

나는 마나까지 이용하며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교실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살짝 교실에서 멀어졌다 싶을 때쯤 들려온 한마디에 나는 그만 넘어질 뻔했다.

"혹시 레이린 선생님이 덮쳤다던가...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약한 남자에게 끌려갈 리가 없잖아!"

더, 덮....
내, 내가 카론을 덮쳤다고오?!?! 이,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너무 황당한 쇼크에 나는 그만 발을 멈췄고, 마나로 민감해진 몸은 이어지는 소리를 고스란히 귓속으로 잡아들였다.

"아, 맞다 그거겠다."
"응응. 레이린 선생님이니까."
"오오, 너 천잰데?"
"......"

저, 정말로 내 이미지란 건 대체... 왜 그딴 말도안되는 소리를 모두가 믿고 있는 거야아아....
으아악! 진짜 미쳐버리겠네! 대체 내가 어떠다가 이 꼴이 된 거야!!

나는 저도모르게 머리를 잡고 털썩 주저앉았다. 그때 들리는 작은 목소리.

"풋."
"......"
"더, 덮쳤대... 푸훗!"

이게 감히 웃어? 그래, 내가 이런 뭐같은 이미지를 가진 것도, 내 손으로 내 몸을 끌어내게 된 것도 생각해보면 다...

"너 때문이잖아!!!"

퍼억!

"크억!? 조, 좋은 펀치다..."
"닥쳣!"

퍼어억!!

"꺄흑!? 자, 잠깐만! 이건 진짜 아팟! 내장 터지겠다!"
"걱정 마! 내 몸은 그렇게 연약하지 않으니까!"
"자, 잠깐만! 이건 네가 다시 가져갈 몸이라고!"
"괜찮아!"
"난 안 괜찮...! 꺄아아악!!"

잠시 후.
나는 추욱 늘어진 카론을 어깨에 매고 황급히 아카데미 뒤쪽에 있는 숲으로 향했다.
쯧, 그러게 어디서 웃고 난리야.



"아야야... 진짜 아프잖아. 골병들겠다."
"걱정 마. 딱 아프기만 하니까."
"....무서운 여자같으니."

카론은 작게 말한답시고 살짝 고개를 돌리고 투덜거렸지만, 다 들렸다.
....얘가 아직 덜 맞았나? 뭐, 그렇다면야 원하시는 대로...

내가 살짝 주먹을 들어올리자, 카론은 그야말로 기겁하며 노란 머리카락이 빰을 때릴 정도로 고개를 세게 흔들었다.

"자, 잠깐만! 괜찮아! 괜찮으니까 이제 그만! 날 때리러 온 건 아니잖아?!"
"왜 아니라고 생각해?"
"......"

내 대답에 순간 말을 잃었는지 카론은 멍한 표정으로 내게 눈을 마주쳤다.
카론의 녹색빛 눈은 진짜? 라고 물었고,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임으로서 답했다. 때리러 온 거 맞으니까.

설마, 수업중에 그 짓거리를 하는걸 보고서도 내가 안 때릴거라고 생각한 거야?
만약 그랬다면, 날 너무 물로 본 거닷!

"아, 아니 그래도 설마 아카데미까지 와서 때릴 줄은 몰랐지..."
"아카데미가 뭐 멀다고. 자, 그럼 어떻게 맞을래? 내 자비롭게 다 들어주지."
"으..."

카론은 누가봐도 정말 싫다- 라는 걸 알수 있을 정도로 표정을 구겼다. 헹, 그러게 누가 맞을 짓을 하래?
자, 내가 친히 선택권을 주지! 팔, 다리, 머리, 배 어디든 딱 아플 정도로만 때려주겠어!

한동안 구긴 인상을 펼 줄을 모르던 카론은 순간 뭔가 떠올랐는지 손뼉을 짝 쳤다.

"아! 저기, 맞는 방법은 상관 없지?"
"응? 어... 그래."

왜, 왠지 불안한데? 카론 이녀석이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거야!?
이상하게 눈이 초롱초롱거리는 게, 어쩐지 내가 실수한 기분이... 아, 아니 그래도 맞는 데 좋은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

전신에 치닫는 불안감을 애써 무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기겁했다.

"뭐, 뭐하는 거야!?"
"응? 뭐긴. 옷벗는 거지."
"아니 그러니까 왜 옷을 벗냐고!!"
"맞으려고."

대체 맞는거랑 옷이랑 무슨 상관인데!? 게다가 아무리 이 숲에 사람이 적어도, 아예 안 오는건 아니란 말야! 만약 누가 이 꼴을 보기라도 하면...!

나는 잠시 나와 카론의 장면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았다.
인적이 적은 후원에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아카데미 선생인 레이린은 반쯤 옷이 벗겨진 알몸으로 있고, 낯선 남자가 그 앞에 서 있다.
이 광경을 본 사람이 판단할 상황은?

1. 조교 중. 2. 덮침. 3. 섹스.

....이건 누가 봐도 좋게 볼 수가 없잖아!!!
카론 이 자식이 진짜, 내 목을 날리려고 작정했나?!

나는 누가 볼새라 황급히 카론의 손을 붙잡았다. 이 빠른 자식, 벌써 거의 다 벗었어?! 언제부터 기사 정복이 이렇게 벗기 쉬운 옷이 된 거야?!
그렇게 카론을 붙잡은 채 최대한 열심히 말리자, 카론은 풋 웃었다.
....이게?

"풋. 레이린 너 진짜 단순하구나?"
"응?"
"당연히 결계를 쳐 놨지. 여긴 우리 외에 아무도 못 와. 아무렴 내가 그정도 생각도 못할까봐? 좀 주변에 뭐가 있는지 확인좀 하고 살아."
"......"

잠깐 기감을 펼치자 너무 확연하게 이질적인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가장 기본적인 결계에 속하는 사람을 쫒는 결계였다.
아, 창피해. 으으, 이런 것도 못 눈치채다니...
이, 이게 다 몸이 바뀐 탓이야!!

"아, 아무튼! 그래서 옷은 왜 벗는데?!"
"뭐 사람 없는데 좀 벗으면 어때?"
"내 몸이란 말이야!!!"

누구 눈에 띄기라도 하면 창피한 건 나라고! 게다가 난 창피한 걸로 안 끝난단 말이야!
...잠깐, 어느새 다 벗었어!?

내가 눈치를 챘을 때, 카론은 이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왠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몸을 돌려 엎드리더니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 얼굴은 발그스름하게 물들고, 허공에 완전히 드러난 보지는 아직도 마르지 않은 애액으로 푹 젖어있었다.
그야말로 야하기 그지없는 그런 모습으로 카론은 입을 열었다.

"이렇게... 때려줘."
"......"

뭘? 어딜?
대체 나한테 바라는 게 뭐야!? 이 빌어먹을 변태 자식아!!! 아우, 이걸 확 발로 차버릴 수도 없고!

내가 반쯤 공황상태에 빠진 걸 눈치챘는지, 카론은 설명을 시작했다.
그 자세 그대로.

"나도 얼마전에 본 건데, 스팽킹이라고 하는 게 있더라구."
"그건 또 뭐야?"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엉덩이를 손으로 때리는 거?"
"....하아?"

엉덩이를 손으로 때려? 그건 베른 영감이 나한테 하던 건데? 땟찌땟찌 하면서. 그게 스팽킹이라는 이름이 있었구나...
아프고 좀 창피하긴 해도 뭐, 휴우증도 없고...

잠시 추억 아닌 추억을 떠올리던 내 정신을 다시 현실로 이끌어온 것은 카론의 이어진 설명이었다.

"애무의 일종이래."
"....스탑. 잠깐, 뭐라고?"
"그러니까~ 스팽킹이 애무의 일종이라고. 짜릿하고 강한 자극을 준다나?"
"......"

잠깐, 지금 내 귀에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린거 같은데.
그 스팽킹이라는 게... 애무라고? 그럼 베른 영감탱이가 나한테 지금까지 했던 게....? 무, 물론 베른 영감탱이가 그걸 알고 했을 리는 없지만 그래도...!!

순간적으로 얼굴이 새햐얘지는 충격이 찾아왔다. 그리고 내가 소리를 지르려던 순간.

"뭐, 그전에 다른 애무를 해서 흥분해야만 애무가 된다지만."
"....카론 너 이자식, 타이밍이 적절하구나."
"응? 무슨 소리야?"

그런 게 있어... 에휴. 이자식 설마 내 마음을 읽고 있는거 아냐?
뭐 아무튼 그래서... 맞는 김에 새로운 지식을 실험해보고 싶다 이거지. 에휴, 이래서야 혼나는 게 아니잖아! 끄응, 이럴줄 알면 골라보라는 소리따위 안하는 건데...

결국 언제나처럼 당했음을 직감한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카론에게 다가갔다.
어휴, 뭐 이렇게 된거 해줘야지 뭐.

"그냥 치면 돼?"
"응."
"근데 이거 애무맞아?"
"응! 의외로 느껴진다던데?"

거참, 사람들 취향 특이하네. 난 이거 절대 기분 안 좋을거 같은데... 뭐, 카론이 해달라는 대로 해주지 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세차게 손을 휘둘렀다.

뻐억!!!

"끄햐아악?!"
"....역시 아닌거 같아."

엉덩이를 띄운 채 엎드렸던 몸이 바닥에 거의 내동댕이쳐져 뒹굴거리는 카론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난 절대 기분좋을것 같지 않아. 카론이 하자고 해도 난 안 해야지.

내가 결심을 다지는 사이, 카론은 뒹굴대던 것을 멈추고 내게 다가와 눈물이 글썽거리는 얼굴을 들이대며 소리질렀다.

"이게 무슨 애무야!!"
"응. 역시 나도 아닌거 같아. 아무래도 카론 너 이상한 걸 알아온 게..."
"아니 그게 아니라! 마나를 실어서 치면 어떻게 해!! 죽는줄 알았잖아!"
"응? 안돼?"
"당연히 안돼지!!! 마나 없이, 그냥 찰싹거릴 정도로만 치는 거라고! 이런 건 애무가 아니라 폭력이야!"

베른 영감은 매번 이렇게 쳤는데... 음, 역시 베른 영감탱이가 한 건 애무가 아니었어. 다행이다.
...근데 나 원래 애무가 아니라 폭력이 목적이었던 거 같은데....?
에이, 그냥 넘어가 주지 뭐.

나는 살짝 고개를 젓고는 다시 카론을 불렀고, 카론은 투덜대면서도 다시 자세를(?) 잡았다.
음, 힘 빼고 살짝이라고 했지? 그럼 어디...

찰싹!

"아흑!"

찰싹!

"아응!"

찰싹!

"힉! 아아..."
"......"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하얗고 탱탱한 나름대로 자랑스러운 엉덩이에 자꾸만 손을 내리쳤다.
하얀 엉덩이와 손이 만날 때마다 엉덩이는 탄력있게 흔들렸고, 카론의 입에선 야릇한 신음이 크게 터져나왔다. 더불어 하얗기만 하던 엉덩이도 조금씩 빨갛게 물들어 갔다.
붉게 상기된 하얀 엉덩이를 조금씩 흔들며 가쁘고 달콤한 숨을 내뱉는 카론의 모습은 누가 봐도 흥분한 여자의 모습이었다.

지, 진짜로 이런 걸로 느껴지나?
이거 확실하게 젖고 있는거 같긴 한데... 얘가 변태인 거야, 내 몸이 변태인 거야?!

카론의 보지에서 보이는 애액은 확실하게 점점 늘어, 이젠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처음엔 별로 믿기지도 않아 그냥 난감한 일이지만 좀 도와줄까-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젠 황당하면서도 신기해졌다.
게다가, 이런 포즈로 자꾸 야한 목소리를 내면... 크흑. 서버린다구...
젠장, 너무 야하잖아!! 에라이, 나도 모르겠다!

"카론."
"으응...?"
"이건 네가 자초한 거니까... 아니, 네가 원하는 거겠지 아마."
"어? 그게 무슨..."

나는 의문스러워하는 카론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카론의 뒤에서 엉덩이를 살짝 치켜올렸다.
그리곤 한 손으론 이미 아플 정도로 단단하게 부풀어오른 자지를 잡고 홍수라도 난 듯 젖어버린 보지의 갈라진 틈에 그 끝을 갖다대었다.

"애무라는 건, 삽입하기 전에 하는 거잖아?"
"...헤에, 레이린도 많이 늘었는데?"

이건 칭찬일까 욕일까... 에이, 나도 몰라!
일단은 이거부터. 자아~ 하나, 둘, 셋!

쑤우욱!

"아흐흐흑!! 끄, 끝까지 들어왔어어..."
"아으... 엄청나게 조이는데?"

한번에 자궁구까지 닿아버린 내 자지에 한번 가버리기라도 했는지, 카론은 허리를 둥글게 휜 채 부르르 몸을 떨었다.
질 안에 꽉 들어간 자지로부터 느껴지는 경련과 촉촉함이 카론의 상태를 가장 확실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카론은 가버렸지만, 아직 난 전혀 만족하지 못한 관계로 나는 슬슬 허리를 움직이지 시작했다.
당연히 방금 절정에 달한 카론은 민감한 보지에 전해지는 자극에 몸을 펄쩍 뛰며 경련했지만, 나는 애써 무시하며 계속 허리를 움직였다.

"아흐으윽! 아, 안쪽이 쓸려서 느껴져...! 조, 좀만 천천히, 민감하단 말야...! 아학, 으응! 그, 그마아안... 아아아앙!"
"좋으면서 뭘 그래?"

...아, 이렇게 말하니 왠지 강간범 같잖아. 젠장...
말하고 나니 후회되네. 이것도 역시 카론의 몸에 남은 기억인가... 우씨, 이 나쁜 카론자식!

순간 울컥한 나는 저도모르게 손을 휘둘렀고, 그 손은 자연스럽게 파들거리며 흔들리는 하얀 달덩이 같은 엉덩이에 명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카론은 때린 내가 놀랄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보였다.

"히야아아악!!"
"뭐, 뭐야?"
"지, 지금 그거어... 엄청나게, 짜릿했어... 아흑."

그, 그렇게 강한 자극인가? 지금 확실하게 가버린 거 같긴 한데... 당황스럽다, 야.
그렇게 완전히 풀린 눈으로 쳐다보니까 움찔하잖아! 어휴, 나도 저랬을 거라 생각하니... 쩝.

내 얼굴로 지어진 더없이 야한 표정에 살짝 한숨을 내쉬곤 멈췄던 허리를 움직이려는 찰나, 귀에 왠 낯익은 목소리가 잡혔다.

"여기 어디서 비명소리가 들렸는데..."
"?!"

자, 잠깐만. 분명히 결계가... 아니 결계가 풀렸잖아!? 카론 이자식, 가버리면서 결계를 풀어버렸구나!
으악, 얼른 자리를 피...!

황급히 자리를 뜨려 했지만, 수풀 속에서 사람이 나오는 게 더 빨랐다.

"서, 선생님...?"
"...늦었다."

수풀 속에서 나온 것은 역시 내 제자, 테인이었다. 망할. 이런 모습 얘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아우, 제자 앞에서 이게 무슨 꼴이야! 그것도 나 좋아하는 애 앞에서! 에휴...
꼬이다 못해 복잡해 죽을맛인 머리를 애써 붙잡으려 하는 사이 테인이 먼저 공황상태에서 벗어났다.
...칼?

"너, 넌 누구냐! 레이린 선생님한테 지금 무슨 짓을...!"
"테인. 그게 무슨..."
"내 이름을 알아?! 대체 누구... 아니, 레이린 선생님한테서 당장 떨어져!!"

얘가 미쳤나? 지금 무슨 소릴... 아, 맞다.
지금은 카론이 레이린이지... 어, 음, 그러니까 얘가보기엔... 나(레이린)이 왠 낯선 남자한테 마구 능욕당해서 반쯤 정신을 놓았다, 그런 건가?
어머나아... 상황이 100배쯤 더 꼬였네. 젠장.

차라리 내가 원래 몸이었으면 어떻게든 해볼텐데 이건 뭐 답이 없네.
어휴, 여기서 설득할 수도 없고... 이럴땐 역시 이게 최고지.

"일단 좀 자라."
"그게 무, 컥!"
"휴우..."

재빨리 뒤쪽으로 이동해 뒷목을 내려치자 테인은 스르륵 내 팔 위로 쓰러졌고, 나는 테인이 겨누던 칼을 잡아 다시 허리춤에 꽂아주었다.
정말이지, 이런 곤란한 상황을 대체...

"어떻게 할거야. 이 망할 자식아."
"에에... 설마, 결계가 풀려버릴 줄은 몰랐는데 말야. 너무 방심했나봐."
"방심이고 뭐고, 어떻게든 좀 해보라구... 테인이 소문이라도 내면 진짜 큰일이란 말야!"
"...쩝, 잠깐만 걔좀 데려와봐. 못 걷겠다."

쓰러진 테인의 몸을 바닥에 앉아있는 카론에게 데려다 주자, 카론은 잠깐 혀를 차는가 싶더니 뭔가 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카론의 손에서 검은 빛이 이는가 싶더니 테인의 머릿속으로 스며들듯 사라졌다.

"지금 뭘 한 거야?"
"기억 소거. 근 10분의 기억을 기웠어. 이정도면 중요한 건 다 잊게 될걸?"
"기억 소거...? 그거 흑마법 아니야? 금지마법이잖아!"
"뭐, 마법사중에 흑마법 하나쯤 모르는 마법사는 없지."
"......"

들어본적은 있지만, 설마 카론도 흑마법을 알고있을 줄은 몰랐는데... 으음, 그래도 악용하진 않겠지?
호, 혹시 나한테 이상한 짓을 한 다음에 쓴적 있는 거 아냐!?

"너 설마, 나한테 이상한 짓 하고 나서 쓰거나 하는 건 아니지?"
"....진짜 날 뭘로 보고. 소드마스터한테 통할 마법은 아니니까 걱정 마."
"으음... 뭐 그렇다면 다행인데."

나는 내 팔 안에서 여전히 정신을 놓고있는 테인을 보며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얘는 대체 왜 이런 곳에 와서 날 간떨어지게 하나 몰라. 다음시간 수업준비나 하고있을 것이지.
....어? 다음 시간 수업? 지, 지금 시간이... 아악! 늦었다!!

시계를 확인하자 내 얼굴은 하얗게 질려버렸다. 수, 수업 시작했다... 아악! 이어서 수업있는데 그걸 잊다니!! 테인 이녀석, 날 찾아온 거였어?!
내가 다급히 카론에게 다음 수업의 존재를 알리자, 카론은 수업이 있는 줄 몰랐는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상태로 바로 수업하러 가라고?"
"으으... 역시 무리겠지?"

카론은 지금 온 몸에 땀을 흘리고, 붉은 얼굴에 다리 사이엔 애액으로 홍수가 난 상태였다. 아무리 봐도 수업하는 선생의 복장은 절대로 아니었다.
흐잉... 망했다. 씻는데도 또 좀 걸릴텐데...
아, 근데 이 자지는 왜 죽을 생각을 안 해? 하다 말아서 그런가... 에라이, 모르겠다. 어차피 늦은 거!

"카론."
"응? 왜?"
"이거 좀 어떻게 해주라."
"응? ...후훗, 레이린 이제 아주 당당한데?"

으으... 별수 없잖아. 너처럼 야한 모습을 눈앞에 두면 솔직히 같은 여자라도 흥분한다구! 씨잉.

"뭐, 시간도 없고 하니 입으로 해줄게. 괜찮지?"
"나야 뭐."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카론은 빠르게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커다랗게 부푼 자지를 입에 물었다.
그와 함께 그야말로 현란할 수준의 혀놀림이 이어졌는데, 자지 끝의 귀두는 물론이요 주름진 불알이나 단단한 기둥에 솟은 핏줄 등 그야말로 모든 곳을 핥고, 빨고, 감싸면서 애무했다.
으으, 역시 너무 잘해...! 금방이라도 쌀 것 같잖아!!

카론의 현란하다 못해 놀라운 테크닉에 막 사정하려던 순간, 기절한 테인이 살짝 눈에 들어왔다.
제자가 좋아하는 순결한 여선생이 기절한 제지의 바로 옆에서 남자의 자지를 빨고있다니... 이거 참, 누가 알까 무서운 풍경이네. 하아, 나도 참 음란하고 죄많은 여자로구나...

"흐응, 무슨 생각이 그리 많아~? 에잇♡"
"으윽?!"

거, 거기는?! 우웃,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다니...! 꼬물거리는게 느낌이 이상해!
새로우면서도 강렬한, 여자의 그것과는 또다른 느낌에 나는 허리가 뒤로 슬슬 빠지는 걸 느꼈지만, 카론의 팔은 단단하게 날 붙잡고 있었다. 크윽, 사정감이...!

"크윽, 싸, 싼다!"
"으우우웁!"

잠시 사정이 끝나고, 레이린은 얼굴을 구기며 내 자지에서 입을 뗐다.

"우씨, 역시 정액 맛 없다."
"그렇다니까. ...그보다 그러면서 그건 왜 먹어?"
"응? 뭐 그냥."

뭐 먹던 뱉던 중요한 건 아니지만. 나도 거의 먹는 편이고... 이제 카론이 다음 수업만 제대로 마치면 되겠구나.
다음 수업도 내가 원거리에서 알려주면 무리없는... 워, 원거리?

"....아우, 씨. 카론! 나 얼른 집에 갈 테니까 얘 데리고 수업 들어가! 잘 씻구!"
"어, 어?"
"통신장비 집에 있잖아! 으으, 내가 왜 그걸 잊어가지고...!"

나는 재빨리 숲 밖으로 뛰어나갔다. 조금이라도 덜 늦으려면 뛰어야 하니까.
하지만 다음 순간, 나는 다시 숲 안쪽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레이린!! 바지는 입고 가야지!!!"
"......"

아, 쪽팔려.

-----------------

좀 오랜만에 오나요?
1편 2편보다 긴 3편입니다! 근데 4편은 왠지 더 길어질 기세...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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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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