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키가 180센티는 안 됐던 거 같은데, 은채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분명 나보다는 훨씬 컸어.
혼자서는 제압 못할 거야.
다행이 그녀는 호신용으로 산 몇 가지 무기가 있었다. 야근이 잦은 그녀를 위해
그녀의 전 남자친구가 사줬던 것들이다. 호신용이긴 하지만 먼저 공격하면
공격 무기로도 손색이 없다. 3단으로 접히는 묵직하고 야무진 봉과 전기 충격기......
은채는 먼저 봉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책에서 사람 머리를 때려서 기절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있다. 출혈이 생길수도 있고 단숨에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은채는 봉을 내려놓고 전기 충격기를 만진다. 전기충격기는 담배갑보다
조금 큰 직사각형으로, 검고 조금은 둔탁하게 생겼다.
체질에 따라서는 쇼크로 죽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미국에서는 경찰들도 쓰는 물건이라는데
그래도 봉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은채는 두 물건을 모두 가지고 가기로 한다.
은채는 연분홍색 바탕에 진한 분홍색 도트 무늬가 있는 파자마를 입고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온기 없는 침대의 감촉이 싸하다. 손에는 전기 충격기를 쥔 채다. 멍한 표정으로 은채는
‘그 사람’을 떠올리며 전기충격기를 쓰다듬는다. 묵직하고 딱딱한 감촉이 묘한 연상을
불러 일으킨다. 은채는 전기 충격기 측면에 슬라이딩 형식으로 되어 있는 안전장치를 풀었다.
뚜둑, 하는 감각을 느끼며 생각한다. 이대로 구동시키면 나는 감전될 거야.
아.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거품 물고 기절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 사람’에게 이 물건을 쓰는 것도 그렇게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은채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꾸만 자꾸만 전기 충격기를 주무른다.
그리고, 마침내 끓어오르는 묘한 기분을 참지 못하고 파자마 바지를 내린다.
연하늘색 팬티도 내린다. 그리고 전기충격기의 뒤쪽 모서리를 벗은 보지에 갖다 댄다.
안전장치는 풀린 채다. 뾰족한 모서리를 보지 갈라진 틈에 비비기 시작한다.
전기 충격기는 이미 젖은 틈 위에서 미끌미끌 움직인다.
“하아아...”
긴 신음을 흘리는 은채의 손이 더욱 빨라진다. 딱딱한 감촉이 클리토리스와 소음순,
대음순 위를 빠르게 지나간다. 미칠 듯한 자극에 은채의 몸이 덜덜 떨린다.
당장이라도 스위치를 올려 감전당하고 싶은 욕구를 몇 번이나 참으며, 그녀는 절정에 올랐다.
“흐으, 하아아앙........”
질펀하고 불투명한 보짓물이 맑고 묽은 보짓물에 섞여 질질 흘러나온다. 전기 충격기기고
손이고 온통 보짓물 투성이다. 비릿하면서도 들큰한 냄새가 난다. 끈적이는 전기 충격기를
두손으로 꼬옥 쥐며 은채는 옆으로 고쳐 눕는다. 분홍 파자마 바지는 여전히 내려가 있어서
하얀 엉덩이가 그대로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은채는 그런 것에는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만족감과 기대가 버무려진 미소가 그녀의 입가를 맴돈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4
은채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회사에 전화해서 몸이 안 좋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녀로서는 처음으로 그런 거짓말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엔 그럴 가치가
충분하다고 은채는 생각했다. 이미 며칠 동안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남자의
집, 회사, 잘 가는 장소를 확인한 터다. 남자에게 접근할 만한 음침하고 인적이
없는 곳도 몇 군데 봐두었다. 마음을 정한 은채는 어디엔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은채니?”
“응.”
상대는 당황한 듯 한동안 말이 없다. 은채는 무덤덤한 어조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내 번호 아직 저장했나보네. 분명 지우라고 했을 텐데.”
“......지우면 뭐해. 번호 다 뜨는데. 갑자기 왜 전화했어?”
“정훈이 네가 도와줬음 하는 일이 있어서.”
상대가 또 침묵한다. 뭔가를 고민하는 듯하다. 은채가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니
그제야 힘겹게 대답한다.
“......뭔데?”
#5
렌트카는 최대한 평범한 것으로 빌렸다. K사의 소형차. 은채는 뒷좌석에 앉은 채
운전석에 앉은 정훈에게 이것저것 명령한다. 남자는 중간 정도의 키에 약간
통통한 체구로 지금 상황이 불편한 듯 연신 땀을 흘리고 있다.
“너 이거 진짜 심각해질 수도 있다.”
“겁나면 안 해도 된다니까.”
정훈이 입을 다문다. 그는 한 번 결심하면 무지막지하게 밀고 나가는
은채의 성격을 알고 있다.
이미 말릴 수 없다는 걸 안 이상, 그녀가 안전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생겼는데?”
은채는 사진을 보여줬다. 얼굴이 정면에서 꽤 크게 나온 사진이다.
“이건 어떻게 찍은 거야?”
“망원렌즈.”
기가 막힌 정훈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이름은 이성민이고. 31살이고, 키 175에 몸무게 70킬로 정도...
될 거야 아마. 정확히는 모르겠고.......”
“은채야. 다시 생각해 볼 수 없겠니?”
“들어 올릴 수 있어?”
“뭐?”
“들 수 있냐고! 70킬로!”
“......들 수는 있지만.”
은채의 시선이 빠르게 밖을 훑는다. 대상이 나타난 것이다. 오후 8시.
여름이라 이제야 느릿느릿 해가 떨어지고 있다. 버스에서 내린 남자는,
어둑해오기 시작한 골목으로 쏙 들어간다. 집이 있는 그 골목길이다.
“빨리 내려!”
은채는 날카롭게 명령하고 재빨리 차에서 뛰어내린다. 그리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등을 보이는 남자를 따른다. 골목길이 꺾이고, 또 꺾인다.
누군가 자기를 따르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이어폰을 낀 남자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다. 러닝화를 신은 은채의 날렵한 발이 악마처럼
그런 남자에게 따라붙는다. 휙, 갑자기 골목이 어두워진다.
담이 높고 세 면이 막히다시피 해서 빛이 제대로 들지 않는 곳이다.
은채가 미리 봐 두었던, 인적 없는 음침한 골목이다.
“저기요.”
남자는 이어폰 때문인지 돌아보지 않는다. 은채가 약간 더 큰 목소리로 불렀다.
“저기요!”
남자가 뒤를 돌아보며 이어폰을 뺀다. 은채는 얼른 몸을 숙이며 발목이 잘못된 척 한다.
가냘픈 목소리로 그녀가 애원한다.
“죄송한데요... 제가 좀.......”
어, 하고 작은 소리를 내고는 남자가 다가온다.
“어디 불편하세요?”
남자가 무릎을 굽혀 앉으며 팔을 뻗는다. 은채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약간은 흥분되고, 약간은 침착한 기분으로 은채는 남자의 팔뚝 위에 안전장치를
푼 전기 충격기를 가져다 댄다. 남자는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낯선 물건이
자기 몸에 닿은 것을 본다.
“저기 이게 뭐.......”
파직!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남자의 몸이 일순간 멈춘다. 멍한 얼굴. 예정된 경련.
쿵, 하고 남자가 엉덩방아를 찧더니 뒤로 넘어갔다.
“빨리!”
은채가 외쳤다.
“빨리 이리 오라고!”
뒤에서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던 정훈이 깜짝 놀라며 그제야 다가온다.
“왜 이렇게 굼떠! 빨리 옮겨야 돼!”
은채의 목소리는 침착했고 당황한 빛이 조금도 없었다. 정훈은 감전된 개구리처럼
늘어진 남자의 양팔을 잡아 올렸다. 은채가 정훈을 도와 그를 등 뒤로 올렸다.
정신을 늘어진 남자를 업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거 말고는 효율적으로
움직일 방법이 없었다.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은채는 뒤에서 남자의 몸을 받혔다.
“가자!”
정훈은 거의 홀린 것처럼 서둘러 걷기 시작했다. 등 뒤를 무겁게 누르는
사람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는 것만 같다. 평소에도 무서운 여자라는 생각은
자주 했지만, 이러한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를 줄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일은 터졌고 이제는 최대한 사람들의 눈에 뜨이지 않게 남자를
운반하는 길밖엔 없다. 차를 세워 둔 큰 길까지 나가는 것이 한없이 멀게 느껴진다.
마침내 차에 이르러 은채가 속삭인다.
“열어.”
“은채야, 나.......”
“빨리 열어! 열쇠 네가 가지고 있잖아!”
가까운 정류장에서 흘러나온 간판의 빛이 은채의 눈동자에 반사되어 검붉게 빛났다.
소름끼치는 색깔이다. 정훈은 마지막 힘을 짜내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은채는 뒷좌석 열쇠구멍에 그걸 쑤셔 넣고 거칠게 돌렸다.
악문 이 사이로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멍청한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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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소설일 뿐 따라하지 마세요^^;
Dogs in the house는 당분간 휴재합니다.
키가 180센티는 안 됐던 거 같은데, 은채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분명 나보다는 훨씬 컸어.
혼자서는 제압 못할 거야.
다행이 그녀는 호신용으로 산 몇 가지 무기가 있었다. 야근이 잦은 그녀를 위해
그녀의 전 남자친구가 사줬던 것들이다. 호신용이긴 하지만 먼저 공격하면
공격 무기로도 손색이 없다. 3단으로 접히는 묵직하고 야무진 봉과 전기 충격기......
은채는 먼저 봉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책에서 사람 머리를 때려서 기절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있다. 출혈이 생길수도 있고 단숨에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은채는 봉을 내려놓고 전기 충격기를 만진다. 전기충격기는 담배갑보다
조금 큰 직사각형으로, 검고 조금은 둔탁하게 생겼다.
체질에 따라서는 쇼크로 죽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미국에서는 경찰들도 쓰는 물건이라는데
그래도 봉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은채는 두 물건을 모두 가지고 가기로 한다.
은채는 연분홍색 바탕에 진한 분홍색 도트 무늬가 있는 파자마를 입고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온기 없는 침대의 감촉이 싸하다. 손에는 전기 충격기를 쥔 채다. 멍한 표정으로 은채는
‘그 사람’을 떠올리며 전기충격기를 쓰다듬는다. 묵직하고 딱딱한 감촉이 묘한 연상을
불러 일으킨다. 은채는 전기 충격기 측면에 슬라이딩 형식으로 되어 있는 안전장치를 풀었다.
뚜둑, 하는 감각을 느끼며 생각한다. 이대로 구동시키면 나는 감전될 거야.
아.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거품 물고 기절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 사람’에게 이 물건을 쓰는 것도 그렇게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은채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꾸만 자꾸만 전기 충격기를 주무른다.
그리고, 마침내 끓어오르는 묘한 기분을 참지 못하고 파자마 바지를 내린다.
연하늘색 팬티도 내린다. 그리고 전기충격기의 뒤쪽 모서리를 벗은 보지에 갖다 댄다.
안전장치는 풀린 채다. 뾰족한 모서리를 보지 갈라진 틈에 비비기 시작한다.
전기 충격기는 이미 젖은 틈 위에서 미끌미끌 움직인다.
“하아아...”
긴 신음을 흘리는 은채의 손이 더욱 빨라진다. 딱딱한 감촉이 클리토리스와 소음순,
대음순 위를 빠르게 지나간다. 미칠 듯한 자극에 은채의 몸이 덜덜 떨린다.
당장이라도 스위치를 올려 감전당하고 싶은 욕구를 몇 번이나 참으며, 그녀는 절정에 올랐다.
“흐으, 하아아앙........”
질펀하고 불투명한 보짓물이 맑고 묽은 보짓물에 섞여 질질 흘러나온다. 전기 충격기기고
손이고 온통 보짓물 투성이다. 비릿하면서도 들큰한 냄새가 난다. 끈적이는 전기 충격기를
두손으로 꼬옥 쥐며 은채는 옆으로 고쳐 눕는다. 분홍 파자마 바지는 여전히 내려가 있어서
하얀 엉덩이가 그대로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은채는 그런 것에는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만족감과 기대가 버무려진 미소가 그녀의 입가를 맴돈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4
은채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회사에 전화해서 몸이 안 좋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녀로서는 처음으로 그런 거짓말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엔 그럴 가치가
충분하다고 은채는 생각했다. 이미 며칠 동안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남자의
집, 회사, 잘 가는 장소를 확인한 터다. 남자에게 접근할 만한 음침하고 인적이
없는 곳도 몇 군데 봐두었다. 마음을 정한 은채는 어디엔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은채니?”
“응.”
상대는 당황한 듯 한동안 말이 없다. 은채는 무덤덤한 어조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내 번호 아직 저장했나보네. 분명 지우라고 했을 텐데.”
“......지우면 뭐해. 번호 다 뜨는데. 갑자기 왜 전화했어?”
“정훈이 네가 도와줬음 하는 일이 있어서.”
상대가 또 침묵한다. 뭔가를 고민하는 듯하다. 은채가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니
그제야 힘겹게 대답한다.
“......뭔데?”
#5
렌트카는 최대한 평범한 것으로 빌렸다. K사의 소형차. 은채는 뒷좌석에 앉은 채
운전석에 앉은 정훈에게 이것저것 명령한다. 남자는 중간 정도의 키에 약간
통통한 체구로 지금 상황이 불편한 듯 연신 땀을 흘리고 있다.
“너 이거 진짜 심각해질 수도 있다.”
“겁나면 안 해도 된다니까.”
정훈이 입을 다문다. 그는 한 번 결심하면 무지막지하게 밀고 나가는
은채의 성격을 알고 있다.
이미 말릴 수 없다는 걸 안 이상, 그녀가 안전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생겼는데?”
은채는 사진을 보여줬다. 얼굴이 정면에서 꽤 크게 나온 사진이다.
“이건 어떻게 찍은 거야?”
“망원렌즈.”
기가 막힌 정훈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이름은 이성민이고. 31살이고, 키 175에 몸무게 70킬로 정도...
될 거야 아마. 정확히는 모르겠고.......”
“은채야. 다시 생각해 볼 수 없겠니?”
“들어 올릴 수 있어?”
“뭐?”
“들 수 있냐고! 70킬로!”
“......들 수는 있지만.”
은채의 시선이 빠르게 밖을 훑는다. 대상이 나타난 것이다. 오후 8시.
여름이라 이제야 느릿느릿 해가 떨어지고 있다. 버스에서 내린 남자는,
어둑해오기 시작한 골목으로 쏙 들어간다. 집이 있는 그 골목길이다.
“빨리 내려!”
은채는 날카롭게 명령하고 재빨리 차에서 뛰어내린다. 그리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등을 보이는 남자를 따른다. 골목길이 꺾이고, 또 꺾인다.
누군가 자기를 따르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이어폰을 낀 남자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다. 러닝화를 신은 은채의 날렵한 발이 악마처럼
그런 남자에게 따라붙는다. 휙, 갑자기 골목이 어두워진다.
담이 높고 세 면이 막히다시피 해서 빛이 제대로 들지 않는 곳이다.
은채가 미리 봐 두었던, 인적 없는 음침한 골목이다.
“저기요.”
남자는 이어폰 때문인지 돌아보지 않는다. 은채가 약간 더 큰 목소리로 불렀다.
“저기요!”
남자가 뒤를 돌아보며 이어폰을 뺀다. 은채는 얼른 몸을 숙이며 발목이 잘못된 척 한다.
가냘픈 목소리로 그녀가 애원한다.
“죄송한데요... 제가 좀.......”
어, 하고 작은 소리를 내고는 남자가 다가온다.
“어디 불편하세요?”
남자가 무릎을 굽혀 앉으며 팔을 뻗는다. 은채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약간은 흥분되고, 약간은 침착한 기분으로 은채는 남자의 팔뚝 위에 안전장치를
푼 전기 충격기를 가져다 댄다. 남자는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낯선 물건이
자기 몸에 닿은 것을 본다.
“저기 이게 뭐.......”
파직!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남자의 몸이 일순간 멈춘다. 멍한 얼굴. 예정된 경련.
쿵, 하고 남자가 엉덩방아를 찧더니 뒤로 넘어갔다.
“빨리!”
은채가 외쳤다.
“빨리 이리 오라고!”
뒤에서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던 정훈이 깜짝 놀라며 그제야 다가온다.
“왜 이렇게 굼떠! 빨리 옮겨야 돼!”
은채의 목소리는 침착했고 당황한 빛이 조금도 없었다. 정훈은 감전된 개구리처럼
늘어진 남자의 양팔을 잡아 올렸다. 은채가 정훈을 도와 그를 등 뒤로 올렸다.
정신을 늘어진 남자를 업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거 말고는 효율적으로
움직일 방법이 없었다.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은채는 뒤에서 남자의 몸을 받혔다.
“가자!”
정훈은 거의 홀린 것처럼 서둘러 걷기 시작했다. 등 뒤를 무겁게 누르는
사람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는 것만 같다. 평소에도 무서운 여자라는 생각은
자주 했지만, 이러한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를 줄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일은 터졌고 이제는 최대한 사람들의 눈에 뜨이지 않게 남자를
운반하는 길밖엔 없다. 차를 세워 둔 큰 길까지 나가는 것이 한없이 멀게 느껴진다.
마침내 차에 이르러 은채가 속삭인다.
“열어.”
“은채야, 나.......”
“빨리 열어! 열쇠 네가 가지고 있잖아!”
가까운 정류장에서 흘러나온 간판의 빛이 은채의 눈동자에 반사되어 검붉게 빛났다.
소름끼치는 색깔이다. 정훈은 마지막 힘을 짜내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은채는 뒷좌석 열쇠구멍에 그걸 쑤셔 넣고 거칠게 돌렸다.
악문 이 사이로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멍청한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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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소설일 뿐 따라하지 마세요^^;
Dogs in the house는 당분간 휴재합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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