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원했던 것
1.
바람이 차갑고 매섭게 불어온다.
저택의 근처에는 시골 마을의 흔한 풍경인 겨우내 말라 비틀어져 차갑게 널부러져있는 볏집들과 채 수확하지 못해 얼어 출하할수 없게 된 무 배추들이 버려져 있는 풍경들이 창문 밖으로 내비쳐 보이고 있었다.
이곳 조그만 시골마을에 그녀가 사는 저택은 유독 눈에 띄었다.
여느곳과 다름없는 발전이 거의 없는 시골마을의 풍경에서 그녀의 집은 너무나 튀어보였다.
이질감이 느껴지는 거대한 저택. 평수로는 거의 200~250평즘 될까..2층의 고급스런 서양식 별장의 모습인 그 집은 정말 너무나 튀어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김혜진..
그녀가 이 마을에..그리고 이 저택에 살게된 것은...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녀의 집안은 그녀가 사는 지역에서 제법 위세가 있고 이름을 날리는 집안이었다.
어머니쪽은 꽤 이름있는 학원을 가지고 있었고 아버지쪽도 역시 지역의 대학병원의 원장을 맡고 계셨다. 그런 부모 밑에서 태어난 외동딸이었기에..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정말 자기 몸처럼 아끼며 정성스레 그녀를 보살피고 키워왔다. 그녀가 먹고 싶은 것이나 입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들도 모두 그녀의 부모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위해 헌신하고 또 그녀는 의레 그것이 당연한것처럼 그것들을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그렇게 거칠게 없었던 그녀였지만 나라의 경제위기는 그녀의 이런 생활을 더 이상 영위하지 못하게 만들게 하고 말았다.
어머니가 가지고 있던 학원이 재정악화로 인해 큰 타?을 입었고 아버지의 병원에서도 세금포탈 혐의 등으로 인해 점점 그녀의 집안의 가세는 기울어져 가고 있었고 그녀 역시 그것을 점점 몸으로 느껴오고 있었다.
“얘 혜진아 잠깐 이리좀 와보려무나.”
어느날 거실의 쇼파에 앉아 석간 신문을 죽 읽고 계시던 혜진의 아버지는 친구와 늦게까지 만나고 집에 들어온 혜진을 부르며 자신의 옆에 위치한 쇼파에 앉기를 딸에게 청하였다.
“네..아빠. 무슨 일 인데요?”
정적이 흘렀다. 혜진의 아버지는 잠시 입을 다물고 그녀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아가.. 내가 우리 딸에게 많이 미안하구나..요새..우리 집안 사정이 많이 좋지 않아져서..”
자신을 쳐다보며 미안해하며 고개를 숙이는 아버지의 모습에 혜진은 씁슬한 미소를 내보이고선 아버지의 야위어 핏줄들이 훤히 다 보이는 주름진 손을 살며시 쥐고선 대답했다.
“아빠 그런 말 말아요. 좀만 지나면 다 잘될거에요.기운내자구요. 응?”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아자아자 파이팅 이라고 약간 큰 소리로 외치곤 자신의 아버지를 살며시 두 팔로 감싸 안아주었다.
“아가.........”
자신의 어깨에 걸쳐진 혜진의 팔을 살며시 어루만진 그의 아버지는 다시금 입을 다문채 한참을 말을 못하다가 이윽고 조용히 입술을 열며 약간은 흐느끼는듯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아가..내일...네가 누군가 좀 만나줬음 싶구나..”
혜진은 아버지의 말에 약간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내비치고선 아버지의 팔에 두른 자신의 팔을 내려놓으며 아버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누굴 말이에요? 아빠..?”
“으응..그게....우리 병원에..자금을 대주신 은행 분중 한분인데..그 분이..널 좀 한번 만났으면 한다는 구나..”
애원하듯 자신을 쳐다보며 말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혜진은 짐짓 심상치 않은 일이구나. 하고 생각할수 있었다. 혜진은 내심 별거 아니라는 듯이 아버지를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보이곤 다소곳한 자세로 아버지에게 눈웃음을 보이곤 말했다.
"사람 만나는게 뭐 어렵나요.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저를 보고 싶으시다는 건가요?"
혜진의 물음에 조금은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신 그녀의 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내뱉으시곤 잠시동안 딸의 얼굴을 빤히 쳐다 보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숙이고는 자신의 손을 딸의 손위에 살며시 포개고선 조용하고 애처로운 목소리로 딸의 물음에 대답했다.
"혜진아..요새 우리 집안 사정이 안 좋다는거 너도 잘 알고 있겠지?“
아버지의 말에 혜진의 가슴은 막막하고 갑갑해져오기 시작했다. 이것은 뭔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고 그 불길한 예감은 곧이어 내뱉어져 나오는 아버지의 말에 현실이 되어 갔다.
“그 곳 은행장의 자제분이 이제 결혼 적령기가 되었다는데..혜진이 너를 줄곳 눈여겨 보고 있었다고 하는 구나..어떠냐? 한번 만나보는게..”
“아빠.. 저 아직 공부 더 하고 싶어요. 결혼 하고 나면 제 개인 시간도 많이 줄고...그리고 전 공부만 줄곳 해와서 제대로 연애 한번 못해봤어요. 이런식으로..이렇게 정략적 같은 식으로..남자를 만나고..그러고 싶진 않다구요.”
혜진은 마치 항의하는 듯한 어구로 아버지에게 자신의 뜻을 강하게 전달해 갔다.
딸의 말에 그녀의 아버지는 하염없이 고개를 떨궈 버렸다.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내가 가지고 있는 학원 맞은 편의 경쟁대상으로 삼고 있던 xx학원이 최근에 대대적인 개편과 더불어 실력있는 강사들을 두루 섭렵해 모집해 오더니 많은 수강생들을 아내의 학원에서 뺏어갔다. 그것도 타격이었는데..강사중에 외국어 계열의 강사들이 여자 수강생들과 성적인 관계로 얽키게 된 것이 발각되었고 결국 학부모의 항의와 더불어 갑작스레 찾아온 세무조사에 의해 아내의 학원은 현재 발칵 다 뒤집혀져 버린 상태였다. 그것을 메꾸기 위해 병원에서 몰래 비자금을 조성해 마련한 뒷돈으로 무마해 보려 했지만 그것도 한두번이지 계속 감당하기에는 자신의 능력으론 역부족이었다. 그때 자신에게 선뜻 성의를 비추고 도와주겠다고 한 것이 바로 곽진원 은행장 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면 아내의 학원건물과 자신의 병원 로비 자금 등등은 거의 무이자와 다름없는 돈을 손쉽게 빌려 사용할수 있을것이었다. 그와 자리를 마련했을 때 그는 혜진의 아버지에게 넌지시 그의 딸 얘기를 꺼내었고 자신의 아들과 짝을 맺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은행권에 연줄이 닿게 된다는 것은 혜진의 아버지에게는 거부할수 없는 매력의 끈이 아닐수가 없었다.
“만나보기만이라도 해다오. 혜진아. 아빠가 이리 부탁하마.”
“...........”
“?진아..”
딸의 침묵에 아버지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져 갔다.곽은행장을 잡지 못한다면 자신의 지위는 물론 아내의 학원건물등은 모두 은행에서 담보로 저당잡혀 통째로 P기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 꼴은 절대로 현실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혜진아. 네가 이 아빠를 도와주지 않는다면...너의 공부나 뒷바라지...네게 해줄수 있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바라지 않는게 좋을거야. 우리 집안은 지금 정말....망하기 일보 직전이야.”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에게 다그치듯이 말하는 아버지의 말에 혜진은 고개를 숙이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녀 역시 지금 현재 풍요로운 이 생활을 갑자기 잃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꼴을 본다는 것은 상상할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 자신은 단 한번도 단기 아르바이트나 직장 등을 구해 돈을 벌어본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그저 집에서 지원해주는 원조를 받아가며 하고 싶은 공부와 대학생활의 낭만을 맘껏 누리며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자신도 더 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는 듯 했다. 생각해보면 그리 나쁜 것도 아니지 않는가. 조건 좋은 집안에 들어가 사는것도 , 미래에 남편 될 사람이 멋진 남자일수도 있을테고 말이다. 혜진은 허벅지에 얹은 양손을 꾸욱 주먹 쥐고 숙였던 고개를 들고 아버지를 또렷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네......아버지..........잘 알겠어요...언제 만나면 되는건가요?”
딸의 대답에 아버지의 얼굴은 금새 환하게 밝아졌다.
“아아아..고맙다.아가..네가..네가 우리 집안을 살렸구나..자자..이럴게 아니다. 어서 엄마한테 전화해서 엄마하고 이것저것 옷도 사고 머리도 좀 하고 피부도 가꾸고 그러고 오려무나. 바로 엄마한테 가보렴. 내가 엄마한텐 바로 전화를 해놓을테니.”
혜진의 아버지는 들뜬 목소리로 딸의 손을 잡아 이끌어 현관문으로 딸을 반강제적으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이런 모습에 혜진은 적잖이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자기를 이런식으로 대할거라고는 그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일순간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어쩌겠는가..방법이 보이질 않는다. 혼자서 당당하게 독립하여 삶을 쟁취하고 영위해 가고 싶은 맘이야 굴뚝같지만 그녀에게는 그정도의 용기는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이 남들보다 잘살고 돈 걱정 없이 사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도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이 어떤지는 뻔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88세대 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지 않는가. 그녀는 아랫 입술을 꾸욱 으깨물고 발걸음을 엄마가 있는 학원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난 후..
약속이 잡힌 시간이 12시즘 이었던지라 혜진의 부모와 그녀는 약속시간보다 10분 일찍 예약이 되어있는 한정식 집에 도착해 상대 일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예약된 한정식 집은 꽤나 고풍이 있어보였고 넓은 좌석에 아늑한 분위기가 나름 있어보이는 그런 곳이었다.
“혜진아..잘 좀 부탁한다. 너만 잘 되면 엄마나 나나 다 잘되는거..잊지 말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나오신 그녀의 아버지는 조용한 어구로 그녀에게 말했고 이윽고 짙은 남색계열의 부인복을 입은 중년의 여성..혜진의 어머니가 뒤이어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엄마가 너한테 참..이렇게 뭐라고 할 말이 없지만..그래도...우리 가족이 살려면 어쩔수 없지 않니. 혜진아..잘 좀 부탁 한다 응.”
부모님의 간곡어린 당부를 들은 혜진은 굳은 결의에 찬 듯한 표정을 보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옅은 베이지색의 말쑥한 원피스 차림을 하고 있었고 그녀의 귀와 목에는 금색의 빛이 나는 목걸이와 귀걸이가 착용되어져 있었고 그녀의 검고 긴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묶여져 위로 잘 꼬여 매듭지여 있었다. 괜시리 긴장이 느껴져왔다. 마치 이제 막 입사서류에 합격하여 면접에 응하고 있는 취업생처럼 그녀의 기분은 불안하고 답답했다.
똑똑
노크소리가 들려왔다.잠시후 혜진가족이 있는 방 안으로 종업원이 들어왔고 그의 손은 혜진 가족을 향해져 있었다.
“이쪽입니다. 손님.”
그리 말한 종업원의 뒤로 바로 두명의 남성이 모습을 내보이고 있었다. 아버지가 말한 곽은행장이란 분과 그의 아들 곽상원이란 남자가 분명했다. 혜진은 그 두명의 남자를 보자 마자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살며시 허리를 숙이고 공손히 인사를 건냈다.
“아이고..이거 참..곽은행장님. 먼길 오시느라 고생이 참 많으셨습니다.”
혜진의 아버지는 너털 웃음을 내보이며 한걸음에 달려나가 곽은행장에게 악수를 청하였고 그녀의 아내 역시 바로 남편의 뒤에서서 공손하고 은은한 미소를 내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은행장님 모쪼록 오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허허..별 말씀을요. 저야말로 이런 자리를 흔쾌히 승낙해주셔서 고맙기만 하군요.”
너털 웃음을 내보인 곽진원이란 이 남자. 여느 중년의 남성처럼 볼록히 배가 나왔고 검고 굵은 안경을 끼었으며 머리의 숯이 그리 많지 않은 모습으로 은행장이라는 직함을 빼버린다면 정말 별거 없어보이는 그런 중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들어온 그의 아들 곽상원. 이 남자의 모습은 남자가 봐도 호감이 갈 정도로 쾌남의 모습이었다. 훤칠한 키에 떡 벌어진 어깨 그리고 말쑥하게 차려입은 정장의 맵시와 잘 깍여져 단정하게 꾸며진 머리카락, 어디에 내놔도 빠질게 없을듯한 모습..바로 그런 모습이 지금 혜진의 맞선 상대로 나온 것이었다. 첫인상은 나름 합격점이었다. 자신이 남자를 고를수 있는 입장이 아니란걸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녀 역시 핸섬한 이성에게는 당연히 호감이 갈수밖엔 없었다. 혜진은 맞선상대로 나온 남자의 모습을 보고나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향한 원망이 조금은 수그러들고 있었다. 이런 남자라면 자신의 남편이 되어도 절대 손색이 없을거 같았다. 자신 역시 대학교안에서는 열손가락안에 꼽히는 미모를 지니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는 그녀였다. 대체 어떤 남자이기에 자신을 맘에 두고 있던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그녀는 이런 남자가 자신을 맘에 두고 있었단 사실이 내심 자신이 자랑스럽고 우월해지기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자리에 착석하기 전에 혜진과 상대방 남자는 잠깐이나마 눈이 마주치게 되었고 그는 혜진을 향해 싱긋 미소를 내비쳐보였다.혜진 역시 그런 남자의 미소에 가볍게 눈웃음을 보이고는 남자의 맞은편 자리에 착석했다.잠시후 종업원이 들어오곤 먹을 음식들을 하나씩 들고 오기 시작했다.음식들이 식탁위로 하나씩 차려지기 시작하자 혜진의 부모는 맞은편 곽진원 은행장에게 계속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워나가고 있었다. 혜진은 그저 조용하고 얌전하게 다소곳하게 자리에 앉아 음식이 식탁위에 다 차려지기만 기다릴 뿐이었다.
맞은편의 남자는 싱긋 웃으면서 테이블 위에 놓여져있는 물주전자을 손에 쥐고서는 혜진의 물컵위로 물을 따라주며 말했다.
“혜진씨 이런 맹랑한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워요. 졔가 예전에 혜진씨 아버지하고 같이 제 아버지 은행에 오셨을 때 그때 제가 혜진씨를 처음 봤었거든요. 그때 당신의 모습에 제가 첫눈에 반해버려서 말이죠. 그래서 줄곳 아버지를 조르고 졸라서 간신히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됐네요. 하하”
환하게 이빨을 드러내며 자신을 향해 웃는 남자의 모습에 혜진의 마음은 썩 나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의 남자라면..이런 성격의 남자라면 ...괜찮을거 같았다. 잘해나갈수 있을거 같았다. 혜진은 곽상원이라는 남자의 얼굴을 슬며시 쳐다보곤 가볍게 미소를 지으곤 자신을 위해 따라준 물컵을 건내받고 그 컵을 자신의 입가로 가져가 한모금 마셨다. 저절로 속이 탔다. 어느정도 긴장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몸의 긴장이 채 가시지 않았다. 컵의 물을 지금이라도 몽땅 다 마셔버리고 싶었다.
“자자..얘기는 그만하고 다들 시장할테니 어서들 먹읍시다.”
곽은행장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앞에 놓인 접시와 그릇에 음식을 덜어내 먹기 시작했다. 음식이 제법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혜진의 부모와 자신의 은행의 사업얘기를 자화자찬하는 곽은행장의 모습. 그리고 밥을 조물 거리며 먹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빤하게 쳐다보면서 미소를 내비쳐보이는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이 남자..곽상원..이 모든 순간이 혜진에게는 벅찬 현실이었다. 남자는 혜진의 접시에 음식이 비워질라치면 얼른 테이블에 놓은 음식을 덜어 혜진의 접시에 채워줬고 물이 떨어졌다 싶으면 얼른 또 물을 채워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자신의 딸이 무척이나마 남자의 맘에 들었다는 것에 혜진의 부모는 흡족해하고 있었다. 이제 앞으로 자신들의 미래는 걱정이 없을것이리라.. 이렇게 내심 속으로 생각하며 안도하고 있을것이라고 혜진은 생각했다. 그렇지만..부모의 생각과는 다르게 혜진은 점점 맘속에서 꾸역꾸역 일어나오고 있는 불안감을 떨쳐버리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자신의 맞선 상대가 훈남에 좋은 집안의 자식이라고 해도..일면식도 없는 남자에게 첫만남부터 급격하게 호감을 보인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 자리가 내심 불편하기 이를데 없었다.
점심 코스를 다 비우고 후식이 들어올즈음 뜨거운 차를 후후 불어가며 마시던 곽은행장은 혜진의 부모에게 넌지시 말했다.
“이제 슬슬 우리들은 빠지고 둘만의 시간을 갖게 해주는게 어떻겠습니까.”
곽은행장의 말에 혜진의 부모는 맞장구를 치면서 서로 번갈아가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럼요..우리가 너무 눈치없이 오래 있었어요. 그쵸 여보.”
“그럼 그럼...이쯤에서 빠져줘야지..둘만의 시간을 갖게 말이지.”
“자자..그럼 일어들 납시다. 내 이 근처에 괜찮은 술집을 알고 있는데 그리 가서 한잔들씩 더 합시다.”
벗어놓은 정장을 걸치며 곽은행장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고 곧장 혜진네 부모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벗어놓은 정장이며 외투 등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혜진 역시 부모를 따라 옷을 챙겨 입으려고 하자..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걸치려 했던 외투를 다시 벗어재껴놓으며 약간은 엄중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얘. 너는 여기서 좀더 있다가 가야지. 우리랑 같이 갈려고 하면 어떡하니. 상원군하고 좀더 시간을 오래 갖고 나서 천천히 오려무나”
“자고 오면 더 좋고.”
갑작스레 끼어든 아버지의 말에 혜진의 엄마는 눈치없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핀잔을 주면서 남편의 옆구리를 꼬집으며 혜진에게 잘 놀다오라고 말하면서 식당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이런 상황이 좀 당황스런 혜진은 뻘줌하게 자리에 앉아 고개를 내리 숙이고는 앞에 놓인 빈 찻잔을 괜히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빤히 지켜본 상원은 그런 혜진의 모습이 썩 귀엽고 이뻐보이고 있었다. 이런 여자라면 자신의 짝이 될수 있을거 같았다. 어차피 이 여자의 부모는 자신의 아버지의 한마디면 찍소리도 못할것이라는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자신이 이 여자를 어떻게 대하든지 꺼리김이 없을것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선 앞으로 있을 그녀와의 관계가 점점 기대가 되어 저절로 미소가 번져나오고 있었다.
“혜진씨. 우리도 그럼 자리를 옮길까요.”
그녀의 외투를 챙겨 건내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걸치고는 식당밖으로 손을 뻗어 나가자는 제스쳐를 취하는 그의 모습을 보곤 혜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그럼 그럴까요.”
“네...후후..그럼 나가시죠.”
문을 열며 혜진에게 손을 뻗은 상원의 손을 헤진은 살며시 거며쥐며 그가 이끄는대로 발걸음을 옮겨가고 있었다.
순조롭게 잘 진행되어 갔다.그녀 김혜진의 결혼식 준비는. 아니 그녀 자신은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부모님은 어떻게든 그녀와 상원을 결혼시키려는 기색이 역력했고 상원의 아버지도 썩 혜진을 맘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상원의 어머님은 어려서 일찍 돌아가셨다고 한다.)몇번 그와 만나 데이트의 시간을 가졌던 그녀는 자신에게 훌륭히 에스코트 하는 그의 모습이 썩 맘에 들었다.마치 드라마 속의 신데렐라 여주인공이 된것같은 기분마저 들고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업도 순풍에 날개를 단것처럼 잘 되어 가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집안도 살리고 좋은 베필감을 얻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괜시리 우쭐해졌다.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그것은 상원이 자신에게 이렇다할 스킨십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보통 남녀가 만나게 된다면 세번째 데이트 정도 즈음에 키스를 하거나 같이 하루를 보낸다든가 하는것이 정석일텐데 그는 그녀에게 그런것을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모처럼만에 섹시하고 매력적인 속옷을 차려입고 가더라도 그런 기회가 생기질 않으니 오히려 애가 타는 것은 혜진 그녀였다. 겉으로는 자신을 좋아하고 한다지만 자신에게 정말 매력이 느껴지지 않아서 이러는 것인지 도통 알길이 없었던 것이다. 이런 혜진과는 다르게 상원은 언제나 혜진과 만나면 항상 웃으며 그녀를 대해줬다.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늘 한결같았다.
“상원씨. 상원씨는 나한테서 여자가 느껴지지 않아요?”
모처럼 찾아온 주말 휴일에 두 사람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와중에 혜진은 상원이 자신에 대한 감정을 어찌 느끼고 있는지 알아보기위한 질문을 꺼내기 시작했다.
“음..? 그게 무슨 말이야? 혜진아?”
상원은 혜진보다 나이가 3살이 많았기 때문에 둘 사이가 돈독해지자 상원은 최근들에 혜진에게 말을 터놓고 하고 있었다.
“으음..나랑 있으면서 상원씨는 나한테 이렇다할 스킨십을 해주고 있지 않잖아요.”
오늘 아주 벼르고 온것처럼 혜진은 상원에게 거침없이 돌직구와 같은 질문을 연달아 내뱉었다. 상원은 혜진의 질문에 조금은 당황하는 듯 하면서 이내 픽 하는 웃음을 자아내고서는 혜진을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후후..그게 그리 궁금했어?”
“.......네..상원씨도 어느 남자와 다르지 않을텐데..내가 그리 매력이 없어서 그래요..?”
“아니야. 우리 혜진이가 얼마니 이쁘고 사랑스러운데 그래.”
상원의 대답에 혜진은 괜시리 더 심술이 났다. 그녀의 볼은 심통이 난것처럼 부어오르며 상원을 쳐다보면서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그럼 뭐에요. 이러면 꼭 내가 밝히는 여자처럼 보이잖아요. 내가 매력적이라면서 어찌 그렇게 손한번 제대로 잡아주지 않고 그러는거에요?”
그녀의 심통스런 얼굴을 귀엽다는 듯이 쳐다본 상원은 은은한 미소를 내보이면서 마시다 남은 커피를 마저 입에 가져가 한모금 마시고서는 그녀를 쳐다보며 살며시 그녀의 질문에 답해가기 시작했다.
“원래...가장 맛있는 먹이는 젤 나중에 먹는건데...나도 한참 참고 있었던 건데..네가 그리 말하니 오늘 그럼 한번 맛이라도 봐볼까.”
그렇게 말한 상원의 눈빛은 마치 먹잇감을 잡고 입맛을 다시는 듯한 짐승의 표정처럼 묘하게 잔인스러웠고 혜진은 그의 대답을 들으며 쳐다본 그의 얼굴표정에서 알 수 없는 공포감과 두려움에 전신이 괜시리 쭈뼛쭈뼛 몸서리 쳐지고 있었다.
상원의 차에 올라타 20여분쯤 갔을 무렵..국도변 외진 곳에 꽤나 그럴사한 모텔이 있었다. 상원은 혜진을 차에서 내리게 한후 둘은 그 건물에 향해갔다. 혜진의 손을 꽉 붙잡은 상원은 혜진을 쳐다보면서 약간은 냉엄하면서도 조금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분명....이건 네가 원해서 시작한거야. 난 결혼식까지 참으려고 했어.”
상원의 말에 혜진은 알 수 없는 공포감과 함께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그에게 잡힌 손아귀에 이끌려 그와 함께 모텔 건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전에 쓰던 방으로 주세요.”
“어서 오십쇼 도련님. 잘 알겠습니다.제일 꼭대기 층의 단독으로 되어있는 방으로 가시면 됩니다.”
주인과 일면식이 있던 것이었을까. 상원은 가차없이 주인에게 묵을 방을 얘기했고 모텔 주인은 상원에게 굽신대며 상원에게 묵을 방의 열쇠를 건내주고 있었다.
“상원씨...여기 자주 왔었어요..?”
조금은 겁먹은 듯한 혜진의 목소리에 상원은 그냥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응..회사 일 때문에 몇 번 이곳에서 묵었었어. 여기 제일 꼭대기 방이 전망도 제일 좋고 넓고 그래. 얼른 들어가자.”
상원은 혜진의 허리춤을 자신의 팔로 감싸앉고 그녀와 함께 엘리베이터로 올라탄 후 제일 꼭대기층의 번호를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잠시 후 약간의 굉음과 함께 작동하여 올라갔고 혜진은 괜한 말을 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고 있었다. 잠시후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그는 혜진의 팔을 격하게 잡아 챈후 엘리베이터에서 끌어 당겨 그녀를 엘리베이터 밖으로 빼냈다.
“벗어.”
“............?응.........?? 뭐라구요?”
상원의 갑작스런 명령조의 말투에 혜진은 적잖이 당황하며 그의 말에 반문했다.
“두번 다시 말하게 하지마. 이 꼭대기 층에는 아무도 오지 못해. 이 건물주 주인이 울 아버지거든. 그래서 맨 윗층은 나와 우리 아버지만 올수 있다고. 그러니 여긴 너와 나뿐이야. 자. 벗어.벗고서 우리가 묵을 방까지 개처럼 기어 가봐.문은 저 복도 끝쪽에 있어.”
근엄하고 냉엄한 표정으로 혜진을 바라보며 명령하듯이 말하는 상원. 그의 갑작스래 돌변한 태도에 혜진은 너무 놀라 말조차 하기가 힘들었다.
“사..상원씨......다시 한번..”
짝!!!
급격하게 그녀의 왼쪽 볼에 큰 충격이 느껴져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지라 그녀는 어안이 벙벙했다. 잠시후 그녀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그녀의 왼쪽 눈에서는 뺨에 생긴 충격으로 인해 눈시울이 빨갛게 충열되어 가고 있었다.
“두번 말하게 하지 말라고 했어.”
그는 거침없이 혜진의 뺨에 따귀를 다시한번 날렸다.
짝!!!
그녀의 뺨맞는 소리가 통로안에 울려퍼지고 있었다.급격한 통증. 이것은 꿈이 아니었다. 그 상냥하고 다정했던 상원이 자신에게 갑자기 이런식으로 태도를 돌변하다니..그녀는 믿을수가 없었다.
“흠..여지껏 내가 왜 너한테 잘해줬는지 모르겠어?”
뺨에 맞아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볼을 움켜쥐고 있는 혜진을 상원은 그녀의 길고 검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움켜쥐어 강제로 머리를 들어올리게 한후 절망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그녀의 눈빛을 뻔히 쳐다보면서 잔인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너. 니네 아빠가 널 나한테 판거야. 모르겠어? 너.. 나한테 안주면 네 집 식구들 모두 그지꼴 되는거..그거 되기 싫으면 널 나한테 넘기라고 해서 너네집이 이리 멀쩡한 거라고. 그러니까 넌 내 소유야. 널 맘대로 할수 있다고. 알겠어?”
그렇게 말하며 상원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쥐고 있는 주먹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남은 한쪽 팔로 그녀의 뺨을 다시금 연거푸 몇 번을 때려가기 시작했다.
“!!!윽..상...상원씨..이러지 마요..제발..아..”
“흥. 결혼식까지는 참으려고 내가 얼마나 버텼는지 알아? 법적으로 완전 내것이 될 때까진 버틴후에 널 이런식으로 대할려고 했는데...네가 먼저 나한테 꼬리치는 꼴을 보니까..말야. 발정난 암캐가 주인에게 발발대는 꼬라지가 참 가관이더라구. 그래서 말야...나도 이젠 참지 않기로 했거든. 자아..그러니 벗어.”
자신을 무섭게 쳐다보며 눈을 부라리는 상원의 모습에서 그녀는 이 남자의 본성이 이제 터진것이구나. 이것이 곧 닥쳐올 자신의 미래였구나 하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기 시작했다. 이런 남자와는 결혼할수 없다. 추호도 할 생각이 없다. 자신의 인생을 이런 쓰레기에 쥐락펴락 되는 것은 정말 상상하기 싫었다.
“이것 놔줘. 당신과 결혼하는 것은 절대 싫어. 난 돌아가겠어!”
혜진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복도에 울려퍼졌고 상원은 그녀의 외침에 피식 웃으며 잡았던 그녀의 머리칼을 풀어준후 입고 있던 정장의 옷매무새를 한번 다듬은 후에 헛기침을 몇 번 한후에 그녀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허허허......이 년이 정말 정신 못차렸네........좋아. 갈려면 가봐. 난 간다는 사람 잡지 않으니까. 너 근데..그거 아냐?”
“............뭘,,,,,,,?”
상원의 물음에 혜진은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틜걋만?되물었다.
“니네 아빠 엄마. 그 놈팽씨들. 다 내가 이런 놈이란거 잘 알고 있어.”
“...............!!”
“니네 엄마. 아빠...말야. 내가 이런 놈이란거 잘 알고 있다고오!!”
“무..무슨 소리야 그게..”
왜 ..왜 갑자기 엄마 아빠 얘기가 나오는 것일까. 혜진의 머릿속은 혼란스럽고 어질거렸다. 이것은 뭔가 잘못되었다. 상원의 착각일 것이다. 자기가 생각하는 그런 불안한 상상은 절대로 현실이 될수 없다. 그건 절대로 있을수 없는 것이다.말도 안된다. 혜진은 자신의 두 손으로 머리칼을 움켜쥐고 얼굴을 좌우로 격하게 흔들며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라며 몇 번이고 혼잣말을 해대기 시작했다.
“흠..의심 많은 년이네. 정 의심 스러우면 내가 확인시켜줄게. 잠깐 기다려봐.”
그렇게 말한 상원은 자신의 바지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통화 방법을 한뻠통화로 전환한 그는 벨소리와 목소리가 모두 그녀에게 들리게 하게 하고 있었다. 이윽고 통화음이 울리고 딸깍 하는 소리와 여보세요라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혜진 그녀의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아..장인어르신 접니다. 상원이입니다.잠깐 시간좀 되시죠?”
“아아..사위 그래..내 얼마든지 시간 내주지. 아암 암..”
“오늘 혜진이와 함께 밤 늦게까지 있다가 내일 보낼려고 합니다. 괜찮죠?”
능글능글한 그의 거침없는 말투. 혜진은 정말 내가 여지껏 알고 있었던 그 남자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돌변한 그에게서 치가 떨려오고 있었다.그리고 잠시후 그의 휴대폰에서는 그녀의 아버지의 음성이 다시금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암..얼마든지 함께해도 되네. 이제 서로 부부가 될 사인데 아무렴 어떤가.”
아버지의 대답은 여전히 상원에게 굽신거리는 태도 그 자체였다. 여기까지야 그녀도 예상 가능 했었다. 어차피 아버지는 상원을 진작부터 좋아했었고 둘이 아직 키스 안했냐는등 진도는 안 나갔냐는 등 이런 말들을 그녀가 상원과 데이트를 할때마다 매번 물어봤었기 때문이었다.
“흠..장인어른. 저 여기 제가 자주 가는 그 모텔입니다. 여기 왔다는건 제가 그녀를 어떻게 대할 건지.......잘 아시겠죠? 괜찬겠습니까? 싫으시다면 그녀를 이만 돌려보내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상원은 헤진을 뻔히 쳐다보면서 아버지의 대답을 똑똑히 들으라면서 자신의 휴대폰을 그녀의 얼굴에 바짝 갖다대기 시작했다,
“...............이....이보게...결혼식 전까지는 그러지 않는게 좋지 않겠는가...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몸이라도 상하면.....”
“아아........싫으신가요? 그럼 뭐.......아버지한테 얘기해서 혜진씨와 만나는건 없었던 걸로 하죠. 아..그리고 학원의 세무조사는 아직 다 끝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때요? 괜찮으시겠어요?”
“.......................”
한참동안 그의 폰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상원은 조금은 짜증이 난다는 듯이 휴대폰에 조금은 쏘아붙이는 목소리로 혜진의 아버지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어르신 저 그렇게 참을성이 많은 편이 아닙니다. 얼른 답해주시죠,”
“아.....알았네......부..부디...몸 성히 딸을 잘 보내주게.”
“아,,아무렴요 설마 제가 혜진을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아 그리고요. 지금 이 통화 혜진씨도 다 듣고 있어요. 제가 지독한 새디스트라는거..장인어르신도 진작 잘 알고 있지 않으셨잖습니까. 그리고 이제부터 혜진을 어떻게 대할것인거란것도 .........아..그리고 이 통화 지금 제 옆에서 그녀가 처음부터 다 듣고 있습니다.”
“..........!!!.........뭐,,,,,,,,뭐라고,.,,,,,,,자...자네 지금..”
“흐흥..아무렴 어떻습니까. 어차피 다 알게 될거고.장인어르신도 혜진이가 저와 헤어지게 된다거나 이혼이라도 한다면 집안이 어떻게 될지는 말 안해도 잘 아시겠죠?.어떠십니까. 한번 혜진씨의 목소리라도 한번 들어보실래요?”
그렇게 말한 상원은 능글능글한 웃음을 내보이며 혜진의 귀에 그의 휴대폰을 바짝 붙이고 있었다. 치가 떨려온다.. 믿었던 아버지가..이런 식이 었을줄은..꿈에도 몰랐다....
그녀의 귀에 휴대폰의 촉감이 느껴지자...그녀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그리고 잠시 후..그녀의 입에서는 차마 내뱉기 힘들었던 한마디 평소에는 수도 없이 불렀던 그 한마디가 정말 어렵게 그녀의 입에서 내뱉어져 나왔다.
“아......빠..”
“........혜.......혜진아..............”
조용한 침묵..복도에는 마치 시간이 멎은듯한 침묵이 한참동안 흐르고 있었고 그 침묵을 깨뜨린건 여지없이 상원이였다.
“아....뭐하고 있어. 어서 서로 긴 통화를 해보라니깐.”
다그치는 그의 목소리에 혜진은 어깨를 움찔거리곤 휴대폰에 귀를 바짝 가까이대고선 떨리는 음성으로 아버지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이 사람이 나한테 한말이.......전부 사실이에요..?
“............혜진아................”
“사실이냐고 묻잖아!!!”
자신도 모르게 커다란 목소리가 터지고 말았다. 너무나 분하고 원통하고 원망스러웠다. 거짓말이라고 거짓말이라고 부디 말해줬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미안하다.....”
그렇게 말한 아버지는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어버렸다.
뚜...뚜..뚜
절망적인 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퍼지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색은 점점 창백하게 변해가고 있었고 그녀의 벌려진 입술은 다물지 못한채 부들들 떨려오고 있었다. 상원은 그런 혜진의 꼴을 쳐다보며 비실비실 웃으며 말했다.
“어때? 내 말이 틀리지 않았지? 어떠냐. 네 년의 어미도 한번 바꿔줘 볼까?”
그렇게 말한 상원은 그녀의 귀에 밀착되있던 휴대폰을 다시금 가져가서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잠시후 “여보세요”하는 목소리가 통로안에 울려펴져갔다.
“아..장모님 저에요. 상원이입니다 혹시 장인어른한테 얘기 들으셨나요?”
“..............”
상원의 능글스런 말투만이 들려올뿐 그의 휴대폰에서는 아무런 대꾸의 목소리가 들러오지 않고 있었다.
“흐흠...어때요? 장모님도 동의하고 계시는 거죠? 따님을 제게 주는거 말이에요. 따님만 제 장난감으로 넘겨주시기만 한다면 모든게 다 만사 형통이에요. 얼마나 효녀에요. 따님이...안그런가요? 아.. 바꿔드리죠. 자..혜진씨 어머님과 통화해보세요.”
혜진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상원의 행동을 매섭게 쳐다보면서 눈을 부라렸다. 이 더러운 남자...어떻게 겉과 속이 이렇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지아비가 될수 있단 말인가..그녀는 그저 분노와 노여움만이 그녀의 감정안에 가득차여있었고 당연히 그 감정의 대상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남자 곽상원에게 전부 표출되고 있었다.
“.................엄마.........”
혜진은 체념한것처럼 조용히 엄마를 부ㄹ며 휴대폰 가까이에 입을 대곤 말을 했다.
“..................혜진아...”
얼마의 정적이 지난후에 그녀의 귓가에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혜진아.......엄마와 아빠는 여지껏 너를 남부럽지 않게 모든걸 다 해주며 키워줘왔다..이젠....네가 엄마와 아빠를 살릴수 있어...부디..우리가 널 그토록 잘 키워왔다는 것을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상원군이 널 너무 거칠게 다루거나 그러지는 않을거야. 그래도 장차 너의 아내가 될 사람일텐데..뭘 어떻게 하지는 않을거 아니니..제발..그러니까...”
엄마의 말은 혜진의 감정을 걷잡을수 없는 실망과 좌절감에 휩싸이게 만들게 하고 있었다. 혜진은 엄마의 말이 아니었어도 이미 어느정도는 체념하고 있었던 상태였다. 지금 이 상황에서 모든 경제적 여건과 소유권을 곽상원과 그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 자신이 뭘 어찌해야 자기 가족과 자신이 살아갈수 있는지 그녀 역시 이제는 다 알수 있는 것이었다.그렇지만...그 사실을 이렇게 엄마의 목소리로 직접 듣게 된다는 것이 그녀에겐 참을 수 없는 배신감과 모멸감에 가득차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을 직접 먹여주고 키워주고 했었던 것이 다 이런 변태자식의 아내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단 말인가. 진정 그런거였단 말인가..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의 눈가에선 커다란 빗줄기같은 눈물이 꾸역꾸역 뿜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어떻게..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요. 제가 ......엄마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고 그러는데..엄마와 아빠는 병원과 학원만 생각하는거죠? 제가..이런 변태자식과 평생을 함께 한다는 것이 분하고 슬프지도 않으세요.!!!”
혜진의 진심으로 분노가 스며들어있는듯한 외침의 목소리가 복도 끝까지 울려펴지고 있었다. 상원은 그런 혜진의 모습을 그저 비웃듯이 웃으면서 쳐다보고만 있을뿐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잠시후 자신의 휴대폰에 입을 가까이대고서는 나직하고 조용하게 말했다,
“아이고 장모님..이걸 어쪄죠..혜진씨가 절 무척이나 싫어하네요. 이거 참..어쩌면 좋나요. 결혼식을 하지 말까요? 저야 뭐 아무래도 상관이 없지만 저와 혜진씨가 결혼하지 않는다면 참...남은 인생 사시는게 괴로우실텐데요..안그런가요?”
마치 남을 조롱하고 비웃는듯한 어구로 그녀의 어머니에게 말하는 상원의 모습에 혜진은 진정으로 이 남자에게 분노하고 원망하며 저주를 퍼붇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 그녀의 손바닥은 저절로 그의 빰으로 막 향해 내달려지고 있었고 그의 빰에 그녀의 손바닥이 막 닿으려는 그 순간 휴대폰에서 닦달같이 커다랗게 울려퍼지는 목소리를 듣게되는 순간 그녀는 그만 절규하며 자리에 털썩 주저않자 목청껏 울어재낄수밖에는 없었다.
“아이고 상원군 제발 용서해주게. 우리 애가 그래보여도 몸매도 좋고 얼굴도 그만하면 어디 꿀리는데는 없지 않은가. 성격이야 자네가 살아가면서 조금씩 고쳐주면 되는거고 말일세. 혜진아!! 너 빨리 상원군에게 사과하고 고분고분 말 잘들어! 그리고 상원군하고 헤어질거면 집에 올 생각도 하지 말고 잠자코 상원군이 하라는데로 잘하란 말이야. 너만 고분고분하게 잘하면 엄마와 아빠..그리고 너까지..앞으로 별탈없이 잘 지낼수 있단 말이야.알겠니? 얼른 사과해! 상원군..상원군.. 혜진이를 오늘부터 맘대로 해도 괜찮네.내가 다 책임질세. 그러니 부디 우리 학원..남편의 병원에 세무조사팀하고...담보건좀 어떻게든 무마해주게. 응?”
그저 운다...우는것밖에는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자기를 위해주는 자신의 편이 되어줄 사람은 이제 그녀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돈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 딸도 팔아버리는 부모의 모습에 그녀는 그저 절망과 원망..분노에 어린 절규를 토해내며 우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자 봤지? 이제 그만 포기하고..얼른 내 말을 듣는게 좋아. 너무 그리 울지 말라고.나한테만 개처럼 굴면 그만인거야.. 밖에서 보기엔 넌 잘나가는 차기 은행장의 자식의 며느리라고. 나도 대외적으로는 널 내 아내로 대할테니까. 자..이제 그만 쳐울고..얼른 벗어. 시발..내가 두 번 말하는거 싫다고 했지? 지금 내가 이 말을 세 번째 하는거거든.”
혜진에게 말하는 상원의 말투는 점점 거칠어져가고 있었고 간간히 그의 입에서는 욕이 섞여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체념했다. 더 이상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어떡하면 좋을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이제는 포기하고 싶었다. 하염없이 눈물만이 그의 눈앞을 아른거리게 만들어갔고 그녀는 고분고분 상원의 말을 들어가며 주저앉았던 몸을 일으켜세우곤 입고 있던 옷들을 하나 둘 벗기 시작했다. 속옷바람이 된 그녀는 브래지어와 팬티를 남기고 팔장을 낀채 몸을 수그리며 상원의 앞에 서있었다. 그녀의 눈은 너무나 울어서 빨갛게 충열되어 있었고 얼굴빛은 수치심과 부끄러움에 홍조가 되어져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상원은 조금씩 흥분되어져가는 자신을 느낄수 있었다.
‘그래..이거야..이런 느낌이야말로 내가 사는 증거 아니겠어...흐흐흐..아빠 고마워..이런 기막힌 장난감을 내게 줘서 말야. 내가 실컷 가지고 논 후에 아빠한테도 빌려준다고 했던 약속 꼭 지킬게..’
이렇게 음탕하고 더러운 생각을 하던 상원의 입은 저절로 이죽거리며 잔인하면서도 냉소적인 미소가 내뿜어져나오고 있었고 그녀의 속옷차림을 한참 감상한 그는 뭔가 부족하다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어허 다 벗으라고 했잖아. 브라와 팬티도 벗으라고. 넌 이제 나의 개야. 개가 왜 사람 옷을 입고 있어. 어서 벗어. 어서.”
자신에게 강압적으로 명령조로 다그치는 상원의 목소리에 혜진은 질려버리고 말았다. 저런 더럽고 치사하고 개같은 새끼한테 이렇게 속고 자신의 부모에게도 배신당한 그녀는 그저 이 모든게 어서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모든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그저 이 생각만이 그녀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알겠어요.......”
고개를 숙이며 수치심에 얼굴이 익을대로 익은 그녀는 간신히 상원의 말에 대답하곤 등쪽으로 자신의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어헤쳐갔다. 알맞게 봉긋 솟아오른 그녀의 우윳빛 가슴이 막 상원의 눈가에 각인되며 들어왔다. 저절로 그의 목에서는 침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해. 팬티. 팬티도 벗으라고.어서.”
흥분된 그의 목소리..그녀는 어쩔수 없다는 듯 벗은 브래지어를 가지런히 자신의 옷 위로 올려놓고는 팬티의 끈을 손가락에 걸친후 팬티를 자신의 허벅지 아래로 죽 내려가기 시작했다. 거칠고 고불고불한 검은 숲이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혀있었고..그 부위를 그녀는 잽싸게 손으로 가린채 고개를 숙인채 서있었다.
“자 원하는 데로 다 벗었어요.이제..뭘 어떡하면 돼죠.”
체념한 혜진의 목소리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못했다. 그저 눈물만이 계속 조금씩 그녀의 눈가에서 새여져나올뿐..뭘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가슴과 사타구니를 손으로 가린채 고개를 숙이고 몸을 울크린채 상원에게 말했다.
“흐흥..업드려서 기어서 저 복도 끝의 방문까지 가라고.”
코웃음 치면서 그녀의 물음을 되받아치는 상원은 더 이상 그녀에 대한 자비심이나 애정어린 목소리는 그 어디에도 들려져 오지 않았다. 이제 그녀에게 자신의 본심을 다 내비친 그였기에 그는 혜진에게 더 이상 거리낌없이 모든 것을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네..”
헤진은 힘없이 대답하며 무릎을 B고 복도끝으로 천천히 기어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걸음 두걸음 갈때마다 차디찬 복도의 바닥은 그녀의 맨살에 뼈속까지 차가운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고 그것이 느껴질때마다 그녀의 입가에선 저절로 거친 한숨과 호흡이 내뿜어져 흘러나오고 있었다.
“흐흥..그렇게 가면 너무 쉽잖아. 자아..”
그렇게 말한 상원은 갑자기 업드려 기어가고 있는 혜진의 등위로 말을 타듯이 자신의 몸을 올라타기 시작했다.
“!!!!!”
급격한 허리에 가해지는 엄청난 체중의 압박..혜진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머지 목소리조차 내지 못한체 그 자리에서 꼼작도 못하고 털썩 엎어져 버리고 말았다.
“아아!! 뭐하는거야? 너..이정도도 못해? 앞으로 나의 장난감이 될려면 체력이 좋아야하는건 기본이라고 자아 어서 일어나서 기라고.”
그렇게 말한 상원은 혜진의 엉덩이를 자신의 손바닥으로 세게 내리쳐며 자신이 신고 있는 구둣발로 그녀의 옆구리를 세게 몇 번씩이나 걷어차고 있었다.그녀는 그런 그의 행위에 너무나 큰 충격과 고통을 받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맞아본적도 때려본적도 없었던 그녀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난것일까. 꿈이면 좋겠다..정말이지 몇 번이고 이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지만 꿈이었으면 좋겠다..하지만 그녀의 등에서 느껴지는 어 무거운 무게감..그리고 엉덩이와 옆구리에서 느껴져오는 이 끔찍한 통증은 이 모든 것이 지금 자신에게 닥친 현싫이라는 것을 몸서리처지게 깨닫게 해주고 있었다. 어쩔수 없었다..그녀의 팔은 부들들 떨렸고 허벅지와 무릎은 미칠 듯이 아파서 삐그덕 되고 있었지만 그녀는 상원의 무게를 버티고 간신히 일으켜 세웠다. 가야한다..가지 않으면 이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간신히 한팔 한팔 앞으로 옮겨가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옳지 옳지. 잘하고 있어. 그것봐 하면 되잖아 하헛!!”
너털 웃음을 터트리면서 뭐가 그리 기분이 좋았던지 상원은 그녀의 엉덩이를 마치 소를 부리듯이 철썩철썩 때려가며 계속 웃어재끼고 있었다. 이윽고 복도의 절반쯤을 혜진이 왔을 무렵..그녀의 체력은 이미 한계를 벗어난지 한참이 지난 후였다..그녀의 정신이 몽롱하고 아득해져오고 있었다. 숨이 막혀왔다. 목이 컥컥 막혀오고 있었다. 그녀의 등에 느껴지는 상원의 체중의 그 무게감이 마치 거대한 바위를 짊어진것 마냥 느껴져 왔다. 혜진의 동공은 벌어졌고 그녀의 입과 코에서는 거친 호흡의 소리가 쉴새없이 내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뭐하고 있는거야?이런식으로 가다가는 오늘 안에 도착이나 하겠어? 이런...이런 이거야 원...정말 실망인데.."
입술에서 쯧쯧 소리를 내가며 상원은 혜진의 등 위에 올라탄 엉덩이를 들썩거려 가면서 빈정 상한다는 듯한 표정을 보이며 혜진에게 말했다.
"제...제발 이제...더이상은 무리...그만 좀 쉬게..."
혜진은 숨을 헐떡거리며 애원하듯이 상원에게 자신의 사정을 좀 봐달라 통 사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채 계속 혜진의 등위에 얹은 자신의 엉덩이에 계속 힘을 주어 그녀의 등에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잠시후 상원은 뭔가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는지 입가에 묘한 웃음을 띄우고서는 입을 벌려 혓바닥을 길게 내린후 자신의 중지손가락에 혀를 대고 침을 잔뜩 발라 묻히기 시작했다.그렇게 잔뜩 자신의 침이 잔뜩 묻힌 손가락을 그는 혜진의 땀으로 얼룩져 흐르고 있는 엉덩이의 사이로 스윽 옮겨가고 있었다. 그녀의 엉덩이의 갈라진 부위는 그녀가 흘린 땀으로 범벅이 되어져 있었고 그는 그 땀들을 손가락애 묻힌후에 그녀의 항문의 주름부위를 슬슬 문질러대기 시작했다.
"...!"
갑작스럽게 자신의 엉덩이 사이에서 이질적인 감촉이 느껴지자 그녀의 몸은 전률하면서 몸서리 쳤다.
"하아~!이년 보게. 아직 이렇게 깜짝 놀랄 정신은 있나보네? 흐흥 내가 기운내라고 너한테 기분 좋은 자극을 줄테니까 감사하라구. 자...그럼.."
능글스런 말투가 혜진의 귓가를 어지럽히고 있었고 이윽고 그의 손가락은 이제 점점 자신의 항문 안쪽으로 꾸역 꾸역 밀고 들어 오는 것이 그녀의 하체 쪽에서 스멀스멀 느껴져 오고 있었다. 실로 느끼고 싶지 않은 찝찝하고 더러운 느낌이 그녀의 전신에 퍼져가고 있었다. 잠시후 상원의 손가락은 그녀의 항문에 모두 들어가버렸고 이윽고 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안에서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며 그녀의 항문안을 희저어대기 시작했다.
"흐윽....흑...그..그만 빼..제발...제발..."
말조차 하기 힘들정도로 뱃속이 꽉 막히는 느낌과 여전히 등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무게감에 그녀는 혼절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복도에서는 그녀의 항문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반복적인 상원의 손가락에서 들려오는 찌꺽 거리는 소리와 거친호흡을 연거푸 내뿜으며 허우적거리는 혜진의 숨소리만이 울려퍼져가고 있었다.
"으흑...흑...제.제발.."
수치심과 모멸감에 그녀의 얼굴은 잘 익은 홍시마냥 빨갛게 물들어갔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상원은 자신의 바지가 슬슬 부풀어 올라가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는 더이상 참을수 없었던지 그녀의 등 위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고나서는 그녀의 항문에 넣은 손가락을 좀 더 깊숙하게 그리고 좀더 거칠고 빠르게 움직여가기 시작했다.상원의 눈에 혜진의 핑크빛 색깔의 항문이 국화꽃망울이 벌어진것마냥 자신의 손가락을 조여오는 그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호흡은 점점 거칠어져 갔으며 혜진의 항문에 들어간 손가락은 이제 하나가 아닌 두 개가 되었다.
“아흑!!!그..그만 빼요..아파..아프다고..”
혜진은 하복부는 마치 관장을 당해 대장이 요동치는 것 같은 느낌이 퍼져나오고 있었다. 그 느낌은 정말로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실로 불쾌하고 역겹으며 더러운 기분이 드는 그런 느낌이었다. 상원은 입가에는 점점 미소가 짙어져가고 있었다. 저절로 그의 입에서는 흐흐흐흐 하는 옅고 기분나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가 입고 있던 바지의 사타구니 부분은 커질대로 커진 그의 심볼이 잔뜩 부풀어 올라있는 것이 아주 또렷하게 보이고 있었다.
“흐흐..느끼냐? 어때? 니 애널에 내 손가락이 휘젓는 느낌이 말야? 아프지만은 않지 않잖아. 흐흐..뭐..좋아..이정도로 끝내볼까..”
그렇게 말한 상원은 혜진의 항문에 찔러넣은 자신의 손가락을 거칠게 빼내고선 정장 속주머니에 가지고 있던 손수건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깔끔히 닦아내고선 그 손수건을 슬쩍 자기 코에 갖다댄후 냄새를 킁킁 맡아보고 있었다. 향기롭다고는 못하는 고약한 향내가 손수건에 퍼져나오자 상원은 바로 미간을 찡그리며 쥐고 있던 손수건의 혜진의 등어리로 휙 내던져버리며 약간은 짜증섞인 말투로 그녀에게 툭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네 똥꼬를 너무 쑤셔댔더니 내 손가락에 똥냄새가 잔뜩 배여버렸잖아. 얼른 들어가 씻어야 겠다. 야...오늘은 그만 봐줄테니까 얼른 일어나서 옷 챙겨서 방으로 들어와.”
상원은 만사가 귀찮다는 듯이 그녀에게 건성어린 말투로 혜진을 다그치며 힘에겨워 간신히 숨을 고르며 쓰러져 있는 그녀의 몸뚱아리를 구둣발로 툭툭 건들며 빈정거려대고 있었다.
“흐흠...겨우 이정도로 이렇게 힘들어하면 나중에 어쩌려고 그러지? 음..내가 좀 바빠지겠는걸..널 제대로 교육시킬려면 말야.”
마치 선생이 훈계하듯이 상원은 팔짱을 낀채 간신히 쓰러져 있는 몸을 추슬려 상반신을 겨우 일으키고 호흡을 고르고 있는 혜진을 보면서 빈정거리는 말투로 쏘아붙이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혜진은 그저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흐리멍텅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며 이죽거리는 눈 앞의 남자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진정 이 남자가 여지껏 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던 그 남자가 맞는것인가..어떻게 이런식으로 이중적인 가면을 갖고 여지껏 나를 대해왔던 것일까. 어느정도 정신이 들은 혜진의 머릿속은 다시금 눈앞의 이 남자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이 계속 꾸역 꾸역 일어져나오고 있었다.
“뭘 그리 쳐다봐. 어서 빨리 옷 챙겨서 들어가라고. 내 자지가 지금 잔뜩 꼴려있는거 보이지? 넌 오늘 이걸 다 해소할때까지는 이곳을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고 . 알겠어?”
상원은 자신의 손가락을 사타구니쪽으로 가리키며 잔뜩 부풀어 있는 그의 바지 춤을 혜진의 눈에 똑똑히 보이게 하고 있었다. 역겹고 혐오스러웠다. 자신을 괴롭히고 희롱하는 것에서 저런 쾌감을 얻는 꼴을 자신에게 자랑하듯이 보이고 있는 저 남자가..미치도록 밉고 증오스러웠다. 혜진은 표독스런 표정으로 빤하게 그를 쳐다보면서 터벅 터벅 힘겹게 복도 끝에 있는 방을 향해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고 입고있던 옷들을 가슴팍에 꼬옥 부여잡고 천천히 복도의 끝으로 발걸음을 옮겨가고 있었다. 복도의 끝이..너무나도 길게 느껴지고 있었고 그 복도의 끝에 놓여져있는 문은...마치 사형수가 사형대에 막 끌려가는 것 같은 공포심과 두려움이 느껴지게 만들고 있었다..저 방에 정말고 가고 싶지 않았다..저 안에 들어가면 자신이 어떤식으로 이 남자에게 당하게 될지..또 어떤식의 괴롭힘을 당하게 될지...생각만해도 끔찍하고 몸서리쳐졌다..그녀는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진작부터 계속 그녀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고 어느순간 그 각인은 그녀에게 실천하라는 메시지를 계속 주입시키고 있었다.혜진의 뒤에서 따라가던 상원은 문득 걷는 것을 멈춰선 혜진의 모습에 약간은 의아스런 표정을 내비쳐보이고는 그녀에게 짜증난다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뭐야? 자꾸 사람 피곤하고 짜증나게 할래? 오늘은 적당히만 데리고 놀테니깐 얼른 들어가자고. 자아.”
그렇게 말한 그는 혜진의 갸날픈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고 강제로 방안으로 끌고 들어가려 그녀의 앞으로 앞장서 걸어나가려 하고 있었다.
그순간..
기진 맥진한 상태인 그녀에게서 어떤 그런 힘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혜진은 있는 힘을 다해 상원의 몸통을 거칠게 밀어뽀慧? 갑작스런 혜진의 행동에 상원의 몸은 채 반응하지 못하고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꽈당 소리를 내며 복도에서 넘어지고 말았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녀는 냅다 걸어온 반대편쪽의 엘리베이터 쪽으로 있는힘껏 뛰어 달려가기 시작했다. 뒤에서 상원의 욕설과 큰 고성이 들려오고 있었지만 이미 그녀는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오직 이 순간을 벗어나야 한다는 일념하에 그녀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즉시 1층의 버튼을 누르고서는 엘리베이터의 문을 닫는 버튼을 연거푸 계속 눌러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후 위이잉 소리가 나면서..엘리베이터는 문을 닫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천만 다행이다..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 지옥을 무사히 빠져나왔다고 그렇게 그녀는 생각했다..하지만 그것은 그저 그녀의 착각..혼자만의 단순한 착각이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춰서 문이 열리는 순간 그녀의 눈앞에는 모텔의 주인이 히죽거리며 섬?한 미소를 그녀에게 내비쳐보였고 주인의 등뒤로 거구의 남성 두명이 그녀를 향해 거대한 손을 내미는 것이 그녀의 눈가에 또렷하게 보이고 있었다. 검은 두 개의 손바닥이 그녀의 시야를 가리고 뭔가 알콜과 술내음 같은 것이 잔뜩 묻혀진 손수건 같은 것이 자신의 코와 입을 틀어막는 것이 느껴져왔다. 약간의 반항을 할 틈도 없이 그녀는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선 쓰러져 버리고 말았고 쓰러진 그녀를 두명의 장정들이 어깨동무를 하듯이 팔을 걸치자 모텔의 주인은 등뒤로 팔을 붙이고서는 “올라가자” 라고 짤막한 말을 내뱉고서는 엘리베이터에 두명의 장정과 함께 올라타고서는 이 건물의 최상층으로 향하는 곳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녀의 희망은 이렇게 힘겹게 사라져가고 말았다.
.......
.........
눈을 떠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온 세상이 온통 검은색만 있는것처럼 혜진의 눈앞에는 오로지 검은색만이 가득 보일 뿐이었다. 분명 그녀는 눈을 뜨고 있는데 그녀의 눈 앞에 펼쳐진 색깔은 오로지 검은색 하나 뿐이었다.주변을 살펴보려 몸을 움직였다.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혜진의 몸은 뭔가에 묶인것처럼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사지가 아무것도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뭔가 말해보려 입을 열어보려 했다.. 말소리가 입에서 목구멍에서 빠져나오지가 않았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고 몸을 움직일수 없는 이 상황. 혜진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건지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분명 열렸었는데 어째서 자신이 다시금 이런 꼴이 된건지 알길이 없었다.
“정신이 좀 드냐?”
그녀의 눈앞에 옅은 빛이 스며 들어져오는 것이 희미하게 보여져 왔다. 그리고 그 빛과 더불어 희뿌연 수증기 같은 것이 같이 빠져나오고 있었고 그녀는 곧 그것이 욕실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방금 자신에게 말한 그 목소리..어제까지만해도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증오하고 온갖 저주를 퍼부어도 시원찮을 그 남자의 목소리라는 것을 그녀는 곧바로 인식할수 있었다.
“흐흥..꼴에 도망가고 싶기는 했나보구나. 근데 어쩌냐..? 아아..내가 얘기 안했었나..? 이 건물말야. 여기 소유는 다 우리 아버지 거란 말야. 여기 건물주도 당연히 우리에게 고용된 사람이고..이곳 건물안에는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있고 네가 어디서 뭘 어떻게 하든지간에 너의 행동파악은 금방 다 눈치 챌수 있다고. 네가 도망가려고 입구로 달려가는 순간..그 입구에는 이미 내 사람들이 다 지키고 서있다 이거야.”
상원은 금방 샤워를 끝마쳤는지 그의 몸에는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물기들이 잔뜩 묻어져 있었고 그는 양쪽 어깨에 샤워타올을 걸친채 혜진에게 다그치듯이 말하고서는 방안의 구석에 놓인 냉장고를 열어재치고는 그 안에 있는 생수를 꺼내 벌컥벌컥 마신후 그 물을 들고서는 혜진에게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흐흥...왜 도망을 치고 그래..자꾸 네가 그러면 내가 이렇게 밖엔 할수 없잖니. 네 몸뚱이를 한번 잘 봐봐. 꼴이 어떻게 됐는지..”
다시금 생수를 한모금 들이키고서는 혜진을 쳐다보며 입술을 이죽대면서 말하는 상원의 모습에 혜진은 분노와 증오를 담뿍 담은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몸주변을 살펴보기 시작
1.
바람이 차갑고 매섭게 불어온다.
저택의 근처에는 시골 마을의 흔한 풍경인 겨우내 말라 비틀어져 차갑게 널부러져있는 볏집들과 채 수확하지 못해 얼어 출하할수 없게 된 무 배추들이 버려져 있는 풍경들이 창문 밖으로 내비쳐 보이고 있었다.
이곳 조그만 시골마을에 그녀가 사는 저택은 유독 눈에 띄었다.
여느곳과 다름없는 발전이 거의 없는 시골마을의 풍경에서 그녀의 집은 너무나 튀어보였다.
이질감이 느껴지는 거대한 저택. 평수로는 거의 200~250평즘 될까..2층의 고급스런 서양식 별장의 모습인 그 집은 정말 너무나 튀어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김혜진..
그녀가 이 마을에..그리고 이 저택에 살게된 것은...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녀의 집안은 그녀가 사는 지역에서 제법 위세가 있고 이름을 날리는 집안이었다.
어머니쪽은 꽤 이름있는 학원을 가지고 있었고 아버지쪽도 역시 지역의 대학병원의 원장을 맡고 계셨다. 그런 부모 밑에서 태어난 외동딸이었기에..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정말 자기 몸처럼 아끼며 정성스레 그녀를 보살피고 키워왔다. 그녀가 먹고 싶은 것이나 입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들도 모두 그녀의 부모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위해 헌신하고 또 그녀는 의레 그것이 당연한것처럼 그것들을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그렇게 거칠게 없었던 그녀였지만 나라의 경제위기는 그녀의 이런 생활을 더 이상 영위하지 못하게 만들게 하고 말았다.
어머니가 가지고 있던 학원이 재정악화로 인해 큰 타?을 입었고 아버지의 병원에서도 세금포탈 혐의 등으로 인해 점점 그녀의 집안의 가세는 기울어져 가고 있었고 그녀 역시 그것을 점점 몸으로 느껴오고 있었다.
“얘 혜진아 잠깐 이리좀 와보려무나.”
어느날 거실의 쇼파에 앉아 석간 신문을 죽 읽고 계시던 혜진의 아버지는 친구와 늦게까지 만나고 집에 들어온 혜진을 부르며 자신의 옆에 위치한 쇼파에 앉기를 딸에게 청하였다.
“네..아빠. 무슨 일 인데요?”
정적이 흘렀다. 혜진의 아버지는 잠시 입을 다물고 그녀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아가.. 내가 우리 딸에게 많이 미안하구나..요새..우리 집안 사정이 많이 좋지 않아져서..”
자신을 쳐다보며 미안해하며 고개를 숙이는 아버지의 모습에 혜진은 씁슬한 미소를 내보이고선 아버지의 야위어 핏줄들이 훤히 다 보이는 주름진 손을 살며시 쥐고선 대답했다.
“아빠 그런 말 말아요. 좀만 지나면 다 잘될거에요.기운내자구요. 응?”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아자아자 파이팅 이라고 약간 큰 소리로 외치곤 자신의 아버지를 살며시 두 팔로 감싸 안아주었다.
“아가.........”
자신의 어깨에 걸쳐진 혜진의 팔을 살며시 어루만진 그의 아버지는 다시금 입을 다문채 한참을 말을 못하다가 이윽고 조용히 입술을 열며 약간은 흐느끼는듯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아가..내일...네가 누군가 좀 만나줬음 싶구나..”
혜진은 아버지의 말에 약간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내비치고선 아버지의 팔에 두른 자신의 팔을 내려놓으며 아버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누굴 말이에요? 아빠..?”
“으응..그게....우리 병원에..자금을 대주신 은행 분중 한분인데..그 분이..널 좀 한번 만났으면 한다는 구나..”
애원하듯 자신을 쳐다보며 말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혜진은 짐짓 심상치 않은 일이구나. 하고 생각할수 있었다. 혜진은 내심 별거 아니라는 듯이 아버지를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보이곤 다소곳한 자세로 아버지에게 눈웃음을 보이곤 말했다.
"사람 만나는게 뭐 어렵나요.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저를 보고 싶으시다는 건가요?"
혜진의 물음에 조금은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신 그녀의 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내뱉으시곤 잠시동안 딸의 얼굴을 빤히 쳐다 보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숙이고는 자신의 손을 딸의 손위에 살며시 포개고선 조용하고 애처로운 목소리로 딸의 물음에 대답했다.
"혜진아..요새 우리 집안 사정이 안 좋다는거 너도 잘 알고 있겠지?“
아버지의 말에 혜진의 가슴은 막막하고 갑갑해져오기 시작했다. 이것은 뭔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고 그 불길한 예감은 곧이어 내뱉어져 나오는 아버지의 말에 현실이 되어 갔다.
“그 곳 은행장의 자제분이 이제 결혼 적령기가 되었다는데..혜진이 너를 줄곳 눈여겨 보고 있었다고 하는 구나..어떠냐? 한번 만나보는게..”
“아빠.. 저 아직 공부 더 하고 싶어요. 결혼 하고 나면 제 개인 시간도 많이 줄고...그리고 전 공부만 줄곳 해와서 제대로 연애 한번 못해봤어요. 이런식으로..이렇게 정략적 같은 식으로..남자를 만나고..그러고 싶진 않다구요.”
혜진은 마치 항의하는 듯한 어구로 아버지에게 자신의 뜻을 강하게 전달해 갔다.
딸의 말에 그녀의 아버지는 하염없이 고개를 떨궈 버렸다.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내가 가지고 있는 학원 맞은 편의 경쟁대상으로 삼고 있던 xx학원이 최근에 대대적인 개편과 더불어 실력있는 강사들을 두루 섭렵해 모집해 오더니 많은 수강생들을 아내의 학원에서 뺏어갔다. 그것도 타격이었는데..강사중에 외국어 계열의 강사들이 여자 수강생들과 성적인 관계로 얽키게 된 것이 발각되었고 결국 학부모의 항의와 더불어 갑작스레 찾아온 세무조사에 의해 아내의 학원은 현재 발칵 다 뒤집혀져 버린 상태였다. 그것을 메꾸기 위해 병원에서 몰래 비자금을 조성해 마련한 뒷돈으로 무마해 보려 했지만 그것도 한두번이지 계속 감당하기에는 자신의 능력으론 역부족이었다. 그때 자신에게 선뜻 성의를 비추고 도와주겠다고 한 것이 바로 곽진원 은행장 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면 아내의 학원건물과 자신의 병원 로비 자금 등등은 거의 무이자와 다름없는 돈을 손쉽게 빌려 사용할수 있을것이었다. 그와 자리를 마련했을 때 그는 혜진의 아버지에게 넌지시 그의 딸 얘기를 꺼내었고 자신의 아들과 짝을 맺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은행권에 연줄이 닿게 된다는 것은 혜진의 아버지에게는 거부할수 없는 매력의 끈이 아닐수가 없었다.
“만나보기만이라도 해다오. 혜진아. 아빠가 이리 부탁하마.”
“...........”
“?진아..”
딸의 침묵에 아버지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져 갔다.곽은행장을 잡지 못한다면 자신의 지위는 물론 아내의 학원건물등은 모두 은행에서 담보로 저당잡혀 통째로 P기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 꼴은 절대로 현실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혜진아. 네가 이 아빠를 도와주지 않는다면...너의 공부나 뒷바라지...네게 해줄수 있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바라지 않는게 좋을거야. 우리 집안은 지금 정말....망하기 일보 직전이야.”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에게 다그치듯이 말하는 아버지의 말에 혜진은 고개를 숙이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녀 역시 지금 현재 풍요로운 이 생활을 갑자기 잃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꼴을 본다는 것은 상상할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 자신은 단 한번도 단기 아르바이트나 직장 등을 구해 돈을 벌어본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그저 집에서 지원해주는 원조를 받아가며 하고 싶은 공부와 대학생활의 낭만을 맘껏 누리며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자신도 더 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는 듯 했다. 생각해보면 그리 나쁜 것도 아니지 않는가. 조건 좋은 집안에 들어가 사는것도 , 미래에 남편 될 사람이 멋진 남자일수도 있을테고 말이다. 혜진은 허벅지에 얹은 양손을 꾸욱 주먹 쥐고 숙였던 고개를 들고 아버지를 또렷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네......아버지..........잘 알겠어요...언제 만나면 되는건가요?”
딸의 대답에 아버지의 얼굴은 금새 환하게 밝아졌다.
“아아아..고맙다.아가..네가..네가 우리 집안을 살렸구나..자자..이럴게 아니다. 어서 엄마한테 전화해서 엄마하고 이것저것 옷도 사고 머리도 좀 하고 피부도 가꾸고 그러고 오려무나. 바로 엄마한테 가보렴. 내가 엄마한텐 바로 전화를 해놓을테니.”
혜진의 아버지는 들뜬 목소리로 딸의 손을 잡아 이끌어 현관문으로 딸을 반강제적으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이런 모습에 혜진은 적잖이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자기를 이런식으로 대할거라고는 그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일순간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어쩌겠는가..방법이 보이질 않는다. 혼자서 당당하게 독립하여 삶을 쟁취하고 영위해 가고 싶은 맘이야 굴뚝같지만 그녀에게는 그정도의 용기는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이 남들보다 잘살고 돈 걱정 없이 사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도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이 어떤지는 뻔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88세대 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지 않는가. 그녀는 아랫 입술을 꾸욱 으깨물고 발걸음을 엄마가 있는 학원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난 후..
약속이 잡힌 시간이 12시즘 이었던지라 혜진의 부모와 그녀는 약속시간보다 10분 일찍 예약이 되어있는 한정식 집에 도착해 상대 일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예약된 한정식 집은 꽤나 고풍이 있어보였고 넓은 좌석에 아늑한 분위기가 나름 있어보이는 그런 곳이었다.
“혜진아..잘 좀 부탁한다. 너만 잘 되면 엄마나 나나 다 잘되는거..잊지 말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나오신 그녀의 아버지는 조용한 어구로 그녀에게 말했고 이윽고 짙은 남색계열의 부인복을 입은 중년의 여성..혜진의 어머니가 뒤이어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엄마가 너한테 참..이렇게 뭐라고 할 말이 없지만..그래도...우리 가족이 살려면 어쩔수 없지 않니. 혜진아..잘 좀 부탁 한다 응.”
부모님의 간곡어린 당부를 들은 혜진은 굳은 결의에 찬 듯한 표정을 보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옅은 베이지색의 말쑥한 원피스 차림을 하고 있었고 그녀의 귀와 목에는 금색의 빛이 나는 목걸이와 귀걸이가 착용되어져 있었고 그녀의 검고 긴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묶여져 위로 잘 꼬여 매듭지여 있었다. 괜시리 긴장이 느껴져왔다. 마치 이제 막 입사서류에 합격하여 면접에 응하고 있는 취업생처럼 그녀의 기분은 불안하고 답답했다.
똑똑
노크소리가 들려왔다.잠시후 혜진가족이 있는 방 안으로 종업원이 들어왔고 그의 손은 혜진 가족을 향해져 있었다.
“이쪽입니다. 손님.”
그리 말한 종업원의 뒤로 바로 두명의 남성이 모습을 내보이고 있었다. 아버지가 말한 곽은행장이란 분과 그의 아들 곽상원이란 남자가 분명했다. 혜진은 그 두명의 남자를 보자 마자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살며시 허리를 숙이고 공손히 인사를 건냈다.
“아이고..이거 참..곽은행장님. 먼길 오시느라 고생이 참 많으셨습니다.”
혜진의 아버지는 너털 웃음을 내보이며 한걸음에 달려나가 곽은행장에게 악수를 청하였고 그녀의 아내 역시 바로 남편의 뒤에서서 공손하고 은은한 미소를 내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은행장님 모쪼록 오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허허..별 말씀을요. 저야말로 이런 자리를 흔쾌히 승낙해주셔서 고맙기만 하군요.”
너털 웃음을 내보인 곽진원이란 이 남자. 여느 중년의 남성처럼 볼록히 배가 나왔고 검고 굵은 안경을 끼었으며 머리의 숯이 그리 많지 않은 모습으로 은행장이라는 직함을 빼버린다면 정말 별거 없어보이는 그런 중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들어온 그의 아들 곽상원. 이 남자의 모습은 남자가 봐도 호감이 갈 정도로 쾌남의 모습이었다. 훤칠한 키에 떡 벌어진 어깨 그리고 말쑥하게 차려입은 정장의 맵시와 잘 깍여져 단정하게 꾸며진 머리카락, 어디에 내놔도 빠질게 없을듯한 모습..바로 그런 모습이 지금 혜진의 맞선 상대로 나온 것이었다. 첫인상은 나름 합격점이었다. 자신이 남자를 고를수 있는 입장이 아니란걸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녀 역시 핸섬한 이성에게는 당연히 호감이 갈수밖엔 없었다. 혜진은 맞선상대로 나온 남자의 모습을 보고나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향한 원망이 조금은 수그러들고 있었다. 이런 남자라면 자신의 남편이 되어도 절대 손색이 없을거 같았다. 자신 역시 대학교안에서는 열손가락안에 꼽히는 미모를 지니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는 그녀였다. 대체 어떤 남자이기에 자신을 맘에 두고 있던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그녀는 이런 남자가 자신을 맘에 두고 있었단 사실이 내심 자신이 자랑스럽고 우월해지기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자리에 착석하기 전에 혜진과 상대방 남자는 잠깐이나마 눈이 마주치게 되었고 그는 혜진을 향해 싱긋 미소를 내비쳐보였다.혜진 역시 그런 남자의 미소에 가볍게 눈웃음을 보이고는 남자의 맞은편 자리에 착석했다.잠시후 종업원이 들어오곤 먹을 음식들을 하나씩 들고 오기 시작했다.음식들이 식탁위로 하나씩 차려지기 시작하자 혜진의 부모는 맞은편 곽진원 은행장에게 계속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워나가고 있었다. 혜진은 그저 조용하고 얌전하게 다소곳하게 자리에 앉아 음식이 식탁위에 다 차려지기만 기다릴 뿐이었다.
맞은편의 남자는 싱긋 웃으면서 테이블 위에 놓여져있는 물주전자을 손에 쥐고서는 혜진의 물컵위로 물을 따라주며 말했다.
“혜진씨 이런 맹랑한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워요. 졔가 예전에 혜진씨 아버지하고 같이 제 아버지 은행에 오셨을 때 그때 제가 혜진씨를 처음 봤었거든요. 그때 당신의 모습에 제가 첫눈에 반해버려서 말이죠. 그래서 줄곳 아버지를 조르고 졸라서 간신히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됐네요. 하하”
환하게 이빨을 드러내며 자신을 향해 웃는 남자의 모습에 혜진의 마음은 썩 나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의 남자라면..이런 성격의 남자라면 ...괜찮을거 같았다. 잘해나갈수 있을거 같았다. 혜진은 곽상원이라는 남자의 얼굴을 슬며시 쳐다보곤 가볍게 미소를 지으곤 자신을 위해 따라준 물컵을 건내받고 그 컵을 자신의 입가로 가져가 한모금 마셨다. 저절로 속이 탔다. 어느정도 긴장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몸의 긴장이 채 가시지 않았다. 컵의 물을 지금이라도 몽땅 다 마셔버리고 싶었다.
“자자..얘기는 그만하고 다들 시장할테니 어서들 먹읍시다.”
곽은행장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앞에 놓인 접시와 그릇에 음식을 덜어내 먹기 시작했다. 음식이 제법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혜진의 부모와 자신의 은행의 사업얘기를 자화자찬하는 곽은행장의 모습. 그리고 밥을 조물 거리며 먹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빤하게 쳐다보면서 미소를 내비쳐보이는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이 남자..곽상원..이 모든 순간이 혜진에게는 벅찬 현실이었다. 남자는 혜진의 접시에 음식이 비워질라치면 얼른 테이블에 놓은 음식을 덜어 혜진의 접시에 채워줬고 물이 떨어졌다 싶으면 얼른 또 물을 채워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자신의 딸이 무척이나마 남자의 맘에 들었다는 것에 혜진의 부모는 흡족해하고 있었다. 이제 앞으로 자신들의 미래는 걱정이 없을것이리라.. 이렇게 내심 속으로 생각하며 안도하고 있을것이라고 혜진은 생각했다. 그렇지만..부모의 생각과는 다르게 혜진은 점점 맘속에서 꾸역꾸역 일어나오고 있는 불안감을 떨쳐버리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자신의 맞선 상대가 훈남에 좋은 집안의 자식이라고 해도..일면식도 없는 남자에게 첫만남부터 급격하게 호감을 보인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 자리가 내심 불편하기 이를데 없었다.
점심 코스를 다 비우고 후식이 들어올즈음 뜨거운 차를 후후 불어가며 마시던 곽은행장은 혜진의 부모에게 넌지시 말했다.
“이제 슬슬 우리들은 빠지고 둘만의 시간을 갖게 해주는게 어떻겠습니까.”
곽은행장의 말에 혜진의 부모는 맞장구를 치면서 서로 번갈아가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럼요..우리가 너무 눈치없이 오래 있었어요. 그쵸 여보.”
“그럼 그럼...이쯤에서 빠져줘야지..둘만의 시간을 갖게 말이지.”
“자자..그럼 일어들 납시다. 내 이 근처에 괜찮은 술집을 알고 있는데 그리 가서 한잔들씩 더 합시다.”
벗어놓은 정장을 걸치며 곽은행장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고 곧장 혜진네 부모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벗어놓은 정장이며 외투 등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혜진 역시 부모를 따라 옷을 챙겨 입으려고 하자..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걸치려 했던 외투를 다시 벗어재껴놓으며 약간은 엄중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얘. 너는 여기서 좀더 있다가 가야지. 우리랑 같이 갈려고 하면 어떡하니. 상원군하고 좀더 시간을 오래 갖고 나서 천천히 오려무나”
“자고 오면 더 좋고.”
갑작스레 끼어든 아버지의 말에 혜진의 엄마는 눈치없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핀잔을 주면서 남편의 옆구리를 꼬집으며 혜진에게 잘 놀다오라고 말하면서 식당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이런 상황이 좀 당황스런 혜진은 뻘줌하게 자리에 앉아 고개를 내리 숙이고는 앞에 놓인 빈 찻잔을 괜히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빤히 지켜본 상원은 그런 혜진의 모습이 썩 귀엽고 이뻐보이고 있었다. 이런 여자라면 자신의 짝이 될수 있을거 같았다. 어차피 이 여자의 부모는 자신의 아버지의 한마디면 찍소리도 못할것이라는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자신이 이 여자를 어떻게 대하든지 꺼리김이 없을것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선 앞으로 있을 그녀와의 관계가 점점 기대가 되어 저절로 미소가 번져나오고 있었다.
“혜진씨. 우리도 그럼 자리를 옮길까요.”
그녀의 외투를 챙겨 건내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걸치고는 식당밖으로 손을 뻗어 나가자는 제스쳐를 취하는 그의 모습을 보곤 혜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그럼 그럴까요.”
“네...후후..그럼 나가시죠.”
문을 열며 혜진에게 손을 뻗은 상원의 손을 헤진은 살며시 거며쥐며 그가 이끄는대로 발걸음을 옮겨가고 있었다.
순조롭게 잘 진행되어 갔다.그녀 김혜진의 결혼식 준비는. 아니 그녀 자신은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부모님은 어떻게든 그녀와 상원을 결혼시키려는 기색이 역력했고 상원의 아버지도 썩 혜진을 맘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상원의 어머님은 어려서 일찍 돌아가셨다고 한다.)몇번 그와 만나 데이트의 시간을 가졌던 그녀는 자신에게 훌륭히 에스코트 하는 그의 모습이 썩 맘에 들었다.마치 드라마 속의 신데렐라 여주인공이 된것같은 기분마저 들고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업도 순풍에 날개를 단것처럼 잘 되어 가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집안도 살리고 좋은 베필감을 얻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괜시리 우쭐해졌다.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그것은 상원이 자신에게 이렇다할 스킨십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보통 남녀가 만나게 된다면 세번째 데이트 정도 즈음에 키스를 하거나 같이 하루를 보낸다든가 하는것이 정석일텐데 그는 그녀에게 그런것을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모처럼만에 섹시하고 매력적인 속옷을 차려입고 가더라도 그런 기회가 생기질 않으니 오히려 애가 타는 것은 혜진 그녀였다. 겉으로는 자신을 좋아하고 한다지만 자신에게 정말 매력이 느껴지지 않아서 이러는 것인지 도통 알길이 없었던 것이다. 이런 혜진과는 다르게 상원은 언제나 혜진과 만나면 항상 웃으며 그녀를 대해줬다.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늘 한결같았다.
“상원씨. 상원씨는 나한테서 여자가 느껴지지 않아요?”
모처럼 찾아온 주말 휴일에 두 사람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와중에 혜진은 상원이 자신에 대한 감정을 어찌 느끼고 있는지 알아보기위한 질문을 꺼내기 시작했다.
“음..? 그게 무슨 말이야? 혜진아?”
상원은 혜진보다 나이가 3살이 많았기 때문에 둘 사이가 돈독해지자 상원은 최근들에 혜진에게 말을 터놓고 하고 있었다.
“으음..나랑 있으면서 상원씨는 나한테 이렇다할 스킨십을 해주고 있지 않잖아요.”
오늘 아주 벼르고 온것처럼 혜진은 상원에게 거침없이 돌직구와 같은 질문을 연달아 내뱉었다. 상원은 혜진의 질문에 조금은 당황하는 듯 하면서 이내 픽 하는 웃음을 자아내고서는 혜진을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후후..그게 그리 궁금했어?”
“.......네..상원씨도 어느 남자와 다르지 않을텐데..내가 그리 매력이 없어서 그래요..?”
“아니야. 우리 혜진이가 얼마니 이쁘고 사랑스러운데 그래.”
상원의 대답에 혜진은 괜시리 더 심술이 났다. 그녀의 볼은 심통이 난것처럼 부어오르며 상원을 쳐다보면서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그럼 뭐에요. 이러면 꼭 내가 밝히는 여자처럼 보이잖아요. 내가 매력적이라면서 어찌 그렇게 손한번 제대로 잡아주지 않고 그러는거에요?”
그녀의 심통스런 얼굴을 귀엽다는 듯이 쳐다본 상원은 은은한 미소를 내보이면서 마시다 남은 커피를 마저 입에 가져가 한모금 마시고서는 그녀를 쳐다보며 살며시 그녀의 질문에 답해가기 시작했다.
“원래...가장 맛있는 먹이는 젤 나중에 먹는건데...나도 한참 참고 있었던 건데..네가 그리 말하니 오늘 그럼 한번 맛이라도 봐볼까.”
그렇게 말한 상원의 눈빛은 마치 먹잇감을 잡고 입맛을 다시는 듯한 짐승의 표정처럼 묘하게 잔인스러웠고 혜진은 그의 대답을 들으며 쳐다본 그의 얼굴표정에서 알 수 없는 공포감과 두려움에 전신이 괜시리 쭈뼛쭈뼛 몸서리 쳐지고 있었다.
상원의 차에 올라타 20여분쯤 갔을 무렵..국도변 외진 곳에 꽤나 그럴사한 모텔이 있었다. 상원은 혜진을 차에서 내리게 한후 둘은 그 건물에 향해갔다. 혜진의 손을 꽉 붙잡은 상원은 혜진을 쳐다보면서 약간은 냉엄하면서도 조금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분명....이건 네가 원해서 시작한거야. 난 결혼식까지 참으려고 했어.”
상원의 말에 혜진은 알 수 없는 공포감과 함께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그에게 잡힌 손아귀에 이끌려 그와 함께 모텔 건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전에 쓰던 방으로 주세요.”
“어서 오십쇼 도련님. 잘 알겠습니다.제일 꼭대기 층의 단독으로 되어있는 방으로 가시면 됩니다.”
주인과 일면식이 있던 것이었을까. 상원은 가차없이 주인에게 묵을 방을 얘기했고 모텔 주인은 상원에게 굽신대며 상원에게 묵을 방의 열쇠를 건내주고 있었다.
“상원씨...여기 자주 왔었어요..?”
조금은 겁먹은 듯한 혜진의 목소리에 상원은 그냥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응..회사 일 때문에 몇 번 이곳에서 묵었었어. 여기 제일 꼭대기 방이 전망도 제일 좋고 넓고 그래. 얼른 들어가자.”
상원은 혜진의 허리춤을 자신의 팔로 감싸앉고 그녀와 함께 엘리베이터로 올라탄 후 제일 꼭대기층의 번호를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잠시 후 약간의 굉음과 함께 작동하여 올라갔고 혜진은 괜한 말을 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고 있었다. 잠시후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그는 혜진의 팔을 격하게 잡아 챈후 엘리베이터에서 끌어 당겨 그녀를 엘리베이터 밖으로 빼냈다.
“벗어.”
“............?응.........?? 뭐라구요?”
상원의 갑작스런 명령조의 말투에 혜진은 적잖이 당황하며 그의 말에 반문했다.
“두번 다시 말하게 하지마. 이 꼭대기 층에는 아무도 오지 못해. 이 건물주 주인이 울 아버지거든. 그래서 맨 윗층은 나와 우리 아버지만 올수 있다고. 그러니 여긴 너와 나뿐이야. 자. 벗어.벗고서 우리가 묵을 방까지 개처럼 기어 가봐.문은 저 복도 끝쪽에 있어.”
근엄하고 냉엄한 표정으로 혜진을 바라보며 명령하듯이 말하는 상원. 그의 갑작스래 돌변한 태도에 혜진은 너무 놀라 말조차 하기가 힘들었다.
“사..상원씨......다시 한번..”
짝!!!
급격하게 그녀의 왼쪽 볼에 큰 충격이 느껴져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지라 그녀는 어안이 벙벙했다. 잠시후 그녀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그녀의 왼쪽 눈에서는 뺨에 생긴 충격으로 인해 눈시울이 빨갛게 충열되어 가고 있었다.
“두번 말하게 하지 말라고 했어.”
그는 거침없이 혜진의 뺨에 따귀를 다시한번 날렸다.
짝!!!
그녀의 뺨맞는 소리가 통로안에 울려퍼지고 있었다.급격한 통증. 이것은 꿈이 아니었다. 그 상냥하고 다정했던 상원이 자신에게 갑자기 이런식으로 태도를 돌변하다니..그녀는 믿을수가 없었다.
“흠..여지껏 내가 왜 너한테 잘해줬는지 모르겠어?”
뺨에 맞아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볼을 움켜쥐고 있는 혜진을 상원은 그녀의 길고 검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움켜쥐어 강제로 머리를 들어올리게 한후 절망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그녀의 눈빛을 뻔히 쳐다보면서 잔인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너. 니네 아빠가 널 나한테 판거야. 모르겠어? 너.. 나한테 안주면 네 집 식구들 모두 그지꼴 되는거..그거 되기 싫으면 널 나한테 넘기라고 해서 너네집이 이리 멀쩡한 거라고. 그러니까 넌 내 소유야. 널 맘대로 할수 있다고. 알겠어?”
그렇게 말하며 상원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쥐고 있는 주먹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남은 한쪽 팔로 그녀의 뺨을 다시금 연거푸 몇 번을 때려가기 시작했다.
“!!!윽..상...상원씨..이러지 마요..제발..아..”
“흥. 결혼식까지는 참으려고 내가 얼마나 버텼는지 알아? 법적으로 완전 내것이 될 때까진 버틴후에 널 이런식으로 대할려고 했는데...네가 먼저 나한테 꼬리치는 꼴을 보니까..말야. 발정난 암캐가 주인에게 발발대는 꼬라지가 참 가관이더라구. 그래서 말야...나도 이젠 참지 않기로 했거든. 자아..그러니 벗어.”
자신을 무섭게 쳐다보며 눈을 부라리는 상원의 모습에서 그녀는 이 남자의 본성이 이제 터진것이구나. 이것이 곧 닥쳐올 자신의 미래였구나 하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기 시작했다. 이런 남자와는 결혼할수 없다. 추호도 할 생각이 없다. 자신의 인생을 이런 쓰레기에 쥐락펴락 되는 것은 정말 상상하기 싫었다.
“이것 놔줘. 당신과 결혼하는 것은 절대 싫어. 난 돌아가겠어!”
혜진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복도에 울려퍼졌고 상원은 그녀의 외침에 피식 웃으며 잡았던 그녀의 머리칼을 풀어준후 입고 있던 정장의 옷매무새를 한번 다듬은 후에 헛기침을 몇 번 한후에 그녀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허허허......이 년이 정말 정신 못차렸네........좋아. 갈려면 가봐. 난 간다는 사람 잡지 않으니까. 너 근데..그거 아냐?”
“............뭘,,,,,,,?”
상원의 물음에 혜진은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틜걋만?되물었다.
“니네 아빠 엄마. 그 놈팽씨들. 다 내가 이런 놈이란거 잘 알고 있어.”
“...............!!”
“니네 엄마. 아빠...말야. 내가 이런 놈이란거 잘 알고 있다고오!!”
“무..무슨 소리야 그게..”
왜 ..왜 갑자기 엄마 아빠 얘기가 나오는 것일까. 혜진의 머릿속은 혼란스럽고 어질거렸다. 이것은 뭔가 잘못되었다. 상원의 착각일 것이다. 자기가 생각하는 그런 불안한 상상은 절대로 현실이 될수 없다. 그건 절대로 있을수 없는 것이다.말도 안된다. 혜진은 자신의 두 손으로 머리칼을 움켜쥐고 얼굴을 좌우로 격하게 흔들며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라며 몇 번이고 혼잣말을 해대기 시작했다.
“흠..의심 많은 년이네. 정 의심 스러우면 내가 확인시켜줄게. 잠깐 기다려봐.”
그렇게 말한 상원은 자신의 바지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통화 방법을 한뻠통화로 전환한 그는 벨소리와 목소리가 모두 그녀에게 들리게 하게 하고 있었다. 이윽고 통화음이 울리고 딸깍 하는 소리와 여보세요라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혜진 그녀의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아..장인어르신 접니다. 상원이입니다.잠깐 시간좀 되시죠?”
“아아..사위 그래..내 얼마든지 시간 내주지. 아암 암..”
“오늘 혜진이와 함께 밤 늦게까지 있다가 내일 보낼려고 합니다. 괜찮죠?”
능글능글한 그의 거침없는 말투. 혜진은 정말 내가 여지껏 알고 있었던 그 남자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돌변한 그에게서 치가 떨려오고 있었다.그리고 잠시후 그의 휴대폰에서는 그녀의 아버지의 음성이 다시금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암..얼마든지 함께해도 되네. 이제 서로 부부가 될 사인데 아무렴 어떤가.”
아버지의 대답은 여전히 상원에게 굽신거리는 태도 그 자체였다. 여기까지야 그녀도 예상 가능 했었다. 어차피 아버지는 상원을 진작부터 좋아했었고 둘이 아직 키스 안했냐는등 진도는 안 나갔냐는 등 이런 말들을 그녀가 상원과 데이트를 할때마다 매번 물어봤었기 때문이었다.
“흠..장인어른. 저 여기 제가 자주 가는 그 모텔입니다. 여기 왔다는건 제가 그녀를 어떻게 대할 건지.......잘 아시겠죠? 괜찬겠습니까? 싫으시다면 그녀를 이만 돌려보내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상원은 헤진을 뻔히 쳐다보면서 아버지의 대답을 똑똑히 들으라면서 자신의 휴대폰을 그녀의 얼굴에 바짝 갖다대기 시작했다,
“...............이....이보게...결혼식 전까지는 그러지 않는게 좋지 않겠는가...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몸이라도 상하면.....”
“아아........싫으신가요? 그럼 뭐.......아버지한테 얘기해서 혜진씨와 만나는건 없었던 걸로 하죠. 아..그리고 학원의 세무조사는 아직 다 끝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때요? 괜찮으시겠어요?”
“.......................”
한참동안 그의 폰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상원은 조금은 짜증이 난다는 듯이 휴대폰에 조금은 쏘아붙이는 목소리로 혜진의 아버지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어르신 저 그렇게 참을성이 많은 편이 아닙니다. 얼른 답해주시죠,”
“아.....알았네......부..부디...몸 성히 딸을 잘 보내주게.”
“아,,아무렴요 설마 제가 혜진을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아 그리고요. 지금 이 통화 혜진씨도 다 듣고 있어요. 제가 지독한 새디스트라는거..장인어르신도 진작 잘 알고 있지 않으셨잖습니까. 그리고 이제부터 혜진을 어떻게 대할것인거란것도 .........아..그리고 이 통화 지금 제 옆에서 그녀가 처음부터 다 듣고 있습니다.”
“..........!!!.........뭐,,,,,,,,뭐라고,.,,,,,,,자...자네 지금..”
“흐흥..아무렴 어떻습니까. 어차피 다 알게 될거고.장인어르신도 혜진이가 저와 헤어지게 된다거나 이혼이라도 한다면 집안이 어떻게 될지는 말 안해도 잘 아시겠죠?.어떠십니까. 한번 혜진씨의 목소리라도 한번 들어보실래요?”
그렇게 말한 상원은 능글능글한 웃음을 내보이며 혜진의 귀에 그의 휴대폰을 바짝 붙이고 있었다. 치가 떨려온다.. 믿었던 아버지가..이런 식이 었을줄은..꿈에도 몰랐다....
그녀의 귀에 휴대폰의 촉감이 느껴지자...그녀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그리고 잠시 후..그녀의 입에서는 차마 내뱉기 힘들었던 한마디 평소에는 수도 없이 불렀던 그 한마디가 정말 어렵게 그녀의 입에서 내뱉어져 나왔다.
“아......빠..”
“........혜.......혜진아..............”
조용한 침묵..복도에는 마치 시간이 멎은듯한 침묵이 한참동안 흐르고 있었고 그 침묵을 깨뜨린건 여지없이 상원이였다.
“아....뭐하고 있어. 어서 서로 긴 통화를 해보라니깐.”
다그치는 그의 목소리에 혜진은 어깨를 움찔거리곤 휴대폰에 귀를 바짝 가까이대고선 떨리는 음성으로 아버지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이 사람이 나한테 한말이.......전부 사실이에요..?
“............혜진아................”
“사실이냐고 묻잖아!!!”
자신도 모르게 커다란 목소리가 터지고 말았다. 너무나 분하고 원통하고 원망스러웠다. 거짓말이라고 거짓말이라고 부디 말해줬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미안하다.....”
그렇게 말한 아버지는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어버렸다.
뚜...뚜..뚜
절망적인 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퍼지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색은 점점 창백하게 변해가고 있었고 그녀의 벌려진 입술은 다물지 못한채 부들들 떨려오고 있었다. 상원은 그런 혜진의 꼴을 쳐다보며 비실비실 웃으며 말했다.
“어때? 내 말이 틀리지 않았지? 어떠냐. 네 년의 어미도 한번 바꿔줘 볼까?”
그렇게 말한 상원은 그녀의 귀에 밀착되있던 휴대폰을 다시금 가져가서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잠시후 “여보세요”하는 목소리가 통로안에 울려펴져갔다.
“아..장모님 저에요. 상원이입니다 혹시 장인어른한테 얘기 들으셨나요?”
“..............”
상원의 능글스런 말투만이 들려올뿐 그의 휴대폰에서는 아무런 대꾸의 목소리가 들러오지 않고 있었다.
“흐흠...어때요? 장모님도 동의하고 계시는 거죠? 따님을 제게 주는거 말이에요. 따님만 제 장난감으로 넘겨주시기만 한다면 모든게 다 만사 형통이에요. 얼마나 효녀에요. 따님이...안그런가요? 아.. 바꿔드리죠. 자..혜진씨 어머님과 통화해보세요.”
혜진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상원의 행동을 매섭게 쳐다보면서 눈을 부라렸다. 이 더러운 남자...어떻게 겉과 속이 이렇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지아비가 될수 있단 말인가..그녀는 그저 분노와 노여움만이 그녀의 감정안에 가득차여있었고 당연히 그 감정의 대상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남자 곽상원에게 전부 표출되고 있었다.
“.................엄마.........”
혜진은 체념한것처럼 조용히 엄마를 부ㄹ며 휴대폰 가까이에 입을 대곤 말을 했다.
“..................혜진아...”
얼마의 정적이 지난후에 그녀의 귓가에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혜진아.......엄마와 아빠는 여지껏 너를 남부럽지 않게 모든걸 다 해주며 키워줘왔다..이젠....네가 엄마와 아빠를 살릴수 있어...부디..우리가 널 그토록 잘 키워왔다는 것을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상원군이 널 너무 거칠게 다루거나 그러지는 않을거야. 그래도 장차 너의 아내가 될 사람일텐데..뭘 어떻게 하지는 않을거 아니니..제발..그러니까...”
엄마의 말은 혜진의 감정을 걷잡을수 없는 실망과 좌절감에 휩싸이게 만들게 하고 있었다. 혜진은 엄마의 말이 아니었어도 이미 어느정도는 체념하고 있었던 상태였다. 지금 이 상황에서 모든 경제적 여건과 소유권을 곽상원과 그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 자신이 뭘 어찌해야 자기 가족과 자신이 살아갈수 있는지 그녀 역시 이제는 다 알수 있는 것이었다.그렇지만...그 사실을 이렇게 엄마의 목소리로 직접 듣게 된다는 것이 그녀에겐 참을 수 없는 배신감과 모멸감에 가득차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을 직접 먹여주고 키워주고 했었던 것이 다 이런 변태자식의 아내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단 말인가. 진정 그런거였단 말인가..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의 눈가에선 커다란 빗줄기같은 눈물이 꾸역꾸역 뿜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어떻게..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요. 제가 ......엄마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고 그러는데..엄마와 아빠는 병원과 학원만 생각하는거죠? 제가..이런 변태자식과 평생을 함께 한다는 것이 분하고 슬프지도 않으세요.!!!”
혜진의 진심으로 분노가 스며들어있는듯한 외침의 목소리가 복도 끝까지 울려펴지고 있었다. 상원은 그런 혜진의 모습을 그저 비웃듯이 웃으면서 쳐다보고만 있을뿐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잠시후 자신의 휴대폰에 입을 가까이대고서는 나직하고 조용하게 말했다,
“아이고 장모님..이걸 어쪄죠..혜진씨가 절 무척이나 싫어하네요. 이거 참..어쩌면 좋나요. 결혼식을 하지 말까요? 저야 뭐 아무래도 상관이 없지만 저와 혜진씨가 결혼하지 않는다면 참...남은 인생 사시는게 괴로우실텐데요..안그런가요?”
마치 남을 조롱하고 비웃는듯한 어구로 그녀의 어머니에게 말하는 상원의 모습에 혜진은 진정으로 이 남자에게 분노하고 원망하며 저주를 퍼붇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 그녀의 손바닥은 저절로 그의 빰으로 막 향해 내달려지고 있었고 그의 빰에 그녀의 손바닥이 막 닿으려는 그 순간 휴대폰에서 닦달같이 커다랗게 울려퍼지는 목소리를 듣게되는 순간 그녀는 그만 절규하며 자리에 털썩 주저않자 목청껏 울어재낄수밖에는 없었다.
“아이고 상원군 제발 용서해주게. 우리 애가 그래보여도 몸매도 좋고 얼굴도 그만하면 어디 꿀리는데는 없지 않은가. 성격이야 자네가 살아가면서 조금씩 고쳐주면 되는거고 말일세. 혜진아!! 너 빨리 상원군에게 사과하고 고분고분 말 잘들어! 그리고 상원군하고 헤어질거면 집에 올 생각도 하지 말고 잠자코 상원군이 하라는데로 잘하란 말이야. 너만 고분고분하게 잘하면 엄마와 아빠..그리고 너까지..앞으로 별탈없이 잘 지낼수 있단 말이야.알겠니? 얼른 사과해! 상원군..상원군.. 혜진이를 오늘부터 맘대로 해도 괜찮네.내가 다 책임질세. 그러니 부디 우리 학원..남편의 병원에 세무조사팀하고...담보건좀 어떻게든 무마해주게. 응?”
그저 운다...우는것밖에는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자기를 위해주는 자신의 편이 되어줄 사람은 이제 그녀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돈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 딸도 팔아버리는 부모의 모습에 그녀는 그저 절망과 원망..분노에 어린 절규를 토해내며 우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자 봤지? 이제 그만 포기하고..얼른 내 말을 듣는게 좋아. 너무 그리 울지 말라고.나한테만 개처럼 굴면 그만인거야.. 밖에서 보기엔 넌 잘나가는 차기 은행장의 자식의 며느리라고. 나도 대외적으로는 널 내 아내로 대할테니까. 자..이제 그만 쳐울고..얼른 벗어. 시발..내가 두 번 말하는거 싫다고 했지? 지금 내가 이 말을 세 번째 하는거거든.”
혜진에게 말하는 상원의 말투는 점점 거칠어져가고 있었고 간간히 그의 입에서는 욕이 섞여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체념했다. 더 이상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어떡하면 좋을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이제는 포기하고 싶었다. 하염없이 눈물만이 그의 눈앞을 아른거리게 만들어갔고 그녀는 고분고분 상원의 말을 들어가며 주저앉았던 몸을 일으켜세우곤 입고 있던 옷들을 하나 둘 벗기 시작했다. 속옷바람이 된 그녀는 브래지어와 팬티를 남기고 팔장을 낀채 몸을 수그리며 상원의 앞에 서있었다. 그녀의 눈은 너무나 울어서 빨갛게 충열되어 있었고 얼굴빛은 수치심과 부끄러움에 홍조가 되어져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상원은 조금씩 흥분되어져가는 자신을 느낄수 있었다.
‘그래..이거야..이런 느낌이야말로 내가 사는 증거 아니겠어...흐흐흐..아빠 고마워..이런 기막힌 장난감을 내게 줘서 말야. 내가 실컷 가지고 논 후에 아빠한테도 빌려준다고 했던 약속 꼭 지킬게..’
이렇게 음탕하고 더러운 생각을 하던 상원의 입은 저절로 이죽거리며 잔인하면서도 냉소적인 미소가 내뿜어져나오고 있었고 그녀의 속옷차림을 한참 감상한 그는 뭔가 부족하다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어허 다 벗으라고 했잖아. 브라와 팬티도 벗으라고. 넌 이제 나의 개야. 개가 왜 사람 옷을 입고 있어. 어서 벗어. 어서.”
자신에게 강압적으로 명령조로 다그치는 상원의 목소리에 혜진은 질려버리고 말았다. 저런 더럽고 치사하고 개같은 새끼한테 이렇게 속고 자신의 부모에게도 배신당한 그녀는 그저 이 모든게 어서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모든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그저 이 생각만이 그녀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알겠어요.......”
고개를 숙이며 수치심에 얼굴이 익을대로 익은 그녀는 간신히 상원의 말에 대답하곤 등쪽으로 자신의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어헤쳐갔다. 알맞게 봉긋 솟아오른 그녀의 우윳빛 가슴이 막 상원의 눈가에 각인되며 들어왔다. 저절로 그의 목에서는 침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해. 팬티. 팬티도 벗으라고.어서.”
흥분된 그의 목소리..그녀는 어쩔수 없다는 듯 벗은 브래지어를 가지런히 자신의 옷 위로 올려놓고는 팬티의 끈을 손가락에 걸친후 팬티를 자신의 허벅지 아래로 죽 내려가기 시작했다. 거칠고 고불고불한 검은 숲이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혀있었고..그 부위를 그녀는 잽싸게 손으로 가린채 고개를 숙인채 서있었다.
“자 원하는 데로 다 벗었어요.이제..뭘 어떡하면 돼죠.”
체념한 혜진의 목소리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못했다. 그저 눈물만이 계속 조금씩 그녀의 눈가에서 새여져나올뿐..뭘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가슴과 사타구니를 손으로 가린채 고개를 숙이고 몸을 울크린채 상원에게 말했다.
“흐흥..업드려서 기어서 저 복도 끝의 방문까지 가라고.”
코웃음 치면서 그녀의 물음을 되받아치는 상원은 더 이상 그녀에 대한 자비심이나 애정어린 목소리는 그 어디에도 들려져 오지 않았다. 이제 그녀에게 자신의 본심을 다 내비친 그였기에 그는 혜진에게 더 이상 거리낌없이 모든 것을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네..”
헤진은 힘없이 대답하며 무릎을 B고 복도끝으로 천천히 기어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걸음 두걸음 갈때마다 차디찬 복도의 바닥은 그녀의 맨살에 뼈속까지 차가운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고 그것이 느껴질때마다 그녀의 입가에선 저절로 거친 한숨과 호흡이 내뿜어져 흘러나오고 있었다.
“흐흥..그렇게 가면 너무 쉽잖아. 자아..”
그렇게 말한 상원은 갑자기 업드려 기어가고 있는 혜진의 등위로 말을 타듯이 자신의 몸을 올라타기 시작했다.
“!!!!!”
급격한 허리에 가해지는 엄청난 체중의 압박..혜진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머지 목소리조차 내지 못한체 그 자리에서 꼼작도 못하고 털썩 엎어져 버리고 말았다.
“아아!! 뭐하는거야? 너..이정도도 못해? 앞으로 나의 장난감이 될려면 체력이 좋아야하는건 기본이라고 자아 어서 일어나서 기라고.”
그렇게 말한 상원은 혜진의 엉덩이를 자신의 손바닥으로 세게 내리쳐며 자신이 신고 있는 구둣발로 그녀의 옆구리를 세게 몇 번씩이나 걷어차고 있었다.그녀는 그런 그의 행위에 너무나 큰 충격과 고통을 받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맞아본적도 때려본적도 없었던 그녀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난것일까. 꿈이면 좋겠다..정말이지 몇 번이고 이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지만 꿈이었으면 좋겠다..하지만 그녀의 등에서 느껴지는 어 무거운 무게감..그리고 엉덩이와 옆구리에서 느껴져오는 이 끔찍한 통증은 이 모든 것이 지금 자신에게 닥친 현싫이라는 것을 몸서리처지게 깨닫게 해주고 있었다. 어쩔수 없었다..그녀의 팔은 부들들 떨렸고 허벅지와 무릎은 미칠 듯이 아파서 삐그덕 되고 있었지만 그녀는 상원의 무게를 버티고 간신히 일으켜 세웠다. 가야한다..가지 않으면 이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간신히 한팔 한팔 앞으로 옮겨가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옳지 옳지. 잘하고 있어. 그것봐 하면 되잖아 하헛!!”
너털 웃음을 터트리면서 뭐가 그리 기분이 좋았던지 상원은 그녀의 엉덩이를 마치 소를 부리듯이 철썩철썩 때려가며 계속 웃어재끼고 있었다. 이윽고 복도의 절반쯤을 혜진이 왔을 무렵..그녀의 체력은 이미 한계를 벗어난지 한참이 지난 후였다..그녀의 정신이 몽롱하고 아득해져오고 있었다. 숨이 막혀왔다. 목이 컥컥 막혀오고 있었다. 그녀의 등에 느껴지는 상원의 체중의 그 무게감이 마치 거대한 바위를 짊어진것 마냥 느껴져 왔다. 혜진의 동공은 벌어졌고 그녀의 입과 코에서는 거친 호흡의 소리가 쉴새없이 내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뭐하고 있는거야?이런식으로 가다가는 오늘 안에 도착이나 하겠어? 이런...이런 이거야 원...정말 실망인데.."
입술에서 쯧쯧 소리를 내가며 상원은 혜진의 등 위에 올라탄 엉덩이를 들썩거려 가면서 빈정 상한다는 듯한 표정을 보이며 혜진에게 말했다.
"제...제발 이제...더이상은 무리...그만 좀 쉬게..."
혜진은 숨을 헐떡거리며 애원하듯이 상원에게 자신의 사정을 좀 봐달라 통 사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채 계속 혜진의 등위에 얹은 자신의 엉덩이에 계속 힘을 주어 그녀의 등에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잠시후 상원은 뭔가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는지 입가에 묘한 웃음을 띄우고서는 입을 벌려 혓바닥을 길게 내린후 자신의 중지손가락에 혀를 대고 침을 잔뜩 발라 묻히기 시작했다.그렇게 잔뜩 자신의 침이 잔뜩 묻힌 손가락을 그는 혜진의 땀으로 얼룩져 흐르고 있는 엉덩이의 사이로 스윽 옮겨가고 있었다. 그녀의 엉덩이의 갈라진 부위는 그녀가 흘린 땀으로 범벅이 되어져 있었고 그는 그 땀들을 손가락애 묻힌후에 그녀의 항문의 주름부위를 슬슬 문질러대기 시작했다.
"...!"
갑작스럽게 자신의 엉덩이 사이에서 이질적인 감촉이 느껴지자 그녀의 몸은 전률하면서 몸서리 쳤다.
"하아~!이년 보게. 아직 이렇게 깜짝 놀랄 정신은 있나보네? 흐흥 내가 기운내라고 너한테 기분 좋은 자극을 줄테니까 감사하라구. 자...그럼.."
능글스런 말투가 혜진의 귓가를 어지럽히고 있었고 이윽고 그의 손가락은 이제 점점 자신의 항문 안쪽으로 꾸역 꾸역 밀고 들어 오는 것이 그녀의 하체 쪽에서 스멀스멀 느껴져 오고 있었다. 실로 느끼고 싶지 않은 찝찝하고 더러운 느낌이 그녀의 전신에 퍼져가고 있었다. 잠시후 상원의 손가락은 그녀의 항문에 모두 들어가버렸고 이윽고 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안에서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며 그녀의 항문안을 희저어대기 시작했다.
"흐윽....흑...그..그만 빼..제발...제발..."
말조차 하기 힘들정도로 뱃속이 꽉 막히는 느낌과 여전히 등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무게감에 그녀는 혼절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복도에서는 그녀의 항문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반복적인 상원의 손가락에서 들려오는 찌꺽 거리는 소리와 거친호흡을 연거푸 내뿜으며 허우적거리는 혜진의 숨소리만이 울려퍼져가고 있었다.
"으흑...흑...제.제발.."
수치심과 모멸감에 그녀의 얼굴은 잘 익은 홍시마냥 빨갛게 물들어갔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상원은 자신의 바지가 슬슬 부풀어 올라가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는 더이상 참을수 없었던지 그녀의 등 위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고나서는 그녀의 항문에 넣은 손가락을 좀 더 깊숙하게 그리고 좀더 거칠고 빠르게 움직여가기 시작했다.상원의 눈에 혜진의 핑크빛 색깔의 항문이 국화꽃망울이 벌어진것마냥 자신의 손가락을 조여오는 그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호흡은 점점 거칠어져 갔으며 혜진의 항문에 들어간 손가락은 이제 하나가 아닌 두 개가 되었다.
“아흑!!!그..그만 빼요..아파..아프다고..”
혜진은 하복부는 마치 관장을 당해 대장이 요동치는 것 같은 느낌이 퍼져나오고 있었다. 그 느낌은 정말로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실로 불쾌하고 역겹으며 더러운 기분이 드는 그런 느낌이었다. 상원은 입가에는 점점 미소가 짙어져가고 있었다. 저절로 그의 입에서는 흐흐흐흐 하는 옅고 기분나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가 입고 있던 바지의 사타구니 부분은 커질대로 커진 그의 심볼이 잔뜩 부풀어 올라있는 것이 아주 또렷하게 보이고 있었다.
“흐흐..느끼냐? 어때? 니 애널에 내 손가락이 휘젓는 느낌이 말야? 아프지만은 않지 않잖아. 흐흐..뭐..좋아..이정도로 끝내볼까..”
그렇게 말한 상원은 혜진의 항문에 찔러넣은 자신의 손가락을 거칠게 빼내고선 정장 속주머니에 가지고 있던 손수건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깔끔히 닦아내고선 그 손수건을 슬쩍 자기 코에 갖다댄후 냄새를 킁킁 맡아보고 있었다. 향기롭다고는 못하는 고약한 향내가 손수건에 퍼져나오자 상원은 바로 미간을 찡그리며 쥐고 있던 손수건의 혜진의 등어리로 휙 내던져버리며 약간은 짜증섞인 말투로 그녀에게 툭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네 똥꼬를 너무 쑤셔댔더니 내 손가락에 똥냄새가 잔뜩 배여버렸잖아. 얼른 들어가 씻어야 겠다. 야...오늘은 그만 봐줄테니까 얼른 일어나서 옷 챙겨서 방으로 들어와.”
상원은 만사가 귀찮다는 듯이 그녀에게 건성어린 말투로 혜진을 다그치며 힘에겨워 간신히 숨을 고르며 쓰러져 있는 그녀의 몸뚱아리를 구둣발로 툭툭 건들며 빈정거려대고 있었다.
“흐흠...겨우 이정도로 이렇게 힘들어하면 나중에 어쩌려고 그러지? 음..내가 좀 바빠지겠는걸..널 제대로 교육시킬려면 말야.”
마치 선생이 훈계하듯이 상원은 팔짱을 낀채 간신히 쓰러져 있는 몸을 추슬려 상반신을 겨우 일으키고 호흡을 고르고 있는 혜진을 보면서 빈정거리는 말투로 쏘아붙이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혜진은 그저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흐리멍텅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며 이죽거리는 눈 앞의 남자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진정 이 남자가 여지껏 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던 그 남자가 맞는것인가..어떻게 이런식으로 이중적인 가면을 갖고 여지껏 나를 대해왔던 것일까. 어느정도 정신이 들은 혜진의 머릿속은 다시금 눈앞의 이 남자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이 계속 꾸역 꾸역 일어져나오고 있었다.
“뭘 그리 쳐다봐. 어서 빨리 옷 챙겨서 들어가라고. 내 자지가 지금 잔뜩 꼴려있는거 보이지? 넌 오늘 이걸 다 해소할때까지는 이곳을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고 . 알겠어?”
상원은 자신의 손가락을 사타구니쪽으로 가리키며 잔뜩 부풀어 있는 그의 바지 춤을 혜진의 눈에 똑똑히 보이게 하고 있었다. 역겹고 혐오스러웠다. 자신을 괴롭히고 희롱하는 것에서 저런 쾌감을 얻는 꼴을 자신에게 자랑하듯이 보이고 있는 저 남자가..미치도록 밉고 증오스러웠다. 혜진은 표독스런 표정으로 빤하게 그를 쳐다보면서 터벅 터벅 힘겹게 복도 끝에 있는 방을 향해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고 입고있던 옷들을 가슴팍에 꼬옥 부여잡고 천천히 복도의 끝으로 발걸음을 옮겨가고 있었다. 복도의 끝이..너무나도 길게 느껴지고 있었고 그 복도의 끝에 놓여져있는 문은...마치 사형수가 사형대에 막 끌려가는 것 같은 공포심과 두려움이 느껴지게 만들고 있었다..저 방에 정말고 가고 싶지 않았다..저 안에 들어가면 자신이 어떤식으로 이 남자에게 당하게 될지..또 어떤식의 괴롭힘을 당하게 될지...생각만해도 끔찍하고 몸서리쳐졌다..그녀는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진작부터 계속 그녀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고 어느순간 그 각인은 그녀에게 실천하라는 메시지를 계속 주입시키고 있었다.혜진의 뒤에서 따라가던 상원은 문득 걷는 것을 멈춰선 혜진의 모습에 약간은 의아스런 표정을 내비쳐보이고는 그녀에게 짜증난다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뭐야? 자꾸 사람 피곤하고 짜증나게 할래? 오늘은 적당히만 데리고 놀테니깐 얼른 들어가자고. 자아.”
그렇게 말한 그는 혜진의 갸날픈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고 강제로 방안으로 끌고 들어가려 그녀의 앞으로 앞장서 걸어나가려 하고 있었다.
그순간..
기진 맥진한 상태인 그녀에게서 어떤 그런 힘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혜진은 있는 힘을 다해 상원의 몸통을 거칠게 밀어뽀慧? 갑작스런 혜진의 행동에 상원의 몸은 채 반응하지 못하고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꽈당 소리를 내며 복도에서 넘어지고 말았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녀는 냅다 걸어온 반대편쪽의 엘리베이터 쪽으로 있는힘껏 뛰어 달려가기 시작했다. 뒤에서 상원의 욕설과 큰 고성이 들려오고 있었지만 이미 그녀는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오직 이 순간을 벗어나야 한다는 일념하에 그녀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즉시 1층의 버튼을 누르고서는 엘리베이터의 문을 닫는 버튼을 연거푸 계속 눌러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후 위이잉 소리가 나면서..엘리베이터는 문을 닫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천만 다행이다..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 지옥을 무사히 빠져나왔다고 그렇게 그녀는 생각했다..하지만 그것은 그저 그녀의 착각..혼자만의 단순한 착각이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춰서 문이 열리는 순간 그녀의 눈앞에는 모텔의 주인이 히죽거리며 섬?한 미소를 그녀에게 내비쳐보였고 주인의 등뒤로 거구의 남성 두명이 그녀를 향해 거대한 손을 내미는 것이 그녀의 눈가에 또렷하게 보이고 있었다. 검은 두 개의 손바닥이 그녀의 시야를 가리고 뭔가 알콜과 술내음 같은 것이 잔뜩 묻혀진 손수건 같은 것이 자신의 코와 입을 틀어막는 것이 느껴져왔다. 약간의 반항을 할 틈도 없이 그녀는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선 쓰러져 버리고 말았고 쓰러진 그녀를 두명의 장정들이 어깨동무를 하듯이 팔을 걸치자 모텔의 주인은 등뒤로 팔을 붙이고서는 “올라가자” 라고 짤막한 말을 내뱉고서는 엘리베이터에 두명의 장정과 함께 올라타고서는 이 건물의 최상층으로 향하는 곳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녀의 희망은 이렇게 힘겹게 사라져가고 말았다.
.......
.........
눈을 떠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온 세상이 온통 검은색만 있는것처럼 혜진의 눈앞에는 오로지 검은색만이 가득 보일 뿐이었다. 분명 그녀는 눈을 뜨고 있는데 그녀의 눈 앞에 펼쳐진 색깔은 오로지 검은색 하나 뿐이었다.주변을 살펴보려 몸을 움직였다.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혜진의 몸은 뭔가에 묶인것처럼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사지가 아무것도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뭔가 말해보려 입을 열어보려 했다.. 말소리가 입에서 목구멍에서 빠져나오지가 않았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고 몸을 움직일수 없는 이 상황. 혜진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건지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분명 열렸었는데 어째서 자신이 다시금 이런 꼴이 된건지 알길이 없었다.
“정신이 좀 드냐?”
그녀의 눈앞에 옅은 빛이 스며 들어져오는 것이 희미하게 보여져 왔다. 그리고 그 빛과 더불어 희뿌연 수증기 같은 것이 같이 빠져나오고 있었고 그녀는 곧 그것이 욕실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방금 자신에게 말한 그 목소리..어제까지만해도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증오하고 온갖 저주를 퍼부어도 시원찮을 그 남자의 목소리라는 것을 그녀는 곧바로 인식할수 있었다.
“흐흥..꼴에 도망가고 싶기는 했나보구나. 근데 어쩌냐..? 아아..내가 얘기 안했었나..? 이 건물말야. 여기 소유는 다 우리 아버지 거란 말야. 여기 건물주도 당연히 우리에게 고용된 사람이고..이곳 건물안에는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있고 네가 어디서 뭘 어떻게 하든지간에 너의 행동파악은 금방 다 눈치 챌수 있다고. 네가 도망가려고 입구로 달려가는 순간..그 입구에는 이미 내 사람들이 다 지키고 서있다 이거야.”
상원은 금방 샤워를 끝마쳤는지 그의 몸에는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물기들이 잔뜩 묻어져 있었고 그는 양쪽 어깨에 샤워타올을 걸친채 혜진에게 다그치듯이 말하고서는 방안의 구석에 놓인 냉장고를 열어재치고는 그 안에 있는 생수를 꺼내 벌컥벌컥 마신후 그 물을 들고서는 혜진에게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흐흥...왜 도망을 치고 그래..자꾸 네가 그러면 내가 이렇게 밖엔 할수 없잖니. 네 몸뚱이를 한번 잘 봐봐. 꼴이 어떻게 됐는지..”
다시금 생수를 한모금 들이키고서는 혜진을 쳐다보며 입술을 이죽대면서 말하는 상원의 모습에 혜진은 분노와 증오를 담뿍 담은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몸주변을 살펴보기 시작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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