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색이 되어.....바로 문자를 보냈다.
[제발 이러지 마세요. 일단 저랑 먼저 얘기 좀 해요.]
띠링 바로 답문이 왔다.
[벌써 봤나? 혼자보기 아까워서 그래. 그런데 지훈이는 뭐라던가?]
[지훈씨는 지금 화장실에 가있어요. 대체 나한테 왜 이래요.]
[하하 아쉽네. 제목을 바꿔서 좀 있다 다시 보내봐야겠네. "내 여자친구 소연이의 뜨거운 하룻밤" 이렇게.]
[제발 그만해요...나한테 뭘 원해요. 하란대로 할 테니까...제발 지훈씨만큼은 모르게 해주세요]
[아까 문잔 지난번에 내 뺨 때리고 간 데에 대한 경고야. 지금부턴 하루종일 노팬티 상태로 있도록 해. 인증샷 5분내로 찍어서 이번호로 보내도록.]
미칠 것만 같았다.
지훈씨가 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발견하고 나는 우선 문자부터 서둘러 지웠다. 하마터면 마지막 문자까지 지울 뻔 하다가 답문자를 보내야한다는 생각에 삭제를 누르려던 손을 간신히 멈추고 번호를 먼저 저장했다.
"소연씨 뭘 그렇게 급하게 하고 있어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친구가 뭐 좀 빨리 알려달라고 해서요."
진정되지 않는 심장을 간신히 잠재우는 사이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
나는 떨리는 손을 들킬까봐 음료에 손도 대지 못하였다.
"친구한테 무슨 일 있어요?"
"별 일은 아니에요."
이상하게 보일게 뻔한 데도 더이상 뭐라고 둘러대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생각해보려해도 머릿속은 점점 더 새하얘져만 갔다. 우선은 최사장이 하라는대로 하는 것 외엔 별 다른 방법이 없을것 같았다.
노팬티에 인증샷...
"...지훈씨 나 화장실좀 갔다올께요."
폰으로 시계를 보니 벌써 4분이 흘렀다. 나는 뛰다시피하여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원피스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팬티를 끌어내리고 핸드폰의 카메라 렌즈를 다리 사이로 들이밀었다. 멀리까지 놀러온 와중임에도 이렇게 그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참담한 마음이 들면서도......어차피 이 사진을 볼 인간은 이미 영상으로 이보다 더한 모습도 봤다는 생각에서 였을까?
팬티 벗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저장된 번호로 보내는 것은 생각보다 별일이 아니었다.
사진을 찍어서 보내고 나니......급한 불은 일단 껐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팬티를 도로 끌어올려서 입고 원피스 치마의 매무새를 정돈했다.
"하루종일 노팬티로 있으라니, 지가 감시라도 할거야? 참나..."
마음을 가다듬고...... 화장실을 나와 자리로 돌아갔다.
"하하...소연씨가 많이 급했나봐요."
"조금요...호호"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마음 한 켠에 불안감을 남겨둔 채로......
우리는 한동안 못한 일 얘기, 친구얘기 등을 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가 자연스레 내일 있을 상견례 얘기와 앞으로의 결혼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지훈과 마주앉아 두런두런 우리가 함께 할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있노라니 새삼 그와 내가 결혼을 하려고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현실로 느껴졌고, 이에 설레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 한쪽이 가라앉았다.
"어쩐지 표정이 어두워보여요 소연씨."
"그, 그래요? 그냥...걱정되서 그래요."
"무슨 걱정이요?"
"내가 잘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무의식중에 나도 모르게 나온 대답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결혼이 얼마 안남아서 그런가 괜히..."
"소연씨가 그런 걱정을 하니까 나는 오히려 마음이 놓이는데요."
"......?"
"그동안 내가 나한테 너무 분에 넘치는 여자를 데려가는게 아닌가 했거든요. 하하하 이래뵈도 나도 제법 괜찮은 신랑감인데."
"호호호~지훈씨 정도면 충분히 합격이죠~!"
"그쵸? 휴 다행이다~~점수가 낮으면 이제부터라도 올리려고 안간힘을 써야할 판이었는데 말입니다."
"호호호...지훈씨도 참...애 좀 태울걸 내가 너무 쉽게 말했나?..."
"하하하하 소연씨는 이런게 매력이라니까요."
그렇게 한참을 얘기 중에 지훈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아니 선배님께서 주말에 어쩐 일로 다...네...네네~~저희는 지금 양수리 두물머리에 드라이브겸 해서 놀러왔는데...아 정말요??"
지훈은 반갑게 전화를 받는 듯 하더니 잠시 귀에서 폰을 떼고 내 쪽을 바라보았다.
"소연씨, 내가 아는 선배님 한분이 지금 마침 두물머리에 있다그러네요. 요 근처라는데 잠깐 서로 인사라도 해야 될것 같은데 괜찮아요? 오래 안 걸릴거에요, 어차피 서로 쉬는 날 온거라."
"아 그래요? 전 괜찮아요~~"
"그럼 잠깐 이쪽으로 오시라 할께요."
내 대답에 지훈은 다시 전화를 받고 까페 이름을 불러주었다. 몇 마디 더 오간 후 전화를 끊은 지훈은 또다시 씨익 웃었다.
"에이참...데이트 중에 왠만하면 안본다 그럴텐데, 워낙 나이차도 나는데다가 우리 회사 VVIP 고객이기도해서...이해해주는 거죠? 사실 여기 드라이브 코스도 이 선배님이 알려주신 곳이에요."
"그렇구나... 이렇게 예고도 없이 왔는데 마주칠 정도면 평소에도 자주 오시나보네요."
"이 까페도 이미 알고 계시더라고요. 수밀원이라고 하니까 바로 아시던데..역시 평소에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그런가? 사실 그동안 소연씨하고의 데이트 코스도 이 선배님한테서 귀띔 받은 곳이 몇 군데 됩니다, 하하하..."
"호호호..어째 매번 좋은 곳을 찾아서 데려가준다 했는데 숨은 공신은 따로 있었던 거에요? 나중에 감사 인사라도 드려야겠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받아치면서도......
갑자기 데이트에 누군가 끼어드는 상황이 그리 달갑지는 않은데다
왠지 불길한 예감마저 들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기로 한 사람을 기다리면서 몇분 간 또 대화를 하고 있는데......지훈씨는 갑자기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아, 생각해보니까 오늘 오는 선배님, 소연씨도 뵌적 있네요. 지난주에 청담동 레스토랑에서 만났었던 사람 중에 한명이에요. 최진석이라고...우리회사 VVIP 고객이라고 인사드렸었는데, 기억나요?"
"...누..누구라고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것은 내 의지가 아니었다.
"왜 그렇게 놀라요 소연씨?"
"아...아니에요..."
"마침 바로 요 근처인가봐요 곧 도착하신다는데...괜찮아요 소연씨?"
"...저 잠깐 화장실좀 갔다올께요..커피를 많이 마셔서 그런가? 잠깐만요."
나는 일어난 상태로 바로 화장실로 가려다 깜박 잊은듯 테이블 위에 놓인 클러치백을 집어들었다.
"아..화장실에 휴지가 없는거 같아서요..."
묻지도 않는데 혼자 변명을 하고 백을 옆구리에 끼고 화장실로 다시 향하려는 찰나, 출구 쪽에서 중년의 남성 한 명이 걸어들어왔다.
"어라? 벌써 오셨네. 소연씨 잠깐만 인사 먼저 하고 가요."
얼른 걸음을 떼려는 내 손목을 지훈씨는 부드럽게 잡고 이끌었다.
"안녕하세요..."
굳은 입술을 애써 움직여 인사했다.
최사장은 번들거리는 콧기름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나를 뚫어질듯이 쳐다보더니 마치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그 표정이 나에게만 너무나 작위적으로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지훈씨에게도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알수 없었다. 그는 아무튼 지훈씨의 선배이자 VVIP 고객이었고, 지훈씨는 그를 향해 더없이 살갑게 웃고 있었다.
"우리 소연씨 기억나시죠 선배님? 제가 소연씨를 바로 지난주에 소개드려놓고 글쎄 좀 전까지 잊고 있었지 뭡니까?"
"하하하~~지훈이 자네, 벌써부터 깜박 깜박하면 어떡하나. 나도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말야~"
최사장은 그러면서,
"거, 보니까 소연씨가 화장실이 급해보이는것 같던데 어서 다녀와요, 나 상관말고."
하며 내 등을 슬쩍 떠밀었다.
나는 몹시 혼란스러운 상태로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입구는 우리가 앉아있던 테이블이 있는 공간에서 오른쪽으로 코너를 돌면 오른쪽 벽에 붙어있었다. 여자 화장실 문을 여는데 등 뒤에서 어두운 존재감이 느껴졌다.
"나도 화장실 좀 가려고요."
내 귀 바로 뒤에서 최사장의 두껍고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이쪽은 여자화장실인데..."
나는 작은 목소리로 우물거리며 뒤를 돌아보았지만 뒤쪽 테이블은 텅텅 비어있었고 지훈씨가 앉은 테이블은 코너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최사장은 나를 화장실 안쪽으로 밀어넣으며 내 등뒤에 바짝 붙어 따라들어왔다.
찰칵. 안쪽에서 화장실 문을 잠근 최사장이 내쪽을 향해 돌아섰다. 얼어붙은 나는 아무 소리도 움직임도 내지 못하고 그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까페의 화장실은 남녀당 각각 한칸씩 일인용 공간으로, 꽤 넓게 마련되어있었다.
최사장이 내 쪽으로 두어걸음 다가왔다.
"어디 한번 볼까...벌은 잘 받고 있는지? 예상보다 인증샷을 잘 찍어보냈길래 칭찬해주려고 온건데...설마 날 속인건 아니겠지요...?"
어찌해야될지 모르겠는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변명을 하려는 듯한 말이 내뱉어졌다.
"...그게...사실은..."
"뭐해요 소연씨? 얼른 확인하고 나가자구?"
우물쭈물하는 나를 향해 자꾸만 재촉하면서 최사장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더이상 다가오지 말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나는 그 자리에서 서둘러 팬티를 벗어버렸다.
내가 왜 그래야하는지 머리를 굴릴 새도 없었다.
"이...이제 됐죠!"
최사장의 송충이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날 속이려 했다는 거네...소연씨...그렇게 경고를 줬는데도..."
"......"
"아무래도 안되겠어. 지금 이 자리에서 아까 보내려던 문자를 보내고 가도록 하지."
최사장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의 팔목을 붙잡았다.
"그...그러지 마세요...제발."
"소연씨, 난 분명 기회를 줬잖아. 노팬티가 그렇게 어려운 주문이었나? 원피스도 꽤나 긴 기장으로 입었으면서. 안그래? 언젠 하란대로 하겠다며? 날 가지고 놀려고 한건 소연씨야."
"그, 그런거 아니에요 정말......한번만 봐주세요."
떨리는 내 눈동자와 목소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죽어버린 내 말투에 최사장은 더욱 고압적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날 기만한건 괘씸해서 그냥 넘어갈 순 없겠는데. 원피스 다시 올려봐."
"...그, 그게 무슨 소리..."
"그 안에 팬티를 두겹 입었는지 세겹입었는지 내가 어떻게 알어요??! 얼른 원피스 들춰보라고, 확인해보게."
곰곰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임이 분명한데...최사장의 몰아치는 기세에 나는 마치 정말 내가 죄인이고 거짓말쟁인것 처럼 느껴졌다.
당장 원피스를 들어서 정말로 아무것도 입지 않았음을 그에게 확인받아야 할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혀버렸던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나 스스로 원피스를 허리까지 들어올려 아무것도 입지 않은 발가벗은 아랫도리를 최사장을 향해 드러내버리고 만것이다.
최사장의 눈빛이 이글거리면서 내 하체 중심부를 쏘아보았다.
그곳이 타들어가는것만 같았다.
"이...이제 그만 내려도 되죠...?"
내가 원피스 끝자락을 쥔 두 손을 놓기도 전에 갑자기 최사장이 손을 뻗어 내 그곳의 갈라진 틈 위로 난 무성한 수풀에 닿으려했다. 나도 모르게 순간 내 은밀한 곳의 근육이 바짝 쪼여들었다.
"그..그만 보내주세요...지훈씨가 기다려요..."
내 입에서 지훈씨 이름이 나오자 최사장의 입꼬리 한 쪽이 올라갔다.
"아 맞다...지훈이가 기다리겠구나."
그의 손이 닿을락 말락 언저리에서 서성이다가......다시 서서히 멀어졌다.
최사장은 내 수풀에 대려다 만 손을 완전히 거두고 바로 화장실을 나가려는 듯 싶더니 다시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팬티 이리 내놔."
팬티는 또 왜 달라고 하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아니 그보다도 왜 갑자기 나에게 반말을 하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손에 쥐고 있던 팬티를 그에게 내밀었다. 내 몸에 손대지 않고 이대로 나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일이었다.
낚아채듯 팬티를 가져간 최사장은 자신의 코에 가까이 가져다 대더니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흐으음~~~하아......"
그리고는 팬티를 돌돌 뭉쳐 자신의 주머니에 쑤셔넣고 그대로 화장실을 나가버렸다.
빼앗긴 내 팬티에 잠시 원통해하였지만
결국 나도 그가 나간 문을 다시 열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앉아있던 테이블에는 지훈씨와 최사장 말고도 다른 여자가 한명 더 앉아있었다.
그녀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심플해서 오히려 더 격이 느껴지는,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차림을 하고 있었다. 나이는 지훈씨보다 많아보였지만 최사장보다는 한참 젊어보이는 것으로 보아 한 30대 초중반쯤 되었을라나? 날카로우면서도 묘한 색기가 풍기는 눈을 반짝이며 지훈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를 발견한 지훈씨는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하면서 여자를 소개했다. 나는 원피스치마가 엉덩이 살갗에 다는 느낌에 괜시리 얼굴을 붉히면서 걸어갔다.
"인사드려요 소연씨, 선배님하고 같이 오신분인데 주차하시느라고 지금 막 들어오셨어요."
"아...네, 안녕하세요?"
"어머...그쪽이 류팀장 와이프?......"
"하하하...희령씨도 참, 아직 저희 결혼 안했어요."
"아 맞다, 올해 가을에 결혼한댔지......뭐, 지훈씨가 반할만 하네~~ 호호호..."
날 처음 보면서 "그쪽"이라고 표현한 그 여자의 이름은 희령인가보았다.
그녀는 지훈씨와 이미 잘 알고지내는 사이인듯 했는데......내게 입으로는 좋은 말을 해주는듯 하면서도 말투는 은근 아랫사람을 대하는 태도였다. 물론 내가 나이가 더 어리기에 문제삼기 애매했지만 초면에 확실히 실례가 될 법한 말투였다. 게다가 나를 훑어보는 눈빛은 거만하면서도 호기심이 어려 있었는데, 이윽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지훈씨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딱히 꼬집어 말할 순 없었지만 기분이 묘했다.
그러나 그보다 신경쓰였던 건 내 노팬티 차림이었다.
설상가상으로 4인용 테이블에 희령이란 여자가 지훈의 옆자리를 먼저 차지하고 앉아버려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최사장의 옆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런데 두 분이 어떻게 같이 양평엘 오신겁니까?"
지훈씨는 희령이란 여자와 최사장을 번갈아보았다.
최사장이 껄껄 웃었다.
"어떻게긴 이사람아~~ 이게 다 누구 덕분인데, 자네가 소개시켜줬기 때문이 아닌가?"
"그럼 그새 벌써 이리 가까워지신 겁니까? 이야~~~"
"호호호 지훈씨가 참 사람 보는 눈이 있다니까~~그때 모임에서 만났던 다른 사람들하고도 다음 달에 벌써 골프 같이 치기로 예약 다해놨어요."
"이거원, 모임을 만들기가 무섭게들 친해지시니, 다행이라해야할지. 아무튼 이리 가깝게 지내시는걸 보니까 저도 기분이 참 좋습니다."
“다 지훈이 자네의 뛰어난 능력 덕분이지 안그래 희령씨?.”
“그럼요, 호호호”
대화내용을 들어보니 그들은 지훈씨가 주선한 VVIP 회원들의 비공개 모임에서 만난 모양이었다.
전에도 지훈씨의 회사동료로부터 언뜻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는 담당부서에서 그런 쪽으로 상당히 능력을 인정받는 것 같았다. 그는 VVIP회원들의 커리어는 물론 사적인 취향이나 취미를 분석해서 서로 코드가 맞을 것 같은 회원들을 따로 구분해 적극적으로 모임을 주선하는 등, 소위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주었다. 이렇게 VVIP 끼리의 인맥을 이어주고 이를 베타적으로 유지시켜 물관리하는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여 결국은 최상류층 고객들이 가장 가입하고 싶어하는 신용카드로 브랜드입지를 다져놓으면서...그 자신 또한 입사 6개월 만에 바로 대리를 달더니, 1년 차에 과장으로 승진하여 벌써 부장직을 바라보는 위치에 오르게된 것이다.
이는 대기업 계열의 회사에서 오너 자제를 제외하면 전례 없는 초고속 승진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지훈씨의 아버지가 모기업 임원이라 입김이 작용한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돌았다고 했다. 하지만 지훈은 그 쪽 분야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독보적인 능력을 지녔다고 볼 수 있었다. 그는 업무 외적으로도 종종 VVIP 회원들을 따로 만나 어울리면서 가까이 지냈는데, 어떨 때는 그들이 지훈씨의 업무상 전략적으로 가까이하는 관계인지 아니면 정말 사적으로도 친분이 두터운 것인지 구분이 안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니 설령 업무적인 목적인 것이라 해도, 그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의 대화에 나는 순간 소외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말로만 듣던 지훈씨의 유능함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어, 그와 곧 결혼을 앞두고 있음이 날 설레이게 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런 지훈씨가 늘상 만나고 대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내가 평소에 어울릴 기회조차 없는 말 그대로 ‘노는 물이 다른’ 사람들인 것만 같아, 이런 것이 바로 위화감이란건가 싶기도 했다.
사실 나도 남부러울것 없이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란데다가 유학도 다녀온 터라 그동안 딱히 "신분의 격차"에서 오는 열등감 같은 것은 느껴보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그들의 대화는 어딘지 모르게 생소했고 날 위축되게 만드는 듯 했다.
그렇게 골똘히 혼자 생각에 잠겨있던 내 정신를 깨운 것은 최사장의 손이었다.
갑자기 자신의 손을 테이블 아래로 내리더니 은근슬쩍 내 무릎위에 얹은 것이었다.
아무리 테이블이 커서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코앞에 정혼자인 지훈씨를 마주보고 앉아있는 상황에서 최사장의 행동은 대담한 것을 넘어 안하무인 격이라 할 수 있었다. 나는 재빨리 그의 손을 무릎위에서 떨쳐내려 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날 은근히 위축되게 만든 분위기 속에 최사장이란 존재 역시 포함되어있음을 깨달으면서, 내안에 남아있던 배짱이랄까, 전의같은 것이 급속도로 약해져갔다는 것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그도 나름 사회적 명망이 있는 위치에 있을 터인데 아무렴야 스스로 스캔들에 휩싸이려할까 싶다가도, 마음만 먹으면 나 같은 것 하나쯤 잘못되게 하는 건 일도 아니지 않을까 생각하니, 더욱 겁이 나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나에게 대담하게 수작을 걸어오는 최사장의 행동에 나는 별달리 수를 쓰지 못하고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무사히 넘겨야나, 하는 고민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결국 ‘내가 몸을 일으키면 그도 손을 치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하는 매우 소극적인 저항 이상의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였다.
하여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최사장도 하는 수 없이 손을 치우긴 치웠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더 암담한 결과를 불러들이고 말았으니, 잠깐 일어났다가 다시 앉으려고 엉덩이를 뗀 찰나의 순간에 최사장이 의자 밑으로 손을 집어넣은 것이다. 내 엉덩이는 어쩔 수 없이 최사장의 손바닥을 깔고 앉은 모양새가 되버렸다.
팬티를 입고 있지 않은 상태였기에 얇디얇은 원피스 천 한 장 밑으로 그의 뜨거운 손바닥의 촉감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기 위해 허리를 꼿꼿히 하고 자세를 바로 하려했다. 그러나 최사장은 얄궂게도 그의 두꺼운 가운뎃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치마를 사이에 두고 내 엉덩이사이를 문질러댔다.
"으흠......"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나려는 것을 간신히 입안으로 삼켰다.
내가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어떻게든 들키지 않도록 입을 꾹 다물고 움직이지 않는 게 전부였다.
그런 줄도 모르고 지훈은 희령과 대화를 계속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희령이 갑자기
"근데 아까 운전하면서 보니까 차가 좀 이상한 것 같아."
하였다.
"희령씨 차가요? 왜요?"
"그게 사실은 지난주에 사고나서 정비소 맡겼다 나온건데 오면서 브레이크가 좀 말을 안 듣는것 같더라고. 어쩐지 좀 불안했어. 그렇지 않아요 진석씨?"
"그러게 내 차 타고 오자그래도...굳이 왜 싫다 그랬어."
최사장은 능청스럽게 대화에 끼면서, 내 엉덩이가 갈라진 곳을 손가락으로 꾸욱꾸욱 애무하듯 눌러댔다.
"괜찮을 줄 알았죠. 잠깐 몰 때는 멀쩡한 거 같았는데...고속도로를 달리니까 불안하더라고요."
"괜히 타고 가다가 잘못해서 사고나면 큰일인데."
“그냥 사람 부르고, 일단 택시 탈까.”
그렇게 저들끼리 얘기하더니, 지훈에게 언제 서울로 올라가냐며 자기들을 택시 지나다니는 곳까지 좀 태워다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갑작스런 희령의 부탁에 지훈은 "그래도 되긴 하는데..."하면서 내 쪽을 쳐다보는데, 그 상황에서 다짜고짜 싫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거이거, 소연씨한테 미안해서 어쩌나, 데이트 방해하려고 만나자고 한건 아니었는데."
최사장은 그러면서 은근슬쩍 내 엉덩이 사이를 누르던 손가락에 더욱 힘을 주는 것이었다. 나는 얼른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생각에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아니에요, 당연히 태워다드려야죠...뭘 망설여요 지훈씨, 이분들 안전이 걸린 문젠데."
"가만...그런데 이 근방에서는 택시 잡기 어려우실텐데.."
"그...그럼 그냥 서울까지 태워다 드려요, 어차피 우리도 가는길인데요 뭘."
나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훈씨가 따라 일어서면서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꺼내자 그제야 최사장도 일어섰다. 차도 얻어타는데 계산은 자기가 하겠다며...지훈을 앞질러 계산대로 향했다.
드디어 최사장의 변태스러운 추행에서 조금은 해방이 되었구나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까페 밖으로 나와 지훈의 차가 주차된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차 앞까지 다다르자, 이 희령이란 여자는 남의 속도 모르고 자긴 뒷좌석이 불편해서 그러는데 자기가 조수석에 앉아도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최사장 옆에 앉아서 가기는 죽기보다 싫었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차가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희령이 자기 차에 놓아둔 간식거리가 생각났는지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하곤 무슨 봉지를 들고 돌아왔다.
"여기 오는 길에 산 떡인데~~올라가는 길에 같이 먹자구요, 호호~~"
그러면서 봉지에 든 떡 상자를 꺼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콘솔박스 위에다 올려두었다.
"이제 출발할게요.~"
지훈이 차에 시동을 걸더니 곧 차가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나는 운전석 바로 뒤에 앉아있었고 최사장은 조수석 뒤에 앉아이었다. 나는 가능한 한 최사장과 떨어져있기 위해 창문 쪽에 몸을 기대고 바로 자는척 모드에 돌입했다.
달리는 차 안에서 네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최사장도 딱히 별다른 움직임이 없이 자신이 앉은 쪽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는듯했다. 부디 그런 상태가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이어지기만을 바라며 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침묵의 순간도 잠시, 지훈과 희령은 어느새 도란도란 저들끼리만의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주로 지훈이 주선했다던 그 회원모임에 나왔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몇 분 떠드는 듯 싶더니 희령이 떡을 먹자며 떡상자의 밀봉을 뜯기 시작했다.
최사장은, 희령이 떡상자를 뜯는걸 도와주면서 지훈에게 말했다.
"그런데 지훈이 자네는, 소연씨의 어디가 그렇게 좋은가? 한번 말해보아."
나는 그가 또다시 무슨 짓을 꾸미려는건가 싶어서 긴장하였다.
"하하하~ 그냥 다 좋은데요. 말하는 것도, 마음씨도, 외모도, 전부다요,"
최사장의 눈이 빛났다.
"그래? 소연씨가 애교는 좀 있는 편인가?"
"애교요? 하하하,..갑자기 물어보시니까, 글쎄요...우리 소연씨가 솔직히 애교가 많은 편은 아니긴 한데......"
"그래도 곧 결혼할 사이인데 애교가 좀 있어야 하지 않아?"
최사장은 그러더니 나를 향해
"소연씨, 미래의 신랑이 운전을 하고 있으면은 말이야~소연씨가 알아서 간식을 입에 넣어주기도 하고 그래야되요. 그런 애교가 있어야 지훈이도 더 힘내서 운전하지, 안 그런가?"
하였다.
최사장의 말에, 희령도 자기가 지훈씨 같은 남자랑 사귀면 벌써 떡을 10개는 먹여주고도 남았을 거라는 둥의 말로 부추겨댔다.
하지만 운전석에 있는 지훈에게 떡을 먹이기 위해서는 좌석에서 또 엉덩이를 떼어야 했다. 최사장이 의도한 상황임을 바로 눈치챘기에, 나는 몹시 난감하였지만 나를 제외한 모두가 심지어 지훈씨마저도 내가 떡을 먹이기를 기다리는 듯한 분위기에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가 없었다.
앞자리에 앉아 운전하는 사람의 입에 떡을 넣어주는 게 그렇게 아득히 오래걸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떡을 지훈씨의 입에 넣어주느라 어정쩡한 자세로 엉덩이가 들려있는 사이, 최사장의 손이 기다렸다는 듯 내 뒤를 향해 덮쳐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설상가상으로 아예 치맛속을 들추고 그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 것이었다.
"하읍...!"
나는 맨 엉덩이를 주물럭대는 최사장의 손을 어떻게든 치워보기위해 일부러 좌석에 엉덩이를 최대한 비비며 앉았지만 되려 그것이 나에게 더 큰 자극이 되어 돌아왔을 뿐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지훈씨는 내가 준 떡을 맛있게 먹으며 운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떡을 다 먹더니
"우와, 이 떡 되게 맛있네요? 소연씨가 먹여줘서 더 맛있는것 같아요!"
하면서 싱글벙글 했다.
나는 최사장의 뜨거운 손바닥을 맨 엉덩이에 고스란히 느끼면서 참담한 심정 속에 피어오르는 이상야릇한 자극 감을 꾸역꾸역 견디며
"그, 그래요? 호호호...진작 해줄걸 그랬나봐요."
하고 간신히 대답했다.
최사장은 신나서 한 술 더떠서
"거봐요 소연씨~~~지훈이가 좋아하는 것 좀 보라니까. 하나만 주면 섭하지~~이왕이면 하나더 먹여줘요."
하면서 능글맞게 나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콘솔박스 위의 떡을 하나 더 집어서 지훈씨에게 먹여주기 위해 다시 엉덩이를 들었다.
그런데, 최사장이 이번에는 아예 가운뎃손가락을 세워서 엉덩이 사이로 쓰윽 밀어넣는 것이었다!
이미 맨엉덩이를 만지고 있던 그의 손가락은 아무것도 거칠 것 없이 그대로 내 다리 사이, 은밀한 속살을 비집고들어왔다.
"흐응..!"
이번에는 나도 어찌할 도리 없이 새어나온 신음소리였다. 나는 내가 내어놓고도 깜짝 놀라, 혹시나 앞자리의 사람들이 듣지는 않았을까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둘은 자기들끼리 대화하느라 못 들은 듯 했다.
나는 덜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최사장의 손가락이 내몸 가운데...보지속살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상태에서 지훈의 입 속에 떡을 넣어주어야만 했다. 수치심에...두 다리가 부르르 떨려왔다.
차마 그대로 앉지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최사장의 팔뚝을 잡고 밀어내려했으나 허사였다. 나는 결국 몸의 무게중심을 잃고 강하게 좌석에 주저앉게 되었고, 그 압력은 되려 최사장의 손가락이 내 그곳을 더 깊숙하게 파고드는데 일조하였다.
최사장은 차량 가운데에 놓인 떡을 먹기 위해 그러는 척 하면서 내 쪽으로 더욱 다가와 앉았다.
"그럼 나도 하나 먹어볼까?"
최사장은 아무일 없다는 듯 오른 쪽 손으로는 떡을 집어먹으면서...왼손바닥과 손가락로는 원피스 속에 감추어진 내 중요부위들을 구석구석 희롱해댔다.
그런데......나는 그토록 기막힌 상황에서 행여 앞쪽의 사람들에게 보일까 안절부절하면서도, 내 치맛속 안에서 나올줄 모르는 그의 손놀림에 자꾸 몸의 감각이 자극되는 것이었다. 어쩔도리 없이 예민해져가는 세포들의 움직임을 애써 억누르기 위해 두 무릎을 비비 꼬았지만 나는 내 다리 사이가 애액으로 젖어가는 것을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그런 액체를 뿜어내는 내 몸이 미웠지만, 내 의지하고는 다르게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온 액체는 그 곳을 파고든 최사장의 손가락도 적시고 있었다.
한참 떡을 집어먹던 최사장은 갑자기 또 이제야 생각났다는듯
"근데 소연씨는 왜 안 먹어요?"
하는데 나는 당연히 무어라고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내가 아무말도 없자, 운전하는 내내 희령과 두런두런 얘기를 주고받던 지훈씨가 갑자기 "소연씨 어디 아파요?" 하길래, 나는 또 간신히 입을 열어 괜찮다고 하는게 전부였다.
한참을 보지속살을 헤집으며 나를 괴롭히던 최사장의 손이 별안간 원피스를 스치고 엉덩이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제 그만 두려나 하는데, 최사장은 나의 액이 잔뜩 묻은 가운뎃손가락과 엄지손가락으로 떡을 집더니 내 입가로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능글능글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 하나라도 먹어봐요, 소연씨. 이거 얼마나 맛있다구요~~"
나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어 떡을 받아먹었다. 그리고 최사장은 떡고물이 내 끈적끈적한 애액에 범벅이 되어 덕지덕지 달라붙은 제 손가락을 입에 넣고 쪽쪽 빨면서 나를 음흉한 눈빛으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지훈씨가 모는 차가 서울에 진입하기 전까지, 그렇게 나는 뒷좌석에서 속절없이 최사장의 집요한 희롱을 받아내야만 했다.
마침내 최사장과 희령을 내려주고 나자 나는 몸에 힘이 쭈욱 풀려버렸다.
지훈은 데이트가 그들때문에 재미없게 되버렸다며 미안해하면서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우리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나는 최사장에 대한 찝찝한 느낌이 새삼 몰려왔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기분 나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모텔에서 날 협박할 때까지도 이런 인간 쯤은 동수나 내가 적당히 해결할 수 있을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왠지 내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담동 레스토랑에서 VVIP회원이라며 지훈씨가 최사장을 정중하게 소개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오늘 희령이란 여자와 셋이서 나누던 대화들, 그리고 양평까지 ?아와서 끈질기게 이어진 괴롭힘까지 더하니, 두려움이 더해져갔다.
까페에서의 수작 역시, 최사장이 작정하고 날 희롱하기 위해 두룸머리에 따라온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 수 가 없었다. 또 갑자기 차를 태워달라고 하는 상황도 뭔가 이상했다. 그러나 설마 제 3자인데다 여자인 희령과 작당하면서까지 그럴 리는 없단 생각에 또 긴가 민가 아리송해졌다.
"지훈씨, 최사장...아니 최선배님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에요?"
"네??"
"......지훈씨네 회사의 VVIP카드는 0.01%......그러니까 최상류층들만 쓸 수 있는거잖아요."
"그렇죠......그게 왜요?"
최진석이란 인간이 아무리 사장이라지만......동수가 일하는 회사는 건물도 허름하고 딱히 잘나가는 기업 같아 보이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그 분은......대체 어떤 일을 하시는가 해서요."
"음...최선배님은 철강 관련 기업을 운영하고 있어요, SDX라는...“
“SDX?....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던거 같은데......”
“회사가 세간에 잘 알려진 기업은 아니지만 업계에선 상당히 입지가 있는 편이에요. 연간 수익도 왠만한 중견기업 버금갈걸요."
"그, 그래요..?"
하긴......어쩌면 동수가 일하는 곳은 그저 좀 규모가 작은 지사일 뿐인지도 몰랐다.
“근데 지훈씨는 최선배님하고 원래부터 알던 사이였어요? 아님 업무 차 알게 된거예요?"
"최선배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지낸 사이에요. 내가 VVIP카드 처음 맡을 때부터 가입대상 후보로 점찍어뒀었죠. 내 초청에 흔쾌히 응해준 게 참 고마운 일이죠."
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입을 다물었다. 차라리 안지 얼마 안 되었더라면 좋았을 텐데...오래 알고 지낸 사이란 말에 내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더군다나 고마운 사람이라니......최사장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지만 그 이상 물어보는 것은 어째 꼬치꼬치 캐묻는 것 같이 보일 것 같았다. 나는 내일 있을 상견례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집으로 돌아와서 씻고 잠을 청하려는데, 최사장하고의 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갈수록 그의 정체와 속셈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져갔다. 어떻게 해서 그는 동수와의 밀회 장면을 몰래 찍을 수 있었을까? 나에게 대체 바라는게 뭘까.
만약 그가 정말 내 약점을 쥐고 내 몸을, 섹스를 요구한다면 난......거절할 수 있을까? 거절하면 지훈과의 결혼은 포기해야할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요구에 응하면 나는 지훈씨에 대한 미안함에...과연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 속에서, 나는 최악의 경우 지훈과의 결혼을 포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아무리 지훈씨를 사랑한들, 최사장 같은 인간에게 몸을 바쳐가면서까지는 아니었다.
그건 내 자존심의 문제였다.
[제발 이러지 마세요. 일단 저랑 먼저 얘기 좀 해요.]
띠링 바로 답문이 왔다.
[벌써 봤나? 혼자보기 아까워서 그래. 그런데 지훈이는 뭐라던가?]
[지훈씨는 지금 화장실에 가있어요. 대체 나한테 왜 이래요.]
[하하 아쉽네. 제목을 바꿔서 좀 있다 다시 보내봐야겠네. "내 여자친구 소연이의 뜨거운 하룻밤" 이렇게.]
[제발 그만해요...나한테 뭘 원해요. 하란대로 할 테니까...제발 지훈씨만큼은 모르게 해주세요]
[아까 문잔 지난번에 내 뺨 때리고 간 데에 대한 경고야. 지금부턴 하루종일 노팬티 상태로 있도록 해. 인증샷 5분내로 찍어서 이번호로 보내도록.]
미칠 것만 같았다.
지훈씨가 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발견하고 나는 우선 문자부터 서둘러 지웠다. 하마터면 마지막 문자까지 지울 뻔 하다가 답문자를 보내야한다는 생각에 삭제를 누르려던 손을 간신히 멈추고 번호를 먼저 저장했다.
"소연씨 뭘 그렇게 급하게 하고 있어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친구가 뭐 좀 빨리 알려달라고 해서요."
진정되지 않는 심장을 간신히 잠재우는 사이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
나는 떨리는 손을 들킬까봐 음료에 손도 대지 못하였다.
"친구한테 무슨 일 있어요?"
"별 일은 아니에요."
이상하게 보일게 뻔한 데도 더이상 뭐라고 둘러대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생각해보려해도 머릿속은 점점 더 새하얘져만 갔다. 우선은 최사장이 하라는대로 하는 것 외엔 별 다른 방법이 없을것 같았다.
노팬티에 인증샷...
"...지훈씨 나 화장실좀 갔다올께요."
폰으로 시계를 보니 벌써 4분이 흘렀다. 나는 뛰다시피하여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원피스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팬티를 끌어내리고 핸드폰의 카메라 렌즈를 다리 사이로 들이밀었다. 멀리까지 놀러온 와중임에도 이렇게 그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참담한 마음이 들면서도......어차피 이 사진을 볼 인간은 이미 영상으로 이보다 더한 모습도 봤다는 생각에서 였을까?
팬티 벗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저장된 번호로 보내는 것은 생각보다 별일이 아니었다.
사진을 찍어서 보내고 나니......급한 불은 일단 껐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팬티를 도로 끌어올려서 입고 원피스 치마의 매무새를 정돈했다.
"하루종일 노팬티로 있으라니, 지가 감시라도 할거야? 참나..."
마음을 가다듬고...... 화장실을 나와 자리로 돌아갔다.
"하하...소연씨가 많이 급했나봐요."
"조금요...호호"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마음 한 켠에 불안감을 남겨둔 채로......
우리는 한동안 못한 일 얘기, 친구얘기 등을 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가 자연스레 내일 있을 상견례 얘기와 앞으로의 결혼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지훈과 마주앉아 두런두런 우리가 함께 할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있노라니 새삼 그와 내가 결혼을 하려고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현실로 느껴졌고, 이에 설레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 한쪽이 가라앉았다.
"어쩐지 표정이 어두워보여요 소연씨."
"그, 그래요? 그냥...걱정되서 그래요."
"무슨 걱정이요?"
"내가 잘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무의식중에 나도 모르게 나온 대답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결혼이 얼마 안남아서 그런가 괜히..."
"소연씨가 그런 걱정을 하니까 나는 오히려 마음이 놓이는데요."
"......?"
"그동안 내가 나한테 너무 분에 넘치는 여자를 데려가는게 아닌가 했거든요. 하하하 이래뵈도 나도 제법 괜찮은 신랑감인데."
"호호호~지훈씨 정도면 충분히 합격이죠~!"
"그쵸? 휴 다행이다~~점수가 낮으면 이제부터라도 올리려고 안간힘을 써야할 판이었는데 말입니다."
"호호호...지훈씨도 참...애 좀 태울걸 내가 너무 쉽게 말했나?..."
"하하하하 소연씨는 이런게 매력이라니까요."
그렇게 한참을 얘기 중에 지훈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아니 선배님께서 주말에 어쩐 일로 다...네...네네~~저희는 지금 양수리 두물머리에 드라이브겸 해서 놀러왔는데...아 정말요??"
지훈은 반갑게 전화를 받는 듯 하더니 잠시 귀에서 폰을 떼고 내 쪽을 바라보았다.
"소연씨, 내가 아는 선배님 한분이 지금 마침 두물머리에 있다그러네요. 요 근처라는데 잠깐 서로 인사라도 해야 될것 같은데 괜찮아요? 오래 안 걸릴거에요, 어차피 서로 쉬는 날 온거라."
"아 그래요? 전 괜찮아요~~"
"그럼 잠깐 이쪽으로 오시라 할께요."
내 대답에 지훈은 다시 전화를 받고 까페 이름을 불러주었다. 몇 마디 더 오간 후 전화를 끊은 지훈은 또다시 씨익 웃었다.
"에이참...데이트 중에 왠만하면 안본다 그럴텐데, 워낙 나이차도 나는데다가 우리 회사 VVIP 고객이기도해서...이해해주는 거죠? 사실 여기 드라이브 코스도 이 선배님이 알려주신 곳이에요."
"그렇구나... 이렇게 예고도 없이 왔는데 마주칠 정도면 평소에도 자주 오시나보네요."
"이 까페도 이미 알고 계시더라고요. 수밀원이라고 하니까 바로 아시던데..역시 평소에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그런가? 사실 그동안 소연씨하고의 데이트 코스도 이 선배님한테서 귀띔 받은 곳이 몇 군데 됩니다, 하하하..."
"호호호..어째 매번 좋은 곳을 찾아서 데려가준다 했는데 숨은 공신은 따로 있었던 거에요? 나중에 감사 인사라도 드려야겠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받아치면서도......
갑자기 데이트에 누군가 끼어드는 상황이 그리 달갑지는 않은데다
왠지 불길한 예감마저 들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기로 한 사람을 기다리면서 몇분 간 또 대화를 하고 있는데......지훈씨는 갑자기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아, 생각해보니까 오늘 오는 선배님, 소연씨도 뵌적 있네요. 지난주에 청담동 레스토랑에서 만났었던 사람 중에 한명이에요. 최진석이라고...우리회사 VVIP 고객이라고 인사드렸었는데, 기억나요?"
"...누..누구라고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것은 내 의지가 아니었다.
"왜 그렇게 놀라요 소연씨?"
"아...아니에요..."
"마침 바로 요 근처인가봐요 곧 도착하신다는데...괜찮아요 소연씨?"
"...저 잠깐 화장실좀 갔다올께요..커피를 많이 마셔서 그런가? 잠깐만요."
나는 일어난 상태로 바로 화장실로 가려다 깜박 잊은듯 테이블 위에 놓인 클러치백을 집어들었다.
"아..화장실에 휴지가 없는거 같아서요..."
묻지도 않는데 혼자 변명을 하고 백을 옆구리에 끼고 화장실로 다시 향하려는 찰나, 출구 쪽에서 중년의 남성 한 명이 걸어들어왔다.
"어라? 벌써 오셨네. 소연씨 잠깐만 인사 먼저 하고 가요."
얼른 걸음을 떼려는 내 손목을 지훈씨는 부드럽게 잡고 이끌었다.
"안녕하세요..."
굳은 입술을 애써 움직여 인사했다.
최사장은 번들거리는 콧기름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나를 뚫어질듯이 쳐다보더니 마치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그 표정이 나에게만 너무나 작위적으로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지훈씨에게도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알수 없었다. 그는 아무튼 지훈씨의 선배이자 VVIP 고객이었고, 지훈씨는 그를 향해 더없이 살갑게 웃고 있었다.
"우리 소연씨 기억나시죠 선배님? 제가 소연씨를 바로 지난주에 소개드려놓고 글쎄 좀 전까지 잊고 있었지 뭡니까?"
"하하하~~지훈이 자네, 벌써부터 깜박 깜박하면 어떡하나. 나도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말야~"
최사장은 그러면서,
"거, 보니까 소연씨가 화장실이 급해보이는것 같던데 어서 다녀와요, 나 상관말고."
하며 내 등을 슬쩍 떠밀었다.
나는 몹시 혼란스러운 상태로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입구는 우리가 앉아있던 테이블이 있는 공간에서 오른쪽으로 코너를 돌면 오른쪽 벽에 붙어있었다. 여자 화장실 문을 여는데 등 뒤에서 어두운 존재감이 느껴졌다.
"나도 화장실 좀 가려고요."
내 귀 바로 뒤에서 최사장의 두껍고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이쪽은 여자화장실인데..."
나는 작은 목소리로 우물거리며 뒤를 돌아보았지만 뒤쪽 테이블은 텅텅 비어있었고 지훈씨가 앉은 테이블은 코너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최사장은 나를 화장실 안쪽으로 밀어넣으며 내 등뒤에 바짝 붙어 따라들어왔다.
찰칵. 안쪽에서 화장실 문을 잠근 최사장이 내쪽을 향해 돌아섰다. 얼어붙은 나는 아무 소리도 움직임도 내지 못하고 그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까페의 화장실은 남녀당 각각 한칸씩 일인용 공간으로, 꽤 넓게 마련되어있었다.
최사장이 내 쪽으로 두어걸음 다가왔다.
"어디 한번 볼까...벌은 잘 받고 있는지? 예상보다 인증샷을 잘 찍어보냈길래 칭찬해주려고 온건데...설마 날 속인건 아니겠지요...?"
어찌해야될지 모르겠는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변명을 하려는 듯한 말이 내뱉어졌다.
"...그게...사실은..."
"뭐해요 소연씨? 얼른 확인하고 나가자구?"
우물쭈물하는 나를 향해 자꾸만 재촉하면서 최사장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더이상 다가오지 말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나는 그 자리에서 서둘러 팬티를 벗어버렸다.
내가 왜 그래야하는지 머리를 굴릴 새도 없었다.
"이...이제 됐죠!"
최사장의 송충이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날 속이려 했다는 거네...소연씨...그렇게 경고를 줬는데도..."
"......"
"아무래도 안되겠어. 지금 이 자리에서 아까 보내려던 문자를 보내고 가도록 하지."
최사장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의 팔목을 붙잡았다.
"그...그러지 마세요...제발."
"소연씨, 난 분명 기회를 줬잖아. 노팬티가 그렇게 어려운 주문이었나? 원피스도 꽤나 긴 기장으로 입었으면서. 안그래? 언젠 하란대로 하겠다며? 날 가지고 놀려고 한건 소연씨야."
"그, 그런거 아니에요 정말......한번만 봐주세요."
떨리는 내 눈동자와 목소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죽어버린 내 말투에 최사장은 더욱 고압적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날 기만한건 괘씸해서 그냥 넘어갈 순 없겠는데. 원피스 다시 올려봐."
"...그, 그게 무슨 소리..."
"그 안에 팬티를 두겹 입었는지 세겹입었는지 내가 어떻게 알어요??! 얼른 원피스 들춰보라고, 확인해보게."
곰곰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임이 분명한데...최사장의 몰아치는 기세에 나는 마치 정말 내가 죄인이고 거짓말쟁인것 처럼 느껴졌다.
당장 원피스를 들어서 정말로 아무것도 입지 않았음을 그에게 확인받아야 할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혀버렸던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나 스스로 원피스를 허리까지 들어올려 아무것도 입지 않은 발가벗은 아랫도리를 최사장을 향해 드러내버리고 만것이다.
최사장의 눈빛이 이글거리면서 내 하체 중심부를 쏘아보았다.
그곳이 타들어가는것만 같았다.
"이...이제 그만 내려도 되죠...?"
내가 원피스 끝자락을 쥔 두 손을 놓기도 전에 갑자기 최사장이 손을 뻗어 내 그곳의 갈라진 틈 위로 난 무성한 수풀에 닿으려했다. 나도 모르게 순간 내 은밀한 곳의 근육이 바짝 쪼여들었다.
"그..그만 보내주세요...지훈씨가 기다려요..."
내 입에서 지훈씨 이름이 나오자 최사장의 입꼬리 한 쪽이 올라갔다.
"아 맞다...지훈이가 기다리겠구나."
그의 손이 닿을락 말락 언저리에서 서성이다가......다시 서서히 멀어졌다.
최사장은 내 수풀에 대려다 만 손을 완전히 거두고 바로 화장실을 나가려는 듯 싶더니 다시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팬티 이리 내놔."
팬티는 또 왜 달라고 하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아니 그보다도 왜 갑자기 나에게 반말을 하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손에 쥐고 있던 팬티를 그에게 내밀었다. 내 몸에 손대지 않고 이대로 나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일이었다.
낚아채듯 팬티를 가져간 최사장은 자신의 코에 가까이 가져다 대더니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흐으음~~~하아......"
그리고는 팬티를 돌돌 뭉쳐 자신의 주머니에 쑤셔넣고 그대로 화장실을 나가버렸다.
빼앗긴 내 팬티에 잠시 원통해하였지만
결국 나도 그가 나간 문을 다시 열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앉아있던 테이블에는 지훈씨와 최사장 말고도 다른 여자가 한명 더 앉아있었다.
그녀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심플해서 오히려 더 격이 느껴지는,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차림을 하고 있었다. 나이는 지훈씨보다 많아보였지만 최사장보다는 한참 젊어보이는 것으로 보아 한 30대 초중반쯤 되었을라나? 날카로우면서도 묘한 색기가 풍기는 눈을 반짝이며 지훈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를 발견한 지훈씨는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하면서 여자를 소개했다. 나는 원피스치마가 엉덩이 살갗에 다는 느낌에 괜시리 얼굴을 붉히면서 걸어갔다.
"인사드려요 소연씨, 선배님하고 같이 오신분인데 주차하시느라고 지금 막 들어오셨어요."
"아...네, 안녕하세요?"
"어머...그쪽이 류팀장 와이프?......"
"하하하...희령씨도 참, 아직 저희 결혼 안했어요."
"아 맞다, 올해 가을에 결혼한댔지......뭐, 지훈씨가 반할만 하네~~ 호호호..."
날 처음 보면서 "그쪽"이라고 표현한 그 여자의 이름은 희령인가보았다.
그녀는 지훈씨와 이미 잘 알고지내는 사이인듯 했는데......내게 입으로는 좋은 말을 해주는듯 하면서도 말투는 은근 아랫사람을 대하는 태도였다. 물론 내가 나이가 더 어리기에 문제삼기 애매했지만 초면에 확실히 실례가 될 법한 말투였다. 게다가 나를 훑어보는 눈빛은 거만하면서도 호기심이 어려 있었는데, 이윽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지훈씨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딱히 꼬집어 말할 순 없었지만 기분이 묘했다.
그러나 그보다 신경쓰였던 건 내 노팬티 차림이었다.
설상가상으로 4인용 테이블에 희령이란 여자가 지훈의 옆자리를 먼저 차지하고 앉아버려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최사장의 옆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런데 두 분이 어떻게 같이 양평엘 오신겁니까?"
지훈씨는 희령이란 여자와 최사장을 번갈아보았다.
최사장이 껄껄 웃었다.
"어떻게긴 이사람아~~ 이게 다 누구 덕분인데, 자네가 소개시켜줬기 때문이 아닌가?"
"그럼 그새 벌써 이리 가까워지신 겁니까? 이야~~~"
"호호호 지훈씨가 참 사람 보는 눈이 있다니까~~그때 모임에서 만났던 다른 사람들하고도 다음 달에 벌써 골프 같이 치기로 예약 다해놨어요."
"이거원, 모임을 만들기가 무섭게들 친해지시니, 다행이라해야할지. 아무튼 이리 가깝게 지내시는걸 보니까 저도 기분이 참 좋습니다."
“다 지훈이 자네의 뛰어난 능력 덕분이지 안그래 희령씨?.”
“그럼요, 호호호”
대화내용을 들어보니 그들은 지훈씨가 주선한 VVIP 회원들의 비공개 모임에서 만난 모양이었다.
전에도 지훈씨의 회사동료로부터 언뜻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는 담당부서에서 그런 쪽으로 상당히 능력을 인정받는 것 같았다. 그는 VVIP회원들의 커리어는 물론 사적인 취향이나 취미를 분석해서 서로 코드가 맞을 것 같은 회원들을 따로 구분해 적극적으로 모임을 주선하는 등, 소위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주었다. 이렇게 VVIP 끼리의 인맥을 이어주고 이를 베타적으로 유지시켜 물관리하는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여 결국은 최상류층 고객들이 가장 가입하고 싶어하는 신용카드로 브랜드입지를 다져놓으면서...그 자신 또한 입사 6개월 만에 바로 대리를 달더니, 1년 차에 과장으로 승진하여 벌써 부장직을 바라보는 위치에 오르게된 것이다.
이는 대기업 계열의 회사에서 오너 자제를 제외하면 전례 없는 초고속 승진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지훈씨의 아버지가 모기업 임원이라 입김이 작용한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돌았다고 했다. 하지만 지훈은 그 쪽 분야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독보적인 능력을 지녔다고 볼 수 있었다. 그는 업무 외적으로도 종종 VVIP 회원들을 따로 만나 어울리면서 가까이 지냈는데, 어떨 때는 그들이 지훈씨의 업무상 전략적으로 가까이하는 관계인지 아니면 정말 사적으로도 친분이 두터운 것인지 구분이 안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니 설령 업무적인 목적인 것이라 해도, 그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의 대화에 나는 순간 소외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말로만 듣던 지훈씨의 유능함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어, 그와 곧 결혼을 앞두고 있음이 날 설레이게 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런 지훈씨가 늘상 만나고 대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내가 평소에 어울릴 기회조차 없는 말 그대로 ‘노는 물이 다른’ 사람들인 것만 같아, 이런 것이 바로 위화감이란건가 싶기도 했다.
사실 나도 남부러울것 없이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란데다가 유학도 다녀온 터라 그동안 딱히 "신분의 격차"에서 오는 열등감 같은 것은 느껴보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그들의 대화는 어딘지 모르게 생소했고 날 위축되게 만드는 듯 했다.
그렇게 골똘히 혼자 생각에 잠겨있던 내 정신를 깨운 것은 최사장의 손이었다.
갑자기 자신의 손을 테이블 아래로 내리더니 은근슬쩍 내 무릎위에 얹은 것이었다.
아무리 테이블이 커서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코앞에 정혼자인 지훈씨를 마주보고 앉아있는 상황에서 최사장의 행동은 대담한 것을 넘어 안하무인 격이라 할 수 있었다. 나는 재빨리 그의 손을 무릎위에서 떨쳐내려 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날 은근히 위축되게 만든 분위기 속에 최사장이란 존재 역시 포함되어있음을 깨달으면서, 내안에 남아있던 배짱이랄까, 전의같은 것이 급속도로 약해져갔다는 것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그도 나름 사회적 명망이 있는 위치에 있을 터인데 아무렴야 스스로 스캔들에 휩싸이려할까 싶다가도, 마음만 먹으면 나 같은 것 하나쯤 잘못되게 하는 건 일도 아니지 않을까 생각하니, 더욱 겁이 나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나에게 대담하게 수작을 걸어오는 최사장의 행동에 나는 별달리 수를 쓰지 못하고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무사히 넘겨야나, 하는 고민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결국 ‘내가 몸을 일으키면 그도 손을 치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하는 매우 소극적인 저항 이상의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였다.
하여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최사장도 하는 수 없이 손을 치우긴 치웠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더 암담한 결과를 불러들이고 말았으니, 잠깐 일어났다가 다시 앉으려고 엉덩이를 뗀 찰나의 순간에 최사장이 의자 밑으로 손을 집어넣은 것이다. 내 엉덩이는 어쩔 수 없이 최사장의 손바닥을 깔고 앉은 모양새가 되버렸다.
팬티를 입고 있지 않은 상태였기에 얇디얇은 원피스 천 한 장 밑으로 그의 뜨거운 손바닥의 촉감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기 위해 허리를 꼿꼿히 하고 자세를 바로 하려했다. 그러나 최사장은 얄궂게도 그의 두꺼운 가운뎃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치마를 사이에 두고 내 엉덩이사이를 문질러댔다.
"으흠......"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나려는 것을 간신히 입안으로 삼켰다.
내가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어떻게든 들키지 않도록 입을 꾹 다물고 움직이지 않는 게 전부였다.
그런 줄도 모르고 지훈은 희령과 대화를 계속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희령이 갑자기
"근데 아까 운전하면서 보니까 차가 좀 이상한 것 같아."
하였다.
"희령씨 차가요? 왜요?"
"그게 사실은 지난주에 사고나서 정비소 맡겼다 나온건데 오면서 브레이크가 좀 말을 안 듣는것 같더라고. 어쩐지 좀 불안했어. 그렇지 않아요 진석씨?"
"그러게 내 차 타고 오자그래도...굳이 왜 싫다 그랬어."
최사장은 능청스럽게 대화에 끼면서, 내 엉덩이가 갈라진 곳을 손가락으로 꾸욱꾸욱 애무하듯 눌러댔다.
"괜찮을 줄 알았죠. 잠깐 몰 때는 멀쩡한 거 같았는데...고속도로를 달리니까 불안하더라고요."
"괜히 타고 가다가 잘못해서 사고나면 큰일인데."
“그냥 사람 부르고, 일단 택시 탈까.”
그렇게 저들끼리 얘기하더니, 지훈에게 언제 서울로 올라가냐며 자기들을 택시 지나다니는 곳까지 좀 태워다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갑작스런 희령의 부탁에 지훈은 "그래도 되긴 하는데..."하면서 내 쪽을 쳐다보는데, 그 상황에서 다짜고짜 싫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거이거, 소연씨한테 미안해서 어쩌나, 데이트 방해하려고 만나자고 한건 아니었는데."
최사장은 그러면서 은근슬쩍 내 엉덩이 사이를 누르던 손가락에 더욱 힘을 주는 것이었다. 나는 얼른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생각에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아니에요, 당연히 태워다드려야죠...뭘 망설여요 지훈씨, 이분들 안전이 걸린 문젠데."
"가만...그런데 이 근방에서는 택시 잡기 어려우실텐데.."
"그...그럼 그냥 서울까지 태워다 드려요, 어차피 우리도 가는길인데요 뭘."
나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훈씨가 따라 일어서면서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꺼내자 그제야 최사장도 일어섰다. 차도 얻어타는데 계산은 자기가 하겠다며...지훈을 앞질러 계산대로 향했다.
드디어 최사장의 변태스러운 추행에서 조금은 해방이 되었구나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까페 밖으로 나와 지훈의 차가 주차된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차 앞까지 다다르자, 이 희령이란 여자는 남의 속도 모르고 자긴 뒷좌석이 불편해서 그러는데 자기가 조수석에 앉아도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최사장 옆에 앉아서 가기는 죽기보다 싫었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차가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희령이 자기 차에 놓아둔 간식거리가 생각났는지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하곤 무슨 봉지를 들고 돌아왔다.
"여기 오는 길에 산 떡인데~~올라가는 길에 같이 먹자구요, 호호~~"
그러면서 봉지에 든 떡 상자를 꺼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콘솔박스 위에다 올려두었다.
"이제 출발할게요.~"
지훈이 차에 시동을 걸더니 곧 차가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나는 운전석 바로 뒤에 앉아있었고 최사장은 조수석 뒤에 앉아이었다. 나는 가능한 한 최사장과 떨어져있기 위해 창문 쪽에 몸을 기대고 바로 자는척 모드에 돌입했다.
달리는 차 안에서 네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최사장도 딱히 별다른 움직임이 없이 자신이 앉은 쪽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는듯했다. 부디 그런 상태가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이어지기만을 바라며 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침묵의 순간도 잠시, 지훈과 희령은 어느새 도란도란 저들끼리만의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주로 지훈이 주선했다던 그 회원모임에 나왔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몇 분 떠드는 듯 싶더니 희령이 떡을 먹자며 떡상자의 밀봉을 뜯기 시작했다.
최사장은, 희령이 떡상자를 뜯는걸 도와주면서 지훈에게 말했다.
"그런데 지훈이 자네는, 소연씨의 어디가 그렇게 좋은가? 한번 말해보아."
나는 그가 또다시 무슨 짓을 꾸미려는건가 싶어서 긴장하였다.
"하하하~ 그냥 다 좋은데요. 말하는 것도, 마음씨도, 외모도, 전부다요,"
최사장의 눈이 빛났다.
"그래? 소연씨가 애교는 좀 있는 편인가?"
"애교요? 하하하,..갑자기 물어보시니까, 글쎄요...우리 소연씨가 솔직히 애교가 많은 편은 아니긴 한데......"
"그래도 곧 결혼할 사이인데 애교가 좀 있어야 하지 않아?"
최사장은 그러더니 나를 향해
"소연씨, 미래의 신랑이 운전을 하고 있으면은 말이야~소연씨가 알아서 간식을 입에 넣어주기도 하고 그래야되요. 그런 애교가 있어야 지훈이도 더 힘내서 운전하지, 안 그런가?"
하였다.
최사장의 말에, 희령도 자기가 지훈씨 같은 남자랑 사귀면 벌써 떡을 10개는 먹여주고도 남았을 거라는 둥의 말로 부추겨댔다.
하지만 운전석에 있는 지훈에게 떡을 먹이기 위해서는 좌석에서 또 엉덩이를 떼어야 했다. 최사장이 의도한 상황임을 바로 눈치챘기에, 나는 몹시 난감하였지만 나를 제외한 모두가 심지어 지훈씨마저도 내가 떡을 먹이기를 기다리는 듯한 분위기에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가 없었다.
앞자리에 앉아 운전하는 사람의 입에 떡을 넣어주는 게 그렇게 아득히 오래걸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떡을 지훈씨의 입에 넣어주느라 어정쩡한 자세로 엉덩이가 들려있는 사이, 최사장의 손이 기다렸다는 듯 내 뒤를 향해 덮쳐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설상가상으로 아예 치맛속을 들추고 그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 것이었다.
"하읍...!"
나는 맨 엉덩이를 주물럭대는 최사장의 손을 어떻게든 치워보기위해 일부러 좌석에 엉덩이를 최대한 비비며 앉았지만 되려 그것이 나에게 더 큰 자극이 되어 돌아왔을 뿐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지훈씨는 내가 준 떡을 맛있게 먹으며 운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떡을 다 먹더니
"우와, 이 떡 되게 맛있네요? 소연씨가 먹여줘서 더 맛있는것 같아요!"
하면서 싱글벙글 했다.
나는 최사장의 뜨거운 손바닥을 맨 엉덩이에 고스란히 느끼면서 참담한 심정 속에 피어오르는 이상야릇한 자극 감을 꾸역꾸역 견디며
"그, 그래요? 호호호...진작 해줄걸 그랬나봐요."
하고 간신히 대답했다.
최사장은 신나서 한 술 더떠서
"거봐요 소연씨~~~지훈이가 좋아하는 것 좀 보라니까. 하나만 주면 섭하지~~이왕이면 하나더 먹여줘요."
하면서 능글맞게 나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콘솔박스 위의 떡을 하나 더 집어서 지훈씨에게 먹여주기 위해 다시 엉덩이를 들었다.
그런데, 최사장이 이번에는 아예 가운뎃손가락을 세워서 엉덩이 사이로 쓰윽 밀어넣는 것이었다!
이미 맨엉덩이를 만지고 있던 그의 손가락은 아무것도 거칠 것 없이 그대로 내 다리 사이, 은밀한 속살을 비집고들어왔다.
"흐응..!"
이번에는 나도 어찌할 도리 없이 새어나온 신음소리였다. 나는 내가 내어놓고도 깜짝 놀라, 혹시나 앞자리의 사람들이 듣지는 않았을까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둘은 자기들끼리 대화하느라 못 들은 듯 했다.
나는 덜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최사장의 손가락이 내몸 가운데...보지속살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상태에서 지훈의 입 속에 떡을 넣어주어야만 했다. 수치심에...두 다리가 부르르 떨려왔다.
차마 그대로 앉지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최사장의 팔뚝을 잡고 밀어내려했으나 허사였다. 나는 결국 몸의 무게중심을 잃고 강하게 좌석에 주저앉게 되었고, 그 압력은 되려 최사장의 손가락이 내 그곳을 더 깊숙하게 파고드는데 일조하였다.
최사장은 차량 가운데에 놓인 떡을 먹기 위해 그러는 척 하면서 내 쪽으로 더욱 다가와 앉았다.
"그럼 나도 하나 먹어볼까?"
최사장은 아무일 없다는 듯 오른 쪽 손으로는 떡을 집어먹으면서...왼손바닥과 손가락로는 원피스 속에 감추어진 내 중요부위들을 구석구석 희롱해댔다.
그런데......나는 그토록 기막힌 상황에서 행여 앞쪽의 사람들에게 보일까 안절부절하면서도, 내 치맛속 안에서 나올줄 모르는 그의 손놀림에 자꾸 몸의 감각이 자극되는 것이었다. 어쩔도리 없이 예민해져가는 세포들의 움직임을 애써 억누르기 위해 두 무릎을 비비 꼬았지만 나는 내 다리 사이가 애액으로 젖어가는 것을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그런 액체를 뿜어내는 내 몸이 미웠지만, 내 의지하고는 다르게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온 액체는 그 곳을 파고든 최사장의 손가락도 적시고 있었다.
한참 떡을 집어먹던 최사장은 갑자기 또 이제야 생각났다는듯
"근데 소연씨는 왜 안 먹어요?"
하는데 나는 당연히 무어라고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내가 아무말도 없자, 운전하는 내내 희령과 두런두런 얘기를 주고받던 지훈씨가 갑자기 "소연씨 어디 아파요?" 하길래, 나는 또 간신히 입을 열어 괜찮다고 하는게 전부였다.
한참을 보지속살을 헤집으며 나를 괴롭히던 최사장의 손이 별안간 원피스를 스치고 엉덩이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제 그만 두려나 하는데, 최사장은 나의 액이 잔뜩 묻은 가운뎃손가락과 엄지손가락으로 떡을 집더니 내 입가로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능글능글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 하나라도 먹어봐요, 소연씨. 이거 얼마나 맛있다구요~~"
나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어 떡을 받아먹었다. 그리고 최사장은 떡고물이 내 끈적끈적한 애액에 범벅이 되어 덕지덕지 달라붙은 제 손가락을 입에 넣고 쪽쪽 빨면서 나를 음흉한 눈빛으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지훈씨가 모는 차가 서울에 진입하기 전까지, 그렇게 나는 뒷좌석에서 속절없이 최사장의 집요한 희롱을 받아내야만 했다.
마침내 최사장과 희령을 내려주고 나자 나는 몸에 힘이 쭈욱 풀려버렸다.
지훈은 데이트가 그들때문에 재미없게 되버렸다며 미안해하면서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우리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나는 최사장에 대한 찝찝한 느낌이 새삼 몰려왔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기분 나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모텔에서 날 협박할 때까지도 이런 인간 쯤은 동수나 내가 적당히 해결할 수 있을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왠지 내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담동 레스토랑에서 VVIP회원이라며 지훈씨가 최사장을 정중하게 소개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오늘 희령이란 여자와 셋이서 나누던 대화들, 그리고 양평까지 ?아와서 끈질기게 이어진 괴롭힘까지 더하니, 두려움이 더해져갔다.
까페에서의 수작 역시, 최사장이 작정하고 날 희롱하기 위해 두룸머리에 따라온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 수 가 없었다. 또 갑자기 차를 태워달라고 하는 상황도 뭔가 이상했다. 그러나 설마 제 3자인데다 여자인 희령과 작당하면서까지 그럴 리는 없단 생각에 또 긴가 민가 아리송해졌다.
"지훈씨, 최사장...아니 최선배님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에요?"
"네??"
"......지훈씨네 회사의 VVIP카드는 0.01%......그러니까 최상류층들만 쓸 수 있는거잖아요."
"그렇죠......그게 왜요?"
최진석이란 인간이 아무리 사장이라지만......동수가 일하는 회사는 건물도 허름하고 딱히 잘나가는 기업 같아 보이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그 분은......대체 어떤 일을 하시는가 해서요."
"음...최선배님은 철강 관련 기업을 운영하고 있어요, SDX라는...“
“SDX?....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던거 같은데......”
“회사가 세간에 잘 알려진 기업은 아니지만 업계에선 상당히 입지가 있는 편이에요. 연간 수익도 왠만한 중견기업 버금갈걸요."
"그, 그래요..?"
하긴......어쩌면 동수가 일하는 곳은 그저 좀 규모가 작은 지사일 뿐인지도 몰랐다.
“근데 지훈씨는 최선배님하고 원래부터 알던 사이였어요? 아님 업무 차 알게 된거예요?"
"최선배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지낸 사이에요. 내가 VVIP카드 처음 맡을 때부터 가입대상 후보로 점찍어뒀었죠. 내 초청에 흔쾌히 응해준 게 참 고마운 일이죠."
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입을 다물었다. 차라리 안지 얼마 안 되었더라면 좋았을 텐데...오래 알고 지낸 사이란 말에 내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더군다나 고마운 사람이라니......최사장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지만 그 이상 물어보는 것은 어째 꼬치꼬치 캐묻는 것 같이 보일 것 같았다. 나는 내일 있을 상견례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집으로 돌아와서 씻고 잠을 청하려는데, 최사장하고의 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갈수록 그의 정체와 속셈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져갔다. 어떻게 해서 그는 동수와의 밀회 장면을 몰래 찍을 수 있었을까? 나에게 대체 바라는게 뭘까.
만약 그가 정말 내 약점을 쥐고 내 몸을, 섹스를 요구한다면 난......거절할 수 있을까? 거절하면 지훈과의 결혼은 포기해야할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요구에 응하면 나는 지훈씨에 대한 미안함에...과연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 속에서, 나는 최악의 경우 지훈과의 결혼을 포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아무리 지훈씨를 사랑한들, 최사장 같은 인간에게 몸을 바쳐가면서까지는 아니었다.
그건 내 자존심의 문제였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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