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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1:50 773회 0건
난생 처음 느껴보는 자극이었다. 남자친구와의 섹스에서는 느껴 볼 수 없었던 자극이었다. 부드러운 키스, 그리고 목덜미와 가슴을 빨아주는 정도의 애무. 그 다음은 곧바로 이어지는 삽입. 불만까지는 아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지금까지 사귀었던 모든 남자들이 그랬다. 다른 연인들처럼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지난 후 잠자리를 갖게 되면 마치 정말 그래도 되냐는 듯한 얼굴로 지우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한 남자들뿐이었다.

그랬던 지우에게 있어서 지석과의 만남은 충격이었다. 커뮤니티에 산재되어 있는 많은 성적인 자료들, 그리고 지석과 나누었던 대화들을 통해서 지우의 마음도 조금씩 자신의 본능에 솔직해지기 시작했고, 또 어느 정도는 각오를 했었지만 설마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

스스로 능동적인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모든 일들을 본인의 선택과 결정을 통해 진행시키는 것을 선호하던 지우가 본능이 시키는 대로 남자에게 기대고, 또 그 남자의 지시와 결정에 따라 몸과 마음을 이렇게까지 열어버린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남자친구의 자지를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했던 그녀가 다른 남자의 발가락까지 물고 빨게 될 줄은 정말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할 일이었다. 더구나 남자친구와 통화를 하는 도중에 다른 남자의 손길을 통해 이렇게까지 강한 절정을 맛볼 줄이야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었다.

완전한 무장해제였다. 여전히 개 목걸이를 찬 알몸으로 늘어져 있듯이 누워 있는 지우는 손가락도 까딱할 수 없었다. 눈은 완전히 풀려져 있었고, 벌려진 작은 입술 사이로는 거친 숨소리만이 빠져 나오고 있었다. 봉긋하게 솟아 오른 가슴라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갈수록 팽팽한 그녀의 하복부는 땀으로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팔 다리에 모든 힘이 빠져나가 있는 것만 같았다.

숨을 고르면서 환하게 밝혀져 있는 천정의 조명을 멍하니 바라보던 지우의 눈에 조금씩 초점이 돌아오기 시작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지석의 모습이었다. 알몸에 개 목걸이를 찬 채 늘어져 있는 지우와는 달리 지석은 여전히 모든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 지석이 지우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확실히 감도는 나쁜 편이 아니야.. 그 동안의 과제들이 좀 도움이 되었었나?”

“……”


처음 지석과 이야기를 하고 난 이후에 종종 온라인으로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어느 날이었다. 에스엠에 관한 이야기들보다는 세상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이야기 하는 지석의 뚜렷한 주관에 지우는 조금씩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지우는 자신이 점점 더 작아지는 것만 같았고, 자신이 작아진다는 것을 느끼는 것만큼 지석은 점점 더 그 존재감을 키워만 가고 있었다.

자기 소개가 끝나면 바로 자신이 생각하는 서브의 자세나 그 동안 몇 명의 주인을 모셔봤냐, 좋아하는 플레이가 무엇이냐는 식의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지석은 그런 쪽으로는 일절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야기 도중 에스엠에 관한 이야기는 지우가 먼저 꺼냈고, 그럴 때면 언제나처럼 명쾌하게 자신의 생각을 들려줄 뿐이었던 것이다.

지우가 그런 지석에게 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한지 2주만의 일이었다.

‘그래서 어떤 관계를 원하는 거죠?’

예상대로 지석은 질문을 던져왔었다. 하지만 막연한 느낌만을 가지고 있을 뿐인 지우로써는 역시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이야기였다.

‘아직 2주밖에 지나지 않은데다 확신을 갖지도 못하는 거 같은데… 아닌가요?’

‘……네…’

‘그럼 우선 몇 가지 확인을 해보도록 하죠’

지석이 지우에게 제시한 것은 100문항이 넘는 질문지였다. 지우가 누구이며,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성적인 관심 정도는 어떠하며, 현재의 성생활에 만족하고 있는지, 그리고 좋아하는 것들과 싫어하는 것들과 같은 디테일한 자기 분석에 대한 질문지였다. 자기 소개를 포함한 자신에 대한 세세한 설명, 그리고 스스로의 생각에 대한 에스엠적인 고찰을 통해 지우는 운명 같은 현실을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에 대한 확인을 거쳐 지우에게 확신을 심어준 지석이 다음으로 원한 것은 지우의 껍질을 깨는 것이었다. 도도하고 콧대 높은 성격, 완벽에 가까운 외모, 그리고 디자이너로써의 능력, 풍족한 환경 들이 만들어준 지우만의 성벽을 허물고, 보다 본능에 더 충실한 여자로써의 자각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지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석의 생각에서였다.

의도되었던 것이든, 의도되지 않았던 것이든 지석과의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지우는 지석의 연륜과 인성, 그리고 그의 능력에 비해 자기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45년간 쌓아 올린 그의 내공, 그것도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남자로써 갖추고 있는 지석의 내면은 이제 기껏해야 사회생활을 한지 5년 남짓한 지우의 그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압도하고 있었기에 지우는 지석과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점점 더 그에게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그에 대한 끌림이 깊어지게 되자 지우는 지석의 지시에 따라 속옷을 벗어두고 회사에 출근하기 시작했고, 사람들 눈을 피해 회사 회의실에서 옷을 모두 벗었다가 다시 입어보기도 했다. 그녀의 자리에 앉아 스커트를 허벅지까지 걷어 올리기도 했고, 회사 화장실에서 숨죽여 자위를 하기도 했다. 주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음란한 자신의 본성을 깨우고, 자신에게 수치감을 주는 존재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을 통해 지우는 본능의 눈을 떠 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직 지석을 주인님이라고 부르지는 못했지만 지석에게 기대어 안정을 찾고자 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덧 지우는 지석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 안에서 지금까지의 자신을 내려놓고, 지금까지 애써 외면해 오던 자신의 실체를 마주 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본능적인 실체를 받아들이게 된 후 그녀의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매력적이긴 했으나 어딘가 차갑게 보이던 그녀의 인상에 요염함까지 더해졌고, 청순함이 돋보이던 그녀의 분위기는 이제 섹시함마저 풍기게 되었다. 매력적인 외모 탓에 종종 남자들의 시선을 잡아 끌던 그녀의 외모가 어딘가 모를 퇴폐적이고 음란한 분위기 마저 갖추게 되자 그저 아름다운 꽃을 바라보는 것 같던 남자들의 시선에 탐욕스러움이 섞여 들기 시작했다.

그 동안 남자들의 시선이 느껴져도 가볍게 무시하며 본체만체 하던 지우도 본능에 몸을 맡기고부터는 적극적으로 남자들의 시선을 즐기기 시작했다.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 더 풀어 자신의 가슴께로 남자들의 시선을 모으는가 하면, 회의 중 테이블 밑에서 미니 스커트를 입은 다리를 슬쩍 벌리기도 했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서가에 꽂힌 책들을 살펴보는 등 유혹이나 다를 바 없는 몸짓을 종종 연출해 내곤 했었다. 그리고 자신이 그런 몸짓을 할 때마다 느껴지는 남자들의 시선에 알 수 없는 짜릿함을 느꼈으며, 어느새 젖어버린 자신의 보지를 화장실에서 확인하고 하는 일도 종종 생기곤 했던 것이다.

조금씩 그렇게 지우는 자신이 음란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가고 있었고, 또 그것을 즐길 줄 알게 되어가고 있었다. 에스엠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라는 지석의 말처럼 지우는 본능이 시키는 대로 자신을 표현했으며, 그 본능의 표현이 주는 짜릿함을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신을 애무하듯 훑어내리는 남자들의 시선 속에서 생활하고, 당당하게 드러내놓고 자신을 압도해줄 수 없는 남자친구를 비롯한 주위의 남자들에게 환멸을 느끼면서 지석에게 조금씩 그 마음을 열어가고 있었다.

퇴근 후 집에서 매일 2시간 정도 지석과 이야기를 나누던 지우가 만남을 결심하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두 가지 얼굴로 일상을 보내오던 평소의 자신의 얼굴이 아닌 새롭게 개발되고 만들어지는 자신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지석이라면 틀림없이 자신의 얼굴을 거울처럼 눈 앞에서 보여줄 것만 같은 생각에서였다.

그 결과가 지금 자신의 모습이었다. 속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그를 만나러 나와 지시대로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속옷을 검사를 받고, 오늘 처음 본 남자의 발가락을 빨다가 개 목걸이를 목에 건 채 엉덩이를 맞았으며, 침대에 사지가 묶여 몇 번이고 절정을 오르내리던 끝에 결국 남자친구의 전화를 받으면서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자극을 느껴버린 지우의 모습…


“하아.. 하아..”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지우는 머리 속에서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요 몇 달 사이의 일들을 되짚어 보면서 조용히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지석을 그렇게 올려다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눈을 들여다 보던 지석은 마치 지금 지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한동안 말 없이 지우의 얼굴을 내려다 보던 지석이 손을 들어 지우의 뺨을 쓰다듬었다. 땀에 젖어 달라 붙어 있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주면서 지석은 지우의 턱을 잡고 살며시 치켜 들었다.

“……!”

지석의 입술이 지우의 입술을 덮었다. 아직도 채 숨을 고르지 못해 거친 숨을 내쉬고 있던 지우의 숨이 멎었다. 지석의 혀가 지우의 입술을 열고 들어와 지우의 혀를 찾기 시작했다. 지우는 뜨거운 그 무엇인가가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을 느끼면서 자신의 입안에서 꿈틀거리는 지석의 혀에 가만히 자신의 혀를 가져다 대었다. 마치 점령군처럼 그녀의 입안으로 당당히 진군해 들어온 지석의 혀가 지우의 가녀린 혀와 얽혀 들기 시작했다.

“으으응… 으응… 으읍..”

지우의 혀를 옭아맨 지석의 혀가 그녀의 입 안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지우는 목마른 아이처럼 지석이 흘려내어 주는 타액을 빨아들이며 두 팔을 들어 지석의 목에 감았다. 까칠한 지석의 와이셔츠의 감촉이 맨 가슴에 느껴지자 지우는 자신만 벌거벗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부끄러워졌다. 그 부끄러움을 감추기라도 하려는 듯 지우는 지석의 품으로 파고 들었고, 지석은 그런 지우의 벗은 어깨를 가만히 안아주며 키스를 이어가고 있었다.

길게 타액의 끈을 만들며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졌다.

“하아… 하아…”

떨리는 눈동자로 숨을 몰아 쉬며 지석을 올려다 보던 지우가 그의 강렬한 눈빛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내려 깔았다. 지금 그의 키스의 의미를 생각해보던 지우의 눈가에 이슬 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자신의 무장을 해제시켜준 남자, 그리고 냉정하지만 명쾌한 논리로 자신을 혼란에서 건져내어 주고, 또 지금까지 그 누구도 전해주지 못했던 강렬한 쾌감을 그녀에게 전해준 남자, 도도하고 콧대가 높기만 했던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들어 버리며 태산 같은 듬직함으로 그녀를 감싸 안아준 남자..

거기까지 생각한 지우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입을 열어 지석을 불렀다.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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