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내가 동수가 준 핸드폰을 받아들었을 때의 마음이 순전한 자기합리화였다는 점이다.
그 뒤로 동수와의 연락이 끊기지 않고 지속된것은 물론 동수가 계속 내게 먼저 연락했기 때문이지만
동수도 내가 그의 연락을 내심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날 모텔에서 나를 다시 안은 뒤 더욱 그런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그로부터 두어번 만남을 더 갖은 뒤로 우리는 일주일에서 이주일에 한번 정도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동수가 학원 앞으로 오는 것은 내가 막았기 때문에 내가 대신 그의 회사 앞으로 찾아가곤 했다.
하루는, 평소처럼 회사건물 근처 커피빈에 앉아서 동수가 퇴근하길 기다리고 있는데 입구쪽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았더니, 동수 혼자가 아니었다.
동수와 함께 내가 있는 테이블로 다가오는 남자는 동수보다 최소 열 살 이상은 나이가 많아보였고 깔끔한 양복차림이었다.
"인사해, 우리 회사 사장님이셔. 사장님 이쪽은 말씀드렸던 제 여자친구 윤소연입니다."
"아......안녕하세요??"
"네~~ 얘기 많이 들었어요, 전 최진석이라고 합니다. 이야 미인이시네요.
동수가 번번히 소개팅 해준다는걸 거절하더니만 이정도 근사한 애인이 있으면 거절할만 하네~~"
내가 동수에게 의문의 눈빛을 보내자 그가 멋적어하면서 말했다.
"사장님께서 저녁 사주신대. 약속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럼 너도 같이 사주신다네.."
그런 것은 미리 말해줬어야지 하고 한소리 하고 싶었지만 옆에 사장님이 계신대서 대놓고 뭐라 할수가 없어
할 수 없이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잘됐네요. 예쁜 아가씨도 동석하시고 하니 오늘 한우 쏴야겠네. 한우 좋지요 소연씨?"
"아~~ 네 그럼요."
대답과는 달리 내 표정이 불편해보이는 것을 동수가 알아채고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왔다.
- 먼저 얘기 못해서 미안. 퇴근하고 나오려는데 갑자기 사장님이 부르시는 바람에. 화났어?-
- 그냥 사장님이랑 저녁같이 하고 날 나중에 만나든가 하지 그랬어-
- 너 회사 앞에까지 와서 기다리고 있는거 다 아는데 어떻게 그래...많이 불편해?-
- 불편한것보다도, 너 나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했어? 여자친구라니?-
- 그게...자꾸 다른 여자 소개시켜준다길래 나도 모르게 여자친구만난다고 해버렸어.-
- 우리 몰래 만나는거잖아...여자친구라고 다른사람한테 소개해버리면 어떡해...-
- 어차피 우리 회사사장님이 우리사이에 대해 달리 누구한테 얘길 하겠어??
그냥 눈 딱감고 한번만 여자친구인척 해주라 응?
- 이미 너 맘대로 소개시켜놓고 이제와서 무슨 부탁을 해-
우리가 문자로 티격태격 하는 동안 동수네 회사 사장이라는 남자가 나를 어쩐히 빤히 쳐다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시선을 사장에게로 돌렸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가 헛기침을 했다.
"동수가 회사를 위해 요즘 열심히 수고해줘서 격려차원에서
모처럼 저녁 좀 사주려고 했는데 말이에요. 매일 저녁마다 바이어하고 미팅있고 접대하고 하느라 바빠서
제가 좀처럼 시간을 내기가 힘들거든요."
"아아~~동수가 그래도 제법 일을 잘하나 보네요."
"동수가 거래처 여사장 마음을 어찌나 잘 휘어잡는지...그런 협상능력은 배운다고 되는게 아닌데.
그나저나 소연씨 동수하고는 어떻게 만났어요?"
"사장님, 소연이하고는 원래 고등학교 동창이었어요."
"아~~ 동창??
동수의 말에 응답하며 나를 계속 바라보는 최사장의 눈빛이 어쩐지 예사롭지 않았다.
밥을 먹는내내 나는 그의 눈빛이 지나치게 끈적거린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딱히 꼬집어말할 만한 별다른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최사장은 식사가 끝나자 마자 바로 또다른 약속이 있다며 가버리고 비로소 동수와 둘만 남게 되었고 우리는 곧장 모텔로 향했다.
동수는 얘기치 않게 사장과 함께 불편한 밥을 먹게 한것이 미안했는지 내 온몸을 평소보다 더욱 정성스럽게 혀로 맛사지해주었다.
"아아..동수야아.."
"기다려...아직 멀었어"
"아아..제발...흐응"
벌어진 내 두 다리 사이에 동수가 얼굴을 박고 이미 애액으로 촉촉한 조갯살을 한참이나 괴롭혔다.
그의 혀는 마치 날 약올리듯이 내 가장 은밀하고 예민한 부분을 살살 간질이였다.
"으으..동수야..제발...아아..넣어줘.."
여느때처럼 그는 내가 쾌락에 못이겨 애원하도록 만들었고 두툼한 육봉으로 내 속살 안을 비집고 들어와
힘차게 피스톤질을 이어갔다.
******
다시 만난 동수는 확실히 과거 내 남자친구였던 때와 많이 달라져있었다.
만남이 거듭될수록 옛정에 더해 새로워진 동수의 모습, 더욱 남자다워지고 책임감 있고 성실해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몰래 일탈을 즐긴다고 생각했지만 동수와 나의 사이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깊어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이미 지훈씨가 있었고 나는 지훈씨와 헤어질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지훈은 어디에 내놓아도 모두가 부러워할만큼 잘난 남자였고 학벌, 외모, 성격, 집안 어느 것을 따져도 동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우월한 일등 신랑감이었다.
게다가 그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 말과 행동의 세세한 것까지 기억하고 챙겨줄 정도로 관심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도 내 생활을 구속하지 않았으며 내가 하는 말이라면 조금도 의심하거나 따지고 들지 않았다.
나는 동수와의 관계를 그만 슬슬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달에 한두번은 그를 만났다. 지훈씨와 결혼을 전제로 만나면서도 동수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는 것이 분명 잘못된 일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지훈씨 집안과 혼담이 오가고, 어느덧 양가의 상견례 날짜까지 잡게 되었다.
그리고 상견례가 있기 며칠 전, 동수와의 관계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내가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문제가 불거져버렸다.
******
그 날은 금요일이었다.
지훈씨와 청담동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이따 소연씨 학원일 끝날 시간 맞춰서 데리러 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오늘 만날 선배 중 한 명하고 회사일로 미리 만나서 할 얘기가 있어요.”
“그럼 퇴근하고 내가 약속장소로 갈께요.”
이날 약속은 지훈씨의 대학 선배이자 카드사의 VIP 고객이기도 한, 지훈씨의 중요한 지인들을 소개받기로 한 자리였기에 나는 학원 일을 마치자마자 평소보다도 정숙하면서도 세련되어보이는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화장도 더욱 꼼꼼히 정성껏 고쳤다.
“지훈씨...나 지금 도착했어요.”
“내 이름으로 자리 예약되어 있어요. 룸으로 안내받을 겁니다.”
약속 장소는 매우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바였으며 지훈씨의 지인 몇몇은 이미 도착해있었다.
살짝 긴장한 채로 낯선 얼굴들을 둘러보다가 나는 그만 놀라서 얼어붙고 말았다.
당연히 내가 몰라야 할 사람들 사이에......내가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 있었다.
나는 순식간에 그 얼굴을 기억해냈다.
그는 다른 사람도 아닌, 하필이면 동수가 다니는 회사 사장, 최진석이었다.
최진석. 나를 바라보던 그 불편한 눈빛을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놀라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동안 지훈씨는 나를 앞으로 세우고는 한 사람 한사람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제 와이프 될 사람입니다.......이쪽은 이준용 선배, 그리고 이쪽은 최진석 선배. 최진석 선배는 우리회사 VVIP 고객이에요.”
최사장은 옆자리에 앉아있던 지훈씨와 얘기를 나누다가 고개를 돌려 나에게로 시선을 던졌는데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보였다.
“...안녕하세요?”
나는 떨림을 애써 감추며 최대한 상냥하고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다행히 그는 그 자리에서 분위기를 깨는 발언은 하지 않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인사를 건네었다.
인사가 끝나고 무사히 자리에 앉아, 나는 최대한 최사장과 얼굴이 마주치지 않는 각도로 얼굴을 돌렸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지훈씨와는 어떻게 만났는지 등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나는 최사장을 곁눈질로 힐끔 보았는데 그는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사실 그와 딱 한번 그것도 몇 개월 전에 밥을 한번 같이 먹었을 뿐, 그 이후로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혹시 최사장은 날 못 알아보는 건지도 모르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혹시 날 알아봤다고 해도 그때 동수가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고 해명해주면 금방 오해가 풀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얼른 동수에게 먼저 전화를 해야겠다 싶어 나는 화장실에 간다고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스토랑 밖으로 나가자마자 통화버튼을 눌렀고 동수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소연이??”
“응 나야.”
“왠일이야 너가 먼저 전화를 다하고, 그것도 네 핸드폰으로..”
“동수야, 내가 지금 사정이 있어서 얼른 전화하고 다시 들어가봐야돼. 나 지금 지훈씨 만나는데 너네 회사 사장님 말이야. 지훈씨가 아는 사람이야. 그것도 아주 가까운 사이야.”
“뭐라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러니까 너가 내일이라도 회사 가서 거짓말이었다고 해.”
“......”
“알겠지? 너가 그때 여자친구라고 소개만 안했어도 별 문제 없었을 일이잖아.”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이제와서 갑자기 거짓말이라고 해...”
“동수야. 내가 지금 얼마나 곤란한 상황인지 모르겠어? 나 곧 있으면 지훈씨랑 결혼해.”
나는 거의 애원하다시피 했다.
“......”
“동수야...??”
“너...그 자식...아니 그 사람이랑 정말 결혼할꺼야?”
“응...”
“그 사람 사랑해?”
“......응”
전화기 너머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애가 타들어갔다.
그도 분명 갑작스런 내 결혼소식에 기분이 많이 상했을 테지만 나는 그의 감정을 배려할 겨를이 없었다.
“......알겠어.”
한참 만에 그가 낮아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동수야 고마워......그리고 미안...”
“아니야. 그 사람이랑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어. 잘 지내라.”
“동수야...”
“우리 이제 그럼 못 보겠네?”
“그냥 가끔...아주 가끔 정말 친구로 보자...너만 괜찮다면.”
“...그래 알겠다.”
동수와의 통화 끝에 한결 마음이 놓여서 다시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려는데 최사장이 서있었다. 그가 웃으면서 나한테 다가왔다.
“뭘 그렇게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요? 하하~”
내가 아무 대답도 없이 그를 바라보자 어깨를 으쓱하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 이미 알던 사이잖아요. 그쵸?
“네??”
“아까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하하~~지훈이가 갑자기 결혼한대서 대체 어떤 여자를 데려오나 싶었는데~~그게 소연씨라니~~”
“사장님, 그게 저, 오해에요...그건.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아-, 동수하고는 친구사이라고요? 좀 전에 통화내용 다 들었어요.”
“네??, 아니 저 그게. 근데 그게 정말 사실이에요.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못 믿으시겠으면 내일 동수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하하...소연씨...... DD모텔엔 그럼 누구랑 같이 갔어요?”
“네...???”
DD모텔은 동수와 내가 만날 때마다 애용하던 모텔이었다.
그러고보니 그 모텔은 동수 회사 근처에 있었다. 어차피 그의 회사 앞에서 만났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근처에 있는 모텔을 이용했던 것인데.
“모...모텔이라뇨. 자...잘못 보셨겠죠,,”
“끝까지 발뺌하려 하네. 윤소연씨. 잘 들어요. 지훈이랑 무사히 결혼하고 싶으면 내일 7시까지 DD모텔 앞으로 와요. 어딘지는 알죠? 한 달에 두 번씩. 동수랑. 응?”
“......!!!”
최사장은 끈적이는 눈빛으로 날 아래위로 훑더니 그렇게 자기 할 말만 하고는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나는 눈 앞이 캄캄하여 최사장이라는 자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지훈씨에게 당장 바른대로 말해서 결혼을 파토낼 생각은 없는듯했지만, 분명 다른 계략이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도대체 어떻게 동수랑 내가 그 모텔에 간걸 최사장이 알고 있는걸까? 그것도 정기적으로 간 사실까지 알고 있는거라면, 동수가 그동안 이미 다 말해버렸던건가 설마? 동수가 그럴 리 없는데...’
일단 자리로 돌아갔지만 자리가 너무 불편하고 가시방석 같아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알수 없었다.
“소연씨, 속이 안 좋아요? 왜 이렇게 못 먹고 있어요.”
지훈씨는 음식에 거의 손도 못 대는 나를 보며 걱정스레 쳐다보았고, 나는 내내 최사장 눈치만 보면서 아무 말도 못하고 그렇게 앉아만 있었다.
다음날, 최 사장이 시키는 대로 DD모텔로 찾아갔다.
DD모텔 306호.
문 앞에서 심호흡을 하고 노크를 했다.
문이 열리면서 최사장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나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방안으로 들어갔다.
최사장은 턱으로 침대 옆에 있는 테이블 의자에 앉으라고 가리키면서 리모콘으로 벽걸이모니터를 켰다.
“저...어째서 이리로 오라고...”
“하하하. 있어봐요. 곧 재미있는걸 보여줄테니.”
곧이어 모니터 채널이 조정되면서 영상이 뜨기 시작했다.
흐릿한 영상이 점차 선명해지면서, 익숙한 방 안을 비추었다.
뭐지? 이건 이 모텔 방이잖아....
내가 어떤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방 안에 두 남녀가 나타났는데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이....이건....!!!”
“어때요?...재미있죠?”
“어..어떻게 이럴수가...이건, 이건...”
영상에 나온 두 사람은 다름 아닌......동수와 나였다.
그 뒤로 동수와의 연락이 끊기지 않고 지속된것은 물론 동수가 계속 내게 먼저 연락했기 때문이지만
동수도 내가 그의 연락을 내심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날 모텔에서 나를 다시 안은 뒤 더욱 그런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그로부터 두어번 만남을 더 갖은 뒤로 우리는 일주일에서 이주일에 한번 정도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동수가 학원 앞으로 오는 것은 내가 막았기 때문에 내가 대신 그의 회사 앞으로 찾아가곤 했다.
하루는, 평소처럼 회사건물 근처 커피빈에 앉아서 동수가 퇴근하길 기다리고 있는데 입구쪽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았더니, 동수 혼자가 아니었다.
동수와 함께 내가 있는 테이블로 다가오는 남자는 동수보다 최소 열 살 이상은 나이가 많아보였고 깔끔한 양복차림이었다.
"인사해, 우리 회사 사장님이셔. 사장님 이쪽은 말씀드렸던 제 여자친구 윤소연입니다."
"아......안녕하세요??"
"네~~ 얘기 많이 들었어요, 전 최진석이라고 합니다. 이야 미인이시네요.
동수가 번번히 소개팅 해준다는걸 거절하더니만 이정도 근사한 애인이 있으면 거절할만 하네~~"
내가 동수에게 의문의 눈빛을 보내자 그가 멋적어하면서 말했다.
"사장님께서 저녁 사주신대. 약속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럼 너도 같이 사주신다네.."
그런 것은 미리 말해줬어야지 하고 한소리 하고 싶었지만 옆에 사장님이 계신대서 대놓고 뭐라 할수가 없어
할 수 없이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잘됐네요. 예쁜 아가씨도 동석하시고 하니 오늘 한우 쏴야겠네. 한우 좋지요 소연씨?"
"아~~ 네 그럼요."
대답과는 달리 내 표정이 불편해보이는 것을 동수가 알아채고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왔다.
- 먼저 얘기 못해서 미안. 퇴근하고 나오려는데 갑자기 사장님이 부르시는 바람에. 화났어?-
- 그냥 사장님이랑 저녁같이 하고 날 나중에 만나든가 하지 그랬어-
- 너 회사 앞에까지 와서 기다리고 있는거 다 아는데 어떻게 그래...많이 불편해?-
- 불편한것보다도, 너 나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했어? 여자친구라니?-
- 그게...자꾸 다른 여자 소개시켜준다길래 나도 모르게 여자친구만난다고 해버렸어.-
- 우리 몰래 만나는거잖아...여자친구라고 다른사람한테 소개해버리면 어떡해...-
- 어차피 우리 회사사장님이 우리사이에 대해 달리 누구한테 얘길 하겠어??
그냥 눈 딱감고 한번만 여자친구인척 해주라 응?
- 이미 너 맘대로 소개시켜놓고 이제와서 무슨 부탁을 해-
우리가 문자로 티격태격 하는 동안 동수네 회사 사장이라는 남자가 나를 어쩐히 빤히 쳐다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시선을 사장에게로 돌렸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가 헛기침을 했다.
"동수가 회사를 위해 요즘 열심히 수고해줘서 격려차원에서
모처럼 저녁 좀 사주려고 했는데 말이에요. 매일 저녁마다 바이어하고 미팅있고 접대하고 하느라 바빠서
제가 좀처럼 시간을 내기가 힘들거든요."
"아아~~동수가 그래도 제법 일을 잘하나 보네요."
"동수가 거래처 여사장 마음을 어찌나 잘 휘어잡는지...그런 협상능력은 배운다고 되는게 아닌데.
그나저나 소연씨 동수하고는 어떻게 만났어요?"
"사장님, 소연이하고는 원래 고등학교 동창이었어요."
"아~~ 동창??
동수의 말에 응답하며 나를 계속 바라보는 최사장의 눈빛이 어쩐지 예사롭지 않았다.
밥을 먹는내내 나는 그의 눈빛이 지나치게 끈적거린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딱히 꼬집어말할 만한 별다른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최사장은 식사가 끝나자 마자 바로 또다른 약속이 있다며 가버리고 비로소 동수와 둘만 남게 되었고 우리는 곧장 모텔로 향했다.
동수는 얘기치 않게 사장과 함께 불편한 밥을 먹게 한것이 미안했는지 내 온몸을 평소보다 더욱 정성스럽게 혀로 맛사지해주었다.
"아아..동수야아.."
"기다려...아직 멀었어"
"아아..제발...흐응"
벌어진 내 두 다리 사이에 동수가 얼굴을 박고 이미 애액으로 촉촉한 조갯살을 한참이나 괴롭혔다.
그의 혀는 마치 날 약올리듯이 내 가장 은밀하고 예민한 부분을 살살 간질이였다.
"으으..동수야..제발...아아..넣어줘.."
여느때처럼 그는 내가 쾌락에 못이겨 애원하도록 만들었고 두툼한 육봉으로 내 속살 안을 비집고 들어와
힘차게 피스톤질을 이어갔다.
******
다시 만난 동수는 확실히 과거 내 남자친구였던 때와 많이 달라져있었다.
만남이 거듭될수록 옛정에 더해 새로워진 동수의 모습, 더욱 남자다워지고 책임감 있고 성실해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몰래 일탈을 즐긴다고 생각했지만 동수와 나의 사이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깊어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이미 지훈씨가 있었고 나는 지훈씨와 헤어질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지훈은 어디에 내놓아도 모두가 부러워할만큼 잘난 남자였고 학벌, 외모, 성격, 집안 어느 것을 따져도 동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우월한 일등 신랑감이었다.
게다가 그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 말과 행동의 세세한 것까지 기억하고 챙겨줄 정도로 관심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도 내 생활을 구속하지 않았으며 내가 하는 말이라면 조금도 의심하거나 따지고 들지 않았다.
나는 동수와의 관계를 그만 슬슬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달에 한두번은 그를 만났다. 지훈씨와 결혼을 전제로 만나면서도 동수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는 것이 분명 잘못된 일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지훈씨 집안과 혼담이 오가고, 어느덧 양가의 상견례 날짜까지 잡게 되었다.
그리고 상견례가 있기 며칠 전, 동수와의 관계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내가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문제가 불거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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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금요일이었다.
지훈씨와 청담동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이따 소연씨 학원일 끝날 시간 맞춰서 데리러 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오늘 만날 선배 중 한 명하고 회사일로 미리 만나서 할 얘기가 있어요.”
“그럼 퇴근하고 내가 약속장소로 갈께요.”
이날 약속은 지훈씨의 대학 선배이자 카드사의 VIP 고객이기도 한, 지훈씨의 중요한 지인들을 소개받기로 한 자리였기에 나는 학원 일을 마치자마자 평소보다도 정숙하면서도 세련되어보이는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화장도 더욱 꼼꼼히 정성껏 고쳤다.
“지훈씨...나 지금 도착했어요.”
“내 이름으로 자리 예약되어 있어요. 룸으로 안내받을 겁니다.”
약속 장소는 매우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바였으며 지훈씨의 지인 몇몇은 이미 도착해있었다.
살짝 긴장한 채로 낯선 얼굴들을 둘러보다가 나는 그만 놀라서 얼어붙고 말았다.
당연히 내가 몰라야 할 사람들 사이에......내가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 있었다.
나는 순식간에 그 얼굴을 기억해냈다.
그는 다른 사람도 아닌, 하필이면 동수가 다니는 회사 사장, 최진석이었다.
최진석. 나를 바라보던 그 불편한 눈빛을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놀라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동안 지훈씨는 나를 앞으로 세우고는 한 사람 한사람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제 와이프 될 사람입니다.......이쪽은 이준용 선배, 그리고 이쪽은 최진석 선배. 최진석 선배는 우리회사 VVIP 고객이에요.”
최사장은 옆자리에 앉아있던 지훈씨와 얘기를 나누다가 고개를 돌려 나에게로 시선을 던졌는데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보였다.
“...안녕하세요?”
나는 떨림을 애써 감추며 최대한 상냥하고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다행히 그는 그 자리에서 분위기를 깨는 발언은 하지 않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인사를 건네었다.
인사가 끝나고 무사히 자리에 앉아, 나는 최대한 최사장과 얼굴이 마주치지 않는 각도로 얼굴을 돌렸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지훈씨와는 어떻게 만났는지 등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나는 최사장을 곁눈질로 힐끔 보았는데 그는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사실 그와 딱 한번 그것도 몇 개월 전에 밥을 한번 같이 먹었을 뿐, 그 이후로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혹시 최사장은 날 못 알아보는 건지도 모르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혹시 날 알아봤다고 해도 그때 동수가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고 해명해주면 금방 오해가 풀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얼른 동수에게 먼저 전화를 해야겠다 싶어 나는 화장실에 간다고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스토랑 밖으로 나가자마자 통화버튼을 눌렀고 동수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소연이??”
“응 나야.”
“왠일이야 너가 먼저 전화를 다하고, 그것도 네 핸드폰으로..”
“동수야, 내가 지금 사정이 있어서 얼른 전화하고 다시 들어가봐야돼. 나 지금 지훈씨 만나는데 너네 회사 사장님 말이야. 지훈씨가 아는 사람이야. 그것도 아주 가까운 사이야.”
“뭐라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러니까 너가 내일이라도 회사 가서 거짓말이었다고 해.”
“......”
“알겠지? 너가 그때 여자친구라고 소개만 안했어도 별 문제 없었을 일이잖아.”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이제와서 갑자기 거짓말이라고 해...”
“동수야. 내가 지금 얼마나 곤란한 상황인지 모르겠어? 나 곧 있으면 지훈씨랑 결혼해.”
나는 거의 애원하다시피 했다.
“......”
“동수야...??”
“너...그 자식...아니 그 사람이랑 정말 결혼할꺼야?”
“응...”
“그 사람 사랑해?”
“......응”
전화기 너머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애가 타들어갔다.
그도 분명 갑작스런 내 결혼소식에 기분이 많이 상했을 테지만 나는 그의 감정을 배려할 겨를이 없었다.
“......알겠어.”
한참 만에 그가 낮아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동수야 고마워......그리고 미안...”
“아니야. 그 사람이랑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어. 잘 지내라.”
“동수야...”
“우리 이제 그럼 못 보겠네?”
“그냥 가끔...아주 가끔 정말 친구로 보자...너만 괜찮다면.”
“...그래 알겠다.”
동수와의 통화 끝에 한결 마음이 놓여서 다시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려는데 최사장이 서있었다. 그가 웃으면서 나한테 다가왔다.
“뭘 그렇게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요? 하하~”
내가 아무 대답도 없이 그를 바라보자 어깨를 으쓱하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 이미 알던 사이잖아요. 그쵸?
“네??”
“아까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하하~~지훈이가 갑자기 결혼한대서 대체 어떤 여자를 데려오나 싶었는데~~그게 소연씨라니~~”
“사장님, 그게 저, 오해에요...그건.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아-, 동수하고는 친구사이라고요? 좀 전에 통화내용 다 들었어요.”
“네??, 아니 저 그게. 근데 그게 정말 사실이에요.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못 믿으시겠으면 내일 동수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하하...소연씨...... DD모텔엔 그럼 누구랑 같이 갔어요?”
“네...???”
DD모텔은 동수와 내가 만날 때마다 애용하던 모텔이었다.
그러고보니 그 모텔은 동수 회사 근처에 있었다. 어차피 그의 회사 앞에서 만났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근처에 있는 모텔을 이용했던 것인데.
“모...모텔이라뇨. 자...잘못 보셨겠죠,,”
“끝까지 발뺌하려 하네. 윤소연씨. 잘 들어요. 지훈이랑 무사히 결혼하고 싶으면 내일 7시까지 DD모텔 앞으로 와요. 어딘지는 알죠? 한 달에 두 번씩. 동수랑. 응?”
“......!!!”
최사장은 끈적이는 눈빛으로 날 아래위로 훑더니 그렇게 자기 할 말만 하고는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나는 눈 앞이 캄캄하여 최사장이라는 자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지훈씨에게 당장 바른대로 말해서 결혼을 파토낼 생각은 없는듯했지만, 분명 다른 계략이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도대체 어떻게 동수랑 내가 그 모텔에 간걸 최사장이 알고 있는걸까? 그것도 정기적으로 간 사실까지 알고 있는거라면, 동수가 그동안 이미 다 말해버렸던건가 설마? 동수가 그럴 리 없는데...’
일단 자리로 돌아갔지만 자리가 너무 불편하고 가시방석 같아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알수 없었다.
“소연씨, 속이 안 좋아요? 왜 이렇게 못 먹고 있어요.”
지훈씨는 음식에 거의 손도 못 대는 나를 보며 걱정스레 쳐다보았고, 나는 내내 최사장 눈치만 보면서 아무 말도 못하고 그렇게 앉아만 있었다.
다음날, 최 사장이 시키는 대로 DD모텔로 찾아갔다.
DD모텔 306호.
문 앞에서 심호흡을 하고 노크를 했다.
문이 열리면서 최사장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나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방안으로 들어갔다.
최사장은 턱으로 침대 옆에 있는 테이블 의자에 앉으라고 가리키면서 리모콘으로 벽걸이모니터를 켰다.
“저...어째서 이리로 오라고...”
“하하하. 있어봐요. 곧 재미있는걸 보여줄테니.”
곧이어 모니터 채널이 조정되면서 영상이 뜨기 시작했다.
흐릿한 영상이 점차 선명해지면서, 익숙한 방 안을 비추었다.
뭐지? 이건 이 모텔 방이잖아....
내가 어떤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방 안에 두 남녀가 나타났는데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이....이건....!!!”
“어때요?...재미있죠?”
“어..어떻게 이럴수가...이건, 이건...”
영상에 나온 두 사람은 다름 아닌......동수와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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