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수에게 못 볼꼴을 보이고 만 것에 대해 나는 한동안 절망감에 빠져있었다. 그러다 아무래도 동수에게 그날은 실수였다고 변명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이제 아무사이도 아니라고는 하나, 불필요한 오해를 남기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그날 동수의 눈빛을 떠올리면, 과연 동수가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기는 할지, 아니 만나는 줄지, 어쩐지 자신이 서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을 망설이고 있는데 웬걸, 동수로부터 먼저 연락이 왔다. 자기한테 변명할거 있지 않냐면서, 들어줄테니 자기가 일하는 OO공장으로 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동수가 무척이나 고마워, 퇴근 후 늦은 저녁 그가 말한 주소를 찾아갔다. 공장건물이라고는 하나 인적이 전혀 없이 텅텅 비어있는 것이 조금 이상했지만, 곧 동수를 볼 수 있겠지 싶어서 알려준 사무실 호수를 찾아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곧 문이 열리고 동수가 들어왔다.
“......동수야......”
동수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무 말도 없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거칠게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동수야......?”
나는 동수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완강히 반항하는 나를 힘으로 누르고 옷을 벗기려는 통에 블라우스의 단추가 우두둑 뜯어져나갔다.
“왜...왜 그래 동수야...!”
“너, 강제로 당하는거 좋아하잖아.”“뭐??”
“너 협박당하고 있었다며......그날도 협박당했었다고......그 말 하려고 여기 온거잖아.”
“사, 사실이야 그건......!”
“그래, 사실이겠지. 네가 뭐하러 나한테 일부러 그런 거짓말을 하겠어.”
“근데 왜 이래......”
“너 그날 완전히 흥분해있었잖아.”
“......!!!”
“다 봤어. 다 느꼈어. 네가 좋아하고 있다는 거.”
“무, 무슨 소리야...!”
동수의 말에 나는 몹시 당황하였지만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나도 내가 흥분이 겨워 엉덩이를 흔들고 있었던 것이 기억나는데...그걸 동수가 보았던 것이 기억나는데...그래도 지금 동수가 하는 말, 부정해야하는데...
동수는 내가 살짝 혼란해진 틈을 타 아예 내 두 손을 두꺼운 청테이프로 칭칭 감아 묶어버렸다. 그리고 반쯤 뜯어진 블라우스를 더욱 힘주어 잡아당겨 벗기며, 자조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흥분해서 미쳐있는 니 모습, 처음 봤다. 그렇게 오래 사귀었는데도, 날 사랑한다고 했으면서도, 류지훈이란 놈이랑 기어이 결혼하겠다는 너...... 붙잡지도 못하고 끙끙대고 있었던 내가 참 바보같이 느껴졌다......내가 왜 그랬을까?? 그냥 이렇게 강제로 가지면 되는 것을......”
동수의 눈빛은 욕정인지 증오인지 모르게 붉어져있었다.
나는 동수에게 정신차리라고 했지만 동수는 반항하는 내 몸짓에도 아랑곳않고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벗겨 속옷 바람으로 나를 남겨놓았다.
그리고 바로 한 손으로는 브래지어를 들추고 젖꼭지를 비틀고 다른 손으로는 팬티 속 가랑이 사이를 문질렀다. 그러면서 “앞으로 종종 이렇게 만나자 우리.” 하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나 굴욕감을 느끼고 자존심이 상하여,
“미친놈......어쩜 이렇게 날 막 대할 수 있니......너 같은 놈 두 번 다시 안 만나~~~!!!”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때마침 동수의 핸드폰이 울렸는데 동수가 받더니 “네......이미 와있어요. 들어오세요.” 하는 것이었다.
나는 놀라서 ‘들어오라니 누굴 지금 여기 들어오라고 하는거야?’ 하고 물었는데,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열렸다. 그리고 웬 낯선 남자 한 명이 들어왔다.
그는 묶여있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먹이를 앞에 둔 늑대처럼 눈을 번뜩였다.
동수가 품에서 CD를 한 장 꺼내 그에게 건냈다.
그것은 지난번 술집에서 최사장으로부터 받은 CD임에 분명했다.
낯선 남자는 CD를 받아서 사무실 컴퓨터로 내용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맞아...큭큭...히야...이거 대박인디?”
“뭐...뭐라는거야....동수야, 너 뭐야?? 저 사람은 누구야...??!”
“큭큭......내가 누군지 궁금혀? 한동수 이 놈이 나한테 진 빚이 얼만 줄은 알어? 응? 불쌍한 놈...얼마 전에 회사까지 짤린 모양인디....네 년이 좀 도와서 갚아야하지 않것어? 큭큭큭......요거요거, 영상도 보고 실물도 보니껜, 느무 꼴려서 안뒤갓네~~~저 토실토실한 젖탱이좀 보래이~~~“
나는 생전 첨보는 남자가 날 향해 지껄이는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동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예전의 동수가 아니었다.
동수의 눈빛은 갈 때까지 가보자는, 이성을 잃은 눈빛이었다.
“동수 너, 너 진짜 미쳤어......??
“어차피 강제로 당하는 거 좋아하잖아 너......”
“흑......어떻게......어떻게 동수 네가......흑흑......그래도 한때 사랑했었는데......”
“사랑......그래......한때 사랑했던 그 정으로 내 빚 좀 갚아주라. 그 정돈 해줄 수 있잖아?.....나 많이 힘들다...큭큭....이 분이 널 후하게 쳐준다잖아...”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것만 같았다.
동수를 만나러 온 것을 후회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니 애초에 최사장과의 그런 모습을 보인 후 동수에게 변명이든 뭐든 하고 싶었던 내가 바보였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이건 아니었다.
동수가, 다른 사람도 아닌 동수가 날 이렇게 취급하다니!
그러나 동수는 내 눈물을 보면서도 더욱 비웃듯이 사채업자를 향해 말했다.
“이 년은 협박하면 더 흥분하는 년이에요. 입으론 욕하면서도...아랫 구멍으론 질질 싸더라고요.”
“흐흐흐, 그래??? 그 말이 사실인지...어디한번 테스트해볼까...”
“그럼......이걸로 우리끼리 계산은 끝내는 거죠?”
“으흐흐...니 빚은 걱정하지말그래이...이년이 차차 갚아주겠지 지 몸으로 큭크큭.”
“동수야 제발.......흑흑...날 놓아줘...이건 정말 아니잖아......이러지 말아요...오해에요...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절 보내주세요...”
나는 동수에게 울부짖다가 다시 사채업자란 남자를 향해 애원했지만 아무도 내 말 따윈, 내 눈물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어느새 눈물로 범벅이 된 내게 사채업자가 가까이 다가왔다. 브래지어고 팬티고 제대로 입고 있는 것이 없이 거의 나체 상태나 다름없이 묶여있었기에 이대로 있다간 정말로 처음 보는 남자한테 창녀보다도 못하게 범해지게 될 판이었다.
내가 악을 쓰며 비명을 지르자 동수는 내 입에도 청테이프를 붙여버렸다.
사채업자는 입맛을 다시며 이미 대충 걸쳐져있는 브래지어를 걷어내고 젖가슴을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그런데 그 순간, 사무실 문이 다시 벌컥 열렸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사채업자와 동수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누구야...??!!! 여긴 관계자외 출입금지구역인거 몰라??”
문 쪽을 향해 묶여있던 나는 그들에게 시야가 가려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 바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동수의 반응을 보니 최소한 그가 부른 인물은 아니란 확신이 들었다.
나는 청테이프로 입이 막혀있는 상황에서도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웁웁거리며 도움을 요청하기위해 발버둥 쳤다.
그러나......내 앞의 두 명을 밀치고 가까이 다가온 사람을 보고나자 그만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여기서 뭣들 하시나......? 동수 자네를 불과 며칠 만에 또 보는 군?”
낯익은 능글맞은 목소리......최사장이었다.
“누, 누구야 저사람은? 이봐 동수, 어떻게 된거야?”
그러나 갑작스런 최사장의 등장에 동수도 적잖이 당황한 듯 했다.
동수는 적의에 가득차서 그를 노려보다가, 곧 오히려 잘되었다는 듯이 웃었다.
“뭐하냐니......이러라고 당신이 나한테 저 CD를 준 것 아냐? 큭큭.”
동수가 고갯짓으로 가리키는 화면을 힐끗 본 최사장은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후......그날 본 게 그리도 충격이었나? 언제는 소연이의 수호천사라도 되는 냥 하더니...아무리그래도 이렇게까지 돌변할 줄은 몰랐는데...”
“퇴사기념으로 선물까지 챙겨준 당신이 할 소린 아니지. 여긴 어떻게 알고 왔는진 몰라도 궁금해서 왔으면 당신도 닥치고 구경이라도 하고 가던가.”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왜 하필 최사장이 여기에 나타난 것일까...나를 이지경이 되도록 만든 게 바로 최사장인데...
사채업자는 제 3자의 갑작스런 등장에 일이 잘못되는 줄 알고 엉거주춤 물러났다가, 그가 바로 CD를 제공한 인물임을 알고 안심하였는지 다시금 입맛을 다시며 내게 달라붙었다.
동수와 최사장이 지켜보는 앞에서, 나의 젖가슴이 다시금 사채업자의 손에 마구 짓뭉개졌다.....
우악스럽고 거친 손놀림은 젓가슴에서 배로, 배에서 옆구리를 타고 엉덩이로 옮겨갔다.
내 몸을 고깃덩이를 주무르듯 하던 손이 마침내 가랑이에까지 도달하였다.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났구나 하는 순간, 남 일처럼 보고만 있던 최사장이 갑자기 사채업자의 머리끄댕이를 잡아채서 뒤로 팽개쳐버렸다.
그리고 내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내는 것이었다.
“흑......”
동수는 그런 최사장을 보고 기가 막히다는 듯이 콧웃음을 쳤다.
“하...?!...보고만 있으려니 꼴려서 못 참겠나보지?”
그러나 최사장은 동수의 말은 아예 무시하고는 내게 말했다.
“테이프도 떼 줬는데 뭔가 말을 해야 하지 않나?”
“흑흑......사장님이 여긴 어떻게 알고.....왜 온거에요 대체...”
“저런......난 니가 도와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으으......”
“아, 설마 동수말대로 정말 즐기고 있었던 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거에요 대체!!”
“그저 내가 방해가 된 거면 미안해서 그러지...아무리 봐도 동수가 살짝 맛이 간 것 같아서...소연이 네가 내 도움이 필요할 줄 알고 온 건데 내 착각이었나 보네...그럼 계속 즐기라고. 그만 가도록 하지.”
“아......가, 가지 마요......!!!”
태연하게 날 두고 돌아서려는 최사장을 향해 나는 본능적으로 소리쳤다.
“가지마요...도, 도와주세요...제발...흑흑...가지마요...”
“큭...진작 그렇게 나왔어야지...”
내가 마구 흐느끼는 사이, 최사장은 반쯤 벗겨진 브래지어와 팬티를 바로 입히고 내 두 손목을 결박하고 있는 테이프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꼴사납게 넘어져있던 사채업자가 화가 나 씩씩거리며 달려들자 번개 같은 속도로 주먹을 날렸다.
어찌나 세게 쳤는지, 한 덩치 하는 사채업자가 꼴사납게 꽈당 하고 뒤로 주저앉았다.
엉거주춤 일어나려는 사채업자를 향해 최사장은 또다시 주먹을 휘둘러 아예 일어나지도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그 광경을 보고 동수는 분에 못 이겨 두 눈이 시뻘개져서 최사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 멀리서부터 여러 명의 발자국소리가 들려왔다.
“멈춰!!! 경찰이다...!!!”
“뭐, 뭐야??”
최사장과 엉겨붙어 싸우던 사채업자와 동수는 놀라서 황급히 도망가려했으나 곧 경찰들에게 포위당하였다.
******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다름아닌 최사장이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이미 신고를 해놓은 모양이었다.
사채업자와 동수는 둘 다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나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있었다.
모든 사태가 내 의지와는 다르게 엇나가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동수가 날 완전히 욕보이려 했던 것으로도 모자라, 그런 날 구해준 사람이 하필 최사장이라니...
그러나 최사장은, 나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블라우스 단추가 다 떨어져나간 것을 보고 자신의 웃옷으로 나를 감싸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경찰이 현장을 정리하는 틈을 타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 나야...별일은 없었으니 걱정말아...응 그러지...내가 지금 데리고 갈테니까 곧 경찰서에서 보도록 하지...그래 이만 끊는다.”
최사장이 핸드폰을 끊자마자 나는 불안함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누구랑 통화하신거에요?”
“응? 지훈이.”
“네에????”
“뭘 그렇게 놀라? 경찰서로 온다했으니 곧 만나겠네.”
“도대체 사장님은 무슨 생각으로......어떻게 오늘 같은 일을 지훈씨한테 얘기할 수가 있어요??....아니, 생각해보니 여긴 또 어떻게 알고 찾아왔고...사장님 혹시 나 매일 감시하시는 거에요?”
“이런이런......내가 너를? 나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닌데. 혹시 몰라서 동수한테 사람을 좀 붙였을 뿐이야.”
“그, 그게 다에요? 설마 동수 얘길 지훈씨한테 다 한건 아니죠?”
“동수 얘기 뭐? 니가 동수랑 양다리 걸친 거, 아님 니가 나랑 섹스한걸 동수가 본거?”
“그, 그러니깐...그게....”
“후후, 걱정할 것 없어. 경찰서 가서 그냥 오늘 있었던 일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돼. 동수가 아까 그 영상으로 널 협박하면서 사채업자에게 팔아먹으려 했다는 것 말이야.”
“......”
나는 속으로 그 영상을 찍을 찍은 사람은 원래 사장님이잖아요 하였지만 실제로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지훈씨가 경찰서에 오면 곤란한데...지훈씨한테는 뭐라고 말해요?...분명 의심할거에요. 지금이라도 지훈씨는 오지 말라고 하면......”
“큭...아니아니......당연히 지훈이가 경찰서에 와야지. 곧 너랑 결혼할 사이인데 말이야. 그래서 동수가 감방에 들어가는걸 봐야지. 그래야 너도 동수랑 확실히 정리하고 지훈이하고 무사히 결혼이란 걸 하지.”
“네? 그게 무슨 소리...”
“경찰서 가서 말해. 지금까지 동수하고는 억지로 만난 거라고. 그 영상은 술 취해서 하룻밤 실수한 날 동수가 멋대로 찍은 것이고, 그걸로 협박해서 하는 수 없이 몇 번 만나준거라고 말이야.”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지훈이와 사귀는 동안 넌 동수에게 줄곧 협박을 당했던 거야. 바로 오늘처럼.”
“......”
“크큭...한동수...하여튼 어리석은 놈이야. 미끼를 던져준다고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는데.”
나는 그제서야, 최사장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말았다.
최사장은....결국 내 손으로 동수를 감방에 보내게 하려는 것이었다.
최사장의 지독함에 치가 떨려왔다.
“......내가, 내가 경찰서에서 사장님을 고발할 수도 있단 생각은 안 드세요?”
“하......니가 나를?”
“그 영상을 가지고 날 먼저 협박한건 사장님이잖아요. 동수에게 영상을 준 것도 사장님이고. 내가 경찰서에 가서 모든걸 사실대로 말하면......”
“후......네가 정 그렇게 말하고 싶다면 내가 막을 방법은 없지. 니 말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지훈이 표정만큼은 참 볼만 하겠군.”
“......”
경찰서에 도착하니 이미 동수는 피의자 조서를 쓰고 있었다.
“아 글쎄, 내가 찍은 거 아니라니까??”
“니가 찍지 않음 누가 이딴걸 찍어? 너랑 사귀는 사이였다며? 계속 오리발 내밀래?”
“최사장한테 받았다고. 이 모든 게 최사장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몇 번을 말해??”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던 동수는 나와 최사장을 발견하더니
“윤소연, 마침 잘왔네. 네 입으로 말을 해보라고. 이 씨디를 내가 누구한테서 받았나. 이 영상을 가지고 지금까지 널 협박해온 사람이 누군지 어서 말해!”
하고 윽박을 지르듯 말했다.
담당경찰이 동수의 말이 정말 사실이냐는 듯 나와 최사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나는 꿀꺽 침을 삼켰다.
그러나 내가 뭐라고 말할 것인지는 이미 결심이 서있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뭐?!!!야 윤소연!!”
동수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고함을 질렀다.
“......형사님, 제가 지금 너무 무섭고 정신이 없어서 그러는데요...저 사람 없는데서 따로 조사를 받았으면 하는데요.”
“그러시죠. 이쪽으로 오세요...”
“거짓말하지 마, 윤소연!! 최사장이 널 협박했다고 분명 네 입으로 말했었잖아. 감방을 가더라도 나보다 저 새끼가 먼저 가는 게 맞잖아!!!!모든걸 사실대로 말하라고!!!!”
동수의 고함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형사를 따라 격리된 방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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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한동수씨하고는 아주 오래전에 헤어진 사이이고 지금은 아무 사이도 아니란 말씀이시죠?”
“네.”
“오늘 그 장소에는 어쩌다 갔던 겁니까?”
“동수가 만나자고 했어요. 자기가 회사에서 짤렸다고, 거기가 새로 일하게 된 곳이라고, 그쪽으로 오라고 해서 갔어요.”
“약혼자가 따로 있다고 하셨는데, 왜 굳이 그 먼 곳까지 예전 애인을 만나러 간거죠?”
“동수가 오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만나지 않으면 뭘 어떻게 하겠다고 협박했나요?
“......네...자기가 가지고 있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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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수씨가 문제의 영상을 가지고 있다는건 언제부터 알고 계셨나요?”
“꽤 됐어요......”
“이전에도 그 영상을 가지고 한동수씨한테 협박을 당한 적이 있습니까?”
“......네. 약혼자가 있는 저에게 정기적으로 만남을 요구했어요......저는 싫었지만......영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몇 번 만났어요.”
“신고자인 최진석씨하고는 정확히 어떻게 아는 사이시죠?”
“최사장님은......예전에 동수가 자기회사 사장님이라고 소개해서 처음 알게 되었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제 약혼자하고도 아는 사이 길래 몇 번 인사를 나눴었어요.”
“아까 한동수씨 말로는, 그러니까 그 영상을 찍은 사람은 자기가 아니라고 부인하는데...혹시 다른 짚이는 일은 없으신가요?”
“......없습니다.”
“최진석씨가 따로 협박을 하거나 한 일은 없고요?”
“......네...”
“그러니깐...오늘 일은 최진석씨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다는 말씀이시죠?”
“......”
“윤소연씨?”
“......네. 아무 관계없어요.”
형사는 곧 최사장도 불러다 조사하였으나, 최사장은 최사장대로 자기가 한 일이라고는 친한 후배와 곧 결혼할 여자에게 집착하고 있는 동수를 계속 직원으로 둘 수가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좋게 퇴사처리 시킨 것일 뿐이라고 하였다. 그는 또한 동수의 집착이 지나친 것 같아 지훈에게도 조심하라고 귀띔을 해주었고, 해고한 자신에게도 복수심을 지닌 것 같아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결국 이런 사단이 나고야 말았다며, 몹시 충격을 받았다는 듯이 말하였다.
형사는 일단 나와 최사장의 진술을 바탕으로, 동수가 혼자 몰래 영상을 찍어뒀다가 사채를 갚기 위해 나를 협박하여 저지른 사건으로 파악했다.
동수가 억울하다고 소리를 지르며 모든 것은 최사장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하였지만, 현행범으로 붙잡혀온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말도안돼......애초에 사채를 쓰라고 꼬드긴 것도 최사장이었고, 이딴 영상을 몰래 찍어두라고 부추긴 것도 최사장이었어. 난 분명 거절했었다고!!! 난 진짜로 곱게 헤어져줄 생각이었단 말이다...윤소연 니가 날 그딴 식으로 가지고 놀지만 않았어도...이 영상은 내가 찍은 게 아니야!!”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는 동수의 목소리가 경찰서 전체에 울려퍼졌다.
“윤소연....도와달랄땐 언제고...이제는 아예 저놈 편을 들겠다는 거야??! 대체 왜?! 저놈은 나랑은 달리 돈이 많아서?? 아님 저놈 좆 맛에 그새 길들여진거야?!!”
“이자식이! 조용히 하지 못해?!”
경찰은 이성을 잃고 난동을 피우는 동수를 강제로 끌고 가 구치소에 집어넣었다.
한편 나는 경찰의 안내에 따라 진술을 모두 마친 후 바로 경찰서를 나왔다.
도중에 도착한 지훈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훈은 나를 차에 태워 집에 바래다주는 동안 간신히 감정을 억누르는 듯 했다.
“......한동수라고 했나? 아까 듣기로는 옛날에 사귀었던 사람 같던데......무슨 일인지 사실대로 얘기해줄 수 있어요?”
“......별일 아니에요......”
“별일이 아니라뇨??......최사장님 아니었으면 오늘 소연씨 어떻게 될 뻔 했는지 몰라요? 또 아까 경찰 말로는 그자식이 예전부터 소연씨를......”
“지훈씨, 나 안 그래도 지금 너무 힘들어요. 아까 사장님이 한 말 못 들었어요? 나 좀 그냥 내버려두면 안 돼요?”
지훈은 나를 잠시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도로를 주시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에겐 너무 미안하였지만, 내겐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며칠간 경찰의 수사가 더 이루어졌지만, 동수가 최사장으로부터 CD를 받았던 장소인 북창동 술집의 직원들도 이미 최사장이 매수한 모양이었다. 그들은 동수를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동수가 이전에 썼던 회사컴퓨터에서 문제의 영상파일사본이 비번이 걸려있는 상태로 발견되었다. 결국 사건은 동수가 오래전부터 작정하고 옛 애인인 날 협박해 만남을 이어가다, 더 이상 내가 말을 듣지 않자 자신이 빚을 지고 있던 사채업자에게 팔아넘기려 한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동수는 강간, 특수강간 미수를 비롯해 영상을 무단으로 촬영한 죄, 상습적 협박죄까지 모든 걸 뒤집어쓰고 높은 형량을 구형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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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서 겉으로는 모든 것이 일단락된 듯이 보였다.
그러나 나는 경찰조사과정을 겪으면서, 어렴풋이 짐작만 했던 것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최사장이 동수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게끔 오래전부터 교묘하게 조종해왔다는 사실이었다. 자기회사 직원이었던 동수를 무척 아끼는 척 하면서, 나를 놓칠까 초조해하는 동수에게 사채를 쓰도록 유도하고, 몰래 영상을 찍으라고 부추기고, 그 뒤로도 계속 나와 동수 사이를 이간질하고...그런데도 나는 형사 앞에서 최사장은 아무 죄가 없다고 거짓진술까지 하였으니, 최사장의 교활한 만행을 내가 나서서 덮어버린 셈이었다. 게다가 최사장이 꾸민 일들까지 전부 동수에게 덮어씌우고 만 것이었다.
‘동수는 분명 해선 안 될 짓을 내게 했어. 그리고 그 상황을 무사히 벗어나기 위해선 나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을 한 것뿐이야. 더 이상 마음 쓰지 마자.’
나는 그렇게 착잡한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최사장은 그런 일이 있은 후에도 나를 불러내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전처럼 사무실 소파에 엎드리게 하였고, 나는 길들여진 노예처럼 보지 깊숙이 그의 자지를 받아들였다. 한번 그에게 꿰뚫려 절정을 맛본 구멍은 내 이성과는 달리 단단한 육봉의 방문을 환영했다.
“아흐으응...!!”
그는 한참을 자지를 박아 넣다가 갑자기 멈추고, 나더러 들으라는 듯이 검찰에 전화하여 동수의 구형 사실을 확인했다.
“최소 징역3년은 나올 거라는데? 후후...네가 진술을 아주 일관되게 잘했다더군!”
암캐를 칭찬하는 것처럼 엉덩이를 쓰다듬는 최사장의 손길에, 나는 수치심과 원망이 뒤섞인 감정을 일순 억누르지 못하고 뱉어냈다.
“아흑......정말 너무하신거 아니에요......난 이미 사장님이 하란대로 다 하고 있는데...대체 왜 이렇게까지......!!”
그러나 또 최사장은 그런 내가 우습다는 듯,
“큭. 동수가 보는 앞에서 네 년이 요 보짓물을 질질 싸댔던 것은 전혀 기억이 안나나 본데? 나 혼자서 일을 벌인 것처럼 말하면 좀 곤란하지!”
하면서 이미 젖어있는 음핵을 비벼대어 보짓물을 더욱 왈칵 쏟아내게 하는 것이었다.
“아학...사, 사장님...!!!...아하앙....!!!”
“후우, 가만 생각해보니까 또 괘씸하군 그래. 기껏 구해줬더니 경찰서 가서 날 고발하면 어떡할 거냐고 했었나?”
“아......!! 그, 그건......”
“...하지도 못할 거면서 자존심만 세 가지고...후우...”
최사장은 벌주듯이 더욱 세게 자지를 박아 넣었다.
퍽퍽~ 아하악~~~아학~~퍽퍽~~아흑~~
뒷치기 자세로 소파에 엎드려 최사장의 육봉을 받아내던 나는 그가 인정사정없이 밀어붙이는 통에 상반신이 쇼파에 빈대떡처럼 뭉개졌다.
“아학....사장님, 조금만 살살....”
그러나 최사장은 들은체도 않고 “후우, 어디 오늘 나한테 강간당했다고 고발해봐, 이년아!”하면서 내 머리채를 한 손으로 움켜쥐고 잡아당기며 더욱 깊숙이 육봉을 찔러댔다.
강제로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서, 단단한 자지가 자궁입구까지 파고들어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아악, 자, 잘못했어요 사장님, 제발, 아흥......!!!”
“가증스러운 년......! 윗구멍 아랫구멍 태도가 너처럼 다른 년 찾기도 힘들 거다, 하아.”
“아흐흑 아항.....!!!”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최사장이 파놓은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자신이 점점 없어졌다. 그러면서 지훈과의 관계가 과연 언제까지 지금과 같을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도 함께 들기 시작했다. 최사장에게 암캐 취급을 당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지훈의 얼굴을 보는 것은 견딜 수 없이 힘든 일이었다. 또 지훈과 최사장이 가깝게 지내는 사이인 이상,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안 좋게 얽힐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자의든 타의든 깊은 관계를 가졌던 세 남자 동수, 지훈, 최사장을 차례로 떠올려 보았다. 비록 동수와 최사장에게는 내가 음란하고 천박한 여자로 전락되어버렸을지 몰라도......그래도 내게 마지막 바램이 있다면, 지훈씨에게만큼은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 그대로 남고 싶다는 것이었다.
품위 있고 격조 있는 여자, 윤소연으로.
그가 나중에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결국 지훈과의 결혼을 그만두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었다.
막상 그와 완전히 헤어질 생각을 하니 자꾸만 미련이 남아 밤마다 잠이 오질 않았다.
며칠 밤을 지새운 끝에 결국 결심을 굳히고 그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다.
물론 지훈은 내 말을 바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혼을 고작 두어달 앞두고 갑자기 헤어지자는 법이 어디 있냐며, 나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런 그에게 나는 지금 많이 지쳐있는 상태라서 결혼에 자신이 없다는 말밖에는 달리 할 수가 없었다.
지훈은 지금까지 자신이 사랑해준 데에 대한 보답이 이거냐며, 오늘 내가 한 말은 듣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지훈에게 이별을 선언한 지 며칠 뒤였다.
여느 때처럼 퇴근 후 최사장의 사무실로 불려간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훈씨에게 헤어지자고 했어요.”
“흠......”
내 말에 최사장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
“이제 내 암캐 노릇도 정리하겠다, 뭐 그런 뜻인가?”
“......사장님은 어차피 날 놓아줄 생각이 없잖아요...사장님한테 이런 취급받으면서 아무 일 없다는 듯 지훈씨 계속 만나는 거 더 이상 못하겠어서 그래요.”
그렇게 말하니 최사장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내가 하나 제안을 하지.”
“......?”
“조만간 작은 파티를 하나 열건데 그때 날 만족시킨다면, 널 완전히 놓아주지.”
“그...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직도 니가 뭘 모르는 모양인데, 나 때문에 지훈이와 헤어지기로 했다니? 난 그걸 원한 적이 없어.”
“하지만......”
“네가 정 못 견디겠다니, 내가 큰맘 먹고 빠져주겠단 뜻이야.”
“저, 정말이에요?”
“물론 나도 마지막으로 즐기는 거니 니가 최선을 다해 날 만족시킨다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야. 그 뒤론 너의 일에 어떤 간섭도 안하겠다고 내 약속하지.”
나는 뜻밖의 제안에 굳게 결심했던 마음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훈을 두고 자꾸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지게 되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것을 마지막으로 모든 걸 정리하고 지훈과 순탄하게 결혼할 수만 있다면......
어쩌면, 최사장은 그의 말마따나 애초부터 지훈과의 관계까지 망칠 계획은 없었던 걸지도 몰랐다. 최사장이 지금까지 즐긴 걸로 만족하고 정말 완전히 날 놓아줄 생각이라면......어쩌쩌면 생각했던 것만큼 굳이 모든 걸 포기하지 않아도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이 다시금 솟아났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그렇게 며칠을 망설이고 있는데 웬걸, 동수로부터 먼저 연락이 왔다. 자기한테 변명할거 있지 않냐면서, 들어줄테니 자기가 일하는 OO공장으로 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동수가 무척이나 고마워, 퇴근 후 늦은 저녁 그가 말한 주소를 찾아갔다. 공장건물이라고는 하나 인적이 전혀 없이 텅텅 비어있는 것이 조금 이상했지만, 곧 동수를 볼 수 있겠지 싶어서 알려준 사무실 호수를 찾아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곧 문이 열리고 동수가 들어왔다.
“......동수야......”
동수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무 말도 없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거칠게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동수야......?”
나는 동수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완강히 반항하는 나를 힘으로 누르고 옷을 벗기려는 통에 블라우스의 단추가 우두둑 뜯어져나갔다.
“왜...왜 그래 동수야...!”
“너, 강제로 당하는거 좋아하잖아.”“뭐??”
“너 협박당하고 있었다며......그날도 협박당했었다고......그 말 하려고 여기 온거잖아.”
“사, 사실이야 그건......!”
“그래, 사실이겠지. 네가 뭐하러 나한테 일부러 그런 거짓말을 하겠어.”
“근데 왜 이래......”
“너 그날 완전히 흥분해있었잖아.”
“......!!!”
“다 봤어. 다 느꼈어. 네가 좋아하고 있다는 거.”
“무, 무슨 소리야...!”
동수의 말에 나는 몹시 당황하였지만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나도 내가 흥분이 겨워 엉덩이를 흔들고 있었던 것이 기억나는데...그걸 동수가 보았던 것이 기억나는데...그래도 지금 동수가 하는 말, 부정해야하는데...
동수는 내가 살짝 혼란해진 틈을 타 아예 내 두 손을 두꺼운 청테이프로 칭칭 감아 묶어버렸다. 그리고 반쯤 뜯어진 블라우스를 더욱 힘주어 잡아당겨 벗기며, 자조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흥분해서 미쳐있는 니 모습, 처음 봤다. 그렇게 오래 사귀었는데도, 날 사랑한다고 했으면서도, 류지훈이란 놈이랑 기어이 결혼하겠다는 너...... 붙잡지도 못하고 끙끙대고 있었던 내가 참 바보같이 느껴졌다......내가 왜 그랬을까?? 그냥 이렇게 강제로 가지면 되는 것을......”
동수의 눈빛은 욕정인지 증오인지 모르게 붉어져있었다.
나는 동수에게 정신차리라고 했지만 동수는 반항하는 내 몸짓에도 아랑곳않고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벗겨 속옷 바람으로 나를 남겨놓았다.
그리고 바로 한 손으로는 브래지어를 들추고 젖꼭지를 비틀고 다른 손으로는 팬티 속 가랑이 사이를 문질렀다. 그러면서 “앞으로 종종 이렇게 만나자 우리.” 하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나 굴욕감을 느끼고 자존심이 상하여,
“미친놈......어쩜 이렇게 날 막 대할 수 있니......너 같은 놈 두 번 다시 안 만나~~~!!!”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때마침 동수의 핸드폰이 울렸는데 동수가 받더니 “네......이미 와있어요. 들어오세요.” 하는 것이었다.
나는 놀라서 ‘들어오라니 누굴 지금 여기 들어오라고 하는거야?’ 하고 물었는데,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열렸다. 그리고 웬 낯선 남자 한 명이 들어왔다.
그는 묶여있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먹이를 앞에 둔 늑대처럼 눈을 번뜩였다.
동수가 품에서 CD를 한 장 꺼내 그에게 건냈다.
그것은 지난번 술집에서 최사장으로부터 받은 CD임에 분명했다.
낯선 남자는 CD를 받아서 사무실 컴퓨터로 내용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맞아...큭큭...히야...이거 대박인디?”
“뭐...뭐라는거야....동수야, 너 뭐야?? 저 사람은 누구야...??!”
“큭큭......내가 누군지 궁금혀? 한동수 이 놈이 나한테 진 빚이 얼만 줄은 알어? 응? 불쌍한 놈...얼마 전에 회사까지 짤린 모양인디....네 년이 좀 도와서 갚아야하지 않것어? 큭큭큭......요거요거, 영상도 보고 실물도 보니껜, 느무 꼴려서 안뒤갓네~~~저 토실토실한 젖탱이좀 보래이~~~“
나는 생전 첨보는 남자가 날 향해 지껄이는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동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예전의 동수가 아니었다.
동수의 눈빛은 갈 때까지 가보자는, 이성을 잃은 눈빛이었다.
“동수 너, 너 진짜 미쳤어......??
“어차피 강제로 당하는 거 좋아하잖아 너......”
“흑......어떻게......어떻게 동수 네가......흑흑......그래도 한때 사랑했었는데......”
“사랑......그래......한때 사랑했던 그 정으로 내 빚 좀 갚아주라. 그 정돈 해줄 수 있잖아?.....나 많이 힘들다...큭큭....이 분이 널 후하게 쳐준다잖아...”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것만 같았다.
동수를 만나러 온 것을 후회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니 애초에 최사장과의 그런 모습을 보인 후 동수에게 변명이든 뭐든 하고 싶었던 내가 바보였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이건 아니었다.
동수가, 다른 사람도 아닌 동수가 날 이렇게 취급하다니!
그러나 동수는 내 눈물을 보면서도 더욱 비웃듯이 사채업자를 향해 말했다.
“이 년은 협박하면 더 흥분하는 년이에요. 입으론 욕하면서도...아랫 구멍으론 질질 싸더라고요.”
“흐흐흐, 그래??? 그 말이 사실인지...어디한번 테스트해볼까...”
“그럼......이걸로 우리끼리 계산은 끝내는 거죠?”
“으흐흐...니 빚은 걱정하지말그래이...이년이 차차 갚아주겠지 지 몸으로 큭크큭.”
“동수야 제발.......흑흑...날 놓아줘...이건 정말 아니잖아......이러지 말아요...오해에요...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절 보내주세요...”
나는 동수에게 울부짖다가 다시 사채업자란 남자를 향해 애원했지만 아무도 내 말 따윈, 내 눈물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어느새 눈물로 범벅이 된 내게 사채업자가 가까이 다가왔다. 브래지어고 팬티고 제대로 입고 있는 것이 없이 거의 나체 상태나 다름없이 묶여있었기에 이대로 있다간 정말로 처음 보는 남자한테 창녀보다도 못하게 범해지게 될 판이었다.
내가 악을 쓰며 비명을 지르자 동수는 내 입에도 청테이프를 붙여버렸다.
사채업자는 입맛을 다시며 이미 대충 걸쳐져있는 브래지어를 걷어내고 젖가슴을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그런데 그 순간, 사무실 문이 다시 벌컥 열렸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사채업자와 동수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누구야...??!!! 여긴 관계자외 출입금지구역인거 몰라??”
문 쪽을 향해 묶여있던 나는 그들에게 시야가 가려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 바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동수의 반응을 보니 최소한 그가 부른 인물은 아니란 확신이 들었다.
나는 청테이프로 입이 막혀있는 상황에서도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웁웁거리며 도움을 요청하기위해 발버둥 쳤다.
그러나......내 앞의 두 명을 밀치고 가까이 다가온 사람을 보고나자 그만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여기서 뭣들 하시나......? 동수 자네를 불과 며칠 만에 또 보는 군?”
낯익은 능글맞은 목소리......최사장이었다.
“누, 누구야 저사람은? 이봐 동수, 어떻게 된거야?”
그러나 갑작스런 최사장의 등장에 동수도 적잖이 당황한 듯 했다.
동수는 적의에 가득차서 그를 노려보다가, 곧 오히려 잘되었다는 듯이 웃었다.
“뭐하냐니......이러라고 당신이 나한테 저 CD를 준 것 아냐? 큭큭.”
동수가 고갯짓으로 가리키는 화면을 힐끗 본 최사장은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후......그날 본 게 그리도 충격이었나? 언제는 소연이의 수호천사라도 되는 냥 하더니...아무리그래도 이렇게까지 돌변할 줄은 몰랐는데...”
“퇴사기념으로 선물까지 챙겨준 당신이 할 소린 아니지. 여긴 어떻게 알고 왔는진 몰라도 궁금해서 왔으면 당신도 닥치고 구경이라도 하고 가던가.”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왜 하필 최사장이 여기에 나타난 것일까...나를 이지경이 되도록 만든 게 바로 최사장인데...
사채업자는 제 3자의 갑작스런 등장에 일이 잘못되는 줄 알고 엉거주춤 물러났다가, 그가 바로 CD를 제공한 인물임을 알고 안심하였는지 다시금 입맛을 다시며 내게 달라붙었다.
동수와 최사장이 지켜보는 앞에서, 나의 젖가슴이 다시금 사채업자의 손에 마구 짓뭉개졌다.....
우악스럽고 거친 손놀림은 젓가슴에서 배로, 배에서 옆구리를 타고 엉덩이로 옮겨갔다.
내 몸을 고깃덩이를 주무르듯 하던 손이 마침내 가랑이에까지 도달하였다.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났구나 하는 순간, 남 일처럼 보고만 있던 최사장이 갑자기 사채업자의 머리끄댕이를 잡아채서 뒤로 팽개쳐버렸다.
그리고 내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내는 것이었다.
“흑......”
동수는 그런 최사장을 보고 기가 막히다는 듯이 콧웃음을 쳤다.
“하...?!...보고만 있으려니 꼴려서 못 참겠나보지?”
그러나 최사장은 동수의 말은 아예 무시하고는 내게 말했다.
“테이프도 떼 줬는데 뭔가 말을 해야 하지 않나?”
“흑흑......사장님이 여긴 어떻게 알고.....왜 온거에요 대체...”
“저런......난 니가 도와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으으......”
“아, 설마 동수말대로 정말 즐기고 있었던 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거에요 대체!!”
“그저 내가 방해가 된 거면 미안해서 그러지...아무리 봐도 동수가 살짝 맛이 간 것 같아서...소연이 네가 내 도움이 필요할 줄 알고 온 건데 내 착각이었나 보네...그럼 계속 즐기라고. 그만 가도록 하지.”
“아......가, 가지 마요......!!!”
태연하게 날 두고 돌아서려는 최사장을 향해 나는 본능적으로 소리쳤다.
“가지마요...도, 도와주세요...제발...흑흑...가지마요...”
“큭...진작 그렇게 나왔어야지...”
내가 마구 흐느끼는 사이, 최사장은 반쯤 벗겨진 브래지어와 팬티를 바로 입히고 내 두 손목을 결박하고 있는 테이프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꼴사납게 넘어져있던 사채업자가 화가 나 씩씩거리며 달려들자 번개 같은 속도로 주먹을 날렸다.
어찌나 세게 쳤는지, 한 덩치 하는 사채업자가 꼴사납게 꽈당 하고 뒤로 주저앉았다.
엉거주춤 일어나려는 사채업자를 향해 최사장은 또다시 주먹을 휘둘러 아예 일어나지도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그 광경을 보고 동수는 분에 못 이겨 두 눈이 시뻘개져서 최사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 멀리서부터 여러 명의 발자국소리가 들려왔다.
“멈춰!!! 경찰이다...!!!”
“뭐, 뭐야??”
최사장과 엉겨붙어 싸우던 사채업자와 동수는 놀라서 황급히 도망가려했으나 곧 경찰들에게 포위당하였다.
******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다름아닌 최사장이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이미 신고를 해놓은 모양이었다.
사채업자와 동수는 둘 다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나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있었다.
모든 사태가 내 의지와는 다르게 엇나가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동수가 날 완전히 욕보이려 했던 것으로도 모자라, 그런 날 구해준 사람이 하필 최사장이라니...
그러나 최사장은, 나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블라우스 단추가 다 떨어져나간 것을 보고 자신의 웃옷으로 나를 감싸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경찰이 현장을 정리하는 틈을 타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 나야...별일은 없었으니 걱정말아...응 그러지...내가 지금 데리고 갈테니까 곧 경찰서에서 보도록 하지...그래 이만 끊는다.”
최사장이 핸드폰을 끊자마자 나는 불안함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누구랑 통화하신거에요?”
“응? 지훈이.”
“네에????”
“뭘 그렇게 놀라? 경찰서로 온다했으니 곧 만나겠네.”
“도대체 사장님은 무슨 생각으로......어떻게 오늘 같은 일을 지훈씨한테 얘기할 수가 있어요??....아니, 생각해보니 여긴 또 어떻게 알고 찾아왔고...사장님 혹시 나 매일 감시하시는 거에요?”
“이런이런......내가 너를? 나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닌데. 혹시 몰라서 동수한테 사람을 좀 붙였을 뿐이야.”
“그, 그게 다에요? 설마 동수 얘길 지훈씨한테 다 한건 아니죠?”
“동수 얘기 뭐? 니가 동수랑 양다리 걸친 거, 아님 니가 나랑 섹스한걸 동수가 본거?”
“그, 그러니깐...그게....”
“후후, 걱정할 것 없어. 경찰서 가서 그냥 오늘 있었던 일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돼. 동수가 아까 그 영상으로 널 협박하면서 사채업자에게 팔아먹으려 했다는 것 말이야.”
“......”
나는 속으로 그 영상을 찍을 찍은 사람은 원래 사장님이잖아요 하였지만 실제로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지훈씨가 경찰서에 오면 곤란한데...지훈씨한테는 뭐라고 말해요?...분명 의심할거에요. 지금이라도 지훈씨는 오지 말라고 하면......”
“큭...아니아니......당연히 지훈이가 경찰서에 와야지. 곧 너랑 결혼할 사이인데 말이야. 그래서 동수가 감방에 들어가는걸 봐야지. 그래야 너도 동수랑 확실히 정리하고 지훈이하고 무사히 결혼이란 걸 하지.”
“네? 그게 무슨 소리...”
“경찰서 가서 말해. 지금까지 동수하고는 억지로 만난 거라고. 그 영상은 술 취해서 하룻밤 실수한 날 동수가 멋대로 찍은 것이고, 그걸로 협박해서 하는 수 없이 몇 번 만나준거라고 말이야.”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지훈이와 사귀는 동안 넌 동수에게 줄곧 협박을 당했던 거야. 바로 오늘처럼.”
“......”
“크큭...한동수...하여튼 어리석은 놈이야. 미끼를 던져준다고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는데.”
나는 그제서야, 최사장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말았다.
최사장은....결국 내 손으로 동수를 감방에 보내게 하려는 것이었다.
최사장의 지독함에 치가 떨려왔다.
“......내가, 내가 경찰서에서 사장님을 고발할 수도 있단 생각은 안 드세요?”
“하......니가 나를?”
“그 영상을 가지고 날 먼저 협박한건 사장님이잖아요. 동수에게 영상을 준 것도 사장님이고. 내가 경찰서에 가서 모든걸 사실대로 말하면......”
“후......네가 정 그렇게 말하고 싶다면 내가 막을 방법은 없지. 니 말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지훈이 표정만큼은 참 볼만 하겠군.”
“......”
경찰서에 도착하니 이미 동수는 피의자 조서를 쓰고 있었다.
“아 글쎄, 내가 찍은 거 아니라니까??”
“니가 찍지 않음 누가 이딴걸 찍어? 너랑 사귀는 사이였다며? 계속 오리발 내밀래?”
“최사장한테 받았다고. 이 모든 게 최사장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몇 번을 말해??”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던 동수는 나와 최사장을 발견하더니
“윤소연, 마침 잘왔네. 네 입으로 말을 해보라고. 이 씨디를 내가 누구한테서 받았나. 이 영상을 가지고 지금까지 널 협박해온 사람이 누군지 어서 말해!”
하고 윽박을 지르듯 말했다.
담당경찰이 동수의 말이 정말 사실이냐는 듯 나와 최사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나는 꿀꺽 침을 삼켰다.
그러나 내가 뭐라고 말할 것인지는 이미 결심이 서있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뭐?!!!야 윤소연!!”
동수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고함을 질렀다.
“......형사님, 제가 지금 너무 무섭고 정신이 없어서 그러는데요...저 사람 없는데서 따로 조사를 받았으면 하는데요.”
“그러시죠. 이쪽으로 오세요...”
“거짓말하지 마, 윤소연!! 최사장이 널 협박했다고 분명 네 입으로 말했었잖아. 감방을 가더라도 나보다 저 새끼가 먼저 가는 게 맞잖아!!!!모든걸 사실대로 말하라고!!!!”
동수의 고함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형사를 따라 격리된 방으로 들어섰다.
.
.
.
“그러니까, 한동수씨하고는 아주 오래전에 헤어진 사이이고 지금은 아무 사이도 아니란 말씀이시죠?”
“네.”
“오늘 그 장소에는 어쩌다 갔던 겁니까?”
“동수가 만나자고 했어요. 자기가 회사에서 짤렸다고, 거기가 새로 일하게 된 곳이라고, 그쪽으로 오라고 해서 갔어요.”
“약혼자가 따로 있다고 하셨는데, 왜 굳이 그 먼 곳까지 예전 애인을 만나러 간거죠?”
“동수가 오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만나지 않으면 뭘 어떻게 하겠다고 협박했나요?
“......네...자기가 가지고 있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
.
.
“한동수씨가 문제의 영상을 가지고 있다는건 언제부터 알고 계셨나요?”
“꽤 됐어요......”
“이전에도 그 영상을 가지고 한동수씨한테 협박을 당한 적이 있습니까?”
“......네. 약혼자가 있는 저에게 정기적으로 만남을 요구했어요......저는 싫었지만......영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몇 번 만났어요.”
“신고자인 최진석씨하고는 정확히 어떻게 아는 사이시죠?”
“최사장님은......예전에 동수가 자기회사 사장님이라고 소개해서 처음 알게 되었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제 약혼자하고도 아는 사이 길래 몇 번 인사를 나눴었어요.”
“아까 한동수씨 말로는, 그러니까 그 영상을 찍은 사람은 자기가 아니라고 부인하는데...혹시 다른 짚이는 일은 없으신가요?”
“......없습니다.”
“최진석씨가 따로 협박을 하거나 한 일은 없고요?”
“......네...”
“그러니깐...오늘 일은 최진석씨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다는 말씀이시죠?”
“......”
“윤소연씨?”
“......네. 아무 관계없어요.”
형사는 곧 최사장도 불러다 조사하였으나, 최사장은 최사장대로 자기가 한 일이라고는 친한 후배와 곧 결혼할 여자에게 집착하고 있는 동수를 계속 직원으로 둘 수가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좋게 퇴사처리 시킨 것일 뿐이라고 하였다. 그는 또한 동수의 집착이 지나친 것 같아 지훈에게도 조심하라고 귀띔을 해주었고, 해고한 자신에게도 복수심을 지닌 것 같아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결국 이런 사단이 나고야 말았다며, 몹시 충격을 받았다는 듯이 말하였다.
형사는 일단 나와 최사장의 진술을 바탕으로, 동수가 혼자 몰래 영상을 찍어뒀다가 사채를 갚기 위해 나를 협박하여 저지른 사건으로 파악했다.
동수가 억울하다고 소리를 지르며 모든 것은 최사장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하였지만, 현행범으로 붙잡혀온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말도안돼......애초에 사채를 쓰라고 꼬드긴 것도 최사장이었고, 이딴 영상을 몰래 찍어두라고 부추긴 것도 최사장이었어. 난 분명 거절했었다고!!! 난 진짜로 곱게 헤어져줄 생각이었단 말이다...윤소연 니가 날 그딴 식으로 가지고 놀지만 않았어도...이 영상은 내가 찍은 게 아니야!!”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는 동수의 목소리가 경찰서 전체에 울려퍼졌다.
“윤소연....도와달랄땐 언제고...이제는 아예 저놈 편을 들겠다는 거야??! 대체 왜?! 저놈은 나랑은 달리 돈이 많아서?? 아님 저놈 좆 맛에 그새 길들여진거야?!!”
“이자식이! 조용히 하지 못해?!”
경찰은 이성을 잃고 난동을 피우는 동수를 강제로 끌고 가 구치소에 집어넣었다.
한편 나는 경찰의 안내에 따라 진술을 모두 마친 후 바로 경찰서를 나왔다.
도중에 도착한 지훈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훈은 나를 차에 태워 집에 바래다주는 동안 간신히 감정을 억누르는 듯 했다.
“......한동수라고 했나? 아까 듣기로는 옛날에 사귀었던 사람 같던데......무슨 일인지 사실대로 얘기해줄 수 있어요?”
“......별일 아니에요......”
“별일이 아니라뇨??......최사장님 아니었으면 오늘 소연씨 어떻게 될 뻔 했는지 몰라요? 또 아까 경찰 말로는 그자식이 예전부터 소연씨를......”
“지훈씨, 나 안 그래도 지금 너무 힘들어요. 아까 사장님이 한 말 못 들었어요? 나 좀 그냥 내버려두면 안 돼요?”
지훈은 나를 잠시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도로를 주시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에겐 너무 미안하였지만, 내겐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며칠간 경찰의 수사가 더 이루어졌지만, 동수가 최사장으로부터 CD를 받았던 장소인 북창동 술집의 직원들도 이미 최사장이 매수한 모양이었다. 그들은 동수를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동수가 이전에 썼던 회사컴퓨터에서 문제의 영상파일사본이 비번이 걸려있는 상태로 발견되었다. 결국 사건은 동수가 오래전부터 작정하고 옛 애인인 날 협박해 만남을 이어가다, 더 이상 내가 말을 듣지 않자 자신이 빚을 지고 있던 사채업자에게 팔아넘기려 한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동수는 강간, 특수강간 미수를 비롯해 영상을 무단으로 촬영한 죄, 상습적 협박죄까지 모든 걸 뒤집어쓰고 높은 형량을 구형받게 되었다.
******
이로서 겉으로는 모든 것이 일단락된 듯이 보였다.
그러나 나는 경찰조사과정을 겪으면서, 어렴풋이 짐작만 했던 것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최사장이 동수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게끔 오래전부터 교묘하게 조종해왔다는 사실이었다. 자기회사 직원이었던 동수를 무척 아끼는 척 하면서, 나를 놓칠까 초조해하는 동수에게 사채를 쓰도록 유도하고, 몰래 영상을 찍으라고 부추기고, 그 뒤로도 계속 나와 동수 사이를 이간질하고...그런데도 나는 형사 앞에서 최사장은 아무 죄가 없다고 거짓진술까지 하였으니, 최사장의 교활한 만행을 내가 나서서 덮어버린 셈이었다. 게다가 최사장이 꾸민 일들까지 전부 동수에게 덮어씌우고 만 것이었다.
‘동수는 분명 해선 안 될 짓을 내게 했어. 그리고 그 상황을 무사히 벗어나기 위해선 나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을 한 것뿐이야. 더 이상 마음 쓰지 마자.’
나는 그렇게 착잡한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최사장은 그런 일이 있은 후에도 나를 불러내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전처럼 사무실 소파에 엎드리게 하였고, 나는 길들여진 노예처럼 보지 깊숙이 그의 자지를 받아들였다. 한번 그에게 꿰뚫려 절정을 맛본 구멍은 내 이성과는 달리 단단한 육봉의 방문을 환영했다.
“아흐으응...!!”
그는 한참을 자지를 박아 넣다가 갑자기 멈추고, 나더러 들으라는 듯이 검찰에 전화하여 동수의 구형 사실을 확인했다.
“최소 징역3년은 나올 거라는데? 후후...네가 진술을 아주 일관되게 잘했다더군!”
암캐를 칭찬하는 것처럼 엉덩이를 쓰다듬는 최사장의 손길에, 나는 수치심과 원망이 뒤섞인 감정을 일순 억누르지 못하고 뱉어냈다.
“아흑......정말 너무하신거 아니에요......난 이미 사장님이 하란대로 다 하고 있는데...대체 왜 이렇게까지......!!”
그러나 또 최사장은 그런 내가 우습다는 듯,
“큭. 동수가 보는 앞에서 네 년이 요 보짓물을 질질 싸댔던 것은 전혀 기억이 안나나 본데? 나 혼자서 일을 벌인 것처럼 말하면 좀 곤란하지!”
하면서 이미 젖어있는 음핵을 비벼대어 보짓물을 더욱 왈칵 쏟아내게 하는 것이었다.
“아학...사, 사장님...!!!...아하앙....!!!”
“후우, 가만 생각해보니까 또 괘씸하군 그래. 기껏 구해줬더니 경찰서 가서 날 고발하면 어떡할 거냐고 했었나?”
“아......!! 그, 그건......”
“...하지도 못할 거면서 자존심만 세 가지고...후우...”
최사장은 벌주듯이 더욱 세게 자지를 박아 넣었다.
퍽퍽~ 아하악~~~아학~~퍽퍽~~아흑~~
뒷치기 자세로 소파에 엎드려 최사장의 육봉을 받아내던 나는 그가 인정사정없이 밀어붙이는 통에 상반신이 쇼파에 빈대떡처럼 뭉개졌다.
“아학....사장님, 조금만 살살....”
그러나 최사장은 들은체도 않고 “후우, 어디 오늘 나한테 강간당했다고 고발해봐, 이년아!”하면서 내 머리채를 한 손으로 움켜쥐고 잡아당기며 더욱 깊숙이 육봉을 찔러댔다.
강제로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서, 단단한 자지가 자궁입구까지 파고들어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아악, 자, 잘못했어요 사장님, 제발, 아흥......!!!”
“가증스러운 년......! 윗구멍 아랫구멍 태도가 너처럼 다른 년 찾기도 힘들 거다, 하아.”
“아흐흑 아항.....!!!”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최사장이 파놓은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자신이 점점 없어졌다. 그러면서 지훈과의 관계가 과연 언제까지 지금과 같을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도 함께 들기 시작했다. 최사장에게 암캐 취급을 당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지훈의 얼굴을 보는 것은 견딜 수 없이 힘든 일이었다. 또 지훈과 최사장이 가깝게 지내는 사이인 이상,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안 좋게 얽힐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자의든 타의든 깊은 관계를 가졌던 세 남자 동수, 지훈, 최사장을 차례로 떠올려 보았다. 비록 동수와 최사장에게는 내가 음란하고 천박한 여자로 전락되어버렸을지 몰라도......그래도 내게 마지막 바램이 있다면, 지훈씨에게만큼은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 그대로 남고 싶다는 것이었다.
품위 있고 격조 있는 여자, 윤소연으로.
그가 나중에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결국 지훈과의 결혼을 그만두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었다.
막상 그와 완전히 헤어질 생각을 하니 자꾸만 미련이 남아 밤마다 잠이 오질 않았다.
며칠 밤을 지새운 끝에 결국 결심을 굳히고 그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다.
물론 지훈은 내 말을 바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혼을 고작 두어달 앞두고 갑자기 헤어지자는 법이 어디 있냐며, 나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런 그에게 나는 지금 많이 지쳐있는 상태라서 결혼에 자신이 없다는 말밖에는 달리 할 수가 없었다.
지훈은 지금까지 자신이 사랑해준 데에 대한 보답이 이거냐며, 오늘 내가 한 말은 듣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지훈에게 이별을 선언한 지 며칠 뒤였다.
여느 때처럼 퇴근 후 최사장의 사무실로 불려간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훈씨에게 헤어지자고 했어요.”
“흠......”
내 말에 최사장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
“이제 내 암캐 노릇도 정리하겠다, 뭐 그런 뜻인가?”
“......사장님은 어차피 날 놓아줄 생각이 없잖아요...사장님한테 이런 취급받으면서 아무 일 없다는 듯 지훈씨 계속 만나는 거 더 이상 못하겠어서 그래요.”
그렇게 말하니 최사장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내가 하나 제안을 하지.”
“......?”
“조만간 작은 파티를 하나 열건데 그때 날 만족시킨다면, 널 완전히 놓아주지.”
“그...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직도 니가 뭘 모르는 모양인데, 나 때문에 지훈이와 헤어지기로 했다니? 난 그걸 원한 적이 없어.”
“하지만......”
“네가 정 못 견디겠다니, 내가 큰맘 먹고 빠져주겠단 뜻이야.”
“저, 정말이에요?”
“물론 나도 마지막으로 즐기는 거니 니가 최선을 다해 날 만족시킨다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야. 그 뒤론 너의 일에 어떤 간섭도 안하겠다고 내 약속하지.”
나는 뜻밖의 제안에 굳게 결심했던 마음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훈을 두고 자꾸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지게 되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것을 마지막으로 모든 걸 정리하고 지훈과 순탄하게 결혼할 수만 있다면......
어쩌면, 최사장은 그의 말마따나 애초부터 지훈과의 관계까지 망칠 계획은 없었던 걸지도 몰랐다. 최사장이 지금까지 즐긴 걸로 만족하고 정말 완전히 날 놓아줄 생각이라면......어쩌쩌면 생각했던 것만큼 굳이 모든 걸 포기하지 않아도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이 다시금 솟아났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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