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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1:36 1,228회 0건
손잡이가 살며시 돌아가는 것을 보며 준식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인숙이 말한 대로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눈은 이미 어둠에 익숙해져 있기에 따로 불을 켤 필요는 없었다.

좁고 짧은 복도를 지나니 부엌으로 통했다. 부엌은 식기를 소독하는 불빛에 충분히 환했다.
행여 발에 채이는 물건이 있을까 조심하며 몸을 낮추고 살금살금 걷는 준식의 모습은 도둑의 모습이다.

영호는 없기 때문에 집에는 미란밖에 없을 터였다.
부엌과 연결된 거실만 비어 있다면, 그리고 영호가 없을 땐 1층의 큰방에서 자는 미란의 버릇이 오늘도 지켜졌다면 2층은 지금 비어 있다.
2층이 주로 영호가 있는 곳이며 짐작이 맞다면 현금이나 귀중품은 그곳에 있을 것이다.

“2층은 들여다보지도 못했어요.”

좀 전에 인숙은 미란이 1층의 큰방에서 잘 거라 했다.
2층을 올라가는 계단이 큰방 바로 옆에 있으니 미란이 갑자기 큰방에서 나오지만 않으면 된다.
무슨 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집안 허드렛일을 하던 필리핀 여자도 어제 쫓겨났다.
영호가 큰소리로 무언가 야단을 치고서 쫓아냈다. 이제 이 큰 집에서 미란만 조심하면 된다.

준식은 충분히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조심스럽게 거실을 가로질렀다.
잔뜩 긴장했는데 아주 작지만 무슨 소리가 들렸다.
준식은 큰 소파 등받이 뒤로 재빨리 엎드렸다.

전체가 대리석인 거실 바닥은 준식의 얼굴에 섬뜩하게 차가왔다.
숨을 죽이고 혹시 미란이 나오는 소리일까 걱정했지만 아무 소리도 이어지지 않았다.
얼굴 한쪽이 얼얼해서야 살며시 일어섰다.
그래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살며시 소파를 돌아 나왔다.

소파 한 끝의 팔걸이에 손을 짚는 순간 준식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소파의 가죽과 이질적인 무언가가 잡혔다.
놀란 눈으로 확인하니 머리카락이었다.
하지만 머리카락보다 더 큰 놀라움을 준 것은 머리카락에 이어진 무언가였다.

그것은 여자였다.
게다가 벌거벗은 여자였다.
여자는 누워 있었고 여자의 얼굴은 분명 이상했다.
거실은 어두웠기에 무언지는 알 수 없지만 무슨 인형같기도 했다.

하지만 어둠속에 뿌연 그것은 분명 여자다.
엉덩방아를 찧을 정도로 놀란 준식은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는데 이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자의 몸은 준식을 놀라게 하려는지 안심하게 하려는지 조금 움직였지만 곧바로 자세를 유지하며 꼼짝않고 있었다.

옆으로 돌아 누운 여자.
소파 등받이를 향했기에 등과 히프가 훤히 드러났고 허리에는 뒤로 묶인 두 팔이 교차하고 있다.
다시 조금 움직이는데 소리는 거의 내지 않았다.

“음.”

짧은 신음인 듯 잠꼬대인 듯 소리를 냈지만 역시 그 뿐이다.
준식은 두려움보다 호기심에 살며시 다가가 자세히 살폈다.
영화속 여배우의 모습처럼 늘씬하면서도 굴곡이 분명한 여자였다.
게다가 옆으로 돌아 누워 잘록한 허리와 불룩 올라온 히프의 라인은 그림같았다.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것은 발목을 묶고 있는 리본 때문인 듯했다.

벌거벗겨져 묶인 여자이다. 그런데 버둥대지 않는다.
죽었거나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그런데 얼굴이 이상했다.
준식이 허리를 굽혀 여자를 넘겨 보는데도 여자는 꼼짝않고 있었다.
그저 호흡이 커졌는지 배와 가슴이 나왔다 들어갔다를 크게 하기 시작했다.

준식은 여자의 어깨를 당겨 눕도록 했다.
여자는 반항없이 바로 누웠다.
준식이 어깨를 당기자 스스로 몸을 돌렸다.

조금 위험했지만 여자의 얼굴 정면으로 LED 랜턴을 비췄다.
이러면 눈이 부셔 자기을 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뜻밖에 여자의 얼굴에는 탈이 씌워져 있었다.
활짝 웃는 얼굴의 하회탈이었다.

입에는 마개가 있어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숨은 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둥그런 마개였다.

탈에는 눈구멍이 없었다.
뜬 눈부분은 흔적만 있을 뿐 구멍을 내지 않은 것이었다.

여자는 소리를 낼 수도 볼 수도 없는 상태였다.
안심한 준식은 천천히 여자의 몸을 랜턴을 비추며 살폈다.
절로 침이 고이는 몸이다.
다시 확인해도 여자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태이다.

긴머리는 거의 헝클어지지 않았고 손을 등뒤로 묶여 가슴은 보기 좋게 노출되어 있다.
아래로 내려가는 랜턴불빛을 따라 두 가슴은 약간 떨면서 수줍게 젖꼭지를 세워놓고 있다.
군살이 없고 탄탄해 보이는 배.
아랫배에도 군살이 없다.

잘록한 허리를 지나자 분명 일부러 정리했을 보지 털이 삼각형으로 가지런히 보였다.
보지털이 끝나는 부분에서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보였다.
고개를 숙여 보니 딜도였다.

투명한 딜도였다.
가까이 다가온 준식의 숨결이 여자의 사타구니에 느껴졌는지 여자는 가늘게 신음을 내며 몸을 조금 꼬았다.
준식은 상당히 대담해져서 여자의 허벅지를 조금 벌려 딜도를 확인했다.

여자는 준식의 손길에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고 힘을 빼주고 있다.
준식은 인숙이 말한 주인집여자 미란의 방에서 조그만 불빛도 새어나오지 않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딜도를 조금 뺐다.
딜도는 생각보다 굵었다.
여자의 보지에는 이미 적잖은 물이 나와있었기에 미끄럽게 빠지려고 했다.
하지만 무언가 변화가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과 갑작스레 고개를 든 음심에 준식은 손에 힘을 주어 딜도를 원래의 상태보다 좀더 밀어 넣었다.

“으음...으”

빠지려는 듯 하던 딜도가 다시 몸으로 들어와 여자가 놀란 모양이다.
여자는 놀라긴 했어도 소리를 크게 낼 생각은 원래 없었던 듯했다.
그리고 조그마한 저항도 전혀 할 생각이 없는 것이 이미 분명하다.

점점더 대담해진 준식은 여자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고개를 들고 조그맣게 떨던 여자의 젖꼭지를 만졌다.

여자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는 준식의 손이 닿는 대로 그 부분을 조금씩 내밀어 올렸다.
탄탄한 배 쪽으로 손이 미끄러지자 허리를 들어 더 만지기 좋게 했고 다리 사이로 준식의 손이 빠지자 가랑이를 조금 벌려주었다.

무릎 바로 위에도 손목에 있는 것 같이 예쁜 리본이 묶여 있었다.
준식은 선물 포장에나 쓰일 법한 모습으로 묶여있는 리본을 풀었다.
그러자 여자는 무릎을 옆으로 벌려 보지가 드러나게 했다.
여자는 입마개를 했지만 다리를 벌리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준식은 발목의 리본도 풀었다.
이제 여자는 소파에 편히 누운 모습이 되었다.
팔만 풀어주면 큰대자를 만들것처럼 두 다리를 벌렸다.
그 사이로 딜도가 반짝였다.

준식은 팔도 풀어주고 입마개도 풀어주고 탈바가지도 벗겨주고 싶었다.
우습게도 자유의 몸이 된 여자와의 섹스를 상상하고 있다.
이 여자도 섹스를 바라고 있다고 상상했다.

하지만 거실 건너편은 주인집 여자가 자고 있을 방이었다.
섹스를 한다면 2층에 있다고 해도 눈치챌 경우가 있다.
침착함을 회복한 준식은 자기가 이 집에 들어온 목적을 생각해냈다.
이럴 때는 아니다.
가능한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할 도둑놈이 지금 흔적을 스스로 만들고 있지 않은가 하는 데 생각이 미치자 아차 싶었다.

소파에 누워있는 여자는 지금 크게 숨을 몰아 쉬고 있다.
입마개가 호흡을 방해하고 있어 가슴을 들썩였다.
어쩌면 곧 있을 섹스를 기대하며 숨을 몰아쉬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준식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실 수 밖에 없었다.

준식은 랜턴을 껐다.
순간 거실이 컴컴해졌다.
다시 어둠에 눈이 익도록 선 채로 꼼짝 않았다. 덩달아 여자도 호흡이 가지런해지기 시작했다.

잠시후 준식은 최대한 여자의 몸을 더듬으며 리본을 다시 묶기 시작했다.
처음 묶인 것처럼 묶기는 글렀지만 그래도 나름 처음처럼 묶으려 노력했다.
다리가 모아지고 다시 묶이는 것에 조금 당황한 듯했지만 여자는 역시 저항하지 않았다.
발목까지 다시 묶고 마지막으로 여자의 아랫배와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준식은 미련을 떨치려는 듯 여자의 가랑이 사이로 머리를 파묻었다.

이제 아쉽지만 몸을 일으켜 2층으로 향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찰나였다.

조용한 거실을 날카롭게 울리는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빠르게 반복되더니 순식간에 현관문이 확 열렸다.
준식은 소파를 뛰어 넘으며 몸을 날렸다.
현관의 불빛이 켜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준식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뒷공간에 몸을 숨겼다.

잔뜩 숨을 죽이고 있는 준식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김사장 놈은 분명 아까 안산에 데려다 주었다.
보통 2,3일은 있어야 오는데..
그래서 오늘 일을 마치고 이 밤이 지나기 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려고 했는데..
준식은 떨리는 손으로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 둔 드라이버를 꺼내 들었다.

이것도 충분히 무기가 될 수 있겠지.

갑작스레 들어온 자는 놀랍게도 김영호였다.
거실이 환해지자 준식은 독안에 든 쥐가 된듯한 기분이었다.
준식은 몸을 잘 숨기고 영호의 동선을 살폈다.

영호는 거실을 가로질러 곧바로 여자에게 다가갔다.

“훗. 잘 있었나?”

여자는 순간 놀란 듯했다.
묶인 채로 몸을 일으키려고 바둥거렸지만 곧 영호가 발을 들어 짓눌렀기에 다시 소파에 눕게 되었다.
좀 거친 동작이었다.

“누가 일어나라고 했지? 새삼 왜 이러나. 오줌이라도 마려운 거야?”

영호의 발이 여자의 가슴을 짓눌렀기에 아픔을 견딜 수 없었던 듯 꼼짝 못하고 있었던 여자가 다시 버둥거렸다.

“뭐야. 얌전하지 못해?”

영호는 얼굴을 찌푸렸다.
탈바가지속의 여자는 미란이었다.
뭐라 소리치는 것 같았지만 입에 있는 마개가 소리를 내지 못하게 했다.

“음.음....”

마개를 비집고 나오는 소리며 발에 눌렸어도 굳이 일어나려 애쓰는 모습에 영호는 평소와 다른 뭔가를 느꼈다.
그러다 다리에 묶은 리본이 자기가 마무리한 것과 다른 것을 알아차렸다.

“이게 뭐야?”

그러고 보니 자기가 일부러 반쯤만 집어넣은 딜도도 미란의 보지 속으로 거의 다 들어가 끄트머리만 살짝 보이는 것도 알았다.

영호는 급히 미란을 일으켜 세워 먼저 입에 마개부터 풀어냈다.
마개가 빠져나가자 미란은 숨도 안쉬고 소리쳤다.

“누가 있어요. 당신말고 누가 있어요. 위험해요.”

하지만 영호는 미란의 말을 다 들을 수가 없었다.
누가 있다는 미란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준식은 몸을 날려 손에 있는 드라이버로 영호의 뒤통수를 찍었다.
한차례의 가격에 정신을 잃지 않고 버티는 모습을 본 준식은 다시 한 번 머리를 찍었고 무너지려는 영호를 여자 몸 위로 밀었다.



다음날 오후가 되도록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준식은 김사장이 자신의 소행을 알 수 없다고 믿으려 했다.
지금 이 집을 나가 도망을 친다면 오히려 자신의 짓을 알리는 꼴이다.
일단 아무렇지도 않은 듯 버텨야 한다.

드라이버를 살폈는데 피가 묻은 흔적은 없었다.
어제 장갑을 끼고 간 것도 분명했다. 지문 따위 남기지 않았다.
묶여 있던 여자, 주인집 여자도 장갑을 낀 채 만졌다.

벗고 싶었던 것을 참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다.
초조한 가운데에도 벌거벗은 여자를 장갑끼고 만진 경험은 다시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면서 실없이 웃었다.

도대체 김사장은 왜 갑자기 돌아왔을까.
무슨 일로 직접 운전을 하고 왔지?
내가 남겨놓은 흔적은 없을까?
경찰은 왜 안오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면서 혹시 김사장이 죽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자는 묶여 있었다.
김사장이 죽었다면 여자도 움직일 수 없었기에 지금까지 어제밤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갑자기 주인집을 다시 올라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곧 이 얼마나 바보같은 생각이냐 하며 포기했다.
그저 아무 일없다는 듯이 기다려야 한다.
아니 차라리 자신의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을 나가자. 어딘가 일자리를 찾아 나가는 편이 낫겠다.
하지만 인력시장은 새벽에 열린다. 이미 늦었다.

그래. 인력사무실에라도 나가자. 사무실에 등록이라도 다시 하자.
준식은 서둘러 나갈 준비를 했다.
망치와 드라이버 등이 담긴 가방을 둘러매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별채에서 나와 정원의 계단 옆을 지나치려다 준식은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김영호였다.
김영호가 계단 위에서 자기를 내려다 보고 있다.
영호의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피가 나온 건지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준식은 침착하게 인사를 했다.

“마씨. 왜 그렇게 놀래?”

“아, 아뇨. 안산에 계신 줄 알았습니다.”

순간 적절한 핑계를 댄 자신이 속으로도 훌륭했다.

“응. 어제 급한 일이 있어서 다시 왔어. 근데 어디 나가나?”

“아. 아 저 일하러 갑니다. 사무실에 말해 놓아야 합니다.”

“그래. 열심히 일하는군. 근데 오늘 저녁 먹고 안산에 다시 가야해. 그때까지 와.”

“예. 알겠습니다. 곧 돌아 오겠습니다.”

준식은 최대한 태연하게 대답을 하고 굽신 절을 하며 대문을 나섰다.
영호는 준식의 뒷모습을 계속 눈으로 따라가며 보고 있다.

준식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영호는 몸을 구부려 정원 계단 옆 잔디밭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좀전에 준식이 나오는 바람에 잔디밭을 살피다 멈춘 것이었다.
계단 옆 잔디가 심하게 짓밟히며 옆으로 쓸린 것을 확인했다.

평소 준식이 잘 관리했기에 가지런한 잔디밭에 난 발자국은 분명 어제의 그 놈 것이었고 그 발자국이 별채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흑흑”

인숙은 그저 울기만 할 뿜이었다.

“내 말을 알아들었나요?”

“흑흑. 사장님. 흑흑”

영호는 순간 짜증이 확 올라왔다.
더 이상 구질구질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아까부터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는 인숙의 목이 늘어난 티셔츠 때문에 가슴골이 자극적이었다.

영호는 두 가슴이 찰싹 맞닿아 만든 골에 손을 집어 넣고 싶었다.
얼굴을 파묻고 싶었다.
저 가슴 위에 정액을 후두득 후두득 뿌려대고 싶었고 그 사이에 자신의 우람하게 발기된 자지를 쑤셔대고 싶었다.

미란이 커피를 가지고 왔다.
탁자에 커피를 놓는 미란의 손목에서부터 손등까지 붕대가 감겨 있었다.
손가락에는 반창고가 붙어 있다.

“저 손은 당신 남편이 묶은 것을 억지로 풀다가 다친 거요.”

영호는 자기가 묶은 밧줄을 어느 틈에 준식이 묶은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미란은 옆에서 영호를 흘겨보며 보일락말락 미소를 지었다.

“흑흑.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으엉.”

흐느낌은 울음으로 바뀌고 있었다. 영호의 짜증이 점점 심해져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잠깐 참아야 한다고 다짐한 영호는 대신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지금 당장 경찰을 부르고 싶지만 그것보다 내가 당신 남편에게 복수를 해야겠어. 어쩔 거야. 내 말대로 할 텐가?”

인숙은 탁자를 내리치는 소리와 갑작스레 서슬이 퍼래진 영호의 윽박지름에 자기도 모르게 ‘네’라고 대답했다.

“네. 그러세요. 사장님. 그 놈이 죽일 놈이에요. 죽어도 쌀 놈입니다.”

한번 동의하기가 힘들지 그 다음은 쉽다.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죽어도 싸다는 말까지 했다.
눈을 질끈 감은 채 가슴앞으로 두손을 꽉 잡고 상체까지 흔들며 대답하는 인숙의 모습은 마치 기도하는 무슨 광신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 바람에 아까부터 자극적이었던 가슴이 더 탐나게 튀어나와 흔들리고 있었다.

영호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일어섰다.

미란은 조용히 일어나 인숙을 끌어안고 등을 천천히 토닥거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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