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단
청명한 가을 햇살이, 양옥이 늘어선 조용하고 깨끗한 동네를 비추고 있다.
아스팔트 인도에는 수명을 다한 버드나무 잎사귀들이 쓸쓸히 뒹굴고 있을 뿐
인적도 별로 없는 거리였다.
도야마 다카요시(遠山義)라는 명패가 걸린 호화로운 저택의 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한 여인이 조심스럽게 문을 빠져 나온다. 그런데 조급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여인은 누구인가? 바로 재계의 거물인 도야마 다카요시의 아내,
시즈코 부인이다. 도야마 다카요시는 쉰 세 살에 조강지처와 사별하고, 작년
시즈코 부인과 결혼하였는데, 그때 그녀의 나이 스물 여섯이었다. 거의 딸만한
나이이다. 도야마 씨의 친구들은 그녀를 절세 미인이라고 연신 칭찬하며 은근히
부러워들 하였다.
확실히 시즈코 부인은 보기 드문 미인이다. 음영이 뚜렷한 단정한 얼굴에,
쌍꺼풀이 진 커다란 눈, 고귀한 느낌을 풍기는 콧날, 얼굴에서 목에 걸치는
매끈한 피부는 신비할 정도로 아름답다.
기모노가 특히 잘 어울리는 그녀는 오늘도 검정 색과 갈색의 농담이 무늬를
이루는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그 수수하고 청초한 기모노가 화사한 목덜미의
요염함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었고. 철철 넘치는 우아함이 전신을 감돌고
있다.
그러나 시즈코 부인의 표정엔 어두움이 한껏 드리워져 있었다. 그녀는 침착치
못한 걸음걸이로 큰길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롯뽕기(六本木)의 야마자키 탐정 사무소로, 서둘러 가주세요."
차에 타고나서도 시즈코 부인은 창백한 얼굴로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야마자키 탐정 사무소. 이곳의 소장은 시즈코 부인의 시동생의 친구이다.
여사무원의 안내로 응접실에 들어가서도 그녀는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소장인 야마자키가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며 웃음 띤 얼굴로 들어왔지만
시즈코 부인은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야마자키 씨, 큰일났어요."
"아니, 무슨 일입니까?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자, 진정하시고 말씀하세요."
야마자키는 태연한 말투로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게 진정할 수가 없어요. 실은 게이코(桂自)가……."
"아, 게이코 일입니까?"
야마자키는 또군 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게이코는 도야마 다카요시의 전처 소생 외동딸로, 사사건건 말썽만 부리는
문제 소녀였다. 하자쿠라단이라는 그룹을 조직해 자신이 그 우두머리에 앉은
게이코는 갖가지 문제를 일으켜 아버지를 괴롭혔다. 그때마다 야마자키가 경찰서에
게이코를 인도 받으러 가거나 잡다한 문제를 처리해 왔었다. 다카요시가 아리따운
후처를 맞아들이자, 게이코는 더욱 비뚤어져 이젠 집에도 거의 들어오지 않고
더 많은 사고를 일으키고 다녔다.
"또 무슨 일이라도……."
야마자키는 어디 한두 번 일어난 일이냐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시즈코 부인은 자못 걱정스런 얼굴이었다.
"게이코에게 다섯 시까지 백만 엔을 가지고 니혼바시미츠코시(日本橋三越)
앞으로 나오라는 전화가 걸려왔어요. 동료를 배반해 처벌을 받게되었는데,
대신 돈을 내면 용서받을 수 있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게이코는 하자쿠라단의 우두머리입니다. 우두머리가
동료를 배반해서 처벌을 받게 됐다니, 그런 허무맹랑한 얘기가 어디 있습니까?
더군다나 백만 엔을 내면 모면할 수 있다니, 보증금도 아니고 그건 따님이
돈을 가로채려는 책략일 겁니다. 무시해버리세요."
그러나 시즈코 부인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여간 꺼림칙한 게 아니었다.
"지금 남편은 정계의 인사들과 간사이(關西)로 여행 중인데, 그이가 집을
비운 사이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기면 면목이 없잖아요."
시즈코 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백만 엔을 준비해 왔으니 야마자키에게
같이 가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함께 가드리도록 하죠. 돈은 신문지에 싸서 옆구리에
끼도록 하십시오."
야마자키는 처음엔 젊은 사람을 한두 명 데리고 갈까 하고 생각했지만, 상대가
기껏해야 소녀들이니 별일이야 있겠나 하는 생각에 혼자 따라나섰다.
정말 순식간의 일이었다. 다섯 시 이십 분이 지났는데도 게이코의 대리인인
듯한 자가 나타나지 않자, 야마자키는 시즈코 부인에게서 조금 떨어져 길가는
사람에게 담뱃불을 빌렸다. 그 짧은 시간에 시즈코 부인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야마자키가 주위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방금 두세 명의 소녀가
나타나 시즈코 부인을 강제로 차에 태운 뒤 사라졌다고 한다.
"아뿔싸."
야마자키는 입에 물었던 담배를 뱉어내며 허둥댔다. 경찰에 전화하자니 탐정
체면이 말이 아니고, 또 도야마 집안의 금지옥엽 외동딸이다 보니 크게 떠들
수도 없는 일이다.
교외의 소박한 시골 마을. 대형차 한 대가 초가 지붕에 토벽을 한 농가 앞에
멈춰 섰다.
"자, 다 왔어. 내려."
청바지 차림에 앞머리를 붉게 물들인 자그마한 몸집의 여자가 차에서 뛰어내린
뒤 주위를 살피며 차안에 대고 말했다. 시즈코 부인이 요란한 차림을 한 세
명의 여자들에게 떠밀려 차에서 내렸다.
"돈은 갖고 왔겠지?"
한 명이 시즈코 부인이 끼고 있는 종이 꾸러미를 낚아채듯이 빼냈다.
"게이코는, 게이코는 어디 있어요?"
시즈코 부인이 창백한 얼굴로 그렇게 묻자, 검은자위가 위로 치켜 올라간
여자가, 그녀의 허리를 차며 말했다.
"이 집안에 있어. 여긴 우리들의 은신처야. 다른 사람에게 떠벌렸다간 재미없어.
자, 게이코를 만나게 해줄 테니 어서 들어가!"
집안은 어둡고 음습했으며, 토방 한 쪽에는 먼지로 뒤덮인 농기구가 흩어져
있다. 시즈코 부인은 여자들에게 떠밀려 문턱을 넘어섰다. 바랜 미닫이문이
열리자, 다다미 여덟 장 정도의 음침한 방이 나왔다.
"지금 게이코를 만나게 해주지. 먼저 몸값을 확인해보고 나서."
머리카락을 붉게 물들인 여자가 그렇게 말하고는, 이어 동료 패거리들에게
지시했다.
"이봐, 이 젊은 부인이 설치지 않게 거기 기둥에 묶어둬!"
"아니 묶지 않아도 되잖아요?"
시즈코 부인은 놀란 얼굴로, 몸에 힘을 주며 말했다.
"흥, 지금은 게이코를 대신해서 긴코(銀子)가 이 하자쿠라단의 두목이거든.
긴코의 명령이니 할 수 없어. 자, 얌전하게 손을 뒤로하시지."
여자들은 어느새 오랏줄을 들고 시즈코 부인 주위를 에워쌌다.
시즈코 부인은 분한 듯 입술을 깨물며 양손을 뒤로 돌렸다. 여자들은 시즈코
부인의 양팔을 뒤로 꺾어 손목을 포개 묶은 뒤 다시 끈을 앞으로 돌려 불룩한
가슴께를 두세 번 감다 단단히 뒷짐 결박을 했다. 그리고 도코노마(객실인
다다미방의 정면 상좌에 바닥을 한 층 높여만들어 놓은 곳 벽에는 족자를 걸고,
바닥에 도자기·꽃병 등을 장식해 두는 곳)의 기둥에 잡아맸다. 시즈코 부인은
이를 악물고 긴코를 노려보았다. 가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이 굴욕을 어떻게든
참으려 했다. 여자들이 난폭하게 구는 바람에 들려 올라간 앞자락 사이로 붉은
속치마가 들여다보이고, 옷깃이 벌어져 분홍색의 긴 속옷이 비어져 나왔다.
긴코는 그런 시즈코 부인을 쌀쌀한 눈으로 지켜보고 나서, 동료 패거리들과
함께 돈 다발을 세기 시작했다.
"과연 도야마 재벌이군. 백만 엔 정도는 새 발의 피겠지. 이럴 거라면 삼
백만 엔 정도 불렀으면 좋았을걸."
여자들은 그런 말을 주고받으면서 돈을 분배하였다.
"게이코는 어디에 있는 거예요? 어서 게이코를 만나게 해줘요!"
시즈코 부인이 몸을 버둥거리며 외쳤다.
"귀찮게 구는군. 조금만 기다려, 곧 게이코를 만나게 해줄 테니까."
긴코가 눈짓을 하자, 패거리들이 구석의 다다미를 두 장쯤 젖히고 낡은 판자를
들어내더니 사다리를 내렸다. 다다미 아래가 지하실인 모양이다.
이윽고 그녀들은 게이코를 끌어올렸는데, 그 모습을 본 순간 시즈코 부인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게이코는 알몸인 데다 거뭇한 오랏줄로 친친 묶여 있었다.
"앗, 엄마. 살려줘요!"
게이코는 기둥에 결박되어 있는 사람이 시즈코 부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다.
"쳇, 멋대로 굴지 마!"
여자들이 포박 줄을 잡아당겨 버렸다. 게이코의 살갗은 여기저기 붓고 멍이
들어있었다. 꽤 고문을 받은 것 같았다.
게이코를 대신해서 이 하자쿠라단의 보스가 되었다는 긴코는 게이코의 뺨을
호되게 후려쳤다.
"지금, 이 아름다운 젊은 부인에게 하자쿠라단의 규칙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 거야. 각오해."
긴코의 명령을 받은 무리는, 쪼그리고 앉은 게이코를 일으켜 세운 뒤 일단
묶었던 끈을 풀어주었다. 물론 자유롭게 해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천장의
들보로부터 늘어뜨려진 두 줄의 쇠사슬에 게이코의 두 손을 비끄러매었다.
"끌어올려!"
다시 긴코의 명령이 떨어지자 구석에 대기하고 있던 하나가 벽을 따라 드리워진
쇠사슬을 힘껏 두 손으로 잡아당겼다. 키익키익 하고 천장의 들보에 쇠사슬
감기는 소리가 나며, 차츰 게이코의 몸이 위로 올라갔다.
"아아, 팔이 빠질 것 같아. 아파 살려줘!"
게이코는 발끝으로 서서, 공포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비명을
질렀다.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도대체, 게이코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는 건가요?
돈까지 받아놓고 게이코를 괴롭히다니, 너무하잖아요!"
기둥에 묶인 시즈코 부인이 격렬하게 몸을 흔들면서 외쳤다.
"게이코는 말야. 규율을 어기고 동료의 애인과 관계를 가졌어. 뭐, 연애하는
게 뭐가 나쁘냐고? 후후 우리 하자쿠라단에선 동료 남자와의 관계는 금지된
일이거든."
긴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패거리 중 하나가 건네준 청죽으로 게이코의 엉덩이를
힘껏 내리쳤다.
"꺄악―!"
게이코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비명을 질렀다.
"약속이, 약속이 틀리잖아요!"
시즈코 부인은 더 이상 보고 있을수 없는지 다시 소리쳤다.
"약속은 어기지 않아. 징계가 끝나면 당신에게 게이코를 넘겨줄 테니까 걱정
마. 채찍 처벌이 끝나면, 온몸의 털이란 털은 전부 깎아 민둥산을 만들어버릴
거야. 끝날 때까지, 천천히 거기서 구경하라고."
긴코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게이코의 엉덩이를 청죽으로 내리쳤다.
"돈이라면 남편에게 말해서 얼마든 내겠어요. 그러니까 게이코를 그만 용서해줘요!"
시즈코 부인이 애원하듯이 긴코에게 말했다. 그러자 긴코가 돌연 매질을
멈추고, 눈을 빛내며 시즈코 부인을 쳐다봤다.
"그렇다면 게이코의 처벌은 이쯤에서 봐줄 수도 있지만, 조건이 있어. 들어주겠지?"
"뭐든 듣겠어요. 제발 게이코만은 용서해주세요."
"좋아 그럼 부인. 그 멋진 옷을 전부 벗어버리고 알몸이 되는 거야. 어때?"
"옛!"
시즈코 부인은 자기 귀를 의심하였다.
"당신들…… 그렇게 해서 무슨 이득이 있나요? 돈이라면 남편에게 부탁해서……."
"누굴 바보로 아나. 당신을 돌려보내면, 곧장 경찰이 쳐들어올 텐데. 우리가
미쳤다고 곱게 당신을 보내. 우리들이 안전한 장소로 될 때까지 부인도 이곳에
알몸으로 계셔주셔야겠어. 그래야 우리가 안심이 되지."
그리고는 패거리들에게 지시했다.
"자, 모두 이 부인을 알몸으로 만들어 줘. 이 부인을 인질로 삼아 도야마
영감에게서 이 백만 엔 정도를 더 우려내는 거야 "
"과연 언니는 머리가 좋아!"
여자들이 시즈코 부인 곁으로 다가왔다.
"제발 바보 같은 짓 말아요!"
시즈코 부인은 기둥에 묶인 몸을 흔들며 절규하였다.
"할말이 있으면 옷을 벗고 난 다음에 하시지. 매일 기름진 음식만 먹었으니,
필시 끝내주는 몸매일 거야. 천천히 감상해 줄게."
에츠코, 아케미, 요시코 등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시즈코 부인의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허리띠가 쓰윽 소리를 내며 잡아 빼지자 부인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누구, 누구 없어요!"
"아쉽게도, 이 근방엔 사람이 잘 다니질 않아."
긴코가 코웃음을 쳤다.
옷을 벗기기 위해 일단 오랏줄을 풀었는데, 그 순간 부인이 허리께를 누르고
있던 에츠코를 힘껏 떠밀고 도망치려 했다.
"어라, 누구 맘대로."
패거리 중 한 명이 허리띠를 낚아채자, 시즈코 부인의 몸이 팽이처럼 빙그르르
돌더니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 순간, 옷자락이 훌러덩 뒤집어지며 속옷 자락이
갖가지 색의 꽃잎이 바닥에 뿌려진 양 드러났다. 그리고 그 안에 도자기 같은
광택을 지닌 부인의 속살이 들여다보이자, 여자들은 더욱 광폭한 발작을 일으키며
부인에게 달려들었다.
"우리를 뭘로 보고 이러는 거야."
긴코가 비명과 함께 몸부림치며 뒹구는 부인에게 위협하듯이 고함쳤다.
"이 자리에서 게이코가 혼쭐나는 게 보고 싶은가 보지?"
아케미가 움켜잡은 부인의 뺨을 두세 대 갈겼다
알몸으로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게이코는 격한 오열을 토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케미의 위협으로 시즈코 부인이 힘없이 늘어지자, 그 기회를 노린 여자들의
손이 일제히 부인의 등과 어깨, 허리에 뻗쳐왔다. 허리띠에 이어 기모노가
벗겨져 엷은 홍색의 요염한 속옷 차림이 된 부인을 보는 악녀들의 눈에는 촉촉한
정욕이 번졌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속옷을 벗어!"
"싫어요! 더 이상은 안 돼요!"
"안 돼! 다 벗어야 해!"
시즈코 부인은 크게 당황하며 몸을 움츠렸지만, 악녀들은 부인의 달콤한
분과 향수 냄새에 도취된 듯 정신없이 손을 놀려댔다. 이윽고 흰 버선이 벗겨지고,
속옷마저 악녀들의 손에 들어갔다.
"아앗!"
시즈코 부인은 절망적인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허둥대며 넘칠 듯이 드러난
탐스런 젖가슴을 가리며 몸을 움츠렸다.
"역시 생각대로 고운 피부야."
"그럼, 대기업 사장 부인인걸. 우리들과는 인종부터 틀리다고."
악녀들이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리고 속치마 바람으로 젖가슴을 가린 채
굴욕감과 수치로 몸을 떨며 울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탐욕스럽게 쳐다보았다.
향기가 감돌 듯 관능미를 지닌 부인의 몸은 어깨에서 가슴, 그리고 허리에
이르기까지 잘 여문 여인의 충실미를 느끼게 하고, 피부색은 신비할 정도로
희고 끈끈한 광택을 발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일순간, 뭔가 손대서는 안 될
미술품을 앞에 둔 듯한 기분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그때 퍼뜩 제정신을 차린 긴코는 젖가슴을 덮고 있는 부인의 두 손에 눈길을
주며 부인에게 다가갔다.
"그 시계하고 반지, 주셨으면 하는데."
그러면서 부인의 한쪽 손을 낚아채듯이 붙잡고 반지를 빼고, 손목시계를
풀어갔다.
시즈코 부인은 입술을 깨물면서 시선을 돌렸다. 부인의 윤기 도는 검은 머리칼과
윤기 흐르는 목덜미께에서 풍기는 관능적인 향수 냄새가 긴코의 가학적인 욕정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부인. 안됐지만, 그 마지막 한 장도 벗어줘야겠는데?"
긴코가 불쑥 위압적으로 말하자 시즈코 부인은 전율하듯 움츠린 나신을 부르르
떨었다.
"깨어났을 때처럼 알몸이 돼야 한단 말이야. 못 알아들어?"
에츠코와 아케미가 부인에게 다가가자, 긴코가 두 사람을 제지하였다.
"기다려 스스로 벗게 하라고. 애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걸 남의 손을 빌리겠다는
거야."
"다, 당신들 도대체 내게 얼마나 창피를 줘야 속이 시원하겠어요."
부인은 공포로 부들부들 온몸을 떨면서 옥죄는 소리로 말했다. 부인의 가늘고
긴 눈에서 굴욕의 눈물이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던 요시코가 고소하다는 듯이
입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야. 이건 아직 서두에 불과하다고. 진짜 큰 창피는 이제부터야."
"스스로 벗지 않으면 벗을 때까지 게이코를 닦달하는 수밖에."
긴코가 눈짓을 하자 요시코가 고개를 끄덕이며 청죽을 들었다.
"엉덩이 부분을 때려, 그래야 음향효과도 좋으니까."
에츠코의 말에 요시코가 씩 웃으며,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게이코의 엉덩이를
힘껏 내리쳤다. 찰싹하고 살이 터지는 소리와 동시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게이코의
비명이 방안을 갈랐다.
"그만해요, 제발 시키는 대로 할 테니 게이코를 내려줘요!"
시즈코 부인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자 긴코가 싱긋 웃고서 쇠사슬을
당기기 시작했다. 도르래의 삐걱 소리와 함께 게이코가 바닥으로 내려오자,
긴코가 목메어 우는 시즈코 부인을 향해 심술궂은 눈길을 보냈다.
"자, 부인 말대로 했으니까, 부인도 약속을 지켜 주실까?"
꾸물거리면 다시 게이코를 매달 거라는 긴코의 으름장에 부인은 비통한 표정으로
몸을 떨면서 여자들에게 등을 돌렸다. 여자들은 속옷을 벗고 있는 부인을 숨을
죽이고 응시하고 있다.
속옷이 부인의 살집 좋은 허벅지를 스치며 바닥에 떨어지자 여자들은 환성을
질렀다. 그러나 그 아래에 아직 기모노용 얇은 팬티가 남아있는 것을 본 긴코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안 돼지. 그것도 벗어. 게이코가 매맞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어서, 빨리!"
그러자 시즈코 부인은 오열을 토하며 그것마저 벗어 던졌다. 부풀어오른
풍만한 부인의 엉덩이가 드러났다. 그 깊이 들어간 엉덩이의 틈새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관능미를 띠고 있었다. 마치 희뿌연 안개에 감싸인 듯한, 숨막힐 정도의
관능적인 곡선을 본 여자들은 황홀한 기분이 되었다.
"자, 속옷까지 몽땅 보자기에 싸도록 해."
긴코의 지시대로 여자들은 주위에 흩어져 있는 부인의 옷가지를 주워 모았다.
"이거, 헌옷 가게에 내다 팔죠? 화사한 옷이니 비싼 값에 팔릴지도 모르잖아요."
"아니, 도야마 가에서 나머지 이 백만 엔을 빼내기 위한 미끼로 사용할 거야.
이것을 도야마 사장에게 보내는 거지. 사랑하는 아내가 알몸으로 벗겨진 사실을
알면 그 양반 기절초풍해서 두말없이 이쪽 요구에 응해줄 거야."
긴코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아케미가 역시 긴코 언니는 머리가 좋아하고 웃으면서 원숭이처럼 웅크리고
있는 시즈코 부인 앞으로 돌아가 허리를 굽혔다. 부인은 두 손을 교차시켜
젖가슴을 가리고 허벅지를 꼭 붙여 어떻게든 수치의 원천을 감추려 하고있었다.
"뭐야, 처녀도 아니면서 숫처녀처럼 덜덜 떨고 있잖아?"
아케미는 자신의 눈길을 피하며 수치심에 떨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향해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
"응? 그렇게 가리지 말고 한번 보여줘. 사장 부인은 어떤 도구를 갖고 있는지
보고 싶으니까."
그러면서 아케미가 완고하게 딱 붙이고 있는 부인의 허벅지를 벌리려고 했다.
"무, 무슨 짓이야!"
그 순간 부인이 엉겁결에 가슴을 덮고 있던 손을 풀어 아케미의 뺨을 세게
때렸다.
"쳤어?"
부인에게 얻어맞은 뺨에 손바닥을 갖다대며 아케미가 눈을 치켜떴다.
"짐, 짐승 같은 짓을 하니까 그렇지!"
부인도 눈물이 고인 눈으로 정색하고 아케미를 노려보았다.
"어머나, 의외로 고집이 센데, 부인."
긴코가 소리 없이 웃으며 다가오더니, 갑자기 발을 들어올려 부인의 유연하고
낭창낭창한 어깨를 걷어찼다.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
그리고 야쿠자 같은 말투로 패거리들에게 손을 뒤로 묶으라고 지시했다.
아케미와 요시코가 방구석에 있던 오랏줄 다발을 질질 끌어냈다.
문득 그것을 본 시즈코 부인의 얼굴이 한층 더 겁을 집어먹고 경직되어갔다.
아케미와 요시코가 비웃음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젖가슴을 가리고 있는 부인의
팔을 등뒤로 비틀었다 그러자 시즈코 부인은 알몸을 미친 듯이 흔들어댔다.
여자들은 부인의 반항엔 아랑곳하지 않고 재빠르게 양 팔목을 등 중간께에서
엇갈리게 하여 단단히 묶어갔다. 그리고 오랏줄을 앞으로 돌려 젖가슴 아래위를
단단히 조였다.
"어디 다시 한번 가려 보시지."
부인을 꽁꽁 뒷짐 결박한 여자들이 일제히 냉소하였다.
알몸인 채 손을 뒤로 묶인 시즈코 부인은 몸을 뒤틀면서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떨리도록 흐느껴 울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허벅지와 허벅지를 강하게
밀착하여 여자의 수치만은 필사적으로 감추려 하고 있다. 그 부질없는 저항이
긴코 패거리들에게는 통쾌하게 비쳤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거기를 가리니까, 더 보고 싶은데?"
긴코가 재미있다는 듯이 동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부인을 한번 일으켜 세워봐."
시즈코 부인에게는 이미 여자의 수치를 감출 자유도 없었다. 긴코는 또다시
가학의 발작이 샘솟았다.
에츠코와 요시코가 좌우에서 부인의 유연한 어깻죽지에 손을 넣어 단숨에
일으켜 세웠다. 시즈코 부인의 윤기 있고 균형 잡힌 나신이 휘청이며 일으켜
세워지자 긴코는 자기도 모르게 헉하고 숨을 삼켰다.
오랏줄로 위아래를 친친 감긴 채 관능미를 물씬 풍기고 있는 젖가슴, 낭창낭창하고
요염한 어깨 끝, 잘록한 허리가 전체적으로 우아하고 요염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또 종아리에서 허벅지에 걸친 날씬하게 뻗은 각선미는 또한 어떤가?
긴코는 집요한 시선을 차츰 시즈코 부인의 하복부로 돌렸다. 우윳빛의 반질반질한
허벅지가 시작되는 곳에 칠흑의 섬모가 마음 산란하게 봉긋 솟아있다.
"햐, 기가 막힌 몸매로군. 그곳도 맛이 괜찮겠는걸."
여자들이 숨가쁜 소리로 말했다.
시즈코 부인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숨막히는 굴욕을 참고있다.
"이봐, 좀 우리들이 귀여워해 줄까?"
몸을 앞으로 내밀면서 다가온 아케미에게 긴코가 말했다.
"뭐, 그렇게 서두를 것 없잖아. 도야마 가에서 남은 이 백만 엔을 끌어내기
까진 소중한 인질이니까 말이야."
니혼바시에서 찰나의 순간에 시즈코 부인을 놓친 야마자키는, 그야말로 탐정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가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도야마
저택을 찾아갔지만, 아직 아무 연락이 없다는 말만 전해들었을 뿐이다.
야마자키는 도야마 저택에서 시즈코 부인의 연락을 기다리기로 하고, 한편으론
사무실의 젊은 직원들에게 하자쿠라단의 은신처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도야마 씨도 부재중인 마당에 시즈코 부인이나 게이코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여 야마자키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밤 열두 시가 지나도 시즈코 부인은 귀가하지 않았다.
그때 돌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수화기를 집어들려는 하녀를 제지하고
야마자키가 직접 받았다. 상대는 여자였는데 말투가 불량스러웠다.
"도야마 씨 댁이지? 나는 말이야, 하자쿠라의 간부로 있는 사람인데 게이코의
몸값으로 이미 백만 엔을 받긴 했는데, 이번엔 부인의 몸값으로 이 백만 엔을
받아야겠어. 서둘러서 준비해줬으면 해."
야마자키는 침을 꿀꺽 삼키고 흥분해서 말했다.
"돈은 만들겠지만, 도대체 시즈코 부인은 어디에 있는 거야. 너희들 부인에게
이상한 짓거리 하면 가만 안 놔두겠어!"
"별로 이상한 짓거리 하지 않았어. 우리들은 여자들뿐이니까. 후후후……."
여자가 계속 말을 이었다.
"단지 도망치면 곤란해지니까 알몸으로 벗겨서 묶어두었지. 미인답지 않게
힘이 세서 옷 벗기는 데 애 좀먹었어. 기막힌 몸매던데. 사내들에게 안겨주고
돈을 받을 까도 생각했지만, 그쪽에 일단 상의 해봐야겠기에…… 어때 이 백만
엔 금방 준비되겠어?"
"기다려. 지금, 도야마 씨는 여행 중이야. 돈은 반드시 만들 테니까 부인과
게이코에게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야마자키는 눈에 핏발이 설 정도로 필사적으로 말했지만, 상대는 냉혹한
웃음소리를 흘려 보냈다.
"그럼 돈이 마련될 무렵 해서 이쪽에서 다시 연락하지.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가만히 놀려두기엔 아까우니까 잠깐 돈벌이라도 시킬 셈이야, 그렇게 알아."
"돈벌이라니?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어쨌든 부인은 상당한 미인인 데다 몸매도 끝내주는걸. 그래서 요새 유행하는
누드 사진이나 찍어 팔아볼까 하는데, 분명 불티나게 팔릴 거야. 돈 준비가
늦으면 늦을수록, 부인의 사진이 늘어간다는 말씀이지."
그것으로 전화가 끊겼다.
야마자키는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 불량 소녀들은 부인과
게이코의 누드 사진을 만들어, 그것을 술집 등에 팔아치우려는 꿍꿍이인 모양이다.
그런 짓을 하게 된다면, 부인뿐만이 아니라 도야마 씨도 사회적인 지위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말 큰일이었다.
그곳에 도야마 가의 운전사인 가와다 카즈오가 손에 커다란 보자기를 들고
허둥지둥 뛰어들어왔다.
"지금 누가 현관 앞에 이것을 던져놓고 도망갔습니다. 쫓아가 봤지만 차를
타고 잽싸게 도망쳐버렸어요."
야마자키가 서둘러 보자기 꾸러미를 열자. 안에는 여자 옷이 들어있었다.
"앗! 이것은 부인이 입고 있던 옷이에요."
가와다가 놀라서 소리쳤다. 야마자키도 금세 알 수 있었다. 검정 색과 갈색의
농담이 무늬를 이루는 차분한 문양의 기모노, 그것은 오늘 아침 시즈코 부인이
입고 외출했던 옷이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부인의 속옷류 일체도 들어있었다.
분홍색의 긴 속옷, 내의, 속치마, 그리고 허리띠까지. 요컨대 시즈코 부인이
알몸으로 벗겨져 하자쿠라단에 감금당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증거였다. 달큰한
여체의 냄새가 느껴지는 꽃 같은 옷가지를 손에 들고 야마자키는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 고운 시즈코 부인이 야비하고 비열한 여자들에게 알몸으로 벗겨져 참담한
곤경을 당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자 야마자키는 미칠 것만 같았다.
"찾기는 힘들겠지만, 저도 짐작 가는 데를 찾아보겠습니다."
운전사인 가와다도 시즈코 부인의 옷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그렇게 말하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
*
청명한 가을 햇살이, 양옥이 늘어선 조용하고 깨끗한 동네를 비추고 있다.
아스팔트 인도에는 수명을 다한 버드나무 잎사귀들이 쓸쓸히 뒹굴고 있을 뿐
인적도 별로 없는 거리였다.
도야마 다카요시(遠山義)라는 명패가 걸린 호화로운 저택의 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한 여인이 조심스럽게 문을 빠져 나온다. 그런데 조급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여인은 누구인가? 바로 재계의 거물인 도야마 다카요시의 아내,
시즈코 부인이다. 도야마 다카요시는 쉰 세 살에 조강지처와 사별하고, 작년
시즈코 부인과 결혼하였는데, 그때 그녀의 나이 스물 여섯이었다. 거의 딸만한
나이이다. 도야마 씨의 친구들은 그녀를 절세 미인이라고 연신 칭찬하며 은근히
부러워들 하였다.
확실히 시즈코 부인은 보기 드문 미인이다. 음영이 뚜렷한 단정한 얼굴에,
쌍꺼풀이 진 커다란 눈, 고귀한 느낌을 풍기는 콧날, 얼굴에서 목에 걸치는
매끈한 피부는 신비할 정도로 아름답다.
기모노가 특히 잘 어울리는 그녀는 오늘도 검정 색과 갈색의 농담이 무늬를
이루는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그 수수하고 청초한 기모노가 화사한 목덜미의
요염함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었고. 철철 넘치는 우아함이 전신을 감돌고
있다.
그러나 시즈코 부인의 표정엔 어두움이 한껏 드리워져 있었다. 그녀는 침착치
못한 걸음걸이로 큰길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롯뽕기(六本木)의 야마자키 탐정 사무소로, 서둘러 가주세요."
차에 타고나서도 시즈코 부인은 창백한 얼굴로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야마자키 탐정 사무소. 이곳의 소장은 시즈코 부인의 시동생의 친구이다.
여사무원의 안내로 응접실에 들어가서도 그녀는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소장인 야마자키가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며 웃음 띤 얼굴로 들어왔지만
시즈코 부인은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야마자키 씨, 큰일났어요."
"아니, 무슨 일입니까?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자, 진정하시고 말씀하세요."
야마자키는 태연한 말투로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게 진정할 수가 없어요. 실은 게이코(桂自)가……."
"아, 게이코 일입니까?"
야마자키는 또군 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게이코는 도야마 다카요시의 전처 소생 외동딸로, 사사건건 말썽만 부리는
문제 소녀였다. 하자쿠라단이라는 그룹을 조직해 자신이 그 우두머리에 앉은
게이코는 갖가지 문제를 일으켜 아버지를 괴롭혔다. 그때마다 야마자키가 경찰서에
게이코를 인도 받으러 가거나 잡다한 문제를 처리해 왔었다. 다카요시가 아리따운
후처를 맞아들이자, 게이코는 더욱 비뚤어져 이젠 집에도 거의 들어오지 않고
더 많은 사고를 일으키고 다녔다.
"또 무슨 일이라도……."
야마자키는 어디 한두 번 일어난 일이냐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시즈코 부인은 자못 걱정스런 얼굴이었다.
"게이코에게 다섯 시까지 백만 엔을 가지고 니혼바시미츠코시(日本橋三越)
앞으로 나오라는 전화가 걸려왔어요. 동료를 배반해 처벌을 받게되었는데,
대신 돈을 내면 용서받을 수 있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게이코는 하자쿠라단의 우두머리입니다. 우두머리가
동료를 배반해서 처벌을 받게 됐다니, 그런 허무맹랑한 얘기가 어디 있습니까?
더군다나 백만 엔을 내면 모면할 수 있다니, 보증금도 아니고 그건 따님이
돈을 가로채려는 책략일 겁니다. 무시해버리세요."
그러나 시즈코 부인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여간 꺼림칙한 게 아니었다.
"지금 남편은 정계의 인사들과 간사이(關西)로 여행 중인데, 그이가 집을
비운 사이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기면 면목이 없잖아요."
시즈코 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백만 엔을 준비해 왔으니 야마자키에게
같이 가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함께 가드리도록 하죠. 돈은 신문지에 싸서 옆구리에
끼도록 하십시오."
야마자키는 처음엔 젊은 사람을 한두 명 데리고 갈까 하고 생각했지만, 상대가
기껏해야 소녀들이니 별일이야 있겠나 하는 생각에 혼자 따라나섰다.
정말 순식간의 일이었다. 다섯 시 이십 분이 지났는데도 게이코의 대리인인
듯한 자가 나타나지 않자, 야마자키는 시즈코 부인에게서 조금 떨어져 길가는
사람에게 담뱃불을 빌렸다. 그 짧은 시간에 시즈코 부인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야마자키가 주위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방금 두세 명의 소녀가
나타나 시즈코 부인을 강제로 차에 태운 뒤 사라졌다고 한다.
"아뿔싸."
야마자키는 입에 물었던 담배를 뱉어내며 허둥댔다. 경찰에 전화하자니 탐정
체면이 말이 아니고, 또 도야마 집안의 금지옥엽 외동딸이다 보니 크게 떠들
수도 없는 일이다.
교외의 소박한 시골 마을. 대형차 한 대가 초가 지붕에 토벽을 한 농가 앞에
멈춰 섰다.
"자, 다 왔어. 내려."
청바지 차림에 앞머리를 붉게 물들인 자그마한 몸집의 여자가 차에서 뛰어내린
뒤 주위를 살피며 차안에 대고 말했다. 시즈코 부인이 요란한 차림을 한 세
명의 여자들에게 떠밀려 차에서 내렸다.
"돈은 갖고 왔겠지?"
한 명이 시즈코 부인이 끼고 있는 종이 꾸러미를 낚아채듯이 빼냈다.
"게이코는, 게이코는 어디 있어요?"
시즈코 부인이 창백한 얼굴로 그렇게 묻자, 검은자위가 위로 치켜 올라간
여자가, 그녀의 허리를 차며 말했다.
"이 집안에 있어. 여긴 우리들의 은신처야. 다른 사람에게 떠벌렸다간 재미없어.
자, 게이코를 만나게 해줄 테니 어서 들어가!"
집안은 어둡고 음습했으며, 토방 한 쪽에는 먼지로 뒤덮인 농기구가 흩어져
있다. 시즈코 부인은 여자들에게 떠밀려 문턱을 넘어섰다. 바랜 미닫이문이
열리자, 다다미 여덟 장 정도의 음침한 방이 나왔다.
"지금 게이코를 만나게 해주지. 먼저 몸값을 확인해보고 나서."
머리카락을 붉게 물들인 여자가 그렇게 말하고는, 이어 동료 패거리들에게
지시했다.
"이봐, 이 젊은 부인이 설치지 않게 거기 기둥에 묶어둬!"
"아니 묶지 않아도 되잖아요?"
시즈코 부인은 놀란 얼굴로, 몸에 힘을 주며 말했다.
"흥, 지금은 게이코를 대신해서 긴코(銀子)가 이 하자쿠라단의 두목이거든.
긴코의 명령이니 할 수 없어. 자, 얌전하게 손을 뒤로하시지."
여자들은 어느새 오랏줄을 들고 시즈코 부인 주위를 에워쌌다.
시즈코 부인은 분한 듯 입술을 깨물며 양손을 뒤로 돌렸다. 여자들은 시즈코
부인의 양팔을 뒤로 꺾어 손목을 포개 묶은 뒤 다시 끈을 앞으로 돌려 불룩한
가슴께를 두세 번 감다 단단히 뒷짐 결박을 했다. 그리고 도코노마(객실인
다다미방의 정면 상좌에 바닥을 한 층 높여만들어 놓은 곳 벽에는 족자를 걸고,
바닥에 도자기·꽃병 등을 장식해 두는 곳)의 기둥에 잡아맸다. 시즈코 부인은
이를 악물고 긴코를 노려보았다. 가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이 굴욕을 어떻게든
참으려 했다. 여자들이 난폭하게 구는 바람에 들려 올라간 앞자락 사이로 붉은
속치마가 들여다보이고, 옷깃이 벌어져 분홍색의 긴 속옷이 비어져 나왔다.
긴코는 그런 시즈코 부인을 쌀쌀한 눈으로 지켜보고 나서, 동료 패거리들과
함께 돈 다발을 세기 시작했다.
"과연 도야마 재벌이군. 백만 엔 정도는 새 발의 피겠지. 이럴 거라면 삼
백만 엔 정도 불렀으면 좋았을걸."
여자들은 그런 말을 주고받으면서 돈을 분배하였다.
"게이코는 어디에 있는 거예요? 어서 게이코를 만나게 해줘요!"
시즈코 부인이 몸을 버둥거리며 외쳤다.
"귀찮게 구는군. 조금만 기다려, 곧 게이코를 만나게 해줄 테니까."
긴코가 눈짓을 하자, 패거리들이 구석의 다다미를 두 장쯤 젖히고 낡은 판자를
들어내더니 사다리를 내렸다. 다다미 아래가 지하실인 모양이다.
이윽고 그녀들은 게이코를 끌어올렸는데, 그 모습을 본 순간 시즈코 부인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게이코는 알몸인 데다 거뭇한 오랏줄로 친친 묶여 있었다.
"앗, 엄마. 살려줘요!"
게이코는 기둥에 결박되어 있는 사람이 시즈코 부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다.
"쳇, 멋대로 굴지 마!"
여자들이 포박 줄을 잡아당겨 버렸다. 게이코의 살갗은 여기저기 붓고 멍이
들어있었다. 꽤 고문을 받은 것 같았다.
게이코를 대신해서 이 하자쿠라단의 보스가 되었다는 긴코는 게이코의 뺨을
호되게 후려쳤다.
"지금, 이 아름다운 젊은 부인에게 하자쿠라단의 규칙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 거야. 각오해."
긴코의 명령을 받은 무리는, 쪼그리고 앉은 게이코를 일으켜 세운 뒤 일단
묶었던 끈을 풀어주었다. 물론 자유롭게 해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천장의
들보로부터 늘어뜨려진 두 줄의 쇠사슬에 게이코의 두 손을 비끄러매었다.
"끌어올려!"
다시 긴코의 명령이 떨어지자 구석에 대기하고 있던 하나가 벽을 따라 드리워진
쇠사슬을 힘껏 두 손으로 잡아당겼다. 키익키익 하고 천장의 들보에 쇠사슬
감기는 소리가 나며, 차츰 게이코의 몸이 위로 올라갔다.
"아아, 팔이 빠질 것 같아. 아파 살려줘!"
게이코는 발끝으로 서서, 공포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비명을
질렀다.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도대체, 게이코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는 건가요?
돈까지 받아놓고 게이코를 괴롭히다니, 너무하잖아요!"
기둥에 묶인 시즈코 부인이 격렬하게 몸을 흔들면서 외쳤다.
"게이코는 말야. 규율을 어기고 동료의 애인과 관계를 가졌어. 뭐, 연애하는
게 뭐가 나쁘냐고? 후후 우리 하자쿠라단에선 동료 남자와의 관계는 금지된
일이거든."
긴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패거리 중 하나가 건네준 청죽으로 게이코의 엉덩이를
힘껏 내리쳤다.
"꺄악―!"
게이코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비명을 질렀다.
"약속이, 약속이 틀리잖아요!"
시즈코 부인은 더 이상 보고 있을수 없는지 다시 소리쳤다.
"약속은 어기지 않아. 징계가 끝나면 당신에게 게이코를 넘겨줄 테니까 걱정
마. 채찍 처벌이 끝나면, 온몸의 털이란 털은 전부 깎아 민둥산을 만들어버릴
거야. 끝날 때까지, 천천히 거기서 구경하라고."
긴코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게이코의 엉덩이를 청죽으로 내리쳤다.
"돈이라면 남편에게 말해서 얼마든 내겠어요. 그러니까 게이코를 그만 용서해줘요!"
시즈코 부인이 애원하듯이 긴코에게 말했다. 그러자 긴코가 돌연 매질을
멈추고, 눈을 빛내며 시즈코 부인을 쳐다봤다.
"그렇다면 게이코의 처벌은 이쯤에서 봐줄 수도 있지만, 조건이 있어. 들어주겠지?"
"뭐든 듣겠어요. 제발 게이코만은 용서해주세요."
"좋아 그럼 부인. 그 멋진 옷을 전부 벗어버리고 알몸이 되는 거야. 어때?"
"옛!"
시즈코 부인은 자기 귀를 의심하였다.
"당신들…… 그렇게 해서 무슨 이득이 있나요? 돈이라면 남편에게 부탁해서……."
"누굴 바보로 아나. 당신을 돌려보내면, 곧장 경찰이 쳐들어올 텐데. 우리가
미쳤다고 곱게 당신을 보내. 우리들이 안전한 장소로 될 때까지 부인도 이곳에
알몸으로 계셔주셔야겠어. 그래야 우리가 안심이 되지."
그리고는 패거리들에게 지시했다.
"자, 모두 이 부인을 알몸으로 만들어 줘. 이 부인을 인질로 삼아 도야마
영감에게서 이 백만 엔 정도를 더 우려내는 거야 "
"과연 언니는 머리가 좋아!"
여자들이 시즈코 부인 곁으로 다가왔다.
"제발 바보 같은 짓 말아요!"
시즈코 부인은 기둥에 묶인 몸을 흔들며 절규하였다.
"할말이 있으면 옷을 벗고 난 다음에 하시지. 매일 기름진 음식만 먹었으니,
필시 끝내주는 몸매일 거야. 천천히 감상해 줄게."
에츠코, 아케미, 요시코 등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시즈코 부인의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허리띠가 쓰윽 소리를 내며 잡아 빼지자 부인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누구, 누구 없어요!"
"아쉽게도, 이 근방엔 사람이 잘 다니질 않아."
긴코가 코웃음을 쳤다.
옷을 벗기기 위해 일단 오랏줄을 풀었는데, 그 순간 부인이 허리께를 누르고
있던 에츠코를 힘껏 떠밀고 도망치려 했다.
"어라, 누구 맘대로."
패거리 중 한 명이 허리띠를 낚아채자, 시즈코 부인의 몸이 팽이처럼 빙그르르
돌더니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 순간, 옷자락이 훌러덩 뒤집어지며 속옷 자락이
갖가지 색의 꽃잎이 바닥에 뿌려진 양 드러났다. 그리고 그 안에 도자기 같은
광택을 지닌 부인의 속살이 들여다보이자, 여자들은 더욱 광폭한 발작을 일으키며
부인에게 달려들었다.
"우리를 뭘로 보고 이러는 거야."
긴코가 비명과 함께 몸부림치며 뒹구는 부인에게 위협하듯이 고함쳤다.
"이 자리에서 게이코가 혼쭐나는 게 보고 싶은가 보지?"
아케미가 움켜잡은 부인의 뺨을 두세 대 갈겼다
알몸으로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게이코는 격한 오열을 토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케미의 위협으로 시즈코 부인이 힘없이 늘어지자, 그 기회를 노린 여자들의
손이 일제히 부인의 등과 어깨, 허리에 뻗쳐왔다. 허리띠에 이어 기모노가
벗겨져 엷은 홍색의 요염한 속옷 차림이 된 부인을 보는 악녀들의 눈에는 촉촉한
정욕이 번졌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속옷을 벗어!"
"싫어요! 더 이상은 안 돼요!"
"안 돼! 다 벗어야 해!"
시즈코 부인은 크게 당황하며 몸을 움츠렸지만, 악녀들은 부인의 달콤한
분과 향수 냄새에 도취된 듯 정신없이 손을 놀려댔다. 이윽고 흰 버선이 벗겨지고,
속옷마저 악녀들의 손에 들어갔다.
"아앗!"
시즈코 부인은 절망적인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허둥대며 넘칠 듯이 드러난
탐스런 젖가슴을 가리며 몸을 움츠렸다.
"역시 생각대로 고운 피부야."
"그럼, 대기업 사장 부인인걸. 우리들과는 인종부터 틀리다고."
악녀들이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리고 속치마 바람으로 젖가슴을 가린 채
굴욕감과 수치로 몸을 떨며 울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탐욕스럽게 쳐다보았다.
향기가 감돌 듯 관능미를 지닌 부인의 몸은 어깨에서 가슴, 그리고 허리에
이르기까지 잘 여문 여인의 충실미를 느끼게 하고, 피부색은 신비할 정도로
희고 끈끈한 광택을 발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일순간, 뭔가 손대서는 안 될
미술품을 앞에 둔 듯한 기분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그때 퍼뜩 제정신을 차린 긴코는 젖가슴을 덮고 있는 부인의 두 손에 눈길을
주며 부인에게 다가갔다.
"그 시계하고 반지, 주셨으면 하는데."
그러면서 부인의 한쪽 손을 낚아채듯이 붙잡고 반지를 빼고, 손목시계를
풀어갔다.
시즈코 부인은 입술을 깨물면서 시선을 돌렸다. 부인의 윤기 도는 검은 머리칼과
윤기 흐르는 목덜미께에서 풍기는 관능적인 향수 냄새가 긴코의 가학적인 욕정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부인. 안됐지만, 그 마지막 한 장도 벗어줘야겠는데?"
긴코가 불쑥 위압적으로 말하자 시즈코 부인은 전율하듯 움츠린 나신을 부르르
떨었다.
"깨어났을 때처럼 알몸이 돼야 한단 말이야. 못 알아들어?"
에츠코와 아케미가 부인에게 다가가자, 긴코가 두 사람을 제지하였다.
"기다려 스스로 벗게 하라고. 애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걸 남의 손을 빌리겠다는
거야."
"다, 당신들 도대체 내게 얼마나 창피를 줘야 속이 시원하겠어요."
부인은 공포로 부들부들 온몸을 떨면서 옥죄는 소리로 말했다. 부인의 가늘고
긴 눈에서 굴욕의 눈물이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던 요시코가 고소하다는 듯이
입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야. 이건 아직 서두에 불과하다고. 진짜 큰 창피는 이제부터야."
"스스로 벗지 않으면 벗을 때까지 게이코를 닦달하는 수밖에."
긴코가 눈짓을 하자 요시코가 고개를 끄덕이며 청죽을 들었다.
"엉덩이 부분을 때려, 그래야 음향효과도 좋으니까."
에츠코의 말에 요시코가 씩 웃으며,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게이코의 엉덩이를
힘껏 내리쳤다. 찰싹하고 살이 터지는 소리와 동시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게이코의
비명이 방안을 갈랐다.
"그만해요, 제발 시키는 대로 할 테니 게이코를 내려줘요!"
시즈코 부인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자 긴코가 싱긋 웃고서 쇠사슬을
당기기 시작했다. 도르래의 삐걱 소리와 함께 게이코가 바닥으로 내려오자,
긴코가 목메어 우는 시즈코 부인을 향해 심술궂은 눈길을 보냈다.
"자, 부인 말대로 했으니까, 부인도 약속을 지켜 주실까?"
꾸물거리면 다시 게이코를 매달 거라는 긴코의 으름장에 부인은 비통한 표정으로
몸을 떨면서 여자들에게 등을 돌렸다. 여자들은 속옷을 벗고 있는 부인을 숨을
죽이고 응시하고 있다.
속옷이 부인의 살집 좋은 허벅지를 스치며 바닥에 떨어지자 여자들은 환성을
질렀다. 그러나 그 아래에 아직 기모노용 얇은 팬티가 남아있는 것을 본 긴코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안 돼지. 그것도 벗어. 게이코가 매맞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어서, 빨리!"
그러자 시즈코 부인은 오열을 토하며 그것마저 벗어 던졌다. 부풀어오른
풍만한 부인의 엉덩이가 드러났다. 그 깊이 들어간 엉덩이의 틈새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관능미를 띠고 있었다. 마치 희뿌연 안개에 감싸인 듯한, 숨막힐 정도의
관능적인 곡선을 본 여자들은 황홀한 기분이 되었다.
"자, 속옷까지 몽땅 보자기에 싸도록 해."
긴코의 지시대로 여자들은 주위에 흩어져 있는 부인의 옷가지를 주워 모았다.
"이거, 헌옷 가게에 내다 팔죠? 화사한 옷이니 비싼 값에 팔릴지도 모르잖아요."
"아니, 도야마 가에서 나머지 이 백만 엔을 빼내기 위한 미끼로 사용할 거야.
이것을 도야마 사장에게 보내는 거지. 사랑하는 아내가 알몸으로 벗겨진 사실을
알면 그 양반 기절초풍해서 두말없이 이쪽 요구에 응해줄 거야."
긴코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아케미가 역시 긴코 언니는 머리가 좋아하고 웃으면서 원숭이처럼 웅크리고
있는 시즈코 부인 앞으로 돌아가 허리를 굽혔다. 부인은 두 손을 교차시켜
젖가슴을 가리고 허벅지를 꼭 붙여 어떻게든 수치의 원천을 감추려 하고있었다.
"뭐야, 처녀도 아니면서 숫처녀처럼 덜덜 떨고 있잖아?"
아케미는 자신의 눈길을 피하며 수치심에 떨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향해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
"응? 그렇게 가리지 말고 한번 보여줘. 사장 부인은 어떤 도구를 갖고 있는지
보고 싶으니까."
그러면서 아케미가 완고하게 딱 붙이고 있는 부인의 허벅지를 벌리려고 했다.
"무, 무슨 짓이야!"
그 순간 부인이 엉겁결에 가슴을 덮고 있던 손을 풀어 아케미의 뺨을 세게
때렸다.
"쳤어?"
부인에게 얻어맞은 뺨에 손바닥을 갖다대며 아케미가 눈을 치켜떴다.
"짐, 짐승 같은 짓을 하니까 그렇지!"
부인도 눈물이 고인 눈으로 정색하고 아케미를 노려보았다.
"어머나, 의외로 고집이 센데, 부인."
긴코가 소리 없이 웃으며 다가오더니, 갑자기 발을 들어올려 부인의 유연하고
낭창낭창한 어깨를 걷어찼다.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
그리고 야쿠자 같은 말투로 패거리들에게 손을 뒤로 묶으라고 지시했다.
아케미와 요시코가 방구석에 있던 오랏줄 다발을 질질 끌어냈다.
문득 그것을 본 시즈코 부인의 얼굴이 한층 더 겁을 집어먹고 경직되어갔다.
아케미와 요시코가 비웃음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젖가슴을 가리고 있는 부인의
팔을 등뒤로 비틀었다 그러자 시즈코 부인은 알몸을 미친 듯이 흔들어댔다.
여자들은 부인의 반항엔 아랑곳하지 않고 재빠르게 양 팔목을 등 중간께에서
엇갈리게 하여 단단히 묶어갔다. 그리고 오랏줄을 앞으로 돌려 젖가슴 아래위를
단단히 조였다.
"어디 다시 한번 가려 보시지."
부인을 꽁꽁 뒷짐 결박한 여자들이 일제히 냉소하였다.
알몸인 채 손을 뒤로 묶인 시즈코 부인은 몸을 뒤틀면서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떨리도록 흐느껴 울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허벅지와 허벅지를 강하게
밀착하여 여자의 수치만은 필사적으로 감추려 하고 있다. 그 부질없는 저항이
긴코 패거리들에게는 통쾌하게 비쳤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거기를 가리니까, 더 보고 싶은데?"
긴코가 재미있다는 듯이 동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부인을 한번 일으켜 세워봐."
시즈코 부인에게는 이미 여자의 수치를 감출 자유도 없었다. 긴코는 또다시
가학의 발작이 샘솟았다.
에츠코와 요시코가 좌우에서 부인의 유연한 어깻죽지에 손을 넣어 단숨에
일으켜 세웠다. 시즈코 부인의 윤기 있고 균형 잡힌 나신이 휘청이며 일으켜
세워지자 긴코는 자기도 모르게 헉하고 숨을 삼켰다.
오랏줄로 위아래를 친친 감긴 채 관능미를 물씬 풍기고 있는 젖가슴, 낭창낭창하고
요염한 어깨 끝, 잘록한 허리가 전체적으로 우아하고 요염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또 종아리에서 허벅지에 걸친 날씬하게 뻗은 각선미는 또한 어떤가?
긴코는 집요한 시선을 차츰 시즈코 부인의 하복부로 돌렸다. 우윳빛의 반질반질한
허벅지가 시작되는 곳에 칠흑의 섬모가 마음 산란하게 봉긋 솟아있다.
"햐, 기가 막힌 몸매로군. 그곳도 맛이 괜찮겠는걸."
여자들이 숨가쁜 소리로 말했다.
시즈코 부인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숨막히는 굴욕을 참고있다.
"이봐, 좀 우리들이 귀여워해 줄까?"
몸을 앞으로 내밀면서 다가온 아케미에게 긴코가 말했다.
"뭐, 그렇게 서두를 것 없잖아. 도야마 가에서 남은 이 백만 엔을 끌어내기
까진 소중한 인질이니까 말이야."
니혼바시에서 찰나의 순간에 시즈코 부인을 놓친 야마자키는, 그야말로 탐정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가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도야마
저택을 찾아갔지만, 아직 아무 연락이 없다는 말만 전해들었을 뿐이다.
야마자키는 도야마 저택에서 시즈코 부인의 연락을 기다리기로 하고, 한편으론
사무실의 젊은 직원들에게 하자쿠라단의 은신처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도야마 씨도 부재중인 마당에 시즈코 부인이나 게이코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여 야마자키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밤 열두 시가 지나도 시즈코 부인은 귀가하지 않았다.
그때 돌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수화기를 집어들려는 하녀를 제지하고
야마자키가 직접 받았다. 상대는 여자였는데 말투가 불량스러웠다.
"도야마 씨 댁이지? 나는 말이야, 하자쿠라의 간부로 있는 사람인데 게이코의
몸값으로 이미 백만 엔을 받긴 했는데, 이번엔 부인의 몸값으로 이 백만 엔을
받아야겠어. 서둘러서 준비해줬으면 해."
야마자키는 침을 꿀꺽 삼키고 흥분해서 말했다.
"돈은 만들겠지만, 도대체 시즈코 부인은 어디에 있는 거야. 너희들 부인에게
이상한 짓거리 하면 가만 안 놔두겠어!"
"별로 이상한 짓거리 하지 않았어. 우리들은 여자들뿐이니까. 후후후……."
여자가 계속 말을 이었다.
"단지 도망치면 곤란해지니까 알몸으로 벗겨서 묶어두었지. 미인답지 않게
힘이 세서 옷 벗기는 데 애 좀먹었어. 기막힌 몸매던데. 사내들에게 안겨주고
돈을 받을 까도 생각했지만, 그쪽에 일단 상의 해봐야겠기에…… 어때 이 백만
엔 금방 준비되겠어?"
"기다려. 지금, 도야마 씨는 여행 중이야. 돈은 반드시 만들 테니까 부인과
게이코에게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야마자키는 눈에 핏발이 설 정도로 필사적으로 말했지만, 상대는 냉혹한
웃음소리를 흘려 보냈다.
"그럼 돈이 마련될 무렵 해서 이쪽에서 다시 연락하지.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가만히 놀려두기엔 아까우니까 잠깐 돈벌이라도 시킬 셈이야, 그렇게 알아."
"돈벌이라니?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어쨌든 부인은 상당한 미인인 데다 몸매도 끝내주는걸. 그래서 요새 유행하는
누드 사진이나 찍어 팔아볼까 하는데, 분명 불티나게 팔릴 거야. 돈 준비가
늦으면 늦을수록, 부인의 사진이 늘어간다는 말씀이지."
그것으로 전화가 끊겼다.
야마자키는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 불량 소녀들은 부인과
게이코의 누드 사진을 만들어, 그것을 술집 등에 팔아치우려는 꿍꿍이인 모양이다.
그런 짓을 하게 된다면, 부인뿐만이 아니라 도야마 씨도 사회적인 지위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말 큰일이었다.
그곳에 도야마 가의 운전사인 가와다 카즈오가 손에 커다란 보자기를 들고
허둥지둥 뛰어들어왔다.
"지금 누가 현관 앞에 이것을 던져놓고 도망갔습니다. 쫓아가 봤지만 차를
타고 잽싸게 도망쳐버렸어요."
야마자키가 서둘러 보자기 꾸러미를 열자. 안에는 여자 옷이 들어있었다.
"앗! 이것은 부인이 입고 있던 옷이에요."
가와다가 놀라서 소리쳤다. 야마자키도 금세 알 수 있었다. 검정 색과 갈색의
농담이 무늬를 이루는 차분한 문양의 기모노, 그것은 오늘 아침 시즈코 부인이
입고 외출했던 옷이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부인의 속옷류 일체도 들어있었다.
분홍색의 긴 속옷, 내의, 속치마, 그리고 허리띠까지. 요컨대 시즈코 부인이
알몸으로 벗겨져 하자쿠라단에 감금당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증거였다. 달큰한
여체의 냄새가 느껴지는 꽃 같은 옷가지를 손에 들고 야마자키는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 고운 시즈코 부인이 야비하고 비열한 여자들에게 알몸으로 벗겨져 참담한
곤경을 당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자 야마자키는 미칠 것만 같았다.
"찾기는 힘들겠지만, 저도 짐작 가는 데를 찾아보겠습니다."
운전사인 가와다도 시즈코 부인의 옷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그렇게 말하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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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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