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바라보고 서 있는 두 여자. 그 중 상대적으로 어려 보이는 여자가 성숙미를 물씬 풍기는 여성에게 질문을 던졌다. 왠지 모르지만 여자애의 목소리는 무언가를 억누른 듯한 음성이다.
"....말의 뜻은......아주머니는...."
".............."
"....레즈군요. 맞지요?"
싸늘한 시선을 던지면서 상대를 쏘아보며 강희는 차가운 어투로 물었다.
여자는 당연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긍정했다.
강희는 또 물었다.
"그것도...말하는 어감으로 미루어....상당~한 S. 돔이시군요. 위에 있고 싶은..."
여자는 강희의 분석이 맘에 드는 모양인지 즐겁게 웃었다.
"잘 맞췄어요. 정확해요"
마치 손뼉이라도 쳐줄듯했다.
"나에 대한것을 적지 않게 알고 있겠네요? 내 성향도...써놓은 글도 봤을테고...맞아요?"
"강희양에 대해선 알아볼 만큼은 많이 알아봤어요. 그리고 그....<힘>에 대해서도~"
강희는 코웃음을 치면서 속으론 비웃었다.
"흥! 내 힘을 안다고? 그러면서 이런 짓을 벌여?"
강희는 그쪽은 넘어가고 다른 질문을 했다.
"얼마나 아는데요? 아주머니는. 저에 대해서"
비아냥거리듯이 질문을 해대는데도 그런 자신의 모습조차 좋은지 여자는 재수없게 계속 방긋방긋 웃어가며 말했다.
"상당히 보기 드문 M 성향주의자라는 것, 완벽한 구속을 갈망한다는 것, 힘이 매우 쎄다는 것, 뭐...자세히 말하면 더 많겠지만, 그정도가 중요한거 아닌가요?"
"..알건 다 아시네요. 뭐 암튼. 이야긴 잘 들었는데요. 나~중에 우리끼리 만나 이야기할래요? 지금은 제가, 이야기를 나눌 기분이 아니군요"
상대가 여자라서 애써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면서 강희는 유정을 잡고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미안하지만, 아가씨에겐 선택권이 없어요. 아가씨를 어떻게 할 건지는 지금부턴 내가 정해요. 알겠죠?"
"뭐! 뭐야?!!"
강희는 순간 화가 나서 분노가 터질 뻔했지만 다시 애써 참았다. 그리곤 입을 열었다.
"참 귀찮게 하시네요 정말..좋아요. 그럼 하나 물어보죠."
"물어봐요"
"아주머니는 당연히 SM 을 아시겠죠? 물론 TBM의 SM이에요"
"물론"
" 그럼...아주머니가 생각하는 <플레이>의 정의를 말해보세요. 아주머니의 가치관. 주관을 섞어서"
강희는 이걸 들어보고 결정할 생각이었다.
"뭐라 말하나 봐보자구"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여자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플레이? 아...적어도 이 나에게 있어서의 플레이란~"
".............."
"나 혼자 즐기면 되는거에요. 혼자 재미있고~ 혼자 맛보고~ 혼자 만족하면 되는~ 그런 거지요. 어때요? 대답이 되었나요? 후후~"
"쳇...."
예상했다. 예상하고 있었다. 어렴풋이.
"소유욕에 눈뒤집힌 부류....."
자신이 가장 혐오하는 자들.
"그런 이들에게 내 몸을 맡길순 없지."
그것이 자신의 생각. 그것이 자신의 주관.
강희는 여자보단 적게 살았어도, 여자가 무~척이나 비뚤어진 생각을 가진 사람이란 생각을 안할수가 없었고, 또 안타까운 심정도 한편으로 들어 권고하듯 말했다.
"플레이라는 것은, 두 사람이, 함께 동의하에 이루어지는 행위여야만 하고, 어느 한 쪽이 그것을 매우 기분나빠하거나, 언짢아하거나 하는데도 굳이 억지로 해선 안되요.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다면..플레이가 아니에요 그건. 일방적일 뿐이지."
"흐음...그것이 강희양이 생각하는 플레이?"
"네. 그게 제 플레이에요"
강희가 진중하게 고개를 까닥이자 여자는 질문을 했다.
"당신은 완벽한 구속을 갈망하고 있댔죠?"
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강희에게 여잔 또 물었다.
"만약 나한테, 당신을 완벽히 구속할 수단이 있다면, 나와 파트너를 해볼 생각이 있어요? 아, 물론, 나는 S. 강희 양은 M으로서"
".........플레이는? 어느쪽?"
강희는 짤막하게 물었다. 여자는 배시시 웃었다.
"그거야 당연히!! 이 나의 기준이지요. 난 돔. 주인이잖아요? 노예는 주인의 말을 따라야지요. 안그럴까요?"
까드득
강희는 속으로 이빨을 간 후에 유정의 한쪽 팔목을 잡고 몸을 옮기고선 발목에 차고 있던 키를 빼내어 문을 열고는 속옷을 걸치기 시작했다.
쓰윽
쓱
강희가 속옷을 입고 있는 것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지켜보면서 여자는 말했다.
"어딜 가려는거죠?"
"...여기가 아닌 곳이면 어디든!! 유정아 뭐해! 옷 입어!!"
강희는 화가 너무 난 나머지 한껏 커진 목소리로 유정에게 말했다. 하지만 유정은 왠지 자신 옆에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보내줄수 없다고 분명 말했는데?"
여자가 생글거리면서 자신을 제지할려는 듯한 말투를 흘리자 강희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웃음짓다가 속옷만 일단 입은 후 여자를 빤히 봤다.
"내 힘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다면서...그런 반응을 보일수 있다니. 담력 하나는 인정해드리지요"
"흐흥. 조만간 담력 말고도 인정해줘야 할게 많을거에요. 가령 예를 들자면....아가씨를 꽁꽁 묶어놓는다거나?"
"헛소리!!"
강희는 코웃음 친 후에 오른다리를 한번 쓰윽 들었다가 거칠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쿠카앙~!!
그 순간...지반이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와드드드!!
"아아악~~!!"
"꺄아아아아~~"
30명이 넘는 여자들 모두가 강희를 제외하고는 비명을 울렸다. 그도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땅이 갑자기 우르르 울리면서 순간 흔들렸기 때문이다.
강희가 발을 한번 크게 구르자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여자, 무릎을 꿇어버린 여자, 아예 바닥에 납작 엎드려버린 여자 등등, 완전 가관이 순식간에 펼쳐졌다.
욕탕 여주인도 엉덩이를 바닥에 닿은채 놀란 표정으로 훅, 훅 하고 숨을 몰아쉬면서 강희를 보고 있었고, 그 경악감은 겉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았지만, 애써 간신히 쓰러지지는 않은채 비스듬히 엉거주춤하게 신색을 유지한 여왕, 진설영도 마찬가지였다.
"아..아니..설마 이정도일..."
소문에 대해선 정보를 수집하느라 귀가 따갑게 들었다. 무슨...말도 안되는 소리, 발목을 한번 튕기니 차꼬대가 튕겨져 천장에 가깝게 튀어올랐다느니 하는 소리까지 들어보았었다. 설영은 당시에 그게 완전 개~소린줄 알았다. 그래도 하도 이인간 저인간이 티렉스의 힘에 대해서 언급을 해대기에 어느정도 경각심을 일깨워는 주었지만, 그래도 진짜, 이정도일줄은 상상도 못했다.
"지...지진이 난줄 알았어...."
모두가 그렇게 순간 느낄정도로 강희가 구른 한 발은 장중한 힘이 실려있었다. 그걸 대변하듯이 발바닥을 내려놓은 곳 지점이 움푹 꺼지듯이 작살나있었다. 성질이 나서 내키는대로 강희는 발을 굴러버렸던 것이다.
강희는 여왕의 엉거주춤한 포즈, 그리고 애써 침착하려고는 하지만 당황한 기색을 숨김없이 읽을 수 있는 표정을 보고는 또 코웃음을 흘린 채 말했다.
"이젠 가도 되겠죠? 아. 줌. 마...!!"
아줌마에 강한 악센트를 주면서 상대를 무시하는 강희. 하지만 여왕의 얼굴에 떠오른것은....즐거움이었다.
"과연... 대단하군요...말은 들었지만...솔직히 믿지 않았는데.....하지만 기뻐요. 오히려 더 흥분되는데요? 강희양, 아니, 티렉스를 더욱더 구속하고 싶어졌으니까!!"
여자가 흥분적인 표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데 강희는 피식 웃어버리곤 유정이를 또 채근했다.
"유정아. 가자"
"못가!!"
기이이...
"아아?"
강희는 갑자기 자신의 머리가 아파옴을 느꼈다.
"뭐..뭐야!!"
머리가...머리가 아팠다.
"아..아윽...깨질것 같아!!"
강희는 인상을 팍 찡그린채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리곤 자신에게 못 가! 하고 외쳤던 여자를 보았다.
여자는 자신을 무섭게 쳐다보고 있었다. 눈으로. 그리고 손은 자신을 향해 검지손가락을 위시하여 쭉 뻗고 있었다.
"제..제길? 저 여자..대체 뭐야!!"
자세한건 몰라도, 저 여자때문에 자기 머리가 무진장 아프다는것쯤은 느낄수 있었다. 강희는 인상을 쓰면서 확 소리질렀다.
"아줌마!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당장 그만 안해요?!!"
"아..아니!!..."
설영은 깜짝 놀랐다. 자신의 능력이, <매혹안>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설영은 선천적으로 정신계열 쪽에 엄청난 재능을 가진 여자였다. 그녀의 눈만 보면, 상대는 마인드 컨트롤을 당하는 것이다. 보는 상대로 하여금 자신에게 홀리게 하는, 자기의 명령만을 듣게 하는 상태로 만드는 엄청난 능력. 절대로, 예외는 여지껏 없었다.
현재까지 예외가 있다면 M, 그 사람이 유일했고, 그 사람 역시 온전히 자신의 마력을 견뎌낸건 아니고, 마력에 저항하다가 자신의 능력을 쓴 것이다. 그의 능력에 그녀 역시 고통을 받게 되자, 그녀는 그와 합의해서 양측 모두가 힘을 풀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서로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로의 능력도 대화를 통해 알수 있었고.
근데 오늘 사상 두번째로, 최강희가 매혹안을 견뎌낸 것이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저항의 결과를 보인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최강희는 자신의 능력을 막아낸게 아니고, 견뎌내고 있을 뿐이었다.
정신계열의 능력인지라, 이 능력에 걸리는 것은, 순전히 그 개개인의 정신상태와 좌우된다. 심지가 굳고, 강하고, 또 주관이 뚜렷한, 강인한 사람일수록 그녀의 지배가 통하지 않거나, 오랫동안 견딜수 있는것이고, 반면에 의지가 박약하고, 마음이 여리거나, 순한 성격의 소유자는 더없이 순식간에 먹을수 있는 먹잇감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어도 현재까지는, 자신의 매혹안을 10초 이상 견뎌 낸 자가 없었다. 단 둘, M과 최강희, 티렉스를 제외하고는.
"이..이런!! 이 아이, 그정도 정신력을 가지고 있단 말이야?"
설영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일단 계속 강희를 지배할 목적으로 마인드컨트롤, 정신조종을 시도하곤 있었지만, 강희는 인상을 무섭게 써가면서도 그녀의 마력을 잘 견뎌내고 있었다.
"이...이 아줌마가!! 그만두지 못해요?!! 더 이상 하면!! 나도 참지 않겠어!!"
강희가 지금 상대를 다치게 할 생각은 없기에 참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홧김대로 했더라면, 고통을 주는 그 시점에서, 곧바로 설영, 자신을 때려쳐버릴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설영도 속수무책일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능력은 정신계열이지, 물리계열이 아니니까. 하다못해 강희가 기절만 시켜버려도 끝나지만, 지금 강희도 나름 염두에 두었던 것이, 자기 머리가 하도 아파서 정신이 꽤 오락가락하는지라 힘조절이 잘 안되는 처지였다.
즉 강희 입장에선, 정확히 힘조절을 할수 없으니 기절시킨답시고 설영을 쳤다가 까딱 하면 그녀를 죽여버리는 사태가 벌어질까봐 함부로 못 나서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남보단 자기가 급하다고, 계속 이렇게 머리에 두통이 일어날 정도로 저항을 해대다간, 자기가 먼저 미쳐버릴수도 있는 사태가 없으란 법이 없으니, 이 이상 자극하면 그녀 역시 더이상 참지 않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이다.
설영은 결국 매혹안을 풀수밖에 없었다.
"저..정말 그걸.....정신력으로만 참아내다니...넌 정말..."
설영의 말투는 어느새 하대로 바뀌어 있었지만 적어도 강희보다 거의 두배 가량 나이가 많은 그녀인지라 별로 신경쓰이는 문제는 아니었다.
"아후우...아아 아퍼...이씨~!! 또 하기만 해봐요? 그땐 진짜..."
강희는 주먹을 부르르 쥐더니 치를 떨었다.
설영은 잠시 입술을 다물고 있다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꺼내들 패는 또 있다는 듯이 생글거렸다.
"후후,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래도 넌 못가. 알겠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유정아 가자"
강희는 유정을 빨리 옷입힌 후에 나갈려고 유정을 또 재촉했지만....
터벅 터벅
"....? 유정...아?"
유정이는 강희에겐 시선 한번 안준채 등을 돌리곤 그렇게 타박타박 걸어선 여탕 주인과, 여왕. 설영의 옆에 가서 나란히 섰다.
강희는 너무 놀라서 떠듬거렸다.
"유...유정아...왜...왜그래?"
유정은 짧게 말했다.
"미안해 강희야. 난 니가 좋지만....여왕님이 원하시는데로...할수밖에 없어"
"여왕...님?"
강희는 너무 지금 정신이 없어서 계속 떠듬거렸다. 그때 여왕, 설영이 나섰다.
"후후, 그래그래. 유정이는 내가 좋대. 나 하고 싶은 데로 하라는걸?"
"다...당신 도대체...."
너무 놀란 나머지 강희는 상대에게 당신이란 말을 하면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데 순간 뇌리에 퍼뜩 미치는게 있었다.
"아! 이 여자는!!"
그렇다. 이 여자의, 여왕의 능력이란 바로...
"정신을 마음대로!!"
그랬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벌써 주위만 둘러봐도 답이 나온다. 자기와 여왕을 위시하여 주위를 둥그렇게 포진하고 있는 여성들. 이 여자들은 틀림없이!!
"조종받고 있어!!"
강희는 등골이 오싹했다. 이 사람들 모두가, 저 여자, 여왕이란 존재 한명에게 조종을 받고 있는것이다. 스스로의 의지를 전혀 펼칠 수 없는, 꼭두각시들.
"이...이럴수가...한두명도 아니고...이들 모두를 마치 장난감다루듯!!"
강희는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강희의 표정에서 이제 사태파악을 좀 한듯한 분위기가 흐르자 여왕은 생글거렸다.
"그래 맞아. 너 하나라면 지금 당장은 어떻게 못해도, 너와 가까운 사람인 이 아이랑, 또 바리케이트 삼은 이 여자들 또한 나한텐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지. 후훗. 모두들 나만의 말만 듣고, 나의 명령만을 수행한다구. 알겠니? 강희야?"
"이..이런...."
강희는 정말 상황이 곤란하게 되었다 싶었다. 잠시 머리를 무섭게 빨리 굴린 후, 강희는 탈출을 결심했다.
"유정이를 데리고 나가야 해!! 아니면 나만이라도!!"
일단은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그곳이 최우선 과제다. 여긴 너무 위험하다. 그건 확실하다.
"유, 유정아!! 정신차려!! 눈 떠!! 나를 봐!! 나 강희라구~ 눈을 뜨란 말이야~!!"
애가 타서, 그리고 급해서 강희는 무턱대고 자기 가슴까지 쳐가면서 유정에게 사태를 인식시키려 했다. 하지만....설영이 유정에게 건 정신계열의 주박은 너무 강했다. 강희의 목소리가 하도 멀어 전혀 들리지도 않을 만큼.
"안돼...안돼 강희야. 난...여왕님이 더 중요해..."
강희는 하도 안타까워서, 그리고 답답해서, 정말, 정말 태어나서 오랜만에 눈물을 다 흘렸다. 그것도 양쪽에서 주르륵 하고 거침없이. 봇물처럼!!
"이!! 이 바보가~ 야!! 빨리 정신 안차릴래? 으응?~!! 한유정~!! 이 바보기집애야!! 정신을 차리라구우~!!"
강희가 거의 목놓아서 소리를 치려 할때쯤, 여왕이 생글거리면서 오른손을 까딱했다.
우글 우글
다들 움직였다. 그녀의 손동작 하나에 의해서.
"사로 잡아. 다치지 않게"
다들 움직였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의해서.
강희는, 오른손으로 재빨리 눈물을 쓰윽 닦아내고는 이빨이 부서져라 꽈악 문 채, 혼자만이라도 탈출을 하기로 했다. 유정이에게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지금 상태의 유정이를 데려가도, 별 뾰족한 수가 없을 듯했다.
"나라도! 나만이라도 나가야돼 일단!!"
강희는 생각해둔게 있었다.
"진정안!!"
진정안, 진정안이라면 어쩌면 이 문제를 해결할수 있을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자신의 능력은 힘, 완력 뿐이다. 자기 자신만이라면 분명 아주 좋은 능력임엔 틀림없지만, 지금 저, 여왕이라는 여자가 쓰는 정신계의 마법같은 것을 깨트릴 방법이, 수단이 그녀에겐 없었다.
"정안이는 나의 발목을 잡아 나의 힘까지 무력화시켰어. 그렇다면...그렇다면 정안이가 저 여자의 발목을 잡으면!! 어쩌면...!!"
거기에 생각이 미친 강희는 진정안을 재빨리 나가서 진정안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 아니야!! 맞다 핸드폰!!"
왜 그생각을 못했을까. 청바지 아래엔 핸드폰이 들어있었다. 강희는 그것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방해꾼들이 있었다.
우르르~~
"이..이런!!"
여자들이, 몇십명이나 되는 여자들이, 좀전엔 느릿느릿 움직이더니 갑자기 한층 빨라진 동작으로 강희의 팔을, 다리를 잡으려 했다.
타닥
탁
순식간에 좌우에서, 위아래에서 여덟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일단 각각 강희의 팔과 다리를 잡고 못 움직이게 하려 했지만...
부웅~
강희가 팔을 좌우로 한번 가볍게 물결치듯 흔들자 여자들은 맥없이 그녀의 손을 놨다. 팔이 자유로워지자 두 팔로는 자신의 다리를 잡고 있던 여자들을 또 번쩍 들어서 옆으로 살짝 밀어쳤다.
와당탕~
"꺄악~~!"
신경써서 살짝 밀었지만 힘이 힘인지라, 여자들은 저희들끼리 부딪히고 나서도 모잘라 엉켜가지곤 뒤로 밀려버렸다.
"힘으로는 날 못 잡아!!"
강희는 스스로 그것을 계산해가면서 다시 핸드폰을 찾았다, 그때,
비틀
"어..라?"
어지러웠다. 눈앞이 물결이 일렁이듯 출렁댔다. 그리고...왠지 모르게.....졸음이 밀려왔다.
"뭐...야...왜이래?"
강희는 애써서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정신을 잡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뭐지? 이것도 저여자의 짓?"
강희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여자를 보려 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두 무릎이 아래로 꺾이며 바닥에 털퍼덕 하고 힘없이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무너진 강희의 몸과 그녀의 정신없어하는 표정, 흐릿한 시선을 보면서 여왕, 설영은 고개를 좌우로 설레설레 저었다.
"정말이지, 대단해....이제서야 약효가 나타나다니...."
감탄스럽다는 듯, 놀랍다는 듯이 말하는 상대의 말을 어렴풋이 들은 강희는 생각을 했다.
"약...약이라구? 언제......"
강희가 이제는 배를 아예 바닥에 깔면서 털퍼덕 하고 누워버린채 멍한 시선으로 있는 것을 보면서 여지껏 사태를 지켜만 보던 여탕의 주인이 후훗 하고 웃으며 말했다.
"정수기에 약을 타놨어. 예쁜 여자들을 볼때 낚으려고 내가 자주 쓰는 수법이지. 니 친구가 따라줬잖아? 친절하게 말이야. 한컵. 또 한컵은 니가 마셨고. "
"....그때였군...."
강희는 아까 유정이 했던 말을 상기했다. 마시고 싶으면 더 마시라고 했던 말을.
"나를 빨리...잠재우려고...."
계속 멍한 시선인채 그렇게 드러누운 강희를 돌려눕히면서 자신의 무릎 위에 머리를 내리곤 이마를 쓸어주면서 여왕이 말했다.
"여기까지 해주다니. 정말 대단해. 다수로 잡아두려 했지만 좀전에 보니 숫자가 의미없어 보일 정도던데...아무튼 너의 행동은 다 계산되어 있었어. 만약 이것저것 다 무시하고 너 혼자 여기에서 내빼려 했다면 내가 어떻게 하려 했는지 알아?"
"................"
이미 점점 의식이 멀어져 가는 강희인지라 대답없이 눈으로 그녀에게 대답만을 구해 왔다.
여왕은 생글거리며 말해줬다.
"여기 모인 여자들한테 명령할 셈이었단다. 집에 가서 자살해버리라고. 독을 먹든, 동맥을 끊든, 뛰어내리든지간에 말이야. 아 물론! 너의 친구 역시도말이야. 후훗~ 그런 협박을 하면 넌 절대 도망가지 못할테니까"
"....거기까지....."
거기까지 계산했나 하고 강희는 말하려 했지만 힘이 없어서 중얼대다시피 할도리밖에 없었다. 여왕은 강희의 뺨을 검지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면서 또 말했다.
"너를 얻기 위해서라면, 지금 모인 여자들? 다 죽어버려도 상관없어. 어때?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애정을 쏟고 있는지 이제 알겠니? 응? 후훗~"
"....미쳤어........"
강희는 그렇게 말해 여왕을 비웃으려 했지만 말에는 하나도 힘이 실려있지 않았다. 강희는 눈이 감겨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유정을 찾으려 위를 올려다보았다.
"유정아....."
유정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 감정도 없는 듯한,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서글픈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강희의 눈이 점차 감겨갔다.
"미안해......"
미안해. 데리고 나가지 못해서 미안해.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온갖 것을 말하고 싶었지만......지금의 강희는......너무 졸렸다.......걷잡을수 없을 만큼......세계 최강의 여학생일지어도 견딜 수 없을 만큼의...졸음의 무게라는 것이.....
수마는 결국....공룡을 잠재웠다.
쌔근거리며 잠든 강희의 옅게 붉은 입술 표면을 지그시 바라보면서 생긋 미소짓는 설영.
"아유..겨우 재웠네..."
잠시 그렇게 소녀의 입술을 바라보다가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는 무릎에 머리를 위치한 여자애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과 마주 포개었다.
쪼옥
티렉스 최강희. 나이. 18살. 의식을 잃고 있는 사이에 그렇게 그녀는, 첫 입술을 동성에게 빼앗겼다...
어둠.
처음엔 그것이 찾아왔다. 하지만, 눈꺼풀을 좀 더 들어올리고, 좀 더 몸에 기운을 불어넣어보려 애쓰니, 이제 뭔가 좀 더 보인다. 사방이 석벽으로 되어 있는, 왠지, 어쩐지 Dungeon. 동굴속의 어딘가가 아닌가 싶은 분위기를 풍기는 곳, 사방면이 모두 벽으로 둘러싸여져 있는 곳에 자신은....
묶여 있었다.
"매어져..있는건가..."
손목에서, 발목에서, 양 무릎에서, 그리고 좀 더 자신을 느껴보니.....각각의 손가락 마디 끝, 발가락 마디부위까지 촘촘히 묶여져 있는 자신을 강희는 발견했다.
"...여기는?"
강희는 아직 약효가 풀리지 않았는지 힘없는 어조로 그렇게 입을 열었다. 시간이 얼마 지났는지, 왜 자신이 이런 상황인건지 하는 것들조차 생각못할 만큼, 그녀는 막 깨어난 상태였다. 지금 입에서 뱉은 말도 그냥 아무렇게나, 아무 말이나 읊어본 것이다.
끼이익
고개를 돌리고 싶지만 그러기도 귀찮을 만큼 자신은 아직 약효에 절어 있었다. 강희는 고개를 살짝 들어 상대를 보려 했다. 그 동작을 하는 데도 아직은 좀 힘들었다.
"...여왕...."
여왕은 자신을 보면서 빙긋 웃음짓고는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투는 억양만으로도 너무나 흥분적이 되어 있었다. 티렉스를 사로잡았다는 즐거움때문인가?
"내가 말이야. 한국 말을 별로 안 좋아해. 근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하나 있어. 뭔지 알아?"
"............."
강희는 대답않았지만 여왕은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 되게 신나하면서.
"<생포>야 생포. 생포 너무 좋지 않나? 응?응? 후훗~"
"생...포...."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직 힘든 강희는 떠듬거리며 말했다. 여왕은 또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했다.
"그래그래 생포. 아아. 산 채로 사로잡는다. 그래서 포로로....아아~ 너무 좋아....진짜..어감 짱이지 않니? 아무튼...넌 이제...내게 잡힌거야. 앞으로는 나의 전유물이 된거지. 알겠니?"
"...전유물....흥..."
최강희는 정신이 좀 돌아오는 듯하자 코웃음부터 쳤다. 여왕은 사로잡힌 여자애가 코웃음을 치자 한껏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과연 이 애가 뭐라 할까 하면서 기다렸다.
"착각하지 마 아줌마....난...당신의 전유물따위가 아니야. 난..나야...최강희..그게 나야. 알겠어요?"
최강희는 좀 힘들게 말했지만 여자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확고하게 자신의 의지를 비쳤다. 여자는 그런 최강희를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다가 말했다.
"나 있지. 너처럼 말이야. 강하고! 도도하고! 보이쉬하고! 성깔있는 여자애 되게 좋아해! 순하고 착한, 다루기 쉬운 여자애들보다 훨씬! 왠줄 아니?"
"......알게뭐야...아줌마가 생각하는 것따위..."
"흐흥. 사로잡히니까 완전 열이 받으셨네 공주님? 그래도 난 니가 좋아. 너무너무! 너같은 애는 말이지. 후훗! 교육자 차원에서 조련하는 맛이 있거든? 길들이는 맛이라 해야 하나? 난 그렇게, 자존심 강한 여자애의 성격을 무릎꿇리는 걸 아주 좋아해!! 내 인생에서 최대 희열 중 하나란다. 알겠니?호호~"
그녀의 말을 듣고 있다 강희는 이빨을 간 후에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줌마..당신은 제정신이 아니에요. 아줌마밖에 모르는 독선자....그게 아줌마의 모습이에요"
"호호, 마음대로 불러. 아무튼 난 지금, 너를 상처하나 입히지 않고 생포해서 너무 좋아 기분이. 알아주겠니? 이런 내 마음을?"
"...알바 없구요. 아. 이젠 좀 약효가 깨네. 실수했군요. 나를 이렇게 간단히 묶어놓다니"
최강희는 자신이 묶인 자세를 느껴보면서 말했다.
최강희는 지금 양 손이 위로 뻗친 채로, 두 다리는 바짝 붙여 아래로 뻗친 채로 1자 상태에서 발끝이 지면에 안 닿을 정도의 높이에서 매어져 있었는데, 대략 묶인 자세는, 양 손바닥이 바깥쪽을 보게 되어 두 손등이 붙은 상태로 되어 있고, 그 상태에서 각 손가락 끝 마디에 해당하는 부위들에 가느다란 실같은, 매우 가는 끈들이 매어져 있었다.
그렇게 손등이 서로 붙은채 손가락 끝마디를 가는 끈으로 연결해 붙여 묶어놓으니, 강희로서는 주먹을 쥘수 없는, 손가락을 구부릴수 없는 상태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서 바짝 붙여서 결박되어져 있는 손목들, 그리고 손목을 묶은 무엇인가 가는 것이 여러겹 중첩되어 있는것이 천장에 이어져 있었다.
자신의 상반신은 이정도로 묶여 있었고, 하반신은 양 무릎이 바짝 붙도록 한 채 무릎을 8자로 감아서 묶었고 종아리를 지나 발목이 역시 견고히 감겨 묶여져 바닥에 해당하는 부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각각 5개, 도합 10개의 발가락의 끝마디, 그 끝마디들도 예의 그 가느다란 실끈이 감긴채 가닥가닥, 하나하나씩 아래부분에 견고히 고정되어졌는데, 강희로서는 아예 발가락을 조금도 오므릴수 없을정도로 팽팽히 당겨져 묶인 상태였다.
"묶는 취향도 참 특이하네....하긴...나도 항상 손가락이니 발가락이니 주절댔었지? "
강희는 자신의 묶인 상태를 느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강희는 정신을 잃을 당시에 속옷만은 입고 있는 상태였는데, 여왕의 지시였는지, 여전히 착용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강희가 자신의 묶인 정도를 느껴보는 듯하자, 그걸 재미있게 지켜보면서 여왕이 말했다.
"어때? 묶여진 자세? 맘에 드니?"
"흥. 맘에 들긴, 설령 괜찮다고 여겨져도 아줌마 따위한테 놀아나고 싶은줄 알아요?!"
강희가 앙칼지게 말하는데도 그녀의 그런 모습이 좋은지, 여자는 생글거렸다.
"후훗, 계속 성질이신걸? 그나저나 정말 빨리 깨어났네...보통 사람같으면 여섯시간 이상은 더 잠들어 있을정도였을텐데...아. 아니지.두 컵 마셨다니까 약효가 더 오뼜姆?..너 정말...신체조건이 장난이 아니구나?"
여왕한테 칭찬따위 받아봐야 하나도 기분 안좋은 강희는 또 코웃음 치곤 히죽거렸다.
"아까 내가 한 짓거리를 봤으면서도 나를 묶어둘 생각을 하다니....아줌마. 머리가 별로 안 좋으시네요. 큭큭. 그리고 또 뭐? 나를 생포? 후후...착각마요 아줌마. 내가 마음만 먹고 날뛰면...날 잡으려면 적어도 군대는 출동해야 할걸?"
여왕은 강희의 말을 듣고 있다가 그녀의 자부심, 자신감이 더더욱 맘에 든지 호호 거렸다.
"호호, 확실히 너라면, 적어도 그정돈 되야겠다. 어쩌면...군대 가지곤 안될지도?"
"킥..그렇게 웃을 때가 아닐걸요? 이제부터 힘을 줄건데...겨우 이따위 가느다랗고 얇은 끈따위로 나를 붙잡을 생각을 하다니....아줌마...오늘 잘못 걸렸네요."
자신만만해 하는 강희를 보면서 여왕은 다시 호호 거리며 웃더니 말했다.
"자아~ 그럼, 이 언니에게 한번 보여줘보겠니? 그 힘! 을 말이야. 응? 후훗~"
"아아, 물론 보여드리지!! 그리고 나선...각오하세요..여자여도 안봐줄테니...."
강희는 차가운 시선으로 여왕을 노려보더니 힘을 넣기 시작했다.
쿠아아~~
"이야압!!"
부르르....
"....어?"
풀어지지 않았다. 끊어지지 않았다. 자신을 묶고 있는 것들은 해체될 생각을 하지를 않았다.
"어..어떻게 이런? 말도 안돼!!"
강희는 다시 한번 자신의 몸상태를 확인해봤다. 아직 베스트컨디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거의 평소 때 컨디션의 힘이 몸에 실리는건 느낄수 있었다.
"에잇!!"
끼익
끼이이
소음은 그녀를 묶고 있는 것들로부터가 아닌, 자신을 묶어서 천장과 바닥에 연결된 줄로 인해, 각각의 지점에서 소리가 나긴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자신을 묶은 실끈들은 요지부동. 절~대로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어떻게 이럴수가?"
강희는 입술을 깨물면서 계속 힘을 쏟아붓고는 있었지만, 결과는 조금의 변화도 보일 기미조차 없었다.
애써 당황한 기색을 안보이려 하지만, 그게 훤히 보이는 여왕은 강희를 재미았다는 듯 지켜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라미드 섬유를 알고 있니?"
섬유니 뭐니, 그쪽 계열엔 무지, 아니, 공부 자체에 별 관심이 없는 강희로서는 아라미드 섬유라는것을 알리가 없었다.
"아라..미드 섬유?"
여왕은 강희가 그것을 모르자 깔깔 웃더니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방탄조끼를 만드는 데 쓰는, 현재까지 알려진것 중에 가장 좋은 플라스틱 보강재로 꼽히는 것이란다. 그게 가늘어 보여서 우습게 보이지? 하지만...그 가는 실끈, 아라미드 섬유에 대해 간단히 말해주자면...불에 타거나 녹지 않고 500도 c가 넘어야 간신히 탄화시킬수 있지. 그리고 아무리 힘을 가해도 늘어나지 않아. 그게 하도 가늘어 우스워 보이지만, 그 가닥 하나하나가 2톤, 즉 2000킬로그램의 장력도 견뎌낼수 있지"
"가닥..하나하나가...2톤을?"
강희가 떠듬거리면서 말하자 여자는 당황한 강희의 표정이 아주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쓰윽 하고는 방안의 구석 한쪽을 향했다.
"?"
강희가 보자 거기엔 원형의 페인트 통 모양을 한 물체 안에, 왠 액체같은것이 들어 있었다.
"........"
강희가 그것이 뭔지 인상을 찡그리면서 보고 있자 여자는 액체 안에 담겨져 있던 붓을 꺼내들더니 강희 앞에 흔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붓에 묻어난 그것은 느리게 주르륵 하면서 석벽 바닥에 흘러내렸다.
"아 이거? 꿀이야 꿀! 호호. 너 피부맛사지 해주려고"
"...꿀?"
강희가 입술을 깨물었다.
"제길.....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정말 미치겠네!!"
설마하니 자신을 이렇게 완전히, 완벽하게 결박할수 있는 끈, 아니 섬유랬나? 그런게 있을줄은 몰랐다.
"정말로!! 나의 힘을 견뎌낸단 말이야? 이 가는것들이?"
강희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당황하며 다시 또 움직여댔지만 소용없었다.
끼익 끼익
"으윽!! 에이익!!"
아무리 힘을 주어도, 지금의 강희는 그야말로, 주먹조차 쥘수 없고, 발가락조차 오므릴수 없는, 옴짤 달싹 못하는 상태. 평소에 스스로 말해 왔던 <완벽한 구속>. 스스로 생각해왔던 완전한 Bondage 상태.
"아! 이런...정말 완전히 묶였어!!우..움직일수가 없어!!"
강희는 그토록 원해왔었지만, 지금 상황이 너무 안좋다는것정돈 충분히 알았다. 아무리 완벽한 구속이 있으면 뭐하나. 이건 자신이 원한 상황이 아닌데. 무엇보다도 자신을 사로잡은 저 여자는....
"미쳤어!!"
그렇게밖에 안 평가되는데.
강희가 애써서 힘줘가며 바들거리는걸 재미있게 보다가 여자는 강희으 등뒤로 쓰윽 돌아갔다.
"아...아줌마? 뭘 할 셈이야 도대체!!"
강희는 정말 이젠 난처한 상황인지라 쩔쩔매가면서 몸을 꼬아대려 하고 있었지만, 결코 아라미드 섬유의 주박에서 벗어날수가 없었다.
여왕은 강희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등 하며, 속옷으로 가려져 있어 은근히 더 섹시한 엉덩이를 보면서 생글거리며 말했다.
"정말...예쁜 여자는 뒷 자태부터가 틀리다니까? 우후후~"
그러더니 여왕은....오른손에 들고 있는 붓을....강희의 겨드랑이에 바르기 시작했다.
"꺄아악~~아하하하하아앗!! 뭐 하는 짓이에요? 당장 그마안하하하하하~~~꺄아아아아아악하하하하~~~"
강희는 너무 간지러워서 겨드랑이를 감추려고 팔목에 한껏 힘을 줬으나 결코 자신의 맨겨드랑이를 감출수가 없었다.
바르르르...
강희는 몸을 바르르 떨어가면서 움츠리려 했지만 실끈의 힘은 그녀의 움직임을 한치도 용납 않았다.
쓰윽 쓰윽
비비적 비비적
"꺄아아아아아아하하하하~~~~그~~~그마아안하하하하하하~~~~~~~~~~~그만해요오하하하하~~~~~!!"
강희는 눈을 꽉 감고 온몸을 진저리 쳐가면서 파득거렸으나 여왕은 오히려 더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호호, 상당히 사랑스런 목소리로 웃어주는구나. 역시. 화끈한 애가 목소리도 화~끈하네? 응? 호호. 정말 쿨~~하다 얘"
여왕은 그렇게 강희의 왼쪽 겨드랑이부터 시작해서 옆구리에 죄다 꿀을 도배하고는 반대쪽도 세심하게 꿀무칠을 해주기 시작했다.
"아아악!! 아흐흐흐흐하아악!! 아! 아호호호호하하하~~~~~~~~~제~~제기라아알하하하하하하하하~~!!"
강희는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언제 자신이 이렇게 완벽히 겨드랑이를 농락당해본적이 있던가? 얼마 전에 진정안에게 붙잡혔을 때조차 발간지럼만 당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야말로....완전 정신이 핑핑 돌 지경!!
"꺄아아으흐하하하!! 으아악!! 아흐흐호하하하하하~~!!!"
강희는 이젠 드문드문 간지럽다느니, 그만 하라느니 하는 말조차 할상황이 못되었다. 오로지 웃음만이 터져 나왔다.
"아흐흐? 아하하하~!!!"
끼익
끼이익
섬유는 팽팽하게, 촘촘히 강희를 옥죄었다. 아라미드 섬유는 너무나 가는, 미리미터 단위로 표현되는 굵기의 섬유다. 원래 이정도로 가늘때 그것에 묶인 상황에서 힘을 넣어댄다면, 보통 사람, 일반인이 이렇게 묶여 있었다면, 손가락 끝마디, 발가락 끝마디가 전부 다 토막토막 끊어져버렸을 것이다.
섬유가 견뎌내는 장력이 수 톤인만큼, 섬유 자체는 멀쩡할지언정 묶인 부위가 벗어나려 발버둥치다가 견뎌내질 못할테니.
하지만, 묶인 사람은 다름아닌 최강희. 최고의 신체조건을 지닌 여자애다. 그 무엇보다도 부드럽고, 그 무엇보다도 단단한, 찹쌀같으면서도 메탈같은 강도를 동시에 겸비한 지상 최강의 여학생, 그녀이기에, 오로지 그녀이기에 이리도 멀쩡한 것이다.
아라미드 섬유가 강희를 묶은 후에 강희가 발버둥치면, 섬유도, 강희도, 결코 끊어지지도, 베이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아라미드 섬유가 이렇게 완벽히 결박이라는 용도를 완벽히 발휘할수 있는 건 최강희에게만 국한 되는 문제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허리가 되었든 목이 되었든 다 짤려나갔으리라.
"아아흐흐!! 하아악!! 으꺄아아아하하하~~!!!"
강희가 미친듯이 팔짝 뛰려 하면서 웃어 제끼는 동안에 양측의 겨드랑이와 옆구리를 다 노오랗게 꿀칠하는걸로 마친 후 여왕은 흥분된 표정으로 발가락을 마구 움직여대면서 반항하는 최강희의 발바닥을 바라보았다.
"아아! 아름다워~정말.."
쓰윽
치덕
여왕은 발가락까지 견고히 붙잡혀 있어 옴짝달싹 못하고 끙끙대는 강희의 발바닥들 역시, 그리고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꼼꼼히 꿀단장을 해주기 시작했다.
강희는 발바닥이며 발가락에 꿀붓칠이 되는 순간 감전된듯 바르르 떨면서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하! 하지마아아하하하~~!!!!"
"오호호~ 더 크게 웃어봐 얘!아호호! 너무 사랑스럽다~!!"
여왕은 강희의 웃음소리가 너무 맘에 들어서 더욱 열심히 반항해대는 강희의 발바닥에 붓털이 휘어져라고 쎄게 휘저어댔다.
"꺄아아아윽!!아흐흐흐!!아호하하하하~~~"
강희의 온 몸이 점차 붉게 달아오르고, 목에 핏대가 오르기 시작했다. 점차 정도가 강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제!!제길!!안돼에!!"
강희는 분명 M 성향이지만, 그리고 간지럼을 즐기지만, 그녀가 원하는건 서로간에 합의를 하고 나서 이루어지는 플레이지, 결코 누군가의 전유물을 되는것이 그녀가 뜻하는게 아니었다. 그리고, 화가 났을때 간지럼을 당하고 싶은 것이지, 상대방이 재미로 언제 어느 때나 자기를 간지르는 것을 원하는게 아니었다.
근데 이 여자는 그게 아니다! 그야말로 자신을 정말 생포해서 웃음소리를 계속 짜내는, 새장 속의 카나리아로 삼을려는 것이다.
"하..하지만!!"
항상! 언제 어느 때든, 자신이 믿었던 완력. 힘이 모든 것을 헤쳐나가는 힘이 되어주었는데, 오늘은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오늘...지금 이순간...무력했다.
"아..설마...정말로 날 완벽히 묶을수 있는게 있을 줄이야..."
강희는 그런게 있다 쳐도, 이렇게 금방 만날줄은 모른 터라, 정말 급습을 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이제 와서 탄식하면 무엇할까. 자신은 잡혀버렸는데...여왕의 노리개가 되어버렸는데...
"아흐흐!! 하하~!! 꺄아하하하~~~"
강희의 발바닥에 붓칠 장난을 좀 더 쳐대다가 여왕은 강희에게 잠시 숨돌릴 시간을 주었다.
"허억....허억....."
강희가 고개를 푹 꺾은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걸 즐겁게 바라보더니 여왕은 오른손으로 강희의 턱을 쓱 들었다.
"흐읏...."
강희는 워낙 기진맥진한 터라 힘없이 그녀의 손길대로 고개를 들수밖에 없었다. 여왕은 생글거리며 말했다.
"어때? 재미있니? 즐거워? 넌 M이랬잖아? 이게 니가 원한 거 아니니?"
"허억..허억...."
강희는 숨돌리기도 급한지라 숨만 몰아쉴 뿐이었다. 여왕은 강희의 눈을 보면서 느긋하게 말했다.
"혹여~ 탈출해서 어떻게 할 생각일랑 마. 난 마음만 먹으면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수 있어. 그리고 지금 상황을 봐선, 너도 못달아날것 같고. 아니, 만에 하나 달아났다 쳐도, 니 친구를 구하지 못하는 한 넌 꼼짝 못해. 내 한마디면 그 앤 자살도 서슴없이 할테니깐. 후후. 나를 자극하면, 너는 내 맘에 들어버렸으니 결코 몸이 상할 일은 없겠지만, 니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글쎄다? 내가 과연 어떻게 할까? 난 널 가지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도 할수 있는데 말씀이야. 후훗. 생각 잘 해. 아가씨"
"...으윽....."
강희는 신음했다. 여왕의 말투에게서 거짓이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때, 자신을 노리던 그 오싹한 느낌, 차가운 느낌, 뱀같은 이미지가 그대로 자신을 옥죄고 있는 것이었다.
"비..빈말로 하는게 아냐..."
그걸 깨달은 시점에서 강희는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설령 자신이 탈출에 성공한다 해도, 사람의 정신을 마음대로 농락해댈수 있는 여왕이라면, 경찰을 부르는 짓 자체가 무의미했다. 경찰마저 조종당할 우려도 있는데다가, 딴거 다 제치고 일이 잘 된다 해도 유정을 잃을 가능성 역시 매우 컸고.
무엇보다도...
"유정이가 지금 어떻게 되었을지..."
그것도 문제였던 것이다. 보나마나 여왕의 수중에 있겠지만....유정 역시 노리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고.
강희는 침음성을 흘리지 않을수 없었다.
"아아...이 내가....설마 이정도의 위기에 빠지다니...."
거미줄에 완벽히 걸린 나비. 절대 빠져나갈 구멍조차 보이지 않는다. 강희는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아..힘들어..."
하지만...그렇게 힘든데, 여왕은 강희가 쉴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고 생각하는건지, 다시 강희의 등 뒤로 돌아갔다. 그러더니,
할짝
여왕은 결코 움츠릴수 없는, 노출을 할수밖에 없는 강희의 왼쪽 겨드랑이에 자신의 혀를 느긋하게 갖다 대기 시작했다.
움찔
"와악! 아흐흐흐~!! 하, 하지마요!! 하지마아하하하하하하하하~~~~~~~~~~~아악!! 꺄으으하하하하하~~~아흐흐! 하지마아하하하~~~~~~~~~~~~"
강희는 이젠 콧잔등까지 아려옴을 느끼면서, 그리곤 양 눈가에 눈물이 점점 맺히는걸 느끼면서 고통스러운 웃음을 크게 질러대었다.
하지만 여왕은, 그런 강희의 몸부림이, 그리고 웃음소리가 너무나 사랑스러운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혀를 놀리며 강희의 겨드랑이와 옆구리를 할짝대기 시작했고, 왼손으론 강희의 허리를 꼬옥 껴안은채 바싹 달라붙었다.
그리고 오른손은 검지손가락으로 강희의 겨드랑이에서 가장 옴푹 패인, 압점을 휘저어대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간질간질
할짝할짝
순간 강희는 뇌전을 받은듯 설영의 고문에 미친듯이 바르르 떨어대며 폭소했다.
"아아아아~~~~~악, 꺄하하하하하~~~~~~~~~~~~~~~으아아아아악하하하하하하하하하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이햐하하하~~~~"
부르르
미친듯이 몸을 휘저어대지만 조금의 자유도 허락치 않는 구속.
강희의 왼쪽 겨드랑이를 한껏 핥다가 잠시 혀놀림을 멈춘 설영. 하지만 그녀는 계속 강희의 웃음소리는 듣고 싶은지 오른손으론 연신 강희의 겨드랑이를 자극해댔다.
그녀는 계속 아하하하 하고 실성한 여자처럼 웃으면서 광란의 웃음으로 몸을 떨어대는 강희에 귓가에 간드러지게 속삭였다.
"너의 힘이 제아무리 강하다 해도, 너의 손가락 하나하나, 발가락 하나하나가, 수천 킬로그램의 장력을 견뎌내는 섬유를 끊어낼수 있다곤 여기지 않았어. 아라미드 섬유는...그 길이만 있으면 그것이 맘모스이건, 공룡이건 완전히 묶어놓을수 있어. 아..물론 어쩌면 너라면 순수한 팔다리힘만으론 2톤 이상을 들어낼진 모르지. 하지만 난 그걸 이미 염두에 두었거든. 그래서 일부러 세심하게 너의 발가락이랑 손가락을 따로 하나하나 묶어놓은거야. 후후 암튼...장담컨대...넌 절~대 이걸 못 풀어. 그러니까 얌전히 포기하고...오늘부터 즐겁게 나하고 지내면 되는거야. 신나게 웃으면서. 그래, 간지럼의 쾌락에 몸을 맡겨봐. 넌 오늘부터...나의 공주야...알겠니?"
간질간질
부북 부북
"꺄아악!! 아흐흐!! 아호하하하하!! 꺄으하하하하~~!!!"
강희는 너무 간지러운 나머지 여왕의 말을 제대로 들을 새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미친듯이 웃는 수밖에 없었다. 강희가 듣건 말건 그녀의 웃음소리가 좋은 설영은 계속 강희의 겨드랑이를 유린하면서 시선은 강희의 바르르 떨어대는 발가락들의 움직임, 그리고 오므릴수조차 없는 아름다운 발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넌 정신력이 되게 강한 여자아이같아. 하지만 방법은 있어. 난 이제부터 매일매일 너를 간지럽힐거야. 니가 자는 시간하고 먹는 시간 외에는 전부 말이야. 그럼 넌 언젠가는 이성이 무너지겠지? 최소한 흔들리긴 할때가 올꺼야. 그럼 그때 마인드 컨트롤을 걸면 돼. 그러고 넌 내 노예가 되는거야. 후후. 좋지? 렉스양?"
"시~싫어어하하하하하하하하~~~"
강희는 물고기처럼 파닥대면서 반항했지만, 그녀의 고통스런 웃음소리는 그녀를 간지럽히는 여왕과, 그녀 옆방에 있는 여탕 주인밖에 들을수 없었다.....
옆방.
"후후, 역시 설영씨와 알고 지내니 최상등품들을 많이 만나는구나~"
욕탕 주인. 정유림은, 엑스터시에 취해 침대에서 속옷 차림으로, 멍한 표정을 지은채 천장을 바라보는 유정을 시선에 담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초록색 타월이 들려져 있었다.
무기력해진 한유정을 간지럽힐 준비를 하면서 정유림은 중얼거렸다.
"옆방에 있는 그 아이가 탐이 나긴 하지만...뭐 어쩔 수 없지. 이 아이만 해도 나유미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니까. 호호. 이쁘기도 해라. 자리만 마련해주고 이런 장사라니. 정말 좋은 것 같아 나는"
정유림은 설영과 모종의 계약을 맺은 계약자였던 것이다....
공원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정안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바람을 맞으면서 왠지 모를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왜 이럴까......"
그때 그에게 한웅이가 다가오더니,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유정이 누나 말이야. 집에 전화해봤는데...연락도 없고, 전화도 안 받는대..."
"..그래?"
"응"
정안은 혹시나 싶어 강희 누나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대방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탁
정안은 한웅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불길해....."
"뭐가?"
"느낌이....."
"....말의 뜻은......아주머니는...."
".............."
"....레즈군요. 맞지요?"
싸늘한 시선을 던지면서 상대를 쏘아보며 강희는 차가운 어투로 물었다.
여자는 당연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긍정했다.
강희는 또 물었다.
"그것도...말하는 어감으로 미루어....상당~한 S. 돔이시군요. 위에 있고 싶은..."
여자는 강희의 분석이 맘에 드는 모양인지 즐겁게 웃었다.
"잘 맞췄어요. 정확해요"
마치 손뼉이라도 쳐줄듯했다.
"나에 대한것을 적지 않게 알고 있겠네요? 내 성향도...써놓은 글도 봤을테고...맞아요?"
"강희양에 대해선 알아볼 만큼은 많이 알아봤어요. 그리고 그....<힘>에 대해서도~"
강희는 코웃음을 치면서 속으론 비웃었다.
"흥! 내 힘을 안다고? 그러면서 이런 짓을 벌여?"
강희는 그쪽은 넘어가고 다른 질문을 했다.
"얼마나 아는데요? 아주머니는. 저에 대해서"
비아냥거리듯이 질문을 해대는데도 그런 자신의 모습조차 좋은지 여자는 재수없게 계속 방긋방긋 웃어가며 말했다.
"상당히 보기 드문 M 성향주의자라는 것, 완벽한 구속을 갈망한다는 것, 힘이 매우 쎄다는 것, 뭐...자세히 말하면 더 많겠지만, 그정도가 중요한거 아닌가요?"
"..알건 다 아시네요. 뭐 암튼. 이야긴 잘 들었는데요. 나~중에 우리끼리 만나 이야기할래요? 지금은 제가, 이야기를 나눌 기분이 아니군요"
상대가 여자라서 애써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면서 강희는 유정을 잡고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미안하지만, 아가씨에겐 선택권이 없어요. 아가씨를 어떻게 할 건지는 지금부턴 내가 정해요. 알겠죠?"
"뭐! 뭐야?!!"
강희는 순간 화가 나서 분노가 터질 뻔했지만 다시 애써 참았다. 그리곤 입을 열었다.
"참 귀찮게 하시네요 정말..좋아요. 그럼 하나 물어보죠."
"물어봐요"
"아주머니는 당연히 SM 을 아시겠죠? 물론 TBM의 SM이에요"
"물론"
" 그럼...아주머니가 생각하는 <플레이>의 정의를 말해보세요. 아주머니의 가치관. 주관을 섞어서"
강희는 이걸 들어보고 결정할 생각이었다.
"뭐라 말하나 봐보자구"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여자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플레이? 아...적어도 이 나에게 있어서의 플레이란~"
".............."
"나 혼자 즐기면 되는거에요. 혼자 재미있고~ 혼자 맛보고~ 혼자 만족하면 되는~ 그런 거지요. 어때요? 대답이 되었나요? 후후~"
"쳇...."
예상했다. 예상하고 있었다. 어렴풋이.
"소유욕에 눈뒤집힌 부류....."
자신이 가장 혐오하는 자들.
"그런 이들에게 내 몸을 맡길순 없지."
그것이 자신의 생각. 그것이 자신의 주관.
강희는 여자보단 적게 살았어도, 여자가 무~척이나 비뚤어진 생각을 가진 사람이란 생각을 안할수가 없었고, 또 안타까운 심정도 한편으로 들어 권고하듯 말했다.
"플레이라는 것은, 두 사람이, 함께 동의하에 이루어지는 행위여야만 하고, 어느 한 쪽이 그것을 매우 기분나빠하거나, 언짢아하거나 하는데도 굳이 억지로 해선 안되요.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다면..플레이가 아니에요 그건. 일방적일 뿐이지."
"흐음...그것이 강희양이 생각하는 플레이?"
"네. 그게 제 플레이에요"
강희가 진중하게 고개를 까닥이자 여자는 질문을 했다.
"당신은 완벽한 구속을 갈망하고 있댔죠?"
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강희에게 여잔 또 물었다.
"만약 나한테, 당신을 완벽히 구속할 수단이 있다면, 나와 파트너를 해볼 생각이 있어요? 아, 물론, 나는 S. 강희 양은 M으로서"
".........플레이는? 어느쪽?"
강희는 짤막하게 물었다. 여자는 배시시 웃었다.
"그거야 당연히!! 이 나의 기준이지요. 난 돔. 주인이잖아요? 노예는 주인의 말을 따라야지요. 안그럴까요?"
까드득
강희는 속으로 이빨을 간 후에 유정의 한쪽 팔목을 잡고 몸을 옮기고선 발목에 차고 있던 키를 빼내어 문을 열고는 속옷을 걸치기 시작했다.
쓰윽
쓱
강희가 속옷을 입고 있는 것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지켜보면서 여자는 말했다.
"어딜 가려는거죠?"
"...여기가 아닌 곳이면 어디든!! 유정아 뭐해! 옷 입어!!"
강희는 화가 너무 난 나머지 한껏 커진 목소리로 유정에게 말했다. 하지만 유정은 왠지 자신 옆에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보내줄수 없다고 분명 말했는데?"
여자가 생글거리면서 자신을 제지할려는 듯한 말투를 흘리자 강희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웃음짓다가 속옷만 일단 입은 후 여자를 빤히 봤다.
"내 힘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다면서...그런 반응을 보일수 있다니. 담력 하나는 인정해드리지요"
"흐흥. 조만간 담력 말고도 인정해줘야 할게 많을거에요. 가령 예를 들자면....아가씨를 꽁꽁 묶어놓는다거나?"
"헛소리!!"
강희는 코웃음 친 후에 오른다리를 한번 쓰윽 들었다가 거칠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쿠카앙~!!
그 순간...지반이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와드드드!!
"아아악~~!!"
"꺄아아아아~~"
30명이 넘는 여자들 모두가 강희를 제외하고는 비명을 울렸다. 그도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땅이 갑자기 우르르 울리면서 순간 흔들렸기 때문이다.
강희가 발을 한번 크게 구르자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여자, 무릎을 꿇어버린 여자, 아예 바닥에 납작 엎드려버린 여자 등등, 완전 가관이 순식간에 펼쳐졌다.
욕탕 여주인도 엉덩이를 바닥에 닿은채 놀란 표정으로 훅, 훅 하고 숨을 몰아쉬면서 강희를 보고 있었고, 그 경악감은 겉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았지만, 애써 간신히 쓰러지지는 않은채 비스듬히 엉거주춤하게 신색을 유지한 여왕, 진설영도 마찬가지였다.
"아..아니..설마 이정도일..."
소문에 대해선 정보를 수집하느라 귀가 따갑게 들었다. 무슨...말도 안되는 소리, 발목을 한번 튕기니 차꼬대가 튕겨져 천장에 가깝게 튀어올랐다느니 하는 소리까지 들어보았었다. 설영은 당시에 그게 완전 개~소린줄 알았다. 그래도 하도 이인간 저인간이 티렉스의 힘에 대해서 언급을 해대기에 어느정도 경각심을 일깨워는 주었지만, 그래도 진짜, 이정도일줄은 상상도 못했다.
"지...지진이 난줄 알았어...."
모두가 그렇게 순간 느낄정도로 강희가 구른 한 발은 장중한 힘이 실려있었다. 그걸 대변하듯이 발바닥을 내려놓은 곳 지점이 움푹 꺼지듯이 작살나있었다. 성질이 나서 내키는대로 강희는 발을 굴러버렸던 것이다.
강희는 여왕의 엉거주춤한 포즈, 그리고 애써 침착하려고는 하지만 당황한 기색을 숨김없이 읽을 수 있는 표정을 보고는 또 코웃음을 흘린 채 말했다.
"이젠 가도 되겠죠? 아. 줌. 마...!!"
아줌마에 강한 악센트를 주면서 상대를 무시하는 강희. 하지만 여왕의 얼굴에 떠오른것은....즐거움이었다.
"과연... 대단하군요...말은 들었지만...솔직히 믿지 않았는데.....하지만 기뻐요. 오히려 더 흥분되는데요? 강희양, 아니, 티렉스를 더욱더 구속하고 싶어졌으니까!!"
여자가 흥분적인 표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데 강희는 피식 웃어버리곤 유정이를 또 채근했다.
"유정아. 가자"
"못가!!"
기이이...
"아아?"
강희는 갑자기 자신의 머리가 아파옴을 느꼈다.
"뭐..뭐야!!"
머리가...머리가 아팠다.
"아..아윽...깨질것 같아!!"
강희는 인상을 팍 찡그린채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리곤 자신에게 못 가! 하고 외쳤던 여자를 보았다.
여자는 자신을 무섭게 쳐다보고 있었다. 눈으로. 그리고 손은 자신을 향해 검지손가락을 위시하여 쭉 뻗고 있었다.
"제..제길? 저 여자..대체 뭐야!!"
자세한건 몰라도, 저 여자때문에 자기 머리가 무진장 아프다는것쯤은 느낄수 있었다. 강희는 인상을 쓰면서 확 소리질렀다.
"아줌마!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당장 그만 안해요?!!"
"아..아니!!..."
설영은 깜짝 놀랐다. 자신의 능력이, <매혹안>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설영은 선천적으로 정신계열 쪽에 엄청난 재능을 가진 여자였다. 그녀의 눈만 보면, 상대는 마인드 컨트롤을 당하는 것이다. 보는 상대로 하여금 자신에게 홀리게 하는, 자기의 명령만을 듣게 하는 상태로 만드는 엄청난 능력. 절대로, 예외는 여지껏 없었다.
현재까지 예외가 있다면 M, 그 사람이 유일했고, 그 사람 역시 온전히 자신의 마력을 견뎌낸건 아니고, 마력에 저항하다가 자신의 능력을 쓴 것이다. 그의 능력에 그녀 역시 고통을 받게 되자, 그녀는 그와 합의해서 양측 모두가 힘을 풀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서로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로의 능력도 대화를 통해 알수 있었고.
근데 오늘 사상 두번째로, 최강희가 매혹안을 견뎌낸 것이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저항의 결과를 보인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최강희는 자신의 능력을 막아낸게 아니고, 견뎌내고 있을 뿐이었다.
정신계열의 능력인지라, 이 능력에 걸리는 것은, 순전히 그 개개인의 정신상태와 좌우된다. 심지가 굳고, 강하고, 또 주관이 뚜렷한, 강인한 사람일수록 그녀의 지배가 통하지 않거나, 오랫동안 견딜수 있는것이고, 반면에 의지가 박약하고, 마음이 여리거나, 순한 성격의 소유자는 더없이 순식간에 먹을수 있는 먹잇감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어도 현재까지는, 자신의 매혹안을 10초 이상 견뎌 낸 자가 없었다. 단 둘, M과 최강희, 티렉스를 제외하고는.
"이..이런!! 이 아이, 그정도 정신력을 가지고 있단 말이야?"
설영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일단 계속 강희를 지배할 목적으로 마인드컨트롤, 정신조종을 시도하곤 있었지만, 강희는 인상을 무섭게 써가면서도 그녀의 마력을 잘 견뎌내고 있었다.
"이...이 아줌마가!! 그만두지 못해요?!! 더 이상 하면!! 나도 참지 않겠어!!"
강희가 지금 상대를 다치게 할 생각은 없기에 참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홧김대로 했더라면, 고통을 주는 그 시점에서, 곧바로 설영, 자신을 때려쳐버릴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설영도 속수무책일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능력은 정신계열이지, 물리계열이 아니니까. 하다못해 강희가 기절만 시켜버려도 끝나지만, 지금 강희도 나름 염두에 두었던 것이, 자기 머리가 하도 아파서 정신이 꽤 오락가락하는지라 힘조절이 잘 안되는 처지였다.
즉 강희 입장에선, 정확히 힘조절을 할수 없으니 기절시킨답시고 설영을 쳤다가 까딱 하면 그녀를 죽여버리는 사태가 벌어질까봐 함부로 못 나서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남보단 자기가 급하다고, 계속 이렇게 머리에 두통이 일어날 정도로 저항을 해대다간, 자기가 먼저 미쳐버릴수도 있는 사태가 없으란 법이 없으니, 이 이상 자극하면 그녀 역시 더이상 참지 않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이다.
설영은 결국 매혹안을 풀수밖에 없었다.
"저..정말 그걸.....정신력으로만 참아내다니...넌 정말..."
설영의 말투는 어느새 하대로 바뀌어 있었지만 적어도 강희보다 거의 두배 가량 나이가 많은 그녀인지라 별로 신경쓰이는 문제는 아니었다.
"아후우...아아 아퍼...이씨~!! 또 하기만 해봐요? 그땐 진짜..."
강희는 주먹을 부르르 쥐더니 치를 떨었다.
설영은 잠시 입술을 다물고 있다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꺼내들 패는 또 있다는 듯이 생글거렸다.
"후후,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래도 넌 못가. 알겠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유정아 가자"
강희는 유정을 빨리 옷입힌 후에 나갈려고 유정을 또 재촉했지만....
터벅 터벅
"....? 유정...아?"
유정이는 강희에겐 시선 한번 안준채 등을 돌리곤 그렇게 타박타박 걸어선 여탕 주인과, 여왕. 설영의 옆에 가서 나란히 섰다.
강희는 너무 놀라서 떠듬거렸다.
"유...유정아...왜...왜그래?"
유정은 짧게 말했다.
"미안해 강희야. 난 니가 좋지만....여왕님이 원하시는데로...할수밖에 없어"
"여왕...님?"
강희는 너무 지금 정신이 없어서 계속 떠듬거렸다. 그때 여왕, 설영이 나섰다.
"후후, 그래그래. 유정이는 내가 좋대. 나 하고 싶은 데로 하라는걸?"
"다...당신 도대체...."
너무 놀란 나머지 강희는 상대에게 당신이란 말을 하면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데 순간 뇌리에 퍼뜩 미치는게 있었다.
"아! 이 여자는!!"
그렇다. 이 여자의, 여왕의 능력이란 바로...
"정신을 마음대로!!"
그랬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벌써 주위만 둘러봐도 답이 나온다. 자기와 여왕을 위시하여 주위를 둥그렇게 포진하고 있는 여성들. 이 여자들은 틀림없이!!
"조종받고 있어!!"
강희는 등골이 오싹했다. 이 사람들 모두가, 저 여자, 여왕이란 존재 한명에게 조종을 받고 있는것이다. 스스로의 의지를 전혀 펼칠 수 없는, 꼭두각시들.
"이...이럴수가...한두명도 아니고...이들 모두를 마치 장난감다루듯!!"
강희는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강희의 표정에서 이제 사태파악을 좀 한듯한 분위기가 흐르자 여왕은 생글거렸다.
"그래 맞아. 너 하나라면 지금 당장은 어떻게 못해도, 너와 가까운 사람인 이 아이랑, 또 바리케이트 삼은 이 여자들 또한 나한텐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지. 후훗. 모두들 나만의 말만 듣고, 나의 명령만을 수행한다구. 알겠니? 강희야?"
"이..이런...."
강희는 정말 상황이 곤란하게 되었다 싶었다. 잠시 머리를 무섭게 빨리 굴린 후, 강희는 탈출을 결심했다.
"유정이를 데리고 나가야 해!! 아니면 나만이라도!!"
일단은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그곳이 최우선 과제다. 여긴 너무 위험하다. 그건 확실하다.
"유, 유정아!! 정신차려!! 눈 떠!! 나를 봐!! 나 강희라구~ 눈을 뜨란 말이야~!!"
애가 타서, 그리고 급해서 강희는 무턱대고 자기 가슴까지 쳐가면서 유정에게 사태를 인식시키려 했다. 하지만....설영이 유정에게 건 정신계열의 주박은 너무 강했다. 강희의 목소리가 하도 멀어 전혀 들리지도 않을 만큼.
"안돼...안돼 강희야. 난...여왕님이 더 중요해..."
강희는 하도 안타까워서, 그리고 답답해서, 정말, 정말 태어나서 오랜만에 눈물을 다 흘렸다. 그것도 양쪽에서 주르륵 하고 거침없이. 봇물처럼!!
"이!! 이 바보가~ 야!! 빨리 정신 안차릴래? 으응?~!! 한유정~!! 이 바보기집애야!! 정신을 차리라구우~!!"
강희가 거의 목놓아서 소리를 치려 할때쯤, 여왕이 생글거리면서 오른손을 까딱했다.
우글 우글
다들 움직였다. 그녀의 손동작 하나에 의해서.
"사로 잡아. 다치지 않게"
다들 움직였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의해서.
강희는, 오른손으로 재빨리 눈물을 쓰윽 닦아내고는 이빨이 부서져라 꽈악 문 채, 혼자만이라도 탈출을 하기로 했다. 유정이에게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지금 상태의 유정이를 데려가도, 별 뾰족한 수가 없을 듯했다.
"나라도! 나만이라도 나가야돼 일단!!"
강희는 생각해둔게 있었다.
"진정안!!"
진정안, 진정안이라면 어쩌면 이 문제를 해결할수 있을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자신의 능력은 힘, 완력 뿐이다. 자기 자신만이라면 분명 아주 좋은 능력임엔 틀림없지만, 지금 저, 여왕이라는 여자가 쓰는 정신계의 마법같은 것을 깨트릴 방법이, 수단이 그녀에겐 없었다.
"정안이는 나의 발목을 잡아 나의 힘까지 무력화시켰어. 그렇다면...그렇다면 정안이가 저 여자의 발목을 잡으면!! 어쩌면...!!"
거기에 생각이 미친 강희는 진정안을 재빨리 나가서 진정안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 아니야!! 맞다 핸드폰!!"
왜 그생각을 못했을까. 청바지 아래엔 핸드폰이 들어있었다. 강희는 그것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방해꾼들이 있었다.
우르르~~
"이..이런!!"
여자들이, 몇십명이나 되는 여자들이, 좀전엔 느릿느릿 움직이더니 갑자기 한층 빨라진 동작으로 강희의 팔을, 다리를 잡으려 했다.
타닥
탁
순식간에 좌우에서, 위아래에서 여덟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일단 각각 강희의 팔과 다리를 잡고 못 움직이게 하려 했지만...
부웅~
강희가 팔을 좌우로 한번 가볍게 물결치듯 흔들자 여자들은 맥없이 그녀의 손을 놨다. 팔이 자유로워지자 두 팔로는 자신의 다리를 잡고 있던 여자들을 또 번쩍 들어서 옆으로 살짝 밀어쳤다.
와당탕~
"꺄악~~!"
신경써서 살짝 밀었지만 힘이 힘인지라, 여자들은 저희들끼리 부딪히고 나서도 모잘라 엉켜가지곤 뒤로 밀려버렸다.
"힘으로는 날 못 잡아!!"
강희는 스스로 그것을 계산해가면서 다시 핸드폰을 찾았다, 그때,
비틀
"어..라?"
어지러웠다. 눈앞이 물결이 일렁이듯 출렁댔다. 그리고...왠지 모르게.....졸음이 밀려왔다.
"뭐...야...왜이래?"
강희는 애써서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정신을 잡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뭐지? 이것도 저여자의 짓?"
강희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여자를 보려 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두 무릎이 아래로 꺾이며 바닥에 털퍼덕 하고 힘없이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무너진 강희의 몸과 그녀의 정신없어하는 표정, 흐릿한 시선을 보면서 여왕, 설영은 고개를 좌우로 설레설레 저었다.
"정말이지, 대단해....이제서야 약효가 나타나다니...."
감탄스럽다는 듯, 놀랍다는 듯이 말하는 상대의 말을 어렴풋이 들은 강희는 생각을 했다.
"약...약이라구? 언제......"
강희가 이제는 배를 아예 바닥에 깔면서 털퍼덕 하고 누워버린채 멍한 시선으로 있는 것을 보면서 여지껏 사태를 지켜만 보던 여탕의 주인이 후훗 하고 웃으며 말했다.
"정수기에 약을 타놨어. 예쁜 여자들을 볼때 낚으려고 내가 자주 쓰는 수법이지. 니 친구가 따라줬잖아? 친절하게 말이야. 한컵. 또 한컵은 니가 마셨고. "
"....그때였군...."
강희는 아까 유정이 했던 말을 상기했다. 마시고 싶으면 더 마시라고 했던 말을.
"나를 빨리...잠재우려고...."
계속 멍한 시선인채 그렇게 드러누운 강희를 돌려눕히면서 자신의 무릎 위에 머리를 내리곤 이마를 쓸어주면서 여왕이 말했다.
"여기까지 해주다니. 정말 대단해. 다수로 잡아두려 했지만 좀전에 보니 숫자가 의미없어 보일 정도던데...아무튼 너의 행동은 다 계산되어 있었어. 만약 이것저것 다 무시하고 너 혼자 여기에서 내빼려 했다면 내가 어떻게 하려 했는지 알아?"
"................"
이미 점점 의식이 멀어져 가는 강희인지라 대답없이 눈으로 그녀에게 대답만을 구해 왔다.
여왕은 생글거리며 말해줬다.
"여기 모인 여자들한테 명령할 셈이었단다. 집에 가서 자살해버리라고. 독을 먹든, 동맥을 끊든, 뛰어내리든지간에 말이야. 아 물론! 너의 친구 역시도말이야. 후훗~ 그런 협박을 하면 넌 절대 도망가지 못할테니까"
"....거기까지....."
거기까지 계산했나 하고 강희는 말하려 했지만 힘이 없어서 중얼대다시피 할도리밖에 없었다. 여왕은 강희의 뺨을 검지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면서 또 말했다.
"너를 얻기 위해서라면, 지금 모인 여자들? 다 죽어버려도 상관없어. 어때?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애정을 쏟고 있는지 이제 알겠니? 응? 후훗~"
"....미쳤어........"
강희는 그렇게 말해 여왕을 비웃으려 했지만 말에는 하나도 힘이 실려있지 않았다. 강희는 눈이 감겨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유정을 찾으려 위를 올려다보았다.
"유정아....."
유정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 감정도 없는 듯한,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서글픈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강희의 눈이 점차 감겨갔다.
"미안해......"
미안해. 데리고 나가지 못해서 미안해.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온갖 것을 말하고 싶었지만......지금의 강희는......너무 졸렸다.......걷잡을수 없을 만큼......세계 최강의 여학생일지어도 견딜 수 없을 만큼의...졸음의 무게라는 것이.....
수마는 결국....공룡을 잠재웠다.
쌔근거리며 잠든 강희의 옅게 붉은 입술 표면을 지그시 바라보면서 생긋 미소짓는 설영.
"아유..겨우 재웠네..."
잠시 그렇게 소녀의 입술을 바라보다가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는 무릎에 머리를 위치한 여자애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과 마주 포개었다.
쪼옥
티렉스 최강희. 나이. 18살. 의식을 잃고 있는 사이에 그렇게 그녀는, 첫 입술을 동성에게 빼앗겼다...
어둠.
처음엔 그것이 찾아왔다. 하지만, 눈꺼풀을 좀 더 들어올리고, 좀 더 몸에 기운을 불어넣어보려 애쓰니, 이제 뭔가 좀 더 보인다. 사방이 석벽으로 되어 있는, 왠지, 어쩐지 Dungeon. 동굴속의 어딘가가 아닌가 싶은 분위기를 풍기는 곳, 사방면이 모두 벽으로 둘러싸여져 있는 곳에 자신은....
묶여 있었다.
"매어져..있는건가..."
손목에서, 발목에서, 양 무릎에서, 그리고 좀 더 자신을 느껴보니.....각각의 손가락 마디 끝, 발가락 마디부위까지 촘촘히 묶여져 있는 자신을 강희는 발견했다.
"...여기는?"
강희는 아직 약효가 풀리지 않았는지 힘없는 어조로 그렇게 입을 열었다. 시간이 얼마 지났는지, 왜 자신이 이런 상황인건지 하는 것들조차 생각못할 만큼, 그녀는 막 깨어난 상태였다. 지금 입에서 뱉은 말도 그냥 아무렇게나, 아무 말이나 읊어본 것이다.
끼이익
고개를 돌리고 싶지만 그러기도 귀찮을 만큼 자신은 아직 약효에 절어 있었다. 강희는 고개를 살짝 들어 상대를 보려 했다. 그 동작을 하는 데도 아직은 좀 힘들었다.
"...여왕...."
여왕은 자신을 보면서 빙긋 웃음짓고는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투는 억양만으로도 너무나 흥분적이 되어 있었다. 티렉스를 사로잡았다는 즐거움때문인가?
"내가 말이야. 한국 말을 별로 안 좋아해. 근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하나 있어. 뭔지 알아?"
"............."
강희는 대답않았지만 여왕은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 되게 신나하면서.
"<생포>야 생포. 생포 너무 좋지 않나? 응?응? 후훗~"
"생...포...."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직 힘든 강희는 떠듬거리며 말했다. 여왕은 또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했다.
"그래그래 생포. 아아. 산 채로 사로잡는다. 그래서 포로로....아아~ 너무 좋아....진짜..어감 짱이지 않니? 아무튼...넌 이제...내게 잡힌거야. 앞으로는 나의 전유물이 된거지. 알겠니?"
"...전유물....흥..."
최강희는 정신이 좀 돌아오는 듯하자 코웃음부터 쳤다. 여왕은 사로잡힌 여자애가 코웃음을 치자 한껏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과연 이 애가 뭐라 할까 하면서 기다렸다.
"착각하지 마 아줌마....난...당신의 전유물따위가 아니야. 난..나야...최강희..그게 나야. 알겠어요?"
최강희는 좀 힘들게 말했지만 여자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확고하게 자신의 의지를 비쳤다. 여자는 그런 최강희를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다가 말했다.
"나 있지. 너처럼 말이야. 강하고! 도도하고! 보이쉬하고! 성깔있는 여자애 되게 좋아해! 순하고 착한, 다루기 쉬운 여자애들보다 훨씬! 왠줄 아니?"
"......알게뭐야...아줌마가 생각하는 것따위..."
"흐흥. 사로잡히니까 완전 열이 받으셨네 공주님? 그래도 난 니가 좋아. 너무너무! 너같은 애는 말이지. 후훗! 교육자 차원에서 조련하는 맛이 있거든? 길들이는 맛이라 해야 하나? 난 그렇게, 자존심 강한 여자애의 성격을 무릎꿇리는 걸 아주 좋아해!! 내 인생에서 최대 희열 중 하나란다. 알겠니?호호~"
그녀의 말을 듣고 있다 강희는 이빨을 간 후에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줌마..당신은 제정신이 아니에요. 아줌마밖에 모르는 독선자....그게 아줌마의 모습이에요"
"호호, 마음대로 불러. 아무튼 난 지금, 너를 상처하나 입히지 않고 생포해서 너무 좋아 기분이. 알아주겠니? 이런 내 마음을?"
"...알바 없구요. 아. 이젠 좀 약효가 깨네. 실수했군요. 나를 이렇게 간단히 묶어놓다니"
최강희는 자신이 묶인 자세를 느껴보면서 말했다.
최강희는 지금 양 손이 위로 뻗친 채로, 두 다리는 바짝 붙여 아래로 뻗친 채로 1자 상태에서 발끝이 지면에 안 닿을 정도의 높이에서 매어져 있었는데, 대략 묶인 자세는, 양 손바닥이 바깥쪽을 보게 되어 두 손등이 붙은 상태로 되어 있고, 그 상태에서 각 손가락 끝 마디에 해당하는 부위들에 가느다란 실같은, 매우 가는 끈들이 매어져 있었다.
그렇게 손등이 서로 붙은채 손가락 끝마디를 가는 끈으로 연결해 붙여 묶어놓으니, 강희로서는 주먹을 쥘수 없는, 손가락을 구부릴수 없는 상태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서 바짝 붙여서 결박되어져 있는 손목들, 그리고 손목을 묶은 무엇인가 가는 것이 여러겹 중첩되어 있는것이 천장에 이어져 있었다.
자신의 상반신은 이정도로 묶여 있었고, 하반신은 양 무릎이 바짝 붙도록 한 채 무릎을 8자로 감아서 묶었고 종아리를 지나 발목이 역시 견고히 감겨 묶여져 바닥에 해당하는 부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각각 5개, 도합 10개의 발가락의 끝마디, 그 끝마디들도 예의 그 가느다란 실끈이 감긴채 가닥가닥, 하나하나씩 아래부분에 견고히 고정되어졌는데, 강희로서는 아예 발가락을 조금도 오므릴수 없을정도로 팽팽히 당겨져 묶인 상태였다.
"묶는 취향도 참 특이하네....하긴...나도 항상 손가락이니 발가락이니 주절댔었지? "
강희는 자신의 묶인 상태를 느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강희는 정신을 잃을 당시에 속옷만은 입고 있는 상태였는데, 여왕의 지시였는지, 여전히 착용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강희가 자신의 묶인 정도를 느껴보는 듯하자, 그걸 재미있게 지켜보면서 여왕이 말했다.
"어때? 묶여진 자세? 맘에 드니?"
"흥. 맘에 들긴, 설령 괜찮다고 여겨져도 아줌마 따위한테 놀아나고 싶은줄 알아요?!"
강희가 앙칼지게 말하는데도 그녀의 그런 모습이 좋은지, 여자는 생글거렸다.
"후훗, 계속 성질이신걸? 그나저나 정말 빨리 깨어났네...보통 사람같으면 여섯시간 이상은 더 잠들어 있을정도였을텐데...아. 아니지.두 컵 마셨다니까 약효가 더 오뼜姆?..너 정말...신체조건이 장난이 아니구나?"
여왕한테 칭찬따위 받아봐야 하나도 기분 안좋은 강희는 또 코웃음 치곤 히죽거렸다.
"아까 내가 한 짓거리를 봤으면서도 나를 묶어둘 생각을 하다니....아줌마. 머리가 별로 안 좋으시네요. 큭큭. 그리고 또 뭐? 나를 생포? 후후...착각마요 아줌마. 내가 마음만 먹고 날뛰면...날 잡으려면 적어도 군대는 출동해야 할걸?"
여왕은 강희의 말을 듣고 있다가 그녀의 자부심, 자신감이 더더욱 맘에 든지 호호 거렸다.
"호호, 확실히 너라면, 적어도 그정돈 되야겠다. 어쩌면...군대 가지곤 안될지도?"
"킥..그렇게 웃을 때가 아닐걸요? 이제부터 힘을 줄건데...겨우 이따위 가느다랗고 얇은 끈따위로 나를 붙잡을 생각을 하다니....아줌마...오늘 잘못 걸렸네요."
자신만만해 하는 강희를 보면서 여왕은 다시 호호 거리며 웃더니 말했다.
"자아~ 그럼, 이 언니에게 한번 보여줘보겠니? 그 힘! 을 말이야. 응? 후훗~"
"아아, 물론 보여드리지!! 그리고 나선...각오하세요..여자여도 안봐줄테니...."
강희는 차가운 시선으로 여왕을 노려보더니 힘을 넣기 시작했다.
쿠아아~~
"이야압!!"
부르르....
"....어?"
풀어지지 않았다. 끊어지지 않았다. 자신을 묶고 있는 것들은 해체될 생각을 하지를 않았다.
"어..어떻게 이런? 말도 안돼!!"
강희는 다시 한번 자신의 몸상태를 확인해봤다. 아직 베스트컨디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거의 평소 때 컨디션의 힘이 몸에 실리는건 느낄수 있었다.
"에잇!!"
끼익
끼이이
소음은 그녀를 묶고 있는 것들로부터가 아닌, 자신을 묶어서 천장과 바닥에 연결된 줄로 인해, 각각의 지점에서 소리가 나긴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자신을 묶은 실끈들은 요지부동. 절~대로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어떻게 이럴수가?"
강희는 입술을 깨물면서 계속 힘을 쏟아붓고는 있었지만, 결과는 조금의 변화도 보일 기미조차 없었다.
애써 당황한 기색을 안보이려 하지만, 그게 훤히 보이는 여왕은 강희를 재미았다는 듯 지켜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라미드 섬유를 알고 있니?"
섬유니 뭐니, 그쪽 계열엔 무지, 아니, 공부 자체에 별 관심이 없는 강희로서는 아라미드 섬유라는것을 알리가 없었다.
"아라..미드 섬유?"
여왕은 강희가 그것을 모르자 깔깔 웃더니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방탄조끼를 만드는 데 쓰는, 현재까지 알려진것 중에 가장 좋은 플라스틱 보강재로 꼽히는 것이란다. 그게 가늘어 보여서 우습게 보이지? 하지만...그 가는 실끈, 아라미드 섬유에 대해 간단히 말해주자면...불에 타거나 녹지 않고 500도 c가 넘어야 간신히 탄화시킬수 있지. 그리고 아무리 힘을 가해도 늘어나지 않아. 그게 하도 가늘어 우스워 보이지만, 그 가닥 하나하나가 2톤, 즉 2000킬로그램의 장력도 견뎌낼수 있지"
"가닥..하나하나가...2톤을?"
강희가 떠듬거리면서 말하자 여자는 당황한 강희의 표정이 아주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쓰윽 하고는 방안의 구석 한쪽을 향했다.
"?"
강희가 보자 거기엔 원형의 페인트 통 모양을 한 물체 안에, 왠 액체같은것이 들어 있었다.
"........"
강희가 그것이 뭔지 인상을 찡그리면서 보고 있자 여자는 액체 안에 담겨져 있던 붓을 꺼내들더니 강희 앞에 흔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붓에 묻어난 그것은 느리게 주르륵 하면서 석벽 바닥에 흘러내렸다.
"아 이거? 꿀이야 꿀! 호호. 너 피부맛사지 해주려고"
"...꿀?"
강희가 입술을 깨물었다.
"제길.....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정말 미치겠네!!"
설마하니 자신을 이렇게 완전히, 완벽하게 결박할수 있는 끈, 아니 섬유랬나? 그런게 있을줄은 몰랐다.
"정말로!! 나의 힘을 견뎌낸단 말이야? 이 가는것들이?"
강희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당황하며 다시 또 움직여댔지만 소용없었다.
끼익 끼익
"으윽!! 에이익!!"
아무리 힘을 주어도, 지금의 강희는 그야말로, 주먹조차 쥘수 없고, 발가락조차 오므릴수 없는, 옴짤 달싹 못하는 상태. 평소에 스스로 말해 왔던 <완벽한 구속>. 스스로 생각해왔던 완전한 Bondage 상태.
"아! 이런...정말 완전히 묶였어!!우..움직일수가 없어!!"
강희는 그토록 원해왔었지만, 지금 상황이 너무 안좋다는것정돈 충분히 알았다. 아무리 완벽한 구속이 있으면 뭐하나. 이건 자신이 원한 상황이 아닌데. 무엇보다도 자신을 사로잡은 저 여자는....
"미쳤어!!"
그렇게밖에 안 평가되는데.
강희가 애써서 힘줘가며 바들거리는걸 재미있게 보다가 여자는 강희으 등뒤로 쓰윽 돌아갔다.
"아...아줌마? 뭘 할 셈이야 도대체!!"
강희는 정말 이젠 난처한 상황인지라 쩔쩔매가면서 몸을 꼬아대려 하고 있었지만, 결코 아라미드 섬유의 주박에서 벗어날수가 없었다.
여왕은 강희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등 하며, 속옷으로 가려져 있어 은근히 더 섹시한 엉덩이를 보면서 생글거리며 말했다.
"정말...예쁜 여자는 뒷 자태부터가 틀리다니까? 우후후~"
그러더니 여왕은....오른손에 들고 있는 붓을....강희의 겨드랑이에 바르기 시작했다.
"꺄아악~~아하하하하아앗!! 뭐 하는 짓이에요? 당장 그마안하하하하하~~~꺄아아아아아악하하하하~~~"
강희는 너무 간지러워서 겨드랑이를 감추려고 팔목에 한껏 힘을 줬으나 결코 자신의 맨겨드랑이를 감출수가 없었다.
바르르르...
강희는 몸을 바르르 떨어가면서 움츠리려 했지만 실끈의 힘은 그녀의 움직임을 한치도 용납 않았다.
쓰윽 쓰윽
비비적 비비적
"꺄아아아아아아하하하하~~~~그~~~그마아안하하하하하하~~~~~~~~~~~그만해요오하하하하~~~~~!!"
강희는 눈을 꽉 감고 온몸을 진저리 쳐가면서 파득거렸으나 여왕은 오히려 더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호호, 상당히 사랑스런 목소리로 웃어주는구나. 역시. 화끈한 애가 목소리도 화~끈하네? 응? 호호. 정말 쿨~~하다 얘"
여왕은 그렇게 강희의 왼쪽 겨드랑이부터 시작해서 옆구리에 죄다 꿀을 도배하고는 반대쪽도 세심하게 꿀무칠을 해주기 시작했다.
"아아악!! 아흐흐흐흐하아악!! 아! 아호호호호하하하~~~~~~~~~제~~제기라아알하하하하하하하하~~!!"
강희는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언제 자신이 이렇게 완벽히 겨드랑이를 농락당해본적이 있던가? 얼마 전에 진정안에게 붙잡혔을 때조차 발간지럼만 당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야말로....완전 정신이 핑핑 돌 지경!!
"꺄아아으흐하하하!! 으아악!! 아흐흐호하하하하하~~!!!"
강희는 이젠 드문드문 간지럽다느니, 그만 하라느니 하는 말조차 할상황이 못되었다. 오로지 웃음만이 터져 나왔다.
"아흐흐? 아하하하~!!!"
끼익
끼이익
섬유는 팽팽하게, 촘촘히 강희를 옥죄었다. 아라미드 섬유는 너무나 가는, 미리미터 단위로 표현되는 굵기의 섬유다. 원래 이정도로 가늘때 그것에 묶인 상황에서 힘을 넣어댄다면, 보통 사람, 일반인이 이렇게 묶여 있었다면, 손가락 끝마디, 발가락 끝마디가 전부 다 토막토막 끊어져버렸을 것이다.
섬유가 견뎌내는 장력이 수 톤인만큼, 섬유 자체는 멀쩡할지언정 묶인 부위가 벗어나려 발버둥치다가 견뎌내질 못할테니.
하지만, 묶인 사람은 다름아닌 최강희. 최고의 신체조건을 지닌 여자애다. 그 무엇보다도 부드럽고, 그 무엇보다도 단단한, 찹쌀같으면서도 메탈같은 강도를 동시에 겸비한 지상 최강의 여학생, 그녀이기에, 오로지 그녀이기에 이리도 멀쩡한 것이다.
아라미드 섬유가 강희를 묶은 후에 강희가 발버둥치면, 섬유도, 강희도, 결코 끊어지지도, 베이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아라미드 섬유가 이렇게 완벽히 결박이라는 용도를 완벽히 발휘할수 있는 건 최강희에게만 국한 되는 문제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허리가 되었든 목이 되었든 다 짤려나갔으리라.
"아아흐흐!! 하아악!! 으꺄아아아하하하~~!!!"
강희가 미친듯이 팔짝 뛰려 하면서 웃어 제끼는 동안에 양측의 겨드랑이와 옆구리를 다 노오랗게 꿀칠하는걸로 마친 후 여왕은 흥분된 표정으로 발가락을 마구 움직여대면서 반항하는 최강희의 발바닥을 바라보았다.
"아아! 아름다워~정말.."
쓰윽
치덕
여왕은 발가락까지 견고히 붙잡혀 있어 옴짝달싹 못하고 끙끙대는 강희의 발바닥들 역시, 그리고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꼼꼼히 꿀단장을 해주기 시작했다.
강희는 발바닥이며 발가락에 꿀붓칠이 되는 순간 감전된듯 바르르 떨면서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하! 하지마아아하하하~~!!!!"
"오호호~ 더 크게 웃어봐 얘!아호호! 너무 사랑스럽다~!!"
여왕은 강희의 웃음소리가 너무 맘에 들어서 더욱 열심히 반항해대는 강희의 발바닥에 붓털이 휘어져라고 쎄게 휘저어댔다.
"꺄아아아윽!!아흐흐흐!!아호하하하하~~~"
강희의 온 몸이 점차 붉게 달아오르고, 목에 핏대가 오르기 시작했다. 점차 정도가 강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제!!제길!!안돼에!!"
강희는 분명 M 성향이지만, 그리고 간지럼을 즐기지만, 그녀가 원하는건 서로간에 합의를 하고 나서 이루어지는 플레이지, 결코 누군가의 전유물을 되는것이 그녀가 뜻하는게 아니었다. 그리고, 화가 났을때 간지럼을 당하고 싶은 것이지, 상대방이 재미로 언제 어느 때나 자기를 간지르는 것을 원하는게 아니었다.
근데 이 여자는 그게 아니다! 그야말로 자신을 정말 생포해서 웃음소리를 계속 짜내는, 새장 속의 카나리아로 삼을려는 것이다.
"하..하지만!!"
항상! 언제 어느 때든, 자신이 믿었던 완력. 힘이 모든 것을 헤쳐나가는 힘이 되어주었는데, 오늘은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오늘...지금 이순간...무력했다.
"아..설마...정말로 날 완벽히 묶을수 있는게 있을 줄이야..."
강희는 그런게 있다 쳐도, 이렇게 금방 만날줄은 모른 터라, 정말 급습을 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이제 와서 탄식하면 무엇할까. 자신은 잡혀버렸는데...여왕의 노리개가 되어버렸는데...
"아흐흐!! 하하~!! 꺄아하하하~~~"
강희의 발바닥에 붓칠 장난을 좀 더 쳐대다가 여왕은 강희에게 잠시 숨돌릴 시간을 주었다.
"허억....허억....."
강희가 고개를 푹 꺾은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걸 즐겁게 바라보더니 여왕은 오른손으로 강희의 턱을 쓱 들었다.
"흐읏...."
강희는 워낙 기진맥진한 터라 힘없이 그녀의 손길대로 고개를 들수밖에 없었다. 여왕은 생글거리며 말했다.
"어때? 재미있니? 즐거워? 넌 M이랬잖아? 이게 니가 원한 거 아니니?"
"허억..허억...."
강희는 숨돌리기도 급한지라 숨만 몰아쉴 뿐이었다. 여왕은 강희의 눈을 보면서 느긋하게 말했다.
"혹여~ 탈출해서 어떻게 할 생각일랑 마. 난 마음만 먹으면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수 있어. 그리고 지금 상황을 봐선, 너도 못달아날것 같고. 아니, 만에 하나 달아났다 쳐도, 니 친구를 구하지 못하는 한 넌 꼼짝 못해. 내 한마디면 그 앤 자살도 서슴없이 할테니깐. 후후. 나를 자극하면, 너는 내 맘에 들어버렸으니 결코 몸이 상할 일은 없겠지만, 니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글쎄다? 내가 과연 어떻게 할까? 난 널 가지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도 할수 있는데 말씀이야. 후훗. 생각 잘 해. 아가씨"
"...으윽....."
강희는 신음했다. 여왕의 말투에게서 거짓이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때, 자신을 노리던 그 오싹한 느낌, 차가운 느낌, 뱀같은 이미지가 그대로 자신을 옥죄고 있는 것이었다.
"비..빈말로 하는게 아냐..."
그걸 깨달은 시점에서 강희는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설령 자신이 탈출에 성공한다 해도, 사람의 정신을 마음대로 농락해댈수 있는 여왕이라면, 경찰을 부르는 짓 자체가 무의미했다. 경찰마저 조종당할 우려도 있는데다가, 딴거 다 제치고 일이 잘 된다 해도 유정을 잃을 가능성 역시 매우 컸고.
무엇보다도...
"유정이가 지금 어떻게 되었을지..."
그것도 문제였던 것이다. 보나마나 여왕의 수중에 있겠지만....유정 역시 노리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고.
강희는 침음성을 흘리지 않을수 없었다.
"아아...이 내가....설마 이정도의 위기에 빠지다니...."
거미줄에 완벽히 걸린 나비. 절대 빠져나갈 구멍조차 보이지 않는다. 강희는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아..힘들어..."
하지만...그렇게 힘든데, 여왕은 강희가 쉴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고 생각하는건지, 다시 강희의 등 뒤로 돌아갔다. 그러더니,
할짝
여왕은 결코 움츠릴수 없는, 노출을 할수밖에 없는 강희의 왼쪽 겨드랑이에 자신의 혀를 느긋하게 갖다 대기 시작했다.
움찔
"와악! 아흐흐흐~!! 하, 하지마요!! 하지마아하하하하하하하하~~~~~~~~~~~아악!! 꺄으으하하하하하~~~아흐흐! 하지마아하하하~~~~~~~~~~~~"
강희는 이젠 콧잔등까지 아려옴을 느끼면서, 그리곤 양 눈가에 눈물이 점점 맺히는걸 느끼면서 고통스러운 웃음을 크게 질러대었다.
하지만 여왕은, 그런 강희의 몸부림이, 그리고 웃음소리가 너무나 사랑스러운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혀를 놀리며 강희의 겨드랑이와 옆구리를 할짝대기 시작했고, 왼손으론 강희의 허리를 꼬옥 껴안은채 바싹 달라붙었다.
그리고 오른손은 검지손가락으로 강희의 겨드랑이에서 가장 옴푹 패인, 압점을 휘저어대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간질간질
할짝할짝
순간 강희는 뇌전을 받은듯 설영의 고문에 미친듯이 바르르 떨어대며 폭소했다.
"아아아아~~~~~악, 꺄하하하하하~~~~~~~~~~~~~~~으아아아아악하하하하하하하하하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이햐하하하~~~~"
부르르
미친듯이 몸을 휘저어대지만 조금의 자유도 허락치 않는 구속.
강희의 왼쪽 겨드랑이를 한껏 핥다가 잠시 혀놀림을 멈춘 설영. 하지만 그녀는 계속 강희의 웃음소리는 듣고 싶은지 오른손으론 연신 강희의 겨드랑이를 자극해댔다.
그녀는 계속 아하하하 하고 실성한 여자처럼 웃으면서 광란의 웃음으로 몸을 떨어대는 강희에 귓가에 간드러지게 속삭였다.
"너의 힘이 제아무리 강하다 해도, 너의 손가락 하나하나, 발가락 하나하나가, 수천 킬로그램의 장력을 견뎌내는 섬유를 끊어낼수 있다곤 여기지 않았어. 아라미드 섬유는...그 길이만 있으면 그것이 맘모스이건, 공룡이건 완전히 묶어놓을수 있어. 아..물론 어쩌면 너라면 순수한 팔다리힘만으론 2톤 이상을 들어낼진 모르지. 하지만 난 그걸 이미 염두에 두었거든. 그래서 일부러 세심하게 너의 발가락이랑 손가락을 따로 하나하나 묶어놓은거야. 후후 암튼...장담컨대...넌 절~대 이걸 못 풀어. 그러니까 얌전히 포기하고...오늘부터 즐겁게 나하고 지내면 되는거야. 신나게 웃으면서. 그래, 간지럼의 쾌락에 몸을 맡겨봐. 넌 오늘부터...나의 공주야...알겠니?"
간질간질
부북 부북
"꺄아악!! 아흐흐!! 아호하하하하!! 꺄으하하하하~~!!!"
강희는 너무 간지러운 나머지 여왕의 말을 제대로 들을 새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미친듯이 웃는 수밖에 없었다. 강희가 듣건 말건 그녀의 웃음소리가 좋은 설영은 계속 강희의 겨드랑이를 유린하면서 시선은 강희의 바르르 떨어대는 발가락들의 움직임, 그리고 오므릴수조차 없는 아름다운 발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넌 정신력이 되게 강한 여자아이같아. 하지만 방법은 있어. 난 이제부터 매일매일 너를 간지럽힐거야. 니가 자는 시간하고 먹는 시간 외에는 전부 말이야. 그럼 넌 언젠가는 이성이 무너지겠지? 최소한 흔들리긴 할때가 올꺼야. 그럼 그때 마인드 컨트롤을 걸면 돼. 그러고 넌 내 노예가 되는거야. 후후. 좋지? 렉스양?"
"시~싫어어하하하하하하하하~~~"
강희는 물고기처럼 파닥대면서 반항했지만, 그녀의 고통스런 웃음소리는 그녀를 간지럽히는 여왕과, 그녀 옆방에 있는 여탕 주인밖에 들을수 없었다.....
옆방.
"후후, 역시 설영씨와 알고 지내니 최상등품들을 많이 만나는구나~"
욕탕 주인. 정유림은, 엑스터시에 취해 침대에서 속옷 차림으로, 멍한 표정을 지은채 천장을 바라보는 유정을 시선에 담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초록색 타월이 들려져 있었다.
무기력해진 한유정을 간지럽힐 준비를 하면서 정유림은 중얼거렸다.
"옆방에 있는 그 아이가 탐이 나긴 하지만...뭐 어쩔 수 없지. 이 아이만 해도 나유미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니까. 호호. 이쁘기도 해라. 자리만 마련해주고 이런 장사라니. 정말 좋은 것 같아 나는"
정유림은 설영과 모종의 계약을 맺은 계약자였던 것이다....
공원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정안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바람을 맞으면서 왠지 모를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왜 이럴까......"
그때 그에게 한웅이가 다가오더니,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유정이 누나 말이야. 집에 전화해봤는데...연락도 없고, 전화도 안 받는대..."
"..그래?"
"응"
정안은 혹시나 싶어 강희 누나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대방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탁
정안은 한웅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불길해....."
"뭐가?"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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