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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2:33 519회 0건
타닥 타닥





강희는 무료한 시선을 모니터에 준채 왼손으로 자판을 별 특별한 의미없이 두드려대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손으론 연신 TBM까페에 새로 업로드 된 Bondage와 tickling과 관련된 이미지 파일이나 동영상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녀가 앉은 의자에서 뒤로 좀 떨어진, 방 구석의 침대에는 소년 한명이 누운채로 잠들어있었다. 이불을 확 끌어안고 잠들어 있는 그 애는 퍽이나 편안해보이는 듯한 얼굴표정으로 단잠을 자는 중이었다. 소년이 누워 있는 침대 아래쪽에는 팽이 하나와 잘근잘근 끊어져 있는 팽이줄이 널려 있었다.





딸칵 딸칵





"후우........"





강희는 기분이 영 아닌듯 한숨을 한번 푹 쉬었다가 그저 모니터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녀는 독백했다.





"이건 아니지...왜 난 즐길수 없는거냐구....."





눈썹이 점점 찡그러지면서 짜증스런 기색을 드러낸다. 그녀는 갑자기 대단히 화가 나기 시작했다. 자기도 즐기고 싶은데, 묶임당하고 싶은데, 간지럼을 당해보고 싶은데, 그 쉬운 듯한 일들이 왜 이리 어려운 건지.





그녀가 입술을 꽉 깨문채 인상을 쓴채 모니터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1:1 채팅을 요청해왔다.





"응?"





강희는 누군가 싶어 요청을 한 상대의 닉네임을 보았다.





"즉흥화가? 아...기억이 있네. 대화는 처음인가?"





그녀는 즉시 1:1 채팅을 수락했다. 무료하기도 했고, 딱히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는것이 아니었기에.







티렉스님께서 1:1 대화신청에 응하셨습니다







즉흥화가: 안녕하세요 티렉스님





티렉스: 네 화가님





즉흥화가: 처음 대화하는거죠?





티렉스: 네





즉흥화가: 티렉스님을 만나서 영광이에요





티렉스: 영광까지야.. 그리 생각해주면야 고맙죠





즉흥화가: ㅎㅎ 근데 사실 전 티렉스님 알아요





티렉스: 어떻게요?





즉흥화가: 같은 학교거든요. 학교에서 몇번 본적 있어요





티렉스: 하..우리 고등학교에 이 까페 가입한 사람이 또 있을줄이야. 어쨌거나 반갑네요





즉흥화가: 아마 몇명 또 있을걸요? 짐작이긴 한데.





티렉스: 그럼 님 나이가 어떻게?





즉흥화가: ㅎㅎ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티렉스:.....;;;;





즉흥화가: ㅎㅎ 그런 반응 보이지 마시구요 죄송하자나요 암튼 티렉스님이랑 대화좀 해보려구요





티렉스: 어떤 거요?





즉흥화가: 그냥 이런저런 거요 이런 류의 까페면 회원들간에 서로의 취향을 알고 이야기하고 하는게 되게 잼있드라구요





티렉스: 흠 그렇겠죠





즉흥화가: 티렉스님은 이 까페에서 상당히 유명하신 분인데....M의 성향을 가지고 계신 분으로 유명하죠?





티렉스: 네





즉흥화가: 어쩌다 그쪽으로 성향을 가지게 되셨어요?





"흠........"





강희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자판을 두드렸다.





티렉스: 난 어렸을때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걸 금방 눈치챘어요. 까페에서 나를 만나 플레이를 해본 분들은 알테지만, 난 힘이 꽤나 쎄거든요. 어릴때 내가 특이한 몸이라는걸 눈치챈 시점에서, 난 누군가 나를 묶어둘 수 있는 사람? 멈출 수 있는 사람을 찾기를 기다렸어요





즉흥화가: 되게 흥미있는 내용인데요? 듣고 보니까 티렉스님이 얼마나 강할지 상상조차 안되네요. 실례가 안된다면 주로 어떤 점에서 강하신건지, 또 그 강한 측면으로 뭘 해내셨는지 여쭤도 되요?





티렉스: 흠....이야기해봐야 믿지 않을걸요? 워낙 헛소리로 들리는 내용들이 많아서요





즉흥화가: 아닙니다. 전 티렉스님을 믿어요





티렉스: 난 악력, 손아귀 힘, 들어올리는 힘, 끌어당기는 힘, 내리누르는 힘, 어떠한 것이라도 <힘>이라는 측면에선 특별한 여자에요. 내가 세상에 알려지는게 싫어서 그냥 평범히 살고 있지만, 아마 내 생각에 <완력>이라는 측면에서 나보다 강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거라고 보고 있어요





즉흥화가: 대단한 자신감이시네요. 여자분이 그런 발언을 하다니...멋져요





티렉스: 흠...간단히 말해서, 내가 여지껏 들어올려본 것들 중에 무겁다고 느낄 만한것들이 아직 없었어요. 난 내 힘의 최대치를 잘 모르지만 적어도....





즉흥화가: 적어도?





티렉스: 220kg까지는 쉬운 편이에요. 한손으로 들어지던데





즉흥화가:....네?





티렉스: 휘발유나 등유를 200kg 담을 수 있는 드럼통을 한손으로 잡아 들어본적이 있어요. 쓸 일이 있어서 들어봤는데. 팔에 별 느낌은 없더군요 드럼통 자체 무게가 빈드럼이어도 20kg가량의 무게가 있다더군요. 그러니 그쯤 나가겠죠





즉흥화가: 진짜로 220kg을 한손으로 드셨어요? 진짜로요?





티렉스: 쿡쿡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헛소리로 생각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즉흥화가: ...사실이라면 정말로 놀라운 이야기네요





티렉스: 후후....즉흥화가라는 닉네임인데 뜻이 있는지?





즉흥화가: 아 이거요? 흠....전 예쁜 여자를 보면 먼발치에서 즉석으로 그림을 그려요. 저의 손에는 항상 지우개와 샤프, 그리고 연습장이 들려져 있지요





티렉스: 화가가 꿈이에요?





즉흥화가: 만화가가 더 하고 싶긴 한데, 화가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즉흥만화가 라고 닉네임을 쓰면 좀 이상하잖아요





티렉스: 예쁜 여자를 보면 그림을 그 자리에서 그린다구요?





즉흥화가: 네 맘에 드는 여자분이면 바로 그려요





티렉스: 흐음...특이하군요. 화가님이 그림을 그린다는걸 대상자인 여자들이 아나요?





즉흥화가: 아뇨 몰라요. 몰래 그리거든요





티렉스: ....특이하네요. 그걸 그려서 소지하는것?





즉흥화가: 네





티렉스: 주로 어디서 그려요?





즉흥화가: 학교나 집 근처 운동장, 공원, 지하철 안이요





티렉스: 하. 다양하군요





즉흥화가: 그곳들이 가장 그리기 좋거든요 ^^





티렉스: 흠...





즉흥화가는 잠시 뜸을 들이다 글을 썼다.





즉흥화가: 티렉스님도 그렸어요





티렉스: 정말요?





즉흥화가: 사실 티렉스님을 제일 많이 그렸어요





즉흥화가는 이렇게 글을 써올리면서 가슴을 내내 두근거리고 있었다. 이건 자신이 그녀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의미가 많은 표현이기에. 그는 가슴을 옥죄면서 티렉스의 반응을 기다렸다.





티렉스: 흐음....제가 그리 예뻐 보였나요?





즉흥화가: 그럼요~ 얼마나 예쁘신데요





티렉스: 훗. 재밌네요 머리도 감다말다 하고. 친구들한테는 사내같다는 말도 적잖게 듣는 편인데.





즉흥화가는 또 낯간지런 말을 한번 했다.





즉흥화가: 티렉스님이라면 머리 안감아도 관계없이 예쁘실듯





티렉스: ㅋㅋ 완전 꽃단장을 해줄듯한 발언이군요





즉흥화가: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





티렉스: 아뇨. 무슨.... 흠 이야기가 잠깐 샌듯한데... 내가 M이라는거 가지고 야기하다 여까지 왔죠?





즉흥화가: 네





티렉스: 간결히 설명하자면... 난 뼛속까지 M이구요. 나를 완벽하게 붙들어놓을 수 있는 사람을 찾으려고 이 까페에 있는 거에요 나는, 아직까지 나를 구속하는데 성공한 사람을 본적이 없어요. 사람 하나 만나는게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네요





즉흥화가는 떨리는 심정으로 물었다.





즉흥화가: 왜 그렇게... 구속에 집착하세요? 티렉스님의 글을 보면, 정말이지 너무나도 갈망하시는거 같아요. 실례되지만, 제가 보기엔 애처로워 보일 정도에요. 그렇게까지 절실하게 구속당하고 싶은 이유라도 있어요?





티렉스: 이유? 이유라.....세상엔 짝이 있기 마련이에요. 나도 사실 내가 왜 이리도 M에 집착하는지 잘 몰라요. 하지만 내 생각엔...난 내가 강한 여자라는걸 알고 있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적어도 내가 하고자하는 일은 다 이루어낼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여자라는걸 알아요. 때문에 내가 진짜로 어떠한 일에 열받았다든지? 미친듯이 화가 나서 날뛰고 싶을때... 그럴 때의 심정을 가진 내가 거리를 돌아다니면 분명히 뭔가가 많이 망가질수도, 누군가가 크게 다칠수도 있는 상황이 올거라 보고 있어요. 난 감정의 기복이 심한 여자라서, 제대로 열받으면 뭔짓을 저지를지 나도 잘 몰라요. 내가 어떠한 사람을 <악>이라 판단하고 그 대상이 내 눈앞에 서 있다면, 설령 사람이라 할지라도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을 가질수도 있고.





즉흥화가: 네에.....







티렉스: 난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인간이라서, 그런 나를 막아줄수 있는, 구속해줄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난 그런 짝을 찾고 있어요. 나를 제지해줄수 있는 자를 말이에요







즉흥화가: 그 사람은 대단히 힘이 쎄야겠네요?





강희는 그 글을 보고 서글픈 미소를 지으면서 글을 썼다.





티렉스: 후후...내 힘을 자랑하는것 같지만.....난 나보다 강한 사람이, 설령 남자일지라도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날 힘으로 찍어누를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그건 분명한 사실.





즉흥화가: 그럼 티렉스님은 무얼 원하시는 건가요?





티렉스: 힘으로 날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난 그걸 알고 있어요. 때문에, 나는 이 까페에 가입해서 실력이 아주 좋은 S를 찾고 있었던 거에요. 완전무결한 실력을 가진 S 라면, 분명 뭔가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나를 제대로 구속해놓을 수 있는 어떠한 방법, 물질들이요. 난 살면서 어떠한 일로 크게 화가 나면, 그 S한테 찾아가서 그가 만들어놓은 구속물에 몸을 맡길거에요.





즉흥화가: 스스로 구속당하시는거네요?





티렉스: 그렇죠. 난 M이니까. 난 내 스스로 묶이길 원하는거에요. 그리고 그 구속물에 묶인 채 내가 아무리 날뛰어도 꼼짝할수 없는 상황이 되길 간절히 바래요. 하지만 ...여기까지론 모잘라요





즉흥화가: 그럼요?





티렉스: 이 까페에 있는 Bondage, 구속과 더불어 또 하나의 취향. Tickle. 간지럼이 필요해요. 반드시.





즉흥화가: 묶여서 간지럼당하고 싶으세요?





티렉스: 물론요. 그게 내가 가장 원하는 것. 난 내가 내 감정을 조절할수 없을만큼 화가 치밀 때 나를 붙들어 매놓을수 있는 구속물에 몸을 맡길것이고, 나를 붙잡아놓기 위해 그런 구속물을 만들어 내게 선사해준 그 S에게 나의 몸을 내줄거에요. 그건 내가 원하는것이기도 할테고, 이 까페의 회원이라면 그 S역시 좋아라 할만한 상황일거에요





즉흥화가: 구속은 그렇다 치고 간지럼은 왜 그렇게 좋아하세요?





티렉스: 간지럼은 단순한 장난같지만, 깊이 파고들면 무한한 매력이 있어요. 난 아직 스물이 되진 않았지만, 성정체성에 관해선 남들보단 많이 아는 편이고, 일찍 눈을 뜬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난 이성과의 성관계보다는 오히려 이쪽에 더 관심이 많아요. 누군가가 광적으로 나의 겨드랑이, 나의 옆구리, 나의 발바닥을 유린해주길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라고 있어요





즉흥화가: 티렉스님은 간지럼도 상당히 광적으로 좋아하시네요





티렉스: 쿡. 광적이라. 멋진 표현. 그래요. 난 미친듯이 그걸 좋아하죠. 화가 나서, 감정을 주체할수 없을때, 난 간지럽혀져야 되요. 난 나의 화를 삭이는데, 그리고 기분 좋은 자극을 느끼기 위해서, 내 몸을 기꺼이 내줄수 있어요 화가님. 그 사람이, 나를 잡아놓는데 성공한 그 사람이, 기왕 하는 김이라면, 나의 손가락이며 발가락까지 움직일수 없게 해주길 바래요





즉흥화가: 손가락이나 발가락은 왜요?





티렉스: 묶이는 김에 제대로 묶여야죠. 아니면 그건 완벽한 구속이라 할수 없어요. 난 지력. 가락들의 힘이 상당히 강해서 그것들을 운동시키는 방향쪽으로 하여 구속물들을 빠개버릴지도 몰라요. 그런 나를 막으려면, 그것들 역시 묶여야 해요.





즉흥화가: 그게 묶여지면 정말 괴로운 상황을 겪으실지도 몰라요. 렉스님 말대로 진짜 제대로 묶여진단 말이에요.....그렇게까지 고통받고 싶으세요?





화가는 안쓰러워서 말했다.





강희는 상관없다는 듯이 자판을 두드렸다.





티렉스: 네, 발에 주름조차 질수 없는, 발가락조차 오므릴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길 기대하고 있어요 나는. 그 S는 나의 평평한 발바닥을 포크로 긁을수도, 손톱으로 긁을수도, 혀로 농락할수도 있겠죠? 후후...난 기꺼이 다 내줄거에요. 나를 붙들어 줬으니 그정돈 당연하게 해줄수 있어요. 나도 그걸 원하고.. 간지럼~ 간지럼엔 희열이 있어요. 환희...라고 해야 하나.







즉흥화가: 희열이나 환희라...그렇게까지 좋으세요?





강희는 얼굴까지 붉게 달아올리며 글을 써댔다.





티렉스: 그럼요~ 상상만 해도 즐거워요. 화가 나 있지만 날뛰어도 움직일 수 없는 나. 그런 나의 기분을 안정시키기 위해 누군가가 나를 간지럽히는 상황. 그때쯤에서야 난 겁을 먹을 테지만, 몸속의 세포들은 틀림없이 한편으론 그 상황을 폭발적으로 즐길 거에요~!! 도망가고 싶지만 이젠 그럴수도 없죠~ 그가 나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혀요. 그가 나의 발바닥을 간지럽혀요. 난 계속 간지럽혀지면서 미친듯이 웃고, 또 이젠 그만해달라고 애원하겠죠. 그러면서도 속은 즐기는 상황. 발바닥이 긁어지는 과정에서 난 발가락을 오므리고 싶지만 그것도 안되죠. 난 기를 쓰고 참다가 결국은 웃음폭발. 내 콧잔등이 시큰거리고 빨개질 때까지 웃는거에요. 미친듯이. 난 크게 웃음지으면서......이게 진짜로. 내가 바라는거에요









즉흥화가는 티렉스의 답변을 쭈욱 읽고 있다가, 그녀가 진짜 어느정도로 Bondage와 Tickling에 집착적인 면을 보이는 M 성향의 여학생인지를 짐작할수 있었다.





즉흥화가는 쭉 듣고 있다가 티렉스에게 다시 글을 썼다.





즉흥화가: 체인맨님을 아시는지





티렉스: 음? 체인맨요? 아... 그분





즉흥화가: 아시죠?





티렉스: 알죠. 한번 만나 플레이를 해보았어요. 다른 분들과 달리 스타킹을 상당히 선호하시더군요





즉흥화가: 네 체인맨님은 스타킹을 위주로 Bondage를 하시죠





티렉스: 그 분은 스타킹의 고무줄같은 탄력성을 믿고 나를 결박하셨나본데...발상은 좋았지만 나한텐 안되요





즉흥화가: 얼마 전에 만나 1:1 채팅을 했는데 체인맨님이 철공소쪽에 의뢰를 해서 티렉스님을 붙잡아놓을수 있을 만한 무언가를 만드는 모양이에요





티렉스: 흠.....쇠 재질이겠죠?





즉흥화가: 아마도요. 체인맨님 말로는 티렉스님을 붙들어두려면 철덩어리만이 가능할거랬어요





티렉스: 아..음....그건 싫네요





즉흥화가는 당황했다.





즉흥화가: 왜요? 티렉스님을 붙잡아 놓을수있을지도 몰라요 그게. 아니면 체인맨님이 렉스님을 실망시킨 적이 있으니까 플레이 안해주시는거에요?





티렉스: 복합적인 이유이지만.... 철덩어리로도 나를 막을순 없어요. 이미 해봤거든요





즉흥화가: 철로요? 어떤거요?





티렉스: 아까 말했죠? 220kg짜리 드럼이 필요해서 다뤄본적이 있다고





즉흥화가: 네..





티렉스: 난 그걸 집으로 들고 왔어요. 그리고 어떻게 했는지 알아요?





즉흥화가: 그..글쎄요?





티렉스: 난 그걸 내 방에 놓고 기울여 쓰러뜨린 다음 잽싸게 누워서 그걸 내 무릎위로 올리게 했어요. 기울여 쓰러뜨리는 동시에 내 방 바닥에 누워서 그걸 하체 위에 얹은거죠





즉흥화가:.....안 다치셨어요?





티렉스: 후후. 그다지 아프다는 생각은 안했는데요? 그냥, 아 이게 내 무릎 위로 잘 얹어져 다행이야 하는 생각은 했어도.





즉흥화가: 렉스님은 정말, 믿을수 없는 일들을 항상 하시네요. 정말 사실이라면, TV특종 놀라운 세상에 나오거나 초특급 기사로 실릴 일이에요





티렉스: 쿡. 어쨌거나 내가 왜 그런 수고를 했을까요?





즉흥화가: 드럼통이 렉스님을 눌러둘수 있나 없나 보려고요





티렉스: 맞긴 한데. 그게 다가 아니에요. 난 그때 동네에 있는 도둑고양이 중에 맘에 드는 놈을 하나 잡아와서 방에 갖다놨었죠. 그놈을 이용하려 했어요





즉흥화가: 어떻게요?





티렉스: 난 그 고양이가 좋아할만한 음식물에 발을 담갔다가 꺼낸 상태였어요. 동네 슈퍼에서 애완 펫들이 즐겨 먹는 사료를 빻아서 내 발에 물을 좀 묻힌 다음 바구니에 발을 담았다 꺼냈죠. 내 발은 사료투성이가 된 셈이에요





즉흥화가: 고양이한테 발바닥을 핥게 하려고 하신거군요







티렉스: 맞아요. 난 간지럼을 타면 몸에 엄청나게 힘을 주는데 그게 어느정도인가 측정하기 위해 그 실험을 했죠. 가로로 쓰러진 드럼통이 내 무릎부터 발목까지를 짓눌렀고, 그때 침대에서 웅크리고 있던 고양이가 사료냄새를 맡고 내 발밑에서 발바닥을 핥기 시작했어요





즉흥화가: 어떻게 되었어요?





티렉스: 하... 정말. 별 의미 없는 짓이었어요. 고양이가 발바닥에 혀를 내민 순간, 뭔가 감전이 팍 오는 듯, 자극을 받음과 동시에 난 웃었고, 반사적으로 두 무릎을 들어올렸어요..... 드럼통이 튀어 올라 천장에 닿을 뻔하게 떠올랐죠.....난 그걸 보자 마자 벌떡 일어서서 그걸 두 손으로 받아 바닥에 내려놨어요. 그리곤 한숨지었답니다 ^^





즉흥화가:......진짜 안믿겨져요...





티렉스: 믿고 안 믿고는 화가님의 자유세요. 암튼 그래서...철덩어리도 나를 막는건 안되요. 그리고 철은 차가워서 섬칫 하는 느낌때문에 싫은것도 있어요





즉흥화가:....체인맨님과 만나서 다시 이야길 해봐야겠어요. 근데...제 생각인데요. 저라면 렉스님을 만족시켜드릴 자신이 있긴 한데...





강희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티렉스: 절 만족시킬수 있다구요?





즉흥화가: 네, 아마 가능할거에요





티렉스: 날 구속할 자신이 있단 말인가요? 이 나를?





즉흥화가: 네





강희는 잠시 생각하다가 글을 썼다.





티렉스: 어떻게 말인가요? 밧줄같은걸로 묶어서 어떻게 해보려 한다면, 우리의 만남은 의미가 없어요. 해볼 필요조차 없으니까.





즉흥화가: 아. 저도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어서.





티렉스: 이를테면?





즉흥화가: 렉스님은 보통이 여닌 여자분이시잖아요. 상식적으로?





티렉스: 뭐. 평범하곤 거리가 멀죠. 근데요?





즉흥화가는 씩 웃음지으면서 말했다.





즉흥화가: 보통이 아닌 사람한테는 보통이 아닌 사람이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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