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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2:27 743회 0건

1부


토요일,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메일은 오지 않았다.

잠도 오지 않았다.

일요일,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했다.
메일함을 열어 두고, 쇼핑 사이트를 수도 없이 들락거렸다.

욱씬거리는 눈을 손바닥으로 꾹꾹 누르며 지수는 중얼거렸다.
"휴우, 내가 지금 무슨 짓이람!, 황금 같은 주말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다 보내 버리다니!"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벌써 밤 11시가 넘었다.

"그래, 열두 시까지만 기다려 보자."

시간은 어느새 열두 시가 넘었다.
지수는 한숨을 쉬며 눈을 비볐다. 이틀 동안 모니터만 들여 본 탓에 눈에 모래가 들어 간 것처럼 욱씬거렸다.

"휴우"

다시 한 번 길게 한숨을 몰아 쉬며 지수는 컴퓨터에 열린 모든 창을 닫고 컴퓨터를 종료시켰다.

침대에 누웠다.
잠은 오지 않았다.
머리 속에는 계속 "dkazo"라는 아이디를 가진 여학생이 보낸 메일 내용만 떠올랐다.

"dkazo"라는 아이디를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암캐"라는 단어가 연상되었다.
그러자 지난 이틀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가슴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리 안쪽이 "지이잉" 울렸다.

지수는 자기도 모르게 허벅지를 비볐다.
"아하~~"

또 다시 갈증이 심해지고 있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잠이 올 것 같지가 않았다.

지수는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와인 따위로는 진정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맥칼란 한 병을 땄다.
스트레이트로 세 잔을 거푸 마셨다.

"휴우"

식도로 넘어가는 싱글몰트 위스키의 짜림함이 잠깐이지만 허리 안쪽을 울리는 그 묘한 울림을 진정시켜 주었다.
하지만 잠시 뿐, 그녀가 다시 침대에 누웠을 때는 술기운까지 더해서져 허리 안쪽에서 "징징"거리는 울림은 이제
온몸을 울려대고 있었다.

이제 허리 안쪽을 울리다 못해 아랫도리가 질척거리며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하아"

도저히 참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몸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지는 지수는 알 수 없었다.

"남자?"
아니었다.

서른 아홉 살 먹은 여자가 남자 경험이 전혀 없다면, 수녀도 아니고 비구니도 아닌데,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것이 육체적인 것이든 아니면 정신적인 것이든.

그녀 역시 많다고는 할 수 없으나 남자 경험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단지 그녀가 남자와 경험에서 정신적인 만족감이든, 육체적인 쾌감이든, 전혀 기쁨을 얻지 못해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그녀가 같이 잠을 자본 남자 일곱 명 모두에게서 그녀는 전혀 기쁨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당황스러웠다.

"여자?"
역시 아니었다.

그녀는 여자에게서 성적인 매력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가끔 아주 가끔이지만 예쁜 여자를 보면 입맞춤을 한 번쯤 해보고 싶다거나 수영장이나 스포츠 센터 샤워실에서
예쁜 가슴을 가진 여자를 보면 한 번쯤 안아보고 싶고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긴 했으나 단지 생각이었을 뿐
그것을 진정으로 욕망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당혹스러웠다.

지수는 허급지급 다시 컴퓨터를 부팅시켰다.
그리고 메일함을 열었다.

메일함을 열 때 자기도 모르게 마른 침이 넘어갔다.
"꼴깍"
"왔을까?"

메일은 오지 않았다.

시간은 벌써 새벽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내일 아니 오늘이 월요일이니 지금쯤 그 메일을 보낸 여학생도 자고 있겠지.
어쩐지 그 여학생이 미웠다.

자기가 이토록 애타게 편지를 기다리는 것을 그녀는 알까?
"모를테지"

자기의 마음을 몰라주는 그녀가 원망스럽기조차 했다.

그때였다.

"딩동"하는 경쾌한 소리가 울린 것은.

"헉!"

지수는 지레 놀라서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브라를 하지 않은 가슴을 한 움큼 쥐었다.

"아학!"

위스키를 마실 때와는 또 다른 짜릿함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한 손으로는 다 잡히지도 않는 풍만한 가슴을 잡은 손에 지그시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메일함을 클릭했다.

마우스를 클릭하는 그녀의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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