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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2:25 809회 0건
분류는 매번 해야 하는건가..

2부 제목은 "계획(計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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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여두면, 서로간의 예기에 서로 상할 위험이 있거든. 떨어트려 두는 편이 안전하지."
여기까지 오니, 정말 너무 평범해 보이는 무기들이다. 검 댓자루, 도도 두어자루, 그 외에 여섯가지.
"으응?"
가만히 보니, 구석에 장식대도 없이 서 있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저건?"
유진이 아카디아에게 물었다.
"어?!"
아카디아가 황당하다는 듯이 그것에 다가선다.
긴 지팡이다. 푸른색 긴 장봉에, 끝에 번개모양의 커다란 장식이 달려 있다.
번개의 한가운데는 빨간 구슬이 박혀 있고, 길이는 2M쯔음 되어 보인다.
상당히 화려한 스태프다.

"이게 왜 여기에 있지? 분명히 2층 방어구고에 넣어뒀던거 같은데."
"음? 지팡인데 왜 방어구고에?"
유진이 의아함을 담아 물었다.
"이 라이트닝 스태프는.."
그란디스가 입을 열려는 순간, 아카디아가 가로챘다.
"라이트닝 스태프란 이름하곤 전혀 상관 없어. 약간 마력증폭능력이 있긴 하지만 보통 스태프보다 못하니까. 단지 쓸만한건, 실드가 엄청 강해진다는 건데, 그러면 이건 무기라기보단 방어구에 가깝잖아. 거기다 전혀 쓸만하지 않거든. 실드를 하는동안은 아무것도 못하니까. 이 지팡이, 더블 캐스팅(Double casting)을 방해한다고."
"멋진데."
유진은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어느새 지팡이를 손에 들고 있었다.
제법 멋진 모양새이기는 했다. 확실히.
"이거, 들고다녀야겠다."
분명히, 아카디아의 말은 그의 귀에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들고다닌다고 하기가 무섭게 귀찮다고 내팽겨진 라이트닝스태프를 유진이 처음 들어온 방 안에 장식해 놓고(장식용으로는 확실히 괜찮았다.)난 다음 시간은 거의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방을 한번 옮기는데도 10분 이상씩을 걸어야 했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일이였지만, 이래서야 2년동안 살면서도 반도 못 확인했다는게 거저 하는 말이 아니라는건 분명히 깨달을수 있었다.

침대 위에 엎어져 있은지 몇분이나 됐을까. 유진은 문이 열리는 희미한 인기척에 몸을 일으켰다.
메이드 두명이 문 앞에 조심스럽게 서 있었다.
"뭐야?"
유진은 상당히 퉁명스럽게 들릴수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씨,씻고 주무시는게.."
왜 저렇게 겁을 먹은 상태인 걸까.
"그런 것까지 관리해 주는 거야?"
유진은 약간 궁금해졌다.
"아카디아가 뭐라고 하디?"
오른쪽의 메이드가 대답했다.
"주인님의 청결은 저희 책임이라고 하셨습니다."
제법 똑부러지는 메이드도 있었다. 뭐 어느정도는 아카디아보다 유진이 더 높은 사람이라는걸 깨달은 건지도 모른다. 제물들이라는게 어떤 위치인지 유진은 사실 잘 모른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수 있을것 같다.
자신의 나라에서 버려진 사람들이다. 어딘가 기댈 곳이 있을리가 없다. 아카디아는 제물들을 인간취급조차 해주지 않는다. 그란디스는 좀 다른걸로 알지만, 유진은 그란디스 역시 제물들을 크게 특별하게 생각해 주는게 아니라, 단지 생명체로서 대우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죽으면 불쌍하지만 단지 그뿐인 그란디스. 쓸모없다면 죽어버리는게 차라리 나은 아카디아. 뭐 상관없는 일이지만. 오히려 이런 관계도 나름 재미있을 수 있다.
"내가 더럽게 살면 너희들은 어떻게 된데냐?"
뻔한 거다.
"..."
"됐다."

성큼 성큼 걸어 메이드 사이를 빠져나와 문 밖으로 나오자 마자, 그는 욕실이 어딘지 모른다는 난관에 봉착했다.
"야, 안내 안해?"


욕실은 바로 아랫층에 있었다. 실내 목욕탕.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화려하다.
탈의실부터 바닥은 융단이고, 벽은 짙은 색의 자단목이다.
유진은 중앙에 서서 자연스럽게 팔을 벌렸다.
곧 세명의 메이드가 가까이 오더니 그의 옷을 하나씩 벗겨 나간다.
여자의 손에 옷이 벗겨진다는건 특이한 느낌이다. 옷이 입혀지는 것과는 또 다르다.
"많이 익숙해진것 같네. 주인님."
뒤쪽에서, 아카디아가 말했다.
"적응이 빠른 생물이거든."
인간은 적응이 빠른 생물이라지만 유진은 유독 빠른 면이 있다. 아니, 면상이 남들보다 십여배는 두껍다. 원래 그런 사람이였으니까.
곧 알몸이 되자, 메이드 한명이 수건을 가져와 그의 하체에 둘러주려고 했다.
그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필요없어. 거추장스럽다고."
수건을 가져 온 메이드가 다시 물러선다.
"자신이 넘치는거야, 주인님? 킥킥."
"넘칠 만 하다고 생각하는데."
유진이 당당하게 몸을 돌려 아카디아를 바라보았다.
아카디아의 얼굴에 아주 잠깐 스친 당황을 그는 곧바로 감지해 냈다.
그는 득의 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아카디아가 말할 틈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제법 자신 있었다고."
거기다가, 여기로 오면서 이상하게 기능까지 대폭 강화되 버렸다.
"이젠 무적이야. 크크크."
그가 웃으며 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오늘 처음으로 거울을 볼 수 있었다. 중앙 기둥이, 뭔가 반짝이는 재질의 보석으로 되어 있었는데, 아주 잘 비춰 보여졌던 것이다. 그건 확실히 그의 전생의 신체였다. 다만 느낌에 근육이 약간 더 발달하고, 키가 약간 더 크고, 살이 약간 빠졌고, 머리카락은 검은색이되 눈은 웬쪽은 금색, 오른쪽은 검은색이 되어 있었다.
"말로만 듣던 오드아이(odd eye)가 현실이 됐군."
한동안 몸을 비춰보던 유진은, 몸을 돌려 욕탕 안에 발을 집어 넣었다.
따뜻한 온도가 발 끝에서부터 느껴져 왔다. 수증기로 가득한 욕탕은 사실 한치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기둥에 몸을 비춰 보는 것도, 바싹 붙어서 비춰 봐야 했던 것이다.
물컹.
그리고, 발끝에서부터 보드라운 느낌이 느껴져 왔다.
"앗-!"
날카로운 목소리.
"으응?"
유진이 눈을 크게 떴다.

사방이 살들의 물결이라니. 아카디아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유진은 머리가 어질어질해질때까지 견디다가 결국 메이드들의 절반을 내보냈다.
벌벌 떨면서 나가는게 조금 불쌍하긴 했지만 뭐 그것도 운명 아니겠는가.
아카디아에게 "죽이지는 말라"고 소리쳐 뒀으니 할건 다 했다는 생각이였다.

"좀 넓어지니 살만하군."
"귀찮은건 싫다"고 박아 말해 두었기 때문인지, 적극적으로 밀어 붙이는 메이드는 없었다. 도대체 아깐 왜 그렇게 몸으로 밀어붙였던 걸까. 그렇게까지 아카디아한테 자신의 유용성을 어필할 필요가 있나?
적극적은 아니였지만, 부드러운 피부가 살에 닿는 감촉은 여기 저기서 느껴졌다.
탕 온도는 적당했다. 계속된 자극으로 그의 것이 단단하게 섰지만, 짐승처럼 달려들고 싶은 마음까지는 없었기 때문에 조금 참기로 했다.

잠시후 탕에서 나온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앉아서 씻을 만한 의자랑, 비누랑, 타올 같은걸 찾아봤지만, 그런건 없었다.
"타올 같은 건 없냐?"
그는 아무나 대답하라는 생각으로 말했다.
잠시 후, 탕 속에서 한 메이드가 나왔다. 아니, 이미 상당수가 그를 따라 탕에서 나와 있었다.
지금 나온 메이드는 빨간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어딘가로 걸어가더니 비누를 들고 왔다.
유진은 반가운 마음에 손을 뻗어, 잡으려고 하는 순간, 그녀가 비누를 자신의 몸에 문질렀다.
아카디아다. 교육시킨건 아카디아.
유진은 순간 그 사실이 떠올랐다. 웬지 오늘 처음 만났지만, 아카디아에 대해 상당히 잘 알게 된 것 같은 느낌.

메이드는, 다가오더니 그녀 자신의 몸을 그의 등에 문질렀다.
뭉클- 뭉클-
적당한 크기의 가슴이다. 골랐음에 틀림없다. 적당한 크기의 가슴을 가진 여자를 골라 이 일을 가르쳤던 거다. 아카디아는.
그리고, 아카디아의 의도는 성공했다. 이건 굉장히 자극적이다.
"으으윽!! 한계다!!"
"너, 이름이 뭐냐.?"
유진은 극도의 자제심을 발휘하며 더듬 더듬 물었다.
"빠, 빨간 타올..이요.."
"으응?"
이름이 뭐냐니까. 순간, 유진은 그 말을 하려고 했다.
"아카디아님께서, 몇 명을 뽑아서, 머리색에 맞춰서, 이 일을 맡기시고.. 이름을 타올이라고 지어주셨어요."
아카디아는.. 이런 사람인 것이다.
"타올..이라고 부르기엔 좀 그렇잖아."
그녀는, 어느새 등을 지나서, 그의 오른 팔을 그 앙증맞은 젖가슴 사이에 끼우고, 손등이 비부를 스치고 있다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힘들게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그러시면, 하아.. 스멜라.. 라고.. 하아.. 불러 주세요.. "
그녀의 이마에 물기는, 아마도 땀이 맞을 것이다.
"좋아. 못 참겠다."
유진은 터트리듯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앞으로 끌어당겼다.
나이는 이제 20살이 좀 덜 되었을 것 같다. 아마도 그랑 비슷한 나이.
그는 덮치듯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으음- 읍~!"
그녀가 당황한듯 붉어진 얼굴로 몸을 뒤튼다. 아니, 곧바로 잠잠해 졌다.
본능적으로 잠시 방어한 것이지, 곧 그녀는 그의 혀를 받아들였다.
끈적 끈적한 타액이다. 얼굴에까지 묻어 있는 비누방울들.
그는 입술을 때고 그녀의 얼굴을 핥아가며 비누방울들을 제거했다.
그리고 나서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 입속의 비누를 뱉어낸 그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힘들지, 스멜라?"
당연하다. 바싹 붙어서, 몸을 흔들어 가며 타올 노릇을 하려면 보통 중노동이 아니다.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좀 더 힘들어야겠다. 내가 못참겠거든."
스멜라의 붉은색 눈동자가 두려움이 섞인 복합적인 감정으로 떨린다.
쪼그려 앉아 있는 스멜라의 위로 유진은 물을 한바가지 퍼 부었다.
그녀의 몸에 가득한 비눗기를 씻어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의외의 효과도 있었다. 머리카락이 살결에 착 붙어 고혹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스멜라 정도의 나이면, 가장 팔팔할 때다. 유진으로서도 동갑내기 나이의 여자의 몸이란건 아무래도 궁금할수밖에 없다.
그녀가 입 속으로 들어가는 물을 조심스럽게 땅바닥으로 흘린다.
그는 바닥에 턱이 약간 높은 곳에 앉아 있었다. 스멜라는 바닥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눈높이는 약 그의 배꼽 높이. 그는 굉장하게 부풀어 오른 그의 분신을 당당하게 스멜라에게 내밀었다.
"핥아 봐라."
스멜라가, 조심스럽게 입을 가져왔다. 사실 그녀의 입에 이게 들어갈수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유진은 그냥 입만 대 주는 정도로도 만족할수 있을거란 생각이였는데, 스멜라는 거침없이 그의 자지를 삼켰다.
아카디아가 가르친 건가. 유진은 확신이 들었다. 처음이라곤 생각할수 없게 능숙하다. 처음 하는 여자가 어떻게 펠라치오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처음 하는 여자라면 그가 이렇게까지 기분 좋을수는 없을 것이였다.
그는 스멜라의 붉은 머리카락을 양손 가득 쥐었다.
"잘하네."
유진이 짧게 내뱉었다.
하지만 쉽게 내줄 생각은 없었다. 그는 자신의 몸이 철저히 제어된다는걸 아침의 일로 깨닫고 있었다. 심적으로 인간이라고 해도 몸은 인간을 벗어나 있다.
덕분에 성욕도 심적인 성욕에 불과하다. 굳이 신체적으로까지 해소할 필요는 없다.

곧 그는 스멜라를 일으켰다. 그녀의 개발된 성감대는 어딜까. 물어볼수도 있지만 찾는 재미도 있다. 가슴은 아니다. 그랬다면 타올 역할을 제대로 할수 없으니까.
그는 거침없이 그녀의 둔덕에 손을 가져다 댔다.
주변부터 서서히 자극하면서 음순을 문질렀다.
움찔 움찔 떨며 몸을 흔들지만, 아카디아가 개발한 성감대라면 이정도일리가 없다. 뭐 굳이 못 찾아도 상관은 없었다. 제법 예민하니까, 성감대까지 공략한다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그는 스멜라의 다리를 자신의 양 무릎에 걸쳐 다리를 벌렸다. 그리고 허리를 잡아 그녀의 몸을 지탱해 주었다. 넓게 벌어진 계곡에서 물이 미묘하게 흘러나온다.
"하아- 하아-"
그녀가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제법, 가지고 놀기 좋은 몸을 가지고 있네."
유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몇번 만져주었다고 이렇게까지 흥건해질 줄이야.
유진의 말에 그녀의 얼굴이 새빨게 진다. 그녀가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유진은 자지를 세워서 그녀의 보지에 맞췄다.
"지금까지는 네가 제법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그럴지는 모르겠다."
그는 웃음지으며 말했다.
"네?"
그녀가 되묻는다.
"나보다 먼저 가버린다면 쓸모없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는 소리지."
스멜라의 당황한 얼굴에 유진의 미소가 짙어진다.
"뭐, 최선을 다해 버텨 보라고."
푸욱!
그는 힘차게 허리를 움직였다. 애초에 먼저 가 줄 생각은 없다.
이건 그녀의 패배가 예정된 게임이다.
"하으으윽!!!!"
피가 울럭 쏟아져 나온다. 잠시후 그는 스멜라의 성감대를 알아챘다.
보지 속 내벽 어딘가다. 피가 쏟아져 나온 후, 금새 애액이 울컥거리며 튀어나왔다. 그녀의 허리가 수직에 가깝게 꺽였다. 절정이다.
그녀가 추욱 늘어졌다.
"음?"
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생글생글 웃으며, 그녀의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눈을 희미하게 뜬다.
"벌써 쓸모없어 진 거야?"
"하아- 하아- 아직- 더.. 아니에요... 더.. 사용해 주셔도.."
"뭐, 약간의 억지는 봐 주지. 그럼 다시 간다."
그는 웃었다. 여자를 정복하면서 오는 미묘한 쾌감.
그는 허리를 뒤로 움직였다.
부르르르-
그녀의 몸이 떨린다.
"하으윽!!"
어디가 마찰되면 이런 반응을 보이는걸까. 애액이 끝도없이 울컥 울컥 쏟아진다.
"자, 잠시만..!!"
"흐응?"
그가 콧소리를 냈다.
"벌써 약해진 거야?"
유쾌한 목소리.
"하지만, 난 사냥꾼이야. 약해진 사냥감일수록 더 노려야지."
푸욱!
그는 인정사정없이 두번 연달아 허리를 왕복시켰다.
움찔-
"흐으으윽!!!!"
울컥- 울컥-
또 한번의 절정. 홍수처럼 애액이 쏟아진다.
"이건 간거 확실하지 않아?"
허물어진 그녀를 일으켜 세워 그는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물었다.
"이거, 난 아직 느낌도 안오는데, 너무한거 아냐?"
최소한, 그가 먼저 사정할 가능성이라도 생기려면, 연달아 왕복운동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한번 하고 쉬고, 이래서얀 일말의 가능성도 없다.
"하아- 하아- 아- 아직-.."
"이런. 이런."
도대체, 차라리 죽고 말지, 이렇게까지 버티는 이유가 뭘까.
생의 의지란건 사람을 이렇게까지 만드는 건가? 유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웃었다.
"좋아, 한번 더 해 보지."
그는 허리를 천천히 움직여 주었다.
"흐윽- 학!!"
움찔거리는 그녀의 몸은 이제 완전히 축 늘어져 있었다. 아니, 그럼에도 성감은 여전한지, 꿈틀꿈틀 움직였다.
벌레의 다리를 하나씩 잘라 못 움직이게 만들고, 차근 차근 꿈틀대는 벌레를 짓누르는 느낌이다. 묘한 쾌감이다.
두번 왕복이 끝나자, 그녀의 허리가 다시 활처럼 꺽였다.

눈동자에 검은 색이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기절한 것이다.
그는 그녀의 몸을 들어 자지에서 뽑아내었다. 다행히 근력도 강해진건지 어렵지 않게 들어 바닥에 눕힐수 있었다. 잠시후 메이드 몇명이 다가왔다.
금발 머리카락을 가진 한명이 기어오더니 유진의 것을 입에 물었다.
유진은 느껴지는 혀의 감촉을 무시하며 물을 덮어 써 아까 스멜라가 묻혀놓은 비눗기를 제거했다. 금발 머리카락의 메이드를 밀어내고 일어난 유진은 바깥으로 나갔다.

메이드 둘이 오더니 그의 몸에서 물기를 닦아내고, 하얀색 가운을 가져와 입혔다.
"몇시지?"
"10시 20분입니다."
메이드중 한명이 대답했다.
"이 세계도, 그렇게까지 정확한 시계가 있나?"
유진은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그는, 제법 이 세계의 어지간한 상식들을 알고 있었지만, 세세히 들어가면 사실은 모르는게 더 많을 것이다. 더욱이 머릿속에 든 지식들은 잠겨있는 상태와 같아서, 어떻게든 찾아서 꺼내쓰기 전까진 모른다고 말하는게 더 옳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메이드가 그런것까지 알기는 무리였는지 그녀는 우물쭈물 한다.
"드물지만, 가끔 있어. 더욱이 이곳 법궁의 시계들은 모든 세계시간의 기준이 되는 시계거든."
아카디아가 문쪽에 서 있었다.
하긴, 많을리가 없다.
유진은 허리의 끈이 잘 묶여진걸 확인하고 문쪽으로 걸어나갔다.
"서재가 있었지?"
분명, 13층의 방중 하나가 서재였다. 어딘지까지 기억하고 있다.
"13층의 서재, 그리고 33개의 건물중에, 지식의 궁이라고 불리는 책으로 가득 찬 궁전이 있어. 주인님의 13층의 서재는 지식의 궁에서 빼 온 책으로 채워 둔 거야."
"지식의 궁엔 책이 많겠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태초부터 저서된 모든 책이 존재해."

하긴, 건물 하나를 모두 책으로 채운다면 장난이 아니겠지. 그것도 "궁전"이라고 불릴만한 건물을.
그는 서재로 가기로 했다. 지금이 10시면, 한 새벽 한시나 두시쯤까지 책을 읽다가 잠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내일 해야 할 일이 있나?"
"스케줄은 그란디스의 일이지만, 내가 알기로 정해진건 없어."
아카디아가 고개를 젓는다. 유진은 문 쪽으로 걸어갔다.
아카디아를 지나려는 순간 아카디아가 입을 열었다.
"나나, 그란디스가 매일같이 주인님을 따라다닐수는 없으니까, 특별히 교육시킨 애를 하나 붙여줄게."
"필요없어. 혼자 다닐거야."
".."
유진이 딱 잘라 말했다.
"진짜야. 나나 그란디스는 법궁 전체를 관리하느라 사실 엄청 바쁘다고."
하지만, 누군가를 뒤에 달고 다니는건 조금 귀찮은 일이다.
유진은 그런건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서재로 가기 위해 방을 나서려고 하다가, 문득 기억난 일이 있어 아카디아를 돌아보았다.
"맞다. 스멜라라는 메이드. 정신을 차리면 서재로 보내. 만약 내가 방에 갈때까지도 정신을 못 차리면 내일.. 아니, 그러면 내일 다시 말하지."

문을 나오는데, 오른쪽에 메이드 한 명이 서 있었다. 푸른색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는, 누군가가 보면, "이야, 보기만 해도 마음이 깨끗해질 것 같은 여자다."라고 할 정도로 청순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뭐 어디 서도 눈길이 갈 만한 여자인 것이다. 하지만 유진은 아무 생각 없이 힐끗 보고 그냥 서재로 향했다.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갈까 하다가 유진은 걸어서 가기로 했다. 어느정도 지리를 익숙하게 만들어 놓을 필요도 있었다. 하지만 걷기 시작한 후 금방 후회했다.
13층의 서재까지 가는데 무려 30분이 걸려 버렸던 것이다.
서재 문을 열자, 종이냄새가 희미하게 풍겨왔다. 좋은 향기다.
유진은 전생에서도 책을 자주 보는 편은 아니였지만, 좋아했다. 사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고등학생이 여유롭게 책을 볼 시간은 거의 없다. 하지만 여긴 다르다. 적어도 유진은 이것이 꿈이 아니란 사실 정도는 깨닫고 있었고, 자신이 앞으로 얼마나 긴 시간을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게 사실이라면 많은 시간중 일부 시간을 여유롭게 책을 보는데 투자하겠다는 생각쯤은 하고 있었다.

안에는 메이드 두 명이 서 있었다. 한명은 아까, 욕실 문 바깥에서 본 그녀였다. 아마도 텔레포트진을 타고 온 듯 했다.
유진은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그녀는 아마도 아카디아가 붙여주겠다던 그 메이드일 것이다. 다른 한 명은 갈색 땋은 머리카락에 무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뭔가 딱 봐도 도서관 사서라는 느낌이랄까.
그전에 사방이 책으로 가득했다. 벽 전체를 빙 둘러서 책장을 놓고, 창문쪽 벽만 비게 두었다. 그곳엔 책상과 의자가 있었다. 그리고 앞쪽에는 소파. 아니, 이곳 관점대로라면 "일인용 의자"라고 해도 될 만한 테이블 세트가 놓여 있었다.

많은 공간이 텅 비어 있었지만 벽에 둘러쌓인 책장들에만도 적어도 책 천여권은 족히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성큼 성큼 걸어가서 두 메이드를 지나쳐 책상 앞의 의자에 앉았다. 굉장히 편안한 의자다.
"여기 담당은 누구냐?"
역시나, 무테안경을 쓴 메이드가 앞으로 나선다.
"다, 담당은 아니지만, 책이라면 제가 모두 알고 있어요."
그리고 잠시 후 뒤늦게 C붙인다.
"주인님."
익숙하지 않은 건가.
"내가 볼만하다고 생각되는 책, 몇권 가져와 봐."
유진의 말에 그 메이드가 우물쭈물 거린다. 하긴, 메이드가 유진을 언제 봤다고 그가 볼만한 책을 알겠는가.
"되도록이면 좀 재미있었으면 좋겠고, 음, 우선은 이 중앙대륙부터 해볼까. 그래, 중앙대륙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내용이 담겨있는 책이면 좋겠어."
그녀가 움직인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발 받침대를 끌고 책을 찾기 시작했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모든 책을 외우고 있는 것 같다.
그러자, 푸른 머리카락의 메이드가 그의 책상에 다가온다.
"주인님."
자연스럽다. 메이드들 대부분이 "주인님"이란 단어에 어색함을 보이는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말하는건 처음 들어본다. 사실 아카디아는 물론이고 그란디스도 약간은 어색한데.
"뭐야?"
유진은 일부러 무신경함을 보이면서 대답했다.
"제가 앞으로 주인님의 행동 전반을 보좌하게 해 주세요."
"필요없다고, 아카디아한테 분명히 말했는데."
유진은 딱 잘라 말했다.
"아카디아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주인님께서 제가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고, 쓰레기가 되었으니 "폐기처분"해야 겠다고요. 아카디아님께 부탁해서 한번만 주인님을 뵐 기회를 얻었습니다."
안경 쓴 메이드가 다가오더니 책 여섯권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는 맨 위의 책을 집어들었다.
"라이 카디아"

"폐기처분이란건, 주인님께서 저희들을 쓰지 않으시거나, 주인님의 기대에 응답하지 못하거나, "필요"가 사라졌을때, 저희들을 법궁으로 올라오는 탑의 몬스터들에게 먹이로 던져주는걸 말해요."
"그러면 폐기처분 당하면 되겠군. 난 네가 쓸모가 없으니까."
유진은, 진짜 무신경하게 대답하며 책을 넘겼다.
"음,음, 이건 소설인가."
"저, 저는, 주인님의 생각 이상으로 쓸모가 있을 거에요."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뭐야. 죽기가 무서운 것일 뿐이잖아."
"네!"
"음?"
당당하다. 이건 이때까지 본 메이드들과는 전혀 다른 타입이다.
유진은 약간 흥미가 생겨 책에서 눈을 때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는 말이지."
"네. 주인님."
유진의 말에 그녀가 바로 대답한다.
"이곳에서 메이드들을 아직 한가지 용도 이상으로는 써본적이 없어."
그래. 그건 그랬다. 스멜라도, 타올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어쨋든 크게 다르진 않았다.
"근데, 내가 너를 뭔가 다른 용도로 딱히 필요할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단 말이지."
"그, 그러시다면, ,저는 주인님께서 만족하실정도로 충분히 음란한 쪽으로도 발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지만, 또박또박 말한다. 이건 또 명물이다.
생에 대한 의지가 무지막지하게 강한 여자인 것이다.
거기다가 성격도 외모랑은 다르게 깐깐한 것 같다.
"어쨋든, 난 지금 책을 보는데, 이렇게 시끄러운 메이드는 필요하지 않은데."
유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녀가 입을 꼭 다물었다.
"이름이 뭐냐?"
"메리.. 입니다."
유진은 가만히 생각했다. 어쩌면 좋을까.
"역시 난 네가 필요한데가 없단 말이지."
"..!"
그녀가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유진이 다시 말을 꺼냈다.
"하지만 기회는 줄게. 몇일간, 날 따라다니면서 애써봐. 음, 한 3일 안에, 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거둬 주지."
"가,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녀가 손을 가슴에 얹는다.

책은 재미있었다. 소설이였다. 아마도 중앙대륙의 상류 귀족사회의 로맨스를 그린 소설인것 같았는데, 가벼운 귀족사회의 예절과 상식, 그리고 문화양식을 어느정도 옅볼수 있었다. 일상생활도 상당히 담겨있어 좋은 내용이였다.
"좋은데."
시간은 12시가 약간 넘은 것 같았다. 메리는 웬편에 서서 가만히 있었고, 오른편의 안경메이드는 꾸벅꾸벅 졸다가 그의 혼잣말에 번뜩 일어나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잠은 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책을 한권 더 집어들었다.
"블라디아 왕국 건기"
이건 역사서인가. 작게 중얼거리며 그는 책을 펼쳐들었다.
똑똑-
서재의 문을 누군가가 노크했다.
"들어오라 그래."
그의 말에, 메리가 소리높여 말한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메이드복을 갖춰입은 붉은머리카락의 여자가 들어온다.
스멜라다.
"왔군!"
그는 막 펼친 책을 접으면서 책상 위에 얹어놓았다.
스멜라가 고개를 숙인다.

"먼저 쓰러진거, 인정하지?"
유진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스멜라의 머리를 보며 말했다.
그녀가 자그맣게 끄덕이는걸 확인하고 유진은 말을 이었다.
"이제 넌 쓸모가 없어졌어."
유진은 고개를 돌려 메리를 바라봤다.
"쓸모가 없어지면 어떻게 되지,메리?"
"쓸모가 없어진 "암컷"은 법궁을 지키는 몬스터들에게 던져집니다."
"암컷?"
유진은 갑자기 나타난 단어에 의아함을 내뱉었다.
"아카디아님께서.. 여자 제물들을 조련할때 쓰시는 단어입니다."
그래, 아카디아, 아카디아군.
쩝.
유진은 입맛을 다시며 스멜라를 쳐다보았다. 새파래진 얼굴이 볼만 하다.
"몬스터들이 먹는데 옷은 귀찮겠군. 옷 벗겨."
메리가 스멜라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능숙하게 메이드복을 벗긴다. 아니, 메이드복 자체가 벗기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는듯 하다. 지퍼 하나를 내리고 나니 속옷하고 스타킹만 남는다. 메리는 망설이지 않고 분홍색의 브래지어와 팬티도 벗겨버렸다. 스타킹을 내리다가 그녀는 발목쯤에 걸쳐 두고 일어서 다시 유진의 옆에 섰다. 수증기에 의해 가려지지 않은 몸.
듣기로 매년 바쳐지는 제물의 수는 천명. 그중 약 100여명이 남자고 나머지는 여자라고 한다. 남자는 힘 좋은 제물들만 가려내고 나머지는 폐기처분. 여자들은 아카디아가 여러번의 심사를 거쳐 500명 이하까지 간추린다고 한다. 여자 제물 900여명은 모두가 각기 제물로 바친 나라에서 뽑고 뽑은 여자들이다. 그중에서 다시 한번 아카디아가 가려낸다는 것은, 최고라고 할 만한 여자들만이 남는다는 소리다.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스멜라의 몸은 완벽하게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가슴은 그녀의 역할에 맞게 보통보다 약간 작은 아담한 크기이며, 유두는 돌출되어 등에 문지를때 감촉이 선명하게 느껴지도록 안배했다. 살결은 옅은 분홍색이고 붉은색의 음모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사타구니까지 쓸 경우를 고려했는지 깨끗하게 밀려 있다. 덕분에 드러나 있는 균열은 이미 성숙한 여성이 아니라 어린 소녀의 그것과도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보드라울 것 같은 허벅지살과 부드러운 관절은 일말의 어색함도 없이 발목까지 이어졌다.
"기어서, 이리로 와."
유진이 명령했다. 스멜라는 엎드려 손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는 어설프게 바닥을 기어온다. 그녀가 도달한 곳은 유진의 발 밑.
유진은 발을 들어 가차없이 그녀의 머리를 짓눌렀다.
그녀의 이마와 코가 바닥에 박혔다. 작은 신음소리가 자극적이다.
"어떻게 죽이는게 좋을까."
"명령하시면 바로 폐기처분을 시작하겠습니다,주인님."
메리가 옆에서 원조해 준다. 뭐 유진이 진짜 죽일 마음이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건 아니였다. 그랬다면 애초에 이렇게 불러들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메리는 그의 생각을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었기에 옆에서 거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목소리만은 장난스럽지 않았기에, 스멜라가 그걸 깨닫기는 힘들 것이다.
"괴물에게 던져주면 괴물들은 제물을 어떻게 하지?"
메리가 대답한다.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남자는 그냥 먹이로 쓰지만, 여자의 경우 씨를 뿌려서 괴물을 배게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여자가 자신의 아이를 낳아준 다음에 인간 여자는 괴물새끼들의 이유식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엄마를 잡아먹는 셈이군."
스멜라의 엉덩이 살이 파들파들 떨린다. 유진은 위에서 그것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나름대로 재미있는 광경이다.
"괴물에게 던져주는게 좋겠어."
"네. 주인님의 뜻대로."
유진이 메리를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메리도 방긋 웃는다.
어느정도 죽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그는 메리의 이마와 바닥 사이에 발을 끼워 넣어서 들어올렸다.
눈이 새빨갛다. 울기 직전인 것 같다. 반면 얼굴은 새파랗다.
그는 다리를 벌렸다. 이미 시각적으로 자극받아 있는 상태여서 그의 분신이 우뚝서 있었고, 속옷을 입지 않고 가운만 입었기에 다리를 벌리니 곧바로 옷 사이로 솟아나왔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똑바로, 무릎꿇고 앉아."
스멜라가 엉거주춤 일어선다.
그는 자지를 세워 그녀의 머리 위에 얹었다.
"자, 밥이다."
유진이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한다.
스멜라의 얼굴에 의아함이 감돈다. 메리가 쿡쿡 웃는다.
"뭐야? 괴물한테 잡아먹혔는데, 멀쩡하냐?"
스멜라가 이해하질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메리가 여전히 웃는다.
"바닥에 엎드려 죽어야 되는거 아냐? 이래뵈도 무시무시한 괴물이라고."
어렴풋이 깨달은 걸까. 장난이라는걸.
스멜라가 급히 바닥에 엎드린다.
"숨조차 쉬지 말아야지. 죽은 사람이면."
쌔액 쌔액 내쉬던 숨소리마저 멈춘다. 유진은 킥킥 웃었다.
잠시후, 그녀가 숨을 참기 힘들 정도라는 생각이 들자, 유진이 말했다.
"죽은 사람이 있군. 부활시켜 줘야겠어."
"그렇네요. 주인님."
메리가 한마디 한다.
"부활해라!!"
유진이 크게 소리친다. 스멜라 말고는 서재 안의 모두가 웃고 있다.
힐끗 힐끗 바라보는 안경메이드도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스멜라가 천천히 일어난다. 눈가에 물기가 약간 있다.
유진과 메리에겐 짖궂은 장난이지만 그녀한텐 사선을 넘나드는 기분이였을 것이다.
"좋아, 새 생명을 준 주인님에게 목숨을 다해서 봉사해봐."
유진이 돌아서 다시 의자에 앉았다. 스멜라가 책상 밑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는 책을 다시 펴 들었다. 사타구니를 파고드는 스멜라의 감촉이 느껴진다.
잠시후 그의 자지를 스멜라가 입에 물었다. 혀가 부드럽게 착 감긴다.
짜릿하다. 책을 보는데 지장이 있을 정도다.
"에잉. 오늘은 그냥 자야겠다."
유진이 툴툴거리며 말한다.
"준비해 놓으라고 시키겠습니다. 10분만 있다가 가세요. 주인님."
메리가 말했다.


10분이나 기다릴 것도 없이 알몸상태의 스멜라를 이끌고 유진은 걸어서 12층의 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유진은 스멜라를 앞에 세웠다. 누군가 지나가면서 스멜라를 본다면 그것도 재미있는 일이겠지만,그런 일은 없었다.
대신 발목에 걸린 팬티덕에 뒤뚱뒤뚱 걸어가는 스멜라의 엉덩이를 감상하는 일은 재미가 있었다.

방에 도착해서 스멜라가 방 문 손잡이를 잡는순간 유진은 스멜라의 엉덩이를 손을 뻗어 쥐었다. 물컹한 감촉,
"흑?"
스멜라가 뒤를 돌아 본다.
"그대로 엉덩이를 뒤로 빼."
유진이 말했다. 스멜라는 손잡이를 잡은 채 엉덩이를 뒤로 내밀었다.
그녀의 빨간 얼굴이 익숙하게 머리에 떠오른다.
엉덩이 골 사이로 국화 무늬의 주름이 있고, 그 아래로 갈라지는 협곡. 그곳에 미묘하지만 물기가 있었다.
"젖어있네."
유진이 손가락을 문질러 물기를 확인하며 말했다.
"뭐야, 어째서 흥분한거지?"
"흐, 흥분하지 않았어요."
스멜라가 조용하게 말한다.
유진은 거침없이 손가락을 살 사이로 찔러넣었다.
가득한 물기가 더 확실하게 느껴진다.
"흐윽!"
"사실을 말해, 스멜라. 언제부터 젖기 시작했는지."
그는 웬손을 돌려 스멜라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젖꼭지를 당겼다.
가슴에 비해 큰 유두. 몇번 당기자 이미 단단해진 젖꼭지가 빳빳하게 선다.
"이미 잔뜩 달아올라 있잖아. 날 속이려 하지 마."
손가락을 몇번 움직이다 성감대를 건드렸는지 그녀의 몸이 퍼덕인다.
"아흐흑!!!"
"말하지 않으면 벌을 주겠어."
유진이 찾아낸 성감대의 주변을 문지르며 말했다.
"하아- 아까, 서재를 나왔을 때부터.."
"그때부터 아랫도리를 축축하게 만든건가."
스멜라한테 노출욕이 있나? 유진은 고개를 까딱였다.
재미있는 사실이다.
"젖꼭지는 언제부터 이렇게 음란해 졌지?"
그가 오른쪽 젖꼭지를 잡아당기며 물었다.
"아흣!"
그녀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대답해."
".. 서재를 나온 다음이에요."
유진은 장난끼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손가락을 그녀의 보지에서 빼내고 엉덩이에 슥슥 문질렀다.
"됐어. 이만 가 보도록 해."
유진이 스멜라의 엉덩이를 툭 쳤다.
"네?"
"그만 가라고. 네가 자는 곳이 있을거 아냐."
"네, 네에.."
스멜라가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유진은 스멜라의 옆으로 방 문을 열고 쑥 들어갔다. 물론 메리도 유진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발가벗은 스멜라만 남기고.

메리가 준비해 놓은 듯 보이는 메이드가 두명 있었지만 유진은 무시하고 침대에 누웠다. 그들도 따라 눕더니 그의 양 옆구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피곤한 유진은 일말의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잠들어 버렸다.
유진이 잠든걸 확인한 메리는 밖으로 나왔다.

"주무시나요?"
그란디스다. 메리는 그란디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네. 그란디스님. 많이 피곤해 하시는것 같습니다."
"당연하죠."
그란디스는 당연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메리는 잘 이해할수가 없었다.
법왕은 이 세계에서 신이다. 유진이 피곤하다는 것은 신이 피곤하다는 것과 똑같다. 신이 피곤하다는게 말이 되는건가? 보통의 메이드는 이런 사소한걸 생각하지 못한다. 애초에 그럴만한 머리도 없고, 애초에 법왕에게 불경한 생각 따위는 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교육받는다. 그건 세뇌에 가깝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요?"
그렇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만으로도 이곳에선 폐기처분당하기 마땅한 일이다.
그란디스의 눈동자가 메리의 눈을 뚫고 메리의 심장까지 뻗어나갈 것 처럼 찔러온다. 그란디스는 인간이 아니다. 그는 천족이다. 천계에서 법왕을 보좌하기 위해 내려보낸 사자. 메리는 어렴풋이 그것을 알고 있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란디스님."
메리는 눈을 돌려 그란디스의 눈빛을 피했다.
"신이라도 정신적으로 피곤함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그건 천족이나 마족, 심지어는 천신님께서도 겪으시는 일입니다."
읽혔다. 그란디스가 메리의 마음을 완벽하게 읽은 것이다.
"저는.. 모르겠어요. 왜 아카디아가 당신을 살려두는건지. 그리고 당신을 주인님께 붙여두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카디아는 주인님을 불확실한 위험에 몰아 넣고 있어요."
"..."
메리는 묵묵부답이였다. 아니, 무슨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란디스가 단독으로 그녀를 처분해도 아카디아와 약간의 불화만 나면 끝일 것이다. 메리가 아무리 아카디아의 총애를 받는다고 해도 그란디스의 말을 거역할수는 없다. 이곳 법궁은 신과 벌레밖에 없다. 법왕 유진, 그란디스, 아카디아, 그들을 빼면 나머지는 밟아 죽여도 상관없는 벌레들 뿐이다. 메리는 그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란디스님, 제가 주인님께 무언가를 할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메리는 물었다.
"아직까지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는군요."
그란디스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완전하게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래, 이 법궁에서 모든 메이드들은 완전하게 길들여져야만 메이드로서의 자격을 얻는다. 메리만이 예외다. 아카디아는, 메리가 길들여지지 않았다는걸 알면서도 불완전한 상태에서 메이드로 만들었다.
"저는.. 아카디아는 믿지만 당신을.. 믿는다고 할수는 없어요. 세상에서 제일 사악한 것은 인간입니다. 저는 그렇게 배웠어요. 따라서 당신이 조금이라도 주인님께 위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다면, 저는 당신을 곧바로 제거하지 않을수 없어요."
"그러진 않을거야."
흠칫. 그란디스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장담할수도 있어."
아카디아다. 그녀가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메리는 착한 아이거든."
아카디아가 빙긋 웃는다. 그란디스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메리는 왠지 소름이 끼쳤다.



유진이 일어난 시각은 10시가 다 됐을때였다.
양 손에는 매끄러운것이 잡혀 있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니 커다랗고 촉촉한 갈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다.
"넌 몇시에 일어났냐?"
"7시..요."
유진의 말에 메이드가 움찔 움찔 대답한다. 그의 손이 가슴을 주물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3시간이나 가만히 있었단 말이지?"
"..네.."
가만히 누워서. 아마도 그를 깨우지 않기 위해서.
유진은 손을 놓고 몸을 일으켰다. 주변의 모든것이 그를 위한다는건 특별한 일이다. 아주 세세한 일까지 모두.

아침은 메리가 가져왔다. 메리의 눈짓에 같이 잠자리에 들었던 메이드중 한명이 일어나 시중을 들었다. 따뜻한 수프와 빵, 계란후라이. 맛은 뛰어났다.
심지어는 계란후라이 마저 단순하지 않은 맛을 가지고 있었다.
"아카디아랑 그란디스는?"
유진이 메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카디아님께서는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계세요."
"일상적인 업무?"
"아카디아님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제물들을 훈련시키는데 쓰십니다. 나머지는 메이드들을 관리하시구요."
그렇군. 아카디아의 일은 인력관리다.
"그란디스님은 지상에 일이 생겨서 확인작업을 하고 계십니다."
"일?"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주인님."
메리가 고개를 젓는다. "지상"이라 하면 역시 법궁 아래, 사람들이 사는 곳을 말하는 것일 텐데, 유진은 흥미가 생겼다.
밥을 다 먹고 나서 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메이드들이 붙더니 활동복을 가져온다.. 메리가 "활동복"이라는데 불편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치렁치렁 달린 레이스, 단추대신 묵직한 보석.
"다른거. 더 단순한걸로 가져와."
유진의 말에 가져온 것은 레이스가 없이 보석만 잔뜩 달린 것.
"젠장. 다른거."
유진의 말에 잠시후 메이드들이 옷장을 이끌고 나타났다.
유진은 그 안에서 고르고 골라 제일 평범해 보이는 옷을 찾아 입었다. 대게는 불편해보이는 옷 투성이였지만 그나마 그가 고른 옷은 보석이나 레이스가 달리지 않은 평범한 옷이였다.


유진은 메리를 앞에 세우고 그란디스가 있다는 곳으로 찾아갔다.

그란디스는 법왕전에 없었다. 그래서 유진은 처음으로 법왕전 바깥으로 나왔다.
굳이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지 않고 그는 걸어서 가기로 했다.
커다란 정문을 나서 대리석 계단을 내려가자, 깔끔하게 벽돌로 닦인 도로가 나타났다. 크기는 족히 마차가 두대는 지나갈 넓이. 좌우로 나 있는 길 중 메리가 선택한 길은 웬쪽이였다.
길 양옆으로는 꽃밭이 펼처져 있고, 저 너머로 가면 울창하게 뻗어있는 나무들.
메리와 유진은 대로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걸은지 15분이 되었을까, 나무 사이 사이로 커다란 궁전이 하나 보였다.
"빛의 궁전입니다.주인님. 그란디스님께서 머무시는 곳이에요."
대로에서 작게 난 길로-그것도 상당히 컸지만- 들어가자 궁전의 입구가 보였다. 정확히 법왕전 정문의 절반 크기였다. 앞에는 그란디스가 서 있었다.


"기다린거야?"
"네. 주인님께서 오신다고 하기에."
그란디스가 빙긋 웃는다. 메리도 그렇지만, 그란디스의 웃음은 진짜 사람의 깊은 곳까지 따스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바쁘다고 하지 않았나? 아래에 일이 생겼다매."
그란디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대륙에서 마족의 기운이 나타났습니다. 순간이였지만 분명히 감지했지요. 하급 마족이 중간계로 넘어오려는 것 같아요."
"마족이?"
유진은 순간 머릿속에 새까만 날개를 가지고 커다란 뿔을 머리에 두개 단 그런 느낌의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하급 마족이니까 그 근처의 드래곤에게 말해서 넘어오는 바로 처리하게 하면 될 거에요."
"넘어오는 바로?"
왜, 지금 당장 못 넘어오게 하면 되지 않나.
예로부터 마족은 대대로 인간에게 골치아픈 짓거리를 했으니까.
크게 상관없지만, 잘못해서 마족이 힘을 응축하면 법궁에까지 영향을 미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유진은 그게 그의 지극히 지구적인 생각이라는걸 몰랐지만.
"네. 그래야지 넘어온 증거가 남아서 그 마족에게 죄를 물어 벌을 내릴수 있거든요. 또, 언제라도 처리할 수 있다면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는게 좋아요."
""언제든 처리할 수 있는" 존재인거냐."
"네, 주인님."
유진은 문득, 도대체 이 법궁이란게 얼마나 강력한건지 궁금해지려고 했다.
그래도 마족이라면 제법 포스가 있는 단어 아닌가.
"아참, 오늘 점심은 아카디아와 제가 찾아갈거에요. 주인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유진이 법왕전에 돌아온 시간은 약 11시였다. 거의 점심시간도 다가와 있었고, 딱히 할 일도 없이 무료하게 돌아다니는 사이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메리와 함께 도착한 식당에는 이미 아카디아와 그란디스가 와 있었다.
"법궁"이라고 불리는 한 공간 안에 같이 사는 셈인데 "법궁"이라는 공간이 너무 넓어서 같이 산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랄까.
"점심이니까 간단하게 먹자."
유진의 말에 메리가 고개를 숙이고는 바깥으로 나갔다.
부엌..이 있다면 그곳으로 간 것일 것이다. 여기선 조리실이라고 불릴려나.

"할 말이 뭐야?"
유진의 말에 그란디스가 머뭇거린다.
"내가 할게. 주인님."
아카디아가 금새 나섰다. 좀 하기 어려운 말인가?
"주인님은 아직 완전하게 법왕이 된 게 아니야."
아카디아가 말한다.
"응?"
유진이 무슨 소리냐는듯 되물었다.
"완전한 법왕이 되기 위해서는 5가지 시험을 통과해야해."
"제가 말할게요. 아카디아."
그란디스가 말을 끊었다.
"그 다섯가지 시험중, 첫?는 재판을 성공적으로 판결할 것. 이것은 주인님께서 어제 해 내신 일이에요."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법왕으로서의 시험이라. 그래.
"이런것 하나 없었다면 오히려 재미없었을거야."

"둘째는, 주인님께서 자신의 인격을 확립하는 것이에요. 이것 역시 어제 하셨죠. 그리고 셋째는 법왕을 수호하는 네 종족의 수장에게 법왕으로서 인정받을 것."

네 종족. 드래곤, 하이드, 블레싱엘프, 크라이시스 셉터.
그들의 수장에게 자신이 법왕이라고 인정받으라는 소리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어렵지 않아. 그냥 각 종족의 거주지를 찾아가서 주인님이 이번대의 법왕이라는걸 확인시켜준다는 정도로 생각하면 될거야."
아카디아가 C붙었다.

"넷째는, 3년간의 유희를 무사히 마칠 것."
"유희?"
"네."
그란디스가 부가설명을 한다.
"법왕은 수천, 수만년을 법궁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설사 신의 인격을 선택해서 정신적으로 완벽한 방비벽을 쌓았다고 하더라도, 그 무료함을 법궁 안에서만은 풀 길이 없어요. 따라서 일대부터 법왕들은 종종 중간계에 유희를 나갔습니다. 유희란건, 법왕이 중간계에서 법왕으로서가 아닌, 그냥 인간으로서의 삶을 사는걸 말해요. 그러다가, 이 유희가 법왕에겐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되어 이것이 법왕의 시험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해요."
그래..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자신이라면 천년은 커녕 십년만 이곳에 있어도 심심해서 미쳐버릴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럴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지만.

"마지막은, 각 대륙에서 법왕의 신물의 조각을 모아 법왕의 신물을 완성할 것."
"법왕의 신물?"
"네. 신물의 조각중 하나는 이 법궁의 꼭대기에 있다고 해요. 그리고 동서남북 각 대륙에서 총 4개의 조각을 찾아 가지고 오면 꼭대기로 가는 문이 열린다고 알고 있어요."
"신물이란게 뭔데?"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북 대륙에는 천계의 신성력을 담은 조각이, 남 대륙에는 마계의 흑마력을 담은 조각이, 동 대륙에는 중간계의 마나를 담은 조각이, 서 대륙에는, 무(無)의 조각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여기 꼭대기는?"
"... 모르겠어요. 하지만.. 무언가 무시무시한 것이 잠들어 있다고.."


유진은 마음속에서 할 일을 정리했다. 그란디스의 말이 끝나자 문을 열고 메이드 둘이 식차를 끌고 들어온다. 기다렸던건가.
메이드들이 유진의 앞에 샌드위치 두조각과 오렌지 주스 한 컵, 쿠키가 쌓인 바구니를 내려놓는다. 유진은 샌드위치 하나를 집어들어 입에 물었다.
"제하 시가는 어마야?" ("제한시간은 얼마야?")
"십년 안에만 다 해결하면 되요."
"시배하며?"("실패하면?")
"..."
그란디스가 머뭇거린다.
"소멸."
아카디아가 말을 끝맺었다.


식사를 다 마친 유진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끔 손을 뻗어 쿠키를 집어 입속에 넣을 뿐이였다. 그란디스와 아카디아 역시 움직이지 않고 유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진은 생각했다. 이건 안할수 없는 일이다. 소멸당하기 싫으니까 하긴 해야한다.
그렇다면 일단은 찾기 위해 움직이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노가다가 될 것이다. 대륙을 옮겨다니면서 바늘찾는 꼴이 될테니까.

신물의 조각은 우선 하나를 찾아야 한다. 그란디스의 설명에 의하면 신물의 조각은 서로 반응한다. 즉, 신물의 조각을 하나만 찾아내면, 그것을 나침반으로 써서 다른것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그 하나를 찾아내는건.. 순전히 운이란 소리다. 그렇다면 일단 그것은 제쳐 둘 일이다. 그렇다면 다음에 해결해야 할 것은 유희와 인정받는 일이다.
"유희.. 유희라..."
유진이 거진 한시간만에 처음으로 말을 꺼냈다.
"유희란건 노는거지."
유진이 "유희"의 사전적 의미를 말했다.
"그란디스."
그가 그란디스를 불렀다.
"아까, 그 마족이란거, 언제쯤 중간계로 넘어오는거야?"
그란디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그건.. 그 마족의 마음에 따라 다르겠지만, 준비가 끝나는 대로 넘어온다면 한 반년 후일 거에요."
"준비?"
"네. 마족이 중간계로 넘어오기 위해선 중간계와 마계를 연결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중간계에 마계의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높은 서클의 흑마법사만이 할수있는 일이에요. 다량의 피와 제물이 필요한 데다가 마계의 공간을 만드는걸 대놓고 할수가 없기 때문에 매우 느려요."
"그 흑마법사는, 어째서 마족을 돕는거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마족을 소환해서 마족의 힘을 부릴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에요. 대게는 소환된 마족에게 죽게 되는 운명이죠."
"마족은 얼마나 강하지?"
그란디스가 아카디아를 힐끗 본다.
"하급 마족은 약해. 하지만 분명한건 인간들보단 훨씬 강하다는 거야. 인간들중에서는 소드마스터라고 불리는 자들이 수천만명에 하나씩 있어서 영웅이라 불린다지만 하급마족에게 빗대려면 두명에서 세명 정도는 있어야 할 거야."
"인간이란건 참 약하군."
유진이 중얼거린다. 몇천만명에 한명이라면, 인간중에서는 굉장히 강력한 자들이란 소리다.
"실제로 서대륙 인구는 약 3억 4천만명에 육박하지만 알려진 소드마스터는 고작 3명에 불과해. 법궁의 조사에 의하면 숨겨진 소드마스터까지 합쳐도 총 5명."
서대륙은 이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대륙이다. 동대륙 같은 경우는 2억명이 채 안된다. 북대륙이랑 남대륙은 더 적다고 알려져 있다.
"동대륙은?"
"드러나지 않은 자까지 모두 3명. 하지만 한명은 늙어서,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고 해."
"동대륙의 전력으로 스스로 마족이 소환됐을때 몰아낼수 있을까?"
유진의 질문에, 아카디아는 서서히 유진의 생각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는건지 자연스럽게 대답한다.
"아슬아슬해. 마족이 소환되면 거의 항상 그 마족의 군대도 소환되. 그리고 하급마족의 군대라고는 해도, 분명히 군단장은 소드마스터급의 힘을 가지고 있을거야. 마족을 이기려면 3명의 소드마스터가 필요할텐데 한명이 거의 죽어가고 있는 동대륙은.. 힘들어."
"그래..."
그란디스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뭘 하시려고 하는거에요, 주인님?"
유진이 씨익 웃는다.
"내가 살던 곳엔 일석이조라는 말이 있어. 돌 하나를 던져서 새 두마리를 잡는거지. 난 지금 유희랑 인정받는 일이랑 대륙을 샅샅이 뒤지는 일을 한번에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 일석 삼조인 셈이야."
"..어떻게?"
유진의 웃음이 짙어진다.
"영웅을 만드는거지. 동대륙을 악마의 손에서 구해낼 영웅을!"


유진은 아카디아에게 몇가지를 명령하고 그란디스에게 뭔가를 물은 후, 무기고로 갔다. 지하 1층 무기고는 여전히 무기들을 닦는 메이드가 몇 있었다. 그가 메리와 함께 들어가자 메이드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유진이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다시 자기 할 일들을 한다.
"3층엔 없던데, 왜 여기는 무기를 관리하는거지?"
"지하 2층과 3층의 무기들은 가만히 둬도 칼날이 상하지 않는 것들이라고 들었습니다. 주인님."
2층 3층은 관리같은건 안해줘도 좋을 정도라는 건가.
"이곳의 무기들은 어느정도 등급이냐?"
유진이 자연스럽게 묻는다. 그도 이제 메리가 이 법궁에 대해서만은 거의 그란디스나 아카디아만큼 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대륙에 가면 비싼 돈을 주고도 못 구하는, 흔하지 않은 것들이라고 합니다."
"지하 2층것들은?"
"간혹 전설에 등장하는 굉장한 무기..들이라고 배웠습니다."
유진은 황당하다는 웃음을 지었다.
"그럼 3층것은?"
"... 그곳에 있는 것들은 아카디아님이나 그란디스님만 알고 계실거에요."
아카디아나 그란디스만이 알고 있다라.
유진은 헛 하는 숨을 내쉬고는, 그냥 죽 늘어서 있는 무기들을 노려보았다. 돈주고도 못구하는 것들이란 말이지.
유진은 무기 사이를 걸어가며 하나 하나 유심히 바라보았다.
"뭘 하시려는 거에요, 주인님?"
메리가 따라붙으며 묻는다. 역시 독특하다.
유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메이드중엔 메리만큼 적극적인 여자가 별로 없다.
다들 명령을 듣고, 그것을 지키는걸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물론 인간적으로 무언가를 표현하거나, 인간적인 감정에 어색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진이나 아카디아, 그란디스의 심히 무리한 명령에도 약간의 저항도 갖지 않는다는건 이상한 일이다. 유진의 짖궂은 장난에 앙탈을 부리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거역하는건 없다.

메리는 아까부터 유진이 하는 일을 봐 왔다.
우선 아카디아에게 한 명령은, 동대륙에서 14~16살 정도의 성격이 착하고 심지가 굳은 떠돌이 고아 소년을 찾을 것. 몸이 날렵하고 혹시 있다면 여러가지 무기를 모두 잘 쓰는 타입의 메이드를 한명 준비할 것. 물론 그런 메이드는 많다. 우선 메이드중엔 제물로 뽑히는 경우도 있지만, 법궁에 오르기 위해 탑에 도전했다가 포획당한 여자도 있다. 트레져 헌터도 있고, 어쌔신도 있고, 용병이나 기사도 있다. 개중 미모가 되면 아카디아에 의해 뽑혀 훈련받는다. 더욱이 메이드중에서도 특별한 단체가 있다. 혹시라도 모를 경우를 위해 아카디아가 조성해 놓은 메이드들이다.
마법사, 검사, 궁수 등등 이런 저런 전투가 가능한 메이드들이다.
개중에는 모든 무기를 다양하게 쓰도록 훈련받은 메이드도 얼마든지 있었다. 아카디아는, 항상 메이드중 누군가가 쓸모없어져 폐기처분당할 경우를 대비해 그 메이드를 대체할 메이드를 반드시 준비해 둔다.
그리고 그란디스에게 한 질문.
"내가 신이랬지? 그러면, 신탁 같은것도 내릴수 있는거야?"
신탁. 물론, 내릴수 있다. 전 대륙에는 큰 도시라면 대개 신전이 존재한다.
법왕의 신전. 신이 법왕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신전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냥 "신전"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신관도 있다. 신성력이란게 없어 치료같은건 하지 않지만 분쟁이 있을 경우 해결은 일차적으로 각 지역의 영주나, 촌장에게서 하고, 이차적으로 신전에서 한다. 그리고, 그 권한을 위해서 "신관"들에게는 한가지 권능이 부여된다. 그건 "진실과 거짓"을 가릴 수 있는 눈이다.
신전에서도 해결이 안되면, 각 대륙에 2개씩 세워진 대신전에서 해결하고, 그곳에서도 해결이 안되면 법궁에 올라온다. 그리고 제물은 기본적으로 신전에서 거둬들여 대신전으로 보내고, 대신전에서 법궁으로 보낸다. 왕들이 제물을 바칠때는 대신전에 직접 바친다. 전쟁이 일어나도 신전은 불가침이다. 귀족이나 왕족이 신전 안으로 도망친다면 정식재판을 통해 신전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법왕의 신전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신관 수는 적다. 심지어는 대신전에도 신관은 18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커다란 도시의 신전에 신관수는 4명이여야 한다. 4명 중 가장 연로한 한명은 엘더 프리스트, 즉 노신관이 된다. 대신전의 노신관중 가장 신앙이 깊은 한명이 대신관이 된다. 신탁은 노신관 중 신탁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한명에게 내려진다. 메리는 그 이상은 잘 몰랐다.

정확히 말하면, 신탁은 유진의 말이 빛이 되어 해당하는 노신관에게 비춰지는 것이다. 애매했지만, 어쨋든 유진은 나중에 해보기로 해고 일단은 지금 할 일 먼저 하기로 했다.

"나는 영웅을 만들려는 거다."
"영웅을 만들다뇨?"
메리가 되묻는다.
"말 그대로야. 지금 동대륙은 아무도 모르지만, 마족이 강림할 위기에 처해 있어."
"..네."
사실 아카디아나 그란디스를 보면 위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나는 신으로서 동대륙의 사람들에게 마족이 강림한다는걸 알려줄 필요가 있지. 그리고 내 안배로 인해 대륙에는 마족을 물리칠 영웅이 탄생할거야."
단순하다. 그는 단지 영웅전기를 하나 만들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영웅을 만들어요? 직접 마족을 물리치는게 아니구요?"
"그래. 직접 하긴 귀찮아. 위험하고."
유진이 웃는다.
"..."
가만히 유진을 쳐다보던 메리가 말한다.
"그럼 주인님은요?"
"난.. "
유진이 옆에 걸린 레이피어를 집어든다. 제법 예쁘다. 파란 칼집과 파란색 손잡이. 푸른 사파이어가 끝에 박혀 있었다. 겉에서 봐도 냉기가 날린다.
뽑아들자 푸르스름한 기운이 쏴, 하고 그의 얼굴에 부딪힌다.
"괜찮은데."
시원한 느낌이다.
"이거, 이름 알아?"
메리가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옆에서 무기를 닦던 메이드를 불렀다.
"냉검 샤이시스...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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