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육강식은 자연의 법칙이다.
기본적으로는 생존을 위해...
포괄적으론 진화와 환경의 안정을 위해 끝없이 이어지는 포식자들의 잔치.
그러나 그런 잔혹함에도 반드시 지켜지는 예의가 있다.
그건 섭취할 희생물의 죽음을 쉽고 짧게 끊어줌으로서 그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여주는
강자의 배려이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먹이사슬의 최상부에 존재하며 가장 많은 포식을 이루는 맹수의 지존이되,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중 유일하게 생존이외의 목적으로 살겁을 일삼는 인간.
너무 쉽고 가볍게 이뤄지는 포식에 지쳐서일까...
어느새 인간은 희생물의 섭취보다는 그 과정의 고통을 더욱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검은 슈트의 남자...
조일훈은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알몸으로 놓여 있는 아내는...
이 세상에서 가장 보배로운 제물이었다.
(2)
“수치심을 느끼고 계시는 군요...”
놈은 아내의 눈을 직시하며 말문을 열었다.
“하긴...이해못할 노릇은 아니겠죠. 인간에게 있어 의복이란...육체뿐 아니라 때때론 마음까지 가리는 도구로 사용되곤 하니까요. 물론 전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아내는 대답이 없다. 다만 입술을 깨물곤 애써 놈의 눈을 마주볼 뿐이었다.
그건 지금의 상황에게 아내가 표할수 있는 최선의 항거였다.
하지만 아내의 나신 구석구석은 잔물결처럼 떨리고 있다.
그건 어쩔수 없는 두려움의 표시이기도 했다.
놈은 이미 그 작은 틈마저도 읽고 있었다.
“참으로 알수 없는 노릇입니다. 어째서 추위를 덜기위한 도구였던 의복이 어느새 마음까지 가릴수 있는 초자연적 신기로 발전해버린건지...”
“....”
“본론으로 들어가죠. 이런 어색한 느낌은 저역시 즐겨하지 않으니까요. 전 부인과 섹스를 하고 싶습니다. 또한 약속드리는 건 그건 부인께도 다시없는 행운일거란 겁니다.
섹스...
그 원초적인 단어가 텅빈 하얀방을 메아리치는 순간 동시에 아내의 살결도 일제히 출렁였다. 그건 아내가 이미 예상하였으되 결론으로 맞고 싶지 않았던 어떤 상상이 현실로 강하게 도래되었음을 느낀 아내의 충격을 대변하고 있었다.
“ 적어도 섹스에 대한 기술은 감히 제가 세계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러므로...부인은 지금껏 상상조차 못해봤던 쾌락을 제대로 즐기실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겁니다. ”
아내의 아랫입술이 덜덜 떨리고 있다. 이건 분명 꿈에라도 원치 않는 상황일거다.
아내는 체내의 모든 세포에게 죽을 힘을 다해 명령하고 있을거다. 얼른 깨어나 작금의 위기에서 주인을 보호해 달라고.
아니면 진실을 다해 거절할수 있게 목소리 만이라도 돌려 달라고.
허나 부질없는 짓이었다. 아내의 간절한 명령에 화답한건 간신히 떨려주는 아랫입술 뿐이었으니...
그렇듯 죽음보다 더 깊은 절망에 허우적대는 아내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준건 엉뚱하게도 놈이었다.
“하지만 부인과 결코 강제로 섹스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건 강간이니까요. 그러니 저와의 섹스는 오직 부인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
순간 아내의 떨림이 일제히 사라졌다. 대신 아내의 동공엔 의문과 긴장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내의 급변하는 반응과 관계없이 놈의 어조는 얄밉도록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묻겠습니다. 어찌하시겠습니까...? 제게 몸을 열어 지상최고의 쾌락을 즐기시겠습니까...? 아니면 당당히 거절하시어 쾌락대신 유교사상의 불행한 잔재인 정절을 택하시겠습니까...?”
질문의 요지는 더없이 차분하고 명확했지만 아내는 아무런 답도 말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당연하다. 성대가 아직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았는데 무슨 재주로 말을 하랴.
하지만 아내는 포기하지 않았다. 눈을 부릅떠 놈을 쏘아 봄으로서 분명한 부정을 표하려 애쓰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건 결코 놈이 원하는 대답의 방식이 아니었다.
“애써 말을 하실 것 없습니다. 입을 통해 들으려는 대답이 아니니까... 입은 진실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 못지않게 거짓을 위장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입을 통해 나오는 대답은 결코 완전한 진실이라고 인정될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건...”
놈은 잠시 말을 멈추곤 아내의 나신을 천천히 훑어본다.
놈의 시선이 지날때마다 아내의 하얀 피부는 작은 떨림과 함께 소름이 돋아갔다.
놈의 검지 손가락이 아내의 배꼽 바로 아랫부분을 지긋히 누른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움찔...!
아내의 나신이 작게 출렁이더니 동시에 아내의 피부에 돋아오르던 강한 부정의 사위가 일제히 사라졌다.
“제가 진실로 듣고 싶은 건...부인 내면 깁숙히 숨어 있는 본능이 짖어대는 진실의 목소리입니다. 바로 그 목소리의 선택을 알고 싶은 겁니다. 그러니 그 대답을 들려 주십시오.”
말을 이으며 놈은 천천히 열손가락을 가볍게 펴서 들어 보였다. 아내의 눈앞에서 번뜩이는 가늘고 긴 손가락...
그건 놈이 가장 자랑하는 무기중 하나였으며...또한 아내에겐 가장 지독한 흉기였다.
놈은 그 손가락을 아내의 나신으로 천천히 옮기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목숨을 걸고 약속드리죠...만일 부인의 본능이 진정 쾌락대신 정절을 택하신다면 부인께서 원하시는 생활로 고스란히 돌려 보내 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놈의 손가락은 아내의 나신을 건반 삼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놈의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허....!”
놈의 손가락이 아내의 겨드랑이 결을 슬쩍 스치는 순간...그러니까 막 게임의 초입이 시작된 순간...
죽은 듯 늘어져 가늘게 떨고만 있던 아내의 나신이 강하게 출렁였고 동시에 여지껏 닫혀 있던 아내의 입술에서 강한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그건...분명 쾌감의 반동이었다.
(3)
“여성의 성감대가 몇군데쯤 될거 같아요...? ”
내 옆에 앉아 담담하게 스크린을 주시하던 놈의 아내가 느닷없이 던진 질문이었다.
가벼운 목소리였으나 전신의 세포에게 긴장을 명한체 잔뜩 스크린을 응시하던 내겐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네....? 그게 무슨....”
“성감대를 물은 거에요. 아시잖아요 성감대... 선생님께선 부인의 성감대를 몇군데나 알고 계시죠...? ”
“그...글쎄요...한...열댓군데...? ”
거짓말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아내의 성감대는 다섯군데에 불과했다. 양쪽 유두...크리스토리...허벅지 안쪽...귓볼......
하지만 고작 다섯군데라고 말하기엔 어쩐지 창피했다.
그러나 서너배의 부풀림도 별효과가 없었다.
피식...
놈의 아내...미란이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웃어버린 것이다.
그건 분명 비웃음이었다.
“대충 세도 일만개가 넘을거에요.”
“예...? 일...만개요....?”
물론 믿기지 않은 숫자였지만...그렇다고 부정할 이유도 자격도 없다.
다만 쪽팔림을 무마하기 위한 되물음일 뿐이었다.
그러나 미란은 이미 내 속내를 눈치챈 듯 했다.
그 증거로 미란의 시선은 어느새 다시 모니터로 향하고 있었다.
미란의 그런 야속한 행위는 나로서도 다행이었다.
나역시 여성의 성감대 비밀따윈 관심없다.
스크린속의 아내가 수천만배나 중요했으니까...
“하아....하....하아....”
잠시 눈을 돌린 사이...스크린의 율동은 엄청난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아내의 나신을 훑는 놈의 손길은 여전했지만...아내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굳게 감은 눈...어느새 전신으로 내어난 땀...
그리고 놈의 손길이 스칠때마다 격렬하게 출렁이는 나신...
그리고.....
신음성......
하아...하악...하아아....하아....!
그건...참으로 생경한 아내의 모습이었으되...분명 언젠가 황홀하게 목도한 모습이기도 했다.
처음...소위 마사지 전문가라는 진석이란 인간의 손길에서 보였던 아내의 반응...
그건....분명 쾌락이었다.
“흔히 여자의 몸을 악기라고 하죠...남자는 연주자고... ”
잔뜩 긴장한체 스크린을 뚫듯 보고 있는 나와는 달리...어색할 정도로 무덤덤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보던 미란이 중얼거리듯 던진 말이었다.
“옳은 말이에요. 여자는 피아노라 할수 있죠. 그런데 재밋는건...피아노완 달리 여자는 대부분의 건반을 숨기고 있단 거에요. 또한 그 숨겨진 건반을 울려 진정한 음악을 연주할수 있는건 순전히 연주자의 실력에 달린거고요... 저렇듯....”
스크린을 보는 미란의 동공이 어느덧 천천히 젖기 시작했다. 그건 놈의 연주를 그리워하는 미란의 단상인 듯 했다.
:하...하아...하아악.....아...아아아아...하악...!!“
어느새 스크린은 격동으로 휘감겨 있었다.
여진히 느긋한 놈의손...
그러나 정신없이 튀는 아내의 나신...
그건 놈과의 게임에서 일방적으로 몰리는 아내의 수세를 의미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과연 진석이의 표현대로 고집스런 분이세네요...저정도면 몸을 열어줄만 한데....”
뜬금없는 미란의 말이 들려왔다.
---무슨....?
그러나 금새 난 미란의 말뜻을 알수 있었다.
스크린을 가득채운 전장...
그 전장의 한가운데 알몸으로 싸우는 아내...
분명 일방적인 수세임이 분명한데도...
그런데도....
(4)
“하아...하...아아아...아....하악...아....”
어느새 놈의 손길은 아내의 상반신을 지나 하반신을 연주하고 있었다.
종아리와 허벅지를 바쁘게 스쳐가는 놈의 손...
또한 그 손가락이 각기 아내의 피부를 눌러가고 있다.
그럴때마다 아내의 알몸은 정신없이 튀고 있었고...고개는 부러질 듯 젖혀져 가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아아...아내는 여전히 투항할 생각이 없다. 마지막까지 의지를 다해 항거하고 있다.
그 증거로....아내는...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오직 남편이 내게만 허락된 그곳....
그 소중한 성이 숨겨진 양허벅지를 굳게 다물고 있는 것이었다.
놈의 손길을 아내의 허벅지를 공략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크린에 분명히 보이는건...아내의 허벅지에 몽그러져 있는 근육....
그렇다...비록 전신의 모든 곳은 놈의 공격에 함몰되었어도...
그 반동으로 아내의 보지를 수성하고 있는 수위병은 오히려 결사항전의 의지를 더하고 있는 것이었다.
과연...아내였다.
그런데...나의 뿌듯(?)함은 잠시 뿐이었다.
잠시의 소강상태후...
아내의 항거가 만만치 않음을 깨닳은 놈이 기어이 최후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건....
혀였다.
(5)
“정말 대단한 분이시네요. 우리 그이의 밑천을 다 꺼내들게 하시다니...”
마린의 감탄 섞인 말따윈 이미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모든 정신은 갑자기 반전되어 휘청이는 스크린에 몰입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크린속엔 이미 놈의 손가락따윈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건....
아내의 종아리를 스쳐 굳게 닫힌 허벅지까지 천천히 이동하는 놈의 시뻘건 혀뿐...!
“손가락이 훌륭한 연주도구이긴 하지만 일반적이죠. 아무리 부드럽게 놀려도 작은 껄끄러움은 남기 마련이거든요. 건조하기도 하고...그에 비하여 혀는....손가락이 총알이라면 혀는 대포에요. ”
미란이 설명은 이미 사족에 불과했다.
스크린의 변화는 이미 그 설명을 마쳤으니까.
놈의 혀가 움직이는 순간 스크린의 활동이 급격히 변해갔다.
정신없이 튀던 아내의 몸은 마치 죽은 듯 가라앉아 있다.
대신 얼굴이....
지금껏 쾌락에 겨워 흔들리던 아내의 표정은 쾌락대신 오히려 고통에 휩싸인 듯 했다.
온통 찡그리며 굳게 감겨진 눈....
악문 입술....
미세하게 바들거리는 눈매...
그건 분명 죽을듯한 고통을 이악물고 참아내는 표정이었다.
난 잠시 혼돈에 빠졌다.
그러나....그땐 몰랐다.
당시의 아내는...영혼끝까지 휘감겨오는 쾌락의 유혹에 마지막 의지의 한올까지 꺼내 항거하고 있었음을....
또한...그 항거는..항거라기보단 이미 초라한 몸사위에 불과했음을...
그 증거로...
놈의 혀가 천천히 아내의 허벅지 안쪽을 쓸어가는 순간...
그토록 굳게 닫혀 있던 아내의 양허벅지가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건 농성의 끝을 뜻함과 동시에 입성의 허락을 뜻하는 항복의 표시였다.
그리고...놈의 혀가 좀더 오르자...
아내의 양 허벅지는 마치 댐이 무너지듯 크게 열리고...
기어이 작살맞은 개구리처럼 활짝 벌어져 버리고 말았다.
게임은 끝났다.
놈은 혀는 아내의 허벅지 안쪽에 머물고 있었고...
어느새 수위병을 잃어버린 아내의 소중한 보지는 놈의 입성을 애타게 기다리며 활짝 벌어져 있었다.
그리고 벌어진 보지에서 정신없이 토해내고 있는 허연 애액....
그 엉청난 양은 이미 오래전부터 항복을 준비해온 성주의 의지를 대변하고 있었다.
그렇다.
지금 놈의 눈 바로 5센티 앞...
그러니까 아내의 소중한 그곳 클리스토리의 가는 주름조차 샅샅히 보이는 바로 그 위치에...
아내의 보지는 일식집 선반위에 맛있게 올려진 석화조개가 되어 놓여 있었다.
놈은 승리했다. 놈은 승리자며 지배자다.
겨우 5센티...손가락 한마디의 길이만 혓바닥을 움직여도...
놈은 아내가 내민 항복공물을 맛볼수 있다.
그 허연 애액을....
난 온몸을 휘감는 전율에 떨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휘날래의 정열에 영혼의 아늑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놈의 다음 행동은 정말 뜻밖이었다.
(6)
정적....
아내의 떨림도....신음성도 멈췄다.
다만 보이는건....
눈의 시선 바로 앞에 활짝 벌려진 아내의 허벅지...
그리고 무표정하게 아내의 항복한 보지를 보고만 있는 놈의 잔혹하리만치 투명한 눈.
바로 성문 코앞에 멈춰 있는 놈의 혀....
그런데....
(7)
난 분명 기대했었다. 아니 예측했었다.
놈의 벌건 혓바닥이 그만큼 벌건 아내의 보지로 침범하여....
아내가 토한 애액을 축배삼아 마음껏 들이킬거란 걸...
그런데 놈의 다음 행동은 전혀 뜻밖이었다.
잠시 아내의 보지를 직시하던 놈은 천천히 그 잔인한 무기인 혀를 거두며 몸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리곤 보지를 잔뜩 벌린채 죽은 듯 누워 있는 아내를 천천히 훑으며 말문을 열었다.
“원하던 진실을 들었습니다. 아마 부인께서도 저와 함께 들었으리라 믿습니다.”
아내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다만 죽은 듯 눈을 감고 있을뿐.
“이미 느끼시겠지만...십여분전부터 부인의 몸은 자유로웠습니다. 제가 드린 자극으로 체내에 남아 있던 마취제의 약효가 사라졌으니까요. 그 증거로 이렇듯 자의로 성문을 활짝 열고 계시지 않습니까....”
순간 아내의 몸이 움찔함을 느꼈다.
그러나 아무 미동도 없다. 심지어는 눈조차도 뜨려하지 않는다.
“느끼고 계실 겁니다. 제 목소리가 한마디씩 더해질때마다...온몸을 태울 듯 휘감았던 쾌락이 천천히 밀려 사라짐을...그리고 대신...얼어붙을듯한 한기와...한기만큼의 아쉬움이 채워짐을...”
놈의 말이 맞다면...아내의 몸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방되었다. 그렇다면...마지막에 보였던 그 반응은....그 항복은...아내의 자의였던 것이다.
“전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왼쪽 문을 여시면 욕실이 있을 겁니다. 옷도 준비되어 있으며 목욕후 착의하세요. 그리고 우린 남은 대화를 마저하기로 하죠.”
말을 마치고 놈은 천천히 몸을 돌려 스크린 밖으로 사라졌다.
스크린에 남은건 오직 아내뿐.
그런데...아내는 미동조차 않는다.
더구나 이미 극한의 수치로 변한 자세를 추스르려 하지 않는다.
기어이 그렇게...
스크린엔 양 허벅지를 잔뜩 벌린채 이미 매말라버린 애액으로 더럽혀진 보지를 온통 드러낸 아내만이 남게 되었다.
그리곤....
스크린이 꺼졌다.
(8)
모니터실엔 검게 변한 스크린만 남아 있었다.
어느새 놈의 아내...미란조차 사라지고 없다.
다만 텅빈 모니터실에 나혼자 홀린 듯 멍하니 검은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실 그때의 내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정리되지 않는 상황과...물밀 듯이 덥쳐오다 갑자기 사라져버린 쾌락의 잔재에
머릿속이 텅 비어버렸으니...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팟....! 갑자기 검던 스크린이 다시금 환하게 켜졌다.
동시에 멍하던 내 영혼도 급격히 제의식을 찾았다.
그런데 스크린에 보이는건....
하얀 방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대형 유조선의 갑판이었다.
그렇다 여짓껏 알수 없었던 이 비밀의 공간은...
바로 대형유조선의 내부였던 것이다.
후일 알게된 사실이지만..
놈..조일훈은 어마어마한 갑부였던 것이다.
유조선 갑판위엔 헬기가 한대 놓여 있었고...
헬기 앞엔 어느새 정장차림의 아내와 여전히 검은 슈트의 놈이 서 있었다.
그리고 모니터실의 스피커를 통해 아내에게 던지는 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인께서 부군을 사랑하신다는건 잘 압니다. 부군께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 선택하셔야 합니다. 이미 격으셨겠지만 부군의 성개념은 일반인과 다름니다. 또한 그런 개념이 반드시 틀렸다고 생각할순 없습니다. 부부에 있어 사랑은 서로의 존재가치를 소중히 여김이 전부입니다. 거기에 섹스를 귀속시켜 쾌락을 희생하는건 어쩌면 극대한 손실일수도 있습니다. ”
놈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러나 아내는 듣는 듯 듣지 않는 듯 다만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옆모습으로 보이는 아내의 눈은 어쩐지 허탈함으로 가득차 있는 듯 했다.
“전 부인의 선택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분명한건...섹스는 놀이입니다. 또한 부군은 그 놀이를 즐기려 하십니다. 만일 부인께서 동참하지 않으신다면...아마도 부군과 부인은 결국 결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충분히 생각하시고 선택하십시오. 그리고 이건 제 작은 선물입니다.”
놈은 포켓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아내에게 건냈다.
순간 아내의 눈엔 스치듯 의아함이 일렁였다.
“오늘의 작은 경험으론 진정한 쾌락의 진의를 파악하기 어려우실 겁니다. 그러니 충분히 격은후 선택하셔야 합니다. 부군과 동참하든...아니면 결별하든.... ”
아내는 상자를 열어본다. 그안엔 작은 열쇠가 하나 담겨 있었다. 그건 호텔룸의 키였다.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703호입니다. 만일 선택에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사흘후 오후 8시
그 키를 사용하십시오. 만일 그날...그 방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저와 부인은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겁니다. 아울러 부군과도....“
스크린 속으로 아내를 태운 헬기가 하늘을 가로질러 먼바다를 향해 날아갔다.
놈은 유조선의 갑판에서 청푸른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내를 배웅하고 있었고...
나는 컴컴한 모니터실의 구석에서 이미 꺼져가는 스크린을 통해 아내를 보내고 있었다.
아아...그러나 그땐 정말 몰랐다.
그것이 아내의 마지막 모습의 배웅이었던 것을....
그토록 우아하고 단아했던 아내의...
그 정갈한 모습의 마지막이었던 것을....
그리고 사흘 후.....
-계속-
기본적으로는 생존을 위해...
포괄적으론 진화와 환경의 안정을 위해 끝없이 이어지는 포식자들의 잔치.
그러나 그런 잔혹함에도 반드시 지켜지는 예의가 있다.
그건 섭취할 희생물의 죽음을 쉽고 짧게 끊어줌으로서 그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여주는
강자의 배려이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먹이사슬의 최상부에 존재하며 가장 많은 포식을 이루는 맹수의 지존이되,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중 유일하게 생존이외의 목적으로 살겁을 일삼는 인간.
너무 쉽고 가볍게 이뤄지는 포식에 지쳐서일까...
어느새 인간은 희생물의 섭취보다는 그 과정의 고통을 더욱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검은 슈트의 남자...
조일훈은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알몸으로 놓여 있는 아내는...
이 세상에서 가장 보배로운 제물이었다.
(2)
“수치심을 느끼고 계시는 군요...”
놈은 아내의 눈을 직시하며 말문을 열었다.
“하긴...이해못할 노릇은 아니겠죠. 인간에게 있어 의복이란...육체뿐 아니라 때때론 마음까지 가리는 도구로 사용되곤 하니까요. 물론 전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아내는 대답이 없다. 다만 입술을 깨물곤 애써 놈의 눈을 마주볼 뿐이었다.
그건 지금의 상황에게 아내가 표할수 있는 최선의 항거였다.
하지만 아내의 나신 구석구석은 잔물결처럼 떨리고 있다.
그건 어쩔수 없는 두려움의 표시이기도 했다.
놈은 이미 그 작은 틈마저도 읽고 있었다.
“참으로 알수 없는 노릇입니다. 어째서 추위를 덜기위한 도구였던 의복이 어느새 마음까지 가릴수 있는 초자연적 신기로 발전해버린건지...”
“....”
“본론으로 들어가죠. 이런 어색한 느낌은 저역시 즐겨하지 않으니까요. 전 부인과 섹스를 하고 싶습니다. 또한 약속드리는 건 그건 부인께도 다시없는 행운일거란 겁니다.
섹스...
그 원초적인 단어가 텅빈 하얀방을 메아리치는 순간 동시에 아내의 살결도 일제히 출렁였다. 그건 아내가 이미 예상하였으되 결론으로 맞고 싶지 않았던 어떤 상상이 현실로 강하게 도래되었음을 느낀 아내의 충격을 대변하고 있었다.
“ 적어도 섹스에 대한 기술은 감히 제가 세계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러므로...부인은 지금껏 상상조차 못해봤던 쾌락을 제대로 즐기실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겁니다. ”
아내의 아랫입술이 덜덜 떨리고 있다. 이건 분명 꿈에라도 원치 않는 상황일거다.
아내는 체내의 모든 세포에게 죽을 힘을 다해 명령하고 있을거다. 얼른 깨어나 작금의 위기에서 주인을 보호해 달라고.
아니면 진실을 다해 거절할수 있게 목소리 만이라도 돌려 달라고.
허나 부질없는 짓이었다. 아내의 간절한 명령에 화답한건 간신히 떨려주는 아랫입술 뿐이었으니...
그렇듯 죽음보다 더 깊은 절망에 허우적대는 아내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준건 엉뚱하게도 놈이었다.
“하지만 부인과 결코 강제로 섹스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건 강간이니까요. 그러니 저와의 섹스는 오직 부인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
순간 아내의 떨림이 일제히 사라졌다. 대신 아내의 동공엔 의문과 긴장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내의 급변하는 반응과 관계없이 놈의 어조는 얄밉도록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묻겠습니다. 어찌하시겠습니까...? 제게 몸을 열어 지상최고의 쾌락을 즐기시겠습니까...? 아니면 당당히 거절하시어 쾌락대신 유교사상의 불행한 잔재인 정절을 택하시겠습니까...?”
질문의 요지는 더없이 차분하고 명확했지만 아내는 아무런 답도 말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당연하다. 성대가 아직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았는데 무슨 재주로 말을 하랴.
하지만 아내는 포기하지 않았다. 눈을 부릅떠 놈을 쏘아 봄으로서 분명한 부정을 표하려 애쓰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건 결코 놈이 원하는 대답의 방식이 아니었다.
“애써 말을 하실 것 없습니다. 입을 통해 들으려는 대답이 아니니까... 입은 진실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 못지않게 거짓을 위장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입을 통해 나오는 대답은 결코 완전한 진실이라고 인정될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건...”
놈은 잠시 말을 멈추곤 아내의 나신을 천천히 훑어본다.
놈의 시선이 지날때마다 아내의 하얀 피부는 작은 떨림과 함께 소름이 돋아갔다.
놈의 검지 손가락이 아내의 배꼽 바로 아랫부분을 지긋히 누른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움찔...!
아내의 나신이 작게 출렁이더니 동시에 아내의 피부에 돋아오르던 강한 부정의 사위가 일제히 사라졌다.
“제가 진실로 듣고 싶은 건...부인 내면 깁숙히 숨어 있는 본능이 짖어대는 진실의 목소리입니다. 바로 그 목소리의 선택을 알고 싶은 겁니다. 그러니 그 대답을 들려 주십시오.”
말을 이으며 놈은 천천히 열손가락을 가볍게 펴서 들어 보였다. 아내의 눈앞에서 번뜩이는 가늘고 긴 손가락...
그건 놈이 가장 자랑하는 무기중 하나였으며...또한 아내에겐 가장 지독한 흉기였다.
놈은 그 손가락을 아내의 나신으로 천천히 옮기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목숨을 걸고 약속드리죠...만일 부인의 본능이 진정 쾌락대신 정절을 택하신다면 부인께서 원하시는 생활로 고스란히 돌려 보내 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놈의 손가락은 아내의 나신을 건반 삼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놈의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허....!”
놈의 손가락이 아내의 겨드랑이 결을 슬쩍 스치는 순간...그러니까 막 게임의 초입이 시작된 순간...
죽은 듯 늘어져 가늘게 떨고만 있던 아내의 나신이 강하게 출렁였고 동시에 여지껏 닫혀 있던 아내의 입술에서 강한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그건...분명 쾌감의 반동이었다.
(3)
“여성의 성감대가 몇군데쯤 될거 같아요...? ”
내 옆에 앉아 담담하게 스크린을 주시하던 놈의 아내가 느닷없이 던진 질문이었다.
가벼운 목소리였으나 전신의 세포에게 긴장을 명한체 잔뜩 스크린을 응시하던 내겐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네....? 그게 무슨....”
“성감대를 물은 거에요. 아시잖아요 성감대... 선생님께선 부인의 성감대를 몇군데나 알고 계시죠...? ”
“그...글쎄요...한...열댓군데...? ”
거짓말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아내의 성감대는 다섯군데에 불과했다. 양쪽 유두...크리스토리...허벅지 안쪽...귓볼......
하지만 고작 다섯군데라고 말하기엔 어쩐지 창피했다.
그러나 서너배의 부풀림도 별효과가 없었다.
피식...
놈의 아내...미란이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웃어버린 것이다.
그건 분명 비웃음이었다.
“대충 세도 일만개가 넘을거에요.”
“예...? 일...만개요....?”
물론 믿기지 않은 숫자였지만...그렇다고 부정할 이유도 자격도 없다.
다만 쪽팔림을 무마하기 위한 되물음일 뿐이었다.
그러나 미란은 이미 내 속내를 눈치챈 듯 했다.
그 증거로 미란의 시선은 어느새 다시 모니터로 향하고 있었다.
미란의 그런 야속한 행위는 나로서도 다행이었다.
나역시 여성의 성감대 비밀따윈 관심없다.
스크린속의 아내가 수천만배나 중요했으니까...
“하아....하....하아....”
잠시 눈을 돌린 사이...스크린의 율동은 엄청난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아내의 나신을 훑는 놈의 손길은 여전했지만...아내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굳게 감은 눈...어느새 전신으로 내어난 땀...
그리고 놈의 손길이 스칠때마다 격렬하게 출렁이는 나신...
그리고.....
신음성......
하아...하악...하아아....하아....!
그건...참으로 생경한 아내의 모습이었으되...분명 언젠가 황홀하게 목도한 모습이기도 했다.
처음...소위 마사지 전문가라는 진석이란 인간의 손길에서 보였던 아내의 반응...
그건....분명 쾌락이었다.
“흔히 여자의 몸을 악기라고 하죠...남자는 연주자고... ”
잔뜩 긴장한체 스크린을 뚫듯 보고 있는 나와는 달리...어색할 정도로 무덤덤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보던 미란이 중얼거리듯 던진 말이었다.
“옳은 말이에요. 여자는 피아노라 할수 있죠. 그런데 재밋는건...피아노완 달리 여자는 대부분의 건반을 숨기고 있단 거에요. 또한 그 숨겨진 건반을 울려 진정한 음악을 연주할수 있는건 순전히 연주자의 실력에 달린거고요... 저렇듯....”
스크린을 보는 미란의 동공이 어느덧 천천히 젖기 시작했다. 그건 놈의 연주를 그리워하는 미란의 단상인 듯 했다.
:하...하아...하아악.....아...아아아아...하악...!!“
어느새 스크린은 격동으로 휘감겨 있었다.
여진히 느긋한 놈의손...
그러나 정신없이 튀는 아내의 나신...
그건 놈과의 게임에서 일방적으로 몰리는 아내의 수세를 의미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과연 진석이의 표현대로 고집스런 분이세네요...저정도면 몸을 열어줄만 한데....”
뜬금없는 미란의 말이 들려왔다.
---무슨....?
그러나 금새 난 미란의 말뜻을 알수 있었다.
스크린을 가득채운 전장...
그 전장의 한가운데 알몸으로 싸우는 아내...
분명 일방적인 수세임이 분명한데도...
그런데도....
(4)
“하아...하...아아아...아....하악...아....”
어느새 놈의 손길은 아내의 상반신을 지나 하반신을 연주하고 있었다.
종아리와 허벅지를 바쁘게 스쳐가는 놈의 손...
또한 그 손가락이 각기 아내의 피부를 눌러가고 있다.
그럴때마다 아내의 알몸은 정신없이 튀고 있었고...고개는 부러질 듯 젖혀져 가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아아...아내는 여전히 투항할 생각이 없다. 마지막까지 의지를 다해 항거하고 있다.
그 증거로....아내는...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오직 남편이 내게만 허락된 그곳....
그 소중한 성이 숨겨진 양허벅지를 굳게 다물고 있는 것이었다.
놈의 손길을 아내의 허벅지를 공략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크린에 분명히 보이는건...아내의 허벅지에 몽그러져 있는 근육....
그렇다...비록 전신의 모든 곳은 놈의 공격에 함몰되었어도...
그 반동으로 아내의 보지를 수성하고 있는 수위병은 오히려 결사항전의 의지를 더하고 있는 것이었다.
과연...아내였다.
그런데...나의 뿌듯(?)함은 잠시 뿐이었다.
잠시의 소강상태후...
아내의 항거가 만만치 않음을 깨닳은 놈이 기어이 최후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건....
혀였다.
(5)
“정말 대단한 분이시네요. 우리 그이의 밑천을 다 꺼내들게 하시다니...”
마린의 감탄 섞인 말따윈 이미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모든 정신은 갑자기 반전되어 휘청이는 스크린에 몰입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크린속엔 이미 놈의 손가락따윈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건....
아내의 종아리를 스쳐 굳게 닫힌 허벅지까지 천천히 이동하는 놈의 시뻘건 혀뿐...!
“손가락이 훌륭한 연주도구이긴 하지만 일반적이죠. 아무리 부드럽게 놀려도 작은 껄끄러움은 남기 마련이거든요. 건조하기도 하고...그에 비하여 혀는....손가락이 총알이라면 혀는 대포에요. ”
미란이 설명은 이미 사족에 불과했다.
스크린의 변화는 이미 그 설명을 마쳤으니까.
놈의 혀가 움직이는 순간 스크린의 활동이 급격히 변해갔다.
정신없이 튀던 아내의 몸은 마치 죽은 듯 가라앉아 있다.
대신 얼굴이....
지금껏 쾌락에 겨워 흔들리던 아내의 표정은 쾌락대신 오히려 고통에 휩싸인 듯 했다.
온통 찡그리며 굳게 감겨진 눈....
악문 입술....
미세하게 바들거리는 눈매...
그건 분명 죽을듯한 고통을 이악물고 참아내는 표정이었다.
난 잠시 혼돈에 빠졌다.
그러나....그땐 몰랐다.
당시의 아내는...영혼끝까지 휘감겨오는 쾌락의 유혹에 마지막 의지의 한올까지 꺼내 항거하고 있었음을....
또한...그 항거는..항거라기보단 이미 초라한 몸사위에 불과했음을...
그 증거로...
놈의 혀가 천천히 아내의 허벅지 안쪽을 쓸어가는 순간...
그토록 굳게 닫혀 있던 아내의 양허벅지가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건 농성의 끝을 뜻함과 동시에 입성의 허락을 뜻하는 항복의 표시였다.
그리고...놈의 혀가 좀더 오르자...
아내의 양 허벅지는 마치 댐이 무너지듯 크게 열리고...
기어이 작살맞은 개구리처럼 활짝 벌어져 버리고 말았다.
게임은 끝났다.
놈은 혀는 아내의 허벅지 안쪽에 머물고 있었고...
어느새 수위병을 잃어버린 아내의 소중한 보지는 놈의 입성을 애타게 기다리며 활짝 벌어져 있었다.
그리고 벌어진 보지에서 정신없이 토해내고 있는 허연 애액....
그 엉청난 양은 이미 오래전부터 항복을 준비해온 성주의 의지를 대변하고 있었다.
그렇다.
지금 놈의 눈 바로 5센티 앞...
그러니까 아내의 소중한 그곳 클리스토리의 가는 주름조차 샅샅히 보이는 바로 그 위치에...
아내의 보지는 일식집 선반위에 맛있게 올려진 석화조개가 되어 놓여 있었다.
놈은 승리했다. 놈은 승리자며 지배자다.
겨우 5센티...손가락 한마디의 길이만 혓바닥을 움직여도...
놈은 아내가 내민 항복공물을 맛볼수 있다.
그 허연 애액을....
난 온몸을 휘감는 전율에 떨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휘날래의 정열에 영혼의 아늑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놈의 다음 행동은 정말 뜻밖이었다.
(6)
정적....
아내의 떨림도....신음성도 멈췄다.
다만 보이는건....
눈의 시선 바로 앞에 활짝 벌려진 아내의 허벅지...
그리고 무표정하게 아내의 항복한 보지를 보고만 있는 놈의 잔혹하리만치 투명한 눈.
바로 성문 코앞에 멈춰 있는 놈의 혀....
그런데....
(7)
난 분명 기대했었다. 아니 예측했었다.
놈의 벌건 혓바닥이 그만큼 벌건 아내의 보지로 침범하여....
아내가 토한 애액을 축배삼아 마음껏 들이킬거란 걸...
그런데 놈의 다음 행동은 전혀 뜻밖이었다.
잠시 아내의 보지를 직시하던 놈은 천천히 그 잔인한 무기인 혀를 거두며 몸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리곤 보지를 잔뜩 벌린채 죽은 듯 누워 있는 아내를 천천히 훑으며 말문을 열었다.
“원하던 진실을 들었습니다. 아마 부인께서도 저와 함께 들었으리라 믿습니다.”
아내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다만 죽은 듯 눈을 감고 있을뿐.
“이미 느끼시겠지만...십여분전부터 부인의 몸은 자유로웠습니다. 제가 드린 자극으로 체내에 남아 있던 마취제의 약효가 사라졌으니까요. 그 증거로 이렇듯 자의로 성문을 활짝 열고 계시지 않습니까....”
순간 아내의 몸이 움찔함을 느꼈다.
그러나 아무 미동도 없다. 심지어는 눈조차도 뜨려하지 않는다.
“느끼고 계실 겁니다. 제 목소리가 한마디씩 더해질때마다...온몸을 태울 듯 휘감았던 쾌락이 천천히 밀려 사라짐을...그리고 대신...얼어붙을듯한 한기와...한기만큼의 아쉬움이 채워짐을...”
놈의 말이 맞다면...아내의 몸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방되었다. 그렇다면...마지막에 보였던 그 반응은....그 항복은...아내의 자의였던 것이다.
“전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왼쪽 문을 여시면 욕실이 있을 겁니다. 옷도 준비되어 있으며 목욕후 착의하세요. 그리고 우린 남은 대화를 마저하기로 하죠.”
말을 마치고 놈은 천천히 몸을 돌려 스크린 밖으로 사라졌다.
스크린에 남은건 오직 아내뿐.
그런데...아내는 미동조차 않는다.
더구나 이미 극한의 수치로 변한 자세를 추스르려 하지 않는다.
기어이 그렇게...
스크린엔 양 허벅지를 잔뜩 벌린채 이미 매말라버린 애액으로 더럽혀진 보지를 온통 드러낸 아내만이 남게 되었다.
그리곤....
스크린이 꺼졌다.
(8)
모니터실엔 검게 변한 스크린만 남아 있었다.
어느새 놈의 아내...미란조차 사라지고 없다.
다만 텅빈 모니터실에 나혼자 홀린 듯 멍하니 검은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실 그때의 내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정리되지 않는 상황과...물밀 듯이 덥쳐오다 갑자기 사라져버린 쾌락의 잔재에
머릿속이 텅 비어버렸으니...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팟....! 갑자기 검던 스크린이 다시금 환하게 켜졌다.
동시에 멍하던 내 영혼도 급격히 제의식을 찾았다.
그런데 스크린에 보이는건....
하얀 방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대형 유조선의 갑판이었다.
그렇다 여짓껏 알수 없었던 이 비밀의 공간은...
바로 대형유조선의 내부였던 것이다.
후일 알게된 사실이지만..
놈..조일훈은 어마어마한 갑부였던 것이다.
유조선 갑판위엔 헬기가 한대 놓여 있었고...
헬기 앞엔 어느새 정장차림의 아내와 여전히 검은 슈트의 놈이 서 있었다.
그리고 모니터실의 스피커를 통해 아내에게 던지는 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인께서 부군을 사랑하신다는건 잘 압니다. 부군께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 선택하셔야 합니다. 이미 격으셨겠지만 부군의 성개념은 일반인과 다름니다. 또한 그런 개념이 반드시 틀렸다고 생각할순 없습니다. 부부에 있어 사랑은 서로의 존재가치를 소중히 여김이 전부입니다. 거기에 섹스를 귀속시켜 쾌락을 희생하는건 어쩌면 극대한 손실일수도 있습니다. ”
놈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러나 아내는 듣는 듯 듣지 않는 듯 다만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옆모습으로 보이는 아내의 눈은 어쩐지 허탈함으로 가득차 있는 듯 했다.
“전 부인의 선택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분명한건...섹스는 놀이입니다. 또한 부군은 그 놀이를 즐기려 하십니다. 만일 부인께서 동참하지 않으신다면...아마도 부군과 부인은 결국 결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충분히 생각하시고 선택하십시오. 그리고 이건 제 작은 선물입니다.”
놈은 포켓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아내에게 건냈다.
순간 아내의 눈엔 스치듯 의아함이 일렁였다.
“오늘의 작은 경험으론 진정한 쾌락의 진의를 파악하기 어려우실 겁니다. 그러니 충분히 격은후 선택하셔야 합니다. 부군과 동참하든...아니면 결별하든.... ”
아내는 상자를 열어본다. 그안엔 작은 열쇠가 하나 담겨 있었다. 그건 호텔룸의 키였다.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703호입니다. 만일 선택에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사흘후 오후 8시
그 키를 사용하십시오. 만일 그날...그 방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저와 부인은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겁니다. 아울러 부군과도....“
스크린 속으로 아내를 태운 헬기가 하늘을 가로질러 먼바다를 향해 날아갔다.
놈은 유조선의 갑판에서 청푸른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내를 배웅하고 있었고...
나는 컴컴한 모니터실의 구석에서 이미 꺼져가는 스크린을 통해 아내를 보내고 있었다.
아아...그러나 그땐 정말 몰랐다.
그것이 아내의 마지막 모습의 배웅이었던 것을....
그토록 우아하고 단아했던 아내의...
그 정갈한 모습의 마지막이었던 것을....
그리고 사흘 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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