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으이차"



마지막 물건상자를 내려놓으며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세어나왔다





1년 가까이 해온 편의점 알바는 이제 몸에 익을대로 익어있는 상태였지만



무더운 날씨에 짐을 옮기는 것은 아무리 힘쎈 정태라 하더라도 고역이 아닐수 없었다





재작년 교통사고로 부모를 여읜 정태는 산동네 끝자락에 방을 얻어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나라에서 보조금이 나오긴 했지만 살인적인 물가에 비하면 없다시피 한 돈이었고



학생신분이라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들었다





편의점 일은 물건입고시킬때 빼면 그다지 힘든일도 없었고



192cm의 키에 135kg의 거구인 정태에겐 무더운 날씨만 아니라면 힘들게 느껴지지도 않았고



한가한 시간에는 공부도 할수 있어서 계속하다보니 어느새 거의 일년째 해오고 있는 정태였다



가끔씩 술취한 손님들이 소란을 피우긴 하지만 위압적인 체구의 정태앞에서



제대로 진상을 피울 간큰 손님은 흔하지 않았다





"동율이형, 창고정리 다 끝났는데 전 이만 가볼게요"



"어 그래 수고했다. 하여튼 우리 착한 정태덕분에 내가 편하다니까. 고마워"



"아니에요. 막내인 제가 해야죠"



군에서 막 제대하고 심야시간에 알바를 하는 동율이 형에게 인사를 하며 편의점을 나섰다





내일은 토요일이라 학교도 안가니 실컷 잘 수 있다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이 찌는듯한 무더위만 아니라면 오늘밤은 정말이지 완벽하게 기분좋은 금요일밤이었을텐데....



정태의 주머니사정으로 에어컨 따윈 꿈도 꿀 수 없는 사정이었고



집에 가봤자 덜덜거리는 구형선풍기가 열대야의 열기를 식혀줄 유일한 물건이었다





정태는 늘 다니던 길을 지나 뒷산길로 들어섰다



산동네 꼭대기에 위치한 정태의 집은 이 뒷산 언덕에서 다시 조금만 내려가면 되었고



좀 돌아가는 길이긴 했지만 한여름의 뜨거워진 바닥에 비해



산길은 그나마 시원했기 때문에 한여름의 열대야엔 가끔씩 애용하는 길이었다





하지만 정태는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오늘의 이 산행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되리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