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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2:27 997회 0건
긴 새벽22.





“야. 고속도로 진입하기 전에 잠깐 차 좀 세워라.”



“왜.”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서.”



“아까 오줌 쌌잖아?”



“물을 많이 마셨나. 갑자기 또 오줌이 마렵네.”



창우가 룸미러로 성렬을 쳐다봤다. 그리곤 이미 잠들어 버린 정우의 얼굴을 한 번 봤다가, 알았다고만 얘기했다. 어딘가 지친 기색이 역력한 은비는 슬쩍 고개를 돌려 성렬을 쏘아보고 있었다.



조금씩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고 있었다. 봉고차가 어딘가에 정차했을 때, 정우가 눈을 비비며 시간을 확인했다.



‘빌어먹을. 깜박하고 졸았네.’



창우가 정우에게 아직 서울이 아니라고 말했다. 정우는 창우의 말을 받지 않고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그리곤 간간히 오고가는 자동차들을 훔쳐보며 그제야 겨우 안심하기 시작했다.



“잠이 와?”



눈을 비비고 있는 정우의 곁에 은비가 다가와 말했다. 그 톡 쏘는 말투가 거슬려 정우가 슬쩍 인상을 썼다. 은비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정우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가그린 있지?”



“무슨 가그린.”



“맨날 가지고 다니는 거, 작은 통에 담긴거.”



“없어. 차에 두고 왔지.”



“하여튼 도움이 안 돼요.”



“야. 신경 거슬리게 하지 마라.”



처음 보는 정우의 태도에 은비가 잠시 머뭇거렸다.

은비는 말없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디에 가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정우는 끝내 입을 다물어 버렸다. 오직 성렬만이 입맛을 다시며 정우 몰래 은비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싸우지들 말아유.”



창우가 정우에게 담배를 권하며 말했다. 당연히 그가 권하는 담배를 받아들 이유가 없었지만, 정우는 결국 그 담배를 건네받았다. 잠깐 졸았다가 깨서 그런지 몰라도, 차를 타고 달려오며 느꼈던 막연한 긴장감이 눈 녹듯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 반 넘게 왔슈.”



“네.”



“한 두 시간 정도 가면 서울이유.”



“감사합니다.”



빠르게 타들어가는 담배를 뒤로하며 정우는 의미 없는 인사치레를 건넸다. 오고 가는 자동차를 바라보며 정우의 머릿속이 혼란스럽게 뒤엉켜 갔다.



“저기.”

“응?”

“둘이 있을 때는, 그냥 편하게 말 놓는게.”



정우는 자신을 쳐다보는 창우의 눈빛 때문에 그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암묵적인 협박. 용인할 수 없는 사람의 속내. 창우는 말없이 정우를 쳐다봤다. 안 된다는 말보다, 그것은 더욱 저릿한 공포를 정우에게 전해주었다.

오늘 처음 봤다. 창우가 웃는 얼굴을.



“그럼, 계속 신세 좀 지겠습니다. 끝까지 다들 최선을 다해주세요.”



“최선이랄것도 없슈. 나도 심심하지 않아 좋지 뭐.”



창우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정우는 그런 창우를 경계하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자동차에서 내려 창우의 눈치를 보며 어딘가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23.







은비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계속해서 걸어갔다. 그리고 적당한 곳으로 들어가 멈춰 섰다. 요의가 밀려오기도 했지만, 아까 성렬이 자신의 은밀한 부분을 너무나 강하게 매만졌기에 아직도 그 부분이 얼얼해 죽을 지경이었다. 은비는 슬쩍 주변을 살폈다. 그리곤 핫팬츠 자락을 슬쩍 벗어 내린 뒤 슬쩍 자신의 그 부분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참을 수 없는 요의가 몰려오자, 은비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야. 폭포수가 따로 없네.”



은비는 자신의 뒤편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슬쩍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바로 뒤에 서 있는 성렬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도 은비는 자세를 고치지 않았다.



‘이것 봐라?’



성렬은 다시 까딱 거리는 자신의 물건을 바깥으로 꺼내어 냈다. 그러면서도 거친 오줌 줄기를 토해내는 은비의 모습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리곤 바지춤에서 두 개 중 하나의 콘돔을 끄집어냈다.



“여기 있다. 휴지.”



하얀 엉덩이를 내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은비에게 성렬이 휴지 뭉텅이를 건넸다. 은비는 잠깐 인상을 쓰다가 그것을 받아들어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은밀한 부분으로 가져다 댔다.



“이제 부끄러움 같은 건 전혀 느끼지도 않는 거냐? 뭐 그 태도가 꼴리긴 한다만. 자, 후딱 하고 가자. 여기 있다. 콘돔.”



모든 과정이 간소화되어 있었다. 남자가 섹스를 원하고 갈구하면, 여자는 군말 없이 그것을 받아든다. 은비는 손에 들린 휴지를 바닥에 내팽겨 쳤다.



“그나저나 남자친구랑은 왜 그렇게 싸우냐? 사이좋게 지내야지.”



“시끄러.”



성렬의 눈가에 가느다란 실주름 몇 개가 빠르게 새기어져 갔다. 아직 뿜어내고 싶은 욕구가 얼마만큼이나 더 존재하지만, 그런 욕구를 점층적으로 해갈하고 났더니, 은비의 그런 태도에는 조금씩 화가 난다.



“살아도 내가 너보다 몇 년을 더 살았어. 적당히 해 둬.”



“같잖은 설교 떠는 거야?”



“이런 썅 진짜.”



성렬은 은비를 바닥에 눕혔다. 흙의 까끌거리는 느낌이 전해져도,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냉랭한 은비의 태도에 화가 나면서도 욕구가 차오르는 자신의 눈이 차츰 옅게 떠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친절하게 콘돔까지 사서 사용해 주려고 했는데 말이다, 그냥 썼다 쳐야겠다. 너 하는 꼬라지를 보니 그냥 쑤셔줘야 직성이 풀리겠어.”



“맘대로 해, 병신아.”



은비는 가만히 하늘만 바라봤다. 자신을 혼자 외딴 곳에 내버려 두고 간 정우에 대한 불만과, 벌써 몇 번이고 자신의 몸을 허락한 성렬에 대한 생각이 한데 버무려져 말 못할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성렬은 거칠게 은비의 핫팬츠를 벗겨냈다. 그리곤 역시나 거친 손가락으로 은비의 촉촉이 젖어있는 그곳을 매만졌다.



“이번엔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네 사정같은거 안 봐줄 거거든.”



“병신”



성렬은 은비의 잠바 자크를 잡아 아래로 내렸다. 하얗게 드러나는 젖가슴을 꽤나 우악스럽게 주무르면서 하얀색의 브레지어를 그대로 벗겨냈다. 그리곤 적당한 온기를 내뱉고 있는 은비의 젖가슴을 한 입 가득 베어 물었다. 그리곤 거의 동시에 자신의 발기한 물건을 그대로 은비의 깊은 곳까지 집어넣었다.



“음.”



성렬의 몸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걸리적거리는 얇은 고무 하나 없이, 살과 살이 직접 마주치는 그 기분은 역시 최고였다. 성렬은 은비의 가슴에서 입을 때어내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무엇인가가 쏟아질 것 같은 물건의 감촉을 느끼며 수컷의 역할에 집중해 나갔다.



“으음..”



은비의 지속적인 신음소리가 성렬의 두 귓가를 간지럽혔다. 흐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웃고 있는 것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음소리가 은비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그제야 성렬은 고개를 들어 눈을 감은 채 자신의 목덜미를 부여잡고 있는 은비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성렬은 나지막하게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스톤 운동을 멈출 수 없던 성렬의 물건을 타고 요의와도 같은 강렬한 무언가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나 쌀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애원하면 밖에다 해줄게.”



성렬은 자신답지 않게 약해지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은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까보다 훨씬 커지고 있는 괴성을 내뿜으며 성렬의 머리를 쓰다듬기만 했다. 이쯤 되면 성렬에게 남은 선택은 한 가지였다. 이번엔 빼고 싶지 않았다.



“윽.”



성렬의 거친 피스톤 운동이 계속됐다. 은비는 그제야 자신의 몸 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감촉을 가만히 느끼기 시작했다. 아차 싶다는 생각보다도, 한 번, 두 번. 세 번. 일정한 시간차를 두고 흘러 들어오는 남자의 뜨거운 흔적을 가만히 받아내기만 했다.



“그렇게 쌌는데도, 아직 이만큼이나 나오네.”



귀두를 타고 더 이상의 정액이 흘러나오지 않자, 성률이 은비의 젖무덤에 쓰러지며 속삭이듯 말했다. 발목에 앙상한 핫팬츠를 걸친 채, 성률의 허리에 본능적으로 두 다리를 올려놓은 은비가 그제야 중년 남자의 목덜미에서 자신의 두 손을 빼냈다. 성렬은 은비의 은밀한 곳에 들어간 자신의 물건을 한 번 툭하고 꽂아 넣은 뒤에, 서둘러 빼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은비가 성렬의 앞에서 가만히 쪼그려 앉았다. 머리를 쓸어 올리며 가만히 자신의 몸 어딘가에 힘을 주었을 때, 성렬이 분출해 놓은 남자의 씨앗들이 천천히 자신의 은밀한 곳을 타고 흘러 나왔다. 성렬은 말없이 그것을 지켜봤다. 은비는 그런 성렬을 애써 무시하며 자신이 아까 바닥에 떨구어 냈던 하얀색 휴지 뭉텅이를 잡아들어 끝없이 흘러 나오는 성렬의 흔적들을 닦고 또 닦아냈다.



“집이나, 다른 곳이었으면 조금 오래 했을 텐데. 그래도 아까 하는 꼴 보니, 꽤 흥분하는 것 같던데, 질질 싸면서.”



생각보다 빨리 끝난 섹스의 여운을 느끼며 성렬이 말했다. 당연하게도 은비의 두 귀에는 그런 말이 들어오질 않았다. 성렬이 바지를 올려 입지도 않고 은비의 엉덩이를 주무를 때에도, 은비는 묵묵히 성렬의 흔적들을 지워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24.







“라디오 들어유. 금방 오겄지.”



창문밖을 응시하고 있는 정우에게 창우가 말했다. 그리곤 아까처럼 라디오 스위치를 켰다. 정우는 가만히 창문만 쳐다보고 있었다. 새벽 여섯시면 흘러나오는 어느 앵커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 경찰 관계자는 도주 중인 충주 금은방 강도 2인조가 오늘 새벽 범행 지역인 충주를 완전히 이탈한 것으로 보고........”



정우의 등을 타고 참아 왔던 땀줄기 하나가 흘러 내렸다. 창우는 말없이 라디오를 쳐다보고 있었고, 정우는 일부러 시선을 돌렸다.



“하아. 나쁜 놈들이네. 할 짓이 없어 강도짓이나 하고. 안그래유?”



“네.”



“봉고차까지 훔쳐서 여기저기 달아나는 꼴이라니, 한심하쥬?”



“네.”



"역시 이런놈들은 신고해서 죽여야 겠지유?"



"네. 네?"



대화가 갑자기 단절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정우가 슬쩍 고개를 들어 창우를 쳐다봤다. 이제껏 본 적 없는 표정의 얼굴. 창우가 슬쩍 웃으며 정우에게 말했다.



“뉴스에 집중을 안했나 봐유? 봉고차 얘기는 없었는디.”



정우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창우의 그것과 가볍게 마주쳤을 때, 정우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기 이름도 모르구, 쓸데없이 겁은 또 많구. 솔직히 다 짜증난다. 지금은.”



"무슨 말을 하고..."



"사람이라는게, 참 이상해유. 순식간에 휙휙하고 마음이 바뀌곤 하거든. 음. 이해해유."



"뭘...?"



창우가 라디오 볼륨을 줄이며 말했다. 정우는 천천히 자동차 문고리에 손을 가져다 얹었다. 하지만 창우가 미리 손에 쥐고 있던 발밑의 망치를 손에 든 채, 정우의 옆구리 살을 가격했다. 정우가 비틀거리며 문고리를 잡아 열었지만, 자신의 머리에서 쏟아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음.. 너.. 지금..."



“이해해유. 것보다 나는 거짓말하는 사람이 참 싫어.”



창우는 다시 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정확하게 정우의 머리를 다시 한 번 내리쳤다. 세상이 어두워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억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24.







은비와 성렬이 나란히 걸어 돌아온 건, 얼마 후였다. 성렬은 창우를 훔쳐보면서도 보조석에 널부러져 있는 정우를 유심히 지켜봤다. 창우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려다 말고, 성렬과 은비를 보며 소리쳤다.



“피곤한가, 방금 전에 잠들었어.”



창우는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다 머리를 긁적이며 바지 주머니에 그것을 도로 집어넣었다. 일생을 하고 싶은 대로, 충동적으로 살아온 몸이다. 그래도 쓰러져 있는 정우를 보면서 자꾸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수가 없었다.



은비는 정우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다만 성렬만은 창우와 가벼운 눈빛을 교환하며 빠르게 상황을 파악해 나갔다. 해는 떠오르고 점점 어둠이 걷혀갔다. 성렬은 입맛을 다시며 은비의 옆으로 바짝 다가가 앉았다. 창우는 슬쩍 웃다가 서둘러 시동을 걸었다. 서울까지는 아직도 적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8부 end. 9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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