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otten Battle, 러시아 하늘의 조선인한숨 못 잤지만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니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 아버지가 뜨거운 욕조에 들어가서 연신 시원하다고 말씀하신 것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아버지… 아버지는 부채에
청풍은 소슬하나 나에게 불어오지 않고,
명월은 어찌하여 사람을 비추지 아니한가?
라는 14구의 시구를 써두시고 늘 되뇌곤 하셨는데 내가 그 뜻을 물으면 그냥 웃으셨을 뿐이다. 늘 쓰시던 양모 붓에는 磨而不(마이불린)이라는 논어(論語) 양화편(陽貨篇)에 나오는 문구가 있다. 이것은 안다. “단단한 것은 아무리 갈아도 얇게 갈리지 않는다”란 뜻인데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은 어떠한 외압이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는 말이다. “꺽이는 한이 있어도 굽히진 않는다...”라는 조선 선비의 기개를 잘 표현한 말로 서생들이 금과옥조로 쓰는 말이다.
아버지의 부채와 붓을 본 인한이형은 한참 내려다만 보았다. 그리곤,
“너희 아버지께서 왜 나를 지켰는지 이제 알겠다.”
“왜지요?”
“부채와 붓에 그 의지가 나와 있지 않느냐?”
“네?”
“하긴 네가 여유량을 알리가 없지… 조선이 망하고 누구도 말하지 못하던 청국사람이니..”
“어떤 사람인데요?”
“그 시의 뜻은 이렇다. 거기서 청풍은 만청을 의미하고, 명월은 망해버린 명나라를 의미한다. 나라 잃은 설움을 돌려 말하는 시구지… 여유량이란 사람은 명말청초의 사람으로 반청복명 운동의 정신적 지주였던 사람이다. 춘부장께서 날 지킨 것은 당연하지…”
그러곤 인한이형은 소월이란 여자와 방에 들어갔고 나는 소월이란 여자의 몸종이 목욕수발을 들어주고 있다. 누이가 많았던 나는 사실 여자 앞에 몸 보이는 것이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내외가 분명했던 우리집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였지만 누이와 남동생끼리 별별 일이 없을까? 막내 누이 목욕할 때 허연 엉덩이 구경하러 부엌 난간 잡은 것이 어디 한 두번이요. 나가서 놀다가 더러워져 들어오면 아버지 몰래 누이가 씻어준 것이 어디 한 두번일까? 싸움이라도 하고 들어온 날이면 아버지 몰래 막내누이가 씻겨주고 어머니 몰래 넷째 누이가 옷을 고쳐준 것은 당연지사요 셋째누이 방에 숨어 옷을 갈아입은 적도 꽤 되었다. 물론 큰일은 없었지만 누이들 앞에 몸 내놓은 것이 적지 않으니 부끄러울 것도 없다. 도리어 찬바닥에서 마른 이불 덮고 있는 내 처참하게 죽은 누이들이 불쌍할 뿐이지…
“우네… 너 누나한테 몸 보이는 것이 부끄럽구나…?”
“아니오 누이 생각이 나서 울었소.”
“행색이 거지꼴인데 꼴에 반가의 말을 쓰는 구나”
“옷차림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있겠소?”
“애 봐라 하긴 네 고추는 나이 치고 제법 실하구나 누나가 확 따먹을까보다”
“따먹어보소 나도 가끔 맛보는 데 맛이 제법 괜찮소.”
“하하하… 난 영계엔 관심없어 등 대라 어여 밀고 조반이나 챙겨 먹으러 들어가자”
막내누이는 내 등을 밀면서 늘 등판을 때렸고 막냇누이가 씻겨준 다음에 둘째 누이가 행랑어멈 몰래 아버지 찬을 내와 밥을 내주곤 했었는데… 특히 둘째 누이는 자반구이를 잘했었다. 최영감네서 행랑어멈이 받아온 자반을 조선간장에 살짝 데쳐서 가마솥 뚜껑에 올린 다음 다른 가마솥 뚜껑을 닫아 구어내는 자반구이는 정말 그만이였는데..
“그만 울어라 다 씻었다 누나가 잽싸게 밥 한그릇 차려줄 테니 안채 옆방에 들어가서 쉬고 있으렴…”
둘째누이 또래로 보이는 몸종은 우악스럽게 날 씻기더니 수건으로 대충 닦아주고 나를 안채로 데려다 주었다. 씻고나니 몸은 편한데 누이들 생각으로 앞은 막막해졌다. 조반이 들어오기 전에 살포시 잠이 들어버렸다.
“헉 헉 헉”
“으음….”
“질퍽질퍽질퍽”
“깊이 넣어주세요..”
“헉헉 자네는 나이를 꺼꾸로 먹는 게로구나 어떻게 자네의 옥문은 점점 탄력을 얻어가는가?
“구멍에 거미줄 치고 사는데 줄어들 수 밖에요. 자주 오시면 기름칠을 하니 더 조일 것입니다.”
“에끼 이 사람아”
“누우세요”
“뽀직뽀직뽀직”
“휴….”
“제가 닦아드리겠습니다.”
“쪽쪽쪽쪽쪽”
“수건으로 닦게 간지럽구먼”
“가만히 계셔요”
…
“저 아이는 누구입니까? 정말 자제이신지요?”
“아니… 내 빚이라네?”
“필요한 돈 외에는 쓰지시 않으시는 분이 무슨 빚이오이까?”
“목숨 빚을 졌지…”
“네?”
“일전 자네에게 들르고 자네가 겨우내 모은 군자금을 들고 의주로 가는 길이였네. 마침 기차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동리에 들러 탁주나 한 모금 하려 했는데 왜경들이 들이닥치지 뭔가? 내 수염을 길러 알아보기 힘들었을 터 평소 출세에 눈이 먼 조선 출신 왜경의 눈을 속이지 못한 듯 하이”
“그래서요?”
“어째했겠는가? 일단 도망가고 볼 수 밖에 달아나는데 총을 쏘고 구석으로 몰아 붙여댔지… 그 가죽옷을 입은 조선출신의 왜경놈이 역시 맵긴 매웠어”
“이 찰과상은 그 때 생기신 것이오이까?”
“그러하네 달아나다가 돌뿌리에 걸려 깊이 베었지… 그냥 찰과상일 뿐이야… 여튼 달아나다보니 막다른 집 앞까지 몰렸네… 이불한채 얻어서 총질하다 죽을 생각이였는데…”
“죽기는요 군자금을 전달하시고 제 품으로 다시 오셔야지요.”
“담을 넘으니 왠 선비 한분이 나를 기다리고 계셨네”
…
“총을 내게 주시오.”
“저는 항복할 수 없는 몸입니다.”
“총을 내게 내주시고 저기 뒤에 광으로 가시오. 광에 별실을 만들어 두었다오 어서 가서 숨으시오.”
달려간 인한은 바닥에서 판자를 보았고 그 때 총소리가 울렸다. 다급히 별실로 들어가니 생각외로 넓었고 먹을 것과 구급약이 있었다. 간신히 긁힌 살을 묶으니 왠 아이가 하나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다급해지는 상황에 애를 앉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이에겐 자신을 지키라는 말 외엔 할 것이 없었고 가솔이 몰살당하는 상황에서 정신을 잃은 척 한 것은 두렵고 또 아이를 볼 낯이 없었기 때문이다.
…
“그리하여 여기까지 흘러온 것이네…”
“그래도 목숨을 지켰고 군자금을 잃지 않았잖습니까?”
“군자금도 중하고 내가 아는 정보도 중하지만 저 아이의 가솔의 생명도 중한 것이네… 총을 주지 말았어야 했어… 총을 주고서도 다시 달려나갔어야 했고 저 아이의 어미가 죽기전에라도 아니 저 아이의 누이들이 욕을 보기 전에라도 달려나갔어야 했는데… 두려웠네…”
“무엇이 두려웠오이까?”
“붙잡혀 들어가 고문 끝에 불구가 되어 나온 동지들이 생각났네… 칠가살(七可殺)이라 하여 우리가 숱하게 쏘아죽이고 쳐죽인 왜놈과 매국노, 적탐(밀정), 토호열신(土豪劣紳)들의 얼굴이 떠올랐네 그토록 살고 싶어하는 죽기 싫어하는 그네들이나 나나 다를 것이 없었다네…”
“죽음과 고문을 겁내지 않는 자 누가 있겠습니까?”
“그냥 죽을 수도 있었는데… 죽지 못해 부끄럽다네… 그리고 이젠 죽을 수도 없고…”
“왜 죽을 수도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저 아이의 아비는 비록 야인이였으나 나라를 잃은 것을 통분해 마지 않는 선비였고 가솔을 버려 날 살렸다네… 磨而不(마이불린)이라... 내 어떻게 죽을 수가 있는가? 저 아이를 잘 키워야지…”
“나으리는 저도 살려내었습니다. 저 어린 아이 하나 못살리겠습니까?
“자네는 사리를 아는 사람이 아닌가?”
“토호에 속아 팔렸던 몸이 아니오이까? 그 팔린 몸을 굴려서 약간의 돈을 모으고 다시 토호역신에게 팔려온 아이들을 또 팔아 치부를 하던 잡것이였습니다. 나이리를 만나고, 조선 인민이 살아나가야 할 길을 알고 이 한몸의 장사가 아니라 나라장사를 하게 된 것만 해도 어디오이까?”
“저 아이는 너무 어리네… 자네는 그래도 스물이 넘지 않았는가?”
“더 어린 아이들도 토호들에게 팔리고 왜놈들에게 짓밟히고 타향말리에서 노비보다 못하게 살고 있습니다. 저 아이에게 좋은 공부를 시키고 더 좋은 길에 나서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닐세…”
“담배나 한대 태시지요…”
“그나저나 이리 함 와보게나 자네 몸을 보니 내 견딜 수가 없구먼…”
“아악 살살 해주시와요.”
To Be Continued…
덧말>>
새해입니다. 모든 일이 잘되시길 기원합니다.
Happy New Year. Everything goes Ok ^^
아버지… 아버지는 부채에
청풍은 소슬하나 나에게 불어오지 않고,
명월은 어찌하여 사람을 비추지 아니한가?
라는 14구의 시구를 써두시고 늘 되뇌곤 하셨는데 내가 그 뜻을 물으면 그냥 웃으셨을 뿐이다. 늘 쓰시던 양모 붓에는 磨而不(마이불린)이라는 논어(論語) 양화편(陽貨篇)에 나오는 문구가 있다. 이것은 안다. “단단한 것은 아무리 갈아도 얇게 갈리지 않는다”란 뜻인데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은 어떠한 외압이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는 말이다. “꺽이는 한이 있어도 굽히진 않는다...”라는 조선 선비의 기개를 잘 표현한 말로 서생들이 금과옥조로 쓰는 말이다.
아버지의 부채와 붓을 본 인한이형은 한참 내려다만 보았다. 그리곤,
“너희 아버지께서 왜 나를 지켰는지 이제 알겠다.”
“왜지요?”
“부채와 붓에 그 의지가 나와 있지 않느냐?”
“네?”
“하긴 네가 여유량을 알리가 없지… 조선이 망하고 누구도 말하지 못하던 청국사람이니..”
“어떤 사람인데요?”
“그 시의 뜻은 이렇다. 거기서 청풍은 만청을 의미하고, 명월은 망해버린 명나라를 의미한다. 나라 잃은 설움을 돌려 말하는 시구지… 여유량이란 사람은 명말청초의 사람으로 반청복명 운동의 정신적 지주였던 사람이다. 춘부장께서 날 지킨 것은 당연하지…”
그러곤 인한이형은 소월이란 여자와 방에 들어갔고 나는 소월이란 여자의 몸종이 목욕수발을 들어주고 있다. 누이가 많았던 나는 사실 여자 앞에 몸 보이는 것이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내외가 분명했던 우리집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였지만 누이와 남동생끼리 별별 일이 없을까? 막내 누이 목욕할 때 허연 엉덩이 구경하러 부엌 난간 잡은 것이 어디 한 두번이요. 나가서 놀다가 더러워져 들어오면 아버지 몰래 누이가 씻어준 것이 어디 한 두번일까? 싸움이라도 하고 들어온 날이면 아버지 몰래 막내누이가 씻겨주고 어머니 몰래 넷째 누이가 옷을 고쳐준 것은 당연지사요 셋째누이 방에 숨어 옷을 갈아입은 적도 꽤 되었다. 물론 큰일은 없었지만 누이들 앞에 몸 내놓은 것이 적지 않으니 부끄러울 것도 없다. 도리어 찬바닥에서 마른 이불 덮고 있는 내 처참하게 죽은 누이들이 불쌍할 뿐이지…
“우네… 너 누나한테 몸 보이는 것이 부끄럽구나…?”
“아니오 누이 생각이 나서 울었소.”
“행색이 거지꼴인데 꼴에 반가의 말을 쓰는 구나”
“옷차림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있겠소?”
“애 봐라 하긴 네 고추는 나이 치고 제법 실하구나 누나가 확 따먹을까보다”
“따먹어보소 나도 가끔 맛보는 데 맛이 제법 괜찮소.”
“하하하… 난 영계엔 관심없어 등 대라 어여 밀고 조반이나 챙겨 먹으러 들어가자”
막내누이는 내 등을 밀면서 늘 등판을 때렸고 막냇누이가 씻겨준 다음에 둘째 누이가 행랑어멈 몰래 아버지 찬을 내와 밥을 내주곤 했었는데… 특히 둘째 누이는 자반구이를 잘했었다. 최영감네서 행랑어멈이 받아온 자반을 조선간장에 살짝 데쳐서 가마솥 뚜껑에 올린 다음 다른 가마솥 뚜껑을 닫아 구어내는 자반구이는 정말 그만이였는데..
“그만 울어라 다 씻었다 누나가 잽싸게 밥 한그릇 차려줄 테니 안채 옆방에 들어가서 쉬고 있으렴…”
둘째누이 또래로 보이는 몸종은 우악스럽게 날 씻기더니 수건으로 대충 닦아주고 나를 안채로 데려다 주었다. 씻고나니 몸은 편한데 누이들 생각으로 앞은 막막해졌다. 조반이 들어오기 전에 살포시 잠이 들어버렸다.
“헉 헉 헉”
“으음….”
“질퍽질퍽질퍽”
“깊이 넣어주세요..”
“헉헉 자네는 나이를 꺼꾸로 먹는 게로구나 어떻게 자네의 옥문은 점점 탄력을 얻어가는가?
“구멍에 거미줄 치고 사는데 줄어들 수 밖에요. 자주 오시면 기름칠을 하니 더 조일 것입니다.”
“에끼 이 사람아”
“누우세요”
“뽀직뽀직뽀직”
“휴….”
“제가 닦아드리겠습니다.”
“쪽쪽쪽쪽쪽”
“수건으로 닦게 간지럽구먼”
“가만히 계셔요”
…
“저 아이는 누구입니까? 정말 자제이신지요?”
“아니… 내 빚이라네?”
“필요한 돈 외에는 쓰지시 않으시는 분이 무슨 빚이오이까?”
“목숨 빚을 졌지…”
“네?”
“일전 자네에게 들르고 자네가 겨우내 모은 군자금을 들고 의주로 가는 길이였네. 마침 기차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동리에 들러 탁주나 한 모금 하려 했는데 왜경들이 들이닥치지 뭔가? 내 수염을 길러 알아보기 힘들었을 터 평소 출세에 눈이 먼 조선 출신 왜경의 눈을 속이지 못한 듯 하이”
“그래서요?”
“어째했겠는가? 일단 도망가고 볼 수 밖에 달아나는데 총을 쏘고 구석으로 몰아 붙여댔지… 그 가죽옷을 입은 조선출신의 왜경놈이 역시 맵긴 매웠어”
“이 찰과상은 그 때 생기신 것이오이까?”
“그러하네 달아나다가 돌뿌리에 걸려 깊이 베었지… 그냥 찰과상일 뿐이야… 여튼 달아나다보니 막다른 집 앞까지 몰렸네… 이불한채 얻어서 총질하다 죽을 생각이였는데…”
“죽기는요 군자금을 전달하시고 제 품으로 다시 오셔야지요.”
“담을 넘으니 왠 선비 한분이 나를 기다리고 계셨네”
…
“총을 내게 주시오.”
“저는 항복할 수 없는 몸입니다.”
“총을 내게 내주시고 저기 뒤에 광으로 가시오. 광에 별실을 만들어 두었다오 어서 가서 숨으시오.”
달려간 인한은 바닥에서 판자를 보았고 그 때 총소리가 울렸다. 다급히 별실로 들어가니 생각외로 넓었고 먹을 것과 구급약이 있었다. 간신히 긁힌 살을 묶으니 왠 아이가 하나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다급해지는 상황에 애를 앉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이에겐 자신을 지키라는 말 외엔 할 것이 없었고 가솔이 몰살당하는 상황에서 정신을 잃은 척 한 것은 두렵고 또 아이를 볼 낯이 없었기 때문이다.
…
“그리하여 여기까지 흘러온 것이네…”
“그래도 목숨을 지켰고 군자금을 잃지 않았잖습니까?”
“군자금도 중하고 내가 아는 정보도 중하지만 저 아이의 가솔의 생명도 중한 것이네… 총을 주지 말았어야 했어… 총을 주고서도 다시 달려나갔어야 했고 저 아이의 어미가 죽기전에라도 아니 저 아이의 누이들이 욕을 보기 전에라도 달려나갔어야 했는데… 두려웠네…”
“무엇이 두려웠오이까?”
“붙잡혀 들어가 고문 끝에 불구가 되어 나온 동지들이 생각났네… 칠가살(七可殺)이라 하여 우리가 숱하게 쏘아죽이고 쳐죽인 왜놈과 매국노, 적탐(밀정), 토호열신(土豪劣紳)들의 얼굴이 떠올랐네 그토록 살고 싶어하는 죽기 싫어하는 그네들이나 나나 다를 것이 없었다네…”
“죽음과 고문을 겁내지 않는 자 누가 있겠습니까?”
“그냥 죽을 수도 있었는데… 죽지 못해 부끄럽다네… 그리고 이젠 죽을 수도 없고…”
“왜 죽을 수도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저 아이의 아비는 비록 야인이였으나 나라를 잃은 것을 통분해 마지 않는 선비였고 가솔을 버려 날 살렸다네… 磨而不(마이불린)이라... 내 어떻게 죽을 수가 있는가? 저 아이를 잘 키워야지…”
“나으리는 저도 살려내었습니다. 저 어린 아이 하나 못살리겠습니까?
“자네는 사리를 아는 사람이 아닌가?”
“토호에 속아 팔렸던 몸이 아니오이까? 그 팔린 몸을 굴려서 약간의 돈을 모으고 다시 토호역신에게 팔려온 아이들을 또 팔아 치부를 하던 잡것이였습니다. 나이리를 만나고, 조선 인민이 살아나가야 할 길을 알고 이 한몸의 장사가 아니라 나라장사를 하게 된 것만 해도 어디오이까?”
“저 아이는 너무 어리네… 자네는 그래도 스물이 넘지 않았는가?”
“더 어린 아이들도 토호들에게 팔리고 왜놈들에게 짓밟히고 타향말리에서 노비보다 못하게 살고 있습니다. 저 아이에게 좋은 공부를 시키고 더 좋은 길에 나서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닐세…”
“담배나 한대 태시지요…”
“그나저나 이리 함 와보게나 자네 몸을 보니 내 견딜 수가 없구먼…”
“아악 살살 해주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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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입니다. 모든 일이 잘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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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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