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바이러스
박봉구 이춘식 김유석
박봉근 중령(43) / 반일균 / 이태극
송지혜 외
제 14부 제단
실내로 들어서는 순간 묵향 같기도 하고 차향 같기도 한 은근하나 무거운 내음이 먼저 맞아졌다. 연습실로 보이는 실내는 서른 명 정도의 여성이 음을 맞추거나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낮선 인기척에 소리를 멈췄다. 고요한 정적에 어울리는 여인들이다. 옷은 각자 다르게 입었다. 하얀 색도 있고 검은 색도 보이고 회색도 있다. 회색은 머리카락이 없는 걸로 봐 불자로 보였다. 교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지만 성큼성큼 들어선 봉구다. 스테인드글라스의 굴절된 빛이 신비롭게 실내를 채우고 있다.
“놀라지 마세요. 연습 계속 하셔도 됩니다. 전 종교음악을 전공하는 학자며 지휘자인 박 봉구라 합니다. 이렇게 만나서 영광입니다.”
인사를 하면서 이름이 다소 촌스럽단 생각을 했지만 내쳐 말을 이어갔다. 말을 하면서 한 여인 한 여인 눈을 또렷하게 마주봤다. 그 중 가운데 키가 조금 큰 여인에게 다가섰다.
“지금 연습하시는 게 뭐죠? 처음 듣는 곡인데......”
봉구에게 있어 노래는 이런 성가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관심 저 밖의 일이다.
“우리는 약하니 공경하리. 란 한울님을 숭배하는 예찬곡입니다. 새로 작곡된 노래라 많은 연습이 필요하거든요.”
키가 커 보인 여성은 스스럼없이 소개를 했다. 미리 통보를 받은 터다.
“그래요? 어쩐지 마음이 끌리더라니........ 그건 그렇고 여기 리더가 누구죠?”
“전데요. 제가 이 팀을 이끌고 있는 송 지혜라고 합니다. 인사드립니다.”
검정치마에 하얀 저고리. 단발로 자른 머릿결이 단아한 여인이다. 하얀 치마에 어울리는 하얀 얼굴, 검정 치마와 대비되는 하얀 종아리가 경건한 느낌을 준다. 고개를 끄덕이며 스물 중반 여자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팀원 모두를 볼 수 있게 뒤로 물러섰다.
“여기를 보세요. 짝짝!”
손뼉 소리에 두런두런한 실내가 순간 조용해진다. 짧은 순간이었다. 블라우스차림의 뒷줄 여성이 머리를 싸안으며 봉구를 쳐다본다. 뭔가 거부할 수 없는 힘, 무형의 힘이 자신을 인형처럼 만들고 있었다. 아니 인형이 아니다. 죽어 있는 인형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인형이다. 입을 벙긋하지만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내부에서 끊어 오르는 공포를 외부로 토해내는 시늉이다. 다른 처녀들도 하나 둘 머리를 감싸며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저 무저갱의 지하에 있는 무서운 영령이 지금 실내를 채우고 있는 듯 했다. 공포감에 사로잡힌 여인들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저항의 몸짓들이다.
리더인 송 지혜도 마찬가지다. 입으로 어떤 기도문 같은 걸 외우며 손바닥을 마주 잡았지만 이미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은 공포에 식은땀을 흘린다. 시선을 그에게서 거두려고, 그래서 빨리 피하려 해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눈을 볼수록 저항 할 수 없는 그 어떤 무거운 힘이 자신을 욱죄고 있었다.
“너희들은 이미 나의 종이다. 인간이 신을 위해 기꺼이 노예가 되듯 너흰 지금부터 나를 위해 봉사를 하여야 하며 봉사를 통해 삶의 충만감을 가질 것이다.”
낮은 목소리 그러나 무게감 있는 말 한 마디 한 마디. 지혜는 자신을 쏘아보는 눈에서 차가운 냉기를 느낀다. 자신이 믿고 따른 한울님을 애타게 부르지만 지금 이 송곳 같은 차가움은 더 강하게 파고들었다. 머리를 삭발한 비구니도 마찬가지로 공포의 눈이다. 이제 실내는 예전의 그곳이 아니었다. 노래 소리는 그쳤다.
‘흐흐흐’ 웃음은 얼음이 되어 서른 명 남짓 된 처녀들의 몸을 얼어붙게 만든다. 어쩔 줄 몰라 하던 지혜는 기도문을 포기하고 머리를 싸맸던 손을 내린다. 그제야 편안한 기분이다.
“마음을 비우면 고통이 없는 거지. 다른 생각을 하게 된 그 때부터 고통은 시작돼. 천천히 그 걸치고 있는 답답한 옷들을 풀어. 속박에서 벗어나”
지혜는 하얀 저고리의 고름을 푼다. 긴 천이 하늘거리며 풀어지자 저고리를 벗고 안에 받쳐 입은 역시 하얀 속옷까지 벗는다. 가슴을 숨기고 있는 하얀 브라까지 끄른다. 비구니도 마찬가지다. 뺨이 붉게 물들면서 손은 회색 두루마기의 단추를 푼다. 바닥으로 떨어진 옷을 발로 밀며 가슴을 연다. 하얀 유방이 첫눈의 설원이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유방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으로 신비롭게 보인다. 처음 머리를 싸맨 뒷줄 처녀는 거의 다 벗고 손을 옆으로 붙이고 있다. 가랑이 사이의 검은 숲이 수북하다. 부끄럼 띈 얼굴이 해맑다. 너무 맑아 빨리 더럽히고 싶은 충동이 인 봉구다.
속살내음이 솔솔 피어나자 뇌에서 번쩍한 기운이 척추를 타고 맨 아래 등골의 신경을 흔들었다. 바지가 불쑥 솟아오른 지 한참이다. 탱탱한 좆이 솟아올수록 여인들에게 품어진 독기는 더 강해졌다.
한 여자. 나이가 스물 후반이 돼 보인 갈색 스커트에 베이지 블라우스를 입고 있던 여인이 시선을 피하며 덜덜 떨다 ‘으윽!’ 가벼운 비명을 지르며 귀를 막았다. 뜨거운 그 무엇이 하체를 타고 올랐다. 아랫도리가 활활 타오르고 심장을 태웠다.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으며 버티던 여자는 온 몸이 터져버린 것처럼 무너져 내렸다. 그가 부르고 있다. 쳐다보는 시선과 손가락이 자신을 부르고 있음이 분명했다. 부들부들 떨며 그 앞으로 간다. 거대한 뱀의 혀가 자신을 돌돌 말아 끌어당기고 있었다.
“벗어! 벗지 않으면 심장이 터진 고통에 괴로워할 거야.”
블라우스, 스커트, 브라, 팬티, 마지막 밴드 스타킹까지 벗는다. 중키의 여인은 그저 그런 몸매에 주근깨가 있는 얼굴이다. 사각형 꼴의 얼굴이 마음을 끌지 않았다.
“왜 말을 따르지 않지? 지옥의 유황불을 맛보고 싶어. 그 뜨거운 불에 몸과 영혼을 태우고 싶단 거군. 그렇게 해주지”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울상이 된 스물 후반의 주근깨 얼굴에 경멸을 보낸 그다. 이런 가치 없는 것, 생식기의 효용이 없는 것들에겐 관심이 당초 없었다.
“엎드려. 궁둥이를 높이 들고. 손은 무릎을 꽉 잡아. 다리를 벌려. 가치 없는 생식기는 벌을 받아야 돼. 그렇지 않아?”
이미 공포에 질린 여자들이다. 주섬주섬 옷을 벗은 여자들은 발가벗은 몸을 부끄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홍조의 뺨은 자신들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이 광경이 무엇을 말하는 지 말해주고 있었다. 종교에 심신을 맡긴 자신들은 남녀간의 성행위나 자기들 하체에 있는 생식기에 많은 관심을 두진 않았다. 가끔 목욕을 하거나 속옷을 갈아입을 때 분홍빛으로 갈라진 거기를 만져본 적은 있지만 남자의 생식기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엉덩이는 앞모습과는 달리 풍성했다. 빈약한 가슴이지만 커다란 엉덩이는 계곡을 벌리며 검게 그늘진 구멍을 내비쳤다. 손가락을 모아 동글게 만든 봉구는 주저하지 않고 그 구멍을 쑤시고 들었다. 확, 끼친 야릇한 냄새. 바다내음 같기도 하고 백합 향기 같기도 한 은밀한 냄새가 주먹을 타고 흐른다. 아, 이 향기. 봉구는 요요 인형처럼 흔들리고 있는 엉덩이를 잡아 더 세게 쑤셨다. ‘그르르르............’ 죽어가는 신음. 아랫배를 욱신거린 이물에 입을 멍하니 벌리고 비명을 지른다. 지혜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지금 이런 행위가 옳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판단도 하지 못했다. 무릎이 계속 떨렸다.
‘흐흐흐, 이 어마어마한 힘. 휘두를수록 더 강해지는 이 힘. 세상이 정말 내 발밑에 있는 것 같군. 이년의 씹구멍, 아니 씹은 못해봤으니까 그냥 구멍이겠군. 보지구멍을 벌리며 갤갤 거린 이 모습, 난 진짜 주시자의 부활인가. 보라구, 저 공포에 떠는 검은 눈들을’
봉구는 희열에 들떴다. 주먹이 박힌 채 엉덩이를 뒤로 들고 고통의 신음을 흘린 여자, 손은 이제 손목만 보이고 있다. 길게 세운 손은 여린 살 속에 깊이 박혀 손가락 끝으로 몰랑몰랑한 게 집혔다. 아기집인지 내장인지 알 바 아니다. 다만 무릎을 달달 떨고 굽히고 년의 궁둥이에서 풍기는 향기가 좋을 뿐이다. 뱀에 돌돌 말린 개구리가 홀린 채 두 발을 쫙, 펴고 있는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일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손을 빼내자 바닥에 썩은 나뭇잎처럼 떨어진 사각형 얼굴은 기도하는 소녀 모습을 하며 그에게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오른 손이 끈적끈적했다. 물기에 젖은 손을 펴 울고 있는 년의 얼굴과 가슴에 닦는다. 붉은 기가 돈다. 처녀막이 뜯어졌나 보다.
“숨은 붙여두지. 저리로 가. 자, 이제 노래를 시작해볼까? 아까 하던 ‘노래 인간은 약하니”
사각형 얼굴이 엉금엉금 기어 구석으로 가는 걸 본 봉구는 리더인 지혜를 가리키며 노래를 부르라 한다. 홀라당 발가벗은 육체들이 앞뒤 세 줄을 만들며 성가를 부르기 시작하자 노래의 운율을 따라 앞줄부터 한 여자씩 살핀다. 마치 그 옛날 천사들이 인간 땅 여자들을 고르듯. 앞줄은 6명이다. 탐스런 유방을 뽐내며 가슴에 공기를 들이킨다. 부풀은 가슴에 위로 들어올려진 유방. 파란 실핏줄이 내비친 유방도 있고 검은 유두가 분홍 유륜에 쌓인 유방도 보인다. 목소리들이 떨린다. 마지못해 부른 듯하다. 개의치 않은 봉구는 젖가슴이 탐스런 두 년을 그대로 세워두고 네 년은 앉혔다. 앉으면서도 노래를 하는 모양을 기분 좋게 즐긴다. 이들의 영혼은 이미 신의 제단에 맡겨졌다. 젖통이 예쁜 두 년을 앞으로 빼고 주저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는 네 년은 한쪽으로 빼낸다. 지혜는 두 번째 줄이다. 앞줄이 갈려져 치워지는 모습을 보고도 노래를 부르고 있다. 노래를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얼굴을 보고 젖가슴을 만져도 입을 벌려 고음을 처리하는 모습이 귀엽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살빛 입술이 좋다. 벌어진 입의 하얀 치아가 저고리처럼 눈부셨다. 박아 넣고 싶은 충동. 여자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머리를 누른다. 지혜는 얼굴이 남자의 아랫도리에 놓이자 숨이 막힌 고통이다. 거부를......, 하면서도 입을 벌리고 거대한 성기를 받아들인다. 물렁한 혀를 느끼며 하체를 몇 번 움직인 봉구는 그녀를 일으켰다. 둘 째 줄은 지혜 혼자였다. 앞으로 한걸음 나섰다. 마지막 줄까지 한 년 한 년 살핀 끝은 전부 다섯이다. 키도 늘씬하고 젖통이 통통하고 엉덩이가 튼실한 다섯 년을 고른 후 나머지는 한쪽 바닥에 마주보게 세웠다.
“빨아. 서로를 느껴. 질퍽한 물을 홀짝거리며. 서로를 믿고 사는 자매라고 생각해.”
그의 말은 무시무시한 무게를 가지며 여자들을 몰아세웠다. 거꾸로 눕거나 올라타며 상대의 생식기를 빨기 시작했다. 실내는 들뜬 열기로 가득했다. 학학 대는 신음이 노래가 되었다. 허리와 목을 끌어안고 몸을 뒤틀었다. 삭발을 한 비구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너가 리더라고 했지? 이리 가까이 와”
165 남짓 되는 키에 적당한 몸매다. 동그란 아랫배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선명한 우유빛 육체를 넘실대며 가까이 온다. 작은 허리에 둔부가 더 커 보인다. 좋은 몸이군, 가운데 흑점처럼 자리한 보지도 좋아, 그래 너에게 넘치는 희열과 번민을 안겨주지. 눈빛은 차가워지고 아랫도리는 뜨거워진 그다.
“핥아. 아름다운 목소리를 품어낸 입을 벌리고 부드러운 분홍빛 혀를 꺼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서서히........, 갈증에 목말라한 나그네의 바가지에 버들잎을 띄우듯 정성을 다해서......., 혀의 돌기를 세워 미끄러지지 않게 하며.......,”
침으로 촉촉한 혀는 그의 성기를 조심스럽게 핥는다. 오줌과 정액이 쏟아져 나올 작은 대롱 끝에서는 매캐한 냄새가 난다. 유황성분의 물을 마신 듯 똑, 쏘는 냄새다. 무언가 홀린 포정의 지혜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얼굴을 든다. 검붉은 고기 덩어리다. 정육점 고리에 걸린 커다란 고기 덩어리가 눈앞에 있다. 뒤에 서 있는 네 여자들 역시 그 고기 덩어리를 보며 눈이 커진다. 움직이지 못하는 몸이다. 손은 옆구리부터 엉덩이 아래로 내린 채 발가벗은 몸으로 눈을 크게 뜰 뿐이다.
혀의 부드러운 돌기는 감치는 맛이 있다. 신맛과 짠맛, 단맛 쓴맛을 느끼게 해주는 혀는 지금 달콤한 단맛을 그녀에게 전해주고 있다. 처음의 유황이 쏘는 듯한 맛은 사라지고 달짝지근한 단맛이 혀에 느껴진다. 단맛은 지혜의 혀만 아니다. 봉구의 척추도 짜릿한 단맛에 취한다. 긴 풍선과자를 조금씩 핥아먹을 때마다 그 귀여운 살빛 입술과 쌍꺼풀 두 눈은 단맛을 넉넉하게 전해주었다. 혀는 길다. 분홍색 살 뭉치 혀는 둥글게 때론 길게 모양을 바꾸며 좆대를 핥다 작은 구멍을 빨았다. 귀두의 작은 구멍을 혀로 간질이며 입으로 빨 때는 등을 빳빳하게 세웠다. 지혜는 남자의 성기를 물어 본 적도 빨아본 적도 없었지만 입에 고인 달콤한 맛은 고개를 움직이며 성기를 휘감게 했다.
이젠 귀두를 지나 뿌리로 옮긴다. 두 손을 뻗어 성기에 매달린 가지가 되어 혀를 내민다. 커다란 두 개의 알. 굵은 주름에 검은 그늘이 진 알을 한 입 문다. 입을 채우는 알이다. 이빨을 입술로 숨기며 잇몸으로 자근자근 깨문다. ‘직!’ 소리는 없다. 다만 입안 어딘가에 침이 아닌 그 무엇이 쏘아졌다. 꽃향기는 지혜를 취하게 만든다. 마취 주사를 맞은 환자처럼 얼굴을 하체에 파묻고 비빈다. 물렁한 아니 딱딱한 살이 코와 뺨과 이마를 어루만진다. 손은 이미 남자의 허리를 안고 있다. 갈증이다. 몸의 수분이 뜨거운 열에 의해 모두 증발돼버린 듯하다. 새로운 수분이 필요한 그녀다.
“아주 놀림이 좋아. 사탕을 빨아먹은 소녀가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지혜의 얼굴에서 하체를 뗀 그는 3미터 뒤에 서 있는 네 여자를 둘러본다. 모양이 좋은 젖통과 선명한 젖꼭지를 세우고 있는 네 여자. 옷을 벗어서 기독교인지 어딘지 모르겠지만 삭발을 한 여자와 작은 키에 몸매가 훌륭한 여자에게 손짓한다. 겁이 스치는 눈. 검정 눈동자가 맑아 보이는 두 여자는 발걸음을 뗀다. 한 걸음 두 걸음. 무릎을 꿇고 있는 지혜 바로 뒤에 서 우람한 나무기둥을 본다. 겁은 공포로 바뀐다. 네 개의 눈이 더 커진다. 가까이 보이는 물건은 징그럽고 마주치면 피하고 싶은 괴물이었다. 혹시라도 몸에 닿으면 소스라치게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한쪽은 달콤한 신음으로 서로서로 얽혀있다.
“뒤로 돌아. 몸을 숙이고 무릎을 잡아. 종이를 반으로 접듯 구부려. 다리는 더 떼고. 주춤거린 몸짓은 보기에 추하지. 난 추한 모습은 경멸해 마지않거든. 십자가에 걸어 못을 박아주고 싶어. 거기에”
작은 반응. 엉덩이 소름이 말해준다. 꿈틀댄 둔부의 두 봉오리. 단물이 차곡차곡 밴 둔덕을 눕힌다. 둘로 갈라진 둔덕엔 검은 그늘이 드리워지고 무성한 수풀을 헤친다. 손끝에 잡힌 물컹물컹한 살집. 삭발 여자의 치부다. 숨을 시근덕거리며 물러난 지혜는 검붉은 살덩이를 멍하니 쳐다본다. 자신이 혀로 핥아 단단하게 만든 살덩이는 지금 치부를 벌리고 있다. 작은 치부일 것이다. 내 입에도 겨우 들어갈 만한 크긴데........ 틀림없이 찢어지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지혜는 뭔가 해야 될 거란 생각을 했지만 부품 빠진 컴퓨터가 되었다. 보이지 않은 커다란 힘이 자신을 누르고 있다. 커서만 깜빡거린 모니터. 바로 그 꼴이다.
“이..........익!”
끝내 비구니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비명을 지른다. 처음 살을 애인 아픔은 두려움에 넘겼지만 아랫도리를 터지게 만들 남자의 그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아까처럼 주먹으로 밀고 들어온 것은 아닌가, 다리에 힘이 빠지며 식은땀이 났다. 비명을 지른 비구니가 무너지려하자 허리를 잡아 일으킨다. 억센 힘에 공중에 붕 뜬 것처럼 된다. 봉구는 인형을 가지고 놀듯 하체를 돌린다. 지혜의 눈에 비친 모습은 정상이 아니었다. 거대한 짐승, 그렇다. 공룡이 작은 사람을 입으로 물고 이리저리 내돌린 모습과 흡사했다. 눈이 빠져라 부릅뜬 비구니는 비명을 가라앉힌 채 몸을 맡기고 있다. 유독 하얀 몸이다. 눈처럼 흰 육체는 빨갛게 물이 들고 땀을 흘린다. 다리를 바동거린 여자는 손을 내젓지만 이미 아랫도리를 파고든 남자는 내장 깊이 물을 뿌렸다. 바닥에 드러눕는 비구니의 하체는 붉은 피로 얼룩이다. 다리를 꼬아 아픔을 참는 모습이다. 지혜는 눈을 피한다. 어깨를 잡아 끈 그. 얼굴에 놓여진 살덩이를 문다. 비릿한 내음. 아니 단백질이 썩어문드러진 냄새다. 역겨운 냄새가 입을 채운다. 혀와 입으로 핥는다. 뒷머리를 잡고 있는 손이 놀리는 대로 얼굴을 맡긴다.
쓰러진 비구니, 다음은 큰 키에 늘씬한 스물 초반의 처녀다. 얼굴을 가린 손을 끌어당겨 앞에 세운다. 도망을 쳐야, 한다는 생각은 생각뿐이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정신을 지배당한 잘 빠진 몸매는 뒤로 엎드리게 하자 네 발로 기는 자세가 된다. 하체를 들어 올린다. 커다란 엉덩이가 섹시하다. 옷을 입으면 더 멋질 힙이다. 그 옆으로 작은 키에 허리가 날씬하게 빠진 여인을 엎드리게 한다. 두 개의 동그란 엉덩이가 하얀 빛으로 그의 눈을 잡아끈다. 아직 건들거린 좆을 손으로 잡아 세워 키 큰 년의 구멍을 유린하기 시작한다. 바들바들 떨고 있다는 느낌이 허리를 잡고 있는 손에 느껴진다. 이런 느낌이 좋은 봉구다. 공포에 질린 눈을 보며 사지를 활짝 펼친 육체를 지배하는 느낌, 그것이 좋았다. 영혼을 빼앗긴 육체는 손길 가는대로 움직였다. 물을 막으면 고이다 터주면 흘러가는 댐놀이처럼 손안에 놓인 육체들은 착하게 파닥거렸다.
“정 회장, 요즘 즐겁다면서요? 어린 것들 품에 안으니 좋은 가 봐요, 호호호”
얼마 전 프라이즈에서 낚은 어린 계집아이 때문이란 걸 그녀라고 모르진 않았지만 이런 자리에서까지 김 영숙이 말할 필요는 없었다. 천박한, 속으로 비웃으면서도 정 의원은 내색하지 않았다.
“호호호, 뭐 그럴 것 까지 있나요, 즐겁기는 다 마찬가지 아닌가요? 요즘 다들 잘 나가시고 있던데.......”
흔히들 여걸 4인방으로 부르고 있다. 남자들 세계는 옛말이다. 의회에서나 당 의총에서도 이들 네 여인의 파워는 막강하다. 돈과 지혜와 간략과 권력의 4인방, 바로 이 네 여인이다.
말을 하는 순간에도 아랫도리가 짜릿한 정 인숙이다. 하, 고년, 혀 놀림이 정말 죽인단 말이야. 광고에서 혀를 날름거린 그 년을 볼 때마다 허벅지를 뒤틀며 아랫도리를 파고든 혀 놀림을 떠올렸다. 조금 더 있으면 주연을 한다며 웃는 얼굴이 상큼했다.
“근데 김 의장님, 정말 그 일 밀어붙이실 거요?”
평소 말이 없는 이 현미 대변인이다. 시국이 흘러가는 꼴을 가장 잘 아는 그녀는 김 영숙의 거친 행태가 불안했다. 한번 밀어붙이면 끝장을 보고야마는 그녀의 성깔이다. 그래서 적도 많지만 지지도 많은 편이다.
“어차피 쏘아 놓은 화살이요, 깨진 조각입니다. 그들이 먼저 일어선다면 우리들, 어쩔 겁니까? 피를 흘려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적게 흘리는 것이 최선 아니겠습니까, 안 그래요?”
“그건 그렇지만, 괜히 그들을 크게 본 것은 아닐까요? 별것 아닌 것 같은데.......”
김 선미다. 큰 키에 늘씬한 몸은 중년의 나이를 잊게 만들었다. 꾸준히 웨이트닝을 한다는 그녀는 푸른 계열의 정장이 잘 어울린다. 차분한 인상에 차분한 투피스 차림의 김 선미가 한마디 하자 기다렸다는 듯 아는 척들을 한다.
“그만들 해요. 이미 결정은 됐어요. 이번 일은 크게 각오들을 해야 합니다. 약하게 마음먹으면 당해요, 아시겠어요?”
“그건 그렇고 김 의장님, 저번 건 어떻게 된 거예요? 그 세광기업 말이요”
정 인숙은 벼르다 말을 꺼냈다. 돈을 밝히는 이 여편네 오늘 망신을 줘야지, 생각에서다.
“그건 덮은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노회한 김 영숙은 목소리까지 낮췄다. 그런 김 의장의 눈은 족제비다. 눈초리를 가늘게 하며 자기를 보자 그녀는 움츠린 자세다.
“자꾸 들추면 정 의원님도 벗어나기 어려워요. 어디 솔직히 말해봅시다. 정 의원님 회사, 어디 그게 정 의원이 만든 것이요? 물려받은 것 아니요. 그렇다면........”
낯색이 변한 정 인숙은 말을 피한다. 무얼 말하려는 건지 뻔하다, 당신이 어떻게 성공했는가, 거기엔 당신 아버지의 더러운 과거가 있지 않느냐. 내 말이면 넌 끝난다 하는 그 무엇.
정 인숙은 말을 피한다. 여우같은 년, 속으로 씹으며 겉은 화사하다.
“그래 그만 하시죠. 글고 내일 저년 시간들 있으시나요? 좋은 곳 있는데........”
“호호호, 시간이야 많이 있죠. 김 의장님도 꼭 가셔야죠?”
“난 영계들만 보면 미치겠더라. 그 말랑말랑한 고추며........”
정의 제안에 모두 환영 일색. 그러나 김 영숙만은 표정을 굳힌다.
“내일이 바로 발표하는 날입니다. 그때는 여러분들도 앞장을 서 주십시오. 특히 김 현미 의원은 예전 생각을 해서라도.........”
김 현미의 과거는 모두 잘 알고 있었다. 발가벗긴 몸으로 남자들의 칙칙한 시선을 받으며 욕조의 더러운 물을 받아 마셨던 과거. 배가 불룩해지면 엉금엉금 기게 하며 오줌을 질질 싸게 했던 일이나 남자들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파묻고 캑캑 거렸던 지우고 싶던 과거. 그때 아마 처녀성은 없어졌을 것이다. 경찰봉으로 후비던 그 놈들의 시뻘겋던 눈빛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아문요. 내가 앞장서서 나가리다. 그 놈들이나 이 놈들이나 다 똑같은 놈들 아니겠습니까?”
김 현미의 음성은 무겁게 가라앉는다. 복수의 시간이 드디어 온 것이다. 내일이면........
청주의 번화가. 네온사인이 밝은 빛을 뿌리면 사람들은 행복해 보인다. 얼룩덜룩한 빛이 어깨와 머리에 쏟아지는 시간, 춘식은 5명의 젊은 여성들에 쌓여 노래방을 들어서고 있다. 불그레한 얼굴이지만 기분이 좋은 표정이다. 술과 안주를 곁들인 저녁식사가 끝나가자 미경은 2차를 제안했다. 다른 아이들도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좋아했다. 마음 좋아 보이는 사장과의 저녁식사, 그리고 노래방까지 가자고 한 미경은 기실 속셈은 없었다. 그저 분위기 좋은 곳에 가서 스트레스나 풀어보려고 한 것이다. 노래라면 자신 있는 자기 아닌가. 혹시 모를 일이다. 저 입이 무거운 사장이 자신을 좋아하게 될 지. 노래방은 훌륭한 시설로 충실했다. 푹신한 소파와 환한 조명, 깨끗한 사운드까지. 맥주를 주문한 미경이 먼저 마이크를 잡는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 춘식은 몰랐다. 그의 눈은 지금 정아의 통통한 발을 쏘아 보고 있다. 종아리가 통통하다고 바지를 즐겨 입은 그녀지만 바지 아래로 드러난 발은 볼륨 있는 여인의 몸이다. 발가락이 머리라면 발뒤꿈치는 다리와 발이다. 배꼽과 아랫배는 두 줄 스트랩 밴드의 구두에 숨어 있다. 발을 들어 배꼽을 보고 싶은 그다. 하얀 발바닥에 박혀 있을 배꼽을 떠올리며 스트랩 밴드를 본다. 그 밴드 안으로 다섯 발가락이 모여 있다. 분홍빛이다. 스타킹을 신지 않은 맨발의 발가락은 자연 그대로의 싱싱함이다. 꼼지락거린 발가락을 만지고 싶은 그다. 취기 탓인가. 숨어 있던 아니 가라 앉아 있던 욕구가 꿈틀거린다. 옆의 여직원, 아르바이트생의 청치마 아래로 드러난 하얀 다리와 샌들이 춘식의 이빨을 유혹한다. 근지러움. 근원의 향기. 시간이 쌓인 향수를 맡고 싶어진다. 고서점에 들어서면 코를 채우는 향기들. 그 향기가 맡고 싶어지는 그다. 통통한 정아의 발이 나가고 대신 미경의 시원한 다리에 눈을 준다. 이들은 즐거운 모습이다. 맥주를 마시며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춘식은 그녀들의 발을 보며 그 발이 부르고 있는 노래를 듣는다. 작고 귀여운 미경의 발을 즐기며 호흡을 크게 한다. 멀리서 맡아지는 향기. 분명 미경의 향기다. 춘식은 알고 있었다. 미경은 항상 발에 향수를 부린다는 걸. 약한 향수지만 발이 원래 가지고 있는 살 내음에 그 향수는 잘 어울렸다. 바지가 불끈 솟아오른다. 향기에 어지러운 그는 바지가 솟구치자 눈을 감는다. 숨을 고르게 한다. 극복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순간 팔을 뻗어 미경의 손을 잡아 옆으로 앉힌다. ‘어머’ 소리는 음악에 묻히고 넷은 무대로 나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번 만지고 싶어. 구두만 팔아서 그러나, 이 발을 만지면 기분이 좋아. 손에 쥐어보면 알 수 있지. 많은 말을 하거든.”
“아이, 하루 종일 서 있어서 부었어요. 싫어요.”
“아니야. 아주 예쁜데. 작은 조약돌을 만진 느낌이야. 햇볕의 여운이 남은 따스함. 그런 따스함이 느껴지는데”
“그래요? 근데 어떤 말을 한 것 같아요. 말을 한다면 서요”
“말 해주기 싫은데........,”
“아이, 사장님.”
촉감이 싫은 것은 아닌 그녀다. 커다란 손이 발을 잡을 때는 마치 사장의 넓은 품에 안긴 듯 했다. 발을 쥐고 있던 손은 뮬을 벗기고 있다. 오른쪽 발끝에서 까닥거린 신발을 벗겨낸다. 내음이 먼저다. 이어 맨발의 보드라움이 손을 통해 전해진다. 발가락을 주물거리다 옆선을 따라 뒤꿈치를 만진다. 발뒤꿈치 역시 매끄럽다. 손가락으로 누르며 미경을 본다.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 발을 맡긴 채 가만히 있는 미경, 문득 오늘 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 춘식이다. 밤새 이 부드럽고 앙증맞은 발을 빨며 깨물며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파닥파닥 뛰는 발을 붙잡아 핥는 것도 좋겠지만 귀여운 발과 대화를 나누며 향기에 젖어보고 싶었다. 그때 그 두 여대생의 발에서는 침울한 이야기뿐이었다. 아니면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이젠 아름다운 이야기도 듣고 싶었다.
“예쁜 이 발, 톡 쏘는 향기. 이건 가죽향인가? 아니야 미경이의 모든 세포들이 내뿜은 진한 향기로군. 알로에 향수를 쓰나 봐. 좋지. 맑고 깨끗하면서도 아스라니 남은 향기는 추억을 전해주곤 하지. 프리지아처럼 달콤하지는 않지만 수선화 같은 고고함도 배어 있지. 이 내음, 미경을 느끼게 하고 미경을 존재케 하는 이 향기. 정말이지 좋아”
미경은 2차에서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셨는지 취했다.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단 둘이 침대에 있다는 것은 두려움 반 기대 반이었다. 취기가 두려움을 없애 주지는 않았다. 한편으로 생긴 기대가 두려움을 줄여주었다. 편안해 보인 이 남자, 능력이 있어 보인 이 남자라면 괜찮을 듯도 싶었다. 항상 작은 음성에, 화를 낸 적이 없는 사장이 오늘따라 이름을 그냥 불러도 미경은 좋기만 했다.
“예뻐요 제 발. 얼마나 예쁜데요?”
침대에 느슨하게 누운 그녀는 스커트 차림으로 발을 맡기고 있다. 스타킹을 신지 않고 맨발로 다니기를 좋아하는 그녀다. 더욱이 요즘처럼 더운 날엔 스타킹이 후덥지근해서 싫었다. 땀이라도 차면 영 찝찝했다. 그녀는 건식피부라 땀은 자주 흘리지 않았지만 더운 날엔 분비물이 없을 수 없다. 지금도 아마 발바닥엔 땀과 피부 샘의 분비물이 붙어 있을 것이다. 들어서자마자 씻겠다는 그녀를 말린 사장이다.
“아주 많이........, 대리석으로 깎아 만들어도 이렇게는 만들지 못할 걸. 이 가느다란 발목, 그러나 도톰한 발등이며 발바닥과 이어진 이 선. 바느질 자국하나 없이 말끔하게 재봉을 한 것처럼 이어진 피부. 말랑말랑한 이 뒤꿈치는 또 어떻고? 몸무게를 지탱하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부드러울까. 동그란 발꿈치를 지나 굴곡이 예쁜 이 아치, 입맞춤을 해주고 싶은 발바닥의 이 굵은 선들. 두 S가 멋있게 아우러진 발바닥이야. 쪽!”
그는 미경의 발을 들어 옴폭한 발바닥에 키스를 한다. 코를 스치는 살 내음이 취하게 만든다. 발가락 사이로 혀를 넣는다.
“아이, 싫어요. 그만해요. 사장님”
소리는 콧소리로 바뀐다. 혀가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을 파고들자 간지러웠다. 이상야릇한 느낌에 발을 빼내려 한 그녀다. 이미 구두를 벗고 올라간 침대다. 쉽게 뺄 수 없는 왼발이다. 오른발까지 잡자 두 발이 묶인 것처럼 꼼짝 않는다. 괜히 겁이 든 그녀다.
“싫으면 하지 않을 게. 대신 만지는 것은 괜찮지? 이렇게 말이야”
춘식은 발목을 놓으며 오른발의 앞부분, 발가락 바로 밑의 볼록한 살집에 얼굴을 댄다. 딱딱한 살이 하나 없어 마치 따뜻한 털실을 만진 느낌이다. 올 하나하나에 담긴 내음을 깊이 음미하며 오목한 아치에 입술을 댄다. 평생 땅을 밟고 산 것 같지 않은 보드라운 살결이다.
“혹시 사귄 남자들 중에 이렇게 발을 만진 친구 있었어?”
“아니요, 예쁘다는 소린 들었지만 만진 친구는 없는데요.”
미경은 자꾸 발을 만지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눈을 감고 자기 발을 탐닉하고 있는 사장을 보자 하체에 뜨거운 물길이 찾아들었다.
“이 귀여운 발을 왜 만지지 않았을까? 싫어할까봐 그랬나,”
“............”
잔디밭에 누운 느낌이다. 파란 하늘이 떠올랐다 뭉게구름으로 바뀐다. 어릴 적 친구들과 뛰놀던 그 개울이다. 봉구도 보이고 유석도 보인다. 그때는 이러지 않았었지, 냄새에 둔감했었어, 그런데.........,
윽! 순간 춘식은 번쩍한 그 무엇이 지난 듯 했다. 미경의 아랫도리에서 풍기는 여성 호르몬 냄새가 그의 뇌신경을 건드렸다. 폭발 직전의 좆. 땀이 흐른다. 이젠 얼굴이 변할 것이다. 이빨이 돋아나겠지. 그러면....... 안 돼. 막아야 돼.
미경의 두 발을 얼굴에 비비다 무릎을 어깨에 걸치고 그녀의 샘을 찾는다. 목마른 들개가 물을 찾듯 허겁지겁 혀를 담근다. ‘철퍽철퍽’ 물질 소리. 미경은 두 다리가 꺾인 채 하체가 들어올려지자 겁이 났다. 이렇게 남자를 받아들이는구나, 그러나 이 남자라면, 낮은 음성이 정겨운 이 남자라면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헉!’ 너무 큰 통증이다. 분비물에 젖은 몸이지만 남자의 그것은 너무 컸다. ‘아, 아파’ 미경은 얼굴을 찌푸리며 남자를 민다. 이렇게 아파하는 구나, 대강 생각은 했지만 하체가 얼얼한 느낌은 참기 어렵다. 사장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다. 눈을 감는다. 뺨을 빨며 귀를 핥으며 사장은 자신의 모든 세포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혹시 박 봉구라고 아십니까?”
급히 보자고 한 반 일균 목사가 춘천의 호반가 옆 식당에서 만나자마자 물었다. 박 봉근 중령은 기억을 더듬은 표정이다. 아니 멍한 얼굴이 맞다.
“왜 그러시죠? 그 애는 오래 전에 잊고 지낸 처진데.......”
사실이 그랬다. 동생 봉구는 어린 시절에는 별로 몰랐었는데 사춘기가 지나면서 이상해 졌다. 특히 그 눈빛은 아주 싫었다. 의견이 충돌하거나 싫은 기색이라도 있으면 눈이 가늘어지며 날카롭게 쏘아보곤 했었다. 그때는 마치 작은 구멍으로 레이저광선이 쏟아져 나온 듯 했다. 그 후에는 아예 밖으로 나돌았다. 학교도 때려치우길 몇 번이고 이상한 두 아이와 함께 못된 짓만 하고 돌아다녔다. 여학생을 건드리거나 동네 부녀자들을 덮친 것도 부지기수다. 감방에 갈 때는 모른 척했다.
“동생이라고 했죠? 그 친구는 대단한 사람, 아닙니다. 우리가 찾고 있던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그들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힘이란 말입니다. 신의 도래, 그렇습니다. 우리가 버렸던 신이 드디어 인간의 형상으로 나타난 겁니다. 혹시 모르셨습니까?”
“그 애가 신이라고요? 하하하, 이젠 별소리를 다하는 군요. 그 애는 정상이 아닌 미친놈이요, 미친놈, 아셨습니까?”
반 목사는 그날의 그 광경을 잊지 못했다. 심장이 터지는 듯한 충격이었다. 발가벗은 채 봉구의 손짓이나 눈짓에 몸을 맡기면서도 영혼을 빼앗긴 아니 영혼이 없는 인형처럼 따르던 그 모습. 그날 반 목사는 가는 척하면서 숨어서 지켜봤다. 사실일까? 반은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것을 본 후로 봉구가 오히려 두려운 존재로 보였다. 세상을 심판할 주시자의 등장. 바로 그가 환생한 것이다.
“아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무슨, 신의 환생이라니요. 그것은 아마 특별한 무엇이 있어서 그럴 겁니다.”
반 목사의 설명을 듣고 난 이 태극이 한 마디 껴들었다. 칼럼니스트라 불린 그는 지혜로 충만한 표정을 지며 설명을 했다. 인간은 어렸을 때 뇌에 구멍이 있다. 근데 크면서 뇌의 구멍이 닫혀 버린다. 만약 그 구멍이 열려 있으면 청각, 시각, 후각, 미각, 촉각에 이은 여섯 번째의 감각이 살아나는데 그것을 식스 센스라 한다. 이름난 점쟁이나 도사, 예언가 들이 그 부류다. 그런 능력이 있으면 쉽게 인간의 의식을 지배할 수 있다. 아마 그 친구가 혹시 그런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등등. 그러면서 덧붙였다.
“영화 같은 걸 보면 가끔 그런 소재로 만들지 않던가요? 죽은 귀신이 보인다는 등”
“그러고 보면 그런 것도 같고. 하여간 그 애는 우리완 달랐던 것 같습니다. 뭔가 으스스하고 기분은 썩 좋지 않았으니까요.”
반 목사는 의견이 무시당하자 기분이 나빴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눈으로 본 자신이 더 정확하다고 믿었다.
“어쨌든 그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다른 힘이 필요하다는 거 인정들 하시죠. 내 판단은 봉구란 친구를 앞세워 그들의 의식을 먼저 파괴해 버리자는 겁니다. 그 다음”
반은 이 태극을 쳐다본다. 하관이 날카로운 이 태극은 그래서 인상 역시 후하지는 않았다. “다음은 내게 맡기시면 됩니다. 요즘의 힘은 여론입니다. 가장 큰 힘이죠. 그 힘을 부추기면 그들을 쉽게 보내버릴 수 있습니다. 어디로 보내자고? 그건 각자 생각하십시오.”
“근데 김 중령은?”
“일태는 끝났소. 지난 주 이미 호출되었습니다. 군 생명은 아마 끝장일 것이오. 우리들은 24시간 감시당하고 있소. 여러분도 아시는 것처럼 그들이 먼저 선수를 쳤습니다. 올가미를 늘어뜨린 거죠. 하하하”
허한 웃음을 마친 박 봉근 중령은 김 일태가 없는 좌중을 돌아본다. 김 일태 뿐 아니다. 양 창성 소장, 김 양근 소장까지 전부 소환했다. 말썽은 사전에 막은 것이 상책이다. 병법은 군대에서나 민간에서나 같이 먹히는 것, 그것을 군에서는 몰랐을 뿐이다.
박 봉근은 며칠 전부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TV를 보지 않고 지낸 그였지만 요즘엔 자주 봤다. 자고나면 뭔가 터지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서다. 어제 밤 뉴스가 그 불안감을 확인해줬다. 새로운 출발을 위한 청산이 시작됐다고 앵커가 떠들더니 여자 앵커는 한술 더 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환영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중심이 돼 새 나라를 만들어나가야 되겠습니다. 구악은 일소하고 새로운 정신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MBS 뉴스를 마칩니다.”
‘뭐라고? 어떻게 이럴 수가....... 우리가 무얼 어떻게 했는데........, 그들이야말로 정말 사라져야 할 것들 아닌가? 나쁜 놈들. 이 땅을 누가 지켜왔는데’
“지금 당장 나서야 합니다. 오늘 당장 강렬한 메시지를 띄우겠습니다. 박 중령님은 단단한 결심을 하셔야 합니다. 죽지 않으면 세상이 바뀐다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난 봉구, 아니 신의 아들인 그를 만나겠소. 그가 필요하오. 그의 영적 능력이면 그들을 모두 ?아낼 수 있다고 확신하오.”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분위기가 익으면 그때 움직입시다.”
“가만, 어디로 움직인다는 거요? 나라를 정복하기라도 한다는 거요?”
“그건 아닙니다. 방송국 하나를 접수하는 거죠. 그리고 그들의 정체를 밝히는 겁니다. 낱낱이, 모두 다.”
“그러려면 무력이 있어야 될 텐데........”
“그건 박 중령이 맡아서 해주십시오. 우리 같은 민간인들이 어디 무기가 있겠습니까?”
“그래요...........”
박 봉근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신의 뜻이란 이 사람이나 인간의 목소리로 먹고 산다는 이 사람의 말이나 이건 아니다, 란 생각은 들지만 달리 다른 방도는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MBS를 접수합시다. 멋도 모르고 까부는 놈들은 볼 수가 없어서, 원.”
그의 제안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이 그랬기 때문이다.
박봉구 이춘식 김유석
박봉근 중령(43) / 반일균 / 이태극
송지혜 외
제 14부 제단
실내로 들어서는 순간 묵향 같기도 하고 차향 같기도 한 은근하나 무거운 내음이 먼저 맞아졌다. 연습실로 보이는 실내는 서른 명 정도의 여성이 음을 맞추거나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낮선 인기척에 소리를 멈췄다. 고요한 정적에 어울리는 여인들이다. 옷은 각자 다르게 입었다. 하얀 색도 있고 검은 색도 보이고 회색도 있다. 회색은 머리카락이 없는 걸로 봐 불자로 보였다. 교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지만 성큼성큼 들어선 봉구다. 스테인드글라스의 굴절된 빛이 신비롭게 실내를 채우고 있다.
“놀라지 마세요. 연습 계속 하셔도 됩니다. 전 종교음악을 전공하는 학자며 지휘자인 박 봉구라 합니다. 이렇게 만나서 영광입니다.”
인사를 하면서 이름이 다소 촌스럽단 생각을 했지만 내쳐 말을 이어갔다. 말을 하면서 한 여인 한 여인 눈을 또렷하게 마주봤다. 그 중 가운데 키가 조금 큰 여인에게 다가섰다.
“지금 연습하시는 게 뭐죠? 처음 듣는 곡인데......”
봉구에게 있어 노래는 이런 성가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관심 저 밖의 일이다.
“우리는 약하니 공경하리. 란 한울님을 숭배하는 예찬곡입니다. 새로 작곡된 노래라 많은 연습이 필요하거든요.”
키가 커 보인 여성은 스스럼없이 소개를 했다. 미리 통보를 받은 터다.
“그래요? 어쩐지 마음이 끌리더라니........ 그건 그렇고 여기 리더가 누구죠?”
“전데요. 제가 이 팀을 이끌고 있는 송 지혜라고 합니다. 인사드립니다.”
검정치마에 하얀 저고리. 단발로 자른 머릿결이 단아한 여인이다. 하얀 치마에 어울리는 하얀 얼굴, 검정 치마와 대비되는 하얀 종아리가 경건한 느낌을 준다. 고개를 끄덕이며 스물 중반 여자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팀원 모두를 볼 수 있게 뒤로 물러섰다.
“여기를 보세요. 짝짝!”
손뼉 소리에 두런두런한 실내가 순간 조용해진다. 짧은 순간이었다. 블라우스차림의 뒷줄 여성이 머리를 싸안으며 봉구를 쳐다본다. 뭔가 거부할 수 없는 힘, 무형의 힘이 자신을 인형처럼 만들고 있었다. 아니 인형이 아니다. 죽어 있는 인형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인형이다. 입을 벙긋하지만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내부에서 끊어 오르는 공포를 외부로 토해내는 시늉이다. 다른 처녀들도 하나 둘 머리를 감싸며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저 무저갱의 지하에 있는 무서운 영령이 지금 실내를 채우고 있는 듯 했다. 공포감에 사로잡힌 여인들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저항의 몸짓들이다.
리더인 송 지혜도 마찬가지다. 입으로 어떤 기도문 같은 걸 외우며 손바닥을 마주 잡았지만 이미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은 공포에 식은땀을 흘린다. 시선을 그에게서 거두려고, 그래서 빨리 피하려 해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눈을 볼수록 저항 할 수 없는 그 어떤 무거운 힘이 자신을 욱죄고 있었다.
“너희들은 이미 나의 종이다. 인간이 신을 위해 기꺼이 노예가 되듯 너흰 지금부터 나를 위해 봉사를 하여야 하며 봉사를 통해 삶의 충만감을 가질 것이다.”
낮은 목소리 그러나 무게감 있는 말 한 마디 한 마디. 지혜는 자신을 쏘아보는 눈에서 차가운 냉기를 느낀다. 자신이 믿고 따른 한울님을 애타게 부르지만 지금 이 송곳 같은 차가움은 더 강하게 파고들었다. 머리를 삭발한 비구니도 마찬가지로 공포의 눈이다. 이제 실내는 예전의 그곳이 아니었다. 노래 소리는 그쳤다.
‘흐흐흐’ 웃음은 얼음이 되어 서른 명 남짓 된 처녀들의 몸을 얼어붙게 만든다. 어쩔 줄 몰라 하던 지혜는 기도문을 포기하고 머리를 싸맸던 손을 내린다. 그제야 편안한 기분이다.
“마음을 비우면 고통이 없는 거지. 다른 생각을 하게 된 그 때부터 고통은 시작돼. 천천히 그 걸치고 있는 답답한 옷들을 풀어. 속박에서 벗어나”
지혜는 하얀 저고리의 고름을 푼다. 긴 천이 하늘거리며 풀어지자 저고리를 벗고 안에 받쳐 입은 역시 하얀 속옷까지 벗는다. 가슴을 숨기고 있는 하얀 브라까지 끄른다. 비구니도 마찬가지다. 뺨이 붉게 물들면서 손은 회색 두루마기의 단추를 푼다. 바닥으로 떨어진 옷을 발로 밀며 가슴을 연다. 하얀 유방이 첫눈의 설원이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유방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으로 신비롭게 보인다. 처음 머리를 싸맨 뒷줄 처녀는 거의 다 벗고 손을 옆으로 붙이고 있다. 가랑이 사이의 검은 숲이 수북하다. 부끄럼 띈 얼굴이 해맑다. 너무 맑아 빨리 더럽히고 싶은 충동이 인 봉구다.
속살내음이 솔솔 피어나자 뇌에서 번쩍한 기운이 척추를 타고 맨 아래 등골의 신경을 흔들었다. 바지가 불쑥 솟아오른 지 한참이다. 탱탱한 좆이 솟아올수록 여인들에게 품어진 독기는 더 강해졌다.
한 여자. 나이가 스물 후반이 돼 보인 갈색 스커트에 베이지 블라우스를 입고 있던 여인이 시선을 피하며 덜덜 떨다 ‘으윽!’ 가벼운 비명을 지르며 귀를 막았다. 뜨거운 그 무엇이 하체를 타고 올랐다. 아랫도리가 활활 타오르고 심장을 태웠다.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으며 버티던 여자는 온 몸이 터져버린 것처럼 무너져 내렸다. 그가 부르고 있다. 쳐다보는 시선과 손가락이 자신을 부르고 있음이 분명했다. 부들부들 떨며 그 앞으로 간다. 거대한 뱀의 혀가 자신을 돌돌 말아 끌어당기고 있었다.
“벗어! 벗지 않으면 심장이 터진 고통에 괴로워할 거야.”
블라우스, 스커트, 브라, 팬티, 마지막 밴드 스타킹까지 벗는다. 중키의 여인은 그저 그런 몸매에 주근깨가 있는 얼굴이다. 사각형 꼴의 얼굴이 마음을 끌지 않았다.
“왜 말을 따르지 않지? 지옥의 유황불을 맛보고 싶어. 그 뜨거운 불에 몸과 영혼을 태우고 싶단 거군. 그렇게 해주지”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울상이 된 스물 후반의 주근깨 얼굴에 경멸을 보낸 그다. 이런 가치 없는 것, 생식기의 효용이 없는 것들에겐 관심이 당초 없었다.
“엎드려. 궁둥이를 높이 들고. 손은 무릎을 꽉 잡아. 다리를 벌려. 가치 없는 생식기는 벌을 받아야 돼. 그렇지 않아?”
이미 공포에 질린 여자들이다. 주섬주섬 옷을 벗은 여자들은 발가벗은 몸을 부끄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홍조의 뺨은 자신들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이 광경이 무엇을 말하는 지 말해주고 있었다. 종교에 심신을 맡긴 자신들은 남녀간의 성행위나 자기들 하체에 있는 생식기에 많은 관심을 두진 않았다. 가끔 목욕을 하거나 속옷을 갈아입을 때 분홍빛으로 갈라진 거기를 만져본 적은 있지만 남자의 생식기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엉덩이는 앞모습과는 달리 풍성했다. 빈약한 가슴이지만 커다란 엉덩이는 계곡을 벌리며 검게 그늘진 구멍을 내비쳤다. 손가락을 모아 동글게 만든 봉구는 주저하지 않고 그 구멍을 쑤시고 들었다. 확, 끼친 야릇한 냄새. 바다내음 같기도 하고 백합 향기 같기도 한 은밀한 냄새가 주먹을 타고 흐른다. 아, 이 향기. 봉구는 요요 인형처럼 흔들리고 있는 엉덩이를 잡아 더 세게 쑤셨다. ‘그르르르............’ 죽어가는 신음. 아랫배를 욱신거린 이물에 입을 멍하니 벌리고 비명을 지른다. 지혜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지금 이런 행위가 옳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판단도 하지 못했다. 무릎이 계속 떨렸다.
‘흐흐흐, 이 어마어마한 힘. 휘두를수록 더 강해지는 이 힘. 세상이 정말 내 발밑에 있는 것 같군. 이년의 씹구멍, 아니 씹은 못해봤으니까 그냥 구멍이겠군. 보지구멍을 벌리며 갤갤 거린 이 모습, 난 진짜 주시자의 부활인가. 보라구, 저 공포에 떠는 검은 눈들을’
봉구는 희열에 들떴다. 주먹이 박힌 채 엉덩이를 뒤로 들고 고통의 신음을 흘린 여자, 손은 이제 손목만 보이고 있다. 길게 세운 손은 여린 살 속에 깊이 박혀 손가락 끝으로 몰랑몰랑한 게 집혔다. 아기집인지 내장인지 알 바 아니다. 다만 무릎을 달달 떨고 굽히고 년의 궁둥이에서 풍기는 향기가 좋을 뿐이다. 뱀에 돌돌 말린 개구리가 홀린 채 두 발을 쫙, 펴고 있는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일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손을 빼내자 바닥에 썩은 나뭇잎처럼 떨어진 사각형 얼굴은 기도하는 소녀 모습을 하며 그에게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오른 손이 끈적끈적했다. 물기에 젖은 손을 펴 울고 있는 년의 얼굴과 가슴에 닦는다. 붉은 기가 돈다. 처녀막이 뜯어졌나 보다.
“숨은 붙여두지. 저리로 가. 자, 이제 노래를 시작해볼까? 아까 하던 ‘노래 인간은 약하니”
사각형 얼굴이 엉금엉금 기어 구석으로 가는 걸 본 봉구는 리더인 지혜를 가리키며 노래를 부르라 한다. 홀라당 발가벗은 육체들이 앞뒤 세 줄을 만들며 성가를 부르기 시작하자 노래의 운율을 따라 앞줄부터 한 여자씩 살핀다. 마치 그 옛날 천사들이 인간 땅 여자들을 고르듯. 앞줄은 6명이다. 탐스런 유방을 뽐내며 가슴에 공기를 들이킨다. 부풀은 가슴에 위로 들어올려진 유방. 파란 실핏줄이 내비친 유방도 있고 검은 유두가 분홍 유륜에 쌓인 유방도 보인다. 목소리들이 떨린다. 마지못해 부른 듯하다. 개의치 않은 봉구는 젖가슴이 탐스런 두 년을 그대로 세워두고 네 년은 앉혔다. 앉으면서도 노래를 하는 모양을 기분 좋게 즐긴다. 이들의 영혼은 이미 신의 제단에 맡겨졌다. 젖통이 예쁜 두 년을 앞으로 빼고 주저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는 네 년은 한쪽으로 빼낸다. 지혜는 두 번째 줄이다. 앞줄이 갈려져 치워지는 모습을 보고도 노래를 부르고 있다. 노래를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얼굴을 보고 젖가슴을 만져도 입을 벌려 고음을 처리하는 모습이 귀엽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살빛 입술이 좋다. 벌어진 입의 하얀 치아가 저고리처럼 눈부셨다. 박아 넣고 싶은 충동. 여자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머리를 누른다. 지혜는 얼굴이 남자의 아랫도리에 놓이자 숨이 막힌 고통이다. 거부를......, 하면서도 입을 벌리고 거대한 성기를 받아들인다. 물렁한 혀를 느끼며 하체를 몇 번 움직인 봉구는 그녀를 일으켰다. 둘 째 줄은 지혜 혼자였다. 앞으로 한걸음 나섰다. 마지막 줄까지 한 년 한 년 살핀 끝은 전부 다섯이다. 키도 늘씬하고 젖통이 통통하고 엉덩이가 튼실한 다섯 년을 고른 후 나머지는 한쪽 바닥에 마주보게 세웠다.
“빨아. 서로를 느껴. 질퍽한 물을 홀짝거리며. 서로를 믿고 사는 자매라고 생각해.”
그의 말은 무시무시한 무게를 가지며 여자들을 몰아세웠다. 거꾸로 눕거나 올라타며 상대의 생식기를 빨기 시작했다. 실내는 들뜬 열기로 가득했다. 학학 대는 신음이 노래가 되었다. 허리와 목을 끌어안고 몸을 뒤틀었다. 삭발을 한 비구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너가 리더라고 했지? 이리 가까이 와”
165 남짓 되는 키에 적당한 몸매다. 동그란 아랫배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선명한 우유빛 육체를 넘실대며 가까이 온다. 작은 허리에 둔부가 더 커 보인다. 좋은 몸이군, 가운데 흑점처럼 자리한 보지도 좋아, 그래 너에게 넘치는 희열과 번민을 안겨주지. 눈빛은 차가워지고 아랫도리는 뜨거워진 그다.
“핥아. 아름다운 목소리를 품어낸 입을 벌리고 부드러운 분홍빛 혀를 꺼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서서히........, 갈증에 목말라한 나그네의 바가지에 버들잎을 띄우듯 정성을 다해서......., 혀의 돌기를 세워 미끄러지지 않게 하며.......,”
침으로 촉촉한 혀는 그의 성기를 조심스럽게 핥는다. 오줌과 정액이 쏟아져 나올 작은 대롱 끝에서는 매캐한 냄새가 난다. 유황성분의 물을 마신 듯 똑, 쏘는 냄새다. 무언가 홀린 포정의 지혜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얼굴을 든다. 검붉은 고기 덩어리다. 정육점 고리에 걸린 커다란 고기 덩어리가 눈앞에 있다. 뒤에 서 있는 네 여자들 역시 그 고기 덩어리를 보며 눈이 커진다. 움직이지 못하는 몸이다. 손은 옆구리부터 엉덩이 아래로 내린 채 발가벗은 몸으로 눈을 크게 뜰 뿐이다.
혀의 부드러운 돌기는 감치는 맛이 있다. 신맛과 짠맛, 단맛 쓴맛을 느끼게 해주는 혀는 지금 달콤한 단맛을 그녀에게 전해주고 있다. 처음의 유황이 쏘는 듯한 맛은 사라지고 달짝지근한 단맛이 혀에 느껴진다. 단맛은 지혜의 혀만 아니다. 봉구의 척추도 짜릿한 단맛에 취한다. 긴 풍선과자를 조금씩 핥아먹을 때마다 그 귀여운 살빛 입술과 쌍꺼풀 두 눈은 단맛을 넉넉하게 전해주었다. 혀는 길다. 분홍색 살 뭉치 혀는 둥글게 때론 길게 모양을 바꾸며 좆대를 핥다 작은 구멍을 빨았다. 귀두의 작은 구멍을 혀로 간질이며 입으로 빨 때는 등을 빳빳하게 세웠다. 지혜는 남자의 성기를 물어 본 적도 빨아본 적도 없었지만 입에 고인 달콤한 맛은 고개를 움직이며 성기를 휘감게 했다.
이젠 귀두를 지나 뿌리로 옮긴다. 두 손을 뻗어 성기에 매달린 가지가 되어 혀를 내민다. 커다란 두 개의 알. 굵은 주름에 검은 그늘이 진 알을 한 입 문다. 입을 채우는 알이다. 이빨을 입술로 숨기며 잇몸으로 자근자근 깨문다. ‘직!’ 소리는 없다. 다만 입안 어딘가에 침이 아닌 그 무엇이 쏘아졌다. 꽃향기는 지혜를 취하게 만든다. 마취 주사를 맞은 환자처럼 얼굴을 하체에 파묻고 비빈다. 물렁한 아니 딱딱한 살이 코와 뺨과 이마를 어루만진다. 손은 이미 남자의 허리를 안고 있다. 갈증이다. 몸의 수분이 뜨거운 열에 의해 모두 증발돼버린 듯하다. 새로운 수분이 필요한 그녀다.
“아주 놀림이 좋아. 사탕을 빨아먹은 소녀가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지혜의 얼굴에서 하체를 뗀 그는 3미터 뒤에 서 있는 네 여자를 둘러본다. 모양이 좋은 젖통과 선명한 젖꼭지를 세우고 있는 네 여자. 옷을 벗어서 기독교인지 어딘지 모르겠지만 삭발을 한 여자와 작은 키에 몸매가 훌륭한 여자에게 손짓한다. 겁이 스치는 눈. 검정 눈동자가 맑아 보이는 두 여자는 발걸음을 뗀다. 한 걸음 두 걸음. 무릎을 꿇고 있는 지혜 바로 뒤에 서 우람한 나무기둥을 본다. 겁은 공포로 바뀐다. 네 개의 눈이 더 커진다. 가까이 보이는 물건은 징그럽고 마주치면 피하고 싶은 괴물이었다. 혹시라도 몸에 닿으면 소스라치게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한쪽은 달콤한 신음으로 서로서로 얽혀있다.
“뒤로 돌아. 몸을 숙이고 무릎을 잡아. 종이를 반으로 접듯 구부려. 다리는 더 떼고. 주춤거린 몸짓은 보기에 추하지. 난 추한 모습은 경멸해 마지않거든. 십자가에 걸어 못을 박아주고 싶어. 거기에”
작은 반응. 엉덩이 소름이 말해준다. 꿈틀댄 둔부의 두 봉오리. 단물이 차곡차곡 밴 둔덕을 눕힌다. 둘로 갈라진 둔덕엔 검은 그늘이 드리워지고 무성한 수풀을 헤친다. 손끝에 잡힌 물컹물컹한 살집. 삭발 여자의 치부다. 숨을 시근덕거리며 물러난 지혜는 검붉은 살덩이를 멍하니 쳐다본다. 자신이 혀로 핥아 단단하게 만든 살덩이는 지금 치부를 벌리고 있다. 작은 치부일 것이다. 내 입에도 겨우 들어갈 만한 크긴데........ 틀림없이 찢어지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지혜는 뭔가 해야 될 거란 생각을 했지만 부품 빠진 컴퓨터가 되었다. 보이지 않은 커다란 힘이 자신을 누르고 있다. 커서만 깜빡거린 모니터. 바로 그 꼴이다.
“이..........익!”
끝내 비구니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비명을 지른다. 처음 살을 애인 아픔은 두려움에 넘겼지만 아랫도리를 터지게 만들 남자의 그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아까처럼 주먹으로 밀고 들어온 것은 아닌가, 다리에 힘이 빠지며 식은땀이 났다. 비명을 지른 비구니가 무너지려하자 허리를 잡아 일으킨다. 억센 힘에 공중에 붕 뜬 것처럼 된다. 봉구는 인형을 가지고 놀듯 하체를 돌린다. 지혜의 눈에 비친 모습은 정상이 아니었다. 거대한 짐승, 그렇다. 공룡이 작은 사람을 입으로 물고 이리저리 내돌린 모습과 흡사했다. 눈이 빠져라 부릅뜬 비구니는 비명을 가라앉힌 채 몸을 맡기고 있다. 유독 하얀 몸이다. 눈처럼 흰 육체는 빨갛게 물이 들고 땀을 흘린다. 다리를 바동거린 여자는 손을 내젓지만 이미 아랫도리를 파고든 남자는 내장 깊이 물을 뿌렸다. 바닥에 드러눕는 비구니의 하체는 붉은 피로 얼룩이다. 다리를 꼬아 아픔을 참는 모습이다. 지혜는 눈을 피한다. 어깨를 잡아 끈 그. 얼굴에 놓여진 살덩이를 문다. 비릿한 내음. 아니 단백질이 썩어문드러진 냄새다. 역겨운 냄새가 입을 채운다. 혀와 입으로 핥는다. 뒷머리를 잡고 있는 손이 놀리는 대로 얼굴을 맡긴다.
쓰러진 비구니, 다음은 큰 키에 늘씬한 스물 초반의 처녀다. 얼굴을 가린 손을 끌어당겨 앞에 세운다. 도망을 쳐야, 한다는 생각은 생각뿐이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정신을 지배당한 잘 빠진 몸매는 뒤로 엎드리게 하자 네 발로 기는 자세가 된다. 하체를 들어 올린다. 커다란 엉덩이가 섹시하다. 옷을 입으면 더 멋질 힙이다. 그 옆으로 작은 키에 허리가 날씬하게 빠진 여인을 엎드리게 한다. 두 개의 동그란 엉덩이가 하얀 빛으로 그의 눈을 잡아끈다. 아직 건들거린 좆을 손으로 잡아 세워 키 큰 년의 구멍을 유린하기 시작한다. 바들바들 떨고 있다는 느낌이 허리를 잡고 있는 손에 느껴진다. 이런 느낌이 좋은 봉구다. 공포에 질린 눈을 보며 사지를 활짝 펼친 육체를 지배하는 느낌, 그것이 좋았다. 영혼을 빼앗긴 육체는 손길 가는대로 움직였다. 물을 막으면 고이다 터주면 흘러가는 댐놀이처럼 손안에 놓인 육체들은 착하게 파닥거렸다.
“정 회장, 요즘 즐겁다면서요? 어린 것들 품에 안으니 좋은 가 봐요, 호호호”
얼마 전 프라이즈에서 낚은 어린 계집아이 때문이란 걸 그녀라고 모르진 않았지만 이런 자리에서까지 김 영숙이 말할 필요는 없었다. 천박한, 속으로 비웃으면서도 정 의원은 내색하지 않았다.
“호호호, 뭐 그럴 것 까지 있나요, 즐겁기는 다 마찬가지 아닌가요? 요즘 다들 잘 나가시고 있던데.......”
흔히들 여걸 4인방으로 부르고 있다. 남자들 세계는 옛말이다. 의회에서나 당 의총에서도 이들 네 여인의 파워는 막강하다. 돈과 지혜와 간략과 권력의 4인방, 바로 이 네 여인이다.
말을 하는 순간에도 아랫도리가 짜릿한 정 인숙이다. 하, 고년, 혀 놀림이 정말 죽인단 말이야. 광고에서 혀를 날름거린 그 년을 볼 때마다 허벅지를 뒤틀며 아랫도리를 파고든 혀 놀림을 떠올렸다. 조금 더 있으면 주연을 한다며 웃는 얼굴이 상큼했다.
“근데 김 의장님, 정말 그 일 밀어붙이실 거요?”
평소 말이 없는 이 현미 대변인이다. 시국이 흘러가는 꼴을 가장 잘 아는 그녀는 김 영숙의 거친 행태가 불안했다. 한번 밀어붙이면 끝장을 보고야마는 그녀의 성깔이다. 그래서 적도 많지만 지지도 많은 편이다.
“어차피 쏘아 놓은 화살이요, 깨진 조각입니다. 그들이 먼저 일어선다면 우리들, 어쩔 겁니까? 피를 흘려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적게 흘리는 것이 최선 아니겠습니까, 안 그래요?”
“그건 그렇지만, 괜히 그들을 크게 본 것은 아닐까요? 별것 아닌 것 같은데.......”
김 선미다. 큰 키에 늘씬한 몸은 중년의 나이를 잊게 만들었다. 꾸준히 웨이트닝을 한다는 그녀는 푸른 계열의 정장이 잘 어울린다. 차분한 인상에 차분한 투피스 차림의 김 선미가 한마디 하자 기다렸다는 듯 아는 척들을 한다.
“그만들 해요. 이미 결정은 됐어요. 이번 일은 크게 각오들을 해야 합니다. 약하게 마음먹으면 당해요, 아시겠어요?”
“그건 그렇고 김 의장님, 저번 건 어떻게 된 거예요? 그 세광기업 말이요”
정 인숙은 벼르다 말을 꺼냈다. 돈을 밝히는 이 여편네 오늘 망신을 줘야지, 생각에서다.
“그건 덮은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노회한 김 영숙은 목소리까지 낮췄다. 그런 김 의장의 눈은 족제비다. 눈초리를 가늘게 하며 자기를 보자 그녀는 움츠린 자세다.
“자꾸 들추면 정 의원님도 벗어나기 어려워요. 어디 솔직히 말해봅시다. 정 의원님 회사, 어디 그게 정 의원이 만든 것이요? 물려받은 것 아니요. 그렇다면........”
낯색이 변한 정 인숙은 말을 피한다. 무얼 말하려는 건지 뻔하다, 당신이 어떻게 성공했는가, 거기엔 당신 아버지의 더러운 과거가 있지 않느냐. 내 말이면 넌 끝난다 하는 그 무엇.
정 인숙은 말을 피한다. 여우같은 년, 속으로 씹으며 겉은 화사하다.
“그래 그만 하시죠. 글고 내일 저년 시간들 있으시나요? 좋은 곳 있는데........”
“호호호, 시간이야 많이 있죠. 김 의장님도 꼭 가셔야죠?”
“난 영계들만 보면 미치겠더라. 그 말랑말랑한 고추며........”
정의 제안에 모두 환영 일색. 그러나 김 영숙만은 표정을 굳힌다.
“내일이 바로 발표하는 날입니다. 그때는 여러분들도 앞장을 서 주십시오. 특히 김 현미 의원은 예전 생각을 해서라도.........”
김 현미의 과거는 모두 잘 알고 있었다. 발가벗긴 몸으로 남자들의 칙칙한 시선을 받으며 욕조의 더러운 물을 받아 마셨던 과거. 배가 불룩해지면 엉금엉금 기게 하며 오줌을 질질 싸게 했던 일이나 남자들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파묻고 캑캑 거렸던 지우고 싶던 과거. 그때 아마 처녀성은 없어졌을 것이다. 경찰봉으로 후비던 그 놈들의 시뻘겋던 눈빛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아문요. 내가 앞장서서 나가리다. 그 놈들이나 이 놈들이나 다 똑같은 놈들 아니겠습니까?”
김 현미의 음성은 무겁게 가라앉는다. 복수의 시간이 드디어 온 것이다. 내일이면........
청주의 번화가. 네온사인이 밝은 빛을 뿌리면 사람들은 행복해 보인다. 얼룩덜룩한 빛이 어깨와 머리에 쏟아지는 시간, 춘식은 5명의 젊은 여성들에 쌓여 노래방을 들어서고 있다. 불그레한 얼굴이지만 기분이 좋은 표정이다. 술과 안주를 곁들인 저녁식사가 끝나가자 미경은 2차를 제안했다. 다른 아이들도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좋아했다. 마음 좋아 보이는 사장과의 저녁식사, 그리고 노래방까지 가자고 한 미경은 기실 속셈은 없었다. 그저 분위기 좋은 곳에 가서 스트레스나 풀어보려고 한 것이다. 노래라면 자신 있는 자기 아닌가. 혹시 모를 일이다. 저 입이 무거운 사장이 자신을 좋아하게 될 지. 노래방은 훌륭한 시설로 충실했다. 푹신한 소파와 환한 조명, 깨끗한 사운드까지. 맥주를 주문한 미경이 먼저 마이크를 잡는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 춘식은 몰랐다. 그의 눈은 지금 정아의 통통한 발을 쏘아 보고 있다. 종아리가 통통하다고 바지를 즐겨 입은 그녀지만 바지 아래로 드러난 발은 볼륨 있는 여인의 몸이다. 발가락이 머리라면 발뒤꿈치는 다리와 발이다. 배꼽과 아랫배는 두 줄 스트랩 밴드의 구두에 숨어 있다. 발을 들어 배꼽을 보고 싶은 그다. 하얀 발바닥에 박혀 있을 배꼽을 떠올리며 스트랩 밴드를 본다. 그 밴드 안으로 다섯 발가락이 모여 있다. 분홍빛이다. 스타킹을 신지 않은 맨발의 발가락은 자연 그대로의 싱싱함이다. 꼼지락거린 발가락을 만지고 싶은 그다. 취기 탓인가. 숨어 있던 아니 가라 앉아 있던 욕구가 꿈틀거린다. 옆의 여직원, 아르바이트생의 청치마 아래로 드러난 하얀 다리와 샌들이 춘식의 이빨을 유혹한다. 근지러움. 근원의 향기. 시간이 쌓인 향수를 맡고 싶어진다. 고서점에 들어서면 코를 채우는 향기들. 그 향기가 맡고 싶어지는 그다. 통통한 정아의 발이 나가고 대신 미경의 시원한 다리에 눈을 준다. 이들은 즐거운 모습이다. 맥주를 마시며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춘식은 그녀들의 발을 보며 그 발이 부르고 있는 노래를 듣는다. 작고 귀여운 미경의 발을 즐기며 호흡을 크게 한다. 멀리서 맡아지는 향기. 분명 미경의 향기다. 춘식은 알고 있었다. 미경은 항상 발에 향수를 부린다는 걸. 약한 향수지만 발이 원래 가지고 있는 살 내음에 그 향수는 잘 어울렸다. 바지가 불끈 솟아오른다. 향기에 어지러운 그는 바지가 솟구치자 눈을 감는다. 숨을 고르게 한다. 극복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순간 팔을 뻗어 미경의 손을 잡아 옆으로 앉힌다. ‘어머’ 소리는 음악에 묻히고 넷은 무대로 나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번 만지고 싶어. 구두만 팔아서 그러나, 이 발을 만지면 기분이 좋아. 손에 쥐어보면 알 수 있지. 많은 말을 하거든.”
“아이, 하루 종일 서 있어서 부었어요. 싫어요.”
“아니야. 아주 예쁜데. 작은 조약돌을 만진 느낌이야. 햇볕의 여운이 남은 따스함. 그런 따스함이 느껴지는데”
“그래요? 근데 어떤 말을 한 것 같아요. 말을 한다면 서요”
“말 해주기 싫은데........,”
“아이, 사장님.”
촉감이 싫은 것은 아닌 그녀다. 커다란 손이 발을 잡을 때는 마치 사장의 넓은 품에 안긴 듯 했다. 발을 쥐고 있던 손은 뮬을 벗기고 있다. 오른쪽 발끝에서 까닥거린 신발을 벗겨낸다. 내음이 먼저다. 이어 맨발의 보드라움이 손을 통해 전해진다. 발가락을 주물거리다 옆선을 따라 뒤꿈치를 만진다. 발뒤꿈치 역시 매끄럽다. 손가락으로 누르며 미경을 본다.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 발을 맡긴 채 가만히 있는 미경, 문득 오늘 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 춘식이다. 밤새 이 부드럽고 앙증맞은 발을 빨며 깨물며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파닥파닥 뛰는 발을 붙잡아 핥는 것도 좋겠지만 귀여운 발과 대화를 나누며 향기에 젖어보고 싶었다. 그때 그 두 여대생의 발에서는 침울한 이야기뿐이었다. 아니면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이젠 아름다운 이야기도 듣고 싶었다.
“예쁜 이 발, 톡 쏘는 향기. 이건 가죽향인가? 아니야 미경이의 모든 세포들이 내뿜은 진한 향기로군. 알로에 향수를 쓰나 봐. 좋지. 맑고 깨끗하면서도 아스라니 남은 향기는 추억을 전해주곤 하지. 프리지아처럼 달콤하지는 않지만 수선화 같은 고고함도 배어 있지. 이 내음, 미경을 느끼게 하고 미경을 존재케 하는 이 향기. 정말이지 좋아”
미경은 2차에서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셨는지 취했다.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단 둘이 침대에 있다는 것은 두려움 반 기대 반이었다. 취기가 두려움을 없애 주지는 않았다. 한편으로 생긴 기대가 두려움을 줄여주었다. 편안해 보인 이 남자, 능력이 있어 보인 이 남자라면 괜찮을 듯도 싶었다. 항상 작은 음성에, 화를 낸 적이 없는 사장이 오늘따라 이름을 그냥 불러도 미경은 좋기만 했다.
“예뻐요 제 발. 얼마나 예쁜데요?”
침대에 느슨하게 누운 그녀는 스커트 차림으로 발을 맡기고 있다. 스타킹을 신지 않고 맨발로 다니기를 좋아하는 그녀다. 더욱이 요즘처럼 더운 날엔 스타킹이 후덥지근해서 싫었다. 땀이라도 차면 영 찝찝했다. 그녀는 건식피부라 땀은 자주 흘리지 않았지만 더운 날엔 분비물이 없을 수 없다. 지금도 아마 발바닥엔 땀과 피부 샘의 분비물이 붙어 있을 것이다. 들어서자마자 씻겠다는 그녀를 말린 사장이다.
“아주 많이........, 대리석으로 깎아 만들어도 이렇게는 만들지 못할 걸. 이 가느다란 발목, 그러나 도톰한 발등이며 발바닥과 이어진 이 선. 바느질 자국하나 없이 말끔하게 재봉을 한 것처럼 이어진 피부. 말랑말랑한 이 뒤꿈치는 또 어떻고? 몸무게를 지탱하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부드러울까. 동그란 발꿈치를 지나 굴곡이 예쁜 이 아치, 입맞춤을 해주고 싶은 발바닥의 이 굵은 선들. 두 S가 멋있게 아우러진 발바닥이야. 쪽!”
그는 미경의 발을 들어 옴폭한 발바닥에 키스를 한다. 코를 스치는 살 내음이 취하게 만든다. 발가락 사이로 혀를 넣는다.
“아이, 싫어요. 그만해요. 사장님”
소리는 콧소리로 바뀐다. 혀가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을 파고들자 간지러웠다. 이상야릇한 느낌에 발을 빼내려 한 그녀다. 이미 구두를 벗고 올라간 침대다. 쉽게 뺄 수 없는 왼발이다. 오른발까지 잡자 두 발이 묶인 것처럼 꼼짝 않는다. 괜히 겁이 든 그녀다.
“싫으면 하지 않을 게. 대신 만지는 것은 괜찮지? 이렇게 말이야”
춘식은 발목을 놓으며 오른발의 앞부분, 발가락 바로 밑의 볼록한 살집에 얼굴을 댄다. 딱딱한 살이 하나 없어 마치 따뜻한 털실을 만진 느낌이다. 올 하나하나에 담긴 내음을 깊이 음미하며 오목한 아치에 입술을 댄다. 평생 땅을 밟고 산 것 같지 않은 보드라운 살결이다.
“혹시 사귄 남자들 중에 이렇게 발을 만진 친구 있었어?”
“아니요, 예쁘다는 소린 들었지만 만진 친구는 없는데요.”
미경은 자꾸 발을 만지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눈을 감고 자기 발을 탐닉하고 있는 사장을 보자 하체에 뜨거운 물길이 찾아들었다.
“이 귀여운 발을 왜 만지지 않았을까? 싫어할까봐 그랬나,”
“............”
잔디밭에 누운 느낌이다. 파란 하늘이 떠올랐다 뭉게구름으로 바뀐다. 어릴 적 친구들과 뛰놀던 그 개울이다. 봉구도 보이고 유석도 보인다. 그때는 이러지 않았었지, 냄새에 둔감했었어, 그런데.........,
윽! 순간 춘식은 번쩍한 그 무엇이 지난 듯 했다. 미경의 아랫도리에서 풍기는 여성 호르몬 냄새가 그의 뇌신경을 건드렸다. 폭발 직전의 좆. 땀이 흐른다. 이젠 얼굴이 변할 것이다. 이빨이 돋아나겠지. 그러면....... 안 돼. 막아야 돼.
미경의 두 발을 얼굴에 비비다 무릎을 어깨에 걸치고 그녀의 샘을 찾는다. 목마른 들개가 물을 찾듯 허겁지겁 혀를 담근다. ‘철퍽철퍽’ 물질 소리. 미경은 두 다리가 꺾인 채 하체가 들어올려지자 겁이 났다. 이렇게 남자를 받아들이는구나, 그러나 이 남자라면, 낮은 음성이 정겨운 이 남자라면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헉!’ 너무 큰 통증이다. 분비물에 젖은 몸이지만 남자의 그것은 너무 컸다. ‘아, 아파’ 미경은 얼굴을 찌푸리며 남자를 민다. 이렇게 아파하는 구나, 대강 생각은 했지만 하체가 얼얼한 느낌은 참기 어렵다. 사장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다. 눈을 감는다. 뺨을 빨며 귀를 핥으며 사장은 자신의 모든 세포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혹시 박 봉구라고 아십니까?”
급히 보자고 한 반 일균 목사가 춘천의 호반가 옆 식당에서 만나자마자 물었다. 박 봉근 중령은 기억을 더듬은 표정이다. 아니 멍한 얼굴이 맞다.
“왜 그러시죠? 그 애는 오래 전에 잊고 지낸 처진데.......”
사실이 그랬다. 동생 봉구는 어린 시절에는 별로 몰랐었는데 사춘기가 지나면서 이상해 졌다. 특히 그 눈빛은 아주 싫었다. 의견이 충돌하거나 싫은 기색이라도 있으면 눈이 가늘어지며 날카롭게 쏘아보곤 했었다. 그때는 마치 작은 구멍으로 레이저광선이 쏟아져 나온 듯 했다. 그 후에는 아예 밖으로 나돌았다. 학교도 때려치우길 몇 번이고 이상한 두 아이와 함께 못된 짓만 하고 돌아다녔다. 여학생을 건드리거나 동네 부녀자들을 덮친 것도 부지기수다. 감방에 갈 때는 모른 척했다.
“동생이라고 했죠? 그 친구는 대단한 사람, 아닙니다. 우리가 찾고 있던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그들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힘이란 말입니다. 신의 도래, 그렇습니다. 우리가 버렸던 신이 드디어 인간의 형상으로 나타난 겁니다. 혹시 모르셨습니까?”
“그 애가 신이라고요? 하하하, 이젠 별소리를 다하는 군요. 그 애는 정상이 아닌 미친놈이요, 미친놈, 아셨습니까?”
반 목사는 그날의 그 광경을 잊지 못했다. 심장이 터지는 듯한 충격이었다. 발가벗은 채 봉구의 손짓이나 눈짓에 몸을 맡기면서도 영혼을 빼앗긴 아니 영혼이 없는 인형처럼 따르던 그 모습. 그날 반 목사는 가는 척하면서 숨어서 지켜봤다. 사실일까? 반은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것을 본 후로 봉구가 오히려 두려운 존재로 보였다. 세상을 심판할 주시자의 등장. 바로 그가 환생한 것이다.
“아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무슨, 신의 환생이라니요. 그것은 아마 특별한 무엇이 있어서 그럴 겁니다.”
반 목사의 설명을 듣고 난 이 태극이 한 마디 껴들었다. 칼럼니스트라 불린 그는 지혜로 충만한 표정을 지며 설명을 했다. 인간은 어렸을 때 뇌에 구멍이 있다. 근데 크면서 뇌의 구멍이 닫혀 버린다. 만약 그 구멍이 열려 있으면 청각, 시각, 후각, 미각, 촉각에 이은 여섯 번째의 감각이 살아나는데 그것을 식스 센스라 한다. 이름난 점쟁이나 도사, 예언가 들이 그 부류다. 그런 능력이 있으면 쉽게 인간의 의식을 지배할 수 있다. 아마 그 친구가 혹시 그런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등등. 그러면서 덧붙였다.
“영화 같은 걸 보면 가끔 그런 소재로 만들지 않던가요? 죽은 귀신이 보인다는 등”
“그러고 보면 그런 것도 같고. 하여간 그 애는 우리완 달랐던 것 같습니다. 뭔가 으스스하고 기분은 썩 좋지 않았으니까요.”
반 목사는 의견이 무시당하자 기분이 나빴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눈으로 본 자신이 더 정확하다고 믿었다.
“어쨌든 그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다른 힘이 필요하다는 거 인정들 하시죠. 내 판단은 봉구란 친구를 앞세워 그들의 의식을 먼저 파괴해 버리자는 겁니다. 그 다음”
반은 이 태극을 쳐다본다. 하관이 날카로운 이 태극은 그래서 인상 역시 후하지는 않았다. “다음은 내게 맡기시면 됩니다. 요즘의 힘은 여론입니다. 가장 큰 힘이죠. 그 힘을 부추기면 그들을 쉽게 보내버릴 수 있습니다. 어디로 보내자고? 그건 각자 생각하십시오.”
“근데 김 중령은?”
“일태는 끝났소. 지난 주 이미 호출되었습니다. 군 생명은 아마 끝장일 것이오. 우리들은 24시간 감시당하고 있소. 여러분도 아시는 것처럼 그들이 먼저 선수를 쳤습니다. 올가미를 늘어뜨린 거죠. 하하하”
허한 웃음을 마친 박 봉근 중령은 김 일태가 없는 좌중을 돌아본다. 김 일태 뿐 아니다. 양 창성 소장, 김 양근 소장까지 전부 소환했다. 말썽은 사전에 막은 것이 상책이다. 병법은 군대에서나 민간에서나 같이 먹히는 것, 그것을 군에서는 몰랐을 뿐이다.
박 봉근은 며칠 전부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TV를 보지 않고 지낸 그였지만 요즘엔 자주 봤다. 자고나면 뭔가 터지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서다. 어제 밤 뉴스가 그 불안감을 확인해줬다. 새로운 출발을 위한 청산이 시작됐다고 앵커가 떠들더니 여자 앵커는 한술 더 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환영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중심이 돼 새 나라를 만들어나가야 되겠습니다. 구악은 일소하고 새로운 정신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MBS 뉴스를 마칩니다.”
‘뭐라고? 어떻게 이럴 수가....... 우리가 무얼 어떻게 했는데........, 그들이야말로 정말 사라져야 할 것들 아닌가? 나쁜 놈들. 이 땅을 누가 지켜왔는데’
“지금 당장 나서야 합니다. 오늘 당장 강렬한 메시지를 띄우겠습니다. 박 중령님은 단단한 결심을 하셔야 합니다. 죽지 않으면 세상이 바뀐다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난 봉구, 아니 신의 아들인 그를 만나겠소. 그가 필요하오. 그의 영적 능력이면 그들을 모두 ?아낼 수 있다고 확신하오.”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분위기가 익으면 그때 움직입시다.”
“가만, 어디로 움직인다는 거요? 나라를 정복하기라도 한다는 거요?”
“그건 아닙니다. 방송국 하나를 접수하는 거죠. 그리고 그들의 정체를 밝히는 겁니다. 낱낱이, 모두 다.”
“그러려면 무력이 있어야 될 텐데........”
“그건 박 중령이 맡아서 해주십시오. 우리 같은 민간인들이 어디 무기가 있겠습니까?”
“그래요...........”
박 봉근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신의 뜻이란 이 사람이나 인간의 목소리로 먹고 산다는 이 사람의 말이나 이건 아니다, 란 생각은 들지만 달리 다른 방도는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MBS를 접수합시다. 멋도 모르고 까부는 놈들은 볼 수가 없어서, 원.”
그의 제안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이 그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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