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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2:57 889회 0건
슈퍼맨-10부-



영업소장 회의가 있는 날이라 바로 서울 본사로 출근을 한다. 종전 같으면 택시를 타고 수원역에서 전철로, 다시 지하철을 갈아타고 뺑뺑 돌아 회의 참석도 하기 전 파김치가 될 터인데 지금은 차가 있으니 휘파람이 절로 나온다.



“아유, 소장님 반갑습니다. 안녕하셨습니까?”



“어이, 최소장 어서 오게. 뭐야? 차 산 거야?”



“오! 참 자네 소장 달고서 아직 술 안 샀어.”



“야! 요즘 수원 매출 많이 올랐다는 소문이던데...... 한 잔 사야지.”



여기저기서 고참 소장들이 강주를 반겨준다. 그 중에는 과거 모시고 있던 분들도 있어 더욱 반가운 자리다. 유일한 총각소장이란 것이 알려져서인지 본사 여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눈길을 주는 모습도 보인다.

각 부서의 전달사항을 끝으로 회의를 마치고, 다른 소장들은 예약된 식당으로 향했으나 강주는 빠져나와 총무부에 들러 점포 개발 자료를 카피하였다. 설계며 건축, 각종비품, 진열장구들의 거래처 별로 일목요연 정리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문득 경리로 취직시킬 예정인 희숙이 생각이 떠올라 반포영업소에 들렀다가 실망스런 이야기만 듣는다. 반포소장은 심지어는 똥개라고 일축하며 말도 붙이지 못하게 한다.



복잡한 생각에 의왕으로 차를 몰았다.

터는 어느새 정리가 되어있었고, 한 쪽에서는 포크레인이 잔여 쓰레기들을 치우며 평탄작업을 하고 있었다.

기존건물이 있다면 이억 원으로 점포 오픈이 가능하겠지만, 아무리 조립식으로 대충 짓는다 해도 건물까지 새로 지어서 각종 설비며 초기 물량을 공급받기엔 이억 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텐데, 집도 모두 처분시키고 새로 짓는 매장에 쏟아 부어야 할지 선뜻 판단이 서질 않는다.



“진정씨? 최소장입니다.”



“예, 소장님. 그렇지 않아도 연락드리려던 참인데......”



“네, 나오세요. 지금 의왕입니다. 아니, 제가 모시러 가지요.”



그녀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으며 상황을 설명하니 얼굴빛이 어두워진다.



“그렇다고 넓은 땅에 구멍가게를 차릴 수도 없는 일이고, 규모 있게 하자고 아이들 데리고 단칸방으로 나앉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이렇게 합시다. 상품대금 결제는 토지가 있으니까, 보증보험으로 돌려서 6개월 뒤로 미루지요.”



“아유, 죄송해서...... 그렇게 6개월씩이나 미뤄줄까요?”



“아, 여기 땅값만 해도 얼마겠습니까? 보증을 들어주면 가능합니다. 그 대신 부도라도 냈다간 땅도 날아가니 정신 차리고 운영해야지요.”



“소장님에게 돈 문제로 폐를 끼치니 죄송해서...... 전 소장님만 믿을게요.”



“자, 그쯤 하면 어렵사리 시작할 수는 있겠네요. 회전만 되면 금방 풀릴 수도 있으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녀의 집을 나서기 전, 점포개발 매뉴얼에 소개되어 있는 설계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기로 하고 다시 의왕으로 나왔다. 공터 한 편에 차를 대어 놓고 의자를 뒤로 눕혀 기지개를 펴니 그녀가 어디선가 빼 왔는지 커피를 내민다.

잠시 후 승용차 두 대가 공터로 들어서더니 한 무리의 사내들이 강주의 차로 다가온다.



“아니? 과장님이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어이, 최소장. 아까 뭘 그렇게 주섬주섬 챙기나 했더니 이런 일을 벌이고 있었어? 이게 무슨 일이야?”



어찌 알고 왔는지 총무부 김과장이 반가운 척 손을 내민다.



“안녕하십니까? 설계사무소에서 나왔습니다. 제가 겸사겸사해서 김과장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건축 쪽 일을 보고 있습니다.”



인사하는 사내들의 명함을 받아들고는 어이없어 하자 민망했는지 부연설명을 늘어놓는다.



“아까 수원영업소 소장님이라고 하시기에 혹시 신규출점을 하시는가 싶어서 본사에 전화 드렸더니 모르는 일이라고 하셔서......그래 본의 아니게 과장님과 함께 오게 되었습니다.”



“어어 그래, 최소장.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낭패였다. 멀쩡하게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입장에 개인매장 출점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강주는 불명예퇴직 감이었다. 이 사람이 어리석은 것인지, 약삭빠른 김과장이 눈치 빠른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강주는 속으로는 욕을 해 버리고 싶었지만 무언가 냄새를 맡고 따라 온 김과장 때문에 너스레를 떨 수밖에 없었다.



“아아, 그랬군요. 아 참, 이거 비밀인데...... 제 애인입니다. 제가 이런 일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 장모께서도 이 사람하고 처남들 시켜서 한 번 해 보시겠다는데, 어떻게 말립니까? 어! 진정씨 이리와요. 여기 우리회사 김과장님이에요. 인사 드려요.”



“아! 아 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습니다. 어, 뭐야. 그럼......최소장이 앞으로 이 매장을 직접 운영하겠네?”



“아닙니다. 저야 제 일 해야죠. 이 사람하고 결혼하면 아마 처남들이 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오오, 하긴 그렇겠군. 아무튼 이거 내가 최소장한테 잘 보여야겠는걸......혹시 나중에 취직자리라도 부탁하려면......”



“아 참,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하하”



“어어, 뭐해요? 한 번 둘러보지? 우리 최소장 처갓집 일이라니까 신경 써서 잘 좀 해주고......”



몰려가는 사내들 뒤로 그녀를 바라보니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다.



“진정씨, 많이 놀라셨죠?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 아니에요. 소장님.”



“또 곤란한 일 있을지 모르니까 먼저 들어가세요. 제가 나중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될까요? 저......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건축업자가 다가온다.



“저기...... 소장님, 철골로 올리실 겁니까?”



“아, 죄송한 말씀인데, 저 수의계약은 안할 겁니다. 나중에 도면 나오면 입찰 보시고......”



“아! 그러시죠. 하지만 양심적으로 해 드릴 테니까 잘 좀 생각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기...... 지질 검사 한 번 받아보시죠?”



“그건 왜요? 뭐...... 단층건물 지을 건데 그럴 필요가 있나요?”



“제가 좀 돌아보니까 모래가 많은 것 같아서요. 보세요. 저쪽으로는 풀 한 포기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콘크리트로 기초하면 튼튼하지 않겠습니까? 기껏해야 일층인데......”



“아! 제 말씀은 그 뜻이 아니고요. 요즘 골재 값이 장난이 아닙니다. 건축용 모래가 얼마나 비싼데요. 바다에서 채취하는 건 염분 때문에 못 쓰고요. 이런데서...... 모래가 나오기만 많이 나오면 이 위에 몇 층 건물 거저 올릴 수도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아, 그러기에 제가 양심적으로 말씀 드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만약 그냥 모르고 건축계약 했다가 모래가 쏟아지면 그건 업자 몫이 되어버리는데, 얼마나 손해가 막심합니까? 모르면 몰라도 그 핑계 대고 공사비 더 달라고 안 하면 다행이지요.”



“그렇다면 어디 한 번 손잡고 추진해 봅시다.”



뜻밖의 소식이다. 건축업자가 공사를 따내기 위해서 그저 하는 말인지는 몰라도 과연 말대로 그렇게만 된다면 오히려 규모 있게 지하나 옥상으로 주차장을 마련하고 대형매장을 손쉽게 오픈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자, 그러면 순서는 그렇게 정하기로 하고 오늘 모처럼 나오셨는데, 일찍 가셔야 할 일 없으시면 어디 가서 목이나 좀 축이시죠?”



사양할 김과장이 아니다.

저 인간이 알게 되었으니 어찌 됐든 입을 막을 필요가 생겨 버렸다.

업자의 안내로 차를 몰아 산기슭을 따라 들어가니 계곡 옆으로 군데군데 천막을 걸어놓고 오리며 닭, 개고기를 파는 곳이 보인다.

한 쪽에서는 계모임인지 나이 들은 여자들이 둘러앉아 화투를 치며 깔깔거리는 소리도 요란하다.



“그래, 최소장. 매장운영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 거라도 있어요?”



김과장은 어느새 강주에게 말을 높이고 있었다. 십년 이상 나이 차이를 보이는 손아래 직원이지만 향후 그 자리에 매장이 들어선 후의 강주의 위상을 생각한다면 직장생리에 익숙해진 그의 처신은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강주는 추후, 일의 진행경과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김과장의 섣부른 입놀림으로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강수를 두기로 했다.



“네, 우선 사백 평 규모로 지하에 주차장을 두고 일층 매장에...... 이층은 임대를 줄 생각입니다. 옥상도 주차장으로 사용하고요. 사거리에 목이 좋아서 뭐, 병원이나 문화시설 등을 유치하면 임대도 썩 어려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매장 삼분의 일 정도는 코너를 여러 개 유치해서 상품구성을 다양하게 가고 싶습니다. 그 때 되면 김과장님께서도 많이 도와주십시오.”



“아유, 그렇고 말고.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도와야지. 우리야 의리 빼면 쓰러지지요. 아무튼 최소장 처가 쪽 살림이 꽤 괜찮은 모양입니다.”



“네, 장모님이 군포 쪽에 부동산을 군데군데 좀 갖고 계십니다. 매장 자리도 그렇고요. 그러다 보니 좋든 싫든 제가 맏사위 자격인데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좀 피곤한 일이 많습니다. 처남들은 아직 공부 중이니 뭐...... 함께 거들라고 하기도 어렵구요. 그래서 그 자리도 우선은 제 약혼자 명의로 오픈할 겁니다.”



강주는 스스로도 깜짝 놀라고 있었다. 거짓말을 한 번 하기 시작하니 청산유수 아닌가? 턱도 없이 부족한 자금으로 고민하다가 방금 건축업자에게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꿈에 젖은 청사진을 뱉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 날은 그렇게 강주의 화려한 거짓말로 저녁이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저, 잠시 전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아, 네. 다녀오세요.”



강주는 화장실도 다녀올 겸 계곡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혜숙에게 전화를 건다.



“응, 나야. 지금 어디야?”



“어머, 강주씨? 뭐야? 그동안 전화도 없더니...... 나 지금 학교에서 막 나가는 중인데...... 왜? 젖 먹고 싶어? 호호호......”



“하하하...... 그래, 미안하게 됐다. 그동안 좀 바빠서...... 아...... 그나저나 내가 지금 좀 딱하게 됐다.”



“어머! 왜요? 무슨 일인데......?”



강주는 혜숙에게 김과장과의 일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하고 있는 것이다.



“음...... 뭐야? 그럼 내가 그 인간하고 같이 자 주면 되는 거야?”



“에이, 씨바...... 내가 미쳤니? 친구를 그놈을 주게...... 업자들은 여기서 그냥 보내 버리면 되고...... 그 인간은 따로 입 막을 필요가 있으니까 내가 수원까지 데리고 가서 술 한 잔 더 먹이고 뭔가 기술적으로 엮어 버려야 될 것 같은데...... 그 방면에는 네가 나 보다 한 수 위 선수 아니냐?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좀 도와 달라고......”



“쿡쿡...... 흥! 이제야 자기가 나를 알아 모시는구나. 그럼 여덟시 쯤 동수원 호텔 앞으로 데리고 와요.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래, 고맙다. 여덟시...... 이따가 보자.”



강주는 김과장에게 다가가 새끼손가락을 펴 보이며 귓속말로 전해준다.



“저기...... 과장님. 귀 좀...... 오랜만에 여자친구와 통화가 됐는데 함께 가시겠습니까?



“아, 으흠...... 그...... 그래요? 아, 그러지요...... 뭐, 시간도 많은데......”



“자, 그러면 두 분은 그렇게 진행해 주시고 오늘은 이쯤 하지요.”



“네, 네......”



업자들은 서둘러 계산을 하기 위해 빠져 나가고 김과장이 슬쩍 옆으로 붙어 친한 척 말을 꺼낸다.



“최소장이 재주가 보통 좋은 게 아닌가 봐...... 아니 곧 결혼할 돈 많은 처자까지 있는데, 애인은 또 따로 있나 보지?”



“하하...... 아유 뭐, 과장님은 안 그러십니까? 과장님도 상당히 좋아 보이시는데요?”



“어이구...... 나는 그런 거 없어요. 능력도 없고......”



“그러면 오늘 하나 소개 받으세요. 제 친구가 학교 선생인데, 자기도 위치가 있으니까 안심할 수 있거든요. 친구들도 다 괜찮을 거예요. 괜히 위험하게 날라리들 잘못 걸리면 신세 망치잖아요.”



“아유...... 그렇지. 나도 마음은 있어도 그런 게 무서워서 도대체......”



김과장은 흐뭇한 생각을 하는지 눈을 감고 시트에 기대어 있고, 차는 한참을 달려 어느새 호텔을 바라보고 있다.



“자, 아저씨 저 쪽 주차장으로 넣어 주세요. 돈은 여기 있습니다.”



대리운전 기사에게 키를 받아 나오며 호텔 앞으로 걸음을 옮긴다.



“강주씨, 여기......”



휘황찬란한 조명이 번쩍거리는 네온 앞에 머리를 질끈 뒤로 묶은 혜숙이 제자리에서 깡충거리며 강주를 향해 손을 흔든다. 밝은 색 옷이어서 그런지 조명 빛깔이 그대로 옷으로 투영된다.



“아! 과장님. 저 쪽에 나와 있네요.”



“아, 네...... 갑시다.”



“혜숙아, 인사해라. 우리 과장님.”



“어머! 안녕하세요? 아까 얘기 들었어요.”



“네, 아유 미인이시네요. 허허......”



“아니, 그런데 왜 혼자 나왔어? 친구라도 좀 데리고 나오지......”



“어머! 야. 갑자기 전화해 놓고서...... 금방 어떻게 누굴 데리고 나오니? 뭐, 그럼 내가 오늘 과장님 파트너 할 거니까 너는 네가 알아서 해. 호호호......”



혜숙은 냉큼 김과장의 팔짱을 끼고 혀를 내밀어 강주를 약 올리는 척 한다. 김과장은 당황되면서도 싫지 않은 듯 모른 척 팔을 내어주고 있다.



“참 나...... 하하하...... 과장님...... 파트너가 조금 못생겨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어이구...... 이런 미인을 싫다고 하면 예의가 아니지요. 하지만 최소장 애인이라면서......”



“아, 괜찮습니다. 그저 친구예요. 저야 뭐, 현지에서 조달하죠. 오늘은 그럼 못 생긴 파트너라도 만족하십시오. 하하하......”



“너, 자꾸 못생겼다고 할 거야? 내가 못생겼으면 미스코리아 다 죽어 버리라고 해라.”



혜숙이 핸드백을 흔들어 강주를 때리려고 하자 얼른 나이트클럽 안으로 도망가 버린다. 혜숙은 김과장에게 붙어 팔을 이끌고 따라 들어간다. 김과장은 혜숙이 장난스럽게 애교를 떨어 대자 어느새 입이 귀에 걸린다.

귀를 울리는 시끄러운 소리를 피해 이층에 마련된 룸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자, 술은 양주 큰 걸로 하고 안주는 알아서 가져와. 그리고 보다시피 파트너가 한 명 부족하니까 조달 좀 해주고......”



혜숙은 들어서자마자 웃옷을 벗어 옷걸이에 건다. 흰색 민소매 옷이 자꾸만 김과장의 눈길을 겨드랑이로 잡아끈다. 여자의 겨드랑이는 남자들에게 사타구니를 상상하게 하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어쨌거나 부하직원의 여자가 옆에 앉아 암내를 뿌리니 그 감흥이 어디 보통이겠는가?

술이 들어올 때까지 놀다 오겠다며 나가는 혜숙을 강주는 화장실에 간다며 따라 나선다.



“혜숙아, 어떻게 할 건데?”



“왜? 내가...... 저 인간한테 줄까 봐 신경 쓰이나 봐요.”



“뭐...... 솔직히 좋진 않지. 꼭 그럴 필요는 없잖아. 뭔가 약점만 잡으면 되는데......”



혜숙은 얼른 화장실 입구로 붙어 강주를 끌어당기고 입을 맞춰온다.



“흐......음, 흐룹...... 쭈웁.”



“하아...... 좋다. 호호호...... 걱정 마. 우린 평생친구하기로 했잖아. 그리고 나도 강주씨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 안 하고, 그냥 즐겁게 놀 테니까 부담 갖지 말고...... 강주씨가 나 아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질투하는 것 같기도 해서 은근히 기분 좋은 걸...... 호호호......”



“에이...... 씨바...... 그래도 아깝고, 기분 되게 꿀꿀한 건 사실인데......”



“설마 내가 저 배불뚝이가 좋아서 이러는 거라고는 생각 안 하겠지?”



“그걸 말이라고 해?”



“그럼 됐어. 난 강주씨만 믿어주면 되니까...... 이따가 기회 봐서 사진이나 찍어 둬. 내가 유혹해서 벗길 테니까......”



“너, 정말......”



만류하려는 강주를 뒤로 하고 혜숙은 총총거리며 계단을 내려가 사람들 속으로 사라진다.



“어이구, 술이 벌써 들어왔네요? 자, 한 잔 받으시죠.”



강주와 김과장이 술을 마시고 있으니 노크소리가 들린다. 웨이터가 스물 댓 쯤으로 보이는 아가씨를 앞세워 들어오고, 약속이나 한 듯 혜숙이 따라 들어선다.



“어머, 내가 딱 맞춰서 왔네. 호호......”



사십대의 나이에 이십대의 영계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미 옆에 앉아 능청을 떨고 있는 혜숙이 밉지는 않다. 빼어난 용모와 몸매...... 게다가 학교 선생님이라는데 쉽사리 접할 수 있는 날라리들과는 그 격이 다르지 않겠는가? 부하직원의 애인이라지만 틀림없이 누군가의 부인일 터, 남편이 있음직한 여자를 곁에 두고 술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김과장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자, 건배......”



술자리는 이제 한껏 무르익어 가벼운 스킨십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혜숙은 팔에 매달려 가슴을 마구 문질러 가며 애교를 떤다. 강주는 바로 앞에서 혜숙과 김과장을 보고 있자니 부아가 치밀지만 혜숙이 당부한 말도 있어 꾹 눌러 참고 애꿎은 술만 축내고 있다. 오히려 옆에 앉은 계집애가 방 분위기에 몸이 후끈 다는지 몸을 기대어 온다.



“쭙...... 후룹...... 으음......”



강주가 먼저 제 파트너에게 입을 맞추고 계집애도 바로 호응해 온다. 손을 가슴으로 뻗어 만지니 아무 것도 입지 않아 맨살이 바로 만져진다. 이래서 날라리들은 감흥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며 손을 다시 치마 밑으로 넣을 즈음 혜숙도 그동안 강주의 눈치를 보아 왔는지 강주가 시작하자 비로소 김과장의 사타구니로 손을 보낸다.



“허...... 억.”



김과장은 혜숙이 손을 뻗어 자신의 사타구니를 쓰다듬자 깜짝 놀라 강주의 눈치를 먼저 살핀다. 그러나 강주는 제 파트너의 가슴을 쥐고 빨아 대기에 여념이 없어 시선도 주지 않는다.

다시 혜숙을 보곤 마치 할 수 없다는 듯 입을 마주쳐 간다.



“흐릅...... 으......음, 쭙......”



한 손으론 혜숙의 가슴을 떡 주무르듯이 주무르고 일단 흥분이 몰려오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는지 혜숙을 의자로 뉘여 버리고 올라타서 엉덩이를 마구 주물러 댄다.

실내에는 네 남녀가 흘리는 신음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음악소리에 묻혀 들릴 듯 안 들릴 듯 이어진다.

한참 뒤 혜숙이 몸을 일으켜 치마 밑으로 손을 넣어 팬티를 내려 버리고 김과장의 와이셔츠 포켓으로 구겨 넣는다. 김과장은 행복한 표정으로 상기되어 있고 혜숙은 김과장의 사타구니 밑으로 들어가 앉아 지퍼를 끌어 내린다.

잠시 김과장과 강주의 눈이 마주쳤지만 강주는 고갯짓으로 끄떡거리며 허락의 표시를 보내준다.



“어머...... 호호...... 물건이 왜 이렇게 화가 잔뜩 나셨나요? 후루룹...... 읍...... 웁......”



혜숙이 김과장의 불알을 입에 넣고 굴려가며 좆을 위아래로 흔들어 대자 김과장은 흥분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 댄다.



“으...... 헉, 아아아...... 악, 흐으...... 으......”



불려 들어온 아가씨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이야 없었을지 몰라도 방 분위기에 휩싸여 자신도 모르게 강주의 지퍼를 열고 쭈그려 앉아 강주의 좆을 잡고...... 어느새 혜숙은 일어서 치마를 허리춤까지 끌어올려 의자 등받이를 잡고 엉덩이를 김과장에게 내밀고 있다.



“후루룹...... 으음...... 쩝......”



마침 손이 자유로워진 강주는 얼른 휴대폰 셔터를 눌러댄다. 방안에는 음악소리와 번쩍이는 조명 덕에 셔터 소리도 불빛 조명도 모두 묻혀 버리고 만다.



“허......업, 헉, 끄응, 헉.”



“아......학, 어어억, 아하앙......”



혜숙은 김과장에게 엉덩이를 내민 상태에서도 가급적 옆얼굴이 잘 보이도록 자세를 틀어주며 용을 쓴다.

김과장은 생각지도 않은 횡재에 혜숙의 골반을 붙잡고 마구 좆질을 해 대기 바쁘고 간혹 엉덩이를 세게 때려 흥분을 더해 간다.



“으......헉, 허억...... 싸...... 싼다. 으......”



김과장이 사정할 때가 되었는지 혜숙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아 보지만, 혜숙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잽싸게 팔을 풀어 빠져나오고, 혜숙의 보지에서 좆이 빠진 김과장은 잠시 허망한 듯 바라보다가, 이내 혜숙이 마스터베이션을 해 주니 다시 행복한 표정으로 좆 끝에 힘을 실어 벽을 향해 힘차게 쏘아댄다.



“으으으...... 흑, 아아아아......하......”



울컥거리며 좆을 떠난 정액이 몇 번 사정되더니 꾸물꾸물 카펫 위로 떨어진다. 혜숙은 김과장에게 보지는 대 주었지만 입으로도, 보지로도 정액을 받아주지 않고 뒤처리도 그저 손으로 해줄 뿐이었다. 강주를 향한 나름의 정조표시인지도 모르겠다.

김과장의 포켓에서 자신의 팬티를 꺼내 손에 묻은 정액을 닦고 좆을 몇 번 문질러 닦아서 집어넣어주고 지퍼를 올린다.



“호호...... 과장님, 이건 기념으로 드리는 선물이에요.”



혜숙은 요염한 모습으로 웃으며 씹물과 정액을 닦은 팬티를 다시 김과장의 바지 주머니로 찔러 넣어준다.



“저...... 정말...... 저 주시는 겁니까?”



“그래요. 그 대신 제 친구 잘 봐 주세요. 호호호...... 강주씨, 전화 줘 봐.”



아직도 좆을 아가씨에게 물려 있는 강주의 손에서 전화기를 빼앗아 자신의 전화기로 폰메일을 보낸다.



“어머! 너무 잘 나왔다. 호호호...... 내가 기념으로 찍어달라고 했어요. 괜찮죠? 앞으로 내 친구 못살게 굴면 이 사진 사모님한테 확 보내 버릴 거예요?”



말이야 엄청난 협박이지만 혜숙이 워낙 애교스럽게 이야기를 하니 김과장은 마치 귀신에게 홀린 듯 허허 거리며 웃고만 있다. 게다가 자신도 가정이 있을 테고 학교선생이라던데 그런 기반을 팽개치고 함께 죽자고 할 리도 없는 일이니 자신과의 섹스사진을 전리품처럼 챙기는 그녀가 그저 귀엽기만 하다.

어느덧 강주도 마지막이 올라오는 듯 신음을 흘린다.



“으흑...... 우우우우......”



“아가씨, 받을 거 아니면 비켜 봐.”



아가씨는 강주의 좆을 입에 문 채 혜숙을 바라보고 혜숙은 바로 강주의 다리사이로 몸을 집어넣어 앉는다.

혜숙은 좆을 건네받아 입에 물고 손놀림을 빠르게 하여 사정을 돕는다.



“흐윽...... 싼다...... 울컥, 울컥.”



“으읍, 후룩, 꿀꺽, 꿀꺽, 스읍...... 하아......”



“으휴...... 죽겠다. 아이고...... 과장님, 어떠셨어요?”



“아유, 나야 좋았지요. 그나저나 최소장한테 미안해서...... 이거야 원......”



“어머! 호호호...... 과장님 정력 좋으시네요? 벌써 여기가 불룩해요. 호호호......”



“아, 아...... 네...... 최소장 하는 걸 보니 또 이게 주책없이......”



“하하...... 그럼, 아가씨가 오늘 몸을 못 풀었으니 우리 과장님 모시고 호텔로 올라가라. 어때? 돈은 내가 줄 테니까......”



“오빠, 파트너 바꾸자고요?”



“야, 파트너는 원래부터 바뀌었어. 하하하...... 이제 제자리로 가는 거야.”



“아, 이거 참...... 최소장. 그래도 되겠어?”



“네, 그러세요. 혜숙이는 이제 집에 가야 되는데 여기까지 오셔서 혼자 주무시기 그렇잖아요.”



혜숙은 김과장의 사타구니를 꾹 쥐고 흔들면서 당부 말을 잊지 않는다.



“과장님, 오늘 좋았고요. 아까 드린 말씀 농담 아니에요. 우리 강주씨 힘들게 하면 정말 사모님 찾아 갈 거예요.”



“아이고...... 허허허...... 이거 큰일 났네...... 걱정 말아요. 우리 최소장이 다 알아서 잘 하는데 뭘......”



“자, 과장님. 그럼 나가시죠. 그리고 정말 의왕매장 건은 비밀 지키셔야 합니다.”



“아유, 그럼요. 최소장, 걱정 말아요. 잘못하면 나도 이혼 당하게 생겼는데...... 허허허...... 그리고 내가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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