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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삽입면허 - 21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02:57 736회 0건
007 삽입면허-21부-



“갔다 왔어?”



“으응, 아휴...... 더워라...... 에어컨 좀 틀고 있지 그랬어요?”



지영은 상의를 벗어 옷걸이에 걸며 몹시 더운 듯 바로 에어컨 리모컨을 집어 들고, 이내 서늘한 겨드랑이가 기찬의 시야에 들어온다.



“그런데 애경이는 어디 가고, 누님 혼자 들어 와?”



“애경씨한테 아파트도 알아보라고 했다면서?...... 그거 알아보고 온다고 독산동 쪽으로 갔어. 나야 뭐, 봐도 잘 모르니까 먼저 들어가라고 하던데......”



“으응, 그랬구나...... 잘 했어.”



“자긴 안 더워? 왜 에어컨도 안 틀고 있었어?”



“집에 가만히 있으니까 더운 줄도 모르겠던데...... 역시 우리 집이 가장 편한 것 같아. 으으으......휴우...... 더우면 누님이나 샤워하고 와.”



거실 소파에 누운 채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는 기찬의 곁에서 지영은 커피가루를 잔으로 떠넘기고 있었다.

복덕방 사장의 간통 고소로 결국 애경은 기찬의 옛집에서 지영과 함께 기거를 하게 되고, 두 여자는 이미 지영의 레스토랑에서 대면한 경험이 있어, 서로가 기찬의 여자일 것이라는 예감이 있던 터였고, 그에 따라 별 무리 없이 융화할 수 있었다.



“기찬씨, 그런데 그 여학생들은 어떻게 할 거야? 동생 취향도 어린애들은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던데...... 괜히 장난삼아 깊이 개입했다가 나중에 복잡해질지도 모르잖아?”



“후훗...... 글쎄요...... 문제 생길 게 뭐 있겠어? 나도 그저 호기심이 생겨서 그래......”



“설마 카이로에 데려다 쓰려는 건 아니겠지?......”



“에이...... 그건 안 될 일이지. 그 애들이 완전히 화류계에 투신한 애들도 아니고...... 그저 용돈 욕심에 철모르고 그랬을 건데......”



“그리고 아파트는 뭐하는데 두 채씩이나 한꺼번에......”



“으응, 하나는 김비서 식구들 이사 시킬 거고, 하나는 미라네 오빠가 이사할 집......”



기찬은 유독 지영에게만은 자신이 건사하는 여자들에 대해 숨김없이 이야기를 해주는 모양이었다. 각각이 달리 알고 있는 기찬의 신분에 대해서도 지영은 모두 알고 있는 모양이니 기찬은 지영을 비서실장 격으로 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회사의 업무는 지수의 남편 김비서에게, 정보수집과 사채 사무실은 한기주에게 각각 맡기고, 그 사이의 교통정리를 지영에게 맡기는 셈이었다.



“애경씨, 오늘 봤더니 조금 풀이 죽어 보이더라. 안 됐어.”



“뭐, 할 수 없는 일이지. 누굴 탓하겠어? 자기가 좋아서 벌인 일, 자기가 책임지는 거지. 내가 건드린 여자들...... 따지고 보면 다 사연 있는 사람들 아냐? 결국 자기들이 잘못 처신해서 그렇게 되는 거지.”



“피...... 내가 뭐?...... 나야 마누라 딸린 남자하고 사귄 것도 아닌데...... 한밤중에 느닷없이 쳐들어와서 은근슬쩍 위로해 주는 척 자기 여자 만들어 버린 게 누군데?......”



“하하...... 누님은 빼고...... 그러니까 누님은 내 최측근 정보장교 아닙니까? 그래서 우리 집으로 거처도 옮긴 것이고, 가게도 누님 명의로 차려 주잖아.”



“그럼 다른 여자들 아파트는 왜 구해주는데?..... 뭐, 나만 그렇게 해 주는 것처럼......”



“에이, 김비서가 살 집이야 여전히 내 명의로 할 거고, 미라 오빠야 원래 제 몫의 돈에다 조금 엎어주는 것뿐인데...... 그리고 미라 오빠나 올케는 소공동 일도 협조를 하고 있잖아.”



“후훗...... 그러고 보면...... 기찬씨, 은근히 그 남자들한테 미안한 감정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지? 살 수 있게 배려해 주는 걸 보면......”



“뭐,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 내가 자기 마누라들하고 그런 관계에 있다고 해서 미안해 할 필요는 없지. 자기가 그랬든, 마누라가 그랬든...... 어차피 내가 아니었어도 이미 자기들이 한 짓 때문에 가정은 벌써 깨졌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다만, 이제는 나하고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 사이 정이 들어서 돕고 살자는 거지. 모르는 게 약이라고도 하잖아? 하하하......”



“아유, 그러고 보니 자기 진짜 얄미운 거 알아? 집도 절도 마누라도 다 뺏어 버리고, 나중에는 조금씩 돌려주면서 생색은 있는 대로 다 내고......”



“하하하...... 뭐, 할 수 있나? 기반도 없는 내가...... 자리 잡아서 먹고 살려면 도리 없는 일이지...... 자, 그럼 또 나가볼까......”



“어딜 가려고?......”



“으응, 이제 학교에 가서 애들을 한 번 볼까 싶어서...... 이제 애들을 뜯어먹고 살던 윤호란 놈도 잡아 족쳤으니 앞으로는 그만 맘 편히 지내라는 뜻도 있지. 어험......”



“피...... 말이 좋다? 어디 두고 보겠어. 과연 핏덩이 같은 어린애들도 옆구리에 꿰차는지, 그냥 풀어 주는지......”



“허헛...... 참 나...... 어린애들은 관심 없다니까...... 누님은 가게에 안 나가 볼 거야? 이제 오픈 준비하려면 제법 바빠질 텐데...... 누님이 얼른 오픈해야 나도 밥걱정을 덜지. 히힛...... 마누라가 하는 전용식당이 빨리 생겨야 매일 삼시마다 다른 여자들을 안심하고 데리고 갈 수가 있잖아?”



“어머머! 정말 기가 막혀서...... 못 말려...... 호호호......”



사실 그런지도 모를 일이다. 안으로든 밖으로든 기찬과 연결 지어진 사람들은 가족 중 하나라도 누군가는 떳떳치 못한 처지에서 만나게 되었고,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수렁에 빠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가족들 간의 끈끈하고도 애틋한 정을 교묘히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수단으로 삼은 기찬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타고난 성향이랄지 기찬은 자신을 둘러싼 연상 여인에게서 느끼는 감정을 또래의 계집애들에게서는 그다지 얻지를 못하는 모양이었다. 카이로에서 일하는 계집애들조차 여진과 미라 외에는 기찬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연상인 마담 세미만이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제 지영이 관심을 표했듯이 화류계 초보라고도 할 수 있는 원조교제 여고생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내게 될지 기찬도 자못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기찬씨?”



“아! 금주 누님?......”



학교 에 도착해 벤치에 앉아있는 기찬에게 금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오늘 저녁에 시간이 날지 모르겠네요?”



“저녁에?...... 하하...... 무조건 내야지요. 누님이 부르는데......”



“어머?...... 호호호...... 저녁이라고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고...... 마침 가까운 사람들 몇 명만 모여서 식사를 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는데...... 이 기회에 기찬씨도 오면 좋을 것 같아서요.”



“아! 그래요? 그것 마침 잘 됐네요. 그게 번잡한 것보다야 훨씬 좋지요. 뭐...... 제가 준비해야 할 것이라도 있나요?”



“아니에요. 그냥 오시면 돼요. 지난번에 송금해 주신 것만 해도 충분히 인사치레는 됐어요. 나중에 제가 알아서 저희 아버님한테 소개해 드릴 거니까 기찬씨는 그저 모른 척하고 계세요.”



“네, 알았습니다. 나중에 뵙죠.”



정치헌금과는 별도로 따로 선물을 하고 싶다는 기찬의 너스레가 먹혀들었는지, 저녁시간의 모임에 기찬을 초대하는 금주의 전화가 걸려온다. 금주 역시 친근하게 접근해 오는 기찬이 싫지 않았을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친구 지수에게 밀리는 것이 싫었을 것이니 그녀가 모르는 가운데 기찬을 장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었다.



마침내 정치권 인사들과도 면식을 갖게 될 모양이었다. 그 보다는 금주 개인에게 더욱 관심이 간다고 해야 맞을 일이겠지만, 과정에 있어 부수적으로 떨어지는 것들을 무시할 필요도 없는 일일 것이니 저녁 모임에 나름의 기대를 품어 본다.



“저...... 기찬아......”



“아! 누나, 언제 왔어?”



은숙은 기찬과의 일이 조심스러웠는지, 공연히 주변을 경계하며 기찬에게 다가와 곁에 앉는다.



“저...... 그럼 수혜만 조퇴를 시켜주면 되겠니?”



“으응, 윤호 말로는 그 녀석이 가장 적극적이었다니까...... 그 애부터 만나보면 뭔가 자세하게 답이 나오겠지.”



“그럼, 너...... 이렇게 할 수도 있는 거면서 나는 왜 여관까지 데려갔던 거니? 너, 일부러 그런 거였지?”



“푸훗...... 누나, 그걸 이제야 알았어? 나도 학교 다닐 때부터 누나 좋아했잖아.”



“너...... 너무해. 어쩌면 사람을 그렇게 겁을 줄 수가 있니?”



“하하...... 미안해. 그 대신 윤호도 안전하게 해 주잖아. 어쨌든 누나는 학생들한테 아무 표도 내지 마. 아무 것도 모르는 척 해야 돼.”



“그럼 오늘 조퇴시키는 건 뭐라고 해?”



“으응, 그냥 재단에서 표본조사 한다고 학생 한 명을 차출했다고만 해 둬.”



“으응, 알았어. 저...... 그리고...... 기찬아.”



“쉿! 걱정 마. 아무 일도 없어. 누나 일은 나만 아는 영원한 비밀...... 됐지?”



“으응, 그래. 부탁이야.”



여전히 운동장에는 뛰어다니며 체육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 있어 은숙의 손을 한 번 힘주어 쥐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들여보낸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차 안으로 들어가 기다리고 있으니 잠시 후에 한 여학생이 가방을 챙겨 들고 벤치 근처에서 기찬을 찾는 듯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네가 안수혜니?”



“아! 네...... 저...... 선생님이 재단에서 오신 분이세요?”



“으응, 그래, 차에 타라.”



“네......”



흰 색 상의와 잿빛 치마,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교복이 잘 어울리는 눈이 커다란 여학생이 그 주인공이었다. 오뚝한 콧날에 커다란 입, 시원스럽고 서구적으로 생긴 마스크에 화장을 하고 제법 갖춘다면 누가 봐도 학생이라고는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기찬의 머릿속을 채우고, 기찬은 마땅히 행선지도 정하지 않은 채 운전을 하며 수혜의 속을 떠 보기로 한다.



“수혜는 몇 살이니?”



“열여덟 살이요.”



“아저씨는 재단이 아니라 수사기관에서 나왔어.”



“네, 네?......”



“이윤호라고 알지?”



기찬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리 없는 수혜는 곧 고개를 떨어뜨리고 기찬의 눈치만 살피고 있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여전히 전방을 주시하며 운전을 하는 기찬도 간간이 수혜를 돌아볼 뿐 더 이상 말이 없어 한동안 차 안은 침 넘기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수혜는 비로소 차 안의 경광등이며 수사차량이라는 팻말을 발견했는지 안절부절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지, 지금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글쎄다...... 경찰서로 갈 수도 없고......”



마땅히 정한 공간이 따로 없는 기찬의 입장에서 갈 수 있는 곳이라곤 삼각지의 여관뿐인데 교복 차림의 여학생을 데리고 가는 것이 여의치 않아 궁리 중인 것을 수혜는 자기 입장에서 알아서 해석을 해 버린다.



“아, 아저씨...... 그럼 용서해 주실 거예요?”



“으응?...... 그래, 너를 처벌하려는 게 아니고, 그저 상황 파악이나 해 보려는 것뿐이니까 걱정할 것 없어.”



“아저씨, 그러면 아무데나 여관으로 가 주세요. 저...... 교복 윗도리만 갈아입으면 아무도 학생인 줄 몰라요.”



“으응?......”



비로소 기찬은 수혜가 했던 말의 뜻을 인식하게 되고, 맹랑한 계집애의 맹랑한 거래 요구에 웃음을 머금을 뿐이었다.



“여기는 어디에요?”



“어디긴 어디야? 아파트지. 자, 따라와.”



갈 곳이 마땅치 않았던 기찬은 거리가 가까운 흑석동 아파트로 방향을 잡았던 모양이고, 어차피 저녁에 금주가 제안한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으니 옷이라도 갈아입으려면 이곳에 다녀가야 할 일이었다. 전세사기를 당했던 차윤정 부부에게 하숙생이라는 미명을 내세워 신혼부부의 삶에 끼어들고, 윤정의 몸을 재차 탐하려던 밤, 엉뚱하게도 맞은편에 살던 지영을 카이로의 마담으로 오해해 한밤중에 사라졌던 그 날 이후의 첫 방문이었다.



“어, 어머!”



“아! 인사해요. 내 조카예요.”



엉겁결에 마주친 윤정에게 수혜를 조카라고 소개해 버리고, 수혜는 눈치껏 윤정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안으로 들어서니 마침 손님이 와 있었는지, 누군가가 소파에 앉아있었고, 기찬은 자연스럽게 곤란한 상황을 피해 수혜를 방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닫아 버린다.



“누구야?”



속삭이는 기찬의 질문에 윤정도 소리를 죽여 대답해 온다.



“제 동생이에요. 어서 들어가 보세요.”



“아...... 알았어. 그래도 인사는 해야지. 내 처제나 다름없는데......”



“미, 미쳤어요?”



행여 동생에게 들릴세라 소리죽여 제지하는 윤정을 밀쳐내고 기찬은 거실로 나선다.



“안녕하세요? 윤정씨 동생이시라고...... 저는 이 옆방에 사는......”



“어머! 네, 안녕하세요? 언니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하하...... 네, 뭐 별 말씀을...... 자, 그럼 말씀들 나누세요.”



달리 할 말도 없는 사이니 자매를 뒤로 하고 방 안으로 들어서자 수혜는 한 구석에서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었다. 이부자리가 깔린 채 몸만 빠져나갔으니 엉망이어야 할 방 안은 여전히 윤정이 청소를 해 두는지 정갈한 모습이었고, 은은한 향기마저 감돌고 있었다.



“앉아라.”



“네......”



기찬의 생각을 헛짚은 수혜는 몸이라도 풀 생각으로 여관을 제안했었는데, 엉뚱하게 가정집으로 자신을 데리고 온 기찬의 속을 알 수 없어 더욱 불안해하는 모양이었다.



“음...... 이윤호 말을 들어 보니까 네가 가장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끌어들이고, 그 일에 개입을 했다는데 그게 사실이니?”



“네......”



“왜 그랬니?...... 이윤호가 무슨 협박이라도 했던 거니?”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머뭇거리는 수혜를 기찬이 낮은 목소리로 재촉한다.



“너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약속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사실 대로만 애기하면 돼.”



“네...... 사실 그 오빠 만나기 전부터 원조교제는 했었어요. 인터넷으로......”



“그런데?......”



“그런데, 그 오빠가 어떻게 알고 왔는지 저를 찾아 왔었어요. 자기 말로는 다른 친구가 소개를 해 줬다고 해서 할 수 없이 만났었거든요.”



“그래서......”



“저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런 줄만 알았는데...... 얘기 도중에 갑자기 돈을 벌어 보자고 하더라고요. 오빠가 남자는 물어다 준다면서......”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이미 저에 대해서 다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뺄 일도 아니었고, 어차피 저도 돈은 필요한 입장이라...... 그리고 무엇보다 인터넷으로 하면 잡혀 갈 게 제일 걱정이었거든요. 돈을 못 받는 경우도 많고...... 그 오빠가 안전하게 남자들한테 돈까지 받아다 주니까 저로선 마음 편하게 약속장소에 나가기만 하면 됐거든요.”



“그럼 다른 애들을 끌어들인 건 왜 그랬는데......”



“거기에서도 제 몫을 떼어 준다고 해서...... 주변 애들 사정 들어보고......”



“그럼 김미림이도 네가 소개시킨 거니?”



“그, 그걸 어떻게 아세요?”



“으흠...... 이제 대충 알겠구나. 그래, 너는 돈을 어디에 쓰는데 그렇게 돈이 필요한 거지?”



“저...... 저희 집에는 돈 버는 사람이 따로 없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돈 버는 사람이 없다니? 너희 부모님이 안 계시니?”



“아빠는 회사 망하면서 집을 나가시고, 엄마는 몸이 아프셔서...... 제가 저녁에 아르바이트 하는 줄 알고 계시거든요.”



한 번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하니 수혜는 거침없이 사연을 쏟아내고, 기찬은 슬슬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공연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에 듣지 말아야 할 얘기를 들어 버렸다. 이런 것이 천사와 악마의 싸움이라도 되는 것인지 머릿속에선 두통이 밀려오고, 알 수 없는 갈등에 휘말려 버린다. 수혜의 말을 들어보니 윤호와 서로의 입장이 맞아떨어져 누구의 강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면 네가 한 달에 가져가는 돈은 얼마나 됐니?”



“오십만 원에서 백만 원 사이...... 일정하진 않았어요.”



“모두 몇 식구니?”



“엄마하고 동생 둘이요. 아빠는 지금 안 계시니까 네 식구예요.”



“너는 지금 몇 학년이지? 열여덟이면 이학년인가?”



“네......”



기찬은 수혜를 한참이나 바라본다. 다소곳이 앉아 고개를 숙인 채 간간이 얼굴을 들어 기찬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미처 볼 수 없었던 처연함이 묻어난다. 교복이라는 제복으로 획일화시킨 그 이면에는 결코 사춘기 소녀들이 감당해 내기 어려운 녹녹치 않은 삶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인생의 갓길로 몰리고 있는 이들에게 측은한 마음이 생기기도 하는 일면, 그와는 달리 완전히 장악해 버려 더 이상 옴짝달싹할 수 없는 경지까지 몰아가고 싶은 악마성이 함께 고개를 쳐드는 것을 느끼는 기찬은 고개를 털어 상념을 쫓아 버린다.



“수혜야......”



“네?......”



“너를...... 나한테 팔아라.”



“네?......”



“그러지 말고 네 몸뚱이를 나한테 팔란 말이다. 내가 살 테니까...... 한 달에 고정적으로 이백만 원씩 줄 테니까 그 일은 그만두고, 앞으로는 내 말만 잘 들어. 어때?...... 그렇게 할 수 있겠어?”



“이, 이백만 원이요?...... 네, 네...... 그렇게 할게요. 앞으론 아저씨 말씀만 들을게요.”



수혜가 거절이나 사양을 할 입장은 아니었다. 자칫 체포당해 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몸을 풀고라도 빠져나가고 싶었는데, 이백만 원이 아니라 거저 착취를 당한다고 할지라도 기찬의 기분을 거스를 수는 없는 일이었고, 기찬을 반신반의하는 중에서도 자신의 아픈 입장을 고려해 주는 느낌을 받게 되고, 위태로운 지경에서 그에게 조금씩 마음이 열리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면 너도 앞으론 나를 외삼촌이라고 불러. 내가 미림이 외삼촌이니까......”



“어, 어머!...... 몰랐어요. 죄송해요.”



“그래, 괜찮아. 다 지난 일이니까...... 그 대신 미림이하고도 친하게 지내고......”



“네, 그럴게요. 이젠 아무도 미림이 괴롭히지 못하게 할게요.”



“뭐야?...... 후훗...... 수혜, 너 싸움꾼이냐?”



“그건 아니지만 제가 이래봬도 학년 짱이라니까요. 미림이하고 제가 친하게만 지내도 학교에서는 아무도 못 건드릴 거예요.”



“허헛...... 자식...... 그래, 알았다.”



“저...... 그럼 어떻게 할까요?...... 여기서 그냥 해도 되나요?...... 아니면 우선 입으로라도......”



“아, 아냐. 괜찮아...... 내가 곧 나가봐야 할 곳이 있으니까...... 그건 다음에...... 옷이나 갈아입고 함께 나가자.”



“아! 네......”



다시 천진난만한 태도로 돌아온 수혜에게서 긴장을 풀었다가 적극적으로 기찬의 허리춤에 손을 집어넣는 수혜의 행동에 놀란 것은 오히려 기찬이었다. 고등학교 이학년짜리 계집애라곤 할 수 없는 조숙함에 기찬의 허리춤이 불편해져 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생리현상이기도 하였다. 옷을 벗고 양복으로 갈아입는 기찬의 행동이 영 어색하기만 해 수혜는 입을 가리고 쿡쿡거린다.



“푸훗...... 외삼촌...... 너무 귀여우세요.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세요?”



“으응?...... 이 자식이...... 하하......”



수혜는 옷을 갈아입는 기찬의 앞으로 장난스럽게 다가와 품에 매달린다. 바지를 꿰던 기찬은 엉거주춤 수혜를 마주 안는 자세가 되어 서로를 바라본다.



“수혜...... 너, 외삼촌 좋은 사람 아니다. 착각하지 마. 나는 룸싸롱도 운영하는 사람이야. 나중에 너 학교 졸업하는 대로 룸싸롱에 취직시켜서 지금 주는 돈 다 다시 받아낼 거야.”



“그건...... 지금도 하고 있는 일인데요. 뭐...... 저는 아무 상관없어요. 지금이라도 외삼촌이 술집에 나가라면 얼마든지 나갈게요.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시켜주세요.”



“자식......”



“외삼촌...... 그럼 우선 키스라도 하게 해 주세요. 그래야 저도 안심하고, 외삼촌 말씀을 믿을 수 있잖아요?”



“흐읍...... 으으음...... 쭈우웁......”



느닷없이 부딪쳐 오는 수혜의 입술은 달콤하기만 하였다. 보드라운 소녀의 속살과 타액을 넘겨받으며 기찬은 잘록한 교복허리로 손을 가져가 수혜의 허리를 힘껏 끌어안아 들어올린다. 까치발을 들어 기찬과 입술을 맞추는 수혜는 기찬의 도움으로 목에 팔을 감을 수 있었고, 자유로워진 기찬의 팔은 수혜의 부드러운 엉덩이를 쓰다듬어 주무르고 있었다.



“하아으응...... 이제 전...... 확실하게 외삼촌 거...... 된 거 맞죠?”



마주 보는 얼굴로 단내를 토해내며 깜빡이는 눈을 맞추는 수혜가 잠깐 두렵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찬의 생각을 뛰어넘는 수혜의 당돌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 이제..... 안수혜는 내 여자야. 그나저나...... 시간 없는데 너, 이건 어떻게 할 거야? 이 자식아......”



“어머! 호호호...... 제가 우선 손으로 빨리 해 드릴까요?”



“안 돼. 지금은 시간 없다니까......”



기찬은 엉거주춤 다시 옷을 걸치고, 수혜는 기찬과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며, 전화위복의 결과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차에 오르자 기찬은 지갑을 열어 수혜에게 수표를 두 장 건네며 다독여 준다.



“자, 수혜야...... 잘 챙겨 넣고...... 엄마가 편찮으시다는데...... 오늘은 내가 시간이 없으니까 나중에 나하고 함께 가보고 병원에 입원을 시켜 드리자. 그게 좋겠지? 수혜가 동생들하고 밥은 해 먹을 수 있지?”



“......”



수혜는 기찬의 다정함에 목이 메는지 대꾸도 못한 채 돈을 받으며 울먹이고, 기찬은 그런 수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준다.



“자, 이제 출발하자.”



수혜를 태워다 주며 기찬은 자신이 형수 보라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려 자신의 몸뚱이를 최후의 보루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보라를 아깝게 여길 정도로 사랑하는 무의식에 투영되었던 모양이다.



“쪽!......”



수혜는 차에서 내리기 전 기찬에게 기습키스를 남김으로 애정을 과시하고, 기찬도 그런 수혜가 밉지 않아 미소로 답을 해 준다.



“잘 있어.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하고......”



“네, 외삼촌...... 안녕히 가세요. 제가 친구들한테도 얘기 잘 해 둘게요.”



“그래......”



기존의 루트가 끊어짐으로 해서 원조교제를 해오던 아이들이 당황스러워하다가 자칫 소문이라도 나게 되면 여러 가지로 곤란한 점이 있어 그 점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은 모양이다. 이것 또한 기찬의 사업에 있어 투자라면 투자인 셈이니, 수혜의 경우처럼 생활이 곤란해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시작한 애들은 생활비를 지원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말았다. 오지랖도 넓은 기찬은 이런 것도 장학금인 양 사학연계라도 시작해 인재들을 비축하려는 모양이었다.



“어머! 어서 오세요. 늦지 않게 잘 맞춰 오셨네요?”



“하하...... 예쁜 누님 보러 오는데 늦으면 되겠어요?”



“또, 또...... 시작이시다. 자, 우선 요기부터 하세요. 뷔페식이니까 다니시면서 인사도 나누시고......”



“아, 아니?...... 뭐, 조촐한 모임이라더니......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아요?”



“호호...... 그러면 안 오실 거 같아서...... 이 모임 끝나고 나면 그 때, 따로 모임 가질 거예요. 그 자리에 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알고 계시죠?”



“허...... 이것 참, 그럼 나는 누님 꽁무니만 쫓아다니면 되겠네?”



“음, 흠...... 그건 말뜻이 좀 다르게 들리는데요? 호호......”



기찬은 요염한 눈길을 보내며 미소를 짓는 한금주를 놓아 보내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 접시를 주워 든다.

적당한 테이블을 찾아 엉덩이를 걸치자 곳곳에 끼리끼리 모여 앉아 뭔가 얻어내고자 혈안이 되어있는 인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돌아봐도 기찬 또래의 사람들은 서빙을 하고 있는 종업원들뿐이니 다시 접시로 코를 처박아 버린다.



“흠...... 이런 곳도 있었군......”



후원으로 돌아 나오자 곳곳에 조그만 석상들로 꾸며진 조각공원이 마련되어 있어 담배라도 한 대 피울 생각으로 걸음을 옮긴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각이라 제법 풍광이 돋보이는 곳이었다.



“어머! 뭐예요?...... 한참 찾아도 안 보여서 그냥 가신 줄 알았잖아요?”



한금주였다. 와인도 제법 한 잔 했는지 발그레한 얼굴이 석양에 맞아떨어진다.



“찾긴 뭘 한참 찾아요? 금방 나왔는데...... 하하......”



“혼자서 뭐해요? 사람이나 좀 사귀시라니까......”



“아유, 취미 없어요. 전부 노인네들에다가..... 뭐라도 하나 건져가려고 혈안들이 돼서......”



“피...... 기찬씨는 안 그래요?”



“하하...... 하긴...... 나도 관심사가 하나 있긴 있지요.”



“어머! 그게 뭔데요?...... 기찬씨 관심사라니까 저도 궁금해지는데요.”



기찬으로부터 무슨 말이 나올지 뻔히 알고 있을 금주가 술기운을 빌어 힘을 얻었는지 요령을 부려 온다. 기찬은 잠시 눈을 돌려 주위를 살피고, 구석의 연못 뒤 나무 사이 작은 공간으로 금주의 손목을 잡아챈다.



“어머머! 기, 기찬씨......”



작은 정원수 나뭇잎들이 금주의 정장 치마에 걸려 바닥으로 쏟아진다.



“흐으읍...... 흐으음...... 쭈우웁......”



“하악, 아유...... 미쳤어요?...... 큰일 나려고...... 흐으읍......”



재차 덮쳐오는 기찬의 입술을 이번에는 마지못하고, 긴 팔을 둘러 기찬의 목을 감아온다. 달콤하고 쌉쌀한 와인의 맛이 금주의 입술에서 그대로 느껴지고, 그녀의 머리칼은 장미향을 풍겨 기찬을 황홀경으로 인도한다.

다시 눈을 마주친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나무를 몇 개 더 돌아 더 깊은 곳으로 자취를 감추고, 제법 어스름한 시간이어서 밖에서는 볼 수 없는 곳까지 이르러서야 걸음을 멈춘다.



“나쁜 놈......”



“푸훗...... 남편은?......”



“오늘 여기는 안 올 거예요. 당에 다른 일이 있어서...... 여기는 아버님 손님들만 오는 자리니까 굳이 없어도 되거든요.”



“그럼, 누님은?......”



“호호...... 저야 꽃이니까 여기에도 피어 있어야지요.”



“후훗...... 그럼 오늘 그 꽃냄새에 좀 빠져 봐야겠는데요.”



“아이, 여기서 어떻게...... 나중에 모임 끝나고 나면 따로 시간 내 볼게요.”



“싫어, 지금...... 나, 정말 오래 참았단 말이야. 여기는 밖에서 안 보여. 그리고 누가 여기까지 들어오겠어? 틈도 좁고 옷 버리는데......”



말과 함께 기찬은 이미 치마를 걷어 올려 팬티를 끌어 내리려 하고 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금주도 주변을 한 번 더 돌아보고는 술기운에 힘을 얻었는지 손을 집어넣어 가터벨트를 풀고 기찬의 손길을 돕는다.



“그럼...... 기찬씨, 빨리 해야 돼요.”



기찬은 손을 뻗어 사타구니를 쓰다듬고 몇 번의 손놀림으로 물기를 유도해 낸다. 금주는 어스름한 저녁 빛에 하얀 달덩이 같은 엉덩이를 드러내고 무릎을 굽혀 기찬의 손놀림을 적극적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하윽, 돼, 됐어요...... 어서......”



“그래, 치마 좀 잘 쥐고 있어. 자꾸 흘러내리잖아.”



“흐윽, 자...... 어서...... 시간 없어요.”



“후욱...... 후욱......”



서서히 금주의 엉덩이에선 물 치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금주는 결국 근처의 나무 기둥에 매달려 엉덩이만 치켜들고 있었다.



“하으윽...... 살 사알......”



이곳에 오기 전 수혜의 깜찍한 유혹에 이미 힘겨웠던 기찬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금주의 엉덩이에 매달려 퍼덕거리고 있었다.



“흐윽...... 누님...... 너무 좋아......”



“하윽, 하윽...... 기찬씨......”



어스름 저녁,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왠지 더욱 대비가 일어나는 듯, 발목에 걸려있는 바지 위로 흔들어 대는 기찬의 벗은 몸과, 마주쳐 오는 금주의 엉덩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밖에서도 보일지 모른다는 마음에 공연히 분주해 더욱 더 성감을 끌어올리고 자극을 받는다.



“여, 여보...... 그만......”



“흐윽...... 조금만...... 조금만...... 울컥......”



어느덧 골반을 잡아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바짝 허리를 밀어붙인 금주의 엉덩이에도 경련이 일어난다. 엉덩이에 출렁이던 파도도 잦아들고, 두 사람도 동작을 멈춘 채 아직도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울렁임을 받아들인다.



“흐윽...... 울컥......”



“하악...... 그만......”



주변 경관과 어울려 치마를 걷어 올린 채 가터벨트를 손질하는 금주의 모습은 가히 섹시하다 할 만한 모습이었다. 다시 치마를 바로잡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머리칼을 정리하고는 바위 위에 앉아있는 기찬의 곁으로 다가온다. 기찬은 다리를 벌려 품을 만들어 주고 금주는 기찬의 목에 팔을 두르며 무릎 위로 보드라운 엉덩이를 걸쳐 앉는다.



“흐으읍...... 쭈우웁......”



다시 단내 나는 혀가 엉키고 아쉬웠던 감로수를 마음껏 넘겨준다. 기찬도 손을 뻗어 금주의 젖가슴을 헤집고 금주는 두 손으로 기찬의 얼굴을 감싼 채 열락으로 보내 준 기찬에게 감사의 정을 표한다. 두 사람이 약속을 한 적은 없었지만, 지수와의 만남 이후 따로 만남을 가졌던 그 시각 이미 두 사람은 서로에게 내밀한 마음을 품고 있었으니, 불륜의 시작은 그곳에 있었다. 언제든 손을 뻗어 취할 수 있는 상대를 미루어 아껴두는 애틋한 불륜을 즐기고 있었던 셈이니 두 사람 사이의 밀린 정은 각별하기만 한 것이었다.



“아니...... 이 사람이 어딜 간 거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두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금주의 몸이 한 순간 굳어진다.



“어머! 우리 남편이야...... 어떻게 해?......”



“오늘 안 온다면서?......”



당황한 듯 속삭이는 금주의 말을 듣는 중에도 그녀의 젖무덤을 쉼 없이 애무해주고, 입술을 빨아들인다. 잔뜩 분위기에 심취해 있는 금주도 무슨 배짱인지 기찬의 입술에 간간이 동조해 오며 시선을 목소리가 들려 온 방향으로 고정시킨다.



“아유, 몰라...... 일이 빨리 끝난 모양이지......”



두 사람은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다가 할 수 없이 자세를 낮추고 한 옆으로 몸을 피한다.



“자, 그럼 누님 먼저...... 저쪽으로 돌아 나가요. 나는 조금 더 있다가 뒤 따라 갈 테니까......”



“으응, 알았어요.”



가는 허리 밑으로 커다랗게 확장되는 금주의 엉덩이를 조심스럽게 밀어 밖으로 방향을 잡아주고 기찬은 반대편으로 몸을 숙인 채 움직여 나간다.

잠시 후, 빠져 나간 금주를 발견했는지 그 남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어, 어...... 여보...... 당신 어디 있었어? 한참 찾았는데......”



“어머! 당신 언제 왔어요?...... 저도 제 친구 동생이 왔었는데 안 보여서 찾아다니는 중이었어요.”



“당신 친구 동생?......”



“왜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강지수라고 제 친구...... 그 동생이 이번에 천만 원이나 기부했다고......”



“아! 그 친구...... 그 친구가 왔어?”



“네, 그런데 안 보이네...... 그냥 갔나? 가면 간다고 얘기를 했을 건데......”



이미 몸을 빼낸 기찬이 이즈음 모습을 나타내고, 모른 척 뒤에서 다가선다.



“뭐하세요? 누님...... 저 찾으시는 거예요?”



“어머! 얘...... 어디 갔었어? 한참 찾았잖아. 인사해. 우리 남편이야.”



금주도 얼렁뚱땅 반말을 늘어놓으며 기찬에게 반가운 척 다가서 요령을 떨어 대고, 기찬 역시 모른 척 그 남편과 악수를 한다.



“아, 아...... 반가워요. 지수씨 동생이라고......”



“네,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오늘 누님이 불러 주셔서 와 봤습니다.”



“아! 그래, 잘 왔어요. 자, 들어갑시다.”



“네, 네......”



앞장 서 걸어가는 사내의 뒤로 기찬은 금주의 엉덩이를 건드려 장난스럽게 윙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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