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51부-
“많이 기다렸지? 이제 용현동 아파트 쪽으로 가자.”
“네. 회장은 갔습니까?”
“아니야. 아직 있어. 야...... 저기가 회장 아지트인 모양이더라.”
“아! 그래요?”
“응...... 회장은 어디서 몸을 푸나 궁금했는데, 내실에 들어가 보니 비단금침에 아주 끝내주게 꾸며 뒀더라. 하기야 저런 인물이 어디 엉뚱한데 가서 카메라에 찍히기라도 하면 곤란할 거 아니겠어?”
“아! 그럼 혹시......”
“쿡...... 그래. 뭐 망설일 겨를도 없이 일을 치르긴 했다만 기대할 건 아무 것도 없어. 변한 것도 없고...... 저 여자도 몸뚱이는 그저 인맥을 형성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아무리 경계를 하고 의식적으로 애정을 주지 않으려 해도 회장의 육체는 강주의 기대 이상이었다. 전희도 없이 짐승의 교미에 가까운 정사를 치르면서도 지난번 혜영이를 처음 끌어안을 때 느꼈던 오이디푸스의 관능이 떠올라 회장과의 섹스는 결국 그녀를 몽혼지경까지 몰고 가 강주가 자리를 털고 나설 때까지 몽롱하여 일어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정복감에 취할 일은 아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회장의 올무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꼴이니 자신의 딸을 내놓고 그 재산관리인으로서 강주를 취하겠다는 회장에게 필경 농락당하게 되고 말 것이다. 스스로 과거 왕족을 비유해 마치 지방제후의 자식들을 볼모로 잡듯이 그렇게 강주에게 사타구니를 개방한 것뿐이니 다른 의미는 두어봐야 전혀 무용한 일이다.
“자, 이제 저 앞에서 오른 쪽으로...... 그래, 저기 자리 하나 비었네. 오늘은 여기서 함께 자고 내일 나가자.”
“네, 알았습니다.”
강주는 인호와 함께 엘리베이터로 올라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른다. 발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미경이가 고개를 숙여 강주를 맞는다.
“어서 오세요. 이사님. 어머!...... 아유, 난 몰라......”
매미날개 같은 얇은 옷차림으로 강주를 맞아들이다 뒤따라 들어서는 인호를 보고 황급히 방안으로 숨어든다.
“아! 이런......”
“허허...... 괜찮아. 들어와.”
“아닙니다. 이사님...... 저는 근처 어디 여관이라도 가서 자겠습니다.”
“방 잔뜩 두고 어디 여관을 가? 이리 들어와. 나하고 소주나 한 잔 해. 자네는 계속 운전하느라고 술도 한 잔 못 했잖아......”
그 사이 옷을 걸친 미경이가 다시 나와 인호를 불러들인다.
“네, 아유...... 죄송해요. 어서 들어오세요.”
술상이 마련되고 세 사람이 마주앉아 술을 나눈다. 미경이는 당연한 듯 강주의 곁에서 떠나지 않고 그녀의 표정은 해맑기 그지없어 두고 온 자식이나 황부장에 대한 염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이다. 오로지 강주를 향해 암내를 풍기며 신혼의 아내처럼 챙기고 있어 천생 타고난 요부일 수밖에 없는 여자인 모양이다.
“그런데...... 가구가 뭐 이렇게 많아? 거의 다 있는 거 같네?......”
“아유 참...... 이사했다가 도로 다 다시 갖고 왔잖아요. 동네 창피해서 죽을 뻔 했어요.”
“그럼 황부장은?......”
“그 지하실에 그냥 조그만 비키니옷장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해서......”
“음...... 하기야 남자가 뭐 화장대가 필요할 리도 없고...... 그럼 너는 남자만 바뀐 셈이니 남는 장사했네? 거 참......”
“아이 차암.....”
“앞으로 회장이 지시하는 일이 있으면 여기 이 친구한테 연락해서 처리해 달라고 해. 인호는 적당한 선에서 사고 나지 않도록 정필이나 영통 처남한테 연결시키고......”
잠자리에 들어 옷을 벗고 자리에 눕는다. 미경이는 뭔가 잔뜩 기대를 하고 있겠지만 강주는 이미 회장과 질펀한 정사를 치른 후여서 별로 여체가 그립지 않다. 그냥 자려는 강주를 미경이가 흔들어 깨우며 콧소리를 내지만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아득한 꿈속으로 건너간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본다. 이곳이 내 집이라니 새삼스러운 기분이 든다. 주방에는 미경이가 달그락거리며 식사준비를 하고 있어 다가가보지만 뭐가 서운한지 입이 잔뜩 튀어나와있다. 살며시 뒤에서 끌어안으니 풍만한 엉덩이 사이로 좆이 걸쳐진다.
“치...... 어제는 그냥 모른척하고 자더니...... 으흡......”
돌아서는 미경이를 힘줘 안으며 입술을 마주친다. 마주 안겨오는 미경이의 엉덩이를 세차게 쥐어주곤 두들겨 준다. 어쨌거나 한집에서 밥이라도 잘 얻어먹으려면 아침에 이정도 서비스는 해줘야 탈이 없을 터이다.
필요에 의해 시작하는 동거라지만 여자와 한 밤을 새고 아침에 받는 밥상은 뿌듯한 포만감을 제공해 준다. 각처에 숙소와 밤을 보낼 여자가 마련되어 동거식서가숙도 별 일 아니게 되었으니 모든 남자가 꿈꾸는 로맨스가 이런 것이라면 강주는 성공한 인생인 셈이다.
“이사님, 그럼 식사하시고 회사로 가실 겁니까?”
“아니, 영등포로 가자. 일단 장선배부터 만나보고 어음 돌아오는 사정이 어떤지 알아봐야지.”
“어머! 사무실은 안 나가봐도 괜찮아요?”
“나야 어차피 상근이사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야? 황부장이 있잖아......”
“치...... 그 사람이야 이제 완전히 바람 빠진 고무공인데......”
“후훗...... 너라도 좀 잘 해줘라. 그러면 될 거 아냐?”
“미쳤어요? 이참에 완전히 갈라설 거예요. 차라리 잘 됐어요. 이젠 법적으로 부부도 아닌데......”
“애들은?......”
“뭐, 그 사람도 금방 여자 하나 꿰찰 텐데요. 애들이야 가끔 한 번씩 보면 되죠.”
미경이의 배웅으로 인호와 차에 오른다.
“후훗...... 저 형수님은 완전히 이사님을 남편처럼 생각하는 모양인데요?”
“그러게 말이다. 그게 더 무서운 거야. 남자는 바람을 피워도 기반이 있으니 돌아온다지만 여자들은 그게 잘 안 되는 모양이야. 자식이 있어도 저 모양인데 자식도 없는 여자들은 오죽하겠어? 그것도 따지고 보면 남자들 탓일 수도 있지. 죄 움켜쥐고 있으니까 여자들이 무슨 희망이 있어서 돌아오겠어? 일단 눈에 콩깍지가 덮여 바람을 피웠다가도 결국 그놈이 그놈이라는 걸 알고 나면 다시 돌아올 건데, 돌아가 봐야 또 그 모양일 테니까 기왕 바람나서 망가진 김에 더 이상 더러운 꼴 안 보려고 참고 살게 되는 거지. 결국 서로 망가지는 거야.”
맥주회사를 돌아서 도림동 방향으로 길을 잡으니 전소장이 알려준 장선배의 의류회사가 눈에 들어온다. 영내로 들어가 차를 세우고 조립식 건물 이층 철 계단을 올라간다. 사무실 분위기는 마치 초상집처럼 적막하기만 하고 자리도 군데군데 비어있어 전소장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준다.
“저, 여기 사장실이 어디입니까?”
“왜 그러시죠? 어디서 오셨습니까?”
경계하는 눈빛으로 묻는 것이 채권자로 보는 것 같아 실소를 자아낸다. 굳이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전소장이 귀띔해준 방법이라면 어디고 부도위기에 처한 회사를 수배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나 기왕이면 함께 일했던 동료와 손발을 맞추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명함 을 꺼내 내민다.
“아! 후배 되는 사람입니다. 최강주라고 합니다.”
명함을 확인하고는 그제서 경계를 풀며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약 오 분여가 지나자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야! 최강주...... 어서 와라.”
“아! 장선배. 요즘 고생 많다면서요?”
“일단 어디 들어가서 얘기하자. 요즘 내가 아주 말이 아니다. 잘못하면 우리 일가친척 전부 나 믿고 있다가 알거지 되게 생겼다.”
구석진 사무실에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신다.
“그래, 전소장한테 얘기는 들었다만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
“으응...... 일단 장선배 회사를 내가 넘겨받겠다니까......”
“야, 나야 그래주면 고맙지만 너는 어떻게 하려고 그래?”
“사기 좀 치자 이거지. 장선배 회사가 비록 식구들끼리 운영했어도 그래도 주식시장에 등록은 돼 있으니까 우선 내가 노숙자라든지,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서 대표이사선임을 할 거예요. 그리고 바로 유상증자 결의를 해서 삼자배정을 하고...... 어차피 우리야 명의뿐인 이사를 둘 거니까 바로 신주에 대한 지분을 포기해 버리면 법무사 사무실에서 일사천리로 진행해 준다더구먼. 뭐...... 이것저것 정상절차 밟으려면 한 달 정도 걸리는 모양이던데 우리야 약식으로 대충 가면 되니까......법무사 사무실에 있는 서류양식에 이름만 바꿔서 쓰고 맡겨두면 며칠 만에 끝낼 수 있다고 합디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그 다음엔?...... 주금은 무슨 돈으로 납입하고......”
“주금이야 납입증명서 받고 이틀 뒤에 다시 빼면 되니까 사채를 좀 빌려도 되고...... 음......내가 관리하는 매장 운전자금이 이, 삼십억은 돌아가고 있으니까 그걸 우선 쓰고 부족한 건 그 매장 담보로 해서 몇 십억 사채 좀 당기면 됩니다.”
“그런 다음에는?......”
“그 다음 답이야 나와 있는 거 아니요? 광고 잔뜩 때리고 증자 받은 주식 판 돈 챙겨서 잠수하는 거지. 그 대신 장선배는 그 과정을 진행해 주고 감사를 책임지고 감당해 줘야 됩니다. 기존에 이 회사를 직접 운영해 왔으니까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 아닙니까?”
“와......너 간 크다. 주식 사서 날리는 사람들은?”
“그거야 안 된 일이지만 할 수 없는 노릇 아닙니까? 주식투자는 돈 놓고 돈 먹기라면서?...... 일단 기본 골격은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면 장선배는 아무 책임 없이 살아남을 수 있고 나중에 집 한 채, 가게 하나 정도는 운영하게 해 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고 아직은 생각뿐인데...... 중간에 스토리를 좀 덧붙이게 될지도 모릅니다.”
“스토리?......”
“네...... 내가 지금 누구 물을 좀 먹이려고 하는데...... 그 친구들을 끌어들일 수 있으면 노숙자로 선임을 하지 않고 그 친구들을 대표나 이사진에 포진시킬 겁니다. 물론 장선배는 실무 간부사원으로 남아 있어야지요. 공장도 표시나지 않도록 계속 돌려야 하니까......”
“생산되는 옷들은 어디로 치우고?......”
“아...... 거 참...... 그런 거야 장선배가 알아서 동대문으로 덤핑을 치든지 해야지 그것까지 나보고 어쩌라고......”
“아, 아...... 알았어.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법인도장이나 카드 따위를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를 할까? 나중에 돈을 찾는 문제라든지......”
“그건 제가 알아서 할 겁니다. 강도질을 해서라도 얻어낼 테니까 장선배는 회사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것처럼 운영을 하기만 하면 됩니다. 가짜로 그러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제가 그 사람들하고 연결된 상태로 계속 뒷돈을 대 드릴 테니까 장선배는 나중에라도 그저 주는 돈으로 운영만 했을 뿐이라고 하면 되는 겁니다. 터지는 거는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거니까......”
“여러 사람 신세 망치게 생겼군......”
“네, 하지만 워낙 재산가들이라 몇 십억 정도에 나자빠지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야 비로소 나하고 눈높이가 비슷해져서 협상이 진행될 수도 있을 거고......”
“야!...... 최강주 너, 못 본 사이 많이 변한 것 같다......”
“그래서 할 거요? 안 할 거요? 장선배도 별로 시간 없잖아? 공연히 도와주러 온 사람 나쁜 놈 만들지 말고......”
“무슨 소리야? 당연히 해야지. 하하하...... 그 대신 너 아까 얘기한 거는 꼭 해 줘야 한다.”
“물론이죠. 안 그랬다간 전소장님이 평생을 쫓아다닐 텐데...... 자, 그럼 법무사 어디 한 군데 연락해서 오라고 하죠. 주주총회 했다고 치고 일단 정리할 거부터 합시다. 돌아오는 어음은 즉시 막아 드릴 테니까 그때그때 전화하세요.”
법무사를 불러 대강의 상의를 마친 후 장선배의 배웅을 받으며 회사를 빠져나온다. 사회의 밝은 이면에 이렇게 어두운 그림자가 있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동원되는 방법과 수단이 악랄하여 재물이 있는 자들이나 그것을 이용해 더 큰 재물과 권력을 손에 쥘 수 있는 구조적인 결함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인지도 모른다. 회장의 노골적인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이렇게 맞불을 지를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으니 할 수 없이 일을 저질러 보기로 한다.
“인호야, 어디...... 노숙자들 좀 알아봐야 되겠다. 가족들 먹고 살만큼 배려해 준다고 하면 구할 수는 있겠지?”
“걱정 마십시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박부장님 밑에 있는 우리 식구들도 지원자가 하나 둘이 아닐걸요? 그게 오히려 지휘 통제하시기도 편하실 테고......”
“그래, 한 번 알아 봐라. 어차피 경제사범이야 쉽게 나온다더라. 다행히 저쪽에서 엮여들면 그럴 걱정도 없지만......”
“네, 잠시 쉬다 나오는 거지요. 어차피 빵잡이들 아닙니까? 그럼 이번 일을 처리하고 나면 그 인간들이 걸려들든 아니든 돈은 일단 수십억을 쥘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되겠지. 광고를 열심히 해야지. 회사 이름도 아예 영진으로 바꿀 셈이야.”
“참, 어디로 모실까요?”
“기왕 올라왔는데...... 희숙이한테 가자. 지금쯤 답답해서 미칠 지경일 텐데......”
“네, 알았습니다.”
전화가 울려 바라보니 회장인 모양이다.
“네, 최이사입니다.”
“응, 최이사...... 어제 잘 들어갔어?”
“아! 회장님...... 네, 잘 들어갔습니다. 속 좀 괜찮으세요?”
“호호호...... 고마워. 이젠 내 걱정 해 주는 거야?”
“아, 거참...... 언제는 제가 걱정 안 해 드렸습니까? 하하......”
“저기...... 그 노인네 어디 시설로 보낸다면서?...... 내가 괜찮은 곳 한 군데 추천해 줄까?”
늙은 여우가 끝까지 잔꾀를 부려 온다. 눈 뜨고 생돈 일억을 뺏기는 것을 알고 있으니 본전 생각에 사무칠 것이지만 강주에게 속을 드러낼 수도 없는 입장이니 우회해서 접근하는 모양이다.
“아! 그게 좀 골치 아프게 생겼어요. 제가 직접 얘기하기가 그래서 다른 사람 통해서 얘기를 좀 전해 달라고 그랬는데...... 그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집을 나가서 지금 매장에도 출근을 안 한다고 하네요. 노인네가 지금 걱정이 태산입니다. 안 그래도 지금 만나볼까 하는데...... 요즘 매장에 물건도 잘 안 들어온다고 하고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일이 많아서 계획을 좀 미뤄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머머! 그래?...... 아유...... 나도 딸자식 키우는 사람인데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그렇다면 어쨌거나 지금 달리 보호자도 없을 텐데 차라리 빨리 시설로 보내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
“지금 그것도 생각 중입니다.”
“그래, 그게 좋겠네...... 그럼 일단 돈은 자기 통장으로 지금 송금할 테니까 잘 좀 처리해 봐. 알았지?”
“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할 수 없지요. 알았습니다.”
“그리고 왜 매장에 물건이 안 들어와?”
“그러게 말입니다. 알아봤는데 그냥 전산코드가 사라졌다고만 하고 자기들도 모른다고 하네요.”
“어머! 그럼 어떻게 하지? 일단 영진에서 가져다 팔면 어떨까?”
“네, 차차 생각해 보죠. 황부장하고 상의해 보든지 할게요.”
“그래, 알았어. 끊어......”
“킥킥......”
전화를 끊으며 웃음 짓는 강주를 룸미러로 보면서 인호도 미소를 짓는다.
“하...... 이사님, 배우 하셔도 되겠습니다. 하하......”
“그러게...... 세상이 자꾸 나를 이렇게 코미디를 하게 만드네...... 그나저나 아직 멀었니?”
“네, 거의 다 왔습니다.”
“그래? 전화나 한 번 해볼까? 음...... 여보세요......”
“어머! 이사님.”
“으응, 그래. 잘 있지?”
“아유, 갑갑해서 미치겠어요. 무서워서 어디 나갈 수도 없고...... 저, 이사님하고 같이 있으면 안돼요?”
“야, 내가 동서남북 바쁘게 돌아다니는데 어떻게 같이 있어?”
“그럼 평생 이러고 살란 말이에요?”
“하...... 거참...... 오! 너, 그럼 당분간 영통에 좀 가 있을래? 거기 가면 너 말고 심심한 사람 하나 더 있는데...... 하하하......”
“어디라도 나 좀 데리고 가세요. 아주 미치겠어요. 치......”
“하하...... 그래. 지금 너희 집 근처라니까 간단하게 짐 싸서 나와. 조금 있으면 도착할 거야.”
“정말이죠? 알았어요.”
“후훗...... 자식, 거기 가 봐야 새파란 졸병인데......”
차가 도착하는 소리를 듣고는 대문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강주의 차를 확인하고는 커다란 짐 가방을 끌고나오고 인호가 서둘러 차에서 내려 트렁크에 실어준다.
“야! 너 어디 이사 가니?”
“어디 가는지 모르지만 하루 이틀 있을 것도 아닌데 옷은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
“너...... 팔아먹으러 가는 건데?......”
“아유, 그러지 마세요. 말만 들어도 끔찍해요.”
경쟁관계 안에서 서로 발전을 이루는 아름다운 경우도 많이 있지만 타인을 해치면서까지 그들의 몫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어지러운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살면서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되고 본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리저리 휘둘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이들이 있으니 그 울타리 안에서 다시 힘을 충전하고 공룡 같은 세상을 향해 돈키호테처럼 창을 뽑아들고 나서게 된다. 언젠가 그 싸움을 결국 이길 것이라고 호언장담, 자신할 수도 없겠지만 비록 언젠가 세월의 그늘에서 가늘어진 호흡으로 스러지게 되더라도 피할 수도 없는 싸움이니 피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실눈을 가늘게 뜨고라도 그 바람을 맞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그보다 더한 소중한 가치를 지켜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릇 가치란 교환이라는 것을 전제로 비로소 정의할 수 있으니 무엇을 세월에 내어 주고 그 대신 어느 것을 가지고 지켜내야 옳은 것인지 과연 살아가면서 알아볼 일이다.
“여긴 어디에요?”
“들어가 보면 알아.”
인호는 희숙이의 커다란 가방을 들고 서 있고 이내 문이 열린다.
“어머! 자기야. 어서 와...... 삼촌도 어서...... 으응? 이 아가씨는 누구야?......”
“아, 좀 비켜야 들어가지. 저리 비켜 봐......”
“으응......”
소개시키기 곤란할 때 마침 전화가 울려 인호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고 베란다로 나간다.
“네......”
“매형, 정필입니다.”
“응, 그래......”
“아, 그 여자가 사라졌는데...... 어떻게 하죠?”
“누구?...... 납치당했던 여자?”
“네, 애들 시켜서 집에 데려다 주라고 했더니 이미 사라지고 없답니다.”
“그럼 알아서 집에 간 거 아닐까?”
“글쎄요. 처음에 데려다 준 녀석이 집에 갈 때 태워줄 테니까 연락하라고 했다는데 전화도 없고...... 일단 병원비는 정리하고 나왔습니다.”
“그래, 알았어. 내가 한 번 알아볼게. 수고 했어. 그리고 그놈들은 어떻게 하고 있지?”
“네, 일단 치료부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 결국 다시 써먹어야 할지도 모르니까 네 사람으로 만들 수 있으면 만들어 봐. 분위기 봐서 아닌 것 같으면 그냥 돌려보내고......”
“네,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돌아보니 인호는 어정쩡한 표정으로 딴전을 부리고 세 여자가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허허...... 뭐 해? 다들...... 앉아. 앉아서 얘기하자. 아...... 배도 고프고......”
“뭐 대단한 일 하신다고 밥도 못 드시고 다니실까?”
“혜영아, 비아냥거리지 말고 내 말 좀 들어 봐. 오죽하면 희숙이를 이리 데려왔겠니?”
강주의 이야기를 듣고는 민희가 맞장구를 쳐온다.
“어머! 회장이 그랬단 말이야? 어머나, 세상에...... 어쩜 같은 여자끼리......”
“정말 상종 못할 사람이구나...... 그 회장이라는 여자...... 어머! 얼마나 놀랐을까?...... 잘 왔어. 희숙씨, 내가 말 놓아도 되겠지?”
“네, 언니들 그러세요.”
역시 이해심 많은 혜영이가 포용해 주고 민희는 오히려 객이 늘어나니 더 좋은 모양인지 희숙이의 가방을 직접 들고 방에 들여 놓는다.
“야! 민희는 이제 얼굴 빛깔이 돌아왔네? 그동안 놀려먹어서 재미있었는데......”
“이 씨, 또...... 만나자마자...... 너 정말 죽을래?”
“하하...... 그럼 이사님, 오늘 여기서 주무실 거면 이만 가 봐도 괜찮겠습니까?”
“밥이나 먹고 가지.”
“아닙니다. 수원에 왔는데 동생들하고 먹어야죠.”
“음...... 그래. 그럼 아침에 보자.”
“고마워요. 인호씨.”
희숙이의 인사에 돌아보며 미소를 짓는다.
“자, 그럼 형수님들 안녕히 계십시오.”
인호가 나가자 혜영이 방으로 들어가면 강주를 부른다.
“자기...... 강주씨...... 나 좀 봐요.”
“응...... 왜?......”
따라들어 온 강주를 다짜고짜 침대로 밀어붙이고 입술을 부딪쳐 온다.
“으으흡...... 후루룹...... 쭈우웁......”
“아하...... 야, 숨 좀 쉬자. 너 이러면 이거 강간이야. 고소한다?”
“고소해. 이 나쁜 놈아...... 사라졌다가 나타날 때마다 여자 한 명씩 데려올 거야?”
서둘러 옷을 벗으며 젖가슴을 비벼온다.
“빨리...... 나 조금 있으면 가게 나가야 한단 말이야. 저것들은 나 나가고 나면 자기한테 덤벼들 것 아냐?”
“후훗...... 쭈우웁...... 후루룹......”
강주는 혜영의 젖꼭지를 입안에 넣고 굴려준다. 자극을 받으며 몸을 옆으로 뉘고 강주의 허리띠를 서둘러 풀어 버린다.
할 수 없이 일어서 옷을 모두 벗은 강주가 다시 혜영을 안아들고 침대로 향해 몸을 던진다.
“엄마야...... 하윽......”
다리를 양 옆으로 벌리고 질을 손으로 벌려 혀로 간질여주자 빨간 속살이 춤을 춘다.
“후루룹...... 쭈우웁......”
“아학, 아아아항......”
혜영의 질에 물이 흐르자 강주는 허리를 들어 좆을 맞춘다. 음순에 문질러 길을 낸 후 서서히 머리를 들이민다.
“으으으흥...... 여보......”
“쑤우우욱....... 쑤우욱.......”
“하악, 하악, 아학...... 여...... 보......”
한참 좆질에 몰입하여 혜영이를 만족시켜 가는 중 방문이 살며시 열리며 민희가 들어선다.
“이것 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나도 끼워 줘...... 치......맨날 나는 따돌리고......”
“허억...... 엄마야, 계집애...... 미쳤어. 안 나가? 빨리......”
“싫어. 나도 지금 할 거야......”
민희가 들어와도 강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혜영의 사타구니를 치고 들어가 이젠 혜영은 민희가 보는 앞에서 강주에게 엉덩이를 마주치고 있을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게 되어 버렸다.
“아흑, 미쳤...... 어...... 강주씨...... 하악, 하악......”
민희 도 냉큼 옷을 벗고 헤영의 옆에 누워 혜영의 가슴을 빨아들인다.
“아아학...... 전부 미쳤어. 계집애...... 아아학......”
살짝 열린 방문으로 희숙이도 눈길을 보내지만 혜영이 눈치를 보는지 들어서진 못하고 있다. 손은 이미 사타구니로 가있어 이미 자위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강주가 눈짓으로 부르니 쭈뼛거리며 방으로 들어서고 처음 보는 광경에 많이 놀랐겠지만 이미 다른 여자와의 동거를 각오하고 달뜬 표정이 역력하다.
“언니......”
“엄마야...... 넌 안 돼...... 오지 마아......”
혜영의 다른 젖 하나마저 희숙이 입안으로 자취를 감춘다.
“많이 기다렸지? 이제 용현동 아파트 쪽으로 가자.”
“네. 회장은 갔습니까?”
“아니야. 아직 있어. 야...... 저기가 회장 아지트인 모양이더라.”
“아! 그래요?”
“응...... 회장은 어디서 몸을 푸나 궁금했는데, 내실에 들어가 보니 비단금침에 아주 끝내주게 꾸며 뒀더라. 하기야 저런 인물이 어디 엉뚱한데 가서 카메라에 찍히기라도 하면 곤란할 거 아니겠어?”
“아! 그럼 혹시......”
“쿡...... 그래. 뭐 망설일 겨를도 없이 일을 치르긴 했다만 기대할 건 아무 것도 없어. 변한 것도 없고...... 저 여자도 몸뚱이는 그저 인맥을 형성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아무리 경계를 하고 의식적으로 애정을 주지 않으려 해도 회장의 육체는 강주의 기대 이상이었다. 전희도 없이 짐승의 교미에 가까운 정사를 치르면서도 지난번 혜영이를 처음 끌어안을 때 느꼈던 오이디푸스의 관능이 떠올라 회장과의 섹스는 결국 그녀를 몽혼지경까지 몰고 가 강주가 자리를 털고 나설 때까지 몽롱하여 일어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정복감에 취할 일은 아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회장의 올무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꼴이니 자신의 딸을 내놓고 그 재산관리인으로서 강주를 취하겠다는 회장에게 필경 농락당하게 되고 말 것이다. 스스로 과거 왕족을 비유해 마치 지방제후의 자식들을 볼모로 잡듯이 그렇게 강주에게 사타구니를 개방한 것뿐이니 다른 의미는 두어봐야 전혀 무용한 일이다.
“자, 이제 저 앞에서 오른 쪽으로...... 그래, 저기 자리 하나 비었네. 오늘은 여기서 함께 자고 내일 나가자.”
“네, 알았습니다.”
강주는 인호와 함께 엘리베이터로 올라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른다. 발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미경이가 고개를 숙여 강주를 맞는다.
“어서 오세요. 이사님. 어머!...... 아유, 난 몰라......”
매미날개 같은 얇은 옷차림으로 강주를 맞아들이다 뒤따라 들어서는 인호를 보고 황급히 방안으로 숨어든다.
“아! 이런......”
“허허...... 괜찮아. 들어와.”
“아닙니다. 이사님...... 저는 근처 어디 여관이라도 가서 자겠습니다.”
“방 잔뜩 두고 어디 여관을 가? 이리 들어와. 나하고 소주나 한 잔 해. 자네는 계속 운전하느라고 술도 한 잔 못 했잖아......”
그 사이 옷을 걸친 미경이가 다시 나와 인호를 불러들인다.
“네, 아유...... 죄송해요. 어서 들어오세요.”
술상이 마련되고 세 사람이 마주앉아 술을 나눈다. 미경이는 당연한 듯 강주의 곁에서 떠나지 않고 그녀의 표정은 해맑기 그지없어 두고 온 자식이나 황부장에 대한 염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이다. 오로지 강주를 향해 암내를 풍기며 신혼의 아내처럼 챙기고 있어 천생 타고난 요부일 수밖에 없는 여자인 모양이다.
“그런데...... 가구가 뭐 이렇게 많아? 거의 다 있는 거 같네?......”
“아유 참...... 이사했다가 도로 다 다시 갖고 왔잖아요. 동네 창피해서 죽을 뻔 했어요.”
“그럼 황부장은?......”
“그 지하실에 그냥 조그만 비키니옷장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해서......”
“음...... 하기야 남자가 뭐 화장대가 필요할 리도 없고...... 그럼 너는 남자만 바뀐 셈이니 남는 장사했네? 거 참......”
“아이 차암.....”
“앞으로 회장이 지시하는 일이 있으면 여기 이 친구한테 연락해서 처리해 달라고 해. 인호는 적당한 선에서 사고 나지 않도록 정필이나 영통 처남한테 연결시키고......”
잠자리에 들어 옷을 벗고 자리에 눕는다. 미경이는 뭔가 잔뜩 기대를 하고 있겠지만 강주는 이미 회장과 질펀한 정사를 치른 후여서 별로 여체가 그립지 않다. 그냥 자려는 강주를 미경이가 흔들어 깨우며 콧소리를 내지만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아득한 꿈속으로 건너간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본다. 이곳이 내 집이라니 새삼스러운 기분이 든다. 주방에는 미경이가 달그락거리며 식사준비를 하고 있어 다가가보지만 뭐가 서운한지 입이 잔뜩 튀어나와있다. 살며시 뒤에서 끌어안으니 풍만한 엉덩이 사이로 좆이 걸쳐진다.
“치...... 어제는 그냥 모른척하고 자더니...... 으흡......”
돌아서는 미경이를 힘줘 안으며 입술을 마주친다. 마주 안겨오는 미경이의 엉덩이를 세차게 쥐어주곤 두들겨 준다. 어쨌거나 한집에서 밥이라도 잘 얻어먹으려면 아침에 이정도 서비스는 해줘야 탈이 없을 터이다.
필요에 의해 시작하는 동거라지만 여자와 한 밤을 새고 아침에 받는 밥상은 뿌듯한 포만감을 제공해 준다. 각처에 숙소와 밤을 보낼 여자가 마련되어 동거식서가숙도 별 일 아니게 되었으니 모든 남자가 꿈꾸는 로맨스가 이런 것이라면 강주는 성공한 인생인 셈이다.
“이사님, 그럼 식사하시고 회사로 가실 겁니까?”
“아니, 영등포로 가자. 일단 장선배부터 만나보고 어음 돌아오는 사정이 어떤지 알아봐야지.”
“어머! 사무실은 안 나가봐도 괜찮아요?”
“나야 어차피 상근이사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야? 황부장이 있잖아......”
“치...... 그 사람이야 이제 완전히 바람 빠진 고무공인데......”
“후훗...... 너라도 좀 잘 해줘라. 그러면 될 거 아냐?”
“미쳤어요? 이참에 완전히 갈라설 거예요. 차라리 잘 됐어요. 이젠 법적으로 부부도 아닌데......”
“애들은?......”
“뭐, 그 사람도 금방 여자 하나 꿰찰 텐데요. 애들이야 가끔 한 번씩 보면 되죠.”
미경이의 배웅으로 인호와 차에 오른다.
“후훗...... 저 형수님은 완전히 이사님을 남편처럼 생각하는 모양인데요?”
“그러게 말이다. 그게 더 무서운 거야. 남자는 바람을 피워도 기반이 있으니 돌아온다지만 여자들은 그게 잘 안 되는 모양이야. 자식이 있어도 저 모양인데 자식도 없는 여자들은 오죽하겠어? 그것도 따지고 보면 남자들 탓일 수도 있지. 죄 움켜쥐고 있으니까 여자들이 무슨 희망이 있어서 돌아오겠어? 일단 눈에 콩깍지가 덮여 바람을 피웠다가도 결국 그놈이 그놈이라는 걸 알고 나면 다시 돌아올 건데, 돌아가 봐야 또 그 모양일 테니까 기왕 바람나서 망가진 김에 더 이상 더러운 꼴 안 보려고 참고 살게 되는 거지. 결국 서로 망가지는 거야.”
맥주회사를 돌아서 도림동 방향으로 길을 잡으니 전소장이 알려준 장선배의 의류회사가 눈에 들어온다. 영내로 들어가 차를 세우고 조립식 건물 이층 철 계단을 올라간다. 사무실 분위기는 마치 초상집처럼 적막하기만 하고 자리도 군데군데 비어있어 전소장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준다.
“저, 여기 사장실이 어디입니까?”
“왜 그러시죠? 어디서 오셨습니까?”
경계하는 눈빛으로 묻는 것이 채권자로 보는 것 같아 실소를 자아낸다. 굳이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전소장이 귀띔해준 방법이라면 어디고 부도위기에 처한 회사를 수배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나 기왕이면 함께 일했던 동료와 손발을 맞추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명함 을 꺼내 내민다.
“아! 후배 되는 사람입니다. 최강주라고 합니다.”
명함을 확인하고는 그제서 경계를 풀며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약 오 분여가 지나자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야! 최강주...... 어서 와라.”
“아! 장선배. 요즘 고생 많다면서요?”
“일단 어디 들어가서 얘기하자. 요즘 내가 아주 말이 아니다. 잘못하면 우리 일가친척 전부 나 믿고 있다가 알거지 되게 생겼다.”
구석진 사무실에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신다.
“그래, 전소장한테 얘기는 들었다만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
“으응...... 일단 장선배 회사를 내가 넘겨받겠다니까......”
“야, 나야 그래주면 고맙지만 너는 어떻게 하려고 그래?”
“사기 좀 치자 이거지. 장선배 회사가 비록 식구들끼리 운영했어도 그래도 주식시장에 등록은 돼 있으니까 우선 내가 노숙자라든지,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서 대표이사선임을 할 거예요. 그리고 바로 유상증자 결의를 해서 삼자배정을 하고...... 어차피 우리야 명의뿐인 이사를 둘 거니까 바로 신주에 대한 지분을 포기해 버리면 법무사 사무실에서 일사천리로 진행해 준다더구먼. 뭐...... 이것저것 정상절차 밟으려면 한 달 정도 걸리는 모양이던데 우리야 약식으로 대충 가면 되니까......법무사 사무실에 있는 서류양식에 이름만 바꿔서 쓰고 맡겨두면 며칠 만에 끝낼 수 있다고 합디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그 다음엔?...... 주금은 무슨 돈으로 납입하고......”
“주금이야 납입증명서 받고 이틀 뒤에 다시 빼면 되니까 사채를 좀 빌려도 되고...... 음......내가 관리하는 매장 운전자금이 이, 삼십억은 돌아가고 있으니까 그걸 우선 쓰고 부족한 건 그 매장 담보로 해서 몇 십억 사채 좀 당기면 됩니다.”
“그런 다음에는?......”
“그 다음 답이야 나와 있는 거 아니요? 광고 잔뜩 때리고 증자 받은 주식 판 돈 챙겨서 잠수하는 거지. 그 대신 장선배는 그 과정을 진행해 주고 감사를 책임지고 감당해 줘야 됩니다. 기존에 이 회사를 직접 운영해 왔으니까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 아닙니까?”
“와......너 간 크다. 주식 사서 날리는 사람들은?”
“그거야 안 된 일이지만 할 수 없는 노릇 아닙니까? 주식투자는 돈 놓고 돈 먹기라면서?...... 일단 기본 골격은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면 장선배는 아무 책임 없이 살아남을 수 있고 나중에 집 한 채, 가게 하나 정도는 운영하게 해 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고 아직은 생각뿐인데...... 중간에 스토리를 좀 덧붙이게 될지도 모릅니다.”
“스토리?......”
“네...... 내가 지금 누구 물을 좀 먹이려고 하는데...... 그 친구들을 끌어들일 수 있으면 노숙자로 선임을 하지 않고 그 친구들을 대표나 이사진에 포진시킬 겁니다. 물론 장선배는 실무 간부사원으로 남아 있어야지요. 공장도 표시나지 않도록 계속 돌려야 하니까......”
“생산되는 옷들은 어디로 치우고?......”
“아...... 거 참...... 그런 거야 장선배가 알아서 동대문으로 덤핑을 치든지 해야지 그것까지 나보고 어쩌라고......”
“아, 아...... 알았어.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법인도장이나 카드 따위를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를 할까? 나중에 돈을 찾는 문제라든지......”
“그건 제가 알아서 할 겁니다. 강도질을 해서라도 얻어낼 테니까 장선배는 회사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것처럼 운영을 하기만 하면 됩니다. 가짜로 그러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제가 그 사람들하고 연결된 상태로 계속 뒷돈을 대 드릴 테니까 장선배는 나중에라도 그저 주는 돈으로 운영만 했을 뿐이라고 하면 되는 겁니다. 터지는 거는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거니까......”
“여러 사람 신세 망치게 생겼군......”
“네, 하지만 워낙 재산가들이라 몇 십억 정도에 나자빠지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야 비로소 나하고 눈높이가 비슷해져서 협상이 진행될 수도 있을 거고......”
“야!...... 최강주 너, 못 본 사이 많이 변한 것 같다......”
“그래서 할 거요? 안 할 거요? 장선배도 별로 시간 없잖아? 공연히 도와주러 온 사람 나쁜 놈 만들지 말고......”
“무슨 소리야? 당연히 해야지. 하하하...... 그 대신 너 아까 얘기한 거는 꼭 해 줘야 한다.”
“물론이죠. 안 그랬다간 전소장님이 평생을 쫓아다닐 텐데...... 자, 그럼 법무사 어디 한 군데 연락해서 오라고 하죠. 주주총회 했다고 치고 일단 정리할 거부터 합시다. 돌아오는 어음은 즉시 막아 드릴 테니까 그때그때 전화하세요.”
법무사를 불러 대강의 상의를 마친 후 장선배의 배웅을 받으며 회사를 빠져나온다. 사회의 밝은 이면에 이렇게 어두운 그림자가 있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동원되는 방법과 수단이 악랄하여 재물이 있는 자들이나 그것을 이용해 더 큰 재물과 권력을 손에 쥘 수 있는 구조적인 결함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인지도 모른다. 회장의 노골적인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이렇게 맞불을 지를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으니 할 수 없이 일을 저질러 보기로 한다.
“인호야, 어디...... 노숙자들 좀 알아봐야 되겠다. 가족들 먹고 살만큼 배려해 준다고 하면 구할 수는 있겠지?”
“걱정 마십시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박부장님 밑에 있는 우리 식구들도 지원자가 하나 둘이 아닐걸요? 그게 오히려 지휘 통제하시기도 편하실 테고......”
“그래, 한 번 알아 봐라. 어차피 경제사범이야 쉽게 나온다더라. 다행히 저쪽에서 엮여들면 그럴 걱정도 없지만......”
“네, 잠시 쉬다 나오는 거지요. 어차피 빵잡이들 아닙니까? 그럼 이번 일을 처리하고 나면 그 인간들이 걸려들든 아니든 돈은 일단 수십억을 쥘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되겠지. 광고를 열심히 해야지. 회사 이름도 아예 영진으로 바꿀 셈이야.”
“참, 어디로 모실까요?”
“기왕 올라왔는데...... 희숙이한테 가자. 지금쯤 답답해서 미칠 지경일 텐데......”
“네, 알았습니다.”
전화가 울려 바라보니 회장인 모양이다.
“네, 최이사입니다.”
“응, 최이사...... 어제 잘 들어갔어?”
“아! 회장님...... 네, 잘 들어갔습니다. 속 좀 괜찮으세요?”
“호호호...... 고마워. 이젠 내 걱정 해 주는 거야?”
“아, 거참...... 언제는 제가 걱정 안 해 드렸습니까? 하하......”
“저기...... 그 노인네 어디 시설로 보낸다면서?...... 내가 괜찮은 곳 한 군데 추천해 줄까?”
늙은 여우가 끝까지 잔꾀를 부려 온다. 눈 뜨고 생돈 일억을 뺏기는 것을 알고 있으니 본전 생각에 사무칠 것이지만 강주에게 속을 드러낼 수도 없는 입장이니 우회해서 접근하는 모양이다.
“아! 그게 좀 골치 아프게 생겼어요. 제가 직접 얘기하기가 그래서 다른 사람 통해서 얘기를 좀 전해 달라고 그랬는데...... 그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집을 나가서 지금 매장에도 출근을 안 한다고 하네요. 노인네가 지금 걱정이 태산입니다. 안 그래도 지금 만나볼까 하는데...... 요즘 매장에 물건도 잘 안 들어온다고 하고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일이 많아서 계획을 좀 미뤄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머머! 그래?...... 아유...... 나도 딸자식 키우는 사람인데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그렇다면 어쨌거나 지금 달리 보호자도 없을 텐데 차라리 빨리 시설로 보내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
“지금 그것도 생각 중입니다.”
“그래, 그게 좋겠네...... 그럼 일단 돈은 자기 통장으로 지금 송금할 테니까 잘 좀 처리해 봐. 알았지?”
“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할 수 없지요. 알았습니다.”
“그리고 왜 매장에 물건이 안 들어와?”
“그러게 말입니다. 알아봤는데 그냥 전산코드가 사라졌다고만 하고 자기들도 모른다고 하네요.”
“어머! 그럼 어떻게 하지? 일단 영진에서 가져다 팔면 어떨까?”
“네, 차차 생각해 보죠. 황부장하고 상의해 보든지 할게요.”
“그래, 알았어. 끊어......”
“킥킥......”
전화를 끊으며 웃음 짓는 강주를 룸미러로 보면서 인호도 미소를 짓는다.
“하...... 이사님, 배우 하셔도 되겠습니다. 하하......”
“그러게...... 세상이 자꾸 나를 이렇게 코미디를 하게 만드네...... 그나저나 아직 멀었니?”
“네, 거의 다 왔습니다.”
“그래? 전화나 한 번 해볼까? 음...... 여보세요......”
“어머! 이사님.”
“으응, 그래. 잘 있지?”
“아유, 갑갑해서 미치겠어요. 무서워서 어디 나갈 수도 없고...... 저, 이사님하고 같이 있으면 안돼요?”
“야, 내가 동서남북 바쁘게 돌아다니는데 어떻게 같이 있어?”
“그럼 평생 이러고 살란 말이에요?”
“하...... 거참...... 오! 너, 그럼 당분간 영통에 좀 가 있을래? 거기 가면 너 말고 심심한 사람 하나 더 있는데...... 하하하......”
“어디라도 나 좀 데리고 가세요. 아주 미치겠어요. 치......”
“하하...... 그래. 지금 너희 집 근처라니까 간단하게 짐 싸서 나와. 조금 있으면 도착할 거야.”
“정말이죠? 알았어요.”
“후훗...... 자식, 거기 가 봐야 새파란 졸병인데......”
차가 도착하는 소리를 듣고는 대문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강주의 차를 확인하고는 커다란 짐 가방을 끌고나오고 인호가 서둘러 차에서 내려 트렁크에 실어준다.
“야! 너 어디 이사 가니?”
“어디 가는지 모르지만 하루 이틀 있을 것도 아닌데 옷은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
“너...... 팔아먹으러 가는 건데?......”
“아유, 그러지 마세요. 말만 들어도 끔찍해요.”
경쟁관계 안에서 서로 발전을 이루는 아름다운 경우도 많이 있지만 타인을 해치면서까지 그들의 몫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어지러운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살면서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되고 본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리저리 휘둘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이들이 있으니 그 울타리 안에서 다시 힘을 충전하고 공룡 같은 세상을 향해 돈키호테처럼 창을 뽑아들고 나서게 된다. 언젠가 그 싸움을 결국 이길 것이라고 호언장담, 자신할 수도 없겠지만 비록 언젠가 세월의 그늘에서 가늘어진 호흡으로 스러지게 되더라도 피할 수도 없는 싸움이니 피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실눈을 가늘게 뜨고라도 그 바람을 맞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그보다 더한 소중한 가치를 지켜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릇 가치란 교환이라는 것을 전제로 비로소 정의할 수 있으니 무엇을 세월에 내어 주고 그 대신 어느 것을 가지고 지켜내야 옳은 것인지 과연 살아가면서 알아볼 일이다.
“여긴 어디에요?”
“들어가 보면 알아.”
인호는 희숙이의 커다란 가방을 들고 서 있고 이내 문이 열린다.
“어머! 자기야. 어서 와...... 삼촌도 어서...... 으응? 이 아가씨는 누구야?......”
“아, 좀 비켜야 들어가지. 저리 비켜 봐......”
“으응......”
소개시키기 곤란할 때 마침 전화가 울려 인호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고 베란다로 나간다.
“네......”
“매형, 정필입니다.”
“응, 그래......”
“아, 그 여자가 사라졌는데...... 어떻게 하죠?”
“누구?...... 납치당했던 여자?”
“네, 애들 시켜서 집에 데려다 주라고 했더니 이미 사라지고 없답니다.”
“그럼 알아서 집에 간 거 아닐까?”
“글쎄요. 처음에 데려다 준 녀석이 집에 갈 때 태워줄 테니까 연락하라고 했다는데 전화도 없고...... 일단 병원비는 정리하고 나왔습니다.”
“그래, 알았어. 내가 한 번 알아볼게. 수고 했어. 그리고 그놈들은 어떻게 하고 있지?”
“네, 일단 치료부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 결국 다시 써먹어야 할지도 모르니까 네 사람으로 만들 수 있으면 만들어 봐. 분위기 봐서 아닌 것 같으면 그냥 돌려보내고......”
“네,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돌아보니 인호는 어정쩡한 표정으로 딴전을 부리고 세 여자가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허허...... 뭐 해? 다들...... 앉아. 앉아서 얘기하자. 아...... 배도 고프고......”
“뭐 대단한 일 하신다고 밥도 못 드시고 다니실까?”
“혜영아, 비아냥거리지 말고 내 말 좀 들어 봐. 오죽하면 희숙이를 이리 데려왔겠니?”
강주의 이야기를 듣고는 민희가 맞장구를 쳐온다.
“어머! 회장이 그랬단 말이야? 어머나, 세상에...... 어쩜 같은 여자끼리......”
“정말 상종 못할 사람이구나...... 그 회장이라는 여자...... 어머! 얼마나 놀랐을까?...... 잘 왔어. 희숙씨, 내가 말 놓아도 되겠지?”
“네, 언니들 그러세요.”
역시 이해심 많은 혜영이가 포용해 주고 민희는 오히려 객이 늘어나니 더 좋은 모양인지 희숙이의 가방을 직접 들고 방에 들여 놓는다.
“야! 민희는 이제 얼굴 빛깔이 돌아왔네? 그동안 놀려먹어서 재미있었는데......”
“이 씨, 또...... 만나자마자...... 너 정말 죽을래?”
“하하...... 그럼 이사님, 오늘 여기서 주무실 거면 이만 가 봐도 괜찮겠습니까?”
“밥이나 먹고 가지.”
“아닙니다. 수원에 왔는데 동생들하고 먹어야죠.”
“음...... 그래. 그럼 아침에 보자.”
“고마워요. 인호씨.”
희숙이의 인사에 돌아보며 미소를 짓는다.
“자, 그럼 형수님들 안녕히 계십시오.”
인호가 나가자 혜영이 방으로 들어가면 강주를 부른다.
“자기...... 강주씨...... 나 좀 봐요.”
“응...... 왜?......”
따라들어 온 강주를 다짜고짜 침대로 밀어붙이고 입술을 부딪쳐 온다.
“으으흡...... 후루룹...... 쭈우웁......”
“아하...... 야, 숨 좀 쉬자. 너 이러면 이거 강간이야. 고소한다?”
“고소해. 이 나쁜 놈아...... 사라졌다가 나타날 때마다 여자 한 명씩 데려올 거야?”
서둘러 옷을 벗으며 젖가슴을 비벼온다.
“빨리...... 나 조금 있으면 가게 나가야 한단 말이야. 저것들은 나 나가고 나면 자기한테 덤벼들 것 아냐?”
“후훗...... 쭈우웁...... 후루룹......”
강주는 혜영의 젖꼭지를 입안에 넣고 굴려준다. 자극을 받으며 몸을 옆으로 뉘고 강주의 허리띠를 서둘러 풀어 버린다.
할 수 없이 일어서 옷을 모두 벗은 강주가 다시 혜영을 안아들고 침대로 향해 몸을 던진다.
“엄마야...... 하윽......”
다리를 양 옆으로 벌리고 질을 손으로 벌려 혀로 간질여주자 빨간 속살이 춤을 춘다.
“후루룹...... 쭈우웁......”
“아학, 아아아항......”
혜영의 질에 물이 흐르자 강주는 허리를 들어 좆을 맞춘다. 음순에 문질러 길을 낸 후 서서히 머리를 들이민다.
“으으으흥...... 여보......”
“쑤우우욱....... 쑤우욱.......”
“하악, 하악, 아학...... 여...... 보......”
한참 좆질에 몰입하여 혜영이를 만족시켜 가는 중 방문이 살며시 열리며 민희가 들어선다.
“이것 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나도 끼워 줘...... 치......맨날 나는 따돌리고......”
“허억...... 엄마야, 계집애...... 미쳤어. 안 나가? 빨리......”
“싫어. 나도 지금 할 거야......”
민희가 들어와도 강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혜영의 사타구니를 치고 들어가 이젠 혜영은 민희가 보는 앞에서 강주에게 엉덩이를 마주치고 있을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게 되어 버렸다.
“아흑, 미쳤...... 어...... 강주씨...... 하악, 하악......”
민희 도 냉큼 옷을 벗고 헤영의 옆에 누워 혜영의 가슴을 빨아들인다.
“아아학...... 전부 미쳤어. 계집애...... 아아학......”
살짝 열린 방문으로 희숙이도 눈길을 보내지만 혜영이 눈치를 보는지 들어서진 못하고 있다. 손은 이미 사타구니로 가있어 이미 자위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강주가 눈짓으로 부르니 쭈뼛거리며 방으로 들어서고 처음 보는 광경에 많이 놀랐겠지만 이미 다른 여자와의 동거를 각오하고 달뜬 표정이 역력하다.
“언니......”
“엄마야...... 넌 안 돼...... 오지 마아......”
혜영의 다른 젖 하나마저 희숙이 입안으로 자취를 감춘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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