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59부-
한일의원총회가 열리기 하루 전, 마리코의 아버지가 마리코와 함께 입국을 해 정가를 술렁이게 한다. 야인의 신분이기 때문에 뉴스를 장식할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줄서기에 민감한 이들은 이 기회를 그냥 보낼 리 없으니 호텔은 연신 방문객으로 어수선하고 정작 쉽사리 만날 수 있는 인물이 아닌지라 그 파장이 강주에게까지 밀어닥친다.
“네, 최이사입니다.”
“아! 이사님, 저...... 고영준입니다.”
“네, 고의원님, 반갑습니다. 일전에는 신세가 컸습니다. 어쩐 일이신지요?”
“아! 네...... 일본에서 아버님께서 입국하셨다고 하던데......”
“아! 그렇습니까?”
당황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의부라고 둘러 대긴 했지만 정작 마리코의 아버지하곤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니 전화를 한 이유를 모르지도 않는 터, 현재로선 달리 해 줄만 한 이야기도 없는 입장이다.
“네, 동생 분도 함께 들어오셨다고 하는데 연락 없이 오신 모양이군요?”
“네...... 아마 그러신 모양입니다. 잘 알았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저 역시 고 의원님을 뵐 일이 있었는데 제가 먼저 아버님을 찾아뵙고 나중에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 그래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꼭 한 번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그럽니다.”
강주는 망설임 없이 마리코에게 연락을 하지만 지난번의 일 이후로는 그 번호로 연결이 되질 않아 다시 안면이 있는 고의원 비서관에게 연락을 해 호텔을 수배한다.
“이사님, 지난 번 그 호텔이랍니까?”
“으응, 그렇다는구먼...... 진작 그리 물어볼 것을 그랬어. 신분이 그 쯤 되면 아무래도 대사관 가까운 곳이 여러모로 편리하겠지.”
마리코의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강주의 마음은 여러 가지로 불편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우선 실제 마리코의 친오빠도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큰 사건에 본의 아니게 국제적인 거물을 연루시켰다는 점에서도 염치가 없는 일이었다. 호탕한 인물이라니 남녀 간의 문제는 덮어두더라도 이름이 널리 알려져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일 터인데 앞으로 닥쳐 올 문제보다도 지난 일에 대한 해명이 자칫 변명으로 받아들여질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다행히 강주의 명함을 올려 보내자 곧 올라오라는 연락이 프론트로 내려온다. 안내인을 따라 들어 선 객실에는 반백의 사내가 소파에 앉아있고 마리코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강주는 다짜고짜 맨바닥에 머리를 조아리고 큰절부터 올린다.
“처음 뵙겠습니다. 최강주입니다.”
“일어 서...... 이리 앉아.”
다소 서툰 발음이지만 사내는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는 우리말로 강주를 일으켜 세우고 강주는 다소 의아한 눈빛으로 반절을 하면서 맞은편에 자리를 하게 된다.
“저...... 아버님께서도......”
“그래, 나도 한국 사람이야. 그러니 마리코를 입양했지.”
“아! 네......”
“음...... 자네가 올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내 기대보다 빨리 온 것을 보면 어쨌든 발이 꽤 넓은 모양이군. 이렇게 자네를 보니 마리코가 내 속을 그리 썩이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해......”
강주는 칭찬인지 핀잔인지 알 수 없는 소리에 그저 죄 지은 놈이니 고개를 숙이고 바닥만 내려다볼 뿐이다.
“좋아, 더 이상 긴 말을 해서 무얼 하겠나? 어차피 자네가 내 아들이라면서?...... 하하하......”
그간 강주의 행보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듯 보이지만 너털웃음으로 마무리를 지어주니 강주는 그나마 머쓱함이 덜하여 고개를 들고 사과를 한다.
“저...... 아버님, 그건......”
“괜찮아. 어쨌든...... 자네 입으로 나를 아버지라고 하고 다녔으니 그 책임은 자네에게 있어. 내가 그 책임은 분명하게 물을 테니까 각오하고 있어.”
“아! 네, 네......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주는 쥐었다 풀고 이내 다시 쥐어버리는 사내의 기도에 눌려 숨도 쉬기 쉽지 않은 상황에 정신을 가다듬기도 위해 시선을 멀리 돌려 주변을 살펴본다. 몇몇 젊은이들이 지시를 받기 위함인지 멀찍이 떨어져 도열해 있고 그들도 풍기는 분위기로 보아 인호를 떠오르게 하니 범상치 않은 인물들로 짐작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자네...... 오나니라는 말 들어봤겠지?”
“네?......”
오나니, 말뜻을 모를 리 없지만 아버지와 자식 같은 입장에 입에 담을 만한 내용이 아닌지라 강주는 재차 확인하듯 사내를 바라보고 사내는 무심코 말을 이어간다.
“내가 씨가 없어서 자식을 갖지 않은 것은 아니었어. 결혼은 진작 했는데 적어도 나만큼은 일본이라는 땅에 씨를 뿌리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씨라는 것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치고 그 안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거든. 엄청난 고목들도 작은 씨앗에서 출발하듯이 말이야.”
“아! 네......”
“성경책을 보면 오난이라는 사람이 소개되는 장면이 있지. 자신의 형이 죽고 당시의 관행에 따라서 그 형의 후사를 이어주어야 했기 때문에 형수의 몸을 취하게 되는데 그러면서도 정작 정액을 그 몸속에 심어주지는 않고 수음을 해서 자신의 정액을 바닥에 흘려버렸단 말이야.”
“네......”
“그 이유가 뭐냐 하면 말이야. 형수의 몸에서 태어나는 아기는 자기 후손이 아니라 형의 후손이 되는 것이 싫었던 거야. 결국 자기의 기반을 나눠야 할 테니까 그게 아까웠던 게지. 그래서 그...... 마스터베이션의 라틴어 원어를 보면 손으로 더러운 짓을 한다는 뜻인데 사람들이 그 속뜻은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그 수음하는 행위를 더러운 짓이라고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이들 있지.”
“네, 그렇지요.”
“그런데...... 나는 그 오난이라는 사내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단 말이지. 어떤 이들은 그럴수록 더욱 더 일본 여인네들을 짓밟아서 복수를 해야 한다고도 하는데...... 그것하고 내 씨를 더러운 밭에 뿌리는 것하곤 다르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어. 그래서 나는 오난을 흉내 내고 살았던 거야.”
“아! 네.......”
“나도 아직까지는 혈기 왕성해. 섹스도 자주 하고...... 하지만 내 후사는 한국 땅에서 구할 거야. 자네가 나에게 아버지라고 했으니 이제 그 책임을 자네에게 묻겠어.”
“네?......”
“이미 자네도 알고 왔겠지만 내가 올 때 마리코도 함께 들어왔네. 마리코에게 듣자니 자네가 젊은 시절의 나와 그렇게 닮았다는데 자네에게 맡겨두고 갈 테니까 마리코에게 후사를 남기도록 해. 그게 자네가 내 아들이 되는 길이고 아울러 내 진짜 사위가 되는 길이야. 책임 질 수 있겠나?”
“하, 하지만 마리코는 이미 결혼......”
“그게 무슨 상관이야. 결혼은 인륜일 뿐이고 나는 지금 천륜을 말하는 거야. 자네가 그것이 부담스럽다면 그까짓 것 이혼시키면 그만이야. 그렇게라도 해 주면 자네 마음이 편해지겠나?”
“아, 아닙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
“그럼 됐어. 자네에 대해선 별도로 보고 받은 것이 있어서 이미 나도 익히 알고 있어. 이 시간부로 자네 말대로 나는 자네의 아버지고 자네는 내 아들이야. 그리고 장차 내 후계자의 아비가 될 것이고...... 그럼으로써 나의 기반은 여전히 한국인의 것이 되는 게야. 그 녀석도 자네가 아비인 것을 알고 자랄 게고......”
“알았습니다. 아버님.”
강주는 자리에서 일어서 다시 한 번 정중하게 큰절을 올린다. 이제 비로소 부자의 연을 정식으로 맺은 셈이다. 두 사람 간의 대화가 끝날 무렵 방안에서 마리코가 나와 강주에게로 다가온다.
“오빠......”
“아! 마리코......”
아빠의 앞이라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품에 안겨오는 마리코가 사랑스러워 힘껏 안아준다.
“허허...... 그 녀석들......”
강주의 부탁으로 고의원을 불러들여 다카하시 회장과의 면담을 성사시켜주자 고의원은 마치 강주를 대하기를 죽은 조상이 돌아온 듯 대하니 회장으로부터 끌어낸 영진유통에 대한 뒤처리를 부탁하기도 한결 용이해진다. 이미 회장으로부터 언질을 받아 고의원을 만나기로 했던 차에 물 흐르듯이 일이 풀려 나간다.
“오빠, 그렇지만 그렇게 쉽사리 마무리가 될까요?”
“지금 진범이 누군지 오리무중인데...... 일본 쪽에서 내 입장을 고려해 준다고 서류에 위약금 조항을 넣은 덕에 일본이 개입한 국제사기사건이라는 의견들도 있는 모양이고...... 검찰에서 이런 경우 심증만 가지고 국제적으로 수사를 확대하기에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거든...... 그러니 영진 측에서 합의를 하자고 나서는 분위기가 되면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다고 보는데...... 고의원 생각은 어떻습니까?”
“아! 물론 그렇습니다. 좋으신 의견입니다. 제가 적극 추진해 보지요.”
결국 영진유통을 국가에 헌납하는 차원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는 것으로 의원들의 세력을 모아 추진하기로 하고 그 후 내부거래를 통해 강주가 흡수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아간다.
“어머! 그럼 오빠가 직접 경영을 하게 되겠네?”
“아니야. 그럼 모양새가 보기에 좋지 않으니까 전문 경영인을 따로 초빙해야지. 나도 그게 훨씬 자유롭고......”
“호호호...... 맞다. 그래도 되겠네.”
의견조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다카하시 회장의 철학이 카랑카랑한 쇳소리로 강주의 귓가를 울린다. 자신의 정기를 외국 땅에 뿌리지 않겠다는, 일견 광망한 소리로 들리기도 하는 그의 말이 오히려 오랜 세월 타국에서의 성공신화를 일으킨 배경이 되었다는 점에서 다분히 민족적인 주관이 뚜렷하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이제 강주는 좋든 싫든 일본 땅에도 일가를 이루게 된다. 그것도 한 가문의 문주의 입장에 서게 되니 졸지에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며 소소한 일에 얽매여 아옹다옹 지내 온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대인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소인배들이 그렇게 묻어가기 위해 까치발을 들어 키를 높여가며 가문을 따지고 서로의 집안을 들여다보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인호야......”
“네, 이사님.”
“너...... 동생들이 있다고 그랬지?”
“네, 그렇습니다만......”
“휴우...... 미안하다. 듣기는 들었다만, 이제서 물어보니...... 그래, 생활이 많이 어렵지?”
“아! 하하...... 아닙니다. 지금 의왕에서 자동으로 입금되는 것도 있고, 게다가 이사님이 제게 주시는 용돈이 그보다 훨씬 많지 않습니까?”
“동생들이 모두 몇이니?”
“음...... 친동생들은 아니고요. 저도 고아원 출신이거든요.”
“아! 그랬어? 그럼 지금 데리고 있는 동생들은?......”
“그 녀석들도 모두 고아원 출신입니다. 그래서 매달 얼마간이라도 그리 송금을 하고 있습니다.”
“으음...... 그랬구나...... 어찌 됐든 내가 너무 무심했다. 미안하다.”
“아유, 아닙니다. 이사님......”
“언제, 동생들을 한 번 만나보자.”
“네, 알았습니다.”
강주를 태운 차는 어느 아파트 밑으로 정차를 한다.
“네, 소장님...... 저 도착 했습니다.”
“아, 그래? 조금만 기다려. 내 지금 나간다.”
한참 후 비탈 길 아래에서 전소장이 손짓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사님, 차를 어떻게 할까요?”
“거기 그냥 세워두고 걸어가자. 차가 들어갈 만하면 여기에서 만나자고 하지도 않았을 거야.”
좁고 구부러진 골목을 한참 올라 비탈 위의 한 양옥집으로 들어선다. 다행히 이 층이어서 산동네의 전망은 좋은 편이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니 반가운 얼굴이 맞아준다.
“어머나! 어서 오세요. 이제는 잘 나가는 소장님이라면서요?”
“안녕하세요? 사모님...... 하하하...... 벌써 세월이 그렇게 갔나 봅니다.”
“어이...... 인호라고 했지? 자네도 어서 들어 와. 자...... 좁아도 끼어서 앉아 봐. 내가 이렇게 사네. 자...... 당신은 술상 좀 보소......”
“소장님, 아이들은 모두 어디 갔어요? 자식들 모처럼 삼촌이 왔는데......”
“이런...... 애들이 이 시간에 집에 있나? 모두 학원에 가 있지. 이거 이러니까 총각들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어른 대접을 안 해준다니까...... 하하하......”
정말 속셈이 필요 없는 대화를 즐기며 술을 나눈다. 이것이 휴식이고 삶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고 힘을 얻어 재충전하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격의 없는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강주는 그간의 경과를 전소장에게 알린다.
“그래, 나도 신문기사 보고 걱정은 많이 했다만 달리 도움도 못 주고 미안하다.”
“원......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는 다 소장님 덕으로 무사히 마쳤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찾아 뵌 이유도 다름이 아니라...... 조만간에 영진유통을 인수하게 될 것 같아서 그에 대한 조언도 구할 겸 부탁드릴 것도 있어서......”
“뭔데?...... 신문기사를 보니 그쯤 되면 이제 내 능력 밖의 일 같은데......”
“그러지 마시고...... 이 기회에 영진을 좀 맡아 주십시오. 제가 관사를 따로 마련해 드릴 테니까 이사도 하시고요. 월급쟁이 사장이지만 지분도 어느 정도 옵션으로 드리겠습니다.”
“뭐야? 너......”
“어머! 삼촌, 그게 정말이에요?”
“네, 진심입니다. 제가 과거에 소장님께 배운 것이 없었다면 운만 가지고 이리 되었겠습니까? 반면에 소장님은 지지리도 운이 따라 주지 않았고...... 이제 제 운을 조금 나누어 드릴 테니까 소장님도 그 실력을 제게 조금만 더 나누어 주십시오.”
강주의 말에 전소장은 한참동안이나 물끄러미 천장을 바라보더니 말문을 연다.
“너, 이 새끼...... 이 새끼가 오늘 나한테 감동을 먹이네...... 하하하...... 봤지? 여보. 이 새끼가 내 후배라고...... 하하하...... 귀여운 자식...... 하하하......”
전소장은 순간 치밀어 오르는 게 있는지 호탕하게 웃어 제치다가 결국은 방바닥을 치며 오열을 한다. 고생스럽게 지나온 세월이 어느새 훌륭하게 일어선 후배와 오버랩 되는 순간에 감흥이 복잡해지는 것이 사실일 게다.
“어, 어...... 소장님......”
“아유, 놓아둬요. 삼촌...... 직장 생활하면서 얼마나 맺힌 게 많으면 그러겠어요. 이제 삼촌 말을 들으니까 그렇게 원하던 한풀이를 하게 생겨서 저럴 거예요.”
한참 후 격정에서 빠져나온 듯 술을 들이키는 전소장이 강주에게 말을 잇는다.
“그럼, 너는 전적으로 경영에 손을 대지 않을 생각이냐?”
“물론이지요. 전들 운영을 안 해본 사람도 아니잖습니까? 저는 그저 사주로서 완전히 물러서 있을 겁니다. 소장님, 항상 부르짖는 거 있잖습니까? 차제에 고생하시던 선배들도 자리를 만들어 보시고 뜻하시는 대로 한 번 웅지를 펴 보십시오. 저는 저대로 또 할 일이 있을 겁니다.”
“너, 이 새끼...... 나중에 말 바꾸면 죽어?......”
“아유, 이 이는...... 이제 당신도 말 좀 조심해요. 그러다가 바로 모가지 당하려고...... 호호호......”
“으응? 그런가? 하하하......”
“어쨌든 그 일은 지금 정가에서 조율을 하고 있습니다만, 조만간 제 앞으로 결정이 되게 돼 있으니까 오로지 시간문제입니다. 소장님은 그렇게 아시고 제가 다시 전화 드리면 바로 움직여 주셔야 합니다.”
“그래, 알았다. 어쨌든 대견하다. 자식...... 내가 비록 방법은 알려줬지만 그렇게 훌륭히 해 낼 줄은 몰랐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내가 알 수 없는 경지에 이미 도달해 있었다는 얘기일 텐데...... 그런데도 이렇게 구질구질한 선배들을 잊지 않고 생각해 주니 무엇보다도 나는 그게 고맙다. 정말 너는 개새끼다. 고맙다. 개자식......”
“하하하...... 고맙습니다. 아...... 이제 확답을 받은 것 같습니다. 하하하......”
“어머머! 참 나...... 고맙다며 욕을 하는 사람은 뭐고, 또 그 욕을 먹고 좋아하는 건 뭐예요? 호호호......”
강주와 인호는 전소장 부부의 배웅을 받으며 차를 움직인다.
“이사님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절대 이사님 곁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저...... 혹시라도 어디 다른 데로 보내시면 안 됩니다.”
“으응? 하하...... 이 사람,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뜬금없이 갑자기 무슨 소리야?”
“우리 주먹들도 의리를 앞세우긴 하지만 결국 돈 앞에서는 많이들 무너지거든요. 또 후배들이 선배들을 깨지 않고는 구역을 차지하기도 힘들고......”
“그래...... 그렇겠지. 내가 이번에 의부를 만나고 나서 생각이 많이 바뀌는구나. 결국 그 돈도 원래 내 돈이 아니었고...... 그리고 만약 마리코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내가 아무리 부동산 투기를 해서 돈을 불려보려고 했다한들 그 말을 누가 믿어 주기나 했겠어? 어쩌면 강원장하고 내 신세가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이지. 결국 한 세상 살면서 독불장군은 없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꼈어. 함께 가는 거야. 이번에 회사 인수가 마무리되면 그 수익으로 우리 사회사업 한 번 해 보자. 나도 의부처럼 내 땅에서 받은 혜택을 내 땅에 심어야겠어.”
“아!......”
“그런 생각에 네 동생들도 한 번 만나보자는 거야. 다행히 인수하고 남는 자금이 있다면 우선 그 고아원부터 돌아보자고......”
기업을 해서 돈을 벌고 정치를 해서 권력을 쥐어도 결국 모두에게는 물고 물리는 그늘이 생긴다는 것을 이 일을 통해 뼈저리게 체험을 한다. 남을 딛고 올라서 조금씩 높은 위치로 간다는 것이 결코 속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가족들과의 술 한 잔만큼의 가치도 없다는 것을 깨우쳐간다. 피라미드처럼 위로만 딛고 올라서는 것보다는 자신의 좌우를 두텁게 인의 장벽을 쌓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우쳐 간다.
“희숙아.”
“네, 오빠...... 지금 오시는 길이에요?”
“아니야. 지금 대치동으로 가는 중인데, 이제 내일부터는 너도 의왕에 정상 출근을 해라.”
“어머! 그럼 상황이 이제 완전히 끝난 거예요?”
“응, 혹시 회장이 너를 보게 되더라도 함부로 작업할 수 없게끔 되어 있으니까 이제 안심해도 돼. 모두 내 시야 안에 있으니까......”
“야호...... 알았어요.”
“그리고 민희도 이제 자유롭게 다니라고 하고......”
“네, 그럴게요.”
강주의 차는 대치동, 예전에 회장의 딸 유미가 살던 아파트로 들어선다. 이제 그 주인을 잃어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퇴락해 버린 아파트 내부는 유미의 남편이 이사를 하고 난 흔적인지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모습이어서 보기에도 처량하다.
언젠가 인호에게 해 주었던 말대로 나르시스와 메아리의 신세처럼 한 사람은 자기만족에 빠져 배우자를 나 몰라라 했고 다른 사람은 결국 그늘로 사라져 버렸다. 하릴없이 서로가 사랑이란 이름으로 애증의 세월만 보냈고 그 상처는 두고두고 서로에게 그것을 기억하게 할 것이다.
사랑은 마주 보는 눈으로 시작해서 결국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으로 완성된다고들 말을 한다. 자기의 시선만 고집한다면 결국 파국을 피할 수 없는 일이란 뜻일 게다. 부부란 그 단어에서부터 이미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하나를 이룬다는 뜻일 터이니, 살아가며 그 시선을 모으지 못한다면 필경 살아도 옳게 사는 것이 아닐 것이다.
강주는 주변을 대강 정리한 뒤 침대에 벌렁 드러눕는다.
아직도 옷장에는 유미의 옷가지며 물건들이 그득하고 주인이 돌아오기만 기다린다. 이제 그녀가 돌아오면 강주의 그늘에서 살던지, 아니면 다른 보금자리를 구해 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그 선택의 폭이 오히려 예전보다 좁아진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초인종 소리에 강주가 몸을 일으킨다.
“아! 어서 오세요.”
“아유, 왜 심란하게 이리 오라고 해? 자기가 사쿠라로 오지.”
“하하...... 좋잖아요. 여기도 우리 집인데......”
“어머! 여기는 유미랑 쓰는 집인데 여기서 꼭 그 짓을 하고 싶어?”
“나는 회장님이랑 유미를 동시에 끌어안아보고 싶은데 그렇게는 못하니까 이렇게라도 하는 거지요?”
강주는 회장에게 다가가 끌어안으며 이마에 입을 맞춰주고 회장은 다소곳한 새댁처럼 강주에게 몸을 맡긴다.
“정말...... 최이사도 이럴 때 보면 은근히 변태 기질이 있어. 호호호...... 그나저나 오늘 고의원은 만나봤어? 그 사람 요즘 뭔가 나를 피하는 것 같기도 하고......”
회장은 침대에 엉덩이를 걸치며 강주를 바라보고 강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장식장을 뒤져 술을 꺼내오며 대답을 한다.
“아! 요즘 의원총회라든가?...... 뭐, 그런 것 때문에 신경 쓰이는 곳이 많은 모양이던데요. 요즘 뉴스에 떠들썩하잖아요?”
“그래?...... 내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뉴스도 눈에 안 들어 와......”
회장은 천천히 옷을 벗으며 침대 머리맡에 옷을 개어 둔다. 아직 정리가 덜 되어 주변에 옷을 걸만 한 것도 보이질 않는다.
“유통을 헌납하는 조건으로 무마하는 건에 대해서는 알아봐 준다고 했으니까 이젠 잊어버리세요. 조만간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그나저나 그러면 사장님은 이제 어떻게 하지요?”
“뭐, 다시 일어설 때까지 무역으로 가야지. 할 수 있나?”
“그렇게 하려고 하시겠어요? 남들 눈치도 있을 텐데......”
“피...... 싫으면?...... 자기가 뭐 잘 하는 게 있어서...... 그나저나 최이사한테 미안해서 어떻게 해? 기껏 회사를 일으켜 놓고......뺏기게 돼서......”
“뭐, 할 수 없지요. 그 대신 내 인생 사부를 만나서 이렇게 즐겁게 살잖아요? 후훗...... 엄마하고 딸을 동시에 안아보기도 하고......”
강주는 술을 한 잔 들이켜 입에 물고 회장의 입술을 덮어 술을 목구멍으로 넘겨준다.
“으읍...... 우우욱..... 꿀꺽...... 아유, 써라......”
“후훗...... 우리 장모...... 너무 예뻐서 내가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은데......”
“어머머! 정말이야? 호호호......”
“사장님을 그러지 말고 황부장하고 팀을 만들어서 건설로 보내세요.”
강주는 회장의 몸 위로 몸을 포개면서 가슴을 주물러 짓이긴다.
“아흑, 아하앙...... 아파...... 살살......”
회장은 이미 강주의 우람한 몸에 반응을 하는지 콧소리를 흘리며 좆을 이끌어 간다.
“바로 해 줄까?”
“으흥...... 어서......”
“어떻게 할 거야? 사장하고 황부장......”
잔뜩 발기해 핏줄이 붉어진 좆을 음순에 문질러 길을 닦는다. 회장은 소중한 보물이라도 보듯이 질 입구에 맞추고 강주의 엉덩이를 잡아당긴다.
“아흐으으응...... 알았...... 어...... 건설은 왜?...... 흐윽......”
“후욱, 후욱...... 그나마...... 후욱...... 건설이 일어서기 빠르잖아...... 후욱......”
“자기?...... 아흑...... 건설도...... 잘 알아?......”
강주는 스피드를 높여 좆질을 하느라고 대답을 못한다. 회장도 이미 대화에는 관심이 없고 몰려오는 흥분에 눈이 넘어가기 시작한다. 이래서 예로부터 베개 밑 송사라는 말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기반을 야금야금 먹어오는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이 미치지 못하니 강주의 좆질에 몸을 실어 강주의 뜻을 따르기로 한다.
“하악....... 여보...... 아흑, 미치겠어......”
“여보...... 장모...... 여보......”
“아흑...... 푸르륵...... 어떻게 해...... 아흑......”
“조금만 더...... 조금만 참아 봐...... 후욱......”
“아학, 그만...... 내가 해 줄게...... 여보 제발......”
회장은 몸을 일으켜 강주를 타고 올라서 애액이 흥건한 좆을 입에 물고 손으로 흩어 나간다.
“으으흑...... 턱, 턱, 쭈우웁...... 턱.”
한참의 마스테베이션 후에야 강주도 절정에 올라 회장의 입 속으로 폭발을 일으킨다.
“우우욱...... 울컥...... 꿀꺽...... 울컥...... 꿀꺽...... 쭈우우웁...... 후루룹......”
강주가 분출을 일으킬 때마다 바로바로 삼켜주는 이 여자가 더 이상 사랑하는 이가 아니고 공략대상이라는 것이 마음 아픈 일이지만 아직도 회장의 야심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엉덩이를 주물러 흥분을 이어가니 한 번 더 물을 쏟고는 강주의 몸 위로 쓰러진다.
“아앙흑...... 아흑...... 몰라...... 여보......”
폭풍이 물러가고 고요가 다시 어두운 방안에 가득하다.
“여보......”
“어머! 자기 나보고 여보라고 부른 거야?”
“뭐, 어때? 우리뿐인데......”
“호홋...... 그래도 이렇게 정색하고 나한테 여보라고 한 건 처음이잖아? 매번 장모라고 했지.”
“우리 여보가 요즘 많이 힘이 들 것 같아서 힘내라고 그런 거야. 왜?...... 내가 여보라고 하니까 싫어?”
“아니?...... 싫기는...... 좋지...... 고마워, 여보...... 참, 그런데 왜 불렀어?”
“으응...... 유미야 어차피 당신 딸이고 내 여자니까 그렇다지만, 강원장은 나오면 어떻게 할까? 내 돈을 아직 반도 못 건졌는데......”
“그 새끼...... 돈을 안 챙긴 게 분명할까?”
“에이...... 아마 일본 야쿠자 애들이 정보를 입수하고 개입한 모양이던데...... 검찰에서도 그렇게 알고 더 이상 분쟁이 날까 봐서 수사를 접으려고 하는 모양이고...... 뭐, 당신이 데리고 놀 것 같으면 나는 그냥 모른 척 해 줄게......”
강주는 추후의 움직임이 용이하게 하기 위해 강원장을 여전히 회장의 측근에 심어 둘 모양이다.
“피...... 그 핑계 대고 나 피하려고 그러지?”
“후훗...... 어차피 당신도 노리개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아냐? 그 대신 병원 차려 줄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그냥 병원에 취직이나 하라고 해. 당신 말 안 들으면 그 길로 월급조차도 차압해 버릴 거니깐......”
“어머! 그럼 내 노예나 다름없네? 호호호......”
“그게 그렇게 되나? 하하하......”
한일의원총회가 열리기 하루 전, 마리코의 아버지가 마리코와 함께 입국을 해 정가를 술렁이게 한다. 야인의 신분이기 때문에 뉴스를 장식할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줄서기에 민감한 이들은 이 기회를 그냥 보낼 리 없으니 호텔은 연신 방문객으로 어수선하고 정작 쉽사리 만날 수 있는 인물이 아닌지라 그 파장이 강주에게까지 밀어닥친다.
“네, 최이사입니다.”
“아! 이사님, 저...... 고영준입니다.”
“네, 고의원님, 반갑습니다. 일전에는 신세가 컸습니다. 어쩐 일이신지요?”
“아! 네...... 일본에서 아버님께서 입국하셨다고 하던데......”
“아! 그렇습니까?”
당황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의부라고 둘러 대긴 했지만 정작 마리코의 아버지하곤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니 전화를 한 이유를 모르지도 않는 터, 현재로선 달리 해 줄만 한 이야기도 없는 입장이다.
“네, 동생 분도 함께 들어오셨다고 하는데 연락 없이 오신 모양이군요?”
“네...... 아마 그러신 모양입니다. 잘 알았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저 역시 고 의원님을 뵐 일이 있었는데 제가 먼저 아버님을 찾아뵙고 나중에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 그래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꼭 한 번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그럽니다.”
강주는 망설임 없이 마리코에게 연락을 하지만 지난번의 일 이후로는 그 번호로 연결이 되질 않아 다시 안면이 있는 고의원 비서관에게 연락을 해 호텔을 수배한다.
“이사님, 지난 번 그 호텔이랍니까?”
“으응, 그렇다는구먼...... 진작 그리 물어볼 것을 그랬어. 신분이 그 쯤 되면 아무래도 대사관 가까운 곳이 여러모로 편리하겠지.”
마리코의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강주의 마음은 여러 가지로 불편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우선 실제 마리코의 친오빠도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큰 사건에 본의 아니게 국제적인 거물을 연루시켰다는 점에서도 염치가 없는 일이었다. 호탕한 인물이라니 남녀 간의 문제는 덮어두더라도 이름이 널리 알려져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일 터인데 앞으로 닥쳐 올 문제보다도 지난 일에 대한 해명이 자칫 변명으로 받아들여질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다행히 강주의 명함을 올려 보내자 곧 올라오라는 연락이 프론트로 내려온다. 안내인을 따라 들어 선 객실에는 반백의 사내가 소파에 앉아있고 마리코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강주는 다짜고짜 맨바닥에 머리를 조아리고 큰절부터 올린다.
“처음 뵙겠습니다. 최강주입니다.”
“일어 서...... 이리 앉아.”
다소 서툰 발음이지만 사내는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는 우리말로 강주를 일으켜 세우고 강주는 다소 의아한 눈빛으로 반절을 하면서 맞은편에 자리를 하게 된다.
“저...... 아버님께서도......”
“그래, 나도 한국 사람이야. 그러니 마리코를 입양했지.”
“아! 네......”
“음...... 자네가 올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내 기대보다 빨리 온 것을 보면 어쨌든 발이 꽤 넓은 모양이군. 이렇게 자네를 보니 마리코가 내 속을 그리 썩이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해......”
강주는 칭찬인지 핀잔인지 알 수 없는 소리에 그저 죄 지은 놈이니 고개를 숙이고 바닥만 내려다볼 뿐이다.
“좋아, 더 이상 긴 말을 해서 무얼 하겠나? 어차피 자네가 내 아들이라면서?...... 하하하......”
그간 강주의 행보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듯 보이지만 너털웃음으로 마무리를 지어주니 강주는 그나마 머쓱함이 덜하여 고개를 들고 사과를 한다.
“저...... 아버님, 그건......”
“괜찮아. 어쨌든...... 자네 입으로 나를 아버지라고 하고 다녔으니 그 책임은 자네에게 있어. 내가 그 책임은 분명하게 물을 테니까 각오하고 있어.”
“아! 네, 네......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주는 쥐었다 풀고 이내 다시 쥐어버리는 사내의 기도에 눌려 숨도 쉬기 쉽지 않은 상황에 정신을 가다듬기도 위해 시선을 멀리 돌려 주변을 살펴본다. 몇몇 젊은이들이 지시를 받기 위함인지 멀찍이 떨어져 도열해 있고 그들도 풍기는 분위기로 보아 인호를 떠오르게 하니 범상치 않은 인물들로 짐작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자네...... 오나니라는 말 들어봤겠지?”
“네?......”
오나니, 말뜻을 모를 리 없지만 아버지와 자식 같은 입장에 입에 담을 만한 내용이 아닌지라 강주는 재차 확인하듯 사내를 바라보고 사내는 무심코 말을 이어간다.
“내가 씨가 없어서 자식을 갖지 않은 것은 아니었어. 결혼은 진작 했는데 적어도 나만큼은 일본이라는 땅에 씨를 뿌리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씨라는 것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치고 그 안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거든. 엄청난 고목들도 작은 씨앗에서 출발하듯이 말이야.”
“아! 네......”
“성경책을 보면 오난이라는 사람이 소개되는 장면이 있지. 자신의 형이 죽고 당시의 관행에 따라서 그 형의 후사를 이어주어야 했기 때문에 형수의 몸을 취하게 되는데 그러면서도 정작 정액을 그 몸속에 심어주지는 않고 수음을 해서 자신의 정액을 바닥에 흘려버렸단 말이야.”
“네......”
“그 이유가 뭐냐 하면 말이야. 형수의 몸에서 태어나는 아기는 자기 후손이 아니라 형의 후손이 되는 것이 싫었던 거야. 결국 자기의 기반을 나눠야 할 테니까 그게 아까웠던 게지. 그래서 그...... 마스터베이션의 라틴어 원어를 보면 손으로 더러운 짓을 한다는 뜻인데 사람들이 그 속뜻은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그 수음하는 행위를 더러운 짓이라고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이들 있지.”
“네, 그렇지요.”
“그런데...... 나는 그 오난이라는 사내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단 말이지. 어떤 이들은 그럴수록 더욱 더 일본 여인네들을 짓밟아서 복수를 해야 한다고도 하는데...... 그것하고 내 씨를 더러운 밭에 뿌리는 것하곤 다르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어. 그래서 나는 오난을 흉내 내고 살았던 거야.”
“아! 네.......”
“나도 아직까지는 혈기 왕성해. 섹스도 자주 하고...... 하지만 내 후사는 한국 땅에서 구할 거야. 자네가 나에게 아버지라고 했으니 이제 그 책임을 자네에게 묻겠어.”
“네?......”
“이미 자네도 알고 왔겠지만 내가 올 때 마리코도 함께 들어왔네. 마리코에게 듣자니 자네가 젊은 시절의 나와 그렇게 닮았다는데 자네에게 맡겨두고 갈 테니까 마리코에게 후사를 남기도록 해. 그게 자네가 내 아들이 되는 길이고 아울러 내 진짜 사위가 되는 길이야. 책임 질 수 있겠나?”
“하, 하지만 마리코는 이미 결혼......”
“그게 무슨 상관이야. 결혼은 인륜일 뿐이고 나는 지금 천륜을 말하는 거야. 자네가 그것이 부담스럽다면 그까짓 것 이혼시키면 그만이야. 그렇게라도 해 주면 자네 마음이 편해지겠나?”
“아, 아닙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
“그럼 됐어. 자네에 대해선 별도로 보고 받은 것이 있어서 이미 나도 익히 알고 있어. 이 시간부로 자네 말대로 나는 자네의 아버지고 자네는 내 아들이야. 그리고 장차 내 후계자의 아비가 될 것이고...... 그럼으로써 나의 기반은 여전히 한국인의 것이 되는 게야. 그 녀석도 자네가 아비인 것을 알고 자랄 게고......”
“알았습니다. 아버님.”
강주는 자리에서 일어서 다시 한 번 정중하게 큰절을 올린다. 이제 비로소 부자의 연을 정식으로 맺은 셈이다. 두 사람 간의 대화가 끝날 무렵 방안에서 마리코가 나와 강주에게로 다가온다.
“오빠......”
“아! 마리코......”
아빠의 앞이라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품에 안겨오는 마리코가 사랑스러워 힘껏 안아준다.
“허허...... 그 녀석들......”
강주의 부탁으로 고의원을 불러들여 다카하시 회장과의 면담을 성사시켜주자 고의원은 마치 강주를 대하기를 죽은 조상이 돌아온 듯 대하니 회장으로부터 끌어낸 영진유통에 대한 뒤처리를 부탁하기도 한결 용이해진다. 이미 회장으로부터 언질을 받아 고의원을 만나기로 했던 차에 물 흐르듯이 일이 풀려 나간다.
“오빠, 그렇지만 그렇게 쉽사리 마무리가 될까요?”
“지금 진범이 누군지 오리무중인데...... 일본 쪽에서 내 입장을 고려해 준다고 서류에 위약금 조항을 넣은 덕에 일본이 개입한 국제사기사건이라는 의견들도 있는 모양이고...... 검찰에서 이런 경우 심증만 가지고 국제적으로 수사를 확대하기에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거든...... 그러니 영진 측에서 합의를 하자고 나서는 분위기가 되면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다고 보는데...... 고의원 생각은 어떻습니까?”
“아! 물론 그렇습니다. 좋으신 의견입니다. 제가 적극 추진해 보지요.”
결국 영진유통을 국가에 헌납하는 차원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는 것으로 의원들의 세력을 모아 추진하기로 하고 그 후 내부거래를 통해 강주가 흡수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아간다.
“어머! 그럼 오빠가 직접 경영을 하게 되겠네?”
“아니야. 그럼 모양새가 보기에 좋지 않으니까 전문 경영인을 따로 초빙해야지. 나도 그게 훨씬 자유롭고......”
“호호호...... 맞다. 그래도 되겠네.”
의견조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다카하시 회장의 철학이 카랑카랑한 쇳소리로 강주의 귓가를 울린다. 자신의 정기를 외국 땅에 뿌리지 않겠다는, 일견 광망한 소리로 들리기도 하는 그의 말이 오히려 오랜 세월 타국에서의 성공신화를 일으킨 배경이 되었다는 점에서 다분히 민족적인 주관이 뚜렷하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이제 강주는 좋든 싫든 일본 땅에도 일가를 이루게 된다. 그것도 한 가문의 문주의 입장에 서게 되니 졸지에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며 소소한 일에 얽매여 아옹다옹 지내 온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대인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소인배들이 그렇게 묻어가기 위해 까치발을 들어 키를 높여가며 가문을 따지고 서로의 집안을 들여다보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인호야......”
“네, 이사님.”
“너...... 동생들이 있다고 그랬지?”
“네, 그렇습니다만......”
“휴우...... 미안하다. 듣기는 들었다만, 이제서 물어보니...... 그래, 생활이 많이 어렵지?”
“아! 하하...... 아닙니다. 지금 의왕에서 자동으로 입금되는 것도 있고, 게다가 이사님이 제게 주시는 용돈이 그보다 훨씬 많지 않습니까?”
“동생들이 모두 몇이니?”
“음...... 친동생들은 아니고요. 저도 고아원 출신이거든요.”
“아! 그랬어? 그럼 지금 데리고 있는 동생들은?......”
“그 녀석들도 모두 고아원 출신입니다. 그래서 매달 얼마간이라도 그리 송금을 하고 있습니다.”
“으음...... 그랬구나...... 어찌 됐든 내가 너무 무심했다. 미안하다.”
“아유, 아닙니다. 이사님......”
“언제, 동생들을 한 번 만나보자.”
“네, 알았습니다.”
강주를 태운 차는 어느 아파트 밑으로 정차를 한다.
“네, 소장님...... 저 도착 했습니다.”
“아, 그래? 조금만 기다려. 내 지금 나간다.”
한참 후 비탈 길 아래에서 전소장이 손짓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사님, 차를 어떻게 할까요?”
“거기 그냥 세워두고 걸어가자. 차가 들어갈 만하면 여기에서 만나자고 하지도 않았을 거야.”
좁고 구부러진 골목을 한참 올라 비탈 위의 한 양옥집으로 들어선다. 다행히 이 층이어서 산동네의 전망은 좋은 편이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니 반가운 얼굴이 맞아준다.
“어머나! 어서 오세요. 이제는 잘 나가는 소장님이라면서요?”
“안녕하세요? 사모님...... 하하하...... 벌써 세월이 그렇게 갔나 봅니다.”
“어이...... 인호라고 했지? 자네도 어서 들어 와. 자...... 좁아도 끼어서 앉아 봐. 내가 이렇게 사네. 자...... 당신은 술상 좀 보소......”
“소장님, 아이들은 모두 어디 갔어요? 자식들 모처럼 삼촌이 왔는데......”
“이런...... 애들이 이 시간에 집에 있나? 모두 학원에 가 있지. 이거 이러니까 총각들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어른 대접을 안 해준다니까...... 하하하......”
정말 속셈이 필요 없는 대화를 즐기며 술을 나눈다. 이것이 휴식이고 삶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고 힘을 얻어 재충전하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격의 없는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강주는 그간의 경과를 전소장에게 알린다.
“그래, 나도 신문기사 보고 걱정은 많이 했다만 달리 도움도 못 주고 미안하다.”
“원......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는 다 소장님 덕으로 무사히 마쳤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찾아 뵌 이유도 다름이 아니라...... 조만간에 영진유통을 인수하게 될 것 같아서 그에 대한 조언도 구할 겸 부탁드릴 것도 있어서......”
“뭔데?...... 신문기사를 보니 그쯤 되면 이제 내 능력 밖의 일 같은데......”
“그러지 마시고...... 이 기회에 영진을 좀 맡아 주십시오. 제가 관사를 따로 마련해 드릴 테니까 이사도 하시고요. 월급쟁이 사장이지만 지분도 어느 정도 옵션으로 드리겠습니다.”
“뭐야? 너......”
“어머! 삼촌, 그게 정말이에요?”
“네, 진심입니다. 제가 과거에 소장님께 배운 것이 없었다면 운만 가지고 이리 되었겠습니까? 반면에 소장님은 지지리도 운이 따라 주지 않았고...... 이제 제 운을 조금 나누어 드릴 테니까 소장님도 그 실력을 제게 조금만 더 나누어 주십시오.”
강주의 말에 전소장은 한참동안이나 물끄러미 천장을 바라보더니 말문을 연다.
“너, 이 새끼...... 이 새끼가 오늘 나한테 감동을 먹이네...... 하하하...... 봤지? 여보. 이 새끼가 내 후배라고...... 하하하...... 귀여운 자식...... 하하하......”
전소장은 순간 치밀어 오르는 게 있는지 호탕하게 웃어 제치다가 결국은 방바닥을 치며 오열을 한다. 고생스럽게 지나온 세월이 어느새 훌륭하게 일어선 후배와 오버랩 되는 순간에 감흥이 복잡해지는 것이 사실일 게다.
“어, 어...... 소장님......”
“아유, 놓아둬요. 삼촌...... 직장 생활하면서 얼마나 맺힌 게 많으면 그러겠어요. 이제 삼촌 말을 들으니까 그렇게 원하던 한풀이를 하게 생겨서 저럴 거예요.”
한참 후 격정에서 빠져나온 듯 술을 들이키는 전소장이 강주에게 말을 잇는다.
“그럼, 너는 전적으로 경영에 손을 대지 않을 생각이냐?”
“물론이지요. 전들 운영을 안 해본 사람도 아니잖습니까? 저는 그저 사주로서 완전히 물러서 있을 겁니다. 소장님, 항상 부르짖는 거 있잖습니까? 차제에 고생하시던 선배들도 자리를 만들어 보시고 뜻하시는 대로 한 번 웅지를 펴 보십시오. 저는 저대로 또 할 일이 있을 겁니다.”
“너, 이 새끼...... 나중에 말 바꾸면 죽어?......”
“아유, 이 이는...... 이제 당신도 말 좀 조심해요. 그러다가 바로 모가지 당하려고...... 호호호......”
“으응? 그런가? 하하하......”
“어쨌든 그 일은 지금 정가에서 조율을 하고 있습니다만, 조만간 제 앞으로 결정이 되게 돼 있으니까 오로지 시간문제입니다. 소장님은 그렇게 아시고 제가 다시 전화 드리면 바로 움직여 주셔야 합니다.”
“그래, 알았다. 어쨌든 대견하다. 자식...... 내가 비록 방법은 알려줬지만 그렇게 훌륭히 해 낼 줄은 몰랐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내가 알 수 없는 경지에 이미 도달해 있었다는 얘기일 텐데...... 그런데도 이렇게 구질구질한 선배들을 잊지 않고 생각해 주니 무엇보다도 나는 그게 고맙다. 정말 너는 개새끼다. 고맙다. 개자식......”
“하하하...... 고맙습니다. 아...... 이제 확답을 받은 것 같습니다. 하하하......”
“어머머! 참 나...... 고맙다며 욕을 하는 사람은 뭐고, 또 그 욕을 먹고 좋아하는 건 뭐예요? 호호호......”
강주와 인호는 전소장 부부의 배웅을 받으며 차를 움직인다.
“이사님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절대 이사님 곁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저...... 혹시라도 어디 다른 데로 보내시면 안 됩니다.”
“으응? 하하...... 이 사람,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뜬금없이 갑자기 무슨 소리야?”
“우리 주먹들도 의리를 앞세우긴 하지만 결국 돈 앞에서는 많이들 무너지거든요. 또 후배들이 선배들을 깨지 않고는 구역을 차지하기도 힘들고......”
“그래...... 그렇겠지. 내가 이번에 의부를 만나고 나서 생각이 많이 바뀌는구나. 결국 그 돈도 원래 내 돈이 아니었고...... 그리고 만약 마리코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내가 아무리 부동산 투기를 해서 돈을 불려보려고 했다한들 그 말을 누가 믿어 주기나 했겠어? 어쩌면 강원장하고 내 신세가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이지. 결국 한 세상 살면서 독불장군은 없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꼈어. 함께 가는 거야. 이번에 회사 인수가 마무리되면 그 수익으로 우리 사회사업 한 번 해 보자. 나도 의부처럼 내 땅에서 받은 혜택을 내 땅에 심어야겠어.”
“아!......”
“그런 생각에 네 동생들도 한 번 만나보자는 거야. 다행히 인수하고 남는 자금이 있다면 우선 그 고아원부터 돌아보자고......”
기업을 해서 돈을 벌고 정치를 해서 권력을 쥐어도 결국 모두에게는 물고 물리는 그늘이 생긴다는 것을 이 일을 통해 뼈저리게 체험을 한다. 남을 딛고 올라서 조금씩 높은 위치로 간다는 것이 결코 속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가족들과의 술 한 잔만큼의 가치도 없다는 것을 깨우쳐간다. 피라미드처럼 위로만 딛고 올라서는 것보다는 자신의 좌우를 두텁게 인의 장벽을 쌓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우쳐 간다.
“희숙아.”
“네, 오빠...... 지금 오시는 길이에요?”
“아니야. 지금 대치동으로 가는 중인데, 이제 내일부터는 너도 의왕에 정상 출근을 해라.”
“어머! 그럼 상황이 이제 완전히 끝난 거예요?”
“응, 혹시 회장이 너를 보게 되더라도 함부로 작업할 수 없게끔 되어 있으니까 이제 안심해도 돼. 모두 내 시야 안에 있으니까......”
“야호...... 알았어요.”
“그리고 민희도 이제 자유롭게 다니라고 하고......”
“네, 그럴게요.”
강주의 차는 대치동, 예전에 회장의 딸 유미가 살던 아파트로 들어선다. 이제 그 주인을 잃어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퇴락해 버린 아파트 내부는 유미의 남편이 이사를 하고 난 흔적인지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모습이어서 보기에도 처량하다.
언젠가 인호에게 해 주었던 말대로 나르시스와 메아리의 신세처럼 한 사람은 자기만족에 빠져 배우자를 나 몰라라 했고 다른 사람은 결국 그늘로 사라져 버렸다. 하릴없이 서로가 사랑이란 이름으로 애증의 세월만 보냈고 그 상처는 두고두고 서로에게 그것을 기억하게 할 것이다.
사랑은 마주 보는 눈으로 시작해서 결국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으로 완성된다고들 말을 한다. 자기의 시선만 고집한다면 결국 파국을 피할 수 없는 일이란 뜻일 게다. 부부란 그 단어에서부터 이미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하나를 이룬다는 뜻일 터이니, 살아가며 그 시선을 모으지 못한다면 필경 살아도 옳게 사는 것이 아닐 것이다.
강주는 주변을 대강 정리한 뒤 침대에 벌렁 드러눕는다.
아직도 옷장에는 유미의 옷가지며 물건들이 그득하고 주인이 돌아오기만 기다린다. 이제 그녀가 돌아오면 강주의 그늘에서 살던지, 아니면 다른 보금자리를 구해 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그 선택의 폭이 오히려 예전보다 좁아진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초인종 소리에 강주가 몸을 일으킨다.
“아! 어서 오세요.”
“아유, 왜 심란하게 이리 오라고 해? 자기가 사쿠라로 오지.”
“하하...... 좋잖아요. 여기도 우리 집인데......”
“어머! 여기는 유미랑 쓰는 집인데 여기서 꼭 그 짓을 하고 싶어?”
“나는 회장님이랑 유미를 동시에 끌어안아보고 싶은데 그렇게는 못하니까 이렇게라도 하는 거지요?”
강주는 회장에게 다가가 끌어안으며 이마에 입을 맞춰주고 회장은 다소곳한 새댁처럼 강주에게 몸을 맡긴다.
“정말...... 최이사도 이럴 때 보면 은근히 변태 기질이 있어. 호호호...... 그나저나 오늘 고의원은 만나봤어? 그 사람 요즘 뭔가 나를 피하는 것 같기도 하고......”
회장은 침대에 엉덩이를 걸치며 강주를 바라보고 강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장식장을 뒤져 술을 꺼내오며 대답을 한다.
“아! 요즘 의원총회라든가?...... 뭐, 그런 것 때문에 신경 쓰이는 곳이 많은 모양이던데요. 요즘 뉴스에 떠들썩하잖아요?”
“그래?...... 내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뉴스도 눈에 안 들어 와......”
회장은 천천히 옷을 벗으며 침대 머리맡에 옷을 개어 둔다. 아직 정리가 덜 되어 주변에 옷을 걸만 한 것도 보이질 않는다.
“유통을 헌납하는 조건으로 무마하는 건에 대해서는 알아봐 준다고 했으니까 이젠 잊어버리세요. 조만간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그나저나 그러면 사장님은 이제 어떻게 하지요?”
“뭐, 다시 일어설 때까지 무역으로 가야지. 할 수 있나?”
“그렇게 하려고 하시겠어요? 남들 눈치도 있을 텐데......”
“피...... 싫으면?...... 자기가 뭐 잘 하는 게 있어서...... 그나저나 최이사한테 미안해서 어떻게 해? 기껏 회사를 일으켜 놓고......뺏기게 돼서......”
“뭐, 할 수 없지요. 그 대신 내 인생 사부를 만나서 이렇게 즐겁게 살잖아요? 후훗...... 엄마하고 딸을 동시에 안아보기도 하고......”
강주는 술을 한 잔 들이켜 입에 물고 회장의 입술을 덮어 술을 목구멍으로 넘겨준다.
“으읍...... 우우욱..... 꿀꺽...... 아유, 써라......”
“후훗...... 우리 장모...... 너무 예뻐서 내가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은데......”
“어머머! 정말이야? 호호호......”
“사장님을 그러지 말고 황부장하고 팀을 만들어서 건설로 보내세요.”
강주는 회장의 몸 위로 몸을 포개면서 가슴을 주물러 짓이긴다.
“아흑, 아하앙...... 아파...... 살살......”
회장은 이미 강주의 우람한 몸에 반응을 하는지 콧소리를 흘리며 좆을 이끌어 간다.
“바로 해 줄까?”
“으흥...... 어서......”
“어떻게 할 거야? 사장하고 황부장......”
잔뜩 발기해 핏줄이 붉어진 좆을 음순에 문질러 길을 닦는다. 회장은 소중한 보물이라도 보듯이 질 입구에 맞추고 강주의 엉덩이를 잡아당긴다.
“아흐으으응...... 알았...... 어...... 건설은 왜?...... 흐윽......”
“후욱, 후욱...... 그나마...... 후욱...... 건설이 일어서기 빠르잖아...... 후욱......”
“자기?...... 아흑...... 건설도...... 잘 알아?......”
강주는 스피드를 높여 좆질을 하느라고 대답을 못한다. 회장도 이미 대화에는 관심이 없고 몰려오는 흥분에 눈이 넘어가기 시작한다. 이래서 예로부터 베개 밑 송사라는 말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기반을 야금야금 먹어오는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이 미치지 못하니 강주의 좆질에 몸을 실어 강주의 뜻을 따르기로 한다.
“하악....... 여보...... 아흑, 미치겠어......”
“여보...... 장모...... 여보......”
“아흑...... 푸르륵...... 어떻게 해...... 아흑......”
“조금만 더...... 조금만 참아 봐...... 후욱......”
“아학, 그만...... 내가 해 줄게...... 여보 제발......”
회장은 몸을 일으켜 강주를 타고 올라서 애액이 흥건한 좆을 입에 물고 손으로 흩어 나간다.
“으으흑...... 턱, 턱, 쭈우웁...... 턱.”
한참의 마스테베이션 후에야 강주도 절정에 올라 회장의 입 속으로 폭발을 일으킨다.
“우우욱...... 울컥...... 꿀꺽...... 울컥...... 꿀꺽...... 쭈우우웁...... 후루룹......”
강주가 분출을 일으킬 때마다 바로바로 삼켜주는 이 여자가 더 이상 사랑하는 이가 아니고 공략대상이라는 것이 마음 아픈 일이지만 아직도 회장의 야심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엉덩이를 주물러 흥분을 이어가니 한 번 더 물을 쏟고는 강주의 몸 위로 쓰러진다.
“아앙흑...... 아흑...... 몰라...... 여보......”
폭풍이 물러가고 고요가 다시 어두운 방안에 가득하다.
“여보......”
“어머! 자기 나보고 여보라고 부른 거야?”
“뭐, 어때? 우리뿐인데......”
“호홋...... 그래도 이렇게 정색하고 나한테 여보라고 한 건 처음이잖아? 매번 장모라고 했지.”
“우리 여보가 요즘 많이 힘이 들 것 같아서 힘내라고 그런 거야. 왜?...... 내가 여보라고 하니까 싫어?”
“아니?...... 싫기는...... 좋지...... 고마워, 여보...... 참, 그런데 왜 불렀어?”
“으응...... 유미야 어차피 당신 딸이고 내 여자니까 그렇다지만, 강원장은 나오면 어떻게 할까? 내 돈을 아직 반도 못 건졌는데......”
“그 새끼...... 돈을 안 챙긴 게 분명할까?”
“에이...... 아마 일본 야쿠자 애들이 정보를 입수하고 개입한 모양이던데...... 검찰에서도 그렇게 알고 더 이상 분쟁이 날까 봐서 수사를 접으려고 하는 모양이고...... 뭐, 당신이 데리고 놀 것 같으면 나는 그냥 모른 척 해 줄게......”
강주는 추후의 움직임이 용이하게 하기 위해 강원장을 여전히 회장의 측근에 심어 둘 모양이다.
“피...... 그 핑계 대고 나 피하려고 그러지?”
“후훗...... 어차피 당신도 노리개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아냐? 그 대신 병원 차려 줄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그냥 병원에 취직이나 하라고 해. 당신 말 안 들으면 그 길로 월급조차도 차압해 버릴 거니깐......”
“어머! 그럼 내 노예나 다름없네? 호호호......”
“그게 그렇게 되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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