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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2:43 818회 0건
고문 2부(고문 속편을 쓰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앞에서의 내용을 시점만 바꾸었기에 진도가 잘 안나가네요. 대신 고문 2부를 연재합니다. 오랜 인연을 끈을 밀고 당기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의 주인공들을 지켜 보세요.)





벌써 14년, 오랜 도피 생활은 내 생활을 점점 힘들게 했다. 주변에서 돌봐주는 사람들은 있지만, 행동의 자유가 제한적이니 미칠 지경이다. 그동안 이가 세개나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하지 못했다. 윗선에서 제공한 의사에게 웬만한 병은 다 고쳤지만, 치과 진료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평소 약하던 잇몸에 염증이 생겼음에도 시기를 놓쳐 수술하지 못해 결국 이를 3개나 잃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이제 1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 공소시효가 다시 15년이 불어난 것이다. 그것도 정말 우연치고는 이런 우연이 생기기도 힘들것이다. 18년전에 내가 처리한 일에 대해 자칭 피해자(?)라고 주장한 이가 다시 기소를 한 것이다. 18년전에도 그가 기소를 했지만, 그 당시에는 내 세상이었기에 그런 기소가 사전에 차단되었었다.



결과적이지만 그때 그 기소가 받아들여졌다면 공소시효가 벌써 끝났을 일인데 이번엔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인권침해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18년전 일을 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결국 그 기소가 받아들여 새로운 기소건에 대해 15년의 공소시효가 새로이 생겨났다. 14년전 나를 기소했던 정근우에 대한 사건은 이제 1년만 지나면 공소시효가 완전히 소멸되는데. 쓰레기차를 피하려다 똥차에 치인다는 말이 이런뜻인가보다. 길고 긴 도피생활, 정권도 세번이나 바뀌어 나를 지켜줄 사람들도 이젠 몇 남지 않았고, 그나마도 2-3년만 지나면 정년으로 모두 옷을 벗을 지도 모른다. 이젠 더 이상 숨어 살지 않고 그냥 밖으로 나가는 것이 더 나을것 같아 종로경찰서에 내일 자진출두하겠다고 전화를 했다.







광기가 그곳에 도착하였을때 칠성판에는 하얀 나신이 엎어져 있었다. 조금전까지 심한 매질이 있었던 듯 싶었다. 여자의 포동포동한 엉덩이에는 파란 멍자국이 나있었고, 허벅지와 종아리에도 매자국이 남아 있었다. 여자는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리고 눈에는 눈물자욱이 남아 있고, 입술은 매 맞는 동안 꽉 깨물어서인지 피가 약간 맺혀 있었다. 포동포동한 엉덩이와 잘빠진 허벅지와 종아리가 그녀가 상당한 미인일거란 추측이 들게 했다.



"아, 조대령님 오셨습니까?"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그를 조대령이라고 불렀다. 그는 현재 경찰 소속이었지만, 사람들은 그를 경찰에서의 직함대신에 조대령이란 호칭으로 불렀다. 아마도 관계기관대책회의에서 중정소속 간부가 그를 "조대령"이라고 부른 이후에 모두들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이년 아주 독종입니다. 도무지 입을 안 열어요."

"여기 온지 얼마나 되었죠?"

"지금 3일되었습니다."

"3일밖에 안되었는데, 우리 쪽에 협조를 구한걸 보니 꽤 급한 사안인가보죠?"

"예. 위에서 빠른 결과를 원하고 있죠."

"알겠습니다. 이 여자를 똑바로 또淺 묶어주세요."



조대령의 말에 두 사람은 여자의 몸에 있는 벨트를 모두 풀르고 필성판에 똑바로 똑?뒤 다시 묶었다. 여자의 몸은 다리, 허벅지, 배, 어깨, 이마의 다섯 부분을 벨트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잠깐 나가 주시겠어요? 제가 신호를 하면 들어 오세요."

"예. 알겠습니다."



조대령은 여자를 천천히 보았다. 역시나 몸매가 이쁜 여자가 미인일 확율이 높다는 것을 증명이나 하듯 여자는 상당이 이쁜 얼굴이었다. 그리고 봉긋한 가슴도, 이런 자리가 아니면 한번 빨아 주고 싶을 정도였고, 가지런한 음모와 날렵한 허리도 아주 예술이었다. 지금까지 이런 자리에서 만난 여자들중에 단연 최고이다.



조대령은 여자가 누워있는 칠성판 바로 옆에 있는 책상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아까 두 사내가 남기고 간 자료들을 읽어 보았다. 조대령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대공분야에 벌써 10년 넘게 종사해 왔고, 특히나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전문가인 그로서는 이 자료를 보지 않아도 모두 알만한 내용이었다. 그는 담배를 길게 빨아 들이며 여자의 얼굴은 보았다. 여자는 새로 들어 온 이 남자에 대해 호기심반 두려움반에 떠는 모습이었다.



"자, 김미숙씨. 우리 이제 시작해 볼까요?"



그는 담배를 하나 더 붙여 김미숙의 입에 물려 주었다. 오랫만에 맛보는 담배라 그런지 그녀는 콜록거리며, 그러나 맛있게 담배를 빨아 들였다.



"아, 당신이 담배 피우는 것을 어떻게 알았냐구요? 나는 그냥 보면 알죠. 사람을 척 보면 그 사람에 대해 90%는 알아 보죠. 그러니까 저 사람들이 인건비 비싼 나를 여기에 부른거고."



그는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자, 내가 알고 싶은 것을 간단히 말해 주죠. 나는 그것만 알면 당신과 더 이상 할 얘기도 없죠."



그가 미숙의 입에 물려 있던 담배를 끄면서 말을 이었다.



"당신이 속해 있던 K대 총학생회가 민청동과 연락을 했다는 것, 당신 선배인 정은성이의 행적에 대하여, 그리고 당신이랑 같이 공부했거나 당신을 공부시켜준 동료, 선배 이름 셋. 이것만 알면 되요. 우리 피곤하게 하지 맙시다."



그가 그녀의 몸을 여기 저기 살피면서 말했다. 그녀는 서서히 말문을 열었다.



"나는 단지 K대 총학생회의 여성부 부장일 뿐입니다. 우리 선배인 정은성과는 서클에서 만났을뿐 아무 것도 몰라요."



그녀는 그냥 뻔한 이야기만을 했다.



"나를 아까 그 두사람과 똑같이 봐서는 곤란해요."



그는 천천히 그녀의 발가락을 보면서 말했다.



"아까 그 사람들이 전기를 좀 가지고 논 모양이네요. 그런데 당신 모양을 보니 별로네요. 이 사람들은 전기와 인체공학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같아요. 그런 사람들이 대개 사람잡죠. 무조건 볼트 수가 높으면 최고인줄 알죠. 아가씨는 지금 이대로 밖으로 나가더라도 치료를 좀 해야 되요. 과도한 전기로 인해 혈관이 일부 터졌고, 그 터진 피로 인해 근육에 피가 맺혀 있죠. 이걸 그냥 두면 나중에 고생해요."



그는 천천히 단자를 그녀의 엄지 발가락에 꼽았다. 그리고 다른 단자 하나는 새끼 발가락에 꼽았다.



"조금 특이하죠? 같은 쪽의 엄지 발가락과 새끼 발가락에 연결하는게. 아까 그 사람들과는 다르죠?"



그는 천천히 말을 하며 하나씩 했지만, 그녀는 이내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어쩌면 그가 말한게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아까 그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이 사람의 한마디 한마디는 낮으면서 작은 목소리였지만, 자신을 점점 공포감에 빨려 들게 한다는 것이.



"전기라는 것이 몸에 좋아요. 아주 약한 전류를 몸에 흐르게 하면, 특히나 타박상이나 겹지른데를 통과하게 하면 치료에 아주 좋은 효과가 있죠. 한번 볼래요?"



그가 옆에 있는 전기 스위치를 조작했다. 미숙의 발에 아주 약한, 3초에 한번 정도의 박동이 느껴지게 하는 그런 진동이 왔다. 그의 말대로 그 진동은 오히려 미숙을 편하게 했고, 그들에게 끌려 오면서 겹질린, 조금전까지 아프던 발목의 상태가 아주 좋아 보였다. 미숙은 큰 숨을 들이 마셨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여 요즘 한의원이나 정형외과, 접골원에서 전기로 물리치료를 하죠."



그 이번엔 그가 그녀의 새끼 발가락에 있던 단자를 다른쪽 발의 엄지 발가락에 꼽았다. 그리고 다시 전기 스위치를 올렸다.



"이렇게 하면 신기하게도 허벅지와 종아리의 뭉친 근육을 푸는데 아주 좋아요."



그는 미숙의 얼굴을 보면서 스위치를 한단 올렸다.



"여기서 이렇게 조금 올려주면 신기하게도 여자들에겐 특히 묘한 쾌감이 몰려 오죠. 여기 이 보지있는데와 엉덩이쪽, 항문있는데에 기분좋은 진동이 오죠?"



그의 말대로 신기하게도 미숙의 보지와 항문쪽에 규칙적인 진동이 오기 시작했다. 혈관이 톡톡 튀기며 보지에서 허벅지 안쪽으로 오는 진동이 이 상황과는 맞지 않는 기분을 안겨 주었다.



"대개 이런 기계를 만질줄 모르는 사람들이 기계를 함부로 만져서 사람을 상하게 하죠. 그리고 나중에 변호사들에게 개소리를 할수 있는 빌미를 만들어 주죠."



그는 옆에 있는 물컵에 손을 적시여 그녀의 엄지발가락에 툭하고 튕겼다.



"그리고 쓸데없이 몸에 물을 뿌리죠. 그러면 전기가 온몸에 좍 퍼질거라 믿으면서. 그러나, 그렇게 하면 순간적인 쇼크가 있어서 오히려 다른 쇼크가 무디어지고, 그러다 보면 서로가 감정이 상하게 되죠."



그가 손으로 살짝 물을 튕겼음에도 양족 엄지발가락과 그 선을 타고 종아리 허벅지, 그리고 반대편 허벅지와 종아리의 감각이 아까보다 더 민감해졌다. 여전히 그녀의 몸에 흐르는 약하면서 규칙적인 진동은 그녀가 마치 병원의 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는 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내기 왜 이렇게 이런 걸 잘 아는지 궁금하죠? 나는 말이죠, 이 조직에 몸담으면서 학교를 다녔죠. 웬만한 의대생, 한의대생들이 배우는 해부학, 생리학등등은 줄줄 꿰고 있죠. 인체의 신비 정도는 책을 써도 될 정도로 훤하게 꿰고 있죠. 나는 관절 한두개쯤은 빼었다가 한두시간후에 다시 원상태로 붙여놓을 정도이죠. 어디 한번 맛좀 볼래요?"



그러면서 그는 그녀의 왼쪽 어깨에 손을 대었다. 그리고 다른 한손으로는 그녀의 어깨쭉지를 잡았다. 그가 양손에 잠깐 힘을 주자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몸에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그녀는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고통이 밀려 왔다.



"엄살이 좀 심하네요. 이렇게 엄살이 심한 아가씨가 몸이 이렇게 시퍼렇게 멍들도록 맞으면서 어떻게 입을 다물고 있었을까요? 이 정도의 관절뽑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한데. 양쪽 어깨와 양쪽 발의 관절을 모두 뽑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는 다시 그녀의 어깨와 어깨쭉지를 잡고 가볍게 손을 비틀었다. 신기하게도 그녀의 어깨는 아까와 같이 원상태로 돌아왔고 고통도 사라졌다. 단지 그녀의 얼굴에 순식간에 땀이 가득 맺혀 있다는 것만이 조금전 그녀가 고통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해줄뿐이었다.



"매질이라는게 참 이상해요. 자꾸 맞다보면 별로 안아파요. 아니 아프긴 해도 그게 참을만 해요. 때려라, 나는 맞는다, 이런식이 되죠. 우리 아버지 세대때만 해도 그 방법밖엔 안썼는데, 참 무식한 방법이죠?"







나의 아버지는 먹물먹은 사람들에 대해 열등감이 심했다. 아버지는 배운것도 없이 그저 열심히 일을 해서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 할 만한 자리에 올라 갔다. 그리고 뒤늦게 먹물의 소중함을 느끼고 알만한 사람들에게 손을 연결해 가짜 졸업장도 만들어내고 가짜 경력도 만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항상 열등감에 시달렸다. 그가 지켜 본 아버지는 그런 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해 책도 많이 읽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땐 고상한 주제와 고상한 어투를 쓰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내가 아버지를 존경하는 것은 묵묵히 열심히 국가를 위해 충성하는 모습과 땀냄새 흠씬 나도록 나와 운동을 하고 땀을 닦을때의 남성적인 모습이었다. 공부와 학력에 대해 열등감을 느낀 아버지는 나에게 일류대학에 들어가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하셨다.



우리 집에는 항상 손님들이 많았다. 국가를 위해 열심히 충성하며, 그래서 훈장과 표창장을 밥먹듯이 타고, 허구헌날 특진을 하는 아버지에게 손님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나라가 두번이나 바뀌었고, 그 후로 정권이 세번이나 바뀌었지만, 나라를 위한 충성심을 인정받아 지금도 경찰조직에서 신화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나에게도 그런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서인지 좋은 대학교의 행정학과를 나와 경찰조직에 특채로 들어왔고, 아버지 후광에 자신의 충성심까지 더해져 조직내에서 고속승진을 한 신화적인 인물이 되었다.



나의 아버지 조평득은 일본이 물러간 1945년 8월 15일 저녁, 건준이라 불리우는 여운형의 조직이 일본경찰로부터 치안을 이양받기 직전에 자신의 불리한 기록을 삭제하고 자신의 상관이었던 조사국장의 집을 차지해 버렸다. 차지했다기보다는 조사국장이 자신과 가족의 안전한 일본행을 담보로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넘겨 주었고, 아버지는 자신의 상관과 그의 가족을 일본에 무사히 보내주며 상관이 가지고 있던 재산을 받아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격동의 혼란기에 아무런 불편없이, 지하 1층에 지상 2층의 저택에서 살게 되었다. 또한 친일행각을 일삼던 아버지는 역사의 퍼런 서슬을 잘도 피해가며 경찰 조직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인물이 되었다.



당시의 이승만 정권은 친일파의 숙청보다 공산주의자의 색출을 더 큰 목표로 했고, 반공을 국가의 제 1 국시로 삼았다. 그 결과 그의 아버지와 같은 일본 경찰, 일본 군인 출신은 대거 해방후의 조직 사회에 뿌리 내릴 수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속한 경찰 공안국 빨갱이 때려 잡는 특무대와 함께 이승만 정권의 최고 신임을 받는 조직이 되었다.



어렸을때 그의 집은 화목한 집이었다. 그의 아버지가 밖에서 어떤 악명을 떨치는지는 모르지만, 나의 아버지 평득은 집에 들어오면 아주 온화한 가장이었다. 자기 아내를 사랑하고 자식들을 끔찍이 여겼고, 집안에 부리는 식솔들에게도 관대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 내가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내가 막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교 3학년때였다.



내가 사는 큰 집은 아이들이 자라기에 더없이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자식을 끔찍이 사랑했다는 아버지의 전 상관이 집 구조를 아이들이 뛰어 놀고 공부하고 자라기에 좋게 설계를 했다. 그 아버지의 상관이라는 사람은 그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빠져 나갈때의 안전을 담보로 아버지에게 이 집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물려 준 것이다..



이 집에는 나에게도 모르는 곳이 있었다. 지하 1층에 자리잡은 아버지의 서재 공간. 아버지를 비롯한 어른들은 아버지의 허락없이 지하 1층의 아버지 서재에 가지 말라고 항상 말씀하셨다. 지하 서재로 가는 방문은 항상 문이 걸려 있었고, 아버지의 휴식과 공부를 위한 공간이므로 아버지를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어느날 밤, 자다가 물을 마시러 가던 나에게 우연찮게 지하실로 가는 방문이 조금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특별히 그곳에서 빛이 새어 나온 것도 아닌데, 그쪽으로 눈이 돌아갔고, 방문이 살짝 열려있음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 아버지의 서재에 대한 호기심은 나의 발길을 그쪽으로 향하게 했다. 언제나 굳게 닫혀 있던 그 문이 그 날은 왜 이렇게 살짝 열려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것이 나의 인생을 뒤바꾸어 놓을줄은 아무도 몰랐다.



나는 발소리를 죽여가며 지하실로 향했다. 무섭도록 고요한 적막속에 나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만이 들렸다. 지하로 내려간 나는 아버지의 서재가 있는 그 방문에 귀를 들이대었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 아버지는 서재에서 공부를 하고 있나? 나는 조심스레 그 손잡이를 돌리며 문을 조금만 열고 그 방을 엿보았다. 나의 눈에 들어온 그 방의 광경은 나로서는 난생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아버지의 서재는 아주 호화롭게 꾸며져 있었다. 바닥은 튼튼해 보이는 나무로 깔려 있었고, 방 한쪽에는 아버지가 쓰는 듯한 큰 책상과 응접 세트가 있었다. 그리고 이름모를 책들과 서류 뭉치들이 있는 서가가 있었고. 잘 사는 사람들이 흔히 가지는 그런 서재처럼 생겼다.



그러나, 거기에는 회초리를 들고 있는 아버지의 보습과 그 회초리를 맞고 있는 한 명의 벌거벗은 여인, 그리고 역시 벌거벗고 무릎을 꿇고 있는 두 여인이 있었다.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저렇게 회초리로 맞고 있나라고 생각하던 나는 아버지에게 맞고 있는 여인의 얼굴을 보고 놀랐다. 그녀는 다름아닌 나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발가벗고 손을 머리위에 올리고 서서 아버지에게 맞고 있었다. 아버지는 발가벗은 어머니의 엉덩이를 가는 회초리로 때리고 있었고, 어머니의 엉덩이는 이미 상당한 매를 맞았음인지 퍼렇게 멍이 들었다.



그리고 무릎꿇은 두 여자의 얼굴도 보았다. 그 여자들은 다름아닌 우리 집의 가정부들이었다. 원래 우리집엔 가정부가 한 명 있었는데, 어느날인가 곱상하게 생긴 젊어 보이는, 전혀 가정부일을 할 것 같지 않은 여인 한 명이 집을 찾아 왔고, 그 뒤로 우리 집에서 식모살이를 시작했다. 우리 집에서는 그 여인을 안성댁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전부터 있던 가정부는 연암댁이라 불렀는데, 어머니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들었다. 세 여인의 벗은 몸을 보니 역시 나이가 조금 적은 안성댁의 몸이 가장 탱탱해 보였다.



어머니에 대한 매질이 끝나자 어머니는 다른 여인처럼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이번엔 안성댁이 일어나 아버지 쪽으로 갔다. 안성댁은 아버지의 손가락질에 아주 익숙하게 서재의 가운데에 있는 쇼파에 누웠다. 그리고 몸을 쇼파에 대고 다리를 위로 들어올렸다. 그러자 어머니와 연암댁이 안성댁의 다리를 하나씩 잡고 위로 들어 올렸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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