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립스틱*강민우가 손을 느슨하게 풀어주었으나 송나희는 여전히 잡혀 있는 손을 어찌해야할지 망설였다. 서로의 손에서 전달되는 온기를 느꼈다. 송나희가 얼굴을 붉히며 강민우에게 잡힌 손을 슬며시 빼냈다. 시선을 마주친 그들은 미소를 지었다. 쑥스러움과 서로의 감정을 들어내는 그런 다정한 눈길이었다.
“선배님은 취미가 뭐예요?”
“특별한 취미는 없고, 내 취미가 뭐더라!!”
“내가 묻는데, 되물으면 어떻게 알아요?”
“미스 송이 내 취미를 모르나.”
“하이 참! 기가 막혀. 같이 사는 사람도 아니고.”
“그럼, 같이 살지 뭐.”
“무슨 말씀을......!?”
“하하~! 안되나!? 여자를 잘 모르지만, 미스 송을 다른 여자와 다르게 생각되는데.”
“술 취하신 거 아니죠?”
“헛소리 할 만큼 취하지는 않았는데.”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두서없이 이야기하지만 알코올에 취해서 그런 것만도 아니고, 농담 식으로 흘리는 말속에도 자신의 감정들이 스며 있었다. 그들이 대화를 하는 동안 택시는 송나희가 내려야할 목적지에 도착하고 있었다. 뒷좌석을 돌아본 택시 운전사가 그들의 대화 속에 굵은 목소리로 끼어든다.
“어디로 갈까요?”
“아! 여기서 내리면 되요.”
송나희는 정색을 하며 대답한다. 택시가 대로변에 정차하고 그녀가 택시 문을 열고 내린다. 열린 문을 닫으려던 그녀가 강민우를 바라보며 잠시 주춤거리며 무슨 말인가 하려고 한다. 강민우와 시선이 마주친 그녀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린다. 주춤거리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차, 한잔.......하고 가실래요?”
“음.......!? 그래도 되겠어요?”
열린 택시 문을 잡고 서 있는 송나희는 대답대신 자잘한 미소를 짓는다. 이미 그녀의 대답이 나오기 전에 강민우는 이끌리듯이 택시를 내리고 있었다. 택시요금을 지불하고 돌아서는 그에게 송나희가 다가선다. 그리고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슬며시 강민우의 팔에 팔짱을 낀다. 팔짱을 낀 그녀가 대로에서 가까운 골목길로 강민우를 이끌고 걷기 시작한다.
가로등이 걸려있는 골목 안에는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다. 한차례 찬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여미게 한다. 눈 위를 걸어가는 그들의 발자국 소리가 ‘뽀드득~!’소리와 어우러진다. 눈을 밟고 걷던 송나희가 미끄러져 휘청거린다. 강민우가 균형을 잃으려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는다. 송나희는 자신을 끌어안은 강민우를 바라본다. 서로의 얼굴이 맞닿을 정도로 시선이 마주친 그들은 멋쩍은 미소를 흘린다.
다세대 주택이 즐비한 골목길에 어디선가 개 짓는 소리가 들린다. 5층의 다세대 주택 앞에 선 송나희는 어줍은 표정으로 강민우를 바라본다. 그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충계를 오른다. 3층의 현관 앞에 도착한 송나희가 손가방에서 열쇠를 꺼내 현관문을 연다. 어두운 현관으로 들어선 그녀가 벽을 더듬어 전등 스위치를 누른다. 환한 전등불 밑에 거실이 들어난다. 거실에서 강민우를 향해 돌아선 그녀가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들어오세요. 혼자 사는 집이라 누추해서........!”
“깔끔하고 조용하네.”
강민우는 거실로 들어서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단출하게 소파와 진열장이 놓인 거실 한쪽에는 주방이 보이고 하얀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탁자위에 장미와 갈대가 어우러진 화병이 놓여있는 옆의 소파에는 자수를 하고 있던 자료가 놓여있다. 단아하고도 깔끔한 분위기에 거실 벽에 걸린 수채화의 첼로를 연주하는 여인의 모습에 정열이 들어나 보인다.
어줍은 미소를 들어내 보인 송나희는 거실 옆의 침실로 들어갔다. 송나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강민우의 시야에 침실 안이 들여다보였다. 커튼이 드리워진 침실 안에는 송나희에 대한 비밀이 간직되어 있는 것 같고 그녀의 체취가 흘러나오는 것을 느낀다.
침실 문이 닫히고 잠시 후, 블라우스와 플레어스커트로 갈아입은 송나희의 모습이 나온다. 강민우는 항상 정장을 하거나 바지와 점퍼차림의 송나희를 보아왔다. 의외로 여성스럽고 단아한 송나희의 자태에 강민우는 저절로 미소가 흐른다. 그녀가 주방으로 향하면서 강민우에게 물었다.
“커피로 할까요? 얼마 전에 중국에 다녀온 친구에게 받은 보이차가 있는데.......”
“보이차.......!? 그러지, 뭐........”
강민우는 선택할 여지없이 대답한다. 그는 주위를 돌아보다가 싱크대를 향해 돌아선 송나희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는 스커트 자락, 머리 뒤로 묶은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이 유난히 강민우의 감정을 사로잡는다. 스커트 자락위로 들어나 보이는 허리와 둔부의 움직임이 날씬하게만 보았던 그녀에게서 성적인 매력까지도 느끼게 한다. 술기운 탓인지, 아니면 그녀에 대한 강민우의 평소 감정이 들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젊은 혈기의 강민우가 살아오면서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한동안 바쁜 일정 속에 잊고 살았지만, 캠퍼스 시절이나 군대시절 휴가를 나와 술기운에 직업여성을 상대로 의미 없는 육체관계를 하기도 했다. 환상인지 몰라도 싱크대 앞을 오가면서 간간이 돌아보는 송나희가 의미 깊은 눈빛으로 손짓하는 것만 같다.
그렇다고 강민우는 그녀에 대한 의미를 일시적이거나 충동적인 감정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첫사랑에 실패한 송나희도 인간의 믿음에 배반당하여 고통스러워하던 연약한 여자라는 생각에 동질감마저 느낀다. 송나희에 대한 동질감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을 일깨우는 정열이었다.
유혹하듯이 바라보는 눈동자, 선정적으로 느끼는 그녀의 자태를 바라보던 강민우가 소파에서 슬그머니 일어났다. 그는 천천히 송나희의 등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체취를 느끼며 덥석 그녀를 껴안았다. 그녀는 커피포트의 물이 끓고 있는 가스레인지 스위치를 돌려 끄고 있었다. 양손에 커피 잔을 들던 그녀가 끄던 놀라서 뒤를 돌아보며 당황스런 눈빛을 흘린다.
“서, 선배님.......!”
“사랑스러워.......!”
강민우는 그녀를 돌려 세우고 끌어안는다. 그의 가슴에 안긴 그녀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강렬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에 그의 입술이 포개진다. 양 손에 찻잔을 들고 있던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크게 확대된다. 입술을 점령당한 그녀는 짜릿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것은 사랑에 배신당하고 오랜 세월동안 잊혔던 본능의 불씨였다.
송나희는 쉽게 마음을 허락하는 여자라고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거부를 해야 하는지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강민우의 혀는 밀려들어왔다. 밀려들어온 강민우의 혀가 잇몸을 핥아내고 있는 것이다. 얼결에 입술을 방치하고 있던 송나희는 자신도 모르게 강민우의 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여성의 성욕에 대한 본능은 혈관 내에서 생긴 하나의 규율이다. 입술과 입술이 부딪혀 혈관내의 예민한 성감의 돌기를 일으킨다. 미끄러져 들어온 강민우의 혀가 그녀의 신경세포의 돌기들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녀의 혀를 강하게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 강민우의 입속으로 혀가 빨려 들어가 애무를 당하는 순간, 그녀는 양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트린다. 그리고 그의 목덜미에 팔을 두르고 매달린다.
“미, 민우씨.......!”
“나희씨.......!”
갈증을 풀어내듯이 서로의 타액을 들이마신다. 강민우는 농도 깊은 키스를 하면서 그녀를 번쩍 안아 소파로 간다. 그리고 그녀를 소파에 눕힌다. 그의 손길이 그녀의 블라우스 속으로 스며든다. 블라우스 단추가 푸드득 풀어지고 하얀색 브래지어를 한 그녀의 앞가슴이 들어난다. 그의 손길이 브래지어 속을 더듬는다. 애무는 단순히 ‘만지는 것’이 아니라, 가공이다. 자신의 손끝으로 상대의 육체를 살아나게도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승화시킨다. 애무는 정신과 육체를 하나로 묶어 욕망을 일으키는 의식이다.
“민우씨! 우리 이러면 안 돼는.......”
“안고 싶어.”
강민우는 그녀의 탄력 넘치는 젖가슴을 보듬어 안으며 스스로의 욕구에 도취된다. 그녀의 브래지어를 밀어 올리고 들어난 젖가슴에 강민우의 머리가 묻힌다. 뜨거운 열기를 느끼는 송나희는 눈을 지그시 감고 강민우의 머리를 끌어안는다.
그녀는 젖꼭지가 강민우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온 몸의 신경이 녹아내리는 쾌감에 젖어든다. 젖가슴이 강민우의 타액으로 적셔지며 그녀는 아늑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황홀함에 사로잡혀 자신도 모르는 신음을 흘린다.
“아! 미, 민우씨. 어떡해.........”
“아무 생각도.......!”
거친 숨을 흘리며 젖가슴을 애무하는 강민우의 손길이 그녀의 스커트 속으로 들어간다. 그녀는 현기증을 느끼는 나락 속에 떨어지며 스커트 속으로 들어온 그의 손길을 의식한다.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진공상태에 빠진다. 그의 손길이 팬티 속으로 스며 들어온다. 그리고 음모를 쓸어내리는 감촉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파르르 떨면서 허벅지를 조인다. 강민우는 둔부를 들어 올리는 그녀의 몸속에서 흘러나오는 본능의 샘물을 손끝으로 느낀다.
“하 아! 아, 안 돼.......”
“그냥,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어.”
그녀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그의 하복부에서는 발기된 남성이 용솟음친다. 문득, 그의 머릿속에는 기다리고 있을 이진아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미 그는 육체적인 욕망의 불길 속에 빠져 있다. 그는 티 끝처럼 남아있는 이성으로 그녀를 내려다본다.
시선이 마주친 그녀의 속눈썹이 떨린다. 그녀도 이성보다는 뜨겁게 달아오른 감정의 늪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면서 고개를 돌려 외면한다. 강민우는 그녀의 허벅지를 벌리고 그녀의 둔부를 당긴다. 발기된 남성이 꿈틀거리는 하복부를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밀착시킨다.
“사랑하고 싶어.......!”
“민우 씨........!”
강민우는 다시 그녀를 내려다본다. 흥분의 열기 속에 빠진 그들의 시선이 마주친다. 그녀를 소유하고 싶은 강민우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표정을 살핀다. 떨리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던 그녀가 고개를 천천히 흔든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강민우는 그녀의 부정적인 눈빛을 느꼈다. 한동안 그는 그녀를 부둥켜안고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양손으로 보듬어 안고 입술을 찾는다. 다시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한 그가 부스스 일어나 앉는다.
“전 이런 거.........아직은.........”
송나희는 이런 말이 어울리지 않는 줄 알았지만 하고 말았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는 송나희는 돌아앉아서 헝클어진 옷매무새를 고치며 스커트 자락을 발밑으로 자꾸 끌어 내렸다. 육체의 접근은 어쩌면 정신적인 사랑과 관심을 대변하는 언어이다. 그녀는 한 남자와의 사랑에 실패한 여자였다. 강민우의 진실을 느낄 수 있고 서로의 감정이 애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다시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고 싶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강민우는 혼자만의 감정에 도취한 것이 아닌가하는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여경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시선이 마주친 송나희가 괜찮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공연히 자신의 옷매무새를 다시 살피며 일어난 송나희가 싱크대로 향했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강민우의 시선을 의식하며 바닥에 떨어트린 찻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찻잔에 커피포트의 물을 부어 돌아선다. 찻잔이 담긴 쟁반을 들고 소파에 와서 앉는다.
“별로.......! 맛을 느끼지 못하겠는데, 몸에 좋다니까, 들어보세요.”
“고마워.......!”
이미 그들은 육체적인 언어로 서로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였기에 다른 말이 필요치 않았다. 다만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면 쑥스러운 미소를 지을 뿐이다. 침묵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의 감정을 읽는다. 뜨거운 차를 불어 마신 강민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송나희를 포옹한다. 그의 가슴에 안긴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어떡해요!? 너무 늦어서.......”
“음.......! 잘 마셨어.”
송나희는 그렇다고 강민우에게 자고 가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아직은 그에게 몸을 맡길 자신이 없다. 다만 그의 가슴에 안겨 그동안 감추고 있던 본능의 열정을 느낀다. 아울러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의식하게 한 강민우에게서 끈끈한 애정과 필연적인 느낌을 받았다. 사랑에 배신당한 자신의 상처를 보듬어 줄 남자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녀를 포옹하던 강민우가 현관으로 나선다.
송나희도 그의 뒤를 따라 집을 나선다. 집 앞에서 그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며 골목길을 걸어간다. 그녀는 무언가 모를 아쉬움을 느꼈다. 몇 번인가 뒤돌아보며 애써 미소 짓는 그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그녀는 골목길을 벗어나는 그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둠이 깔리는 집 앞에서 넋을 놓고 있다가 집안으로 들어간다.
제법 따스한 햇볕이 창문으로 스며들고 있다. 강민우는 거실 소파에 앉아 신문기사를 스크랩하고 있었다. 이진아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따금 텔레비전의 노랫소리에 맞추어 강민우의 허벅지위에 올려놓은 다리를 흔든다. 강민우가 이진아의 모습을 힐끔 쳐다본다. 그녀는 이제 어엿한 여고 졸업반이다. 그런데, 강민우 앞에서 자신의 몸가짐에 신경을 쓸 나이가 되었음에도 허벅지 속이 드려다 보이는 핫팬티를 걸친 다리를 흔들며 누워있다.
강민우는 시선을 옮겨 정원에 피어있는 수선화의 노란 꽃송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수선화의 속명인 나르키수스(Narcissus)는 그리스어의 옛 말인 "narkau"(최면성)에서 유래되었다. 또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라는 아름다운 청년이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하여 물속에 빠져 죽은 그 자리에 핀 꽃이라는 전설에서 유래된 말이다.
어떤 요정들의 유혹에도 눈을 돌리지 않는 기풍이 높고 아름다운 한 청년이 나르시스였다. 이를 시기한 복수의 여신이 나르시스를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었기에 나르시스는 수면에 비치는 자기 얼굴을 보며 사랑을 느끼고 늘 잡으려고 하다가 비통한 나머지 병이 들어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여유롭게 누워 있는 이진아를 바라보는 강민우는 그녀가 요정처럼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는 다시 신문기사를 오려내서 스크랩을 했다. 최태웅 일당의 흔적을 찾고 정보를 수집하여 꼼꼼하게 기록하는 것 외에도 요즘에 일어나고 있는 범죄사건에 대한 스크랩을 하고 있다. 이진아가 돌발적으로 과거의 고통 속에 빠져 정신적인 질환증세를 보이고 나서 강민우는 더욱 범죄자들에 대한 증오심이 커졌다. 특히 남녀를 불문하고 성을 매개로하는 범죄자들에 관한 관심이 깊어간다.
인간에게는 악과 선이 존재한다. 범죄자들의 악한 행동은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를 고통스럽게 하고, 인생자체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만다. 강민우는 악한 것을 뉘우치지 못하는 범죄자들을 방관하는 것도 악이라고 생각한다. 텔레비전의 애정 드라마를 보고 있던 이진아가 벌떡 일어나더니 강민우의 목에 팔을 걸고 묻는다.
“오빠! 오빠! 요즘 여자 생겼어?”
“여자는........!?”
“그런데 요즘 늦게 들어오고, 늦은 밤에도 나가는 거지?”
“일이 바빠서.......”
“나 몰래 여자 사귀면, 싫어! 알았지?”
“하하~!”
갑작스런 이진아의 당돌한 말에 강민우는 선웃음을 흘린다. 강민우는 요즘 그녀에게 말 못할 추적 대상자가 있다. 그래서 늦기도 하지만 수시로 집을 나서기도 한다. 주방에서 식사준비를 하던 최씨 할머니가 돌아보고 빙긋이 웃음을 흘린다. 이진아는 강민우의 볼에 입맞춤을 하고 다시 소파에 비스듬히 눕는다. 그리고 다리를 뻗어 강민우의 허리를 감싸고 흔든다. 강민우는 정원의 수선화와 이진아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다.
강민우는 송나희를 안았던 순간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들은 정보를 되새긴다. 안기부 전산실장 최재인의 사생활에 관한 정보였다. 전 실장에게는 내연의 젊은 여자가 있다는 것이다. 여자의 이름은 남규리, 이십 육세로 현재 무명의 모델이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예인의 꿈을 이루고자 혼신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약점을 노려서 접근한 전실장이 남규리의 꿈을 지원해 준다는 명목으로 내연의 관계가 되었다는 것이다.
강민우는 어떻게 하든지 최태웅과 남경식의 흔적을 밝힐 수 있는 전산실 기밀 파일에 접근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최재인 실장의 씨크릿 보안 카드가 필요하다. 그러나 최재인 실장 모르게 보안 카드를 사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최재인은 남규리에게 은밀한 장소에 주택을 구입해 주었고, 남의 이목을 피해 그들은 그 장소에서 밀회를 한다는 정보도 강민우는 알았다.
어쩌면 남규리를 통해 전실장의 보안 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강민우는 남규리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그는 스크랩 철을 들고 일어났다. 안방으로 들어가 스크랩 철을 책꽂이에 꽂고 거실을 지나 정원으로 나선다. 그의 뒤를 따라 이진아가 그림자처럼 졸졸 쫓아다닌다.
별마저 보이지 않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다. 주택가 골목의 가로등마저 졸고 있는 시각이다. 담장 위로 훌쩍 뛰어오른 고양이 한 마리가 어둠 속을 주시한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돌이 굴러가는 소리에 고양이는 촉각을 세운다. 그리고 담장 밑으로 몸을 숨겨 달아난다. 고양이가 사라지고 조심스럽게 담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검은 그림자가 나타난다.
담장 벽에 달라붙은 그림자가 주위를 살핀다. 그리고 발자국 소리를 죽여 전신주 밑으로 간다. 가로등 불에 잠시 모습을 나타낸 그림자는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점퍼를 걸친 남자의 모습이다. 주위를 살피던 남자는 전신주를 타고 올라가더니 담장위로 올라선다. 그리고 삼층 건물의 다세대주택 홈통을 붙잡고 오르기 시작한다. 각층마다 창문을 밀어보고 손전등으로 실내를 비춰본다.
삼층에 도달한 남자는 창문을 열고 안으로 사라진다. 방안으로 들어선 남자는 손전등으로 실내를 비춰본다. 손전등의 빛을 받아 벽거울에 나타난 남자의 모습은 젊은 청년이었다. 그가 손전등으로 한쪽 벽을 비춘다. 그곳에는 침대에 누워 잠든 젊은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방바닥에는 술을 마셨던 흔적으로 맥주병과 유리잔, 그리고 안주가 담긴 쟁반이 보인다. 이불을 걷어차고 잠든 여자의 네글리제가 말려 올라가 뽀얀 허벅지를 들어 내놓고 있다.
방안의 광경을 내려다본 청년의 얼굴에는 희소가 번진다. 청년은 방을 나가 거실로 들어선다. 그리고 건물 뒤편의 베란다로 가서 창문을 열어 또 다른 골목의 어둠속을 응시한다. 청년은 다시 여자가 잠든 방으로 스며든다. 침대로 다가간 청년은 잠든 여자의 허벅지를 쓰다듬는다. 잠이 든 여자는 꿈쩍도 하지 않고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청년이 손을 뻗쳐 침대 등의 스위치를 켠다. 붉은 침대등아래 여자의 잠든 모습은 선정적으로 보인다. 청년은 여자의 어깨를 잡아 바로 눕힌다. 그리고 앞가슴이 들어난 네글리제를 젖힌다. 여자의 매끄러운 젖가슴이 들어난다. 청년의 손길이 여자의 젖가슴을 주무른다. 그때서야 여자는 무슨 말인지 잠꼬대를 한다. 그러나 여자는 이내 다시 네 활개를 펴고 잠이 든다.
아마도 여자는 술에 취해 잠이든 모양이다. 청년의 손에 의해 여자의 네글리제를 걷어 올려지고 허벅지 사이를 가린 분홍색 팬티가 들어난다. 청년은 자신의 사카구니를 문지르며 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청년은 여자의 팬티마저 벗겨낸다. 까만 음모와 함께 여자의 국부가 들어난다. 청년은 자신의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끌어내리고 여자의 허벅지를 벌린다.
여자의 허벅지 사이에 무릎을 꿇은 청년의 하복부에는 흉물스러운 남성이 발기되어 꿈틀 거린다. 청년은 여자의 허벅지 사이 음부에 자신의 흉물을 마찰시킨다. 그리고 여자의 음부 속으로 흉물을 밀어 넣는다. 여자의 나신이 반사적으로 출렁인다. 놀람으로 잠이 깬 여자가 눈동자를 크게 치켜뜨며 올려다본다. 그리고 여자는 경악스런 외마디를 지른다.
“하 앗~! 누, 누구야!?”
“쉿! 조용히 해. 아니면 넌 죽어.”
청년은 그녀의 음부 속으로 흉물을 밀어 넣으며 날이 번뜩이는 나이프를 뽑아든다. 그리고 비수를 여자의 목에 가져다 댄다. 새파랗게 질린 여자가 청년을 밀쳐 내려고 허우적거린다. 여자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청년의 가슴을 밀쳐내려고 하지만, 청년의 힘을 당할 수는 없었다. 몸을 유린당할수록 여자의 표정은 묘하게 변한다. 유린당하는 육체는 강렬한 쾌감에 젖어들고 또렷해지는 정신은 청년을 강하게 거부한다.
“하 앗~! 난 몰라. 시, 싫어! 이 개 같은 새끼야! 사람 살려......”
“이년이 소리를 질러!? 언제 죽인데, 너 좋고 나좋은 일인데.”
“사, 사람 살려! 살려주세요. 제발.......”
“이 년이!”
외마디를 지르던 여자는 애원을 한다. 그러나 청년은 여자의 뺨을 후려친다. 그때였다. 집밖에서 사람들의 인기척이 들리고 층계를 뛰어오르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귀를 기울이던 청년이 여자의 허벅지 사이에서 흉물을 끄집어내고 일어선다. 분비물을 뒤집어쓴 흉물이 번들거리고, 여자의 허벅지 사이는 뿌연 진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청년은 입술을 깨물고 일어나려는 여자의 명치를 주먹으로 내리친다. 여자는 입에 피를 흘리고 기절한다.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청년은 재빨리 거실로 나와 뒤편의 베란다로 향한다. 차문을 넘어간 청년은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홈통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간다. 동시에 현관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온다. 들어온 사람들은 형사 기동대들이었다.
그들 중 눈매가 날카로운 형사가 여자가 쓰러져 있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열려진 뒤의 베란다 창문으로 골목을 내려다본다. 그는 시경의 강력반 형사반장 조병문 경감이었다. 조 반장이 재빨리 무전기를 들고 외친다.
“최 형사! 범인이 골목으로 도주 중이다. 빨리 추적해.”
“네! 알았습니다.”
전파 음이 찍찍거리는 무전기를 들고 조 반장이 현관을 뛰어 나간다. 단숨에 층계를 뛰어 내려온 조반장이 골목 어귀로 달려간다. 몸놀림이 빠른 그는 곧 최 형사 일행의 뒤를 따른다. 주택가로 들어왔던 골목이 아니었다. 주택가 뒤로 이어진 골목을 달린다. 여자를 강간한 청년은 숨 가쁘게 골목 어귀를 향하고 있었다. 청년의 날렵함은 형사들을 능가한 재빠름이다.--------
“선배님은 취미가 뭐예요?”
“특별한 취미는 없고, 내 취미가 뭐더라!!”
“내가 묻는데, 되물으면 어떻게 알아요?”
“미스 송이 내 취미를 모르나.”
“하이 참! 기가 막혀. 같이 사는 사람도 아니고.”
“그럼, 같이 살지 뭐.”
“무슨 말씀을......!?”
“하하~! 안되나!? 여자를 잘 모르지만, 미스 송을 다른 여자와 다르게 생각되는데.”
“술 취하신 거 아니죠?”
“헛소리 할 만큼 취하지는 않았는데.”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두서없이 이야기하지만 알코올에 취해서 그런 것만도 아니고, 농담 식으로 흘리는 말속에도 자신의 감정들이 스며 있었다. 그들이 대화를 하는 동안 택시는 송나희가 내려야할 목적지에 도착하고 있었다. 뒷좌석을 돌아본 택시 운전사가 그들의 대화 속에 굵은 목소리로 끼어든다.
“어디로 갈까요?”
“아! 여기서 내리면 되요.”
송나희는 정색을 하며 대답한다. 택시가 대로변에 정차하고 그녀가 택시 문을 열고 내린다. 열린 문을 닫으려던 그녀가 강민우를 바라보며 잠시 주춤거리며 무슨 말인가 하려고 한다. 강민우와 시선이 마주친 그녀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린다. 주춤거리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차, 한잔.......하고 가실래요?”
“음.......!? 그래도 되겠어요?”
열린 택시 문을 잡고 서 있는 송나희는 대답대신 자잘한 미소를 짓는다. 이미 그녀의 대답이 나오기 전에 강민우는 이끌리듯이 택시를 내리고 있었다. 택시요금을 지불하고 돌아서는 그에게 송나희가 다가선다. 그리고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슬며시 강민우의 팔에 팔짱을 낀다. 팔짱을 낀 그녀가 대로에서 가까운 골목길로 강민우를 이끌고 걷기 시작한다.
가로등이 걸려있는 골목 안에는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다. 한차례 찬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여미게 한다. 눈 위를 걸어가는 그들의 발자국 소리가 ‘뽀드득~!’소리와 어우러진다. 눈을 밟고 걷던 송나희가 미끄러져 휘청거린다. 강민우가 균형을 잃으려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는다. 송나희는 자신을 끌어안은 강민우를 바라본다. 서로의 얼굴이 맞닿을 정도로 시선이 마주친 그들은 멋쩍은 미소를 흘린다.
다세대 주택이 즐비한 골목길에 어디선가 개 짓는 소리가 들린다. 5층의 다세대 주택 앞에 선 송나희는 어줍은 표정으로 강민우를 바라본다. 그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충계를 오른다. 3층의 현관 앞에 도착한 송나희가 손가방에서 열쇠를 꺼내 현관문을 연다. 어두운 현관으로 들어선 그녀가 벽을 더듬어 전등 스위치를 누른다. 환한 전등불 밑에 거실이 들어난다. 거실에서 강민우를 향해 돌아선 그녀가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들어오세요. 혼자 사는 집이라 누추해서........!”
“깔끔하고 조용하네.”
강민우는 거실로 들어서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단출하게 소파와 진열장이 놓인 거실 한쪽에는 주방이 보이고 하얀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탁자위에 장미와 갈대가 어우러진 화병이 놓여있는 옆의 소파에는 자수를 하고 있던 자료가 놓여있다. 단아하고도 깔끔한 분위기에 거실 벽에 걸린 수채화의 첼로를 연주하는 여인의 모습에 정열이 들어나 보인다.
어줍은 미소를 들어내 보인 송나희는 거실 옆의 침실로 들어갔다. 송나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강민우의 시야에 침실 안이 들여다보였다. 커튼이 드리워진 침실 안에는 송나희에 대한 비밀이 간직되어 있는 것 같고 그녀의 체취가 흘러나오는 것을 느낀다.
침실 문이 닫히고 잠시 후, 블라우스와 플레어스커트로 갈아입은 송나희의 모습이 나온다. 강민우는 항상 정장을 하거나 바지와 점퍼차림의 송나희를 보아왔다. 의외로 여성스럽고 단아한 송나희의 자태에 강민우는 저절로 미소가 흐른다. 그녀가 주방으로 향하면서 강민우에게 물었다.
“커피로 할까요? 얼마 전에 중국에 다녀온 친구에게 받은 보이차가 있는데.......”
“보이차.......!? 그러지, 뭐........”
강민우는 선택할 여지없이 대답한다. 그는 주위를 돌아보다가 싱크대를 향해 돌아선 송나희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는 스커트 자락, 머리 뒤로 묶은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이 유난히 강민우의 감정을 사로잡는다. 스커트 자락위로 들어나 보이는 허리와 둔부의 움직임이 날씬하게만 보았던 그녀에게서 성적인 매력까지도 느끼게 한다. 술기운 탓인지, 아니면 그녀에 대한 강민우의 평소 감정이 들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젊은 혈기의 강민우가 살아오면서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한동안 바쁜 일정 속에 잊고 살았지만, 캠퍼스 시절이나 군대시절 휴가를 나와 술기운에 직업여성을 상대로 의미 없는 육체관계를 하기도 했다. 환상인지 몰라도 싱크대 앞을 오가면서 간간이 돌아보는 송나희가 의미 깊은 눈빛으로 손짓하는 것만 같다.
그렇다고 강민우는 그녀에 대한 의미를 일시적이거나 충동적인 감정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첫사랑에 실패한 송나희도 인간의 믿음에 배반당하여 고통스러워하던 연약한 여자라는 생각에 동질감마저 느낀다. 송나희에 대한 동질감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을 일깨우는 정열이었다.
유혹하듯이 바라보는 눈동자, 선정적으로 느끼는 그녀의 자태를 바라보던 강민우가 소파에서 슬그머니 일어났다. 그는 천천히 송나희의 등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체취를 느끼며 덥석 그녀를 껴안았다. 그녀는 커피포트의 물이 끓고 있는 가스레인지 스위치를 돌려 끄고 있었다. 양손에 커피 잔을 들던 그녀가 끄던 놀라서 뒤를 돌아보며 당황스런 눈빛을 흘린다.
“서, 선배님.......!”
“사랑스러워.......!”
강민우는 그녀를 돌려 세우고 끌어안는다. 그의 가슴에 안긴 그녀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강렬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에 그의 입술이 포개진다. 양 손에 찻잔을 들고 있던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크게 확대된다. 입술을 점령당한 그녀는 짜릿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것은 사랑에 배신당하고 오랜 세월동안 잊혔던 본능의 불씨였다.
송나희는 쉽게 마음을 허락하는 여자라고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거부를 해야 하는지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강민우의 혀는 밀려들어왔다. 밀려들어온 강민우의 혀가 잇몸을 핥아내고 있는 것이다. 얼결에 입술을 방치하고 있던 송나희는 자신도 모르게 강민우의 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여성의 성욕에 대한 본능은 혈관 내에서 생긴 하나의 규율이다. 입술과 입술이 부딪혀 혈관내의 예민한 성감의 돌기를 일으킨다. 미끄러져 들어온 강민우의 혀가 그녀의 신경세포의 돌기들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녀의 혀를 강하게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 강민우의 입속으로 혀가 빨려 들어가 애무를 당하는 순간, 그녀는 양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트린다. 그리고 그의 목덜미에 팔을 두르고 매달린다.
“미, 민우씨.......!”
“나희씨.......!”
갈증을 풀어내듯이 서로의 타액을 들이마신다. 강민우는 농도 깊은 키스를 하면서 그녀를 번쩍 안아 소파로 간다. 그리고 그녀를 소파에 눕힌다. 그의 손길이 그녀의 블라우스 속으로 스며든다. 블라우스 단추가 푸드득 풀어지고 하얀색 브래지어를 한 그녀의 앞가슴이 들어난다. 그의 손길이 브래지어 속을 더듬는다. 애무는 단순히 ‘만지는 것’이 아니라, 가공이다. 자신의 손끝으로 상대의 육체를 살아나게도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승화시킨다. 애무는 정신과 육체를 하나로 묶어 욕망을 일으키는 의식이다.
“민우씨! 우리 이러면 안 돼는.......”
“안고 싶어.”
강민우는 그녀의 탄력 넘치는 젖가슴을 보듬어 안으며 스스로의 욕구에 도취된다. 그녀의 브래지어를 밀어 올리고 들어난 젖가슴에 강민우의 머리가 묻힌다. 뜨거운 열기를 느끼는 송나희는 눈을 지그시 감고 강민우의 머리를 끌어안는다.
그녀는 젖꼭지가 강민우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온 몸의 신경이 녹아내리는 쾌감에 젖어든다. 젖가슴이 강민우의 타액으로 적셔지며 그녀는 아늑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황홀함에 사로잡혀 자신도 모르는 신음을 흘린다.
“아! 미, 민우씨. 어떡해.........”
“아무 생각도.......!”
거친 숨을 흘리며 젖가슴을 애무하는 강민우의 손길이 그녀의 스커트 속으로 들어간다. 그녀는 현기증을 느끼는 나락 속에 떨어지며 스커트 속으로 들어온 그의 손길을 의식한다.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진공상태에 빠진다. 그의 손길이 팬티 속으로 스며 들어온다. 그리고 음모를 쓸어내리는 감촉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파르르 떨면서 허벅지를 조인다. 강민우는 둔부를 들어 올리는 그녀의 몸속에서 흘러나오는 본능의 샘물을 손끝으로 느낀다.
“하 아! 아, 안 돼.......”
“그냥,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어.”
그녀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그의 하복부에서는 발기된 남성이 용솟음친다. 문득, 그의 머릿속에는 기다리고 있을 이진아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미 그는 육체적인 욕망의 불길 속에 빠져 있다. 그는 티 끝처럼 남아있는 이성으로 그녀를 내려다본다.
시선이 마주친 그녀의 속눈썹이 떨린다. 그녀도 이성보다는 뜨겁게 달아오른 감정의 늪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면서 고개를 돌려 외면한다. 강민우는 그녀의 허벅지를 벌리고 그녀의 둔부를 당긴다. 발기된 남성이 꿈틀거리는 하복부를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밀착시킨다.
“사랑하고 싶어.......!”
“민우 씨........!”
강민우는 다시 그녀를 내려다본다. 흥분의 열기 속에 빠진 그들의 시선이 마주친다. 그녀를 소유하고 싶은 강민우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표정을 살핀다. 떨리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던 그녀가 고개를 천천히 흔든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강민우는 그녀의 부정적인 눈빛을 느꼈다. 한동안 그는 그녀를 부둥켜안고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양손으로 보듬어 안고 입술을 찾는다. 다시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한 그가 부스스 일어나 앉는다.
“전 이런 거.........아직은.........”
송나희는 이런 말이 어울리지 않는 줄 알았지만 하고 말았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는 송나희는 돌아앉아서 헝클어진 옷매무새를 고치며 스커트 자락을 발밑으로 자꾸 끌어 내렸다. 육체의 접근은 어쩌면 정신적인 사랑과 관심을 대변하는 언어이다. 그녀는 한 남자와의 사랑에 실패한 여자였다. 강민우의 진실을 느낄 수 있고 서로의 감정이 애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다시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고 싶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강민우는 혼자만의 감정에 도취한 것이 아닌가하는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여경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시선이 마주친 송나희가 괜찮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공연히 자신의 옷매무새를 다시 살피며 일어난 송나희가 싱크대로 향했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강민우의 시선을 의식하며 바닥에 떨어트린 찻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찻잔에 커피포트의 물을 부어 돌아선다. 찻잔이 담긴 쟁반을 들고 소파에 와서 앉는다.
“별로.......! 맛을 느끼지 못하겠는데, 몸에 좋다니까, 들어보세요.”
“고마워.......!”
이미 그들은 육체적인 언어로 서로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였기에 다른 말이 필요치 않았다. 다만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면 쑥스러운 미소를 지을 뿐이다. 침묵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의 감정을 읽는다. 뜨거운 차를 불어 마신 강민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송나희를 포옹한다. 그의 가슴에 안긴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어떡해요!? 너무 늦어서.......”
“음.......! 잘 마셨어.”
송나희는 그렇다고 강민우에게 자고 가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아직은 그에게 몸을 맡길 자신이 없다. 다만 그의 가슴에 안겨 그동안 감추고 있던 본능의 열정을 느낀다. 아울러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의식하게 한 강민우에게서 끈끈한 애정과 필연적인 느낌을 받았다. 사랑에 배신당한 자신의 상처를 보듬어 줄 남자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녀를 포옹하던 강민우가 현관으로 나선다.
송나희도 그의 뒤를 따라 집을 나선다. 집 앞에서 그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며 골목길을 걸어간다. 그녀는 무언가 모를 아쉬움을 느꼈다. 몇 번인가 뒤돌아보며 애써 미소 짓는 그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그녀는 골목길을 벗어나는 그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둠이 깔리는 집 앞에서 넋을 놓고 있다가 집안으로 들어간다.
제법 따스한 햇볕이 창문으로 스며들고 있다. 강민우는 거실 소파에 앉아 신문기사를 스크랩하고 있었다. 이진아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따금 텔레비전의 노랫소리에 맞추어 강민우의 허벅지위에 올려놓은 다리를 흔든다. 강민우가 이진아의 모습을 힐끔 쳐다본다. 그녀는 이제 어엿한 여고 졸업반이다. 그런데, 강민우 앞에서 자신의 몸가짐에 신경을 쓸 나이가 되었음에도 허벅지 속이 드려다 보이는 핫팬티를 걸친 다리를 흔들며 누워있다.
강민우는 시선을 옮겨 정원에 피어있는 수선화의 노란 꽃송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수선화의 속명인 나르키수스(Narcissus)는 그리스어의 옛 말인 "narkau"(최면성)에서 유래되었다. 또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라는 아름다운 청년이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하여 물속에 빠져 죽은 그 자리에 핀 꽃이라는 전설에서 유래된 말이다.
어떤 요정들의 유혹에도 눈을 돌리지 않는 기풍이 높고 아름다운 한 청년이 나르시스였다. 이를 시기한 복수의 여신이 나르시스를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었기에 나르시스는 수면에 비치는 자기 얼굴을 보며 사랑을 느끼고 늘 잡으려고 하다가 비통한 나머지 병이 들어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여유롭게 누워 있는 이진아를 바라보는 강민우는 그녀가 요정처럼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는 다시 신문기사를 오려내서 스크랩을 했다. 최태웅 일당의 흔적을 찾고 정보를 수집하여 꼼꼼하게 기록하는 것 외에도 요즘에 일어나고 있는 범죄사건에 대한 스크랩을 하고 있다. 이진아가 돌발적으로 과거의 고통 속에 빠져 정신적인 질환증세를 보이고 나서 강민우는 더욱 범죄자들에 대한 증오심이 커졌다. 특히 남녀를 불문하고 성을 매개로하는 범죄자들에 관한 관심이 깊어간다.
인간에게는 악과 선이 존재한다. 범죄자들의 악한 행동은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를 고통스럽게 하고, 인생자체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만다. 강민우는 악한 것을 뉘우치지 못하는 범죄자들을 방관하는 것도 악이라고 생각한다. 텔레비전의 애정 드라마를 보고 있던 이진아가 벌떡 일어나더니 강민우의 목에 팔을 걸고 묻는다.
“오빠! 오빠! 요즘 여자 생겼어?”
“여자는........!?”
“그런데 요즘 늦게 들어오고, 늦은 밤에도 나가는 거지?”
“일이 바빠서.......”
“나 몰래 여자 사귀면, 싫어! 알았지?”
“하하~!”
갑작스런 이진아의 당돌한 말에 강민우는 선웃음을 흘린다. 강민우는 요즘 그녀에게 말 못할 추적 대상자가 있다. 그래서 늦기도 하지만 수시로 집을 나서기도 한다. 주방에서 식사준비를 하던 최씨 할머니가 돌아보고 빙긋이 웃음을 흘린다. 이진아는 강민우의 볼에 입맞춤을 하고 다시 소파에 비스듬히 눕는다. 그리고 다리를 뻗어 강민우의 허리를 감싸고 흔든다. 강민우는 정원의 수선화와 이진아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다.
강민우는 송나희를 안았던 순간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들은 정보를 되새긴다. 안기부 전산실장 최재인의 사생활에 관한 정보였다. 전 실장에게는 내연의 젊은 여자가 있다는 것이다. 여자의 이름은 남규리, 이십 육세로 현재 무명의 모델이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예인의 꿈을 이루고자 혼신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약점을 노려서 접근한 전실장이 남규리의 꿈을 지원해 준다는 명목으로 내연의 관계가 되었다는 것이다.
강민우는 어떻게 하든지 최태웅과 남경식의 흔적을 밝힐 수 있는 전산실 기밀 파일에 접근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최재인 실장의 씨크릿 보안 카드가 필요하다. 그러나 최재인 실장 모르게 보안 카드를 사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최재인은 남규리에게 은밀한 장소에 주택을 구입해 주었고, 남의 이목을 피해 그들은 그 장소에서 밀회를 한다는 정보도 강민우는 알았다.
어쩌면 남규리를 통해 전실장의 보안 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강민우는 남규리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그는 스크랩 철을 들고 일어났다. 안방으로 들어가 스크랩 철을 책꽂이에 꽂고 거실을 지나 정원으로 나선다. 그의 뒤를 따라 이진아가 그림자처럼 졸졸 쫓아다닌다.
별마저 보이지 않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다. 주택가 골목의 가로등마저 졸고 있는 시각이다. 담장 위로 훌쩍 뛰어오른 고양이 한 마리가 어둠 속을 주시한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돌이 굴러가는 소리에 고양이는 촉각을 세운다. 그리고 담장 밑으로 몸을 숨겨 달아난다. 고양이가 사라지고 조심스럽게 담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검은 그림자가 나타난다.
담장 벽에 달라붙은 그림자가 주위를 살핀다. 그리고 발자국 소리를 죽여 전신주 밑으로 간다. 가로등 불에 잠시 모습을 나타낸 그림자는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점퍼를 걸친 남자의 모습이다. 주위를 살피던 남자는 전신주를 타고 올라가더니 담장위로 올라선다. 그리고 삼층 건물의 다세대주택 홈통을 붙잡고 오르기 시작한다. 각층마다 창문을 밀어보고 손전등으로 실내를 비춰본다.
삼층에 도달한 남자는 창문을 열고 안으로 사라진다. 방안으로 들어선 남자는 손전등으로 실내를 비춰본다. 손전등의 빛을 받아 벽거울에 나타난 남자의 모습은 젊은 청년이었다. 그가 손전등으로 한쪽 벽을 비춘다. 그곳에는 침대에 누워 잠든 젊은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방바닥에는 술을 마셨던 흔적으로 맥주병과 유리잔, 그리고 안주가 담긴 쟁반이 보인다. 이불을 걷어차고 잠든 여자의 네글리제가 말려 올라가 뽀얀 허벅지를 들어 내놓고 있다.
방안의 광경을 내려다본 청년의 얼굴에는 희소가 번진다. 청년은 방을 나가 거실로 들어선다. 그리고 건물 뒤편의 베란다로 가서 창문을 열어 또 다른 골목의 어둠속을 응시한다. 청년은 다시 여자가 잠든 방으로 스며든다. 침대로 다가간 청년은 잠든 여자의 허벅지를 쓰다듬는다. 잠이 든 여자는 꿈쩍도 하지 않고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청년이 손을 뻗쳐 침대 등의 스위치를 켠다. 붉은 침대등아래 여자의 잠든 모습은 선정적으로 보인다. 청년은 여자의 어깨를 잡아 바로 눕힌다. 그리고 앞가슴이 들어난 네글리제를 젖힌다. 여자의 매끄러운 젖가슴이 들어난다. 청년의 손길이 여자의 젖가슴을 주무른다. 그때서야 여자는 무슨 말인지 잠꼬대를 한다. 그러나 여자는 이내 다시 네 활개를 펴고 잠이 든다.
아마도 여자는 술에 취해 잠이든 모양이다. 청년의 손에 의해 여자의 네글리제를 걷어 올려지고 허벅지 사이를 가린 분홍색 팬티가 들어난다. 청년은 자신의 사카구니를 문지르며 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청년은 여자의 팬티마저 벗겨낸다. 까만 음모와 함께 여자의 국부가 들어난다. 청년은 자신의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끌어내리고 여자의 허벅지를 벌린다.
여자의 허벅지 사이에 무릎을 꿇은 청년의 하복부에는 흉물스러운 남성이 발기되어 꿈틀 거린다. 청년은 여자의 허벅지 사이 음부에 자신의 흉물을 마찰시킨다. 그리고 여자의 음부 속으로 흉물을 밀어 넣는다. 여자의 나신이 반사적으로 출렁인다. 놀람으로 잠이 깬 여자가 눈동자를 크게 치켜뜨며 올려다본다. 그리고 여자는 경악스런 외마디를 지른다.
“하 앗~! 누, 누구야!?”
“쉿! 조용히 해. 아니면 넌 죽어.”
청년은 그녀의 음부 속으로 흉물을 밀어 넣으며 날이 번뜩이는 나이프를 뽑아든다. 그리고 비수를 여자의 목에 가져다 댄다. 새파랗게 질린 여자가 청년을 밀쳐 내려고 허우적거린다. 여자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청년의 가슴을 밀쳐내려고 하지만, 청년의 힘을 당할 수는 없었다. 몸을 유린당할수록 여자의 표정은 묘하게 변한다. 유린당하는 육체는 강렬한 쾌감에 젖어들고 또렷해지는 정신은 청년을 강하게 거부한다.
“하 앗~! 난 몰라. 시, 싫어! 이 개 같은 새끼야! 사람 살려......”
“이년이 소리를 질러!? 언제 죽인데, 너 좋고 나좋은 일인데.”
“사, 사람 살려! 살려주세요. 제발.......”
“이 년이!”
외마디를 지르던 여자는 애원을 한다. 그러나 청년은 여자의 뺨을 후려친다. 그때였다. 집밖에서 사람들의 인기척이 들리고 층계를 뛰어오르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귀를 기울이던 청년이 여자의 허벅지 사이에서 흉물을 끄집어내고 일어선다. 분비물을 뒤집어쓴 흉물이 번들거리고, 여자의 허벅지 사이는 뿌연 진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청년은 입술을 깨물고 일어나려는 여자의 명치를 주먹으로 내리친다. 여자는 입에 피를 흘리고 기절한다.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청년은 재빨리 거실로 나와 뒤편의 베란다로 향한다. 차문을 넘어간 청년은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홈통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간다. 동시에 현관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온다. 들어온 사람들은 형사 기동대들이었다.
그들 중 눈매가 날카로운 형사가 여자가 쓰러져 있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열려진 뒤의 베란다 창문으로 골목을 내려다본다. 그는 시경의 강력반 형사반장 조병문 경감이었다. 조 반장이 재빨리 무전기를 들고 외친다.
“최 형사! 범인이 골목으로 도주 중이다. 빨리 추적해.”
“네! 알았습니다.”
전파 음이 찍찍거리는 무전기를 들고 조 반장이 현관을 뛰어 나간다. 단숨에 층계를 뛰어 내려온 조반장이 골목 어귀로 달려간다. 몸놀림이 빠른 그는 곧 최 형사 일행의 뒤를 따른다. 주택가로 들어왔던 골목이 아니었다. 주택가 뒤로 이어진 골목을 달린다. 여자를 강간한 청년은 숨 가쁘게 골목 어귀를 향하고 있었다. 청년의 날렵함은 형사들을 능가한 재빠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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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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