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동물(肉食動物:욕망의 덫)=========================================================================
초식동물을 총 25편으로 완결 내고, 새로이 연재를 시작합니다.
첫 연재때만큼이나... 걱정과 설레임이 몰려오네요...
초식동물은 가벼운 로맨스 물인데다, 쓰기 편한 1인칭 시점이라
부담없이 시작했지만, 두번째로 연재하는 육식동물 욕망의 덫은
편하게 보실 수 있는 로맨스물도 아니고... 장르도 애매해서
과연 전작만큼 많은 분들에게 어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습니다.
초식동물때도 그랬지만, 정사신이 많은편이 아니라,
그 쪽에 중점을 두시고 보시는 분들께는 죄송스러운 부분도 많네요
짧게 5~7부작 내에서 완결 될 것 같습니다.
제 딴엔 욕심을 내어 도전하는 두번째 연재물이니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야잘잘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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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초식동물 에필로그에 붙여넣었던 예고편과 다소 달라진 내용이 많습니다.
퇴고하면서 살도 붙이고 수정도 하고 했으니, 보신부분 건너뛰시지 마시고
찬찬히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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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동물(肉食動物)
- 욕망의 덫-
[소설속 등장하는 스포츠 토토 규정 혹은 월드컵 실제 경기 일정은 현실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0년 6월 9일 목요일 밤]
인천 부평역 인근의 어느 모텔...
이름모를 남자의 손이 승희의 가슴을 거칠게 움켜쥐자 승희는 달아오르는 욕망을 참지 못하고 거친 신음성을 토해낸다.
“허억... 흐응... 흑!!!”
직장생활 5년차이자, 이제 겨우 25살이된 이 아가씨의 이름은 서승희였다.
여자의 아름다움이란 무릇 20대를 기점으로 점점 사그라들게 마련이지만, 그 육체의 농염함만큼은 한참을 더 익은 후인 30대 중반이 돼서야 비로소 그 진정한 과실을 맺는다. 하지만 초목의 꽃 피움에도 그 시기가 제 각각이고, 과실의 무르익음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으니, 때론 바둑의 천재 이창호가 이른 나이에 반상을 평정했 듯, 육체의 농익음이란 화두를 십년은 먼저 깨닫는 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지금 육체적 욕망이란 명제에 최대한 충실한 채 신음성을 토해내는 승희가 바로 그러했다.
아직은 외면의 아름다움만이 한창 절정으로 치달을 시기인 25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육체는 농익을대로 농익은 미색(美色)의 결정체였다.
사무실에서의 회사원 승희와 퇴근 후 사복을 입었을 때의 일반인 승희는 그야말로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물론 회사에서도 그 타고난 색기를 감출 순 없었기에, 마땅히 정숙한 보통의 여직원들처럼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회사업무가 끝난 뒤 땅꺼미가 꺼질 즈음이면 몇몇 여자들이 그러하듯 전혀 색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시작한다.
회사의 사규에 맞춰 재단한 무릎을 덮는 거추장스러운 스커트는 바닥에 나뒹굴고, 무릎 위를 지나 한참 올라오는 짧은 미니스커트로 그녀는 매끈한 자신의 두 다리를 드러낸다. 하지만 무릇 사내들이란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아슬아슬한 스릴에 더 환장하기 마련임을 아는지, 검은색 망사 스타킹을 허벅지 끝까지 올려입어 스스로의 탐미안을 만족시킨다. 상의는 보통 가슴이 깊게 패인 얇은 티셔츠를 입는데, 반짝거리는 장식들이 잔뜩 붙어있어 클럽의 조명이 제대로 반사되는 날엔 그녀 주변의 모든 남자들이 눈을 비비며 그녀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물론 가슴의 반짝이는 장식들이 그 빛의 반사를 마칠 때 쯤이면, 티셔츠 속에 숨어있던 탄탄한 가슴의 골짜기를 한껏 드러내 뭇 사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금 그녀의 머리통을 붙잡고 연신 자신의 사타구니로 쑤셔박고 있는 이 건장한 남자도 오늘밤 클럽에서 처음 만난 남자다. 사무실에선 제법 도도하고 콧대높은 척 하는 그녀지만 직장생활 5년차의 스트레스를 가슴에만 품어두기엔 농익은 육체의 뜨거움이 남다르다. 깊고 길게 가는 그런 일반적인 연애관계 따윈, 이미 오래전에 졸업한 이 당돌한 아가씨는 종종 클럽에서의 원나잇을 통해 이렇듯 뜨겁고 화끈한 밤을 보내고 있었다.
“아 너무 누르지마 숨막혀!!”
“아 미안... 니가 빠는데 너무 좋아서 그만...흐흐흐”
“왜 니 불알 혀로 굴려주니까 그렇게 좋아?”
“씨발 존나 좋아”
“니 좆대가리 진짜 크다 너 몇 살이니?”
“나 23... 넌...”
“나 25... 잠깐만!!! 절대 누나라고 부르지마! 나이들어보이는 거 싫으니까! 안그래도 회사에서 신입사원들 들어오면서 귀요미 자리도 뺏겼는데...”
“흐흐흐 그래 씨발... 자지나 빨리 마저 빨아줘”
“흐으음...”
승희의 혀가 남자의 자지를 연신 핥아댄다. 겨우 25살이지만, 처음 남자의 불알을 빨아본 것이, 보통 남자들이 처음 당구를 접한다는 16세쯤인지라, 잔뼈굵은 노장의 십년 구력(球力)에 맞먹는다. 지금도 입술과 혀의 요망한 큐대질로 사내의 불알을 공 삼아 입안 가득 쓰리쿠션을 돌린다.
당구장 알바 1년만 해도, 저 공을 어느쪽으로 돌려야 쿠션이 가능한지 알게 마련이다. 승희는 제 혀가 돌아갈때마다 들썩거리는 사내의 골반을 보며, 음낭 공략이 이 사내의 성감대임을 깨닫고, 구력 10년의 노하우를 총 동원해 야금야금 불알 밑둥까지 뽑아 먹을 기세로 흡입을 거듭했다.
여느 당구장이나 붙어있는 불세출의 격언이라면, 무릇 누구나 ‘300이하 맛세이 금지’를 떠올릴 것이다. 프로 당구선수만큼이나 걸출한 승희의 테크닉에 맞서려면 사내 역시 걸출한 대물이거나, 아니면 여성편력이 남다른 호색한이어야 할텐데, 이 스물 세 살의 애송이는 또래의 여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승희의 구력에 금방이라도 사정할 듯 꺼떡거리며 쿠퍼액을 쏟아내기 바빳다. 다행히 승희가 그 노련한 경험을 바탕으로 분출 직전 그 찰나의 순간에 그의 자지에서 입을 뗏고, 남자의 귀두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것이 창피한지 피가 잔뜩 몰린 제 얼굴을 더 붉게 물들이며 꿈틀댄다.
승희의 타액과 쿠퍼액이 범벅되어 번들거리던 귀두는 그 첫 번째 사정의 조짐을 아슬아슬 참아낸 뒤, 다시 심기일전하여 자신이 가진 가장 큰 무기인 강직도를 살려 다시 우뚝선다.
싱그러운 젊음의 단단함은 경험에 맞설 수 있는 가장 호기로운 무기였다. 하지만 승희의 노련함에 정면 돌파시 초반 사정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이미 습득한 사내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인 유화책을 승희에게 건네 본다.
“니꺼도 빨아줄까?”
“아 싫어... 난 누가 내꺼 빠는거 창피하더라... 그냥 너만 받어...”
프로들이란 쉬운길을 어렵게 돌아가지 않는 법이다. 승희의 거절에 머쓱해진 사내가 아쉬운 표정을 뒤로하고 이야기한다.
“흐흐... 그래 그럼 난 니꺼 함 빨아보고 싶은데... 그치만 뭐 가끔 그런 애들 있더라, 근데 왜? 혹시 냄새날까봐? 난 괜찮아~~”
“시끄러 나 확 옷 입고 가버린다?”
“오오 알았어 알았어!! 진정해!”
사실 승희는 예전 남자친구와 섹스중에 보지에서 오징어 썩는 냄새가 난다는 지적을 받고 멘붕이 된적이 있었다. 물론 그땐 몸살이 나서 몸이 극도로 안 좋았고, 냉도 심해서 그런거였지만, 여자라는 동물은 본시 작은 상처에도 예민하게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승희는 그 후 남자친구든 원나잇이든 절대 다른 남자 얼굴에 가랑이를 벌려본 적이 없다. 이미 그 일이 벌써 2년전의 일인지라, 요즈음은 한번쯤 예전처럼 사내의 얼굴을 제 사타구니로 깔아뭉갠 채 몇 시간이고 빨려 보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했지만, 아직은 조금 조심스러웠다.
“넣는다...”
“난 약올리는거 말고 첨부터 존나 세게 박아주는게 좋아 철퍽철퍽하면서!”
“와!! 너 존나 색골이네!! 크크크 나 빨리 싸도 모른다!”
“안돼! 안돼!! 세게 하면서 오래 오래!! 흐흐흐 난 제일 짜증나는게 조루새끼들이야! 아까 너 꺼떡거리는게... 금방 쌀 거 같아서 내가 급하게 입 뗀거 알지? 넌 불알이 성감대인거 같더라 크크크”
“흐흐흐 좋아 좋아 뭐 오늘 애국가 한번 옴팡지게 불러보지 뭐!! 자 간다!! 동해 물과 백보지가 마르고 닳도록~~”
어느새 승희의 손이 남자의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어루만진다. 제아무리 경험이 일천한 사내라도 그것이 어서 넣어달라는 신호라는 것쯤은 알게 마련이다. 사내는 내기 당구의 마지막 일구를 때리기 전처럼 깊게 심호흡을 하며, 자신의 성기를 앞뒤로 살살 흔들며 승희의 보지를 정조준 한다. 이미 애액이 한 바가지는 흘렀는지 침대 시트가 흥건했고, 사내의 엉덩이를 잡아 당기는 승희의 손힘이 예사롭지 않다.
사내에게 조루의 공포를 안겨준건 아마 첫 경험 이후 23년 평생에 승희 하나뿐이리라...
잠깐의 심호흡이 끝나자 사내는 자신의 큼지막한 귀두를 승희의 농익은 보짓살 사이로 천천히 집어 넣는다.
“세게... 세게...박아줘...흐윽”
“아...썅년 존나 밝히네...흐흐흐 물이 하도 많이 나와서 입구에서부터 저항도 없이 쑥 들어가는게... 완전 색녀네...”
“하아! 아아! 아아!! ”
“너 진짜 좋다 우리 계속 연락하면서 섹파할까?”
“하아 아아 아아!!”
“응? 섹파하자구!!”
“싫어 계속 연락하면 구질구질해져!”
당구든 테니스든 뭐든...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고수들이라면 단 한번의 비무 만으로도 상대의 저력을 대번에 알아보게 마련이다. 이미 오랄만으로 KO직전까지 몰린 사내에게 두 번의 기회를 줄 승희가 아닌데다, 실제로도 원나잇 이후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았던건, 몇 년전 승희와 9라운드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다 끝내 힘이 빠지며 판정패 한 30대 중반의 대물남 뿐이었다.
“아 씨발...할 수 없지... 아주 오늘 밤 내가 너 죽여버릴꺼야!!”
“하앙 좋아... 더 세게...”
“와... 니 보지... 진짜 잘 쪼여준다...”
“더 세게... 아웅... 하윽!!”
남자는 승희의 거절에 약간 마음이 상했지만, 당장 눈 앞에서 뜨거운 애액을 흘리며 자신을 독촉하는 승희의 음탕한 육체를 보자, 고민할 시간조차 아까운 듯 거칠게 승희 안으로 돌진하고 또 돌진했다.
“하아앙... 하앙... 니 자지 좋아!! 꽉차는 느낌!!!”
“흐흐흐 니 보지도 진짜 맛있어!! 물도 많고... 안에서는... 꽉꽉 조여...으...”
“나도 귀두 큰게 좋아... 아...”
“오늘 진짜 대박이네... 으...”
격렬한 피스톤질이 승희의 보지속에서 이루어졌다. 뜨겁게 흐르던 애액조차 이 강렬한 움직임을 견디지 못하고 하얗게 산화하여 승희의 항문까지 흘러내린다. 그렇게 남자와 승희 모두 땀으로 범벅이 된채 환희의 절정으로 치달아간다.
“야 씨발... 안에다 싸도 돼?”
섹스 도중임에도 두 눈이 휘둥그래진 승희가 사내의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탁 때리며 외친다.
“안돼 개새끼야!! 안에다 쌀꺼면 빼 빼!!”
“아 알았어 밖에다 쌀게...”
“안에다 싸면 죽여버릴꺼야!!”
승희는 22살 무렵에 딱 한번이지만 낙태 경험이 있었다. 다행히 당시 남자친구가 돈 깨나 쓴다는 집 아들이었기에 수술비용이나 위로비용등을 섭섭지 않게 챙겨주었지만, 산부인과에 가고 의사앞에서 가랑이를 벌린 채 수술을 받은 경험은 승희뿐만 아니라 어떤 여자에게도 추억하고 싶은 기억은 아닐것이다. 때문에 승희는 섹스는 하되 질내사정 만큼은 결단코 용납하지 않았다. 물론 그러면 섹스를 할 때 콘돔을 쓰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콘돔을 쓰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살 닿는 정겨움(?)이 없다는 그녀만의 요상한 논리로 NO 콘돔, 질외 사정을 신조로 살아온 승희였다.
"아... 진짜... 으읍!!!“
건장한 23살 남자의 신선한 정액이 승희의 하얀 몸뚱이 위로 흩뿌려진다. 아직 군대는 다녀오지 않았는지 조준이 서툰 이 소총수는 승희의 가슴과 배, 그리고 골반위에 하이얀 탄흔을 남긴다. 승희가 좀 더 깔끔떠는 엄한 교관이었다면, 일점사를 하지 못한 채, 제 멋대로 탄착군을 형성한 이 어리버리한 신병에게 기합이라도 줬을 테지만, 제 몸이 정액 투성이가 됐음에도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승희는 거친 숨을 내쉬며 미소를 짓는다.
“이거 몸에 좋은거라든데...”
“어?”
승희가 손가락으로 제 배꼽위에 고인 정액을 찍어 입으로 가져간다. 기실 전에 승희가 만난 남자중 하나가 승희의 입안에 사정하고자 그녀에게 되는대로 지껄인 얘기였겠지만, 딱히 신빙성 없는 이야기도 아니었고, 입맛을 다시며 유명한 와인 소물리에라도 된 듯 그 밤꽃향의 액체를 음미하는 승희의 야릇한 모습을 보며, 사실관계를 따질 멍청한 사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저기...”
사내가 뭔가 아쉬움이 남는지 혀로 정액이 묻은 제 입술을 닦아내는 승희를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왜?”
“이대로 한번 더 빨아줄래?”
“히히히... 남자들은 꼭 이런거 좋아하드라? 사정한 후에 정액으로 번들거리는 자기 자지 빨아달라고... 왜 내가 니 정액 먹으면 기분이 좋아져?”
“아.. 아니 난 그저... 니가 좋아하는거 같길래... 그리고 이거 모... 몸에 정말 좋아! 그 뭐냐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흡!!!!”
승희는 남자들이 이렇게 옹색한 변명을 늘어놓을때가 귀엽다. 평소 딱히 쓴맛이 나는 것도 아닐진데 빨아주고 먹어주는 것이 뭐 대수겠냐고 생각하는 승희였기에, 사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들어 조금씩 줄어들 기미가 보이는 우람한 사내의 자지를 덥썩 입에 문다.
“아.... 음...”
“후루룹... 흐읍!”
사내의 음낭에 들어있는 모든 정액을 다 빨아 마시기라도 할 듯, 강력한 흡입력으로 사내의 음경에 남아있는 미 배출의 정액들을 입으로 끄집어내고 혀로써 음미하는 승희, 그녀는 진정한 요부이자 정액의 소물리애 였다.
“어어...”
“한번 더 하자!!”
쾌감에 몸서리치는 사내의 표정이 오늘따라 몹시 귀여워 보였던지, 승희는 손으로 사내의 음낭을 주무르며, 혀를 이용해 재충전의 시간도 없이, 그 젊고 싱싱한 자지에 리턴매치를 제안한다.
“왜 자신없어?”
“아니!!! 몇 번인들 못하겠냐... 이렇게 섹스러운데...흐흐”
승희는 지난 밤 부킹했던 5살 위의 사내보단 오늘 만난 이 2살 아래의 사내가 테크닉은 부족해도 더 여러번 불타오를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오랄의 강도를 높인다.
그렇게 부평역 인근 한 모텔의 밤은 뜨겁게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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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11일 금요일 아침]
따듯한 아침 햇살이 승희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빰빠바바바 빰 빰빰빰”
시끄러운 핸드폰 알람소리가 승희의 아침 단잠을 깨운다.
“아이... 시끄러워...좀 만 더 자자 더 자...”
승희는 아침잠을 투정하는 어린아이처럼 핸드폰 알람소리가 울리는 탁자위를 만지작 거렸다. 하지만 승희의 생각보다 핸드폰이 꽤 멀리 있었던터라, 피곤에 찌든 얼굴로 겨우겨우 침대에서 일어난다.
“아 개새끼 좋다고 할땐 언제고, 아침에 깨우라고 했더니 지 혼자 홀랑 가버렸네... 여튼 어린새끼들은 책임감이 없어... 섹스 할때만 개처럼 달려들구... 으휴!!”
사실 간밤의 사내는 새벽녘에 일어나, 해장국이라도 먹으며, 지난 밤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섹파 제의를 다시 해볼 요량으로 승희를 여러번 깨웠지만, 짜증까지 내며 다시 잠들어 버린 승희였다. 하지만 비몽사몽간의 일이라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지, 승희는 그저 투덜대며 핸드폰을 열어 알람을 끄고 시간과 날짜를 확인한다.
“아 참!!! 어제는 목요일이었지!!! 내 정신 좀 봐 출근 해야지 출근!!!”
승희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핸드폰을 침대위에 내 던지고, 모텔 화장실로 직행한다. 간단하게 세수만 하고 화장은 아침 출근길 버스안에서 하면 될 터였다. 다행히 승희가 혼자 사는 오피스텔이 회사 출근길 중간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옷은 잠깐 들러서 갈아 입기만 하면 됐다.
“띵똥!”
어느새 오전 8시, 이제 막 모텔에서 뛰쳐나와, 갈 길 바쁜 출근전쟁을 시작하려는 승희에게 누군지 알 수 없는 문자 하나 전송됐다.
‘내일 한국과 그리스 월드컵 예선, 전반 1:0, 후반 한국 2:0승리 스포츠 토토로 반드시 배팅하시오!!’
2002년 꿈만 같은 월드컵 4강 신화!, 비록 2006년엔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강호 프랑스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등, 대표팀의 연이은 선전으로 올해 역시 월드컵 열기는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제 아무리 축구에 문외한인 승희라도 월드컵때문에 사람들이 들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대한민국 파이팅이라든지, 어디에서 모여 함께 응원하자는 등의 일반적인 응원문구가 대부분이었지, 마치 경기 결과를 미리 알고 있다는 식의 문자를 보내는 사람은 본적이 없었다. 게다가 발신인 번호를 보고 아무리 떠올려봐도 앞번호 뒷번호 모두 처음보는 번호였다.
‘내일 경기 결과를 미리 알 수 있으면 이런걸 왜 남에게 알려줘 혼자 알고 부자되지 병신 새끼... 어제 그 놈인가? 아니야 내 번호 안 알려줬는데...’
승희는 큰 고민 없이 그 문자를 의례히 이맘때쯤이면 날아오는 스팸문자중 하나라고 단정지었다. 하루에도 수십통의 스팸문자가 날아오는 스팸문자의 대 홍수 시대에 살고 있는 승희에게 이런 문자따위는 그닥 대수로운 일도 아니었다. 안그래도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을때면 어김없이 하루에도 십수통씩 날아오는 것이 바로 이 스팸문자다. 대출을 믿고 맡기라는 김하나 팀장부터 여자인 승희에게도 비아그라를 팔고 싶어하는 ㅇㅇ상사, 걱정말고 대출받으라는 산와머니... 비단 승희 뿐만이 아니라 많은 현대인들이 스팸문자의 바닷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여튼 통신사 개새끼들이 문제야... 지들이 충분히 걸를 수 있을건데, 돈 벌 생각으로 이거 다 그냥 놔두는거 아니야? 문자 발송비용 받아 처먹을려고!!!”
승희의 투정은 스팸문자를 걸러내지 않고 발송토록 묵인하고 있는 통신사를 시작으로, 그러한 경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한 현 정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까지 두루 이어졌다. 하지만 그러한 비판은 그닥 오래가지는 못했다. 어느새 그녀가 탄 버스가 회사 인근에 당도했고, 승희는 재빨리 핸드백속의 지갑을 꺼내 버스 후문에 부착되어 있는 전자식 카드 승차기에 가져다 댔다.
‘삑’
‘어휴 이거는 왜 꼭 두 번씩 찍어야 되는거야!!!’
잠시 멈추는 듯 했던 승희의 불평불만에, 버스를 타고 가봐야 얼마나 간다고, 탈 때 한번 내릴 때 한번 꼭 이렇게 두 번씩 카드를 가져다 대게 만들어 놓은 버스 환승 정책 입안자들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이는 아마도 현재 시간이 회사 출근 시간인 9시에 가까워질수록 더 거칠고 험악해 질 것이 분명했다.
커다란 회전문을 지나 승희는 엘리베이터 앞에 당도했다. 꼭 출근이 조금 늦은 날이면 엘리베이터는 저만 치 높은 곳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한다. 17층 15층 내려오다가 이내 13층쯤에 멈춰 있는 야속한 엘리베이터... 승희는 어떤 놈이 저렇게 붙잡고 놔주질 않는지 정말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다년간(?)의 인생경험을 통해 지금은 그런 넋두리를 늘어 놓는 것보다 당장 핸드백 안의 파운데이션을 꺼내 혹 출근길에 떡져있을지 모를 화장을 바로잡는 것이 더 급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여~ 승희씨 좋은 아침!!”
사무실에 당도하자 어떻게든 승희를 자빠뜨려 볼까하고 지난 회식때부터 줄 곧 앵겨오는 칙칙한 노총각 서대리가 먼저 다가와 기다렸다는 듯이 인사를 한다. 하지만 밖에서완 달리 회사내에서만큼은 콧대 높고 도도한 것으로 유명한 승희이기에, 서대리의 인사 따윈 무시한 채 재빨리 자신의 자리로 걸어와 앉는다.
“서승희씨!! 도대체 지금이 몇시야!!”
“과장님 아직 9시 안 됐는데요!”
“아니 승희씨가 지금 뭐 공무원이야? 9시 땡쳐야 오게!!”
“아니... 저... 그게...”
조금 더 일찍 일찍 다니라는 지루한 과장의 훈시로 시작한 아침은 길었다. 아직도 출근시간인 9시까지는 무려 1분 15초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과장은 승희에게 너만 출근이 늦는다며 타박이다. 매일 황금같은 아침잠을 버리고 30~40분 이나 일찍 나와 업무준비를 하라는 과장의 고리타분한 설교가 승희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슨 쌍팔년도야? 새벽부터 회사나와서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하던 새마을 운동이라도 해야되냐구!!!’
“이봐 서승희씨 듣고있나?”
승희가 딴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인지 아니면 20년 가까운 회사원의 직감으로 그냥 넘겨집은 것인지, 대머리 김과장은 의혹가득한 얼굴로 승희를 노려본다. 하지만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승희는 아니다. 승희는 깜짝 놀란 표정을 억지로 감추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애교를 총 동원하여 입꼬리를 최대한 위로 올려 붙이며 대응한다.
“아잉 과장님~~ 앞으로는 일찍 일찍 다닐께용~~!”
“그래! 내가 두고보겠어”
“걱정마세요!!! 과장님 오늘따라 타이가 너무 멋지세요~”
“에헴...그래? 하하하 나야 뭐...하하하 암튼 일 하고! 일찍 다녀!!”
“네 과장니임~~”
칭찬에 약한 대머리 과장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자, 승희는 입이 댓발 나온 표정으로 컴퓨터를 켠다. 간단하게 오늘 결재받을 서류가 들어있는 한글 파일 하나를 띄워놓고, 곧바로 지인들이 등록되어있는 메신져에 로그인을 한다. 바쁘고 복잡한 업무는 대부분 남자직원들이 하게 마련이다. 평상시 그녀의 주된 업무는 장부를 정리하거나, 아니면 손님이 왔을 때 웃으며 커피를 내가는 것이 전부였기에, 보통의 근무시간은 대부분 한산한 편이다.
“인터넷 쇼핑을 할까 아니면 연예기사나 보면서 웹서핑을 할까?”
승희에겐 매일 아침 그것이 상당히 중대한 고민거리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던데... 백화점이랑 해외 직구매 사이트엘 들어가서 오늘 세일상품부터 쭉 한번 훑어볼까? 아니면 점심시간이나 중간 티타임에 다른 여직원들과의 풍성한 화제거리 준비를 위해 연예면 가쉽기사를 볼까?’
햄릿이 통곡하며 외쳤다는 To be or Not to be의 고뇌처럼 승희의 고심이 깊어진다. 수분여의 장고 끝에 승희는 당장 자신의 통장 잔고가 얼마 남지 않았고, 카드 대금 결제일이 코앞이라는 현실적인 고민에 당도한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나는 새가 되기를 포기한 승희는, 여직원들간의 교우관계 향상에 큰 도움이 되는 연예가 정보 확보를 위해 익스플로러를 열고 포털사이트에 접속한다.
“어디보자 오늘의 메인기사는... 흠...”
월드컵 열풍 탓인지, 주요 포털의 기사 대부분은 모두 축구에 관한 것이었다. 하다못해 연예면도 축구선수 누구누구와 연예인 누구누구의 가쉽기사가 여럿 올라와 있었다.
‘연예인 축구응원단 남아공입성’
‘축구스타 박ㅇㅇ 신인 연기자 한ㅇㅇ과 충격 열애’
‘연예인 축구팀 주장 최ㅇㅇ 국가대표팀과 한판 붙자!!’
사실 국가대표 경기나 월드컵 빼고는 축구를 거의 보지 않는 승희에게도, 내일 경기는 큰 관심거리였다. 월드컵 예선 첫 경기이자 한국 대 그리스전... 2002월드컵을 직접 경험한 세대들에게 축구란 생활 가까이에 와 닿는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월드컵 기간만큼은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흥분의 매개체였다.
“자자!!! 여러분 모두 주목하세요!!”
사무실 중앙에 여직원들 사이에서 떠벌이로 통하는 장대리가 걸어나와 그 특유의 광대 기질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킨다!
“여러분!!! 오늘 한국 대 그리스 경기 있는거 다들 알고 계시죠? 이게 또 그냥 이렇게 경기만 보면 재미가 없어요 재미가!! 자!! 그럼 무엇이 우리를 즐겁게 할 거냐~~하면!!! 자!!! 바로 이거!!! 그래 이거!! 점수 및 승리팀 맞추기 내깁니다 여러부~~운!!”
사람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재주 한가지 정도는 있다. 인물이 좋은 것도 아니요, 학벌이 좋은 것도 아닌 장대리의 재주는 아무래도 이 입담이었다. 장대리는 익살스러운 표정과 탁월한 말빨로 순식간에 좌중의 분위기를 휘어 잡는 것 만큼은 국가대표 선수였다.
“에이 뭐예요... 그러다 다 틀리면 저번처럼 장대리님이 다 꿀꺽 하시는거 아녜요?”
사무실의 다른 여직원 서지영씨가 장대리를 향해 눈을 흘기며 말한다.
“하하하하 죄송죄송... 저번에 아시아 최종예선전때는 제가 깜빡 한거구요! 결국 제가 다 토해내지 않았습니까!! 하하하 어이구 내 돈!! 그냥 내장에 끼어있는 찌꺼기까지 몽땅 다 털어내고, 저는 이미 개가천선하여... 그러니까 제가 술먹으면 개니까 천번 착한 일을 하면 용서 받는다는... 흐흐흐흐 여튼여튼 여튼!!! 나 이사람 믿어주세요~”
장대리가 전 대통령 노태우 흉내까지 내며 희한한 제스추어를 취하자, 누구랄꺼 없이 사무실 직원 모두 웃음을 터트린다. 이런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한껏 고무됐는지 대머리 김과장마저 자리에서 걸어나와 장대리의 장단에 맞춰 직원들을 부추기기 시작한다.
“그래 그래!! 이번엔 아주 화끈하게 가자고 화끈하게!!!”
“그럼요 그럼요!!! 자 지금부터 제가 종이를 돌릴테니까 마음에 드는 스코어와 승리팀 그리고 본인 이름을 적어서 돌리시기 바랍니다! 미리 말하지만 무조건 5만원 빵입니다. 더 걸고 싶어도 오만원, 덜 걸고 싶어도 오만원,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오만원!!! 자 오만원~~ 되겠습니다!!”
“장대리님! 너무쎄요!!”
“어허!! 위험부담이 있어야 그만큼 승리의 열매가 달콤한 법이랍니다 흐흐흐 이거 이거 지난번처럼 만원 이만원 해봐야 누구 코에 붙일 것도 없어요!! 암요 없죠!!!”
“그래도 너무 쎈데..”
“아니 서지영씨 인생 한방이야 한방 그렇게 배포가 작아서야 이거 큰 일 하겠어?”
“저는 큰일 안해도 되거든요?”
“무슨 소리야 보이즈 비 엠비씨즈 몰라? 소년이여 엠비씨를 봐라!! 지영씨도 걸즈 비 엠비씨즈 해야지!!”
장대리가 지영씨와 설전을 벌이는 사이, 직원들의 승부 예상이 적힌 종이가 돌고돌아 어느새 승희의 앞까지 도달한다. 이걸 적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승희가 고민하는 사이, 서지영과의 설전을 끝마친 장대리가 재까닥 달려와 말한다.
“승희씨 모해 어서 적어!!! 혹시 알아 우리 부서 직원만 13명이니까 1등하면 본인 돈 빼고도 60만원이야!! 60만원!! 대박! 대박!!!”
“어휴~~ 전 이런거 한번도 안 맞던데...”
“에이~ 재미로 하는거지 뭐!! 어서 적어! 만약 내가 당첨되면 그냥 안삼키고 1차, 2차, 3차 다 쏠테니까! 승희씨는 당첨되면 입싹 딱아 괜찮아!! 흐흐흐흐 대신에 빠질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고! 과장님 지시로 우리부서 전 직원 다하고 있으니까 자! 자! 다른 분들도 모두 단체의식을 가지고 참여합시다 참여!!! 우리는 하나다!!! 하나!!”
“그래 승희씨 언넝 적어 언넝! 다음사람 기다리네”
김과장까지 다가와서 장대리를 거들고 나서자 승희는 몹시 난처했다. 사실 승희는 이런 내기에서 그닥 재미를 본 적이 없던 터라, 빠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장대리가 워낙에 앞장서서 난리를 치는데다, 평소 동네 조기축구회 부동의 스트라이커임을 강조하는 대머리 김과장까지 나서서 성화를 부리니 울며 겨자먹기로 5만원 날린다는 심정으로 대충 적어내기로 한다.
‘아 맞다... 아침에 문자... 어차피 안될꺼 그거대로나 적어볼까? 몇 대 몇 이었지? 여튼 마지막에 한국이 2:0으로 이긴다고 했었던거 같은데...“
승희는 아침에 왔던 스팸문자를 기억해 내고, 종이에 [한국 2:0 그리스]라고 예쁜글씨로 또박또박 기입한다.
“어이쿠!!! 승희씨 글씨도 이쁘고, 몸매도 이쁘고, 얼굴도 이쁜 우리 우리 승희씨! 이거 아쉽게도 안전빵으로 가네... 이렇게 해서는 배당이 낮아요! 화끈하게 한방에 먹을려면 좀 독특한 점수를 쓰는걸 권하고 싶은데... 흐흐흐 이를테면 한국 대 그리스 35:0!!! 같은거 말이야! 흐흐흐”
“35대 0도 있어요?”
장대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승희에게 농을 걸자 김과장이 웃으며 나선다.
“장대리! 승희씨 축구 모른다고 장난치지 마!!”
“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하하하 3:0이나 5:0을 권합니다. 옛날에 히딩크 감독 초창기 별명이 또 오대영 감독 아니었겠습니까?”
“됐어요 저는... 그냥 이걸로 할래요 축구도 잘 모르고...”
“그래 그래!! 어차피 안전빵 점수도 2:1, 2:0, 1:0 0:1 0:2, 1:2 다양하니까 적어적어 그래도 아직 한국 2:0은 승희씨밖에 없네, 자 여러분 안전빵은 승리의 기쁨도 적고, 이런 큰 경기일수록 이변이 많이 일어난다는 속설을 제가 또 한번 강조해 드립니다! 내가 좋아하는 우리 서지영씨는 그래도 35:0 오케이? 하하하!!!”
“장대리님!!!!”
서지영씨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를 지르자, 장대리는 더욱 신이난 표정으로 종이를 들고 다음 직원을 향해 간다. 얼핏보니 벌써 다양한 점수가 씌여져있었는데, 마침 승희가 적은 2:0의 한국 승리는 아직 없었다.
‘에휴... 보나마나 또 꽁돈 5만원만 날리겠구나...’
마침 돈 얘기가 나와서인지 그 순간 승희의 머릿속엔 다음달 밀려올 카드 값이 떠올른다. 승희에게 월급은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항상 스쳐 지나가는 것에 불과했다. 처음엔 과도한 쇼핑 탓에 약간 오바되어 몇 개의 카드로 돌려막기를 한 것 뿐이었는데, 그것이 점점 더 불어나 카드가 계속 늘어나고, 어느새 승희의 목을 졸라오고 있었다. 주체 할 수 없는 카드값에 승희는 한숨만 내쉴 뿐 당장 아무런 대책도 없는 실정이었다. 아마 이대로 계속 돌려막기를 하다간 곧 스팸문자나 보내는 김하나 팀장이나 산와머니를 통해 대부를 받는 것도 남의 일만은 아니었다.
승희야 카드값 결제일이 코 앞이었기 때문에 시간아 멈춰라 하고 외치지만, 늘 그렇듯이 시간은 이럴 때 일수록 더 매정하게 잘도 지나간다.
“아 짜증나 친구랑 나이트나 가야겠다.”
그렇게 승희의 하루는 또 지나간다.
[2012년 6월 12일 토요일 오후]
직장인들의 영원한 동반자라는 황금같은 토요일... 승희는 전날 과음을 한 탓인지 완전히 뻗어 있다가 저녁 늦게나 돼서야 겨우 일어난 참이었다. 나이트에서 부킹한 사내와 뜨거운 밤을 보내고, 한잔 만 더 하자는 사내의 이야기에 인근 포장마차에서 아침까지 술을 마시고, 필름이 완전히 끊겼다. 그래도 불행중 다행으로 귀소본능은 남아있었는지, 화장도 지우지 않은 채 잠들었다가 이제 막 깬 것이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전화벨이 울린다. 아직 잠이 덜 깬 승희는 아무 생각없이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승희씨 나야... 뭐해?”
“예 누구?”
“누구긴... 우리 승희의 수호천사 서대리지!”
몇 달째 승희에게 구질구질하게 구애를 해대는 노총각 서대리였다. 승희는 목소리만 들어도 진저리가 나는지 전화를 끊으려 하지만, 구질구질한 노총각 서대리는 승희에게 자신이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라도 되는양 함께 저녁이나 먹고 영화나 보자며 1:1 대인마크를 시도한다.
어머니가 아프셔서 집에 가봐야 한다는 승희의 절묘한 프리킥이 날아가며 간신히 전화가 끊어지는가 싶었지만, 곧 몸이 아픈데는 몸보신이 왔다라며 최고급 한우세트를 하나 사들고 장모님을 찾아뵙겠다는 이 찰거머리 수비수의 지독한 태클이 승희를 난처하게 했다.
“아 쫌!!! 댁이 왜 우리엄마를 찾아가요!!”
“아...진짜 승희씨 그러지말고 나 좀 좋게 봐봐 나 괜찮은 사람이야!! 통장도 여러개 있고 진짜 성실하고 진실한 사람이라니까!!!”
“아 됐구요 서대리님은 제 스타일이 아니라니까요 아 진짜 갑자기 두통이 다 몰려올라고 그러네!!”
“왜 내가 옷을 아저씨처럼 입어서 그래? 내가 좀 꾸미면 되잖아! 내가 안꾸며서 그래! 나도 좀 젊게 하고 나가면 다들 20대 중반인줄 알아!”
“아이고...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세요 됐구요 저 지금 머리가 너무 아프니까요 당장 전화 끊으세요!”
“아 승희씨! 승희씨!!! 내가 두통약 사들고 갈께잉!! 승희씨!!”
“끊습니다. 으구~ 두야!!”
역시 이런 찰거머리 수비수를 제끼는데에는 두통같은 헐리우드 액션이 제격이었다. 승희는 휴대폰을 들고 노총각 서대리의 이름을 찰거머리로 바꿔 저장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서대리는 늙수구레한 얼굴에다 덩치만 컷지 사람이 맥아리가 없었다. 한마디로 승희가 딱 싫어하는 스타일의 결정판이다. 승희든 누구든 여자라면 자고로 자신을 리드하는 나쁜남자 스타일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서대리는 전형적인 초식동물 스타일이었다.
게다가 옷이라도 잘 입고 다니면, 공짜 영화에 밥이라도 얻어먹을 요량으로 불러내 놀아 볼까? 하고 고민이라도 해볼만 한데, 노총각 서대리는 늘 후질근한 양복에다 배까지 불룩 튀어 나와서 승희가 좋아하는 요즘 스타일의 댄디함과는 한참 거리가 먼 사람이다.
“으이구... 쪽팔려서 같이 댕길수나 있겠니? 내가... 너랑? 어휴... 천년 만년을 기다려봐라 내가 너랑 손이라도 한번 잡나!!”
승희가 서대리에 대해 악담을 퍼붓고 있을때쯤 전화벨이 울린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승희는 짜증스러웠다. 찰거머리 서대리가 또 전화한것임에 틀림 없을거라는 확신이 승희의 머릿속에 가득하다. 승희는 전화기를 아예 뒤집어 놓은 채 화장실로 달려가 지금 이순간에도 자신의 피부를 무겁게 짙누를 지난밤의 화장을 지워본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두 번째 전화벨이 울린다.
승희는 극히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전화기를 낚아채 냉랭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아 진짜 서대리님! 됐다니까요!!!”
“아... 저기 승희씨 미안 나는 승희씨가 오매불망 기다리는 서대리가 아니고 훨씬! 훠얼씬 더 잘생기고 샤프하고 멋진 유부남 장대리 오빠야 흐흐흐 왜! 총각인 서대리가 아니라서 실망했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니 장대리가 맞는 듯 했다. 승희는 깜작 놀라며 말했다.
“아 죄송해요 저는 또 서대리님이 귀찮게 전화한 줄 알고... 죄송합니다. 근데 장대리님이 어쩐일이예요 주말에!!! 우리 따로 연락하는 사이 아니잖아욧!!”
“아 이런 럴수 럴수 이럴수가!! 승희씨 오늘 축구 안 봤나보네?”
“축구요? 축구 새벽에 안해요?”
“무슨 소리야! 정말 여자들이란... 도대체가 관심이 없어요 관심이!! 이런 국가의 중차대한 사안에 관심이 없으니 나라 꼴이 여적 이꼴이지 이꼴이야!!”
“됐구요 저 아직 숙취로 아니 암튼 머리 아프니까 본론만 말하세요!”
승희는 찰거머리 서대리에 이어 떠벌이 장대리의 전화까지 받으니 간밤의 숙취에 두통까지 더해져 골이 다 띵했다.
“승희씨 당첨됐는데 몰랐나보네 내가 괜히 전화했구만 크크크 이거 뭐 충성스런 최초의 제보자에게 쫌 떼어줘도 돼~~ 흐흐흐”
“뭔 당첨이요! 자꾸 스무고개 하듯이 말하지 말고 딱 말해요!”
“어? 정말 몰랐나보네 오늘 축구! 한국이 그리스 2:0으로 발랐잖아!! 하하하 세상이 난리도 아닌데 이거 참... 답답하구만 지금 당장 TV틀어서 뉴스 좀 봐 뉴스 좀!!!”
“예? 그럼...”
“그래... 이거 2:0이면 한번 걸어볼만한 스코어인데 어찌 한놈도 없누...아휴... 내가 5:0 말고 2:0에 걸었으면 승희씨랑 딱 반땅인데!!! 됐어 승희씨 혼자 60만원”
다음편에 계속...
p.s 2002년만큼은 아니겠지만 지난 2010년 월드컵을 추억하면서 보시면 재미있을 겁니다.
초식동물을 총 25편으로 완결 내고, 새로이 연재를 시작합니다.
첫 연재때만큼이나... 걱정과 설레임이 몰려오네요...
초식동물은 가벼운 로맨스 물인데다, 쓰기 편한 1인칭 시점이라
부담없이 시작했지만, 두번째로 연재하는 육식동물 욕망의 덫은
편하게 보실 수 있는 로맨스물도 아니고... 장르도 애매해서
과연 전작만큼 많은 분들에게 어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습니다.
초식동물때도 그랬지만, 정사신이 많은편이 아니라,
그 쪽에 중점을 두시고 보시는 분들께는 죄송스러운 부분도 많네요
짧게 5~7부작 내에서 완결 될 것 같습니다.
제 딴엔 욕심을 내어 도전하는 두번째 연재물이니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야잘잘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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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초식동물 에필로그에 붙여넣었던 예고편과 다소 달라진 내용이 많습니다.
퇴고하면서 살도 붙이고 수정도 하고 했으니, 보신부분 건너뛰시지 마시고
찬찬히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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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동물(肉食動物)
- 욕망의 덫-
[소설속 등장하는 스포츠 토토 규정 혹은 월드컵 실제 경기 일정은 현실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0년 6월 9일 목요일 밤]
인천 부평역 인근의 어느 모텔...
이름모를 남자의 손이 승희의 가슴을 거칠게 움켜쥐자 승희는 달아오르는 욕망을 참지 못하고 거친 신음성을 토해낸다.
“허억... 흐응... 흑!!!”
직장생활 5년차이자, 이제 겨우 25살이된 이 아가씨의 이름은 서승희였다.
여자의 아름다움이란 무릇 20대를 기점으로 점점 사그라들게 마련이지만, 그 육체의 농염함만큼은 한참을 더 익은 후인 30대 중반이 돼서야 비로소 그 진정한 과실을 맺는다. 하지만 초목의 꽃 피움에도 그 시기가 제 각각이고, 과실의 무르익음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으니, 때론 바둑의 천재 이창호가 이른 나이에 반상을 평정했 듯, 육체의 농익음이란 화두를 십년은 먼저 깨닫는 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지금 육체적 욕망이란 명제에 최대한 충실한 채 신음성을 토해내는 승희가 바로 그러했다.
아직은 외면의 아름다움만이 한창 절정으로 치달을 시기인 25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육체는 농익을대로 농익은 미색(美色)의 결정체였다.
사무실에서의 회사원 승희와 퇴근 후 사복을 입었을 때의 일반인 승희는 그야말로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물론 회사에서도 그 타고난 색기를 감출 순 없었기에, 마땅히 정숙한 보통의 여직원들처럼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회사업무가 끝난 뒤 땅꺼미가 꺼질 즈음이면 몇몇 여자들이 그러하듯 전혀 색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시작한다.
회사의 사규에 맞춰 재단한 무릎을 덮는 거추장스러운 스커트는 바닥에 나뒹굴고, 무릎 위를 지나 한참 올라오는 짧은 미니스커트로 그녀는 매끈한 자신의 두 다리를 드러낸다. 하지만 무릇 사내들이란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아슬아슬한 스릴에 더 환장하기 마련임을 아는지, 검은색 망사 스타킹을 허벅지 끝까지 올려입어 스스로의 탐미안을 만족시킨다. 상의는 보통 가슴이 깊게 패인 얇은 티셔츠를 입는데, 반짝거리는 장식들이 잔뜩 붙어있어 클럽의 조명이 제대로 반사되는 날엔 그녀 주변의 모든 남자들이 눈을 비비며 그녀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물론 가슴의 반짝이는 장식들이 그 빛의 반사를 마칠 때 쯤이면, 티셔츠 속에 숨어있던 탄탄한 가슴의 골짜기를 한껏 드러내 뭇 사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금 그녀의 머리통을 붙잡고 연신 자신의 사타구니로 쑤셔박고 있는 이 건장한 남자도 오늘밤 클럽에서 처음 만난 남자다. 사무실에선 제법 도도하고 콧대높은 척 하는 그녀지만 직장생활 5년차의 스트레스를 가슴에만 품어두기엔 농익은 육체의 뜨거움이 남다르다. 깊고 길게 가는 그런 일반적인 연애관계 따윈, 이미 오래전에 졸업한 이 당돌한 아가씨는 종종 클럽에서의 원나잇을 통해 이렇듯 뜨겁고 화끈한 밤을 보내고 있었다.
“아 너무 누르지마 숨막혀!!”
“아 미안... 니가 빠는데 너무 좋아서 그만...흐흐흐”
“왜 니 불알 혀로 굴려주니까 그렇게 좋아?”
“씨발 존나 좋아”
“니 좆대가리 진짜 크다 너 몇 살이니?”
“나 23... 넌...”
“나 25... 잠깐만!!! 절대 누나라고 부르지마! 나이들어보이는 거 싫으니까! 안그래도 회사에서 신입사원들 들어오면서 귀요미 자리도 뺏겼는데...”
“흐흐흐 그래 씨발... 자지나 빨리 마저 빨아줘”
“흐으음...”
승희의 혀가 남자의 자지를 연신 핥아댄다. 겨우 25살이지만, 처음 남자의 불알을 빨아본 것이, 보통 남자들이 처음 당구를 접한다는 16세쯤인지라, 잔뼈굵은 노장의 십년 구력(球力)에 맞먹는다. 지금도 입술과 혀의 요망한 큐대질로 사내의 불알을 공 삼아 입안 가득 쓰리쿠션을 돌린다.
당구장 알바 1년만 해도, 저 공을 어느쪽으로 돌려야 쿠션이 가능한지 알게 마련이다. 승희는 제 혀가 돌아갈때마다 들썩거리는 사내의 골반을 보며, 음낭 공략이 이 사내의 성감대임을 깨닫고, 구력 10년의 노하우를 총 동원해 야금야금 불알 밑둥까지 뽑아 먹을 기세로 흡입을 거듭했다.
여느 당구장이나 붙어있는 불세출의 격언이라면, 무릇 누구나 ‘300이하 맛세이 금지’를 떠올릴 것이다. 프로 당구선수만큼이나 걸출한 승희의 테크닉에 맞서려면 사내 역시 걸출한 대물이거나, 아니면 여성편력이 남다른 호색한이어야 할텐데, 이 스물 세 살의 애송이는 또래의 여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승희의 구력에 금방이라도 사정할 듯 꺼떡거리며 쿠퍼액을 쏟아내기 바빳다. 다행히 승희가 그 노련한 경험을 바탕으로 분출 직전 그 찰나의 순간에 그의 자지에서 입을 뗏고, 남자의 귀두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것이 창피한지 피가 잔뜩 몰린 제 얼굴을 더 붉게 물들이며 꿈틀댄다.
승희의 타액과 쿠퍼액이 범벅되어 번들거리던 귀두는 그 첫 번째 사정의 조짐을 아슬아슬 참아낸 뒤, 다시 심기일전하여 자신이 가진 가장 큰 무기인 강직도를 살려 다시 우뚝선다.
싱그러운 젊음의 단단함은 경험에 맞설 수 있는 가장 호기로운 무기였다. 하지만 승희의 노련함에 정면 돌파시 초반 사정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이미 습득한 사내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인 유화책을 승희에게 건네 본다.
“니꺼도 빨아줄까?”
“아 싫어... 난 누가 내꺼 빠는거 창피하더라... 그냥 너만 받어...”
프로들이란 쉬운길을 어렵게 돌아가지 않는 법이다. 승희의 거절에 머쓱해진 사내가 아쉬운 표정을 뒤로하고 이야기한다.
“흐흐... 그래 그럼 난 니꺼 함 빨아보고 싶은데... 그치만 뭐 가끔 그런 애들 있더라, 근데 왜? 혹시 냄새날까봐? 난 괜찮아~~”
“시끄러 나 확 옷 입고 가버린다?”
“오오 알았어 알았어!! 진정해!”
사실 승희는 예전 남자친구와 섹스중에 보지에서 오징어 썩는 냄새가 난다는 지적을 받고 멘붕이 된적이 있었다. 물론 그땐 몸살이 나서 몸이 극도로 안 좋았고, 냉도 심해서 그런거였지만, 여자라는 동물은 본시 작은 상처에도 예민하게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승희는 그 후 남자친구든 원나잇이든 절대 다른 남자 얼굴에 가랑이를 벌려본 적이 없다. 이미 그 일이 벌써 2년전의 일인지라, 요즈음은 한번쯤 예전처럼 사내의 얼굴을 제 사타구니로 깔아뭉갠 채 몇 시간이고 빨려 보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했지만, 아직은 조금 조심스러웠다.
“넣는다...”
“난 약올리는거 말고 첨부터 존나 세게 박아주는게 좋아 철퍽철퍽하면서!”
“와!! 너 존나 색골이네!! 크크크 나 빨리 싸도 모른다!”
“안돼! 안돼!! 세게 하면서 오래 오래!! 흐흐흐 난 제일 짜증나는게 조루새끼들이야! 아까 너 꺼떡거리는게... 금방 쌀 거 같아서 내가 급하게 입 뗀거 알지? 넌 불알이 성감대인거 같더라 크크크”
“흐흐흐 좋아 좋아 뭐 오늘 애국가 한번 옴팡지게 불러보지 뭐!! 자 간다!! 동해 물과 백보지가 마르고 닳도록~~”
어느새 승희의 손이 남자의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어루만진다. 제아무리 경험이 일천한 사내라도 그것이 어서 넣어달라는 신호라는 것쯤은 알게 마련이다. 사내는 내기 당구의 마지막 일구를 때리기 전처럼 깊게 심호흡을 하며, 자신의 성기를 앞뒤로 살살 흔들며 승희의 보지를 정조준 한다. 이미 애액이 한 바가지는 흘렀는지 침대 시트가 흥건했고, 사내의 엉덩이를 잡아 당기는 승희의 손힘이 예사롭지 않다.
사내에게 조루의 공포를 안겨준건 아마 첫 경험 이후 23년 평생에 승희 하나뿐이리라...
잠깐의 심호흡이 끝나자 사내는 자신의 큼지막한 귀두를 승희의 농익은 보짓살 사이로 천천히 집어 넣는다.
“세게... 세게...박아줘...흐윽”
“아...썅년 존나 밝히네...흐흐흐 물이 하도 많이 나와서 입구에서부터 저항도 없이 쑥 들어가는게... 완전 색녀네...”
“하아! 아아! 아아!! ”
“너 진짜 좋다 우리 계속 연락하면서 섹파할까?”
“하아 아아 아아!!”
“응? 섹파하자구!!”
“싫어 계속 연락하면 구질구질해져!”
당구든 테니스든 뭐든...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고수들이라면 단 한번의 비무 만으로도 상대의 저력을 대번에 알아보게 마련이다. 이미 오랄만으로 KO직전까지 몰린 사내에게 두 번의 기회를 줄 승희가 아닌데다, 실제로도 원나잇 이후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았던건, 몇 년전 승희와 9라운드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다 끝내 힘이 빠지며 판정패 한 30대 중반의 대물남 뿐이었다.
“아 씨발...할 수 없지... 아주 오늘 밤 내가 너 죽여버릴꺼야!!”
“하앙 좋아... 더 세게...”
“와... 니 보지... 진짜 잘 쪼여준다...”
“더 세게... 아웅... 하윽!!”
남자는 승희의 거절에 약간 마음이 상했지만, 당장 눈 앞에서 뜨거운 애액을 흘리며 자신을 독촉하는 승희의 음탕한 육체를 보자, 고민할 시간조차 아까운 듯 거칠게 승희 안으로 돌진하고 또 돌진했다.
“하아앙... 하앙... 니 자지 좋아!! 꽉차는 느낌!!!”
“흐흐흐 니 보지도 진짜 맛있어!! 물도 많고... 안에서는... 꽉꽉 조여...으...”
“나도 귀두 큰게 좋아... 아...”
“오늘 진짜 대박이네... 으...”
격렬한 피스톤질이 승희의 보지속에서 이루어졌다. 뜨겁게 흐르던 애액조차 이 강렬한 움직임을 견디지 못하고 하얗게 산화하여 승희의 항문까지 흘러내린다. 그렇게 남자와 승희 모두 땀으로 범벅이 된채 환희의 절정으로 치달아간다.
“야 씨발... 안에다 싸도 돼?”
섹스 도중임에도 두 눈이 휘둥그래진 승희가 사내의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탁 때리며 외친다.
“안돼 개새끼야!! 안에다 쌀꺼면 빼 빼!!”
“아 알았어 밖에다 쌀게...”
“안에다 싸면 죽여버릴꺼야!!”
승희는 22살 무렵에 딱 한번이지만 낙태 경험이 있었다. 다행히 당시 남자친구가 돈 깨나 쓴다는 집 아들이었기에 수술비용이나 위로비용등을 섭섭지 않게 챙겨주었지만, 산부인과에 가고 의사앞에서 가랑이를 벌린 채 수술을 받은 경험은 승희뿐만 아니라 어떤 여자에게도 추억하고 싶은 기억은 아닐것이다. 때문에 승희는 섹스는 하되 질내사정 만큼은 결단코 용납하지 않았다. 물론 그러면 섹스를 할 때 콘돔을 쓰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콘돔을 쓰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살 닿는 정겨움(?)이 없다는 그녀만의 요상한 논리로 NO 콘돔, 질외 사정을 신조로 살아온 승희였다.
"아... 진짜... 으읍!!!“
건장한 23살 남자의 신선한 정액이 승희의 하얀 몸뚱이 위로 흩뿌려진다. 아직 군대는 다녀오지 않았는지 조준이 서툰 이 소총수는 승희의 가슴과 배, 그리고 골반위에 하이얀 탄흔을 남긴다. 승희가 좀 더 깔끔떠는 엄한 교관이었다면, 일점사를 하지 못한 채, 제 멋대로 탄착군을 형성한 이 어리버리한 신병에게 기합이라도 줬을 테지만, 제 몸이 정액 투성이가 됐음에도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승희는 거친 숨을 내쉬며 미소를 짓는다.
“이거 몸에 좋은거라든데...”
“어?”
승희가 손가락으로 제 배꼽위에 고인 정액을 찍어 입으로 가져간다. 기실 전에 승희가 만난 남자중 하나가 승희의 입안에 사정하고자 그녀에게 되는대로 지껄인 얘기였겠지만, 딱히 신빙성 없는 이야기도 아니었고, 입맛을 다시며 유명한 와인 소물리에라도 된 듯 그 밤꽃향의 액체를 음미하는 승희의 야릇한 모습을 보며, 사실관계를 따질 멍청한 사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저기...”
사내가 뭔가 아쉬움이 남는지 혀로 정액이 묻은 제 입술을 닦아내는 승희를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왜?”
“이대로 한번 더 빨아줄래?”
“히히히... 남자들은 꼭 이런거 좋아하드라? 사정한 후에 정액으로 번들거리는 자기 자지 빨아달라고... 왜 내가 니 정액 먹으면 기분이 좋아져?”
“아.. 아니 난 그저... 니가 좋아하는거 같길래... 그리고 이거 모... 몸에 정말 좋아! 그 뭐냐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흡!!!!”
승희는 남자들이 이렇게 옹색한 변명을 늘어놓을때가 귀엽다. 평소 딱히 쓴맛이 나는 것도 아닐진데 빨아주고 먹어주는 것이 뭐 대수겠냐고 생각하는 승희였기에, 사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들어 조금씩 줄어들 기미가 보이는 우람한 사내의 자지를 덥썩 입에 문다.
“아.... 음...”
“후루룹... 흐읍!”
사내의 음낭에 들어있는 모든 정액을 다 빨아 마시기라도 할 듯, 강력한 흡입력으로 사내의 음경에 남아있는 미 배출의 정액들을 입으로 끄집어내고 혀로써 음미하는 승희, 그녀는 진정한 요부이자 정액의 소물리애 였다.
“어어...”
“한번 더 하자!!”
쾌감에 몸서리치는 사내의 표정이 오늘따라 몹시 귀여워 보였던지, 승희는 손으로 사내의 음낭을 주무르며, 혀를 이용해 재충전의 시간도 없이, 그 젊고 싱싱한 자지에 리턴매치를 제안한다.
“왜 자신없어?”
“아니!!! 몇 번인들 못하겠냐... 이렇게 섹스러운데...흐흐”
승희는 지난 밤 부킹했던 5살 위의 사내보단 오늘 만난 이 2살 아래의 사내가 테크닉은 부족해도 더 여러번 불타오를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오랄의 강도를 높인다.
그렇게 부평역 인근 한 모텔의 밤은 뜨겁게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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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11일 금요일 아침]
따듯한 아침 햇살이 승희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빰빠바바바 빰 빰빰빰”
시끄러운 핸드폰 알람소리가 승희의 아침 단잠을 깨운다.
“아이... 시끄러워...좀 만 더 자자 더 자...”
승희는 아침잠을 투정하는 어린아이처럼 핸드폰 알람소리가 울리는 탁자위를 만지작 거렸다. 하지만 승희의 생각보다 핸드폰이 꽤 멀리 있었던터라, 피곤에 찌든 얼굴로 겨우겨우 침대에서 일어난다.
“아 개새끼 좋다고 할땐 언제고, 아침에 깨우라고 했더니 지 혼자 홀랑 가버렸네... 여튼 어린새끼들은 책임감이 없어... 섹스 할때만 개처럼 달려들구... 으휴!!”
사실 간밤의 사내는 새벽녘에 일어나, 해장국이라도 먹으며, 지난 밤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섹파 제의를 다시 해볼 요량으로 승희를 여러번 깨웠지만, 짜증까지 내며 다시 잠들어 버린 승희였다. 하지만 비몽사몽간의 일이라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지, 승희는 그저 투덜대며 핸드폰을 열어 알람을 끄고 시간과 날짜를 확인한다.
“아 참!!! 어제는 목요일이었지!!! 내 정신 좀 봐 출근 해야지 출근!!!”
승희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핸드폰을 침대위에 내 던지고, 모텔 화장실로 직행한다. 간단하게 세수만 하고 화장은 아침 출근길 버스안에서 하면 될 터였다. 다행히 승희가 혼자 사는 오피스텔이 회사 출근길 중간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옷은 잠깐 들러서 갈아 입기만 하면 됐다.
“띵똥!”
어느새 오전 8시, 이제 막 모텔에서 뛰쳐나와, 갈 길 바쁜 출근전쟁을 시작하려는 승희에게 누군지 알 수 없는 문자 하나 전송됐다.
‘내일 한국과 그리스 월드컵 예선, 전반 1:0, 후반 한국 2:0승리 스포츠 토토로 반드시 배팅하시오!!’
2002년 꿈만 같은 월드컵 4강 신화!, 비록 2006년엔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강호 프랑스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등, 대표팀의 연이은 선전으로 올해 역시 월드컵 열기는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제 아무리 축구에 문외한인 승희라도 월드컵때문에 사람들이 들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대한민국 파이팅이라든지, 어디에서 모여 함께 응원하자는 등의 일반적인 응원문구가 대부분이었지, 마치 경기 결과를 미리 알고 있다는 식의 문자를 보내는 사람은 본적이 없었다. 게다가 발신인 번호를 보고 아무리 떠올려봐도 앞번호 뒷번호 모두 처음보는 번호였다.
‘내일 경기 결과를 미리 알 수 있으면 이런걸 왜 남에게 알려줘 혼자 알고 부자되지 병신 새끼... 어제 그 놈인가? 아니야 내 번호 안 알려줬는데...’
승희는 큰 고민 없이 그 문자를 의례히 이맘때쯤이면 날아오는 스팸문자중 하나라고 단정지었다. 하루에도 수십통의 스팸문자가 날아오는 스팸문자의 대 홍수 시대에 살고 있는 승희에게 이런 문자따위는 그닥 대수로운 일도 아니었다. 안그래도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을때면 어김없이 하루에도 십수통씩 날아오는 것이 바로 이 스팸문자다. 대출을 믿고 맡기라는 김하나 팀장부터 여자인 승희에게도 비아그라를 팔고 싶어하는 ㅇㅇ상사, 걱정말고 대출받으라는 산와머니... 비단 승희 뿐만이 아니라 많은 현대인들이 스팸문자의 바닷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여튼 통신사 개새끼들이 문제야... 지들이 충분히 걸를 수 있을건데, 돈 벌 생각으로 이거 다 그냥 놔두는거 아니야? 문자 발송비용 받아 처먹을려고!!!”
승희의 투정은 스팸문자를 걸러내지 않고 발송토록 묵인하고 있는 통신사를 시작으로, 그러한 경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한 현 정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까지 두루 이어졌다. 하지만 그러한 비판은 그닥 오래가지는 못했다. 어느새 그녀가 탄 버스가 회사 인근에 당도했고, 승희는 재빨리 핸드백속의 지갑을 꺼내 버스 후문에 부착되어 있는 전자식 카드 승차기에 가져다 댔다.
‘삑’
‘어휴 이거는 왜 꼭 두 번씩 찍어야 되는거야!!!’
잠시 멈추는 듯 했던 승희의 불평불만에, 버스를 타고 가봐야 얼마나 간다고, 탈 때 한번 내릴 때 한번 꼭 이렇게 두 번씩 카드를 가져다 대게 만들어 놓은 버스 환승 정책 입안자들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이는 아마도 현재 시간이 회사 출근 시간인 9시에 가까워질수록 더 거칠고 험악해 질 것이 분명했다.
커다란 회전문을 지나 승희는 엘리베이터 앞에 당도했다. 꼭 출근이 조금 늦은 날이면 엘리베이터는 저만 치 높은 곳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한다. 17층 15층 내려오다가 이내 13층쯤에 멈춰 있는 야속한 엘리베이터... 승희는 어떤 놈이 저렇게 붙잡고 놔주질 않는지 정말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다년간(?)의 인생경험을 통해 지금은 그런 넋두리를 늘어 놓는 것보다 당장 핸드백 안의 파운데이션을 꺼내 혹 출근길에 떡져있을지 모를 화장을 바로잡는 것이 더 급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여~ 승희씨 좋은 아침!!”
사무실에 당도하자 어떻게든 승희를 자빠뜨려 볼까하고 지난 회식때부터 줄 곧 앵겨오는 칙칙한 노총각 서대리가 먼저 다가와 기다렸다는 듯이 인사를 한다. 하지만 밖에서완 달리 회사내에서만큼은 콧대 높고 도도한 것으로 유명한 승희이기에, 서대리의 인사 따윈 무시한 채 재빨리 자신의 자리로 걸어와 앉는다.
“서승희씨!! 도대체 지금이 몇시야!!”
“과장님 아직 9시 안 됐는데요!”
“아니 승희씨가 지금 뭐 공무원이야? 9시 땡쳐야 오게!!”
“아니... 저... 그게...”
조금 더 일찍 일찍 다니라는 지루한 과장의 훈시로 시작한 아침은 길었다. 아직도 출근시간인 9시까지는 무려 1분 15초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과장은 승희에게 너만 출근이 늦는다며 타박이다. 매일 황금같은 아침잠을 버리고 30~40분 이나 일찍 나와 업무준비를 하라는 과장의 고리타분한 설교가 승희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슨 쌍팔년도야? 새벽부터 회사나와서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하던 새마을 운동이라도 해야되냐구!!!’
“이봐 서승희씨 듣고있나?”
승희가 딴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인지 아니면 20년 가까운 회사원의 직감으로 그냥 넘겨집은 것인지, 대머리 김과장은 의혹가득한 얼굴로 승희를 노려본다. 하지만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승희는 아니다. 승희는 깜짝 놀란 표정을 억지로 감추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애교를 총 동원하여 입꼬리를 최대한 위로 올려 붙이며 대응한다.
“아잉 과장님~~ 앞으로는 일찍 일찍 다닐께용~~!”
“그래! 내가 두고보겠어”
“걱정마세요!!! 과장님 오늘따라 타이가 너무 멋지세요~”
“에헴...그래? 하하하 나야 뭐...하하하 암튼 일 하고! 일찍 다녀!!”
“네 과장니임~~”
칭찬에 약한 대머리 과장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자, 승희는 입이 댓발 나온 표정으로 컴퓨터를 켠다. 간단하게 오늘 결재받을 서류가 들어있는 한글 파일 하나를 띄워놓고, 곧바로 지인들이 등록되어있는 메신져에 로그인을 한다. 바쁘고 복잡한 업무는 대부분 남자직원들이 하게 마련이다. 평상시 그녀의 주된 업무는 장부를 정리하거나, 아니면 손님이 왔을 때 웃으며 커피를 내가는 것이 전부였기에, 보통의 근무시간은 대부분 한산한 편이다.
“인터넷 쇼핑을 할까 아니면 연예기사나 보면서 웹서핑을 할까?”
승희에겐 매일 아침 그것이 상당히 중대한 고민거리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던데... 백화점이랑 해외 직구매 사이트엘 들어가서 오늘 세일상품부터 쭉 한번 훑어볼까? 아니면 점심시간이나 중간 티타임에 다른 여직원들과의 풍성한 화제거리 준비를 위해 연예면 가쉽기사를 볼까?’
햄릿이 통곡하며 외쳤다는 To be or Not to be의 고뇌처럼 승희의 고심이 깊어진다. 수분여의 장고 끝에 승희는 당장 자신의 통장 잔고가 얼마 남지 않았고, 카드 대금 결제일이 코앞이라는 현실적인 고민에 당도한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나는 새가 되기를 포기한 승희는, 여직원들간의 교우관계 향상에 큰 도움이 되는 연예가 정보 확보를 위해 익스플로러를 열고 포털사이트에 접속한다.
“어디보자 오늘의 메인기사는... 흠...”
월드컵 열풍 탓인지, 주요 포털의 기사 대부분은 모두 축구에 관한 것이었다. 하다못해 연예면도 축구선수 누구누구와 연예인 누구누구의 가쉽기사가 여럿 올라와 있었다.
‘연예인 축구응원단 남아공입성’
‘축구스타 박ㅇㅇ 신인 연기자 한ㅇㅇ과 충격 열애’
‘연예인 축구팀 주장 최ㅇㅇ 국가대표팀과 한판 붙자!!’
사실 국가대표 경기나 월드컵 빼고는 축구를 거의 보지 않는 승희에게도, 내일 경기는 큰 관심거리였다. 월드컵 예선 첫 경기이자 한국 대 그리스전... 2002월드컵을 직접 경험한 세대들에게 축구란 생활 가까이에 와 닿는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월드컵 기간만큼은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흥분의 매개체였다.
“자자!!! 여러분 모두 주목하세요!!”
사무실 중앙에 여직원들 사이에서 떠벌이로 통하는 장대리가 걸어나와 그 특유의 광대 기질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킨다!
“여러분!!! 오늘 한국 대 그리스 경기 있는거 다들 알고 계시죠? 이게 또 그냥 이렇게 경기만 보면 재미가 없어요 재미가!! 자!! 그럼 무엇이 우리를 즐겁게 할 거냐~~하면!!! 자!!! 바로 이거!!! 그래 이거!! 점수 및 승리팀 맞추기 내깁니다 여러부~~운!!”
사람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재주 한가지 정도는 있다. 인물이 좋은 것도 아니요, 학벌이 좋은 것도 아닌 장대리의 재주는 아무래도 이 입담이었다. 장대리는 익살스러운 표정과 탁월한 말빨로 순식간에 좌중의 분위기를 휘어 잡는 것 만큼은 국가대표 선수였다.
“에이 뭐예요... 그러다 다 틀리면 저번처럼 장대리님이 다 꿀꺽 하시는거 아녜요?”
사무실의 다른 여직원 서지영씨가 장대리를 향해 눈을 흘기며 말한다.
“하하하하 죄송죄송... 저번에 아시아 최종예선전때는 제가 깜빡 한거구요! 결국 제가 다 토해내지 않았습니까!! 하하하 어이구 내 돈!! 그냥 내장에 끼어있는 찌꺼기까지 몽땅 다 털어내고, 저는 이미 개가천선하여... 그러니까 제가 술먹으면 개니까 천번 착한 일을 하면 용서 받는다는... 흐흐흐흐 여튼여튼 여튼!!! 나 이사람 믿어주세요~”
장대리가 전 대통령 노태우 흉내까지 내며 희한한 제스추어를 취하자, 누구랄꺼 없이 사무실 직원 모두 웃음을 터트린다. 이런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한껏 고무됐는지 대머리 김과장마저 자리에서 걸어나와 장대리의 장단에 맞춰 직원들을 부추기기 시작한다.
“그래 그래!! 이번엔 아주 화끈하게 가자고 화끈하게!!!”
“그럼요 그럼요!!! 자 지금부터 제가 종이를 돌릴테니까 마음에 드는 스코어와 승리팀 그리고 본인 이름을 적어서 돌리시기 바랍니다! 미리 말하지만 무조건 5만원 빵입니다. 더 걸고 싶어도 오만원, 덜 걸고 싶어도 오만원,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오만원!!! 자 오만원~~ 되겠습니다!!”
“장대리님! 너무쎄요!!”
“어허!! 위험부담이 있어야 그만큼 승리의 열매가 달콤한 법이랍니다 흐흐흐 이거 이거 지난번처럼 만원 이만원 해봐야 누구 코에 붙일 것도 없어요!! 암요 없죠!!!”
“그래도 너무 쎈데..”
“아니 서지영씨 인생 한방이야 한방 그렇게 배포가 작아서야 이거 큰 일 하겠어?”
“저는 큰일 안해도 되거든요?”
“무슨 소리야 보이즈 비 엠비씨즈 몰라? 소년이여 엠비씨를 봐라!! 지영씨도 걸즈 비 엠비씨즈 해야지!!”
장대리가 지영씨와 설전을 벌이는 사이, 직원들의 승부 예상이 적힌 종이가 돌고돌아 어느새 승희의 앞까지 도달한다. 이걸 적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승희가 고민하는 사이, 서지영과의 설전을 끝마친 장대리가 재까닥 달려와 말한다.
“승희씨 모해 어서 적어!!! 혹시 알아 우리 부서 직원만 13명이니까 1등하면 본인 돈 빼고도 60만원이야!! 60만원!! 대박! 대박!!!”
“어휴~~ 전 이런거 한번도 안 맞던데...”
“에이~ 재미로 하는거지 뭐!! 어서 적어! 만약 내가 당첨되면 그냥 안삼키고 1차, 2차, 3차 다 쏠테니까! 승희씨는 당첨되면 입싹 딱아 괜찮아!! 흐흐흐흐 대신에 빠질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고! 과장님 지시로 우리부서 전 직원 다하고 있으니까 자! 자! 다른 분들도 모두 단체의식을 가지고 참여합시다 참여!!! 우리는 하나다!!! 하나!!”
“그래 승희씨 언넝 적어 언넝! 다음사람 기다리네”
김과장까지 다가와서 장대리를 거들고 나서자 승희는 몹시 난처했다. 사실 승희는 이런 내기에서 그닥 재미를 본 적이 없던 터라, 빠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장대리가 워낙에 앞장서서 난리를 치는데다, 평소 동네 조기축구회 부동의 스트라이커임을 강조하는 대머리 김과장까지 나서서 성화를 부리니 울며 겨자먹기로 5만원 날린다는 심정으로 대충 적어내기로 한다.
‘아 맞다... 아침에 문자... 어차피 안될꺼 그거대로나 적어볼까? 몇 대 몇 이었지? 여튼 마지막에 한국이 2:0으로 이긴다고 했었던거 같은데...“
승희는 아침에 왔던 스팸문자를 기억해 내고, 종이에 [한국 2:0 그리스]라고 예쁜글씨로 또박또박 기입한다.
“어이쿠!!! 승희씨 글씨도 이쁘고, 몸매도 이쁘고, 얼굴도 이쁜 우리 우리 승희씨! 이거 아쉽게도 안전빵으로 가네... 이렇게 해서는 배당이 낮아요! 화끈하게 한방에 먹을려면 좀 독특한 점수를 쓰는걸 권하고 싶은데... 흐흐흐 이를테면 한국 대 그리스 35:0!!! 같은거 말이야! 흐흐흐”
“35대 0도 있어요?”
장대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승희에게 농을 걸자 김과장이 웃으며 나선다.
“장대리! 승희씨 축구 모른다고 장난치지 마!!”
“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하하하 3:0이나 5:0을 권합니다. 옛날에 히딩크 감독 초창기 별명이 또 오대영 감독 아니었겠습니까?”
“됐어요 저는... 그냥 이걸로 할래요 축구도 잘 모르고...”
“그래 그래!! 어차피 안전빵 점수도 2:1, 2:0, 1:0 0:1 0:2, 1:2 다양하니까 적어적어 그래도 아직 한국 2:0은 승희씨밖에 없네, 자 여러분 안전빵은 승리의 기쁨도 적고, 이런 큰 경기일수록 이변이 많이 일어난다는 속설을 제가 또 한번 강조해 드립니다! 내가 좋아하는 우리 서지영씨는 그래도 35:0 오케이? 하하하!!!”
“장대리님!!!!”
서지영씨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를 지르자, 장대리는 더욱 신이난 표정으로 종이를 들고 다음 직원을 향해 간다. 얼핏보니 벌써 다양한 점수가 씌여져있었는데, 마침 승희가 적은 2:0의 한국 승리는 아직 없었다.
‘에휴... 보나마나 또 꽁돈 5만원만 날리겠구나...’
마침 돈 얘기가 나와서인지 그 순간 승희의 머릿속엔 다음달 밀려올 카드 값이 떠올른다. 승희에게 월급은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항상 스쳐 지나가는 것에 불과했다. 처음엔 과도한 쇼핑 탓에 약간 오바되어 몇 개의 카드로 돌려막기를 한 것 뿐이었는데, 그것이 점점 더 불어나 카드가 계속 늘어나고, 어느새 승희의 목을 졸라오고 있었다. 주체 할 수 없는 카드값에 승희는 한숨만 내쉴 뿐 당장 아무런 대책도 없는 실정이었다. 아마 이대로 계속 돌려막기를 하다간 곧 스팸문자나 보내는 김하나 팀장이나 산와머니를 통해 대부를 받는 것도 남의 일만은 아니었다.
승희야 카드값 결제일이 코 앞이었기 때문에 시간아 멈춰라 하고 외치지만, 늘 그렇듯이 시간은 이럴 때 일수록 더 매정하게 잘도 지나간다.
“아 짜증나 친구랑 나이트나 가야겠다.”
그렇게 승희의 하루는 또 지나간다.
[2012년 6월 12일 토요일 오후]
직장인들의 영원한 동반자라는 황금같은 토요일... 승희는 전날 과음을 한 탓인지 완전히 뻗어 있다가 저녁 늦게나 돼서야 겨우 일어난 참이었다. 나이트에서 부킹한 사내와 뜨거운 밤을 보내고, 한잔 만 더 하자는 사내의 이야기에 인근 포장마차에서 아침까지 술을 마시고, 필름이 완전히 끊겼다. 그래도 불행중 다행으로 귀소본능은 남아있었는지, 화장도 지우지 않은 채 잠들었다가 이제 막 깬 것이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전화벨이 울린다. 아직 잠이 덜 깬 승희는 아무 생각없이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승희씨 나야... 뭐해?”
“예 누구?”
“누구긴... 우리 승희의 수호천사 서대리지!”
몇 달째 승희에게 구질구질하게 구애를 해대는 노총각 서대리였다. 승희는 목소리만 들어도 진저리가 나는지 전화를 끊으려 하지만, 구질구질한 노총각 서대리는 승희에게 자신이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라도 되는양 함께 저녁이나 먹고 영화나 보자며 1:1 대인마크를 시도한다.
어머니가 아프셔서 집에 가봐야 한다는 승희의 절묘한 프리킥이 날아가며 간신히 전화가 끊어지는가 싶었지만, 곧 몸이 아픈데는 몸보신이 왔다라며 최고급 한우세트를 하나 사들고 장모님을 찾아뵙겠다는 이 찰거머리 수비수의 지독한 태클이 승희를 난처하게 했다.
“아 쫌!!! 댁이 왜 우리엄마를 찾아가요!!”
“아...진짜 승희씨 그러지말고 나 좀 좋게 봐봐 나 괜찮은 사람이야!! 통장도 여러개 있고 진짜 성실하고 진실한 사람이라니까!!!”
“아 됐구요 서대리님은 제 스타일이 아니라니까요 아 진짜 갑자기 두통이 다 몰려올라고 그러네!!”
“왜 내가 옷을 아저씨처럼 입어서 그래? 내가 좀 꾸미면 되잖아! 내가 안꾸며서 그래! 나도 좀 젊게 하고 나가면 다들 20대 중반인줄 알아!”
“아이고...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세요 됐구요 저 지금 머리가 너무 아프니까요 당장 전화 끊으세요!”
“아 승희씨! 승희씨!!! 내가 두통약 사들고 갈께잉!! 승희씨!!”
“끊습니다. 으구~ 두야!!”
역시 이런 찰거머리 수비수를 제끼는데에는 두통같은 헐리우드 액션이 제격이었다. 승희는 휴대폰을 들고 노총각 서대리의 이름을 찰거머리로 바꿔 저장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서대리는 늙수구레한 얼굴에다 덩치만 컷지 사람이 맥아리가 없었다. 한마디로 승희가 딱 싫어하는 스타일의 결정판이다. 승희든 누구든 여자라면 자고로 자신을 리드하는 나쁜남자 스타일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서대리는 전형적인 초식동물 스타일이었다.
게다가 옷이라도 잘 입고 다니면, 공짜 영화에 밥이라도 얻어먹을 요량으로 불러내 놀아 볼까? 하고 고민이라도 해볼만 한데, 노총각 서대리는 늘 후질근한 양복에다 배까지 불룩 튀어 나와서 승희가 좋아하는 요즘 스타일의 댄디함과는 한참 거리가 먼 사람이다.
“으이구... 쪽팔려서 같이 댕길수나 있겠니? 내가... 너랑? 어휴... 천년 만년을 기다려봐라 내가 너랑 손이라도 한번 잡나!!”
승희가 서대리에 대해 악담을 퍼붓고 있을때쯤 전화벨이 울린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승희는 짜증스러웠다. 찰거머리 서대리가 또 전화한것임에 틀림 없을거라는 확신이 승희의 머릿속에 가득하다. 승희는 전화기를 아예 뒤집어 놓은 채 화장실로 달려가 지금 이순간에도 자신의 피부를 무겁게 짙누를 지난밤의 화장을 지워본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두 번째 전화벨이 울린다.
승희는 극히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전화기를 낚아채 냉랭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아 진짜 서대리님! 됐다니까요!!!”
“아... 저기 승희씨 미안 나는 승희씨가 오매불망 기다리는 서대리가 아니고 훨씬! 훠얼씬 더 잘생기고 샤프하고 멋진 유부남 장대리 오빠야 흐흐흐 왜! 총각인 서대리가 아니라서 실망했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니 장대리가 맞는 듯 했다. 승희는 깜작 놀라며 말했다.
“아 죄송해요 저는 또 서대리님이 귀찮게 전화한 줄 알고... 죄송합니다. 근데 장대리님이 어쩐일이예요 주말에!!! 우리 따로 연락하는 사이 아니잖아욧!!”
“아 이런 럴수 럴수 이럴수가!! 승희씨 오늘 축구 안 봤나보네?”
“축구요? 축구 새벽에 안해요?”
“무슨 소리야! 정말 여자들이란... 도대체가 관심이 없어요 관심이!! 이런 국가의 중차대한 사안에 관심이 없으니 나라 꼴이 여적 이꼴이지 이꼴이야!!”
“됐구요 저 아직 숙취로 아니 암튼 머리 아프니까 본론만 말하세요!”
승희는 찰거머리 서대리에 이어 떠벌이 장대리의 전화까지 받으니 간밤의 숙취에 두통까지 더해져 골이 다 띵했다.
“승희씨 당첨됐는데 몰랐나보네 내가 괜히 전화했구만 크크크 이거 뭐 충성스런 최초의 제보자에게 쫌 떼어줘도 돼~~ 흐흐흐”
“뭔 당첨이요! 자꾸 스무고개 하듯이 말하지 말고 딱 말해요!”
“어? 정말 몰랐나보네 오늘 축구! 한국이 그리스 2:0으로 발랐잖아!! 하하하 세상이 난리도 아닌데 이거 참... 답답하구만 지금 당장 TV틀어서 뉴스 좀 봐 뉴스 좀!!!”
“예? 그럼...”
“그래... 이거 2:0이면 한번 걸어볼만한 스코어인데 어찌 한놈도 없누...아휴... 내가 5:0 말고 2:0에 걸었으면 승희씨랑 딱 반땅인데!!! 됐어 승희씨 혼자 60만원”
다음편에 계속...
p.s 2002년만큼은 아니겠지만 지난 2010년 월드컵을 추억하면서 보시면 재미있을 겁니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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