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윤주의 이야기
간밤에 잠을 설친 윤주는 늦게 일어나 부랴부랴 출근준비를
서둘렀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옷을 입구 가지?
옷장안의 옷들을 바라보며, 치마를 입을까 정장을 입을까
망설인 윤주는 치마를 꺼내 입었다. 투피스 정장으로....
시간이 늦어 스타킹까지 신을 여유는 없었다.
서둘러 스타킹을 핸드백에 넣어두고, 간신히 지하철에 탑승...
휴... 이젠 늦지 않겠지......
언제나처럼 세번째차량 연결문쪽에 자리잡은 그녀는 익숙한
눈빛의 기운을 느꼈다.
일년째 이시간쯤이면 항상 윤주의 곁에 서있는 그 남자.
가끔씩 인파속에서 지하철의 덜컹거리는 리듬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윤주의 몸에 손을 대거나, 하체를 밀착시키는 그 남자...
가끔씩 손을 때려주거나, 째려보기는 했지만, 워낙 자연스럽고,
지능적으로 붙어서 심증은 가지만, 치한이라 하기도 뭣하던 소심한 사람...
처음으로 윤주는 그가 곁에서 자신을 탐해주기를 기다렸다...
오늘 치마도 입었는데..... 넌 내가 치마입은날은 꼭 곁에 와서 더듬었자나...
어서와.... 어서 날 만줘줘.....
정면을 보며 응시하고 있던 윤주는 창가에 반사되어 비추는 사람들틈에서
그가 내 곁에 오기를 기다렸다..... 3....2.....1....
드디어 그가 내 뒤에 섰다. 그도 창가를 통해 내 시선을 엿보는것 같았다.
나는 그의 음흉한 시선을 피해 살며시 눈을 감았다.
마치 아침 잠이 모자라 피곤한 듯......
덜컹덜컹.... 좌우로 흔들리는 지하철의 리듬에 맞춰 그의 하체가 내 히프에
밀착되었다 사라지곤 했다. 난생 처음으로 나는 지하철의 리듬에 맞춰 돌진하는
그 남자의 하체방향으로 내 히프를 움직여주었다.
늘 소극적으로 밀착시키다 나의 저지에 금새 사라지곤 했던 그는 이제 더 이상
소심남이 아니었다. 의외의 내 반응에 놀랐을 그는 히프뿐 아니라, 내 다리사이
까지 자기 다리를 고정시키고 완전히 밀착되어 다가오고 있었다...
아아... 오늘은 스타킹도 안신었는데.....
시내로 향하는 지하철은 역에 멈추고 정차할때마다 내리는 사람보다
타는 사람이 더 많았다. 열차안에 사람은 점점 더 늘어나고, 이미 밀착된 그와
나 사이는 이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도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맘만 먹으면 조금이라도 떨어질 수 있지만....
오늘만큼은 윤주는 그렇게 하질 않았다.
윤주의 히프 한 가운데 박혀있는 남자의 거근....
그 거근이 따듯하게 열을 내기 시작했고, 조금씩 상하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히프의 계곡은 점점 더 벌어지는 것 같았고,
그 사이의 아주 조그마한 구멍은 모처럼 커지려는듯 그녀에게 작은 경련을..
떨리는 미묘한 감정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소심남은 지하철안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진행하지
않았다. 이따금씩 손이 윤주의 허리를 스치거나, 히프를 건들기만 할 뿐....
밤새 2개의 딜도로 자신의 쾌락을 영위하고 나온 윤주에겐 그저 감질맛만
날 뿐 이었고, 더 몸만 달아오르게 할 뿐이었다.
어느덧 소심남은 자기가 내려야 할 역에 내려버리고, 지하철안도 조금씩
한산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런 허무함. 공허함, 아쉬움이란...
화장도 하지 않고, 스타킹도 신지 안고 좀 더 서두른 덕분에 그녀는
늦지 않게 사무실에 도착했다.
빌딩 입구에서부터, 간간이 만나는 아는 남자들이 모두 그녀의 하얀 우윳빛
다리에 시선이 꽃힘을 느꼈다...
풋.. 스타킹 안신는다고 더 쳐다보나???
그녀는 화장실로 들어가 스타킹을 신으며, 문득 남자의 심리가 좀 더 궁금해졌다.
집에 가면 까마수트라를 다시 한 번 봐야겠군......
치마를 올리고 스타킹을 신는데, 팬티가 젖어 있었다.
워낙에 깔끔떨고, 결벽증 증세가 심한 윤주는 얼굴을 찌푸렸다....
별로 감흥적인것도 아니었는데, 이렇게 젖어버리다니.....
하지만 갈아입을 여유도 없고.... 그렇게 윤주는 하루를 보내야 했다.
소심남 말고, 좀 더 멋진 남자 없을까.....
정우성 같은.... 원빈 같은...... 오지호 같은....
어느덧 퇴근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늘 같은 일상사..... 어쩌지.. 그냥 집에 가기엔 심심한데.....
그렇다고 이 나이에 춤추러 갈 것도 아니고, 사실 춤같은거 잘 추지도 못한다...
말로만 듣던 호스트바... 남자 출장 맛사지...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올랐지만,
막상 실행에 옮길 엄두도 안났다. 핸드폰 저장 번호를 보며, 수많은 남자들을
떠올려봐도, 딱히 이 남자다 싶은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내가 먼저 연락하는게
싫었다..
평소엔 직접거리는 늑대들 많았는데....
설마하니 나한테 또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그리고 내가 남자를 이렇게 원하고 갈구하던 날도....
아 나 왜 이러니... 미쳤어 정말....
결국 퇴근시간은 어김없이 다가왔고, 별다른 건수를 찾지 못한 윤주는
우울하게 집에 돌아왔다.
팬티부터 갈아입고, 샤워를 마친 그녀는 배달되어 온 박스의 물건들을
다시 한 번 찬찬히 흩어보았다.
까마수트라.....
인도에서 여성들에게 대대로 내려오던 남자를 유혹하는 비법,
남자를 정신못차리게 하는 비법의 모음들.....
그러나 배달된 까마수트라 cd는 현대인에 맞게 재각색된 영어 버전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었다. 한국 남자에 맞게 조금은 각색되었을....
어제 본 내용이지만, 벌써 남자를 받아들이고 싶은 윤주의 욕망속에서
그 cd의 내용은 또 다른 느낌으로 윤주를 새로이 교육시키고 있었다.
어떤 옷차림이, 어떤 표정이 남자의 유혹을 대담한 행동으로 변화시키고,
심지어는 강간범으로 남자를 변신시킬 수 있는지....
화면은 이제 실전 예행 단계에 이르러, 남자의 성감대를 찾아 자극시키며,
자신의 성감대를 건드리도록 섹스하는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아아... 나도 느끼고 싶어....
남자가 필요한 윤주, 그러나 결벽증으로 똘똘 뭉친 자존심 강하고 고집 쎈
수녀의 윤주에겐 남자가 없었다.
그녀는 어제처럼 또 딜도를 꺼냈다. 간밤에 자위하며 묻은 그녀의 애액들이
딜도위에 묻어있었다. 깨끗하게 닦아내고 해야 하는데......
마음속으로 결벽증을 떨쳐내리라 다짐하던 그녀는 지저분한 딜도를 그대로
그녀의 질 속에 넣었다.
그래... 이 참에 내 결벽증도 다 떨궈내는 거야....
화면속엔 남자의 거근이 여성을 신나는 쾌락속으로 이끌고 있었다.
윤주도 따라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딜도를 거칠게 움직였다.
아침에 만난 소심남이 멋진 정우성이 되어 나를 유린하고 있었다.
이것이 실제 상황이었으면 좋으련만.....
많이 허무하면서도 아쉬운대로 그 감정을 떨치고 실제상황인것처럼 상상하려 애썼다.
아흑....아흑......하아.....
몸이 달아오른 그녀에게 오늘만큼은 딜도도 무용지물이었다.
암만 상상의 날개를 폈어도.....
현실은 너무 허무했다.
매번 그녀에게 집적거렸던 모든 남자들이 오늘만큼은 조용한게 참 야속했다...
십수년간 깨끗하게 지켜온 그녀의 성이 오늘만큼은 과거의 그 윤주가 아니었다.
남자가.. 남자의 폼이, 남자의 거근이 너무도 그리웠다.
남자남자남자.......
문득 강남서초의 독신자 모임이 떠올랐다. 분명 오늘도 이 근처 어디선가
번개 모임이 있을터......
카페의 번개 게시판을 뒤적인 그녀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외로운 독신남, 독신녀들이 오늘은 논현동 한신포차에서 술번개가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 옷을 입고 그녀는 집을 나섰다.
짧은 치마를 입고.......
동네가 동네인지라.... 집앞 골목길 구석구석은 선수들을 맞이하기 위한 섹시한
옷가게들, 그리고 미용실들은 미스코리아 뺨칠 섹시한 여성들이 이제 막 치장을
끝내고, 출근하려는 분위기였다.
쇼윈도에 비췬 자신의 모습을 본 윤주는 섹시녀가 방금 나왔던 미용실로 들어가
남자 미용사에게 자신의 몸을 맡겼다. 메이크업과 헤어 드라이를.....
"언니는 어디서 일해요? 못보던 언닌데.... 언니 너무 예쁘다..."
"네? 저는 보험회사에서 일해요.."
"넹? ㅋㅋ 어디 바에서 일하는거 아녔어요?"
"흑... 저 선수 아녜요... ^^"
"하하... 머리 어뜨케 해 드릴까요?"
"그냥... 섹시하게....알아서..."
"이 동네에선 청순이 더 섹시한데... 암튼 알았어요 언니.. "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으며 그가 날 머리감기는데로 안내한다.
그리곤 머리를 감겨줄 때 자신의 어깨에 하체를 밀착 시킨다...
그런 스킨쉽이 이젠 기분 나쁘진 않다. 즉흥적으로 자신보다 더 세련된
미용사의 손길에 맡기고 나니 좀전과는 확연히 다른 나의 모습에
스스로 놀랐다.
" 와우.. 어때요? 맘에 드세요? "
" 네..... "
" 매일 오시면 dc 많이 해드리니까 출근할 때 매일 오세요..
이거 말고도 다른 분위기도 연출 많이 해줄께요 "
" 어머.. 저 선수 아니래두요... "
자신의 직업을 믿지 않는 남자 미용사를 뒤로 하고, 서둘러 번개 장소로 향했다.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을 번개가 파장 분위기 아니길 바라며.....
번개에 가니 윤경이도 있었다. 그리고 모두들 윤주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
놀라는 표정들이다.
"어? 윤주씨.. 오늘 먼가 좀 다른데?"
"어머 언니.. 오늘 왜 이래...?"
"와... 무슨 선수가 일루 출근했나 했네... 윤주씨 웬일이야 오늘?"
"ㅎㅎㅎ 웬일은 무슨... 오늘 마음이 좀 그래서 분위기 바꿀려구...
요앞 미용실 갔는데 이렇게 돼부렀네.. 참.... 그 수준이 그 수준인가바.. -_-"
"아냐아냐... 오히려 성공이야 성공... 디게 섹시해여~ "
"마자마자.. 윤주씬 좀 그렇게 바꿔야 해... 언제까지 수녀처럼 살꺼여..."
이미 파장인듯 어질러 있는 술자리가 다시금 새로 피는듯 했다.
조금있으니 신입인 우성이를 비롯 새로운 멤버들이 더 참석해왔다.
파장될 술자리가 2차로 다시 이어졌다.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계속 남고...
대부분의 남성멤버는 그대로 남아 2차에 합석했다.
옆이 트인 치맛속으로 윤주는 부지런히 다리를 꼬았다.
남자들 모두 겉으로는 태연한체 하면서도, 간간이 눈을 흘기며
윤주의 다리에 시선을 꽃곤 했고....
그렇게 술자리는 변함없는 음담패설들이 시리즈로 이어지다, 어느덧
시간은 자정을 넘기고 같은 방향인 우성이와 윤경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옆집이라던 우성이는 집앞에서 헤어지고,
단 둘이 남자 윤경이가 옆구리를 훽 찔러왔다.
"왜 그래?"
"언니 오늘 좀 이상해..."
"머가?"
"못보던 모습이잖아... 무슨일 있어? 섹시를 경멸하던 언니가 오늘 왜 이래?"
"무슨... 내가 언제 섹시를 경멸했다구 그래 얘는... "
"어어?? 언니 정말 이상해 오늘.. 캬캬.. "
"언니가 오늘 좀 많이 섹시했나보다... "
"언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같은 여자인 나는 못속여... "
"무슨말이야..."
"언니 오늘 남자품이 무척 그리웠던거 아냐?"
"어머 얘는... 못하는 소리가 없어... 나 그런거 경멸하는거 알자나... ^^;;"
"언니 좀 전에 헤어진 남자애.. 어때?"
"우성인가..개?"
"나 며칠전 그 사람이랑 잤는데... 우리 앞으로도 자주 인조이 하기로 했어 언니.. "
"그 얘길 왜 나한테.. ^^;;;"
"근데 보니까 나를 언니랑 좀 착각한 거 같은데.... 혹 남자 그리우면 개 꼬셔봐..
갠 금방 넘어올꺼야.. "
"어머 얘... 난 아니야... ^^;;"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윤경을 겨우 보내고 집으로 들어온 윤주는 깊은 탄식을
내쉬었다......
화장실 거울에 비췬 자신의 모습은 정말 스스로도 놀랄만큼 섹시한 미모의 여성이었다.
붉게 타오른 입술,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 그 위에 발그스레 빨갛게
살짝 익어오른 취기의 흔적.
길고 곧게 뻗은 하얀 목덜미, 깊게 파인 v넥 셔츠사이로 보일락말락 봉긋히
솟아오른 두 젖무덤. 쭉쭉 뻗은 날씬하고 섹시한 각선미......
하나하나 옷을 벗은 그녀는 변기에 걸터앉아 자신의 음부를 탐했다.
십수년간 지켜온 자신의 정조가 그렇게 한심스러울 수가 없었다.
몸이 이렇게 달아오르는데, 곁에 남자가 날 탐해주기를....
지저분한 남자라도 좋으니, 제발 날 탐해주기를......
그렇게 갈구한 적이 없었다..
또 다시 딜도를 꺼내들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딜도에 몸을 맡긴채 그녀는
나홀로 신음하다 잠이 들었다.
어느날 갑자기 잘못 도착한 한 소포때문에, 그녀의 마음속에 꼭꼭 닫혀있던
욕망이, 수녀같던 그녀의 겉모습을 밀어내고, 그렇게 기나긴 밤사이에 새로운
윤주의 모습으로 새로 태어나고 있었다.
6부로 계속.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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